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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22 09:41




수목드라마 3파전이 시작되었습니다. 어느 드라마를 선택할까? 굉장히 어렵네요. 저는 더킹 투하츠와 적도의 남자를 우선 시청했는데, 개인적으로 두 작품 너무 좋습니다. 더킹 투하츠는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재미있고, 적도의 남자는 진지한 몰입도가 매력입니다. 무엇보다 캐릭터와 일치되는 연기자들의 열연은 그야말로 볼거리입니다.
더킹 투하츠의 주인공 하지원과 이승기는 첫회부터 캐릭터에 완벽하게 일치되었고, 적도의 남자 엄태웅, 이준혁의 아역을 맡은 이현우와 임시완은 언제 저렇게 성장했나 싶게 좋은 연기를 보여 주더군요. 김영철과 엄태웅의 묵직한 연기는 적도의 남자를 명품 웰메이드 드라마로 완성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을 듯합니다. 두 작품 모두 대본, 연출, 연기, 작품소재,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는 명품들로 채워진 느낌이네요. 우선 더킹 투하츠 리뷰부터 시작합니다.

이재하 이 녀석, 사람 좀 만들어 볼까?
 알려진 것처럼 더킹 투하츠는 대한민국이 입헌군주제 국가라는 가상전제로 출발한 드라마입니다. 주인공 이재하(이승기)는 왕자로 성격이 개차반이에요. 제멋대로 안하무인에 정말 싸가지없는 뺀질이로, 대한민국 남자들에게 안티가 가장 많은 사람일 듯하더군요. 단 이 안하무인 싸가지를 사랑하는 형이자, 국왕인 이재강(이성민)을 제외하고는 말이죠. 이재하는 형의 왕위에 위협이 되고 싶어하지 않는, 해품달 양명군의 캐릭터와도 비슷한 구석이 있더군요. 형을 위해서라면 형의 동료들에게도 주먹질을 하고 덤벼 형을 지키는 형바보 이재하입니다.
누구보다 아끼는 동생이지만, 철딱서니없는 동생을 사람만들기 위해 WOC(세계장교대회)에 명단을 올려버리는 이재강 국왕, 왕실이 국민과 국가를 위해 세금값을 하겠다는 마인드가 정말 멋지더군요.
명예장교 임명장에 싸인을 멋드러지게 하고는 제대를 한 이재하, 그런데 명예장교 임명장에는 비밀이 비밀이 숨겨져 있었으니, 세계장교대회에 출전하겠다는 서약이었죠. 눈 뜨고도 코를 베인다더니, 형에게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이지요. 가만있을 재하가 아니지요. 당장 왕에게 달려가 못하겠다고 땡깡을 피우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습니다.
"우린 왕족이야, 21왕국, 우린 허수아비라고. 대한민국 공식지정 마네킹", 왕실이라는 담장은 자유분방 천방지축 재하에게는 구속과도 같은 곳이었습니다. 동물원 안에 있는 공작새처럼 화려하고 품위있게 미소를 지어줘야 하는... 그런 재하에게 국왕 이재강이 일침을 놓지요. "왕실이 국민의 세금을 먹고 사니까 돈값을 해야 한다"고 말이죠.
궁에서 축출한다고 으름장을 놓은 형, 가방 하나 달랑 싸서 정말로 내쫓을 기세입니다. 왕제의 지위도 박탈하고 평민으로 격하시키기 까지 하겠다니, 울며겨자 먹기로 세계장교대회에 출전하겠다고 무릎을 꿇고 말......마는 재하가 아닙니다.
검지손가락에 상처를 내서 총을 쏘지 못하겠다고 잔머리를 쓰려고 칼을 찾는 재하, 손가락에 조그만 상처만 내달라고 은시경(조정석)에게 총으로 쏴달라고 했다가, 진짜 총을 쏴버린 사고를 내지요. 은시경은 왕실비서실장인 은규태(이순재)의 아들로, 첫회부터 강렬한 인상을 주더군요. 강직하고 원칙주의자같은데, 인물도 잘생겼고, 잘 사겨보고 싶은 생각이 들더랍니다. 특히 안정적인  발성이 무게감있고 좋더군요.
설마 실탄이 장전되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재하는 은시경이 정말로 총을 겨누자, 쏴보라고 가슴팍을 내밀었지만, 감히 왕의 왕족에게 총을 겨누는 은시경에게 부아가 치밀었죠. 총을 빼앗아 이렇게 쏘는 것이라고 시범을 보였는데, 하늘이 도왔습니다. 실탄이 들어 있었는데 빚나간게 천만다행이었죠. 실탄이 든 총을 겨눈 거냐고 은시경을 노려보는 재하, 단순오발로 마무리를 하고 장교숙소로 따라가기는 했지만, 산넘어 산이라고 빨갱이랑 한 방을 써야 한다는군요. 잘못하면 대침에 맞아, 쥐도새도 모르게 암살을 당할지도 모를 것같은 리강철(정만식)이라는 무시무시한 놈하고 말이죠.
김항아 동무, 조국이 책임지고 시집보내 줄게!
독방을 달라고 또 소란을 피운 끝에 룸메이트가 바뀌기는 했지만, 북한여자장교라는군요. 여자라는 말에 금세 표정이 달라지는 이재하, 문제의 여자장교가 김항아입니다. 김항아 하지원. 말이 필요없는 배우였습니다. 이승기와 9살 차이가 나는데도, 나이차이라는 것이 전~~~혀 느껴지지 않더군요. 연기로 완벽커버하는 하지원과 이승기였습니다. 깜찍 발랄 살벌 터프함에 여성스러움까지 김항아라는 캐릭터에 완벽빙의된 하지원, 역시 하지원이더군요. 
북한특수부대 장교 김항아, 특수부대라는 말에서 그녀가 어떤 인물이라는 것이 느껴지죠? 네, 맞습니다. 무술, 격투기, 사격, 폭파, 요인암살 등등 고도의 훈련을 받은 북한군 정예대원입니다. 실제의 김항아는 남자밝힘증(?)이 있는, 시집못간 노처녀의 불안증에 시달리는 천상여자입니다. 남자군관의 부상으로 땜빵 대타로 나서기는 했지만, 과격한 여전사로 북한에 소문이 자자한 관계로 번번히 남자에게 채이는 여자죠. 채인 남자의 전화를 기다리기도 하고, 기미가 생긴 피부를 걱정하며 시집가기를 학수고대하는...
소개팅으로 만난 남자에게 먼저 손을 내밀기도 하고, 들켜서 부끄부끄하는 모습이 귀엽더라지요. 소개팅남자가 김항아가 적극적인 것을 눈치채고, 담벼락에 밀치고는 키스를 시도하려고 했는데, 그만 김항아의 과격한 방어에 "연락드리겠습니다"라고 또 채이고 말더라고요. "얼굴을 밀칠 순 없어서...". 하지원의 북한말이 참 자연스럽더군요. 일부 심한 북한말을 알아듣기 힘든 것도 있었는데, 원할한 소통을 위해서 일부는 자막처리를 해주었으면 싶더군요.

여차저차 부상당한 동료때문에 북한팀 조장으로 남한에 오게된 김항아, 김항아를 오게 한 결정적인 이유는, 맞는 남자가 나올때까지 국가차원에서 맞선남을 무한리필로 제공하겠다는 달콤한 제의때문이었답니다. 얼마나 시집이 가고 싶었으면ㅎㅎ. 김항아가 거리의 전광판에 정지훈(비)과 조인성, 현빈을 보며 꺄르르 환호하는 모습이 소녀같더군요. 이재하의 엉덩이에 점이 있는 것까지도 알고 있는 그녀, 특수부대 출신답게 정보력이 대단했습니다. 전남편(?) 현빈이 해병대원이라고, 혹시 만나게 되지 않을까 발을 구르며 좋아하는 모습, 작가의 센스넘치는 위트까지ㅎ.
김항아는 천상여자이기도 했지만, 군인으로 돌아가면 바늘로 찔러도 피한방울 나오지 않을 독한 구석이 있는 여전사입니다. 왕실에서 국왕을 접견하는 자리에서 비서실의 과한 스캔으로 기분상한 김항아가, 권영배(최권)에게 "째라"고 명령을 하는데 섬뜩하더라고요. 손톱으로 찢든 이빨로 뜯든 살점을 뜯어 발에 박은 철심을 보여달라고 하는데, 기선제압하는 모습이 장난이 아니었죠.
몸수색에 기분상한 김항아의 마음을 풀어준 이는 다름아닌 국왕 이재강이었지요. "남조선 국왕 이재강입네다. 남한팀 중에 골치아픈 놈 하나 있습니다. 정신 확 들게 잘 좀 잡아주세요".
이 부분에서 태클을 걸자면, 남조선 국왕이라고 소개한 부분이 좀 그렇더군요.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하기 위해 북한측의 입장으로 소개를 한 것이기는 하겠지만, '대한민국 국왕 이재강입네다'라고 뒷부분만 북한말을 흉내냈어야 싶더군요. 이런 게 언론에 나갔다면, 아마 '국왕은 빨갱이 좌파다, 북한으로 가라'는 골치아픈 여론에 휩쓸일 수도 있거든요.

암튼 그 골치아픈 놈을 눈으로 확인한 것은 그다지 오래걸리지 않았죠. 남한팀과 북한팀의 첫만남에서 분위기 파악못하고 주접을 떨지요. 뒤끝있다더니 은시경의 의자를 발로 차버리는 행동으로 총을 겨눈 사건을 복수하는 뒤끝작렬 이재하더군요.
권영배가 정찰부 작전부 소속이라고 소개를 하니, 니네 동료 20명이나 넘게 우리가 죽였다고, 산자들끼리 포옹이나 하자면서 일부러 북한팀 약올리는 주접을 떠는 등, 분위기 싸~하게 만들더니, 김항아의 '이재하 동지'라는 말에는 눈에 쌍심지를 켜고 노려보지요. "동지 안한다고 했지!". 이재하라면 일본수상을 만난 자리에서도, "독도는 우리땅이야, 뻘소리말고 꺼져!"라는 말도 면전에서 할 수 있을 것같죠?
개인적으로 이 때의 이승기의 표정을 보고 무척이나 놀랐습니다. 이승기에게 저런 표정도 있었나 싶게 각을 세웠는데, 힘을 주기보다는 '너같은 빨갱이하고는 같이 안놀아' 하는 적의가 묻어나는, 그런 냉랭한 표정을 보여주더군요. 
북한놈들과 한팀으로 장교대회에 출전하는 것도 싫고, 군에서 이제 막 제대했는데 훈련을 받아야 하는 것도 싫고, 놀고 싶을 뿐인 이재하. 통일이다 뭐다 화해무드 조성해봐야, 사건 하나 터지면 급 냉랭해지길 반복하는 남북한 관계, 이 속에 왕실이 끼어들어 쇼를 하는 것이 싫은 재하지요.
한성질하는 김항아가 이재하가 노는 꼬라지를 그냥 보고 있을리가 없죠. 화장실로 유인해서 대걸레로 사정없이 공격 들어가죠. "소개가 늦었습니다. 조선인민군 제 11조 교관 김항아입니다. 남조선에서는 특수부대라고 부르지요. 내래 동무 엉덩이에 점이 있는 걸 어캐 알았겠습니까? 몇년동안이나 동무에 대해 공부하고 가르쳐 왔습니다. 뭐라고 했을 것 같습니까? 인민의 적 리재하. 보는 즉시 사, 살, 하라".
넋이 나가버린 이재하, 지금까지 누구도 왕의 동생이자 왕자인 이재하를 건든 사람은 없었습니다. 군대에서도 사단장 앞에서도 호주머니에 손을 찌르고, 그동안 수고했다고 건방을 떨던 이재하였죠. 평민은 나이를 막론하고 반말대상이었고 말이죠. 국왕이자 형 이재강을 제외하고는, 천상천하 유아독존이었던 이재하에게 괴물이 출현한 것이죠. 사랑하게 될 괴물이 말이죠. 앞으로 두 사람이 알콩달콩 엮여갈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벌렁벌렁 심장이 두근두근하네요.
이승기의 놀라운 연기변신, 이승기 맞아?
첫회를 보면서 놀란 것은 이승기의 연기때문이었습니다. 하지원이야 두말하면 입아프지요. 하지원의 찰진 북한말도 어색함이 없었는데, 액션신은 예술급입니다. 거기에 섹시미까지, 하지원은 같은 여자지만, 너무 매력적인 배우에요.  
이승기는 사실 이렇게 잘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이승기는 많은 작품을 하지는 않았지만, 이승기에게 따라다니는 것이 연기에 힘이 들어간다는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더킹 투하츠에서는 그 힘이 빠졌더군요. 표정과 몸에 힘이 들어갔던만큼 대사에도 미묘하게 어색한 힘이 느껴졌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대사가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워졌고요.
자연스러운 대사만큼 눈에 띄게 변한 것은 몸동작과 표정연기였어요. 왕자라는 지위때문에 어깨에 힘이 좀 들어가도 캐릭터상 어색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이승기의 문제점이었던 힘을 빼버리다니 '이승기 맞아?' 싶더랍니다.
연기자에게, 특히 많은 연기를 접하지 않은 연기자에게는 일종의 연기틀이라는 것이 생기게 쉽지요. 이 연기의 틀을 언제, 어떻게, 어떤 작품을 만나 깨느냐에 따라, 연기변신에 성공여부를 판가름하기도 하고, 다양한 역할을 소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보게 하기도 합니다.
어떤 그릇에 넣어도 그 그릇의 모양대로 차는 게 물이라는 액체지요. 이승기의 대사가 물흐듯이 자연스럽다고 표현한 이유는, 이승기의 몸이 대사와 함께 물처럼 흐른다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에요. 캐릭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는 것이죠. 그만큼 연기의 폭이 넓고, 깊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고요. 
이승기는 그동안 맡은 역할들이 까칠한 부잣집 아들, 안하무인 건방진 캐릭터가 많았습니다. 소문난 칠공주에서는 오냐오냐 자란 황태자였고, 찬란한 유산에서는 부잣집 철없는 손자였죠. 내여자친구는 구미호에서도 비슷한 이미지가 있었고요. 더킹 투하츠는 전작들보다 더 까칠하고 안하무인인 왕자역할입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걱정이 되는 점도 없지않아 있었는데요, 전작들의 업그레이드 버전에 머물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첫방송을 보고는 놀랐습니다. 신분상 힘이 더 들어가지 않을까 우려했는데, 힘의 강약을 조절할 줄 알았고, 왕자라는 역할때문에 대사에도 무게감을 실어 딱딱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완급조절이 자연스럽더군요. "미친놈의 새끼"라는 육두문자도 입에 착 달라붙었다는 느낌이 들정도로, 아무렇지 않게 내뱉어서 놀랐네요. 물처럼 흐르는 연기를 하고 있기 때문인 게지요. 그동안 이승기에게 입혀진 '힘이 들어갔다'라는 틀을 깬 연기변신이이었습니다. 아마 이승기는 더킹 투하츠라는 드라마를 통해, 그의 연기인생에서 큰 전환점을 만들었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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