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혁'에 해당되는 글 47건

  1. 2012.05.28 '신사의 품격' 김하늘, 정신연령의 품격도 조금 높여주시죠 (5)
  2. 2012.05.27 '신사의 품격' 김하늘-장동건, 신드롬 이어갈 수 있을까? (9)
  3. 2011.03.16 '강력반' 송일국의 재발견 vs ' 마이더스' 장혁의 재평가 (16)
  4. 2011.03.15 '강력반' 위엄 뺀 송일국의 변신, 숨길 수 없는 연기력 (21)
  5. 2010.03.27 '추노' 업복이, 좌의정의 어디를 쏘았나? (29)
2012.05.28 13:17




이제 2회, 고개가 갸웃해지기 시작한 것은 김하늘이 테이블에 머리를 박고, 침대 위에서 몸부림을 치면서, "어떡해 어떡해"를 남발하는데서 부터였습니다. 김은숙 작가의 작품은 다 봤던터라,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여주인공과 남자주인공을 그리는 작가의 일정한 패턴같은 틀을 파악하기가 쉬웠는데, 서이수라는 캐릭터는 김은숙 작가의 작품들 속 여주인공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죠.
어거지로 맞춰보면 시티홀의 신미래(김선아)와 비슷한 면이 있다는 정도랄까요? 김도진은 시티홀의 조국(차승원)과 시크릿 가든의 주원(현빈)을 짬뽕해 놓은 듯 보이고요.
첫회는 주인공들의 이름과 성격 소개가 대부분이기에 과장스럽고 오버스러운 면이 나오기 마련이고, 주인공들에게 보여지는 어색함과 캐릭터에 녹아들지 못한 힘이 느껴지는 것도 대부분은 감수하고 봅니다. 몇회가 지나면 연기내공이 있는 배우들이라면 캐릭터에 녹아드는 것을 자연스럽게 볼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도 김은숙 작가의 전작들과 신사의 품격은 이질감이 느껴지더군요. 그 이유가 뭘까 곰곰히 생각해 보니, 캐릭터의 행동이나 사고, 편의상 통틀어 정신연령이 너무 낮아 보이는데서 오는 불편함인 듯 싶더군요. 특히 고등학교 윤리교사로 나오는 김하늘은 특유의 혀짧은 소리와 코맹맹이 소리가 캐릭터를 더 어리게 만들더라고요.
김하늘의 목소리나 특유의 대사톤을 문제삼는 것은 아니에요. 연기자라고 해도 고칠 수 없는 타고난 부분들도 있으니까요. 김하늘은 단점일 수도 있는 자신의 목소리의 특색을 오히려 장점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배우이기도 합니다. 귀여운 매력을 더 배가 시키기도 하고, 목소리에 눈물이 담긴 듯한 감정을 실기도 하는 배우지요.
문제는 극중 서이수라는 캐릭터와 김하늘이 잘 매치가 되는데도 이상하게 오버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극중 나이가 적어도 30대 중후반은 될 거라는 점때문입니다. 그런데도 행동이나 말투 등은 20대 막내딸을 연상하게 합니다. 극중 나이에 비해 지나치게 어리게 느껴지죠. 정신연령이나 행동이 말이죠.
첫회가 방송되고 나서 솔직히 장동건에 대한 혹평에 개인적으로는 놀랐습니다. 장동건의 연기력이 미치게 잘하는 정도가 아니라는 것이야 많이들 인정하는 부분이었고, 잘생긴 외모때문에 연기에 대한 평이 인색한 점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김태희에게 연기력만 주었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것보다는 덜하지만, 장동건은 어느 한계에서 자기 연기의 틀을 깨지 못하고 주춤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부분이죠.
개인적으로는 기대치가 크게 없었기에 실망도 크지 않았고, 놀랍지도 않았던 장동건의 연기였지만, 오랜만에 브라운관에서 보는 것만으로 만족스러운 뭔가가 있었습니다. 40대 남자들의 사랑에 30대 젊은 배우들이 캐스팅되지 않아 다행이다 싶었죠. 20대 연기자가 30대의 연기를 하는 것에서 느껴지곤 했던, 자연스럽게 전해져야 하는 원숙미의 부족이, 신사의 품격에서는 적어도 비주얼적으로는 느껴지지 않을 것같아서 였죠. 잘생긴 배우를 보는 눈의 즐거움도 솔직히 포함되겠지만요;;.

여전히 장동건은 잘생겼고, 브라운관에서 본 그는 나이도 들어 있었습니다. 장동건도 나이가 든다는 것이 저는 좋더군요. 솔직히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배우들의 인공적인 젊음 시술이 썩 좋지만은 않은 경우가 더 많이 느껴져서 말이죠. 41세의 김도진이라는 캐릭터가 윤기가 반지르르 흐르고, 주름하나 없는 20대의 훤칠샤방 미남이었더라면, 이승기나 박유천, 혹은 해병대에 있는 현빈이 40대 연기를 한다는 느낌이었을 겁니다. 상상만 해도 어색해서 몰입하기가 쉽지는 않겠지요.
장동건, 72년생의 그는 실제 나이 41세입니다. 얼굴에 특별한 시술을 한 것이 느껴지지 않은 장동건은 40대라는 그의 나이와 극중 캐릭터 나이에 너무나 매치가 되는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나왔습니다. 다른 배우들 역시 비슷한 나이대가 느껴지는 조금씩 삭은(?) 얼굴들이죠. 저는 이런 현실적인 나이가 캐릭터와도 맞는 것이 좋더군요.
30대 현빈이 40대 연기를 하더라도 넘을 수 없는 갭이 그들의 얼굴에 쓰여있는 연륜이라는 나이입니다. 여자배우들이야 화장술과 젊음의 시술로 훨씬 어려보이는 연령대를 소화하는 경우도 많지만, 30대의 한가인이 20초반의 허연우를 연기했을 때의 느낌은, 드라마 완성도에서는 치명적인 독이 되기도 했습니다. 별개로 연기력까지 문제가 있어서 캐릭터의 실패가 더 심하게 불거졌지만 말이죠.
41세의 성공한 독신남성, 장동건은 그 무게감을 자연스럽게 보여준 편이었습니다. 반전이 숨어있는 허당끼도 있었지만, 로코물이라는 장르에서도 망가지는데 비교적 소심한 모습입니다. 여기서 더 망가지면 시트콤이 될 것이기에 그정도면 적당한 수준의 코믹 망가짐입니다.
문제는 김하늘의 망가짐이 저는 과하다 싶더군요. 웃음은 충분히 주고 있지만, 뒷맛이 개운하지 못한 찜찜함은, 귀엽기는 한데 나이들어 귀여운 짓 하면 정신연령이 낮아보인다는 점입니다. 김하늘이 20대로 설정되어 나왔더라면, 통했을지도 모를 귀여움이지만, 30대 중후반의 과한 귀여움은 수위를 잘 유지해야지, 안그러면 본전도 못 건진다는 것이지요. 김하늘의 목소리톤은 불행스럽게도 이번 작품에서는 장점보다는 아직은 단점입니다. 캐릭터가 안정되면 또 달리 느껴질 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죠.

김은숙 작가는 대놓고 40대 남자들이 숨기고 있는 여자들에 대한 속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겠다고 하면서, 다소 야한 대사와 장면도 들어갈 것이라고 했지만, 기절초풍할 정도의 수위까지는 아닌 듯합니다. 공중파라는 부담감때문에 묘사하는 데도 은유적으로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겠죠.
불혹의 나이 40, 여자를 보고도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는 공자님의 말씀 도중에 쭉쭉빵빵 미끈한 아가씨를 보고 눈이 돌아가는 모습은, 남자들의 심리를 화면으로 풀어낸 기발함이었죠. 실제 그런다면 대한민국 곳곳에서 몰매를 맞는 남자들 투성일 겁니다.
아직은 드라마 초반이기에 신사의 품격이 시크릿가든처럼 흥행하리라 예상을 하기는 이른 감이 있지만, 주인공에게서 딱히 이거다 싶은 임팩트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살짝 불안스럽습니다. 시크릿 가든을 자꾸 언급하는 것이 좋은 예는 아니지만, 시크릿 가든의 경우는 초반부터 강렬하게 사로잡은 캐릭터의 힘이라는 것이 있었죠. 하지원과 현빈의 강한 캐릭터 장악력과 연기력이었습니다.
까칠남 주원의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드높기만 했던 사회지도층 인사의 까칠도도함이 매력이었고, 열악한 환경에서 스턴트 우먼으로 강렬한 인상은 남겼던 하지원의 매력이 있었죠. 무엇보다 주원과 길라임이라는 캐릭터는 어리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 캐릭터의 나이가 두 사람의 비주얼과도 매치가 되었죠.
그런데 김도진과 서이수는 비주얼은 40살과 30대인데, 정신연령이랄까 느껴지는 분위기는 40대와 20대라는 점입니다. 부자연스럽고 부조화스럽죠. 덜자란 어른같기도 하고, 장난하고 있는 것같기도 하고 말이죠. 로코물에서 오버와 코믹한 상황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기는 합니다.
그런데 김하늘에게서는 어린아이같은 철 덜든 어리광이 보이고, 김도진에게서는 40대 중후함이 먼저 보이지요. 그러니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는 장면에서는 20년차이가 나는 듯한 갭이 보입니다. 비주얼은 두 사람의 나이가 느껴지는데도 불구하고, 캐릭터의 체감나이는 훨씬 더 차이가 느껴진다는 것이지요. 시청자가 멜로(로코물 포함)에 꽂히는 순간이 있습니다. 남자주인공이나 여자주인공의 감정선에서 함께 필을 느꼈을 때죠. 그런데 두 사람에게는 이게 들어갈 틈이 잘 안보인다는 점입니다. 한마디로 설레이지가 않아요. 사랑스럽고 귀엽기는 한데, 사랑하고 싶다는 찌릿한 느낌이 오지 않는달까요? 
신사에게 품격이 있듯이 사람에게도 정신연령에서 오는 품격같은 것 또한 있겠지요. 정신연령의 성숙미에서 오는 캐릭터의 매력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톡톡튀는 대사의 재미는 드라마의 감칠맛을 살리는 양념일 뿐이지, 그 캐릭터를 구체화시키지는 않습니다. 서이수가 임태산의 장갑을 물끄러미 들여다 보고 있을 때의 차분한 감정선에서 서이수의 본모습같은 것을 보았다고 생각했는데, 임태산의 동생 메아리와 술을 마시며 술주정을 하는 모습에서는 망가짐에 주력할 뿐, 진지한 감정적 속마음이 느껴지지 않아 곤혹스럽더군요. 
임태산에 대한 짝사랑의 감정이 마치 교생실습 나온 선생님에게 반한 어린 여학생의 감정처럼 느껴졌던 것은 저만 그랬나 싶습니다. 메아리가 배달시켜 버린 초콜렛 바구니 앞에서, 김도진에게 말도 안되는 고백을 하는 서이수의 정신연령과 행동이, 심지어 고등학생처럼 느껴졌다면 문제가 아닐까 싶은데 말이죠. 서이수라는 캐릭터의 재미는 살리되, 정신연령의 품격은 조금 높여 주었으면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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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27 09:49




시크릿 가든의 김은숙작가, 신우철 감독의 차기작 신사의 품격이 베일을 벗었는데요, 아기자기하면서도 진하게(?) 터뜨려주는 재미가 있어서 상당히 매력적인 드라마가 될 것같습니다. 신우철 감독의 영상미 또한 꽃중년 4인방과 김하늘 못지않은 아름다움으로 다가왔습니다. 믿음으로 선택한 김은숙 작가의 차기작, 첫회부터 기대이상이었다는 말을 아직은 하지 못하겠지만, 앞으로 전개될 내용이 더 좋을 것같은 예감입니다.
김하늘(서이수)의 니트 원피스 올이 장동건(김도진)의 가방에 걸려 풀려 겪는 에피소드는, 샐러리맨 초한지에서도 봤던 것이라 신선함을 덜했고, 비라면 지긋지긋한데 카페 처마밑에서 비를 피하는 김하늘과 카페안에서 김하늘을 보고 한눈에 반하는 모습은 사랑비가 생각나기도 하더랍니다. 처마 색깔까지 노란색이어서 허걱했네요.
그래도 두 사람이 창을 사이에 두고 눈길을 나누는 모습이나, 올이 풀린 김하늘의 엉덩이를(?) 에스코트해서 가판대의 보자기를 사서 둘러주고, 코사지까지 사서 마무리해 주는 장동건에게서 내 남자에게 원하는 로망같은 것이 느껴지기도 하더랍니다. 신사의 품격은 마무리에서 빛난다는 숨은 코믹코드가 있는 듯 했고 말이지요.
장동건은 나이는 들어도 잘생겼다는 것은 여전히 변함이 없더군요. 장동건이 고소영의 남자이기는 하지만, 드라마 캐릭터로서 김도진은 탐낼 만한 인물이라, 장동건이 아니라 김도진을 많이 많이 좋아해 보려고 한답니다. 주인공을 좋아하지 않으면 드라마에 몰입하기가 영 힘들어서, 남의 남자라도 군침 좀 흘리면서 보려고요ㅎ;;
장동건의 연기는 아직 김도진이라는 옷에 적응중인지 군데군데 어색함이 보이기는 했지만, 오랜만에 보는 장동건의 로맨틱 코미디물이라, 그의 연기변신에 기대가 큰 점도 있습니다. 장동건의 연기에서는 잘 보지 못했던 코믹한 모습이 의외로 재미있고, 완벽하게 잘생긴 남자에게서 발견하는 헛점은 또다른 재미가 될 듯합니다. 고딩들에게 삥을 뜯기려는 장면에서 장동건의 체면 구긴 40대의 자존심 연기도 허당스러웠고, 자기를 몰라봐주는, 아니 자칭 조각미남 비주얼 담당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 김하늘(서이수)에게 황당스러워 하는 모습에서 얼핏얼핏 보이는 귀여움도 있더군요.
주인공들의 나이가 나이인지라 조금은 외설적인 대사도 터져나올 것같은데, 19금 수준은 아니고 웃음으로 넘어갈 수 있을 정도의 은유적인 표현이 솔찬히 많이 나올 것같더군요. 40대 남자들의 로맨스라 질펀한 느낌이 들 것같았는데, 의외로 상큼한 면도 많고 말이지요.
오랜만에 브라운관으로 돌아온 장동건과 호흡을 맞추는 김하늘의 조합이 궁금했는데, 첫회라 어색한 면도 없지 않았지만 좋은 예감이 드는 커플입니다. 장동건의 까칠하면서도 허당스러운 매력이 40대 로맨스라는 어색함을 메꿔줄 것도 같고, 김도진이라는 캐릭터와 비주얼적으로는 상당히 어울립니다. 특히 김하늘이 맡은 서이수는 진흙 속의 진주같은 매력이 있는 캐릭터더군요. 고등학교 선생으로 문제 학생들에게 처벌보다는 선도하려고 동분서주하기도 하고, 야구클럽에서 심판을 맡기도 하는 등, 활동적인 캐릭터입니다.
남자들을 편하게 대하다 보니 여자로는 안보고 편한 이성친구같은 느낌으로 대해서 변변한 사랑은 못해본 듯하고, 짝사랑을 하는 캐릭터로 나오더군요. 도진의 친구이자 자기 친구 홍세라(윤세아)의 남자친구이기도 한 임태산(김수로)을 짝사랑해 왔지만, 임태산은 홍세라에게 고백을 하면서 엇갈려 버렸지요. 태산에게 주고 싶어 골프장갑을 선물로 마련했으면서도 전하지도 못하고 말이죠. 태산의 야구단 등번호인 836까지 새겼는데 말이죠.
임태산과 홍세라는 연인관계로 발전했지만, 여전히 이수는 태산바라기입니다. 야구단에서 태산의 웃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의 걸걸한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설레이는 이수지요. 이 남자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죠.
까칠마왕 김도진, 삥뜯고 폭행을 했던 자기반 학생들과 좋지 않은 사건에 휘말린 김도진이 합의거절을 하면서 속을 태우고, 급기야는 그냥 내 뱉어본 말이었는데 장미꽃을 입에 물고 오라는 요구조건을 건 남자,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악몽같은 남자, 이수의 엉덩이를 봤던 그 남자말입니다.
하필 꼬여도 이렇게 재수없게 꼬였는지, 그 남자가 태산(김수로)은 물론, 변호사 최윤(김민종)과도 아는 사이라니 기겁하는 이수였죠. 혹이나 그 일이 태산의 귀에 들어갈까 전전긍긍 장미꽃을 들고 사무실까지 찾아가 저자세로 굽신거렸지만, 얼굴은 좀 생겼는지는 몰라도 매너는 완전 꽝인 김도진이라는 남자는 장미꽃을 귀에 꽂고 앉아서 대기하라네요.
"당신 엉덩이는 내가 지난 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무시무시한 저승사자같은 독설을 뱉은 이남자 상판대기를 그냥 팍 쳐주고 싶은데, 학생들과 합의를 해주지 않을까 걱정이고, 무엇보다 태산에게 그 창피스러웠던 일을 미주알 고주알 이야기할까 시키는대로 할 수 밖에 없는 이수였지요.
태산의 책상에서 세라와 다정하게 찍은 사진을 보는 이수, 그의 책상에 낡은 태산의 가죽장갑이 들어옵니다. 태산의 장갑을 가만히 보고 있는 이수를 보며, 싸늘하게 표졍이 변해 버린 김도진이었지요. 세번의 만남을 운명이었다고 생각했던 도진이었지요. 처음으로 전화번호를 따고 싶었던 여자, 친구 정록(이종혁)의 카페에서 비를 피하는 그녀를 보고 첫눈에 반했고, 올이 풀린 원피스때문에 안절부절하며 쌍방과실이라고 소리를 지르던 그 여자, 야구심판을 보며 "스트라잌!!!" 매정하게 자신을 삼진을 시켜버린 여지가 같은 여자였음을 알았을 때, 도진은 처음으로 자신의 운명이 될 반쪽을 찾은 느낌이었습니다.

길거리에서 미친 사람처럼 혼자 중얼거리다 폴짝폴짝 뛰고, 합의를 해주지 않은 남자가 지난 여름 원피스 사건의 도진이라는 사실에 난감해서 어찌할 줄을 모르고 혼자 열을 냈다가, 식혔다가 하는 여자가 참 귀여웠습니다. 한 눈에 알아봤죠. '이 여자는 내가 40년을 기다리고 있었던 운명이다'라는 것을 말이죠.

장미꽃을 꼽으랜다고 시키는대로 꽂고 앉아있는 여자, 꽃 꽂은 여자가 되어도(사람들을 이런 여자를 미친여자라고 하죠) 학생들을 보호하고 싶어하는 순진하고 순수한 여자, 그래서 몰래 몰래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좋았던 도진입니다.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고, 그녀와 단둘이 있는 사무실에서 도진은 꿈을 꾸고 설계합니다.
아무도 그가 꿈꾸는 유토피아에 들이지 않았던 도진이었죠. 그가 설계한 그의 유토피아는 늘 혼자였으니까요. 그녀가 배시시 웃어줍니다. 온통 그녀의 숨결만이 들리고, 그녀의 귀에 꽂고 있는 장미향만이 가득합니다. 그런 평온하고 평화로운 느낌은 처음이었습니다.
그녀가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태산의 책상으로 눈길을 돌리던 그녀의 눈가가 촉촉히 젖어듭니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떨어뜨릴 것처럼 말이죠. 그녀가 태산을 짝사랑하고 있었다는 것을 금세 알아차렸지요. 빠지직.... 현실로 돌아오는 김도진, 헛꿈을 꾸었나 봅니다.
신사의 품격 첫회, 눈길을 사로잡은 캐릭터는 서이수역의 김하늘이었습니다. 발랄하면서도 터프하고 귀엽고 순진하고 푼수끼도 있어보이는 여선생 서이수는 한마디로 '사랑스럽다'라는 말로 요약되더군요. 김하늘의 매력이기도 합니다. 도진의 친구이자 이수의 짝사랑 상대로 나오는 김수로는 역시라는 말이 나오더군요. 첫회 캐릭터 장악력은 김수로가 확실히 보여주더라고요. 인간적으로도 남자로서도 꽤 끌리는 캐릭터랍니다. 일단 이분도 찜했습니다^^.
김도진이라는 인물은 조금더 지켜봐야 겠지만, 김은숙 작가의 전작 시크릿 가든의 주원과는 조금 다른 느낌의 중후한 멋 이면에, 빈틈이 많은 점이 매력있더군요. 자기복제의 캐릭터 느낌도 살짝 들었지만, 주원이 좀더 나이들은 모습이랄까? 고딩들한테 기 죽어서 얻어터지는 40대 노총각이라ㅎ...
초반 서정적으로 흐르던 분위기가 반전되고, 주인공 김도진과 서이수의 엉뚱한 매력이 터져나오면서 로코물의 대가 김은숙 작가가 만든 새 캐릭터들은 팔딱팔딱 뛰기 시작했지요. 경찰서에 폭행으로 입건되어 조사를 받는 김도진, 증거물로 내놓은 만년필 녹음기를 형사만이 들은 것이 수상하다 싶었는데, 친구들에 의해 폭로되면서 초토화되기 시작합니다. 로맨틱 코미디의 시작을 알리면서 말이죠.
빈틈이라고는 바늘 하나 꽂을 자리도 없어 보이는 김도진이, 고딩들에게 돈을 뜯기고 살포시 존대말로 나약한 모습으로 망가지고, 고등학생들에게 얻어터졌다는 것에 존심상해서 17:2로 싸웠다는 뻥까지 쳐보지만, 22년을 함께 해 온 친구들 눈을 속일 수는 없었죠. 떴다 하면 거의 모든 여자들 눈이 사시가 되어 쳐다본다는 천하의 김도진을 눈앞에 두고도,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서이수에게 굴욕을 맛보면서 어이없어 하는 모습에서 김도진이라는 캐릭터의 재미가 살아나기 시작했지요.
그런데 김은숙 작가의 전작들을 보면 대부분 주인공들에게 깊은 트라우마를 설정하며 극의 반전을 꾀하는 것이 특징이기도 한데, 서이수보다는 김도진에게서 그런 느낌이 전해지더군요. 김도진은 왜 자신의 생활을 만년필로 녹음을 하고 있을까?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말이죠. 녹음을 하는 이유가 이 드라마의 슬픔의 전조가 되지 않을까 벌써부터 걱정이 되더라는... 설마 치명적인 병이 있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겠죠? 작가님, 그런 설정하시면 미워욤!!

사랑스러운 여자 서이수, 두 번은 놓치고 세 번째는 쌩까고 가버리고, 네 번째는 다른 남자를 좋아하는 모습을 보게 되고, 김도진과 서이수가 사랑을 이루는 과정에 어떤 난관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알콩달콩하면서도 순탄지만은 않을 사랑이야기에 시청자도 함께 두근거리게 될 듯합니다. 시크릿 가든으로 현빈-하지원이라는 대박커플을 만들어 냈던 김은숙 작가, 그 신드롬과도 같았던 사랑이야기 2탄이 김하늘-장동건으로 이어질 지 기대됩니다. 장동건과 김하늘이 캐릭터를 어떻게 구축하고 매력있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느낌은 좋네요. 그 흥행신화의 신드롬을 이번에도 이어 주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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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16 11:18




월화드라마 중 유일하게 남자주인공의 연기력이 마음에 드는 드라마가 강력반이네요. 캐릭터의 공감은 물론 훨훨 나는 새처럼, 팔딱팔딱 뛰는 물고기처럼, 연기변신에 성공한 송일국의 잘끓인 육개장 같은 연기는 드라마의 구성이 치밀하지 못하다는 단점도 커버를 하기에 충분합니다. 강력반을 이끌고 있는 배우들의 연기는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아, 오래전부터 그들이 한팀이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기자기한 분위기는 스토리 외의 또다른 재미이기도 합니다. 들으면 괜스레 오금부터 저리게 하는 강력반이라는 살벌한 분위기를 무겁지 않게 해주는 요소들이죠. 
살인사건등 강력범죄를 다루는 강력반이라는 뉘앙스에서부터 음침스럽고 고성만이 난무하는 분위기가 될 수도 있을 법한데, 드라마 강력반에는 유머와 인간미가 그 간극을 메워주고 있어서 보기 편한 드라마에요. 물론 긴장감도 있고, 무엇보다 배우들의 감칠맛나는 꿍짝 연기를 보는 즐거움이 남다른 드라마이기도 하고요.
이번회 수사를 위해 성형외과를 찾은 성지루와 선우선이 성형견적을 내며 빵 터뜨리기도 했습니다. 성형외과 간호사가 선우선을 보고, "그간 너무 방치하셨네요~" 라는 멘트에 빵 터졌네요ㅎㅎ 선우선씨, 견적 안내도 분위기있고 예뻐요ㅎㅎ.
남태식 역의 성지루와 박세혁(송일국) 커플은 코믹하면서도, 형사캐릭터는 잃지 않는 찰떡호흡이 매번 잔잔하게 터트려주고 있지요. 무거운 사건이 터진 긴장감 속에도 곳곳에서 발견되는 코믹 코드들은, 수사물의 팽팽한 긴장감과 완벽한 연출을 기대하는 시청자의 입맛을 충족시키지 못할지는 모르겠지만, 팍팍한 빵을 먹을 때 물이 더 간절해지듯이, 가뭄에 단비같은 유쾌함입니다.

5년을 하루같이, 새우잠을 자는 박세혁의 아픔
빡세 박세혁이 지나가듯 툭툭 던지는 대사들은 순간순간 마치 팽팽한 바이올린 줄이 특하고 끊어져 버리듯, 긴장감 대신 웃음을 주지요. 예컨데 성형외과 의사를 죽인 진범 홍성철을 잡아 CCTV를 파히려고 베란다 외벽에서 로프를 탄 것을 빗대어, "어떻게 신성한 레저를 범죄에 써먹냐? 얘 약간 또라이인 것 같애, 벽타고 내려올 생각을 어떻게 했냐?" 라는 식으로 치고 들어가거나, 조민주(송지효)가 우연히 주운 펜던트 속 사진이 박세혁의 책상에 올려있는 것을 보고, 이게 왜 여기있냐고 묻자, "그럼 내 사진 내 자리에 있는게, 이게 법에 걸리냐? 이게 기사거리야?"라는 대사들이죠. 이렇게 강력반 대본에는 억지로 웃기려고 하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툭툭 터지는 재미가 자글자글 넘쳐납니다. 마치 산적꼬치에서 상큼한 파인애플을 씹는 듯한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조민주가 문제의 팬던트를 가지게 된 이유도 밝혀졌지요. 공허한 눈에 초점을 잃은 남자(박세혁)가 차량이 질주하는 도로 위를 휘적휘적 걸어가는 것을 본 날, 그 남자의 손에 들려있던 팬던트를 조민주가 주웠던 것이고, 자기 아빠 사진이라고 부적처럼 간직하고 다녔던 것이었지요. 5년전 아이스크림 가게를 돌진한 차량에 희생당한 어린 아이의 아버지가 박세혁이라는 것을 알게 된 조민주는 털석 주저앉고 말지요. "이제 박형사님 얼굴 어떻게 보느냐?"는 말에 과거 그 사건과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복선도 느껴지기도 하더군요. 달려오는 트럭의 불빛을 아무런 감정없이 공허하게 바라보는 송일국의 연기가 일품인 정면이기도 했습니다.
빡세 박세혁에게는 연민이 흐르는 아픔때문에, 그가 분노하는 눈빛 속에서도 감추지 못하는 슬픈 눈동자를 보면, 가슴이 저려오게 합니다. 예상대로 허은영(박선영)이 박세혁의 전부인이었음이 드러났는데요, 딸 해인이를 죽게 한 정일도와 '로미오와 줄리엣' 연극을 보며, 다정하게 귓속말을 주고 받는 모습에 벌떡 일어설 수밖에 없는 분노가 통째로 전해지기도 했지요.
허은영의 독설에 한 마디도 못하고, 자신이 해인이를 죽게했다는 죄책감만을 안고 돌아설 수 밖에 없었던 박세혁, 그의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부분은 항상 새우잠을 자는 모습입니다. 집에서도, 강력반 사무실에서도, 박세혁은 쇼파에 찌부러져 새우잠을 자는 형벌을 스스로 자청하고 있지요. 베란다에 다 시들어 죽은 화분처럼, 딸 해인이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그의 삶은 통째로 폐허가 돼버린 5년입니다. 5년을 하루같이 딸을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과 그리움으로 보낸 박세혁이지요.
해인이에게 왜 죽을 수 밖에 없었는지 이유를 들려주기 위해 선생님을 그만두고 형사가 되었지만, 여전히 해인에게는 들려줄 말이 없습니다. 다잡은 이동석(이민우)을 놓쳐버리고 납골당에 가서 해인이의 사진을 쓰다듬으며 우는 박세혁, 해인이처럼 억울한 죽음을 당하지 않게 하기 위해 형사라는 직업에 투신했지만, 여전히 억울한 죽음은 줄줄이 비엔나처럼 나오고 있고, 힘을 가진 자들은 그 죽음마저 힘과 돈으로 빠져나가려고 부정부패를 일삼는 세상이죠.
경찰과 검찰의 위신이 땅에 떨어진 지 오래지요.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권력형 범죄 앞에 속수무책 상부의 지시에 따라야만 하는 경찰조직의 비리까지, 드라마는 직간접으로 치부까지 드러내고 있습니다. 아직은 그 권력에 손을 잡기를 거부하는 정일도 팀장이 최후의 마지노선처럼 보여서, 드라마속 경찰의 치부는 불쾌하기까지 하죠. 최후의 마지노선이 무너지지 않기를 바래야 하는 현실이, 묻혀져 가는 故장자연 사건의 현주소처럼 여겨지고 있으니 말입니다.
5년전 사건의 악연들이 새롭게 가지치기를 하며 인간관계의 복잡미묘함으로까지 전개되면서, 허은영과 박세혁, 그리고 정일도의 삼각관계는 드라마 전체에 흐르는 긴장감이 될 듯합니다. 절제된 연기가 매력인 박선영이 정일도 때문에 딸 해인이 죽었고, 박세혁과 허은영 자신의 삶이 폐허가 돼버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어떤 반응을 할지도 궁금해집니다.
또 하나 허은영의 등장으로 의문점 하나가 새로 생겼다는 겁니다. 허은영이 정일도를 만난 것은 미국에서였지만, 과연 허은영이 정일도가 사고 당일 총을 쏜 형사였다는 것을 몰랐을까 하는 점입니다. 허은영이 유명재단 이사장으로서 사회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하는 새프로젝트가 경찰과 경찰 가족을 위한 후원행사라고 했지요. 갑자기 왜 경찰을 위한 프로젝트를 기획했을까 하는 궁금점이 생기네요. 박세혁과 마찬가지로 그녀 역시도 진실에 대한 분노를 숨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궁금점입니다.
허은영의 첫 프로젝트인 로미오와 줄리엣 연극무대에서 줄리엣 역할을 한듯한 배우가 실제로 독을 먹고 죽어버리는 사고가 다음 강력반에 떨어진 사건인데요, 여순경의 살해사건에서 성형외과 살해 사건, 그리고 연극배우의 죽음 등 드라마에 나오는 사건들이 단순 살해사건들이 아니라는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사건을 풀어가는 강력반 박세혁과 팀원들의 활약은 우연과 운좋은 직감이라는 것이 남발되고 있다는 단점은 있지만, 시원시원하게 미제로 남기지 않는다는 점은 마음에 듭니다. 미궁으로 빠져버리는 사건들을 보면 짜증 제대로 나잖아요. 드라마에서라도 미궁에 빠지는 의문사는 없었으면 싶어서 말이지요.

송일국의 재발견 vs 장혁의 재평가
송일국의 재발견이라고 할만큼 강력반에서 송일국은 까칠하면서도 저돌적인 형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왜 진즉 망가진 모습을 하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들정도로 송일국의 연기변신이 반갑습니다. 마이 프린세스에서 망가진 김태희의 연기를 보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기는 했지만, 송일국은 더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송일국이 청춘 멜로극에서도 자주 얼굴을 보여 줬었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워낙 연기력이 탄탄한 배우이기에 한 번쯤 '일국앓이'의 열풍도 일어났을 수도 있었고 말이지요.
빈틈없이 단정하거나, 굵직한 선만을 보여주었던 전작들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망가진 송일국도 매력적입니다. 특히 연기자들이 우를 범하기 쉬운 것이 터프한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과정되게 건들거리는 모습을 보여주기 십상인데, 송일국에게서는 그 과장됨이 보이지 않더군요. 송일국이 사극에서 보여왔던 강인함의 모습을 재탕했더라면, 옷만 갈아입은 송일국표 카리스마가 되었을 겁니다. 그것이 고개 각도와 눈빛, 그리고 말투의 조화인데, 송일국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강함과 카리스마, 그리고 박세혁이라는 인물의 성격까지 제대로 보여주더군요. 이번의 새로운 캐릭터변신을 통해 송일국의 연기 스펙트럼이 크게 넓어질 것 같습니다.
대개 연기자들이 터프함을 보여주기 위해 소위 각을 잡는 경우가 많지요. 어깨와 목에 힘을 주고, 고개는 비스듬히, 그리고 눈빛을 최대한 강렬하게 쏘아내려고 하지요. 그런데 송일국의 연기를 보니, 최대한 목과 눈빛, 그리고 목소리에 힘을 풀더군요. 인형으로 치면 목이 달랑거리는 인형처럼 말이지요. 그동안 카리스마하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송일국표의 특유한 무게감을 한방에 털어낸 비결이었습니다. 섬세한 감정연기도 자연스럽게 보여 주고 있고요.
이 말을 하는 이유는 마이더스에서의 장혁과 비교가 되어서에요. 쓸데없는 남의 집 이야기 같지만, 미국에서 돌아온 김도현(장혁)의 목에 힘은 더 들어갔고(자연스럽지 못한 과도한 힘이어서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목소리는 분명하지 못하고 질질 끌어서 발성을 하고 있죠. 추노의 대길이 목소리가 김도현에 오버랩되고 있고, 입을 모으고 쏘아보는 표정 역시 대길이와 판박이입니다. 추노의 대길이가 워낙 강렬한 캐릭터였기에, 장혁은 다음 작품에서는 대길이 옷을 벗는 것이 급선무였음에도 털어내지 못한 것은 좋아보이지는 않거든요. 추노의 대길이로 완벽하게 빙의된 모습을 보여 준 장혁, 그의 연기가 새로워 보이지 않은 것은 캐릭터 변신을 위한 연구가 부족했기 때문은 아닌가 싶어 아쉽습니다.
제 경우 월화드라마 세편을 시간나는대로 챙겨보는데, 특별하게 강렬한 스토리로 와닿는 작품은 솔직히 없습니다. 짝패가 그나마 스토리에 대한 기대감은 있지만, 주연 남여배우 천정명과 한지혜의 몰입을 방해하는 연기의 심각한 문제때문에, 스토리에 무게감을 얹지 못하고 있어서 속상할 정도이고요. 스토리는 거기서 거기인데, 그나마 남자주연들 중 송일국의 연기가 스토리를 떠나, 드라마를 보며 짜증나게는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좋네요. 하나의 사건을 깔끔하게 끝내버리고, 새로운 사건으로 넘어가는 전개도 상큼스럽고요.
처음 마이더스에 걸었던 기대와는 다르게 배신과 복수, 애증과 음모라는 식상한 늪에 빠지기 일보직전인 마이더스, 천재적인 두뇌의 변호사 김도현이라는 인물은 돈에 대한 욕망을 쫓는 기업사냥꾼의 하수인으로 전락하고, 그 캐릭터의 매력마저 상실하고 있는 중이지요. 대길이에게 푹 빠져있었던 장혁의 미친 연기력에 비하면, 마이더스에서는 주연배우의 존재감마저 떨어지고 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 윤제문의 연기력이 주연 남자배우를 제압해 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에요.
동시간대 강력반 형사로 돌아 온 송일국과 마이더스에서 돈이라는 욕망의 전차를 탄 변호사로 돌아 온 장혁을 보며, 딱 떠오른 단어가 '송일국의 재발견과 장혁의 재평가'였습니다. 뭐랄까, 한 쪽은 연기의 내공이 느껴지고, 한쪽은 연기의 거품이 거둬진 것같다고 할까, 그런 느낌입니다.
개인적인 시청평이지만, 장혁의 경우는 뭔가가 부족한듯 아쉽습니다. 작품도 다 인연이 있다는 말이 있던데, 시크릿 가든에서 애초에 주인공을 장혁이 맡기로 했었다고 하는데, 마이더스의 장혁을 보고는 시크릿 가든의 주원역을 했더라면, 그렇게 폭발적인 반응이 일어났을까?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네요. 드라마 초반인데도, 마이더스의 김도현이라는 캐릭터는 장혁에게 어울리지 않는 옷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됩니다. 옷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여담이지만, 장혁 코디언니, 제발 옷좀 잘 입혀줘요. 변호사 격 떨어지는 와인색 코트가 뭐랍니까ㅠㅠ 우리 딸이 보고는 이런 옷을 입히는 것은 범죄행위라네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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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15 11:06




송일국이라는 이름에는 제왕 혹은 장군의 포스가 따라 다니지요. 그간 송일국이 출연했던 대부분의 작품에서 송일국이 연기한 캐릭터가 만든 이미지때문일 겁니다. 시청률 실패작이었던 신불사 역시도 시대만 달라졌을 뿐, 제왕의 카리스마가 넘쳤던 작품이었지만, 송일국의 연기력도 연출과 대본의 허접함을 메꿀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송일국이 허름한 밀리터리 룩에 헝클어진 머리를 하고, 강력반에 첫 등장을 했을때, 저는 옳거니 했습니다.
배우란 모름지기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그 배우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게 하고, 굳어진 이미지에 변신을 꾀할 수 있는 빠른 길이었기에, 송일국에게 새로운 모습을 확인하고 싶었거든요. 개인적으로 빡세라고 불리는 박세혁 형사로 변신한 송일국은, 그동안 보지 못했던 진가가 나타나고 있는 꽤 매력적인 인물이라 생각되더군요. 시청자의 드라마 취향이 다르겠지만, 강력반의 빠른 호흡과 다양한 사건들을 단편영화처럼 촘촘히 엮어가는 형식이 마음에 들고, 긴장감과 몰입도면에서 싸인에 이어 높은 평가를 하고 싶습니다.
싸인과 쌍둥이같은 강력반, 흥미로운 사건은 계속된다
강력반은 사건을 전개하고 인간관계의 얽힘이 싸인과 무늬만 다른 쌍둥이라고 표현해도 될 만큼 비슷합니다. 싸인과 강력반은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범죄를 통해 사회부조리와 부패를 드러내고 해부한다는 점에서는, 그 태생이 같을 수 밖에 없습니다. 다른 점이라면 싸인이 국과수의 사체부검실에 들어온 시신을 중심으로 사건들을 드라마 속에 풀어 나갔다면, 강력반은 사건 자체가 모티브가 되어 스토리를 풀어나간다는 것이겠죠. 싸인은 국과수 부검실이었다면, 강력반은 범죄가 일어난 현장이 무대가 됩니다. 
5년전 딸 해인이를 잃고 복수와 죽음에 대한 비밀을 파헤치려는 형사 박세혁(송일국)은 집착증에 사로잡혀 있는 인물이지만, 집착증의 실체가 부성애와 사건에 대한 의문점이기에, 그 캐릭터마저 설득력있게 다가옵니다. 임신중인 약혼녀를 잃은 이동석(이민우)의 실체가 보석절도범이었다는 것이 드러나는 순간, 그리고 장일도(이종혁)가 진짜 총을 쏜 이유에 대한 비밀이 있음을 암시하는 순간, 드라마는 개인적인 원한이나 보석절도라는 단순한 스토리가 아닌, 거대한 집단 혹은 권력형 범죄로 의혹을 품게 합니다. 5년전 장일도에 의해 죽은 유명철 사건은 드라마 강력반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이 되겠지요. 이 점에서는 싸인에서 서윤형 사건이 시작점이자, 종결점이었다는 것과 같은 모양새입니다.
큰 줄기가 되는 5년전 사건에 하나씩 터지는 사건들을 퍼즐조각처럼 맞춰가는 형식 역시 싸인을 연상시키지만, 싸인처럼 싸이코 패스에 의한 무차별 살인사건들과는 달리, 이유와 목적이 분명한 사건들이라는 점에서는 범죄심리를 동원한 추리를 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싸인에 비하면 친절한 드라마입니다. 드라마 강력반은 범인을 애써 감추지 않습니다. 미스터리 형식이라는 심리수사극을 탈피한 전개로 시청자들을 시원하게 한다고 할까요?

성형외과 의사 죽인 범인은 누구?
이번 성형외과 의사 살해사건도 용의자를 대거 등장 시켰지만, 진범일 가능성이 큰 범인을 짐작케 하는 단서들을 곳곳에 던져주었습니다. 성형부작용으로 얼굴이 망가져 버린 오영주, 더구나 그녀의 집에는 죽은 김석규의 사진과 강성철 성형외과 의사 사진에 난도질을 한 흔적이 있었고, 범인으로 의심할만 증거를 보여 주었지만, 진범이 아닐 가능성이 90%입니다. 그보다는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고 있다는 남동생이 더 의심이 가는 상황이죠.
제가 생각하는 진범은 김석규의 친구이자 스타 설희와 모종의 삼각관계에 있었으리라는 생각이 들게 했던 강성철입니다. 기획사 SU 엔터테인먼트 민사장과 공모했을 것이라는 짐작도 들지만, 병원처치실에 누워있던 김석규를 두 눈 뜬 상태에서 커터칼로 난자질을 한 것은 전문가의 소행이라는 짐작이 들게 했죠. 김석규는 얼굴 전체에 성형시술을 받았고, 과다출혈로 사망에 이르렀지만, 그는 전신마취가 아닌 부분마취상태에서 자신의 얼굴에 칼질을 해대는 것을 속수무책 당하고 있어야 했습니다.
설희는 범인이 수술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화를 걸었던 나비의 주인공이었지만, 조민주(송지효)에 의해 찍힌 사진으로, 사건 당일 병원에 왔었다는 결정적인 증거를 남겼지만, 수술실에 있었던 정체불명의 살인범은 아니었죠. 범인은 강성철일 가능성이 커보입니다. 강성철은 박세혁(송일국)과 만난 자리에서도 허점을 누설해 버렸지요. 당일 알리바이가 있다며, 자신의 집 빌라 출입구에 설치된 CCTV를 확인하라고 한 것이었죠. 이말은 오히려 CCTV의 조작가능성에 무게를 두게합니다. 또한 죽은 김석규의 병원구조와 마취제가 있던 위치들까지 소상하게 알고 있었다는 것은 면식범이었으며, 병원업무를 알고 있는 전문인이었을 가능성이 크고요.
결정적으로 강성철이 범인일 가능성이 큰 이유는 형사에게 오영주를 고의적으로 누설했다는 점입니다. 커터칼로 난자를 했다는 말에 의료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라며 강성철의 병원에서 난동을 피운적이 있었다는 말로 오영주를 범인으로 몰고 가려했다는 점이죠. 오영주의 인생이 망가진 것에 대해 성형외과 의사를 죽일 살인의 동기는 충분했을 테니 말이지요.
이번회 궁금했던 박선영이 우아한 모습으로 등장을 했는데요, 납골당에 해인을 찾아 온 것으로 보아 박세혁의 전부인이지 해인의 엄마인 듯 하더군요. 재단 이사장 허은영이라는 인물로 정일도(이정혁)와 미국에서 친분이 있었다는 말을 들으니, 삼각관계의 기류도 느껴지더군요. 물론 한쪽에서는 다른 애정전선이 무르익을 기미가 보이고 있지만, 박선영의 등장이 드라마에 변수를 줄 지도 기대가 되네요. 
저는 송송커플의 알콩달콩 어리숙한 모습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아무튼 이 커플도 꽤 달달하게 마음을 설레이게 할 것 같더라고요. 기획사 사장과 강성철, 연예인 설희가 만난 장면을 찍다가 쫓기던 조민주가 길가에 버려진 세탁기에 숨어있다가 전화를 받고 온 박세혁을 보자 긴장이 풀린 장면이 있었는데, 무심한 듯 거친 남자 박세혁이 짐짝처럼 송지효를 어깨에 걸치고 엉덩짝을 톡톡 두드리는 에피소드도 꽤 달달했답니다.
송일국의 변신, 숨길 수 없는 연기력의 진가 보여주다 
송일국의 변신이 큰 화제가 되지는 않은 것 같지만, 강력반에서 송일국은 여러가지 얼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깽판치는 반항아 형사에서 날라리같은 형사, 언제라도 수 틀리면 사표를 내던질 각오가 된 듯한 무대뽀 형사 모습까지 거친 야성미를 품어내고 있는데, 간간이 나오는 유머감각도 매력적입니다. 남태식 형사(성지루)와의 환상호흡은 드라마를 감칠맛있게 살려주고, 장일도(이종혁)와의 대립에서는 날 선 감정들을 드러내며, 마치 분노에 포효하는 들짐승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특히 송일국의 연기를 보며 감성적으로 많이 달라졌다는 느낌을 가지게 한 부분이, 지긋이 누르는 듯 보여주는 딸 해인에 대한 그리움 부분이에요. 오버스럽게 분노하지도, 오버스럽게 애달파하지도 않는 깊은 슬픔과 그리움이 배인 눈물 한줄기는 송일국의 또 다른 감성연기를 발견하게 합니다. 그간 송일국이 자식에 대한 절망적일 정도의 깊은 그리움과 슬픔을 표현하는 모습을 한 번도 본적이 없었어요. 그래서 아버지가 된 송일국이 낯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콧날이 시큰해지게 부성애를 보여주더군요. 5년이나 지난 일이지만 매번 딸 해인을 찾아가 눈물을 한웅큼 쏟아내는 박세혁, 가슴에 묻은 딸아이에 그리움을 연기자가 아닌 진짜 아빠의 모습이 전해지는 슬픔에, 시청자도 함께 그리워하게끔 하는 것이 송일국 연기의 진가지요. 
강인한 카리스마만 보여왔던 송일국에게서 송지효와 티격태격 싸우는 모습은 한대 쥐어박고 싶은 차가움은 있지만, 봄바람 같은 따스함을 느끼게도 하고 묘한 매력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 감정적인 기복들을 너무나 매끄럽게 연결하기에, 빡세라는 캐릭터의 복잡한 내면마저도 한 흐름으로 연결되고 있고요. 드라마를 보다보면 연기자의 감춰진 내면들이 들어날 때, 그 캐릭터가 보여준 모습이 극과 극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지요. 마치 징검다리를 보는 것 같은 느낌말입니다.
그런데 송일국은 그 징검다리 사이사이에 작은 돌들을 연결해 놓은 것처럼, 섬세한 감성코드들로 매끄럽게 연결을 시키고 있습니다. 송일국 연기의 장점은 감정기복이 심한 캐릭터라 할지라도 그 연결 매듬새의 간격을 넓히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멀리서보면 징검다리처럼 보이지만, 촘촘히 연결된 돌다리처럼 말이지요. 왕과 장군의 위엄대신 까칠하고 반항적인 터프가이 형사로 돌아 온 송일국, 그 동안 선 굵은 연기속에 묻혀있었던 섬세한 내면 연기를 강력반에서 잘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감성적인 코드와 유머까지도 적절하게 보여주며, 그 캐릭터가 둘쑥날쑥하게 하지 않게 하는 균형감각은 송일국의 큰 장점이자 숨길 수 없는 연기력입니다.
드라마 싸인이 그랬듯이 한 편 한 편 단편영화처럼 구성해가고 있는 강력반, 이 드라마의 장점은 뭐니뭐니해도 동적이라는 점입니다. 테이블에 앉아 입씨름하고 머리굴리며 감정싸움을 하는 드라마가 아닌, 몸으로 뛰는 드라마라는 것이죠. 한 사건이 해결되고 다른 사건으로 넘어가는 간격도 짧아서, 지루하지 않다는 점도 장점이고요. 드라마를 보며 스트레스를 받는 것을 싫어하는 취향이라면, 강력반에 흥미를 갖는 것도 월화 저녁시간을 즐기는 방법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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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27 07:32




추노 최종회에서 가장 눈물을 많이 흘렸고, 인상깊었던 업복이의 최후는 드라마 추노에 관통하고 있는 분노, 울분, 설움, 희망, 그리고 살아 남은 자들의 과제까지 아우르는 가장 중요한 장면이었습니다. 추노의 주인공은 업복이와 초복이라는 노비들, 가장 낮은 자 민초들이었습니다.
화려한 짐승남들의 저잣거리 무용담 속에서도 노비들의 이야기는 조용히 진행시켜 왔어요. 특히 과거 관동포수로 이름을 날렸던 업복이였음에도, 소심하고 조용한 성격은 민초들이 그만큼 힘없는 존재들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의도적인 연출이었다고 생각해요. 마지막 호랑이의 포효보다 강한 분노 한 방을 위해 숨죽이고 살게 했었지요. 하지만 조용한 사람이 더 무섭다고 업복이는 그 누구도 하지 못한 일을 해 낸 이름없는 영웅이었습니다. 
추노 최종회 최고의 명장면은 업복이가 궁궐로 들어가 화승총을 날리고, 붙잡혔던 15분여의 장면이었습니다. 대길이의 죽음은 뜨거운 사랑을 받은 주인공의 죽음이라는 것에, 그리고 이대길을 연기하는 장혁의 눈부신 연기에 감정선을 끓어오르게 했다면, 업복이는 그 담대함과 죽음 자체에 대한 의미가 컸던 부분이었어요. 제가 업복이의 죽음 부분을 따로 정리한 이유는 추노의 메시지가 업복이에게 함축되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우리같은 노비가 있었다"
초복이를 월악산 영봉으로 보내고, 노비당 동지들을 향해 장례원으로 간 업복이는 처참하게 살해된 동료들의 시신과 수색하는 관원들을 보게 됩니다. 마지막 숨 한자락이 붙어있던 끝봉이로부터 이 모든 것이 그분 그놈이 한 짓임을 알게 되었지요.
"업복이랑 도망 가 둘이 살아. 무섭다, 그 놈들 정말 무서운 놈들..."이라며 끝봉이가 숨을 거둘 때 업복이의 그 울음이 아직도 눈물나게 합니다. 업복이 공형진은 가슴 밑바닥에서 끌어 올라오는 슬픔과, 끝봉이 이름만 애타게 부르면서도 슬픔의 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절절함을 소름끼치게 표현했습니다. 가장 친했던 친구의 죽음을 보고도 소리내어 울지도 못하고, 터져 나오는 곡성을 참으며 입만 벌리던 그 상황이 너무나 가슴 절절하게 와닿은 장면이었어요. 공형진의 소름끼치는 연기에 찬사를 보내고 싶습니다.
업복이는 노비당 그분이 무엇때문에 '노비들도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자', '양반세상을 뒤엎고 노비가 주인이 되는 세상을 만들자' 라며 노비들에게 환상을 심어주고 희망을 주었는지, 왜 노비들을 이용해 양반사냥을 했었는지 이유를 모릅니다. 아마 죽을 때까지 모르고 죽겠지요. 일을 꾸민 좌의정 이경식과 그분(그놈)을 죽여 버렸으니까요. 
업복이는 봤어요. 선혜청 습격의 성공으로 들떠 궁궐로 쳐들어 가자며, 내일이라도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거라고 흥분하고 기대에 찼던 자신들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를요. 홀로 가 본 궁궐의 담장은 성처럼 높고 견고했고, 지금까지 가장 커 보였던 주인양반집 문과는 비교도 안되게 높고 컸다는 것을요. 또한 좌의정이 그분을 시켜 자신들을 이용하고 버리려 했음을요. 
죽은 끝봉이에게 업복이 울며 말하지요. "내는 초복이 없으면 못 살 것 같다야, 갸가 먼저 가서 기다린다 그랬는데...." . 기다리고 있는 초복이에게 얼마나 가고 싶었을까요. 조용히 숨어 둘이 일콩달콩 살고 싶었을 업복이에요. 하지만 업복이는 알았어요. "그럼 세상은 누가 바꾼대요?" 라며 동지들에게 보냈던 초복이가 누구보다 자신의 결정을 잘했다고 할 것이라고요.
"내는 개죽음 당하지 않을 거라니, 우리가 있었다고, 우리 같은 노비가 있었다고 세상에 꼭 알리고 죽을 거라니, 그렇게만 되면 개죽음은 아니라니, 안 그러나 초복아?" 
초복이에게 전해지지 않을 말이었지만, 여느 장수보다 멋지고 여느 혁명가보다 뜨거웠던 노비 업복이의 출정식 결의였어요. 총 네자루를 지고 광화문을 향해 당당하게 선 업복이는 광화문 수문병을 총으로 쏘고 궁궐로 진입했지요. 궁궐로 들어가는 업복이의 표정은 두려움없이 담대했고, 화승총을 든 손은 한치의 떨림도 없었어요. 양반들을 죽이면서 수없이 고민했고, 마지막 방아쇠를 당기기 전에 주춤거리기도 했던 모습과는 너무도 다른 업복이의 모습이었어요. 궁궐로 들어가면서 반짝이 아버지를 돌아보며 지었던 쓴웃음은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을 업복이의 표정같습니다.
그 분을 시켜 노비들을 이용한 우두머리가 좌의정임을 알게된 업복이는 좌의정을 향해 총을 겨눴습니다. 수하 뒤에 숨는 좌의정의 공포에 떠는 모습은 좌의정의 죽음보다 통쾌해 보였어요. 칼을 들고 덤벼드는 그분을 향해 한방, 변절자 조선비가 누구인지 모르지만 한방, 그리고 좌의정을 향해 한방을 쏘고는 붙잡히고 말았지요.
바닥에 누운 업복이와 궁궐 밖 반짝이 아버지의 시선이 교차되는 장면, 그리고 반짝이 아버지가 두 주먹을 불끈 쥔 장면은 추노에서 하고 싶었던 말, 드라마에 시종일관 흘렀던 민초들의 분노, 꺾을 수 없는 희망과 의지를 보여주었던 최고의 명장면이었습니다. 
자신의 딸이 양반의 저녁 노리개로 팔려 가는 것을 보면서도, 슬픔이외에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했던 반짝이 아버지였지요. 반짝이 아버지의 주먹은 새로운 업복이로 이어질 것임을 보여주는 장면이었고, 순종하는 역사가 아닌 항거하는 역사가 이어질 것임을 암시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업복이는 닫혀가는 궁궐 밖 세상을 향해 외쳤어요. "노비도 사람이다" 라는 것을요.  '분노하지 않는 순종은 굴복이며, 희망도 없다'는 것을요.

좌의정 이경식의 죽음이 나오지 않은 이유
업복이가 궁궐로 들어가 총을 쏜 사람은 그분과 조선비, 그리고 좌의정 이경식을 향해서 였어요. 이들 세사람을 향한 업복이의 총구가 달랐어요. 그분과 조선비를 향해서는 관동명포수답게 한 번에 심장을 명중해 버렸지요. 그런데 좌의정 이경식의 죽음 장면은 좌의정을 향해서 총은 쐈지만, 좌의정 이경식이 쓰러지는 장면과 굴러떨어지는 관모만으로 좌의정의 죽음을 암시했지요. 저는 감독의 연출이 이렇게 담대하고 세심하게 함축적인 메시지의 복선을 깔았다는 데서 놀랍고 존경스러웠습니다.
업복이가 죄의정을 쏜 부위는 어디였을까요? 바로 좌의정의 머리였어요. 양반들 대갈통에 구멍을 내겠다는 말을 업복이가 늘 했었지요. 좌의정은 양반계층의 최고 지위에 있는 상징적인 인물이에요. 그 양반들 대갈통을 향해 업복이가 총을 쐈던 것이지요. 드라마 추노는 매회 선혈이 낭자한 죽음이 이어졌지만, 좌의정 이경식의 죽음만은 화면에서 처리하지 않았어요. 굴러떨어진 벼슬아치들의 상징인 관모로 좌의정의 죽음과 함축적인 의미, 그 모든 것을 보여 주었어요. 
도망노비와 양민들을 추쇄해서 그들을 북방으로 올려 성을 축성하자는 의견을 인조 임금에게 주청하고 나오던 좌의정 이경식을 죽인 곳은, 놀랍게도 조선의 중요한 정치를 논하던 근정전 입구인 근정문 앞이었습니다. 업복이는 좌의정의 몸뚱아리가 아닌 양반이라는 지배계층의 머리를 향해 총을 쏜 것이었어요. 업복이는 양반들의 지배논리와 의식, 백성을 도탄에 빠뜨린 썩어빠진 정치를 향해 쏴 버린 것입니다. 
많은 이들이 세상을 바꾸자고 혁명을 노래했지만, 모두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업복이의 혁명은 성공했습니다. 썩은 사회의 정점에 있는 좌의정을 죽였다는 점, 그 하나만으로도 새로운 세상은 한걸음 가까워졌기 때문이에요.

가볍지 않은 업복이의 죽음
또 하나 업복이의 최후를 보며 새삼 놀라웠던 것이 있었습니다. 업복이의 죽음은 비록 화면으로는 나오지 않았지만, 업복이가 최후를 맞이 한 장소는 어디였을까요? 네, 바로 높디 높은 대궐, 태어날 때부터 왕관을 쓰고 나오는 궁궐 안이었어요.
너무 멋지지 않습니까? 출생과 함께 사람 취급도 받지 못했던 가장 비천하고 힘없는 사람, 이름자 하나 제대로 짓지 않고 그저 생각나는 대로 개똥이, 사월이, 오월이, 초복이, 업복이, 언년이로 불리웠던 노비가 조선에서 가장 큰 집, 가장 큰 힘을 가진 대궐 마당에서 죽었다는 것, 저는 이런 드라마 속 의미들이 너무 멋진 연출들이었고, 그 상징적인 의미에 박수를 치고 싶더군요. 
업복이는 죽어가며 닫혀가는 궁궐문 안에서 반짝이 아버지를 향해 소리치고 있었어요. 우리가 주인되는 세상, 사람이, 백성이 주인되는 세상, 그 세상에 누워 있다. 나는 죽지만 죽지 않는다. 아저씨가 있고, 월악산에 남겨 둔 초복이가 있고, 또 다른 끝봉이, 개놈이가 있는 한 이 싸움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요. 포기하지 말자고요. 희망은 포기하는 순간 내 것이 될 수 없고, 꿈을 꾸는 순간 내 것이 되는 것이라고요. 초복이와 은실이의 대사가 업복이가 궁궐에서 죽어가며 전해 준 메시지인 것이에요. 
"저 해가 누구 건지 알아? 우리 거야. 왜냐면 우린 한 번도 가져보지 못했으니까..."
업복이는 진정한 주인공이었습니다. 새로운 세상을 이루겠다며 혁명을 꿈꿨던 송태하는 동지들의 죽음과 불분명한 명분으로 결국은 원손의 목숨과 언년이를 지키는 것도 작은 희망이라며 개인의 각성으로 이어졌습니다. 대길이 역시 마찬가지에요. 양반 상놈 없는 세상에서 언년이와 평생 함께 살겠다는 꿈을 꾸었지만, 꿈이고 희망이었던 언년이를 잃고 사랑만 쫓는 추노꾼이 되고 말았어요. 물론 송태하나 대길이의 각성과 그 의미가 결코 작다는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업복이는 사랑하는 초복이에게 결국 가지 않는 길을 택했어요. 대길이나 송태하는 사랑을 택했지만, 업복이는 남은 초복이를 위해 세상을 향해 더 나아가는 길을 택했습니다. 아무도 하지 못했던 일, 지엄한 궁궐을 홀홀단신으로 들어가 가장 부조리한 사람 좌의정을 쏴버렸습니다. 좌의정 이경식같은 인물들은 반복해서 나오겠지요. 오포교의 자리에 더 악랄한 육포교가 앉았듯이 말이지요. 그러나 또 다른 업복이와 초복이가 나오듯이 업복이의 외침은 결코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끝나지 않은 민초들의 노래
저는 송태하도 죽었을 거라고 지난 글에서 예상했는데, 여하튼 대길이, 송태하, 업복이는 같은 지점 죽음에서 만났습니다. 죽음을 가장 강하게 거부했던 대길이에게 황철웅이 "이렇게 까지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고 물었지요. 대길이 "저 놈이 세상을 바꾼대잖아, 이 지랄 같은 세상" 이라고 대답해 줬을 때 황철웅은 무너졌어요. 이들이 달리는 이유, 희망의 의지는 결코 꺾을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에요.
대길이 역시 새 세상을 위해 죽었어요. 송태하가 바꾸겠다는 세상, 그 세상과 언년이가 같은 무게였고, 같은 의미였기에 기꺼이 죽음을 택했던 것이에요. 그래서 대길이는 설화에게 이렇게 좋은 날이라고 했을 지도 몰라요. 대길이 그랬지요. 누구나 죽을 수 없는 이유 하나쯤은 있는 거라고요. 대길이가 죽을 수 없었던 이유는 언년이를 찾아야 했기 때문이었어요. 그래서 대길이는 또 죽을 수 있었던 것이에요. 언년이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죽을 수 있었던 것이었지요. 
마지막 대길의 죽음은 언년이와 함께 사는 앙반 상놈 구분없는 세상, 송태하가 꿈꿨던 세상, 업복이가 꾸었던 세상과 명분을 함께 했어요. 청으로 도망가는 길을 택하지 않았던 송태하 역시 마찬가지였고요. 송태하 역시 비겁한 도망이 아니라, 떳떳한 죽음을 택함으로써 언년이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전했어요. 언년이는 늘 송태하가 꿈꾸는 세상에 대해 궁금해 했고 답을 바라고 있었어요. 그래야 자신도 나리를 따르지 않겠느냐고요. 언년이에게 송태하가 "청으로 가지 않습니다" 라고 했을 때 고맙다고 했던 이유는 송태하가 또 다시 도망자의 길을 택하지 않겠다고 말해줘서 고맙다고 했을 겁니다.  
'세상은 꿈꾸는 자의 것이다', '희망은 꿈꾸는 자의 것이다' 라는 말이 있지요. 드라마 추노는 이 희망을 놓치지 않는 한, 희망을 이루겠다는 의지가 살아있는 한 실패는 있어도 절망은 없음을 말하고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마지막 대길이가 태양을 향해 활시위를 당기는 모습은 끝나지 않은 혁명, 민초들의 노래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 한 계속될 것임을 말하는 것입니다. 
업복이나 대길이는 죽었어도 죽지 않았습니다. 드라마가 끝나고도 긴 여운이 가시지 않는 이유는 죽음으로 희망을 말했던 그들의 이야기가 우리들 가슴에 살아있고, 그들이 사랑했던 사람들이 우리들의 누이, 형제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추노 시즌 2로 그 이야기를 계속 해주었으면 싶네요. 
추노의 모든 출연진과 제작진에게 박수를 보내고 수고하셨다는 말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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