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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3.11 '넝쿨째 굴러온 당신' 김남주, 박수치게 만든 통쾌했던 개념분노 (10)
2012.03.11 11:29




넝쿨째 굴러온 당신 5회는 유독 통쾌한 웃음을 준 장면이 많았습니다. 작가의 톡톡 튀는 대본이 김남주를 통해 전달되는 순간 박수를 치게 만들었지요. 극중 차윤희(김남주)와 테리강(유준상)의 첫만남 에피소드를 다룬 내용이기는 했지만, 힘없는 소시민들이 한 번 쯤은 겪었을 법한 병원 에피소드는, 통쾌함을 넘어서 통렬한 일갈처럼도 들리더군요.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유독 문턱이 높은 곳 중의 하나가 병원입니다. 환자와 의사, 혹은 환자 보호자와 의사의 관계로 만났을 때, 이유없이 기죽는 곳이 병원인 듯 싶어서 말이지요. 서림대학 병원 변박사를 섭외하러 갔던 차윤희는 환자를 대하는 의사의 이중적인 태도를 목격하게 되지요.

회진을 도는 중 자기 할 말만 하고는 환자의 말에는 귀기울이지 않는 의사, 더구나 어린 환자를 앞에 두고 보호자에게 가망이 없으니 퇴원조치를 하라는 말은 귀싸대기를 올려주고 싶더군요. 다른 환자를 위해 침대를 비워달라며, 가망도 없는데 병원에 죽치고 있는 것은 민폐라고 말하는, 그런 싸갈통 머리없는 의사가 현실에도 있다면 고발조치감이었습니다. 그 박사 이름이 참으로 어울리게도 변박사라지 뭡니까?ㅎㅎ
뭐 이런 개막장 의사가 있나 싶었는데, 차윤희가 아~주 시원스럽게 묵사발을 만들어 버리죠. "변박사님! 제가 섭외를 해야 하기 때문에 웬만하면 참았을텐데요, 난 대한민국에 의사가 당신 하나라고 해도 절대 섭외안합니다. 아파서 병원에 와있는 아이, 실력부족해서 못고쳐 준 것 미안해 해야 하는 것 아니에요? 무슨 공장부품 골라 내세요? 쓸만한 것, 고장난 것? 아니면 닭 골라 내세요? 병든 닭, 멀쩡한 닭? 그러고서도 어디서 인터뷰하면 의술은 인술이니 어쩌니 하면서...어휴 가증스러워 진짜. 내가 깜짝 속아서 차비아깝게 여기까지 왔네요. 앞으로 그렇게 살지 마세욧!!. 여기있는 사람들도  눈도 있고 귀도 있거든요. 금방 소문나요. 이 병원에 인격장애자가 의사옷 입고 막 싸돌아다닌다고요!".
이 모습에 홀딱 반한 테리강(유준상), 말 그대로 콩깍지가 씌워진 날이었습니다. 차윤희를 쫓아가 다짜고짜 사귀자고 함박웃음을 짓는 테리강이지요. 그런 인연으로 테리강과 차윤희의 인연이 시작되었고, 병원 훈남의사에 시댁도 저 멀리 미국에 떨어져 있는데다가 양부모이기 까지 했으니, 차윤희가 고르고 고르던 이상형 남편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었죠. 
뒷수습은 좀 껄끄럽기는 했지만, 여사장(전수경)과의 외도를 생계형 바람이라며, 바람 피우러 가는 것이 직장생활이라는 궤변을 늘어놓는 남남구(김형범)와 여사장에게 한 방 먹인 일숙이의 백화점 쇼핑사건도 잠깐은 통쾌하더군요. 남남구의 지갑에서 카드를 빼내 동생들을 부른 일숙이, 명품매장을 돌며 순식간에 수백만원 쇼핑을 해버리지요. 미용실에서 카드사용내역 알림을 확인받는 여사장이 도난카드로 신고하는 바람에 경찰서에 붙들려 오기는 했지만, 잠시잠깐은 괜스레 시원해 지기도 하더랍니다. 더 긁어버려 팍팍! 이런 말까지 하고 앉았으니 말이죠.

"남구씨한테 이렇게 해줄 수 있느냐"는 여사장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못하는 일숙, 돈이 뭐라고... 바람피우는 남편에 대한 분노보다는, 당장에 살고 있는 집과 차를 돌려주는 것을 주저하는 일숙의 모습이, 드라마지만 아주 비현실적인 설정만은 아닌 듯 보여서 뒷맛이 씁쓸하기는 합니다.
햇빛도 들지 않는 지하 단칸방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일숙, 민지교육을 먼저 걱정해야 하는 가난한 일숙을, 여자로서 아내로서 인간으로서의 자존심마저도 무릎꿇리는 것이 돈인가 봅니다. 한심한 일숙의 모습을 마냥 비난할 수만은 없는 것이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은 가난이라는 놈인가 싶어, 그런 가난을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래라 저래라 말하기가 힘들기도 하고 말이죠. 
죽일 놈은 여자 등쳐먹는 한심한 남편 남남구(김형범)죠. 제 힘으로 가족을 부양할 생각은 못하고, 여자치맛폭에서 몸봉사(?)를 한 댓가로 받은 돈을 월급이라고 생각하라는 미친 놈(제가 이런 과격한 표현을 사용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남남구같은 인간에게는 더한 말도 하고 싶게 만들더군요)이니 말이지요. 
아직 귀남이가 테리강이라는 것이 밝혀지기까지 시간이 더 걸릴 듯한데, 사기꾼 가짜 귀남이의 치떨리는 연극은 가슴을 졸이게 하네요. 다행히 작은어머니 나영희가 가짜 귀남이를 뒷조사하기는 했지만, 무슨 연유인지 진짜 귀남이가 테리강임을 알면서도 밝히지 않으면서 애간장을 태우고 있지요.
30년간 아들을 기다리는 손윗동서의 심정을 모르지 않을텐데, 더구나 입속의 혀처럼 구는 시어머니(강부자)의 평생 소원이, 손자 귀남이를 만나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그녀가, 가짜 귀남이에게 훈계를 늘어놓는 것이 가증스럽더군요. 그럼에도 양심의 가책은 있는지, 가짜 귀남이의 번지르한 거짓말에 연민같은 것도 느끼는 것을 보면, 뼈속까지 못된 여자는 아닌 듯 보이더군요. 할머니가 가짜 귀남이 등록금을 마련해 주겠다고 예금까지 해약했는데, 그런 사기꾼에게 당하지 말아야 할텐데 걱정이에요.
가짜 귀남이가 사기꾼이라는 것이 밝혀질 수도 있었는데, 가짜 귀남이를 사기꾼 취급했다는 일로 화를 풀지 못한 엄청애(윤여정)로 인해, 테리강이 가짜 귀남이를 의심했던 이유를 결국 듣지 못하고 말았는데요, 그 일로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더 낫다는 속담을 무색하게 하며, 201호와 202호는 정말 친해지기 어려운 견원지간이 심화되고 있지요.
계단 물청소날을 깜빡 잊고(?) 배째라라고 늦잠을 자버린 차윤희, 옥탑방 늙은 고시생이 "참 뻔뻔한 것같아요"라고, 다른 남자와 누워있는(ㅎ) 그의 진짜 아내 김남주를 뒷담화하며, 김승우가 카메오로 웃음을 주기도 했지요. 김남주의 작품에는 빠지지 않고 카메오로 출연해 주는 김승우, 까치집 지은 머리에 붉은 악마 티셔츠까지 받쳐입고, 아이 넷을 낳은 능력남 캐릭터로 깨알웃음으로 외조하고 갔습니다. 이번에는 붙을 자신있었는데, 시험날짜를 헛갈려서 고시를 치르지 못했다는 그의 대책없는 자신감에 빵 터지기도 했답니다.
여튼 등잔밑이 어두워도 한참이나 어두운 방장수네 식구들, 그토록 기다리는 귀남이가 바로 앞집에 사는데도 아직 알아보지 못하고, 오해와 거리만 넓히고 있는 중이지요. 그 중 도저히 화합할 수 없을 것같은 불과 물같은 엄쳥애와 차윤희, 생활습관과 성격이 맞지않아 사사건건 마찰인데, 이번회도 크게 한 건 터졌지요.
현관문 앞에 덕지덕지 붙은 광고전단지, 지저분한 문을 본 엄청애가 딴에는 닦아주려는 마음이었지만, 차윤희에 대한 좋지않은 감정까지 실어 물을 끼얹었는데, 하필 그 순간 치윤희가 문을 열고 나오는 바람에 온몸으로 비눗물을 뒤집어 쓰고 말았지요. 그것도 흠뻑, 아주 흠뻑 말이지요. 엄청애가 양동이를 든 순간 이런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는 것이 예측되었음에도, 너무나 적나라하게 물을 뒤집어 쓴 김남주때문에 웃음이 터졌네요. 공동생활을 하면서 서로가 지켜야 할 규칙에 둔감한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차윤희의 이미지때문이었는지, 살짝 깨소금맛이기도 했고 말이지요.
넝쿨째 굴러온 당신은 드라마이기에 통속적이고 작위적인 상황들도 있지만, 그 속에서도 사회비판적인 시각을 유쾌한 웃음속에 버무리고 있습니다. 직설적이지도, 무겁지도 않으면서, 그렇다고 대놓고 시트콤의 상황을 만들지도 않으면서 말이지요. 병원에서 X박사에게 개망신을 주는 차윤희, 불의를 참지 못하는 정의의 잔다르크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극히 개인주의에 이기적인 속성마저 가진 속물이기도 합니다.
극중 엄청애(윤여정)도 마냥 따뜻하고, 사리분별넘치는 아주머니의 모습만을 가진 것도 아니지요. 마음에 들지 않은 사람에게는 찬바람 쌩쌩 불고, 궁시렁궁시렁 뒷담화도 할 줄 아는 평범한 중년부인이고 말이지요. 드라마 속 캐릭터들이 낯설지 않고 친근한 이유가, 아마도 우리네와 다르지 않은 그런 익숙한 듯한 모습들이 보이기 때문은 아닐까 싶기도 해요.
드라마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튀는 캐릭터들인데도 튀지 않는다는 특징도 있는데요, 그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보니 연기자들이 하나같이 그 배역들을 잘 소화하고 있기 때문인 듯 싶습니다. 남남구와 바람난 여사장 전수경 마저도, 뭔지 모르게 사람을 설득시켜 버리기까지 하더군요. "민지 엄마 내 카드 써보니 어땠어? 자긴 남구씨한테 이렇게 해 줄 수 있어?", 그 말에 일숙이가 느끼는 뭔지모를 패배감을 함께 느끼게 하니 말이지요. 여사장의 골드카드로 수백만원어치 쇼핑을 한 일숙이의, "카드를 써보니 아주 이해 안되는 건 아니더라"라는 자조섞인 한숨에, 바람피우고 돌아다니는 남편과 내연녀 앞에서 오히려 작아지는 심정도 이해가 되고 말이지요.
에피소드와 에피소드들이 만나면서 때로는 불협화음을 가중시키기도 하지만,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전초전들로 보이게 하는 것은, 모든 캐릭터들이 향하고 있는 구심점이 가족이기 때문이겠지요. 서로가 찾아 헤매는 가족임에도 201호와 202호라는 숫자 하나 차이로, 절대 가족이 되지 않기를 바랄만큼 사람간의 거리가 태평양과 대서양만큼이나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그 때문에 테리강이 방장수의 잃어버린 아들 방귀남으로 밝혀졌을 때, 서로가 느낄 당혹감은 상상만으로도 드라마를 흥미롭게 지켜보게 합니다. 하루도 바람잘 날 없는 장수빌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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