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규'에 해당되는 글 17건

  1. 2011.06.10 '최고의 사랑' 독고진의 슬픈 고백, "이건 내 심장이야" (9)
  2. 2010.11.16 '역전의 여왕' 백여진의 이기적인 키스vs여왕의 수호천사 용팔이 (13)
2011.06.10 14:56




한 달이라는 시한부연애를 시작하는 독고진과 구애정, 두 사람이 생각하는 기간은 삶과 죽음이라는 희비쌍곡선만큼이나 의미가 다릅니다. 독고진에게 한 달은 마지막 남은 삶일 수 있기에 마지막까지의 의미이고, 구애정에게는 말 그대로 한달일 뿐입니다. 전부를 걸고 사랑을 시작하는 남자와 시한부 사랑이라 할지라도 사랑하는 마음을 감출 수 없기에 받아들이는 여자, 멈출 수 사랑은 그렇게 두 사람을 죽기살기로 달려가게 만듭니다. 사랑이라는 것은 그렇게 전염병처럼 무섭고 빠르게 이성을 마비시키고, 두근거리는 감정에 흥분하고 설레이게 하지요.
독고진에게 심장은 구애정을 사랑할 수 있는 시간만큼만 뛸 수 있는 것이고, 심장이 뛰는 만큼만 사랑할 시간이 허락되었습니다. 심장이 멈추는 순간 사랑도, 삶도 정지되는 것이니까요. 인공심장에 이상이 생겼다는 말을 할 수 없는 독고진은 자신이 얼마나 못돼쳐먹은 이기주의자인 지를 고백합니다. 다시는 뛰지 않을 수도 있는데, 구애정에게 곁에 있어달라고 붙든 자신에게 대고 그렇게 욕을 해주지요. 사랑해서 보내준다느니, 사랑해서 떠난다느니 하는 말은 독고진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을 소리들일 뿐입니다. 한달만 살더라도, 마지막까지 사랑하다가 떠나는 것이 독고진에게는 덜 고통스럽습니다. 그래서 못돼처먹은 이기주의자라고 스스로 위로하며, 몰래 구애정에게 미안함을 전합니다. 
충전키스로 마음을 확인한 독고진과 구애정, 늦은 시간이라 소풍을 갈만한 곳은 많지 않습니다. 심야영화를 보기도 애매하고 밥을 먹기도 늦은 시간이고, 애기가 된 독고진은 집으로 가자고 땡깡을 부려봅니다. '드럽게 재미없는 소풍'은 구애정이 손 한번 잡아주자, '드럽게 재미있는 소풍'이 되고, 사랑에 빠진 독고진은 사람들 눈을 피해 담요를 뒤집어 쓰는 구애정을 위해 해줄 게 없다는 것이 속상할 뿐이죠. 아니 솔직할 수 없는 자신이 미안할 뿐이지요. 말없이 담요속으로 손을 넣어 구애정에게 미안함을 전해주는 독고진, 구애정도 독고진의 마음을 전달받지요. 구애정이랑 연인관계라고 밝혀버리고 싶지만, 대중의 인기에 희비가 오락가락하는 연예인에게는 사랑마저 세상에 드러내기 힘든 사람들이라는 것에 씁쓸해 할 뿐입니다.
독고진씨 집으로 소풍가자는 말에 입이 귀에 걸리는 독고진, 쭉 뻗은 간지나는 기럭지의 감자를 자랑하지요. "내가 잘 키워서 감자꽃 피는 것도 보여줄게". 감자꽃을 피울 수 있을까, 짧은 순간 만감이 교차하는 독고진의 슬픈 표정을 구애정은 보지를 못하지요. 그럼에도 눈 말똥말똥 뜨고 자신을 보는 구애정이 좋아 죽습니다. 만인이 부러워 하는 고품격 퀄리티 바디를 구애정에게 보여주고 싶은 욕구를, 37살 남자가 참아내기란 힘든 일지요. 부뚜막의 생선을 고양이가 외면하지 못하듯, 참새가 방앗간을 잘 봤수다 라며, 그냥 지나칠 수 없듯이 말이지요. 바늘로 허벅지가 깨범벅이 될 때까지 찌르듯, 300번을 참다참다 구애정에게 충전하러 갔듯, 애간장이 타는 독고진(좀 야한 말로는 몸이 달았다고 표현하죠ㅎㅎ)독고진의 눈빛도 느끼~~해지죠. 성인이니 다 이해합니당^^
그런데 분위기 파악못하고 주책맞게 울려대는 띵똥의 기습이 있었지요. 술에 취한 재석의 에로버전 독고사랑때문에 구애정의 표정은 '으악'이었지만, 시청자는 깨알같은 재미에 그저 웃지요. 더듬더듬 독고진의 몸을 탐하는 술취한 석, 오해할만한 과한 더듬이였습니다. 그래도 귀요미 한쌍이라 쿨하게 패스~. 재석때문에 위험수위에서 제정신으로 돌아온 독고진, 질주하는 야수본능을 적절한 타이밍에 막아준 재석에게 칭찬 한마디 날리는 독고진입니다. "매니저로서 잘했어, 궁디톡톡".  
독고진은 주변정리를 하기 시작합니다. 미래가 불투명한 이때 구애정과 왜 시작했느냐는 문대표의 질문에 독고진은 인생 '도 아니면 모'라고 '최악아니면 최고'가 될 거고 하지요. "최악의 스캔들일 거야. 그런데 나에게 마지막이 오면 최악이 아니라 최고가 될 수 있어. 죽으면 모든게 미화되잖아. 살아서 구애정 좋아한다고 하면 추락이고, 죽어서 구애정 좋아했다고 하면 미화되고... 그런게 이미지잖아. 그러니까 쭉 최고의 이미지를 지킬 거야. 잘못되면 그거 다 구애정 주고 갈거야".
독고진은 살 수 있다는 것보다는 죽을 수 있다는 것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삶에 대한 애착이 강할 수록 죽음의 공포 또한 비례하듯이, 살고 싶은 욕구가 강하기에 죽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지요. '살 수 있어'가 아닌, '살고 싶다'는 생각에서 죽음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더 읽혀지듯이 말이지요. 담당의사에게 고칠 수 있느냐고, 실력이 떨어졌으면 다른 의사를 찾겠다고 엄포를 놓을 정도로 독고진은 살고 싶습니다. "고쳐주세요, 정말 드럽게 살고 싶습니다".

그럼에도 잘못되면 구애정에게 주고 갈 것들을 만들기 위해, 구애정이 대타로 맡은 섹션TV 첫 데이트 스타로 나가, 폭탄고백까지 해버리지요. 강세리와 결별했다는 것을 밝힌 것이지요. 구애정의 첫 인터뷰로 특종을 잡게 한 것이지요. 주유소에서 사람들 눈을 피하기 위해 담요를 뒤집어 써야 했던 구애정에게 TV프로를 빙자해 데이트를 신청한 영리한 독고진, 구애정과 연인관계라는 것을 밝히거나 공개데이트를 하는 것은 구애정을 위해 할 수가 없습니다. 국민비호감 구애정에게 최고의 스타 독고진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천만대군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백만안티와는 급이 다른 추락이지요.
떡볶이도 함께 먹고, 오락실에도 가고, 남들처럼 그렇게 평범한 데이트를 해보는 두 사람입니다. 악세서리 가게에서 구애정에게 하트 목걸이를 선물하는 독고진, 잘 어울린다며 구애정만이 알아 들을 수 있는 고백을 하지요. 구애정은 눈만 뻐끔뻐끔하고 말았지만, 방송에서 대놓고 사랑한다고 고백은 못하고 돌려말하는 독고진, 겉으로는 웃고 있었지만 속마음은 슬퍼 보였습니다. "구애정씨? 하트". "구애정 사랑해"를 그렇게 센스있게 고백하는 독고진입니다. 그럼에도 생명이 느껴지지 않는 하얀 하트는 그의 고장난 심장처럼 불길한 느낌을 전해주네요.ㅠㅠ 왜 빨간 하트가 아니고, 하얀 하트였냐고요?? 새드엔딩의 복선이라면 미워할거얌!!
떠날 준비를 하는 독고진과 달리 다른 곳에서 마음정리를 하는 아무나 한의사 윤필주, 퍼즐을 다 맞추고도 구애정을 떠나보내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니, 마음 한구석이 짠해져 오더군요. 완벽남의 사랑까지 독차지하는 구애정은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봅니다. 질투작렬입니다ㅎ. 독고진의 심장 재수술 사실을 알고 따지러 온 윤필주가 아무래도 결정적인 사랑의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니, 끝까지 손해만 보는 멋진 남자로 남을 듯 싶네요.
윤필주가 독고진의 심장상태를 알게 되었는데, 아무래도 아무나 한의사 독고진에게 한 대 맞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감자싹 화면을 보여준 것처럼, 구애정에게 사실을 발설할 것 같아요. "구애정한테 얘기하면, 아무나 한의사 넌 죽어"라고, 독고진이 무섭게 경고했는데도 말이지요. 구애정이 힘들어 하는 것보다는 자신이 힘든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윤필주, 바보같은 사랑이지만 그것이 윤필주식 사랑입니다. 
떠나야 함에도 사랑하기에 보내지 않는 이기적인 남자 독고진, 사랑하기에 보내주는 이타적인 남자 윤필주의 사랑은 어떤 사랑이 최고인지 판가름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사랑은 쟁취하는 것이라는 독고진식 충전기 사랑에 딱 1점만 더 주렵니다.  
강세리의 눈물이 진심이었듯이 두 사람이 마음 잘 정리해서, 사랑의 화살표를 이번에는 제대로 날렸으면 합니다. 강세리와 윤필주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 있거든요. 강세리가 나쁜 짓을 많이 해서 밉상이기는 하지만, 국보소녀를 해체하자고 한 사연을 알게 되면, 장실장의 뒷통수를 제대로 쳐주고, 구애정에 대한 오해를 강세리가 풀어주지 않을까 생각중이랍니다.

한달이라는 시한부 연애를 시작한 독고진과 구애정, 독고진의 하트목걸이 고백은 시청자와 독고진만이 아는 가장 슬픈 고백이었습니다. 독고진이 준 것은 다름아닌 자신의 심장이었습니다. 고장난 심장처럼 펌프질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하얀 심장이었지요. 수술중 국보소녀의 두근두근을 들으며 뛰기 시작한 심장, 하얗게 말라갈 때까지 독고진의 심장은 구애정때문에 뜁니다. 구애정이 있어야 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기적인 사랑이라 할지라도 더이상 심장이 뛰지않게 된다고 할지라도, 그의 심장은 구애정에게 남겨두고 가고 싶습니다. 
그의 심장은 마지막까지 구애정에게 줄 수 있는 전부였습니다. 그것이 독고진이 생각하는 최고의 사랑입니다. 심장이 멈출 때까지 구애정때문에 울렁울렁 두근두근거릴 것이고, 다시 뛴다면, 그런 기적이 일어난다면 그것도 구애정때문에 뛰는 것입니다. 구애정때문에 드럽게 살고 싶어진 독고진이니까요.
'감자야 마술을 부려봐 제발, 기적아 일어나라, 독고진의 심장이여, 한달 후에도 꼭 뛰어라'. 한달 뒤 독고진이 심장재수술을 하고 다시 심장이 뛰게 된다면, 감자꽃이 피는 날, 독고진이 이런 말을 남기지 않을까요? "구애정, 지난 번에 사 준 목걸이 그거 줘, 그거 고장난 거였어. 버려. 다시 줄게. 새빨간 녀석으로, 팔팔 뛰는 하트로". 대사가 살짝 유치하지만, 워낙 독고진이 유치찬란 똥꼬진이라서 말이죠. 지지 않는 구애정은 이렇게 말할 지도요. "싫어요. 난 독고진씨 고장난 심장까지도 사랑해요. 또 고장나도 사랑할 거예요. 내 심장이 뛰는 동안 쭈욱".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은 로그인 없이도 가능합니다.
다음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구독추가하기 을 누르시면 제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모든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하였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 측에 있습니다.

이 블로그를 한RSS에 추가하고 싶으시다면 클릭▶▶▶▶



Trackback 1 Comment 9
2010.11.16 12:01




역전의 여왕에서 가장 꼴불견 캐릭터를 고르라면 백여시 백여진이 아닐까 싶어요. 백여진은 버스떠나고 손흔드는 여자, 전형적으로 이기적인 사랑을 하는 여자지요. 특별기획팀 황태희의 기획안을 빼돌린 봉준수, 참고만 하겠다는 말을 순진하게 다 믿었다는 것이 바보같지만, 조직에서도 부부간의 신뢰에서도 이런 남자는 레드카드로 퇴출감이겠지요. 하지만 누구나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 한가지씩은 가지고 있다고, 봉준수도 이유가 없었던 것은 아니에요. 
한송이 상무의 꽤나 설득력있는 유혹은 그를 되돌릴 수 없는 죄를 짓게 만듭니다. 어차피 6개월이면 퇴출될 특별기획팀, 신제품 기획이 성공한다고 해도 그 공은 구용식 본부장의 것이지 황태희의 것이 아니라는 말에, 자신만이라도 회사에 남아야 한다는 절박감에 부도덕한 선택을 하게 되지요. 아내의 기획안을 빼돌려 경쟁팀에게 유출을 시켜 버린 것이지요. 지푸라기 하나라도 잡고 싶은 정리해고자, 소위 루저들에게 복직이라는 달콤한 유혹은 그녀가 악마였다 할지라도 손을 잡게 만들게 합니다. 불안한 내일을 사는 가장의 굴욕적인 선택이었지요.
누구는 배알이 없다고 욕할지도 모르지만, 제 식구 굶기고 싶지 않은 가장, 권위없는 무능한 가장보다는 낫겠다는 생각은 누구라도 할 수 있습니다. 극중 봉준수의 몰염치하고 파렴치한 듯한 행동도 뒤집어서 다시 생각하면, 황태희의 작은 소망과 다를바 없습니다. 가족들과 배곯을 걱정없이 사는 것, 딸 소라를 적어도 대학 졸업할 때까지라도 뒷바라지해 주고 싶은 황태희의 바람처럼 말이지요.
수호천사 백여진의 이기적인 기습키스
기획안을 빼돌리게 한 것보다 더 용서받지 못할 행동을 하는 백여진, 그녀의 이기적인 키스신에 머리가 어질했다지요. 무능하고 가진 것없어서 차버린 전 남자친구 봉준수는, 그녀에게 가지기는 싫고 남주기는 아까운 충성견이었지요. 그런데 남의 사람이 돼버리고 나서야 자신이 봉준수를 진심으로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하고 있다고 믿는 백여진입니다. 백여진의 모든 전투력은 봉준수를 황태희에게서 뺏어오겠다는 것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그것이 무슨 이유인지도 모른체 말이지요. 
봉준수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백여진의 착각이에요. 백여진이 밉고 싫은 것은 황태희와 비교되어 인정받지 못하는 자신의 실력입니다. 한송이 상무가 자신을 총애하는 이유가 실력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백여진이기에, 황태희에 대한 열등감과 봉준수까지 빼앗겼다는 박탈감은 봉준수에 대한 감정을 사랑이라고 스스로에게 강요하고 있다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백여진은 세상에 기댈 사람은 누구도 없다고 봉준수에게 더 매달리지요. 워크샵에서 "준수씨는 내게 집같은 사람이야. 언제든 부르면 달려 와주고, 언제나 문 열어주는 사람, 그런데 내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그 집에 들어앉아 살고 있어"라는 말에서도 느껴지듯이, 백여진은 봉준수에 대해 정리하지 못한 감정보다는, 황태희에 대한 미움이 더 큰 여자에요. 마니또 게임 수호천사가 자신이라며 봉준수에게 기습키스를 하는 백여진, 이제는 도를 넘어서 봉준수와 함께 동반파멸할 수도 있을 위험한 행각을 서슴지 않고 하고 있습니다. 그녀가 조직에서 살아남는 법만큼이나 이기적인 키스였습니다. 그것도 아내 황태희까지 워크샵 장소에 와있는데, 매일 회사에서 부딪치는 사람들인데, 정말 막나가기로 작정한 모양입니다.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백여진과 봉준수의 과거가 밝혀질 날도 머지않아 보입니다. 봉준수가 백여진이 이사하는 날 가져온 한장의 인증샷이 증거가 될 듯하니 말입니다. 지금은 소라의 블럭바구니에 고이 모셔져 있지만, 황태희나 친정엄마의 눈에 띄게 될 날이 곧 오겠지요. 그래서 황태희의 집을 보면 바람 앞에 등불, 폭풍전야라는 생각이 들어서 늘 불안합니다. 
가정있는 과거 남친에게 들이대는 백여진, 도대체 어디까지 가려고 그러는지 모르겠습니다. 사랑이라고 하기에는 고운 마음으로 감싸주고 싶지 않은데, 우유부단하게 대처하는 봉준수가 쓸데없이 피보게 될까 걱정이에요. 백여진의 기습키스는 절절하게 그녀의 속마음을 눈물로 호소함에도 불구하고, 자기 감정만 내세운 이기적인 키스였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네요.

여왕 지켜준 수호천사 용팔이
봉준수와 백여진이 키스하는 장면을 황태희가 보지 않게 해 준 것은 구용식(박시후)이었지요. 구용식에게 황태희는 특별한 여자에요. 처음으로 한국에 남아있을 이유를 준 여자였으니까요. 처음으로 자신에게 눈 똑바로 뜨고 따박따박 입바른 소리를 하던 여자였지요. 다혈질 슈퍼우먼 황태희가 그런 여자입니다. 구용식이 황태희가 신경쓰였던 것은 황태희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봤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더이상 갈곳 이 없다는 황태희처럼 받아주는 곳이 없다는 것처럼 비참한 것을 없을테니까요. 구용식에게 말로만 "우리 제임스" 하는 새어머니 장여사처럼 말이지요.  
조금은 재미삼아 지켜 본 황태희지만, 술상무 흑장미로까지 자원하는 그녀의 억척스런 생활력과 잡초같은 생존욕구는 처음으로 구용식에게 목표를 갖게 합니다. 적당히 숨죽이며 집안에 분란을 일으키지 않고 사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그에게, 새로운 목표가 생기게 한 것이지죠. 구용식의 표현대로 하자면, 재미있는 일이라지만 말입니다.
직원이 능력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어떤 능력이 있는지를 알지 못한 회사의 책임은 없느냐는 황태희의 지적은 그에게는 충격이었죠. '갑'이 '을'의 능력을 못알아 본 것이 갑의 책임이라는 말은, 이제까지 자신의 생각을 뒤집어 엎는 말이었고, 처음으로 싸워보고 싶은 전투력을 느끼게 합니다. 구용식과 황태희의 관계가 갑과 을의 관계지만, 구용식도 '을'의 처지와는 별반 다를바 없었기 때문이지요. 어머니와 형에게 자신은 밖에서 들어 온 '을'일 뿐입니다. 구용식이 황태희에게 느껴던 묘한 동지의식은 그런 이유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구용식이 황태희에게 예전에 했던 말이 있었지요.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뽑혀 면접을 보러 왔던 날 말이지요. 자신의 아이디를 알고 뽑았다는 말에 자존심 상한 황태희가 면접을 보지 않고 도망가려 하자, "황태희씨는 항상 그렇게 포기부터 합니까?"라고 물었었지요. 구용식을 관찰하다보니, 포기라는 말은 자신에게 했던 말처럼 보이더군요. 구용식 역시도 퀸즈로부터 도망가기에 바빴고, 형이나 어머니에게는 '을'의 존재였던 자신도 싸우기 보다는 도망치고 포기해 왔지요.
그렇게 자신을 더 이상 도망치게 하고 싶지 않게 동기부여를 해 준 황태희에게, 구용식은 자꾸 눈길이 가고 관심받고 싶은 마음까지 가지게 되지요. 사연있어 보이는 봉준수와 백여진, 한상무가 황태희를 견제하는 이유까지 어렴풋이 짐작하는 능구렁이 구용식입니다. 워낙 눈칫밥을 먹고 자라다 보니, 구용식이 특기처럼 잘하는 것이 있지요. 한 발 떨어져서 관계들을 관찰하는 것이에요.
한송이가 황태희를 미워하는 것은 단순히 그녀를 속였다는 노처녀 히스테리에 기인한 것만은 아니에요. 한송이가 두워 하는 것은 아이디어 뱅크 황태희의 실력이기도 합니다. 동종업계의 재취업을 결사코 막은 이유 또한, 황태희가 자신의 업계 경쟁자로 크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자기 수하에 있을때는 적당히 키워주면서 공은 자신이 누릴 수 있었지만, 고삐풀린 황태희가 스스로 날개를 다는 꼴은 못보는 한상무였던 게지요. 
마니또 게임에서 황태희의 수호천사가 된 구용식이 황태희를 지켜 주었지요. 물론 언젠가는 터질 폭탄이기는 하지만, 봉준수의 불륜(?)현장을 보지 못하게 하고 데리고 나갔지요.  이제부터 구용식의 캐릭터가 황태희에게 좀더 적극적이고 터프한 매력도 발산할 것 같은 예감도 듭니다. 마니또 게임에서 황태희의 이름을 뽑고 표나지 않게 좋아하는 모습이 귀엽더군요. 워크샵이 끝나고 마니또 게임이 타임아웃되더라도, 웬지 구용식이 황태희를 지켜 주는 수호천사 놀이를 계속할 듯 싶어요.
황태희의 손을 잡고 가는 까칠한 자뻑남, 냉정하고 잔정머리는 약에 쓸래도 없어보이는 저승사자 구용식이 황태희를 만나면서 알게 모르게 변하고 있는 중입니다. 사람들과 섞여 사는 것을 배우는 소소한 즐거움을 알아간다고 할까요? 특별기획팀 팀장으로 오면서 사람 많이 변하고 있지요.
말 잘하는 자뻑남 구용식이 잽도 못 날리고 매번 넉다운되고 마는 강우(임지규)와의 유치찬란 말싸움도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구용식 옆에 딱 붙어서 속을 바락바락 긁는 비서이자, 후배이자, 용식이 유일한 사람이지만, 진지하게 웃기면서 구용식을 쥐락펴락하기도 하지요. 암튼 이 남남커플도 상당히 재미있네요. 까칠하고 냉정한 구용식의 포커페이스를 망가뜨리는데 큰 도움(?)을 주는 인물도 강우지요. 
팩스와 복사기를 자비로 구입했다며 생색을 내는 귀여운 모습을 보여 주기도 하고, 아무도 챙겨주지 않는 생일을 친구들 많다며 뻥을 치기도 하고, 아무튼 완벽한 듯 허점이 많은 외로운 인물이 구용식인데요, 구용식 캐릭터는 봉준수와 백여진의 키스장면을 목격한 이후 크게 변화할 것 같아 보입니다. 봉준수와 황태희의 무너진 신뢰와 오해가 네 사람의 애정관계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갈등하게 할 지도 기대되고요. 구용식이 황태희를 좋아하는 마음도 구체적으로 드러내게 되겠지요. 자제하고 있는 구용식의 매력을 발산하는 일만 남았는데 벌써 고민되네요. 용식앓이를 하게 될까봐서 말이지요.
높은 곳에서는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이 잘 보이지 않는 법이지요. 그들의 머리 통만 볼 수 있을테니까요. 마찬가지로 낮은 곳에서는 높은 곳에 있는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기 힘듭니다. 그들의 발바닥만 봐야 하니까요. 이렇게 서로 계산하는 것이나 생각이 달라서 불합리하고 불편부당한 일들이 일어나겠지요. 역전의 여왕 드라마 속에는 구조조정 칼바람 속에 위너와 루저로 갈리는 씁쓸함과, 한상무와 구용식으로 대변할 수 있는 '갑'계층, 황태희, 봉준수, 백여진과  목부장(김창완)과 같은 '을' 계층의 서로 다른 생각이 뼈아픈 현실이 되어 다가옵니다.
역전의 여왕에 녹아있는 블랙코미디같은 상황은 내 이야기일 수도 있고, 이웃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요. 그래서인지 드라마가 끝나면 마음에 돌덩어리가 얹혀지며 우울해지기도 합니다. 그 때문에 황태희와 특별기획팀을 통해 루저들의 인생역전, 그 통쾌한 반란을 응원하고, 보고 싶어하나 봅니다. 힘들고 지치더라도 오뚜기같이 일어서는 잡초같은 여자, 치열하게 사는 황태희가 사는 법을 배우고 싶어서 말이지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공감하셨다면 아래의 추천손가락 View On도 꾹 눌러주세요 ^^
추천은 로그인 없이도 가능합니다.
다음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구독추가하기 을 누르시면 제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모든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하였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 측에 있습니다.
이 블로그를 한RSS에 추가하고 싶으시다면 클릭▶▶▶▶



Trackback 0 Comment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