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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30 10:17




"딸아이의 학문이 느는 것을 보는 일은 괴로운 일이다. 스승이라면 아이의 재주가 탐났을 것이다. 허나 세상에 뜻을 펼칠 수 없는 딸자식에게 열망을 가르치는 일은 옳은 일인가? 재주많은 딸자식에게 기회를 줄 수 없는 못난 아비는 딸자식의 글 읽는 소리에 숨죽여 오늘도 가슴으로 울 뿐이다" - 명륜일지(明倫日誌) 김승헌의 일기 中
드라마의 시작과 함께 윤희의 아버지 김승헌은 의문의 인물이었습니다. 간간히 성균관 박사들의 회고담이나 정조의 대사에서 김승헌의 인품과 학문의 깊이를 짐작할 뿐이었지요. 금등지사를 운송하다 걸오의 형 문영신과 함께 죽은 성균관 박사이며, 남인이었다는 것 정도가 그에 대해 알려진 대부분이었어요. 18강에서 딸 윤희에 대한 아버지의 마음을 보고 울지 않은 성스폐인들은 없었을 거예요. 또한 김승헌 박사가 바라던 세상을 알게 된 윤희만큼이나 시청자에게도 눈물을 줄줄 흘리게 했던 감동이었습니다.
여림의 아픔, 신분없는 세상을 꿈꾸게 하다
잘금 4인방에게 있어 아버지는 그들의 인생에 있어 중요한 영향을 준 인물들입니다. 여림 구용하가 반쪽짜리 양반이라는 사실이 충격이기도 했지만, 양반가 규수와 혼담을 추진하려는 구용하 아버지의 마음은 여림에게 새로운 세상에 대한 열망을 부채질합니다. 여림은 이제야 알았습니다. 완벽하지 못한 신분의 아픔을 화려한 도포 속에 감추고 사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는 세상이 있다는 것을 말이지요. 신분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값진 것이라는 것을 말이지요.
신분없는 세상, 화성천도와 함께 금상이 새로 열고 싶은 세상은 혼인따위로 신분을 얻을 필요가 없는 세상이었으니까요. 반쪽짜리 양반이라는 자괴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세상입니다. 처음으로 알게 된 여림의 상처는 돈으로도 메울 수 없는 아버지의 컴플렉스이기도 한 신분제였습니다. 신분이 없는 세상을 열겠다는 정조의 꿈은, 처음으로 구용하를 가슴 설레이게 합니다. 그 길을 함께 갈 벗들은 억만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구용하의 재산입니다.

아버지 가슴에 묻힌 형, 보지 못했습니다
"10년전 아버지는 진실로부터 눈을 돌리셨습니다. 형의 죽음을 모른척 해버렸습니다. 형을 누가 죽였는지 알면서도, 관직을 유지하기 위해 알량한 목숨과 남은 가족을 위한다는 비겁한 변명으로 진실을 외면했습니다." 걸오의 아버지 문근수, 걸오의 눈에 비친 아버지는 비겁한 아버지였어요. 증오가 커질 수록 걸오의 가슴은 괴로움으로 타들어 가고, 눈도 마주치기 싫은 아버지였습니다. 걸오가 왜 홍벽서가 되어 도성에 벽서를 날리고 다녔는지를 알면서도, 입도 뻥긋하지 않은 비겁한 사람일 뿐이었지요. 형의 죽음, 한번도 그 진실에 대해 말하지 않는 아버지, 걸오의 눈에 아버지는 자식의 죽음에도 분노조차 하지 않는 간도, 쓸개도 없는 사람이었어요.
그리고 알았지요. 아버지가 10년간 뼈를 깎고, 살이 타는 심정으로 견뎌왔다는 것을 말이지요. 아들을 죽인 원수, 좌상과 병판의 일거수 일투족을 10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모으고 있던 아버지는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들을 자신의 손으로 잡을 기회를 말이지요. 웃는 낯으로 그들의 얼굴을 아무렇지도 않게 봐야했던 10년, 아무도 모릅니다. 가슴 속에서 천불이 나고, 당장이라도 그 자리에서 그들을 죽이고 싶은 마음을 참아내느라, 피멍이 들도록 주먹을 쥐어야 했다는 것을 말이지요.
홍벽서인 아들 재신의 피끓는 의협심을 알지만, 속수무책으로 떠나 보내야 했던 큰 아들 영신이처럼, 하나 남은 자식 걸오마저 잃게 될까봐, 하루도 두다리를 편하게 뻗고 잠을 잘 수 없었어요. 매일 눈을 뜨면 홍벽서가 잡히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의 숨을 쉬었던 아버지였습니다.
걸오는 몰랐어요. 아버지가 단지 남은 가족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그리고 자신의 관직을 유지하기 위해 모른척 눈감고, 불편한 진실과 타협하고 살아왔다고 생각했습니다. 금등지사의 흔적을 쫓아 아버지의 금고까지 오게 된 걸오, 아버지의 금고에서 형 문영신의 사건기록과 좌상, 병판의 감찰기록들이 하루도 빠짐없이 10년간 기록되어 있는 것을 보게 되었지요. "이 아비가 네 형을 그렇게 만든 자들을 진정 용서라도 한 줄 알았단 말이냐?".
부모를 잃으면 땅에 묻고, 자식을 잃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했지요. 걸오는 그날 처음으로 아버지의 얼굴을 볼 수 있었어요. 아버지의 가슴에 묻혀있는 형, 자식잃은 아버지의 분노와 그리움으로 수척해진 아버지의 얼굴을 걸오는 비로소 보았습니다. 노론의 허수아비라고, 면전에 대고 욕했던 아버지에게 죄송하고, 아버지의 진심을 알았기에 기뻤던 걸오입니다.

우물을 나간 자식, 자식의 성장은 부모의 기쁨이다
선준에게 아버지는 하늘이었습니다. 글을 읽는 선비로서 아버지의 그릇은 차고 넘칠 정도로 컸습니다. 감히 발뒤꿈치도 잡을 수 없는 고매한 인품과 학식, 나라에 대한 충정심은 선준이 평생을 두고, 배우고 따라 갈 그림자였습니다. 정치를 함에 있어서 때로는 칼이 필요했고, 때로는 사탕이 필요했고, 때로는 돈이 필요했고, 쌀이 필요할 때도 있었습니다. 개인의 사사로운 공명심과 부를 축적하기 위함이 아닌, 나라의 질서와 사대부가 가야 할 정도의 길이라 알고 있었기에 아버지의 세상은 정(正)이었습니다.
그러나 금등지사의 행적에 아버지가 연루되어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여인 윤희의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고 간 배후가 아버지였다는 사실은 금등지사의 내용이 무엇이었든, 바르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내 것을 지키고자 남의 목숨을 취하는 행위는 선비의 길이 아니었으며, 정도가 아니었습니다. 한번도 그르다 생각한 적이 없던 아버지의 세상, 아버지의 틀, 그것은 선준이 닮고 따르고 싶었던 틀이기도 했지요. 틀의 부서짐, 우물안에서 비로소 나온 선준입니다. 더 넓은 세상, 아버지의 하늘보다 더 큰 하늘을 알게 된 선준입니다. 정조가 열고자 하는 새로운 하늘 말입니다. 아버지를 뛰어넘는 더 큰 하늘을 보는 것도 선비가 추구하는 진리탐구의 길임을, 아버지를 통해 배운 선준입니다.

아버지 좌상대감의 금등지사를 숨긴 것에 대한 잘잘못은 선준이 판단해야 할 몫은 아니에요. 좌상의 말처럼 역사가 판단할 문제인 지도 모릅니다. 몇 세대가 지난 지금도 그 물음에 섣불리 대답하기는 어렵습니다. 좌상의 말대로 선대왕의 회한을 담은 금등지사가 세상에 공개된다면, 피바람이 불 것은 자명한 일이고, 피바람에도 불구하고 공개하는 것이 옳은가의 문제는 사람마다 견해가 다를 것이기 때문이에요.
아버지의 길이 정도가 아니기에 정적의 길이라도 가겠다며, 등을 보이는 아들을 좌상은 잡지 못합니다. 한 시대가 끝나고 세 시대가 오고 있음을, 아들의 등을 통해서 보는 좌상입니다. 노여운 표정 속에 감춰진 좌상의 미소, 그것은 아들의 성장을 보는 흐뭇함입니다. 품안에 자식이라고만 생각했던 아들이 커가는 모습은, 비록 자신의 사상과 철학과 다르다 할 지라도 흐뭇한 자식의 성장입니다.

죽음을 마다 않고 가고 싶었던 길, 딸아이를 위한 세상
윤희에게 아버지는 차가운 분이셨습니다. 어머니는 한 번도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 해 주시지 않았어요. 어떤 일을 하시다 변을 당했는지도, 아버지가 어떤 분이셨는지도 달다 쓰다 말이 없었지요. 금등지사를 찾는 길은, 윤희의 아버지가 가시던 길입니다. 어떤 분이신지도 몰랐고, 얼굴도 어렴풋하게 밖에 생각나지 않지만, 아버지가 가시고자 했던 길을 알고 싶어진 윤희입니다. 목숨과도 바꾸고 싶었던 길이 어떤 길이었으며, 무엇을 얻고자 했었는지 알고 싶어진 윤희입니다.
윤식이와 마루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윤희, 아버지를 생각하면 마음 속에 찬바람이 불었다고 고백하지요. 그렇게도 글공부를 하고 싶어했지만, 한 번도 "들어오너라"라고 말해주지 않았던 야속한 아버지, 자신이 딸이기에, 계집에게는 글공부를 시키지 않으려 했다고만 생각했을 뿐이었지요. 윤희가 기억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남동생을 무릎에 앉히고 글을 읽던 그림자가 먼저 떠오르는 분이었어요.

윤식이가 전해주는 아버지의 마음, 그림자로는 읽을 수 없었던 아버지를 윤식이 들려줍니다.  "아버지는 언제나 문앞을 향해 목청껏 큰소리로 글을 읽고 계셨어", 윤식의 말을 듣는 순간, 얼마나 눈물이 나던지요. 어린 딸을 향해 들키지 않게 글을 읽어주는 아버지, 어린 딸의 한구절 한구절 댓구를 들으며, 딸아이가 제대로 들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방안의 김승헌은 딸아이의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잘못 들었으면 더 큰 소리로 읽어서 뜻과 음을 알려주었고, 딸아이가 머리 속에서 정리할 때까지 한참을 기다려 주곤 했던 아버지였습니다.
그제서야 윤희는 아버지의 글 읽는 소리가 그토록 크고 또렷하게 들렸던 이유를 알 수 있었어요. "어린 나는 알아 들을 수도 없는 어려운 책들만 골라서, 아버지는 무릎에 앉아 있던 내가 아니라 문밖의 누이를 위해 글을 읽어주고 계셨던 거야".
윤식의 말을 들은 윤희, 그제서야 아버지의 마음을 알게 되었지요. 명륜일지에 적혀있던 아버지의 마음, 그것은 재주많은 딸자식을 안타까워 했던 아버지의 마음이었고, 아버지가 원하는 세상이었습니다.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고 가고자 했던 길, 새로운 세상을 위한 길은 딸아이를 위해 아버지가 열어주고 싶었던 길이었습니다. 
나라의 아버지 정조, 잘금 4인방에게 열어주고 싶은 내일
18강에서 가장 감명깊었던 김승헌 박사의 명륜일지와 잘금 4인방의 각기 다른 아버지의 사랑을 정리하다보니, 아버지의 사랑이 한 사람의 모습으로 모여지더군요. 바로 정조였습니다. 신분과 귀천이 없는 세상, 대동세상은 윤희의 아버지 김승헌이 윤희를 위해 열어 주고 싶었던 세상이었고, 구용하의 반쪽짜리 신분이 부끄럽지 않은 세상이었습니다. 당파싸움에 희생된 아들에 대한 회한을 가슴에 칼처럼 품고 살았던 문근수가 바라는 세상이었고, 궁극적으로 나라와 백성을 주인으로 섬겨야 하는 사대부의 이상, 아버지를 거울 삼아 따르는 선준이 자신을 뛰어넘은 큰 그릇으로 성장하고 열어가야 할 미래였습니다.
아버지는 자신의 그림자를 따르는 자식이 자신을 닮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자신을 뛰어 넘기를 바라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겠지요. 잘금 4인방에게 바라는 정조의 마음이기도 합니다. 정조가 잘금 4인방에게 바라는 것은 당파싸움에 희생된 아버지 사도세자의 죽음에 대한 분노와 원망이 아니었어요. 내일을 짊어져야 할 이 아이들이 과거를 청산하지 못하면, 그들이 딛고 있는 좁은 세상에서 결국은 똑같은 모습으로 되풀이 될 것임을 안 정조입니다.
아버지 사도세자의 죽음이 두번 다시 되풀이 되지 않는 세상, 그런 세상을 잘금 4인방과 함께 세워가고 싶습니다. 만백성의 아버지 군왕이라는 자리, 남자도 여자도 천한 사람도 귀한 사람도, 가진 자도 못가진 자도 모두 품어야 하는 나라의 아버지, 정조가 걷고 싶은 아버지의 모습입니다. 열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것이 없듯이 말이지요.
어버이로서의 정조의 모습을 생각하다 보니 잠시 이런 생각이 스치더군요. 정조가 윤희의 비밀을 알고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말입니다. 윤희가 여자임을 알면서도, 그 재주와 학식을 지켜보고 성장해 가는 것을 보고 있었지 않았나 싶더군요. 마음으로 존경하는 글스승 김승헌의 여식, 윤희의 글재주를 안타까워 하는 마음을 정조도 알고 있었지 않았나 싶어요.
그래서 윤희가 여자라는 것을 알면서도 김승헌의 한을 풀어주고 싶은 마음과, 금등지사때문에 죽은 신하의 가솔을 그런 식으로라도 지켜주고 있었던 의리는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 개인적으로 역대 조선의 임금들 중 정조를 높이 평가하고 있지만, 드라마에서도 정조는 멋진 군왕입니다. 개혁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승하한 것이, 조선의 역사에서는 무척이나 애석한 부분이기도 하고 말입니다.  
2회밖에 남지않은 성균관 스캔들, 금녀의 공간 성균관에서의 금기된 사랑도 이 드라마에 미치게 빠지게 했지만, 잘금 4인방 젊은 청춘들의 성장과 정조의 이상정치의 메시지는, 성균관 스캔들을 감히 명작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조선의 잘금 4인방과 정조가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전하고 있는 것, 희망은 꿈꾸는 자의 것이며, 새로운 미래는 책 속의 글귀가 아닌 실천에서 온다는 것을 가슴 벅차게 깨달았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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