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옥정'에 해당되는 글 44건

  1. 2010.06.08 '동이' 사랑에 빠진 숙종, 꽃신의 의미 몰랐을까? (23)
  2. 2010.06.02 '동이' 숙종을 당황케 한 고요한 존재감 상선영감, 빵 터지다! (26)
  3. 2010.05.26 '동이' 고난을 택한 동이, 실세 장희빈을 버린 이유 (18)
  4. 2010.05.25 '동이' 도사의 예언 따라가는 장희빈, 얻을 것과 잃을 것은? (11)
  5. 2010.05.19 '동이' 장희빈의 눈물과 깨진 거울의 의미는? (17)
2010.06.08 07:18




'꿈은 이루어진다' 어찌 되었든 장희빈이 오르고자 한 가장 높은 곳에 드디어 오르게 되었네요. 교태전의 주인, 중전의 자리, 한낱 이름없는 여인으로 살지 않겠다는 야망을 이룬 장희빈의 중전 책봉식은 그럼에도 검은 그림자가 드리웁니다. 장희빈의 비리를 알고 있는 동이의 행적이 묘연하고, 동이가 살아있는 한 중전의 자리는 위태롭고 가시방석일 수 밖에 없습니다. 자신의 생일에 후궁의 품계를 하사하고, 장악원 악공들을 불러 사랑의 세레나데 연주까지 들려주었던 임금이 중전 대례복을 입은 자신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습니다. 숙종의 마음은 온통 없어진 천나인 동이에 대한 생각뿐이거든요.

내수사 서고에 잠입해 장희빈의 비리가 적힌 결정적인 증험을 찾은 동이는 또다시 위험에 빠졌지요. 장희재가 보낸 자객들에 의해 쫓기는 동이입니다. 궁궐 치안상태가 엉망이군요.;; 여하튼 궁궐을 빠져나가 서용기와 동문수학했다는 사헌부 나으리집을 찾아 증험을 건네지만, 꼬리가 밟히고 말았어요. 애꿎은 사헌부 나리집 가솔들만 도륙당하게 만들었네요. 동이가 꼭 살아서 무고한 희생을 밝혀야 할텐데, 이래저래 동이가 알게 되는 장희재와 장희빈의 죄목만 늘어나고 있습니다. 증험을 손에 쥐고 도망가지만 동이는 표창에 맞고 말지요. 동이가 가려는 곳은 능행을 나간 임금님의 행차길이에요. 쓰러지고 일어나고 구르고, 표창에 맞은 상처가 욱신거려도 참고 달리는 동이입니다.
동이가 사경을 헤매면서 숙종을 만나기 위해 풀숲에 쓰러져 있는 시각, 능행나갔던 숙종은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사냥도 즐기고 계십니다. 그런데 숙종의 사냥 목적이 딴데 있었나 봅니다. 번번히 사냥물을 놓치는 숙종을 보기 미안했는지 수행중이던 오윤이 그만하자는 말에도 고집을 부리시지요. "활이 이상한 것 아닌가?" 라며 괜히 연장탓도 해보고 말이지요. 숙종은 이번 사냥에서는 기필코 토끼라도 한 마리 잡아볼 참입니다. 토끼를 잡으면 토끼털로 동이에게 목도리나 하나 만들어 주고, 운좋게 사슴이라도 걸리면, 우훗! 꽃가죽신 당혜를 만들어 줄 생각입니다. "내 솜씨가 이래뵈도 날아가는 파리도 맞춘단다" 이런 풍도 좀 치면서요.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눈 먼 사슴 한마리가 숲에 앉아 있지요. 한 건 해 낸 숙종 만세까지 부르며 좋아 죽습니다. 한내관을 불러 "한양에서 제일 솜씨좋은 갖바치를 찾아서 사슴가죽으로 당혜(꽃가죽신)을 하나 지어올리라 하게" 라며 흡족해서 명을 내리지요. 상선영감 다 알면서도 모른척 시치미 뚝 떼고 물어보지요 "여인들이 신는 신 말입니까" 숙종은 급흥분해서 "내가 사슴을 잡았다고 하면, 어디서 그런 풍을 치느냐며 믿지 않을것이니, 신을 지어 주면서 내, 자랑을 좀 할려고 말이다" .
다시 확인사살 들어가시는 상선영감 왈, "그 당혜를 혹, 감찰부 천나인에게...?" 두 말하면 잔소리, 세 말하면 입 아프죠. "그래. 궐이고, 도성이고 하루종일 강아지 마냥 싸돌아 다니니 좋은 신이 필요할 게야". 그리고는 "꼭 곱고, 튼튼하게 지어 올리라 하게" 라고 강조, 또 강조하는 숙종이에요.
상선영감은 뭐가 그렇게 좋으신지 숙종보다 더 입이 귀에 걸려 웃네요. 대답도 우렁차게 "예"하시면서 말이지요. 지난 주에도 상선영감 빵빵 터뜨려 주셨는데, 진지하게 웃겨주시는 상선영감의 매력도 갈수록 더해 갑니다. 왕의 눈동자까지 읽어내는 최측근 내시이다 보니, 잘못 뽑으면 나라도 말아 먹는데, 상선영감 한내관은 숙종 마음을 잘 이해하고, 착한 듯 보여서 다행이에요. 유머감각까지 있으시고 말이지요.
그런데 동이에게 꽃신 안겨주며 으쓱 으쓱 자랑질 하려는 마음에 마음이 두둥실 떠있는 숙종에게 비보가 날아들지요. 내수사 서고가 홀라당 불에 타고, 그것을 감찰부 동이가 한 짓이라는 보고가 들어온 것이에요. 오태석은 한 술 더 떠 역모로 까지 몰고 가려고 합니다. 황급히 궁으로 환궁하니, 모든 것이 동이와 포청 서용기가 장희빈을 음해하려는 목적으로 폐비 인현왕후의 일을 들쑤시고 다녔다는 의금부의 보고까지 받게 되지요. 동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숙종이지만, 정황상 딱딱 맞는 보고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고민에 빠집니다.
답답한 마음에 서용기를 찾아가지만, 동이가 없어졌다는 날벼락을 접하고는 다리에 힘이 풀려 버리는 숙종이에요. 장희빈이 대비시해와 폐비 음모의 배후라는 증험을 찾아 내고도, 숙종이 장희빈을 애지중지 하는 마음을 알기에 동이도 말씀드리지 못했을 거라는 말에 숙종은 더 할 말이 없습니다. 동이가 사라져 버렸다는 말은 장희빈이 배후자라는 말보다 숙종을 힘빠지게 합니다. 
장희빈의 처소를 찾아 진실을 알려 하지만, 장희빈은 오히려 중전 책봉도 다 물리라며 더 강하게 나옵니다. 모든 것이 자신의 부족한 탓이라며 현숙한 모습까지 보이니 숙종도 갈피를 잡지 못하지요. 장희빈에 대한 증험은 없고, 책봉식은 코 앞에 닥치고, 진퇴양난에 처한 숙종은 서종사관을 파직한다는 교지를 내리고 맙니다.
장희빈에게 "동이가 아무런 이유없이 너를 모함하려 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다"고 말하지만, 장희빈은 한번도 전하를 속인 적이 없다고, 그것이 자신이 알고 있는 진실이라고 말할 뿐이었어요. 숙종은 장희빈이 한 번도 자신을 속인 적이 없다는 말에 장희빈에 대한 믿음을 거두어 버립니다. 숙종이 아는 동이는 누가 표적이 되든 진실과 사실을 밝히는 것만이 가장 중요한 아이였어요. 아무 의심없이 뒷조사를 하고 다닐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장희빈의 강한 부정은 오히려 강한 긍정처럼 들려옵니다. 하지만 증험을 가지고 있는 동이가 없어져 버린 것을 숙종도, 장희빈도 알고 있기에 문책할 수도 없는 숙종이지요.
동이에 대한 걱정으로 숙종은 중전책봉식도 도살장에 끌려가는 듯 눈에 촛점을 잃은 모습이에요. 숙종은 이 모든 것이 꿈이었으면 싶습니다. 오랜 시간 믿어왔던 장희빈이 그토록 간교했을 거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고, 동이가 궁궐에 없다는 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궁궐 어디에서인가 팔랑거리며, 강아지마냥 돌아다니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은 숙종입니다. 장희빈이 간악한 흉계를 꾸몄든, 동이가 증험을 찾았든 말든 하나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살아있는 풍산이만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장희빈의 중전 책봉식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머리 속에는 오로지 동이 생각뿐입니다. 능행 다녀오던 길, 아득히 멀리서 동이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들은 것도 같습니다. 

숙종은 잠도 이루지못하고 대전에서 고민에 빠져있습니다. 고민이 아니라 실은 동이에 대한 걱정으로 애가 타는 숙종이에요. 그런 숙종에게 상선영감이 당혜를 들고 오지요. 곱게 잘 만들어진 꽃신을 보니 동이 생각이 더욱 간절해진 숙종입니다. 어디에 있는지, 제발 살아만 있어달라고 빌고 또 비는 숙종입니다.  
그런데 숙종은 당혜의 의미를 알고 있었을까요? 당혜(꽃가죽신)는 청혼의 의사를 표하는 상징적인 의미가 숨어 있어요. 숙종이 당혜를 주고 싶은 자신의 마음을 몰랐을까 싶어요. 상선영감이 천나인에게 줄거냐고 활짝 웃는 것을 보면, 상선영감도 남자가 꽃신을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 것 같은데 말이지요. 그저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라 예쁘고,튼튼한 꽃신을 주겠다고 말했지만, 숙종의 마음 깊숙이 동이가 사랑으로 자리했나 봅니다. 숙종도 이런 기분은 처음이에요. 꽃신을 지어주고 싶은 마음도 처음이고, 남자다운 모습을 자랑하고 싶어지는 아이도 처음이에요.
임자잃은 꽃신을 어루만지는 숙종의 마음은 동이에 대한 그리움과 걱정으로 타들어 갑니다. 이제서야 숙종은 자신의 마음을 알기 시작합니다. 해맑게 웃는 동이 그 아이의 눈을 마주하면, 왜 웃음이 나고, 마음이 편하고, 까닭없이 즐거워졌는지를요. 그것이 은혜하는 마음, 사랑이라는 것을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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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02 08:18




감찰부 궁녀를 이끌고 동이를 엄호하러 간 정상궁은 내수사의 강한 반발에도 원칙과 규율대로 해야겠다며 뜻을 꺾지 않았습니다. 천군만마를 얻은 것보다 동이는 힘이 나지요. 감찰부 궁녀들이 금군을 동원한 내수사 내관들에 의해 진입이 저지당하고, 감찰부 정상궁과 내수사 전수가 숙종의 부름을 받고 대전을 향합니다. 자초지종을 들은 숙종은 척 보니 어떤 상황인지 다 파악이 됩니다. 내관들이 관리하는 궁궐 재정담당 기관이다보니 궁녀들이 함부로 드나들지 못하고, 관행처럼 내수사에 대한 감찰은 어물쩍 넘어갔는데, 감찰부 나인 하나가 그런 내수사를 들쑤시고 다녔다니 분명 풍산이 동이밖에는 그럴 인물이 없다고 짐작하는 숙종입니다.
숙종은 숙종대로 구리와 주석의 품귀현상으로 상평통보의 유통에 차질이 빚고 있다는 말에 비밀리에 조사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 일이 잘못 꼬이면 조사에 치질을 빚을까 일단 덮으라는 명을 내리지요. 정상궁의 말을 들은 동이는 숙종에게 실망을 감추기 어렵습니다. 비록 어리버리 하기는 했지만, 판관나으리일 때나 임금일 때나 의혹과 비리에 대해서는 눈감는 분이 아니셨는데, 이상하다고 생각하지요.
숙종도 동이가 자신에게 실망하고 있을 것을 예상합니다. 동이 성격에 아마 속으로 욕을 엄청 해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숙종입니다. 어떻게든 자신의 진심을 알려야 하는데 묘책이 떠오르지 않지요. 그러고보니 장다리와 꺼꾸리 친구들이 있었네요. 황직장과 영달을 불러 은밀히 동이와의 접선 장소를 알려주는 걸 보니 농이나 던지는 임금인줄 알았는데, 주위 눈치도 살피고 속도 깊은 숙종입니다. 그런데 그것보다는 동이와 몰래 핑계삼아 궁밖 교외데이트를 하고 싶어서 그런 것도 같습니다. 응큼한 숙종.ㅎ
두리번 두리번 약속장소에 나타난 동이를 보니 숙종 얼굴이 벌써 환해집니다. "왔느냐? 헤맬까 걱정했는데 누가 강아지 아니랄까 봐 길 하나는 잘 찾는구나" 반색하며 동이를 맞는 숙종은 왜 내수사 감찰을 일단 덮으라고 했는지 설명하지요. 감찰궁녀 시험에서도 여러가지 공부를 시켜주더니 오늘은 경제수업입니다. 상평통보를 주전하는 주재료인 구리와 주석의 품귀현상에 대한 조사가 끝나면 바로 감찰부에서 조사를 하게 해주겠다고 약조를 하며 걱정 붙들어 매라고 삐져있었을 동이를 달랩니다. 동이 성격이 워낙에 집요해서 말이지요. 동이의 성격을 잘 아는 숙종이기에 자신의 명에 동이가 실망했으리라 훤히 꿰뚫어 봅니다. 누가봐도 욕할 상황이지요. 동이라면 아주 대놓고 했겠지요. 무슨 임금이 자기집 곳간 털리는 줄도 모르고, 곳간 털렸다고 신고해 주고 도둑놈까지 잡아 바치겠다는데 그걸 막아? 이러면서 말이지요.
"이런, 한심한 임금이 다 있나 하고 욕도 하고 그랬지?" 욕은 하지 않았지만 실망은 했음을 감추지 못하는 동이를 보고 숙종은 금새 또 섭섭합니다. 그래도 판관나으리라고 알고 있었던 적부터 담넘고, 도망치고, 밤이슬 맞으며 쌓은 정이 얼만데 말이지요. 
중요한 일을 이리 따로 불러 귀띔해주고 동이에게 걱정말라고 까지 안심까지 시키니 동이는 궁금하기만 하지요. 하늘같은 임금님께서 감찰상궁도 아닌 일개 궁녀를 불러 그 같이  중요한 일을 말해주다니요. "어쩐지 너한테만은 잠시라도 오해를 받기 싫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널 이런 자리를 마련해 보자고 한 것이다".
그런데 옆구리 찔러 절받기 선수인 숙종 그냥 넘어가지 않습니다. 동이의 대답이 "네..."라고 웃거나 고개만 끄덕여줄 것 같거든요. "어떠냐? 성은이 망극하지 않느냐?" 아무튼 동이도 숙종을 웃게 하지만, 숙종 역시 동이를 이렇게 웃겨 주십니다. 그래서 동이는 감히 눈도 마주치지 못할 임금님이지만, 자신을 웃게 해주는 임금님이 참 좋습니다. 천수 오라버니와는 다른 감정으로 좋습니다. 천수 오라버니는 늘 동이를 보호해 주었던 돌아가신 아버지와 오라버니같지만, 임금님과 함께 있으면 재미있습니다. 자신을 보며 껄껄껄 목청이 다 드러나도록 호탕하게 웃는 임금님이 너무 미남자십니다. 폐위전 중전마마께서 전하는 웃는 모습이 멋지신 분 아니냐며 전하를 웃게 해달라고 하셨는데, 정말 임금님의 웃는 모습이 좋아집니다.
감히 다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하겠지만, 자신에게 저자에서나 사용하는 풍치지 말라고도 하시고, 황직장 나으리랑 영달이랑 주막에서 얼큰하게 취할 때는 술주정도 제법 하십니다. 매일같이 영달이 꿈에 나타나 사약을 내리시고는 그 사약을 임금님이 마셨다고 목이 댕강 잘려나갈 말을 해도, 그건 칡즙이었다며 더 유쾌하게 웃으실 줄 아는 임금님입니다. 성정이 고약했더라면 그 자리에서 왕을 능멸했다는 죄로 능지처참을 시킬 법한데도 말입니다. 동이는 임금님은 술주정도, 껄껄껄 웃는 것도 안하시고 근엄하게 무게만 잡는 분이신줄로만 알았어요. 그런데 임금님이 동이가 오해했을까봐, 동이에게만은 잠시라도 오해를 받기 싫었다며, 내수사 일까지 해명을 해 주십니다.

그리고 한밤중에 불러서는 자신이 즐겨읽는 서책이라며 지미있는 책까지 건네 주십니다. "간혹보면 너의 말과 행동거지가 좀 무지한 것 같아서 수양을 하라고 주는 것이니, 뭐 황송할 것 까지는 없다"라고 농까지 건네면서 말이지요. 그러면서도 정곡을 콕콕 찌르는 것도 잊지 않는 숙종입니다. "넌 진득히 앉아서 서책을 보기엔 세상만사에 관심이 너무 많은 듯하다. 사실 넌 좀 산만하고 분주한 것은 사실이야". 사고만 터졌다 하면 그 중심에 동이가 있으니, 숙종은 동이가 너무 걱정되거든요. 한밤중에 짤짤거리고 돌아다니지 말라고 그렇게 일러도,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니 동이의 영특하고 호기심이 넘치는 것이 좋아보이기도 하지만 걱정도 되거든요. 묶어 둘 수도 없고 말이지요.
이렇게 진담반 농담반 우스개 소리도 나누지만, 동이는 임금님이 점점 좋아집니다. 줄대서 뒷문으로 한성부 판관직이나 얻었나 싶었던 분이었는데, 알고 보니 임금님이셨고, 감히 임금님의 등을 우지끈 밟고 담을 넘었는데, 오히려 예전 판관나으리처럼 편하게 대하라고 어명까지 내리는 분이시지요.
중전마마와 희빈마마 사이를 오갔던 임금님이 어떤 사랑을 했는지 동이는 잘모릅니다. 정치도 모르고, 나라 경제도 모르는 동이에요. 다만 동이는 옳고 그른 진실만을 따르고 믿고 지키고 싶습니다. 그런데 농도 잘하시고, 저자의 평범한 사내들의 웃음을 부러워하는 임금님의 눈이 무엇인가로 가려진 듯합니다. 장희빈의 계략에 이 미남자의 눈이 자꾸 멀어지고 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
그래서 동이는 또 다짐하고 약속합니다. 이제는 세상에서 가장 미남자로만 보이는 임금님이 옳은 것을 볼 수 있도록 진실을 반드시 밝혀야 겠다고 말이지요. 임금님이 준 책이라면 너덜너덜 해질 때까지 달달 외워서 임금님이 바라는대로 학식까지 두루 갖춘 감찰부 최고 궁녀가 되겠다고요. 그래서 이 미남자를 주변에서 속이지 못하도록 임금님의 눈과 귀가 되어 주겠다고요. 그리되면 억울하게 장희빈에게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초가로 쫓겨가신 중전마마를 임금님이 꼭 다시 찾으실 거라고 믿는 동이입니다.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오고, 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질 것이니까요. 
그나저나 이번회는 상선영감과 숙종때문에 빵 터졌네요. 재미있는 서책을 읽다 동이 생각이 난 숙종이 상선영감을 불러 천나인을 불러 달라니, 시간이 침소에 들 시간인지라,  상선영감 왈, "침소로 말입니까?" 숙종이 아무 생각없이 "그래..". 그런데, 어라 뭔가 이상하다...허걱, 숙종도 얼떨결에 대답했다가 놀랐는지 "침소???"라고 되묻지요. 그 때 상선 영감의 표정은 '드디어 때가 왔구나' 싶었는지 의미심장하게 웃습니다.ㅋㅋ
"하명하시면 지금 침소로 들이겠습니다" 라며 숙종보다 더 좋아하시더라고요. 하긴 임금님의 그림자처럼 최측근에서 임금을 보필하고 있으니, 아마 숙종보다도 더 속마음을 잘 알 것도 같습니다. 동이 이름만 나오면 입이 귀에 걸리고, 눈이 반짝반짝해지는데 상선영감이 모를리가 없지요. 
당황한 숙종이 말도 어버버 거리면서"자네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건가? 그런 것 아닐세.."하자 뻘쭘해서 나가는 상선영감이었지요. 그런데 상선보다 숙종이 더 뻘쭘해진 것 같더라고요. 상선이 나가자 "침소? ...사람을 어떻게 보고...."라고 말끝을 흐리는데, 얼굴까지 벌개지는 것 같더라고요. 숙종 정말 당황했나 봅니다(과연 그랬을까요? 고얀 내관같으니라고,  한번 더 물어봐주지... 이런 마음도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답니다.ㅎㅎㅎ). 
세상 모든 여자들이 임금의 한마디면 옷고름 바로 풀 일이지만, 동이는 조금 다르거든요. 그 녀석한테는 약점을 많이 잡혀서 체면을 더 세워야 한단 말이죠. 그 녀석이 자신을 남자로 생각하는 지도 잘 모르겠고, 게다가 풍산이 녀석은 어깨가 떡 벌어지고, 까무잡잡한 남자가 이상형이라고까지 밝혔는데, 에잇, 그런 사내녀석들 다 잡아서 저 멀리 국경근처에 다 몰아놓고 성이라도 쌓으라고 하고 싶은 심정일 겁니다. 다음에는 동이가 생각하는 미남자에 대해 다시 물어 볼 것도 같습니다. 백옥같이 매끄러운 피부에 초롱초롱한 눈, 오똑한 코 이정도면 괜찮지 않느냐고 어명으로라도 미남자의 기준을 바꾸라고 말이지요.  

동이는 날마다 사건 하나 들춰서 생명의 위협에 처하고, 숙종은 그런 동이때문에 노심초사 속이 타들어 갑니다. 꼭 한 사람은 웃게 하고 싶은 동이, 꼭 한 사람에게는 오해를 하게 하고 싶지 않은 숙종, 그 이유가 무엇인지 두사람 사이에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삐리리 감정을 조금씩 알아 갈 때도 됐는데, 상선 영감도 눈치채고, 장희빈도 눈치챘는데 두 사람만 모르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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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3 Comment 26
2010.05.26 11:08




물귀신이 될 뻔했던 동이는 명줄 하나는 타고 났습니다. 동이의 든든한 수호천사에다 박학다식하기까지 한 차천수 오라버니에 의해 구조되었습니다. 사방팔방으로 중전마마의 무고를 밝히기 위해 뛰어 다녔지만, 명성대비 독살음모 사건의 배후가 중전마마라는 모함은 탐정동이가 처음으로 실패하는 사건이 될 듯합니다. 물증을 손에 쥐고도 밝힐 수도 없을 증험들이 되고 말것 같네요. 실질적으로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의금부가 오태석과 장희빈의 손아귀에 들어갔는데, 동이와 포청 서용기 종사관만의 힘으로는 역부족일 듯 싶습니다. 오늘날 검찰과도 뭐 별반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임금으로 밝혀지지 않은 판관나으리로서 숙종이 동이와 사건을 파헤치고 다녔다면, 진실이 밝혀질 수도 있었을텐데 안타깝기만 합니다. 
명성대비의 승하는 숙종의 중전폐위 결심을 굳히게 합니다. 늘 정치적으로 여자관계에서 대립각을 세웠던 어머니였지만, 정치인으로서의 명성대비와 어머니는 숙종에게 다른 의미지요. 돌아가는 정황과 나온 물증들이 명성대비의 탕약사건 배후가 중전임이 속속들이 나오고 있는 마당에 더이상 숙종도 인현왕후를 지켜내지 못합니다. 역사적으로는 정치적 필요에 의해서, 그리고 요부 장희빈의 꼬드김에 넘어 갔겠지만, 드라마에서는 대비의 죽음으로 인현왕후 폐서인을 엮었네요. 여튼 이 일은 인현왕후가 궁궐에서 나갈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치닫게 되고 말듯 합니다. 동이가 수장당할 뻔하면서, 그리고 목숨을 걸고 장희재와의 담판을 통해 시간을 벌어보고자 했지만, 명성대비의 승하와 중전마마의 폐위 절차를 진행하라는 어명이 내려졌다는 말에 허탈하기만 한 동이입니다.
동이와 장희빈의 결벌은 예정된 수순이었지만, 둘 다 한쪽 팔이 떨어져 나간 듯 아픕니다. 한 사람을 진실 앞에 목숨을 걸었고, 또 한 사람은 목숨과도 같은 자존심을 버렸습니다. 동이는 장희빈이 마지막으로 동이가 내민 손을 잡았다면, 평생 뒤따를 빛으로 삼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동이도 알고, 장희빈도 알고 있는 진실에서 장희빈은 눈을 돌려 버리고 말았지요. 자신의 야망을 위해서 말이지요.
정상궁이 중전마마의 은밀한 명을 받고 투서사건을 조사한다고 했을 때, 동이는 이 일에 취선당이 배후로 지목되고 있음에 가슴아팠고, 반드시 장희빈의 무고함을 밝혀주려고 했어요. 동이가 알고 있던 장희빈은 결코 그런 잔인한 일을 할 사람이 아니었어요. 동이는 이 일이 희빈의 오라비 장희재가 꾸민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걸 알면서도 희빈은 나서지 말라고 했고, 덮으라 해버렸습니다. 눈감아 달라고, 불의를 모른척 해달라고 했습니다.
빛은 어둠을 품지 못합니다. 어둠이 더 짙은 어둠을 품고, 빛은 빛을 품을 때 더 눈부신 법입니다. 동이는 꿈이고 빛이었던 희빈이 제 빛을 버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희빈의 모습에 동이는 삶이 꿈이 산산조각 나는 듯한 허탈함을 느낍니다. "마마는 제게 꿈이고 빛같은 분이셨습니다. 저는 마마를 뵈며 뜻을 품었고, 길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다시는 마마께서 가시는 길을 따를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중전마마는 겨우 서너 번 뵌 분이지만, 동이에게 인현왕후의 인상은 강했습니다. 인현왕후의 탕약이 잘못되었을 때, 의혹은 취선당 장옥정에게 쏠렸었지요. 취선당에서 나온 반하가 궁에서 사용하지 않은 약재였고, 꼼짝없이 장옥정은 중전시해 음모에 물고를 당할 뻔 했었지요. 동이가 죽은 시신에서 찾은 증거로 장옥정은 위기에서 풀려날 수 있었고, 동이의 탁월한 자질도 인정받을 수 있었습니다. 인현왕후가 조금이라도 욕심이 있었다면, 아니 장옥정에 대한 투기로 장옥정을 내칠 마음만 먹었다면, 인현왕후에게 동이는 눈엣가시였을 겁니다. 임금의 사랑을 빼았고, 인현왕후를 고독하게 만든 장옥정의 무고를 밝힌 동이가 얼마나 미웠을까요? 하지만 인현왕후는 동이의 자질을 칭찬해 주었고, 내심 장옥정이 자신을 음해하려는 마음을 품지 않았음에 오히려 감사했습니다. 그녀는 조선의 어머니였으니까요. 후궁까지도 다 끌어안아야 하는 국모여야 했고, 투기하는 여인이 아니어야 했습니다. 인현왕후 속이 타들어간다고 할지라도 말이지요.
이 일을 계기로 인현왕후는 동이를 내명부 소속 궁인으로 명하는 언문교지를 내렸지요. "그 아이의 재주가 뛰어나고, 심성이 맑은 아이다는 숙종의 부탁도 있었지만, 인현왕후가 넓고 깊은 성정을 가지지 않았다면, 허락하지 않을 수도 있었을 거예요. 조금이라도 투기심이 있었다면 자기를 견제하는 취선당 장옥정을 구해준 장악원 노비를 궁녀로 승격시키지 않았을 테지요. 감찰부 최고상궁을 위시한 감찰부 나인들의 항명시위가 있었을 때도, 국법에 천인도 궁인이 될 수 있음을 들어 단호하게 동이의 법적인 바람막이가 돼 주었어요. 물론 동이는 장희빈이 천거해 줬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하명을 내린 것은 내명부의 최고자 중전이었지요.

동이와 인현왕후의 특별한 인연은 감찰부 나인의 정기시재에서 동이를 고의적으로 불합격시킨 때였지요. 빗속에 꿇어 앉아 재시험 기회를 달라며, 1인시위를 하다 동이가 쓰러져 버렸던 일이 있자, 인현왕후는 친히 감찰부를 찾아 동이와 접견을 합니다. "네 얘기를 듣고 어떤 아이일까 궁금했었는데 생각보다 가녀려 보이는구나. 시재를 치루게 해달랬다지? 다른 궁녀들과 같은 시간이 주어진다면, 너도 똑같이 할 수 있겠느냐? 자신이 있느냐?" 며 동이에게 재시험의 기회를 주었던 인현왕후였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명을 거역한 감찰부 최고상궁을 경질하고, 편견과 아집이 심한 사람에게 모든 책임을 맡길 수 없다며 유상궁(임성민)의 지위도 격하시켜 버렸어요.
동이에게 비친 인현왕후는 공명정대한 사람이었어요. 자신이 취선당 장옥정의 신임을 받는 사람임을 알면서도, 동이에게 기회를 주고 힘을 주었던 분입니다.
인현왕후에게 전달된 한 장의 서찰은 결과적으로 인현왕후를 옭아매는 덫이 되고 말았습니다. 투서의 필체를 찾아, 투서를 한 내의녀를 추적하고, 허의관이 약재를 넣는 것을 보았다는 자백까지 받으면서, 동이는 고뇌에 빠집니다. 허의관과 내통한 나인이 취선당 장희빈 처소의 나인 영선이었기 때문이지요. 이 중대한 일을 목격한 동이는 취선당 장희빈이 대비마마의 탕약에 관여되었다는 것을 알고 물증을 잡아 허의관의 진술을 받게 되었지요. 모든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허의관은 일만냥에 매수된 장희재의 사람이었고, 모든 일을 지시한 분은 중전마마라는 청천벽력같은 진술이 나왔습니다. 이 모든 시나리오는 장희재와 장희빈가 꾸몄던 것이었고요.
동이가 희빈의 무고함을 밝히기 위해 뛰어든 일이었고, 그 과정에서 희빈의 불의에 동이의 정신적인 빛과 결별을 했지만, 그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인현왕후를 잡기 위한 장희빈 남매의 더러운 짓이었던 것이죠. 동이는 인현왕후에게 화살이 쏟아지자 중전마마를 뵙기를 청합니다. 인현왕후는 오히려 동이와 정상궁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지요. 자기때문에 공연히 감찰부까지 연루되어 해라도 입지 않을까 걱정된다면서요.
인현왕후의 말을 들은 동이가 순간 감동의 찡한 표정이 되더군요. 자기의 죄목 아닌 죄목들을 찾아, 결과적으로 대비를 시해하려했다는 누명을 쓰게 해버렸는데도 인현왕후는 오히려 감찰궁녀들에게 사과를 했던 것이에요. 살겠다고 발버둥치며 진실을 외면하고, 오히려 동이에게 살려면 입다물고 있으라고 으름장까지 놓았던 장희빈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이었어요.
동이는 인현왕후를 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인현왕후의 강직한 성품과 사람을 품는 국모로서의 모습은 동이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하지요. 그런데 동이가 인현왕후를 택할 수 밖에 없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어요. 바로 억울함이에요. 동이가 궁에 들어 온 이유는 아버지와 오라버니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고자 였어요. 음변과 인현왕후의 탕약 문제로 장희빈이 억울한 누명을 썼을 때도, 동이는 그 억울함을 풀어 주기 위해 목숨이 위험에 처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지요. 그 때문에 장희빈과의 특별하면서 아픈 인연도 시작되었고요. 동이는 억울한 누명을 그냥 덮을 수가 없습니다. 그것도 한 나라의 어머니, 국모인 중전마마가 누명을 뒤집어 쓰고 궐을 나가게 된 것을 동이는 그냥 넘길 수가 없습니다. 동이가 알고 있는 진실은 반드시 밝혀져야 하고, 불의는 반드시 응징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동이는 장희빈도, 인현왕후도 지위를 보고 택하지 않았습니다. 옳고 그릇된 것에 대한 진실, 귀한 생각과 천한 생각을 보고 택한 것이에요. 숙종이 오래 오래 믿을 수 있는 벗으로 남아달라고 했던 것도 동이의 이런 맑은 심성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인현왕후는 장희빈의 간악한 음모에도 자애로운 빛을 잃지 않은 스스로 귀한 사람이 되었고, 장희빈은 불의의 한통속이 되고 진실에 눈감으며 스스로 천한 사람이 되어 버렸습니다. 스스로 귀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동이가 인현왕후를 따를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실세가 누구냐에 따라 나인들의 텃세까지 서열이 되는 궁궐임에도 출세의 지름길, 장희빈이라는 권세를 버린 동이는 인현왕후의 억울함을 끝까지 밝히려 들 것입니다.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풍산개가 동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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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25 11:05




천하의 장희빈도 그녀의 예정된 운명을 거스를 수는 없나 봅니다. "그림자가 빛을 넘어설 수 없다"는 도사의 예언대로 장희빈은 그림자의 운명을 걷게 되었고, 동이는 빛이 되려고 하고 있습니다. 명성대비의 탕약사건을 지시한 사람이 중전마마라는 허의관의 진술은 궁궐을 발칵 뒤집고, 연이어 나온 증혐들 앞에 인현왕후는 빠져 나올 수 없는 올가미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사방팔방으로 인현왕후에게 씌워진 모함을 풀겠다는 동이는 허의관집에서 나왔다는 환(어음)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인현왕후의 사가의 도움을 받고 있다는 임상주 상단이 일만냥의 어음을 돌릴 수 있는 규모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동이는 누군가 가짜 환을 발행했다는 것을 간파하고, 상단 서기를 미행하는 차천수를 기다리다 장희재가 보낸 사내들에게 둘러싸이고 말았습니다. 이래저래 골치아픈 숙종이 이번 밤에는 야행을 나오지 않을 것 같고, 아무래도 서용기 종사관에게 걸린 차천수가 어찌어찌해서 동이를 구하게 되겠지요.
동이 걱정은 되지 않은데, 인현왕후가 걱정이 되네요. 명성왕후를 시해하려 했다는 물증들 앞에 인현왕후 처소 나인과 사가 사람들이 의금부로 압송되어 고문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인현왕후의 가슴은 찢어집니다. 중전의 체통이고, 자존심이고, 다 버리고서라도, 자신으로 인해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당하는 것만은 막고 싶었던 인현왕후는 장희빈을 불러 부탁을 합니다. 그만 이 일을 덮어 달라고 말이지요.
끝까지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발뺌을 하는 장희빈을 보고, 인현왕후는 처음으로 여인으로서 겪었던 속내를 털어 놓습니다. "한때 난 자네를 참 많이 부러워 했네. 늘 당당하고, 빛나던 자네가 미울만큼 부러웠지. 내가 가진 건 고작 중전이라는 허울뿐인 자리라는 생각에 밤잠을 설친 적도 많네. 하지만 그동안 내가 참 바보같은 생각을 했다는 것을 이제 알았네. 자넨 내가 그토록 고통스러울 만큼 대단한 사람이 아니었어".
하지만 돌아 오기에 너무 멀리 가 버린 장희빈입니다. 허울뿐인 그 자리도 내려놓게 될 것이라며, 인현왕후의 부탁을 거절합니다. 아니 그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엄포까지 놓습니다. 처소로 돌아 온 장희빈은 동이를 제거하겠다는 오라비 장희재의 말을 받아 들이고 말지요. 누구보다 마음이 심란할 숙종을 위로하러 갔다가, 동이와 호탕하게 웃는 모습을 본 장희빈은 단순히 풍산이라는 별명을 가진 말괄량이 천방지축 소녀가 아니라, 여인으로서 동이를 보고 있다는 것을 육감적으로 알아챕니다.
10년을 임금의 여인으로 살아 온 장희빈이었어요. 궁궐 밖으로 내쳐졌을 때도 자신을 잊지 못해, 어머니의 반대를 무릅쓰고 궁으로 다시 들여 후궁으로 앉혀 주었던 금강석같은 사랑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동이를 보고 웃고 있습니다. 마치 근심이라고는 하나도 없어 보이듯 행복에 겨워하는 모습입니다. 무슨 얘기인지 손뼉까지 쳐가며 웃습니다.
한 번도 왕의 사랑이 자신을 떠나리라고는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어머니 윤씨부인의 말이 생각납니다. 알 수 없는 것이 사내의 마음이라고 얼른 회임하라며 탕약을 들이밀던 일도 생각납니다. 그 탕약사건으로 중전을 시해하려 했다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약재를 들여 와 곤궁에 처한 동이를 구하기도 했던 장희빈이었습니다. 그때 장희빈은 어머니에게 "전하의 마음을 믿지 못하니, 품안의 자식을 믿으라는 말이냐?"며, "전하도, 자식도 믿지 않습니다. 오직 제 자신만을 믿을 뿐입니다" 라고 대답했었지요.
임금이 국정에 휘둘려 자신을 내칠 때도, 마음만은 내치지 않았음을 장옥정은 믿었어요. 자신의 체면, 지위 따위는 바람이 부는대로 흔들려도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임금이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만은 영원할 거라고 믿었어요. 자신이 임금을 사랑하는 마음이 변하지 않을 것이고, 숙종 역시도 변하지 않을 거라고 철썩같이 믿었기에, 세간의 여인들이 하는 '사내놈 마음 믿을 것 못된다'는 말을 들었을 때만 해도 자신과 숙종만은 예외라고 생각했어요. 왕자까지 생산했으니 더더욱 임금의 마음이 다른 여인에게 간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어요. 그런데 자기의 남자가 다른 아이를 바라보고 있는게 눈에 들어옵니다.
마마는 그럴 분이 아니라며 멈춰달라는 동이, 자네 손에 많은 사람의 목숨이 달려있다며 멈춰달라는 중전, 두 사람의 말이 한결같이 같은 말로 들릴 뿐입니다. "네가 이 모든일을 꾸몄음을 안다" 라는...

장희빈은 멈출 수도, 뒤로 물러날 수도 없는, 달리는 말을 타고 있습니다. 찬란하게 떠오르는 태양을 향해 달리는... 멈추려 해도 고삐를 함께 쥔 손이 너무 많습니다. 그들이 장희빈의 채찍을 멈추게 하지 않습니다. 세상에 태어나 여인으로서 오를 수 있는 최고의 자리, 한 남자만을 사랑하면서 처음으로 품었던 꿈, 조선 내명부의 최고 자리 교태전의 주인자리를 꿈꿨습니다. 신분때문에 천대받고, 설움받은 것을 되갚아 주고 싶었습니다. 그곳이 손을 뻗으면 닿을 듯 가깝습니다. 그래서 멈출 수가 없습니다. 자존심과 당당함을 버린 날, 장희빈은 더이상 눈물을 흘리지 않겠다고 다짐했어요. 꿈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온갖 권모술수와 비열함도 용납해야 한다면 받아들이겠다고 결심한 장희빈입니다. 당당했던 자존심도 버리고, 오라비의 술수를 모른척, 못본척 눈감아 버리면서, 오태석의 뒷배를 이용해 가면서 말이지요.
조선의 왕좌가 하나이듯, 교태전의 주인도 한 사람뿐입니다.  그 자리는 왕좌의 주인이 가장 사랑하는 자신이어야 합니다. 한걸음만 가면 교태전의 주인자리가 자신의 것입니다. 중전의 자리, 국모의 자리, 자신의 아들 왕자의 모후, 자신의 아들이 왕위에 오르는 모습까지 모두 봐야 합니다. 장옥정의 꿈이 그것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장희빈은 자신이 향해가고 있는 찬란한 빛에 눈이 부셔 미처 보지 못했어요. 함께 손잡고 자신을 향해 웃고 있던 숙종이 자꾸 뒤를 돌아보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지요. 첫 눈에 귀한 상이라 마음에 담았던 아이, 정직하고, 강직하고, 유난히 눈빛이 맑았던 아이, 자신의 어린 모습을 너무도 빼다 닮은 아이를 보고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장희빈이 교태전의 주인자리에 가까이 갈수록, 숙종의 마음과는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 이제서야 조금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런데도 중전이라는 자리, 미래 왕의 모후라는 자리는 달콤하기만 합니다. 결코 포기하고 싶지 않는 꿈입니다. 
장희빈은 그때까지도 도사의 예언을 다 헤아리지 못했어요. "항아님께서는 운명에 정당하게 맞서려 하실 겁니다. 허나 할 수 있다면 그리하지 마십시오" 라고 했었던 충고를 말이지요. 장희빈은 인현왕후와 명성대비의 모든 일이 자신의 꿈이 이뤄지기 위해 벌어지고 있는 운명이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모든 것이 자신을 위해 굴러 가고 있는 운명처럼 말입니다. 최고의 주인자리에 앉게 될 운명은 정당하게 자신이 받아야 할 몫이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궁에 들어와 대비와 서인들로부터 온갖 모함과 핍박을 받았지만 왕이 유일하게 사랑하는 여자였고, 왕가의 대를 이을 왕자도 생산한 자신이야말로 최고의 자리 주인이었기 때문이에요.
허울뿐인 중전의 자리를 명실상부한 중전의 자리로 만들고 싶은 장희빈입니다. 장희빈은 다가 온 꿈 앞에 진실의 눈을 감아 버립니다. 진실을 택한 동이와는 반대로 말입니다. 그만 멈춰달라는 동이를 거절하면서 장희빈과 동이는 빛과 그림자가 자웅동체처럼 붙어있어 누가 빛이고, 누가 그림자인지 몰랐던 모습을 확연하게 드러내게 됩니다. 
진실의 빛은 거짓의 빛보다 밝고 강합니다. 야망을 위해 진실의 눈을 감아버린 장희빈은 그녀가 품었던 꿈을 이루고 모든 것을 얻게 되겠지만, 꿈보다 소중한 것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한 남자의 맑았던 사랑을 잃어가고 있을 뿐입니다. 사랑을 갈구할 수록 그녀는 외로울 수 밖에 없고, 권력에 집착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언젠가 어머니에게 말했듯 이제는 자신 밖에는 믿을 사람이 없을 지 몰라요. 그녀에게서는 사랑보다 권력을 탐하는 냄새가 짙어져 갈 뿐이니까요.
숙종이 아무도 믿을 수 없는 궐에서 오래오래 믿을 수 있는 벗 동이를 얻을 때, 장희빈은 그의 믿음과 사랑을 잃어가고 있을 뿐입니다. 사랑을 받지 못하는 중전의 자리는 허울뿐인 자리, 그림자가 되고 만다는 인현왕후의 충고도 무시한채 말입니다. 궁궐이라는 곳에서 임금의 여자가 사랑을 잃을 때 모든 것을 잃게 된다는 것을 장희빈은 지금은 알지 못합니다. 사랑을 받지 못한 인현왕후가 그 답안이었음에도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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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19 07:30




명성대비의 위중한 병세는 오비이락과 어부지리라는 속담처럼 동이와 인현왕후, 그리고 장희빈의 운명을 가르게 됩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속담에 걸맞는 이가 인현왕후와 동이가 되겠고, 뜻밖의 횡재를 얻게 된 이가 장희빈이 아닐까 싶습니다. 내의원 허의관이 명성대비 탕약에 백출부자탕을 섞게 한 사람이 "중전마마십니다"라고 한 폭탄증언은 감찰부와 궁궐에 피바람을 예고하며, 인현왕후를 폐서인이 되게 만드는 결정적인 사건으로 그려질 것 같습니다.
이 모든 것이 장희재와 오태석이 비밀리에 진행한 음모이고 언젠가는 반드시 밝혀지겠지만, 인간의 추악한 욕심에 의해 은폐된 진실은 인내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인현왕후의 훗날 환궁을 통해 배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진실이 덮어진 시간은 고난의 시간과 같은 궤로 움직이겠지요. 모함을 뒤집어 쓴 인현왕후가 보내야 하는 고난의 시간처럼 말이지요.
내의원에서 명성대비에게 쓰면 안되는 백출부자탕을 사용한 증험을 찾아 낸 동이는 이 일의 배후에 취선당 장희빈이 있었음을 알게 됩니다. 심증으로는 장희빈이 그런 야비한 술수를 부리지 않았을 것이고, 모든 짓이 장옥정의 오라비인 장희재의 농간이었을 것임을 알지만, 진위를 떠나 동이와 장희빈은 끝내 결별하고 맙니다. 운명적으로 끌렸던 두 사람은 명성대비의 탕약문제로 같은 길을 갈 수 없는 대립적인 운명으로 갈리게 된 것이지요.
지금까지 드라마 동이에서 그 복선으로 보여준 장치들 가운데, 저는 금이 간 장희빈의 경대거울이 장희빈과 동이의 운명을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장희빈의 경대 깨진 거울은 두 가지 의미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1. 장희빈, 자존심과 의를 버리다
장희빈의 경대거울은 장희빈의 내면을 상징합니다. 드라마 초반부터 장희빈은 상당히 강직하고, 의로운 여인으로 그려왔습니다. 사람을 알아보는 깊은 혜안과 부정한 짓으로 목적을 달성하지 않으려는 반듯한 모습을 보여주었지요. 감찰부에 끌려 간 동이를 위해 자진출두해서 조사를 받기도 하고, 동이가 천비라는 신분의 한계에 부딪혀 꿈앞에서 좌절할 때도 동이를 격려해 주는 인물이었습니다. 명성대비와 서인이 장희빈을 모함하기 위해 음변조작과 인현왕후의 탕약문제로 장희빈을 죄어 올때도 의연했고, 넓은 도량을 보여 주기도 했지요. 음변과 인현왕후의 탕약문제는 동이의 활약으로 장옥정은 화를 입지 않게 되었고, 동이에 대한 고마움과 의리, 그리고 신뢰는 한없이 커지기만 했습니다. 동이를 본 장희재가 마마와 같은 운명을 가진 상이라며 마마에게 해를 끼치게 될 것이라는 경고를 할 때도 무시해 버릴 정도로 동이에 대한 신뢰는 컸었지요.
이때까지도 장희빈은 자신의 힘으로 큰 꿈을 이루겠다는 의지가 강했고, 정정당당하게 싸우겠다는 자존심 강한 여인이었습니다. 그런 장희빈은 명성대비 시해음모라는 빼도 박도 못할 오라비의 술책으로 인해 자존심을 버리게 됩니다. 자신의 수발나인 영선이 장희재와 짜고 명성대비의 탕약에 백출부자탕을 내의원에게 전했다는 것을 알게 된 장희빈은 오라버니 장희재에게 분노합니다.
이런 식의 더러운 짓을 원하지 않았다고 하는 장희빈의 말에 장희재는 장옥정이 결코 버릴 수 없는 야망을 상기시킵니다. 장희빈의 오늘은 더러운 짓을 한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앞으로 그 더러운 짓을 장희재가 다 짊어지고 하겠다고 하지요. 그리할 수 없으면, 오라비인 자신과 최고의 자리에 오르겠다는 꿈을 버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장희빈은 진퇴양난의 기로에 서있습니다. 진실을 알고 있지만, 자신의 입으로 진실을 인정하는 순간, 그 모든 꿈이 물거품이 될 것이라는 것도요.
원했든 원하지 않은 일이었든, 장희빈은 빠져나갈 수 없는 불의의 올가미에 걸려들고 맙니다. 사실 장옥정이 인현왕후의 탕약문제가 불거졌을 때 의연할 수 있었던 이유는 결단코 자신이 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어요. 하지만 명성대비전의 탕약은 명백히 취선당이 배후가 돼버린 진실이었습니다. 장희빈의 고민이 클 수 밖에 없는 이유기도 하지요.
고뇌하는 장희빈의 눈물은 꿈을 위해, 야먕을 위해 더러운 짓을 받아 들이려는 자신을 위해 흘리는 눈물입니다. 목숨만큼 지키고 싶었던 자존심이 땅에 팽개쳐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장희빈이 꼿꼿하게 지키고 싶었던 자존심은 그렇게 깨지고 맙니다. 경대의 거울처럼 말이지요.

2. 같은 운명을 가진 두 여인, 빛과 그림자로 갈리다
명성대비의 탕약사건에 대한 진실은 동이와 장희빈의 운명마저 갈리게 하는 큰 사건이 되고 맙니다. 김환이라는 도사의 예언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준 장치가 장희빈의 깨진 거울이지 싶습니다.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르게 되는 같은 운명을 타고 났지만, 그 자리는 함께 나눌 수 있는 자리가 아니지요. 도사는 장옥정의 운명을 예언하면서 장옥정과 같은 운명을 가진 이에 대한 얘기를 함께 했었지요. 모든 것을 가졌으나 모든 것을 잃게 되는 그림자의 운명, 모든 것을 잃었지만 모든 것을 가지게 될 빛의 운명, 그림자는 결코 빛을 이기지 못한다고 말이지요. 그리고 그림자는 장옥정이라는 말도 했었습니다. 그림자가 될 수 밖에 없는 장옥정의 운명을 암시하는 것이 바로 장옥정의 깨진 거울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거울이 깨지는 것은 흔히 불길한 운명을 상징합니다. 장옥정은 모든 것을 가진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자책봉이라는 걸림돌이 있지만, 왕손이 될 왕자를 생산했고, 숙종의 사랑과 함께 숙종이 남인과의 정국을 주도하겠다는 의지까지 보여주고 있으니, 장희빈의 입장에서는 물만난 물고기와 같고 날개를 달고 비상하는 일만 남았다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장희빈의 날개는 다름 아닌 장옥정이 자존심을 버리고 오라버니가 던져 준 달콤한 금단의 열매를 먹은 순간 하나 둘 깃털이 빠지기 시작하게 되고, 빛도 잃게 됩니다. 하지만 장옥정은 지금은 자신이 가진 날개가 참새의 날개가 돼버린 것을 알지 못합니다. 장희빈이 의를 버리고, 야망의 덫에 빠져 까마귀의 날개를 가질때 동이는 의로움과 진실을 택함으로써 학의 날개를 가지게 됩니다. 

또한 장희빈의 깨진 거울은 자신의 또 다른 거울이라고 할 수 있는 동이를 잃은 것을 의미합니다. 같은 운명을 가진 두 사람은 자석처럼 서로에게 이끌려 서로를 거울 삼고 있었어요. 장희빈은 동이가 한 번 생각한 일이라면 의구심이 풀릴 때까지 목숨도 마다않고 달려드는 것을 보았습니다. 동이를 보면서 장희빈은 포기하지 않은 꿈을 향해 달려가는 자신의 모습을 보는 듯 좋았어요.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두려워하지 않는 동이를 보고, 그리고 동이가 진실을 밝힐 때마다 장희빈은 흡족했어요. 같은 꿈이 아닐지라도 동이의 포기하지 않는 근성을 비춰보며, 자신의 꿈에 대한 희망을 확인하고 싶어했는지도 몰라요. 자신과 빼닮은 동이가 장희빈에게 특별할 수 밖에 없었지요. 자신의 모습을 비춰주는 거울과도 같았기 때문에 말이지요.
명성대비의 탕약사건으로 그런 거울이 깨진 것입니다. 자신의 모습과도 같았던 동이라는 거울이 말이지요. 장희빈은 총명하고 반듯한 동이를 잃고 싶지 않습니다. 동이를 누구보다 자신의 사람으로 가지고 싶었습니다. 천인의 피가 흐르는 자신이 감히 오르지 못할 자리에 뜻을 품었듯이, 천비 동이가 날개를 달고 궁에서 감찰상궁으로 자질을 마음껏 펼쳐주길 바랐습니다. 여인이라는 이유로, 천인이라는 이유로 꿈을 펼칠 수도 없는 것이 장희빈은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자신과 닮은 아이가 높이 비상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자신의 모습을 보는 듯 뿌듯했어요.
그런 아이를 잃은 것입니다. 자기 사람으로 만들고 싶었던 아이를 말이지요. 장희빈이 도사가 예언한 빛의 운명을 가진 다른 한 사람이 동이라는 것을 이때까지는 깨닫지 못했겠지요. 

내의원과 자신의 처소나인 영선이 서찰을 주고 받은 사실을 동이가 알았다는 것을 알게 된 장희빈은 동이를 취선당에 부릅니다. 장희빈이 명성대비의 탕약과 연루되었음을 동이는 끝까지 믿고 싶지 않다며, 진실을 말해주길 원하지만, 장희빈은 알고 있었다고 시인하면서 동이와 정면승부를 합니다. "왕자가 몸이 좋지 않아 백출부자탕을 지어달라고 했고, 그 일로 영선이가 내의관을 만난 것이다. 네가 본 것도 그것이다. 허니 이일을 크게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동이에게 사실을 덮을 것을 종용하지만, 동이는 장희빈에게 분명하게 거절의 의사를 밝히지요.
두 번이나 동이에게 간곡하게 부탁하지만, 장희빈의 뜻을 거절해 버림으로써 장희빈과 동이는 결별하게 됩니다. 장희빈은 큰 것하나가 가슴에서 떨어져 나간듯 마음이 아픕니다. 
동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천한 신분으로 궁에 들어와 희빈의 자리에까지 오르게 된 장옥정, 그녀는 동이에게 천비가 아닌, 사람으로서의 꿈을 꾸라고 가르쳐 주었습니다. 마치 "내 모습을 보고 너도 높은 꿈을 꾸어라" 라고 하듯이요. 신분의 벽을 처음으로 허물어 주고, 동이의 멘토가 되었던 희빈마마가 불의를 눈감아 달라고 합니다.
동이는 그런 장희빈을 눈감아 줄 수가 없습니다. 동이의 꿈은 권세도 아니고, 높은 꿈도 아니고, 귀한 사람이 되는 것이었어요. 처음으로 귀한 사람으로 여겨졌던 장희빈, 그리고 자신에게도 귀한 아이라고 칭찬해 줬던 장희빈이 귀함의 가치를 버리라고 합니다. 그래서 동이는 희빈의 뜻을 거절할 수 밖에 없습니다.
스스로 바르고 귀한 마음을 품지 못하면 결코 귀한 사람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동이는 알고 있기 때문이에요. 희빈의 처소를 나오면서 동이가 흘렸던 눈물은 믿고, 의지하고, 귀감으로 삼았던 자신의 거울 희빈이 깨지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에요. 믿고 싶지 않았고, 실망하고 싶지 않았던 자신의 거울과도 같았던 귀한 존재가 권세 앞에, 부정 앞에 무너지는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일 거예요.
장희빈 역시 동이처럼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습니다. 오라버니는 자신의 꿈을 위해 사람취급도 받지 못하고, 파락호 행세를 해왔습니다. 온갖 더러운 짓도 누이가 품은 뜻을 위해서라면 불구덩이에라도 들어 가겠다고 합니다. 그런 오라버니를 장옥정은 버릴 수 없습니다. 누이의 꿈을 위한 장희재의 더러운 손이 결국은 장희빈의 발목을 잡아 버릴 것이라는 것을 이 남매는 몰랐겠지요. 장옥정이 자존심과 의를 버리는 순간, 장옥정은 사랑받지 못할 여인이 되고 맙니다. 권력과 자신의 아들을 보위에 올리려는 야망에 눈이 멀어져 갈 뿐입니다.
장희빈의 깨진 거울은 자신의 모습을 더 이상 똑바로 비춰주는 거울이 없어짐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다 가진 듯 보이지만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며, 결코 빛을 이길 수 없는 그림자의 운명을 가졌다는 도사의 예언은 장옥정의 가로로 깨진 거울이 상징하고 있기도 합니다. 깨진 거울을 보니 좌우가 아닌 상하로 금이 가 있더라고요. 이는 빛과 그림자를 상징하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빛은 위에서 부터 내려오고, 그림자는 아래에 생길 수 밖에 없듯이 동이와 장옥정은 상하로 깨진 거울과 같이 빛과 그림자의 운명으로 갈리고 맙니다. 
이처럼 서로의 거울이 깨지는 순간은 두 사람 모두에게 고통입니다. 믿었던 장희빈의 불의에 실망하는 동이, 당당함과 자존심을 야망을 위해 던져버린 장옥정은 깨진 거울처럼 각자의 운명을 향해 달릴 수 밖에 없습니다. 모든 것을 잃어버릴 운명과 모든 것을 가지게 되는 운명을 향해서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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