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옥정'에 해당되는 글 44건

  1. 2010.04.13 '동이' 한효주가 간과하고 있는 2퍼센트는? (20)
  2. 2010.04.07 '동이' 어리바리 숙종과 풍산 동이, 요절복통 탐정놀이 (21)
  3. 2010.04.06 '동이' 죽은 사람도 살려내는 사극의 힘? (26)
  4. 2010.03.31 '동이' 시선 사로잡은 한효주와 지진희, 그리고 재미있는 옥의 티 (27)
2010.04.13 07:13




음변의 원인을 밝힌 공으로 동이는 삽시간에 장악원에서 인기짱입니다. 동이 덕분에 장악원에는 어식(임금이 내린 음식)이 내려지고, 동이는 고급비단과 금붙이에 노리개까지 하사받았지요. "난 이 나라의 왕이다" 라는 말을 듣고도 "네가 임금이면 나는 옥황상제"라며 칼을 겨눈 서인들 하수인들에 의해 목이 날아갈 찰나 서용기가 이끌고 온 포청관군들에 의해 다행히 숙종과 동이는 목숨을 구했어요. 
간밤에 어리바리 숙종과 풍산 동이의 활약으로 음변의 원인이 암염때문이라는 진상이 밝혀짐에 따라 명성대비와 서인들이 곤궁에 처하지만, 음변을 꾸민 배후가 명성대비와 서인들이었음을 알고도 장옥정은 이를 기회로 이용하는 영리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겉으로는 명성대비를 곤궁에서 구해주는 척하면서, 속으로는 숙종의 총애를 잃지 않으려는 계산이 있었던 것이지요. 또한 명성대비와 서인들에게는 약점을 잡고 있다는 것까지 은연 중에 내비친 장옥정입니다. 왕실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칼 같은 숙종이기에 이번 음변의 음모 배후가 드러나면 어머니에게도 칼을 댈 수 있는 성정이라는 것을 장옥정이 모르지 않기에, 명성대비와 서인들의 음모를 묻어주려는 것이었지요. 어머니를 치고 장옥정을 편한 마음으로 볼 수 없을 것임을 계산에 넣은 장옥정의 영특한 처리방법이었던 것이지요.
숙종으로부터 간밤에 목숨이 왔다갔다 했던 재미있는 무용담을 들은 장옥정은 묘하게 동이라는 아이가 궁금해집니다. 천을귀인이라는 같은 운명을 타고 난 이유인지 자석처럼 장옥정은 동이라는 아이에게 끌립니다. 장옥정은 동이로 인해 재입궁이 변란이라는 흉흉한 소문을 털 수 있었으니 동이에게 상을 내리고자 하지요. 동이를 기다리는 동안 장옥정은 과거 도인이 했던 말이 불현듯 떠올라 표정이 어두워집니다. "모든 것을 가진 자가 모든 것을 잃은 아이의 그림자다" 라며 자신을 그림자라고 했던 도인의 예언에 걸립니다. 빛이 그림자를 알아보듯, 그림자 역시 빛이 들어오면 눈이 부시는 법이지요. 빛과 그림자라는 타고난 운명때문이었는지 장옥정의 눈앞에 나타난 동이에게서 나오는 예사롭지 않은 기운을 장옥정도 느끼지요. 
동이를 본 장옥정의 예감은 예리합니다. 국화차를 권하며 고경명의 황백국이라는 시 한 구절을 읊으며 다음 구절을 맞추라고 하니 동이의 입에서 다음 구절이 막힘없이 나옵니다. 동이에게서 품어나오는 맑은 눈빛과 맑은 기운은 장옥정이 동이에게 호기심을 갖게 합니다. 장옥정은 동이가 예사 아이는 아니라는 생각에 흥미를 가지는데, 상으로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다는 말에 실망이라며 동이를 나가보라고 합니다. 장옥정은 순간 자신의 신분과 야망을 떠올렸을 것입니다. 지난밤에 간밤에 임금인 줄도 모르고 혼줄까지 내가며 범인을 잡았다는 말에 장옥정은 동이의 영민함에 놀라우면서도 한편으로든 자신과 같은 야망이 있는 인물인지 알고 싶었을 겁니다. 이런 것이 운명의 이끌림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역시 신분이 천출임에도 숙종의 은혜를 입고 상궁의 자리에 오른 인물이기에 동이에 대해 특별히 호기심을 보인 것이었지요. 더구나 동이에게서 나오는 천비답지 않은 기품과 맑은 기운은 장옥정이 관심을 가지게 했고요.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다는 동이의 말에 "네가 감히 당치 않은 것을 꿈꾸고 얻을 수 없는 것을 얻으려 했다면 더욱 마음에 들었을텐데..."라며 자신이 사람을 잘못봤나 싶어 실망을 하는 장옥정입니다. 나가보라는 말에 "마마님! 사실은 바라는 것이 있습니다" 라며 청을 들어줄 수 있느냐며 엎드린 동이, 과연 동이가 궁금해 하던 나비문양의 노리개에 대해 동이가 장옥정에게 물어볼 지 다음회를 기다려야 겠네요.
동이가 궁궐에 들어 온 이유가 나비모양을 가진 항아님, 그리고 장익헌 대감이 죽으며 보여주었던 손동작을 했던 항아님을 찾아 아버지와 오라버니의 무고를 밝히고자 함인데, 동이는 억울함을 풀게 될지 모르겠네요. 장옥정이 동이가 어느 밤 어린 아이에게 인정을 베풀어 궁지에서 구해주었던 검계 최효원의 여식임을 알게 되면, 장옥정이 동이를 가만 내버려두지 않을 듯 싶은데, 호기심 소녀 동이의 앞날이 풍전등화입니다.  
동이가 방송된지 7회에 이르렀지만, 여전히 동이는 이렇다하게 시청자들을 끄는 힘이 부족해 보입니다. 지난 회 숙종 지진희의 코믹한 모습으로 새로운 모습의 숙종에 대한 기대감이 급상승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드라마는 산만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우아하고 품위있는, 그리고 영특한 장희빈의 모습에 근접한 이소연은 캐릭터 잡기에 성공한 모습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주인공 동이를 연기하는 한효주가 우려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붕 떠있다는 느낌입니다. 조선시대의 캔디로서의 밝고 명랑한 동이를 연기하고 있는 한효주 연기를 못한다는 것은 아닌데, 드라마가 끝나면 한효주의 붕 떠 있는 목소리가 자꾸 걸립니다. 물론 동이는 17살의 어린나이이고, 현재로서는 다듬어지지 않은 들꽃같은 캐릭터를 보여주어야 하기에 행동에서도 말투에서도 천방지축인 모습은 감독이 원하는 동이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또한 난관 속에서도 늘 따뜻하고 밝은 성격의 동이를 보여주고 싶다는 설정에도 부합되는 모습임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에요.
문제는 한효주의 대부분의 대사가 정통적인 사극에서의 대사라기 보다는 현대적인 대사들이기에 사극의 냄새가 나지 않는 점도 있지만, 한효주의 대사는 조금 빠르고 거친 호흡마저 느껴집니다. 대사를 끊지 않고 하려다보니 호흡이 가파르고, 더구나 한효주의 음색이 낮은 톤도 아니기에 더 현대적이고 빠르게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한효주의 상대배역들과 나오는 신은 각자 따로 논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상대방과 주고 받는 대화가 아니라 일방적으로 자기대사만 친다는 느낌까지 들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보다 심각한 것은 동이의 장악원에서나 숙종(아직은 임금인줄 모르고 있지요) 등과의 장면에서 동이는 가장 기본적인 것을 망각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밝고 긍정적이고 영민한 성격의 아이라는 것에 지나치게 치중하다보니 드러나지 않지만 묘하게 거슬리는 부분들이 눈에 뜨입니다. 
예컨데 밤중에 숙종과 암염에 대한 증거를 잡는 과정에서도 동이는 양반, 더구나 한성부 판관이라는 양반을 가지고 노는 듯한 인상입니다. 물론 어리바리 숙종과 환상의 개그콤비는 만들었지만, 양반에게 눈을 꼿꼿이 들고 가르치려는 듯한 태도는 노비신분에서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는 것이죠. 한성부 판관이 조금 모자라다 싶으니 아예 무시까지 하려는 듯한 동이는 당당하기 보다는 되바라져 보일 수도 있었던 장면이었어요. 이런 동이의 태도는 비단 숙종에게서 그치지 않습니다. 장악원에서는 정도가 심하다 할 수 있습니다. 서열상으로 위인 영달(이광수)과 황직장(이희도)를 대하는 태도는 밝음을 넘어서 입에서만 나으리고, 전혀 윗사람을 대하는 태도처럼 여겨지지 않습니다. 동이와 함께 많은 시간을 하는 장악원에 대부분이 희화적인 인물들만이 있다보니 동이의 이런 면은 더욱 강조될 것같습니다.
이번 회 강렬한 감초들로서 등장한 오태풍(이계인), 오호양(여호민) 역시 동이를 사극적인 무게감이 아닌 재미요소들만 있는 인물들 속에서 부각시킬 뿐일 것입니다. 이소연이 명성대비, 오태석 그리고 잘 교육된 상궁들 속에서 우아하고 기품있는 장희빈으로 자리를 잡은 것은 물론 본인의 캐릭터 소화능력에도 있지만, 좋은 멍석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는 것도 한 몫하고 있을 것입니다.
반면 한효주의 주변에는 코믹하고 바보스러운 인물들 투성입니다. 동이가 제 아무리 영특함을 갖췄다 할지라도, 명성대비를 한방에 보낼 수 있는 물증(패찰)을 가지고 명성대비와 서인들의 뒷통수를 친 장옥정이 부각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장악원에서 동이 한효주와 호흡을 맞추고 있는 배우들은 대부분이 코믹하고 과장적인 캐릭터이기에 이 속에서의 한효주 역시 붕붕 떠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동이가 보여줘야 할 영특함과 밝음도 코믹속에 묻혀가는 듯한 느낌입니다. 햇살미소마저도 시도때도 없이 밝은 모습을 애써 강조하기 위해 남발하는 듯한 모습이고 말이지요.
호기심많고 덜렁대는 동이도 좋지만, 동이는 장금과는 다른 캐릭터입니다. 장악원에서의 천방지축 동이는 수랏간의 장금이 같은 모습이 군데군데 눈에 뜨이는데, 장금이 이영애가 보여주었던 기품은 부족한 모습입니다. 이는 배우 한효주에게도 한효주가 만들어 갈 동이라는 캐릭터에도 좋은 방향은 아닐 듯 싶습니다. 물론 장금이가 어려서부터 한상궁에게 교육받은 영향도 있지만, 시청자는 드라마 속 주인공에게서 특별한 분위기를 찾고 싶어 하는 것이 사실이지요. 한효주는 천방지축 노비 동이의 모습은 제대로 살리고 있지만 주인공으로서의 무게감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천인의 왕은 저 아이'라는 말이 워낙 강렬하게 자리해서인지 동이가 범부들과 다른 모습을 찾고 싶은데, 밝고 낙천적인 성격을 지나치게 부각하다보니 매사에 흥분 상태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고 말이지요.
동이는 숙종의 눈에 들기 전까지는 들꽃같은 이미지의 아이입니다. 그런데 지금의 동이는 들꽃같은 야생화 이미지보다는 잡초의 이미지가 더 강한 것 같습니다. 인현왕후, 장희빈, 숙빈최씨 동이를 꽃에 비유하자면 각각 수선화, 장미, 연꽃에 비유하고 싶습니다. 진흙탕 속에서 피어오른 연꽃같은 인물이 숙빈최씨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거든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은 후원 연못가에 핀 수선화의 이미지도 아니고, 장옥정처럼 자색으로 임금을 유혹한 것도 아닌, 진흙탕 속에서 고고하게 피어오른 연꽃같은 인물말입니다. 
영웅에게는 범부에게 없는 영웅의 모습이 있듯이, 궁중 무수리출신이었지만 미래 국모로, 그리고 천민들의 왕에 오르는 사주를 타고난 동이만의 분위기도 있어야 하는데, 밝고 재치발랄한 동이의 모습에만 치중하다보니, 뭔가가 부족한 느낌입니다. 그게 뭘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2%의 신비감 혹은 기품같습니다. 동이를 둘러싼 장악원의 모든 인물들이 코믹에 치중하다보니 동이 역시 기품이 풍겨나올 분위기를 만들어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시청자는 느끼지 못하고 단지 도인과 장옥정만이 아는 기품일 뿐입니다. 연꽃으로 피어나기 전의 들꽃같은 동이, 잡초가 아닌 들꽃같은 동이를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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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7 07:42




간밤에 편경장인이 살해된 시신을 목격했다는 경수소의 한 줄 사건일지는 예리한 캐코 종사관 서용기의 손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음변, 운석 등 궁에 일어난 해괴한 일들이 장희빈의 재입궁때문이라는 소문은 삽시간에 도성에 퍼져, 저자에서는 변란이 일어날 징조라며 쌀을 사들이려고 난리법석이고, 밤마다 벽에는 괴서가 나붙지요. 의금부, 한성부, 포도청 어느 곳에서도 사건의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있는데 숙종이 엄명을 내립니다. 흉조의 원인을 밝히지 못하면 "니네 다 죽었어"라며 엄포를 놓는 숙종은 역시 일에서는 한 카리스마 합니다.
직접 민심을 살펴보겠다고 나선 숙종이 포도청을 찾아 수사상황을 살피는 중, 종사관 서용기가 알게 된 경수소 일지를 보고 받게 되었지요. 다름아닌 편경장인의 시신을 한 계집이 발견했는데, 사고현장으로 출동하니 시신이 없어서 허위보고로 흐지부지되었다는 거의 묻힐 뻔한 일을 알게 된 것이지요. 역시 종사관 서용기는 깨알만한 사건도 놓치지 않는 개코 수사관입니다.
암행을 나선 숙종은 환궁하려다 서용기로부터 들었던 사건현장으로 발길을 돌리고 헛간으로 향합니다. 그곳에는 호기심 소녀 동이가 몸을 숨기고 있었고요. 동이는 죽은 편경장인의 집을 찾았다가 낯선 남자들이 편경장의 집에서 무엇인가를 흠쳐가는 것을 보았고, 뒤를 쫓아 지체 높은 집으로 그 사내들이 들어가는 것을 보게 됩니다. 물론 현장에서 어떤 칠푼이같은 사내가 보따리를 쏟는 바람에 흘리고 간 편경조각까지 주을 수 있었지요. 그 편경조각을 헛간에서 편경장인의 망태기를 쏟았을 때 봤던 것을 기억한 동이는 같은 편경 조각이 떨어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다시 헛간으로 갔던 것이지요. 
밖에서 나는 수상한 소리에 몸을 숨기려던 숙종은 가마니 뒤에 숨어있던 동이를 보고 허걱 놀라는데, 동이를 보고 놀란 순간부터 이어진 숙종의 어리바리 모습은 너무 웃겨서, 그 다음부터 두 사람의 표정과 대사만 따라 다니느라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를 정도였습니다. 사극이 이렇게 웃기게 재미있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말이에요. 어리바리한 숙종 지진희의 표정과 대사도 재미있었지만, 전혀 다른 귀여운 숙종의 모습이 유쾌 상쾌했답니다. 근엄함을 버린 왕의 코믹하고 귀여운 모습, 급호감입니다.
궁에서는 모든 이들이 감히 용안을 올려다 보지도 못하는 군주이지만, 계급장 뗀 일개 범부의 모습에서는 허세기도 있으면서 겁도 많고, 무엇보다 세상물정에 너무 순진한 숙맥일 뿐이에요. 동이에게 호통을 들어가며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모습은 용포에 가려진 인간적인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신을 한성부 판관이라고 속인 어리숙한 양반이 왕인 줄도 모르고, 동이가 기선제압해 버린 과정, 어찌된 영문인지 보도록 하지요.

헛간에 숨어든 낯선 양반에서 동이가 물어 봅니다. "대체 나리 누구십니까?" 왕이라고 밝힐 수 없는 숙종은 "너는 누구냐?"라고 되묻지만 밖에서는 왕의 호위무사가 칼잡이들에게 당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칼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죽고 싶으시냐" 며 따라 오라는 동이를 따라 헉헉대고 한밤중에 뜀박질하는 숙종, 평소에 운종량이 부족해서인지 겨우 몇걸음밖에 달리지 않았는데도 숨이 목에 턱턱 차오릅니다. 숨찬 대사까지 리얼하게 보여주는 숙종, 역시 대단한 연기력이에요. 더 멀리 도망가야 한다는 동이의 말에 "난 이렇게 뛰어본 적이 없다. 난 죽어도 못간다" 라며 털썩 주저 앉는 숙종을 보니 동이는 기가 차지요. 뒤에서는 칼든 사람들이 죽이려고 쫓아 오는데, 뛰어본 적이 없다는 이 양반이 참 한심해 보입니다. 그런데 한 술 더 떠 정신나간 소리까지 합니다. "대체 이게 어찌된 일이란 말인가? 설마 역모란 말인가?"
임금을 한 번도 본 적도 없고, 설마 이 밤중에 왕이 헛간에 숨어 들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동이는 이 말에 기가 차지요. "역모는 임금님을 시해하려 할 때 쓰는 말이죠" 뒷말은 안들어도 뻔하죠. 뭘 좀 알고나 쓰시죠 였겠지요. 가르치려면 한참 모자란 양반입니다.
그런데 이 어리숙한 양반 손에 헛간에서 동이가 찾고 싶었던 돌멩이가 들려 있었지요. 암염, 즉 소금돌이라는 겁니다. 혹시 군관이냐는 동이의 말에 얼떨결에 한성부 판관이라고 대답해 버린 숙종은, 동이로부터 시신을 발견한 전모를 듣게 됩니다. 동이는 숙종에게 편경장의 집에서 암염 조각들을 훔쳐간 집을 가르쳐 주고는 군사들을 데리고 오라고 숙종을 보냅니다. 그곳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고 있겠다고요. 여자 몸으로 어찌하려느냐는 말에 동이는 "부끄러운 말씀이지만 사람들이 절 풍산이라고 부릅니다" 라고 대답하는데, 동이도 은근히 한 자랑하는 성격같아요.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풍간개처럼 질기다는 별명이 있다고요.
그러고 보니 동이는 어려서부터 호기심이 충만해서 여기저기 간섭을 많이 했던 아이였어요. 그 때문에 위기도 있었지요. 비단옷을 입겠다는 일념하에 아버지 말씀을 어기고 문안비로 나섰다가 위험에 빠지기도 하고, 달리기 시합에서 이겼는데도 약과를 얻지 못하자 약과를 돌멩이랑 바꿔치기 하고 도망치기도 했던 아이였어요. 그 호기심이 장악원 노비 동이의 인생도 바꾸게 될 모양입니다. 숙종과의 만남으로 이어졌으니 말이에요. 풍산 동이라, 이제부터 동이를 따라다닐 별명 하나 생겼네요. 
홀로 동이를 두고 온 숙종은 이상하게 마음이 쓰입니다. 당차게 자기 앞에서 꾸지람도 하고 호통을 치는 듯한 어린 계집이 마음에 쓰이지요. 남자 체면이라는 것도 생각나고 말이지요. 어린 여자를 사지에 두고 혼자 피신한 것같아 불편한 마음에 다시 현장으로 가니, 아니나 다를까 동이가 담을 넘으려고 하고 있지요.
군사들을 데리고 와야 할 군관나으리가 다시 오니 동이가 놀라서 묻는데, 대답이 기절초풍할 일입니다. 지나가는 행인에게 말을 전하라 했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하는 숙종이에요. 동이에게 눈 앞의 한성부 판관 나으리는 직업 의식도 없어보이는 인물로 찍히고 마는 순간입니다. 한심한 양반으로 찍힌 숙종의 굴욕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증거가 담긴 보자기가 연못앞에 있는 것을 본 동이는 담을 넘어 증거품을 가져 오려고 하지요. 그나마 낮은 담장을 찾았는데, 어리바리 판관 숙종 표정을 보니, "담장이 낮은 것과 내가 무슨 상관? 날 더러 어쩌러고?"입니다. "한 번도 담을 넘어 본 적이 없다. 내가 있는 곳은 담을 넘기에는 너무 높았다" 라니 두손 두발 든 동이지요. 동이가 넘겠다고 엎드리라 하니 이제는 숙종이 기가 찹니다. 누구 대신 엎드리라고 할 내관들도 없고 미치고 팔짝 뛸 노릇입니다. 왕이란 자리가 하늘아래 누구에게도 고개를 숙이지 않는 자리인데, 이거 큰일입니다. 
그러나 "증거들이 다 녹게 생겼는데 이깟 바닥을 피하십니까?" 라고 꾸짖는 동이에게 꼬랑지 내리고 엎드리는 숙종... 이 장면보면서 한참이나 웃었네요. 허리 우두둑 소리에 놀란 토끼눈의 숙종 모습도 귀여웠고, 임금 체면 구기고 땅바닥에 엎드린 모습도 그랬지만, 천한 노비가 임금의 등을 밟고 올라서는 장면은 감히 사극에서 꿈도 꾸지 못했던 파격적인 장면이었습니다. 드라마니까 나올 수 있는 숙종 인생 최고의 굴욕 사건이지 싶어요.
숙종 등을 밟고 담을 넘어 문을 열어주니, 숙종이 남자 체면을 살려보려 하지요. 증거물을 직접 가져오겠다고요. 영 못 믿겠다는 동이에게 뭔가 보여주려던 숙종은, '나 잘했지' 라는 듯 의기양양하게 보자기를 가져오다가 그만 암염을 싼 보자기를 칠칠맞게 흘려 버립니다. 칠푼이 한 사람 추가에요. '그럼 그렇지, 믿고 보낸 내가 잘못이지' 싶은 동이에요. 그런데 큰일입니다. 칼잡이 한놈에게 발각되어 숙종의 목이 날아가게 생겼어요. 위기일발의 순간에 동이가 돌멩이를 날려 칼잡이의 이마를 명중시켜 숙종의 목숨을 구했지요. 그 와중에도 암염 몇 조각과 칼을 챙겨드는 숙종입니다. 하지만 떼를 지어 몰려 온 칼잡이들에게 동이와 숙종은 사면초가에 빠집니다.
"이 놈들을 막을테니 몸을 피하라"는 숙종에게 동이는 "함께 왔는데 그럴 수 없다" 하고, 어느 새 칼잡이들이 숙종과 동이를 에워싸고 말았어요. 칼을 들고 갖은 폼을 잡는 숙종이지만, 동이는 그간의 모습을 보니 칼을 제대로 쓰기나 할지 걱정입니다. "설마 칼도 처음은 아니시죠?"라고 묻는 동이에게, "칼은 쥐어 봤다만 실전은 처음이다" 라는 숙종 말에 또 터졌네요. 그렇지요. 실전은 처음이겠지요. 군주 수업으로 말타기 활쏘기 칼쓰기 다 배웠을 숙종이지만, 따지고 보면 실전은 처음이라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니까요. 아무튼 순진하리만치 정직하고 귀여운 숙종, 매력덩어리 같습니다.
마지막 엔딩장면에 "내가 치면 넌 도망치거라. 이건 어명이다" 라며 임금임을 밝히고, 칼잡이들을 향해 "난 이 나라의 왕이다"라고 말했는데 칼잡이들 영 믿는 눈치가 아니네요. 마치 "네놈이 왕이면 난 니놈 아비다" 라는 식으로 비꼬는 듯해요. 다행히 지나는 행인이 준 병사동원령 패찰을 받은 서용기에 의해 목숨은 구하겠지만, 동이가 이 어리바리 훈련원 판관이 진짜 임금님이었다는 것을 알게 될까요? 아직 몰랐으면 좋겠네요. 이 두 사람 은근히 코믹하고 순진스럽게 엮이는 에피소드가 재미있으니 말입니다. 숙종이 동이가 장악원 노비임은 알게 되었으니, 은근히 동이 뒤를 숨어서 킥킥거리며 지켜보는 숙종의 모습, 그리고 동이에게 철없어 보이고 어리숙한 판관으로 찍힌 숙종을 가르치는(?) 재미있는 모습도 조금 더 보고 싶으니 말입니다. 음흉한 능구렁이 대신들을 상대하는 카리스마 작렬하는 모습 이면에, 이렇게 순진스럽고 어리숙한 숙종의 인간적이고 코믹한 모습은 사극에서 만나는 신선함, 그 자체인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니 숙종의 그런 양면적인 모습도 이해가 가는 대목이에요. 숙종은 어려서부터 군주교육만 받았을 것은 당연하고, 그러다보니 왕위에 대한 자부심이 넘쳤던 인물이라고 해요. 14세 어린나이에 보위에 올라 서인과 남인의 치열한 당파싸움을 보다보니, 조정에서는 어린 나이의 군주를 무시하는 모습에 대해서는 철저히 경계를 했을 것 같습니다. 그런 반면 나이로는 피가 팔팔 끓는 젊은 군주에요. 군주로서의 스트레스가 왜 없었을까 싶어요. 신하들에게 지엄하지만 궁녀들에게 살인미소를 날리는 행동으로도 숙종이 답답한 조정 분위기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날리는 한 방편이었을 듯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스스로 풍산개라고 하는 천방지축 노비 동이를 보고 숙종은 아마도 임금으로서 하지 못했던 다양한 경험들을 즐기고 싶은 마음도 생겨날 것 같아요. 아직은 사랑이 아니어도, 동이처럼 환한 미소와 당돌하리 만큼 당당한 아이를 숙종은 처음 봤거든요. 그의 곁에 있는 왕비와 후궁은 하나같이 정치와 권력의 냄새가 진동하니, 막 건져 올린 팔팔한 생선같은 동이의 모습이 숙종에게는 숨통 트이는 위안일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코믹하면서도 카리스마까지 겸비한 지진희의 숙종, 볼수록 매력적입니다. 장희빈과 명성왕후, 그리고 인현왕후라는 무거운 세력다툼이 드라마 분위기를 무겁게 끌고 갈 수도 있는데, 드라마 메인 주인공들인 숙종 지진희와 동이 한효주가 드라마 분위기를 통통 튀게 하니 감초들의 코믹 장면보다 돋보였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숙종 지진희의 어떤 엉뚱한 매력들이 더 나올지 기대도 크고 말이지요. 지진희 느님, 멋져요.ㅎ
음변의 음모는 일을 꾸민 명성왕후와 서인 정인국의 똥줄타는 냄새와 장옥정이 쾌재를 부르게 될 사건으로 종결될 듯 싶습니다. 어리바리 숙종과 풍산개 동이의 환상적인 콤비가 이뤄낸 탐정수사결과는 동이와 숙종의 인생을 어떻게 바꿀지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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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6 11:02




동이 주역들이 5회에서 모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숙종, 훗날 숙빈에 오르는 최동이, 장희빈, 그리고 인현왕후까지 동이를 끌고갈 주연 배우들이 다 등장했습니다. 절벽 아래로 떨어져 생사를 알길 없는 차천수 배수빈만 회생해서 오면 그야말로 주연들이 한자리에 모인다고 할 수 있겠지요. 성인역의 동이 한효주와 숙종 지진희가 본격적으로 등장했다는 것만으로도 동이에 대한 호기심은 컸습니다. 그런데 동이 첫회라고도 할 수 있을 5회를 보고 글쎄요,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라고 할까요? 좀 어안이 벙벙해졌어요.
대기업을 이끄는 젊은 CEO 같은 모습의 숙종은 마치 여직원들에게 손흔들며 지나가는 로맨틱 훈남이었고, 동이는 숙종이 거느리고 있는 작은 방계회사 장악원이라는 곳에서 똑소리나지만 어딘지 천방지축인 말단여사원같다는 느낌이 들었네요.
첫회나 다름없었던 이번회를 보면서 제가 감을 잡은 것은 제작진의 동이에 대한 방향이었습니다. 동이는 정치이야기는 수박 겉핥기, 역사적 사실은 거짓과 사실 사이에서 적당히 조물거리면서 로맨틱 사극 코믹 애정물로 가자고 가닥을 잡은 듯 보입니다. 새로운 숙종의 모습, 나쁘지 않았습니다. 임금이라고 무조건 근엄하고 무게만 잡을 필요가 있나 싶어요. 임금도 방귀뀌고 볼일 다보고 뒷구멍으로 호박씨도 까고, 궁에 들어 온 모든 여인들이 언제 승은 입어 팔자 고쳐볼까 한다는 것을 모를리도 없고, 은근히 이런 분위기 좋아하는 왕이었다면 요즘말로 어장관리에도 능숙했을 듯 싶네요. 전혀 다른 숙종의 모습이 의아하기는 했지만, 사극에서의 새로운 시도만은 높은 점수를 주고 싶네요. 지진희가 보여줄 숙종도 매력적일 것 같습니다. 동이를 정통사극의 범주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어긋나기는 했지만요.
동이 역시 조선시대 여인이라고 보기에는 현대적인 느낌이 강했습니다. 장악원 악사 정기 승급시험에서 영달(이광수)에게 "최고!" 라며 양손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워주는 모습은, 숙종이 궁녀들에게 손들고 "별일들 없지?" 라며 인사하는 모습이나 별 반 차이없는 현대적인 제스처였으니까요. 퓨전도 아니고 정통사극도 아니고 이 드라마를 어느 범주에 넣어야 하는지...;;;아무튼 새롭고 신선했어요.
동이 5회는 동이와 장악원에 온 지 6년이 흐른 시점에서 출발합니다. 1회 시작이 숙종 7년 1681년이었으니 1687년인 셈이네요. 그런데 극의 진행에 너무 가속도가 붙다보니 중요한 사건들을 건너뛰어 버려 솔직히 어리둥절합니다. 아무리 동이가 주인공이라고는 하지만, 장옥정이 숙종의 눈에 들어 사랑에 빠지는 과정도 생략돼 버리고, 남인과 서인의 당파 싸움 속에서 서인의 손을 들어 준 숙종에 의해 장옥정이 사가로 내쳐지게 된 사건도 한마디 언급없이, 사가에 있는 모습만으로 이 과정을 그려버리니 알맹이없는 드라마를 보는 느낌은 저만 그랬는지 모르겠네요. 

지난 밤 암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들었던 해금소리에 마음을 빼앗긴 숙종은 해금을 연주한 악사를 찾으라는 지시를 내리고, 동이를 장악원으로 데리고 온 황주식은 동이에게 잠시 장악원이 아닌 주종소에 나가 일을 하라고 동이를 위기에서 구해주었지요. 장악원 노비가 악기를 만진게 들통나면 동이는 물론 황주식도 무사하지는 못하기 때문이었지요. 
주종소로 동이를 보러 온 영달(이광수)은 불태워지던 파지에서 동이가 가지고 다니던 나비문양 그림을 발견하고 동이에게 전해줍니다. 동이는 과거 장익헌 영감과 같은 손동작을 했던 항아님이 지니고 있던 노리개 그림임을 알아보지요. 그러나 노리개의 주인을 알고 있던 장인은 이미 주종소를 떠난 후였고, 나루에서 배를 뒤져보지만 찾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조정은 궁에 떨어진 커다란 운석으로 장옥정의 환궁에 대해 시끄럽습니다. 검은 운석은 예로부터 나라에 재앙이 있을 거라는 예시라며 조정 안팍이 술렁이기 시작하지요. 운석을 두고 사가에 내쫓긴 장옥정을 불러들이는 것이 재앙이라고 수근거리는 것을 모를리 없는 숙종은, 운석을 잘게 쪼개 조정신하들에게 관자를 만들어 선물함으로써 나라의 재앙을 나눠 가지자며 멋들어지게 응수해 버립니다.
사가로 내쳐진 장옥정이 궁으로 들어오는 날은 명성왕후의 진연(생일잔치)이 있는 날이었지요. 잔치가 성대하게 벌어지고 장악원 악사들의 축하연주가 시작되는 같은 시각, 초대받지 못한 장옥정을 위해 숙종의 지시로 장악원에 남아있던 떨거지 악사들이 숙종이 보내는 연가를 연주하는데 양쪽에서 일이 벌어집니다. 명성왕후의 축하연이나 장옥정 취선당 후원에서 벌어지는 연주가 한마디로 개판이 돼버린 사단이 벌어지고 맙니다. 이름하여 음변, 즉 음의 변고라고 합니다.
나라가 망할 징조라는데, 장맛이 변하면 집안이 망할 징조고 물맛이 변하면 나라가 망할 징조라고 하던데, 음이 변하는 것도 나라가 망할 징조라고 하네요. 이런 사실은 또 처음 듣는일이라 암기해 둬야 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대장금에서 장금이가 괴질이 발생한 이유를 찾는 과정에서 썩은 채소때문이었다는 것을 알아내서 공을 세웠는데, 동이는 음변의 원인을 찾아내서 장악원에 떨어진 불똥을 끄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주인공들은 의학, 상식, 요리, 연주 모두 능한 사람들이니까 말이지요.
사실 이 부분도 억지스러운 설정이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네요. 장악원이란 조선 최고의 악사들이 연주하는 곳인데 이들이 과연 음보만 보고 연주했을까 싶습니다. 매일 하는 일이 연주일진대 곡하나 외우고 있지 못하는 악사들을 오늘날 국립국악원에 들어갈 자격을 갖춘 악사들이라고 해야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대비의 생신축하연을 준비함에 수백번도 연습했을 것 같은데 끼기긱깅 소리를 내버리는 것을 보고는 조금 의아하기도 하고요. 장옥정 처소에서 연주한 어중이 떠중이 악사들은 그렇다고 눈감아 주더라도 말입니다.
음이 어지러워진 것은 모두 장상궁의 책임이라는 명성왕후의 서슬이 시퍼런데, 숙종은 장옥정의 처소를 찾아 사건의 배후를 잡아내겠다며 장옥정에게 변함없는 애정을 보여줍니다. 장악원 악사들이 줄줄이 추궁을 받고, 동이는 그동안 주종소에서 일했다는 정황을 말하고 쉽게 추궁장을 빠져 나옵니다. 동이는 낮에 장악원 악사들 틈에서 봤던 장상궁이 나비문양의 노리개 주인이며, 손동작을 했던 항아님이었음을 기억해 내지요. 몰래 장옥정의 처소에 숨어든 동이가 막 장옥정에게 다가서려는 순간 정체불명의 괴한들에게 납치당하고 어딘가에 묶여있는데, 그곳에서 주종소에서 봤던 나리가 쓰러져 있음을 발견하게 되면서, 동이와 장옥정의 주위에 또 하나의 미스테리한 사건을 던지며 5회 끝이 났는데요, 예고편을 보니 암행 나온 숙종과의 예기치 못한 인연으로 이어지나 봅니다. 
그런데 동이 5회를 보면서 아무리 드라마라고 하지만 너무나 억지스러운 설정에서는 반드시 집고 넘어가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로 명성왕후의 등장부분인데요, 사가로 쫓겨난 장옥정이 다시 환궁하기 전, 명성왕후는 그 이전인 1683년에 병을 얻어 죽었다는 사실입니다. 서인계열의 명성왕후가 남인 계열의 장옥정을 못마땅해 했다는 것은 대부분이 알고 있는 사실이며, 명성왕후 측의 자작극 '홍상의 변'도 너무나 유명한 정치적 해프닝이었는데, 아마 음변을 황상의 변에 꿰맞추려는 것 같아 보이기는 한데, 이렇게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것은 탐탁지 않네요.
참고로 홍상의 변이란 명성왕후 아버지 김우명이 남인들을 정계에서 몰아내기 위해 꾸민 거짓 사건이었어요. 인평대군의 아들들인 복창군 형제들이 나인들과 불륜을 저질렀다는 거짓을 고변했는데 이 사건이 거짓으로 들통나 창피를 산 일이었지요. 이 거짓고변으로 명성왕후의 부친인 김우명이 죽을 위기에 처해지자 명성왕후가 대전 앞에 나가 대성통곡했던 사건은 너무도 유명한 일입니다. 그로인해 복창군형제들은 유배를 가게 되었고, 김우명은 창피함에 화병을 얻어 죽었다고 전해지고 있는 역사실화입니다.

명성왕후가 사망한 이유에 대해서 알려진 바로는 1683년 숙종의 병이 들었는데도 낫지 않자 무당에게 물었다고 하지요. 무당이 숙종이 삼재에 들어 이를 풀기 위해서는 어머니가 삿갓을 쓰고 물벼락을 맞아야 낫는 병이라고 하는 말을 믿고, 홑겹의 치마저고리만 입고 추운 겨울 물벼락을 맞은 후 감기에 걸려 이후 사망했다고 전해지는데요, 아마 현대의학으로 풀어보면 감기로 인한 폐렴으로 사망했다고도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아무리 드라마라고 하지만 죽은 명성왕후를 몇년이 지난 후에 버젓이 살려서 드라마에 등장시키는 거은 너무하지 않나 싶네요.  
동이는 로맨스 사극으로의 방향에서는 성공적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현대적이고 유머러스한 숙종 지진희의 모습도 파격적인데다 여주인공 동이도 천방지축 하니를 보는 듯하니 새로운 트렌디 사극 장르라고도 보여집니다. 문제는 이런 새로운 시도가 중장년층의 시청자에게 먹히는 코드인가 인데요, 아무래도 몇회를 더 지켜봐야겠지요.
이번회 숙종과 내관의 대화중에도 중요한 정치적 사건이 있었는데도 가볍게 넘어가 버리는 것을 보면, 동이에서는 치열한 당파싸움의 전모보다는 장악원이라는 새로운 궁중음악 장르와 동이와의 로맨스에 더 무게를 실을 것같아 보입니다. 성균관 유생들이 소위 동맹휴학을 하고 임금을 만나겠다고 데모를 하고 있다는 말에 "임금을 만나러 왔다는데 빈손으로 오지는 않았겠지. 무슨 진상품을 가져왔는지 알아보라"는 농을 건네는 가벼운 모습으로도 보여주었는데요, 성균관 유생들의 시위는 서인이며 노론의 영수인 송시열에 대한 문제를 거론하고 나왔을 겁니다. 그런데 드라마에서는 송시열에 대한 언급마저도 삼가하는 눈치입니다. 
숙빈최씨 동이가 주인공이다보니 이는 충분히 이해 가능한 전개로 보입니다. 남인과 서인의 싸움은 장희빈과 인현왕후의 배후세력인 남인과 서인간의 치열한 권력다툼이었고, 이 두여인 사이에서 당파싸움을 이용해 왕권을 강화했던 인물이 숙종이었다는 시각에 비추어 본다면, 당파싸움 자체가 드라마 주제가 되어버리면 숙빈 동이가 들어갈 자리가 취약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동이의 배후세력으로 검계를 들고 나온 이유 또한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을 것이고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숙빈 최씨의 일대기라 드라마로 각색하기에는 억지와 왜곡이 불가피할 수 밖에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역사책보다 드라마가 더 오래 남기도 하는 것을 보면 심한 역사적 왜곡은 삼가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이번 음변은 명성왕후와 서인들이 준비한 장옥정 환궁 선물(?)로 준비한 것이었지요. 장옥정이 명성왕후에게 비파를 선물하며 "모든 세상의 뜻은 그대와 내가 함께 알고 있다네"라는 싯귀를 새겨 깐죽거리고 나왔는데, "장옥정의 환궁은 나라가 망할 징조다" 라는 음변음모로 근사하게 답례를 해 준 것같습니다. 하지만 장옥정이 비파에 마치 이런 음모를 알고 있다는 듯이 새겨 넣었으니 명성대비를 중심으로 한 서인들 심기도 불편해 질듯 싶네요. 
명성대비는 시기적으로 이미 숭릉(현종의 능)에 합장되어 있어야 함에도 살아 활개를 치고 있으니, 역사적 고증이라는 부분에서는 큰 실책을 한 듯 싶지만, 이왕 살아 나왔으니 문정왕후와 맞먹을 만큼 무서웠던 명성왕후의 장옥정 죽이기를 계속 지켜볼 수밖에 없겠지요. 하지만 역사적 사실과 다르다는 점은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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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31 08:04




장악원 노비로 궁으로 들어 온 어린 동이의 자리에 성인 동이 한효주로 바뀌고, 장희빈과 동이의 멜로라인의 중심에 설 숙종 지진희의 출연 장면만으로도 동이에 대한 기대감 상승입니다. 지난 3회분의 산만하고 어수선했던 기초공사를 4회로서 마무리를 짓고, 살붙이기에 들어 간 동이는 이제부터 시작인 셈입니다. 느리고 침울했던 음악도 군데군데 경쾌하게 바뀌면서 드라마 분위기도 전체적으로 변화가 있었는데요, 동이의 본격적인 궁생활과 함께, 이병훈 감독의 손에서 장악원과 궁중음악이라는 신선한 소재가 사랑과 정치, 동이의 성장, 그리고 궁궐 내 음모까지 어떻게 버무려질지 기대됩니다. 동이의 어린시절을 보여주는 과정에서의 무리한 진행이 4회들어 궁으로 무대를 옮기면서 큰 가닥을 잡아 정리되었고, 드라마에 대한 우려도 어느 정도 잠재웠다는 생각입니다.
관아에는 죄없는 노비들까지 주인양반이 검계인지 색출해 달라며 고변을 하는 등 도성은 검계의 일로 양반 천인 할 것 없이 뒤숭숭해져서 폭동이라도 일어날 태세입니다. 일을 끝까지 마무리짓겠다는 서용기의 청을 오태석이 수락하며, 서용기는 남은 검계 잔당과 식솔들을 색출해 내고 있지요.
주막집에 들어가 밥을 훔쳐 먹던 동이는 친구 게둬라와 해후하고 함께 궁궐 시구문(시체가 나가는 문) 근처에 숨어 밤을 보냅니다. 두 아이 다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달래며, 아버지가 하늘에서 지켜보고 있을 거라 서로를 위로해 주지만, 이내 두 아이의 눈에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으로 눈물이 흐르고야 말지요.
다음날 아침 어느 양반집에서 버린 상한 산적을 먹은 게둬라는 식중독 중상을 일으키고,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고 복통을 호소하지요. 동이는 게둬라를 들쳐업고 혜민서를 찾아 치료를 받게 합니다. 곳곳에 동이와 아버지 최효원의 용모파기가 나붙어 위험하지만 친구 게둬라의 고통을 그냥 봐 넘기지 못하는 동이에요.
다행히 치료로 식중독이 나은 게둬라와 혜민서를 몰래 나오려는 동이, 그러나 동이를 알아본 혜민서 의원이 관에 신고를 하고, 동이와 게둬라는 곤경에 처합니다. 최효원의 여식이 나타났다는 보고를 받은 서용기도 동이를 뒤쫓고, 산으로 도망간 동이는 수풀에 몸을 숨기지만, 결국 서용기에게 발각되고 말았어요.
 아버지가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돌아가셨다며 살려달라는 어린 동이를 서용기는 차마 잡지를 못합니다. 이번 한번만 보내 주겠다며 다시는 눈에 띄지 말라며 동이를 놔주는 서용기였지요. 두 번 다시 죄인의 자식을 봐 주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서용기에게 동이는 아버지가 죄인이 아니라 억울하게 누명을 썼다는 말을 해보지만, 서용기는 믿어주지 않습니다.
돌아서는 서용기에게 동이는 죽은 장익헌 영감과 동일한 손동작을 하는 항아님을 봤다며, 그 항아님을 찾아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 달라고 합니다. 같은 손동작을 하는 항아님을 봤다는 동이의 말에 놀란 서용기가 동이에게 다가서려는 순간 관원들의 화살이 날아들고, 서용기가 화살을 쏘지 못하게 제지를 했지요. 그러나 쏟아지는 화살을 피해 뒷걸음질 치던 동이는 그만 비탈을 굴러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장익헌 영감과 남인 양반들의 의문의 살인사건에 검계가 연루되었다는 것에 의문을 품고 있던 차에, 서용기의 부친이 살해되고, 그 현장에서 최효원이 체포되어 서용기의 의문은 흐지부지 되고 말았었지요. 사건의 중요한 단서인 대사헌 장익헌 영감의 수신호는 장익헌 영감의 죽음 배후를 가리키는 단서인데, 같은 신호를 주고 받는 이가 있었다는 말에 서용기는 동이를 잡으려 하지만, 동이는 사라져 버렸습니다. 
이번 회 제가 눈여겨 보았던 것은 앞으로 동이를 살려 보내는 포도청 종사관 서용기였어요. 포도청으로 부임오면서 5년간을 검계를 추적해 오면서, 그 수장이 벗이며 스승이라고 여겼던 최효원이라는 것을 알고, 마음 한켠으로는 최효원에 대한 일말의 믿음도 남아있을 듯 하고, 또 한켠으로는 아버지를 죽인 원수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을 거예요. 배신감과 증오, 그리고 마음 한구석 개운함을 떨치지 못하는 서용기의 복잡한 심사로 어린 동이를 봤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비탈에서 굴러 떨어진 동이를 구한 이들은 평양기생 설희(김혜진)가 보낸 사람들이었어요. 장악원 악사였던 동이의 오빠 최동주를 연모했던 설희가 차천수의 부탁으로 동이의 행적을 뛰쫓고 있었던 것이었지요. 동이를 구한 설희는 거짓 양자입양 증서를 만들어 동이와 게둬라를 한양에서 탈출시키려고 합니다. 그러나 동이는 한양을 떠니지 않겠다고 합니다.
정월맞이 연등축제를 하며 동이는 아버지와 오라버니에게 약속했어요. "저 여기 있을게요. 아버지 말씀대로 여기 살아 있을게요" 라고요. 동이는 아버지와 오빠, 그리고 천수 오라버니를 잃은 그곳에서 당당히 맞서겠다고 다짐했지요. 아버지를 억울하게 누명을 씌운 사람이 누군지도 알아야 하고, 우연히 만났던 항아님(장옥정)이 낯선 남자와 주고 받았던 손동작도 알아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동이는 한양을 떠날 수가 없었던 것이에요.
동이가 평양기생 설희에게 부탁한 것은 놀랍게도 궁궐로 들여 보내 달라는 것이었지요. 언젠가 아버지가 궁궐이 가장 안전하다는 말을 해줬던 말을 기억한 동이는 포졸들이 도성을 뒤져도 궁궐은 뒤지지 않을 거라며 설희에게 궁궐로 들여 보내달라고 부탁합니다. 설희는 장악원 황주식(이희도)에게 부탁하여 장악원 노비로 동이를 궁으로 들여 보내게 되고 동이의 험난하고, 찬란할 인생 서막이 시작되었습니다. 찬란한 인생과 찬란할 인생, 그러고보니 한효주와 어울리는 말이네요. 
한편 한성부 포도청에는 물에 떠내려 온 예닐곱살의 여자아이 시신이 들어왔는데, 그 여자아이 시신에는 동이가 문안비를 갔을 때 입었던 비단옷이 입혀져 있었어요. 서용기와 좌윤 오태석이 시신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서용기는 그 시신이 동이가 맞다고 증언을 하지요. 마지막으로 봤을 때 입었던 옷이 맞다고요. 포도청 종사관 서용기는 이렇게 동이를 두번 구해 주게 됩니다. 동이가 죽었다고 생각하는 오태석의 추적은 멈추게 되었을 테니까요.
오태석이 더 이상 추적하지 않는 가운데 동이는 굴궐에서 무럭무럭 자라 주었어요. 장악원 노비로 지내며 악기를 나르고 악보를 챙기고, 악사들의 빨래를 해 가며 17살 어여쁜 동이가 되었습니다. 동이를 지켜 준 것은 아버지와 오라버니, 그리고 천수 오라버니에 대한 그리움과 살아 있겠다고 한 약속이었어요. 장악원 어린 노비로 들어와 손 호호 불며 빨래를 하고, 물을 나르고, 청소를 하는 힘든 궁생활을 이기게 한 것은 오라버니가 탔던 해금이었고요. 
아버지와 오라버니에 대한 그리움을 해금에 실어 보내면, 하늘에서 아버지와 오라버니가 웃으며 들어 줄 것이라고 동이는 생각합니다. 그 옛날 가난하지만 행복했던 시절, 커서 천수 오라버니에게 시집 가겠다고 웃었던 그 때를 떠올리며, 저녁 무렵 고된 몸을 추스리며 타는 동이의 해금가락에는, 그래서인지 손에 닿지 않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이 묻어 나옵니다. 
동이의 해금연주에 실린 마음을 읽었을까요? 숙종의 발걸음마저도 멈추는 것을 보니 말이에요. 동이의 구슬프면서도 가슴을 젖어들게 하는 해금소리에 숙종이 귀를 기울이는 것을 보니 숙종과 동이의 로맨스가 벌써 시작된 듯 두근거립니다. 강한 군주로 알려진 숙종이 동이에서는 누군가의 연주를 듣고, 가락에 실려 보내는 마음까지 읽어내는 로맨티스트같아 보여요. 숙종이 어떤 색깔의 로맨틱 가이로 탄생될 지도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고 싶네요. 

마지막 엔딩장면에 잠깐 모습을 나타낸 한효주를 보니, 아버지 최효원과 기생 설희가 고운 눈을 가졌다는 말을 했는데, 한효주 눈빛 정말 곱고 맑아서 동이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다음 회부터 본격적으로 성인 동이의 모습을 보여주겠지만, 한효주와 지진희의 등장만으로도 드라마의 분위기가 살아나는 듯한 느낌이에요. 한효주의 경우는 사극 일지매에서의 부진을 떨치고, 동이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지 걱정반 우려반인데요, 아직 많은 장면을 보여주지 않아 동이와 숙빈최씨의 캐릭터를 잘 완성해 갈 지 미지수이지만, 장악원 악사 한복을 입은 모습을 보니, 궁중사극에서도 비주얼적으로는 어울리는 것같습니다. 다만 사극에서의 대사처리가 현대물과 달라 발음도 정확해야 하고, 긴호흡 조절이 필요한 부분이라 좀 더 지켜 봐야겠지만요. 
한효주와 함께 숙종역의 지진희도 잠행을 하고 돌아오는 모습으로 등장했는데요, 평소 분위기있는 배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온화하면서도 지적인 분위기의 숙종도 기대되네요(우리 딸이 지진희를 좋아해서 평소에 지진희 느님이라는 표현을 쓰던데 저는 쑥스러워 못쓰겠네요.;; ) 예고편을 보니 장난스러운 성격도 있어 보이고요. 아무튼 한효주와 지진희 너무 반갑습니다. 모쪼록 한효주가 대장금 이영애를 잇는 좋은 배우로 거듭났으면 싶습니다.

재미있는 옥에 티-조선시대 씨름판에서 홍샅바 화이팅, 청샅바 화이팅?
어제 3회방송분을 보고도 옥에 티가 넘친다고 지적을 했었는데요, 이번 회에서도 서비스로 넣어 주셨는지 음향 옥에 티까지 귀에 똑똑히 들리게 넣어주셨네요. 민속경기 씨름판 그 흥미진진한 장면에서의 엑스트라들의 표정도 가관이 아니었지만, 홍샅바 화이팅, 청샅바 화이팅이라고 응원하는 소리를 들으니 숙종시대인지 강호동의 씨름판인지 아리송하더군요. 이런 부분이 편집에서 그냥 넘어갔다니 이해가 안가서 말이지요. 옥에 티를 잡아내는 것을 즐겨하지 않는데도 이런 점은 신경써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플레이버튼을 눌러보시면 조선시대 씨름판에서부터 통용되었던 영어가 나온답니다 ^^* 안 나와도 버튼을 세네번정도 누르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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