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에 해당되는 글 23건

  1. 2012.06.10 '넝쿨째 굴러온 당신' 안방을 사로잡은 방귀남-천재용의 매력 (2)
  2. 2012.06.04 '넝쿨째 굴러온 당신' 차윤희-방말숙 2차 전쟁, 날카로운 문제제기 (10)
  3. 2012.05.28 '넝쿨째 굴러온 당신' 곰탱이의 남자 또라이, 따도남 천재용의 매력 (9)
  4. 2012.04.23 '넝쿨당' 나영희가 방귀남을 버린 이유, 악행 밝혀야 할까? (8)
  5. 2012.04.16 '넝쿨째 굴러온 당신' 김남주, 얄밉지않은 고단수 여우짓 (3)
2012.06.10 11:14




안방에서는 시어머니 말이 옳고, 부엌에서는 며느리 말이 옳다는 속담처럼, 할머니 전막례와 시어머니 엄청애, 그리고 윤희의 입장이 그런 것같습니다. 고부간의 관계, 시월드라는 특유의 가족문화처럼 시시비비를 가리기 어려운 일도 없을 겁니다. 옳다 그르다의 시각보다는, '그래 왔으니까'라는 관습에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그래서 시비를 가리기가 불편하면서도 애매하지요.
넝쿨째 굴러온 당신은 이런 애매한 문제를 방귀남이라는 인물을 통해 접점을 찾아가게 함으로써 불편함을 상쇄시킵니다. 방귀남이라는 캐릭터는 그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외계인이 아니라, 이런 사고방식으로의 변화를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입니다. 
차윤희와 방말숙의 반말을 두고 벌인 2차 전쟁은, 방귀남의 합리적인 개입(?)으로 자연스럽게 윤희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가족 간에 전쟁이란 말이 가당키나 한 일이겠습니까만은, 남남이었던 사람들이 가족이 되어 서로를 알아가면서 벌어질 수 있는 불협화음을 조율해 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말을 높이고 내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 존중하는 마음이 있느냐가 핵심이겠죠. 말투나 호칭은 형식에 불과할 뿐이지만, 가끔은 그 형식에 불과한 것을 서열 순위로 오해하는 일들도 생기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죠. 극중 방말숙이 올케를 우습게 하는 태도처럼 말입니다. 
말숙이 윤희에게 가지는 반감이 어떤 면에서는 이해되는 점도 있지만, 뻑하면 의사오빠 잘만난 운좋은 여자라는 식으로 말하는 사고방식은 시누이가 아니라, 여자로서도 비호감 발언입니다. 윤희도 직장에서는 그 방면에서는 프로로 열심히 일하는 커리어 우먼인데, 의사라는 직업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새언니를 봉잡은 사람 취급하는지 말입니다.
일숙이 마련한 화해의 자리는 무산되고 감정의 골만 깊어진 윤희와 말숙이었죠. 말숙은 집으로 달려가 쪼르르 윤희의 반말을 고자질했고 말이지요. "아무리 손아래 시누이라도 서로 존중해 줘서 나쁠 것없지 않느냐"고 타이르는 할머니, 귀남의 의견을 물어보지요. 방귀남도 이번은 할머니의 말씀이 맞다며 할머니의 손을 들어주는 듯했습니다. 물론 말숙에게 한 소리하는 것도 잊지 않았고 말이지요. "막내동생은 윤희에게 예의없이 대하고, 주제넘게 간섭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귀남이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 들어보려고 하지도 않고 서운한 마음을 드러내지요. "내 편 안들어주는 남편, 지 마누라 혼자 외딴섬 만들었을 때 서운해진다던데, 조금은 알겠네..".
다음날 세광이 인사차 함께 한 저녁식사 자리에서 귀남은 장수빌라 식구들을 기겁하게 만들어 버리지요. "아내 윤희가 동생들에게 존댓말을 하면 저도 그래야 할 것같아요". 윤희와 말숙이 열두살 차이나는 것처럼, 처남 세광과도 열두살이 차이가 나지만, 그게 좋겠다고 말이지요. "많이 드세요, 처남", "부담갖지 마세요, 처남", 귀남의 존댓말로 세광이 어쩔 줄 몰라하고, 할머니를 비롯 장수빌라 식구들도 할말을 잃게 만들지요. 결국에는 할머니 전막례(강부자)도 윤희에게 시누이한테 말 편하게 하고 싶은대로 하라고 손을 들고 말았습니다.
똑같은 상황이니 직접 비교해서 보여주는 게 낫겠다고 생각해서 그랬다는 방귀남, 합리적이기도 하지만 윤희의 입장도 살려주고, 상황을 바꿔보면 시댁에서만 호칭을 일방적으로 존댓말을 사용하게 하는 것이 불공평하다는 역지사지의 예를 보여준 듯 싶습니다. 시월드의 불편부당한 일들, 어찌보면 남편의 합리적인 중재가 해결의 열쇠인듯도 싶군요. 이런 남자들이 드물어서 방귀남이 희귀남편같아 보이지만 말입니다. 
얼핏보면 윤희가 까칠해서 대수롭지 않은 일들을 문제삼는다고 보여지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작가의 섬세한 관찰과 문제를 제기해주는 것에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은 심경입니다. 관습이 그러니까, 그러고 살아왔으니까, 그래서 시댁인 거지, 라는 식으로 불만을 품고 있으면서도 겉으로는 웃고, 속으로는 인상을 찌푸리는 것보다는 낫겠다 싶어서 말이지요. 무조건 아내편이라는 방귀남은 덮어놓고 윤희편이 아니어서 매력적입니다. 가족들을 설득하는 방법에 있어 합리적이면서도, 기분나쁘게 주장하는 일방적인 모습이 없어서 더 매력적입니다. 현실에서라면 방귀남이라는 캐릭터는 희귀남일 수도 있겠지만, 내 아들이어도 사위여도, 그리고 남편이어도 어느 입장에서도 밉지가 않군요. 
방귀남이 희귀남같은 국민남편, 국민사위, 국민아들의 매력으로 안방시청자를 사로잡았다면, 곰탱이 천재용은 귀여운 짝사랑으로 시청자의 사랑을 받는 캐릭터지요. 이숙이가 10년간을 짝사랑했다는 규현보다 천재용이 훨씬 매력적인 이유는, 이희준의 감칠맛나는 연기때문임을 부인할 수는 없을 듯합니다. 어찌보면 이숙(조윤희)과 10년지기 친구인 규현(강동호)이 이숙에게는 어울리는 짝일텐데도, 사람에게서 풍기는 자성같은 매력은 10년 짝사랑도 무색케 만드네요. 
그동안 이숙을 좋아하는 줄도 모르고 있었던 진짜 곰탱이 천재용도 자신이 이숙을 좋아한다는 것을 깨닫고, 이숙에게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는데요, 이숙에게 키스를 시도하려던 규현을 방해하면서, 삼각관계가 시작되었음을 알렸습니다. 
이숙이 첫월급을 받고 선물한 곰돌이와 대화를 하는 천재용, 배를 누르면 들리는 "아이 러브 유"를 이숙의 말로 생각하면서 좋아죽지요. 오빠 바쁜데 할말이 뭐냐며 배를 눌러 아이 러브 유를 재생하고 또 재생해서 듣는 천재용이지요. "그렇게 안보이는데 은근히 노골적이야", 혼잣말도 천재용답게 빵빵터집니다.
윤희의 임신소식을 듣고는 윤희를 초대해 점심을 대접하기도 하지요. 처가 식구들에게 점수를 따야 하거든요. 넘기 어려운 산이 첫날 좋은 인상을 심어주지 못한 장인어르신될 분인데, 뒤끝작렬에 고집도 세다는 말이 천재용을 낙담하게 만듭니다. 만회를 해야 하는데, 딱히 방법이 생각나지 않은 천재용, 무턱대고 장수단팥빵을 찾아가지요.
공손히 인사를 했건만 곱지 않은 방장수의 눈길이 팍팍 느껴집니다. 금쪽같은 딸을 미련곰탱이라고 했으니... 떨떠름해 하는 방장수에게 천재용, 단팥빵 200개를 달라고 합니다. 너무 먹고 싶어서 그런다고 말이죠. 무슨 학교 급식용도 아니고, 혼자 두고두고 먹겠다고 단팥방을 200개나 달라고 하니, 방장수의 표정이 더 싸늘하게 변해가지요. "서너개 그냥 줄테니 가서 잡수쇼". 작전실패, 이런 낭패가 따로 없습니다.
점수는 커녕 머리까지 이상한 놈으로 오해받기 딱이었던 천재용, 규현의 차에서 내리는 이숙을 보게 되지요. 집에 들어가는 이숙을 잡더니 담벽락에 기대고는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지요. 규현이 저 자식이 설마??? 네 맞습니다. 시청자도 안돼!!!눈을 감고 싶어라였는데, 천재용이 헐레벌떡 뛰어오는 모습에 빵 터졌습니다. "어어...안돼 안돼!!!", 지금까지 드라마를 보면서 '안돼 안돼'라며, 이렇게 솔직하게 방해하는 남자는 처음봤답니다. 헛기침을 한다던지 이름을 부른다던지 아는체를 해서 방해를 하는 경우는 봤어도 말이죠.
이숙은 당황하고 부끄러워 집으로 들어가 버리고, 규현에게 선빵을 날리는 천재용이었지요. "생각해 보니까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해서요. 왜요? 난 그러면 안됩니까?", 지난 번 규현이 천재용에게 이숙을 혹시 좋아하느냐고 물었던 질문에 대한 대답이기도 했습니다. 
규현이는 딱히 이숙에게 잘못한 것도 없는데  주는 것 없이 밉군요. 결혼 일주일을 남기고 파혼하고서야 이숙에게 적극적인 것도 마음에 들지 않고 말이죠. 이숙때문에 혜수랑 파혼한 것이 아니라, 마음에 들지않는 혜수의 모습이 이숙에게는 없었기 때문에, 그 감정을 사랑이라고 하기에는 불안해 보여서 말입니다. 무엇보다 이숙이가 규현 앞에서는 달라지는 모습이 이숙 본인도 불편해 할 듯 싶어서 이 커플은 지지해주고 싶지가 않습니다. 이숙은 당당하고 꾸밈없는 털털함이 매력인데, 규현 앞에서는 규현이 좋아하는 모습으로 맞춰가는 것이 썩 좋아보이지는 않거든요.
힐링캠프에서 이효리가 했던 말이 생각나는데요, 상대방에게 맞춰가는 것이 싫더라는 말이에요. 자기가 좋아하는 것 보다는 상대방이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분위기를 맞추다 보니 '나는 뭔가' 싶더라는 말이었어요. 규현에게 수줍어 하는 이숙을 보면, 자기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아니라, 상대방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여자로 알게모르게 변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마치 불편한 하이힐을 신은 이숙같아서 두 사람이 썩 어울려 보일 것같지가 않네요. 서로에 대해 다 아는 친구들인데 파혼한 혜수로 인해 이숙에게 불편한 상황들도 나올 것같고 말이죠. 공주병 환자 혜수와 헤어진 것은 규현 개인에게는 잘된 일이지만, 이숙이 규현과 다시 만나는 것이 반드시 좋아보이지는 않아요. 바라보기에 좋은 남자가 있고, 가까이서 편한 남자가 있는데 규현이는 전자 같아서 말이죠.

천재용에 대한 사심이 강해서 천방커플을 응원하는 이유때문이라는 것도 부인은 못하겠지만, 규현은 바라볼 때만 설레였던 남자가 아니었을까 이런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바라만 볼 때는 설레였던 남자가 가까워지면 어려워서 어색해지는 경우도 있죠. 이숙에게 규현은 그런 남자 같아요. 설레이기는 하지만 웬지 불편한 남의 옷을 입은 것같은... 
남의 회사 MT에 따라가는 것도 적극적이기라기 보다는 오지랖 푼수같아보여 눈에 났는데, 파혼한지 얼마안돼, 그것도 이숙과 만나기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 키스를 시도하는 규현이는 더더욱 마음에 들지 않네요.
천재용에게는 곰탱이 이숙의 마음을 여는 것보다, 사랑의 훼방꾼 규현을 떼놓는 것이 더 급선무같아 보이는군요. 천재용이 이숙에게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가 온 듯하고 말이죠. 이숙은 왜 이런 진국 남자 천재용을 알아보지 못하고 있는 건지, 이숙이 누구랑 있을때 편한지 잘 생각해보고 결정했으면 싶습니다. 아무리 설레이고 두근거리는 사람이라도 불편하게 안절부절하게 하는 사람보다는, 오래있어도 편한 사람이 최고입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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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04 07:41




기 센 며느리 차윤희와 싸가지 시누이 방말숙의 2차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코를 잡아 비틀어버린 이후 잠시 휴지기를 가졌던 두 사람이 말을 놓는 문제로 전면전으로 치달았는데요, 올케를 가르치겠다는 방말숙의 싸가지도 한참 미달되는 싸가지 발언이 발단이 되었지요.
바람 잘 날 없는 장수빌라 시월드의 이야기지만, 흥미로운 싸움 소재임에는 분명합니다. 결혼한 여성들이라면 한 번쯤은 겪어봤을 언어적인 서열관계의 굴욕감 비슷한 문제를 드라마에서 정식 소재로 화두를 던졌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시원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침소봉대의 느낌도 들고 말이죠.
임신한 윤희에게 직장일을 그만두게 할 심산으로 임신 축하떡을 가지고 방송국을 찾아간 엄청애와 전막례는, 예기치 않은 일로 윤희의 임신사실을 오히려 부정해주고 윤희를 곤경에서 구해줬지요. 차윤희를 시기하는 라이벌 피디가 윤희의 임신사실을 이유로 자리를 차지하려는 속셈을 읽었던 것이죠. 정말 이렇게 까지 여자의 적이 여자일까 싶기는 하지만, 아무튼 여자들 일하기 참 힘듭니다. 임신이 전염병이라도 되는 것처럼 윤희를 피하는 직원들을 보면, 오버스럽기는 하지만 그 이면에 숨어있는 임신여성에 대한 차별적인 시선을 꼬집는 장면이기도 했지요.
담배연기를 피해 창가로 책상을 옮겨주고, 감기에 걸린 직원이 윤희곁에서 피해주는 것이 좋은 배려에서 나온 행동이었다면 좋았을텐데, 웬지 비꼬는 듯한 인상까지 주는 것을 보니 화도 나더군요. 과장확대하면 임신과 출산이 부부의 난자와 정자를 인공수정해 시험관에서 이뤄질 날이 오지않을까 하는 미래사회 공상영화의 한 장면을 상상해 보기도 했습니다. 병원 시험관에서 부부의 이름이 적힌 수정관에서 자라는 태아들이라... 상상만으로도 끔찍하고 삭막한 세상이 아닐까요? 탯줄로 이어져 나누는 엄마와의 정서적 교감도 없이 미래의 아이들이 태어나는 공장같은 세상을 생각하면 말이죠.
이렇게 된다면, 모성과는 별개로 기혼여성들이 몸도 편하고 직장생활도 임신에 구애받지 않고 할 수 있으니 여자들은 편한 세상 아니겠습니까? 요즘 젊은 부부들이 아이를 갖지 않으려고 하는 것도 사실 사회적으로는 문제입니다. 출산률 저하 역시도 임신과 동시에 퇴직이 권고되는 이유 또한 포함되는 것이고 말이죠. 그런 삭막스런 세상을 바라지는 않겠죠. 그러니 임신여성들에게 사회적 배려, 직장에서도 배려하는 마인드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욕은 혼자 먹고 있는 방말숙, 눈치없는 말숙이가 이번회도 사고를 치고 말았지요. 방송국에서 윤희의 임신을 숨겨준 일로 윤희의 폭풍감동을 고백받고 3대의 훈훈한 고부관계가 구축되나 싶었는데, 그만 말숙이 떡보자기를 열어 축임신이라는 커다란 글자를 보게 한 것이었지요. "피 한방울 섞이지 않아도 이렇게 가족이 될 수 있구나", 가슴이 울컥해졌다는 윤희의 감동과 감사의 인사가 떡이 돼버린 순간이었죠. 민망해서 어쩔 줄 몰라하는 전막례와 엄청애, 왜 감동한거냐고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윤희, 분위기 파악못하고 떡을 쳐묵쳐묵하고 있는 말숙에게 전막례 할머니 촌철멘트 던지십니다. "넌 어떻게 그리 개념이 없냐!!".
목욕탕을 다녀오는 길에 출근하는 윤희를 본 방말숙, 기어이 사단을 만들고 맙니다. 웬만하면 엄마랑 할머니 말좀 들으라면서 말이죠. 말을 안들으니 자기라도 나서서 가르쳐야 겠다는 말숙의 말에, 윤희 눈꼬리 30센티는 올라가고 머리에서 김이 펄펄 올라옵니다. "방말숙!!", 막나가냐는 말숙에게 윤희 한 술 더 떠 으름장까지 놔버리죠. "열두살이나 어린 너한테 존대말하기 싫다. 내 남편은 내동생한테 반말하는데 나는 왜 그래야 하니? 말..쑥..아". 어른들한테 이르겠다는 말에도 눈하나 깜짝않은 윤희입니다. "말해!".
거품물고 들어가는 말숙, 윤희가 반말을 했다고 일숙에게 말해봐도 큰 반응이 없고, 할머니에게 고자질을 하는 말숙이었죠. 말숙이의 성격을 아는 할머니지만, 그래도 반말은 경우가 아니라며 윤희를 불러 타이르지만, 윤희는 물러설 태세가 아닙니다. 말숙의 올케 길들이기와 윤희의 시누이 길들이기 한판 전쟁이 예고된 것이지요.
화해의 자리를 마련하려고 두 사람을 불러낸 일숙 앞에서 윤희와 말숙이 결국 핏대를 올려버렸는데요, 말을 올리지 못하겠다는 윤희의 손을 들어주고 싶었던 것은 말숙의 버릇없는 태도와는 별개의 이유에서 였습니다.
생각해보니 시댁에서 손아래 동생들에 대한 존댓말에 대한 잠재적인 불만이 제 안에도 있었나 봅니다. 아가씨라는 호칭이야 바꿀 수 없는 것이고, 생각해보니 손아래 시누이에게 꼬박꼬박 존칭을 쓰면서 느껴지는 서열관계에서 아래사람이 된 듯한 느낌때문일 겁니다. 일단 우리 말이라는 게 존대를 하면 서열관계에서 아래라는 생각이 들게 하기에 말이죠. 가족관계에서는 유독 며느리에게만 시댁의 모든 가족들에게 나이불문 같은 항렬 이상에게는 존댓말을 하는 것이 관습법처럼 굳어있다는 것은 썩 유쾌한 관습법이 아닌 듯하고요. 워낙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식으로 굳어있어서 문제를 느끼지 못했지만, 생각해보니 윤희의 말에 공감이 가더라고요.
"호칭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극존칭을 쓰다보니 아가씨가 오히려 저를 우습게 보고, 자기가 가르쳐야 하는 대상으로 보는 것이 유쾌하지 않아요". 가족관계에서, 특히 시월드에서 며느리 입장이 되어 바라보는 문제점은 언어는 물론 서열관계에서도 모든 게 억울하네요. 아이를 낳아 그 집안 대를 이어줘야 하고, 층층이 알지도 못하는 조상들 제사챙겨 줘야 하고, 아이를 낳지못하면 대가 끊겼다고 원망받아, 아무튼 무슨 죄를 지었다고 여자는 결혼하면 누구의 아내가 아니라, 어느 집의 며느리임을 우선하며 시월드를 받들고만 살아야 하는지 말입니다.
관습이라는 암묵적인 사회적 약속 내지는, 규율이라는 우리사회를 지탱하는 좋은 미풍양속도 있기는 합니다. 그런데 며느리에게 불문법처럼 굳어진 사회적 관습도 미풍양속일까 하는 의문이 생기더군요. 물론 존댓말은 형식적인 시댁에서의 언어불문률이라고 할 수도 있지요. 하지만 그 속에서 보이지 않게 작용하는 서열 우선 심리는, 손아래 시누이가 올케의 존대말에 자신이 윗사람이라고 착각하는 현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남자들은 이런 문제가 없는데, 여자들끼리의 일종의 보이지 않는 알력관계가 아이러니하기도 하고 말이죠. 며느리도 여자, 시어머니도 여자, 시누이도 여자, 딸도 여자인데 가족관계에서는 왜 이렇게 복잡한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넝쿨째 굴러온 당신 속 방귀남의 캐릭터가 국민남편, 국민아들 교과서라면, 차윤희가 부딪치고 있는 시월드는 신개념 내훈을 세우고 있는 것같기도 해서, 한편으로는 통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버선목 뒤집듯 내 자신도 뒤집어 보게도 합니다. 처남이나 처제는 쉽게 남편의 동생이 되는데, 왜 아가씨나 도련님은 동생이 되지 못하고 서로 어려운 가족관계에 머물러야 할까요? 차윤희와 방말숙은 어떤 해법으로 풀어갈지 두 사람의 2차전쟁이 기대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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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28 08:25




윤희의 직장을 건 투표, 국회의원 선거결과보다 이 결과가 흥미로웠습니다. 윤희가 장수빌라 식구들의 표심을 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에서 내심 안심이었던 것은, 그녀의 직권을 이용한 무리한 선거공약을 내걸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잠깐 잊고 있었는데 방일숙의 이혼사실을 두고 협박(?)할 것은 몰랐거든요. 윤빈의 드라마 출연에 힘을 쓰겠다는 식으로 나왔으면, PD라는 직권남용 혹은 오용의 거짓공약이 될 수도 있었지 싶어서 말이죠.
물론 윤희가 일숙이 한 표를 거절했다고 해도 일숙의 이혼사실을 밝힐 사람은 아니지만, 윤희는 동생 세광의 과외, 그녀가 아끼는 명품가방 등으로 나름 페어플레이를 했지요. 막판에 방귀남의 반대는 윤희를 당황시키기도 했지요. 무엇보다 윤희의 건강을 걱정하는 방귀남의 진심을 윤희도 모르지 않지만, 끝까지 남편은 설득시키지 못했지요.
투표결과는 윤희의 승리로 끝났고, 다수결 원칙과 결과에 무조건 승복한다는 조건에 의거, 윤희는 직장일을 계속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기혼여성의 임신에 대한 직장에서의 배려에 대한 문제까지 생각해 볼거리가 많은 드라마입니다. 임신과 출산이 능력있는 여성인력의 발목을 잡는 현실에 대한 개선 메시지를, 윤희의 임신을 통해 던졌다는 생각입니다.
방귀남의 실종사건과 관련해 작은 어머니 장양실의 과거 의문점들이 조금씩 밝혀지고 있는데요, 30년을 죄의식으로 살아왔던 그녀가 이혼을 요구하는데도, 둘째 아들의 쌀쌀맞고 무관심한 태도는 장양실의 결혼생활이 어떠했으리라는 짐작을 하게 합니다. 일밖에 모르는 무심한 남편, 잦은 유산, 그리고 베일에 싸인 귀남의 실종에 관련된 그녀의 당일행적과 그 후의 일들이, 방귀남과 어떤 식으로 화해하고 용서를 구하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장양실의 말을 들으면 고의적인 유기는 아니었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귀남이 작은 어머니 장양실(나영희)에게 "저한테 왜 그러셨어요, 그날"이라고 물어 장양실을 경악하게 했는데요, 귀남의 기억이 다 돌아온 것 같지는 않지만, 자신이 30년간 가족을 떠나 살아야 했던 그날의 진실은 당연히 알아야 겠지요. 고의가 되었든, 실수가 되었든, 방귀남에게 작은어머니의 고백은 크나 큰 혼란과 충격을 가져다 줄 듯합니다. 윤희 대신 입덧까지 하고 있는 방귀남이 견딜 수 없는 충격과 스트레스로 윤희의 태아에 까지 영향을 미칠까 살짝 걱정이 되더랍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봉합해 갈 지, 작가는 방귀남의 용서쿠폰으로 그 혼란과 경악스러움에 대한 대책은 마련해 두었지만 말입니다.
산후우울증과 마찬가지로 유산우울증도 심각한 증세를 동반하더군요. 극중 수지의 말대로 도벽이 생기기도 하고, 필요하면 정신과 상담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이고 말이지요. 예전에 탤런트 최란도 유산우울증을 겪었다는 기사를 읽었는데, 다섯쌍둥이를 임신했다가 이유도 모른채 유산된 일이 있어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하더군요.
방귀남의 실종사건이 장양실의 유산우울증과 관련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아무도 몰라주는 유산과 출산우울증에 대한 가족, 특히 남편의 세심한 관심과 위로가 필요하다는 말은 새겨들어야 할 듯합니다. 남편도 아이를 잃었다는 상실감이 크겠지만, 태아가 뱃속에 함께 있었던 여자만 할까 싶어서 말이죠. 
그나저나 우리 미련 곰탱이 방이숙과 졸지에 또라이가 돼버린 천재용의 러브모드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회 천재용만 아는 버스데이트로 설레임이 시작되었던 천방커플에게, 이숙의 첫사랑 규현(강동호)이 적극적으로 대시를 해오고 있지요. 전 천재용 편이라 꽃등심을 사들고 온 규현이 꼴보기 싫었습니다ㅎ;;. 남의 직장 MT에 투 플러스 꽃등심을 자동차 한가득 실고 오다니, 이건 뭔 오지랖?인가 싶었답니다.
월차를 내고 춘천으로 놀러가자는 규현의 문자메시지를 몰래 본 천재용(천재용이 귀엽고 좋지만 그래도 이건 좋지 않은 일이에용~), 갑작스럽게 직원 MT를 제안하면서 방이숙과 규현의 데이트를 방해하지요. 무슨 일이 있어도, 천재지변이 있어도 '절대로 못가겠다'는 것은 없다면서 말이지요. 놀러 못가겠다고 규현과 전화통화를 하는 이숙을 보며 좋아죽는 천재용입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비가 주륵주륵 내리지요. 기상청에 일기예보 확인했는데 걱정이 태산입니다. 반드시 그쳐야해! 그칠거야!! 잠못드는 천재용, 의상준비에 배터리 충전에, 간식까지 준비하느라 새벽녘에 잠이 들었나 봅니다. 늦잠을 자고 말았지요. 전화벨에 눈을 뜬 천재용, 이게 웬떡입니까? 방이숙도 늦잠을 자는 바람에 기차시간에 도착하지 않았다네요. 얏호! 둘만이 오붓하게 갈 수 있는 절호의 찬스까지, 하늘의 도우심이 감개무량하옵니다 였습니다.
방이숙을 데리러 간 천재용, 자기는 늦은 것이 아니라 직원 중 낙오한 사람이 생길까봐 챙기려고 했다네요. 그렇게 눈치가 없으니 미련곰탱이 소리를 듣는 거라고 한마디했는데, 이 말을 방장수가 듣고 말았지요. 순간 싸늘하게 변하는 이숙 아버지 방장수였지요. "우리딸 잘 부탁드립니다", 예비 장인어르신 방장수와의 첫대면에 천재용 몇번을 90도로 깎듯이 인사를 하는지 말입니다. 인상도 넉넉하고 좋으신 분같아 기분이 좋은 천재용이었지요.
그런데 예비장인어르신, 천재용을 불러 우리딸 곰탱이 아니라고 한말씀 하시네요. 어이쿠 저런, 하필이면 그말을 들었을 줄이야. 직원과 점장의 사이를 친말하게 하기 위해 별명으로 부른다며, 임기응변도 잘하는 천재용입니다. 방장수의 이어진 질문에 빵 터졌습니다. "점장님 별명은???". 급한 김에 이숙이 천재용의 별명을 만들었는데 "또라이"랍니다. "예 그겁니다. 모두들 그렇게 부릅니다", 천재용의 자폭에 또 한 번 빵 터졌네요. 졸지에 또라이가 돼버린 천재용, 귀요미 천재용 또라이라는 별명도 귀엽고 좋다!
MT장소로 뒤늦게 출발한 천재용과 방이숙, 방장수의 표정이 무지 신경쓰이지요. "아버님이 뒤끝이 있으신 분이신가?", "예, 쫌". 소심한 천재용 큰일이네요. 장인될 분 마음 사려면 노력 많이 해야겠군요ㅎ. 이숙에게 규현과 연애하기로 한거냐고 묻는데, 이숙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 천재용입니다. 예전에 충고했던 것은 그렇게 잊어버리라고 했건만, 첫번째 연애라고 이숙의 마음이 풍선처럼 부풀어있으니 말입니다. "자랑입니다. 나이 서른에...."
MT장소에 도착한 천재용, 팬션이 방 하나밖에 없는 숙소에 벌컥 화를 내지요. 여자라고는 하나 있는데 배려를 하지 않았다고 말이죠. 거실에서 재우겠다는 직원에게 "남자 맞냐?"고 화를 내는 모습 완전 멋졌다옹~ 어떻게 여자를 거실에 재우느냐고, 넓은 방에서 축구를 하든, 굴러가면서 자든 방이숙을 방에 재우고, 남자들은 포개져서 자든 베란다로 튕겨나가든 거실에서 잔다!

밤새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준비한 찬거리며, 국산 삼겹살을 꺼내고 있을 즈음 차가 한 대 들어서지요. 뭐지 이 안좋은 예감은? '그놈이다', 최상급 꽃등심을 트렁크 한가득 싣고 이숙의 첫사랑 규현이 왔습니다. 두 남자의 신경전이 시작되면서 천재용의 속타는 짝사랑에 돌발변수가 튀어나왔습니다.
'뭐? 방해된 것 아니냐고?' 방해된 것 맞는데요? 그래도 할 수 없다며 뺀질뺀질 웃으며 방이숙과 꿈에도 먹기 싫어질 것 같은 꽃등심과 과일을 나르는 규현이었지요. 바베큐 파티 후 이숙과의 낭만적인 산책, 고백하려고 했는데, 에이! 이게 뭐야? "지들 추억만들어 주려고 가게문까지 닫고 온 거야? 지금!!!".
10년을 짝사랑만 해 온 이숙을 보면 규현과 잘사겨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데, 결혼 앞두고 파혼하고 돌아온 규현을 보면 괜히 기분이 썩 좋지는 않고, 이제 짝사랑에 막 돌입한 천재용을 보면 그 순수한 진심이 규현보다 마음에 드네요. 문제는 방이숙이 천재용의 마음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는 거지요. 여자는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보다 자기를 더 좋아하는 남자랑 결혼해야 좋다고 하는 말도 있던데, 방이숙이 누굴 택할지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되었습니다. 방이숙이 천재용의 마음을 언제쯤이나 눈치챌까요? 미련곰탱이, 또라이가 널 좋아하고 있다규!! 개인적으로 꽃등심보다는 삼겹살이 더 땡기네...
이숙이 집에 잘 들어갔나 걱정하고, 생색을 내지 않으면서도 챙겨주는 천재용은 참 따뜻하고 믿음직스러운 캐릭터입니다. 팬션에서 이숙 혼자 방을 쓰라고 직원이 말을 해도 자기가 시켰다는 생색도 내지않고, 남자직원들이 이숙에게 잡일을 시키는 것도 그 자리에서 지적하지 않고 이숙이 모르게 지적을 하지요. 이숙이 그래서 눈치없는 곰팅이가 맞기도 하고요. 

천재용 역의 이희준과 방이숙역의 조윤희 커플을 보면, 웬만한 트랜디 드라마의 사랑이야기보다 설레임을 느끼게 합니다. 특히 이희준의 매력이 돋보이는데요, 이희준의 극중 캐릭터 천재용을 보면, 한동안 유행했던 까도남, 차도남과는 다른 느낌의 매력이 있지요. 따뜻한 도시의 남자의 느낌이랄까요? 잔소리 심한 큰오빠같기도 한데, 까닭없이 편하고 기대고 싶어지는 그런 매력을 가진 캐릭터 천재용을, 이희준이라는 배우는 튀지않게 자연스럽게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대사인지 애드립인지 헛갈릴 정도로 자연스럽게 캐릭터를 만드는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적당히 배합된 잡곡밥 맛이 느껴집니다. 나중에 주연으로 내세운 멜로를 찍어도 좋을 것같은 좋은 느낌, 좋은 연기의 맛을 가진 배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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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23 09:17




고부간의 갈등, 시댁과의 문화적 차이라는 한국 특유의 사고방식을 너무나 적나라하게 그리고 있는 넝쿨째 굴러온 당신은 되도록이면 많은 분들이 봤으면 하는 작품입니다. 이 드라마는 누가 잘했다를 판가름하게 하는 것보다는 서로 다른 생각차를 있는 그대로 보여줍니다.
시어머니 엄청애의 입장, 며느리 차윤희의 시댁적응기, 그리고 말많은 시누이들까지 현실에서 만나기 쉬운 캐릭터들이기에 드라마가 아닌 현실을 보는 착각을 일게도 합니다. 엄청애를 보면 우리 시어머니와 어쩌면 그렇게 비슷할까 하는 생각이 들고, 차윤희처럼 며느리라는 이유로 주죽들고 눈치보는 모습은 제 모습같기도 합니다.
이 드라마는 누가 잘했다는 평가하고 편을 가르자는 드라마가 아니라, 나는 몰랐지만 상대방은 이런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는 것을 그냥 있는 그대로 펼쳐 줄 뿐입니다. 드라마에서나 보는 못된 시어머니도 없고, 얄미운 꼼수를 부리는 며느리나 부처님 가운데 토막같은 비현실적인 천사표 며느리도 없습니다. 드라마지만 드라마같지 않은 현실묘사는 애써 교훈을 주려거나 가르치려 들지도 않습니다. 며느리는 시어머니의 입장에서,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입장에서 역지사지의 눈으로 보게 할 뿐이죠. 딸가진 부모로서 내딸과 며느리의 모습이 별반 다르지 않음을 보게 하고, 아들 가진 어머니로서 내 아들이 귀한 만큼 며느리도 귀한 자식임을 생각하게 합니다.

방귀남같은 아들(남편), 고부갈등에 가장 중요한 역할하는 평화의 사도
30년만에 찾은 귀남이는 며느리 차윤희와 다르지 않은 남입니다. 낳기만 했을 뿐 키우지 못했던 엄청애, 아들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속속들이 알지못하기에 아들에 대해 잘알고 있는 며느리에게 질투가 나기도 합니다.
이드라마는 내 자식이기에 내가 누구보다 잘안다는 편견을 깨버렸죠. 방귀남의 30년 실종사건을 통해서 말이죠. 한날 한시에 아들과 며느리를 만나게 된 장수빌라 방장수네 대가족에게, 방귀남과 차윤희는 사고방식이나 습관에서는 둘 다 남이었다는 점입니다. 둘 다 남과 다름없는데도 한 사람은 생물학적 아들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귀한 내새끼고, 한 사람은 이제 새로 가족이 된, 아직은 남이라는 감정이 더 큰 며느리로 대하는 것이 이집의 문제라면 문제지요. 특히 엄청애에게 말이죠. 아직 방귀남에게는 장수빌라 식구들이 생물학적 가족의 의미가 더 큰데, 장수빌라 식구들은 정신적으로도 가족으로서의 사고방식을 가졌을 거라고 착각을 하고 있다가, 귀남의 다른 사고방식에 연타로 맞고 있습니다.
제삿날 할아버지 얼굴도 모르는 아내보다는 자기가 음식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앞치마를 두르고 전을 부치거나, 누나와 여동생들을 불러 단합모임을 가지면서 새언니에게 까불지 말라고 말숙에게 엄포를 놓는 방귀남이었지요.
누구편을 들어야 한다면 아내편을 들겠다는 방귀남이 진짜로 차윤희 편을 들더군요. 실제 부인인 홍은희가 카메오로 출연해서 웃음을 주기도 했는데요, 홍은희 홈피에 악플다는 방귀남, "남편이 불쌍해 보입니다"라고 쓰더라지요. 그 남편이 누구시더라~~ㅎ. 지난 번에는 김남주의 남편 김승우가 옥탑방에 사는 고시생으로 카메오 출연한 적도 있었지요. 계단물청소날에 나오지 않은 김남주에게 개념없는 여자라는 욕(?)을 해서 웃음을 주기도 했는데, 홍은희와 김승우가 내조와 외조로 드라마에 즐거움을 줬네요^^
엄청애도 한 대 심하게 맞고는 휘청이며 눈물을 쏟고 말았는데요, 친정 오빠 사업자금을 댔다가 말아먹었다는 윤희 친정엄마 한만희의 입방정으로, 천금같은 아들이 번 돈을 날렸다는 것에 마음이 좋지 않았던 엄청애가 윤희를 불러 씀씀이가 헤프다고 나무라는 중, 귀남이 들어와서 한 마디를 해버린 것이죠.
엄청애의 입장에서는 눈물나게 속상하고 섭섭했을 듯한데, 곰곰히 생각하면, 앞으로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좋은 말이었다고 생각되더군요.
"어머니 제가 아직도 어려우세요? 하실 말씀이 있으면 저한테 해주시고 야단칠 것 있으면 야단치세요. 와이프도 야단칠 일 있으면 야단치시고요. 그런데 앞으로 그러실 일이 있으면 저 있을 때 해주세요. 와이프 혼자 불러서 그러시지 마셨으면 좋겠어요".
왜 한국의 남편들은 어머니께 이런 말을 안하는지(물론 귀남이 같은 남자도 있겠지만), 작가에게 정말 좋은 대사를 썼다는 칭찬을 해주고 싶더군요. 사실 고부간의 갈등이 큰 이유도 이 과정에서 빚어지는 일들때문이 많지요. 아들에게 할말이 있어도 참아버리거나, 며느리를 통해서 전하는 시어머니도 많고, 아들에 대한 불만을 며느리탓으로 돌리는 시어머니도 실제로 많고요. 집안의 대소사도 며느리에게 챙기게 하면서 아들은 집안대소사 날짜를 잊어도 사회생활이 바쁘다보면 그럴 수 있다고 너그럽게 넘어기기도 하죠. 그런데 며느리가 잊어버려봐요 난리가 나죠. 칭찬은 아들 몫, 어려운 말, 불만은 며느리 몫이라는게 시월드를 불편하게 여기게 되는 큰 문제점이죠;;
아들이 변명을 하면 피치못할 사정이나 이유가 되지만, 며느리가 변명을 하면 토달고 잘못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 핑계가 되기 쉬운 곳이 시댁일 겁니다. 서로 입만 나오는 상황이 되는 경우가 많기도 하고요. 나중에 시어머니가 되면 며느리를 혼낼 일이 있으면, 꼭 아들과 함께 불러서 해야겠더군요. 좋은 것은 배워야죠.
엄청애에게서는 시어머니, 친정어머니의 모습을 봅니다. 저희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도 신혼때 그런 말씀을 많이 하셨는데, 그 때는 잔소리라고 왜 내집살림에 참견하실까? 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흐르다보니, 그 말씀이 어떤 뜻이었는지 뼈저리게 느끼기도 한답니다. 
신혼때는 저축이나 노후생활에 대한 개념이 없어서 장기계획을 세우지 못했어요. 그때마다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는 '애 생기면 돈 못 모은다', '애들 어렸을 때 돈 모아야 한다', '애들한테 올인하면 노후가 불안하다' 등으로 진화(?)된 잔소리(죄송)를 들어왔거든요. 그 말씀이 오십줄이 다가오니 이해가 되더군요;; 
엄청애가 윤희네 쓰레기 봉투에서 카드대금을 본다든지, 윤희집 거실에서 카드영수증을 보며 걱정하는 모습이 이해는 가면서도, 사실 불편한 점도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결혼이란 부부의 독립을 의미하고, 이는 신체적 경제적 독립의 의미가 포함되는데, 사생활 침해같기도 하고 죽이되는 밥이되든 아들내외의 일인데 싶어서 말이죠. 물론 어른으로서의 노파심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지만요.
윤희가 들여준 세탁기를 못마땅해 하며, "이게 누구 주머니에서 나와...무슨 애가 과소비가 그렇게 심해"라고 불평하는 모습을 보면, 큰맘먹고 선물한 차윤희가 앞으로 선물하고 싶어질 마음이 싹 가실 듯도 하더군요. 아무리 맞벌이를 한다고 하지만, 할머니에게 액정이 큰 휴대폰을 사드리고 세탁기를 갈아주는 것은 큰 지출임에는 분명하죠. 결혼할 때 아무런 혼수도 못했다는 생각으로 선물을 한 윤희가 오히려 기특하던데 말이죠. 물론 시어머니 입장에서는 세탁기 고쳐서 쓸 수도 있는데 과소비한 것이 맞고, 그리 많이 사용하지도 않은 멀쩡한 휴대폰을 새로 바꿔 온 것도 낭비로 보였겠죠. 충분히 그 마음도 이해가 되고 틀린 말도 아니고요. 
그래도 윤희를 불러 한 말은 듣기 좀 거북하더라고요. "친정오빠 사업자금 댔다가 날렸대며? 우리 귀남이가 밤잠 못자가며 번 돈 홀라당 날리면 안되는 것 아니니?". 시어머니 입장에서야 며느리 친정집에서 아들이 번 돈을 홀라당 까먹었으니 속상하겠지요. 저라도 속 상했을 겁니다. 만약 귀남이가 딸 일숙이 남편 남남구에게 돈을 빌려줬다가 날렸더라면 어떤 말을 했을까 싶어요. 엄청 미안해 했을 것같은데 말이죠. 남남구가 아닌 가족들에게 빌려줬다가 그랬더라도 마찬가지로 미안해 했을 듯하고요. 돈은 귀남이도 벌지만 윤희도 버는데, 왜 꼭 아들이 혼자 돈 다 번 것처럼 그렇게 말을 해야 하는지... 아들은 돈벌러 병원나가고 윤희는 취미생활로 직장생활을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시어머니의 생각이나 며느리 차윤희의 생각은 어느 누가 옳다고 판가름할 필요는 없다고 봐요. 다만 역지사지의 마음을 갖자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이 드라마가 온국민이 보는 드라마가 되었으면 싶답니다. 특히 남자들이 많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방귀남이를 통해서 하게 되네요. 일등남편이자 아들같아서 말이죠. 이런 아들이 있으면 어머니 입장에서는 처음에는 좀 서운한 점도 있겠지만, 고부갈등이라는 문제는 훨씬 줄어들 것같아서 말이죠. 알고보면 진짜 평화의 사도가 방귀남이 아닐까 이런 생각도 든답니다.

둘째며느리 나영희, 방귀남을 버린 이유
방귀남에게 평화의 사도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여준 김에, 드라마 처음부터 내내 마음에 쓰였던 둘째며느리 장양실(나영희)에 대한 문제를 끄집어 내야겠네요. 귀남이 어렸을때 기억을 찾아가는 것을 보고 놀라는 장양실은 혹이라도 자신이 고아원에 버린 사실을 기억하게 될까봐 전전긍긍 불안해 하는 모습을 보였지요.
기억이 왜곡되기도 하고, 상상으로 기억을 만들기도 하는 경우가 있다더라면서, 귀남이 기억을 찾는 것에 극도의 경계심을 보였지요. 귀남이 행세를 한 사기꾼에게 협박을 당하기도 하는 등 지옥에서 살고 있을 듯 합니다. 귀남이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떨올려 가는 것을 보니 조만간 30년전의 진실이 밝혀질 듯 하네요. 양평에 귀남이를 두고 가버렸던 여자가 작은 어머니였다는 것도 기억할 거라는 거죠.
물론 이는 제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장양실이 귀남이를 버린 것은 그녀의 불임과 관련되었을 가능성이 클 듯하더군요. 다 갖추고 살지만 남편의 사랑과 아이가 없는 외로운 여자 장양실, 30년전에 어떤 일이 있었을지를 상상력을 동원해서 생각해 봤는데요, 애초부터 장양실이 아이를 낳지 못한 여자는 아니었을 듯합니다.
어린 시절의 귀남이는 시장통을 누비는 장난꾸러기에 밝은 소년이었죠. 사내아이답게 로보트를 가지고 노는 것도 좋아했고요. 그런데 이런 일이 있었다면 장양실은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요? 장양실이 아이를 임신했는데, 귀남이가 놀다가 넘어지면서, 혹은 작은어머니에게 쫓아가다가 장양실의 배에 충격을 준 일이 있었다면 말이지요. 저도 아이들 둘 키웠지만, 둘째아이(딸)을 가지고 있을때 아들이 제 배에 기어오르거나, 누워있을 때 배로 넘어질까 굉장히 조심했었거든요.
그런데 귀남이가 놀다가 임신한 장양실의 배에 충격을 가했고 그 여파로 유산되었는데, 다시는 아이를 가지지 못하는 불임의 몸이 된 것은 아닐까 이런 상상을 해봤습니다. 아이가 없다고 무조건 조카를 미워하지는 않았을텐데 유기를 했다는 것은 미워하는 마음이 있었다는 것이겠죠. 물론 아이를 가지고 싶어 큰 동서를 시샘할 수는 있었겠지만, 그렇다고 조카를 유기할 정도였을까 싶어서 말이죠.
귀남이 때문에 아이도 유산하고, 유산의 여파로 더이상 아이를 갖지 못한다고 하면, 조카지만 귀남이가 예뻤을까요. 미웠겠지요. 귀남이가 작은 어머니를 부르며 넘어져도 일으켜 세워주지도 않고 차갑게 가버리는 것을 보면, 그 전에 귀남이와 관련한 모종의 일이 있었을 거라는 거죠.

엄청애가 이숙이를 낳기 위해 병원으로 갔을때, 시장통에서 혼자 놀고 있던 귀남이를 본 장양실은 처음에는 집으로 데리고 가려고 했을 지도 모르죠. 그런데 귀남이 때문에 자신은 임신도 못하게 됐다는 것을 생각하니 그 아이에 대한 미움을 누를 수가 없어, 순간 정신이 나가 귀남이를 양평의 한 고아원 앞에 버려버린 거죠.
이후 잘못을 알고 찾으려 했으나 고아원에 화재가 나는 바람에 원생들은 어디론가 뿔뿔이 흩어졌고, 울기만 하고 열병으로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했던 귀남이에 대한 기록이 남지않았죠. 장양실로서는 귀남이를 찾으려고 해도 찾을 수가 없었던 거죠. 귀남이가 이름만 기억하고 있었더라도, 방장수나 장양실이 찾았을 수도 있었는데, 이름미상의 아이로 해외에 입양이 돼버렸던 거고요. 소설쓰세요~라고 비웃지 마시고, 그냥 상상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장양실(나영희)의 악행, 꼭 밝혀져야 할까? 밝히지 않았으면 하는 이유
장양실이 왜 귀남이를 버렸느냐?에 대한 숨겨진 사연도 궁금하지만, 저는 장양실이 귀남이를 유기한 것이 밝혀질까 더 걱정스럽습니다. 장양실이 누구입니까? 남도 아니고 작은 어머니지요. 조카를 유기한 작은 어머니라... 이런 패륜도 없을 겁니다.
그런데요, 과연 장양실의 패륜, 악행을 밝혀 그녀를 벌하는 것만이 능사일까요? 저는 아니라고 봐요. 물론 장양실은 죄가를 치뤄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헌데 작은어머니가 조카를 버렸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할머니를 비롯, 방장수, 엄청애 등 장수빌라 식구들이 받을 충격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까요. 장양실의 남편은 아내를 용서 할 수 있을까요? 장양실은 그 순간 인간의 탈을 쓴 짐승이 되는 거예요. 
귀남이를 찾았으니 지난 일이라고 쉽게 용서할 수는 없는 일이지요. 30년간이나 자기 핏줄을 이역만리 타국에서 남의 손에서 크게 했는데 말이죠. 볼때마다 이갈리게 밉고 증오스러울 겁니다. 사람으로 보이지도 않을 것이고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용서가 되는 것이 있고, 아닌게 있잖아요. 장양실의 죄는 가족이기에 더더구나 용서가 안될 죄입니다. 그녀가 어떤 사연을 가졌다 할지라도 면죄부가 될 수는 없을 거라는 거죠. 그래서 장양실의 악행을 밝히는 것이 모두를 위해 좋은 일일까 심사숙고해야 한다는 것이에요.
그래서 저는 장양실이 남편이나 장수빌라 식구들이 아닌 방귀남에게 먼저 고백을 했으면 싶더군요. 귀남의 처분에 맡기는 거죠. 방귀남은 현명하고 사려깊고 합리적인 사고방식의 소유자지요. 작은어머니의 악행을 밝히는 것이 장수빌라에 어떤 상처로 남을 것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고민을 많이 하게 될 귀남이겠죠.
개인적으로는 귀남이가 작은 어머니 장양실에게 죽을 때까지 비밀로 간직하고 살라는 말로 용서를 했으면 싶네요. 세상에는 밝혀지면 상처가 더 커지기에 때로는 숨기는 것이 나은 비밀도 있지요. 모르는 게 약인 경우도 있듯이 장양실의 악행이 그 경우가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할머니와 엄청애가 받을 충격을 생각하면, 어질어질해 옵니다.
장양실의 행동을 보면 그녀의 시댁인 장수빌라에 남편보다 잘 하는 모습을 보이지요. 시시때때로 선물로 들어왔다는 고기며, 버섯을 가져 오기도 하고, 할머니의 치과진료는 물론 쇼핑, 온천도 모시고 다니는 상냥한 며느리입니다. 엄청애에게도 못되게 구는 아랫동서도 아닌 듯하고요. 장양실을 보면 그게 자신의 과오를 씻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을 듯도 합니다.
장양실의 악행이 밝혀진다면, 아마 할머니는 충격으로 쓰러질 것이고 엄청애나 방장수가 장양실을 편한 마음으로 볼 수 없겠지요. 할머니도 그렇고 장수빌라 식구들은 죽을 때까지, 눈에 흙이 들어가도 용서하지 못할 겁니다. 그렇다고 조카를 버린 비정한 숙모라고 법정에 세울 수도 없는 노릇이죠. 장양실을 이혼이라도 시켜 가족에서 제외해 버린다고, 장수빌라 식구들 마음이 편하지는 않을 듯합니다. 사실을 아는 순간부터 모두에게 깊은 상처와 분노, 증오심을 남길테니까요. 
장양실의 과거행적을 덮어버릴 수는 없어요. 아마 시청자들이 궁금해서 미칠겁니다. 그래서 귀남이와 시청자만 알았으면 싶습니다;;. 귀남이라면 장수빌라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좋은 해답을 내릴 듯해서 말이죠. 장양실은 귀남이에게 사실을 털어놓고 용서를 구하고, 사기꾼의 협박으로부터도 자유로워지고, 평생 죄가를 치른다는 마음으로 머리카락으로 짚신을 삼는 심정으로, 장수빌라 식구들과 귀남에게 잘했으면 싶네요. 용서하기 힘든 장양실이지만, 많은 고민을 하고 내린 제 잠정결론인데, 독자분들의 생각은 어떠한지 궁금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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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16 15:25




층층시하 시집식구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차윤희는 신세대 젊은 새댁도 아니고, 산전수전 다겪고 득도한 며느리도 아니고, 그렇다고 요리조리 잔머리를 굴리는 영악한 며느리도 아닙니다. 집안일을 잘하는 것도 아니고, 직장에서는 똑부러진 능력을 발휘하는 커리어우먼도 아닌 보통 직장여성입니다.
자존심도 강하지만, 비위를 맞춰야 할 때는 간도 쓸개도 빼고 살살대기도 하다가도, 정말 아니다 싶을 때는 정의의 일갈을 날릴 줄아는 개념있는 여자이기도 하죠. 이 때문에 방귀남을 사로잡아 결정적으로 결혼에 골인하게된 억세게 운이 좋았던 여자였지요. 존스홉킨스 의대출신의 고아 테리강은 차윤희의 완벽한 이상형이었고, 차윤희에게 결혼이란 오색찬란한 봄날 따스함 자체였죠. 테리강이 방귀남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말이죠.
30년만에 찾은 귀한 손주이고 아들이기에 장수빌라 식구들에게 방귀남은 특별한 존재입니다. 그 특수성때문에 차윤희의 시집살이가 배는 힘들 것이라는 것이 예상되기도 합니다. 30년동안 해주지 못한 사랑을 한꺼번에 주고 싶은 마음에 방귀남에 대한 애정이 각별할 수 밖에는 없고 말이죠. 아들을 귀하게 여기는 집을 보면 며느리 마음고생이 심한 경우가 많습니다. 아들에게 조금이라도 소홀하게 하거나, 작은 집안일을 시키는 것조차 못마땅하게 보는 시어머니도 많지요.
저희집도 예외는 아니랍니다;; 남편이 종가집의 장손이다보니 어려서부터 어른대접에 귀하게 큰 남편때문에 처음 시집가서 시어머니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 일들이 많아서, 그 때는 시어머니가 이상해 보이고도 그랬습니다. 일례를 들면 시댁에서는 방바닥에 이부자리를 펴고 자는데, 아침에 남편에게 이부자리를 개키라고 시켰다가 시어머니에게 혼이 난 일이 있었습니다. 남자가 무슨 이부자리를 개키느냐고 시어머니가 한달음에 건너와서 이불을 개키시더군요. 친정에서는 허리가 좋지않은 친정어머니가 무거운 것은 남자가 들어야 한다고, 무거운 요나 이불을 장농에 정리하는 것은 아버지나 오빠들이 했었거든요. 당혹스러워 어쩔 줄 몰라했던 결혼 후 처음 겪은 난감함이었습니다. 시어머니께 친정에서는 남자들이 개킨다고 말대꾸를 할 수도 없고, 괜스레 속이 상하더랍니다.
남편에게 잔심부름을 시키는 일들도 살다보면 많이 벌어지는데, 저희 시어어니는 남자 부려먹는 여자를, 아니 당신의 아들을 부려먹는 며느리를 유독 못견뎌하셨고, 제가 남편을 부르면 당신이 먼저와서 왜그러느냐고 물어보시는 정도였으니, 굉장히 조심스러운 부분이었지요. 남편이 방귀남처럼 전을 부쳤으면 귀남할머니 강부자보다 더한 반응을 보이셨을 겁니다ㅎ.
특히 저희 시어머니는 밥이 만사를 제치고 중요한 일이신 분입니다. 지금도 변함없이 가장 중요한 일로 치시는데, 저희가 시골에 내려가면 큰절을 올리자마자 가장 먼저 하시는 말씀이 "아범 시장하겠다. 얼른 밥차려줘라"랍니다. 처음에는 그말이 참 서운하고 야속하더군요. 숨돌릴 짬도 주지않고 밥부터 차리라는 말씀이 서운하기도 했고, 같이 힘들게 내려갔는데 아들 며느리 편애가 심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죠. 물론 아들이 며느리보다야 백배 예쁘겠지만요.
그리고 나중에서야 왜 그렇게 밥을 중요하게 생각하셨는지를 알게 되었죠. 시어머니가 함몰유두라 남편을 낳고 젖을 먹이지 못했다고 하더라고요. 젖엄마를 두고 젖을 먹였으니, 늘 아이가 양껏 배를 채우지 못했다는 생각을 하셨던 시어머니, 한 밤중에 아이(남편)가 배가 고파 울면 젖엄마를 찾아가지도 못하고, 나오지 않는 젖꽂지를 물고 우는 남편때문에 많이 우셨다고 해요. 그래서 밥때를 놓치면 큰일나는 것으로 지금까지도 남편에게 못먹인 젖때문에 미안해 하시는 거였더군요. 이런 일들을 들으면서 시어머니와 거리를 많이 좁힐 수 있었지요. 
결혼한지 20년이 훨씬 넘었으니 지금은 서로 할말을 다하고 오해살 일을 만들지 않은 편이지만, 결혼하고 몇년간은 시댁과의 문화차라는 것이 없지 않았습니다. 차윤희를 보면서 난 왜 저렇게 여우같지 못했을까 싶기도 하고, 어떤 면은 차윤희가 젊은 새댁이지만 현명하다는 생각도 들고 보고 배우는 점들이 많네요. 물론 모든 것을 차윤희의 입장에서 보면 안되지만, 차윤희의 여우같은 행동이 밉지가 않더군요.
짝퉁가방을 대신 사다준 말숙이의 코를 비틀어 버린 것을 보면서는 너무했다 싶다가도, 시누이 올케관계를 떠나 버릇없이 행동하는 동생에게 그럴 수 있겠다 싶기도 하고 말이죠. 제사에 늦었다는 이유만으로 무턱대고 냉랭한 시댁식구들, 며느리는 집안대소사에 늦은 것에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싸늘한 눈초리는 여자들 입장에서 속터지고 화나는 일이죠. 아들이 늦으면 일하는 사람이라 그럴 수도 있는 문제라고 넘어가면서 며느리가 늦으면 꼭 한마디씩 들들어야 하는 것이 며느리입니다.
물론 정말 얄밉게 일하기 싫어서 늦는 얌체며느리들도 있지요. 그런 며느리들은 대개 보면 변명도 구질구질 가지가지인 경우가 많고 말이죠. 극중 차윤희는 그런 적어도 얌체며느리과는 아니지요. 늦은 것도 말숙이가 사온 짝퉁가방때문에 벌어진 일을 수습하느라 그랬던 것이고, 집안 일을 함께 하지 못하는 미안함에 작은 어머니에게 카드를 주기도 했죠.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은 것에 서운했던 엄청애는 말숙이 코를 비틀었다는 고자질을 듣고는 며느리를 기선제압해야 겠다고 벼르고 차윤희를 불렀는데요, 차윤희의 한수 위 여우짓에 본전도 못건지고 말았지요. 뛰는 말숙이, 나는 차윤희, 기는 엄청애의 결과가 나와버려, 대놓고 웃지는 못하고 속으로만 고소해 했답니다.
짝퉁가방건부터 작은 어머니가 제사와는 관련없는 자기네 집 생필품까지 샀다는 말에 엄청애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을 듯 하더군요. 더군다나 딸 말숙이에게 200만원이 넘는 가방값을 줬더니 20만원정도의 짝퉁을 사주고 먹고 튀었으니 며느리 앞에서 체면이 말이 아니었죠.
비밀번호를 가르쳐 주지 않은 것에 서운함을 말하려고 했지만, 윤희는 한 수 위 고단수로 엄청애의 기선을 제압해 버렸지요. "생각해 보니 어머님 말씀대로 어머님이 예고없이 드나드실 분도 아니고, 저희집 물건 막 치우거나 손댈분도 아니고, 그런 시어머니들하고는 그레이드가 다른 분인데, 제가 그동안 막장드라마를 많이 봐서 착오를 했던 것같아요. 지난번 물김치처럼 말씀 미리해주시고 들어가 놓고 가주세요".
들어가지 말라는 말보다 더 무서운 고단수 능청여우짓이 따로 없었지요. '저희 집에 가서 물건 치우거나 만지지 마세요' 라는 직접적인 말보다 무섭게 들려서, 괜히 잘못 들어갔다가 막장시어니가 될 수도 있는데 엄청애가 쉽게 드나들지는 못할 듯 하더군요.
돌려서 말하기는 했지만 말에 뼈가 있는데도 차윤희가 밉지가 않더군요. 괜히 속끓여가며 안가르쳐 주는 것보다는 막장드라마를 빗대어 의사표현을 하는 것이 나을 듯하고 말이죠. 물론 살면서 있는 허물 없는 허물 다 보이면 비밀번호 아니라, 알몸도 자연스럽게 서로 보여줄 수 있는 관계가 되기도 하겠지요.
하지만 30년을 생판 남남으로 살았던 사람들이 결혼관계라는 제도로 순식간에 딸처럼 허물없이 되는 것도 아니고, 내맘이 이렇다고 상대방도 같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서 서두르다 보면, 오해와 갈등이 더 많아질 수도 있는 것이 시집살이같습니다. 그래서 아직은 약자인 차윤희에게 화이팅!하게 되네요. 하는 짓이 여우인데도 이상하게 얄밉지가 않고 은근 귀엽고 현명해 보이기도 하고 말이죠.

**넝쿨당을 보면서 속풀이하고 싶은 분들 많으실 거라 생각됩니다. 넝쿨당 리뷰 올리는 동안에는 제 결혼생활에 관련된 에피소드 시집살이(?) 비화들 가끔 하나씩 공개하겠습니다ㅎ. 전 시집살이를 하지않은 편이라 사실 큰 일은 별로 없고, 오히려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많답니다. 댓글에 며느리가 되었든, 시어머니가 되었든 시누이입장이 되었든, 속 시원하게 풀어보시기 바랍니다. 댓글은 익명이니 마음에 맺혔던 이야기들 풀어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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