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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15 07:34




법의학과 법의관이라는 특수한 분야를 다루고 있는 드라마 싸인은 CSI와는 차별성이 있는 드라마입니다. '어떻게' 죽었는지가 아닌, '왜' 죽었는지의 관점에서 망자가 그의 몸에 남긴 흔적, 즉 싸인을 찾아가는 과정은 산자의 이야기와 함께 맞물려 있기에 더 흥미로운 것 같습니다. 보험금을 위해 자살을 택한 한 가장의 죽음은, 보험금을 노린 죽음이라는 사인의 피상적인 결과가 아닌, 그 남자가 남긴 유언으로 시선을 확대시키면서 감동까지 주었습니다. 단순히 생활고에 찌든 가장이 남은 가족들을 위해 돈을 남겨주려고 했다는 것에서 끝내지 않은 이유가, 드라마 싸인이 말하고 싶었던 숨은 이야기였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드라마가 고급스럽다는 생각까지 했던 4회였습니다. 

법의관, 망자의 목소리를 듣는 사람들

유가족을 찾은 윤지훈(박신양)이 들려준 고인의 마지막 목소리는 죽음과 바꾸면서까지 가족을 사랑했던 마음이었습니다. 부검을 앞두고 아들의 시험때문에 부검실을 떠나는 모자를 보며, 그 가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은 짐작했지만, 그게 무엇이었는지를 깨달은 것은 고다경(김아중)이 유가족을 찾은 이후의 대화였어요. "그렇게까지 힘들어 했는데도 저희는 원망만 했습니다". 가족을 부양하는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가장의 무능함을 평소에 많이 탓하면서, 가족 아닌 가족처럼 지냈었다는 것이 읽혀지더군요.
잠시 고다경이 윤지훈에게 "가족을 위해 목숨과 보험금을 바꾸려했는데, 자살을 타살로 결과를 내 준다한들 아무도 손해보는 사람없잖아요" 라고 했던 말에 제 생각에 혼란도 일었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도덕적 정의, 진실을 떠나 망자의 소원을 들어주고 싶은 생각이 저 역시 들었었거든요. 고다경의 말에도 흔들리지 않는 윤다훈의 고집불통 융통성 제로의 투철한 직업의식에 비인간적인 마음까지 들었고요.
그리고 고다경에 앞서 유가족을 찾아간 윤지훈이 유가족에게 전한 망자의 마지막 목소리는 제 생각을 바꿔 놓았습니다. "우리는 오직 과학적인 진실만을 추구한다". 과학적 진실이라는 사람냄새 나지 않는 국과수의 모토에 묻혀버릴 수 있었던 휴머니즘을 다시 일깨워 주더군요.
유가족에게 보험금이 지급되었다면, 한 가장이 목숨과 바꾼 보험금은 마지막으로 가장으로서 할 수 있었던 의무였다고, 유가족들의 가슴에는 '그래도 아버지 역할은 했구나' 정도의 감사함으로 두고두고 남았을 지도 모릅니다. 망자가 남기고 싶었던 것(보험금)을 주었을 지도 모르지만, 정작 목숨을 던질 정도로 가족을 사랑했다는 망자의 마지막 목소리는 전해지지 못했을지도 모르지요. 과학적 진실에서 찾은 망자의 휴머니즘이었습니다. 법의관은 망자의 유언을 실행으로 옮겨주는 사람이 아닌, 유언을 듣는 사람이고 그 말을 전달하는 사람이라는 것, 드라마가 전달하고자 했던 핵심을 놓치지 않더군요. 드라마가 고급스럽다는 생각을 전해받은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윤지훈과 이명한의 부검대결이 펼쳐지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드라마 싸인, 같은 종류의 교통사고 사망자의 시신부검을 한 결과가 다르게 나오면서, 국과수의 모토인 과학적인 진실을 위한 두 사람의 싸움 제2라운드에 들어갔습니다. 부검의 결과에 따라 윤지훈이 국과수 본원으로 돌아오게 될 운명의 한 판인 셈이죠. 윤지훈의 국과수 본원복귀는 서윤형의 죽음에 대한 의혹이 재점화될 수 있는 위험이 있기에, 이명한과 장민석 변호사의 방해공작이 윤지훈을 꺾을 수 있을지 그 결과가 주목됩니다.

윤지훈과 이명한의 부검대결 타살 VS 사고사, 왜 다른 결론?
그러면 왜 윤지훈과 이명한이 같은 종류의 사망자에 대한 부검결과를 다르게 냈을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의학적인 지식이나 법의학적인 지식은 없기에, 저는 단순히 드라마를 통해서 보는 제 추측을 말하렵니다. 추리드라마처럼 드라마를 보면서, 사인이나 사인의 종류를 추측해 보는 재미도 이 드라마가 주는 매력이거든요.
우선 윤지훈과 이명한의 시신부검에 관한 소견은 모든 것이 일치했습니다. 사망시간에서 사고차량의 종류, 그리고 사인까지도 말이지요. 다만 사고의 종류에 대한 결과는 전혀 다른 소견을 내놓았습니다. 윤지훈은 단순사고사를 위장한 타살로, 이명한은 뺑소니에 의한 단순사고사로 결론을 내렸지요.
부검과정에서 대한민국 최고의 실험장비를 갖춘 국과수의 이명한에 비해, 열악한 환경의 남부분원에서 UV광선을 이용한 엠블렘 증거를 찾는 과정이 흥미로웠지요. 고다경의 기지로 노래방의 등을 가져다가 확인한 사고차량이 남긴 엠블렘 문양이 같은 것이었다는 것이 충격적이었는데요, 이 말은 교통사고가 시간차를 둔 연쇄살인이라는 뜻이기 때문이었지요. 또 다른 제3의 피해자가 나타나면서 연쇄살인범에 대한 의문으로 가닥이 잡히고, 교통사고 부검결과는 윤지훈과 이명한의 재대결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게 되겠네요. 
그럼, 왜 이명한은 윤지훈과 우열을 가리기 힘든 실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단순 사고사로 결론을 내린 걸까요? 이유는 행안부의 500억 지원에 대한 욕심이 빚은 조급함이었습니다. 이명한이 메스를 들고 다리부분을 절개하면서 단순사고사가 아니라는 것은 눈치를 채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눈을 들어 검시실을 참관하고 있던 행안부 차관을 보며, 갑자기 메스를 놓고 단순사고사로 결론을 내려 버리지요. 당시 행안부 차관의 보좌관이 시계를 보며 귓속말을 하는 것으로 보아, 행안부 차관은 다른 중요한 일정이 있었음을 알 수 있었고, 이명한은 참관중인 행안부 차관에게 확신을 새겨줄 필요가 있었겠지요. 만약 사망의 종류가 타살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면, 이 문제는 형사사건으로 넘어가며, 사건이 종결되기는 어려운 문제에 봉착하게 되는 것이고요. 부검이 끝나고 행안부의 500억 지원발표가 있을 예정이었기에, 깔끔한 마무리를 위해 이명한이 조급했던 것이었지요.
이명한은 법의학 교수를 지낸, 부검에 대한 원칙과 실력은 출중한 인물입니다. 국과수를 대한민국이 아닌 세계최고의 장비를 갖춘 기관으로 키우고 싶은 야망이 있는 인물이지요. 그 야먕을 이루기 위해 권력이 필요했던 인물이었고, 큰 것을 얻기 위해 작은 것은 버려도 좋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인물입니다. 과학적인 진실도 국과수를 위해서는 필요에 따라 희생과 은폐도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요. 그가 저지르고 있는 오류는 과학적 진실의 이면에 있는 망자의 마지막 목소리를 듣는 마음의 귀가 열리지 않았다는 겁니다.

반면, 윤지훈은 같은 종류의 교통사고 사망자의 사인종류를 타살로 규정했는데요, 왜 타살이었을까요? 저는 두 가지로 이유를 추측해 봤습니다. 하나는 피해자의 목 아래에서 UV광선으로 찾아낸 앰블렘 문장입니다. 단순 교통사고였다면, 목 아래에 엠블렘이 남을 확률이 희박하기 때문이죠. 의도적으로 자동차에 뛰어들었다면 몰라도, 정면에 자동차의 엠블렘이 찍히는 일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구나 자신을 향해 돌진하는 자동차를 보면 반사적으로 몸을 피하려고 하겠지요. 당연히 몸을 돌릴 거라는 거죠. 피해자의 뒷부분을 쳤다면 단순사고사일 가능성도 있지만, 피해자는 사고 순간 정지상태였습니다. 자신을 향해 돌진하는 자동차때문이에요. 갑작스럽게 자동차가 자신을 향해 돌진한다면, 피해자는 응당 몸을 트는게 마땅합니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자신을 죽이려고 덮치는 차량 얖에서는 그 차량을 마주할 수 밖에 없습니다. 죽음이라는 공포가 짧은 찰나에 느껴졌고, 그 공포가 몸을 얼게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지요. 그런 상황에서 자동차는 피해자 다리 측면이나 정강이 부분을 치게 되고, 상반신이 자동차를 향해 있었기 때문에 정면으로 자동차에 2차적으로 충돌할 수 밖에 없는 것이고요.
또 하나, 피해자의 다리부분에 결정적인 증거가 남아있었을 듯 싶더군요. 사고시간 피해자는 누군가를 피해 달리던 상황이었지요. 즉사를 하면 근육의 활동정도까지도 부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피해자가 뭔가에 쫓기면서 달렸다는 흔적, 즉 종아리 근육의 경직상태가 일반 뺑소니사고를 당한 피해자와는 다른 증거를 보여 주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는 법의학적으로 진짜 몰라서 추측일 뿐이고, 용어도 몰라서 이렇게 밖에는 표현을 하지 못하겠네요.;;;
이명한과 윤지훈 두 사람 모두 시신의 다리를 절개하는 장면이 있었는데요, 이때 두 사람의 표정이 달랐지요. 범퍼 50Cm이상의 소형트럭이나 중형차에 의한 사고였고, 무릎 아래에 있었던 심한 타박상 흔적과 골절상태는 사고당시 그 부분이 범퍼에 부딪쳤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종아리 부분을 절개한 두 사람은 뭔가를 발견한 분위기였습니다. 이명한은 놀라면서도 메스를 놓고 시계를 보는 행안부 차관을 보며, 단순사고사라고 결론을 내리고, 윤지훈은 단순사고사를 위장한 타살고 결론을 내렸죠.
제가 생각하건데, 아마도 시신에서 발견한 조직내 혈흔이었을 듯 하더군요. 피해자는 뭔가에 쫓겨 도망을 쳤고, 넘어지고 비탈길을 구르기도 했었지요. 이때 다리부분에 크고 작은 멍들이 생겼을 가능성이 큽니다. 교통사고로 인한 타박상이라고 하기에는, 그 강도가 약했을 증거들을 조직내 굳은 혈흔의 정도에서 발견했을 것이고, 이는 사고전에 피해자에게 긴박한 상황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하겠지요.
또한 추가로 사고현장에서 급브레이크 타이어 자국이 없었다는 점도 타살의 가능성을 말하는 증거가 될 수도 있습니다. 피해자가 갑작스럽게 뛰어들었다면, 엠블렘이 피해자의 전면부에 찍히기 보다는 측면에 찍혔을 가능성이 높겠지요. 그리고 운전자가 피해자가 도로에 있는 것을 본 순간은 졸음운전자였다해도, 피해자가 차량에 부딪치기 직전에라도 급브레이크를 밟았을 가능성이 높은데도, 사고현장에는 급브레이크 자국이 남아있지 않았다고 했어요. 시신을 옮겼기 때문에 시신발견장소에는 타이어 자국이 없었지요. 이는 의도적으로 죽일 작정이었음을 은폐하기 위해, 현장에서 시신을 옮겼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지요.
뺑소니였다면 말 그대로 시신을 두고 도주를 했을텐데 시신을 옮겼다는 것은, 사고현장에서의 타이어 자국을 은폐하려고 했기 때문이었겠죠. 죽일 작정으로 피해자를 쳤기때문에 실제 사고현장에서도 타이어 급브레이크 자국은, 통상적으로 남기는 급브레이크 자국과는 달랐을 가능성이 농후하고요. 연쇄살인범이 지능범임을 말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윤지훈의 부검결과가 맞을 거라는 겁니다. 그가 진실만을 말하는 법의관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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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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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mike kim 2011.01.15 08:34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이 드라마도 재방을 몰아서 봐야겟군요....편안한 주말 맞으세요^^

  3. *저녁노을* 2011.01.15 08:35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돈에 눈이 멀어서...거짓말을 하는 게 보이더군요. 쩝...
    다음주가 기다려집니다.ㅎㅎ
    리뷰 잘 보고가요

  4. 2011.01.15 08:40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5. 화랑 2011.01.15 08:46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싸인의 패인은 정치드라마로 만들려고 하는 욕심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치드라마로 만들더라도 국과수 외부와 싸우는 것으로 만들어야지 국과수 내부에서 싸움을 하면 국과수 자체를 사람들이 신뢰하기도 힘들기에 그러한 것 자체가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되고요.....

    어쨌든 위의 망자의 소리를 듣는다는 표현은 일본드라마 보이스가 생각나게 하는 스타일 같네요..^^ 그곳에서도 법의학도가 나오죠..

  6. 박씨아저씨 2011.01.15 08:49 address edit & del reply

    앞으로 기대 됩니다~ 박신양이도 좋아하고 전광렬도 좋아하는데~ 흥미진진할듯~

  7. kangdante 2011.01.15 08:58 address edit & del reply

    흥미진진한 드라마같은데..
    재방이라도 기회가 되면 봐야겠어요.. ^^

  8. 깊은우물 2011.01.15 09:10 address edit & del reply

    오늘도 생생한 포스팅 감사합니다.
    많이 추워요.. 건강 유의하시구요.
    활기찬 주말 되세요..^^

  9. 그린레이크 2011.01.15 09:27 address edit & del reply

    박신양~~기대를 저버리지않더군요~
    매회 긴장감이 드는게 기대 되는 드라마랍니다~
    좋은 주말 편안하게 보내셔요~

  10. 카르페디엠^^* 2011.01.15 09:31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싸인 재미있습니다. 근데 마프에 밀리는 듯한 기분이 들더군요.
    뭔가 강력한 것이 있어야 될 것 같아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11. 2011.01.15 09:39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12. HJ심리이야기 2011.01.15 10:18 address edit & del reply

    언제나 섬세한 분석에 감탄합니다.
    조금 회가 지나면 더 재미있어 질 것 같은데요..

  13. 굄돌 2011.01.15 10:23 address edit & del reply

    전 이렇게 스릴있는 드라마를 좋아해요.
    다른 건 몰라도 이 드라마는 꼭 보고 싶은데
    자꾸 잊어 먹게 되네요.
    하도 오랫동안 텔레비전을 안 본 사람이라..
    그리고 사실은 텔레비전 앞에 앉을 시간이 없어요.ㅜㅜ

  14. 2011.01.15 10:54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15. 짱똘이찌니 2011.01.15 11:00 address edit & del reply

    제가 봤던 드라마 내용을 리뷰로 봐서 그런지 더욱 이해가 빨리 되네요.
    전광열이 부검 할 때는 보여주기 위함도 있었고 시간의 촉박함 때문이 맞는 것 같구요.
    박신양의 부검의 소견을 정확하게 말하지는 않아지만
    초록누리님의 말씀이 종합적으로 맞는 것 같아요.
    ㅎㅎ
    앞으로 어떻게 될지 너무 흥미진진하더라구요.
    다음주에 할 김아중이 사고 차량을 발견 했을 때 어찌나 짜릿하던지요.
    긴장감 최고 였습니다.

  16. Zorro 2011.01.15 12:59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싸인.. 넘 흥미진진한 드라마 같습니다~ 간만에 드라마 하나 보고 있답니다^^
    조급함까지는 예상했는데.. 그뒤에 부분까지 누리님은 세밀하게.. 역시 대단하십니당~ㅎㅎ

  17. 빠리불어 2011.01.15 19:26 address edit & del reply

    진짜루 흥미진진한 것 같네여..

    정말 보고 싶어지네여...

    다음 편도 기대할께여.

    즐거운 주말 보내세여... ^^*

  18. 굴뚝 토끼 2011.01.15 19:48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아직 못봤지만 초록누리님의 리뷰만으로도
    CSI에 육박하는 긴장감이 있는 것 같습니다..^^

  19. 직딩H 2011.01.15 20:10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김아중이 나와서 꼭 보고 싶은데~
    아직도 못보고 있네요... 재밌을 거 같은데~
    꼭!! 참고해 보겠습니다 ^^
    행복한 주말 되시구요~

  20. Deborah 2011.01.15 21:39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요즘 김아중씨 열연을 한다면서요..:) 아직 안 본 드라마입니다..여기서 읽고 갑니다.

  21. 닉쑤 2011.01.15 23:20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박신양한테 딱 어울리는 역활 같습니다 ㅎ

    요즘 한국 드라마를 안봐서 초록누리님 블로그에서 보고 갑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