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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8.06 '제빵왕 김탁구' 구마준의 불행, 스스로 새긴 주홍글씨 (20)
2010.08.06 08:33




매회마다 굵직한 사건들이 터져 나오는 제빵왕 김탁구, 이번회 등장인물들의 새로운 복수를 예고하는 날 선 눈빛들이 꿈틀거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준과 신유경의 복수(?), 한승재의 드러나는 야욕, 위기에 몰린 서인숙의 초조함, 한승재에게 드러난 김미순과 닥터윤 등 모든 갈등요인들이 한꺼번에 봇물 터지듯 터져 나왔지요.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이 구마준의 빗나간 복수심입니다. 구일중의 아들이고 싶은 마준의 트라우마는 어머니 서인숙에게 짓밟힌 신유경의 자존심과 손을 잡으며 엇나가려고 해서 안타깝습니다.
어른들에 의해 망가져 가는 구마준은 드라마에서 가장 불쌍한 인물같아 보여요. 탁구에 대한 컴플렉스와 출생의 트라우마는 어른들에게 이해받지 못하면서 잘못된 길로만 이끌고 있는 것 같아서 말이지요.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튕겨져 나가는 마준이 자신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트라우마를 복수라는 이름으로 해결하려 드는 모습은 마준을 더 비참하게 만들뿐입니다.  
"널 어떻게 용서해야 할지 모르겠다"
팔봉빵집 앞에서 마주친 마준이를 구일중은 용서하기가 힘이 듭니다. "넌 숱하게 불렀던 아버지라는 이름을 그 아이는 단 한 번도 불러보지 못한채 날 더러 회장님이라고 부르더구나". 2년이나 같이 있었으면서도 탁구에 대해 알려주지 않은 마준이를 어떻게 용서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차가워지는 구일중입니다.
저는 구일중이 마준에 대해서 짐작을 하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계속적으로 하고 있었는데, 구일중의 대사를 들으면서 정말 구일중이 마준이 한승재의 아들임을 알고 있다면, 속으로 기가 찰 것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다른 사람의 핏줄이 26년을 아버지라 부를 때, 정작 자신의 진짜 핏줄은 아버지라는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거리를 헤맸다고 생각하면 말이지요. 또한 만약 구일중이 마준에 대한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도 입을 다물고 있다면, 그건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생각이 들어요. 사랑해주지 못한 아내 서인숙에 대한 구일중의 죄책감때문에 아내의 부정을 눈감아줬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래서 애써 마준이에게 그 녀석이라 하지 말고 "형이라 불러라" 라고 강조하는 것 같기도 하더군요. 
아버지로부터 용서하기 힘들다는 말을 들은 마준은 온통 아버지에 대한 생각뿐입니다. 2차 경합 주제가 나왔는데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 마준이에요. 참, 이번회 괴짜 팔봉선생의 2차경합 주제가 나왔는데요,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빵"을 만들라는 것이었지요. 팔봉선생은 빵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4가지 재료, 밀가루, 이스트, 소금, 물을 내놓고 경합참가자들에게 빵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재료를 고르라고 했지요. 미순은 밀가루를 골랐고, 탁구와 마준이는 동시에 이스트를 고릅니다. 누가 빵집 아들들 아니랄까봐 쌍둥이처럼 생각이 같더라고요. 탁구가 마준에게 "찌찌뽕"이라고 농을 건넸는데, 마준이는 그 말을 못알아 듣지요.  
아들이 되고 싶은 마준, 아들을 찾고 싶은 구일중
각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재료를 빼고 재미있는 빵을 만들라는 2차경합의 주제에 탁구, 미순, 마준은 걱정이 태산입니다. 베이킹파우더를 쓰면 안되느냐는 탁구의 말에 기가 차 하는 마준이 얼떨결에 "녀석"이라는 말을 뱉고는 아버지의 말이 떠올라 버리지요. "형이라고 불러라"라던...
거성식품을 찾아간 마준은 아버지에게 용서를 구하지요. 구일중은 여전히 마준에게 냉담할 뿐입니다. 변명을 듣고 싶지 않다면서요. "고작 몇 개월을 산 그 녀석은 그렇게 끔찍이 여기면서 26년을 아버지 옆에서 아버지가 원하는 길로만 살아 온 나는 왜 변명도 하면 안돼요" 라며 울먹이는 마준에게 돌아온 대답은 탁구에 대한 구일중의 마음뿐이었지요. "너는 26년을 내 얖에서 내가 해주는 모든 것을 누리면서 살았지만, 네 형 탁구는 아무 것도 누리지 못했다. 그 아이가 겪은 세월을 떠올릴 때마다 난 숨이 쉬어지지 않아. 그 어린 나이에 겪었을 고통의 세월을 떠올릴 때마다 내 가슴엔 피가 맺혀".
마준에게 한 번도 따뜻한 가슴을 보여 주지 못한 구일중이나 오로지 아버지의 인정을 받아 진짜 구일중의 아들이 되고 싶은 마준이나 그 심정들이 다 이해가 되고도 남습니다. "언제나 저보다 먼저인 그 녀석을 이겨버린 다음, 제일 먼저 아버지한테 말씀드리려 했다"며 무릎을 꿇는 마준, 하지만 길을 비키라는 구일중의 대답은 차갑게 들리기만 할 뿐입니다. 
구일중이 마준이 자신의 친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든 몰랐든, 구일중은 마준의 누군가를 짓밟고 최고가 되겠다는 생각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거고, 그것도 형을 이기겠다는 마음만이 가득 차 있으니 마준이의 생각이 탐탁치 않을 거예요. 부모마음은 형제가 사이좋게 성장하고 성공하는 것을 보고 싶거든요. 마준이는 마준이대로 탁구를 이겨야할 절박한 이유가 있지요. 제빵회사 구일중의 아들, 아버지가 걸어 온 외길 인생 제빵에서 탁구를 이겨 구일중의 아들로 인정받고 싶은 거예요. 
한승재의 손길을 피하는 마준의 섬뜩한 외침이 가여우면서도 무섭더군요. "나 건들지마. 내 몸에 손대지마" 라는 소리가 난 당신의 더러운 피가 싫어라는 말처럼 들렸거든요. 자신의 아들이 무릎을 꿇고 빌고 있는 모습을 본 한승재가 구일중의 명패를 보며, 눈빛에 날을 세우는 모습에서는 더욱 두려움이 솟구쳤고요. 한승재의 야욕, 지신의 아들을 후계자로 앉히겠다는, 그래서 자신의 여자를 뺏은 구일중을 무너뜨리겠다는 결심처럼 보여서 말이지요. 서인숙과 마찬가지로 한승재도 늑대의 탈을 쓴 인간같아서 저는 어떤 이유를 붙여도 용서하고 싶지 않네요.
마준은 한승재가 싫습니다. 한승재의 피를 받았다는 것이 부정될 수만 있다면, 탁구 아니라 엄마 서인숙을 무너뜨리는 일이라도 하고 싶습니다. "피는 못 속인다"는 것을 마준은 빵실력으로 억지로라도 만들고 싶은 거예요. 빵에 대한 천재적인 후각이 탁구를 구일중의 아들이라는 하나의 증표가 되듯이, 빵실력으로 마준 역시 구일중의 아들이라는 증표를 얻고 싶은 게지요. 그러니 구일중의 아들로 인정받고 싶은 마준의 트라우마가 안타깝고 가엾습니다. 미워하고 싶은데 가여움부터 앞서는 그런 마음이에요. 마준이를 보면....
심금 울린 전광렬의 부성애
제가 이번회 눈여겨 본 장면은 냉정한 듯 부드러운 CEO를 연기하는 전광렬에게서 나오는 아버지였어요. 글 중간에서도 밝혔듯이, 저는 극중 구일중이 마준에 대해서 어느 정도 짐작을 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계속 들더라고요. 한승재를 바라보는 눈빛은 단순하게 자신의 비서실장이라고만 보는 눈빛은 아니거든요. 구일중이 마준이 자신의 친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든 몰랐든, 구일중은 가족들에 사근사근한 가장의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았어요. 아마 구일중의 성격인 것 같기도 하지만, 자식들을 끼고 도는 서인숙과는 대조적이지요.
마준이가 탁구에 대한 병적인 경쟁심을 가지게 된 것에는 구일중의 책임도 한 몫하고 있음을 부인하기는 어렵지요. 탁구를 태하는 구일중의 태도는 마준이 눈에도 질투가 느껴질 만큼 특별한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에요. 하지만 마준이 구일중때문에 엇나간 것만은 아니었다고 봐요. 그보다는 엄마 서인숙과 출생의 비밀에 대한 트라우마때문이 더 크지요. 
구일중은 탁구에 대해 연민이 클 수 밖에 없었을 거예요. 12년만에 나타난 아들, 궁색한 살림에 빵공장에서 빵을 훔쳐먹다 걸린 인연이 처음이었지만, 구일중의 재력에 자신의 아들이 어렵게 생활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아팠을 거예요. 더구나 생모 김미순과 생이별하다시피 거성가로 들어 온 탁구를 대하는 서인숙의 눈은 곱지가 않았지요. 두 딸과 마준이 역시 마찬가지였고요. 어떻게 보면 구일중은 탁구에게 사랑을 줄 유일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지도 모릅니다. 물론 할머니 홍여사가 살아있을 때 탁구를 예뻐하기도 했지만, 탁구가 홍여사나 구일중의 사랑을 받은 것은 탁구에게서 보여지는 반듯함때문이었어요.
마준을 대하는 구일중의 차가움과 탁구를 대하는 구일중의 따뜻함은 저는 어떤 감정인지 이해가 되더라고요. 탁구가 집을 나가지 않았다면 구일중이 마준과 탁구를 심하게 편애했을 지 안했을 지 사실 모르는 일이에요. 하지만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은 26년을 함께 지내 온 마준보다 26년을 헤어지낸 탁구에게 더 연민을 가지게 되는 것은 당연할 듯 싶어요. 그동안 아버지로서 못해준 것이 너무 많아서 마음 아프고, 어머니와 헤어져 홀로 길거리를 전전긍긍하며 살아왔을 탁구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지듯 아팠을 겁니다.
유경과 마준이 키스를 하는 모습을 본 탁구는 비를 흠뻑 맞고 넋이 나간 듯 팔봉빵집으로 돌아오지요. 탁구가 팔봉빵집에 있다는 것을 알게된 구일중도 탁구를 보고 싶은 마음을 누를 수가 없습니다. 탁구가 일하는 곳, 탁구가 잠자는 곳, 탁구가 빵을 만드는 곳, 탁구의 발길이 닿은 팔봉빵집 주변에 있는 것만으로도 탁구를 본 듯 좋은 구일중입니다.
비를 맞고 걸어가는 탁구에게 다가 온 큰 우산은 아버지였지요. 유경이에게 주겠다고 구웠던 빵은 비를 맞고 눅눅해져 있고, 탁구는 1차경합에 통과한 빵이라고 말해주지요. 무슨 맛이 날까 궁금하다는 구일중에게 탁구는 아버지를 위한 빵을 굽습니다. 처음으로 구워드리는 아들의 빵, 탁구는 자기도 모르게 아버지의 습도 맞추는 손사위를 흉내내고, 아차싶어 손을 내리지만, 구일중의 가슴은 벌써부터 아들 탁구의 모습에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당장이라도 안아주고 탁구에게 아버지라고 밝히고 싶지만, 탁구의 빵만드는 과정을 꾹 참고 지켜보지요. 딱 한번 보여줬을 뿐인데, 자신의 빵만드는 손동작과 같은 모습이 가슴이 터져버릴 정도로 대견하고 흐뭇한 구일중입니다.
갓 구워 나온 탁구의 빵, 보리밥빵을 먹는 구일중은 목이 메여 빵을 넘기기가 힘이 들지요. "맛있구나, 탁구야"
얼마만에 불러보는 이름인지, 12살 어린 탁구가 말없이 집을 나간 후 14년만에 장성해서 청년이 된 모습을 보는 아버지 구일중, 기쁨과 미안함과 대견함에 말을 잊지 못하지요. "미안하다, 탁구야. 그동안 널 찾지 못해서 미안하다. 널 이렇게 가까이 두고도 알아보지 못해서 미안하다, 내아들 탁구야". 아버지의 품에 안겨 처음으로 소리내어 엉엉 우는 탁구, 14년만의 부자상봉에 탁구도 구일중도 시청자도 모두 함께 울어버린 밤이었습니다. 
14년을 찾았던 아들을 만난 아버지의 마음, 탁구의 모든 설움을 한꺼번에 녹여준 말은 "내 아들 탁구야"였어요. 목이 매여 흐느끼듯 뱉어내는 전광렬의 연기가 아주 좋았던 장면이었어요. 쏟아지는 눈물과 표정으로 아버지의 마음 자체를 다 보여 주더군요. 
주홍글씨 스스로 새긴 마준이가 깨닫지 못한 것
마준이가 모르고 있는 것은 부모의 마음이에요. 구일중이 마준이가 한승재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열 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가락 없듯이, 마준이도 탁구도 구일중에게는 다 사랑하고 아픈 자식이라는 거예요. 마준이 그런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것은 부모가 돼 보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출생에 대한 열등감과 비밀때문에 탁구보다 사랑을 못 받았다고 스스로 비교하고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5남매 속에서 자랐지만, 부모님이 누구 한 사람만 귀하게 여긴다고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어려서는 장남인 큰오빠와 막내인 남동생을 부모님이 더 편애한다는 생각을 잠시 잠깐씩은 했지만, 부모님이 저를 사랑하지 않는다고는 한번도 생각한 적이 없었어요. 그러나 마준이는 달라요. 구일중이 아무리 탁구와 같이 대우를 했더라도 마준이의 극복되지 못한 트라우마는 끊임없이 아버지의 사랑을 저울에 재려고 들었을 거예요. 
드라마에서는 탁구가 구일중의 친자이고, 마준이 한승재의 아들이기에 그 성품들이 더 도드라져 대비를 이루기도 하지만, 저 역시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자식은 다 귀하고 소중하고 아프지 않은 자식은 없어요. 저는 마준이를 보면서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것도 아쉽더라고요. 구일중이 "너는 26년간이나 내 곁에서 내가 주는 모든 것을 누렸지만, 네 형은 그러지 못했다"라고 했을때, 한번이라도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탁구의 입장이 되어 봤더라면, 마준이 분노만을 키우지는 않았을텐데 싶어서 말이지요. 자기 것을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경계심만으로 탁구를 보는 마준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드네요. 한 번 뒤집어 보면 탁구의 것을 마준이가 빼앗아 누리고 있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말이지요.

마준이의 비애는 탁구에 대한 컴플렉스와 불륜의 씨앗이라는 주홍글씨를 스스로 새기고, 탁구에게 이기는 것 만이 그 주홍글씨를 떼어내는 길이라고 생각한 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마준이가 여전히 탁구를 이기지 못하는 이유, 1차경합에서 졌던 이유와도 같은데요, 마준이는 자신의 배가 부른 이기적인 빵을 만들었고, 탁구는 다른 사람을 배부르게 할 이타적인 빵을 만들었기 때문이었어요. 이런 빵쟁이의 마음을 배우지 못하면 마준이의 주홍글씨는 떼기 힘들 것입니다. 여전히 마준이 변화의 가능성에 기대를 하고 있기때문에, 3차경합까지의 마준이를 지켜보고 싶어요. 마준이를 사람으로 만드는 것은 팔봉선생도 탁구를 통해서도 아닐 것 같습니다. 바로 빵에 있을 겁니다. 어떤 마음으로 빵을 만들 것인지를 깨우치는 것이 마준이 탁구에 대한 컴플렉스와 트라우마까지 극복하는 계기가 될 것 같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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