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인'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07.02 '나쁜남자' 깨진 유리가면의 의미와 김남길의 아픈 키스 (25)
  2. 2010.07.01 '나쁜남자' 심건욱의 유리가면은 누구를 보고 있을까? (19)
2010.07.02 07:47




스토리의 난해함과 편집의 산만함을 한번에 불식시켜 버린 나쁜남자 7회는 심장의 고동소리가 느껴질 정도로 강렬했습니다. 김남길과 김재욱이 내뿜는 매력에 숨쉴 시간조차 부족했다는 표현을 하고 싶을 정도에요. 스토리전개와 편집에 다소 변화가 느껴진 나쁜남자 7회는 아픔과 상처, 번민, 그리고 불꽃같은 사랑을 절절히 그려 내었습니다. 엔딩장면과 예고편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또 다른 격정적인 감정에 휩싸이게 했고요. 
일본에서 한국으로 무대를 옮겨 온 나쁜남자의 본격적인 퍼즐게임은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서서히 조여오는 곽형사의 매서운 수사가 심건욱의 정체를 향해 마지막 퍼즐조각을 맞춰가고 있기에, 심건욱의 비극적인 슬픔이 감지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쁜남자 심건욱의 복수와 사랑이 더 오래 지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드네요. 
이번 회 시선을 끌었던 멋진 남자들은 말이 필요없는 눈빛배우 김남길과 내면의 아픔을 절절히 보여 준 세련된 김재욱이 뿜어내는 매력이었습니다. 주책스럽지만 한마디 하고 넘어가야 겠네요. 진짜 이 남자들 너무 멋져요. 제 눈이 하트 뿅뿅눈이 돼가고 있답니다.ㅎㅎ

깨져버린 유리가면의 의미
류선생이 말했지요. 유리가면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느냐고... 그리고 유리가면이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간직하고 싶은 것을 유리로 만든 것이라고...
일본에서 어렵게 구해 온 유리가면은 홍태성의 손에 의해 깨져 버렸습니다. 가면이란 무엇인가를 가리는 기능을 할 때 가면이라고 할 수 있기에, 투명하게 모든 것이 드러나 버리는 유리가면은 애초에 존재할 수 없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본능적으로 타인에게 감정을 읽히고 싶지않은 게 우리 인간들이지요. 인간의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방법들 중에는 얼굴표정, 말투, 글 등 몇가지의 방법이 있겠지만 좀처럼 숨기기 힘든 것이 표정일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드라마 속 유리가면의 의미는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감정을 숨기고 싶어하는 무의미한 방어수단이라 해석해도 무방할 것같아요.
나쁜남자 속 인물들은 감정을 타인에게 드러내는 인물들이 별로 없어 보입니다. 다혈질적인 갤러리 관장 신여사나 순수한 모네, 그리고 담백하다고 할 수 있는 문재인을 제외하고는, 가면을 쓰고 무도회장에 나타난 인물들 같아 보이니까요. 그들이 쓴 가면이 곧 유리가면이에요.
태성의 손에 박살나 버린 유리가면의 의미는 이들이 들키고 싶어하지 않았던 감정의 폭주를 의미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깨진 유리가면처럼 솟구치는 감정을 폭발시켜 가고 있는 심건욱과 홍태라, 그리고 홍태성을 보면 말이지요.
특히 흥미로운 인물이 홍태성과 홍태라였어요. 화제가 되었던 김남길과 오연수의 엘리베이터 키스신은 태라의 상상이었지만, 상상신만으로도 그 감정의 격렬함에 전율을 할 정도였어요. 일본에서 돌아 온 건욱이 들어서자 태라는 온몸이 전기에 감전된 듯한 심장에 짜릿한 전류가 흐르는 것을 느낍니다. 건욱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탄 태라, 좁은 엘리베이터는 건욱과 태라의 뛰는 심장소리만 들릴뿐입니다. 거칠게 태라를 끌어안는 건욱의 손길, 태라의 온몸을 휘감는 불같은 감정이 태라의 세포 하나하나를 일깨우기 시작합니다. 온몸을 불사르고 싶을 만큼 건욱에게 몸을 맡기고 싶은 태라, 역류하듯 흐르는 불같은 감정... 그러나 태라의 상상일 뿐이었지요.
태라가 엘리베이터에서 건욱과 뜨거운 사랑을 나누는 것을 상상하는 장면은 그녀가 이미 치명적인 사랑으로 치닫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지요. 상상만으로도 홍태라는 그녀를 가로막았던 체면과 도덕적 이성적 잣대였던 가면을 깨버렸던 거예요. 사랑없는 결혼으로 억누르고 있었던 홍태라의 말초적 본능이 심건욱에 의해 깨어나고 있는 거지요. 산산히 부숴진 유리파편들처럼 세포 하나하나가 욕정으로 꿈틀대고 있는 홍태라입니다. 억제하지 못하는 본능을 절제와 폭발을 넘나들며 보여준 오연수의 연기, 정말 좋더군요.
홍태성의 질주는 그 근본에 상처가 있기에 보듬어 주고 싶을 정도로 가련합니다. 최선영을 죽게했다는 죄책감에서 하루하루 망가져가고 있는 홍태성은 상처로 얼룩져 일그러진 가면을 쓴 채 비틀거리고 있습니다. 홍태성 앞에 나타난 문재인은 그의 다친 마음을 다독여 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홍태성은 최선영의 빈자리 그 공허함에 문재인을 어거지로 더 들여놓고 싶어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른 여자를 마음에 들이면 최선영에 대한 죄책감과 그리움이 조금이라도 사라질까봐서 말이지요.
곽반장이 최선영의 죽음이 자살이 아니었을 지도 모른다는 말에 선영이 있는 납골당을 찾아 태성이 "나 때문에 죽은 게 아닐 수도 있대. 그런데 왜 이렇게 기쁘냐?" 라며 우는 장면이 있었지요. 홍태성이 일본으로 날아가 약으로, 그리고 하룻밤 여자를 사서 잊고 싶은 기억, 그것은 최선영에 대한 기억과 죄책감이었겠지요. 자기때문에 죽은 것이 아닐 수도 있음에 마음이 조금은 가벼울 줄 알았는데, 결국은 그 죄책감을 놓지 못하는 홍태성입니다. 사랑함에도 선영을 지켜주지 못했던 죄책감은 홍태성이 영원히 떨치지 못할 그의 십자가겠지요. "만약에 네가 죽는데 그 자식이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으면 내가 가만 안 놔둬"라며 우는 홍태성을 보며 심건욱과 절망적일 정도로 악연으로 이어진 두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납골당에서 홍태성이 최선영에 대한 사랑과 죄책감에 울고 있는 같은 시각, 홍태성의 집에서는 또 다른 태성이 울고 있었지요. 홍태성의 집에서 누나 최선영의 물건들을 치우면서 말이지요. 건욱은 태성의 깊은 슬픔을 보지 못합니다. 최선영과의 추억이 담긴 모든 물건들을 갖다버리라는 말에 슬픈 건욱이에요. 건욱의 마음은 분노로 이글댈 뿐이에요. 자신이 그토록 좋아했던 누나 최선영이 받았던 사랑이, 홍태성이라는 개자식한테 받았던 사랑이 고작 이것이었다는 생각에 꺼이꺼이 우는 건욱, 건욱의 복수심만이 강해질 뿐입니다.
진심으로 그 사람을 좋아한다며 건욱의 복수를 말렸던 최선영이었기에 건욱의 해신그룹과 홍태성에 대한 분노는 더 커지기만 합니다. "나, 멈추지 않을 거야. 해신그룹과 그 사람들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알게 해줄 거야. 모든것이 다 끝난 후에 그 때 벌 받을게. 지켜봐, 누나". 건욱이 태성의 아픔을 알았더라면 증오의 질주를 멈출 수 있었을 지, 이들은 이렇게 서로 보지 못한 유리가면 뒤의 감정들을 읽지 못하고 복수와 분노를 향해 달릴 뿐입니다. 

건욱과 재인의 슬프도록 아픈 키스
태성이 신여사 앞에서 유리가면을 박살내 버리자 누구보다 놀란 것은 재인이었어요. 유리가면을 손에 넣고도 태성의 방에 두고 왔던 것은 재인에게 두 가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재인은 어떤 사연인지는 모르지만, 태성이 집안에서 겉돌고 있음을 알아버렸어요. 자신이 알지 못하는 슬픔이 태성을 망가지게 하고 있고, 그 화해를 태성이 직접 하게 해주고 싶었지요. 신여사가 원하는 유리가면을 가지고 와서 감동을 주게 하는 방법을 말이지요. 또 하나의 이유는 알 수 없는 태성에 대한 감정때문이었어요. 막상 자신이 작업을 걸어 보려 했던 홍태성이 일본에서 유리가면때문에 티격태격했던 틱틱거리는 남자였음을 알게 된 재인은 태성이 재벌가의 아들이라는 허울때문이 아니라 홍태성의 모습 자체로도 관심을 가지고 싶었어요. 배 위에서 막무가내로 키스를 퍼부었던 홍태성, 우동집을 뛰쳐나가 자신을 안고 울던 홍태성, 그에게는 특별한 아픔이 감지되는 재인이었지요. 
재인에게 유리가면을 신여사에게 주는 것이 더 중요했는지 홍태성과의 인연이 더 중요했는지 재인도 정확하게 자신의 감정을 다 알지는 못했어요. 태성이 유리가면을 던져 깨버리는 것을 보고 태성의 따귀를 때리려던 재인은 당황스럽습니다. 세계에 단 하나 있다는 유리가면을 찾은 것도, 그리고 신여사의 갤러리 전시회에 내 걸게 기획했던 것도 재인이었지요. 자신의 커리어가 다 무너지는 느낌, 예술품을 한낱 감정싸움의 장난감처럼 여기는 홍태성에게 재인은 화가 납니다.
그런 재인을 향해 따귀를 날리는 신여사의 행동은 재인에게 가진 사람들의 생각이 자신과 너무 달랐다는 것에 충격적입니다. 유리가면을 위해서라면 간이고 쓸개고 빼줄 듯이 자신을 극구 칭찬했던 신여사는, 저까짓 유리가면 열개라도 깰 수 있고, 필요하면 돈주고 사면 된다며 "네가 감히 내 아들 무시해, 네 따위가 뭔데? 라며 멸시를 줍니다. 재인이 사귀던 남자, 돈많고 집안좋은 여자랑 결혼시키면서 자신에게 돈봉투를 내밀었던 재인의 과거애인 어머니와 똑같은 모습입니다.
재인을 뒤따라 간 심건욱이 재인을 붙잡지요. 그리고 두 사람이 애절한 키스를 주고 받았는데요, 저는 그 장면이 너무나 슬퍼 보이더라고요. 특히 심건욱의 눈물 흘리는 모습에 그 감정선이 다 와닿더라고요. 건욱이 재인을 붙잡고 "내가 홍태성 해줄게, 지금은 내가 홍태성이니까 나한테 화내. 어차피 홍태성한테는 아무말 못할 거잖아" 라며 재인이 홍태성에게 쏟아붓는 말을 다 들어주는 건욱이지요.
건욱은 자신의 마음이 재인을 향해 질주하고 있는 것을 멈추지 못하고 있어요. 재인을 오토바이 뒤에 태우고 달릴 때 자신의 허리를 꼭 껴안는 재인과 이대로 지구 끝까지 그냥 달려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지도 몰라요. 해신그룹이고, 누나고 다 잊고 재인을 뒤에 태우고 멀리 멀리 달려 가고 싶다는 그런 생각을 했을 것 같더군요. 유리가면이 꼭 필요하다는 말에 주차장으로 재인을 불러 홍태성을 우연스럽게 만나게 해주면서 씁쓸하게 돌아서면서, 저 여자가 웃을 수 있는 일이라면 다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것 같았어요. 건욱은 재인이 실컷 욕하고 싶은 홍태성이 돼주고 싶습니다.
"홍태성, 너 내가 이러려고 유리가면 포기하고 온 줄 알아? 너 때문에 그랬어. 너 돌아오라고. 너 돌아오면 어떻게든 너랑 잘해보려고... 근데 이게 뭐니? 가면은 깨지고 신여사님한테 신뢰도 깨지고..." 재인은 눈물을 터뜨리고 맙니다. "너 같은 놈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다시 한번 알아 버렸어" 재인의 아픈 상처가 다시 되살아 나는 듯 재인은 못 가진게 서럽고 분합니다. 한때나마 사랑했다고 생각했던 남자의 어머니, 그 남자에게 받았던 똑같은 수모를 또 받는 자신이 너무나 비참하지요.
우는 재인에게 키스를 해주는 건욱의 눈에서도 한줄기 눈물이 흘렀지요. 저는 건욱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보며, 왜 건욱이 우는지 이해가 되더군요. 건욱은 재인이 관심가지는 진짜 홍태성이고 싶은데, 홍태성이 아닌 자신때문에 슬퍼하는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건욱은 재인에게 늘 묻습니다. 왜 홍태성이냐고요. 선배감독집에서 남자팬티를 들고 서있던 재인의 모습, 어설프게 커피를 들고 작업걸던 재인, 돈 많은 남자 꼬셔 보겠다고 남자집 청소며, 빨래며 순진스럽게 하던 바보같은 문재인이 좋습니다. 나 심건욱은 안되는 거냐고 묻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건욱은 여기서 또 멈춰 버리겠지요.
건욱은 재인의 앞에서 홍태성이라는 아픈 기억의 이름으로 서있는 자신때문에, 홍태성에게 입술을 내어주는 재인때문에 슬픕니다. 키스를 하는 재인의 마음이 홍태성에게 였는지, 심건욱이었는지 재인만이 알겠지만, 건욱은 재인이 심건욱 자신에게 한 키스였다고 말한다고 해도 "난 그떄 홍태성이었어" 라며 진심을 숨겨 버릴 것 같습니다. 건욱이 부서져라 달려가는 곳이 해신그룹과 그 사람들이기 때문에 말이지요. 사랑으로 다가서고 싶은 여자에게 심건욱이 아닌 홍태성의 이름으로 키스를 하는 건욱, 그가 가진 상처만큼이나 슬퍼서 아픈 키스입니다. 

*예고편에 문재인과 홍태성, 그리고 심건욱과 홍태라의 뜨거운 장면들이 보였는데, 와... 예고편만으로도 다음주 한주가 길어질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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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01 14:14




오랜 결방으로 마치 필름이 끊어진 것처럼 스토리 흐름이 어느 지점에서 뚝 끊긴 듯한 느낌을 연결해 가느라 조금은 힘들었던 나쁜남자, 심건욱의 우수에 찬 눈빛으로 겨우 그 분위기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유리가면을 구하러 간 재인과 홍태성을 데리러 간 건욱, 두 사람이 마주한 것은 비틀거리는 진짜 홍태성의 모습이었습니다. 애정결핍의 만신창이 홍태성이 늘상 일본으로 날아간 이유를 이번 회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우동집을 하는 생모가 일본에 있었던 이유였더군요. 한 때 해신그룹의 아들이었다가 파양된 심건욱이나 진짜인지 가짜인지 조차 모호한 홍태성은 해신그룹이라는 거대한 힘 앞에 날개가 부러져 버린 가련한 영혼들이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찢겨진 상처를 보듬어 줄 운명의 여자가 공교롭게도 같은 여자라는 것이 두 사람의 악연이 반복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세 사람은 마치 돌고도는 순환열차처럼 감정의 술래잡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중요한 스토리의 하나로 유리가면이 등장했는데요, 나쁜남자 스토리의 한 복선이 되는 유리가면은 세 사람의 감정 술래잡기를 위한 중요한 장치라고 보여집니다. 신여사의 갤러리 오픈 기념전시회의 한 작품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류선생과 건욱의 대화를 들으면서 유리가면이라는 독특한 소재가 의미가 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심건욱의 감정을 대변하는 소품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류선생이 건욱과 함께 간 곳은 일본의 한 공원묘지였지요. 류선생이 건욱에게 유리가면을 건네 준 것은 건욱이 유리가면을 만든 자신의 마음을 정확히 읽고 있었기 때문이었지요. 유리가면을 사기 위해 나타난 두 사람 재인과 태성, 두 사람 중 누구에게 팔겠느냐는 질문을 하자 류선생이 건욱에게 반문합니다. "유리가면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나? 가면은 얼굴을 가려야 하는데 유리가면은 투명하잖아"
건욱은 재인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누군가가 그러더군요. 풍경화를 그리고 싶은 것은 그것을 간직하고 싶어서라고요. 유리밖에 모르는 사람이라면 간직하고 싶은 것을 유리로 만들지 않았을까요. 그게 가면이라면 누군가의 얼굴?" 건욱의 말에 류선생은 건욱에게 유리가면을 내어주기로 하고, 그 가면의 주인에게 먼저 작품을 보여주러 갔지요. 일본의 한 공원묘지로 말이지요. 류선생에게 숨겨진 사연은 말로 하지 않아도 다 알 수 있겠더군요. 류선생이 유리가면을 꺼내 쓰자 꽃다발을 들고 나타난 남자, 그리고 묘지에 안치된 주인공, 이들의 삼각관계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어요.
류선생의 유리가면은 공원묘지에 안치된 어느 여인의 얼굴이었고, 그 여자를 짝사랑했던 류선생은 심혈을 다해 그녀의 얼굴을 가면으로 만들어서라도 그 여자가 보았던 세상을 가지려 했지만, 그 주인공은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을 보고 말더군요. 류선생이 유리가면을 쓰자 귀신처럼 등장한 꽃다발을 든 남자를 향했으니 말이지요.
이번 회 눈길이 가는 것은 역시 나쁜남자 심건욱의 유리가면이었어요. 심건욱을 둘러싼 세 여자 중 심건욱이 보고 싶은 세상은 누구일까 궁금해서 말이지요. 류선생으로부터 유리가면을 받은 가면을 보며 건욱이 떠올리는 얼굴은 문재인이었지요. 
재인을 바라보는 건욱의 마음이 사랑인지, 홍태성에 대한 복수를 위한 희생양인지 건욱에게도 시청자에게도 혼란스럽습니다. 어렴풋이 건욱이 재인을 다른 감정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에요. 일본 악팔이 양아치와 싸우면서 상처를 입고 호텔로 들어서는 두 사람을 보고 재인이 태성을 부축했지요. 물론 태성이 티나게 다리를 절었기 때문이었지만, 그 짧은 순간에 교차되는 심건욱의 눈빛은 알 수 없는 허탈과 질투같은 감정에 씁쓸하게 슬픈 미소만 지어보일 뿐이었지요. 홀로 상처에 붕대를 칭칭 감고 있던 건욱의 방에 온 재인은 건욱의 상처를 또 보지 못했고요. 일본에서 만난 홍태성이 진짜 해신그룹의 아들임을 알게 된 재인이 왜 말 안했느냐며 따질 뿐이었지요. 
해신그룹의 숨겨진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홍태성이라고 착각하고 어설프게 작업을 걸었던 재인, 그래서 재인에게 건욱은 오히려 편한 존재입니다. 한 번 팔린 쪽팔림에 무장해제돼 버린 듯한 편안함은 건욱을 쉽게 친구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지요. 또한 우연처럼 이어졌던 제주도에서의 인질촬영과 되돌아 온 만년필은 재인에게 건욱은 우연일 수만은 없는 남자입니다.
재인 앞에 운명처럼 던져진 진짜 홍태성은 사실 심건욱이 만들어낸 작품입니다. 배에서의 사고, 류선생의 유리가면을 사기 위한 과정들은 심건욱에 의해 만들어진 시나리오였기 때문이지요. 홍태성 앞에 재인을 던져 둔 심건욱의 심리에 처음으로 질투의 감정이 묻어나오기 시작합니다.
건욱의 인생은 그가 해신그룹에 의해 버려지고 복수를 준비하면서 모든 것이 영화의 시나리오처럼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에요. 자신을 홍태성으로 착각하고 들이대던 재인에게서 건욱은 자신의 시나리오의 위험성을 감지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건욱의 시나리오에는 진짜 사랑이 없었지요. 그런데 재인에게서는 그것이 진짜 감정이 되어 심장을 쿡쿡 찔러대는 것이 느껴집니다. 재인의 걱정없는 미소를 보면 이대로 '컷'을 외치고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건욱은 어차피 재인도 홍태성을 알게 되었겠지만, 자신이 작업하려 했던 일을 말하지 말아달라고 가버리자 복부에 입은 상처가 욱신거려옴을 느낍니다. 건욱은 재인에게 쉽게 손을 내밀지 못하고 맙니다. 어쩌면 건욱도 재인에게 자기의 상처를 봐달라고 한번쯤은 기대고 싶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문재인, 가진 것은 없지만 똑똑하고 나름대로 열정적으로 자기 일을 사랑하는 반쯤 속물인 여자의 진짜 모습은 건욱에게나 태성에게나 매력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온천에서 동생 원인과의 전화통화를 듣는 두 남자는 재인의 소탈함에 미소를 짓지요. 습기차면 핸드폰 바꿔야 한다는 지극히 평범한 사고방식을 가진 이 여자는 지치고 고단한 영혼들에게는 한줄기 햇살처럼 따사롭습니다. 
건욱의 유리가면은 재인을 향하고 있지만, 건욱은 자신의 유리가면에 색칠을 덧입히겠지요. 악몽처럼 되살아나는 어린시절의 상처, 해신그룹에 대한 복수를 멈추지 않을 듯 보이니 말입니다. 재인을 바라보는 건욱의 눈빛은 그래서 늘 아련함이 느껴집니다. 
류선생이 했던 대사 중에 영화같은 대사가 있었는데요, 저는 그 대사가 나쁜남자의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랑하는 사람 눈에는 그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밖에 안보여. 그 사람의 세상엔 오직 사랑하는 사람만 있는 거지... 가면조차도... 결국엔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만 바라보고 있었던 거야"
신열처럼 들끓는 첫사랑에 빠진 모네, 위험한 사랑에 치명적으로 중독되어 가고 있는 태라, 다초점렌즈처럼 멀리서도 가까이서도 재인이 눈에 들어오는 건욱, 사랑의 상처 자리에 새롭게 들어 온 사람에 눈뜨는 태성, 건욱과 함께 있으면 무장해제된 듯 다 보여주고 싶은 재인, 이들은 모두가 자신만의 유리가면을 쓰고 사랑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자기가 사랑한 사람만 보는... 건욱의 시나리오에 의해서든 운명과도 같은 만남이 되었든 말이지요. 
*드라마 나쁜남자는 스토리의 난해함을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스토리가 조각이 나있다는 느낌입니다. 퍼즐맞추기라는 독특한 형식때문이기는 하지만, 저는 솔직히 스토리보다는 김남길의 화보같은 매력이 더 멋있습니다. 동시간대의 로드넘버원과 제빵왕김탁구 모두 매력적인 드라마라 어느 하나 외면하기가 힘든데요, 심리 퍼즐드라마 나쁜남자가 받는 사랑은 김남길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나쁜남자에서의 김남길은 눈빛과 표정만으로도 그 자체가 한편의 드라마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매력적이거든요.
대사가 없더라도 표정 하나만으로도 심리를 읽게 하는 김남길은 표정과 눈빛 자체만으로도 대사를 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게까지 합니다. 스토리가 좀더 탄탄하고 편집의 난해함이 없다면, 더 매력적인 드라마로 완성도도 높을 것 같은데, 드라마가 지나치게 난해함에 치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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