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렬'에 해당되는 글 48건

  1. 2011.01.15 '싸인' 박신양과 전광렬의 부검대결, 타살vs사고사 결론 왜? (25)
  2. 2011.01.07 '싸인' 밝혀진 진범, 죽은 자가 남긴 진실게임 시작되다 (17)
  3. 2011.01.06 '싸인' 박신양, 카리스마보다 무서운 힘을 가진 배우 (44)
  4. 2010.09.17 '제빵왕김탁구' 해피엔딩의 좋은 예, 마지막회를 빛낸 최고의 장면들 (25)
  5. 2010.09.16 '제빵왕김탁구' 위험에 처한 탁구, 누가 구하나? (16)
2011.01.15 07:34




법의학과 법의관이라는 특수한 분야를 다루고 있는 드라마 싸인은 CSI와는 차별성이 있는 드라마입니다. '어떻게' 죽었는지가 아닌, '왜' 죽었는지의 관점에서 망자가 그의 몸에 남긴 흔적, 즉 싸인을 찾아가는 과정은 산자의 이야기와 함께 맞물려 있기에 더 흥미로운 것 같습니다. 보험금을 위해 자살을 택한 한 가장의 죽음은, 보험금을 노린 죽음이라는 사인의 피상적인 결과가 아닌, 그 남자가 남긴 유언으로 시선을 확대시키면서 감동까지 주었습니다. 단순히 생활고에 찌든 가장이 남은 가족들을 위해 돈을 남겨주려고 했다는 것에서 끝내지 않은 이유가, 드라마 싸인이 말하고 싶었던 숨은 이야기였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드라마가 고급스럽다는 생각까지 했던 4회였습니다. 

법의관, 망자의 목소리를 듣는 사람들

유가족을 찾은 윤지훈(박신양)이 들려준 고인의 마지막 목소리는 죽음과 바꾸면서까지 가족을 사랑했던 마음이었습니다. 부검을 앞두고 아들의 시험때문에 부검실을 떠나는 모자를 보며, 그 가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은 짐작했지만, 그게 무엇이었는지를 깨달은 것은 고다경(김아중)이 유가족을 찾은 이후의 대화였어요. "그렇게까지 힘들어 했는데도 저희는 원망만 했습니다". 가족을 부양하는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가장의 무능함을 평소에 많이 탓하면서, 가족 아닌 가족처럼 지냈었다는 것이 읽혀지더군요.
잠시 고다경이 윤지훈에게 "가족을 위해 목숨과 보험금을 바꾸려했는데, 자살을 타살로 결과를 내 준다한들 아무도 손해보는 사람없잖아요" 라고 했던 말에 제 생각에 혼란도 일었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도덕적 정의, 진실을 떠나 망자의 소원을 들어주고 싶은 생각이 저 역시 들었었거든요. 고다경의 말에도 흔들리지 않는 윤다훈의 고집불통 융통성 제로의 투철한 직업의식에 비인간적인 마음까지 들었고요.
그리고 고다경에 앞서 유가족을 찾아간 윤지훈이 유가족에게 전한 망자의 마지막 목소리는 제 생각을 바꿔 놓았습니다. "우리는 오직 과학적인 진실만을 추구한다". 과학적 진실이라는 사람냄새 나지 않는 국과수의 모토에 묻혀버릴 수 있었던 휴머니즘을 다시 일깨워 주더군요.
유가족에게 보험금이 지급되었다면, 한 가장이 목숨과 바꾼 보험금은 마지막으로 가장으로서 할 수 있었던 의무였다고, 유가족들의 가슴에는 '그래도 아버지 역할은 했구나' 정도의 감사함으로 두고두고 남았을 지도 모릅니다. 망자가 남기고 싶었던 것(보험금)을 주었을 지도 모르지만, 정작 목숨을 던질 정도로 가족을 사랑했다는 망자의 마지막 목소리는 전해지지 못했을지도 모르지요. 과학적 진실에서 찾은 망자의 휴머니즘이었습니다. 법의관은 망자의 유언을 실행으로 옮겨주는 사람이 아닌, 유언을 듣는 사람이고 그 말을 전달하는 사람이라는 것, 드라마가 전달하고자 했던 핵심을 놓치지 않더군요. 드라마가 고급스럽다는 생각을 전해받은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윤지훈과 이명한의 부검대결이 펼쳐지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드라마 싸인, 같은 종류의 교통사고 사망자의 시신부검을 한 결과가 다르게 나오면서, 국과수의 모토인 과학적인 진실을 위한 두 사람의 싸움 제2라운드에 들어갔습니다. 부검의 결과에 따라 윤지훈이 국과수 본원으로 돌아오게 될 운명의 한 판인 셈이죠. 윤지훈의 국과수 본원복귀는 서윤형의 죽음에 대한 의혹이 재점화될 수 있는 위험이 있기에, 이명한과 장민석 변호사의 방해공작이 윤지훈을 꺾을 수 있을지 그 결과가 주목됩니다.

윤지훈과 이명한의 부검대결 타살 VS 사고사, 왜 다른 결론?
그러면 왜 윤지훈과 이명한이 같은 종류의 사망자에 대한 부검결과를 다르게 냈을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의학적인 지식이나 법의학적인 지식은 없기에, 저는 단순히 드라마를 통해서 보는 제 추측을 말하렵니다. 추리드라마처럼 드라마를 보면서, 사인이나 사인의 종류를 추측해 보는 재미도 이 드라마가 주는 매력이거든요.
우선 윤지훈과 이명한의 시신부검에 관한 소견은 모든 것이 일치했습니다. 사망시간에서 사고차량의 종류, 그리고 사인까지도 말이지요. 다만 사고의 종류에 대한 결과는 전혀 다른 소견을 내놓았습니다. 윤지훈은 단순사고사를 위장한 타살로, 이명한은 뺑소니에 의한 단순사고사로 결론을 내렸지요.
부검과정에서 대한민국 최고의 실험장비를 갖춘 국과수의 이명한에 비해, 열악한 환경의 남부분원에서 UV광선을 이용한 엠블렘 증거를 찾는 과정이 흥미로웠지요. 고다경의 기지로 노래방의 등을 가져다가 확인한 사고차량이 남긴 엠블렘 문양이 같은 것이었다는 것이 충격적이었는데요, 이 말은 교통사고가 시간차를 둔 연쇄살인이라는 뜻이기 때문이었지요. 또 다른 제3의 피해자가 나타나면서 연쇄살인범에 대한 의문으로 가닥이 잡히고, 교통사고 부검결과는 윤지훈과 이명한의 재대결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게 되겠네요. 
그럼, 왜 이명한은 윤지훈과 우열을 가리기 힘든 실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단순 사고사로 결론을 내린 걸까요? 이유는 행안부의 500억 지원에 대한 욕심이 빚은 조급함이었습니다. 이명한이 메스를 들고 다리부분을 절개하면서 단순사고사가 아니라는 것은 눈치를 채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눈을 들어 검시실을 참관하고 있던 행안부 차관을 보며, 갑자기 메스를 놓고 단순사고사로 결론을 내려 버리지요. 당시 행안부 차관의 보좌관이 시계를 보며 귓속말을 하는 것으로 보아, 행안부 차관은 다른 중요한 일정이 있었음을 알 수 있었고, 이명한은 참관중인 행안부 차관에게 확신을 새겨줄 필요가 있었겠지요. 만약 사망의 종류가 타살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면, 이 문제는 형사사건으로 넘어가며, 사건이 종결되기는 어려운 문제에 봉착하게 되는 것이고요. 부검이 끝나고 행안부의 500억 지원발표가 있을 예정이었기에, 깔끔한 마무리를 위해 이명한이 조급했던 것이었지요.
이명한은 법의학 교수를 지낸, 부검에 대한 원칙과 실력은 출중한 인물입니다. 국과수를 대한민국이 아닌 세계최고의 장비를 갖춘 기관으로 키우고 싶은 야망이 있는 인물이지요. 그 야먕을 이루기 위해 권력이 필요했던 인물이었고, 큰 것을 얻기 위해 작은 것은 버려도 좋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인물입니다. 과학적인 진실도 국과수를 위해서는 필요에 따라 희생과 은폐도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요. 그가 저지르고 있는 오류는 과학적 진실의 이면에 있는 망자의 마지막 목소리를 듣는 마음의 귀가 열리지 않았다는 겁니다.

반면, 윤지훈은 같은 종류의 교통사고 사망자의 사인종류를 타살로 규정했는데요, 왜 타살이었을까요? 저는 두 가지로 이유를 추측해 봤습니다. 하나는 피해자의 목 아래에서 UV광선으로 찾아낸 앰블렘 문장입니다. 단순 교통사고였다면, 목 아래에 엠블렘이 남을 확률이 희박하기 때문이죠. 의도적으로 자동차에 뛰어들었다면 몰라도, 정면에 자동차의 엠블렘이 찍히는 일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구나 자신을 향해 돌진하는 자동차를 보면 반사적으로 몸을 피하려고 하겠지요. 당연히 몸을 돌릴 거라는 거죠. 피해자의 뒷부분을 쳤다면 단순사고사일 가능성도 있지만, 피해자는 사고 순간 정지상태였습니다. 자신을 향해 돌진하는 자동차때문이에요. 갑작스럽게 자동차가 자신을 향해 돌진한다면, 피해자는 응당 몸을 트는게 마땅합니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자신을 죽이려고 덮치는 차량 얖에서는 그 차량을 마주할 수 밖에 없습니다. 죽음이라는 공포가 짧은 찰나에 느껴졌고, 그 공포가 몸을 얼게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지요. 그런 상황에서 자동차는 피해자 다리 측면이나 정강이 부분을 치게 되고, 상반신이 자동차를 향해 있었기 때문에 정면으로 자동차에 2차적으로 충돌할 수 밖에 없는 것이고요.
또 하나, 피해자의 다리부분에 결정적인 증거가 남아있었을 듯 싶더군요. 사고시간 피해자는 누군가를 피해 달리던 상황이었지요. 즉사를 하면 근육의 활동정도까지도 부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피해자가 뭔가에 쫓기면서 달렸다는 흔적, 즉 종아리 근육의 경직상태가 일반 뺑소니사고를 당한 피해자와는 다른 증거를 보여 주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는 법의학적으로 진짜 몰라서 추측일 뿐이고, 용어도 몰라서 이렇게 밖에는 표현을 하지 못하겠네요.;;;
이명한과 윤지훈 두 사람 모두 시신의 다리를 절개하는 장면이 있었는데요, 이때 두 사람의 표정이 달랐지요. 범퍼 50Cm이상의 소형트럭이나 중형차에 의한 사고였고, 무릎 아래에 있었던 심한 타박상 흔적과 골절상태는 사고당시 그 부분이 범퍼에 부딪쳤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종아리 부분을 절개한 두 사람은 뭔가를 발견한 분위기였습니다. 이명한은 놀라면서도 메스를 놓고 시계를 보는 행안부 차관을 보며, 단순사고사라고 결론을 내리고, 윤지훈은 단순사고사를 위장한 타살고 결론을 내렸죠.
제가 생각하건데, 아마도 시신에서 발견한 조직내 혈흔이었을 듯 하더군요. 피해자는 뭔가에 쫓겨 도망을 쳤고, 넘어지고 비탈길을 구르기도 했었지요. 이때 다리부분에 크고 작은 멍들이 생겼을 가능성이 큽니다. 교통사고로 인한 타박상이라고 하기에는, 그 강도가 약했을 증거들을 조직내 굳은 혈흔의 정도에서 발견했을 것이고, 이는 사고전에 피해자에게 긴박한 상황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하겠지요.
또한 추가로 사고현장에서 급브레이크 타이어 자국이 없었다는 점도 타살의 가능성을 말하는 증거가 될 수도 있습니다. 피해자가 갑작스럽게 뛰어들었다면, 엠블렘이 피해자의 전면부에 찍히기 보다는 측면에 찍혔을 가능성이 높겠지요. 그리고 운전자가 피해자가 도로에 있는 것을 본 순간은 졸음운전자였다해도, 피해자가 차량에 부딪치기 직전에라도 급브레이크를 밟았을 가능성이 높은데도, 사고현장에는 급브레이크 자국이 남아있지 않았다고 했어요. 시신을 옮겼기 때문에 시신발견장소에는 타이어 자국이 없었지요. 이는 의도적으로 죽일 작정이었음을 은폐하기 위해, 현장에서 시신을 옮겼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지요.
뺑소니였다면 말 그대로 시신을 두고 도주를 했을텐데 시신을 옮겼다는 것은, 사고현장에서의 타이어 자국을 은폐하려고 했기 때문이었겠죠. 죽일 작정으로 피해자를 쳤기때문에 실제 사고현장에서도 타이어 급브레이크 자국은, 통상적으로 남기는 급브레이크 자국과는 달랐을 가능성이 농후하고요. 연쇄살인범이 지능범임을 말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윤지훈의 부검결과가 맞을 거라는 겁니다. 그가 진실만을 말하는 법의관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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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07 07:41




한 아이돌 스타의 의문의 죽음은 치정관계나 소속사의 문제가 아닌, 배후에 차기대권후보라는 거대권력으로 범위를 넓히면서, 드라마 싸인이 단순히 망자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는 법의학의 문제를 넘어서, 사랑, 정치와 휴머니즘, 도덕적 양심과 법집행의 공정성까지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연결구조를 짜기 시작했습니다. 싸인 2회를 보면서도 듀스의 故김성재의 의문사에 대한 문제가 계속 머리속을 파고 들더군요. 김성재 관련기사는 여기서 언급하지 않아도 관련기사를 검색해서 보시는 것이 더 많은 것을 아실 수 있을 것이기에 부언하지는 않겠습니다.
고다경(김아중)이 서윤형의 죽음이 타살이었음을 밝혀줄 가장 명백한 증거물인 파란쿠션을 찾아 헤매다가, "초동수사만 제대로 됐었어도... CCTV테입만 있었어도.."라며, 빗속에서 우는 장면이 나왔는데, 수사관이나 법의관들 모두의 바람일 것입니다. 적어도 미해결 죽음이 절반이상은 줄어들 수 있을 테니까요. 
드러난 사인, 그리고 진범의 배후
"사인은 비구폐색성 질식사, 사망종류는 명백한 타살입니다". 서윤형의 사체에서 미세섬유(실오라기) 증거물을 찾은 윤지훈, 그러나 범인이 자수를 했다는 소식에 수사는 미궁으로 빠져 버립니다. 질식사에 의한 타살이 분명한데, 서윤형을 죽였다고 자백한 코디는 음료수에 청산가리를 탔다고 자백하고 나섰기에, 윤지훈은 범인의 자백을 믿지 못합니다. 더구나 혈액 감식결과로 나온 미미한 양의 청산가리로는, 건강한 20대의 남자를 죽일만큼의 치사량이 되지도 못했고요. 
사체부검 과정에서의 단독행동으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윤지훈은 이명한(전광렬)의 수사결과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섭니다. 이명한은 서윤형이 과거 폐결핵을 앓았기에, 미미한 양의 청산가리였지만 치명적일 수 있었다고 주장했지요. 이에 윤지훈은 서윤형의 폐는 건강했다며, 다시 사체부검을 해서 폐질환이 없었음을 증명하겠다고 맞섰지요.
이미 화장했을 거라는 이명한을 당황시킨 인물은 정병도 원장(송재호)이었습니다. 정병도 원장이 국과수원장으로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사체 재부검을 요청하고, 징계위원회가 부검을 허락하면서 윤지훈과 이명한의 게임이 시작되었습니다. 사체 재부검에서 건강한 폐였음이 밝혀진다고 해도, 윤지훈이 이기는 싸움일 수는 없겠죠. 파란쿠션과 살해현장을 담은 CCTV는 소각되어 버렸으니 말입니다. 이제부터 파헤쳐야 할 것은 '왜 죽였으며, 무엇때문에 권력이 동원되어 은폐시키려고 하는 것이냐' 겠지요. 사라진 CCTV 테잎을 감춘 인물이 고다경의 선배 전 국과수 감식반 정년퇴직자였음이 밝혀지는 순간은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서윤형의 의문사를 쫓는 형사 최이한(정겨운)은 살해범이라고 자수한 코디 이수정의 엄마 계좌에 10억이 이체된 사실을 알아내고, 그 증거를 정우진 검사에게 전해줍니다. 권력과 손을 잡고 검사의 직권을 남용, 국과수를 쑥대밭으로 만들며 이명한을 도운 정우진 검사(엄지원)는 부장검사를 만나 그 배후를 묻는데, 차기대통령후보 강준혁 의원이 딸 강소현이라고 합니다. 진범을 알려줬으니 알아서 하라고, 한마디로 "거대권력과 맞장 뜰 자신이 있으면 해보라"고 하지요. 검사의 양심과 권력의 시녀, 그리고 자신의 야망 앞에서 고민하는 정우진 검사, 과연 그녀의 칼이 누구를 겨냥하게 될지 주사위가 던져졌습니다. 부장검사 이응수의 대사는 이 드라마가 싸워야 하는 대상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성역은 없다. 강준혁 의원이 판사로 재직할 때 늘 입버릇처럼 외쳐왔던 말이지. 거짓말이야. 성역은 늘 있어왔고, 절대로 허물어지지 않아. 칼자루는 자네가 쥐고 있어. 하지만 그 칼 잘못 휘둘렀다가는 자네 팔이 잘려나갈 수가 있어". 
사진 속의 묘령의 여인이 강준혁 의원의 딸 강소현이었고, 파란쿠션의 주인공이었지요. 국과수와 검찰, 경찰을 손아귀에 쥐고 흔들며 윤지훈을 무릎꿇게 만든 실체는 바로 권력이라는 보이지 않는 힘이었습니다. 윤지훈이 싸워야 할 상대가 이명한의 뒤에 있는 더 무서운 권력이기에, 그의 싸움은 힘겨울 수 밖에 없습니다. 
권력이 진실이 되고 승자가 된다고 믿는 이명한, 국과수의 모토처럼 "우리는 오직 과학적인 진실만을 추구한다"며, 진실의 힘으로 맞서는 윤지훈 법의관, 불꽃처럼 강렬하게 쏘아져 나오는 전광렬과 박신양의 카리스마 대결이 흥미로웠던 싸인 2회였습니다.
죽은 자가 남긴 진실, 전광렬과 박신양의 게임이 시작되다
연기력만으로도 부실한 내용이 보강되는 드라마가 많은데, 스토리와 출연진의 연기까지 만족스러운 싸인입니다. 여전히 연기에 힘이 들어가 있는 정우진 역의 엄지원은, 캐릭터 연구에 더 신경을 썼으면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검사보다는 생활주임 선생님, 혹은 여군 조교같은 모습은 표정과 목소리에 힘만 들어가 있고, 대사전달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발음은 정확한데 뜻이 전달이 되지 않으니 붕떠있는 느낌마저 드네요.

전광렬, 박신양 두 연기자의 연기대결을 보는 것으로도 팽팽한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는 싸인, 이번 회는 전광렬의 비열 카리스마가 돋보였던 회였습니다. 징계위원회에서 사체부검을 허락한다는 위원장의 말에, 똥씹는 표정을 지으며 넥타이를 잡아 세우는 모습은, 섬뜩스러운 광기마저 나오더군요. 단순히 눈을 부라리는 것이 아닌 얼굴근육과 이목구비를 한꺼번에 이용해서, 표나지 않게 낭패감과 당혹스러움, 그리고 "널 밟아 버리겠다"는 듯한 비열한 감정선이 모두 읽혀졌던 장면입니다. 입술과 콧구멍까지도 연기를 했다고 말하고 싶더군요. 
특히 차갑기도 하면서 비열하기도 하고, 잔인해 보이기도 했던 전광렬의 눈빛은 가히 일품연기였습니다. 제빵왕 김탁구에서 서인숙이나 한승재에게 쏘아보던 눈빛과는 또 달랐습니다. 그 때의 눈빛과 표정에는 분노와 연민, 그리고 "날 가지고 한 번 놀아봐라"는 식의 숨겨진 여유까지 느껴졌는데, 드라마 분위기와 상황이 달라서 다르게 느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비슷한 표정인데도 전혀 다른 감정으로 와닿더군요. 당혹감과 동시에 정복욕구같은 것이 더 강하게 느껴졌거든요. 
박신양이 연기하는 윤지훈은 사체부검의 목적은 진실을 듣는 것에 있습니다. 옳은 것은 옳은 것, 틀린 것은 틀린 것일 뿐입니다. 다혈질에 맹목적이고, 흔히 예술가들에게 보여지는 예민한 성격의 인물로 감정적인 성향을 보이지요. 김아중이 연기하는 고다경의 캐릭터도 비슷한 캐릭터입니다. 
반면 전광렬이 연기하는 이명한은 권력추구형 인간이기에 감정을 드러내게 표출하는 것보다는 절제하는 캐릭터입니다. 심리전으로 상대방을 제압하려는 인물이지요. 앞뒤 재지 않고 달려드는 박신양과는 대조적이지요. 정우진 검사도 이명한과 같은 부류의 인물같아 보이더군요. 자신이 하는 일만을 보는 인물과 자신이 하는 일을 다른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려는 인물의 차이라고 할까요, 그래서인지 박신양과 전광렬의 캐릭터는 카리스마를 뿜는 것이 비슷하면서도 다른 색깔을 보여주지요. 가히 드라마를 끌고가는 연기내공 고수들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연기력입니다. 
한 아이돌 스타가수의 죽음을 통해 권력이 가진 거짓들을 파헤쳐 가는 스토리로 넘어가는 드라마 싸인, 이 드라마는 메디컬 수사드라마 장르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불의와 정의, 휴머니즘의 이야기가 더 짙게 깔려 있습니다. 억울한 죽음을 맞이한 죽은 자의 몸에 남겨진 싸인, 그것이 말하는 살아있는 사람들의 치부와 죄악의 흔적, 진실을 들어주는 망자의 마지막 친구들(법의관)의 이야기가 흥미롭습니다. 
처음으로 싸인이라는 드라마를 통해 망자에게도 인권이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봉합을 하기도 전에 증거물로 치부되어 압수되는 사체, 정병도 원장의 말이 뇌리에 오래도록 남더군요. "여기는 신성한 검시실이다. 마지막 망자의 유언을 듣는 곳이다. 피해자의 시신 앞에서 무례함은 용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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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06 08:49




수목드라마의 뜨거운 3파전이 시작되었습니다. 프레지던트에 이어 싸인과 마이 프린세스가 동시에 첫방송을 했는데요, 새로 시작한 두 드라마가 모두 매력적이라 고민이 큽니다. 색깔이 너무 다른 드라마라 시청자도 호불호가 갈릴 것같네요. 안구정화 커플 송승헌과 김태희의 달달한 로맨택 코미디 마이 프린세스도, 박신양과 전광렬의 싸인도 놓치고 싶지 않은 드라마입니다. 박신양의 연기에 매료되어 저는 싸인 리뷰글부터 시작해야 겠네요.
누가? 왜?라는 물음표를 던지고 시작한 드라마 싸인, 시청자도 수사관의 일부가 되어 사건을 추리해보고, 의심에 동참하고, 풀어가는 과정은 언제나 흥미롭습니다. 
메디컬 수사 드라마 '싸인' 첫방송, 드라마에 빨려 들어간다는 느낌을 이럴 때 할 것 같습니다. 한시간동안 눈을 뗄 수 없게 만든 것은 탄탄한 스토리와 긴장감, 그리고 박신양이라는 배우가 뿜어내는 힘이었습니다. 말이 필요없는 배우 박신양이었습니다. 배우의 이름만으로도 드라마의 질과 완성도가 미리 보이는 작품은 흔치 않지요. 그만큼 박신양이 작품을 선택함에 신중하다는 말이고, 바꿔말하면 좋은 작품을 보는 수준높은 감각이 있다는 말이겠지요.
2011년을 여는 드라마로 최고의 화제작이 될 듯한 예감이 드는 싸인은 우선 연기내공이라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연기파 배우들이 포진해 있다는 것이 강점입니다. 카리스마와 중후함으로 작품마다 무게감을 더해주는 전광렬,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주는 중견연기자 송재호를 비롯해서 김아중, 엄지원, 장현성, 최이한 등이 국립과학수사원(NFS)을 중심으로 법의학자, 검사, 형사등의 역할로 얼굴을 보이고 있습니다.

카리스마와 진정성의 대결, 총성없는 전쟁의 시작
첫회부터 팽팽한 긴장감으로 대립축을 만든 전광렬의 카리스마와 박신양의 진정성이 싸우는 장면은 총성없는 전쟁터를 방불케 하더군요. 드라마의 두 캐릭터와 관련시켜 말하자면 권력과 진실의 싸움이기도 합니다. 국과수 부검실에 들어선 이명한 교수(전광렬)가 시체가 바뀐 것에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카메라는 빠르게 윤지훈(박신양)으로 옮게 갑니다. 윤지훈이 바꿔치기 한 시체는 한류스타 아이돌 그룹 보이스의 리더 서윤형(초신성 건일)이었지요. 초임 검식관으로 온 고다경(김아중)이 부검참관을 왔다가 얼떨결에 윤지훈과 마주치고, 부검실에 밀려서 들어가게 됩니다. 레지던트까지 마친 고다경은 미드 CSI를 보고 법의학에 관심을 가지고, 전공을 바꾼 다혈질에 왈패기질이 있는 인물같아 보이더군요.
그리고 화면은 62시간전으로 거슬러 아이돌 그룹의 콘서트로 옮겨갑니다. 인기그룹 보이스의 공연장, 한 무대가 끝나고, 다음무대가 되기 전 잠깐의 휴식시간을 가진 후, 보이스의 다음무대에 리드보컬 서윤형이 올라오지 않은 사고가 일어나지요. 서윤형이 분장실에서 숨진채 발견되고, 국과수 법의관 윤지훈이 사체검시를 맡게 됩니다. 서윤형의 의문사는 많은 분들이 느끼셨겠지만, 듀스의 故 김성재의 의문사가 오버랩되더군요.
서윤형의 죽음은 단순한 의문사가 아닌, 권력이 개입된 음모임이 암시되면서 수사는 복잡하게 흘러갑니다. 검사 정우진(엄지원)에게 '알면 다치는 배후의 누군가'로부터 명령이 내려지게 되지요. 누군가(?)는 서윤형의 사인이 밝혀지길 원하지 않는다는 점이고, 그 누군가라는 인물은 검찰을 좌지우지할 정도의 거대권력을 가졌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누군가가 '왜, 서윤형의 사인을 은폐하려고 했을까?"에 대한 질문이 던져졌습니다.
은폐하려는 자와 진실을 알고자 하는 자의 싸움, 은폐하려는 자의 편에 전광렬과 엄지원이 손을 잡았고, 진실을 밝히려는 자는 법의관 윤지훈으로, 구도적으로는 권력과 진실이라는 싸움으로 대결구도를 짰습니다. 여기에 얼결에 윤지훈의 어시스트로 들어가면서 고다경(김아중)이 사건에 휘말리게 되었지요. 
윤지훈을 도와 처음으로 사체 부검 어시스트를 하게 되는 고다경, 그녀를 움직인 것은 윤지훈이 한 말 때문이었지요. "여기서 나가게 되면 이 사람이 마지막으로 하고 싶었던 말을 영영 못듣게 된다. 왜 죽었는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밝혀내는 게 우리 임무야. 어떤 개인적인 탐욕, 언론의 압력, 대중적인 정서, 누가 간청하든 애원하든, 이런 것이 사건을 끌고 가게 해선 안돼. 우리가 마지막이다. 이 사람이 왜 죽었는지 알아낼 수 있는 마지막..."
부검할 수 있는 시간은 마스터 키가 이명한의 손에 들어가기 전, 그 짧은 시간에 윤지훈과 고다경은 죽은자가 몸에 남긴 말을 찾아야 합니다. 왜 죽었는지, 그리고 그 억울한 죽음의 진실까지 말이지요. 사체는 말이 없었고 좌절감에 빠지는 순간, 윤지훈이 빠르게 목을 절개하지요. 그리고 핀셋으로 죽은 자가 남긴 말을 찾아 마스터키로 부검실에 들어온 이명한의 눈 앞에 보여줍니다. "이 사건의 부검은 끝났습니다. 사망의 종류는 명백한 타살입니다".
예고편에서는 서윤형의 죽음이 살해범의 자수로 의혹 짙은 종결이 돼버리자, 이에 진실을 밝히려는 윤지훈의 싸움이 시작될 것이 예고되었습니다. 과연 죽은 자가 남긴 이야기는 무엇일까? 왜 죽었는지를 파헤치는 과정에서 속속들이 드러나게 될 인간관계의 먹이사슬같은 구조가 흥미로운 드라마입니다.

카리스마보다 무서운 힘을 가진 연기자 박신양
첫회 단연 눈길을 사로잡은 캐릭터는 법의관 윤지훈이라는 인물을 연기하는 박신양이었습니다. 박신양과 대척점을 이룰 이명한 교수 역의 전광렬이 내뿜는 카리스마는 가히 압도적이었습니다. 김아중의 연기는 첫음 몇분은 긴장이 된 듯 오버스럽기도 했지만, 캐릭터가 빠르게 안정되어 그녀의 천방지축 동네 쌈닭같은 캐릭터를 각인시키더군요. 엄지원은 솔직히 드라마 내내 긴장된 듯 힘이 느껴지고, 자연스럽지 못해 조금은 실망스러웠습니다. 특히 검사로 사건 현장에 나타났을 때, 롱 가죽코트를 입고 컬라깃을 세운 모습으로 카리스마를 표현하고자 했던 것 같은데, 검사라는 직업보다는 패션에 신경쓴 듯 우스꽝스럽기도 했습니다;;. 대사가 자연스럽지 못하고 불안한 점도 몇군데 보이기도 했고요.
무엇보다 오랜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한 박신양의 연기를 보는 것은 시청자를 기쁘게 합니다. 박신양을 볼 때마다 생각나는 느낌은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카리스마가 없다는 겁니다. 박신양은 카리스마를 내뿜는 연기자라기 보다는 카리스마를 압도하는 그 무엇인가를 가진 배우입니다. 바로 진정성이라는, 사람을 더 크게 움직이고 감동시키는 무서운 힘을 가진 몇 안되는 배우에요. 카리스마가 사람을 압도하는 힘이라면, 진정성은 사람을 감동시켜 설득하는 힘입니다. 김명민에게도 비슷한 점을 느끼지만, 김명민은 카리스마와 진정성을 섞어서 캐릭터를 완성해 간다면, 박신양은 진정성만으로 캐릭터를 완성해 가는 배우라는 생각이 듭니다. 
박신양이 강심장에 나와서 작품을 위해서 실제로 100구의 사체부검을 참관하고는 밥도 먹지 못하고, 잠도 이룰 수 없었다는 고백을 했었는데, 그 이유가 "연기자의 양심"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공감하지 않고는 표현할 수 없기에, 소품이 아닌 직접경험을 해야 했다고 말이지요. 박신양에게서 보여지는 힘은 연기자의 프로정신이었습니다. 존경스러울 정도로 같은 마인드로 연기하는 배우가 김명민일 겁니다. 루게릭 환자역할을 위해 생명에 위험이 있을 정도로 과도한 다이어트를 해서 팬들을 걱정시키기도 했었지요.
박신양이 표정 하나만으로도 시청자를 화면에 붙들어 버리는 이유는 바로 연기자가 가지는 진정성이 보여지기 때문이에요. 굳이 강심장에서의 고백이 아니어도, 그 절박한 의무감이 확인되었던 장면은 침대로 김아중을 밀어버리던 광기어린 듯한 표정이었지요. 그리고 부검실에서 짧게 한마디에 담아 김아중에게 메스를 들게 하지요. 레지던트를 마쳤지만 사체부검은 처음이었던 고다경에게, "이 사람이 마지막으로 하고 싶었던 말을 듣을 수 있는 것은 우리가 마지막이다". 짧게 끊어 말하는 윤지훈의 말과 표정에는 도저히 메스를 들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그 무언가가 흘렀지요. 대사에 힘이 있다고, 소위 대사빨이 좋다고 모든 사람들이 감동하고 움직이지는 않지요. 사람을 설득하는 힘이 있었습니다. 심지어 의대를 나오지 않은 저도 그 상황이었으면, 메스를 들어버렸을 것 같더군요. 
박신양이 노력하는 연기자라는 것은 출연한 작품들 속의 캐릭터에서도 확인되지만, 그는 대사를 외워서 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배우에요. 자기 것으로 체화시켜 버리는 배우지요. 깡패 역이면 깡패가 되어 버리고, 유능한 사장 역할이면 전문경영인이 됩니다. 들고 파서 전문적인 단어 하나하나까지도 자기 것으로 만들어 캐릭터 자체가 되어 버리는 배우지요. 서윤형의 사체부검을 하는 도중 김아중에게 "시신을 보면 그 사람의 인생이 보여"라며, 장기에 대한 부검소견을 말하는 장면에서는, 대사를 외웠다는 흔적조차 읽혀지지 않습니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대사와 표정연기에 진짜 법의관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죠. 캐릭터에 대한 연구를 너무나 열심히 했기 때문이겠지요.
드라마를 보다보면 좋은 작품이 연기자를 발전시키는 경우도 있고, 좋은 연기자가 작품을 완성해 가는 경우도 있는데, 박신양은 후자인 것 같습니다. 박신양의 연기에는 전류가 흐릅니다. 감전된 듯 찌릿찌릿한 그것, 저는 그 정체를 진정성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박신양의 연기력이 가지는 힘, 사람을 움직이는 힘, 카리스마보다 더 무서운 힘이지요. 캐릭터와 혼연일체가 되었을 때에야 가능한 것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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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17 07:47




수목드라마의 제왕으로 군림하던 제빵왕 김탁구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막장급 소재들로 시작부터 말이 많았고, 드라마 전반에 흐르던 범죄적인 코드들로 시청자의 원초적인 감정인 권선징악에 대한 요구를 강하게 건드려주며, 마지막회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했던 드라마였습니다. 워낙 벌여놓은 일들이 많은 작품이었기에 결말이 신파로 흐르는 용두사미가 되지 않을까 우려되었지만, 개인적으로는 해피엔딩을 위한 억지전개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마준이의 출생의 비밀에 대해, 알고 있었던 사람들만으로 멈췄다는 것이었는데요, 거성가의 상처를 봉합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었습니다.
권선징악이라는 테두리 역시도 이탈하지 않음으로써, 시청자들에게 배신감을 주지 않았던 것도 좋은 마무리였습니다. 특히 그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부아가 치밀게 했던 악을 대표하는 인물 한승재와 서인숙의 실질적인 파멸은, 나쁜 인간들의 바람직한 말로를 보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도 했네요. 작가가 마지막까지 구마준을 놓지 않고 보듬고 갔던 부분에 대해서는, 참으로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탁구와 마준이의 화해없이 이 드라마의 해피엔딩은 의미가 없었겠지요. 무엇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많은 젊은 마준이에게, 자신의 문제를 자기 안에서 돌아보게 한 것은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서인숙과 한승재의 불행이 결국은 자신을 돌아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모든 불행의 원인이 자기 것을 빼앗아 간 다른 사람에게 있다고 믿었기에, 야욕과 증오만을 키워갔던 인물들이었으니 말입니다.
마지막회 제가 가장 감명깊게, 그리고 의미있게 보았던 장면들만 간추리면서, 제빵왕 김탁구 리뷰도 마쳐야 할 것 같습니다.
1. 서인숙으로부터 마준의 홀로서기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탁구의 힘도 있었지만, 결국은 모든 문제의 시작과 해결은 자신에게서부터 풀어나가야 한다는 메시지가 와닿더군요. 마준이가 서인숙에게 팔찌를 돌려주며 했던 말은 서인숙에 대한 가르침이기도 했지만, 마준이가 자신의 출생의 비밀에서 부터 시작된 방황에 대한 참대답이었다고 생각됩니다. "그만 내려놔요. 엄마 자신이 변하지 않는 이상 엄마 불행도 끝나지 않을 거예요. 이제는 엄마 불행에서 발을 빼고 싶어요. 이젠 날 위해 살고 싶어요". 마준이가 출생의 비밀이라는 트라우마와 분노를 치유하고, 홀로서기를 선언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장면이었습니다.
이 드라마가 뻔한 신파로 급포장하려고 했다면, 마지막 서인숙의 회한의 눈물로 마무리를 했겠지만, 그녀는 여전히 거성가라는 겉포장만 화려한 텅빈 집의 안주인이라는 자리를 끝내 내려놓지 못하지요. 그렇게 살아왔고, 그것이 서인숙을 지탱해 왔던 힘이었기에, 마지막까지 서인숙은 서인숙으로 남았습니다. 가장 불쌍한 사람으로 말이지요. 서인숙이 마지막 결말에서 유경과 화해하고, 탁구에게도 사죄하며 하하호호했더라면, 제빵왕 김탁구가 신파결말이 돼버렸을 겁니다. 완성도를 해치는 우를 범하지 않았던 것도, 갈등드라마에서 좋은 결말의 예를 보여 주었다고 생각됩니다.
2. 한승재의 눈물과 마준의 마지막 인사
한승재에 대한 마무리 역시도 깔끔했습니다. 마준의 친부라는 이유로 권선징악의 테두리에서 이탈할까봐 가장 조마조마했던 인물이었거든요. 아들인 마준이의 손으로 비리장부를 넘기고, 경찰에 신고까지 하게 한 점도 한승재라는 인두겁을 쓴 나쁜 인간의 가장 비참한 최후를 위한 단죄였다는 점에서, 한편으로는 가슴이 아프기도 했지만, 통쾌하기도 했습니다.
마준이가 한승재에게 마지막 인사라며 면회가서 말했지요. "단 한 번만이라도 당신이(아버지가) 나한테 존경스러운 모습을 보여 주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그랬다면 그 기억 하나만으로도 좀 더 살기가 수월했을텐데... 그랬다면 당신을 용서하기가 훨씬 더 쉬웠을텐데... 내가 옆에서 다 지켜보고 있는데 좀만 더 잘 살지...". 처음으로 나온 생부 한승재에 대한 연민과 애증이 묻어나왔던 구마준의 심경고백이었습니다. 
30회까지 진행되는 동안 신인연기자 주원의 연기력이 드라마 속에서 계속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는데, 한승재(정성모)와의 면회장면에서는 감정신과 표정연기가 특히 많이 성숙했고, 깊어졌다는 생각이 든 장면이었습니다. 주원이라는 배우의 성장이 기대되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제가 뽑은 마지막회 가장 마음 아프면서도, 많은 여운이 남았던 장면이었습니다.
납치한 탁구를 옥상에서 실족사시키려는 한승재, 마지막까지 놓지 못했던 한승재의 야망과 구일중에 대한 굴욕감은 마준이가 탁구에게서 느꼈던 열등감과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세상에는 경쟁만이 있을뿐, 내가 가지지 않으면 빼앗기는 것이고, 내가 이기지 않으면 진다는 양분법적인 비뚤어진 사고는 그가 그렇게도 가지고 싶었던 서인숙을 빼앗겼다는 구일중에 대한 패배감에서 비롯되었지요.
마준이에게만은 2인자의 설움을 주지 않겠다는 잘못된 욕심은 결국 아들의 외면이라는 결과만을 가져왔을 뿐이었습니다. 마준이가 한승재를 면회가서 한승재의 잘못이 빚은 결과를 깨우치게는 했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마준이가 돌아가고 나서 오열하는 한승재의 모습은, 진심으로 자식 앞에 부끄러운 아버지로서 반성의 눈물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아마 죄값을 다 치르고 나온 후에는 한승재가 제대로 된 인간으로 살지 않을까 싶더군요. 아무리 세상의 눈이 무섭다고 하지만, 자식의 눈만큼 무서운 것이 또 있을까 싶어서 말이지요. 
3.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포옹하는 형제들
거성식품의 차기대표를 정하는 이사회, 거성식품의 전문경영인으로서 자경이가 구일중의 뒤를 이을 것이라 예측했었기에, 탁구의 대표직 고사는 사실 큰 반전은 아니었어요. 드라마를 보면서 어느정도 예상되었던 것이었고요. 이사회에서의 탁구와 마준이의 훈훈하면서도, 익살스러운 모습도 보기 좋았는데, 최고의 장면은 세 사람의 포옹신이었습니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화해하고, 이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모습이 한 장면에 압축되었는데, 자경이가 두 형제 탁구와 마준이를 안는 장면이었어요. 핏줄로 치자면 자경이가 유일하게 두 사람을 이어주는 다리라고 할 수 있겠지요. 아버지가 같은 탁구와 자경, 어머니가 같은 마준이와 자경, 그래서 이 아이들은 세상이 열두번이 변해도 형제이고, 가족일 수 밖에 없고 말이지요.
무엇보다 탁구와 마준이의 죽 잘맞는 친구같은 모습도 훈훈하고 좋았습니다. 특히 처음으로 26살 마준으로 돌아온 밝은 모습이 편해 보이고, 진짜 형제처럼 보이는 두 사람의 모습이 좋았어요. 마준이 웃는 모습이 귀여운 햇살소년의 모습인 것은 처음 알았어요. 비주얼이 좋은 주원이라는 배우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기도 했고 말이지요. 눈에 분노와 증오의 빛을 버리고, 마음에 독기를 뺀 마준이는 정말로 26살 구마준이라는 싱싱한 젊은이로 태어난 듯 보였습니다. 마준이와 탁구가 서로를 향해 웃는 모습은, 대사가 전하는 것보다 더 강하게 와닿았던 화해의 장면이었어요.
마지막에 탁구에게 말실수처럼이라도 형이라고 불러 주었다면 싶었는데, 마준이 그 녀석은 여전히 자신이 탁구와 피를 나눈 진짜 형제가 아니라는 것을 의식하고 있더군요. 탁구에게도 진짜 형제가 아니라고, 고백해 버리고 말이지요.  탁구는 그 말의 깊은 뜻은 몰랐겠지만, 만약 알았더라도 탁구에게 마준이가 동생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겠지요. 탁구에게는 어머니가 아니라, 아버지 구일중의 그늘 아래 있는 이유만으로 형제요, 누나들이었으니까요.

4. 사랑을 시작하는 청춘들, 해피엔딩이었나?
신유경의 복수는 사실 이 드라마 결말부분에서 옥의 티였습니다. 어설픈 악녀였을 뿐 그 명분과 하는 방법이 유치하고 졸렬했기에, 신유경이라는 캐릭터가 실패해 버렸고, 아마 거기서 멈추지 않았더라면, 골칫거리 캐릭터가 될 뻔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만큼 그녀에게 거성가라는 곳은 어울리지 않았고, 서인숙을 목을 죄는 모습도 서인숙만큼이나 천박하게 흐를 뻔했었거든요. 다행히 정신차린 마준이가 신유경을 끌고 나오기는 했지만 말입니다.
마준이와 유경이 진짜 부부로 사랑을 시작해가는 동안 탁구의 사랑도 시작되었지요. 옥떨메 양미순에게 "난 아직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많다. 그 살아갈 날들은 네 추억이 훨씬 더 많아질거야"며, 고백을 했지요. 탁구답게 프러포즈도 솔직하고 담백하게, 그러나 진정성있게 했던 고백이었어요. 알콩달콩 소꿉장난 하듯이 탁구와 미순도 작은 연인들처럼 사랑을 시작하고, 추억을 만들어 가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드라마 속에서 울고 웃고 함께 성장해 온 인물들은 상처를 치유하고,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이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드라마가 끝나자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제빵왕 김탁구가 과연 해피엔딩이었을까? 저는 그에 대한 답을 선뜻 '그렇다'라고는 못하겠더라고요. 왜냐면 드라마 속 인물들, 김탁구, 구마준, 신유경, 양미순, 구일중, 한승재, 서인숙, 김미순 등의 모든 인물들이 제 주변으로 걸어나온 듯 싶어서 말이지요. 여전히 탁구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빵을 만들고 있고, 마준이는 자신을 찾는 여행을 떠나 어느날 갑자기 돌아올 듯 싶거든요. 여전히 끝나지 않은 드라마 속 인물들의 이야기는 우리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고, 지금도 진행중인 이야기지요. 그래서 이 드라마는 해피엔딩이 아닌 진행형으로 남겨두고 싶더군요.

이 드라마에 흐른 작가의 메시지는 탁구가 온갖 난관에도 웃을 수 있었던 이유에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드라마는 해피엔딩으로 결말을 냈지만, 제빵왕 김탁구 강은경작가는 결말을 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마준이가 탁구에게 왜 웃을 수 있냐고 물었지요. "살아야 하니까. 살아있는 동안에는 아무 것도 끝나지 않잖아. 오늘 잘됐다고 혹은 잘 안됐다고 내인생 끝나는 것도 아니니까, 좋은 일도 나쁜 일도 결국 다 지나가는 거니까".
결국 인생을 다 살때까지는 해피엔딩도 새드엔딩도 누구도 모른다는 것이겠지요. 마음의 집 팔봉빵집으로 돌아간 탁구, 유경과 함께 자신을 찾아 여행을 떠난 마준, 거성가의 텅빈집에 홀로 남은 서인숙, 다음 세대에게 모든 것을 넘기고 그 아이들이 이뤄가는 것을 지켜보는 구일중, 감옥에 들어간 한승재까지 말이지요. 드라마는 끝났지만 작가가 제빵왕 김탁구를 통해 던지는 메시지는 계속 남아있을 듯 싶습니다.

5. 드라마의 여운, 탁구의 진심과 사람
오랜만에 본 좋은 드라마의 여운이 바로 이 메시지때문이 아닌가 싶네요. 드라마에 시종일관 흘렀던 것은 권선징악, 사필귀정이라는 것이었지만, 드라마가 끝난 지금 제게는 '진심'이라는 말과 '사람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라는 팔봉선생의 말이 더 깊게 남습니다. 지난회 처음으로 마준이의 방에 걸려있던 거성식품의 사훈을 눈여겨 봤었습니다. 오랫동안 드라마를 보면서도 신경을 쓰지 않았었는데, 사훈이 "성실하고 정직하게 정확하게"더군요. 지금 이 시간에도 누군가는 돈을 위해, 또 누군가는 최고의 빵맛을 위해, 또 누군가는 가족의 배부름을 위해 빵을 굽고 있겠지요. 그리고 또 누군가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빵을 굽고 있을 것같기도 하고요. 팔봉선생과 구일중, 그리고 탁구가 담았던 빵의 진심, 형이상학적이라고만 느껴졌던 빵쟁이의 철학, 그것을 빵에 담아 굽는 제빵사들이 우리 주변에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비단 빵쟁이뿐만이 아니라, 자기가 하는 모든 일에 성실하고 정직하게 진심을 담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싶고요. 그것이 이 드라마가 말하고자 했던 진심이었겠지요. 제빵왕 김탁구의 인기비결은 사람을 움직이는 탁구의 진심, 착한 사람이 이긴다는 것, 정직한 사람이 이긴다는 것에 대한 사필귀정의 메시지때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래서 이 드라마가 진정으로 원했던 해피엔딩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고, 여전히 진행형같습니다.

* 마지막회 리뷰글에 항상 하는 말이지만, 배우들과 제작진 수고 많으셨습니다. 전광렬, 전인화, 정성모, 박상면, 장항선, 이한위, 전미선 등 중년연기자들의 튼튼한 연기는 제빵왕 김탁구를 지탱해 온 가장 큰 힘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새로 발견한 주원이라는 배우는 제빵왕에서 건진 수확이 아닌가 싶습니다. 비주얼도 좋고,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처음 긴장돼 보였던 표정과 대사처리도 많은 성장을 보인 좋은 배우였습니다.
또한 시트콤에서의 코믹이미지를 벗은 윤시윤에게는 새로운 연기도약이라는 좋은 기회가 되었을 듯 싶습니다. 정극에 도전하는 윤시윤의 연기에 대한 우려가 많았는데, 김탁구라는 인물은 오히려 윤시윤에게 큰 행운을 준 듯 싶습니다. 김탁구라는 거친 야생마의 이미지와 순박함, 하나 밖에 모르는 돌진형의 캐릭터는 윤시윤의 기교부리지 않는 연기와 오히려 잘 맞아 떨어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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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16 09:05




마지막까지 반성과 양심이라고는 없는 한승재의 악행은 인두겁을 쓴 짐승의 모습입니다. 사랑하는 여자 서인숙에 대한 일편단심 바보같은 사랑도, 마준이에 대한 애정이라고 보기에는 그 파렴치함과 이기심은 동정심마저도 아까울 정도입니다. 자신을 거둬 준 은혜를 배신으로 갚은 기형적인 사고의 출발이 평생 갖지 못한 여자에 대한 사랑과 자식때문이었지만, 악행의 정도가 너무 멀리 가버린 한승재는 드라마가 낳은 최고의 악역인 것 같습니다. 
구일중의 치밀한 올가미 작전에 말려든 한승재는 오히려 큰소리를 치며, "자네 한 몸 제대로 가누지 못하면서 어찌 해 볼 수 있겠냐?"며, 자네의 시대는 끝났다고 밀쳐버리고 나갔지요. 예상대로 이 모습을 숨어서 지켜 보고 있었던 마준이가 구일중을 부축해 주었네요. 그리고 마준이에게 남겨두었던 한가닥 용서의 동아줄을 이번에는 마준이 잡은 것 같아 한시름 놓기도 했습니다.

드라마가 낳은 최고의 악역 한승재
한승재와 서인숙과 싸잡아서 벌을 주고 싶은 마준이었지만, 매회 방황하는 모습과 흔들리는 모습에 용서하고 싶다, 아니다를 반복해 왔던 시청자에게 마준이에게만은 용서와 화해의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모습이 내심 반갑기도 합니다. 
한 회분량만을 남기고 있는 제빵왕 김탁구는 여전히 많은 이야기들을 풀어 놓았습니다. 곪은 상처들을 치료하고 봉합해 가는 과정은, 그 상처가 아프고 깊었던 만큼 간단하고 쉽지 않습니다. 권선징악과 사필귀정이라는 큰 테두리에서 이탈하지 않았던 이 드라마는, 마지막에 어물쩡 화해와 용서라는 이름으로 나쁜 놈이 갑자기 착해져 버리는 맥빠지는 전개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 끝까지 매력적이에요. 한승재의 일관성있는 악역이 마음에 듭니다. 결말이 요상스런 신파로 끝나버릴 지는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찢어죽이고 싶은 나쁜 놈이네요.
요즘은 나쁜 짓을 한 놈들은 아무리 드라마라지만, 죄질에 따라 가차없이 처벌을 해주었으면 싶은 바람이 굴뚝같습니다. 뉴스거리로 도배되고 있는 연예계 사건사고들을 보니 더욱이나 분명한 징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용서해주는 것이 관행이 되다 보니, 악의 뿌리가 뽑히지 않고 반복되어서 말입니다.
한승재 역의 정성모와 묵직한 구일중 역의 전광렬의 명품연기가 드라마를 탄탄하게 받쳐주며, 전인화, 전미선, 박상면, 타계한 팔봉선생 역의 장항선 등 드라마의 무게를 잡아 준 중년연기자들에게 박수를 아끼고 싶지 않네요.
긍정의 힘, 빵쟁이의 정직한 순수함을 가지고 있는 탁구가 봉합의 과정 중심에 서있다는 것이 든든하기는 하지만, 탁구 혼자만의 힘으로는 거성가의 상처를 꿰매기에는 힘이 부족할 듯 싶더군요. 다행히 큰누나 자경이가 힘을 실어주어서 한결 수월해지기는 했지만 말입니다.

마준의 눈물고백, "아버지 죄송합니다. 저같은 게 태어나 버려서"
14년만에 털어놓는 마준이의 고백은 가슴이 먹먹해 질정도로 처연하고 불쌍한 고백이었습니다. "죄송해요. 그때 제가 조금만 더 기운이 있었어도, 제가 조금만 더 상황판단이 빨랐어도, 할머니 어쩌면 돌아가시지 않았을 거에요. 그 때 제가 할 수 있는 건 아버지 서재문을 두드리는 것 뿐이었어요. 죄송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마준의 고백은 구일중의 심장이 멎을 정도로 충격적이었지요. "또 죄송합니다, 아버지. 저 같은 게 태어나 버려서...". 마준이의 눈물고백을 듣는 구일중의 표정이 복잡해 보였는데, 추측해 왔던대로 마준이 친자가 알고 있었음이 분명해 보이더군요. 
한승재에게 구일중이 그랬지요. "자넨 내 아내를 마음에 품었잖은가? 평생 난 그저 지켜봐야만 했네. 내 아내인 탓에, 내 친구인 탓에..." 자신의 입으로 아내와 친구의 불륜을 그렇게 힘들게 뱉어내고 말았던 구일중이었지요. 그런 구일중에게 마준이가 "저같은 게 태어나 버려서 죄송하다"는 말을 했을 때, 심장이 내려앉는 듯 말을 잇지 못하더군요.  
구일중은 마준이가 모르기를 바랐을 겁니다. 구일중의 아들로 반듯하게 성장해 주길 바랬을 뿐이었습니다. 늘 마준이를 끼고 도는 서인숙으로 인해 마준이가 비뚤어지고 엇나가는 것을 보며, 구일중은 더 가혹하게 엄한 아버지가 되고자 했을 겁니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는 때로는 회초리를 들어야 할 때도 있고, 때로는 어깨를 토닥여줄 때도 있지요. 자신의 죄를 갚는 심정으로 마준이를 더 많이 보듬어 주었어야 했는데, 그도 인간인지라 때로는 불편했을 수도 있었고, 그래서 더 안쓰러운 자식이었을 겁니다. 많이 토닥여 주지 못했던 마준이었기에, 마음 한켠이 늘 아려왔던 손가락이었는데, 그나마 마준이가 좋아한다는 신유경을 보니 안심이 되기도 한 구일중이었지요. 

탁구의 등장으로 거성가를 빼앗길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반항하고, 반발이 더 심해졌다는 생각만했는데, 마준이가 자신의 출생에 대해 알고 있었다는 것이, 한승재와 서인숙이 어머니가 돌아가신던 날 밤 저질렀던 진실보다 더 큰 충격입니다. 그래서 한승재에게 두 가지 선택권을 주며 말했지요. 검찰출두가 아니면 외국으로 나가 다시는 돌아오지 말라고요. "그게 내 두 아들을 자네한테서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까" 라고 말이지요. 
한승재로부터 탁구는 생명 혹은 탁구가 가야할 인생을 지켜주는 일이라면, 마준이의 경우는 한승재에게 아들로 내주지 않겠다는 의미로 저는 해석을 했어요. 구일중은 끝까지 마준이를 아들로 품으려고 하고 있는 것이지요. 한승재의 이기적인 부성애와는 대조적이었던 구일중의 차고 넘치는 큰 부성애였습니다. 낳은 정도 기른 정도 부모와 자식으로 살아온 26년의 정을 마준이의 생부라해도 끊을 수는 없는 것이지요. 
진실을 알고 싶었다는 구일중이 진구와 함께 한승재의 비리증거물을 손에 넣었지만, 한승재가 마지막 반격의 술수를 또 준비했지요. 비서실 남비서에 의해 탁구가 납치되어 위기에 처했는데요, 정말 한승재라는 인간은 범행도 치밀하지만, 도저히 용서하기 힘든 나쁜 놈이네요. "난 구마준이에요. 거성식품 구일중 회장의 단 하나뿐인 아들이라고요. 아버지를 배신한 사람은 나한테도 배신자에요" 라며, 아들에게서도 버림받고, "구일중이 아니면 안된다"며, 미안하다고 한마디로 토사구팽해 버리는 서인숙에게서도 버림받은 한승재입니다. 결국은 구일중이 마준의 생부에게, 친구에게 주는 마지막 관용까지 버리면서, 파멸의 길을 향해 달리고 마나 봅니다. 이런 놈에게는 벼락을 내려야 하는데 말입니다.
"둘 중 하나만 선택하게, 거성인가? 자네 아들인가?" 탁구의 위험을 알리며, 제빵왕 김탁구 대단원을 내릴 마지막 사건 하나를 던지며, 끝까지 긴장을 놓지 못하게 하는 한승재의 악행이 치가 떨리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여자도, 아들마저도 어느 것 하나 가지지 못하는 한승재이기에, 드라마속 인물중 가장 불쌍한 인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준이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은 껍데기뿐이라고 했지만, 한승재처럼 껍데기만을 붙들고 살아온 인간은 또 없어 보여서 말이지요.
마지막 한 회만을 남기고 탁구의 생사가 불분명한 위기에 처했는데요, 탁구를 누가 구할지가 궁금합니다. 위기에 처한 청산공장을 살리고, 구일중의 대리인 자격까지 인정받아야 하는 탁구,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은 결국 우리쌀 빵이라는 신제품 개발에 성공했지요. 미출사고로 변상을 요구하던 빵가게 사장들도 주문을 넣고, 한승재의 사주를 받고 있던 공장장까지 변화시키는 탁구의 힘은 진심입니다. 아버지의 자존심과 자긍심을 지키겠다는 진심말이지요.물론 쌀빵의 성공에는 팔봉식구들의 도움이 컸지요. 아이디어는 자경이가 주었고 말이지요. 

끝나지 않은 3차경합, 행복한 빵을 만드는 뺑쟁이의 길을 향해
이번회 가장 감동적이었던 장면은 탁구와 마준이가 처음으로 마음을 터놓는 장면이었습니다. 결혼을 한 마준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클럽을 전전하며 방탕생활을 하고 있다는 말을 들은 탁구가, 클럽으로 찾아가 마준이를 끌고 나왔지요. 마준이를 데려간 곳은 팔봉빵집이었어요. 스승님의 마지막 경합주제 앞에 마준이를 세운 탁구, 탁구가 마준이에게 일깨운 것은 스승님의 마준이에 대한 사랑과 빵쟁이의 길이었어요.
서태조로 살았던 팔봉빵집에서의 2년동안 서태조는 늘상 틱틱거리고 거만스럽고 재수없는 왕싸가지였지만, 탁구에게 있어 그 때의 마준이는 구일중의 아들도, 거성가의 사람도, 더더구나 작은 사모님의 아들도 아니었어요. 조금 싸가지 없는 경쟁자일 뿐이었어요. 이기적이고 정없는 녀석이었지만 함께 빵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와 경쟁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탁구에게 좋은 친구였지요. 탁구를 이만큼 지치지 않게 끌고 왔던 것도 결국 서태조, 마준이와의 경합이었던 것이였지요. 손목에 끈을 다시 채워주고, 재료가 없는 탁구에게 빵재료도 나눠주었던 친구, 서태조, 지금은 하나 뿐인 탁구의 동생 구마준말이에요. 미우나 고우나 보듬고 가야 할 아버지의 아들 말입니다. 그리고 탁구가 마준이를 보듬고 가야하는 이유는 팔봉스승님의 유언이기도 했고요. 
팔봉선생이 가는 날, 마지막으로 탁구에게 빵을 만들어 주면서 말했지요. "탁구야, 인생이란 겪는 것이다. 나쁜 일도, 슬픈 일도, 좋은 일도, 기쁜 일도 겪고... 태조는 하나 뿐인 네 동생이 아니더냐. 네가 평생 안고 가야 할 네 동무니라". 그리고 팔봉선생은 더 이상 봉빵을 만들지 않았던 이유를 말해 주었지요. "내 평생에 후회되는 한 가지는 하나뿐인 친구를 그리 떠나 보낸 것이다. 내가 더 이상 봉빵을 만들 수 없었던 것은 친구를 잃은 아픔때문이었다. 이 세상에 사람보다 중요한 것은 어디에도 없느니라".
팔봉선생이 마지막으로 자신을 당부하고 갔다는 말에 마준이 주저앉아 오열하고 말지요. 탁구도 함께 울고, 아마 시청자도 이 장면에서 울컥했을 겁니다. 팔봉빵집으로 끌려 온 마준이 탁구에게 물었지요. 힘든 일을 겪고, 다 뺏겼으면서도 왜 계속 웃을 수 있는 거냐고요. 탁구가 마준이에게 했던 말은 팔봉선생의 말씀과 같은 말이었어요. "살아야 하니까. 살아있는 동안에는 아무것도 끝난게 아니니까. 좋은 일도 나쁜 일도 결국 다 지나가는 거니까".
다음날 마준이는 거성식품 개발실에 모습을 드러내고 빵을 만들기 시작했지요. 물론 한승재에게서 돈을 타내기는 했지만, 아마도 한승재의 돈주머니를 털어줄 기특한 생각이었던 것 같더군요. 마준이는 탁구와의 끝나지 않은 경합을 시작한 거지요. 바로 빵쟁이의 길 말이지요. 같이 가자고 하는 탁구의 손을 마준이 마주잡은 겁니다. 기특하다 구마준!
저는 마준이가 탁구의 손을 잡았다고 생각했어요. 마준이와 탁구에게 내린 팔봉선생의 3차경합 주제의 빵은 아마 탁구와 마준이가 죽는 날까지 가져가야 할 과제일 거에요. 왜냐면 빵쟁이라는 이름을 걸고 살아가는 동안 계속 만들어 갈 모든 빵들이 바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빵이기 때문이지요. 빵쟁이의 길이고 말이지요. 결국 빵으로 화해하고 빵으로 길을 찾아 가는 두 녀석은 이렇게 아프고, 슬프고, 즐겁고, 힘들었던 성장통을 극복한 것이지요. 결국 다 지나가는 일들처럼 말이지요.
 
위험에 처한 탁구, 마준이가 구한다
진구를 잡으려던 한승재는 이중으로 쳐 둔 구일중의 올가미에 걸리고 말았는데요, 한승재 역시도 또 하나의 반전카드를 내밀었지요. 40년 친구라서 그런지 서로의 수를 다 읽고 있는 듯 싶더군요. 탁구에게 닥쳐오는 불행은 이것으로 마지막이었으면 싶은데(아마 그렇게 되겠지요), 탁구는 무사할 수 있을까 걱정이 큰데요, 저는 마준이가 탁구를 구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구일중의 분노에 찬 말, "그게 내 두 아들을 자네한테서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까". 저는 이 말을 분명히 마준이도 들었을 거라고 생각되더군요.
마준이가 돌아보는 엔딩장면의 장소는 마준이의 회사방이었지요. 지금 마준이는 회사에 있고, 누구보다 잘 엿듣는 마준이기에, 고성이 오가는 두 사람의 대화를 다 듣고 있으리라 짐작되더군요. 마준이는 아버지 구일중으로부터 "내 두 아들"이라는 말에 아마 전기충격을 받았을 듯 싶기도 해요. 비로소 아버지의 깊은 사랑, 구일중의 마음을 확인하고, 14년간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게 되는 거지요. 마준이가 원하는 것은 아버지 구일중의 아들이 되는 것, 오직 그 하나였으니 말입니다.

문제는 어떻게 구하느냐는 것이겠지요. 개인적으로는 마준이 처음으로 한승재에게 무릎을 꿇고 사정하는 것을 상상해 봤어요. 탁구를 살려 달라고 말이지요. 무엇이든 자기를 위해서는 한다고 했으니, 탁구도 풀어달라고 사정할 것 같더군요. 자기를 위한다는 모든 일들을 제발 멈춰 달라고 말이지요.
구일중이 마준이를 끝까지 품었듯이, 마준이의 아버지 역시 누가 뭐래도 구일중일 수 밖에 없고, 탁구는 마준이의 하나 뿐인 형, 그것도 함께 평생을 두고 경쟁자로 동반자로 행복한 빵을 만들기 위한 동무잖아요. 마준이 한승재에게 자신을 위한다면 자신이 행복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둬달라고, 또 부탁하지 않을까 싶더군요. 예전에 신유경의 아버지 사건으로도 같은 부탁을 했던 마준이었지요.
하지만 이렇게 되면 문제해결이 너무 쉬운 방법같고, 아무래도 저는 마준이가 이사회에서 뭔가 큰 것을 터뜨려 버릴 것 같더군요. 마준이가 만든 빵에 그 비밀이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아마 한승재에게 신제품 빵으로 탁구를 끝장낼테니 두고 보라고 할 것 같기도 합니다. 이사회에서 김탁구를 꼭 무너 뜨리겠다고 안심시키는 것이지요. 정정당당하게 이기겠다는 마준이에게 명분을 주기 위해 한승재도 한 발 물러섰다가, 이사회에서 마준이가 빵을 내놓으며, 그리고 대형사고를 치는 것이지요. 
대형사고란 거성의 후계자를 안하겠다는 폭탄발언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승재와 서인숙에게 이같은 좋은 복수도 없을테니 말입니다. 한승재는 그래도 생부이니 직접 치지는 못할 것이고, 생부임을 알고 있다고 말하면서, 그래도 자신에게 아버지는 구일중 한 분이라고 한승재에게 대못을 박아 버리는 것입니다.

신제품 빵을 만든 것을 비밀에 부치고 있는 마준이가 한승재를 위해 만든 빵이 아니라고 했는데, 누구를 위한 빵인지 궁금한데요, 아마도 거성이라는 울타리에 있는 가족을 위한 빵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마준이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게 하는 빵, 마준이를 끝까지 보듬으려 하는 탁구와 아버지, 그리고 아내 신유경을 위한 빵말입니다. 신유경의 분위기가 호러과로 변해 버려서 해피엔딩이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저는 개인적으로 신유경이 행운의 모자를 쓰고 떠나는 결말을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제 곧 결말이 나오겠지요.
제빵왕 김탁구는 출생의 비밀과 빵이라는 소재로 갈등을 만들어 왔지만, 결국은 가족과 주인공들의 성장을 다룬 휴먼드라마가 아닌가 싶습니다. 정직하고 곧은 길을 고집하며, 어떤 난관도 탁구답게 헤쳐 온 주인공 김탁구와, 돌아 돌아서 결국 자신에서부터 문제를 바라보게 되는 마준이의 성장통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빵을 만드는 빵쟁이의 길을 향해 같은 곳을 보며 움직여 가고 있습니다. 두 사람의 성장통을 위한 마지막 결말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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