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선 시청률'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2.03.07 '승승장구' 전미선, 명품조연이 싫다면 이건 어떠세요? (9)
  2. 2012.02.18 '해를 품은 달' 한가인의 돌아온 기억, 왜 은월각이었을까? (4)
2012. 3. 7. 10:16




언제부터인가 주연보다는 조연들의 명품연기에 시청자의 눈길이 쏠리기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드라마가 시작되면  어떤 조연배우들이 포진해 있나를 보고 드라마를 선택할 정도로, 조연배우들의 존재감이 커져가고 있는 추세지요. 이유는 오직 하나입니다. 연기가 좋다는 것, 연기를 잘한다는 것이죠.
내공있는 조연배우들은 어떤 작품의 경우는 주연보다 열연을 펼침으로써, 작품을 완성해가는 한 축이 되거나, 심지어는 스토리를 바꿔버리는 경우도 있지요. 전미선 역시 스토리마저 바꾸게 한 주인공 중의 한 사람입니다.

명품 살리지 못한 짝퉁MC들!
시청률 보증수표로 뒤늦게(?) 그 연기의 진가를 주목받기 시작한 '해를 품은 달'의 도무녀 장녹영역의 전미선이 승승장구에 출연했는데요, 데뷔 작품부터 대인기피증을 겪기도 한 공백기, 그리고 결혼스토리까지, 작품속에서 만나는 캐릭터로서의 전미선이 아니라, 배우 전미선을 만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방송을 본 후 괜스레 전미선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더군요. 뭐랄까 해품달의 높은 인기에 급하게 섭외한 나머지, 욕심만 앞섰지 전미선이라는 배우에 대한 자료조사나, MC들의 알맹이 없는 질문내용 등 준비부족이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승승장구 게스트는 비스트처럼 여러명을 섭외한 적도 있었지만, 대부분 화제가 되고 있는 1인 게스트를 초빙해, 그의 인생이야기를 묻고 끄집어 내는 프로입니다. 게스트가 토크쇼에 익숙하거나, 자신의 이야기를 묻지않아도 잘 풀어간다면, MC가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시청자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경우도 물론 있지요. 전미선의 경우는 성격 자체는 활달, 아니 화통할 정도로 시원스러웠지만, 의외로 붙임성이 있는 성격이 아니고 매스컴에 자주 노출된 배우도 아니었기에, 대중들에게 다가가는 방법이 서투를 수밖에 없겠지요. 
이것을 채워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MC인데 네명이나 떼를 지어 앉아 있으면서도, 전미선의 브리핑만을 듣고 있는 병풍들에 가까웠습니다. 시청자가 기억하는 전미선의 극중 역할을 주마간산처럼 뚝딱하고 보여주고 말아서, 수박겉핥기로 1시간을 채워 버린 듯한 서운함마저 들게 하더군요.

전미선의 연기력을 입증한 수많은 이름들
전미선은 캐릭터 분석력이 뛰어난 배우입니다. 물론 타고난 '끼'도 있겠지만, 매 작품마다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캐릭터를 완성시키는 모습은 끼때문만은 아닌, 그녀 나름대로의 캐릭터를 해석하는 노력에 기인했을 겁니다.
화제가 된 작품에는 거의 빠지지 않을 정도로 약방의 감초처럼 출연을 했었고, 인상깊은 연기를 펼첬던 그녀였지만, 정작 많은 사람들이 전미선이라는 이름보다는 배역 이름만 기억한다는 고민을 안고 찾아왔습니다. 이는 대중들보다는 전미선의 잘못(?)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작품 속 캐릭터에 완전동화되었기에 가능한 일이기에 말이지요.
제 경우 전미선의 연기는 데뷔작이었던 토지부터 봐왔으니, 그녀의 배우인생 시작부터 지금까지 쭉 지켜본 셈입니다. 토지는 한혜숙의 1대 서희, 2대 최수지, 김현주의 3대 서희까지 다 봤는데요, '토지'하면 떠오르는 이름들을 두서없이 나열해 보겠습니다.
반효정, 한혜숙, 서인석, 서미경(1대 귀녀 역할을 했던 분으로, 이분은 롯데패밀리가 되어 연예계는 은퇴했지만, 귀녀 역 중 가장 인상에 남습니다), 2대 봉순이(이것봐요, 전미선이 아니라 봉순이를 떠올리잖아요^^), 최수지, 유준상, 박혜숙, 박원숙, 선우은숙, 임동진, 유해진, 박상원 등등입니다. 토지에 출연했던 배우 이름을 떠올리는데, 봉순이는 전미선이라는 배우 이름이 아니라, 그냥 최수지의 서희와 함께 나왔던 봉순이로 떠오릅니다. 
 개인적 성향이겠지만, 제 경우는 최서희보다는 봉순이와 월선이, 그리고 포악한 임이네의 캐스팅에 더 관심이 많았습니다. 길상에 대한 첫사랑을 간직한 봉순이, 그녀의 삶에 점철된 외로움에 더 깊은 연민을 느꼈지요. 용이를 사이에 두고 보살님같은 월선이의 기구한 삶과 월선이의 피를 빨아 기생하고 사는 억척스러운 임이네라는 캐릭터는 항상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3편의 토지 역대 봉순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이 2대 봉순이 전미선입니다. 배를 타고 떠나는 길상과 서희를 보며, "길상아, 길상아"라며 울던, 젊었던 전미선의 얼굴이 여전히 생생합니다.
봉순이가 사랑했던 남자 길상이, 봉순이를 사랑했던 남자 정석, 이상현(이 사람은 사랑이라기 보다는 단물빨아 먹는 기회주의적인 기둥서방?) 등, 봉순이 인생에 숱한 남자들이 곁을 머물기도 했지만, 결국은 철저하게 고독하게 살다간 비련의 인물, 딸 양현이 하나만을 곡절많은 삶의 흔적으로 남기고 생을 마감한 봉순이는, 서희의 삶만큼이나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던 인물이었죠. 벌써 20년이 넘었는데도 그 얼굴이 생생한 것을 보면, 전미선이 얼마나 큰 인상을 남겼는지, 놀라운 연기였다는 생각만이 드네요. 
그럼에도 전미선은 봉순이, 황진이 어머니, 송강호 애인(살인의 추억), 탁구엄마 미순(이때부터는 전미선이라는 이름을 함께 떠올리기 시작했습니다) 등으로, 이름보다는 캐릭터를 떠올리기가 쉬웠지요. 전미선의 고민거리가 저같은 시청자들 때문이었더군요.

명품배우 전미선, 더이상 흙 속의 진주가 아니에요!
주연들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 더이상 아닌 곳이 드라마나 영화 분야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시청자들은 주연보다는 조연들의 연기에 환호하고, 비주얼보다는 연기력에 찬사를 보내기 시작했는데, 그런 분위기의 선구자 역할을 한 인물이 대표적으로 전미선, 윤제문 등 조연들의 열연때문이었습니다. 주연들에만 집중해서 보는 판도를 바꿔버린 것이죠. 
드라마가 한 두 캐릭터에 의해 완성되는 것이 아니기에, 조연들이 주연을 빛내기도 하고, 조연이 더 빛나버리기도 하는 등, 시청자에게 작품을 감상하는 스펙트럼을 넓혀준 것이지요. 연기자에게 연기 스펙트럼이 있듯이, 시청자에게도 작품을 감상 분석하는 스펙트럼이 있듯이 말이죠. 즉 시청자에게 작품을 보는 눈을 넓혀주었다는 말입니다. 그런데도 한편으로는 이렇듯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이고, 심지어는 주연배우보다 드라마를 돋보이게 한 명품배우들이 대접받지 못하는 현실은 왠지 씁쓸해집니다. 
화제의 중심에 있는 해를 품은 달에서 주연은 아니지만, 주연보다 더 강한 존재감을 품어내는 인물이 도무녀 장녹영과 대왕대비 윤씨(김영애), 영의정 윤대형(김응수), 상선형선 정은표, 그리고 연우의 모친 정경부인 신씨 양미경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모든 사건의 중심에 선 인물 대왕대비와 장녹영은 짧은 씬만으로 드라마의 몰입도를 최고로 끌어올리는 힘, 아우라를 뿜어냅니다.
좋은 연기자는 시청자에게 친절한 설명을 해주는 능력을 갖춘 경우가 많지요. 눈빛연기 하나에도 음흉한 속내를 읽게 한다거나, 대사없이 주고 받는 표정으로도 전쟁을 치르는 듯한 격한 감정선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폭풍눈물이 아니어도 연우 한가인을 애틋하게 쳐다보는 표정만으로도, 대사 이상의 감정을 전달해 주기도 하고 말이지요. 전미선은 그런 배우입니다.
전미선이 나오는 장면에서는 시청자는 눈을 떼지 않고 그녀의 행동거지, 표정, 눈빛, 대사에 집중하게 되지요. 시청자에게 친절한 배우, 그 표정 하나에서도 줄거리가 보이기 때문이에요. 마치 엄마따라 시장에 가서 잠깐 한 눈을 팔면 엄마를 잃어버릴까봐, 불안감을 느끼게 하는 듯한 배우라고 할까요? 전미선의 연기에 한시도 눈을 떼지못하게 하는 흡입력의 이유입니다.
명품조연이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모두 배우일 뿐이라며 선을 긋는 전미선, 그럼 명품배우라는 말은 어떠한가요? 전미선이라는 배우는 흙속의 진주가 아니라, 시청자가 진품으로 감정한, 명품배우라는 수식어를 받을 자격이 있는 빛이 나는 진주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ViewOn)은 로그인 없이도 가능합니다.
다음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구독'을 누르시면 제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모든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하였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 측에 있습니다.
이 블로그를 한RSS에 추가하고 싶으시다면 클릭▶▶▶▶



Trackback 1 Comment 9
  1. 라이너스™ 2012.03.07 10:53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오래간만에 들렀습니다.
    좋은글 잘보고가구요. 멋진하루되셨음 좋겠네요^^

  2. 2012.03.07 13:47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3. 소소한 일상1 2012.03.07 13:48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요즘 전미선이라는 단어만 나오면 저도 모르게 클릭하고 있습니다.^^ 흑주술이 너무 강력한 여운을 남겨서인가 봐요. 앞으로 비중있는 배역을 맡지 않을까요. 기대됩니다.

  4. 2012.03.07 14:16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5. 2012.03.07 14:37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6. 더공 2012.03.07 18:33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저도 봉순이 하면 전미선이었는데..
    세월이 그리 많이 흐른건지.. ㅎㅎ
    토지 나온지 벌써... 25년.. 헉...

  7. 아빠소 2012.03.07 21:2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최고의 찬사를 보내시는군요~

  8. 타라 2012.03.07 22:21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전미선씨는 <토지> 봉순이 시절부터 너무나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단아한 동양 미인 스타일)로 생겨서
    눈여겨 보았는데, 지금까지도 꾸준히 활동하는 모습이 보기 좋네요..
    <황진이> 때도 황진이보다 황진이 엄마가 더 예쁘다는 평이 있었죠~
    <해를 품은 달>에서, 전미선씨의 눈빛 연기는 디테일이 살아 있어서
    매번 인상적이더군요.. ^^

  9. 인애 2012.06.30 00:12 address edit & del reply

    당신의 웹사이트가 아주 좋은 감사 찾기

2012. 2. 18. 08:40




이제 7부능선쯤 넘은 듯싶습니다. 연우의 기억이 돌아왔으니 제자리를 찾아 가는 것으로 나머지 마무리를 해야 겠지만, 연기자 한가인에게도 드라마 캐릭터 연우에게도 가장 힘든 코스가 남았습니다. 산을 오를 때도 대개가 정상을 눈앞에 둔 지점에서 숨도 가쁘고, 몸도 힘들어지듯이 말이지요. 
한가인은 돌아온 기억과 함께 보여준 호평받은 연기의 흐름을 이어가길 바라는 기대치에 부응해야 할 것이고, 연우는 과거보다 더 혹독할 수 있을 시련을 이겨내야 하는 일이 남았지요. 장녹영의 예언을 통해 연우에게는 과거 죽음보다 더 힘들 시련이 닥쳐오고 있음이 암시되었으니 말이지요.
연우를 향해 오는 위기 중 가장 큰 위험은 윤대형이 연우의 정체를 알아내는 일 듯한데요, 아직 윤대형은 연우를 저자에서 마주친 무녀, 액받이 무녀로 들어온 장녹영의 신딸정도로 알고 있지만, 계속해서 연우에 대한 찜찜함을 버리지 못하고 있지요. 연우가 과거 세자빈으로 간택되었던 그 허연우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은 시간문제, 아마도 훤과 비슷한 시기에 알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가올 시련, 능동적이고 강한 연우를 기대하는 이유
연우의 얼굴을 알고 있는 사람은 대왕대비 윤씨, 대비, 중전 윤보경, 그리고 윤대형입니다. 대왕대비 윤씨가 연우를 마주할 기회가 한 번 있었지만, 긴장된 순간에 도무녀 장씨가 가로막아 위기의 순간을 넘기기도 했지요. 훤과 양명, 그리고 상선 형선도 연우의 얼굴을 알고는 있지만, 자신의 과거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기에, 연우를 닮은 무녀 월로 알고 있을 뿐이지요.
의금부에서 고문을 받던 연우의 당당한 눈빛과 마주한 윤대형은 그냥 넘어갈 리는 없을 듯합니다. 예동시절 궁궐의 온실수에 대해 한나라 공강의 고사를 인용해 성조대왕을 흡족하게 했던 모습을 기억해 낼 것은 시간문제, 당시 함께 있던 윤보경은 학문의 깊이가 깊지 않다며, 쪽팔림을 당했던 일이 있었으니 좋지않은 기억은 오래가는 법이니 말입니다.
혼령받이 무녀로 은월각에 들여 보냈으나 살아있었던 연우, 예정대로 서활인서로 다시 내쫓길 듯한데 연우가 어떻게 궁으로 들어오게 될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왕친을 미혹했다는 이유로 음탕할 음(淫)자를 새겨 죄인된 몸으로 내쫓겼으니, 훤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궁으로 불러들이기는 힘들 일이지요. 보쌈이라도 해야 할 듯싶은데, 그 계기가 윤대형이 연우의 정체를 눈치챔과 동시에 진행되지 않을까 조심스런 예측을 해봅니다. 물론 이때는 훤도 월이 연우라는 것을 알게 된 후의 일이겠고요. 괴짜 수사관 홍규태가 열심히 연우의 의문사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고, 훤이 연우를 흑주술로 죽였으리라는 눈치도 챈 상황이니, 사람을 죽일 수 있는 흑주술이라면, 죽은 듯 보이는 주술 또한 있음을, 통밥으로도 알아채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가인의 오열과 함께 기억을 잃어버린 연우가 돌아왔는데요, 한가인이 그동안 연우에 대한 끊어진 감정선을 잘 연결시켜 줄 지에 대한 기대감 증폭과 함께, 연우라는 캐릭터가 어떻게 나올지 또한 궁금한 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아련하고 애틋한 연우의 이미지를 한가인이 굳이 연결시킬 필요는 없다고 보여집니다.
그보다는 똑똑하고 지혜로운 연우로 재탄생했으면 하는 바람인데요, 한가인의 감정연기에 대한 불안감때문도 있지만, 연우라는 캐릭터가 단지 애틋한 그리움의 대상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이 더 크기 때문이에요. 기억상실증으로 얼빵한 연우에 질리다 보니, 이제는 수동적인 연우보다는 능동적이고, 지혜를 겸비한 연우가 되었으면 싶네요.
연우의 운명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사람은 혜각도사와 장녹영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혜각도사보다는 장녹영의 캐릭터가 제게는 마음에 더 와닿습니다. 혜각도사의 경우는 모든 것은 하늘의 뜻이라는 운명론적인 주장을 펼치는 일이 많이 하지만, 신을 모시는 장녹영은 무녀임에도, 인간의 의지가 하늘을 움직일 수도 있다는 믿음 또한 견지하는 인물이기 때문이에요. 
툭 까놓고 훤과 연우가 맺어져야 하는 것이 하늘이 정한 뜻이라면, 인간이 어그러놓은 잘못된 모든 것을 제자리에 돌려놓는 것은 누워서 떡먹기일 겁니다. 하늘의 뜻을 어긴 사람들에게 싸그리 벼락을 내려버리면 될 일 아니겠습니까?  
 "운명을 어찌 사람의 힘으로 막겠는가?"라는 혜각도사의 말에서 작은 바늘 하나도 들어가지 못할 듯한 철저한 운명론을 엿보게 한다면, 장녹영은 하늘의 뜻과 함께 인간의 의지 또한 항상 덧붙였던 인물입니다. 연우를 무덤에서 꺼낸 후 배를 타고 떠나면서도 연우를 보며 이런 방백을 했었지요. "국모의 자리를 되찾든 무녀로 살아가든 이제 저 아이의 몫이다".
장녹영이 옥사에서 연우에게 전했던 말도 같은 맥락이라는 느낌을 받았는데요, 장녹영이 연우에게 절을 올리고는 이렇게 말을 했지요. "아가씨께서는 또다른 시련에 직면하게 될 겁니다. 무엇을 지켜야 하고, 무엇을 버려야 할 지 그 답을 알고 있는 분은 아가씨뿐입니다. 어떠한 진실을 마주하게 되시든 한가지만 명심해 주십시오. 아가씨는 누구보다 강한 분이십니다. 아가씨의 지혜가 옳은 선택으로 이끌 것입니다. 아가씨의 강한 의지가 이겨내게 할 것입니다. 허니 아가씨 자신만 믿고 따르십시오". 
장녹영이 옥사에서 연우에게 당부했던 말은 연우가 기억을 찾은 후의 대사에서도 앞으로 어떤 캐릭터로 거듭날 지를 보여 주었지요. "그 소녀는 이제 다시는 울지 않을 것입니다". 관상감 나대길에게는 은월각에게서 들리는 여인의 흐느낌이 멈출 것이며, 그 혼령을 받아냈다는 무녀의 말로 들렸을 터이지만, 연우에게는 다른 의미였습니다. 자신을 지켜내겠다는 강한 의지가 함축된 말이었으니 말이죠. 수동적이었던 과거 월과는 다른, 능동적이고 의지가 강한 연우로 돌아왔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한가인(연우)의 돌아온 기억, 왜 은월각이었을까? 은월각의 비밀
그런데 왜 연우의 기억이 돌아온 곳이 하필 은월각이었을까요? 연우의 기억이 돌아올 것이라는 복선으로 여겨졌던 봉잠, 그리고 악몽들을 제쳐두고 말입니다. 봉잠이 연우의 기억이 돌아오게 할 열쇠였다고 생각했었는데, 사실 작가에게 뒷통수를 맞은 기분이 들었는데, 여러가지들을 종합해보니 그 의미가 감탄스럽더군요. 
은월각에서 들리는 여인의 울음소리의 정체는 장녹영이나 혜각도사의 주술일 수도 있고, 죽어서도 뱃속의 아기씨만큼은 지켜주겠다고 했던 아리의 혼령일 수도 있지만, 그게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닌 듯하고요, 중요한 것은 혼령받이라는 무속적인 장치를 통해 은월각에서 연우의 기억을 찾게 한 것은, 은월각에 작가가 숨겨둔 비밀과도 관계가 있었습니다.

은월각은 연우가 세자빈으로 간택되어 궁에서 쫓겨나기 전까지 기거하던 곳입니다. 연우에게는 행복과 아픔이 공존하는 곳이었고, 훤에게도 그러합니다.
그런데 은월각에는 특별한 것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악몽을 꾸고 일어난 훤이 운과 함께 바람을 쐬러 나간 곳이 은월각이었는데, 그때 훤이 운에게 은월각에 대해 물었지요. 운이 "숨을 은(隱) 달 월(月), 숨은 달을 의미하는 것 아니겠습니까?"라고 답하자, "비슷하지만 완전히 맞추지는 못하였다"며 훤이 말을 이었지요. 
"아바마마가 연못위에 비친 달이 너무 아름다워 영원히 간직하고 싶으셨다 한다. 달이 뜨지 않는 밤에도 언제든 꺼내 보고 싶으셨다고 하셨지. 해서 이곳을 은월각이라 이름 하셨다. '연못 위에 비친 달을 몰래 숨겨두었다가, 달이 뜨지 않은 밤에 가만히 연못 위로 꺼내어 놓는다'. 그것이 정확한 은월각의 뜻이다. 나 또한 오래전 이곳에 달 하나를 숨겨놓았다. 그리워지면 언제든 꺼내볼 수 있도록 말이지. 보거라, 해와 달이 한 하늘에 담길 수는 없어도, 이 연못에서 만큼은 함께 있지 않느냐?".
연우의 죽음과 함께 은월각은 폐쇄되었고, 조선의 달이 숨어버렸듯 연우의 기억도 봉인되어 버렸지요. 연우가 무녀 월로 궁에 들어오지 은월각에서는 괴이한 울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고, 은월각 앞에 선 연우에게는 어렴풋 봉인된 기억들이 풀려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연우는 훤의 아픈 기억이라고 신기로만 생각해 버렸지만 말이죠.

은월각에 감금된 연우, 이는 은월각의 주인이 돌아온 것과 같은 의미였습니다. 두 사람에게 은월각은 특별한 장소였습니다. 연우와 훤의 추억과 기억이 있는 곳이면서, 훤이 연우에 대한 그리움을 숨겨둔 장소이기도 합니다. 언젠가 혜각도사가 했던 말이 기억나는데요. 강한 그리움만큼 강한 주술은 없다는 말입니다. 
연우에 대한 그리움을 은월각에 숨겨둔 훤, 그 그리움은 강한 주술이 되어 오래 잠들어 있던 연우를 깨어나게 합니다. 같은 하늘에 해와 달이 떴던 그 시각에 말이지요. 해를 품은 달인지, 달을 품은 해인지, 해와 달이 만나는 그 순간, 봉인된 연우의 기억이 풀렸지요. 은월각에 숨겨둔 달이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지요. 해와 달이 함께 들어있는 연못이라는 은월각의 숨은 뜻을 보여주듯이 말입니다. 연우의 기억을 회복한 곳이 은월각이었던 이유는, 단순히 연우가 머물렀던 행복과 아픔의 장소 이상의 의미가 숨어있었던 것이에요.
사방천지가 암흑일지라도 그 안에 달이 차면 그 밝음을 가릴 수 없듯이, 훤이 월에게서 연우를 본 것은 그저 닮아서가 아니었어요. 아픈 연우를 보러 왔던 세자 훤이 말했지요. "나를 알아 보겠느냐? 상관없다. 내가 알아보면 그 뿐이니...", 비록 기억을 잃어버린 무녀였지만, 연우를 알아 본 훤, "내가 알아보면 그 뿐이다"고 했던 그 말이, 이제와서 생각하니 그냥 했던 말이 아니었어요. 햇빛과 달빛과 별빛이 다르듯이, 은월각의 주인 달빛을 알아 본 훤이었으니 말이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ViewOn)은 로그인 없이도 가능합니다.
다음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구독'을 누르시면 제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모든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하였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 측에 있습니다.

이 블로그를 한RSS에 추가하고 싶으시다면 클릭▶▶▶▶



Trackback 1 Comment 4
  1. 아딸라 2012.02.18 12:15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정말 재미있게 적으신 듯 합니다. 흥미롭게 읽었어요 - ^ ^
    트랙백 하나 걸고 갑니다.

  2. 2012.02.18 13:43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3. 지시우맘 2012.02.18 23:42 address edit & del reply

    초록누리님. 오늘도 재미있게 읽고가요. 어쩜 글을 이리도 잘쓰시는지.. 항상 감탄하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