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준 윤제문'에 해당되는 글 3건
- 2011.11.12 '뿌리깊은 나무 7,8회' 베일에 싸인 정기준, 누구일까 (3)
- 2011.11.04 '뿌리깊은 나무 10회' 세종의 마지막 판관이 중요한 이유 (23)
- 2011.11.03 '뿌리깊은 나무' 충격반전, 윤제문(가리온)도 천지계원? (54)
제작진이 함구령까지 내렸다는 정기준의 정체에 대해 많은 궁금증과 추측들이 오가고 있는데요, 그중 가장 설득력있고, 가능성이 높은 인물이 백정 가리온(윤제문)일 듯합니다. 가리온의 호위무사같기도 하고, 가리온이 그의 호위무사같기도 한 의문의 사나이 개파이(김성현) 역시 용의선상에 올릴 수 있는 강력한 후보 중의 한사람이죠.
그런데 윤제문이라는 배우의 존재감과 무게감이 백정의 역할에 그치기에는 화면장악력이 너무 크죠. 곤구망기를 저자에 퍼뜨리고 다니며, 그 얄팍한(?) 학식을 자랑하고 다녔던 한가놈(조희봉)도 용의선상에 올려 놓았지만, 그냥 글좀 읽는 허풍쟁이 양반캐릭터가 더 맞을 듯하고요.
워낙 천한 백정의 역할을 윤제문이 잘 소화를 하고 있기때문에 그를 정기준이라고 의심할 수 없게 하지만, 이 대사를 들은 우리 눈치빠른 시청자들은 곧바로 그 은유적인 말뜻을 파악하기 바빴지요.
정도광과 정기준을 추적해 오던 조말생에 의해 정도광이 반촌에 들어갔음이 발각되었던 날, 악연인지 인연인지 이날 똘복이가 반촌에 불을 지르고 도망쳐 나오다, 정도전의 밀지와 똘복이 아버지 유서가 뒤바뀐 일이 있었지요. 도망치던 정도광은 수십발의 화살을 맞고 죽음을 당했고, 목숨을 구한 윤집사가 아들 윤평과 정기준에게 정도광의 죽음을 알렸죠. 복주머니 주인을 반드시 찾으라는 말을 하면서 말이지요.
화살 수십발을 맞고 죽었다는 말은 정도광의 죽음과 일치하고, 도적이라는 표현은 정기준이 과거 세종에게 했던 말과 일치했지요. "네 아비(이방원)는 삼봉의 조선을 훔친 도적이며 살인자다" 라고 했던 말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쉽게 정기준의 정체를 노출시킬 제작진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 가리온(윤제문)이 조선에서 가장 천하다는 백정이라는 사실입니다. 감히 사대부가 칼을 쥐고 짐승을 도축하는 일은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요. 더구나 밀본의 본원께서 말입니다. 또한 시체검안에서는 조선최고라는 말처럼, 사대부가 죽은 시신에 손을 댄다는 것은, 그들이 목숨처럼 받드는 공맹의 도에 심히 어긋나는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리온은 용의선상에서 자연스럽게 빠져나갈 빌미가 되기는 하죠.
그러나 와신상담(臥薪嘗膽), 절치부심(切齒腐心)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가리온이 정기준일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또한 비록 모든 사람들에게 허리를 굽혀 예를 취하기는 하지만, 천한 백정치고는 그가 상당히 학식이 있고, 배운 티가 난다는 것이 그를 강하게 의심하게 합니다.
아버지가 화살꽂이가 되고, 일가족이 멸문지화를 당한 정기준에게는 이방원은 죽이고 싶은 원수였을 겁니다. 하지만 글을 내세운 분들은 원수를 갚겠다고, 똘복이처럼 직접 칼을 들이대지는 않지요. 권력을 가진 자에게서는 권력을, 부를 가진 자에게서는 부를 빼앗아 더 잔인하게 복수를 하지요.
왕을 단지 화려한 꽃일 뿐이며, 꽃이 부실하면 꺾어버리면 그만이라고, 재상체제를 세우기 위해 밀본이라는 비밀조직까지 만들었던 정도전 일가의 소생이라면(아, 물론 드라마상 이야기입니다), 짐승을 도축하고 시신에 칼을 대는 일도 하며 와신상담했으리라는 것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일이지요. 더구나 어린 정기준의 어린 시절 성정을 보면, 독기가 폴폴 넘쳤던 인물같아 보였으니 말입니다. 물론 정기준의 아역배우의 연기미흡때문에 이런 인상을 남겼을 지도 모르겠지만, 여튼 썩 좋은 인상은 아니었죠.
그리고 어린 정기준의 얼굴과 윤제문의 얼굴형을 보니 상당히 닮은 구석도 있더군요. 넙대대하고 쌍커풀없는 모습은 싱크로율이 상당히 일치합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조말생이 세종 이도에게 보여준 암행록에 그려진 정기준의 용모파기를 보니, 싱크로율 거의 100% 일치되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용모파기에 그려진 귀와 윤제문의 귀였습니다. 부처님 귀처럼 크게 늘어진 모습이 상당히 비슷하더군요. 별걸 다 가져다 붙인 것 같죠?ㅎㅎ
정기준의 몽타주는 하나의 단서일 뿐이지만, 저는 지난 회 세종의 독백을 들으며, 순간 또다른 사람을 떠올렸습니다. 강채윤이 이런 말을 했었지요. "그만큼 절박했고, 그만큼 분노했고, 그만큼 외로운 결심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세종의 방백이 이어졌지요. "그만큼이었구나, 노비 똘복의 결심은...."
20여년이 흐른후 밀본의 3대 본원임을 알리며 등장한 정기준, 정기준도 강채윤이 절치부심, 와신상담하며 궁으로 들어온 그 강한 결심과 다르지 않습니다. 강채윤보다 더 오랜 세월을 칼을 갈아온 정기준입니다. 멸문지화를 당한 정기준은, 정기준이라는 이름으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유배의 시간을 보내야 했지요. 태종과 조말생이 끈질기게 그를 추적했었기에, 조선에서 발붙이고 살아남기는 어려웠고요. 역적인데 살려둘 리가 없죠.
그러나 알게 모르게 이방원의 칼의 정치를 혐오한 사대부나 조정대신들은 입밖으로 내서는 안되는 이름 정도전을 흠모하고 따랐으며, 정신적 지도자로 숭배하고 있었습니다. 무언록을 편찬했다는 이세영도 그쪽이었을 듯합니다. 그래서 정기준을 중국으로 데려가 살렸다고 보여지고요.
또 하나의 가정은 가리온과 이방지(우현)의 관계입니다. 출상술을 통해 윤평이 강채윤과 마찬가지로 이방지의 제자였음이 드러났고, 윤평은 수하에게 이방지를 수소문하라는 명도 내렸지요. 그리고 더 의심스러운 점은 건익사공이나, 대침으로 사람을 죽이는 방법을 가리온이 정학하게 알았다는 점입니다. 허담의 사인을 밝히는 과정에서 건익사공을 아는 자의 소행이라는 말을 하기도 했는데, 북방오랑캐에게 들었다는 것치고는 너무 허술한 대답이었죠. 시체가 검안소에 왔을 때 옷깃에 물이 묻어있었다는 말도 과장이 심했고요. 물 한바가지를 들이부었다면 모르겠지만, 거의 한방울로 비강을 막아 죽이던데, 옷깃을 적실 정도의 물을 흘렸다는 것도 이상하죠.
그런데 가리온은 너무나 정확하게 그 사인을 집어 냅니다. 윤필학사의 주검을 보고도 한방에 머리 뒤에서 대침을 뽑아냈지요. 물론 시신의 상태를 보고 추측을 했을 수도 있지만, 너무 귀신같지요. 이는 살해의 방법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일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습니다. 집현전 학사를 죽인 윤평은 이방지로부터 배운 방법을 사용했고, 이방지와 가리온, 윤평이 서로 연결되는 인물이라면, 가리온은 윤평이 살해한 방법을 시신의 상태만으로도 유추해낼 수 있었을 거라는 말이죠.
또 하나 이방지는 조선제일검 무휼에게 유일하게 패배의 상처를 준 인물입니다. 이방지와 무휼은 왜 싸웠을까요? 이는 이방지가 무휼과 적대적 관계에 있었음을 의미하고, 확대해석하면 이방지는 이방원의 사람이 아닌, 정도전의 사람이었을 거라는 점입니다. 이 가정이 맞다면 이방지-가리온-윤평이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고요.
20여년전 이신적(안석환)에게 사람들 틈으로 숨어들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진 정기준, 그는 철저하게 신분을 감추고, 말투도 바꾸고, 가장 의심하기 힘든 사람으로 숨어들어 있었던 것이죠. 도담댁이 있는 반촌, 백정이라는 신분은 정기준을 감쪽같이 감출 수 있었고, 굳이 밤이슬을 맞아가며 숨어다닐 필요도 없을 것이고요.
정기준이 가리온이라면, 시청자들의 예측에도 불구하고 정말 충격적인 반전입니다. 똘복이가 이도를 죽이겠다는 일념으로 한 길을 걸어왔듯이, 세종 이도가 문이 통치하는 조선, 백성을 근간으로 하는 조선을 만들겠다고 한 길을 걸어왔듯이, 정기준은 백정이 되어서까지 재상중심의 조선을 꿈꿨던 정도전의 조선을 되찾겠다고 한 길을 걸어왔기 때문입니다. 세 사람이 닮아있지 않나요? 그만큼 절박했고, 그만큼 분노했고, 그만큼 외로운 길을 어쩌면 이 세사람은 각자의 방식으로 걸어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만약 가리온(윤제문)이 정기준이 맞다면 말이죠. 그리고 눈여겨 볼 재미있는 구도는 이 세사람이 큰 틀의 조선이라는 거예요. 똘복이-백성, 정기준-양반사대부, 이도-왕이라는 큰 틀말입니다. 이 부분은 다음 글에서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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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반전, 가리온(윤제문)이 정기준이었다니....
뼈속까지 양반사대부인 그가 조선에서 가장 천한 백정의 신분으로 위장하고, 절치부심 와신상담의 길을 걸어왔던 것에서, 그의 참혹하고 외로운 길이 강채윤과 세종 이도의 그것과 같았다는 글을 참 정성스럽게도 썼는데, 제작사측이 없애버렸군요.
이런 정리글이 삭제되어 참 분통이 터지네요. 이런 분석을 하기 위해서 얼마나 드라마를 꼼꼼히 모니터링을 해야 하는지를 안다면, 그렇게 쉽게 저작권 침해라는 횡포와 행패에 가까운 행위로 싹둑 잘라 내버리지는 못할텐데, 개인적으로 마음이 불편하네요. 그외에 뿌리깊은 나무와 관련된 대부분의 리뷰글이 삭제조치로 블라인드처리되어, 지금 제 마음이 제 마음이 아니랍니다. 협조를 구해 다시 글만 복원하는 방법을 찾아 다시 복구는 해보겠지만, 영 씁쓸하네요.
앞으로는 글을 올리고 하루 뒤에 인용한 사진자료들은 다 삭제할 생각입니다. 사진없는 글이 드라마 리뷰를 보는 감흥을 떨어뜨리기는 하겠지만, 글 자체를 없애버리는 처사에 이렇게 대처할 수 밖에 없음을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왜 뿌리깊은 나무만 저작권 침해라는 이유로 삭제조치를 하는지 이해가 안되네요. 천일의 약속은 그대로 두었던데 말입니다. 이는 SBS측보다는 제작사가 가위를 들고 있는 것같아 보이는데, 음,,,제작사 상당히 얄밉군요. 제가 인용한 사진으로 책받침을 만들어 팔아먹는 것도 아니고, 떡을 쪄 먹을 것도 아닌데... 다른 블로거의 글들은 무사한지 모르겠지만, 제 글은 지난 글들 모두 대부분 블라인드 처리되어 제가 표적이 되었나 하는 생각마저 드네요. 속이 쓰려서 화풀이 좀 길게 했습니다ㅠㅠ.
남사철에게 놀아난 세종과 강채윤, 그리고 정기준 가리온
세종도 정기준도 강채윤도 시청자도 남사철의 자작극에 놀아난 꼴이 되고 말았는데요, 남사철은 철저하게 사대부의 기득권을 지키고자 했던 꼴통 사대부였군요. 가부조사를 나가지 않으려는 남사철의 오줌 잘금거리는 공포심에서 비롯된 어마어마한 거짓말이 밀본의 본원을 드러내게 하고, 세종과 강채윤을 교묘하게 속이기 까지 했으니 말이죠. 가리온을 구출하기 위해 파옥을 단행하는 거사를 일으켰다면, 정기준이 정체가 세종과 강채윤에게도 들통이 났을텐데, 결국 소이와 강채윤, 세종이 합심해서 가장 큰 적을 구해낸 꼴이 되었으니, 일이 골치아프면서도 재미있게 되버렸습니다.
그나저나 공포를 읽을 수 있느냐는 세종의 알송달송한 말을 채윤이 풀어가는 모습은, 그의 동물적 감각이 놀랍기만 했지요. 세종이 무휼에게 넌 못알아 들었잖느냐며 면박을 주고, 무휼을 뻘쭘 창피하게도 했지만, 저도 세종의 공포를 읽을 수 있느냐는 말이 처음에는 남사철 사건에 어떤 힌트였는지 이해를 못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순간 세종은 머리를 잡고 큰 실수를 깨달았지요. 세종을 정신 번쩍 들게 한 것은 풍설이라는 단서였지요.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는 말이 있듯이, 세종은 심온대감이 밀본이 아니었음을 확신했었고, 심온대감을 제거한 것이 왕권에 대항하는 밀본에 놀라, 힘을 가진 모든 세력은 숙청해 버렸던 이방원의 공포심에서 비롯된 것이었음을 깨달은 것이지요. 근자에 일어난 해괴한 일들을 밀본의 짓이라고 믿어버린 이도 역시, 아버지 이방원에게 잠재해 있던 같은 공포심에 사로잡혀 있었음을 깨달았던 것이지요.
아니나 다를까 강채윤의 함정수사에 말려든 남사철은 조말생 대감과의 협공으로 붙잡혔고, 그는 밀본도 뭣도 아닌 찌질이 겁쟁이였음이 밝혀졌습니다. "이런 우라질 같은 놈이 다 있단 말이냐!", 세종의 한마디가 그를 정리해 주더군요.
세종은 가리온을 구명하기 위해 소이에게 겸사복 강채윤을 만나라고 하지요. 가리온의 무죄를 밝혀달라는 소이의 청에 강채윤은 냉소적입니다. 사건 당일 소이는 어명을 받고 가리온을 만났었고, 세종의 밀명이 드러나서는 안되기 때문에 가리온을 구명하려 한다고 생각하는 채윤이었지요. 국가 대사를 위해 천한 목숨이 필요한 것이 아니냐고 비꼬는 채윤에게, 소이는 어린 시절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요. "왜 때죽나무와 산조인을 섞어 먹느냐 하셨죠? 어린 시절 나의 치기로 아비와 사랑하는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전하의 대사는 전하의 것만이 아닙니다. 저의 것이기도 합니다. 저도 자고 싶습니다. 벗어나고 싶습니다. 구해 주십시오".
자신과 같은 마음의 병을 앓고 잠 못이루는 소이, 채윤은 그녀의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을 봅니다. 애틋하고 가련하고 고통스러워 하는 그녀를 말이지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기에 여전히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는 두 사람이지요. 나인 소이가 어린 시절 시집오겠다던 담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강채윤은 얼마나 놀랄 것인지, 서로를 죽은 줄만 알고 있던 두 사람이 언제쯤 서로를 알아볼 수 있을지....
잠시 상념에 잠긴 듯하더니 세종 이도가 입을 열었지요. "아주 오래 전에 내가 왕이 외었을 때, 모두가 내게 대의로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거라 했다. 또한 왕은 그래야만 한다고 했고...헌데 내가 대의로 한 것을 두고, 어떤 놈이 '지랄하고 자빠졌네'했다. 그 자가 바로 강채윤이다. 내가 가장 무서워 하는 자지만, 가장 믿을 수 있는 자가 아니더냐, 그래서 그 자다. 또 한 명의 판관, 가장 무서운 자, 나에게서 가장 멀리 있는 자".
세종의 마지막 판관이 중요한 이유
세종 이도와 정기준의 차이는 그들을 지탱하는 뿌리의 다름입니다. 정기준은 정도전의 밀본지서를 금과옥조로 삼고 사대부들을 뿌리로 세우려 했고, 세종은 똘복이와 같은 백성이 뿌리가 되어 자신을 지켜주기를 바랐습니다. 한글은 세종이도가 백성에게 가는 길이었습니다. 백성을 얻는 방법이었고, 백성을 받드는 길이었고, 백성을 위하는 길이었습니다. 세종이 그 오랜 시간 비밀조직 천지를 이끌면서 집현전 학사들에게 조차 실체를 밝히지 않고, 홀로 외로이 걸어왔던 길, 백성에게 향하는 길이었지요. 그것이 세종의 대의였습니다.
정기준이 가리온이었음이 밝혀졌을 때, 예상은 했지만 아이러니한 그의 모습에 고개가 갸웃거려지더군요. "백정의 목숨은 파리새끼 버러지 목숨입니다"라고 했던 말이었어요. 진심에서 나온 말이었을지, 궁여지책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사탕발림이었는지 모르겠어서 말이지요. 국가를 왕-사대부양반-양민-천민 등 철저한 신분계급에 따라 성리학의 질서를 대입시켰던 것이, 이들 유학을 숭배하던 성리학자들 아니었습니까. 신분을 감추고 백성들 사이에 몸을 숨긴 정도전이 반촌에 숨어든 것은 공자의 사당이 그곳에 있었고, 성리학의 요람이자 성지이기 때문이라는 설득력은 있지만, 천민들이 모여사는 상징적인 공간이었다는 것에서 이율배반적이지요. 사람 취급하지 않은 천민들 속으로 숨어들었다는 점, 과연 정기준은 그들 속에서 살아오면서, 그의 성리학적 세계관에 변화는 없었을까가 자못 궁금하기만 합니다.
세종 이도가 소이에게 강채윤을 가장 무서우면서 가장 믿을 만한 자이며, 가장 멀리있는 자라고 했지요. 강채윤은 돌복이로 대변되는 세종의 백성을 상징하겠지요. 임금이라는 자리는 백성의 말을 가장 무서워 해야 하는 자리이며, 백성의 믿음 위에 서야 하는 자리입니다. 그러나 말 그대로 가장 멀리 떨어져 있기도 하지요. 임금과 가장 멀리있으나 가장 무서운 자, 백성을 두려워 하는 것은 백성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 못지않게 군주가 지녀야 할 기본덕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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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소 2011.11.04 09:26
열혈독자의 한사람으로 누리님의 속상한 마음에 저도 마구마구 신경질 납니다..ㅌㄷㅌㄷ
사진이 않된다면 글이라도 꼭 되찾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소희의 독백에 참 울컥했습니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흔들림을 굳게 믿은 세종님이 자랑스럽습니다.
그리스의 구제금융 사태를 보면서...
사연이야 어떻든 우리가 맞은 IMF 때를 생각하게 하더군요...
후유증은 좀 오래 남았지만 국민 모두 금이라도 모아서 빚부터 갚아보자고
힘쓰던 뿌리들의 힘을 말이지요...
집현전부터 없애버리자는 정기준...결국 세종님의 신념이 옳다는 것이 입증되겠지요...
힘내세요...누리님!!! -
river 2011.11.04 12:23
이미 창제되어 있는 한글에 유일하게 미진한 부분이 '후음'이라는 것과 가리온의 직업이 '백정'이라는 점이 절묘한 장치가 아닐까 싶습니다. 한글창제와 세종대왕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이걸 어떻게 아셨을까? 상상으로 될 성질이 아닌데'라며 궁금해 했었더랬습니다. 후음을 실제적으로 알 수 있는 사람이 '백정'이었을테니 참으로 절묘한 장치겠지요. 게다가 '내가 너무나 무서워하는 판관'이라는 왕의 말은 '이미 알고 계셨구나'라는 짐작도 해보게 합니다. 참 오랫만에 명품 드라마를 보고 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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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10 2011.11.04 14:07
공자의 사당이 아니라 문성공 안향의 사당이 아닌지요....조선에 성리학을 들여온 분....
그리고 세종은 왕권과 신권의 대립이 아니라...백성들로 부터 올라오는 민주주의와 신권에 의한 독재의 대립인 것 같습니다. 세종은 백성들의 생각과 의견을 말뿐만 아니라 글로서도 듣기를 원했고 그것을 정책에 반영하고자 하였으나 사대부들은 그것을 끝까지 반대하면서 자기들의 권력을 강화하고자 하였으니 말입니다. 세종, 문종까지..보면 왕권을 강화하는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항상 신하들에게 묻고 맞기고 아니라면 계속 다시...하는 그런 모습이죠. "믿었으면 맡기고 맡겼으면 의심하지 말라"고 하였으니깐요. 그런상황에서 세조가 결국 왕권을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반정을 일으키는데...결과는 왕권이 그 이후로 계속 약화되는 모습만 보이게 됩니다. 결국 세종의 민본주의가 가장 강한 왕권강화의 방법이기는 하다 생각됩니다. -
뷰티살롱 2011.11.04 17:04
저도 요즘 SBS의 저작권 시비로 몇개의 글을 블라인드 되었는데, 다른 유명 연예블로거님들은 '화면캡처를 그냥 사용하네?'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드랬어요. 지난 무사백동수 글 포스팅 5~6개를 몽땅 블라인드 되어서 속상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해서 <뿌리깊은 나무> 시청하면서도 아예 포스팅 하지 않고 있는 1인이랍니다. 간만에 한개의 글을 포스팅하기는 했는데, 아마도 다음주경에는 다시 저작권침해로 블라인드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저작권 저작권 뜻을 알고 하는 짓거리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 글 잘읽고 동감하는 바예요~~ 즐거운 하루 되세요^^
"이것은 모두 우리의 소리들이다. 그렇다, 나는 우리의 글자를 만들고 있다. 우리의 소리를 딴 우리의 글자...". 우리의 글자라고 힘주어 말하는 한석규의 대사에 가슴이 울컥하고 뜨거운 것이 올라오더군요. 그냥 그렇게 눈물이 핑글 돌았네요.
유학을 학문과 사상의 뿌리로 삼아온 성삼문과 박팽년의 반발에도 세종 이도는 그럴 줄 알고 있었다는 듯이, 침착하게 그들의 말을 듣고 있었습니다. 만면에 미소를 띈 채 말이지요.
***막간을 이용해서 한 마디, 박팽년(김기범)의 그 오만 인상 쓴 얼굴, 클로즈업될 때마다 너는 왜 그런 표정이냐? 소리가 나온다는;;;
세종은 강채윤에게 밀본의 수사를 일임하고, 성삼문과 박팽년에게 우리 글을 만들고 있다는 비밀을 폭로한데서 그치지 않았지요. 또 하나의 무리수가 있다며 소이의 의견을 묻는 세종입니다. 소이는 가리온을 언급했고, 세종은 소이에게 반촌으로 가라는 명을 내렸지요. 무휼이 "가리온을 그만큼 믿으시옵니까?"라고 세종을 만류하려 했지만, 소이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고, 해야 하는 일이라며 세종과 뜻을 같이 하지요.
경고장에는 "금상이 벌이는 패역한 일에 관계된 모든 사람을 죽일 것이다"라고 씌어 있었지요. 그런데 경고장과 함께 남겨진 칼은 놀랍게도 백정 가리온의 칼이라는 것이 밝혀져, 가리온은 의금부에 추포를 당하게 되지요. 무조건 몽둥이질을 하는 의금부 관원들의 칼을 빼앗아 위협하고 달아난 가리온(윤제문), 강채윤이 가리온을 붙잡아 밀본이냐며, 그 근거들을 댑니다. 지난 밤 남사철의 집에 갔다는 점, 강채윤의 방을 뒤졌다는 점, 그리고 증거물 칼이 가리온의 칼이라는 것이 근거였지요.
그러나 뒤이어 닥친 의금부 관원들에게 몰매를 맞으며 실신한 가리온은, 채윤의 눈앞에서 의금부로 추포당하고 말지요. 분노로 일그러지는 강채윤, 그리고 또 한 사람이 분노로 일그러졌습니다. 세종 이도였지요. 소이에게 무엇인가 명을 전했던 직후의 일이었기에, 세종은 붓을 던지며 당혹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지난 글에서 가리온 윤제문이 정기준이 아닐까, 몇가지 의심가는 정황들을 정리해서 글을 올렸는데, 이번회를 보면서 가리온이 정기준이 아닐 것 같은 생각이 강하게 들더군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정기준의 정체, 사실 이번회도 가리온이 정기준일 가능성을 암시하는 대사가 나와서, 직접적으로 설명을 해주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제작진이 이렇게 쉽게 가리온이 정기준이라고 알려줄 것 같지는 않아 보이더군요. 뒷통수를 치는 반전을 준비한 듯합니다. 양반 종자일 뿐인 한가놈(조희봉)도 수상한 인물로 부상되었고 말이지요. 여하튼 정기준이 누구인지 궁금한데, 10회에서는 속시원하게 밝혀지는 건가요?
손톱만한 재주는 그가 정기준이라고 가정하면, 그의 글재주를 말하는 것이겠지요. 정기준은 어린 유생시절 과거장에서 "꽃은 꽃일 뿐 뿌리가 될 수 없다"는 정도전의 말을 써서 풍지풍파를 일으키고, 가문이 몰살당한 일이 있었지요. 도적들한테 아비가 수십발의 화살을 맞고 죽었다는 얘기와 함께 꿰맞춰 보면, 가리온이 정기준일 것이라는 암시는 충분한 셈이죠. 저 역시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이번 회를 보면서는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런 정황들을 종합해 보면, 가리온은 세종의 밀명에 따라 어떤 임무를 수행하는 천지계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이상한 점은 가리온은 시신을 검안하면서 별 희안한 사인은 다 맞추고도, 천지계원임을 말해주는 자문(문신)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강채윤도 발견할 수 있었던 문신을 가리온이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나요? 자신도 같은 문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요? 윤제문, 가리온이 천지계원이라면 정말 충격반전 중의 충격반전일 듯합니다. 물론 제 개인적인 추측과 상상입니다. 만약 맞았다면 돗자리 깔아야 할까봐요^^
파리목숨 취급당하는 천한 백정이 우리글 창제에 함께 하고 있었다는 것, 세종이 말하지 않았던 세번째 무리수란 이것을 말함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요.
가리온은 정기준이 판 함정일 것 같습니다. 세종의 주변인물을 감시하는 정기준이 밤중에 소이가 가리온을 찾아온 것을 의심하고, 가리온에게 올가미를 씌워 세종에게 경고를 한 것이라고 볼 수 있지요. 한편으로는 밀본에 대한 수사를 교란시키기 위함이기도 하고요. 남사철을 협박하고 간 괴한의 팔찌가 윤평임을 보여주는 것으로 보아, 심종수에게는 도담댁이 모른다고 말했지만, 정기준의 지시였을 것이라 보여집니다. 심종수는 어째 팽당한 느낌이죠? 표나게 설레발을 치고 다녀서, 정기준에게 찍힌 듯 싶기도 하고 말이죠.ㅎ
문자를 만드는 것이 역사를 거스르는 일이라고 반발하는 성삼문과 박팽년, 그들 앞에 펼쳐진 세종 이도의 청사진은 그들을 어떻게 변화시킬까요. 그리고 성삼문과 박팽년, 또한 보게 되겠지요. 중화의 역사를 벗어난 새로운 자주 조선, 우리의 역사를 만들고자 하는 세종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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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명의 판관은,, 2011.11.03 12:40
정기준이 아닐까합니다.
세종이 예전에 아버지의 조선엔 정기준이 없어야하지만 자신의 조선엔 정기준이 꼭 필요하다고했고 끝없이 그를 찾으려하죠. 이방원은 힘으로 왕이 뿌리임을 내세우려 한사람이고 밀본의 수장인 정기준은 신하가 뿌리이며 왕은 그저 꽃일뿐이라고하지만 세종은 왕도 신하도아닌 '백성이 뿌리'라 믿습니다. 그렇게 소중한 백성이 글을 몰라 처참하게 이유없이 죽고 이용당하고 핍박받는 삶을 벗어나기위해선 글을 깨우쳐 똑똑하게 자기 스스로를 보호할수있어야하는데 한문은 너무 어려우니 그들이 손쉽게 배울수있는 우리의 소리를 있는 그대로 담은 우리만의 '언어'를 만들지요. 그래서 마지막 판관인 정기준에게 칼이아닌 '우리의 소리'로 설득하고싶은겁니다.
조선의 뿌리는 왕도 신하도아닌 '백성'임을,,,,,,,,,,,
여기까지 그냥 제 생각을 담은 소설이었슴당ㅋㅋㅋ -
ㄷ 2011.11.03 15:41
남들에게 보여 주는 블로그질에서 텔레비 프로그램 설명 , 연애인 한 짓거리 설명 . 대단한 고고학자 내지 기호학자 ,철학자 나셨다 . 아니면 cia의 연애인 분석가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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