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화 육군참모총장'에 해당되는 글 1건
- 2009.10.28 '선덕여왕' 미실의 난과 짓밟힌 서울의 봄 (29)
선덕여왕 46회 리뷰글은 신라시대와 우리 현대사를 넘나드는 글이 될 것 같네요.
무력한 진평왕도 미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아요. 여태까지 권력을 주물주물 해왔는데, 왜 이제서야 왕의 자리를 노리느냐고 묻지요. 다 늙어서 말이에요. 게다가 꿈도 꾸지 않고 있다가 이제와서 너답지 않게 남의 꿈을 빼앗으려는 치졸함까지 보이느냐고요. 이에 미실은 평생 살아오며 여왕이라는 꿈이 가장 탐난다며 칙서를 가지고 나가버립니다.
모름지기 자리라는 게 주인이 있는 법, 저러다 천벌받겠지 싶더라고요. 좀 근사하게 흥분을 가라앉히고 말을 했으면 그래, 까짓것 3일천하라도 실컷 앉아봐라 하고 싶었는데 체통버린 미실은 아마 지금부터 살짝 미치광이가 돼가는 것 같아보입니다. 하긴 죽을 각오로 칼을 뺐는데 이판사판이겠지요. 미실도 생각해 보면 억울함이 많은 불쌍한 여인이에요.
미실이 말하지요. "니들이 허수아비처럼 가을벌판에 서있다가 사리사욕이나 채우고,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다닐 때, 나 미실은 진흥제, 진지제 수발들고 지금의 황제까지 보필하며 신국을 지켜왔다. 폐하의 유일한 혈손? 고귀한 혈통? 그것이 신국을 지켜왔느냐? 아니야. 이 미실이 온마음과 온몸을 다해 신국을 지켜왔느니라" 라고요. 그리고 이제부터는 혈통에 대해, 성골에 대해 다시는 말을 하지 않는게 현명할 거라며 엄포를 놓습니다. 만약 말한다면? 그야물론 개죽임 당한다는 뜻이지요.
그런데 미실에게는 계엄령보다 시급한 것이 있지요. 미실의 가장 큰 걸림돌 덕만공주를 잡는 것이지요. 덕만공주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잡아 죽여야 하거든요. 덕만공주에게 역모를 씌워봐야 미실에게는 크게 도움은 못되지요. 여전히 혈통과 골품사상이 뿌리 박힌 신라에서 덕만공주는 그 자체로 황실의 상징이니까요. 그래서 미실은 반드시 덕만공주를 죽여야 하고 신료들에게도 더이상 혈통이니 성골이니 해서 덕만공주를 두둔하면 죽여버리겠다고 한 것이었고요.
드라마 선덕여왕의 미실의 난 과정을 보면 12.12 사태와 너무 닮아있어요. 1979년 10.26일 삽교천 개막식에 참석한 후 궁정동에서 만찬 도중 김재규의 총성에 간 박정희 공화국이 무너지고 당시 최규하 국무총리가 대통령직을 맡고 비상시국이 선포되었지요. 박정희의 죽음은 독재의 서슬에 눌려있던 한국에 그야말로 오랜만에 민주화 봄이 찾아오게 했지요. 정치권은 갑작스런 상황에 혼란스러웠고 분열의 조짐이 일기 시작합니다.
이런 혼란스런 상황 속에서 일어난 것이 전두환 신군부에 의한 12.12사태였어요. 12.12사태는 하나회를 이끌고 있던 전두환이 군의 정치참여를 금지하는 군내부개혁이 일어나자 불만을 품고, 당시 최규하 대통령의 재가 없이 육군참모총장 정승화 계엄사령관을 불법으로 강제연행하고, 장태완 수도경비사령관을 체포하면서 군사쿠테타에 성공을 했던 사건이었습니다. 이후 전두환 합동수사본부장은 최규하 대통령에게 정승화 육군참모 총장의 체포와 연행에 대한 재가를 요구했지만 최규하 대통령의 거절로 뜻을 이루지는 못했습니다. 이후 전두환 신군부는 정승화 참모총장을 군사재판에 회부, 징역 10년을 구형하고 장태완 수방사령관 등 반대세력을 예편시켜 버렸지요. 방송, 언론, 군을 장악한 신군부는 이듬해 1980년 5.17일 비상계엄을 전국에 선포하면서, 서울의 봄은 짓밟혀 버리고 5공화국의 서막이 시작되었습니다. 여기에 항거하여 일어난 것이 5.18 광주 민주화운동이었고요. 그러나 역사는 서울의 봄 편이 아니었지요. 그렇게 우리는 민주화의 봄을 잃어버렸습니다. 군사쿠테타는 수많은 목숨을 희생시키면서도 성공을 해버렸으니까요. 기억나는 대로 두서없이 요약하였는데 정치적인 의도는 없어요. 미실이 난을 일으키는 과정과 너무 흡사하다는 생각만 했을 뿐이에요.
미실이 덕만공주를 추포하라는 방을 붙였듯이 덕만공주도 벽서를 붙이고 조정 신료들에게 사실을 알립니다. 군사정변을 일으켜 폐하를 연금하고, 불법으로 옥새를 강탈한 미실을 추포하라는 내용입니다. 물론 이것을 보고 미실을 잡아들이겠다고 미실궁으로 쳐들어갈 바보는 없겠지요. 덕만공주가 노리는 것은 민심의 동요와 조정신하들이 돌아가는 정국에 대해 의심을 품게 하려는 것이지요. 그리고 덕만공주는 서라벌에 병사를 집결시킨 주진공을 찾아가 왕권을 찬탈하려는 미실의 의도를 알려주며 거래를 합니다. 주진공도 반신반의하지만, 편전회의에서 미실의 태도를 보고 알아챘으니 덕만공주 편으로 돌아설 것이라 생각됩니다. 주진공도 지금 미실에게 당해버렸거든요. 병력을 집결시키게 하고는 모든 군사행동이나 무기소지를 불법으로 금한다고 하니, 주진공의 병력은 무기를 자진 반납하고 고향앞으로 가게 생겼으니 주진공도 양자결단은 내려야 겠지요. 해산시킬 것인지 군사를 이끌고 덕만공주에게 힘을 실어줄지를 말이지요.
소화유모! 제발 칠칠맞게 옥새를 흘려버리듯이 서찰 흘리지 않게 간수 좀 잘해요. 왜 자꾸 꺼내서 가슴팍에 안고 있는지, 그러다 또 떨어뜨려서 비담이 읽게 하려고 하는 의도인가요? 애 태우게 하지 말고 한 번 쫙 펼쳐 보여주기라도 하든지.. 불안스럽게 가슴팍에 안고 있는 이유는 뭐래요?
저는 드라마를 보면서 이 혼란스런 정국을 주도한 실체가 누구인지, 그리고 미실과 덕만공주가 동시에 붙인 방을 보며 동요하는 화랑들을 보며 학창시절로 돌아가 봤습니다. 80년 신군부의 등장에 학생과 시민들은 불안해 했어요. 기나긴 장기 독재가 끝나고 민주화의 봄바람이 불기 시작했는데 상황은 급변해 버렸었지요. 그 무서운 음모에 맞서 도청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집결했고, 신군부의 의도에 저항했었고, 피흘리며, 총에 맞아 죽어갔던 일들.. 그 때의 상황과 신라가 놓인 상황이 너무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명분과 대의에 목숨을 건 화랑들이 깃발을 들고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80년 광주에서 그랬듯이요.
물론 역사는 되돌릴 수 없지요. 미실의 난은 실패할 것입니다. 실패하는 미실의 난을 통해 드라마에서라도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다시는 되풀이 되지 말아야 할 교훈으로 미실의 난을 통해 짓밟힌 서울의 봄, 우리 현대사의 아픔을 얘기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블로그를 한RSS에 추가해보세요! 클릭-->![]() 글이 마음에 드셨다면 잊지마시고 아래의 추천손가락도 꾹~ 눌러주시는 센스! ^^ |
'종영드라마 > 선덕여왕'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선덕여왕' 덕만공주가 호랑이굴로 들어 간 이유 (30) | 2009.11.03 |
---|---|
'선덕여왕' 비담에게 남기는 미실의 유언 (55) | 2009.11.02 |
'선덕여왕' 미실의 난과 짓밟힌 서울의 봄 (29) | 2009.10.28 |
'선덕여왕' 돌아온 카리스마 비담, 덕만 두번 구하다 (69) | 2009.10.27 |
'선덕여왕' 설원공이 미실에게 준 빨간서첩의 비밀은? (94) | 2009.10.21 |
'선덕여왕' 춘추의 굵은 눈물, "어머니, 나의 어머니" (28) | 2009.10.20 |


- 이전 댓글 더보기
-
하얀 비 2009.10.28 09:48 신고
역사가 역사로만 존재하면 무슨 가치가 있을까요. 역사를 통해 현재를 돌아보고 또한 현재를 비판하는 힘을 갖게 하는 것. 그것이 역사의 가치라고 생각해요. 선덕여왕이 지나친 역사왜곡의 측면도 있지만, 그런 왜곡을 커버하고도 남을 만큼의 문제 의식을 담아내고 이를 너무나 재미있게 풀어낸다는 점은 칭찬받을 일인 듯해요.
덕만이 좀 오락가락하는 건 아마도 성장통이지 않을까..스스로 합리화시켜 보고요.ㅋㅋ
그나저나 정말 미실은 엉덩이라도 붙여보자는 심정이었는지..ㅎㅎ 그 자리에 앉는 순간의 희열로 인해
이성이 마비되는 모습을 보고는...그래도 역시 카리스마는 대단하구나 했습니다.
독재자들은 늘 그런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지요. 위에서 아래를 누르는 카리스마... 방송엔 나오지 않았지만 아마 미실은 그 옥좌에 앉아 밤을 새지 않았을까 싶어요. ^^
그나저나 소화는 참...늘 그렇게 잘 흘리고 들킨답니다. 아마 또 들키고 흘리겠죠....으이구!!! -
정인 2009.10.28 11:10
요즘..쏟아져 나오는 선덕여왕 포스팅 중..제일 개념글이네요.
쓰잘데기 없이 대놓고 딴지를 걸려 포스팅을 하는지..참..
자신들이 기자라고 생각하나보죠?
뭐..생각은 각자가 하는 것이니까요..
조중동처럼 하도 삐딱해서..저도 그분들께 삐딱해 봅니다..
역사를 역사로 두지 않고..적절히 현재와 교동하며..비판..반성..등등..
오늘 선덕여왕 포스팅중
가장 마음을 울리네요..고마운 글이었습니다.
잃어버린 봄..선덕여왕에선 꼭 찾길 바랍니다. -
달려라꼴찌 2009.10.28 14:31
물론 미실의 난이 허구인 드라마속 이야기일 뿐이겠지만,
역사는 늘 반복의 반복을 거듭하는 것 같습니다.
역사를 통해 현재를 바라보고, 미래를 통찰할 수 있는 것...
그것이 진정한 올바른 역사관인 것 같습니다.
그런점에서도 역사 다큐 프로그램이 더 많이 편성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
아스티나 2009.10.28 20:02
이번주뿐만이 아니라 지난주부터 종부세, 탄핵사태, 날치기, 의장실 점거 및 진입방해 등 대놓고 의도해 썼다라고 밖에 생각이 안되는 장면들을 나름 재미있게 보고있습니다. 비재와 유신의 혼인 즈음 지루해졌던 선덕을 요즘은 정치패러디 보는 재미로 보고있다죠. 이번주는 제가 직접 겪은 건 아니지만 전두환시절 5공화국 패러디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특히 '위국령-오늘날의 계엄령'이라는 자막이 좋더군요. 그래서 그런지 드라마 게시판이나 리뷰 댓글에서 정치상황과 선덕여왕을 연결시키는 발상이 대단하다 라던가 드라마는 드라마인데 꼭 정치에 비유해야 하나 라던가 갖다 붙이기다 라던가 하는 댓글이 오히려 신기할 지경입니다. 대체 얼마나 정치사회에 관심이 없으면 작가가 대놓고 쓴 장면까지 갖다붙이기라 하는지 -_-; 사실 사극에서 현 정치상황의 패러디가 나온건 선덕이 처음도 아니죠. 대장금, 일지매, 천추태후에서도 있었는걸요.
선덕여왕이 역사왜곡의 소지는 있지만 그 덕분에 이런 정치패러디를 볼 수 있었다 생각하니 무작정 비판하기도 뭐하군요. 단 한가지 걱정되는 건 보는 사람 입장에선 좋으나 나중에 작가분이나 제작진분들에게 외압이나 불이익이 들어가는건 아닌가 하는 점입니다. 그런점에서 요즘같은 시기에 현 정권을 풍자하는 장면을 방영하는 제작진 용자분들께 경의를 표합니다. -
내영아 2009.10.28 20:20
그렇죠. 선덕여왕을 통해서 뭔가 말해주려는 메세지가 느껴져요. 그리고 덕만공주가 국민을 대변하는 말을 참 잘하지요. 국민들은 어리석지 않아요. 알아도 역사를 바꾸지 못하니, 힘의 정치에 발만 동동구를 뿐이죠.
-
미르-pavarotti 2009.10.29 00:27 신고
이제 아침인가요?
구름위에서 편하게 주무셨는지요? ㅎㅎ
이제 저는 꿈나라로 가렵니다..ㅎ
좀 볼까해서 선덕여왕 지금 뭐하고 있나 물어보았더니
전쟁중이라더니...
학교 다닐 때 국사, 세계사를 제일 싫어했죠
외울 것들이 왜 그리도 많은지 연도, 지명, 사람이름 등등...
그래서 사극도 ㅠㅠ
역시나 어려운 이름들도 많이 나오는군요 ㅠㅠ
5.18 격동의 현장 7일간 힘들었었죠..그 현장에 있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