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엽'에 해당되는 글 10건

  1. 2011.03.22 '나는가수다' 김영희 피디의 욕심이 부른 재앙, 최대 피해자는? (35)
  2. 2011.03.21 '나는 가수다' 김건모의 재도전보다 더 실망스러웠던 것은? (47)
  3. 2010.12.14 '아테나' 돈 제대로 쓴 영화같은 첩보드라마, 차승원 빛났다 (21)
  4. 2010.08.01 '무한도전' 뻔뻔한 도전, 아이돌 특집을 한 이유 (25)
  5. 2010.05.27 '나쁜남자' 비담과는 또 다른 김남길, 치명적인 매력남 돌아오다 (24)
2011.03.22 10:09




처음 몰락해 가는 일밤 부활의 총대를 매고 김영희 피디가 현장 메가폰을 잡고, <나는 가수다>라는 희대의 미친 서바이벌을 기획했을 때, 기대보다는 우려감이 컸습니다. 프로그램의 성공여부를 떠나 검증받은 최고의 가수들을 무대에 세우고, 순위를 매긴다는 것이 동물원 나들이도 아니고, 이건 뭔가 싶었죠. 그리고 기사들을 통해 프로그램의 기획목적 등을 읽으며,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아이돌들로 가득찬 음악방송들에서 설 자리를 잃은 가수들에게 무대를 마련해 준다', '알려지지 않은 주옥같은 명곡들을 예능프로를 통해 대중들에게 더 알릴 수 있게 한다'.

기대와 우려 속에 출발한 '나는 가수다'
그만큼 방송무대는 자본과 대형기획사에 의해 만들어진 가수들에게 점령당하고, 방송사 입장에서는 상품가치가 없는 가수들에게 눈을 돌리지 않았습니다. 그마저 있던 음악프로그램들도 시청률을 이유로 흔적없이 폐지돼 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했고, 수요성이 없는 가수들은 철저히 무대에서 외면받고 있었습니다. 이런 가요계 현실을 생각하니, 서바이벌 형식의 <나는 가수다>가 한편으로는 질적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최고의 프로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는 시청자의 입장에서 바라 본 <나는 가수다> 입니다. 
하지만 그런 기대보다는 저는 우려감이 더 컸습니다. 뒤집어 생각해서 출연자 가수들의 입장을 생각하면, 순위매김을 당하고, 서바이벌이라는 예능성이 가미된 프로그램에서 음반판매량도 아니고, 청중평가단에 의해 순위가 매겨진다고 하니, 얼마나 기가 찬 일이었을까 싶었습니다. 그리고 더 놀란 것은 김영희 피디의 프로그램 기획취지에 동의하고, 출연을 결정한 가수들이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첫회 매니저들도 반신반의하며, 절대로 그 분은 나오지 않을 거라는 분들이 출연을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 경악스러워 하며 놀라는 모습이, <나는 가수다>를 바라보는 대다수의 시선이었을 겁니다. 
그럼에도 출연을 결정했던 것은 그만큼 가요계 현실이 척박하고, 절박하다는 이유가 작용했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공중파 음악무대에서 입지는 좁아지고, 아이돌의 음악에 편향적으로 집중되고 있는 현실, 이는 가수들뿐만이 아니라, 대중들도 공감하는 문제점들입니다. 그래서 마음을 바꿨습니다. 가수들에게는 어쩌면 '자신의 음악을 소개하고, 자신을 홍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서바이벌이라는 형식에서 치뤄지는 경연이기에 매순간 최선을 다해 노래를 부르는 가수들에게는, 첫사랑처럼 짜릿하고 흥분되고 설레이는 무대가 될 것이다'라는 생각을 했을 것 같았고, 고민고민 끝에 출연을 결정한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습니다.
이는 가수입장에서 생각해 봤던 <나는 가수다> 입니다.
우려했던 사고들 터지다
그런데 3회 방송분을 보면서 제가 생각하지 않고 있었던 가장 큰 부분에 대한 생각정리를 안하고 있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바로 제작진의 입장에서 본 <나는 가수다>였습니다. <나는 가수다>는 김건모의 재도전 논란, 이소라의 방송 자질 논란, 김제동이 재도전을 제의한 것에 그동안의 김제동 이미지와 상반되었다는 논란, 심지어는 박명수가 소신발언을 했다며, 나가수의 영웅이 되었다는 기사까지 떴습니다.
이소라의 막말진행과 "나 지금 진행 못하겠는데 왜 진행하고 난리야"라며, "편집해 달라고 할거야. 내가 가장 좋아하는 김건모가 7등인게 너무 슬프단 말이야"라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MC자질 논란으로 까지 일게 되었지요. 저 역시 막말진행하는 이소라는 불쾌하기 짝이 없었고, 감정진행을 하는 이소라가 <나는 가수다>를 앞으로 어떻게 이끌고 갈까 심히 우려가 됩니다.
이소라의 방송거부, 재도전이라는 새로운 룰이 만들어지기까지 그야말로 한편의 막장드라마가 따로 없었고, 막장드라마의 연기자들은 <나는 가수다> 출연자들과 매니저들이었습니다. 폭풍비난을 받은 것도 그들이었고요. 물론 필요에 따라, "금 나와라 뚝딱!" 하면 금이 나오는 제작진의 요술방망이도 철퇴를 맞기는 했습니다. 서바이벌이라는 원칙은 파괴되었고, 정글같았던 그들의 무대는 부활갱생 무대가 돼버렸죠. 비난이 일 수밖에 없었지요. 
그 와중에 허수아비가 돼버린 것은 청중평가단이라고 심사위원 감투를 쓴 500인의 시청자들이었죠. 이런 기만행위도 없었고, 이렇게 황당하게 시청자를 배신한 서바이벌은 본 적이 없습니다. 오죽하면 '나는 선배다' '나는 가수다 40년후' 패러디물이 인기몰이를 하는 중이겠습니까. 7명의 가수들이 계속 돌아가며 재도전을 반복하고, 8번째 참가자 김연우는 기다리다 늙어서 사망했다는 재치만점 패러디물이었습니다. 사실 김연우 사망이라는 검색어에 놀라서 기사를 찾아보니, 패러디물이었더라고요. 덕분에 대기실에서 기다리다 김건모의 재도전 결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흔쾌히 다음에 나오겠다며 돌아갔다는 참가자가 김연우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네요. 아무튼 <나는 가수다> 스포일러는 제작진의 강한 부인에도 지금까지 한번도 틀린 적이 없는 것 같군요. 다음 탈락자가 누구라는 것까지도 알았지만, 저까지 스포에 동참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서 말하지 않고 넘어갑니다.
시청자의 입장에서 최고 가수들의 열정적인 무대를 보는 것은 감사하고 싶을 정도로 기대감이 컸고, 노래를 듣고 행복해져서 감동으로 가슴이 꽉차오르는 시간이 되기에 충분했습니다. 미션곡으로 주어진 곡을 출연자들의 스타일에 맞게 편곡하고, 재해석한 노래들은 또 어땠습니까? 감히 이런 가수들에게 순위를 매긴다는 것이 모욕이라고 평하고 싶을 정도로, 신선했지요. 컴필레이션 앨범으로 꼭 제작해 주었으면 싶고요.
너무나 좋았던 감동은 결국 망할 놈의 순위에서 터지고 말았습니다. 누군가는 한사람은 탈락해야 하는 서바이벌, 꼴찌는 20년차 선배가수 김건모였고, 여기서 애매모호한 분위기가 감돌았지요. 아무튼 불을 지피고 화약을 터뜨린 사람은 진행자이자, 출연자인 이소라였지만, 쿨하게 탈락이라는 결과에 승복하지 않은 김건모의 재도전 선택은, 하루아침에 <나는 가수다>를 만천하에 홍보한 이슈가 되었습니다. 저도 어제 실망스러운 재도전 선택과 립스틱 이벤트 핑계를 대는 김건모에게 실망을 한 글을 썼고, 이소라의 방송태도에 대해서도 비판을 했습니다. (관련글: '나는 가수다' 김건모의 재도전보다 더 실망스러웠던 것은?)
이소라의 앞으로의 진행은 양날의 칼이겠지만, 제작진의 입장에서는 효녀입니다. 방송이라는 것이 자꾸 이슈와 논란을 만들어 줘야 하는데, 이소라만큼 적임자도 없어 보이니 말입니다. 탈락자가 나올 때마다 이소라의 눈물은 계속 흐를 것이고(워낙 예민하고 감수성이 풍부해서), 이소라 본인이 탈락했을 때는 모르긴 몰라도 기사 백여개는 예약일 겁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소라보다는 냉정한 진행을 하는 MC가 낫다는 생각입니다. 위대한 탄생 박혜진 아나운서가 하는 일도 없어 보이던데, 대신 스카웃하심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같은 MBC식구니까 하는 말입니다만, 이소라의 감정오버 진행은 보기 불편해지려고 하더군요. 차라리 일찍 탈락해서 MC에만 충실하는 것도 좋겠다 싶기도 하고요. 이소라의 지금같은 진행은 글쎄요, 상당히 실망스럽네요. 닭이냐 달걀이냐 겠지만, 이소라의 그런 예상밖의 행동이 없었다면, 이런 비난없이 깔끔한 방송이 되었을텐데, 아무튼 도화선이었다는 점에서는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김영희 피디 최대의 실수, 가수들을 보호하지 못했다
그런데 하루가 지나니 머리속에 딱 떠오르는 말이 있더군요. "자고 났더니 스타됐다"는 말이었습니다. 그리고 헝클어졌던 감정들을 정리하고, 대본과 연출, 편집을 하는 제작진의 시선으로 옮겨가 봤습니다. 방송사나 김영희 피디에게는 잔인하게 비꼬는 비난처럼 들릴 지 모르겠지만, "만세, 대박터졌다!"였습니다. 막장드라마라고 비난을 받는 드라마도, 시청률 3,40%를 찍으면 국민드라마가 됩니다. 철저하게 상업성을 계산하는 방송사는 막장드라마가 되었든, 논란방송이 되었든, 시청자가 등을 돌리고 애국가 시청률을 찍지 않는 이상, 그 프로는 방송사에게는 효자입니다. 한마디로 '돈 못 벌어주는 프로는 필요없다'입니다. 이것이 최근 MBC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취사선택의 행태였던 것입니다. 
<나는 가수다> 최종 편집을 하며, 김영희 피디가 이런 논란이 있을 것이라는 것은 예상했다며 사과를 했습니다. 김영희 피디는 논란이 있을 것임을 알면서도, 막장드라마를 그대로 보여주었던 것입니다. 인터뷰에는 제작진에게만 욕을 하라고 인간적으로 고뇌하는 모습도 보여 주었지만, NO NO, 이건 아니지요. 김영희 피디의 두 가지 큰 실수 중 하나는 시청자를 우습게 보았다는 것, 그보다는 큰 실수는 방송사 효자를 만들기 위해 가수들을 총알받이로 썼다는 겁니다. 알면서도 말이지요. 김수현 작가의 말처럼 얍삽한 편집이었고, 한마디로 비겁한 대장이었습니다.

따져 보자고요. 시대가 어느 때인데 편집을 하라마라 하는 이소라의 막말을 그대로 내보낼 생각을 했으며, "왜 진행하고 난리야" 라는, 원초적 감정 섞인 말들을 그대로 내보내는 감독이 어디있습니까? 이소라의 방송태도나 김건모의 재도전 선택을 옹호해 주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이소라의 감정폭발 장면은 재도전이라는 룰을 만들수 밖에 없었다는 제작진을 위한 변명이 되었고, 선택권을 가수에게 주겠다는 말로 김건모는 쿨하지 못한 소인배로 뭇매를 맞아야 했습니다.  
왜냐? 제작진이 다급하게 긴급회의를 하면서, 판단 미스를 해버린 것을 뒤늦게 알았기 때문입니다. 물은 엎질러졌고, 제작진이 현장에서 김건모에게 재도전 기회를 주고, 다음 탈락자들에게도 형평성에 맞게 재도전 기회를 주겠다고, 룰을 급하게 만들어 버린 것을 번복할 수 없는 상황이 돼버린 것이지요. 이소라가 울고불고 난리를 쳐서 당황한 제작진이 제정신을 차리고 보니, 엄청난 사고를 쳤다는 것을 알았겠지요. 똑똑한 양반들이 서바이벌이라는 의미도 모르고,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만들었겠습니까? 
그리고 그 장면들은 여과없이 재도전이라는, 원칙을 깬 신종 서바이벌 룰이 나오기까지의 탄생비화로 포장되어, 방송사의 철저한 계산 속에 편집되었다는 겁니다. 뭇매를 맞을 것을 알면서도, 가수들을 방송사를 위한 시청률 효자로 만들었던 것입니다. 탈락보다 잔인한 편집이었습니다. 가수들은 아무런 보호장치없이, 시청자들의 비난 속에 고의적으로 의심될 정도로 방치되었고(편집에서 적절하게 걸렀다면 고의적이라는 말을 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자고 나니 '나는 가수다'는 '나는 효자다'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논란을 일으키게 했는데도 안 볼거야?라고 묻듯이 말입니다. 시청률을 잡아야 하는 방송사입장이 더 중요했던 겁니다. 김피디가 논란이 예상되었음에도 여과없이 내놓았기에, 이런 식으로 해석하게 만듭니다.

김영희 피디, 탈락자를 눈물이 아닌 박수로 보내는 방법을 연구하라
김영희PD는 시청률이라는 전공을 위해 자기 소대원들을 총알받이로 내몰았을 뿐만 아니라, 논란이 예상됨에도 여과없는 편집으로 이소라와 김건모를 폭격을 맞게 했으며, 가장 큰 공을 세운 1위 윤도현의 훈장마저도 빛바래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김영희PD가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크게 간과한 것은 급조된 룰, 한국형 서바이벌이라는 말로 합리화시키면서 도입된 재도전이 아니에요. 탈락이 아니라, 가수들의 무대를 보여주고 싶었다는 기본 원칙을 망각한 것입니다. 기획의도가 탈락이 아니라고 했으면서도 탈락에 집중했고, 가장 큰 실수는 탈락한 가수를 위한 박수를 준비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이게 국내 최고의 가수들에 대한 대우는 아니지요.

또한 김영희PD는 재도전이라는 새 룰을 만들면서, 본인은 물론 출연자들까지도 딜레마에 빠질 후폭풍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순위매김에 이어 재도전을 탈락자에게 선택하게 함으로써, 출연자에게 또 다른 부담을 만든 겁니다. 예컨대 한 가수가 탈락이 결정되었을 때, 재도전과 포기를 두고 얼마나 말들이 많겠습니까? 잘했다에서 부터 쿨하지 못했다, 혹은 이은미가 주장하는 가수로서의 근성이 없다, 도전의식이 없다, 실망했다 등등 얼마나 많은 말들이 쏟아지겠느냐고요. 
김영희 피디는 가수들을 무대에 올리기만 급급했지, 보내는 방법에 대해서는 아무런 예우도 준비를 못했고, 고민도 부족해 보였습니다. 너무나 인간적이었기에 재도전을 하게 해달라는 요청에 원칙을 깨는 독배를 마셨겠지요. 쌀집아저씨 김영희 피디가 누구보다 인간적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고, 그의 안타까워 하는 마음을 시청자라고 모르지 않아요. 하지만 프로그램에 대한 원칙은 사수했어야 했고, 탈락자를 눈물이 아닌 박수를 받으며 떠나게 하는 방법을 연구했어야 했던 것이, 연출자로서 진정으로 고민했어야 할 마음 아니었을까요?
첫번째 탈락자가 가요계의 대선배인 김건모였기 때문에 문제가 더 커지기는 했지만, 적어도 무대를 내려가는 가수에게 박수를 보낼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면, 이소라가 아무리 눈물로 애걸복걸을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휘둘리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김영희PD가 지금 당장 고민해야 하는 것은 탈락자를 패배감과 허탈감이 아니라, 즐거운 무대였음을 스스로 확인하고 박수를 받으며 떠나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시청자는 가수들의 무대를 감상하고 싶었지, 이따위 치졸한 변명으로 노이즈마케팅 하는 것을 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 결과 가장 피해를 입은 것은 불쾌한 시청자가 아닌, 시청자들에게 주옥같은 노래를 선물해 주고 있었던 가수들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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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4 Comment 35
2011.03.21 10:21




"내게 그런 핑계대지마 입장 바꿔 생각을 해봐, 니가 지금 나라면 넌 웃을 수 있니..". 너무도 유명한 김건모의 핑계 한 구절입니다. '나는 가수다'를 보며 김건모가 이런 핑계를 댈 줄은 생각을 못했기에, 김건모의 꼴찌보다 재도전을 받아들이는 김건모에게 실망이 큽니다. 물론 김건모의 선택이 쉽지 않았고, 욕 먹을 것도, 비난이 일 것도 알았기에 탈락이 확정되고 긴 시간 지인들과 비상대책 회의로 중론을 모으는 모습에서, 김건모의 고민을 읽지 못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김건모는 이름값 못한 선배가 돼버렸고, 시청자는 물론 500명의 청중평가단을 우롱하는 결정을 내려 버렸습니다.

개인적으로 편곡한 곡들을 컴필레이션 음반으로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해지더군요. 그만큼 멋진 무대였습니다. 일곱명의 서바이벌 가수들에게 주어진 미션곡은 정엽 - 짝사랑(주현미), 이소라 - 나에게로 또다시(변진섭), 백지영 - 무시로(나훈아), 윤도현 - 나 항상 그대를(이선희), 김건모 - 립스틱 짙게 바르고(임주리), 김범수 - 그대 모습은 장미(민해경), 그리고 박정현 - 비 오는 날의 수채화(권인하, 강인원, 김현식)였지요.
 
이번 3회에서는 탈락자 한명이 나오기로 예정되어 있었지만, 역시 지켜보기가 잔인하더군요. 결과적으로 탈락자는 없었지만, 나는 가수다의 정체성을 흔들고 무원칙 드라마 한편을 찍은 주인공들이 나왔습니다. 반전드라마 주인공 김건모와 막장드라마 주인공 이소라였습니다.
청중을 유쾌하게 하는 국민가수 김건모
김건모가 항상 유머를 잃지 않고, 무거운 분위기도 한 순간에 웃음짓게 하는 유쾌한 남자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습니다. 그동안 김건모의 이미지는 유머러스한 쿨한 남자였고, 그의 노래에는 김건모의 그런 성격이 그대로 담겨있죠. 김건모의 노래를 저는 오래도록 좋아해 왔는데, 그 가장 큰 이유가 김건모만의 노래 색깔때문입니다. 김건모의 특색있는 목소리는 어느 노래를 불러도 김건모만의 색깔을 집어 넣지요. 그의 노래에는 절절한 아픔도 덜어내주는 위로의 힘이 있습니다. 이별노래도 감정을 다 표현하면서도, 노래를 즐기게 하는 힘, 그것이 국민가수 김건모 노래였어요. 그리고 김건모의 가장 좋은 점 하나는 그의 무대는 언제나 웃음이 있었다는 겁니다. 아무리 심각한 노래라 할지라도, 한 순간 긴장을 풀고 시원하게 한숨을 내 뱉을 수 있는 그의 재치있는 무대 퍼포먼스때문일 겁니다. 
'나는 가수다' 미션곡 '립스틱 짙게 바르고(임주리)'를 편곡해서 나온 김건모, 김건모의 재치있는 이벤트는 마지막 인사를 하며, 립스틱을 짙게 바르고 나가는 것으로 웃음을 선사해 주었지요. 윤도현이 영국에서 피아니스트 유니를 불러와 퍼포먼스를 하고, 백댄서를 불러 직접 춤을 췄던 김범수도 고심끝에 준비한 퍼포먼스들이었고, 시청자들에게는 노래 이상의 감동과 재미를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모든 무대는 시선을 떼지 못하게 몰입하게 했고, 한곡 한곡이 끝날 때마다 '아, 이런 노래를 들게 되다니... 이렇게 다시 편곡해서 들으니 전혀 새로운 노래가 되었구나' 하는 감동은, 감히 점수를 매긴다는 것이 무례할 정도로 정말 다 멋졌고, 무엇보다 새로웠습니다. 
피아노 연주와 함께 한 김건모의 립스틱 짙게 바르고는 감성을 자극하는 세련된 코드들로 편곡이 되었고, 원곡과는 사뭇 다른 곡으로 변신했지만, 순위기를 매기기 어려울 정도로 좋았습니다. 감히 가수들, 그것도 검증된 가수들에게 순위를 매긴다는 것이 싫어서, 저는 서바이벌이라는 기획의도 자체가 가수들에게 모독이 아닌가 하는 입장이기에, 가수들이 열창하는 노래를 듣는 것에 그저 감사한 마음으로 봅니다. 서바이벌 형식이었지만, 출연을 결정한 가수들도 무대에 올라 노래를 하는 것에 의미를 두었고, 탈락보다는 함께 쟁쟁한 가수들과 한무대에 섰다는 것만으로 만족한다는 심경이 맞을 겁니다.
하지만 나는 가수다에 출연결정을 하고, 막상 경쟁이라는 전쟁터에 나온 7인의 가수들은 막연히 즐기는 심정으로 무대에 서서는 안된다는 것을 절감했고, 지금까지 노래하면서 이렇게 많은 준비를 하고 떨린 적이 없었다는 고백들처럼, 긴장하기 시작했습니다. 툭 까놓고 나는 가수다 방송이 끝나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이 누가 탈락했을까 겠지요. 경연에서 보여준 전율이 느껴졌던 노래들에 감동을 받은 여운에서 빠져나오기도 전에, 무대에 오른 그들의 눈길이 김영희 피디의 손에 들린 봉투에 쏠리는 것은 어쩔 수 없을테니까요.

막장드라마로 만든 이소라의 감정폭발
드디어 첫 서바이벌에서 탈락자가 나오게 되었고, 다음 출연자가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첫 경연에서 1위는 이선희의 '나 항상 그대를'를 부른 윤도현이었습니다. 출연자들이 다 꺼려했던 1번을 받아들었음에도, 윤도현의 폭발적인 가창력과 록스타일로의 편곡, 그리고 파워풀한 퍼포먼스는 압도적 득표를 받기에 충분했고, 무엇보다 무대는 라이브 공연장을 방불케 했지요. 1위라는 발표에 어안이 벙벙한 윤도현은 연신 "죄송합니다"라며 자세를 낮추었지만, 윤도현의 무대만큼은 저 역시 1위를 주고 싶더군요. 윤도현의 겸손한 태도 역시 1등이었습니다.  
어차피 2~6위의 순위는 의미가 없었기에, 1위에 이어 발표된 7위는 충격이었습니다. 데뷔 20년차 국민가수 김건모의 이름이 불리우는 순간, 저 역시 멍해지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나 어느 누가 불리워졌어도 충격이었을 겁니다. 순위를 매기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는 무대였거든요. 김건모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몇 초간 머리가 띵해졌다"라는 표현을 했지만, 아마 그 순간 눈앞이 칠흑으로 변했을 것 같은 심정이 전달되더군요.
박정현도 백지영도 이소라도 눈물을 감추지 못하고, 김건모가 꼴찌라는 말에 멍해져 버렸고, 모든 가수들은 물론 매니저들도 당황했습니다. 이소라는 "이게 아닌데..."라며 울며 무대 밑으로 내려가 버렸고, 김영희 피디는 "나는 가수다 프로가 탈락에 의미가 있지 않고 훌륭한 무대를 보여주는 것에 있다. 다른 가수에게 무대를 양보한다는 생각을 해줬으면 좋겠다"며, 김건모를 위로했습니다. 물론 김건모도 쿨하게 받아들이겠다는 말을 하며, "립스틱 괜히 했다"라는 말을 했지요. 여기에 김영희피디가 "마지막 립스틱 이벤트가 제대로 받아들여진 것 같지가 않아요"라며, 이벤트가 감점요인이었을 거라는 말로 거들었지요.
이렇게 끝이 났으면, 잡음도 비난도 없이 김건모도 살고, '나는 가수다'도 시청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방송으로 끝났을 겁니다. 여기서부터 드라마로 치면 막장코드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진행자라는 자격이 의심되는 이소라의 막말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어 버리더군요. "난 이것 편집해 달라고 할거야. 내가 제일 좋아하는 김건모가 7등한 게 슬프단 말이야"라며, 뛰쳐 나가버리기까지 했죠. 반말도 반말이었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가 7등했다고 편집을 요구하는 진행자이자, 도전자 이소라의 태도는 서바이벌에 참가한 가수로서도, 진행자로서도 심히 벗어난 행동이었습니다.
어떻게 청중평가단이 내린 결과를 무시하고, 편집해 달라고 할거라는 말을 할 수가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더군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눈물을 줄줄 흘리는 모습도 자제했으면 좋겠는데, 뻑하면 무대를 내려가 버리는 행동은 감정오버입니다. 이소라가 섬세하고, 정확하게는 예민에 가까운 성격이지만, 감성적인 성격이라는 것은 알아요. 하지만 이런 진행태도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더군요.
이소라가 뛰쳐나가버리자 김제동이 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는데, 물론 상황은 충분히 이해되었지만, 김제동의 발언 역시 납득이 가지 않았습니다. "이벤트가 문제라면 재도전 기회를 줘야 한다"고 나선 것이었죠. 제작진은 김건모의 탈락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가수들을 보며 당황했고, 급기야 긴급회의를 통해 가수들과 매니저들이 동의하면, 김건모의 선택에 맡기겠다고 했지요.
김건모의 재도전 결정보다 실망스러웠던 구차한 핑계
제발 김건모가 깔끔하게 그만 두겠다고 말해주기를 바랬습니다. 그런데 "깔끔하게 빠지는 것이 낫다, 안하겠다"는 애초의 생각을 뒤집고, 후배들의 마음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선택을 해버리더군요. 립스틱이 아니라, 즉 이벤트가 아니라 음악에만 집중해서 보여주겠다는 썰렁한 유머와 함께 말이지요. 실망입니다. 룰을 깨는 것임을 알면서도 마음대로 룰을 만드는 제작진이었고, 결과적으로 결과에 승복하지 못한 김건모였습니다. 선배라는 예우였는지 애매모호했지만, 이름값 못한 재도전 선례를 남기고 말았습니다.
정엽이 모두 함께 욕을 먹겠다는 말을 했지만, 정말 욕 먹어도 쌉니다. 원칙없는 서바이벌, 청중평가단을 허수아비로 만들어 버린 복불복의 배신행위였습니다. 제작진은 급조해서 새 룰까지 만들었습니다. 탈락자가 원한 경우 재도전의 기회를 한번씩 주겠다는 겁니다. 형평성을 위해서라나 뭐래나, 이것도 어이없는 규칙입니다. 심하게 비유하자면, 전쟁터에서 총맞아 죽은 군인이 관뚜껑을 열고 나온 경우와 뭐가 다르냐고요.
더 어이없는 것은 제작진이 그토록 강조했던, 나는 가수다라는 취지를 스스로 무너뜨렸다는 겁니다. 누가 1등이고 꼴등인 지를 시청자가 혈안이 돼서 보고 싶어했나요? 시청자들은 오히려 제작진이 가수들에게 순위를 매긴다는 것에 당혹해했고, 제작진보다 더 무대를 즐겼습니다. 서바이벌 형식이라는 긴장감 속에서 열창하는 진짜 가수들의 노래, 무대에 열광했지 순위에 집착했던 것은 아니라는 거예요. 혼신을 다해 노래를 부르는 가수들을 보는 것으로, 그들의 노래를 듣는 것을 즐겼습니다. 순위매김은 제작진이 정한 룰이었고, 청중평가단의 투표에 따라 진행하겠다고 한 것도 제작진이었습니다. 
누가 꼴찌를 했든, 시청자들은 꼴찌가 진짜 꼴찌가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김건모가 진짜 꼴찌였습니까? 아니잖아요. 그런데 어줍잖은 자존심과 이소라를 비롯해서 쿨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상한 분위기는,  김건모를 진짜 꼴찌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이벤트때문에 점수를 못받았다는 구차한 핑계나 대게 만들어 버린 거에요. 
김건모에게 실망한 것은 재도전을 받아들이겠다는 결정이 무엇보다 컸지만, 이벤트 핑계 대는 모습 역시 실망입니다. '나는 가수다' 프로에서 경연해야 하는 가수의 노래를 어디까지라고 보는지요? 저는 무대에 서는 순간부터 인사를 마치고 무대를 떠난 뒤까지라고 생각합니다. 목소리만 내는 것을 노래라고 생각하고 무대라고 생각했다면, 굳이 텔레비전에서 서바이벌을 할  필요가 없지요. 라디오 프로만으로도 족합니다. 가수가 무대에서 노래를 한다는 것은, 노래, 분장, 퍼포먼스까지 모두 포함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윤도현의 퍼포먼스에 왜 전율하고 감동했겠습니까? 그것이 노래의 일부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청중평가단은 그것까지도 플러스 평가를 했던 것이고요. 김건모의 립스틱 퍼포먼스는 충분히 재미를 주었지만, 그렇다고 감점요인으로 작용했을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립스틱 퍼포먼스때문에 7위를 한 것 같다고 핑계만을 대는 모습은 대인배 김건모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이소라의 불쾌한 방송태도와 김영희피디가 나영석피디에게 배울 것은?

김건모도 좋은 모습으로 마무리를 지을 수 있었어요. 결과가 발표되고 분위기가 급다운되자, 방송경험이 많은 박명수가 상황을 정리하려고 했고, 김건모도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고 입장정리를 하고 있는 순간, 난데없이 막장드라마의 주인공이 나타났습니다. "나 지금 방송 못하는데 왜 방송 진행하고 난리야" 라고 막말하는 이소라였지요. 이소라의 눈치를 보느라 제작진마저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방송사고에 버금가는 상황이 몇분간 계속 되었습니다.
감정에 따라 진행자라는 본분도 잊은 채 무대에서 내려가 버리고, 주저앉아 울던 이소라의 한마디는, 새 룰을 탄생시키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분위기에 휘둘렸던 제작진이 부랴부랴 새 룰을 만든 겁니다. 이름하여 '재도전'입니다. "진행을 못하겠다, 편집해라, 가장 좋아하는 김건모가 7위라 슬프다"라며 우는 이소라의 진행자라는 본분도 잊은 감정적 방송태도는, 그야말로 방송사고가 따로 없었고, 불쾌하기까지 했습니다.
무대 분위기는 더 다운되고, 김제동도 재도전의 기회를 달라고 하고, 제작진은 긴급회의에 들어가고, 김건모는 대기실에서 재결정을 하고... 아무튼 손에 땀을 쥐게 했던 드라마 한편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김건모의 말 한마디에 달렸는데, 시청자 입장에서는 솔직히 김건모가 쿨하게 승복했으면 싶었는데 재도전을 선택하더군요. 
다시 승부하고 싶은 가수의 심정을 왜 모르겠습니까. 김건모의 무대를 다시 보는 것, 시청자 입장에서는 물론 좋아요. 재도전? 좋은 의미로 받아들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프로그램이든지, 특히 경쟁이라는 것을 들고 나왔을 때에는 원칙과 공정성, 그리고 평가결과에 승복하는 자세는 깨져서는 안되는 기본입니다. 이벤트 핑계를 대며 다음에는 진짜 노래로 승부를 하겠다고 재도전을 결정하는 김건모나, 감정을 앞세워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소라, 원칙이라는 룰을 무시하고, 특히 청중평가단을 기만한 제작진은, 인간적인 관계에서의 감동은 보여줬을지 몰라도, 가장 기본적인 것을 망각했습니다. 제작진은 '나는가수다'의 기획의도가 탈락에 있지 않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서바이벌 자체가 누군가를 탈락시켜야만 하는 제도 아닌가요? 후배들이 울며 구제해 달라고 하소연하면, 심폐소생술해서 재도전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무대에 서게 하려면, 청중평가단은 왜 필요하느냐는 말입니다. 차라리 출연자들과 제작진이 비밀투표 하는게 나을 겁니다. 서바이벌이라는 원칙, 그리고 심사단의 평가는 아웃오브 안중이었습니다.
*김영희 피디는 나영석 피디에게 한가지 배워야 할 게 있었는데, 바로 1박2일의 복불복 정신입니다. '나는 가수다' 서바이벌 역시 복불복의 원칙이 지켜져야 했습니다. 나영석 피디도 인간인지라, 멤버들에게 애교수준의 재도전을 허용하는 경우는 있지만, 기본 원칙에서는 절대적으로 선이라는 것을 지킵니다. 그리고 나영석 피디는 이런 경우 바로 외치지요. "안됩니다. 땡!!!"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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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4 10:38




이병헌의 대박드라마 아이리스의 뒤를 이은 아테나: 전쟁의 여신(이하 아테나)이 첫방송을 했는데요,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영화같은 촬영기법이었습니다. 닥터챔프에서 본 것과 같은 고품격 영상이 마음에 들더군요. 배우들의 동선과 심도, 독특한 질감이 전체적으로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는데, 카메라에 돈을 많이 들였다는 것이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에게는 양질의 서비스를 받은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드라마의 내용적인 면에서는 우선 전체적인 윤곽을 잡아준 첫회였는데, 드라마의 중심축이 될 NTS(국가테러정보원) 와 DIS(미 국가정보국)의 조직에 대한 설명을 위한 첫회였습니다. 또한 미 국가정보국 동아시아 지부장으로 오게 되는 손혁(차승원)과 윤혜린(수애)의 정체에 관한 것에 대부분 할애를 했습니다. 손혁과 윤혜린을 움직이는 또다른 거대 비밀조직에 대한 의문과 함께 말이지요. 
솔직히 아이리스의 이병헌에 비해 정우성의 매력은 크게 어필하지 않은 첫회였습니다. 대신 차승원과 수애, 그리고 표정만으로도 묵직한 존재감을 주는 유동근의 열연이 빛났던 것 같네요. 아이리스의 속편으로 공식적인 기구들을 NTS(국가테러정보원)로 재편했지만, 드라마의 얼개나 소재, 그리고 주인공의 정체와 과거 사연들은 아이리스의 그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특히 이정우(정우성)가 83년 아웅산 폭탄테러 사건에서 희생당한 요원의 아들이라는 설정은 아이리스에서 핵물리학자의 아들로 김현준(이병헌)을 설정했던 것과 비슷합니다. 또한 이중스파이 수애(윤혜인)의 정체도 아이리스 김태희와 비슷한 모양새입니다. 김태희에 비교하면 탁월한 캐스팅으로 보여지더군요. 복합적인 감정선과 액션신은 수애가 월등하게 나아서 말이지요. 아테나는 미 국가정보국 동아시아 지부장 손혁(차승원)과 권박사의 존재가 궁금증을 증폭시킬 의문의 사나이로 물음표(?)를 찍고 시작했습니다. 손혁이 일본에서 권박사(유동근)을 살려둔 이유에 대한 복선때문입니다.
첫회 드라마를 보시지 않은 분들을 위해 스토리를 대략적으로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북한 원자력 연구소 소장 김명국 박사의 망명을 사전에 막은 러시아 정보국으로부터 김박사를 구출하라는 청와대의 지시로 시작된 아테나, 그 중심에는 전요원 권박사(유동근)가 있습니다. 김명국 소장을 구출하려는 계획을 저지하려는 또다른 비밀조직 요원으로 차승원과 수애가 등장했고, 김명국 소장은 여러 의혹을 남겼지만, 3년후 한국에 있다는 정보로 구출작전은 성공합니다. 손혁(차승원)에게 붙잡힌 권박사는, 손혁이 권총으로 사살하는 듯한 장면만을 보여주면서 김명국 구출작전은 일단락된 듯 보입니다.
그리고 3년후로 시간이 훌쩍 뛰어갔지요. 3년 전 홍승용 박사의 일로 이중스파이로 밝혀진 청와대 비서실의 인사들이 물갈이되고, 새롭게 대통령을 보좌하는 인물로 김영애가 등장하더군요. 첩보드라마의 성격상 모든 인물들에게는 적군인가 아군인가? 에 대한 의문부터 가지고 시작해야 하기에, 이 드라마에서 흔히 말하는 아군은 대통령과 주인공 이정우(정우성) 밖에는 없습니다.
신형 원자로 개발이 완성단계에 들어서고, 이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창설된 조직이 NTS입니다. 국정원 내 조직의 하나로 국정원과는 긴밀한 협조와 보완유지를 해야 하는 조직이라고 할 수 있죠. 이 NTS의 조직 수장으로 3년전 생사가 불분명하게 처리되었던 권박사가 맡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차승원과의 비밀고리, 혹은 의문점을 만들었지요. 권박사 유동근과 차승원의 관계, 왜 차승원이 당시 권박사를 살려준 것일까? 혹은 차승원의 비밀조직에 또다른 이중스파이가 있지는 않은가? 혹은 또 다른 비밀조직 요원이 침투해서 권박사를 살해하는 것을 막았을 지도 모른다는 가정들을 가지게 합니다.

권박사(유동근)의 NTS의 수장직 수락은 그를 고문했던 손혁(차승원)이 미 국가정보국(DIS)의 동아시아 지부장으로 한국에 들어온다는 정보때문이었지요. 미 국가정보국의 한국침투는 당연히 신형원자로 기술의 완성을 저지하거나 기술을 빼내기 위함일 듯하고요. 자연스럽게 권박사(유동근)와 손혁(차승언)의 대립구도는 완성되었고, 여기에 새로운 변수가 등장할 예정입니다.
김명국 소장이 한국에 있다는 것을 파악한 북한의 움직임입니다. 이 정보를 넘기려는 정보원으로부터 파일이 담긴 휴대폰을 가로챈 이중스파이 수애(윤혜인)가 차승원에게 휴대폰을 넘기면서, 수애는 국가정보원(NIS)내 DIS(미 국가정보원)의 스파이라는 것이 드러났지요.
여기에 첩보물에서 빠지면 서러운 삼각관계가 감초처럼 들어가 있습니다. 수애와 정우성, 그리고 차승원의 삼각관계입니다. 놀이공원에서 한 눈에 반한 여인이 국정원 홍보관 직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정우가 끈덕지게 집적거리는 모습을 보여 주었는데요, 첫 만남에서부터 혜인에게 들이대는 작업남의 매력은 이병헌과 비교가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더군요. 어설픈 띨빵이 같아서.ㅎㅎ;; 권박사가 NTS 수장으로 오면서 이정우에게 해외업무를 지시하고, 이탈리아로 날아간 정우 앞에 작전파트너로 혜인이 나타나면서, 두 사람의 애정라인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이더군요. 

첩보드라마답게 시작부터 곳곳에 비밀이라는 지뢰들을 심어놓은 아테나, 첫회 방대한 스케일로 눈길을 사로잡은 것보다는 등장인물들에게 포커스를 맞춘 것은 좋은 시도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해외로케의 단점이 실속없는 장면들의 나열이 많아 길바닥에 돈뿌리는 냄새가 나서 사실 보기 좋지는 않았는데, 화려한 캐스팅을 제대로 써먹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첫회 특이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한 정우성을 빼고는 말이지요. 오랜만의 드라마 출연이라 긴장하는 빛이 역력하기도 했지만, 정우성은 아직 옷을 벗기 전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충분히 기대된다고 보여집니다. 정우성의 액션신도 만만치 않을 것이고, 첫회의 다소 엉성한 옷을 벗어제끼면 매력발산은 순식간일 거라 믿고 싶네요.  
첫회 매력적인 인물로 권박사 유동근의 명품연기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3년후 생존사실이 밝혀지면서 한 어촌의 어부가 되어 어린 여자애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요원의 본능적인 날카로움마저 없앤 인자하고 자상한 모습이었고, 그가 원하는 삶이 이런 삶이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들정도로 편안해 보였지요.
일본에서 손혁이 겨누는 총구를 바라보는 편안하면서도, 여운이 남게 했던 웃음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에게서는 왠지 자신에게 주어진 삶이 덤이라는 생각이 들게 했거든요. 누군가의 목숨으로 얻은 삶이라는 생각이 대통령과의 만남, 손혁의 자동차를 향해 돌진하는 비장한 표정 속에 언뜻언뜻 비쳤는데, 그에게는 언제든지 죽음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심경이 손혁의 총부리를 보는 표정과 일치되고 있었어요.
그리고 3년후 NTS의 수장으로 오면서 이정우에 대한 신상 업데이트를 하라는 장면에서 뭔가 느낌이 오더군요. 이정우(정우성)이 아웅산 폭탄테러로 목숨을 잃었다는 이철호 요원의 아들이라는 설명이 나오자, 제 안테나에서 뭔가가 감지되기 시작했습니다. 이철호요원과 권박사가 당시 서로의 목숨을 바꾼 빚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에 이른 것이죠. 요원직을 버리고 은둔했던 것도 83년의 사고이후였던 것 같고 말이지요. 유동근의 깊은 눈빛은 독특한 매력의 카리스마가 있지요. 바로 드라마에 무게감을 실어준다는 겁니다. 마치 사람의 마음을 투시하고 있는 듯한 고매한 철학가 노교수를 보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드라마 아테나에서 큰 축을 담당하게 될 그의 존재 자체가 갖는 의미가 남다르게 와닿았습니다.

첫회였기에 주인공 정우성이 아직은 큰 활역을 보여주지 않아 이병헌에 대한 빈자리마저 느껴졌지만, 유동근과 함께 첫회를 빛낸 인물은 수애와 차승원이었습니다. 수애의 차가우면서도 슬픈 눈빛과 대역없는 액션신이 특히 빛났지요. 수애의 하이 니킥 액션신과 사격신도, 포커스를 수애의 얼굴에 맞추기 보다는 전제적인 동선에 맞춰서 훨씬 생동감이 넘쳤고요. 그녀의 어두운 과거 혹은 슬픔, 혹은 자신의 정체성과 매일매일 싸움을 하고 있는듯 감정을 걸러내 버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종격투기 추성훈의 실감나는 액션 격투신을 멋지게 보여준 차승원의 카리스마는 아테나의 주인공이라 할 만큼 강렬했습니다. 화장실 좁은 공간에서도 리얼한 액션이 긴장감 넘치는 볼거리를 주었지요. 추성훈의 연기도 어색하지 않았고, 특히 차갑고 냉소적인 표정의 독보적 존재라 할 수 있는 차승원의 표정은, 화면을 장악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보여 주더군요. 게다가 차승원 특유의 건들거리는 말투는 가볍지도 않으면서 포스를 품어냈고요.

차승원의 마초같은 모습이 불을 뿜었던 장면은 유동근을 고문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유동근의 명품연기야 말로 하기가 부족하지만, 함께 열연했던 차승원의 비웃음과 묘한 쓴웃음이 교차하는 표정은 최고였습니다. 한계치사량을 넘은 약물주사에도 견디는 권박사, 아마도 차승원이 수집한 정보에 의하면 권박사가 어떤 인물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겠지요. 그가 과거 한국의 비밀 조직원이었다는 것까지도 알았을 겁니다.
권박사를 죽이는 것은 자존심이 상할 정도로 비열한 짓이었지요. 마지막 총구를 겨누지 못했던 이유도,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은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을 하게도 되더군요. 첩보세계의 싸움은 머리와 정보싸움이라고 할 수 있지요.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될거야" 라는 말이 그래서 의미있게 들리기도 했고요. 제대로 붙어보고 싶은 치기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살려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한편으로는 들기도 했네요.
대개 고수들의 싸움은 실력으로 성패를 가리지 않습니다. 흔히 기싸움이라고 불리는 심리싸움으로 이미 승패를 서로 알아 버리지요. 제가 차승원의 눈빛에서 보았던 것은 패배를 인정하는 눈빛이었어요. 유동근이 "이제 다른 팔에 주사를 놓아주겠나. 약발이 안통하는 것 같아서 말이지"라고 했을때, 이미 차승원(손혁)은 죽음이 그를 위협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고, 약물고문으로 그를 제압할 수 없을 만큼 강인한 정신력의 소유자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 심적 패배감을 감정을 죽이고 무표정으로 일관하고 있었지만, 권박사를 총으로 겨누면서 잠시 머뭇하는 눈빛에는, 패배감과 상처입은 자존심이 묻어나오는 것이 엿보였습니다. 그런 심리까지 놓치지 않고 표현하는 차승원이었고, 승자의 해탈웃음을 보여주었던 유동근의 연기도 너무 멋진 장면이었습니다.

첫회의 느낌은 영화같은 카메라기법이나 명품 주연, 조연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여서 좋았습니다. 물론 탄탄한 스토리까지 얹혀지면 말이 필요없는 명품 블록버스터 드라마가 되겠지요. 끝까지 돈 제대로 쓰는, 완성도 높은 드라마로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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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01 07:52




기대하고 있었던 무한도전 아이돌 특집 오디션과정이 공개되었습니다. 무한도전 멤버들이 아이돌 가수에 도전한다고 했을 때 평균나이 35.7세인 그들에게 아이돌이라니 가당치도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었어요. 하지만 이 가당치 않은 도전을 하는 이유는 따로 있겠지요. 언제나 그렇듯이 무한도전이 이유없이, 의미없이 도전하는 일은 없었으니 말이지요.
무한도전 멤버들의 무한바닥인 노래와 춤실력에 심사위원들의 가혹한 평이 이어졌지만, 오디션 과정에서 보여주 멤버들의 대책없는(?) 장기가 큰 웃음을 주었습니다. 특히 길과 정형돈의 뚱'S 댄스가 예기치 못한 사고로 재미를 주었어요. 길의 빵 터진 바지가 이번 방송에서는 길 보다도 더 웃겼습니다. 게다가 대미를 장식한 노홍철의 내맘대로 디스코는 오디션의 백미였던 것 같습니다.
제작진이 뜬금없이 무한도전 멤버들을 노래방으로 집결을 시키고, 한시간동안 노래방에서 사전연습을 시킵니다. 이때까지도 무한도전 멤버들은 자신들이 가수오디션에 참가할 것이라는 것은 모르는 상태였지요. 그리고 제작진이 무도멤버들을 데려 간 곳은 아이돌의 원조격인 H.O.T.,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f(x), 샤이니를 배출한 SM기획사입니다.
얼떨결에 아이돌 오디션 응모 원서를 쓰는 멤버들, 일사천리로 오디션까지 이어졌습니다. 이 부분은 무한도전 빽으로 된 것이겠죠? 이렇게 쉽게 대형 기획사에서 오디션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닐테니까요. 방송이니 그냥 패스! 강타와 슈퍼주니어의 동해, 안무가 황상훈(이 분 제가 알기로는 블랙비트 멤버였는데, 요즘은 안무가로만 활동하나 봐요), 이정아(아티스트 기획실장)가 무한도전 멤버들을 평가할 심사위원으로 나왔는데요, 봐주는 것도 없고 심사평은 혹독하기만 했습니다.
첫째번 도전자는 정준하였어요. 여명의 '사랑한 후에'를 진지하게 불렀지만, 부담스러운 큰바위 얼굴이 클로즈업되는 것만으로도 웃겨 버렸지요. 열심히 춘 로봇춤은 리듬감과 센스는 있었지만, 근본이 없다는 냉정한 평가를 받았을 뿐입니다. 그래도 정준하는 나름대로 열심히, 그리고 진지하게 오디션에 임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춤에 근본이 없다는 것은 무슨 뜻이었는지, 기본이라면 몰라도;;;
다음 지원자로 나온 박명수가 이승철의 '듣고 있나요'를 불렀는데, 전직(?) 가수라는 점을 인정해주고 싶은 안정적인 음정이었지만 고음에서 무너져 버리고 말았지요. 다른 재능으로 춤을 선보였는데, 일명 복고댄스로 유재석의 춤과 멤버들의 춤을 마구마구 섞어서 보여 주었지요. 유재석이 "여기저기서 다 갖다쓰면 어떻게 해"라고 한마디 했는데, 역시나 무한도전의 표절에 대한 촌철살인 일침 한 방이었습니다. 이것저것 마구 갖다붙인 박명수의 춤사위 역시 근본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을 뿐입니다.
가수출신 하하 역시 심사위원들 앞에서 못볼꼴 보여주고 무너지고 말았는데요, 개그보다는 선글라스 벗은 라면먹고 불은 천명훈 판박이 얼굴이 더 웃겼던 것 같습니다. 소울댄스를 보여주겠다더니, 옷을 훌러덩 제끼고 옆구리를 보여주는 퍼포먼스는 뭔가 싶었네요. 오디션 대기자들 속에 멤버들과 앉아 있으면서 하하의 오버액션이 상당히 거슬렸네요. 상꼬맹이 겁없는 막내라는 컨셉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도때도 없이 형들 오디션보는데 툭툭 끼어들어, 혼자 반응없는 멘트를 날리는 모습이 영 어색스러운 하하입니다. 그래도 심사위원들로부터는 가장 좋은 평을 받았지요. 댄스감도 있다며 지금까지 참가자들 중에는 10년안에 데뷔할 수 있겠다는 황상훈의 심사평을 듣고, 이분에게 감춰진 개그감때문에 웃음 빵 터졌답니다.
다음으로 나선 유재석, 안경벗은 메뚜기는 언제봐도 웃음 작렬입니다. "심사위원 여러분들, 오늘 저를 놓치면 크게 후회하실 겁니다" 라고 유재석 가치알리기에 나섰는데, 허걱! 싶었습니다. 김미화의 말이 생각나서 말이지요. 소녀시대의 '별별별'을 소녀스럽게 부르는 유재석의 가증스러운(?) 귀여움에 배꼽 잡았습니다. 이어진 춤은 그야말로 막춤이었는데, 박명수의 막춤보다는 쬐금 낫더라는.ㅎㅎㅎ
유재석의 오디션이 끝나고 갑작스럽게 손님들이 방문했지요. 연습중이던 f(x)가 오디션장에 감짝 방문해서 예쁜 얼굴들을 보여주고, 연습과정도 조금 보여주었는데, 아이돌 스타들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매일 매일의 피나는 노력으로 3분간의 무대가 만들어진다는 말이 와닿더라고요.
재수가 없는 일이었는지, 행운이었는지 f(x)가 함께 한 바로 다음 순서가 길과 형돈의 뚱's 오디션이었는데, 이번 오디션에서 최고로 재미있었던 길의 찢어진 바지가 주인공이 된 장면이었어요. 조만간 댄스 듀엣가수로 데뷔하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으로 정형돈이 한쪽에서 미친 평범함을 쏟아내며, 걸레질 춤을 추며 심사위원석으로 미끄러져갔지요.
형돈 다음에 길의 걸레질춤이 이어졌는데, 쫙!!! 저런, 길의 바지가 사정없이 찢어지고 말았습니다. 얼핏 지나가는 화면을 보니 제대로 뜯어져 버렸더라고요. 응급처치로 옷으로 묶어 오디션을 마무리하려 했지만, 흘러 내려버리고 수습불가입니다. 임시방편으로 테이프 수선에 들어갔지만 찢어진 바지때문에 화끈하게 춤을 추지도 못하고, 결국은 박자도 춤사위도 정체불명의 몸부림으로 변하고 말았지요. 다이어트 중이었던 두 사람의 의욕넘쳤던 댄스로 기진맥진 쓰러졌지만, 시청자들은 배꼽빠지게 웃었습니다."태어나서 이렇게 정체를 알 수 없는 춤은 처음 본다"는 평가를 받은 뚱's의 듀엣 댄스, 길의 터진 바지가 보여준 개그폭탄이었습니다. 이런게 각본없는 개그잖아요. 몸개그보다는 터진 바지 개그가 훨씬 재미있었는데, 그렇다고 재미들려서 남발하면 안될 듯 싶어요.ㅎ
이번 아이돌 오디션의 정점을 찍은 멤버는 노홍철이었어요. 집에서 SM기획사와 5분거리에 있다고 시작한 노홍철의 지원동기, "매일 촐퇴근을 하며 이 회사를 보며 꿈을 키웠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응시분야는 가수라며 가수로 꼭 이름을 날려보고 싶다네요. 가수를 하려면 수염을 밀어야 한다니 노홍철의 혀짧은 특기 나옵니다 "밀쑤 있씁니다". 'ㅅ'발음 안되는 노홍철의 발음한계 때문에도 웃음 나왔네요. 자기관리의 상징이라며 소식 없는 복근을 보여주려 안간힘을 써보지만 f(x)앞에서 무안만 당하고(괜찮아요, 식스팩있는 남자들만 매력있는 것은 아니니까), 노홍철만 이해하는 박자따로 몸따로 동작따로의 디스코춤에 오디션장은 웃음바다로 변하고 맙니다. 복근, 춤에 이어 말도 안되는 연기까지 아무튼 노홍철 끈기 대단합니다. 추노의 장혁, 파스타의 이선균과 전혀 연결되지 않는 노홍철의 연기를 끝으로, 번개불에 콩 볶아 먹듯 치뤄진 오디션은 끝났습니다.
4개월 후, 오디션을 치뤘다는 것마저 잊고 있었던 멤버들, 결과는 당연히 전원탈락이랍니다. 대개 일주일 후면 결과를 통보해준다고 하는데 오디션을 본 지 4개월이 지난 지금도 감감 무소식이니 떨어진 게지요. 여기서 박명수의 깜짝 과거가 밝혀졌는데요, SM 1기 출신이랍니다. 사장님 몰래 행사 몰래 다니다가 걸려서 짤렸다네요.
무한도전 제작진은 다른 제작자 구하기 위해 여기저기 알아봤지만, 이승철, 이승환, 윤종신, 유희열 모두 거절했다는군요. 구준엽을 섭외하고 싶다는 유재석의 바람이 있었는데, 구준엽이 참가할 지 모르겠네요. 아이돌 오디션에서 좌절했지만, 여기서 포기할 무한도전 멤버들이 아니지요. 무한도전 멤버들이 직접 데모테이프를 만들어 보겠다고 나섰지요. 멤버들이 직접 연습실을 마련하고 자체적으로 데모 테이프를 만들겠다고 합니다. 연습실에 냉장고를 기부했다는 김제동, 역시 의리있는 남자에요.

댄스연습실, DJ믹싱이 가능한 음향시설, 회의실까지 마련하고 멤버들의 아이돌 도전에 본격적으로 들어갈 모양입니다. 제작자가 나타날지 모르겠지만, 유재석의 말처럼 놓치면 후회할 것 같은데 얼른 나타났으면 좋겠네요. 예전 강변가요제에서 큰 화제와 인기를 얻었던 무한도전 멤버들의 가수도전기도 좋은 결과로 이어졌는데, 이번에도 꼭 성공했으면 합니다.
무한도전의 멤버들의 아이돌 데뷔 프로젝트는 뻔뻔함의 극치에 뻔뻔한 도전입니다. 나이 뻔뻔, 몸매 뻔뻔(유재석은 빼고), 얼굴 뻔뻔(모든 멤버 해당), 춤 뻔뻔, 노래 뻔뻔(리쌍의 길 빼고) 입니다. 그럼에도 무한도전 멤버들에게 아이돌 가수 데뷔를 기획한 김태호 피디의 의도는 무한도전의 상징인 기부를 위한 또 하나의 준비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예상이 어긋나면 제가 앞서 간 것이겠지만요;;). 끊임없이 도전하는 무한도전, 아이돌 데뷔 프로젝트가 대박나면, 무한도전의 사회환원 기부액도 커질 것 같아서 저는 많이 기대가 되네요.
차세대 아이돌을 꿈꾸는 무한도전 연습실에서 늙은(?) 아이돌 스타가 탄생될 지 기대됩니다. 노래하고 춤추는데 나이가 무슨 필요있겠어요? 열정적으로 부르는 노래와 주체할 수 없는 댄스본능, 그리고 남의 것이 아니라 무한도전만의 색깔에 맞춰서 발산하면, 그게 무한아이돌이지요. 카피와 표절이 난무하는 가요계입니다. 그런 의미에서도 평균연령 35.7세의 무한도전 멤버들의 뻔뻔하고(?ㅎㅎ) 무모한 아이돌 데뷔 도전이 꼭 성공했으면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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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27 11:47




선덕여왕을 국민드라마의 반열에 올린 일등공신이라면 단연 미실 고현정과 닭도령 비담 김담길을 꼽을 수 있을 겁니다. 무명에 가까웠던 김남길을 일약 스타덤으로 올린 비담이라는 캐릭터는 어머니로부터 버림받고, 스승 문노로부터 정신적인 사랑을 받지 못해 비정하고, 잔인하게 성장한 인물이었지요. 츨생의 비밀을 알게 된 비담이 자신의 어머니 미실에게 복수하고 신라의 주인자리를 꿈꾸고, 덕만공주를 사랑하게 되면서 덕만을 품는 것과 자신의 꿈을 일치시켜 간 비련의 주인공이었습니다. 비담이라는 캐릭터는 시청자들에게 강하게 각인되었고, 화려한 액션과 차가운 눈빛, 그리고 비담의 아픔을 뛰어나게 보여 주었던 김남길은 시청자들(주로 여성시청자들이었겠죠)에게 울렁증이 생길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렸습니다.
그런 비담 김남길이 드라마 나쁜남자에서 진짜로 나쁜남자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아직은 드라마의 커다란 밑그림만 나온 상태라 나쁜남자라기 보다는 위험한 남자로 보이지만, 언뜻언뜻 스치는 표정에는 살기마저 감돌더군요. 최혜주의 코디가 자신에게 못되게 구는 최혜주를 사고사로 죽여버리려고 스카이다이빙 줄을 끓으려는 것을 본 심건욱이 코디에게 뱉는 말은 심건욱의 캐릭터를 제대로 보여주며 섬뜩하게 까지 합니다. "사람 죽이는 것 쉬워, 사람 죽이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게 뭔지 알아? 네가 최혜주를 밟고 올라서는 것, 그리고 두 번 다시 누구도 널 밟지 못하게 만드는 것... 앞으로 그런 바보같은 짓 하지마" 라며 냉소적으로 쏘아주고는,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듯이 유유히 휘파람을 부르며 사라지는 모습은 인상적이었습니다. 나쁜남자 심건욱이 어떤 캐릭터인지를 대사를 통해서 보여준 듯 싶었습니다.
첫방송을 지켜보는 내내 나쁜남자 심건욱으로 분한 김남길의 강한 눈빛이 비담과는 다른 울렁증을 생기게 합니다. 비담시절에는 많이 보여주지 않았던 부드러움까지 더해져 미소를 짓는 모습만봐도 입이 벌어지네요. 어린 소담이에게 "꼬마아가씨"하며 미소를 지을 때는 그가 치밀한 계획으으로 복수의 덫을 치고 있다는 사실마저 잊게 만듭니다. 드라마 중간중간 악몽처럼 교차되었던 건욱의 어린시절의 상처와, 20년 후 건욱이 한발 한발 내딛고 있는 복수의 과정이 최혜주의 코디에게 말하는 그대로더군요. 도발적이면서 냉소적이고 살기까지 느껴졌던 김남길의 눈빛은 선덕여왕에서 비담의 눈빛과는 조금 달라진 듯 싶었어요. 비담에게는 감정을 읽을 수 없는 비정함을 보여주었다면, 심건욱의 김남길은 광폭한 분노를 누르는 듯한 고독함이 더 강해 보였습니다. 
나쁜남자 첫회를 본 소감은 대박드라마가 탄생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흥분되더군요. 우선 김남길의 한층 성숙한 표정연기가 돋보이고, 오랜만에 안방극장에 컴백한 대한민국 최고의 품절녀 한가인의 매력이 눈부셨습니다. 게다가 쌀쌀하고 도도해 보이는 오연수, 개성파 배우 김혜옥, 요즘 안방극장에서 김갑수만큼 여러 작품에서 좋은 캐릭터 변신을 해주시는 김응수, 샤방샤방 꽃미남 김재욱 등 화려한 연기진은 극의 캐릭터와 딱딱 맞아 떨어지게 배치된 느낌입니다. 거상 김만덕의 아역배우 심은경과 소담 역의 아역배우까지 어색한 연기를 보여준 인물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드라마를 보면서도 스트레스 받지 않게 한다는 것은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요즘 주인공 혹은 주인공급 연기자들의 극 몰입을 방해하는 연기를 보며, 여러가지 불만들이 많았던 게 사실이거든요.
나쁜남자 첫회는 종이학을 들고 있던 한 여자(최선영)의 실족사라는 다소 음침한 사건과 함께 시작합니다. 그리고 추리물같은 생경한 느낌까지 들 정도로 우연적인 만남이 미스테리하게 반복됩니다. 인물소개편이라 할 수 잇는 첫회에서부터 여러가지 드라마작인 장치와 사건의 전모까지 알려준 것은 그만큼 박진감있게 드라마를 끌고 가겠다는 의도처럼 보여 반가울 정도입니다. 등장인물들의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관계들도 촘촘한 그물망처럼 첫회분부터  많은 부분들을 보여줌으로써 스토리가 빠른 호흡으로 진행될 것 같습니다.
갤러리에서 프리랜서로 일하는 문재인(한가인)이 쥐뿔도 없으면서 똑똑한 머리 하나 믿고 설치는 여자 싫다며, 노골적으로 돈봉투를 내밀며 먹고 떨어지라는 규완의 어머니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 재인의 차에 한 남자(심건욱)가 치이고, 119에 신고하고 있는 중에 현장에서 사라져 버립니다. 그 때 날카로운 여자의 비명과 함께 쿵하는 소리... 그 남자의 얼굴도 이름도 모르지만 재인의 눈에 질게 난 등의 흉터가 들어옵니다.
그리고 빠르게 심건욱을 둘러싼 등장인물이 얽히고 설키는 과정을 사건처럼 보여줍니다. 마치 억지스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치밀한 우연들이 반복되는데요, 세 사람의 만남이 우연처럼 자연스럽게 이루어지지만, 모든 것이 심건욱이 계획한 일들이었지요. 심건욱의 등에 나 있는 흉터와 악몽처럼 생생한 어린시절의 트라우마를 꿈결처럼 넘나들면서 건욱의 과거까지 연결장면으로 보여줍니다.
청각장애를 가진 아버지와 다정한 엄마와의 행복했던 어린 시절, "너의 이름은 최태성이 아니라 홍태성"이라며 친아빠네(해신그룹 홍회장) 집으로 보내지는 어린 태성, 그리고 친자가 아니라며 다시 내쫓기는 어린 시절은 건욱의 흉터의 사연과 홍태라, 홍모네의 관계를 악몽처럼 연결시키며, 한 때 가족이었던 해신그룹 사람들에 대한 나쁜남자 심건욱의 복수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그런데 심건욱의 계획에 예기치 않은 인물이 운명인지 필연인지 끼어들게 되지요. 전 남자친구인 규완의 어머니로부터 받은 모욕감과 자존심의 상처는 재인에게는 그녀만의 복수의 이유를 만들어 줍니다. 자존심 강한 재인은 규완의 집으로부터 받는 멸시를 되갚아 줄 수 있을 법한 정보를 듣게 되지요. 해신그룹의 숨겨진 아들, 홍태성에게 접근해서 해신그룹에 다니고 있는 전 남자친구 규완에게 철저하게 복수할 빙법으로 이용하고자 하지요. 태성의 동생인 모네와 의도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을 통해서 말이지요. 모네의 생일선물로 그녀는 일년 할부로 고가의 만년필까지 준비해서 모네를 만나러 가지만, 영화촬영을 하고 있던 현장을 지나면서 만년필은 잃어버리고, 심건욱의 싱대여자 연기자로 오인되어서 인질극을 당하는 해프닝까지 겪게 됩니다.
첫방송을 보면서 주인공인 김남길에게 시선을 고정했는데요, 오랜만에 수목드라마에서 매력적인 남자 주인공을 만나서 기분이 좋네요. 물론 검프에서의 서변도 멋있었지만, 서변과는 또 다른 매력이 김남길에게서 넘실대다 못해 넘쳐 납니다. 우선 그의 직업이 영화 스턴트맨이라는 것이 김남길이 가진 매력들을 제대로 보여줄 것 같습니다. 영화촬영 혹은 대역신을 찍으면서 김남길의 출중한 액션신과 만능스포츠맨의 모습까지 감상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드라마 나쁜남자는 특히 색감이 톤다운이 되어 드라마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조화를 이루며 쓸쓸한 느낌이 들게 하는 영상미가 돋보였습니다. OST인 가시꽃도 너무 좋더군요. 첫회는 등장인물들의 화려한 신고식외에도 나쁜남자의 주제까지 던져 주었는데요, 이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그 의문점을 안고 지켜봐야 할 것이고, 그 해답 또한 결말에 가서야 알겠지만, 저는 다른 의미에서 심건욱의 정체를 파악하고 싶어집니다. 
건욱이 대본을 찢어 종이학을 날렸던 장면이 있었어요. 노을을 배경으로 앉아있는 간지남 김남길과 영상미가 꽤 인상적이었는데요, 그 종이학을 우연히 재인이 줍게 되지요. 교각사이로 심건욱과 문재인의 눈이 잠깐 마주치는 장면이 나왔는데, 무심한 듯 뒤돌아 가버리는 심건욱의 쓸쓸한 뒷모습이 인상깊었어요. 마치 노을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심건욱의 캐릭터와 일치되는 듯한 쓸쓸한 영상과 마치 영화에서 본 장면들이 오버랩되는 듯한 연출이 돋보이는 것 같습니다. 
종이학에는 "밤엔 온통 캄캄한 어둠 속이라...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땅인지... 빛나는 게 불빛인지, 별빛인지 분간이 안가... 내가 가려는 곳은 어딜까? 천국일까? 지옥일까?"라고 쓰여있었지요. 사실 중요한 것은 그 밑에 적힌 태라누나, 모네, 그리고 가족이라는 낙서였고, 심건욱이 해신그룹과 어떤 관련이 있는 인물이라는 것을 재인이 후에 의문을 가지게 되는 단서가 되겠지만, 그 대본에 적힌 글귀는 심건욱이라는 인물에 대한 물음표겠지요.
저는 그가 가려는 곳이 천국인지 지옥인지 보다는, 그가 천사인지, 악마인지에 대한 의문으로 이 드라마를 보고 싶어지네요. 김남길이 새 드라마에서 비담을 넘는 나쁜남자 심건욱으로 변신에 성공할지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화려한 출연진을 살려주는 스토리와 연출이 탄탄히 뒷받침되어 준다면, 비담을 뛰어넘는 옴므파탈적인 김남길의 연기변신도 성공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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