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미'에 해당되는 글 36건

  1. 2012.03.29 '옥탑방 왕세자' 박유천의 굴욕, 빵터진 엘리베이터 변태남 (6)
  2. 2012.03.24 '옥탑방 왕세자' 박유천의 배꼽잡는 굴욕, "빨강아저씨, 헐 대박!" (21)
  3. 2011.12.21 '천일의 약속' 빵터진 수애의 발차기와 수애 죽음 해피엔딩인 이유 (29)
  4. 2011.12.20 '천일의 약속' 수애의 사랑과 모성애, 고상한 치매의 비호감? (14)
  5. 2011.12.14 '천일의 약속' 온 몸으로 운 김래원의 오열과 수애의 자살가능성 (4)
2012.03.29 14:27




예측가능한 다른 시대와의 충돌이지만, 그 신분이 왕세자라는 점에서 그 충돌이 유발하는 재미는 배꼽을 쥐게 만듭니다. 어느 누구에게도 고개를 숙이지 않아야 할 왕세자 이각이, 현대라는 시대에서는 정말 처량할 정도로 망가지고 있지요.
그 와중에도 왕세자의 품위를 지키려는 이각의 눈물겨운 현대적응기는 드라마에서 놓칠 수없는 디테일한 재미입니다. 무엇보다 이 디테일을 변화무쌍한 표정연기로 보여주는 박유천의 망가짐은, 대박!이라는 말이 수도없이 터져나오게 하죠.

왕세자의 굴욕 1탄, " 무엄한 할멈! 감히 왕세자의 얼굴에 손을 대!"
옥탑방 왕세자 3회는 왕세자 이각의 육체적 굴욕시리즈편이었습니다. 태용의 집에 이삿짐을 나르려고 들어갔던 이각, 태용이가 왔다며 감격해 하는데, 못내 당황스러운 이각입니다. 용태무(이태성)의 눈에도 이각은 태용과 빼다박은 외모였습니다.
그런데 이각의 첫마디에 바로 배를 잡고 뒹굴었습니다. "이보시오, 할멈, 사람을 잘못봤소", 할멈이라니...아~ 못말리는 세자저하입니다. 자기를 못알아 보겠느냐고 얼굴을 부여잡는 할멈, 어허, 감히 무엄하게 왕세자의 얼굴을 만지다니, 노파를 밀쳐버리는 이각이지요. 조선이었다면, 바로 형틀에 매달았을 노파였습니다.
어허라, 젊은 놈은 감히 눈을 부라리며 왕세자의 멱살을 잡습니다. "네 이놈!!", 이는 분명 왕세자를 시해하려는 역모죄감이었습니다. 이각의 고함에 바람처럼 달려온 우용술, 태무를 짚단처럼 들어 던져 버리지요.
놀라들어온 박하, 그 광경에 기겁하고 말지요. 조금만 방심하면 사고치는 자칭 조선의 왕세자씨입니다. 그냥 딱 봐도 고가인 집안 가재들이 깨져 나뒹굴고 있었으니, 변상할 것을 생각하면 눈앞이 깜깜한 박하지요. 제발 다른 사람 만나면 "네이놈, 무엄하다, 이런 말좀 하지 말랬잖아", 가뜩이나 왕세자 체면을 구겨서 화가 나 죽을 판인데, 박하의 잔소리가 화를 둗구지요. "무엄하다, 또 나불나불 내 그 입을 찢어야 그 입을 닫겠느냐?".
박하, 엄중하게 경고를 하지요. 또 무엄하다 이런 말 다른 사람들에게 하면 진짜로 가만 안두겠다고 말이죠. 박하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는 왕세자 이각, 이 여인이 아니면 기거할 곳도, 이 낯선 세계에서의 생활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에 깨갱 바로 꼬리를 내리는 왕세자지요. 무엇보다 배고픈 거지가 되었던 끔찍한 악몽을 되풀이 하고 싶지 않은 이각이지요.
초록불로 바뀌는 신호등, 쓸데없이 힘 한 번 줘보는 왕세자입니다. 초록불이다, 어서 출발하지 않고 뭐하느냐? 배웠다 이거지요. 이제 신호등도 읽을 줄 안다규!

왕세자의 굴욕 2탄, 엘리베이터 변태남되다
헌옷 수거함에서 옷을 골라주는 박하, 건물 화장실에 가서 옷을 갈아입고 오라고 하지요. 츄리닝은 아무래도 눈에 너무 띄다보니, 확띄는 츄리닝을 입혔더니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봐서 안되겠다고 말이죠. 신호등같다고 하더이다, 콕 찝어 부연설명하는 도치산이었죠. 집주인 낭자 세자만 차별대우입니다. 옷도 안골라 주고, 대놓고 구박만 팍팍하지요. 뭐라고 항의도 못하고 눈치만 살피는 왕세자, 저지른 사고가 있었으니 큰소리칠 입장도 안되었지요.
옷을 갈아입으로 화장실을 찾았는데, 한글을 모르니 화장실 화살표도 그냥 지나치고 엘리베이터를 타게 되었지요. 사방이 꽉 막혀 보는 눈도 없으니, 옷갈아 입기엔 안성맞춤 장소입니다. 여지없이 포복절도할 사건이 벌어졌으니 에어로빅을 하는 여자들에게 상의탈의 알몸을 보이고 말지요.
허걱, 뜨억, 무슨 말로 이 대략난감 민망한 상황을 표현해야 할까요? 층층마다 문이 열리는데, 왠 여자들이 그렇게 떼거리로 몰려있는지, 여학생들 '변태다 대박이다' 난리가 났죠. 촬영하는 여학생들도 있었는데 '엘리베이터 변태남 4인'이라고 인터넷에 도배가 되겠더군요. 신성한 왕세자의 몸을 대중에게 노출시키다니, 왕세자의 굴욕중 가장 큰 건이었을 듯.
아무도 안본다고요? 경비까지 cctv로 이 어이없는 장면을 구경하고 있더라죠. 꺅! 박하, 미치고 팔딱 뛰겠습니다. 대충 옷을 갈아입는 엘리베이터 변태남 4인, 문만 열리면 공포였는데 다행히 박하가 서있자, 그 아이들 같은 안도의 표정이라니...
왕세자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어디갔다 이제 오는 것이냐!!" 큰소리로 호통이죠. 봐라, 우리 이렇게 옷 갈아입었다라는 위세를 떨어본 것이지만, 박하 그저 웃지요. 물론 티껍다는 비웃음이었지요.

왕세자의 굴욕 3탄, 허리 부러지게 일하다
창덕궁 정문 돈화문을 본 이각, 궁으로 데려달라고 통사정을 하지요. 영리한 박하, 좋은 미끼를 던집니다. 청소를 열심히 하면 궁에 데려다 주겠다고 말이지요. 태어나서 지금까지 빗자루를 한 번도 잡아보지 않았을 이각, 신료들의 망극하옵니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반질반질 빡빡 청소에 열심인 이각이었죠. 너무 열심히 하다 그만 손가락 부상을 입기도 했습니다. 
사색이 된 세자호위신료 3인방 어쩔줄을 몰라 허둥대고, 약사올테니 손가락을 들고 있으라는 박하의 말에 손가락을 높이 치켜든 이각, 세상에 혹시 피를 너무 흘려 죽지나 않을까 손가락을 들고 있으랬다고 손까지 번쩍들고 부동자세로 있다니, 이 순진한 왕세자보게나~ 너무 귀엽더라죠. 
박하가 약속대로 창덕궁에 데리고 가주지요. 세월은 흘렀어도 변함없는 궁, 세자빈이 죽은 연못도 그대로이건만, 궁의 사람은 바뀌어 있지요. 관광지로 변해있는 궁, 세자빈에 대한 그리움, 자기가 살던 조선을 다른 시대에서 슬프게 바라보며 흘리는 이각의 눈물에 많은 것들이 내포되어 있었지요. 300년의 시간을 눈깜짝할 사이에 건너뛰어 전혀 다른 궁의 모습을 보고 있는 왕세자, 얼마나 많은 생각들이 그의 머릿속에 스치고 있을까를 생각하니 울컥해지더군요. 박유천의 감정연기가 좋았던 장면이기도 합니다.
신하들에게는 눈물을 흘린 사실을 절대로 말하지 말아달라는 왕세자, 약한 모습으로 그들의 걱정시키고 싶지 않습니다. 절대로 옥루를 보여서는 안되는 왕세자이기에 말이지요.
이각의 눈물로 한 건 잡은 박하였지요. 비밀을 지켜주는 대신 말을 공손하게 하라고 교육하는 박하였지요. 자 따라해보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효", "찐계란이랑 사이다 주세요", "찐계란이랑 사이다 주세효". 오디오로 들려줘야 하는데, 듣지않으면 웃을 수 없는 대목이지만, 박유천의 하이톤 여자목소리 완전 대박!이더랍니다. 표정은 또 어떠하고요.
박하를 따라 농장으로 딸기를 따러가게 된 이각, 딸기를 따라니 감히 상상도 못할 일이었죠. 고작 10개를 따고는 내빼버린 이각, 기어이 사고를 치고 말지요. 물론 이각이 한 짓은 아니었지만, 까마귀 날자 배떨어진다고, 한자가 반가워 노인정 현판에 손을 대려는 순간, 현판이 떨어져 박살이 나고 말았지요.
아무리 현대에서는 할 줄 아는 것이 하나도 없는 왕세자였지만, 조선팔도에서 왕세자의 필체는 명필로 명성이 드높았습니다. 간만에 실력발휘 좀 해볼까? 왕희지가 울고 갈 명필로 간판을 써내려가는 이각, 나도 할 줄 아는게 있다규~~ 아이스바와 일손까지 얻어 크게 한 건 한 이각이었죠. 이각의 어깨가 한치는 올라가고, 눈에 거드름으로 힘이 잔뜩 들어가더군요.
물론 거드름도 잠시잠깐이었습니다. 커피의 쓴맛이 익숙하지 않은 왕세자 달달한 것을 찾아 헬륨가스를 들이마시게 하고는, 변해버린 목소리에 허걱, "내 목소리가 어찌 된 일이냐? 어의를 부르거라"가 돼버렸으니 말이죠.

왕세자의 굴욕 4탄, 빈궁에게 따귀 맞다
태용이와 닮은 빨강추리닝을 찾아 데리고 오라는 명령에 홍세나(정유미), 엄마까지 동원해서 박하의 마음을 움직였지요. 태무가 변상을 요구할 것이라고 절대 빨강추리닝을 숨겨야 한다고 했지만, 엄마와 언니의 부탁이라 차마 거절하지 못한 박하였지요. 물론 그들이 찾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아니라는 것을 확인시키고 싶기도 했고 말이지요.
이각이 조용히 할멈을 만났느냐, 물론 아니었죠. 커피맛에 데인 이각 달달한 것으로 특별주문을 했는데, 나온 것이 기가 막하게 맛있고 달달한 요구르트였습니다. "나는 할머니가 찾는 사람이 아니니 괜한 고생마시오", 가짜 태용이라도 좋으니 손자가 돼달라는 말도 딱 잘라 거절하고 나온 이각이었지요. 용태무가 사례로 주는 돈까지 거절하고 요구르트 한더미에 만족하는 왕세자, 너무 순진하시당~ 돈받으면 그 요구르트 몇백줄도 사먹을 수 있었을텐데 말이죠.
그리고 드디어 일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2012년 대한민국은 조선의 후예가 맞나싶게 부끄러움을 모르는 나라였지요. 여자들이 훌러덩 벗고 걸어 다니지를 않나, 암튼 세상 말세입니다. 민망해서 고개를 돌리는 이각, 요사스런 여자들이 눈을 어지럽히기는 했지만, 역시 왕세자도 남자더라지요. 흐미~ 하고 몰래 눈요기를 하는 표정이 보이더라죠.
그런데 그 달달한 요술액체마저 떨어뜨릴 정도로 눈을 의심하는 일이 벌어졌으니, 세자빈이 보였던 것이지요. 정신줄을 놓은 왕세자, 무대로 올라가 다짜고짜 홍세나를 끌어안고 말았지요. 드디어 찾았구료, 빈궁... 이각의 표정은 행복과 안도감으로 미소가 번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기쁨도 잠시, 눈에 불이 번쩍한 왕세자였습니다. 따귀를 올려버린 홍세나였습니다. 물론 왕세자 이각에게는 빈궁이었죠. 빈궁만을 부르며 끌려나가는 이각, '저 여인은 빈궁이 아니고 누구란 말이냐?'라는 의문은 다음에.....아직은 정신못차리고 패닉에 빠져있을 왕세자이기에 말이죠.
빈궁을 닮은 여인에게 따귀까지 맞은 왕세자, 대한민국이라는 시대에서 왕세자가 겪어야 할 굴욕들이 얼마나 더 남았을까, 이 세계가 점점 더 무서워집니다. 그래서 옥탑방 낭자없이는 아무 것도 못하는 이각입니다. 옥탑방 낭자에게 정말 잘보여야 할 것같습니다. 일종의 생존본능이랄까... 박하에게 이각이 꼼짝 못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옥탑방 왕세자는 곳곳에 숨어있는 박유천의 재미있는 표정변화를 관찰하는 재미도 큽니다. 한글공부시간 조는 우용술이 머리를 한대 얻어맞는 것을 보고는 겁먹은 표정이 되는 박유천이었지요. 그리고는 바짝 긴장해서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종달새처럼 열심히 가갸거겨를 큰소리로 따라 하는, 박유천의 디테일한 연기를 찾는 것도 이 드라마의 재미입니다.
특히 박하에게만은 기를 못펴고 깨갱하는 모습이 재미있죠. 2012년 대한민국이라는 시대에서 박하낭자는 원치않은 주종관계가 돼버린 사람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현대세계에 뚝 떨어진 왕세자 이각에게 박하가 유일한 보호자이니 말이지요. 박하의 말이라면 궁시렁대면서도 눈치 보고, 고분고분하게 말 잘듣는 이각, 천하의 왕세자도 300년이라는 시간차 앞에서는 어린아이가 되더군요. 물론 왕세자라는 무게를 잃지않으려 허세도 부리고, 허당짓도 하지만 말이죠. 
지금껏 누구의 눈치도 보지않고 살았던 왕세자가 현대로 넘어와 겪는 굴욕, 그래서 이각이라는 인물에게 연민이 느껴지기도 해요. 특히 창덕궁 후원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던 왕세자의 모습이 잊혀지지가 않네요.
시시각각 터지는 사건의 연속들, 그런 일들을 겪으면서 신기해 하고, 놀라고, 당황하고, 슬퍼하고, 분노하고 답답해 하는 왕세자의 심리를, 박유천은 코믹한 상황에서도 디테일하게 표현하더군요. 박유천의 변화무쌍한 연기, 볼수록 매력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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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1 Comment 6
  1. 무인형 2012.03.29 16:01 address edit & del reply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
    옥탑방 왕세자 너무 재미있어서 한 시간이 어찌나 금방 지나가는지
    정말 아쉬웠어요.

  2. 2012.03.29 17:17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3. 2012.03.30 00:39 address edit & del reply

    2부 우연히 재밌게 보고 3부 일부러 챙겨봤는데 2부에 비해 그저그랬음..
    배우들 연기에 너무 기댄 탓인가
    줄거리가 엉성하고 에피소드 설정도 좀 억지스럽고,,
    깨알 같은 재미가 확 줄어든 느낌..
    4부도 별루면 다른 프로로 옮겨탈거임,.

  4. 2012.03.30 06:49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5. 아줌마 2012.03.30 13:03 address edit & del reply

    사실 MBC드라마할때 연기 너무 답답했는데 이번 옥탑방 왕세자 보면서 표정하며, 거침없는 대사하며 너무 잘 소화하고 계신거 같아요. 팬 될꺼 같아요. 그나저나 그래도 저하~인데 박하가 너무 막 대하는거 같아서 불쌍하답니다~

  6. 연기짱 2012.04.01 08:24 address edit & del reply

    정말 유천이가 하는 연기 디테일 찾아보는 재미가 있어요. 엘레베이터에서 나왔을때도 순간 반가웠다가 근엄한 표정! 근데 제가 못찾은 것 더 많이 보셨네요. 글 읽으니 드라마 다시 본 기분이네요.

2012.03.24 13:34




300년이라는 시간을 넘어 온 왕세자 일행의 21C 서울적응기에 배꼽을 잡았습니다. 드라마에서 처음 소개되는 타임워프의 소재가 아닌데도, 언어, 문화, 문명의 충돌이 빚는 생경함은 충격과 황당, 빵빵터지는 웃음 자체입니다.
누구의 시선에서 보는가에 따라 미친놈의 기준이 다르겠지만, 이쪽도, 또한 저쪽의 눈에서도 정상적인 사람들이 아니지요. 옥탑방의 주인 박하(한지민)와 왕세자 이각(박유천) 일행의 동거기를 유쾌한 웃음으로 풀어가는 연출의 세밀함은, 기발하고 엉뚱하기 그지없습니다.
배꼽잡는 왕세자 일행의 현대적응기
창덕궁 앞에서 궁문을 열라며 소란을 피우다 출동한 경찰에 혼쭐이나고, 편의점에서 여학생들의 먹는 컵라면에 왕세자 체면이고 뭐고 다 잊고, 면발에 이성을 잃는 왕세자 박유천의 모습은 '왕세자도 배고프면 거지된다' 싶더라죠. 허기를 참지 못하고 체면불구하고 편의점으로 들어가 면을 주문하는 장면은 또 어떻고요. "내일 궁문이 열리는대로 내 값은 후하게 쳐줄테니 한 상 차려오너라", "헐~". "헐값이 아니래도, 내 후하게 쳐준다고 하지 않느냐?", "헐 대박~". 정말 대박폭소 빵!!!입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 안상태(이분 정말 웃겨죽는 줄 알았습니다. 가끔 나와주시기를!), 아니 또 이 미친 삐리리들이야? 돌아버리겠네.
훈방조치로 풀려나서는 궁문이 열리기 무섭게 티켓도 끊지않고 무단입장을 하지 않나, 출입금지 구역에 들어가려 해서 신고를 받은 경찰에 다시 붙들려 유치장 신세를 지는 네 사람, 얼마나 황당할까요? 자신들이 떨어진 이 세계가 말이지요.

우여곡절끝에 박하의 번호판을 통째로 암기한 송만보의 기억력에 의해 박하의 옥탑방으로 오게 된 조선남자 네 사람이, 박하의 집을 풍비박산 난장판으로 만들어 버리는 대형사고에 미친듯이 웃었네요. 드라마를 보면서 이렇게 웃어본 적이 없을 정도로 심하게 웃다보니 배까지 아프더랍니다.
21C 한국에서 맛본 오므라이스,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네명의 조선남들이 오므라이스 한그릇을 폭풍흡입하고는, 박하가 이래층에 내려간 사이 물병뚜껑을 열지 못해 벌어진 해프닝은, 코믹과 리얼리티의 재미난 발상이었습니다. 조선남자들의 눈에 네모상자에서 활을 쏘는 모습에 아연실색할 것은 당연한 일, TV를 부숴버리는 우용술(정석운)의 세자호위가 눈물겹더랍니다. 인공지능 밥통에 식겁하는 외국인들도 있는데, 조선남자들에게는 요사스런 요물이었겠죠. 게다가 말하는 인형이라니...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돼버린 집을 보고는 경악하는 박하, 나올 말은 한마디뿐이죠. 악~~~~~~!!
TV, 타버린 커튼, 밥통, 밥상 등등 72만원을 갚아야 하는 노예로(?) 전락한 왕세자와 3인방, 옥탑방 동거가 정식으로 시작되었지요. 빨강 초록 노랑 파랑 츄리닝으로 갈아입은 조선남자의 츄리닝 패션,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절로 웃음이 터지지요. 

제대로 망가진 박유천 vs 물샐틈없는 연기 한지민, 완전 웃겨 대박이야!
특히 어리숙한 왕세자 박유천은 사람을 잡더랍니다. "저년의 주리를 틀어야 하는데...저년을 곤장으로 다스려야 하는데...", 꽁알꽁알 불만이면서도 처지가 처지인지라, 오만방자 대역죄급 한지민의 불손함을 참는 왕세자 이각, 박유천의 연기가 참 좋더군요. 왕세자의 품위를 잃지 않으려는 듯 표정관리를 해가면서도, 세상에 이런일이!를 겪는 왕세자의 깨알같이 쏟아지는 어리벙벙 망가지는 모습, 웃겨죽는 줄 알았습니다.
성균관 스캔들과 미스리플리에서의 박유천을 떠올리기 힘들더군요. 전작의 드라마에서 정갈한 남자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있던 박유천이었기에, 그 망가짐이 새롭고 유쾌하면서도, 안정적인 연기가 참 좋더라고요.  
무엇보다 성균관 스캔들에서보다 발성이 훨씬 좋아져서 놀랐습니다. 사실 상대연기자 한지민과 대사를 하면서 어려움이 많을 역할이 박유천일 겁니다. 현대물 대사를 하는 한지민과 호흡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자칫 실수를 하면 사극대사톤을 놓쳐버릴 수도 있을 법한데, 이각이라는 왕세자에 집중하는 것이 놀라웠거든요. 거기에 박유천의 진지한 듯 허당스럽고, 낯선 세계에 놀라 겁먹은 듯한 아이같은 표정, 그러면서도 왕세자의 체통은 결코 버리지 않겠다는 듯 뒷짐지고 무게잡는 모습은, 정말로 조선의 왕세자가 하늘에서 뚝 하고 떨어져 내려 온 것같습니다. 
왕세자 이각 못지않게 매력적인 인물이 박하 한지민입니다. 양치질에서 변기, 전자렌지 사용법, 버스타는 법, 돈 종류까지 교육시켜야 할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졸지에 조선남자 네사람을 부양하면서도, 왠지모르게 그녀의 얼굴에 생기가 도는 것은 외로움때문이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어린 시절 트럭에 실려 아빠와 헤어지고 미국으로 입양가서도 혼자였던 것을 보면, 박하에게 가장 무서웠던 것은 가족없는 외로움같아 보였거든요. 
진짜 조선에서 왔는지, 살짝 맛이 갔다고 생각하는지는 모르지만, 정말 조선에서 왔느냐는 질문에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왕세자 이각의 말을 믿는 것 같더군요. 갈곳없는 네남자를 거두는 박하의 심성은 요즘 처자들 같지않게 착하고 인정이 많은 인물입니다.
한지민의 연기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물샐틈없는 연기라고 하고 싶더군요. 작은 신음소리 하나도 한지민에게서는 대사가 되고, 놀란 표정도 스토리가 되는 연기 잘하는 여배우 중의 한 사람입니다. 개인적으로 한지민은 경성스캔들 이후 연기팬이 되었지만, 그녀의 표정을 보고 있으면 괜스레 기분이 좋아지게 하는 마력을 가진 배우에요. 봉사활동도 열심히 하는 고운 심성의 한지민이기에 더 예쁘게 보는 배우랍니다.

부용지의 시신은 누구?
왠만한 개그프로보다 웃긴 옥탑방 왕세자, 그럼에도 웃음 빵빵터지는 로맨틱 드라마로 치부하기에는, 드라마의 주제가 깃털처럼 가볍지 않다는 것이 매력적입니다. 시공을 뛰어넘은 사랑이 드라마의 화두가 되고 있기에 말이지요. 특히 사랑을 풀어가는 방식에 미스터리 기법을 가미했다는 것이 신선하게 다가왔는데요, 우선은 세자빈의 죽음에 관한 미스터리입니다. 첫회를 보면서 의문점을 가진 것은 부용지 연못에서 익사체로 발견된 시신이 세자빈이었을까? 입니다.
세자빈이 연못에 빠져 죽었는데도 아무도 그 시신을 건지지 않았고, 꽤 긴시간의 오열과 생각정리를 하는 왕세자를 보면서, "아니 왜 시신부터 건지지 않는건가?"라는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었지요. 한치의 빈틈도 없이 세자빈을 감싸라는 왕세자의 명은 그런 의심을 증폭시켰고 말이지요. 얼굴을 감춰야 할 비밀이 있는 것은 아닌가 이런 의문이 들더라는 말입니다. 즉 익사한 시신의 주인공이 화용(정유미)이 아니라, 부용(한지민)이 아닐까 하는 의문도 살짝 들더군요. 원래 세자빈에 간택되었어야 했던 부용과, 부용지라는 연못 이름도 연결이 된 것같기도 하고 말이죠.
또한 세자빈의 아버지이자 극구(왕의 장인)가 될 사람이었던 길용우의 수상쩍은 행동은 세자빈의 암살과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닐까 의구심을 가지게 했죠. 큰딸 화용이를 제치고 세자빈 간택의 처녀단자를 둘째 부용이로 올리라는 것에서도, 뭔가 찜찜한 생각이 들게 했었지요. 해품달에서 너무 강조하다보니 지겨워져 버리기는 했지만, '정해진 운명'이라는 절대절명의 하늘이 뜻이 작용했는가 싶기도 합니다. 이각와 세자빈 사망사건 조사팀 3인방이 목격자를 만나기 위해 부용지를 달려가는 순간, 고개를 돌린 거북상은 인간을 넘는 하늘의 뜻에 신빙성을 더하기도 했지요.  

살아도 죽고 죽어도 사는 것은?
세자빈이 죽기 전날 부용이 궁에 들어왔었다는 것도 깨름칙한 일이었지요. 늦은 시각이었는데도 왕세자 저하가 내준 수수께끼를 풀었다며, 그 답을 말하고 갔다고 했었지요. 이각이 내준 수수께끼는 "살아도 죽고 죽어도 사는 것은 무엇일까?"였지요. 저는 나비, 달, 시간 등등 몇가지 답을 생각해봤는데, 나비가 아닐까 싶더군요. 나비는 고치 속 애벌레일 때는 죽은 것과 같지요. 살아도 죽은 것이죠. 애벌레가 번데기가 되어 나비로 부화하니, 죽어도 산다는 답이 되는 것이고요. 다른 의견있는 분들은 댓글에 남겨주세요. 함께 의견나눠요^^
부용이 수놓은 나비가 살아 21C 뉴욕의 한 거리에서 용태용(박유천)과 박하(한지민)을 만나게 한 것도 우연은 아닌 듯 싶어요. 박유천과 한지민에게 날아든 나비를 보면서 필연적인 운명의 힘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이 들더랍니다. 다시 태어나도 당신을 사랑할 것이라는 전생에서의 약속에 대한 운명적 사랑같은...
자객들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 세자빈을 독살하기 위한 비상가루 등등, 그날 누군가를 살해할 음모가 있었던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러나 살해의 대상이 세자빈이었을까에 대해서는 갸우뚱입니다. 왕세자 이각이 곶감 알러지가 있거나 곶감을 싫어한다면 모를까, 다과상에 비상가루가 뿌려진 곶감이 올랐다는 것은 세자빈뿐만아니라, 왕세자도 대상이었음을 말하지요. 역모의 가능성이 암시된 곶감인 것이죠.
300년전 조선의 대전을 보면서 이상하게 생각했던 점이 하나 있었는데요, 왕으로 나온 김유석이 손에 손수건을 들고 몸을 기우뚱해서 앉아있는 모습이었어요. 기침을 하면서 손수건을 입에 대는 모습도 나오기도 했고요. 왕의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왕세자 이각이 보위에 오를 시간이 빨리 다가올 것이라는 암시였죠. 그리고 왕세자와 세자빈의 침소에 비상가루가 뿌려진 곶감이 다과상에 올려졌다? 뭔가 흑막이 있을 것같지 않나요?
1회의 미스터리가 부용지에서 익사체로 발견된 시신이 누구인가를 남겼다면, 2회에서도 의문을 남겼지요. 박하가 언니 홍세나(정유미)의 집에 과일과 찬거리를 가져다 주러 아파트를 찾아갔을 때, 정체모를 슬리퍼가 현관문을 열었던 것을 기억하실 겁니다. 용태무(이태성)는 샤워중이었고, 문을 열어줬다는 말을 하지 않았죠. 홍세나도 문을 열어주지 않았고 말이죠. 그럼 슬리퍼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요? 귀신일수도, 원한 깊은 혼령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판타지물이니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의문을 남겼지요. 바다에 빠진 용태용(박유천)의 생사여부입니다. 물 속에서 눈을 뜨는 모습이 잠깐 나왔는데, 살아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라 생각되더군요. 용태용의 미스터리도 앞으로 풀어가야 할 내용일 듯합니다. 설마 죽지는 않았겠죠?  
300년전 이각을 보면 세자빈인 화용보다는 처제 부용과 대화를 나눌 때 더 행복해 보이더군요. 어린 세자는 세자빈의 조건을 인물이 아름다운 처자였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그때는 어려서 인물만 아름다운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이 행복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몰랐을 때였지요. 아름다운 세자빈이었지만 학식과 덕망의 깊이가 부족해, 뭔지 모를 답답함같은 것도 느꼈을 듯하고요. 그 답답함을 채워준 사람은 처제 부용이었습니다. 화상으로 평생 얼굴을 반을 가리고 살아야 하는... 
어찌되었든 조선으로 돌아가야 하는 왕세자 이각, 앞으로 사랑에 빠지게 될 박하를 두고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안갈 수도 없겠지요. 박하가 따라갈지 그것도 쉽지만은 않은 일입니다. 조선으로 간다고 해도 신분도 모르는 여자가 세자빈이 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병풍 뒤에 숨겨두고 볼 수만도 없고 말이죠. 이 문제는 드라마가 진행되면 고민이 더 될 것같습니다. 그런데도 벌써부터 이각을 조선으로 돌려 보내기 싫어지니, 박하보다 시청자가 먼저 왕세자에게 반했나 봅니다.
이각이 현대로 넘어오게 한 이유는 뭘까요? 용태용과 박하를 연결해 주기 위해서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300년 전에 이루지 못했던 사랑, 300년 후에도 얄궂은 운명의 장난으로 이룰 수 없는 두사람이기에, 운명의 신이 힘을 쓴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랍니다. 용태용이 살았다면 박하와 용태용이 러브러브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지요. 그럼 왕세자에 대한 사랑은 어떻게 하지요? 레드 썬!으로 지워야 하지 않을까... 드라마가 상상력을 자극하다보니, 많은 것들을 앞서서 상상했네요. 독자분들도 레드 썬!

이제부터 드라마의 미스터리들을 하나씩 풀어가야 할 듯합니다. 빵빵 터지는 웃음속에도 이렇게 무궁무진한 상상력을 동원하게 하는 옥탑방 왕세자, 박유천의 대박황당 대략난감 현대적응기, 앞으로 또 어떤 사고들을 치며 웃게 만들지, 박유천과 3인방, 그리고 착하고 따뜻한 심성을 가졌지만, 어리버리 조선남정네들에게는 상감마마보다 무서운 훈련조교 한지민이 만들어 갈 웃음폭탄들, 다음주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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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21
  1. 2012.03.24 13:58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2. 써니랑 2012.03.24 15:40 address edit & del reply

    옥탑방 왕세자에 대한 초록누리님의 리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역시 드라마를 제대로 꽤뚫고 계시네요.
    저는 옥탑방 왕세자 1회부터 몰입하여 보았습니다.
    꺠알같은 웃음 포인트가 될 왕세자 4인방의 현세 적응기도 기대되고
    던져놓은 미스터리도 어떻게 진행될 지 궁금합니다.

  3. 현이준이짱 2012.03.24 17:26 address edit & del reply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까지 쏙쏙 집어내주시는 초록누리님 리뷰~!
    드라마를 더 재밌게 만들어주시네요^^
    잘 읽고 갑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4. 대박 2012.03.24 17:42 address edit & del reply

    간만에 드라마 보고 박장대소했네요 ㅎㅎㅎ
    지금 사진으로 또 보고 또 웃고 있답니다

  5. 아침 2012.03.24 17:52 address edit & del reply

    리뷰 잘 봤습니다.
    옥탑방왕세자를 보면서 정말 이렇게 드라마를 보면서 박터지게 웃은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였어요.
    보고 나서도 그 여운에 한참동안 웃음이 입가에서 떠나질 않더라고요.

    그럼에도 단순히 웃음만을 주는것이 아닌, 뭔가 풀어갈 얘기속에 기대를 갖게 하는
    드라마인것 같더군요. 매주 수목이 즐거워질 예감이 들었습니다^^

  6. ㅎㅎ 2012.03.24 19:30 address edit & del reply

    다들 보는 눈은 같은가 봅니다..
    '살아도 죽고,죽어도 사는것' 저두 나비를 생각했는데,,
    1화에서 너무 쉽게 답을 보여주기도 했네요~^^

    리뷰에 언급하신 여러가지 미스테리가 앞으로의 남은 회차동안 시청자를 묶어놓을 미끼가 될지,,화제의 드라마들이 늘 그렇듯이 용두사미가 될지,,,계속 지켜보아야 할거 같습니다^^
    아울러,,성스에서의 그 고고한 이선준이 맞는지 갸우뚱거리게 할 정도로 완벽하게,,
    조선왕세자의 허당끼를 연기한 박유천씨도 계속 지켜보고 싶습니다..

    하여튼,,여러가지를 궁금하게 하는 드라마입니다

  7. lem 2012.03.24 20:47 address edit & del reply

    와 꼼꼼하게 분석하셨네요ㄷㄷㄷ
    정말 유쾌하고 웃기면서도 결코 스토리 자체는 가볍지 않고, 그렇다고 무거운내용을 코믹과 어정쩡하게 섞어서 매력이 떨어지게 만들지도 않는 이희명작가와 감독님이 대단한것 같아요. 어쩌면 후반부로 갈수록 결말이 더더욱 고민되는 드라마가 될것 같아요.ㅎ

  8. 스노우드롭 2012.03.24 21:17 address edit & del reply

    리뷰 읽는 내내 소름돋았어요..
    깊이 파고들지 않고 , 적정선에서 웃으면서 봤거든요..
    이렇게 모든 장면에서 숨겨진 비밀이 있었다니 ;; 다음화부턴 유심히 관찰을 해야겠네요 ㅜㅜ
    너무 재밌게 잘 읽고갑니다 ~ 궁금했던 부분도 해결되었네요 ^^

  9. zz 2012.03.24 21:44 address edit & del reply

    이거 진짜 빵빵터지더라구요 ㅋㅋㅋ 근데 1화에서 깔린 복선들이 많아서 어떤식으로 풀어갈지 흥미진진해요 ㅋㅋㅋㅋㅋ

  10. 노론 2012.03.24 23:04 address edit & del reply

    안상태가 웃기던데..ㅋㅋㅋ
    이루어지는 사랑은 누가 정해주는 것일까? 예쁘고 매력있고 멋진 남녀만이 그 기회를 가지는 듯.
    나머지는 다 들러리 인생들.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요.

  11. Hailey 2012.03.24 23:59 address edit & del reply

    옥탑방 왕세자 이미 다 시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초록누리님 포스팅 보니까 다시 웃기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간만에 드라마 덕분에 즐겁게 웃은거 같아요ㅎㅎㅎㅎ

  12. 실버 2012.03.25 00:23 address edit & del reply

    유천의 새 드라마가 잘 되길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지켜 봤는데 반응이 좋아서 정말 다행이에요.  유천의 저번 드라마가 완전 막장이라서 안타깝게도 지못미였는데 이번 드라마는 제 취향이라서 '최사'이후 간만에 한드를 시청했네요.  우선 '성스'때보다 연기가 많이 자연스러워져서 놀랐고 대견스럽더군요.  근데 저야 유천을 볼수 있는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했지만 솔직히 (잘될지 걱정 많이 했는데 반응이 좋으니 여유있게 솔직히 말하면) 왕세자의 현세에서의 코믹한 해프닝들은 유치함을 떠나서 좀 진부하고 쉽게 예측할수 있는 수준의 일이더군요.  아마 제가 그런 비슷한 타임슬립을 소재로 한 책을 많이 읽어서 인지도.....  현세 적응기 사건들이 그리 신선하지는 않았지만 물론 웃기고 재미있었어요.  근데 정말 재미있었던것은 나름 무지 멋있어 보였던 그토록 고결한 신분의 왕세자가 현세에 뚝 떨어지니 정말 너무나 찌질해 보였다는거에요.  근데 생각해 보니 '뿌나'의 세종 한석규도 현세에 뚝 떨어지면 찌질해 보일수 밖에 없을것 같네요.ㅎㅎ

  13. 화랑이 2012.03.25 02:46 address edit & del reply

    금칙어가 뭔 단어일까요. 댓글쓰고 클릭하니 자꾸 금칙어라고......ㅠㅠㅠ

    • 초록누리 2012.03.25 03:16 신고 address edit & del

      글쎄요.
      전 금칙어 단어 특별히 설정한 게 없거든요.
      광고사이트는 스팸설정을 했지만, 댓글 금칙어는 하나도 설정한 게 없는데 이상해요.ㅠㅠ

  14. 화랑이 2012.03.25 02:57 address edit & del reply

    저도 셋 중에 옥탑방 왕세자를 선택했네요. 1회는 완전 스릴러 서스펜스였고 2회는 미래로 와서 좌충우돌 얼떨떨한 조선4인방에 얼굴도 맘씨도 이쁜 한지민, 표정만으로도 웃긴 안상태 조합의 개콘보다 더 재미난 시간이였죠.! 저 보다 남편이 더 웃느라 눈물 흘릴 지경이였지요.ㅎㅎㅎ자못 다음회가 기다려집니다. 좋은 드라마 넘 많아도 은근 갈등이네요.ㅎㅎ 잘보고갑니다.^^

    • 초록누리 2012.03.25 03:20 신고 address edit & del

      전 다보고 있어요. 같은 날 드라마를 세편씩이나 모두 보는 것은 거의 처음이지 싶어요.
      이번 세작품은 각각의 매력이 있는 것같아 놓치기 힘들게 하더라고요.
      리뷰는 더킹과 옥탑방 왕세자 위주로 올릴 것같아요^^
      적도의 남자도 정말 쓰고 싶은 말들이 많은데ㅠㅠ

      리뷰 하나 올리기도 벅차기는 한데, 힘내서 두 편 모두 올려보리라 마음먹고 있지만 시간과 몸이 허락할지는 모르겠어요.
      할 수 있는만큼 올리도록 노력할게요^^

  15. 쪼꼬씨 2012.03.25 12:4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글 잘읽었습니다 ㅎㅎㅎ
    저는 살아도 죽고 죽어도 사는것에
    바로 부용 이 아닌가 했어요. 부용지, 부용 자주 나오길래 뭔가 검색했더니 지상부는 겨울동안 죽고 땅속 부분은 살아있는 거잖아요.

  16. 크크크캇 2012.03.26 14:58 address edit & del reply

    글 잘 읽었습니다.....드라마 보면서 정말 빵~~~~!!!!터졌었거든요..
    리뷰보면서 기억이 다시 새록새록.....여러가지를 생각하며 즐겁게 기다려지는 3회입니다.

  17. 사천사 2012.03.27 18:28 address edit & del reply

    대단 하십니다.
    그런데 부용지에 빠져 죽은 사람. 제작진의 실수가 있는듯 합니다.
    여자는 익사하면 하늘을 보고 누운 상태로 떠 오릅니다.
    반대로 남자는 화면과 같이 엎드려 떠 오르지요.
    그러나 제작진은 누군지 모르게 미스테리한 부분을 만들기 위해
    여자를 엎드려 놓은 실수를 한듯 합니다.

  18. 쵸코 2012.04.01 18:57 address edit & del reply

    리뷰 잘읽었습니다.^^
    티비볼때 아무 생각없이 재밌게만 보았는데 많은 의미를 담고 있었네요ㅜㅜ
    살아도 죽고 죽어도 사는것은... 환생을 의미하는것이 아닐까..
    그런생각을 해보았어요.. ㅎㅎ 담주가 너무 기다려지네요^^

  19. matasha 2012.05.12 11:53 address edit & del reply

    드라마 보다 더 재미나는 리뷰는 처음인듯..ㅎㅎ
    너무 재미나게 잘쓰셨어요..
    왕세자 너무 재미나게 보고 있는데..
    이렇게 누리님도 리뷰를 쓰시니 너무 맘이 좋아요..ㅎㅎ

2011.12.21 08:13




쪽대본을 쓰지 않기로 유명한 김수현 작가, 마지막회를 일찌감치 탈고하고 얼음주머니를 배에 대고 있는 심정으로 천일의 약속을 손에서 떠나 보냈다는데, 저는 앓던 이가 쏙 빠진 것같은 후련한 마음입니다. 마지막회는 드라마의 주제가 정리되는 가장 중요한 회이기에 단단히 마음먹고 지켜봤지만, 눈물보다는 수애의 발차기에 한 번 웃고, 뒷통수 얻어맞은 얼얼한 기분입니다.
쪽대본처럼 부산스럽게 흘러버린 마지막회는 수애의 치매과정을 고속으로 필름을 돌리듯 정신없이 보여주기에 바빴고, 바쁘게 바뀌는 화면을 따라 시선을 고정하고 있던 시청자는 기저귀를 차려고 낑낑대던 수애를 안고 우는 지형과 함께 잠시 울다가, 느닷없이 나와버린 공동묘지 장면에서 허걱하고, 정신수습할 사이도 없이 그동안 사랑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엔딩자막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네요.

빵터진 수애의 발차기
드라마가 끝나고 들었던 생각을 한줄요약을 하면, 배우들이 작품 살리느라 고생많았네 정도? 한줄보태기를 한다면, 서연이라는 치매환자는 공주처럼 살다간 행복한(?) 치매환자라는 것, 또 한줄을 더 보탠다면 '혹이라도 나에게도 그 병이 온다면 저런 대접을 받을 수 있을까? 혹은 나는 지형이처럼 할 수 있을까?'였습니다. 그리고 굳이 더 한마디를 하자면, 치매보험에 드는 것이 좋겠다는 보험광고는 성공적이었다는 점ㅎㅎ. 고모님이 치매보험 6개나 팔았다고 어찌나 좋아하는지 말입니다.
하긴 뒷치닥거리 그렇게 열심히 해주고, 엉덩이까지 별안간 걷어 차였는데, 재민이 실적 올리게 보험이라도 많이 팔았으니 그게 어딘가 싶고 말이지요. 경찰서에서 서연을 찾은 장면에 이은 수애의 발차기, 그런 행동을 보이는 것이 과장은 아니지만 황당한 편집에 웃음보가 터져버렸네요. 급한 마무리와  함께 수애의 병세 진행과정만을 나열하다 보니, 웃을 상황이 아님에도 우스운 장면이 되고 말았습니다.
치매환자가 공격적이고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인다는 것은 과장은 아닙니다. 드라마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 않지요. 예은이 머리가 안 예뻐 보인다고 가위를 들고 위험천만한 상황을 마주하는 것도 다반사일 겁니다. 장수하셨던 친정할아버지, 할머니도 말년에는 치매가 찾아 왔었습니다. 치매환자가 특히 좋아하는 것이, 저희 친정할머니를 보면 가위를 그렇게 좋아하시더군요. 한밤중에 일어나 이불이며 옷가지들을 잘게잘게 잘라놓는 일도 많았고, 특히 벽지나 휴지를 찢는 것은 매일 벌어지는 일이었습니다.
그때야 치매시설이 있었던 시절도 아니고, 다들 집에서 마지막까지 모시는 경우가 많았지요. 수애처럼 예전 살던 곳으로 가서 온 가족들이 찾으러 다닌 일도 많았고, 경찰서에서 모시고 온 적도 많았어요. 특히 오래전에 사시던 시골동네를 하루종일 걸어가서 논두렁에서 잠든 할아버지를 동네 어르신이 알려줘서 모시고 온 적도 있었습니다. 
노인성 치매는 노화와 함께 오는 것이기에 그 병증이나 예후를 많이 들어서 알고 있지만, 서른 살 여자에게 찾아온 치매는 드문 케이스입니다. 예전에 친구 오빠가 수애와 같은 알츠하이머형 치매로 세상을 떴다는 것을 쓰기도 했는데, 그래서 저는 특별한 관심으로 이 드라마를 봤습니다. 마지막까지 오빠의 곁을 지켰던 올캐언니와의 사랑이 어떤 것이었을까, 김수현 작가가 그려내는 순애보 속에서 간접적으로 알고 싶었거든요. 이렇다 하게 가슴을 울린 답은 주지 못한 것 같아 드라마가 주는 감동이나 메시지를 떠나, 작가에게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사랑보다는 치매수애의 명연기와 마지막까지 보릿자루가 돼 버린 김래원이 불친절한 작가를 만나 작품운이 없었다는 찜찜함이 많이 남네요. 드라마를 통해 치매로 죽어가는 여자를 지키는 한 남자의 지고지순한 순애보를 느끼고 싶었지만, 결국은 수애를 위한 수애의 드라마, 치매수애만이 남았군요. 치매를 앓아가는 한 여인을 지켜보는 박지형이라는 인물을 감정을 절제하고 묵묵히 보여준 김래원의 연기는 좋았지만, 여주인공 하나를 위해 모든 배우들이 들러리가 돼버린 것은, 연기자의 문제가 아니라, 작가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서연의 마지막 인사, "안녕, 잘있어"
뒤죽박죽된 서연의 기억들, 어린 시절로 돌아갔다 정신이 돌아왔다, 서연의 치매는 급속도로 악화되고, 고모부도 고모도, 재민이도, 지형이마저도 알아보지 못하는 상태로 진행되지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도 알아보지 못하고 말을 걸고, 행동도 난폭해지기도 하지요.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게 안간힘을 쓰는 것에 서연은 더 지쳐가기만 합니다.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알처럼 서연의 기억들이 스르르 소리없이 빠져나가, 빈껍데기 호두알처럼 쪼그라드는 것을 지켜보는 지형과 고모, 얼마나 많은 시간들을 몰래 울었을지, 그저 대신 아파주지 못함에 미안하다는 말밖에 하지 못하지요.
예은이의 머리를 잘라주겠다고 가위를 들고 있는 모습에 기겁한 지형은 결국 방배동으로 예은이를 보내기로 합니다. 조카를 안고 우는 문권이 박유환때문에 울었네요. 이 다음에 크면 엄마 얘기 다 해준다며 아기를 안고 우는 박유환의 눈물이 짧은 장면으로도 가슴 먹먹하게 하더군요.
예은이와의 이별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표정하기만 한 서연, 한방울의 눈물도 보이지 않았던 서연이 잠깐 예은이의 볼을 만지는 순간은 자신이 예은이 엄마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듯했습니다. "안녕, 잘있어". 자신이 떠날 것이라는 것을 아는 서연의 마지막 인사, 그리고 한참이나 예은이와 눈을 마주치는 서연이었지요. 지형의 가슴에 안겨 예은의 눈을 좇는 서연의 눈에는, 곧 잊혀져 버리겠지만 마지막으로 딸의 얼굴을 기억하려는 서연의 짧은 희망도 같이 느껴지더군요.
예은이가 나가는 것을 보지 않은 서연, 멍하게 앉아 있던 서연이 지형을 올려보고는 웃지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 싶을 정도로 아이이게 무감해했던 서연이는, 처음 정식으로 아이 얼굴에 손을 대고 말했다. '안녕, 잘지내'라고... 아내는 아이가 나가는 것을 보지 않았다. 아내는 웃는다. 무슨 의미로 웃는지 나는 알 수가 없다".
그렇게 서연에게서 아이가 일찍 지워져 버렸는지, 시청자도 알 수가 없는 일입니다. 치매라는 것이 이토록 잔인한 것인지, 지켜보는 이만 답답할 뿐이지요.
서연은 많은 시간은 서연이가 아닌 다른 인물이 되어 삽니다. 옷을 사가지고 온 사촌언니 명희에게 "나쁜 기집애"라며 뺨을 때리기도 하고, 모든 여자들은 아주머니가 되고 남자들은 아저씨가 되어가죠. 먹을 것에 집착하고 물건을 집어던지기도 하고,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지경까지 이르렀지요. 기저귀를 하자는 지형의 말에는 잠시 이서연으로 돌아와, 처참하게 부서져 가는 자존심때문에 분노하고 울기도 합니다.
한밤중에 기저귀를 차려고 버둥대는 서연을 보며 우는 지형, 그렇게 똑똑하고, 분명한 것 좋아하고, 깔끔했던 서연이 망가지는 것을 지형도 볼 수가 없었는지, 하지말라고 괜찮다고 우는데 가슴이 먹먹해지더군요. 지형이 왜 우는지조차 모르고,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를 모르고 텅비어 버린 세상을 힘없이 바라보는 서연의 초점없는 눈빛은 또 얼마나 아려오던지요. 그리고 짧은 시간, 흑백으로 화면이 바뀌면서 서연은 차디찬 땅에 쉬고 있었습니다. 서연의 잃어버린 기억을 그곳에서 다시 찾았을지, "사랑해 미안해 고마워"라는 말만 남기고, 짧지만 행복한 삶을 마감했습니다.

서연의 죽음, 해피엔딩인 이유
저는 서연의 죽음을 새드엔딩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죽음이 반드시 새드엔딩인 것만은 아니지요. 서연에게는 삶이 고통이었을 지도 모를 일이었으니 말입니다. 이 드라마는 해피엔딩이었습니다. 더 오랜 시간 서연을 붙잡고 있는 것은 서연에게도 비극이고, 지형에게도 힘듦이었습니다. 불치의 병 치매, 서연의 죽음은 예정된 일이었고, 서연은 누구보다 공주처럼 보살핌과 사랑을 받고 갔으니, 서연이 기억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나쁜 삶은 아니었을 듯합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끝까지 지켜주고 보살펴줬다는 것만으로도, 서연은 두려움 속에서 마지막을 마감하지는 않았으니 말이지요.
시설로 보내자는 지형 아버지의 말에도 마지막까지 지켜준다는 약속을 지킨 지형, 이런 사람이 또 있을까, 이런 사랑이 또 있을까 싶은 사람이지요. '이런 사람, 이런 사랑', 지형의 사랑을 마지막까지 살려주지 않은 작가로 인해 그 사랑이 살지는 못했지만, 시청자는 작가가 보여주지 못한 사랑까지도 끄집어내서 읽으려고 했습니다. 지형의 사랑을 조금더 할애를 했다면, 순애보도 살았을텐데 많이 아쉬움이 많이 남네요.
서연의 죽음은 지형에게는 잔인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오래 끌지 않아서 오히려 다행이었습니다. 자연사였으니 도덕적 지탄에서도 빗겨간 김수현 작가였고 말이지요. 긴 병에 효자없다는 말도 있지만, 산 사람은 살아야지요. 산 사람마저 죽은 사람처럼 일상생활을 피폐하게 만드는 것이 치매입니다. 그런 점에서 지형과 고모네 식구들의 정상적인 생활을 위해서도, 서연의 죽음은 그리 슬퍼할 일은 아닐 듯싶군요. 기억을 잃어가면서 자존심이 송두리째 내팽겨지는 고통을 내려놓은 서연이게도 말입니다. 매정한 말이지만 현실은 드라마처럼 우아하고, 고상한 치매환자는 드물기 때문에 말이지요.
딸 예은을 데리고 서연을 찾은 지형, "난 아직이다, 서연아...아직이야". 지형의 사랑은 진행형이었고, 여전히 지형의 가슴에 서연이 자리하고 있음을 암시했지요. 아마 더 오랜 시간 지형은 서연을 사랑하며 살 듯합니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사랑은 아니겠지요. 행복했던 순간, 사랑스러웠던 순간, 아프고 망가져가는 모습까지도 사랑할 수 있는 지형의 사랑, 지형의 사랑이 어떤 색깔이었는지 쉽게 말로 하기는 어렵습니다. 뜨거운 사랑도 아니었고, 운명같은 사랑도 아니었고, 가슴 저리는 시린 사랑도 아니었고, 두근두근 설레이는 달달한 사랑도 아니었습니다.
드라마를 보며 솔직히 서연의 지형에 대한 사랑은 많이 느끼지 못했지만, 지형의 서연에 대한 사랑은 느꼈어요. 지형의 사랑은 초반에 그토록 욕을 먹었던 책임지는 사랑이었습니다. 향기를 버린 것에 대한 도덕적 지탄을 가장 많이 받았고, 약혼자가 있음에도 다른 여자와 놀아났다고 비난 속에 있었던 캐릭터였지요. 서연도 그 비난을 피해갈 수는 없는 부분이었고요.
그러나 지형은 한 여자에게만은 끝까지 자신의 책임을 다했고 약속을 지켰습니다. 사랑에는 책임이 따른다고 하지요. 향기에게는 배신이었지만, 지형은 더 힘든 사랑을 선택했고, 스스로 진 십자가를 끝까지 벗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지고지순한 사랑을 느끼게 하지는 못했지만(이 부분은 작가의 책임), 선택에 대한 책임도 사랑이라는 것을 말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지형은 서연을 선택하면서 희생이 아니라고, 서연이 없으면 자신이 불행해 질 것이기에 선택하는 것이라고 했지만, 치매가 진행되어 가면서는 희생과 헌신의 사랑을 보여줬지요. 현실에서는 보기드문 순애보지요. 이런 사람에게 이런 사랑을 받아본 서연은 참으로 행복한 여자입니다.
사족같은 오지랖이지만, 지형에게 이런 말을 들려주고 싶군요. '사랑은 시간이 지나가게 한다. 시간은 사랑이 지나가게 한다'는 말을요. 서연의 병수발을 들었던 3년, 천일의 약속을 지키는 동안 지형에게는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서연과 함께 더 오래 있고 싶다는 마음이었기에, 오히려 짧았던 시간이었을 겁니다. 주위 사람들에게는 긴 시간이었을 지라도 말입니다. 할만큼 했고, 사랑에 대한 책임까지 지극한 마음으로 지켰던 지형이기에, 그에게 시간을 약으로 주고 싶군요. 
서연에 대한 추억과 기억은 공룡화석처럼 깊이 남겠지만, 서연에 대한 사랑은 시간과 함께 지나가게 했으면 싶군요. 지형이같은 남자라면 예은이가 딸려있어도 좋은 여자를 만나 다시 사랑을 할 기회 또한 주고 싶어서 말입니다.
사랑이야기는 실종되어 버린 감이 있지만, 연자들의 연기는 그래도 좋았습니다. 치매환자를 연기하는 수애의 연기는 매회 병 진행의 정도에 따라 표정도 바뀌어갔고, 나중에는 실제 치매환자들처럼 무표정의 뚱한 표정연기로 실감나게 보여주면서 연기폭을 넓혀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지요. 또한 작가의 홀대(?)에도 세심한 감정선으로 보이지 않는 지형의 사랑을 표현하려 애쓴 김래원의 연기도 진중하고 묵직하니 좋았습니다. 지성과 인품을 갖츤 강수정이라는 어머니상을 통해 보고 배운 것도 많았습니다. 가족 누구에게도 올 수 있는 치매이기에, 앞으로 치매를 어떻게 바라보고 대처할까에 대한 개인적인 고민도 해보게 했습니다.
 
치매라는 병이 찾아 온 서연에게는 비극이지만, 그래도 그만한 사랑을 받았으니 행복했노라고, 사랑하는 여자를 마지막까지 놓지 않았던 지형의 사랑도, 끝까지 책임졌으니 비겁했다는 미안함도 내려놓을 수 있었으니, 이만하면 해피엔딩이 아닐까 싶네요. 무엇보다 서연과 지형이 치매의 고통에서 벗어났으니, 산 사람이나 죽은 사람이나 다행일 듯싶고요.
자신의 늪으로 지형을 끌어들이기 싫어했던 서연, 그 늪이 자기의 몫이라고 걸어 들어갔던 지형, "사랑해 미안해 고마워" 수도 없이 반복했던 천일 동안의 약속, 늪이었다고 할지라도, 그 시간이 행복했노라고, 그들은 오랜 시간 후에도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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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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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수린 2011.12.21 10:03 address edit & del reply

    알츠하이머 ;; 가장 최근의 일부터 잊어버리지 않나요 ? 그래서 애기 잊어버린거 같은데 //

  3. 소라 2011.12.21 10:08 address edit & del reply

    김수현 작가는 정말 대단하신 것 같네요.
    그 분이 내년에 칠순이라 들었는데....
    짧은 미니시리즈지만 알츠하이머와 그 가족들의
    비극을 감동스럽게 잘 엮으셨다 생각듭니다.

  4. 임서론 2011.12.21 10:19 address edit & del reply

    웃음이 나올만한 장면이 아닌데;; 왜 웃죠? 가족들이 그 장면에서 웃는데 이상하고 비정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진지하게 몰입을 안 하고 모두 다른 사람 얘기라고 치부해서 그런거라고요.
    치매라는 병에 한번쯤 두려움을 가져본 적이 있었을 것입니다. 천일의 약속은 그런 두려움을 현실적으로 보여준 작품이죠 마지막편이라 치매환자의 행동들을 폭풍처럼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보는데요 오히려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박지형이 이서연을 끌어안고 기저귀 안 차도 돼 하지마라고 오열하는 부분은 아직도 찡하네요

  5. 호빗 2011.12.21 10:36 address edit & del reply

    주인공이 망가져가는것을 최소화하고 싶은? 마지막회가 너무 지나친 속도로 흘러가서 정신 없었어요.
    허무한감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향기 라는 캐릭터가 큰 짐 다 떠안으면서 끝나진 않았군, 하는 안도가 듭니다.

  6. 흠흠 2011.12.21 10:50 address edit & del reply

    저는 몰입해서 봐서 그런지 웃음이 나지 않더군요. 오히려 고모에게 발로 걷어찼을 때 너무 슬퍼서 울컥했었는데. 아무래도 치매환자를 옆에서 겪어본 사람과 아닌 사람의 차이 아닐지요.
    정말 겪어본 사람은 공감할 것 같네요 ^^

  7. 흠흠흠. 2011.12.21 10:57 address edit & del reply

    발차기에 빵 터졌다는 자극적 제목에 화가 나서 들어왔습니다. 포스팅은 잘보고 갑니다.참고로 그 발차기보고 전 울었습니다. 외상성 치매 환자와 3년째 살고 있습니다.

  8. 저도 2011.12.21 11:41 address edit & del reply

    빵터졌단 말에 이게 뭔소린가 했네요. 문정희씨 연기에 저는 더 많이 눈물이 났습니다.
    잘봤습니다.

    • coffeemon 2011.12.21 15:35 address edit & del

      동감입니다. 제일 현실적이고 생생하고 이해할만한 인물이 문정희씨가 맡은 언니역이었던 것 같아요.

  9. 2011.12.21 12:34 address edit & del reply

    해피엔딩이라니 치매만큼 잔인하네요..

  10. 2011.12.21 12:34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11. 2011.12.21 15:07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12. zz 2011.12.21 17:17 address edit & del reply

    참 별 얘기도 없는걸 구구절절 쓰셨네요 요샌 개나소나 인터넷에 글을 써서 오염을 시키니 원....

  13. 글쎄요.. 2011.12.21 17:51 address edit & del reply

    저는 드라마를 보면서 서연이가 제 가족인것 같은 느낌에 가슴이 아프고 먹먹했는데, 글을 아무리 봐도 리뷰를 쓰시는 분이 뭔가 드라마를 잘못 보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알츠하이머라는 병이 이렇게 빵터질만큼 여겨지는 병도 아니고, 음........ 알츠하이머 환자분을 두신 가족분들이 이글을 보신다면 상처 받으시겠네요.

  14. 역시... 2011.12.21 18:08 address edit & del reply

    저 역시 수애의 발차기 장면이 가슴아팠는데 윗분들도 그러시군요.
    원래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모두다 말하지 못해 한이 맺힌 것마냥 쏟아내고 읊어대고...것도 자연스런 대화체가 아니라 무슨 문장의 마침표 찍는것마냥 말예요.
    이 드라마도 뻔하려니...하며 지나가면서 봤고 역시 뻔했죠.
    그런데...치매를 그려내는 방식이 참 좋다 싶었습니다. 구태의연하게 끌고가지 않은 점도 좋구요.
    아무래도 여자주인공을 한계상황까지 몰고가는것은 드라마의 분위기나 전체 색깔과는 어울리지 않았을테고 딱 적절하게 드라마의 색에 맞게 풀어냈다고 봅니다.
    질질 끌다가 한편에 몰아붙인듯한 느낌도 있었지만 이 역시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는 수애의 변화를 생각하면 수긍이 가고 현실적으로도 치매는 하루하루가 다를테니까요.
    계속 불만으로 어디보자...이런 어줍잖은 생각으로 봤는데 마지막회는 역시 김수현작가의 내공이 있구나...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저귀 장면이나 문건이 예은을 안고 우는 장면에선 같이 눈물짓기도 했네요.
    아마도...제가 느끼기엔 애초에 예은이한테 정을 안준 것 같습니다. 자신은 어차피 떠나가야, 것도 언제가야 할지 모르는 사람이니 무덤덤하게 눈도 제대로 안마주치고 그랬겠지요. 그러나 더는 버팅길 수 없는 상황에서 자신의 아이와 처음으로 정식으로 눈을 마주하고 마지막 인사를 하지요...그리고 지형의 독백처럼 알 수 없는 웃음을 지었는데 전 그웃음이 왠지 자신의 할 일을 다 한, 딸에 대한 애절함이 담긴 웃음이다...생각이 들더군요. 차마 정을 줄수도 없고 이미 자신의 마음까지 모르게 된 수애가 지을 수 있는 감정표현. 그렇게 낳고자 자신의 병을 악화시키면서까지 낳은 아이에 대한 사랑...
    뭐, 그렇게 느껴지더라구요...

  15. - 2011.12.22 02:17 address edit & del reply

    '천일의 약속'.. 욕도많이먹고, 말도많은 드라마였고..
    개인적으로 '서연'이라는 주인공이 너무맘에들지 않았어요...
    뭐랄까, 말하는거나 생각하는거나, 너무 거리끼는게 많다고해야하나...
    속사포말투 ㄷㄷㄷㄷ

    하지만, 서연정도의 성격에
    치매를 마주하는 한 여자의 모습을 보자니,
    참 처절하기도하고,..
    뭔가 여러모로 끌렸던 드라마였어요.

  16. 2011.12.22 10:08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17. 용가리 2011.12.22 18:13 address edit & del reply

    좋은 글 !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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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Book of ra 2012.05.09 21:24 address edit & del reply

    질질 끌다가 한편에 몰아붙인듯한 느낌도 있었지만 이 역시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는 수애의 변화를 생각하면 수긍이 가고 현실적으로도 치매는 하루하루가 다를테니까요.

  21. solar installation Malibu 2012.05.11 20:55 address edit & del reply

    特別籌組「資訊時代的共有資源」專題,希望藉著本專題的徵稿(2011/9/1截止)

2011.12.20 08:25




드라마 결말에 이르러서는 비호감 주인공이나 조연들도 호감으로 돌아서고 상처들도 봉합의 과정을 거치는데, 천일의 약속 여주인공 수애는 마지막까지 민폐 논란을 종식시키지 못하는 것은 김수현 작가의 실수가 아닐까 싶네요. 수애의 모성애와 사랑(?)은 치매환자에 대한 이해도 쉽지 않게 합니다.
자신이 치매라는 것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 자기가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는 똑똑한 서연은 여전히 시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줄줄 읊어대는 고상한 치매환자입니다. 주인공을 통해 보여주고 싶은 작가의 문학적 과시욕은 아닌가, 혹은 메말라 가는 현대인들에게 시 하나는 읊고 외우고 살라는 작가의 진심어린 충고인지, 그 진심을 읽기가 힘들군요. 좋은 쪽으로 생각하고 싶지만 하필 치매환자가 매회 한 두편씩은 읊어내는 시구절은 서연이 치매환자가 맞기는 하나 싶게 만듭니다. 치매환자이니 젖은 옷을 입은 채 침대에 눕고, 카레를 부어 손으로 밥을 집어 먹는 것이겠지만 말입니다.
드라마에서 똥오줌 못가리는 치매환자의 실상을 그런 식으로 묘사한 것이라 생각되지만, 그게 똥오줌이라고 생각하면 말못할 수치이며 비극이고, 곁에서 지켜보는 이들에게는 슬픔을 떠나 힘겨운 뒷치닥거리지요. 묵묵하게 서연의 병수발을 들고 있는 박지형의 순애보는 순애보가 아니라, 도우미에서 간병인까지, 회사일까지 줄여가며 온갖 잡일을 다해내고 있으니, 그 정성과 마음이 갸륵하고 안쓰러울 지경입니다.
제왕절개로 딸을 낳은 서연, 지형과 서연의 딸 예은이는 무럭무럭 커가는데, 서연은 점점 어린아이로 돌아가고, 치매증세도 심해지지요. 애를 떨어뜨릴까봐 겁나서 아기를 안지도 못하는 서연, 예은이가 울어도 어찌할 줄을 모르고 발만 동동거리는 서연, 아기를 혹이나 어떻게 할까 염려하는 모성애(?)때문이라지만, 본능적인 엄마의 행동마저 제어하는 서연을 보니, 가슴 한 쪽이 쓰라려 오면서도 뭔지 모를 불편함이 느껴지는 모성애였습니다. 아이와 눈맞추고 토실토실 살쪄가는 아이 엉덩이도 토닥거리고 싶은 것이, 서연이 누리고 싶었던 행복이라며, 아이를 낳겠다고 고집을 피웠던 것을 금세 잊어버린 서연은 확실이 치매가 맞기는 합니다.
떨어뜨리면 어떡하냐고, 아기를 집어 던지면, 환각이 생겨 아기가 괴물로 보여서 죽이려고 밟아대면 어떡하냐는 서연의 말에서, 아기를 지키고 싶은 엄마의 마음도 읽혀지기는 하지만, 그저 독한 서연이라는 생각이 먼저 드네요. 얼마나 아기를 안고 싶을까요. 그런데도 아기가 어떻게 될까 걱정되어, 아니 자신을 믿지 못하기에 서연은 엄마의 감정을 누르고 아기를 보호하려는 게지요. 그 마음을 알면서도 아기가 울면 자연히 손이 가는 엄마의 본능을 누르는 서연의 감정은, 치매환자가 맞나 싶을 정도로 강해 보입니다. 본능마저 제어하는 것이 모성애의 힘인가 싶기도 하고요.
그냥 안고 있으면 된다는 문권의 말에 잔소리하지 말라며, "나도 다 생각이 있단 말이야. 알지도 못하면서"라고 방을 나가버리는 서연을 보며, 향기를 만나고자 한 이유를 어렴풋이 짐작하게 했습니다. 아이에게 정을 남겨두지 않으려는 서연, 아기를 너무 사랑하기에 다른 사람 손에 아기를 주고 싶지 않는 마음이 들까봐, 애써 아기에게 무심하게 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자신의 병세가 심해질수록 아기에 대한 걱정이 늘어가는 서연은 예은이를 방배동 지형네 집에 보내자고 말하지요. 자신을 믿을 수없다며, 아기있는 데서 엄마가 똥싸고 오줌싸는 것 싫다고 말이지요. 괜찮다는 지형이지만, 고모가 힘들어서도 안된다고 서연은 고집을 꺾지 않습니다. 제정신일 때는 예은이의 꼼지락거리는 모습이 얼마나 예쁘게 보일까요? 그런 아이를 두고 죽어야 한다는, 아니 그 예쁜 아이가 자신의 딸이라는 것도 모르게 될 거라는 것때문에, 혹이라도 아기를 어떻게 해버릴까 서연은 불안하고 걱정됩니다.
갑자기 베란다에 의자를 밟고 올라서서 천길 낭떠러지 아파트 아래를 내려다 보는 모습은 역시 자살낚시였지만, 서연이 자살을 하려고 했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자살이라는 것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어떤 상태인지를 인지하고 있을 때 행하는 행동이기에, 처참하게 으깨져 죽은 모습을 남길 서연은 아니지요.

그보다는 점점 다가오는 죽음을 준비하는 서연의 모습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예은이에게 의도적인 거리감을 두려는 서연의 모습에서도 엿보이기는 했지만, 짐작이 틀리지 않아서 당황스럽더군요.
꼭 한 번 만나고 싶다는 서연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향기를 만난 지형, 향기에게 못할 짓을 한 지형이기에 향기를 만나 부탁을 하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서연이가 원하는 것이라면 무슨 일이든 들어주고 싶다며, 바라보기만 할 수 밖에 없다는 지형의 부탁에 향기는 서연을 찾아 옵니다.
향기가 내미는 꽃바구니를 받아들며 뜬금없이 김용택님의 봄날은 간다 중 서리편을 읊는 서연, '꽃도 잎도 다 졌니라 실가지 끝마다 하얗게 서리꽃은 피었다마는 내 몸은 시방 시리고 춥다 겁나게 춥다 내 생에 봄날은 다 갔니라', 서연의 죽음에 대한 자기정리적인 시였지만, 향기를 앞에 두고 그 어색하고 뜬금없는 장면이 섬뜩스럽게 무섭기까지 하더군요. 딴 세상에 살고 있는 듯한 서연의 표정이어서 향기가 누군지 모르고, 자기만의 치매 세계로 들어가 버린 서연으로 착각하게 만들기까지 했으니 말입니다. 서연이 문학했던 사람이었던 지라 치매에 걸려도 참 우아하고 고상하군요ㅎ;;
"얼마나 아프고 힘들었을까...내가 저 이를 향기씨한테 떠나 보냈을 때보다 더 힘들었을 거예요. 만나서 이해와 용서...염치없어요. 미안해요". 지형의 이별통보는 벼락맞은 거였노라고 고백하며, 하지만 사랑은 두 마음이 같아야 완전한 건데, 지형과는 그렇지 않았다고 말하는 향기였지요.
주위를 둘러보고 목소리를 낮추는 서연, 향기를 부른 이유를 말하지요. "나는....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을 거예요. 만약 그때까지 오빠에 대한 마음이 식지 않거든, 내가 없어졌을 때 향기씨가 옆에 있어 줬으면...뻔뻔스럽지만 어쩌면 더 박지형이라는 남자를 나보다 더 잘아는 사람일 지도 모르니까...". 지형을 향기에게 부탁한다는 말을 하고는 두통을 호소하는 서연이었지요. 지형의 가슴에 안겨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 마는 서연, "나는 정말 한심하고 비열해, 말도 안돼, 나 어떡해...".
향기에게 지형을 부탁하고 우는 서연에게는 두가지 혼란스러운 감정들이 교차하고 있었습니다. 지난 밤에 베란다에서 서연이 위험한 행동을 했던 것을 알고는 지형이 그랬지요. 지형 자신을 위해 아무 것도 하려고 하지 말라고요. 도망치려고도 하지말고 배신하지 말라고 말이지요.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서연은 자신이 죽이고 싶을 정도로 밉습니다. 자기만을 바라보고 눈만 마주치고 있는 것으로도 행복하다는 지형을 머지않아 떠나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서연은, 그렇게 자기만을 바라보고 있는 지형을 두고 자꾸 삶을 포기하려는 자신이 한심하고 밉습니다. 그리고 향기에게 또 미안한 죄를 지으려는 자신의 비열함이 밉습니다. 내 남자였다며 향기에게서 지형을 빼앗은 서연, 그리고 이제는 그 남자를 돌려보낼테니 맡아달라고 부탁하는 자신이 너무나 비열해서 밉습니다.
작가는 서연 스스로의 입을 통해 자신을 비열하다고 서연을 위한 변명을 마련해 주었지만, 그럼에도 서연이가 참 야속하고 이기적으로 보이는 것은 저의 얄팍한 이해심과 너그러움때문일 듯합니다. 향기가 끝까지 지형을 기다리고 말고는 서연이 참견할 문제가 아니지요. 서연이 부탁해서도 안될 말이고요.
향기가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지 못하고 서연이 떠난 후에도 지형과 아이를 택하겠다고 하면 ,그것은 향기의 사랑이지, 서연이의 지형에 대한 사랑이나 진심으로 향기에게 하는 사과는 아니지 않을까요? 물론 여전히 지형을 모습만을 좇고 있는 향기의 눈에서 향기가 여전히 지형을 마음에 두고 있다는 것은 읽었겠지만, 마치 유언처럼 향기에게 부탁을 하는 것은 조금은 뻔뻔한 이기심같아 보입니다. 지형이 향기를 끝까지 여자로 사랑하지 않는다면, 혹이나 두 사람이 훗날 결혼을 한다해도 향기는 지형의 껍데기만을 안고 사는 것과 뭐가 다를까 싶어서 말이지요.
정말 향기에게 미안하고 향기를 지형에게 보내고 싶었다면, 향기가 아니라 지형에게 부탁을 했어야 순서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자신이 떠나면 향기와 다시 시작해 보라고, 예은이를 위해서라도 무릎꿇고 싹싹 빌어서 평생 향기 눈에서 눈물 쏟게 하지말고 위해 주고 살라고 해도 모자랄 판에, 향기에게 유언처럼 부탁을 하고 것은 신파로밖에 보이지 않네요. 
사랑이라는 감정에 무뎌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서연이 그것이 향기에게 하는 사과였고, 지형에 대한 사랑이었는지, 아무리 드라마라지만 다 이해하기는 힘들더군요. 지형이 서연을 끝까지 잊지 못하고 그 추억만으로 살아간다면, 향기는 처녀귀신으로 늙으라는 말인지 뭔지...착한 향기는 그저 서연이 안됐고 지형이 안쓰럽지만, 서연의 부탁은 내내 향기에게는 짐이 되지 않겠냐는 그런 생각이 들어서 말입니다.
향기를 만난 서연은 극도의 스트레스로 치매증상도 심각하게 나빠져 버렸지요. 불과 몇시간만에 이렇게 증상이 악화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욕조에 물을 틀어놓고 귀신처럼 앉아 있지를 않나, 젖은 옷을 입은 채로 침대에 벌러덩 누워 추한 모습으로 변해가지요. 오즘싸는 치매환자의 모습처럼 말입니다. 그 뿐이 아니었지요. 욕실 청소를 하고 몰래 오열하는 지형을 위로하는 재민을 뒤로하고, 카레밥을 손으로 집어먹는 모습까지 나와 시청자를 놀라게 했지요. 옥에 티라면 서연이네 집은 밥을 냉장고에 넣는다는 점? 치매 어른을 둔 가정에서 똥을 집어먹는다는 얘기들도 많이 나오는데, 그 모습이 연상되어서 가슴 아프면서도, 주위 가족에게 힘겨운 상황이라는 생각에 가슴만 무거워지네요. 
마지막회 한 회만을 남겨둔 천일의 약속, 지형과 서연의 예정된 시간 천일이 다 되어감에도 이 드라마가 보여주고자 하는 순애보는 여전히 감금상태입니다. 지형이 미치겠다는 말로 삶과 자신에게서 멀어져 가는 서연에 대한 안타까운 눈물연기를 보였지만, 김래원의 사랑에는 극히 인색했던 김수현 작가였기 때문에 말이지요. 수애의 치매와 치매진행 과정에 중심을 두다 보니, 사랑보다는 고상한 치매환자의 짧은 삶이야기가 되고 말았지요. 드라마 마지막까지도 이 드라마가 치매환자 이야기인지, 작가가 마지막으로 풀어내고 싶었다던 순애보 정통멜로였는지, 무게중심을 이동시키지 않은 것은 작가의 실수입니다.
"나를 없애버리고 싶어. 결혼 안해야 했어. 행복하고 싶었어. 행복할 줄 알았어"라는 서연의 말도, "나는 너고, 너는 나 자신이야. 우린 한 사람이야, 사랑해 서연아"라는 지형의 말도, 절절하게 와닿지를 못하고 흩어져버리는 멜로는 처음입니다. 이기적인 민폐 여주인공이 되어버린 서연의 말도, 함께 있는 것만으로 족하다는 지형의 사랑도 왜 공허한 메아리처럼 들리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마지막회에서는 치매가 아니라, 감동으로 적시는 두 사람의 사랑때문에 울 수 있을지, 오래 참은 김에 마지막까지 참고 봐야겠네요. 치매수애가 남는 드라마가 아니라, 작가가 말한 것처럼 '이런 사랑도 있구나'로 남는 드라마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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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2.20 08:38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2. 여왕의걸작 2011.12.20 08:44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저는 저번 주부터 브레인으로 갈아탔는데 갈아타길 잘했다 싶습니다.
    보는 내내 스트레스가 쌓여서 견딜 수가 없었어요.
    안 그래도 감정이입이 잘 되는 성격인데 드라마 보며 스트레스까지
    받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역시 예상했던 시나리오네요.
    딸을 낳을 것 같았고, 분명 김수현 작가라면 서연을 초라하게 만들지
    않으려고 무진장 애쓸 것 같았습니다.
    김수현 작가는 여자 주인공을 굉장히 자존심 강한 사람으로 자주 그려냅니다.
    스스로 글을 쓰며 여자 주인공을 통해 못다한 자기 만족을 하는 것 같기도 해요.
    사실 저는 같은 여자로서 그런 부분이 마음에 들지만 이 드라마는 너무
    서연에게 초점을 맞춰 완전한 사랑을 그리면서 서연 한사람으로 인해 모든 사람들이
    희생당하는 그런 모습은 보기 불편합니다.
    여자 주인공을 너무 비호감으로 만든 것 같아 안타깝네요.
    재방송으로도 보고 싶지가 않네요..ㅜㅜ

    • 초록누리 2011.12.20 11:19 신고 address edit & del

      ^^*
      저는 마지막까지 정리하려고요.
      마음이 많이 무겁고 버겁지만 결말까지 지켜보려고 합니다.

  3. 예또보 2011.12.20 09:20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음 정말 어제는 보질 못했어요
    덕분에 잘보고 갑니다

  4. 모과 2011.12.20 09:21 address edit & del reply

    김수현 작가는 치매 환자를 잘못그리고 있습니다.
    그가 이혼녀라서 남자의 순애보를 그릴때 가장 이상적인 자기
    소망을 드라마에 풀어 놓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치매환자를 지켜보고 있는 가족으로서
    이해가 안되는 대목이 참 많네요.

    • 초록누리 2011.12.20 11:15 신고 address edit & del

      치매 환자에 대한 현실적 묘사는 떨어지죠.
      그래서 드라마의 한계일 수밖에는 없을 것 같고요.

  5. 왕비마마 2011.12.20 09:26 address edit & del reply

    현실은 저리 아름답기만할 수 없겠지요~
    치매에 대한 환상을 갖게끔 만드는~ ^^;;;
    허나 드라마라는 사실을 감안하고 생각했을 때
    정말 가슴시리도록 미어지는 연기력들인것 만은 확실하더라구요~ ^^

    울 누리님~
    따뜻~한 하루 되셔요~ ^^

  6. 샘이깊은물 2011.12.20 10:41 address edit & del reply

    치매환자를 저도 가까이서 보고 있는데,
    드라마에서는 왜 환상적으로 그렸을까 작가의 의도가 궁금해집니다.
    날씨가 많이 춥지요.
    감기 조심하세요^^

  7. 붓자루 2011.12.20 10:54 address edit & del reply

    태클은 아닙니다만,, 김수현 작가는 시는 기억에 남는것이 아니라 마음에 남는것이다 라는것을 말하고 싶은게 아닌가 싶네요,,

    • 초록누리 2011.12.20 11:16 신고 address edit & del

      너무 좋은 말씀이시네요.
      시는 기억이 아니라 마음에 남는다...드라마에서의 의도는 모르겠지만, 가슴에 와닿는 말씀이십니다.
      감사합니다^^

  8. 하결사랑 2011.12.20 15:57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저도 너무 고상한 치매 환자라는 말씀에 정말 동감합니다.
    그리고 정말 이기적이라는 것도...이정도의 신파 드라마에 눈물 한방울 안흘리고 보는 게 정말 오랜만이네요 ㅡㅡ;;; 워낙에 드라마를 보면서 잘 우는 편이라...
    그래도 보던 드라마이고...수애의 연기와 목소리가 좋아서...
    마지막까지 보렵니다. 요즘 브레인도 정말 재미있던데...

  9. 펨께 2011.12.20 17:12 address edit & del reply

    천일의 약속 다 본 건 아니지만 어제 우연히 19회 봤는데
    마지막 수애 카레먹는 장면에 섬뜩했습니다.
    아 이게 치매라는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지요.
    초록누리님 말씀처럼 저도 마지막회는 치매에만 치중하지 않는
    사랑의 이야기로 끝내길 바랍니다.

  10. 구윈 2011.12.20 18:43 address edit & del reply

    치매여부를 떠나 향기에게 애를 부탁하는 것을 보고 채널 돌렸습니다. 분명 작가는 향기가 아이를 맡아 키우는 것으로 결론내겠지요... 이제 현실과 동떨어진 드라마는 안보렵니다.

  11. 혜진 2011.12.20 19:00 address edit & del reply

    요즘.. 이 드라마를 보게되면 극도의 피로를 느끼게 됩니다.
    어제가 절정이었는 듯.. ㅠ.ㅠ
    다소 현실성이 떨어져요.. 물론 드라마긴 하지만..

    초록누리님.. 감사히 잘 보고 갑니다.^^

2011.12.14 12:13




여러가지 궁금증을 남겼던 천일의 약속 18회였습니다. 갑자기 재등장한 노향기, 서연의 진통, 그리고 베란다에 남겨진 서연의 슬리퍼를 통해 자살을 암시한 장면도 나와서 시청자를 경악하게 했는데요, 종잡을 수 없는 엔딩때문에 애가 타네요. 서연이 죽을 것이라는 것은 기정사실이지만, 서연의 죽음을 어떻게 표현할 지 김수현 작가의 생각이 가장 궁금한 대목이기는 했습니다.
지고지순한 순애보를 느끼기에는 두 사람의 사랑보다 알츠하이머의 병증에 치중해, 지형의 순애보가 100% 전달되기는 어려웠지요. 이번회 지형의 지형이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오열하는 한 장면만으로 지형의 존재감이 확인되기는 했습니다. 천일의 약속을 보면서 수애의 오열신보다, 지형의 오열에서 더 많이 울었네요. 눈물조차 보일 수 없는 지켜보기만 하는 남자의 숨죽인 오열이 너무나 가슴아파서 말입니다.
지형의 집에 저녁식사를 하러 간 서연과 지형, 지형의 아버지 박창주의 한마디가 초반부터 저를 울리더군요. 서연에게 인사말을 가르치는 강수정과 박창주의 장면에서는 두 사람의 모습이 귀엽기까지 했더랍니다. 강수정이 보여준 인품을 통해 왜 박창주가 강수정의 말에 꼼짝 못하는 지를 알았지만, 여우처럼 굴지 않아도 남편을 잡는(? 잡는다는 표현보다는 서로 존중하고 존경하는 부부사이라고 하고 싶네요) 비법은, 역시 인격과 품성이라는 것에 많은 것을 배우게 됩니다. 
이성적인 선택이 아니었고, 향기에 대한 신의를 저버린 것은 잘못되었다는 것을 짚어주는 아버지, 더구나 아이까지 가졌다고 하니 박창주는 서연과 지형의 선택이 현명하지 못했다고 말하지요. 서연의 담당의사와 통화를 했다는 말에 가족들도 아버지의 마음을 읽고는 울컥해지지요. "아이도 태어난다는데 어떤 투지로 병과 맞설거냐?"며 서연의 심기를 굳건하게 해주려는 시아버지 박창주였지요.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 서연과 지형은 아버지의 용서와 응원에 감사하고 있었고, 아버지를 바라보는 지형의 눈빛에는 감사와 존경의 마음이 들어 있었지요. 그런데 박창주의 한마디에 그만 울컥 눈물이 쏟아지더군요. 말없이 밥을 먹고 있는 서연을 향해, 너무나 따뜻한 음성으로 "서연아..."라고 불러주는 장면이었어요.
'서연아'라는 대사에 그동안 서연이가 받아보지 못했던 아버지의 사랑이 다 들어 있었거든요. 물론 서연남매를 데려다 키우자는 고모부의 큰사랑도 넘치고 넘쳤지만, 시아버지 박창주의 사랑은 또 다른 의미로 커보였습니다. 이렇게 복도 많은 서연이가 왜 그런 몹쓸 병에 걸렸는지 하느님도 무심하십니다.ㅠㅠ
"너한테 허락된 시간을 헛되이 쓰지말고, 할 수 있는 노력 필사적으로 다해서 너를 지켜. 포기하면 안된다".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라는 말이 있지요. 경제적으로 힘들면 어머니한테 도움청하라고 지형을 응원하고, 서연에게는 "네 어머니는 부처가 현신한 사람이니 의지하라"며, 서연을 편하게 해주려는 박창주였지요. 서연과 지형을 보내고 지형엄마 강수정과 나눈 대화는 더욱 감동적이고, 묵직한 남자의 책임감이 느껴지게 하더군요. "지가 선택한 길이니 마지막까지 비겁해지지 말라고 해".

시아버지를 보고 돌아온 서연은 기분이 한결 좋아졌습니다. 집안일도 다시 의욕적으로 하려 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말이지요. 동생 문권에게는 어머니를 책임져 달라며 유언을 남기기도 했지요. 지난 글에서도 서연이 어머니를 용서하고 화해했다고 어머니와의 재회에 대한 글을 썼는데, 용서를 하고 내려놓는 서연의 모습이 좋았습니다. 세상에 용서못할 부모도 없고, 용서하지 못할 자식도 없는 것이 천륜아니겠어요. 독거노인 만들지 말라는 말이 참으로 아프게 들리더라고요. 김수현작가의 세상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은 어머니를 독거노인이라고 표현하는 과감성에서도 보여지더군요. 
하루하루 서연의 상태는 나빠져 가지만, 서연도 지형도 애써 태연하고 싶어합니다. 무심하게 지나가는 일상에서의 실수처럼, 그렇게 서로 슬퍼하고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애를 쓰지요. 그런데 서연의 이미가 찢어지는 사고가 나지요. 서연의 이마에서 피가 줄줄 흐르는데, 아기처럼 엉엉 울고만 있는 서연의 모습이 어찌나 처연스럽던지요. 이마를 꿰매고 지형의 손을 잡고 잠든 서연, 서연을 보는 지형의 마음이 찢어지지요. 아내는 그렇게 아기가 되어 가며 죽어가고 있는 것이었어요. 상처가 아파서가 아니라, 신경들이 망가지고 둔해져 가고 있었지요.
잠든 서연을 두고 다른 방으로 가서 끝내 참고 참았던 눈물을 쏟고 마는 지형, 지형은 그동안 울지도 못했습니다. 울면 지형 자신이 무너질까봐서요. 정말로 서연이 없어진다는 생각속에 빠지기 싫어서요. 속으로만 흘리던 눈물이 주체하지 못하고 밖으로 터져나온 순간, 지형도 끝내 참지를 못하고 비명과도 같은 신음을 밀어넣으며 오열하고 맙니다. 오열하는 지형을 보며 한참이나 함께 울었습니다. 입을 틀어막은 김래원의 손에 핏줄들이 곤두섰더군요. 온몸으로 울었고, 비명과도 같은 고통을 온힘을 다해 참는 감정이, 김래원의 핏줄 선 손만으로도 확인이 되었던 장면이었습니다. 
음....이제 숙제를 하나 풀어야 겠습니다. 시청자를 경악하게 했던 수애의 자살암시 장면입니다. 우선 수애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은 농후합니다. 자존심 강한 이서연이 점점 악화되어 가는 자신의 몸상태때문에 주변사람들이 힘들어 하는 것을 참지 못했을 거라는 것이지요. 치매환자를 돌본다는 것이 드라마보다 실제로는 백 배 천 배 힘들고, 무엇보다 가족들의 삶이 망가진다는 것입니다.
집을 비울 수도 없고, 온종일 환자에게서 눈을 떼면 안되는 것이 치매입니다. 가스불을 잠그지 않아 화재를 내기도 하고, 몸의 중심을 잡지 못해 넘어져 골절상을 입는 일도 다반사고요. 대소변문제 또한 크지요. 노인성 치매환자의 경우도 본인이 치매라는 것을 알면, 세상이 아득해지고 정신있을 때 죽음을 택해서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고 자살을 시도한다는 사례도 많지요. 서연의 입장에서도 충분히 자살이라는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거지요. 서연이 지형을 거부하면서 했던 말이 자꾸 맴돕니다. 당신 인생까지 망가뜨릴 수 없다며, 당신 잡고 같이 늪으로 빠질 수는 없다는 말 말입니다. 
드라마에서는 나오지 않았지만 아이는 난산끝에 잘 낳았을 것이고, 다시 겨울로 돌아간 것을 보면 몇개월이 지난 듯 보입니다. 시간이 그만큼 흘렀다는 것은 서연의 상태가 더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말하겠지요. 정신이 남아있을 때, 자신으로 인해 지형과 가족들이 덜 고통스럽게 생을 마감하는 것으로 선택했을 가능성이 크지요. 솔직히 제가 서연의 입장이어도 그런 생각을 수도 없이 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서연의 자살은 제작진의 낚시라는데 무게를 싣고 싶습니다. 포기하지 말라며 필사적으로 노력하라는 시아버지 박창주의 응원을 서연이 설마 잊어버리지는 않았을 겁니다. 무엇보다 김수현 작가가 자살이라는 방식으로 순애보를 완성시킬 것 같지는 않습니다. 물론 김작가의 전작 완전한 사랑에서 차인표를 심장마비로 죽여버린 예는 있었지만, 서연의 선택을 자살이라는 방식으로 그녀의 사랑을 마무리한다는 것은 용납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치매진단을 받은 환자들에게 자살을 종용하는 것과 진배없는 무책임한 결말로 낸다면, 파장이 만만치 않을 거라는 것을 작가가 모를리도 없을 거고요.
남은 가족들을 위해 자살을 하는 것만이 최선의 방법은 아니잖아요. 빈껍데기가 되어 가더라도, 가족조차도 알아보지 못하는 부모님이라도 눈만 마주치는 것으로도, 살아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것이 가족이고, 사랑하는 사람이고, 또 부모님이잖아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암환자도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지는 않습니다. 치매환자라고 다를 것 없습니다. 기억을 잃어가며 죽어가는 것과 암세포가 온몸을 갉아먹어 죽어가는 것과 죽음은 매한가지라는 것이지요. 
저는 이 드라마를 보면서 치매의 무서움도 보았지만, 치매 또한 불치병 중의 하나라는 것에 무게를 두고 봤습니다. 망가져 가는 자신의 모습에 비관하고 스스로 더 작고 초라하게 움츠러들기 보다는, 기억이 남아있는 순간까지 자신의 삶을 잘 마무리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가족들의 일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암환자가 죽음을 준비하고 주변정리를 하는 것처럼, 치매환자에게도 기억이 남아있을 동안에는 자신의 삶을 정리하게 하는 것, 극중 지형의 역할이 그런 것이었다는 것을요. 자기가 누구인지를 잃어가고, 사랑하는 사람들마저 잊어버린다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불행인지, 서연은 가장 처절한 정신적으로 고통속에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서연을 웃게 하는 마지막 한 사람, 아니 두 사람, 지형과 태어난 꼬맹이겠지요. 지형에게 자살로 그녀의 마지막 모습을 기억하게 하는 정말 바보스러운 선택을 하지는 말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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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4
  1. 2011.12.14 13:53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2. 여강여호 2011.12.14 14:2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가뭄에 콩나듯이 띄엄띄엄 봐서...
    연결이 잘 안되네요..ㅎㅎ..
    바람이 차가와지네요...건강한 날 보내십시오.

  3. 온누리49 2011.12.14 16:05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리뷰로 연결을 해서 대충 생각을 하고 갑니다^^
    눈이 오려는지 비가 오려는지
    잔뜩 흐렸네요....

  4. 김래원이 좋아 2011.12.14 17:58 address edit & del reply

    천약이 끝나면 이제 오랫동안은 TV볼일이 없겠네요. 매주 월화마다 천약 정말 몰입해서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