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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0.18 '천일의 약속' 수애의 감정 못살린 대사처리, 긴장이 컸나? (4)
2011.10.18 11:36




흥행보증수표라고 불리는 김수현-정을영 콤비의 새작품 '천일의 약속'이 시작되었는데요, 그동안 김수현 작가의 작품과는 좀 다른 느낌이 들더군요. 김수현표 속사포대사는 여전했지만, 첫회 등장인물들이 한 가지 옷을 입은 듯 칙칙한 분위기였습니다. 슬픔이 진하게 깔린 작품이라 그런지 우울모드도 강하게 전달되었고 말이지요. 
트렌디 멜로물이 아닌 정통멜로드라마를 만들겠다는 김수현 작가의 말도 있었지만, 특유의 톡톡 쏘는 향신료가 부족한 듯해서, 전체적인 분위기가 슬픔보다는 답답함이 먼저 전해지더군요. 그럼에도 지독한 순애보를 그려가는 노작가의 감성은 어느 작품보다 진한 멜로물로 무게를 더할 듯합니다.
 
관록파 배우 김해숙, 이미숙, 오미연, 박영규 등의 중견배우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들이 향신료 역할을 톡톡히 할 것같아 적잖이 안심되는 부분입니다. 첫회부터 미이라처럼 붕대를 칭칭 감고 등장한 이미숙은 평범한 캐릭터는 아닐 듯해서 주인공들보다 기대가 더 크네요. 팔색조같은 배우 이미숙의 연기변신은 어느 작품에서나 매력적이지요. 박지형(김래원)의 어머니 역할을 맡은 김해숙 역시 어떤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줄 지도 기대되고 말이지요.
김수현 드라마는 주연과 조연의 비중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큰 특징이지요. 출연자 모두에게 각각의 스토리를 만들어 주고, 주 스토리안에서 조연들의 스토리 또한 소외시키지 않고 풀어간다는 것입니다. 오로지 주인공들에게만 핀트를 맞추는 모노형식의 드라마가 아닌, 일종의 옴니부스형식을 취해 왔지요. 그래서 초반은 무슨 말을 하는지 정신이 산만해지기 쉬운데, 천일의 약속 첫회는 두 주인공만이 클로즈업되어 수애와 김래원의 연기를 집중하고 보게 되더군요.
드라마 시작 2분도 안되어 나온 격정적인 배드신은 눈을 잠깐 의심하게 할 정도로 빠른 진행이었습니다. 배드신의 수위나 노출의 강도가 파격적이었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두 사람의 감정을 잡아내지도 못했는데 허걱, 뭐가 저리 빨라?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할까요? 이후에 연거푸 보여진 배드신 퍼레이드는 수애와 김래원이 리얼(?)하게 장면 자체는 전달했지만, 감정몰입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배드신은 화제용이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더군요. 배드신 연기자체는 잘하더군요.ㅎ
수애와 김래원은 연기가 안정적이고 탄탄한 배우들이죠. 발성도, 대사전달력도 좋은 편이고요. 그런데 첫회 수애의 연기는 대사와 감정이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아쉽더군요. 뭔가 2%부족한 느낌이었습니다. 대사가 썩 와닿지도 않았고, 그나마 수애의 감성짙은 표정이 독백하는 듯한 대사를 보완해 주더군요. 아마 대사처리의 부담감때문인 듯합니다.
김수현 극본의 특징인 토씨 하나 틀리지 않아야 하는 긴대사를 단숨에 무호흡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감정을 눌러버린 탓인듯 합니다. 개인적으로 수애의 분위기있는 비주얼은 대사나 목소리보다는 표정이 더 많은 것을 전달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단아하고 차분해 보이는 분위기와 금방이라도 눈물이 뚝 떨어질 것 같은 애절한 표정이 장점이지요. 그런데 보이스는 워낙 저음이다 보니, 많은 양의 대사는 자칫 국어책 읽기가 돼버릴 수 있다는 것이 단점이기도 합니다.
수애가 여주인공으로 캐스팅되었다는 기사를 보고는 맨처음 떠오른 걱정이 '김수현 작가의 많은 대사를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는데, 첫회는 우려대로 대사와 감정을 일치시키지 못한 모습들이 군데군데 보이더군요. 아무래도 감정몰입보다는 다음 대사에 더 집중을 해서였는지, 감정을 대사에 싣지 못하는 모습이 보였는데, 저음인데다 톤의 높낮이가 거의 일정한 수애의 목소리 특징때문에 독백을 하는 것처럼도 들리더군요. 
수애의 목소리는 매력적인 색깔을 가졌지요. 특히 대사톤이 빠른 것보다는 느림 속에 그 감정이 배가 되어 전달된다는 것이 장점인데, 호흡조절을 좀 했으면 싶기도 했어요. 아직은 수애가 서연이라는 인물에 완전히 감정이입이 되지 않은 것 같지만, 수애가 잠재력도 크고 연기력이 있는 배우라 크게 걱정되지는 않습니다. 
첫회는 결혼날짜가 잡힌 박지형의 이별선고에서부터 시작합니다. 향기(정유미)라는 약혼자가 있었음에도 서연(수애)에게 향하는 감정을 멈추지 못했던 지형과, 고모에게 진 빚을 갚으면서 동생(박유환) 공부까지 시키는 억척이 서연은 서로가 시한부 사랑임을 알면서도 시작을 하지요. 첫장면의 정사신은 두 사람이 처음으로 사랑을 나눈 장면이었고, 두 사람이 회상하는 부분에서 유독 드라마에 침대에서 누워있는 장면이 많이 나왔던 것은, 아무에게도 드러내지 못했던 비밀성을 말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시한부 사랑도 끝을 내야 할 시간이 다가 왔습니다. 향기와의 결혼날짜가 잡혔다고 이별을 통고하는 지형, 그러나 서연은 그런 지형을 원망도, 붙잡지도 않습니다. 아니 붙잡지 못하지요. 울며 불며 매달리는 드라마 속 여주인공은 되지 않겠다고, 그것이 내 자존심이라며 아무 감정없이 돌아서는 서연이었지요. 속에서는 가슴이 천갈래 만갈래로 갈기갈기 찢어지고 부숴지고 있음에도, 쿨한척 돌아섰던 서연은 남자화장실에서 가슴을 치며 혼자 오열하고 맙니다. 수애가 대사할 때보다 간간히 보여지는 깊은 슬픔을 가득담은 표정과 오열연기가 서연의 감정을 한 번에 전해주더군요.  

화장실에서의 오열신은 지형과 뜬구름잡기같은 말싸움을 한 이유를 설명해 주고도 남았습니다. 이별을 통보받은 순간부터 서연은 이미 아무 말도,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지요. 강한 척, 쿨한 척, 자존심을 세웠지만 서연은 죽도록 아픕니다. 붙잡을 수 없는 자신이 한없이 비참하고 불쌍합니다. 마음으로는 수백번 수천번 붙잡지만 곁에 둘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아는 서연입니다.
언제나 마지막인 만남, 서연은 지형을 만나러 올 때마다 오늘이 그날이 아니기를 바랬습니다. 그날이 올것을 알면서도, 오늘만은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불안한 사랑을 이어왔지요. 결혼할 여자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오늘 하루만 훔치자는 심정으로 말이지요. 늘 그날이 마지막이 될 수있었기에, 그와의 사랑도 마지막 불꽃처럼 뜨거웠습니다. 그래서 격정적이고 불꽃같은 배드신이 필요했던 듯 싶습니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늘 이별의 순간을 준비해서 괜찮다고 돌아서는 서연을 생각하며, 지형은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결혼을 깨겠다고 할 때마다 서연은 늘 도망가 버렸습니다. 그리고 진짜 도망가겠다고 하지요. 결혼날짜가 잡히자 그제서야 지형은 서연과의 이별을 실감합니다. 어머니에게 결혼을 그만두고 싶다고 폭탄선언을 하는 지형, 너무나 힘들게, 그리고 간절하게 애걸하는 듯한 김래원의 눈빛이 두 사람의 힘들 앞날을 예고하며 1회가 끝났네요.

시작전부터 잡음이 일어 멜로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으로서는 큰 감점을 받은 김래원이지만, 워낙 연기의 기초가 탄탄하고 캐릭터 소화를 잘하는 배우라 첫회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주더군요. 아직은 박지형이라는 캐릭터의 매력이 다 나오기 전이라, 결혼할 여자를 두고 딴짓하는 나쁜놈(?)이지만, 한 여자만을 사랑하는 순애보를 보여준다고 하니, 김래원이 여심을 꽤나 흔들 것도 같습니다.  
기억을 잃어간다는 것은, 막연하게 다가오지 않은 추상적인 죽음에 대한 공포보다 그 두려움이 클 듯합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잊어가고, 나의 어제를 잃어버린다는 것이 얼마나 답답한 공포로 밀어넣는지, 여주인공 서연을 통해 잔인하게 경험할 듯합니다. 김수현 작가가 얼마나 세심히 서연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었는지, 그녀의 직업을 대필작가로 한 대목에서도 보이더군요. 대필작가란 남의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지요. 다른 사람의  과거, 추억, 그리고 사랑을 써주고 돈을 버는 서연, 그러나 정작 자신의 이야기는 잊어간다는 것이 너무나 슬프고 아이러니하기 까지 하니 말입니다.

서연이 잃어가는 것들, 서연이 잊어가는 것들은 가스불을 안잠그고, 휴대폰을 두고 나가고, 약속을 잊어버리는 것들만이 아니지요. 자신의 몸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때, 그것이 기억을 잃어가다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될 때, 서연에게 가장 무서운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잊어버리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동생을 몰라보고, 사랑하는 지형도 잊어버리고, 그래서 그를 그리워할 수조차 없는 것말입니다. 
지독한 순애보를 들고 온 김수현 작가가 우리에게 던지는 사랑의 의미는 무엇일지 기대됩니다. 이별의 시간이 되어서야 그 사랑의 깊이를 알 수 있다고 하지요. 어머니에게 결혼을 하지 않겠다며 눈물을 글썽이는 지형, 지형은 서연을 그렇게 떠나 보내고서야, 떠날 결심을 하고서야 깨닫습니다. 서연을 정말로 잃을 지도 모른다는 것을 말이지요. 그리고 그 사랑을 너무 사랑해서 서연보다 더 아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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