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영'에 해당되는 글 47건

  1. 2012.04.03 '사랑비' 비극적 사랑 암시한 윤아의 병, 헤어지는 이유인가? (7)
  2. 2012.03.28 '사랑비' 서인국의 재발견, 주인공 못지않은 존재감 (6)
  3. 2012.03.27 '사랑비' 윤아-장근석의 엇갈린 사랑, 복장터질것 같이 예쁜 드라마 (6)
  4. 2010.09.08 '동이' 연잉군 살리는 세자의 배후 장무열, 진짜 배신한 걸까? (9)
  5. 2010.09.07 '동이' 숙종을 바보로 만든 인현왕후의 죽음과 동이의 실수 (32)
2012. 4. 3. 09:20




인하가 도망가면 윤희가 다가오고, 그녀가 도망가면 인하가 다가갔습니다. 인하와 윤희의 사랑은 질긴 운명처럼, 그렇게 서로를 놓치 못하고 멀어지고 다가가기를 반복하며, 힘겨워 합니다. 완성하지 못한 사랑비를 들려주고 인하는 모두에게 충격선언을 했지요. "군대가게 될 것 같다".
휴학하고 군대에 자원했다는 말에 동욱과 윤희의 놀람 다른 이유로 화나게 합니다. 사전에 한마디없이 군입대를 자원한 친구의 독단적인 결정에 화나는 동욱이고, 자기때문에 힘겨워 도망가려 하는 인하에게 화가 나는 윤희였습니다.
자기때문에 그러는 거냐고 묻는 윤희에게, 인하는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전하지 못할 것같기에 그의 진심을 고백하고야 말았지요. "다 거짓말이었어요. 내 그림, 윤희씨가 우연히 내 풍격에 들어온 게 아니라, 그날 윤희씨가 내 풍경이었어요. 처음 만난 날부터 내 풍경은 쭉 당신이었어요. 그 풍경은 너무나 아름다웠고, 그것(당신)때문에 항상 설레었어요. 미안해요, 비겁했던 거...". 너무 늦어서 미안하다는 인하, 뒤늦은 고백에 눈물이 밎히는 윤희, 두 사람 사이에 말보다 더 많은 감정들이 교차하고 있었지요. 다리 위에 서있는 두 사람을 감싸고 있었던 황혼의 노을처럼, 인하의 나래이션이 흐릅니다. "좋아한다는 말도, 많이 아프다는 말도 제대로 전해보지 못하고, 하늘 가득 펼쳐진 수채화같은 황혼이 끝나가고 있었다".
그것이 모두를 힘들지 않게 하는 것이라 생각했던 인하, 사랑은 행복과 슬픔의 두가지 얼굴을 하고 있다는 말이 인하의 이야기라는 것을, 행복은 그녀의 몫으로 슬픔은 인하의 몫으로 감당하고 싶었던 인하였습니다. "어디서든 나는 매일매일 당신의 행복을 바랄겁니다", 윤희에게 태엽시계를 남기고 춘천으로 스케치 여행을 떠난 인하, 인하의 눈에 러브스토리 상영간판이 눈에 띄지요. 그녀가 좋아하는 모든 것들이 인하를 아프게 합니다. 함께 할 수 없기에 말이지요.
인하가 남기고 간 시계를 본 윤희는 인하를 향해 달려가고 말았지요. 그를 향해 달려가버리는 설레임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스케치를 한다는 청평사 어느 곳에도 인하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가 떠나버렸다는 것을 알게 된 윤희였지요. 윤희의 눈에 들어온 러브스토리 상영간판, 비가 내리는 춘천역 극장앞에서 운명처럼 다시 만난 두 사람입니다. "보고 싶어서요. 오늘 아니면 못볼까봐...", 인하와 영화 러브스토리 둘 다 함축시키는 대사는 드라마의 서정성을 더해주더군요. 

러브스토리를 보면서 윤희의 손을 잡을까 말까 망설이는 인하의 설레임, 상투적인 설레임의 표현기교지만 그 설레임이 시청자의 것으로 전가되는 것은, 장근석의 촌티나는 순수함때문이었을 겁니다. 기교부리지 않은 23살의 청춘, 장근석이 그 시절의 풋풋한 감정전달을 참 잘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영화가 끝나고 춘천역으로 온 인하와 윤희, 어김없이 등장하는 막차는 떠나고 였습니다. 숨이 찬 윤희의 손을 잡고 대합실로 들어갔던 인하가, 윤희가 손을 빼려하자 꽉 잡는 모습에, 가슴이 콩콩하기도 했답니다. 호객행위를 하는 스카프 아줌마의 유혹(?)도 거절하고 밤기차를 타고 동해바다를 향한 인하와 윤희, 그렇게 그들의 사랑은 시작되었습니다. 모두에게 상처를 입힐 것을 알면서도, 멈출 수 없었던 사랑, 그 미완의 설레임이 말이지요.
기차 유리창에 글씨로 쥬고 받는 대화는 고전적인 영상을 한층 세련시켰더군요. 글씨를 쓰고 입김을 불어 나타나게 하는 것은 그래서 더욱 아름다운 순수의 빛깔이었습니다. "행복해요?", "!" 짧은 영상이 주는 수많은 대화이기도 했지요. 

동해의 바닷가에 앉아 미완의 사랑비를 완성하는 인하와 윤희, 슬프게 끝날 것 같아 완성을 못했다는 인하에게 윤희가 그녀의 마음을 전하지요. "이젠 아니죠? 우리 같이 만들어 볼래요?", 사랑이 슬프게 끝나지 않을 거라는, 윤희도 인하를 좋아한다는 고백이었으니 말이죠. 윤희의 볼에 키스를 하는 인하, 한 발자욱 한 발자욱 그녀에게 다가서는 것이 행복한 인하입니다. 윤희의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은 인하입니다. 매일매일을 그녀와 함께 하고 싶은 인하입니다. "사랑합니다".
서울로 돌아온 인하와 윤희, 물론 두 사람의 증발로 쎄라비 친구들은 발칵 뒤집혔지요. 인하의 캐비넷에서 윤희의 그림과 일기장을 보게 된 혜정, 윤희가 인하를 만나러 춘천에 갔다는 것을 알게 된 동욱, 인하의 비밀을 알고 있었던 창모(서인국)가 어떻게든 수습을 해보려하지만, 결국 일이 터지고 말았지요.
동욱에게 윤희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인하, "내가 말했던 3초, 윤희씨였어. 미안하다, 하지만 이제 너한테 양보하지 않을거야". 친구에 대한 배신감에 충격받은 동욱과 인하를 짝사랑하고 있는 혜정의 눈물이 두 사람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암시를 했지요. 친구들에게 좋아한다고 밝히고, 이제는 마음껏 그리워 해도 된다는 행복감에 겨워, 보고 싶은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서로의 집을 향한 두 사람, 그렇게 두 사람에게 사랑은 행복한 것이었습니다. 영원히 계속될 것같은 행복...
그러나 사랑의 또 다른 얼굴 슬픔이 그들을 향해 시작된 사랑보다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고야 말지요. 혜정(손은서)이 인하의 캐비넷에서 본 윤희의 일기장이 두 사람의 비극을 예고했지만, 일기장보다는 윤희의 병이 두 사람을 이별하게 하는 이유가 될 듯하더군요.
"일기장을 보고 말하는 것을 보고 그게 사랑이었다고 착각했었어요"라며, 차갑게 돌아서는 윤희의 모습이 나오기도 했지만, 윤희도 인항의 사랑이 진심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사랑은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 그것은 진심이기 때문이라는 의미를 윤희도 알고 있었지요. 
일기장보다는 윤희의 병이 두 사람에게 비극적인 이별을 하게 할 듯하더군요. 동해바다에서 돌아온 윤희가 어지러워하더니 길에 쓰러져 버렸고, 행인이 윤희를 병원에 옮겨 응급처치는 받았지만, 간호사가 의사선생님이 말해 줄 것이라는 말로, 윤희에게 안좋은 일이 있을 것임을 암시했지요. 아마도 정밀검사를 하고 윤희에게 결과를 보러 병원에 다시 오라고 했을 듯하더군요. 얼굴이 창백하고 잔기침을 하기도 했던 윤희의 상태를 보니, 폐결핵이 의심되더군요. 70년대에 결핵이나 폐결핵이 젊은 이들에게도 영양부족과 열악한 환경에서 발생빈도수가 높았던 것을 보면 말이죠. 
알려진대로 윤희는 미국으로 건너가, 후에 중년이 된 윤희를 이미숙이 연기하는 것으로 되어있으니, 병치료를 위해 미국으로 가야하기에 윤희가 인하를 떠날 결심을 하지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병이 있다는 말을 하지는 못하겠지요. 폐결핵이나 결핵이 전염질환임을 알면서도 인하가 윤희를 멀리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윤희가 더 잘알 것이기에 말이죠. 격리가 필요할 수도 있는데, 인하는 윤희를 떠나지 않으려 하고, 그래서 일기장을 핑계로 모진말을 하고 인하와 이별을 하는게 아닌가 싶네요. 인하를 멀리 하는 것은 미국으로 가버리는 것만이 최선이라고 생각했을 윤희같아서 말이죠. 지켜주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는 것이 사랑이기도 한, 사랑해서 헤어진다는 말이 윤희가 미완성으로 남겨야 했던 인하와의 사랑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윤희가 떠나고 인하는 군입대를 하면서 그렇게 그들의 행복하기도 하고, 아프기도 했던 사랑은 그들의 기억에 청춘의 한페이지로 남습니다. 못다한 이야기들을 써내려가지 못하고 접혀진 채로 말이지요.
사랑비는 쌍팔년도에나 있었을 법한 드라마적인 기교를 통해, 지독할 정도로 진부한 고전에 충실하고 있습니다. '그런 사랑도 있었노라'며, 덧칠하기를 거부하고 투명한 수채화를 고집하는 윤석호 감독과 오수연작가의 뚝심이 공해에 찌든 마음을 정화시켜 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많은 색깔의 사랑드라마에 익숙해져 있는 시청자를 깊숙이 적셔줄 지, 우려도 됩니다.
 
설마 이렇게 시청자도 쉽게 알 수 있을 설정들을 넣나 의아할 정도로, 드라마는 낡음과 느림, 익숙함을 고집합니다. 그리고 말하죠. "처음 사랑을 시작하는데는 3초가 안걸렸다, 그러나 사랑을 보낼 때 3초로는 불가능했다". 인하의 회상을 느리게, 아주 느리게 그리고 있는 이유는, 30여년 후 인하와 윤희에게 여전히 접혀진 상태로 유효한 첫사랑, 그 설레임이 잊혀지지 않게 하기 위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 낡음과 느림이 2012년 2세들의 사랑과 어떤 차이와 공통점이 있을지를 대비하기 위해서 말이죠.
슬슬 속도를 내줬으면 싶었는데, 다행스럽게 전혀 다른 모습으로 등장한 2012년의 장근석과 윤아의 변화된 모습이 예고편에 등장해서 반갑더군요. 낡은 사진첩에서 툭 튀어나온 듯한 장근석과 윤아의 답답하고 서툰 사랑과, 2012년 세련된 모습으로 파격등장한 장근석과 윤아가 보여줄 사랑은 어떻게 다를지, 캐릭터의 변화만큼이나 기대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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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2 Comment 7
  1. 초록누리 2012.04.03 09:29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뭘 잘못 건드렸는지 글씨체가 작아져 버렸네요.
    딸아이에게 sos를 보냈는데 대답이 없습니다ㅜㅜ.
    문제파악하는 대로 글씨크기를 원래대로 돌려놓을게요.
    훅 아시는 분은 해결방법 댓글에 남겨주시면 감사^^

  2. 여왕의걸작 2012.04.03 09:36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글씨체가 작다고요? 그렇지 않은데요..ㅋ
    초록누리님의 감성과 문장력이 사랑비라는 드라마와 너무 잘 어우러지네요.
    시청률이 또 내렸습니다.
    한회에 뭘 담아냈나 싶을 만큼 너무 느리고 조용한 드라마라 막장에 찌들린
    우리에게 너무 지루한 드라마일지도 모르겠어요.

    • 초록누리 2012.04.03 10:20 신고 address edit & del

      제가 화면 비율을 잘못 건드렸나 봐요.
      그래서 제 컴 자체가 다 글씨체가 작게 나오네요.
      근데 어디서 고치는 지를 몰라서 지금 돋보기를 쓰고 이웃님들 글을 읽고 있답니다.ㅎ;;
      이웃들 글씨체도 다 작게 나와서..ㅠㅠ

  3. 여왕의걸작 2012.04.03 10:29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지금 초록누리님께 가장 쉽게 가르쳐 드릴 수 있는 방법은
    ctrl 컨트롤 키를 누른 상태에서 마우스 구슬을 굴리면
    크기를 늘렸다 줄였다 가능합니다.

    • 초록누리 2012.04.03 11:46 신고 address edit & del

      아하~~~~~~~!!!!!
      쌩유~~~~ 원래 크기로 왔어요.ㅎ
      제가 컨트롤 누르고 마우스를 움직여서 그렇게 된 거였군요.
      밑에 표시줄에 크기 표시도 안되고 해서, 완전 당황했었답니다,
      예전에도 글쓰는 중간이 이런 일이 있었는데 그때는 100% 70% 이런 숫자가 나왔었거든요. 근데 안나오더라고요.
      그것때문에 이리저리 고민하고 난리를 치다가 글도 일찍 쓰고도, 못올리다가 올렸답니다.ㅎㅎ
      고마워요, 줄리아님!!

  4. 2012.04.03 10:42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초록누리 2012.04.03 10:46 신고 address edit & del

      장근석과 윤아가 현대인물(?)로 나오면 분위기도 업되지 않을까 저도 기대하고 있어요.

2012. 3. 28. 09:38




닿을 듯 닿지 못하는 인하와 윤희의 가슴앓이가 안타까웠던 사랑비 2회였습니다. 예고편에 인하가 윤희에 대한 마음을 고백하는 것을 보니, 불편한 3각관계는 끝날 듯한데 인하를 좋아하는 백혜정이 더 큰 갈등축으로 등장할 듯하더군요. 세라비 3인방과 가정과 미녀 3인방이 날리는 화살이 어째 이리 엇갈리기만 하는지, 그렇게 엇갈리고 아파하면서 성장해 가는 것이 청춘이겠죠. 
서로에게 끌리는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허공에서 부딪치다 마는 인하와 윤희의 눈빛, 서로에게 향하는 눈빛은 감정을 숨기지 못했습니다. 인하도, 윤희도 그 눈빛이 무엇을 말하는 지를 알지만, 확인하기를 두려워 할 뿐입니다. 한 사람이라도 용기를 내어 다가갔면 좋으련만, 너무나 닮아있는 두사람이지요.

'그 순간 어떻게 해도 난 멈출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동욱이 축제날 윤희에게 고백을 하겠다는 말을 들은 인하는 불안하고 초조합니다. 이 밤이 지나가면 그녀를 정말 보내야 한다는, 다시는 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말이지요. '사과를 맞추면 윤희씨를 포기하지 않겠다, 그게 동욱이라고 해도...', 자신의 감정이 사랑인지를 확인했던 인하였습니다. 3초만에 느낀 설레임이 사랑일까? 차라리 안되는 인연이라고 빗나가 주지, 사과를 뚫어버린 화살이 야속한 인하였습니다. 아니 용기없는 자신이 답답할 뿐입니다.
용기를 내어 그녀의 손을 잡았습니다. 그 순간 그녀가 손을 빼지 않았다면 고백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처음 본 순간부터 가슴이 뛰었다고 말이지요. 내 그림속 인물은 평생 윤희씨만을 그리고 싶다고 말이지요. 축제의 간판이 쓰러지는 것을 보고 반사적으로 윤희를 안고 넘어진 인하, 다행입니다. 그녀가 다치지 않아서, 그리고 잠깐의 순간이었지만, 그녀를 안아서 행복했습니다. 팔이 부러진 아픔도 느끼지 못했을만큼 말이지요.
김밥을 싸온 윤희, 인하는 윤희를 데리고 악기상가를 가지요. 주문해 둔 기타에 그녀의 체취를 담아두고 싶습니다. 인하의 노래는 윤희 그녀에게 전하는 노래가 될 것이고, 그림의 주인공은 김윤희 그녀만이 될 것입니다.

화실로 돌아온 인하와 윤희, 함께 김밥을 먹자고 인하가 물을 뜨러 간 사이 윤희는 인하가 뒤집어 버린 스케치북 속의 여자가 , 백혜정이 아니라 자신이라는 것을 알지요. 인하의 캐비넷을 열어 본 윤희, 자신을 그린 그림들이 쌓여있음에 인하의 마음을 확인합니다. 기분이 좋은 윤희였습니다. 혼자만의 설레임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으니까요.

복고와 진부함의 차이, 머피와 샐리의 법칙에서 벗어나라

윤희를 그린 그림을 들키고 만 인하, 윤희를 뒤쫓아가 고백을 하려합니다. 그러나 이럴 때마다 단골로 나오는 머피의 법칙이 인하와 윤희에게 어김없이 등장하고 말지요. 창모(서인국)의 목소리에 동욱을 떠올리고 거짓말을 해버리는 인하였습니다. "그림들 별 뜻 없어요. 나한텐 그냥 풍경이에요. 그날 그리려던 풍경 속에 윤희씨가 있었던 것 뿐이에요". 손도 괜찮아졌으니 도시락도 싸오지 말고, 무엇보다 동욱이 한테 오해받고 싶지 않다고, 동욱이는 누구보다 소중한 친구라고 말하는 인하였지요. 친구를 택하겠다는 의미로 알아들은 윤희, 그 말은 윤희의 마음에 대한 분명한 거절이었지요.
인하에게 거절당한 윤희, 졸졸 따라오는 동욱에게 냉랭하기만 합니다. 그러나 동욱이 왜 자신을 좋아하는지를 말하자, 마음이 살짝 움직이는 듯한 윤희더군요. 개인적으로는 인하나 윤희처럼 뜨뜨미지근하게 굴다가 여러 사람 상처를 주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윤희와 인하라는 캐릭터에 큰 매력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저 그런 성격의 사람이 있었다는 것에, 7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으로 많은 부분 이해를 하고 보고 있지만 말이죠.
"누굴 닮았어. 좋아하는 이유...", '설마 엄마라고 말하지는 않겠지? 아무리 촌스러운 복고를 지향한다고는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동시에, "어릴 때 돌아가신 우리 엄마"라고 말하는 동욱이더랍니다(흐익!!! 세상에나, 순간 누군가의 채널돌리는 소리가;;). 엄마와 닮았다는 말만큼 여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말도 없지요. 상당히 로맨틱하면서도 모성애를 유발하는 즉효약이니 말이죠.
그런데 그간 드라마를 통해 엄마를 닮아서, 그것도 돌아가신 엄마를 닮았다는 말을 하도 많이 들어서인지, 식상하더군요. 엄마를 닮았다는 말이 아주 심각한 상황에서 마음을 움직이는 하나의 코드였는데, 사랑비에서는 동욱의 간절함이나 진실함이 느껴지지 않아서, 가벼워져 버린 '돌아가신 엄마' 드립이었죠. "나도 어릴 때 부모님이 돌아가셨어요", 부창부수인지 동지의식 다지는 윤희까지...암튼 이 구닥다리 코드를 어이할꼬 싶네요.

동지의식으로 살짝 가까워진 두 사람, 동욱이 윤희에게 사귀자는 프로포즈를 했지요. 동욱의 마음을 받아들이고 싶으면, 라디오 공개방송 합숙여행을 떠나는 날 기차역으로 나와주라는 조건으로 말이지요. 기차는 떠나려는데 나타나지 않는 윤희, 동욱은 윤희가 거절했다는 것으로 쉽게 포기하고 기차에 올라 버리지만, 동욱보다 인하가 더 윤희를 기다리고 있었지요. 나타나지 않으면 다시는 그녀를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말이지요. 친구의 여자친구라고 할지라도, 친구의 옆에 서있는 그녀를 보는 것만으로 행복할 것 같았던 인하, 그래서 슬펐던 인하였습니다.
기차는 출발하고 모퉁이를 돌아서 뛰어오는 윤희, 분명 망설이다 늦은 것이겠지만, 달리는 기차와 함께 위험스럽게 뛰는 여자, 그 여자를 안간힘으로 손을 뻗쳐 기차로 끌어올리는 남자, 일종의 샐리의 법칙이죠. 기차가 나오면 감초처럼 등장하는 고전드라마의 정석입니다. 설마 2012년에도 이런 고전의 정석을 보여주면, 영상미를 떠나 설정의 진부함에 눈이 돌아갈 것 같은데, 오수연 작가와 윤석호 피디, 사고에 세련미를 더해주면 안될까요?;;. 
모래사장에서 자작곡을 들려주는 인하, "비오는 저녁 그대 모습 보았죠. 오래 전부터 보고 싶은 그녀를. 우산이 없는 그녀에게 말했죠, 내 우산 속으로 그대 들어오세요.... 사랑비가 내려 오네요". 윤희는 알지요. 그것이 윤희와 인하의 이야기임을 말이지요. 노래가사의 그녀가 3초 아니냐고 묻는 동욱, 인하가 모두 앞에서 뭔가를 고백하려는 장면으로 2회가 끝났네요.
예고편을 보니 인하와 윤희가 드디어 서로의 마음을 고백하고 러브무드로 진행되는 것같더군요. 이제 속도 좀 내는 건가 싶어 반갑기도 하고, 그들의 사랑이 풋풋하고 아름답고 순수한 만큼, 안타까운 이별을 할 것을 알기에 슬퍼지기도 합니다. 

서인국의 재발견, 주연 못지않은 존재감
쑥맥같은 남녀주인공들의 보면 조금 답답하기도 하지만, 느리게 다가가는 가볍지 않은 설레임은 70년대의 사랑을 표현하기 위한 의도적인 기법일 겁니다. 3초라는 빠른 시간과는 대조적으로 느리게 다가가는 사랑, 성질 급한 사람에게는 인내심이 필요한 드라마일지도 모르겠지만, 그 물리적인 시간의 극명한 대조는 바쁜 우리들 마음을 돌아보게 하는 여과장치이기도 합니다. 
이 정적인 드라마에 감초처럼 활기를 주는 동적인 캐릭터가 있지요. 세라비 3인방 중에 한 사람만 나오면 웃음이 실실 나오고 빵빵 터집니다. 매력적인 귀요미에 속깊은 빈대(?) 김창모(서인국)입니다. 슈스케 출신 서인국을 한 눈에 알아보기란 쉽지 않았어요. 검은 뿔테안경을 쓰고 노래를 부를 때, 어디선가 들은 목소리다 싶었는데 서인국이더라고요.
미대 작업실에서 정물화 소품 사과를 먹다가 걸려 누드모델이 되기도 하고, 찰진 경상도 사투리는 어디서 저런 물건이 나왔나 싶을 만큼, 연기가 자연스러워 놀랐습니다. 출신지가 경상도라 어색함이 전혀없는 사투리는 그 엉뚱한 표정과 온몸을 던지는 연기에 녹아들어 빵빵 터집니다. 누드화 모델이 되어 굴욕을 겪었던 서인국, 2회에서는 물풍선 세례까지 깨알웃음으로 드라마 분위기가 쳐지는 것을 막아주더군요.
인하가 윤희를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던 창모(서인국). 인하에게 "룸메이트에게 할 말, 혹은 상담하고 싶은 것 없느냐"며, "여자문제라던가"를 반복해서 묻는데, 똑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진지한 모습에 빵터지게도 했지요. 얼마나 인하가 안쓰러웠으면, 대놓고 묻지는 못하고 간접적도 아닌, 반은 직접적으로 옆구리를 찌르나 싶어서 말이지요. 도대체 뭔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영문을 모르는 인하였지만 말이지요. 
짝사랑하고 있던 백혜정(손은서)에게 고백하는 장면에서는 진지함과 열받은 민망함을 능숙하게 보여 주기도 했지요. 도무지 정리가 안되는 수학문제는 인하와 윤희, 동욱의 얽힌 관계이기도 했지만, 자신과 혜정, 그리고 인하의 삼각관계이기도 했죠. 서인국이 설명하는 X, Y, AY, BX의 관계를 시청자는 알고 있지만, 멍해져 버린 백혜정이었죠.
자리를 뜨려는 백혜정이, 인숙을 불러 술값 계산하라고 하면서 인숙의 마음을 외면하는 창모에게 너무한다고 잘 좀해주라고 하자, 창모는 "그렇게 당당하게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부럽다, 사정상 말못하는 사랑이 얼마나 많은지 아냐"며, 인하의 처지와 자신의 처지를 알듯 모를듯한 말을 흘리지요. 누굴 좋아하는데 어떤 사람이 이미 좋아하고 있다던가, 가난한 시골집, 동생들이 5명이나 있는 장남이라, 도저히 좋아할 여건이 못되는 나같은 사람도 있다면서 말이지요.
백혜정이 그런 것을 비겁한 것이라고 무조건 얘기해야 한다고 말하자, 용기를 얻은 김창모는 그만 혜정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하지요. 혜정이 오래동안 인하를 좋아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좋아한다고.... 창모의 고백에 마음이 짠해지더군요. 처음부터 좋아했는데 동생 다섯명이 딸린 시골 장남이라 말 못했다고 하는데, 그 순간 서인국의 표정은 너무나 진지하면서도 슬퍼 보이더군요. 
황당스러워 하는 혜정을 보고 무안해진 창모, 괜한 고백으로 혜정을 보기가 어색해서 춘천가는 기차에서도 혜정을 피하다, 본의아니게 인숙과 엮이기도 했지요. 키스를 바라는 인숙의 입술을 보고 침 꿀꺽꿀꺽 삼키다가, 괴성을 지르며 일어나버린 순수 청년, 유혹 앞에 갈등하는 진지한 듯 코믹하고, 코믹한 듯 진지한 표정연기 대박이었죠!
서인국이 처음 연기를 한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연기를 잘하더군요. 어눌하면서도 순수한 창모라는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잘 표현하기도 했고 말이지요. 창모같은 남자가 진국인데...
인하는 지극히 내성적이고 소심한 캐릭터라면, 동욱은 무신경하고 눈치없는 부잣집 아들의 캐릭터지요. 두 사람이 어울릴 것 같지 않은데, 김창모라는 캐릭터가 있음으로서 비로소 세라비 3인방을 완성한다는 느낌이에요. 창모는 인하가 그린 윤희의 그림을 동욱과 혜정이 보지 못하게, 문을 가로막는 속깊은 친구이기도 합니다.
대부분 주인공 주위의 친구들 중에 분위기 메이커 역할은 톡톡히 하면서도, 뭔가 부족해 보이는 캐릭터로 쩌리가 되는 경우가 많지요. 그런데 서인국은 감칠맛나는 사투리와 자연스러운 연기로 쩌리화 되기는 커녕, 주인공 못지않은 존재감을 보여 주더군요.
가수로서 연기에도 도전해서 성공하는 남자연예인들 중 대표적인 배우가 이승기, 박유천입니다. 물론 두 사람은 연기를 처음하는 것도 아니고, 이미 물이 오른 연기자들이죠. 서인국과 비슷한 길을 걷는 가수 중에 하이킥3에 출연중인 강승윤도 빼놓을 수 없지요. 강승윤과 서인국을 보면 발연기하는 배우들보다 훨씬 연기가 낫더군요. 사랑비의 미워할 수 없는 귀요미 창모, 캐릭터의 존재감을 좋은 연기로 살리고 있는 서인국의 재발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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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2 Comment 6
  1. 2012.03.28 09:44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2. timedelay 2012.03.28 09:49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하다보니 저랑 같은 포스팅이 되었네요 ㅎㅎㅎ 확실히 서인국이 좋은 존재감을 보여주는거 같아요 ㅎㅎㅎ

  3. 노지 2012.03.28 09:58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사랑비를 보고 서인국에 대한 말이 많군요...ㅎ;

  4. 모피우스 2012.03.28 12:16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가수들의 드라마 약진이 돋보입니다. 좋은 하루되세요.

  5. 국민건강보험공단 2012.03.28 13:07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교련복에 각진 뿔테안경을 한 서인국은 머리스타일부터 복장까지
    70년에 모습을 정말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것 같네요 ^^
    잘보고 갑니다. 사랑비의 앞으로에 이야기가 정말 기대되는데요 ^^

  6. 15tuki 2012.03.28 13:22 address edit & del reply

    초록누리님도 왠지 '사랑비'를 보실 것 같았죠...^^
    전 사실 주인공인 장근석이나 윤아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장근석은 오히려 싫어하는 쪽에 가깝죠. 그런데도 뭔가에 끌린 듯 1회부터 보고있더군요.
    왜 이 드라마를 보는걸까...???
    '느림'....에 끌려서가 아닐까 싶더군요.
    시대가 70년대이건 90년대이건(제가 90년대 대학생이었던지라ㅎㅎ)...2010년대이건
    20살 즈음의 사랑이 던지는 '순수함'이 한껏 전해지더군요.
    물론 스토리는 정말 너무 뻔~히 보여서 흥미진진하지는 않지만 말이죠.

    저도 서인국을 보고 좀 놀랐습니다.
    연기도 그렇고 노래도 그렇고 드라마에 어찌나 잘 녹아있던지. 다시 봤어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호감가지 않는 배우 장근석의 '연기'는 참 좋더군요.
    장근석은 안보이고 '인하'만 보이더군요.
    도서관 앞에서 기다리라고 말하고 허둥지둥 달려가는 모습이나, 망가진 우산 받쳐드는 모습이나
    그 마음은 잘 전해지더군요.
    조금 겉도는 이들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어우러지는 배우들의 모습이 좋았기에
    전 쭉~ 이 드라마를 볼 듯 합니다.
    답답함은 좀 따라다니겠지만 말이죠. ㅎㅎㅎ

2012. 3. 27. 12:35




사랑비를 보면서 스무살 딸아이가 울더군요. 평펑 운 것은 아니고 그냥 눈물이 그렁그렁해 지더니 주륵.... 그 시대 서인하와 김윤희같은 첫사랑을 하기도, 혹은 봤기도 했던 엄마는 알듯 모를 듯 희미한 미소만 지었는데 말이죠. 왜 우느냐고 물었더니 화면이 너무 예뻐서 그냥 눈물이 났다네요. 대학 1학년 딸아이가 눈물을 흘렸던 이유를 알 것도 같더군요. 인스턴트 커피같은 사랑이 아닌, 눈물이 날 것같은 그런 순수한 사랑에 대한 동경, 혹은 로망(?)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어서 말이지요.

영상미의 대가 윤석호 피디와 감성의 작가 오수연의 만남이라는 이유만으로 설레였던 사랑비는, 봄비처럼 촉촉하게 다가왔습니다. 첫회를 시청한 느낌은 느린 왈츠곡을 들은 느낌입니다. 나른한 아름다움이랄까, 편안하면서도 좋은데, 심하게 음악에 빠지면 졸음이 올 것같은....음악 자체는 참 좋았습니다. 올드한 사랑코드와 캐릭터가 진부하기는 했지만, 70년대니까 용서를 하고 싶다는 그런 마음으로 봤네요;;
윤석호 피디와 오수연 작가는 사람의 감성을 한 사람은 그림으로, 한 사람은 글로 풀어내는 탁월한 감각이 있는 분들이죠. 가을동화 겨울연가에 이어, 사랑비가 뜨거운 반향을 일으킬지는 모르겠지만, 느리게 다가가는 서툰 사랑이야기, 서툴어서 실패하고 아파하고 상처를 입기도 했던, 우리들의 혹은 어머니와 아버지의 사랑을 그들의 스타일대로 풀어냈습니다. 봄비와 노랑우산처럼 말이지요. 

윤석호 피디와 오수연 작가의 조금은 낡은 감성으로 보이는 복고풍의 사랑을, 신세대 장근석과 윤아가 잘 소화할 수 있을까 걱정반 기대반이었는데, 장근석과 윤아의 케미도 좋고, 연기도 안정되어 예쁜 그림으로 나오더군요. 윤아의 청순하고 단정한 이미지와 촌티나는 어수룩함도 장근석에게서는 순수가 돼버리는 사랑비였습니다.


사랑비 초반부는 과거의 시간을 망원경으로 끌어당겨 보듯이 서인하와 김윤희의 첫만남과 사랑을 보게 합니다. 70년대 한 대학의 캠퍼스, 윤희를 보고 첫눈에 반한 인하였지요. 3초만에 사랑이 가능할까? 사랑이 시간과 하등의 관계가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때로는 번개처럼, 때로는 폭풍우처럼 신열로 펄펄 끓게 하는 사랑도 있다는 것을 알기에 말이지요. 벤치에서 책을 읽고 있는 윤희를 본 인하, 스케치북에 그녀의 모습을 그리기 시작하지요. 홀연히 없어져 버린 그녀를 찾아 미술실에서 뛰어나가는 인하, 윤희와 부딪치고, 윤희의 책을 집어주며 인하의 심장이 미치게 뛰기 시작합니다.
요즘이라면 핸드폰 번호를 따거나 이름을 물어보거나, 속된 말로 작업을 걸 수도 있었겠지만, 그 시대의 많은 남자들이 인하같았습니다. 좋아하는 여자앞에서는 수줍어서 말도 붙이지 못하는 그런 남자들 말이지요. 윤희에게 한마디 말도 붙이지 못하고 돌아서는데, 때마침 나오는 국기하강식, 오랜만에 보는 모습이라 웃음도 나오고, 뒷걸음질쳐서 윤희와 나란히 서는 인하의 모습이 귀엽더라죠.

인하는 연필을 찾다 윤희가 떨어뜨린 일기장을 줍게 되지요. 코팅한 노랑 은행잎에 쓰인 러브스토리의 글귀, "사랑은 미안하단 말을 하지 않는다", 두 사람의 사랑이 어긋날 것이라는 슬픈 복선이기도 했습니다. 윤희에게 일기장을 돌려주기 위해 가정대 앞에서 서성이지만, 발걸음을 돌리는 인하였지요. 인하를 불러세운 것은 놀랍게도 윤희였습니다. "혹시 제 일기장, 아니 노란 노트 못보셨어요. 아무도 보면 안되는 건데...", 일기장을 봐버렸던 인하는 순간 찔려서 주웠다는 말을 하지 못하고 말지요. 윤희의 읽기장을 읽고 또 읽고, 그녀가 더 알고 싶어진 인하입니다. 3초만에 마음을 빼앗아 버린 운명처럼 다가온 여자 김윤희를 말이지요.

어린왕자를 좋아하는 윤희때문에 도서관에 가기도 하고, 윤희와 친구의 대화에 끼어들기도 한 인하였지요. 물론 잘못된 자신의 루머를 정정해 주기 위함이었지요. "없어요, 정혼자...". 비가 내리는 도서관 앞, 윤희를 위해 창고를 뒤져 우산을 구해오는 인하였지요.
고장난 노란우산과 비, 노란우산은 그들의 설레이는 사랑의 시작을 조심스럽게 감춰줍니다. 서로의 몸이 닿지 않으려고 신경을 쓰면서도 자신이 비를 더 맞으려고 우산을 밀어내는 모습은, 식상한 고전임에도 고전이기를 거부합니다. 사랑이라는 설레임의 시작은 현대와 고전이 따로 없으니까요. 담쟁이 넝쿨에 떨어지는 빗방울들의 대화처럼, 비에 젖은 두 사람의 함초롱한 눈빛만으로도 설레임이 전달되지요.

드라마를 보다가 딸아이와 동시에 "아, 복장터져"라고 소리를 쳤던 장면이 있었어요. 다가섬에 서툰 인하가 있었다면, 인하와는 다르게 적극적인 친구 동욱으로 인해 인하는 윤희에게 더 다가서지 못하고 말더군요. 끌려나간 미팅자리에 윤희도 나왔고, 하필이면 동욱이가 3초만에 반했다는 여자가 가정대 마돈나 김윤희였다는 것을 알게 된 인하였지요. 서로에게 호감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4B연필을 자기 것이라고 말하지 못하고 파트너를 빼앗겨 버리는 인하, 드라마는 복장터지게 하지만, 인하라는 캐릭터는 제가 구세대라 그런지 충분히 이해는 되더군요. 


사랑은 투쟁해서 쟁취하는 것이라지만, 그렇게 소심하게 미적거리다 좋아하는 여자에게 마음도 털어놓지 못하고 끙끙대는 황진이 짝사랑파들도 상당히 많았거든요. 다가서는 것에 서툴고, 공식적으로 친구들 앞에서 '김윤희는 내가 찍었다'고 공표를 한 동욱을 난감하게 할 수도 없었던 인하입니다. 결국은 인하의 소심함이 윤희를 붙잡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 보여서, 김윤희와 서인하의 과거 러브스토리는 복장터지는 일들의 반복일 듯합니다. 첫사랑은 이뤄지기 어렵다는 공식에 맞춰 억지억지로 어긋나게만 하는데 주력하다보면, 진짜 홧병날 듯;
그럼에도 드라마에 흐르는 사랑비의 색깔은 퇴색하지 않을 듯합니다. 너무 맑고 순수해서 그 순수한 설레임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라서 말이지요.

첫사랑이라는 말처럼 두근거리고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단어는 많지 않을 겁니다. 서인하와 김윤희의 어긋난 첫사랑, 그 후 수십년의 세월동안 가슴 한구석을 차지한 그 이름이 2012년에는 어떤 빛깔의 사랑으로 찾아올지, 그리고 그 2세들의 사랑은 어떻게 반복될지 기대되고 설레입니다. 설마 복장터지는 서툼의 반복은 아니겠지요?

****제가 정말 복장이 터질 뻔 했습니다. 갑자기 티스토리가 바뀌는 바람에 글을 다 쓰고 사진을 올리려고 클릭을 했더니, 갑자기 글이 몽땅 날아가고 이상한 글쓰기 창이 떠있지 뭡니까?ㅠㅠ 글이 몽땅 날아가서 다시 쓴 거랍니다.  바뀐 티스토리 공부를 좀 해야 할 것같아요. 수정하는 방법도 지금은 모르겠고, 대락난감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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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3.27 13:51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2. 신기하다 2012.03.27 19:55 address edit & del reply

    신기해요. 처음보는 사랑비에 호의적인 글이네요^^
    다들 망작 . 자기복제. PD의 자가당착. 저가수출용 ~ 등등 악플들만 난무하던데^^
    확실히 요즘트랜드와는 너무 차이가 나고 재미가 없어요.

    1화를 감상한 저로선 맑고 아련하고 청아한 느낌의 첫사랑느낌보다는
    뭔가 꽉막힌 지독히 못난 짝사랑의 폐해를 보는듯했어요.

  3. 커피향기 2012.03.27 20:58 address edit & del reply

    세상이 하도 막장이다봉께롬.......^^;;;♧♧♧♧

  4. 흠~ 2012.03.28 10:23 address edit & del reply

    막장은 아닌데 대사가 너무 오글거려요
    근데 뭔가 계속 보게된다능...복고느낌과 영상미가 너무 좋음ㅠㅠ

  5. 2012.03.28 14:40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6. ㅎㅎ 2012.03.28 18:17 address edit & del reply

    전작'미남이시네요'에서 팬이된 장근석에 대한 의리로 같이1회를 시청했던 중1 울 딸래미는
    본인이 보고 있는 팬픽 보는것 처럼 오글거린다고 하던데요~^^

    저는 그냥 영화 클래식 보는 느낌으로,,
    맞아,,저땐 저 음악이 유행이었지,,하는 느낌으로 별 감흥없이 봤습니다..

    의리도 중요하지만,,우선은 재미가 있어야겠기에,,
    화요일엔 다시 빛과그림자로 돌아왔습니다.

2010. 9. 8. 10:19




인현왕후를 보내는 날은 조선의 산천초목이 울었던 날이었습니다. 짧았던 생애, 치열한 당파싸움의 한 복판에서 숨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때로는 사랑에, 때로는 정치에 치이면서, 자신의 삶이 없었던 인현왕후였습니다. 고독한 궁에서 그녀를 유일하게 행복하게 해주었던 것은 벗 동이와 연잉군이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었지요. 승자만이 살아남는 궁궐이라는 곳에서 동이와 연잉군을 지키기 위한 인현왕후의 유언은 역사적 사실과는 다른 부분이 많아서 사실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인현왕후를 보내는 마음은 애통함과 숙연함 자체였습니다. 장희빈도 중궁전을 향해 예를 취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궁궐에서의 최대 라이벌을 보내는 품위는 지켜 주더군요. 물론 무식함과 파렴치함이라는 옷을 겹겹이 해 입은 장희재와 윤씨부인은 덩실덩실 속곳 바람으로 춤이라도 추고 싶어하는 듯 보였지만요.
역사 속의 경종
지난 글에서 숙종을 바보 만드는 세자의 비밀에 대한 동이나 대신들의 함구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라고 했는데, 드라마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동이의 어머니로서의 태평양같은 마음을 부각시키고자 했으니, 왕실의 안녕이라는 부분과는 별도로 이해를 해야 할 듯 싶습니다. 문제라면 세자의 신체의 비밀이 지나치게 빨리 공개되었기 때문인데요, 처음 세자 윤의 주치의인 남의원이 등장했을 때부터 이 부분은 억지스러운 감이 있었지요. 세자의 나이가 당시 14세 정도였는데, 무슨 수로 세자가 후사를 잇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냈는지, 저는 그게 불가사의했답니다.
조선의 의학에 혀를 내두르게 되는 부분이기도 한데, 여하튼 아직 혼례도 치르지 않은 세자가 아이를 갖지 못하는 위질이라는 병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 낸 장희빈측 의원이 신통방통할 뿐입니다. 덧붙이자면 세자가 후사를 잇지 못하는 것은 이보다는 한참 후에 의심되었고, 이 때문에 33세에 세자 윤이 경종으로 즉위한 이후, 후사를 염려해 연잉군을 세제로 책봉하자는 논의가 일자, 즉위 이듬해인 1721년에 연잉군이 세제로 책봉되었지요. 물론 연잉군의 세제 책봉을 곱게 보지 않은 소론의 반대는 거셌고, 노론은 세제의 대리청정까지 요구하게 되지요. 이에 소론파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는데 이때, 경종을 시해하려는 계획을 짰다는 목호룡의 고변 사건이 터집니다.
삼급수 고변이라고도 불리는 이 사건은 경종을 시해하기 위한 방법으로 칼, 독약, 폐출 등의 구체적인 계획까지 짰고, 이를 목호룡이 고변함으로써 노론 4대신이 귀양가고, 이듬해 이에 관계된 인물들의 처참한 참형이 이어졌던 두번의 사화의 단초가 되기도 했지요. 노론들은 완강하게 경종시해설을 부인했지만, 여하튼 경종 즉위 초에 있었던 일들입니다. 
영조가 즉위한 후에 자신을 곱게 보지 않았던 이들 소론에 대해서 가만 두었습니까? 아니지요. 즉위 초기에 소론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작업을 했던 영조였습니다. 만약 드라마처럼 세자가 보위에 오르기도 전에 후사를 잇지 못할 것을 알았다면, 그리고 세자도 바꼈더라면, 조선정치사에서 사화 서너개는 없었을 것이고, 피도 덜 흘렸겠지요. 작가가 이런 정치의 속성을 간과한 것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문제는 세자의 비밀을 결혼전에, 그것도 보위에 오르기 전에 터뜨린 무리한 설정에 있습니다. 그래서 드라마겠지만요.
이런 역사적 사실들은 드라마 동이에서는 다루지 않을 것이기에 여기서는 짧게만 언급하고 넘어가겠습니다. 다만 이번회에 소론의 영수라는 인물이 등장해서 남인들과 연합정치를 하는 부분을 보고 생각이 났네요. 드라마에 소론의 이름을 걸고 등장한 인물들은 연잉군의 반대파로 연잉군의 안위를 압박할 인물들이기 때문에 말이지요.

이번회에서 주목할 부분은 연잉군과 훗날 경종이 될 세자의 관계와 동이가 내민 마지막 기회를 버린 장희빈의 선택입니다. 이번 글은 연잉군과 세자의 관계를 보여주는 복선들을 통해 살피면서, 연잉군의 목숨을 살릴 사람이 결국은 세자가 될 것이라는 암시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그리고 장무열의 배신에 관한 제 개인적인 생각도 함께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장희빈은 연잉군이 동궁전을 드나들면서 세자와 가까이 지내는 것을 못마땅해 하지요. 세자가 후사를 잇지 못하는 병이 있음을 알게 될까봐 우려했기 때문이었지만, 장희빈은 병적으로 동이의 자식이기 때문에 싫습니다. 지금까지 궁에서의 모든 일이 틀어진 배경에는 동이가 있었고, 사랑마저 빼앗긴 장희빈이지요. 그런데 동이의 아들 천재 소년 금이 나타나 세자의 자리마저 넘보고 있습니다. 연잉군이나 동이의 생각이 세자자리나 보위에 욕심을 냈든, 아니든 그것이 궁이고, 정치니까요.
조선왕조실록에 경종에 대한 기록은 4년이라는 짧은 재위기간때문에 많지는 않지만, 경종에 관한 야사나 문헌들을 보면 경종이 어질고 착한 인물이라는 기록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의 세자 윤처럼 장희빈의 성정과는 천지차이였고, 동생 연잉군과도 사이가 좋았다고 전해집니다. 이번회 죽음을 맞이한 인현왕후에게도 효성이 지극했다고 기록되어 있고, 인현왕후가 장희빈은 미워했지만 세자에 대한 애정은 각별했다고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위에서 잠깐 언급했던 신임사화에서도 연잉군을 제거해야 한다는 소론의 주장에도 경종이 연잉군을 보호하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전해지지요. 물론 배후에는 인원왕후(인현왕후의 죽음 이후 새 중전인데, 드라마에서 인원왕후가 등장할 지는 사실 모르겠네요. 장희빈의 죽음과 함께 드라마가 종결된다면, 인원왕후는 등장하지 않을 듯 싶기도 하고요)의 연잉군에 대한 애정이 각별해서 인원왕후의 청을 들어주었다는 말도 있습니다. 
14살이라는 어린나이에 사약을 받는 어머니 장희빈의 죽음을 목도한 경종은 마음에 큰 상처였을 겁니다. 당시 장희빈이라는 이름은 입에 담는 것이 오물을 머금는 것처럼, 조선에서 그 이름자가 패악무도한 요녀에 악녀로 회자되었으니 말입니다. 경종은 장희빈이 저지른 만행에 속죄하는 심정처럼 매사에 온화하고 자신을 낮추고 겸손한 태도를 취했다고 하지요. 
어찌되었든 경종과 연잉군은 끝까지 살아 남았고, 둘다 왕위에 올랐는데요, 연잉군을 보호할 사람은 저는 세자 윤이될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장희빈이 끝내 동이의 진심을 믿지 못하고, 장희재와 연잉군제거에 발을 담그고 말았지만, 위기에 처한 연잉군을 구할 인물이 세자가 될 듯 싶네요. 장희재가 연잉군의 책보에 넣어 둔 정체불명의 책에 대해 세자가 했다는 식으로 누명을 뒤집어 쓰는 방법도 있을 테고 말이지요. 그 서책은 아무래도 함부로 누출되어서는 안될 중요한 것 같았는데, 책표지가 황금색 비단표지인 것으로 보아 임금 전용 비밀 서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장희재가 동궁전의 세자방에 들어섰을 때 음흉한 미소를 지었었는데요, 아무래도 이 계책은 당일 장희재가 우발적으로 꾸민 짓같지는 않아 보였지요. 개인적인 추측은 왕실의 비화를 담은 기록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예컨데 동생이 왕위에 오른 왕실의 비록, 소현세자의 비망록 같은 것 말입니다. 동생인 봉림대군이 왕위를 이었으니, 동이가 연잉군을 왕위에 세우기 위해 교육을 시키고 있다는 식으로 엮어 세자 역모죄로 옭아맬 수도 있을 것이고 말이지요.
연잉군, 세자가 살린다
세자가 연잉군을 끌어안을 것이라는 복선은 첫만남에서부터 보여주었지요. 천민아이들 틈에 끼어 아바마마를 뵙겠다고 궁에 들어 온 금, 장희빈의 눈 앞에서 위기에 처한 연잉군을 내보내준 것이 바로 세자였지요. 이는 장희빈의 손에서 연잉군을 구할 인물이 세자임을 말하는 드라마적인 복선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세자가 연잉군을 구한 일이 있었는데요, 황주식과 영달이랑 숨바꼭질을 하던날 술래들에게서 세자가 등뒤에 연잉군을 숨겨주었던 일이 있었지요. 감사의 답례로 연잉군이 대추를 주기도 했었고 말이지요.
세자나 연잉군은 정치를 모릅니다. 세자의 경우는 세자에 책봉된 순간부터 강학에서 한 나라의 군주가 될 소양교육을 줄기차게 배워왔겠지만, 이제 10대 청소년인 세자는 군주니 왕이니 하는 것보다는 노는 것이 더 즐거울 나이지요. 심심한 궁에서 배다른 동생 금의 출현은 세자에게는 신선함이에요. 더구나 사가에서 자란 금은 자유분방하고, 호기심많고, 글재주까지 뛰어난 영특한 동생이에요. 심성까지 곱기도 하지요. 형님이라 불러주는 학식만 큰 아이, 하는 행동은 영락없는 일곱살 짜리 천방지축 개구쟁이, 그런 연잉군이 세자는 참 좋습니다. 사람냄새가 나거든요.
사실 이번회 세자가 자신의 병을 알게되는 부분에서는 제작진과 작가의 잔인함에 마음이 좀 그렇더군요. 남자가, 그것도 다음 보위에 오를 왕실의 장자가 아이를 낳지 못하는 병이라니, 그 어린나이에 얼마나 큰 절망감을 느꼈을 것이며, 심지어 죽고 싶을 정도로 충격적이었을까 싶었어요. 비밀을 지켜달라는 당부에 일곱살 어린나이에도 형님마마와 한 약속을 지키는 금을 보니, 에미인 동이보다 낫다는 생각도 들었네요. 동이가 인현왕후의 악화된 병세로 인해 알게 된 비밀을 동네방네 다 떠들고 회의를 하는 모습보다는 나아 보였어요. 어차피 혼자 가지고 갈 생각이었다면, 지난 밤 홀로 취선당을 찾아가 방술을 한 증험들과 함께 입다물겠다고 말했던 것처럼, 소문이나 퍼뜨리지 말지 싶었네요.
물론 동이가 준 기회는 장희빈의 불신으로 헌신짝처럼 내동댕이 쳐지게 될 것이고, 연잉군을 모함하는 장희빈측의 음모로 이어질테니, 동이도 도저히 못참겠다면 결국 눈에 쌍심지를 켜겠지만 말입니다. 동이 눈에 쌍심지 켜지는 때가 곧 장희빈이 사약을 받는 것으로 연결될테고 말이지요.   
동이가 장희빈의 취선당을 단독으로 찾아가 무당의 방술 증험들을 내밀지요. 장희빈이 하지 않았음을 알기에, 그리고 무엇보다 과학적인 증험을 믿는 수사관출신 동이가 그따위 사술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할 리는 없지요. 장희빈은 동이의 선물에 한편으로 놀라고, 또 한편으로는 감사하고,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저 속을 모르겠네. 뭔가 흑심이 있지 않나?" 하고 의심을 품지요. 하지만 장희빈도 동이의 진심에는 한풀 꺾이고 말지요. 세자의 신체적 비밀까지도 입 꼭 다물어 주겠다고 하니, 장희빈은 동이 쟤가 미쳤나 싶습니다. 왜 안그러겠어요. 얼씨구나 잔치라도 열일을 나는 모르세 해주겠다니, 장희빈의 가슴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장희빈의 머리는 고차함수 문제를 풀고 있는 듯 복잡하기만 하지요. 꿍꿍이가 뭔가 싶어서 말이지요. 
잠시 저 혼자서 그런 생각을 했답니다. 동이가 말을 참 길게 하는데 무슨 도덕경만 읊조리고 앉아있나 싶었거든요. 동이의 구만리 깊은 마음씀씀이는 가히 득도의 경지에 이른 모습이었지만, 저주의 사술 증험들을 장희빈에게 돌려주는 것을 보니, 솔직히 너무 오지랖 넓은 동이가 잠시 미워지려고도 했네요. 예전에는 너무 똑똑해서 미워지려고 하더니만, 이제는 도저히 보통 사람의 마음으로는 범접할 수 없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 질투심도 났나 봅니다. 
동이의 눈에 보였던 진심, 장희빈은 동이를 한 번 믿고 싶어집니다. 그러나 장희빈의 개과천선의 기회에 재를 끼얹고 만 것은 숙종이 동이에게 빈으로 책봉한다는 교지를 내렸다는 소식이었지요. 동이와 같은 품위를 가지게 된 장희빈은 동이에게 걸어보았던 한가닥 믿음을 버리고 말지요. 동이에게 빈 책봉을 내렸다는 것은 장희빈에게 중전자리를 주지않겠다는 뜻이고, 다음 중전으로 동이를 내정하고 있다는 것을 미리 계산을 하는 장희빈입니다. 한 술 더떠 내의녀를 데리고 있는 장무열이 동이의 수족인 서용기와 접선을 했다는 말까지 듣게 되었지요.

장무열, 장희빈을 정말 배신했나?
여기서 잠깐, 장무열이 서용기에게 내의녀를 내준 일을 저는 장무열이 배신했다는 생각으로까지는 정리를 못하고 있습니다. 그보다는 동이와 거래를 하려는 정치적인 술수가 먼저 읽혀졌거든요. 장무열이라는 인물은 철저하게 권력중심의 인물이에요. 세자의 모후인 장희빈에게 줄을 선 것은 권력추구형 인간이었기 때문이었지요. 그런 장무열이 아직까지는 확고한 세자의 줄을 쉽게 버리지는 못할 것이라 생각하거든요. 왠지 양다리 느낌이라고 할까 싶어요. 세자는 분명 왕위에 오를 것 같고, 만약 세자가 후사를 잇지 못해 차기 왕위 후보 1순위인 연잉군이 다음 보위를 잇는다면, 장무열에게는 좋은 동아줄 보험인 셈이지요. 의뭉스럽기는 하지만,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을 받아야 하는 것이 이런 줄타기의 기본이 아닐까 싶거든요.
장무열은 철저히 계산적인 정치인이에요. 빈에 책봉하겠다는 숙종의 의중이 동이에게 있다는 것을 직감한 장무열이 내의녀를 내어준 이유, 그것은 일종의 제의였다고 봐요. '내의녀를 내어주겠다, 대신 다음 보위는 세자가 되어야 한다. 연잉군과 동이는 지켜주겠다'는 정치제의 말입니다. 장무열은 철저하게 남인의 중심인물입니다. 세자의 뒷배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연잉군으로 세자자리가 바뀐다는 것은 남인 권력의 상실을 말합니다.
장무열이 내의녀를 내주고도 저는 당당할 듯 싶더군요. 장무열은 동이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중요한 사실을 무기로 꺼내 들 듯 싶더군요. 물론 장희재는 배신으로 여기고 무리수를 두어 제 무덤을 파고 있지만 말이에요. 드라마 동이에서 주목해야 할 중요한 사실이 있는데요, 바로 세자의 신체적 비밀인 위질이라는 병이에요. 지금까지 남의원이나 장희빈, 인현왕후, 동이 등 그 누구의 입에서도 세자가 후사를 잇지 못한다고 단정짓지 않았지요. 후사를 이을 수 없을 지도 모른다고만 했었지요. 따라서 이를 역으로(저는 여전히 숙종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만약 세자의 몸에 대해 모함했다고 역공격을 해버리면, 동이측에서는 꼼짝없이 세자를 바꾸려는 역모를 꾀했다는 죄를 뒤집어 쓸 수도 있다는 사실이에요. 장무열이 이 점을 계산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알다시피 이제 춘추 14살인 세자가 혼인도 하지 않았는데, 후사를 낳을 수 있을 지 없을 지 누가 장담할 수 있냐는 것이죠. 며느리도 시어머니도 아무도 모르는 일이에요. 일단 결혼이라도 했어야지 알겠지요. 장무열이 내의녀를 당당하게 내줄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이 아무도 모르는 비밀에 대해 섣불리 동네방네 유포하면 허위사실 유포죄로 잡아들일 수 있음을 말하겠지요.
그리고 또하나 장무열이 내의녀를 내줌으로써 훗날 세자의 몸에 정말로 이상이 있다면, 그때는 후임왕위에 대한 논의는 자동적으로 이뤄질 테고, 그때는 1순위인 연잉군이 후보에 오르겠지요. 장무열이 나라와 종사를 생각해서 왔다는 말의 속뜻은 바로 이것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자가 후사를 볼 수도 있다, 즉 확률반반이다, 그러니 속단하지는 말라. 대신 후사를 못이을 수도 있을테니, 종묘사직을 위해 연잉군은 치지 않겠다' 라는 제의를 하러 온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장무열은 중전에 오르지 못할 장희빈을 버리지만, 차기 권력의 중심이 될 세자는 버리지 못하는 인물입니다. 장무열은 장희빈 측이 무당을 궁에 불러 들여왔다는 사실도 당일 부하의 보고를 받고 비밀리에 알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 장무열의 눈에 장희빈은 이미 썩은 동아줄이에요. 지금 장무열의 행동은 장희빈을 배신한 것이라기 보다는 세자의 권력을 따라 움직이는 정치인의 모습이라는 생각을 해봤어요. 물론 닭대가리 장희재가 정치 능구렁이 장무열의 머리를 따라가지 못해서, 지금 열길 깊은 무덤 두 구덩이, 아니 어머니 것까지 세 구덩이를 파고 있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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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1 Comment 9
  1. 너돌양 2010.09.08 10:29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하긴 세자는 어찌되었든 왕에 오르니까요. 너무 빨리 승하하셔서 그렇죠ㅡㅡ;

  2. 2010.09.08 11:30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3. 2010.09.08 11:34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4. 꽃순이 2010.09.08 11:49 address edit & del reply

    전 동이를 보면서 장희빈이 사사당하는데 크게 일조한 인물은 장희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쩜 그리 앞뒤 구별을 못하고 나대는지 ㅡㅡ;;


    이번주 동이는 뭔가 2% 모자란 듯한 흐름이어서 아쉬웠답니다.

    장희재가 하는 걸 보니 연잉군를 몰아세워서 동이를 잡는게 아니라 장희빈의 명을 재촉하는거 같네요.

    오늘도 글 잘 읽고 갑니다^^

  5. 미디어CSI 2010.09.08 13:29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동이가 언제부터인지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아이를 위해 억척스럽게 살겠다고 다짐을 했지만, 정치에 적극나서는걸 보면, 초기 장희빈-장희제나 동이-차천수-서용기-감찰부 등과 뭐가 다른가 싶기도하고. 뭐 권모술수를 쓰냐 여부, 정당성 여부에 따라 달리볼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재미가 좀 반감이 됐습니다. 드라마가 꼭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다룰 필요는 없다고해도 너무 뒤섞이다보니 혼란스러울 때도 많더군요. 전 딱 탐정동이 때까지만 즐겁게 본 것 같아요.

  6. 카타리나 2010.09.08 16:27 address edit & del reply

    점점 재밌어지고 있나봐요
    역사와는 상관없이 ㅎㅎㅎ

  7. pennpenn 2010.09.08 17:13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크윽~
    장무열이 이토록 고단수를 쓴다면 정말 대단한 캐릭터지요~

  8. 옥이(김진옥) 2010.09.08 20:47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정말 고단수라고 생각합니다..
    즐거운 저녁 보내세요~~

  9. 탐진강 2010.09.08 23:5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동이가 처음보다는 요즘은 조금 시들해진 느낌이네요.
    사극은 지속적인 관심이 중요할 것 같아요

2010. 9. 7. 08:09




인현왕후가 죽는 과정을 보며 잠시 혼란에 빠졌습니다. 인현왕후의 죽음은 두가지 의미에서 숙종을 바보로 만들었습니다. 궁궐의 담벼락까지 알고 있는 세자의 비밀을 누구보다 먼저 알아야 할 숙종에게 숨겼다는 것과, 인현왕후에게 지아비로서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음을 이제서야 깨달은 회한의 눈물이었습니다.
인현왕후가 알고 있는 비밀을 동이도 알고 동이의 수족이라 할 수 있는 모든 인물들이 알게 되었지요. 서용기, 차천수, 감찰부 궁녀들까지도 말입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사람 숙종에게 이 사실이 발고되지 않았다는 것에 동이와 연잉군 지키기의 억지스러움이 느껴져서, 임금 바보만들기가 이렇게 식은 죽 먹기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숙종에게 알리지 않은 인현왕후의 마지막 동이와 연잉군 지키기도, 비밀을 알게 된 동이가 내의녀의 신원을 확보하려는 모습은 무엇을 위해서였나 잠시 의구심이 들더군요. 물론 인현왕후가 사경을 헤매고 있는 상황에서, 세자의 비밀을 폭로해 조정에 일대 파란을 일으키는 것은 지금으로서는 무리수이지만, 세자의 신체적 비밀은 동이나 인현왕후가 안고 가서는 안되는 비밀입니다.
후사를 잇지 못할 수도 있는 세자가 다음 보위에 올랐을 때. 그리고 만에 하나 숙종이 비명횡사라도 해버린다면, 그리고 장희빈의 손에 의해, 혹은 다른 이유로 금왕자가 죽어 버린다면, 숙종으로 이어져 온 왕실의 대가 세자 윤에게서 끝나 버릴 수도 있는 중대사이기 때문이에요. 후사를 잇지 못하는 세자의 신체비밀이 가지는 엄청난 일이라는 것은 이를 말하는 것이에요. 그 사실을 숨기고, 권력에 눈이 멀어 한 나라의 왕실을 말아 먹으려 하는 장희빈의 패악무도함이 무서운 것이고 말이지요.
인현왕후가 자신의 운명을 알고 세자를 위해, 그리고 장희빈에게 스스로 비밀을 폭로할 기회를 준 것은 인현왕후의 성정에 비춰본다면 그럴 수도 있을 일이라 짐작되지만, 동이의 사람이기 전에 임금의 신하된 자들이 임금의 귀를 막는 모습은 심히 억지스러운 설정입니다. 결정적인 증험을 잡는다고 내의녀를 찾을 게 아니라, 어의를 불러 세자 윤을 진맥하게 하는게 순서일 것입니다. 장희빈 사가의 남의원이 진맥할 수 있는 세자의 상태를 조선 최고의 난다긴다 하는 어의들이 알아차리지 못할 일도 아니고 말이지요. 엄밀히 따지면 동이나 동이파 모두 숙종의 신하 중 한 사람이에요. 그런데 이것을 장희빈과의 대결구도로만 놓고 장희빈 타도의 도구로만 끌고 가는 것은, 드라마에서 숙종 바보만들기와 진배 없는 것 같습니다. 
다음회 숙종이 세자의 비밀을 알게 될 지도 모를 일이지만, 만약 알고도 계속적으로 숙종에게 속인다면, 이는 천하의 동이라 할지라도 용서받기 힘든 문제입니다. 그래서 내의녀를 찾아 증험만을 확보하려는 동이파의 생각은 다소 의외더군요. 동이라는 인물을 묘사함에 있어 세자의 비밀과 관련해서 전개되고 있는 최대의 실수는 장희빈 무너뜨리기에만 골몰하는 숙빈최씨를 그리고 있다는 점이에요. 혹시 모르겠습니다. 장희빈에게 사약을 내리는 계기가 이번 무고의 옥과 관련한 인현왕후에 대한 저주와 세자의 비밀을 감춘 죄를 뭉뚱그려 벌을 내릴지도요. 인현왕후가 마지막으로 어머니로서 세자 윤을 배려한 것은, 이런 꼴을 세자가 보게 하지 않게 하려는 어머니이자 인지상정의 마음이었겠지만요.
물론 장희빈과 장희재의 입장에서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내의녀를 찾아 입을 봉해야 하겠지요. 더구나 오늘 내일 하는 인현왕후의 병세는 가히 천우신조라 할 수 있었으니, 장희빈이 이 좋은 기회를 놓칠리는 없었겠지요.
제가 동이파에게 실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세자의 비밀을 알고 나서 숙종이 받을 충격을 염려해서 성심을 헤아렸을 마음은 가상하지만, 왕실을 이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있는 임금에게 가장 중대한 문제를 비밀로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인현왕후가 동이를 불러 반드시 살아 남아달라고 다짐을 받고 또 받은 이유가, 왕가의 문을 닫을 수도 있는 비밀이었기 때문이지요. 저승사자가 너무 일찍 와서 숙종에게 고백할 시간이 부족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인현왕후 또한 그 사실을 숙종에게 알려주고 갔어야 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적통을 낳아주지 못한 인현왕후는 평생을 죄인의 마음으로 중궁전의 중전자리를 지켜야 했지요. 중전으로서의 책무를 다하지 못했음에 오히려 숙종에게 죄스러운 마음과 감사한 마음으로 살았다는 인현왕후의 마지막 숙종과의 이별장면은 마음이 찡해집니다.
한번도 여인으로서 인현왕후를 품어주지 못했던 숙종의 뒤늦은 후회, 인현왕후는 처음으로 자신에게 기회를 달라는 숙종의 울부짖음을 들으며, 그래도 마지막 가는 길은 편하게 갔을 것이라는 생각도 했네요. 물론 드라마에서지만요. "중전이 나를 많이 원망했을 게야. 나는 중전을 그저 정략에 의해 내 곁에 머무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네. 그것이 궐이고 정치니까. 그래서 중전에게 마음을 열어주지 못했네. 중전을 한 번도 따뜻하게 마음으로 보듬어 주지 못했어. 한 번도...". 인현왕후의 처소상궁 안상궁에게 고백하는 숙종의 늦은 고백을 누워있던 인현왕후도 다 들었을 듯 싶더군요.
서인 권력의 중심인물로 궁으로 들어온 인현왕후였기에, 숙종은 처음부터 정치적인 인물 그 이상도 이하로도 여기지 않았음을 고백했지요. 장희빈과 동이에 대해서는 남자로서의 마음을 나눠 주었지만, 인현왕후는 사랑의 시작이 달랐으니까요. 그럼에도 숙종의 마음 한 구석에는 늘 부담감으로 있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일부다처의 특권을 누리는 임금이라는 자리에서 인현왕후에게 마음을 나눠준다고 해서 허물이 될리야 없었겠지만, 그런 마음 한자락도 나눠 줄 기회조차 주지 못한 인현왕후를 보내는 숙종은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그리고 정말 미안합니다. 기회를 주기만 한다면 미안하다고 수백번을 할 수 있을 만큼요. 그러니 있을 때 잘했어야쥐...

장희빈이 수명 다해가는 인현왕후를 찾아가 방백을 하는 장면은 끝없는 권력에의 야욕과 인현왕후에 대한 한가닥 인간으로서의 양심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내 손으로 죽이기 전에 그냥 아무 말없이 죽어주세요" 라고 빌었으니 말입니다. 장희빈의 의중이 그러거나 말거나, 장희재와 윤씨부인은 궁에 무당을 불러 인현왕후에게 방술로 저주를 내리는 모습은 장희빈에게 더러운 짓에 직접 손을 담그지 않는 모습으로 면피를 시켜주고자 하는 의도처럼 여겨지더군요. 하기야 죽어가는 사람에게 어서 죽어 주십시오 라며 마음으로 비는 것이나 무당의 사술을 쓰는 것이나 그게 그것이지만 말입니다.
"자네같은 좋은 벗을 두어, 얼마나 기쁘고 행복했는지 잊지 말아주게". 인현왕후에게 고독한 궁에서 한줄기 햇살처럼 그녀를 행복하게 해 주었던 것은 동이와 맺었던 각별한 정이었을 겁니다. 동이에 대한 마음을 '좋은 벗'이라 표현하는 인현왕후, 마지막 가는 길이 많이 서운하고 애처롭더군요. 동이에게 꼭 연잉군과 함께 살아남아 달라는 인현왕후의 유언은 동이와 연잉군에 대한 특별한 정이기도 했지만, 왕실의 손이 끊어지게 될 것을 염려하는 중전으로서의 마음이기도 했지요. 속종에게 남기는 인현왕후의 유언도 동이와 연잉군에 대한 안위였고요.

34세의 젊은 나이에 요절한 인현왕후, 그녀에게 궁은 철저하게 정치적 힘겨루기의 장소였고, 고독하고 외로운 곳이었지요. 장희빈과 평생을 두고 대립각을 세웠던 인현왕후, 폐서인이 되어 안국동 사가에서 6년이라는 시간을 버려진 채 살았던 비련의 중전으로 늘 연민을 가지게 되는 인물입니다. 드라마 동이에서의 인현왕후에게는 동이라는 좋은 벗도 만들어 주었고, 깨방정 숙종의 회환의 눈물도 보고 갔으니, 기존의 인현왕후보다는 아주 조금 더 행복하게 그려준 듯합니다. 
그렇게 파란만장한 삶을 살고 인현왕후는 조선왕조 역사의 뒤안길로 다시 들어가 버렸네요. 이 다음 어느 작가와 감독의 손에 다시 태어날 지, 인현왕후라는 인물은 늘 연민과 애틋함으로 보게 되는 인물같습니다. 궁궐 여인들의 암투를 대표하는 인물로 언제나 새롭게 해석되고,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하는 장희빈과 인현왕후는 시대가 변해도 늘 흥미로운 인물들이니, 또 다른 모습으로 태어나겠지요. 
박하선의 인현왕후는 동이라는 인물에 밀려 뒷방 그림처럼 앉아있던 모습이 대부분이었지만, 강단있고 의리가 강한 여인으로 그려졌다고 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존의 인현왕후에게서 부각되었던 온화한 모습은, 극의 비중때문인지 많이 비춰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박하선의 절제있는 인현왕후의 모습도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번회 귀에 거슬린 부분이 있었는데요, 한예조와의 갈등때문에 우여곡절 속에서 방송을 기적적으로 내보냈다는 기사는 봤는데, 윤과 금이 손을 잡고 창포를 찾으러 다니는데, 뜬금없이 트로트 노래가 나와서 놀랐어요. 그런데 인현왕후의 가슴 절절한 죽음을 보여 준 엔딩장면에도 같은 노래가 나오더라구요. 궁중음악은 둘째치고,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이런 배경음악은 급한 편집의 실수였는지, 의도적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쌩뚱맞은 노래였습니다. 저만 그렇게 느꼈나요?;;
연잉군이 '창포로 화환을 만들어 주면 나쁜 병이 멀리 도망간다'는 말을 기억하고, 궁을 돌아다니며 창포를 캐러 다녔지요. 어린나이지만 어쩌면 그렇게 생각이 기특하고, 효성이 깊은지, 그 어린 마음에도 "중전마마가 누워계신데, 어찌 편하게 밥을 넘길 수 있겠느냐?"는 의젓함에 미소가 지어지더라고요. 창포를 찾아다니는 모습을 본 윤이 "세자인 나보다 낫구나, 나도 끼워주라"며, 훈훈한 형제애를 보여 주었지요. 두 아이가 손을 잡고 창포를 찾아다니던 모습이 어찌나 맑고 곱던지요. 그 에미들이 권력이니 목숨을 지키겠다느니 하며, 진흙탕싸움을 하는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말이지요. 
연잉군과 세자에 대한 부분은 따로 글을 올리려고 생각을 정리 중인데, 두 왕자의 모습에 여러가지로 의미있는 복선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도토리를 주우며 배운 굶주린 백성들의 쓰디 쓴 눈물에 대한 운학선생의 가르침은 훗날 영조의 민생정책에 반영되는 산교육들이 될 듯 하더군요.

인현왕후의 죽음으로 드라마의 스토리가 새로운 전개로 마무리 작업에 들어갈 듯 싶은데요, 인현왕후의 죽음을 분수령으로 장희빈의 중전자리 되찾기와 세자 지키기를 위한 동이와의 마지막 접전만을 남겨두고 있네요. 인현왕후가 죽은 같은 해 사약을 받은 장희빈이었으니, 장희빈의 최후도 이제 얼마남지 않았지요.
마지막 싸움이 될 4라운드는 세자 윤과 연잉군을 중심으로 한 동이와 장희빈의 실질적인 힘겨루기가 될 듯한데요, 예고편을 보니 동이가 장희빈에게 벌써 한방 선방을 날려 버리더군요. "저는 연잉군에게 권력이 아닌 인생을 주고 싶습니다. 권력보다 더 소중한 것들을 채울 수 있는 귀한 인생을요"라고 말이지요. 제 느낌으로는 그 귀한 인생을 동이가 세자 윤에게도 채워줄 듯 싶더군요. 장희빈에게 아들은 ONLY ONE 세자밖에 없지만, 인현왕후나 동이에게는 세자 윤이나 연잉군이나 모두 자식들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 보이거든요. 사랑하는 지아비 숙종의 혈육이라는 생각말입니다.
세자지키기와 중전의 자리 탈환을 위해 마지막 불꽃을 사르게 될 장희빈, 귀한 마음을 품는 성군의 자질을 가르칠 동이, 두 사람의 교육 차별성을 보는 재미도 클 듯싶습니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의 아들들이 임금의 자리에 오르는 모습을 보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지만, 반드시 왕위에 올려야 할 명분과 목적을 가진 사생결단의 싸움이기에 피를 부를 수밖에 없을 듯 싶습니다. 역사는 장희빈의 피로 기록되었지만 말이지요. 자식 교육에 있어서도 동이에게 질 수 밖에 없는 장희빈, 그녀의 권력에의 야욕이 빚은 참담함이 비운의 슬픈 경종을 만든 듯 싶어 씁쓸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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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니자드 2010.09.07 09:41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인현왕후가 죽었군요;; 장희빈을 그나마 주춤하게 만들던 사람이 없어졌으니 앞으로 얼마나 격렬한 이야기가 펼쳐질 지 기대되네요^^

  3. 펨께 2010.09.07 09:42 address edit & del reply

    드라마 시청하지 않아도 초록누리님 글로 충분히 드라마를
    이해할 수 있네요.
    잘 보고 갑니다.

  4. 끝없는 수다 2010.09.07 09:58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어제 인현왕후와 숙종의 마지막 조우 장면은 뭉클하더군요. 이제 무슨 재미로 동이를 보나요? ㅠㅠ

  5. ★안다★ 2010.09.07 10:07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동이에 두번 분노합니다...
    첫째는 흑...우리 이쁜 인현왕후를 이리도 빨리 하차시키다니요...흑흑 ㅜ.ㅜ
    두번째로는 정말 트로트가 뭡니까...분위기 절대 안 어울리게 말이죠~이쒸~^^;;;

  6. 꽃순이 2010.09.07 10:13 address edit & del reply

    인현왕후의 죽음도 안타깝지만 박하선이란 배우를 동이에선 이제 못본다는 아쉬움도 있네요

    정말 그 트로트는 어떤 의미인지 ㅡㅡ;;

    장희빈은 장희재덕에 될일도 안되는듯해요;; (실제로 역사에서도 장희재가 저리 아둔했나 싶을정도;;)

    • 장희재가 원래 저렇게 아둔했다고 하네요. 2010.09.07 18:31 address edit & del

      ㅎㅎㅎ
      이상하게 전개되는 역사물이지만,
      그래도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애쓰시는 제작진님들, 배우님들파이팅, 파이팅!!!

  7. 너돌양 2010.09.07 10:20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어제 실시간 편집이였다고 하던데 그래도 방영이 되서 다행이네요ㅡㅡ;

  8. pennpenn 2010.09.07 11:15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그러네요~
    인현왕후가 숙종에게 세자의 일을 알렸으면 좋았을 것입니다

  9. 소박한 독서가 2010.09.07 11:5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초록누리님, 안녕하세요?
    어제 많이 슬펐는데..이 글을 읽으니 더 슬퍼지네요..
    궁궐의 담벼락도 알고있는 사실을 숙종만 모른다는 지적,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것을 굳이 숨길 이유도 없을텐데 말이죠..

  10. 꽁보리밥 2010.09.07 11:59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티비 틀어놓구 컴앞에 앉는편이데 어제는 컴 털어놓고 티비를
    봤답니다. 오늘도 긴장감이 고조되는 동이가 되겠죠?

  11. 앨리스^^ 2010.09.07 13:26 address edit & del reply

    초록누리님 덕분에 드라마 한 편 보고 갑니다. 다행히 결방을 면했네요. 모두들 고생많았겠어요~

    근데 숙종이 세자의 병을 모르는 모양이죠? 쯔쯧..그런, 무리수를.....
    일개 국왕을 너무 바보로 만드는 것 같아 좀 그렇네요.
    아무리 주인공이라지만 너무 심하게 '동이' 위주로 전개하고 모든 것에 엮으려고 하는 거 같아요.
    얼개만 튼튼하다면, 모든 사건을 '동이'와 엮지 않고도 인물들과 사건들이 살아날텐데.
    덕분에, 너무 심하게 동이 위주에다 다른 인물들이 제대로 살지 못한 느낌이네요.
    그렇다고 미실만큼의 카리스마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오늘에라도 숙종이 알고 수습되었음 좋겠어요. 끝까지 모른다는 거는 여엉....
    병을 알고 세제로 책봉하는 것이 더 설득력있지 않나요?

  12. 누이 2010.09.07 15:10 address edit & del reply

    글 잘읽어습니다 늘 감사히 받기만 하는 독자입니다 죄송...

    근데 읽다가 기존의 글들에서는 보이지 않던 것이 있어서
    - 제 목구멍에만 걸리는 것이라면 좋겠습니다 -
    처움으로 댓글 드립니다

    저도 극을 보다가 좀 밝지 않나 하는 점은 느끼긴 했습니다만
    난데 없는 트로트!!! 라는 선생님의 표현이 콕 박히더군요
    발라드나 국악 혹은 서양 고전음악은 괜찮은데 트로트가 감히...
    그런 생각에서 표현하신것은 아니겠지요?
    이산에서도 장윤정의 노래가 쓰였지만 지금같은 분위기는 아니였기에 괜찮았던건지...

    선생님의 독자이기에 그런 생각을 가지시진 않으시리라 믿습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글을 드리는 것은 혹시 하는 생각에서 였습니다
    - 믿음이 부족함을 나무라신다면 달게 받겠습니다 -

    늘 건강 하시길...

    • 초록누리 2010.09.07 15:20 신고 address edit & del

      ㅎㅎㅎ아이구, 그런 의미는 아니에요.
      동이가 원래 새로운 궁중음악을 선보이겠다는 기획의도에서 어긋났던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분위기가 어울리지 않은 곡이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했어요.
      특히 인현왕후의 죽음 후에 나온 멜로디가 너무 밝아서 말이지요.
      트로트를 폄하하는 생각은 단 0.00000000001%도 없답니다.
      그리고 트로트도 음악 하나의 장르이고, 제가 즐겨부르는 장르이기도 한데(노래방에서의 제 선곡 노래도 대부분이 트로트랍니다ㅎ) 감히 라는 생각은 전혀 없어요^^
      설마 오해하시진 않으셨지요?

    • 누이 2010.09.07 17:54 address edit & del

      답글 감사드립니다...
      감히라는 생각이 당연 없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그간 선생님의 글을 읽어왔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글을 드렸던건 장르로 지칭하시기에 그랬던거였습니다 뜬금없는 트로트...

      선생님께서 얘기하신것처럼 장학원이 배경으로 나왔었으니 애잔한 해금 선율이 담긴 궁중음악이었다면 더 좋았겠지요.
      그리 분위기로 설명해주셨담 좋지않았을까 하는 선생님에 대한 애독자의 기대감이었음 이해해 주십시요

      평소에는 즐기면서도 여전히 격?이낮음으로 치부해버리는 사람들이 많은것도 사실이기에...(선생님이 그렇단 얘기는 아니니 오해하지 않으시길)

      좋은 글 기다리겠습니다 건강하시길...

  13. 나디아 2010.09.07 15:54 address edit & del reply

    트로트는 정말 황당했죠- -;;
    숙연한 분위기에서 갑자기 발랄한 분위기로(...)
    그런데 세자에 대한 일은 인현왕후가 누워있는 상태에서 잠시 깨어났던건데
    갑자기 숙종에게 전하 사실은 세자가..이러면서 말하고 죽는 것도 이상했을 것 같아요
    저도 숙종이 이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동이측에서 말했으면 좋았을 텐데, 정말 세자 일을 숨긴 것까지 합해서
    옥정씨에게 사약을 내리려고 하는지- -;;언젠간 숙종도 알게 되겠죠??

  14. 불편한의자 2010.09.07 16:37 address edit & del reply

    뭐 언젠 안그랬나요.

    주인공 동이 빼면 나머지 캐릭터들은 바보로 만드는게 연출자 특기잖아요

    이젠 인내심의 한계가 온듯...이드라마 포기해야겠어요.

  15. skagns 2010.09.07 16:55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동이라는 드라마는 보면 볼수록 참 어려운 드라마 같습니다. ㅎㅎ;;
    숙종이 과연 알게될지... 동이가 주위 사람들에게 다 얘기해버리는 거보고는
    좀 황당하긴 했어요. ㅎㅎ;;
    잘 보고 갑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구요. ^^

  16. 둔필승총 2010.09.07 18:14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이제 희빈 장이 혼날 순서네요.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17. 왜요? 2010.09.07 19:42 address edit & del reply

    이 드라마는 나름 숙종을 충분히 띄우고 있습니다.
    인형왕후 내치고 찾지 않은것도 숙종인데
    죽을때 신파 찍게 만들고요.

  18. 이곳간 2010.09.07 19:43 address edit & del reply

    장희빈은 진짜 맘에 안들지만 경종을 생각하면 참 애뜻하고 안스러워요..

  19. killerich 2010.09.08 08:59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먹진 글 잘 읽고갑니다^^..
    행복한 하루되세요^ㅡ^..

  20. 사자비 2010.09.08 10:31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이런 폭풍 글쓰기는 볼때마다 부러워요~비법전수좀..굽신;;

  21. 사자비 2010.09.08 10:3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솔직히 요즘 동이를 재방으로도 가끔 보게 되서...(자이언트 홀릭중) 초록님 리뷰로 종종 대체하네요.ㅎㅎ 이렇게 봐둬야 나중에 또 동이 볼때 어색하지 않더라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