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욱'에 해당되는 글 13건

  1. 2013.08.13 '굿 닥터' 주원-주상욱 두 루키, 서로에게 의사란 무어냐고 묻다 (3)
  2. 2013.08.06 '굿 닥터' 주원 신드롬 시작되나? 너무 따뜻해서 눈물이 난다 (11)
  3. 2012.02.12 '신들의 만찬' 성유리-주상욱, 볼수록 호감가는 귀요미 커플 (10)
  4. 2012.02.05 '신들의 만찬' 눈살 찌푸려진 자극설정, 막장드라마의 아슬한 줄타기 (5)
  5. 2010.05.11 '자이언트' 신화를 준비하는 사람들, 월화드라마 강자 될까? (13)
2013.08.13 14:28




'영혼이 없는  의사', '환자를 살리겠다는 생각밖에 없는 수술방의 로봇', 차윤서(문채원)와 김도한(주상욱)의 눈에 비친 박시온(주원)이다. 환자를 살리겠다는 마음만 있을 뿐 확신이나 생각이 없다고 말하는 두 사람의 말이 와닿지 않는다. 환자를 살려야 겠다는 마음보다 무엇이 더 먼저가 되어야 한다는 말인가

김도한과 차윤서는 어린아이와 같은 박시온과 비교하면 기성세대의 느낌이다. 그들은 병원 이미지, 각 과와의 마찰, 수술 실패의 부담, 인간관계 등을 복잡하게 계산하고, 그에 맞는 판단과 선택을 하는 것이 의사라고 말한다. 

성공확률과 의사로서의 확신에 근거해서 치료를 결정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성공률이 낮은데도 수술을 강행했을때, 환자 가족이 부담해야 하는 경제적 문제와 환자에게 가해지는 불필요할 수도 있는 육체적 고통, 그런 위험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이다.

그러나 뭔가 불편하다. 의사와 환자의 기본적 관계에 다른 이해관계들이 더 우선시 되어 있다. 주객전도이다. 이 계산을 못하는 박시온이 그들에게는 사회성 결여, 혹은 뭘 몰라 날뛰는 똥오줌 못가리는 모습으로 보여진다. 김도한과 차윤서의 눈에계산을 못하는 박시온은 미성숙 의사로만 보일 뿐이다.

 

극중 강현태(곽도원)가 누군가에게 흥미로운 루키가 한명있다는 보고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루키는 신인선수를 말하는데, 야구영화 제목이기도 하다. 메이저리그를 꿈꿨던 한 고등학교 선생이 학생들에 의해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서는 꿈을 이루게 한...

강현태는 김도한의 자료를 보면서 왜 루키라고 말했을까... 강현태가 말한 루키는 박시온으로 짐작된다. 내게는 루키는 한 명이 아니라 두명같아 보였지만 말이다. 박시온과 김도한을 보니 영화 루키와 비슷하다.  

김도한... 실력이 뛰어난 의사이지만 그는 병원시스템에, 병원내 권력암투에 몸을 사리는 인물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강현태가 추진하고 있는 모종의 일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루키가 김도한이다. 영화 루키에서의 주인공처럼 부상을 입고 메이저리그 꿈을 접은 것과 비슷하다. 타과 과장들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소아외과의 처치가 필요한 경우에도 그는 마찰을 피하기 위해 의사로서의 신념을 고집하지 않는다. 그것이 사회이고 조직이고 룰이기 때문이다.

그 앞에 룰을 전혀 모르는 신입 선수가 밑으로 들어왔다. 환자를 살려야 하는 것이 의사아니냐고 묻는 순수의 루키... 박시온을 통해 김도한은 진짜 메이저 리그의 주전선수(진정한 의사)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영화속 선생님처럼 말이다. 

그리고 또다른 루키가 있다. 국시에서도 합격이 유보된 박시온이다. 그가 메스를 잡을 수 있을까, 김도한은 박시온을 언젠가는 어시스턴트로 지명하게 될 것이다. 또한 집도의로 믿고 수술을 맡길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결말부분에 이르러서의 일이겠지만 말이다.

박시온을 통해 그들은 변해간다. "아기 손 보셨습니까? 그건 살고 싶다는 표시입니다. 너무너무 살고 싶다는 표시입니다. 아기는 말은 못하지만, 너무 어리고 아프고 무서워서 말은 못하지만 살고 싶어합니다. 엄마 보고 싶어 합니다".

박시온의 말에 차윤서는 NICU(신생아 중환자실 인큐베이터)에서 생명줄에 의지해 숨쉬고 있는 어린 생명의 마음을 듣게 된다. 아마 박시온이 들었던 같은 소리였을 것이다. 그 작은 손이 꼼지락거리고 가쁜 숨을 내쉬면서도 생명줄을 놓지 않은 아이의 숨소리는, '살고 싶다'는 말못하는 어린 생명의 호소였다. 

 

김도한은 간담췌외과로 찾아가 미숙아의 차트를 직접 확인한다. 그리고 보았다. 아무런 처치없이 그저 생명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방치'라는 그들의 태만을...

간담췌외과에서 내린 판정은 '미숙아가 살 가망성은 없다'였다. 생명이 끝나는 것을 기다리고 있는 것, 영양공급으로 최대한 오래 버티게 하는 것이 그들의 최선이었다. 물론 잘못된 처방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들도 그들이 할 수 있는 선에서의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그런데도 타과로 트랜스퍼하지 않으려는 전문의의 오만과 이기심은 질타받아 마땅하다. 약으로 안되면 수술로도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가능성을 타진했어야 하지만, 타과로의 트랜스퍼는 곧 자신들의 실력에 스크래치를 입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그들의 사고방식은, 이해는 되면서도 용납은 하고 싶지 않은, 자존심으로만 보일 뿐이다. 심하게 말하면 장삿속이다. 환자를 살려야 한다는 기본을 망각하고 있다.

타과가 되었든 다른 병원이 되었든, 환자의 생명이 먼저여야 하지 않은가 말이다. 박시온은 그래서 옳았다. 환자를 살리는 것이 목적인 의사, 반복적으로 말하지만 이보다 더 무엇이 더 우선이어야 한단 말인가...  

박시온이 간담췌외과 과장의 동의없이 임의로 소아외과로 미숙아를 트랜스퍼한 일은 김도한에게도 의사의 소명을 되새기게 한다. 피상적으로는 자존심의 상처라고 비춰졌지만, 김도한에게도 환자는 반드시, 꼭 살리고 싶은 사람이다. 

20%의 가능성에도 메스를 든 것이 자존심때문은 아니었으리라, 자신의 실력을 입증하고 싶은 마음은 더더구나 아니다. 어린 미숙아를 살리고 싶어하는 박시온과 같은 마음이다.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김도한은 미숙아를 수술하겠다고 선언했다. 20%의 수술 성공률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20%의 희망이 있다. 100%의 절망이 아닌...

미숙아를 살릴 수 있는 마지막, 아니 유일한 방법이기에, 의사로서 그는 과감히 메스를 들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타과의 환자를 임의로 트랜스퍼한 책임과 수술이 잘못되었을 경우 도의적인 책임까지 지겠다는 김도한에게서 그의 본모습이 나온다. 의대에 진학하고, 굳이 출세와 앞길 탄탄하게 보장된 과들을 마다하고 소위 돈안되는(책임만 막중한) 소아외과를 지원, 그곳에 남기를 고집하는 김도한의 비밀과도 연관이 있을터... 

미숙아 신생아를 수술하겠다고 결정한 김도한에게 고맙다는 박시온에게 말한다. "넌 환자와 가족들에게 못할 짓 했어. 아무 대안없는 희망을 줬고, 그 희망이 더 큰 절망을 만들었어. 의사는 종교인이 아니야, 절대 막연한 희망과 가능성을 줘서는 안돼! 그런 이유때문에 넌 최악의 의사라는 내 생각에 난 변함이 없어. 그래서 널 내 손으로 내보내지 않을 거야. 레지던트, 펠로우 다 거쳐서 진짜 의사가 되라. 그리고 그 때 네가 책임져야 될 환자들에게 얼마나 큰 잘못을 하고 있는지 직접 깨달아라. 만약 그 때 깨닫는다면 당장 옷벗어, 미련두지 말고...". 

김도한의 말은 드라마지만 잔인했고, 환자나 가족들이 들으면 거품물을 대사다. 살고 싶은 욕구, 살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수록 단 1%의 희망에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매달리는 환자나 가족들의 마음에 모래를 끼얹는 말이다. 희망은 절망의 반대말이 아니라 포기의 반대말일 것이다. 꿈은 꿈꾸는 자에게만 이뤄진다고 한다. 애초에 희망을 품지 않은 사람에게 꿈이란 없다.

 

대안없는 희망이 정말 환자와 환자 가족들에게 절망만을 안겨주는 것일까... 1%의 희망이 있는 상황과 100%의 절망만이 있는 상황, 어느쪽이 환자나 환자가족을 덜 힘들게 할까...  물론 수술만이 능사는 아니다. 수술 성공가능성, 경제적 비용, 환자에게 가해지는 불필요할 수도 있는 육체적 고통 등 제반문제들을 고려한 판단이어야 한다는 김도한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희망과 가능성을 줘서는 안된다는 부분은 동의하기 힘들다.    

요즘 우리 병원 시스템을 보자. 응급환자가 와서 급히 수술을 해야 하는데도 보호자의 동의가 없으면, 혹은 병원비를 먼저 계산하지 않으면 치료를 거부하는 병원이 한 둘이 아니다. 책임의 문제에서 자유롭고 싶은 의사들, 혹은 병원 운영을 위한 일종의 보험이다. 수술이 잘못되었다고 해도 보호자의 동의가 있었기에 책임은 없다는 것을 명시하고, 확약을 받은 후에라야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지켜진다.

박시온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생명보다는 이해관계를 복잡하게 따지는 의료계의 문제를 박시온의 순수한 마음을 통해 일갈한다. 되돌아봐야 하는 것은 환자를 살리고 싶어 의사가 되려했던 초심, 왜 의사가 되고 싶어하는가를 돌아봐야 한다고 이 드라마는 꼬집어 말한다.  

하긴 요즘은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이유가 의사를 지원하는 큰 이유와 동기가 된 시대이긴 하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응급, 촌각을 다투는 외과 영역으로 축소시켰으리라. 그리고 다시 소아외과로 더 축소해 의사란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어린 생명이 그들에게 달려있기에 더 절박하고 간절해진다. 메스 하나에, 선택한 약품 하나에 아이들의 꿈이, 생사가 오간다. 희망과 절망이 교차되기도 한다.

 

여기 20%의 희망에 메스를 든 의사가 있다. 그에게 메스를 들게 한 것은 고충만(조희봉)이 우일규를 이용해 "고칠 자신이 없어서 환자를 되돌려 보냈다더라"며, 김도한의 자존심을 긁어놓은 것때문이었을까... 아니다. 오히려 박시온의 영향이 크다. '의사가 잘고치면 아이들은 금방 일어납니다'.

 

또한 그의 스승 최우석의 '의사니까'라는 말은 그의 나침반이 된다. 이렇게 간단명료하게 자신의 길을 제시해 주는 말이 또 있을까... 의사니까... 의사로서의 멘탈, 차윤서에게 박시온의 문제라고 지적했던 부분, 어쩌면 의사정신, 의사로서의 멘탈이 문제가 있었던 것은 김도한 자신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가능성보다는 불가능에, 성공률보다는 실패율에, 절망부터 염두하고 확실한 판단과 확신을 더 우선했던...

 

김도한은 직간접적으로 박시온이 벌인 일로 인해 높은 절망보다는 낮은 희망을 택했다. 희망은 약속이 아니다. 결과 또한 아니다. 가능성이다. 환자와 가족들에게 가능성은 절망적이라는 말보다 더 기대고 싶은 말이 된다. 의사가 보여주는 20%의 희망은 가족과 환자들에게는 80%의 희망과 맞먹는 말이 되기도 한다.

막연한 희망과 가능성을 줘서는 안된다고 했던 김도한, 미숙아 신생아가 위험하다는 말에 상벌위원회 회의장을 박차고 나간다. 꺼져가는 촛불과도 같은 아이의 상태에 몸이 먼저 움직였다. 아기를 살려야 한다, 아니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20%가 아니라 2%로였대도 김도한은 메스를 들었을지도 모른다. 박시온과 다르지 않다. 누구보다 환자를 살리고 싶은 김도한이다.  

 

김도한은 유능한 의사는 물론 굿 닥터가 되어간다환자를 살리고 싶다는, 살릴 수 있다는 희망이 커져간다. 희망은 의지로, 의지는 열정으로, 열정은 어린 생명에게 꿈을 주는 일로 귀결된다. 보람이다. 기쁨이다. 박시온이 소아외과 의사가 되려는 이유, "어른이 되게 해주고 싶습니다"는 박시온의 의사정신이다. 김도한이 아직 보지 못한...   

신의 손이 아닌 이상 어떤 케이스는 실패할 수도 있다. 희망이 절망이 될 수도 있으며, 부질없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놓아서는 안된다. 절망은 포기의 또다른 이름이다. '막연한 희망과 가능성을 줘서는 안돼!', 그랬던 김도한은 자신도 모르게 변해 간다. '희망과 가능성을 포기해서는 안돼, 난, 우린, 의사니까'. 

 

이 블로그를 한RSS에 추가하고 싶으시다면 클릭▶▶▶▶



Trackback 1 Comment 3
2013.08.06 08:42




첫방송부터 한시도 눈을 떼기 힘든 몰입도와 긴장감은 물론, 따스함이 온 몸 세포 구석구석을 채워준 굿 닥터 박시온(주원)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의 박시온을 있게 한 최우석(천호진)과의 만남은, 의술이 아닌 인술에 치유를 받은 느낌입니다. 사실 요즘 보고 있던 드라마 대부분이 복수를 다룬 내용들이어서 가뜩이나 사회도 불안한데, 마음마저도 다운되는 기분이었거든요.

그런 참에 굿 닥터에서 만난 서번트 신드롬을 겪고 있는 박시온, 그 어린아이같은 순수는 아침에 따스한 햇살이 들어 온 것처럼 제 마음을 환하게 밝혀주었습니다. 박시온이라는 인물처럼 캐릭터 자체가 힐링이 되고, 뭉클하고 따뜻한 감동을 만난 건 오랜만입니다. 드라마속 박시온이라는 인물에 무한 감사를 하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주인공 박시온(주원)은 서번트 증후군(자폐)을 가졌던(가진) 천재입니다. 17살에 정상인으로 재판정이 났지만, 그는 여전히 서번트 신드롬(자폐증이나 지적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특정분야에서 천재적 재능을 나타내는 현상)을 겪고 있습니다. 정상인들의 눈에는 이상하게 보일 수 있는 행동들로 사회성과 의사소통 능력이 다소 부족한 상태죠. 어눌한 말투, 주눅든 표정, 구부정한 어깨와 불안해 보이는 걸음걸이, 그의 외관적인 모습에 일반인이 가진 편견은 그를 통칭 '자폐'라 칭해버립니다.

박시온에게 있는 서번트 신드롬을 일찍 알아본 최우석(천호진)은 박시온의 후견인이 되어 시온이 의대에 진학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 도움을 준 스승입니다. 태백의 한 탄광촌 보건소에서 군의관으로 군복무를 하다가 시온이 어려운 의료서적들을 읽어내고 암기해 버리는 능력을 보게 되었죠. 

그런데 최우석이 본 것은 박시온의 천재성만은 아니었습니다. 시온에게 있는 '사랑', 의사가 되고 싶어하는 시온의 마음을 더 읽었습니다. 죽은 토끼를 들고 온 어린 소년의 얼굴에 토끼를 살리고 싶어한 간절한 눈망울, 연약한 생명을 하늘나라로 보내고 싶지 않은 어린 소년의 꿈을 봤습니다.

박시온이라는 캐릭터 못지 않게 제 마음을 홀라당 통째로 힐링시켜준 최우석, 성원대학병원 인사위원회가 끝나도록 나타나지 않았던 박시온에게 왜 그렇게 늦었냐고 답답해 잠깐 버럭 화를 냈다가, 손톱을 부딪치며 어쩔줄 몰라 하며 불안해 하는 시온의 손을 잡으며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의사, "시간 잘 지키는 놈이 왜 이제와...", 그 부드러운 말에 시온은 금세 안정을 찾죠.  

시온이 자란 환경은 불우했습니다. 아들의 자폐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술주정뱅이 폭력아버지, 시온을 어떻게든 치료하려고 아버지의 폭력에 시온을 안고 대신 맞아야 했던 어머니, 시온의 유일한 친구이자 늘 시온편이었던 형과 토끼가 시온의 가족이었습니다. 그리고 하나 둘 시온의 곁을 떠났습니다. 아버지의 손에 토끼가 죽어야 했고, 형은 동생과 놀아주지 않는 동네아이들의 위험한 내기에 폐광에서 숨을 거뒀습니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어떻게 시온의 곁을 떠나게 되었는지 아직 나오지는 않았지만, 이후 시온은 보육원에서 생활해야 했지요. 시온에게 아버지와 형, 가족이 돼 준 분은 최우석이었습니다. 그의 천재성을 알아보고 지원해 온 스승입니다. 

시온은 지방대 의대에 입학하고 성적도 특출나게 우수했지만, 서번트 증후군 병력이 문제가 되어 국가고시에서 최종 불합격 판정을 받습니다. 단 전문의가 의료인으로서 적합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불합격 판정을 번복할 수 있다는 조건부 불합격 판정이었죠. 최우석은 박시온의 불합격 취소를 위해 그가 병원장으로 있는 성원대학 병원에 박시온을 레지던트로 스카웃했지만, 시온의 서번트 증후군은 성원대학 인사위원회에서도 문제가 되어 통과하지 못하고 불합격을 받게 되었죠.

 

인사위원회에 나오지 못했던 시온, 그 이유는 TV를 통해 나오게 되었죠. 기차에서 달걀을 건네 주었던 현우, 캐릭터들이 눈 앞에서 튀어나오는 3D 애니메이션에 아이처럼 신기하게 보고 있던 시온은 현우가 대형전광판 유리파편에 심각한 부상을 입은 것을 보게 되었고, 현장에서 긴급 응급처치로 현우를 살리게 됩니다.

현우가 고비를 넘기자 시온이 현우에게 한 말이 눈물 범벅되게 만들더군요. "이제 괜찮을 거야, 현우야, 걱정하지마". 

청량리역에서 사고를 당한 현우를 구하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왔고, 방송국에서 시온을 인터뷰하러 나오자 긴급인사위원회가 다시 열리게 됩니다. 최우석은 자신의 병원장직을 걸고 6개월만 시온에게 기회를 달라고 제안하고, 인사위원회는 시온의 6개월 조건부 레지던트를 수락하죠.

각각의 다른 계산들로 머리를 굴리는 인사위원회를 통해 성원재단 내부의 암투가 암시되기도 했습니다. 이사장 나영희가 병원 경영 마인드가 똑바로 된 사람같아서 일단은 안심되더군요. 의뭉스러워 보이는 부원장 강현태(곽도원)는 일단은 물음표였지만... 

최우석은 성원대학 인사위원회에서 박시온을 레지던트로 추천하며 말하죠. "자폐증은 불치병이 아닙니다. 치료가능한 예도 많습니다. 자폐증을 가지고 있는 모든 환자와 가족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일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캐나다를 흔히 노인, 장애인, 어린이의 천국이라 합니다. 그만큼 사회 약자에 대한 복지가 잘돼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전 정책적인 복지행정보다는 사람들을 통해 그 천국이라는 의미를 더 실감합니다. 노인. 장애인, 어린이를 우선으로 하는 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들의 마인드입니다.

가끔 우리 아이들에게 핀잔을 듣는 경우가 있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전 말보다는 행동이 먼저 나가는 편이거든요. 예를 들면 노인들이나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무거운 짐을 들고 있으면, 손이 먼저 나가 짐을 들어주려고 하려는 등의...

그럴때 우리 애들은 저를 말없이 툭툭 친답니다. 도움이 필요하느냐고, 도와줄까요 라고 먼저 물어봐야 실례가 되지 않는 행동이라면서... 선의의 도움이라고 할지라도 당사자가 동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으니 먼저 물어봐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손이 먼저 나가는 행동을 고치지는 못하고 있지만, 동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을 염두해야 한다는 것은 큰 깨달음입니다. 여기 사람들은 그런 마인드는 철저한 듯 하더군요. 불편한 사람을 보는 내 마음의 불편보다는, 다른 사람이 자신을 동정으로 볼지도 모른다는 상대의 불편을 먼저 헤아리는 것, 그게 여기서 배운 도움의 마음이었습니다.

 

박시온에게서 그런 비슷한 마음을 봅니다. 시온이 청량리 역에서 사고를 당한 현우를 응급처치로 살리고 처음으로 했던 말, "이제 괜찮을 거야, 현우야, 걱정하지마", 시온은 자신의 응급처치가 잘 됐음에 안심하지 않았지요. 현우가 살았다는 것이 먼저였습니다.

그리고 앰뷸런스에서 다시 위기상황을 맞은 현우, 응급수술에 들어갔지만, 시온의 머릿속에서는 현우의 심장초음파를 확인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죠. 수술실에서 그것을 말하려다 제지당하고 쫓겨났지만, 수술실밖에서 시온은 상상으로 현우를 수술합니다. 

도한이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나와 현우 엄마에게 수술시 어떤 애로사항이 있었지만, 고비를 잘 넘기고 현우 수술에 성공했다는 말을 했을때, 박시온이 돌아보며 했던 말, 전 그 반전에 그만 또 울음을 터뜨렸네요. 뭐랄까, 가슴이 꽉 차는 따스함에 가슴이 복받쳐오르더라고요.

"고마워, 현우야", 수술을 잘 해 준 김도한이 아니라 살아준 현우가 고마운 시온, 이렇게 아름다운 천사가 또 있을까요 

두 천재의 만남, 수술실에서는 김도한(주상욱)이 수술을 하고, 밖에서는 시온이 상상으로 수술을 하는 장면이 교차되었죠. 노력형 천재와 서번트 신드롬 천재의 만남. 두 사람이 가진 능력보다는 환자를 살려야 한다는 마음이 더 절실하게 만나는 것 같아서 좋더군요.

김도한이라는 캐릭터가 천재 시온의 능력에 어떻게 변화될지는 모르겠지만, 전 김도한의 캐릭터도 호감입니다. 의학드라마에서 흔히 보이는 경쟁심이 앞선 의사보다는 환자의 생명을 먼저 보는 의사라는 점은 비슷한 것 같아서 말이죠. 김도한이 몇시간을 만지작 거려도 맞추지 못한 큐빅스를 잠깐 사이에 맞춰버린 시온, 최우석에게 박시온의 레지던트 허용에 처음으로 스승의 의견에 반박하고 싶다는 김도한도 시온의 비상한 능력에 놀라지요. 아마도 결말에 이르러 시온을 의사로 인정해 줄 가장 든든한 동료가 김도한이 되지 않을까 싶더군요.

 

인사위원회에서의 시온의 말은 천사가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소아외과 의사가 되려는 이유가 뭐예요?".

"토끼와 형아 때문입니다. 하늘나라로 간 그들 둘 다 어른이 되지 못하고 하늘나라 갔습니다. 어른이 되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어른이 돼서 아이를 낳고 그 아이를 사랑하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돈 벌어서 보육원 아이들에게 3D TV 사주고 싶습니다".

 

시온 앞에 펼쳐질 역경과 편견들, 박시온이 의사가 되는 길은 편견의 벽때문에 더 험난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에 대한 편견이 있다는 것도 모르는 그가 그 편견들 속에서 어떻게 성장해 갈지 궁금해 지는군요.

박시온은 의사가 될 수 있을까요? 의사의 자격이 의술이 다가 아님을 시온이 굿닥터로 인정받는 과정에서 가슴 뭉클한 감동들로 만나게 될 듯합니다.

 

첫방송만으로도 대박예감이 드는 굿 닥터, 박시온이라는 캐릭터에 첫방부터 빙의된 듯한 주원, 마땅히 마음을 주지 못한 월화드라마에 주원 신드롬이 시작될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듭니다. 주원의 연기는 매 작품에서 고속성장을 하고 있는 느낌이라, 그를 볼때마다 캐릭터는 물론 주원의 연기를 보는 것을 흐뭇하게 합니다.  

서번트 신드롬을 겪고 있는 박시온이라는 캐릭터는 육체는 성장했지만, 정신은 어린 아이의 어느 상태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러나 정체는 아닙니다. 정상인들보다는 더디게, 너무 더디게 성장해서 잘 보이지 않을 뿐이지요. 버려진 버스에서 생일에 초코파이 케익과 장난감 의료도구를 선물해 준 형, 시온은 우리처럼 그리움이나 사랑으로 그 감정을 표현하지는 못합니다. 형이 해줬던 것처럼 자신의 생일에 혼자 초코파이 케익을 먹는 것으로 형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이 대체됩니다.

술에 취해 옷을 훌러덩 벗고 시온 침대에서 잠든 예쁜 여자 차윤서(문채원), 잠든 그녀를 본 낯선 설렘도 더디게 자랍니다. 다음날 아무렇지도 않게 팬티만 입고 여자 앞에서 양치를 하는 모습으로 차윤서를 경악하게 한 것처럼 말이죠.  

 

그런데 박시온은 너무나 귀엽습니다. 애기같습니다. 서번트 증후군이 아직 완치되지 않은 박시온에게서 나오는 아이같은 모습, 음식도 분석적으로 설명하고, 배고픔도 인체의 반응으로 설명하는 그는 얼마나 웃기면서도 귀엽고 사랑스러운지요.

최우석이 배고프지 않느냐고 갈비찜 먹으려 한다는 말에, "갈비찜? 혹시 밤이랑 색색깔 고명이 어우러진 명품 1등한우로 만든 갈비찜 말씀하십니까?". 그런데 배 안고프다며?

"저는 괜찮은데 장운동 증가로 인해 조건반사가 심해진 것 같습니다". 배고프다는 말을 이렇게 박학다식하게 설명하는 박시온때문에 웃음 빵~ 

어린 현우가 살아난 것에 고마워 하고, 어른이 되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먼저 가버린 형과 토끼때문에 소아외과 의사가 되고 싶은 시온을 보며 왜 제목에 '굿'이라는 다소 평범한 단어를 넣었는지 알겠더군요. 엑설런트나 지니어스, 그레이트가 아닌...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한 세계에 살고 있는 박시원을 통해, 그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가르쳐줄 차윤서(문채원)을 통해, 많이 웃고 눈물도 많이 흘리게 될 듯합니다. 박시온이 닥터, 더 나아가 굿 닥터로 인정받게 되는 과정에서 제가(우리가) 흘리게 될 눈물은 기쁨이나 슬픔의 눈물이 아닌, 정화의 눈물이 될 듯 합니다.

굿 닥터 박시온이라는 캐릭터와만남 자체가 시청자에게는 힐링이 될 듯합니다. 너무 따뜻해서 눈물이 날 정도로 말이죠.

 

박시온이라는 인물에게서 보는 어린 아이와도 같은 순수함, 어린 생명의 소생에 너무나 덤덤하게 고맙다고 표현하는 시온을 보며, 시청자로 하여금 눈물나게 해버리는 주원의 밀도깊은 연기, 언제부터인가 주원에게 따라다니는 수식어 '시청률의 사나이'의 기분좋은 귀환, 한층 깊어진 연기변신입니다.   

각시탈 강토에서 박시온이라는 캐릭터로 돌아온 주원, 연기변신은 물론 섬세한 캐릭터 분석은 드라마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고 몰입하게 했습니다. 타인과 눈을 맞추지 못하는 초점이 명확하지 않는 눈빛, 불안하게 흔들리는 고개, 걸음걸이까지 박시온이라는 캐릭터 해석에 흐트러짐이 없습니다.

박시온이라는 캐릭터에 첫회부터 애정 몰빵하게 만드는 주원, 시청률의 사나이 주원 신드롬으로 이어질 거라는 좋은 예감이 드네요.

 

이 블로그를 한RSS에 추가하고 싶으시다면 클릭▶▶▶▶



Trackback 1 Comment 11
2012.02.12 11:13




흔히 선천적인 재능에 대해서, 혹은 혈연으로 이어진 천륜을 두고 '피는 못 속인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을 합니다. 신들의 만찬은 '피는 못 속인다'는 말에 함축된 재능의 되물림을, 진부하리 만큼 고리타분한 도식으로 따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진부함에 고급양념을 추가합니다. '노력'이라는 양념입니다. 절대미각을 가진 요리명장 어머니를 둔 피도, 댄서출신 어머니를 둔 피도, 피나는 노력으로 자신에게 흐르는 피를 잇고 있거나, 극복하려고 합니다.
불의의 사고로 운명이 바껴버린 두 여주인공 하인주와 송연우. 22년이라는 긴 시간을 3회에 걸쳐 내보다 보니, 주인공들의 성장과정이 뭉툭 잘려나가긴 했지만, 몇 건의 사건들로 두 여주인공의 성격과 성품을 대조적으로 보여 주었습니다. 낙천적이고 명랑한 긍정소녀 하인주(고준영, 성유리)와 컴플렉스가 야망으로 변질되어 가는 송연우(하인주, 서현진), 출생의 비밀과 얽혀있는 두 라이벌의 승자는 이미 정해져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합니다. '노력이 천부적인 재능을 이길 수 없다'는 맥풀리는 답안지를 보는 듯한 허탈스런 느낌 또한 전해지고 말이죠.
그럼에도 성유리와 주상욱의 달달한 캐미가 주는 어울림이 극의 재미와 상큼함은 물론 코믹기까지 보여주고 있어서, 러브라인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밝은 편입니다. 미각을 자극하는 화려한 음식쇼의 볼거리도 다채롭고 말이죠.
우도에서 구조된 인주는 고준영이라는 이름으로 추어탕집을 하는 양아버지 고재철(엄효섭)의 손에 자라게 되고, 하루아침에 송연우가 아닌 하인주가 돼버린 연우는 조기유학을 떠났다가 12년만에 귀국하면서 각기 다른 인생을 살아가는 것을 보여 주었는데요, 고등학생이 된 인주의 아역 연기가 참 좋더군요. 추어탕 한 그릇을 먹이고는 친아버지를 찾아가라며, 원양어선을 타버린 아버지를 부르며 우는 장면이 애처롭게 와닿았습니다.
인주와 친아버지의 만남이 이뤄질 뻔했지만, 간발의 차이로 엇갈리고 말았지요. 친구 정다운이 전해 준 양아버지의 소식에 우도봉을 떠나 버리는 인주, 아버지 영범과의 그 한번의 엇갈림은 그 후로 10년이 되도록 다시 이어지지 못하고 맙니다. 인주는 고준영이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우도에 남아 (신구)의 집에서 밥순이를 하며, 이초희의 수제자의 길을 걷게 됩니다. 
이초희라는 인물의 과거는 나오지 않았지만, 선노인(정혜선)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그리고 할아버지 신구가 가지고 있는 천상식본 2권 진본을 통해, 그 역시 궁중요리를 전수받았던 장인 중 한사람이라는 것을 짐작케 합니다. 시도 때도 없이 준영을 호출해서 까다로운 요리를 주문하는 것은, 아마도 준영의 요리에 대한 재능을 알아보고, 훈련을 시키고자함같더군요.

22년을 가슴에 묻어버린 아무도 불러주지 않은 슬픈 이름, 송연우
키워 준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진한 연민을 가진 여주인공 고준영(성유리), 환경에 굴하지 않고 씩씩하고 긍정적인 성격에 낙천적이기 까지 하니 당연히 사랑스럽고, 그녀를 응원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인지상정일 겁니다. 하인주가 되어 남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가짜공주 송연우(서현진)에 대해서는, 비록 그녀의 자의적인 선택은 아니었다지만, 성품이 그다지 아름답지는 않은 것같아서, 곱게 보이지 않는 부분은 어쩔 수 없습니다.
잃어버린 아이가 있느냐는 전화가 걸려오자 아버지 서재의 전화선을 뽑아버리고, 하영범이 전화를 받고 나가려 하자 끓는 기름에 물을 부어 화상사고까지 내서, 진짜 하인주를 찾으러 가는 하영범의 발길을 붙들기도 했지요. 그 때문에 출발이 지체된 하영범은 우도봉에 인주보다 늦게 도착했고, 결국 진짜 딸과 만나지 못하게 되었으니 말이죠. 빼앗길까 두려워 불안하고, 자신이 하인주가 아니라는 사실이 들통날까봐 늘 초조한 송연우는, 겉으로는 착하고 유순한 아이같지만, 속은 신경이 예민한 성격입니다. 17살짜리 소녀가 독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서, 속마음이 썩 고운 심성으로 자란 것 같지는 않아, 여주인공들에 대한 응원의 깃발이 고준영에게로 기우는 것은 어쩔 수 없더군요.
천상식본 2권으로 사나래가 아리랑과 뿌리를 같이 한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인정을 해달라며 협박하는 설백희(김보연)을 찾아가 거래를 하는 당돌함까지 보였지요. 성도희로부터 최상의 한식요리 교육은 받았지만, 여전히 어머니 성도희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때문에, 자신의 실력을 입증하고자 하는 욕심이 큰 인물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한 장면을 보고서는 송연우에 대한 짠함이 전해져, 그녀가 앞으로 어떤 악행을 하더라도, 그녀를 철저히 외면하지는 못하리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셰도우 걸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송연우, 댄서인 어머니의 피를 물려받았는지, 춤추는 것을 좋아하는 연우는 클럽에 드나들며 스트레스를 풀기도 하는 듯합니다. 자신이 하인주가 아니라는 사실은 연우를 불안하고 초조하게 살게 했습니다. 
클럽에 온 아리랑 주방식구를 본 송연우, 우연히 마주친 김도윤(이상우)에게 도움을 청해 클럽에서 황급히 도망쳐 나오지요. 도윤의 코트를 얻어입은 연우가 유혹을 뿌리치고 돌아서 가는 도윤에게 자신의 이름을 가르쳐 주더군요. 놀랍게도 송연우는 22년간 불려온 하인주라는 이름이 아닌, 송연우라는 이름을 말하더군요. 다섯살 이후 연우는 22년을 한 번도 자신의 이름을 불러보지도 듣지도 못하고, 하인주라는 이름으로 살아왔는데 말이지요.
"내 이름은 송연우, 스물 일곱살. 꼭 기억해. 대한민국 서울에 송연우라는 스물 일곱살짜리 여자애가 살고 있다. 송연우, 송연우...".
연우에게서 이름을 빼앗아 버린 사람은 다름아닌 하영범(정동환)과 성도희(전인화)였습니다. 자살기도에 인주를 잃어버린 충격에 반정신이 나가버린 성도희, 인주에게 걸어주었던 목걸이를 하고 있던 연우를 보고 딸 인주라고 착각하는 성도희를 위해, 하영범은 다섯살 어린 연우에게 달콤하게 속삭였지요. "침대랑 인형이랑 다 네 꺼야. 여기 있는 것 다 네 꺼야. 네가 네 살 하인주로 살면...". 그 후로 22년을 연우는 하인주가 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어머니의 요리에 대한 열성과 열정을 배우기 위해 노력했고, 어머니의 음식맛을 내기 위해 노력했고, 성도희의 뒤를 이을 아리랑의 명장이 되기 위해서만 살아왔지요. 연우는 한 번도 자신에게 강요된 인생을 거역하지 않았습니다. 하인주가 되면 모든 것이 자기 것이라고 했으니까요.
그런데 연우는 자신이 누구라는 것을 잊어버리지는 않았더군요. 다섯 살 이후 자신의 이름으로 살지 못한 연우, 나이도 한 살 어린 나이가 되어야 했고, 세상에 송연우라는 아이는 그렇게 살아있으면서도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 되어야 했습니다. 처음 본 남자에게 기억못하면 죽는다고 자신의 이름을 불러보는 연우, 아무도 불러주지 않는 자신의 이름을 그렇게 홀로 처연하리 만큼 슬프게 불러보는 연우였습니다.
진짜 하인주가 아니어서 불안한 연우, 자신의 진짜이름 송연우로 살았더라면, 어쩌면 자신이 살고 싶었던 인생을 살았을 지도 모릅니다. 요리명장의 딸, 아리랑의 후계자 하인주, 그 이름이 버거웠던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을 송연우. 그녀를 송연우가 아닌 하인주로 살도록 한 것은 어머니와 아버지였습니다. 
그녀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버린 사람은 다섯살때 아무 것도 모르고 하인주가 되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여버렸던 송연우가 아니라, 성도희와 하영범이 아니었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하인주가 아닌 송연우로 살게 하지 않은 어른들의 이기심이 잔인스럽기도 합니다. 하인주로 키워야 했던 것이 아니라, 엄마잃은 가여운 고아 송연주를 입양했더라면, 연우가 그렇게 서울 한복판에서 자신의 이름을 슬프게 부르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싶어서 말이지요.
차라리 자신의 이름도 기억하지 못한다면, 그렇게 불안하고 초조한 22년을 보내지 않았을 연우입니다. 그래서 진짜 하인주가 나타났을 때, 연우가 설령 못된 짓을 하더라도, 조금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녀를 보듬어 주는 마음 한자락은 남겨 두려고요. 아무도 불러주지 않는 그녀의 진짜 이름, 잃어버린 그녀의 인생 송연주를 위해서 말이지요. 
 
긍정소녀 성유리-허당 주상욱, 볼수록 호감가는 귀요미 커플
천상식본 2권을 찾았다고 기자회견을 한 설백희(김보연)를 보고, 이준(신구)은 아리랑 선노인에게 한통의 전화를 걸지요. 진본이 아니라면서 말이죠. 이초희라는 이름에 놀라는 선노인은 막 귀국한 손자 최재하(주상욱)를 우도로 보내고, 천상식본 진본이 있는지를 확인해 오라고 합니다.
우도로 간 최재하, 신구와 함께 지내는 고준영과의 알콩 달짝지근한 인연이 시작되는 계기가 됩니다. 재하는 아리랑 4대명장 성도희의 딸로 살고 있는 송연우와 공식교제중이지만, 준영과 며칠을 보내면서 편하고 즐거운 감정을 느끼고 있는 중입니다.
장작패는 법을 알려주기도 하고, 배멀미가 심한 재하에게 지압을 해주고, 동전 민간요법을 가르쳐 주는 해맑은 섬처녀 고준영, 그녀의 실연(?)에 마음을 써주기도 합니다. 10년만에 들려온 양아버지의 재혼소식을 남자에게 실연당한 것으로 오해했던 것이지만, 최재하 귀여운 사오정이더라죠. 
은근히 허당끼가 농후한 남자주인공 주상욱, 최재하라는 역할에 어울리기도 하고, 무엇보다 연기가 편하고 좋더군요. 은근히 어리버리하고 애기같은 모습이 매력적인 캐릭터입니다. 성유리 역시, 성유리가 가진 연기장점을 100%발휘할 수있는 좋은 캐릭터를 만난 듯합니다.
성유리는 자신과 잘맞는 밝은 캐릭터를 잘 표현하는 연기자입니다. 억지스럽게 귀엽고 밝은 모습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표정을 그대로 연기에 이용할 줄 아는 배우지요. 젊고 예쁜 여배우들의 단점 하나가 예쁘게 보이려고만 신경을 쓰려다 보니, 부자연스러운 표정이 나오곤 하는데, 성유리는 자신의 마스크의 장점을 캐릭터에 잘 녹여내는 배우입니다. 혀짧은 듯한 비음이라는 단점때문에 폭넓은 캐릭터를 소화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없지 않지만, 비슷한 이미지의 캐릭터라 할지라도 매 작품마다 변신하려는 노력을 하는 배우지요. 배우로서의 경륜과 연륜을 착실하게 쌓아가고 있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작품이 나올 때마다, 지난 작품보다 발전했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배우입니다.
어릴 적 하모니카를 불어주고, 등에 업고 메기의 추억을 불러주던 재하오빠라는 것을 알게 되기까지 드라마 전개상 시간은 걸리겠지만, 주상욱과 성유리의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밝은 호흡이 드라마의 어두운 분위기를 몰아내는데 일조할 듯합니다. 라이벌의 숙명적 대결이라는 스토리 구도와 출생의 비밀이라는 코드가 밝지만은 않기에, 자칫 음산하고 칙칙할 수도 있는데, 두 남녀주인공의 성격이 활달하고 밝아서 좋더군요. 귀요미커플 예약입니다^^. 
특히 주상욱의 어딘가 하나 모자란 듯한 허당스런 연기변신이 좋았습니다. 파라다이스 목장에서는 냉철한 엘리트이면서도 친절한 키다리 아저씨의 모습이었는데, 거기에 어리숙한 허당기까지 더해진 느낌입니다. 반듯하고 모범적이기만 한, 사무적인 인텔리의 냄새를 풍기지 않을까 싶었는데, 터프하기까지 한 섬처녀 성유리 앞에서는 어린 동생같은 어리버리한 모습까지 보여주고, 인간적이고 따뜻한 매력이 있는 캐릭터같더군요.
배우들에게 상대배우와의 자연스러운 호흡은 상당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해품달에서 한가인과 김수현의 호흡이 이질감이 느껴지는 것을 보면, 상대배우와의 교감이 얼마나 중요한 부분인가를 알 수 있듯이 말이지요. 그런 점에서 성유리와 주상욱은 호흡이 참 좋더군요. 또한 상당히 귀엽기까지 한 커플이고요. 명랑 긍정소녀와 허당기있는 따뜻한 남자, 상당히 매력적인 커플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ViewOn)은 로그인 없이도 가능합니다.
다음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구독'을 누르시면 제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모든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하였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 측에 있습니다.

이 블로그를 한RSS에 추가하고 싶으시다면 클릭▶▶▶▶



Trackback 1 Comment 10
2012.02.05 09:07




신들의 만찬이 베일을 벗고 화려한 식탁을 차리기 시작했는데요, 전인화, 정동환, 정혜선, 김보연 등 중년연기자들의 등장은 드라마의 무게감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아리랑 4대 명장 선출을 위한 요리경연을 시작으로 전인화(성도희)와 김보연(백설희), 두 라이벌의 대결이라는 드라마의 큰 축이 형성되었는데요, 요리에 대한 극과 극의 다른 자세는 이 드라마에 흐르게 될 요리에 대한 철학적 주제를 극명하게 보여 준 대립장면이기도 합니다.
명장이 되기 위해 죽도록 요리를 했다는 백설희(김보연)와 손끝에서 음식이 완성되어 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행복해서 했다는 성도희(전인화), 결국 요리경연은 성도희의 우승으로 아리랑 4대명장에 오르게 됩니다.
성도희가 아리랑 4대명장에 내정되었다는 말을 엿들었던 백설희는 그녀가 놓은 덫에 자신이 걸려드는 우를 범하고 말았죠. 아들 도윤의 전화를 받고서도 집으로 갈 수 없었던 백설희, 성도희의 잉어가 담긴 통에 이상한 액체를 넣는 비열한 수를 쓰고 만 것이지요. 
백설희가 넣은 것은 잉어를 흥분시키는 약품인 듯 하더군요. 팔딱거리는 잉어를 간신히 잡아 칼로 찌르는 성도희는 잉어의 피가 눈에 튀어 눈이 안보이는 상황에 이르지요. 일시적인 시신경 이상같아 보였지만, 성도희는 침착하게 경연을 다시 합니다.
성도희는 손끝의 감각만으로 요리를 했고, 그런 성도희를 보는 백설희는 극도의 불안감에 그만 실수를 하고 맙니다. 불안감에 떨다 칼을 놓치고, 기름을 불에 부어 팔에 화상을 입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백설희는 신경세포가 손상되어 요리를 하기 힘들다는 의사의 판정까지 받고, 명장취임식을 하는 성도희에게 눈물의 박수를 보내고는 홀연히 자취를 감추고 맙니다.  
명장취임식을 마치고 성도희는 딸 인주의 생일에 가족과 크루즈여행을 떠나지만, 즐거움도 잠깐 그녀의 인생에 최악인 비극들과 마주하지요. 남편의 외도현장이 찍힌 사진, 그리고 남편 정동환의 이혼요구에 손목을 긋고는 자살기도를 합니다. 피를 흘리고 누워있는 엄마를 본 인주는 충격으로 크루즈 옥상난간에서 헛발을 디뎌 바다에 빠져버리고 맙니다. 그리고 같은 배에 탔던 위암말기 환자 이일화는 딸 연우를 남겨두고 자살을 하려던 중 헛발을 디딘 인주를 안고 함께 추락합니다.
이일화의 시신은 건졌지만, 함께 빠진 인주의 생사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리고는 22년후 당시 물에 빠진 인주가 성유리(고준영)로 커서 나타난다는 군요. 잠깐 예고편에 코에 먹칠을 한 성유리가 등장하기도 했는데요, 귀엽더라고요. 성격이 활발한 아가씨로 자란 듯하더군요. 

한편 이일화의 딸 송연우는 볼풀에서 주운 인주의 목걸이때문에 성도희가 자신의 딸로 착각하는 바람에, 성도희의 딸로 자라게 되는 듯한데요. 목걸이는 크루즈에서 인주의 생일선물로 성도희가 직접 걸어준 것이었지요. 성도희가 받은 명장메달과 똑같이 만들어 딸 인주에게 걸어 주었는데, 볼풀에서 놀다가 인주가 잃어버렸고, 함께 놀았던 연우가 목걸이를 주워 걸었던 것이지요.
엄마를 찾으며 우는 연우, 엄마를 부르는 인주의 환청을 듣고 병원에서 무작정 부두로 나간 성도희, 연우의 목에 걸린 목걸이를 보고는 인주라고 착각하는 성도희였죠. 아무리 충격이 큰 상태라지만, 목걸이 하나로 다른 아이를 자신의 딸로 착각까지 하게 될까, 억지스러운 꿰맞추기였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정신이 나가 버렸다면 모르겠지만, 아마 이 부분은 두고두고 논란이 되지 않을까 싶더군요. 인주의 얼굴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닐텐데, 연우를 인주라고 주위사람들까지 감쪽같이 속이기가 쉬울까 싶어서 말이죠. 차라리 비슷하게 생긴 또래의 아이를 딸처럼 여기고 키운다고 했다면 모를까... 
남편 정동환은 연우의 엄마가 남긴 메모지를 보고, 연우가 고아라는 사실을 알고는 연우를 자신의 딸로 받아들여 버리지요. 딸을 잃고 정신착란(?)을 일으킨 아내 성도희의 망상 앞에 공범자가 된 것이죠. 자신의 불륜으로 아내가 손목을 긋고, 딸까지 잃어버렸다는 죄책감에, 아내 성도희의 착각을 부인하지 않고 받아들여 버린 것이지요. 연우가 하인주라는 이름으로 다른 사람의 인생을 대신 살게 된 시작점입니다.
송연우의 아역 박민하양, 어린 나이인데 어쩜 그리도 우는 연기를 그렇게 실감나게 잘하는지, 연기를 한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정말로 엄마를 잃은 듯 서럽게 울어서, 보는 내내 짠하더군요. 요즘 아역들은 성인연기자들보다 연기를 실감나게 해서, 훌륭한 아역연기자의 뒤를 이어야 하는 성인연기자들을 긴장시키는 무서운 배우들인 듯합니다. 
신들의 만찬에 출연한 전인화와 정동환의 출연이 반가웠는데요, 묵직한 중년배우들의 포진은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든든한 힘이 되기도 하지요. 22년전이라는 상황때문인지 중년의 나이를 다 감추기는 힘들어서(ㅎ), 늦둥이들을 본 부부같은 느낌은 어쩔 수 없었네요. 세월이 빛의 속도로 22년후로 건너갈 것이기에 큰 흠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제빵왕 김탁구 이후 전인화의 등장이 참으로 반가운데요, 서인숙이라는 성격 고약하고 못된 캐릭터도 완벽하게 보여줬지만, 품위있고 우아한 명장 성도희라는 캐릭터는 전인화의 이미지와 안성맞춤으로 어울리더군요. 캐릭터에 연기자가 자신을 맞춘다는 것은 사실 모든 연기자들이 바라는 것이겠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은 일이죠. 전인화는 고전적이면서도 현대적인 매력까지 갖춘 배우라 한복과 양장의 변신이 두루 어울리는 배우입니다. 드라마 성격상 한복을 많이 입어야 할 듯한데 여전히 자태가 곱더군요.
'신들의 만찬' 첫회를 본 소감은 '제빵왕 김탁구'와 '반짝반짝 빛나는'에서 보였던 설정들을 여기저기에 붙였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개연성없는 사건들과 막장소재를 어설프게 끼워맞추기 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두 여자의 자살기도는 아무리 사건을 만들기 위한 설정이었다고는 하나, 눈살을 찌푸리게 했습니다.
남편의 불륜사실을 알고 손목을 긋는 아이 둘을 가진 엄마, 위암말기 판정을 받고는 '누구든 발견하면 예쁘게 잘 키워주세요'라는 메모와 함께 다섯살 어린 딸 송연우를 세상에 홀로 남겨둔 채 자살을 해버리는 엄마, 죽음을 선택하는 이유가 나름대로는 절박했겠지만, 보기 불편하더군요.
첫회 뒤바뀐 여주인공을 만들기 위한 설정이 너무 자극적이고, 막장스러워서 굳이 이런 식으로 운명을 바꿔야 했나 싶습니다. 막장과 명품은 어떻게 보면 종이 한 장 차이인데 말이죠.
그런데도 출생의 비밀, 불륜, 자살기도, 요리경합, 처참한 가정형편 등등 불편요소들은 다 짬뽕된 듯해서 시청률 상승하는 소리가 절로 들리더라지요. 막장드라마라는 오명을 감수하고서라도, 시청자들에게 여전히 먹히는 소재들이니 말이죠. 주인공들의 성장스토리에 무게중심이 있다는 것이 아슬한 막장드라마에서 비껴가는 보험은 될 듯합니다.
제빵왕 김탁구가 생각나는 아류작 냄새도 나지만, 한식과 드라마를 접목시키는 것은 흥미롭습니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눈은 호강할 듯하더군요. 우리 한식이 가진 맛과 색, 그리고 멋스러운 기품까지도 드라마를 통해 느낄 수 있을 듯해서 말이죠. 제 관심은 물론 성유리와 주상욱, 그리고 이상우의 러브러브와 성장통(?)에 있지만요.ㅎ;

첫회, 자극적이고 막장스러운 소재를 범벅해서 주인공들의 꼬여버린 운명을 묘사하는 식상한 과정에 실망해서 이 드라마를 계속 볼까말까 고민했는데, 다음회 예고를 본 순간, 앗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게 했으니, 바로 이 장면이었답니다. 코에 까만 기름칠을 한 성유리가 V자를 그리며, "너무도 보채신다"는 대사를 하는 예고편 장면입니다. 발랄하고 티없는 아가씨, 김탁구에게서 보았던 긍정의 힘이랄까, 그런 이미지가 떠오르더라고요. 물론 김탁구 캐릭터와 흡사하다보니 김탁구 아류냄새가 나기도 하지만, 신들의 만찬에서는 우리 한식요리, 그 궁극의 세계에 대한 진지한 기획의도를 확인하고 싶어졌고요.
운명은 하인주라는 아이를 절망과 같은 다른 생활 속에 던져 버렸지만, 그녀의 재능은 어떤 꿈을 향하게 할까? 성유리가 잃어버린 하인주라는 것은 짐작되는 일, 성유리가 김탁구의 영광을 재현할 지는 미지수입니다. 예고등장을 보니 성유리의 연기색깔과는 잘맞는 작품을 고른 것같은 생각은 들더군요. 주상욱과 이상우와의 호흡도 잘 맞을 듯싶고 말이죠.
제빵왕 김탁구의 초반도 출생의 비밀과 불륜코드로 시청자의 비난도 컸고, 시선끌기도 성공은 했지만, 결국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드라마가 전하고자 했던 진심이었습니다. 신들의 만찬 첫회도 식상한 출생의 비밀과 헝클어진 운명을 억지로 만드느라 개연성없는 연출도 많았고, 자살이라는 자극적인 소재까지 불편한 점도 있었지만, 진심을 담는 드라마가 된다면, 시청자의 마음도 사로잡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드라마 단골소재이기도 한 출생의 비밀과 주인공의 역경극복이라는 식상한 소재를, 신들의 만찬이라는 거창한 제목이 어떻게 요리를 할 지, 한식요리라는 품격있는 소재에 걸맞게, 고급 스토리로 주말 저녁을 채워주기를 기대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ViewOn)은 로그인 없이도 가능합니다.
다음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구독'을 누르시면 제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모든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하였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 측에 있습니다.

이 블로그를 한RSS에 추가하고 싶으시다면 클릭▶▶▶▶



Trackback 1 Comment 5
2010.05.11 13:43




월화드라마 동이에 도전장을 내밀고 동시에 두편의 드라마가 시작되었는데요, '자이언트'와 '국가가 부른다' 입니다. 두 작품 모두를 시청했는데, 세 드라마의 성격이 판이하게 달라 월화드라마 전쟁이 시작될 듯 합니다. 현재 20%를 넘고 있는 동이의 시청률이 탄력을 받고 상승을 하게 될지, 시청자의 대거 이탈을 가져 올지가 관건이지요. 다음주까지는 그 판세를 지켜봐야 겠지만, 첫방송을 보고 난 생각은 동이가 안심할 상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 또한 자이언트의 성인연기자들이 극의 전면에 등장하면 상황은 더 힘들어 질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70년대 강남개발을 둘러싼 건설신화의 주인공의 이야기는 물론 픽션이기는 해도 이명박대통령과 故정주영회장의 모습이 벌써부터 겹치는 부분이 감지되기도 했지만, 기초공사라 할 수 있는 1,2화는 가족의 비극을 중점으로 다루면서 성공과 복수, 필연적인 악연을 집중적으로 다루었습니다. 정치 경제 이야기 보다는 인간의 이야기를 다룰 것이라는 제작진의 기획의도가 50부작이라는 긴 호흡 속에서  그 완급조절을 잘 해나갈지는 미지수이지만, 기본 얼개는 가족과 복수라는 것으로 짜기 시작한 듯 보입니다. 아역들의 성장에 따라 애정이야기도 첨가되고, 아역들이 성인연기자로 바뀐 후 드라마의 전체 흐름을 판단해도 될 것 같습니다. 
1, 2부 연속 방영이라는 드라마 기선잡기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개인적인 느낌은 상당히 좋은 출발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선 성인배우들이 두려워 할 정도의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아역들의 열연이 눈길을 사로잡았는데요. 이성모 역의 김수현(박상민 아역), 강모 역의 여진구(이범수 아역), 황정연 역의 남지현(박진희 아역), 그리고 어린 미주 역의 박하영(황정음 아역)의 연기가 아역 돌풍을 일으킬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로 훌륭했습니다. 악역으로 변신한 지붕뚫고 하이킥의 보사마 정보석과 오랜만에 보는 이덕화의 걸직하고 중후한 연기가 아역들의 열연 속에서 묵직한 무게를 잡아 주었고요. 강모 어머니역의 윤유선이 극초반에 죽음으로 하차해서 아쉬웠지만, 차분하고 헌신적인 어머니의 모습을 남겨주었습니다. 
"강남, 한강의 남쪽. 전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 볼 수 없는 개발의 서막이 시작됐다. 40년만에 땅값이 수십만배. 이 땅을 둘러싼 싸움은 그 어떤 전쟁보다 비정하고 처절했다" 이강모(이범수)의 나레이션으로 시작된 드라마는 조필연(정보석)이 이강모 회장(이범수)에게 총을 겨루는 장면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이강모의 시선은 40년전인 1970년 부산의 항구로 옮겨 가지요. 화물트럭 운전수인 이대수, 그는 만삭인 아내와 성모, 강모, 그리고 미주 삼남매의 가장으로 정직하고 성실하게 일하는 가장입니다. 친구 황태섭에 투자한 압구정 땅이 개발되면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서울 입성을 꿈꾸는....
그러나 강모 집의 비극은 강모가 우연히 아버지가 운전하는 트럭에 타서 초콜렛을 훔치다가 엿듣게 된 금괴밀수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정직한 아버지는 보안대에 금괴밀수 사실을 신고하고, 보고를 받은 조필연(정보석)은 때마침 국방부 인사이동에서 삼척으로 좌천되자 중앙에 정치자금을 대며 입신양명을 꿈꾸면서, 금괴를 가로채려는 음모를 꾸미게 됩니다. 당시 박정희정부는 정권유지를 목적으로 거대 정치자금이 필요했고, 정치자금을 만들기 위해 강남개발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시킵니다. 강남건설에 뛰어 든 황태섭(이덕화)은 자금난으로 공사를 진행하지 못하고 조필연이 던진 미끼를 물게 됩니다. 금괴를 중간에 가로채고 화물트럭 운전수를 제거하라는 것이었죠.
그런데 화물트럭 운전수는 38선을 함께 내려 온 친구 이대수였고, 이대수는 조필연의 총을 맞고 그 자리에서 죽고 맙니다. 이대수의 큰아들 성모(김수현)는 아버지를 도우러 나왔다가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하게 되고, 조필연으로부터 쫓기게 됩니다.
이대수가 죽은 시각 만삭이었던 강모의 어머니는 해산을 하고, 목격자인 성모를 찾으러 온 밀수꾼으로부터 쫓김을 받고 핏덩이와 함께 4남매를 데리고 서울로 향합니다. 조필연이 보낸 밀수꾼과 보안대 부하의 추적에 걸려 성모(김수현)가 이들을 열차에서 따돌리는 동안, 강모와 어머니, 미주는 서울에서 성모와 만나기로 약속하고 대전에서 내리게 되지요. 성모는 달리는 열차에서 뛰어내려 의식을 잃고 우연히 인근을 지나던 미8군 사령부 미군에게 구조되어 미 8군으로 후송되어 간호를 받고 그곳에서 생활을 하게 됩니다.
대전에 내린 강모는 생모를 찾아 가출한 정연(남지현, 박진희)을 만나 생모를 함께 찾고, 정연의 생모 유경옥(김서영)은 이미 집을 나가버린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런데 정연의 생모는 전날 여인숙에서 함께 묵었던 여자였고, 강모엄마의 돈과 정연의 지갑을 훔친 여자였습니다. 정연의 지갑에서 본 한장의 사진으로 정연의 생모는 자신이 훔친 지갑의 주인이 자신의 딸이라는 것을 알고 여인숙에서 정연에게 어머니임을 밝히지도 못한 채 마지막으로 정연 옆에서 하룻밤을 자게 됩니다.
그런데 잠을 자고 있던 강모 엄마 방에 연탄가스가 새들고 강모어머니는 숨을 거두고 맙니다. 형도 없는 병원에서 어머니의 임종을 지켜봐야 하는 강모는 어머니의 시신 곁에 가지도 못하지요. 어느새 강모를 잡으러 쫓던 보안대 조필연 부하와 밀수꾼이 병원에서 어머니의 시신을 확인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엄마를 부르며 우는 동생 미주의 입을 틀어막고 미주에게 엄마가 죽었다고 말해주지만, 어린 미주는 성당에서 하느님께 엄마를 돌려달라고 기도하고, 그런 동생을 보는 강모의 마음을 어머니의 죽음을 슬퍼할 겨를도 없이 그의 어깨에 짐의 무게에 아파합니다. 형이 없는 상황에서 어린 두 동생을 보살펴야 하는 소년가장이 돼버린 것입니다.
강모 가정의 비극은 순식간에 산더미가 집을 덮치듯 어린 강모를 어른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죽인 원수, 보안대에 신고해서 나라를 위해 장한 일을 했다고 칭찬하며 알량한 돈봉투를 받아들고 좋아했는데, 그것이 아버지와 어머니를 죽음에 이르게 해 버리게 된 것입니다. 그것도 모르고 그 돈으로 어머니 생일에 금반지를 사줬는데, 죽음에 이르게 한 상금이 되고 말았습니다. 갈아마셔도 시원치 않을 이름 조필연, 강모에게 그리고 성모에게 조필연은 뼈 속까지 새겨질 이름이 된 것이지요.
졸지에 고아가 돼버린 강모는 어린 동생들을 데리고 서울로 향하려 합니다. 형 성모와 헤어지면서 서울에서 가장 높은 빌딩 앞에서 말일에 만나기로 했기 때문이죠. 한편 미 8군에서 몸을 회복한 성모는 기억상실증으로 자신을 위장하고 있는데, 조필연이 미 8군에서 월남전의 일급비밀문건을 찾으러 미 8군으로 부임해 옵니다. 대규모 정치자금을 위한 강남개발에 대한 정보가 미국으로 흘러들어가 미국의 압박을 무마하기 위한 미국측의 치명적인 약점을 찾아 미국과 협상을 하려는 속셈에서 말이지요.
아버지를 죽인 원수 조필연과 맞딱뜨리게 될 성모에게 위기는 계속 이어지고 성모를 찾아 죽이려는 조필연의 눈을 성모가 피할 수 있을 지,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형(나레이션에 형을 언급하는 것으로 봐 조필연의 손에 성모마저 훗날 죽음을 당하나 봅니다)을 죽인 조필연과 강모의 악연, 이들의 질긴 악연은 40년이 흘러 정신병원에서 탈출해 강모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는 조필연의 늙고 초췌한 모습에 이를 때까지 길고 질긴 싸움이 이어질 것임이 예고되었습니다.
자이언트 1,2회는 상당히 거칠고 빠르게 진행되었습니다. 주인공 강모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죽음, 그리고 조필연과의 악연, 그리고 운명적인 여자 황정연과의 만남이 순식간에 한꺼번에 버무러져 사실 정신이 없을 정도입니다. 등장인물들의 악연과 인연이 지나치게 작위적이고, 의도적인 설정들이라 짜고 치는 고스톱같은 진행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이 작위적인 설정들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극적인 상황들과 함께 적절히 눈가림이 되어 버렸는데요, 아무래도 연기자들의 극에 녹아드는 연기력때문이지 싶습니다. 어머니 역의 윤유선, 정보석과 이덕화의 안정적인 연기는 물론이거니와 초반부 극을 이끌어갈 아역연기자들의 연기가 억지스러운 설정들도 문제삼고 싶지 않을 정도로 극에 녹아 들었던 것 같습니다.
아역연기자들의 호연이 극 초반부를 끌고 갈 견인차 역할을 더 할 수 있을지 몇회는 더 지켜봐야 겠지만, 자이언트 1,2회를 보고 난 후 기대와 우려가 반반입니다. 우려되는 부분은 드라마가 시작되기 전에도 많이 문제가 되었듯이 현 정치인의 성공신화를 담는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점일테지요. 강남개발, 건설신화에서 현재의 이명박대통령과 故정주영 회장을 비껴가기란 어려운 문제입니다. 아무리 드라마가 실제 인물이 아니고 허구임을 강조하더라도 건설이야기에 이 분들의 이야기가 섞이지 않을 수 없고 모델이 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그래서 드라마를 시청하기 껄끄로운 점도 많고요. 선거라는 시기와도 맞물려 있어 더더욱이나 위험한 시도일 수도 있고 거부감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또한 이미 타 방송에서 두번씩이나 방송되었던 것이라, 소재가 새롭지 못하다는 점도 드라마의 성패에는 위험요소일 것입니다. 또한 이제는 너무 우려 먹어서 식상한 복수극이라는 점입니다.
반면 자이언트는 시청률을 잡을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합니다. 이유는 타방송의 경쟁작들이 매력적이지 못하다는 점일 것입니다. 15회가 되도록 이병훈 감독의 동이가 시청자들로부터 기대이하라는 평가가 분분하게 나오고 있고, 동시에 시작한 국가가 부른다 역시 정부요원과 여순경의 로맨틱 코미디라는 다소 진부한 소재라는 한계가 있기에 월화드라마 세편 모두 절대승자가 없다는 점에서 기대를 할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특히 자이언트는 내공있는 연기자들이 두루 포진하고 있어 충분히 승산있는 게임을 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이범수, 박진희, 정보석, 이덕화, 박상민(음, 이분은 사생활 문제로 시끄러워서 드라마로서는 썩 좋은 캐스팅은 아니었네요.;;), 이문식 등의 포진은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스토리만 받쳐준다면 이들의 연기력을 보는 것만으로도 시청자에게는 재미가 될 수 있을 듯 합니다. 처음으로 정극에 도전하는 황정음의 경우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으니, 여기서 미리 거론할 문제는 아닌 것 같고요.

특히 1, 2회에서 저를 사로잡은 배우는 성모역을 맡은 김수현과 강모역의 여진구였는데요. 김수현의 경우는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에서 고수 차강진의 아역으로 인상깊은 연기를 보여주었던 배우지요. 김수현의 서늘하면서 강렬한 눈빛은 앞으로 대성할 가능성이 농후한 배우로 보여요. 또한 강모역의 여진구는 최부자 이야기를 다룬 명가에서 차인표의 아역을 맡아 좋은 연기를 보여주기도 했고요. 공교롭게도 두 작품 모두 이들 아역배우들의 연기를 인상깊게 봤던터라 더욱 기대가 됩니다. 박진희의 아역을 맡은 남지현양이야 선덕여왕 덕만의 아역을 맡아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으니 재차 거론할 필요도 없을 것 같고요. 
사실 1,2회는 극적인 사건들이 연이어 터져서 이들 아역배우들의 절절한 눈물신도 기대를 했는데, 스토리의 빠른 전개는 슬퍼할 겨룰도 없이 진행되어서 안타까운 점도 없지 않아 있어요. 하지만 졸지에 고아가 돼버린 강모가 어린 두 동생을 데리고 험한 세상을 헤쳐나가는 가시밭길이 이제부터 시작이니, 이들 아역연기자들의 짠한 이야기가 더 본격적으로 펼쳐질 것 같습니다. 
자이언트는 현대시대극이라는 점에서 스토리 자체를 픽션으로만 꾸려가기는 힘들 것입니다. 강남이라는 특정지역의 개발문제가 그렇고, 그 모든 것에 정치가 개입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70년대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정치와 경제를 배제하고 이야기를 풀어가기는 힘들다는 난점이 있습니다. 조필연에 대한 복수 역시 정치와 경제적 상호관계가 맞물릴 수 밖에 없을 것이고요.
연기자들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보니 이 드라마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요, 저는 이 드라마의 성공관건은 실제 인물을 얼마나 허구의 인물로 탈바꿈시키느냐에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실제인물이 연상되는 순간 이 드라마는 픽션이 아니라, 우려대로 픽션을 가장한 논픽션이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지요. 철저하게 배제하기는 어렵겠지만, 제작진과 작가가 사실적인 이야기를 얼마나 허구적으로 상상해 내서 전혀 다른 인물로 만드느냐가 관건인 셈이지요. 그렇지 않으면 이 드라마는 특정인물의 홍보드라마로 전락할 가능성이 농후하고, 그런 드라마에 얼마나 시청자가 공감을 할 지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물음표로 남을 것 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아래의 추천도 꾹 눌러주세요 ^^ 추천은 로그인 없이도 가능합니다.
다음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구독추가하기 을 누르시면 제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이 블로그를 한RSS에 추가하고 싶으시다면 클릭▶▶▶▶



Trackback 0 Comment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