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킥'에 해당되는 글 30건

  1. 2010.02.23 '하이킥' 불꽃질투 지훈, 굳히기 들어 간 정음-지훈라인 (34)
  2. 2010.02.13 '지붕뚫고 하이킥' 세경의 눈물이 달라졌다! (36)
  3. 2010.02.10 '지붕뚫고 하이킥' 정음 항의황, 의미심장했던 이유 (46)
  4. 2010.02.09 '지붕뚫고 하이킥' 이기적인 세경, 청승눈물 지겹다 (107)
  5. 2010.01.28 '하이킥' 마지막 휴양지 그림의 의미, 세경은 어디로? (30)
2010.02.23 07:15




갈등은 크게 화해 혹은 결별의 두 가지로 결론이 나는 것이 일반적인 인간관계에서의 양상일 거예요. 갈등관계를 정리한다는 것은 앙금을 털어내고 더 좋은 관계로의 변화하거나 등을 돌리게 되는 것 중의 하나로 귀결되는 것이 인간관계에서의 보편적인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붕뚫고 하이킥 애정라인의 한 축이었던 정음과 지훈라인은 해피엔딩 굳히기에 돌입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가장 큰 푹풍우가 될 순재옹과 특히 현경의 반대가 또 하나의 걸림돌이 되겠지만, 개인적으로 현경의 반대는 오히려 정음과 지훈의 사이를 더 가깝게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음과 지훈의 러브라인 굳히기에 들어갔다고 생각하게 된 이유는 요즘들어 정음과 지훈의 갈등 에피소드를 많이 만들고 있기 때문이에요. 결말은 늘 지훈이 미안하다는 말로 정음의 화를 눈 녹듯이 풀어주지만, 갈등은 두 사람을 더욱 단단하게 하는 장치처럼 보입니다. 드라마에서 갈등은 시청자들에게는 긴장감을 주는 재미요소이지만, 기본적으로는 극중 리얼리티를 위한 장치이기도 하지요. 사람관계에서 내 입에 꼭 맞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하다못해 죽고 못사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조차 갈등과 불만은 있겠지요. 이런 리얼리티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지요.

이번 하이킥 107화는 지훈의 정음에 대한 마음을 보여주는 에피소드였어요. 오상진 아나운서가 극중 정음의 친한 오빠로 정음을 짝사랑하는 박지성으로 깜짝 등장해서 재미를 주었지요. 정음을 보자 와락 껴안고 볼을 꼬집는 등 친밀한 스킨십에도 무반응인 지훈에게 정음은 살짝 섭섭합니다. '이 남자가 질투도 없을 만큼 나를 맏는 것인가? 아니면 진짜로 사랑하는 것이 맞기는 할까?' 하는 의심이 든 것이지요. 심지어 친구 결혼식 뒷풀이로 남녀가 1박2일로 놀러 가겠다는데도 흔쾌히 허락하는 지훈이에요.
지훈은 물론 이번에도 정음이 질투를 시험하기 위해 만든 연극 쯤으로 생각하지요. 인나와 정음의 상대 남자친구 꼬시기도 겪어봤던 지훈이 이번에도 정음의 장난이라고 생각했던 것이에요. 그런데 정음이 묵을 거라는 석모도의 하이킥펜션에 전화를 걸어 확인해보니, 결혼피로연 후 남녀 3쌍이 놀러왔다고 하지요. 순간 지훈은 질투의 화신으로 변해 눈에 불이 활활 타올랐어요. 그 불꽃은 지금까지 순재옹과 준혁의 성냥불 불꽃에 비하면 가스폭발의 크기만큼 위력적이고 컸어요. 심지어 차가 활활 탈 정도의 강한 불꽃이었지요. 무심하고 감정적으로는 차가울 만큼 무신경이었던 지훈의 질투가 지금까지 하이킥의 남자들의 불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컸습니다. 무작정 석모도로 향하는 지훈의 불꽃질주는 이번 회 가장 재미있었던 장면이었어요.
저는 이번 에피소드를 보면서 무뚝뚝하고 무관심하고, 애정표현에 서툰 남자가 질투를 하면 더 무섭다는 것과 지훈의 정음에 대한 사랑이 상상 이상으로 크다는 것을 보여 주는 에피소드였다는 생각을 했어요. 정음과 지훈의 러브라인 굳히기를 위한 지훈의 마음을 보여준 것이기도 했고요.
지훈은 정음을 여자 친구로 선언한 이후는 시종일관 정음에 대해 변함없는 모습이었어요. 정음이 늘 기다리는 것에 지쳐하고 힘들어 할 때도, 정음이 인나와 짜고 남친 꼬시기 작전을 했을 때도 지훈의 대답은 한결같았지요. "나를 그렇게 못 믿느냐, 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 미술관에서의 포옹신과 지훈이 병원에서 잘못된 수술로 인해 힘들어 하고 있을 때, 정음의 특별이벤트에 감동해서 했던 말은 그래서 더 의미가 크게 다가왔어요. 추위에 오들오들 떨면서도 지훈에게 힘내라며 치어리더 복장으로 응원해 준 정음을 지훈이 뒤에서 안으며 했던 말은 "다시는 정음씨 힘들게 안할게요. 고마워요"였지요.
사실 따지고 보면 세경, 정음, 지훈의 삼각관계는 애초부터 없었어요. 세경이 지훈을 짝사랑했던 것이고, 지훈이 세경과 정음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치고 교제를 한 일은 없었으니까 말이지요. 지훈의 웃음에, 커피에 흔들리고 힘들었던 것은 세경이었으니까요. 정음은 세경의 짝사랑이 그렇게 깊은 지는 몰랐고, 지훈 역시 마찬가지에요. 만약 두 사람이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도요.
그래서 조용히 강하게 이겨 낸 세경이 대견하고 예뻐 보여요. 세경이 지훈에 대한 마음을 드러냈더라면 정음도, 지훈도 힘들었을 것이고, 오늘처럼 세 사람의 자연스러운 관계는 없었을지 모릅니다. 그 중 가장 힘들었을 사람이 세경이었을 것이고 말이에요. 세경의 딱밤사건은 지훈에 대한 세경의 마음을 확실하게 정리하는 에피소드였지요. 이후로 급 편해진 세경의 밝은 모습을 다시 우울모드, 청승가련모드로 돌리지는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 
이제 곧 종영을 앞둔 마당에 제작진이 다시 세경을 힘들게 할 무모한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요.  이중 삼중으로 세경을 힘들어하지 않게 해 준 제작진에게 고마울 정도에요.
서두에 현경이 정음과 지훈의 관계를 알게 된다해도 두사람의 관계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 했는데요, 그 이유는 하이킥이라는 시트콤의 건강성에 기대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에요. 정음의 가장 큰 문제는 서운대생이고, 그것을 속이고(애초에 속일 의도는 없었지만) 서울대생인 것처럼 준혁의 과외를 해 온 거짓말이 가장 큰 문제일 겁니다.
현경이 준혁의 진로면담 결과 서운대에 갈 바에는 돈벌어서 스스로 다니라고 했던 말은 정음에게 닥쳐올 시련을 예고했지만, 과연 하이킥이 지방 삼류대출신의 여자에게 그렇게 인정머리 없는 학벌주의 잣대를 댈지 의문이에요. 그 순간 하이킥의 건강성은 상실되고 말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갈등의 과정에서 서운대 출신이라는 말에 섭섭할 수는 있겠지만, 지훈의 상대가 서운대라고 해서 결사 반대를 한다면 막장이라고 부르는 드라마와 다를 바 없을 것이에요. 
정음이 서울대생처럼 과외를 해 온 것에 대한 질타를 피하기는 어렵겠지만, 정음에게는 가장 강한 응원군이 있지요. 과외를 받는 당사자인 준혁의 영어 성적이 올랐다는 점, 그리고 지훈도 서운대생임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에요.

전작 거침없이 하이킥의 경우, 황당한 결말로 이끌었기는 했지만 중요한 점은 부모나 가족들의 반대에 의한 결정이 아니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애정문제는 철저히 당사자들의 결정에 맡겼지요. 지붕뚫고 하이킥 역시 같은 결정을 내리게 할 것이라 생각해요. 현경이니 순재옹의 결정이 아닌 지훈의 결정이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지훈과 정음의 갈등에피소드들의 결론은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항상 갈등의 끝은 지훈이 사과하고 지훈의 마음을 확인하는 것으로 끝났지 지훈이 정음의 투정에 고민하고, 정음과의 미래까지 갈등하는 모습은 없었어요. 지훈은 오히려 정음을 더 이해하려 들었고, 더 가까이 가고자 했으니까요.
이번 에피소드는 그런 의미에서 지훈의 마음을 가장 적극적으로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어요. 그동안 갈등 에피소드가 정음이 지훈의 마음을 확인하고자 하는 에피소드였다면, 정음의 짝사랑 선배와 석모도에 놀러 간 정음때문에 석모도를 향해 불꽃질주를 했던 지훈은 얼마나 정음을 사랑하고 있는가를 스스로 확인하는 에피소드라 할 수 있겠지요.  

정음과 지훈의 그간의 갈등 에피소드는 두 사람의 해피엔딩을 위한 과정이라고 보여집니다. 순재옹과 현경의 반대가 예상되지만, 하이킥은 소위 못가진 자의 조건때문에 교제를 반대하기에는 너무 건강한 드라마에요. 두 사람의 결정적인 불협화음이 없지 않는 한 딱히 반대를 할만한 결격사유도 없고요. 병원에서 봉사하는 정음, 착실히 공부하고 있는 정음의 모습은 과거의 정음과는 많이 달라진 모습들에요. 정음은 확실히 하이킥 속에서 성숙했어요. 
또한 분명한 것은 정음도, 지훈도, 세경도, 준혁도 힘든 사랑이든 아픈 짝사랑이든 성숙했고, 또 계속 성숙해 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처음으로 보여 준 지훈의 질투는 정음에 대한 사랑만큼 컸어요. 신은 인간에게 견딜 수 있는 만큼의 시련을 주신다고 하지요. 정음과 지훈에게 남아있는 시련 역시 견딜 수 있을 만큼의 것이라 믿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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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13 07:09




지붕뚫고 하이킥 102회는 세경이 지훈과 정음을 보고도 슬픈 눈물을 흘리지 않아 청승세경의 모습을 떨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어요. 세경의 눈물 색깔이 달라졌다고 생각했거든요. 엔딩장면에 화면 한가득 세경의 슬픈 얼굴을 담아버리면 어떡하나 보는 내내 조마조마 했는데, 준혁과 노래방에서 '난 괜찮아'를 부르며 애써 참고 극복해 가는 모습을 보니 세경의 씩씩함과, 무엇보다 밝은 20대의 얼굴을 잃게 하지 않으려는 제작진의 의도가 보인 듯 해서 안도의 한숨을 쉴 정도였네요.
이번 에피소드는 세경에게는 부러워 보이는 정음도 실은 사랑을 잃게 될까 불안해 하고 두려워 하는 마음이 있음을 보여주는 한편, 정음에게는 사랑할 때도 외로울 수 있음을 현실적으로 그려주었어요. 
정음이 좋아하는 사람은 의사 이지훈이 아닌, 때로는 달콤한 키스로 속사포 항의를 막아버리고, 정음에게만은 가장 다정한 남자인 지훈일 뿐이에요. 광수나 인나의 눈에는 의사남친이라는 조건이 더 크게 보였을지도 모르겠지만, 정음에게는 바빠서 데이트 할 시간도 많이 못 내주는 불편한 조건을 가진 남자일 뿐이지요. 지훈이 의사이기 때문에 좋아한 것은 절대로 아니었으니까요.
그래서인지 정음이 "바쁘니 당분간 연락하지 말라"며 지훈에게 문자를 보낼 때도 저는 정음이 당당하고 예뻐 보이더군요. 정음이 그저 이 남자 놓치면 안되겠다는 마음으로 착한 척, 참는 척, 모든 것을 이해하는 척하지 않아서 말이지요. 그게 정음의 매력이고, 또한 정음이 지훈이 가진 조건을 보고 사랑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지요.
세경이 심부름 다녀 오는 길에 정음을 만나지요. 지훈을 만나러 왔던 정음은 전화도 없고, 문자조차 없는 지훈때문에 화가 나고, 부쩍 자신이 초라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어요. 기분도 꿀꿀한데 술생각이 간절하지요. 인나는 연습실에서 노래연습을 해야 한다고 하고, 혼자서 울적함을 달래야 하는데 때마침 세경을 만난 거예요. 정음은 기분도 꿀꿀한데 술 한잔 하자며 세경과 와인바에 갑니다.
세경이 "왜 기분이 꿀꿀하냐?"고 묻지만 정음은 말하지 못하지요. 남자친구한테 바람맞아 우울하다고 말할 수도 없고, 그 보다는 한심하고 초라해 보이는 정음 자신때문에 우울했겠지요. 세경과 젓가락 행진곡도 치고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진 정음이에요.
세경이 다시 "왜 기분이 꿀꿀했냐?"고 묻자 정음은 세경에게 남자친구에 대해 얘기를 해주지요. 세경이도 이미 알아버린 지훈에 대해서 말이에요. 세경의 표정이 어두워지지요. 이렇게 직접 당사자에게서 듣게 되면 기분이 더 참담할 수도 있을 거예요. 세경은 "이지......" 훈이라고 말하려다 다시 개자식으로 돼버린 지훈과의 만남과 남자친구가 되기까지 일들을 듣게 되지요.
세경에게는 아픈 이름이고 그저 짝사랑으로 끝나버린 지훈이지만, 그토록 부러워 보이는 정음도 사실은 힘들어 하고 있음을 세경도 알게 되지요. 연애라는 게 좋기도 하면서도 가끔 우울하고 꿀꿀할 때도 많다는 정음의 푸념조차도 세경은 부러웠을 거에요. '나라면 다 참고 이해하고 기다리고 받아줬을텐데...'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고요. 세경의 눈에 다시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지요. 
"만나면 설레고 너무 좋은데 바쁜 사람이라 맨날 기다리고 기다리고...." 라는 정음의 말은 세경의 마음과 같았어요. 세경은 오지 않을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으니 더 가슴 한구석이 아파오지요. 그렇게 그 사람을 기다리는 일 밖에 할 수 없는 정음 자신이 비참하고 서글프다며 "이렇게 기다리다가 어느 날 문득 그 사람이 가버리고 나면 남는 건 뭘까 싶다..."는 말에 세경이 눈물을 주르륵 흘리고 말았지요. 왜 우느냐고 정음이 세경의 눈물을 닦아 주는데 정음의 핸드폰이 울리지요. 세경도 정음도 누구한테서 온 전화인 줄 알아요. 
세경이 전화받으라 하자 정음도 지훈의 전화를 받은 정음은 먼저 일어섭니다. 정음을 만난 지훈이 미안하다고 매번 똑같은 레파토리의 사과를 하지만, 정음이 지훈을 모르는 것은 아니에요. 정음도 병원 자원봉사를 하며 병원에서 일어나는 응급상황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고, 병원에서의 지훈이 한가하게 신문이나 뒤적이고 있지 않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는 정음이지요. 보고 싶을 때 즉각 눈 앞에 짠~하고 나타나주기 보다는 바람맞추기가 일쑤인 사람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지요.
하지만 늦게라도 항상 달려와주는 지훈은 정음에게만은 다정한 사람이에요. 장황한 말보다는 정음을 바라보고 웃어주고, 두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는 지훈이니까요. 이렇게 툭탁거리면서 서로 더 이해하게 되고, 때로는 심통도 부려보면서 사랑을 확인하는 게 연애의 과정이 아닌가 싶어요.   

와인바에서 나오며 두사람이 함께 차를 타고 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세경의 눈은 이제는 많이 담담해져 있어요. 눈물이 그렁그렁하지도 않고 말이지요. 물론 요술방망이처럼 뚝딱하고 아픔이 순식간에 사라질 수는 없지요. 꾹꾹 누르고 이겨나가는 과정에 있는 거지요. 그렇게 발길을 돌리는 세경은 학원에 다녀오는 준혁을 만나지요. 술을 깨기 위해 노래방에 간 준혁과 세경은 함께 "난 괜찮아"를 부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노래방에 간 두 사람 중 누군가가 또다시 의미심장한 발라드를 부르며, 세경의 눈에 눈물이 그렁해지는 모습이 나올까 걱정했는데, 그런 장면이 나오지 않아서 정말 다행입니다. 또다시 세경이 아픈 눈물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었다면 짜증폭발이었을 텐데, 제작진에게 감사할 정도였네요.ㅎㅎㅎ 세경이 감정을 너무 이용해서 하이킥이 우울해지는 것을 진심으로 바라지 않기에 말이지요.  

사실 이번회에도 세경은 눈물을 흘리고 말았는데요, 저는 세경의 눈물이 다른 회들과는 다른 것이었다고 생각해요. 세경이 본인때문에도 아팠지만, 정음을 위해서도 눈물을 흘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친구들 사랑이야기 들으면서 함께 눈물을 흘린 일들 있지 않나요? 저도 그런 일 많았어요. 다른 사람들 이야기 들으면서 친구가 안됐어서 같이 울기도 하고, 동병상련같은 아픔 때문에 울기도 하고 말이지요.
세경도 정음의 고민을 들으며 부러워 보였던 정음도 사실은 불안해 하고, 문득문득 외로워 한다는 것을 본 거지요. 세경이 몰래 울고 있는 것처럼, 행복할 것만 같은 정음도 때로는 외로워하고 힘들어 하는 것을 말이지요. '지훈이 떠나버리면 자기에게 남는 것이 뭘까' 하고 읊조리며, 눈물을 머금는 정음에게서 세경은 정음이 정말로 지훈을 사랑하고 있음을 보았다고 생각해요.  
어쩌면 짝사랑하는 자신보다도 정음의 고민이 더 클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지도 몰라요. 짝사랑의 상처와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의 상처가 어느 것이 더 큰 지는 겪어본 사람들만이 알 겁니다. 세경이 작고 초라하다고 느꼈던 것처럼 정음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던 거지요. 그래서 사랑을 잃을까 두려워하는 마음 말이에요.
그래서 정음의 고백을 들으며 세경이 흘렸던 눈물은 세경 자신의 아픔때문이기도 했지만, 정음의 눈에 맺힌 외로움의 눈물에 함께 눈물을 흘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세경이 그만큼 아픔을 털어내고 성숙해 가고 있음을 보여주기도 했고요. '난 괜찮아'를 부르는 세경이 표정은 억지로 슬픔을 참는 모습은 아니었어요. 약간의 술기운에 그저 즐겁게 스트레스 날리는 풋풋한 아가씨였을 뿐이었어요. 저는 이렇게 아픔도 밝게 이겨내가는 세경이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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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10 06:32




지붕뚫고 하이킥이 벌써 100회를 맞았습니다. 100회를 맞아 뭔가 특별한 에피소드를 준비했을까 기대를 했는데, 뼈있는 의미가 숨어있었던 정말 특별한 특집이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제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특집입니다. 이제는 전 사장이라고 해야겠네요. 엄기영 전 MBC사장 사퇴 기사를 접하고, 뒤숭숭하고 참담한 패배감도 들었던 날, 공교롭게도 하이킥이 100회가 방송되었어요.
신애의 생일과 정의의 수퍼우먼 항의 황이 된 정음의 에피소드였는데, 신애의 생일을 챙겨 준 예쁜 해리 모습이 참 감동적이었지요. 두 아이들이 엔딩장면에 케익크림을 얼굴에 묻히며 장난치는 모습을 보니, 해리에게도 신애에게도 자매같은 친구가 생긴 것 같아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행복해졌어요.
지난 회 즐겁게 보다가 마지막 우울모드로 돌입하게 해버렸던 세경의 눈물때문에 짜증도 났었는데, 이번회는 항의 황때문에 웃고 볼 수만은 없었어요. 몇시간전의 엄기영 사장의 불끈 쥔 손이 오버랩되면서, 가슴에 항의 황정음 못지않는 분노가 치밀더군요. 제가 개인적으로 100회 특집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이 시대 우리가 찾아야 할 모습이 항의 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에요.

정음이 정의의 항의 황으로 탄생하게 된 계기는 동네 음식점에서 배달시킨 밥때문이었지요. 누군가 먹다 남긴 쉰밥 찌끄러기를 모아서 배달해 준 거예요. 광수가 항의 전화를 했지만, 아주머니가 아파서 밥을 못했다는 얘기에 마음만 약해지고, 급기야는 몸조리 잘하라는 친절한 인사까지 하고 전화를 끊었지요. 화가 벌컥벌컥 난 정음이 다시 전화를 해서 "동네장사 이렇게 하느냐?" 며 새밥에 닭볶음탕까지 서비스로 받게 되었어요.
밖에서 들어 온 자옥이 누군가 집앞에 쓰레기를 버리고 갔다고 속상해 하는데, 골목에 설치된 CCTV가 고장나서 범인을 잡을 수가 없다네요. 구청에서는 아무런 대책도 마련해 주지 않고요. 항의 황 정음이 가만 있을리가 없지요. 구청에 전화를 하니 담당부서가 아니라는 대답만 반복됩니다. 이런 일 저도 겪었는데, 정말 짜증 제대로지요. 이대로 물러설 수 없는 정음이에요. 구청으로 돌진한 정음은 구청장에게 정식으로 항의하고, 다음주에 고쳐주겠다는 약속까지 받아왔지요. 동네에서는 항의 황의 눈부신 활약으로 벌써 유명인사가 되었고요. 자옥네 식구들은 정음을 국회로 보내자고 까지 정음의 사기를 북돋아 주었지요. 
그런데 정음의 동네에 귀신도 못잡는다는 바바리맨이 나타난다는 인나의 제보가 들어왔어요. 병원에 가려고 집을 나선 정음은 문제의 바바리맨을 만나게 되었지요. 지나가던 학생들과 아주머니들이 놀라 떨고 있는데, 정음은 눈도 까딱않고 바바리맨을 쫓아버립니다. 볼 것도 없는 사람이라네요.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ㅎㅎ.
정음이 바바리맨을 퇴치한 일은 인터넷에 만화로 올려지고, 정음은 힘든일 있을 때 나타나는 정의의 여기사 항의 황으로 유명세를 타게 되었어요. 힘든일이 있을 때마다 어디선가 나타나 도와주는 우리들의 친구 짱가처럼요.
항의황 인기캐릭터로 급부상했는데도 정음은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지훈이 하루종일 연락도 없기 때문이에요. 병원동료가 지훈이 낙도의료봉사를 떠났다고 말해주자, 정음은 분노폭발 일보직전이에요. 여자친구인데도 이렇게 한마디 말도 없이, 흔한 문자하나 날려주지 않은 지훈이 괘씸하지요. 만나면 아주 요절을 내버릴 태세에요.
낙도에 갔던 지훈이 돌아왔는데 몰골을 보니 면도도 못한 초췌한 모습이었지요. 그래도 정음이 보고 싶어서 달려왔나 봅니다. 지훈을 본 정음이 여자친구에게 전화도 안하고, 문자도 없고 어짜고 저짜고 속사포 항의를 하는데, 지훈의 공격에 주춤해 버리지요. 뽀뽀 한방, 그래도 정음이 화가 풀리지 않지요. 다시 뽀뽀 한방. 
"계속 이렇게 찔끔찔끔 뽀뽀만 할거에요?" 흐악흐악~앙큼한 정음이 원하는 게 따로 있었네요. 이번에는 진하고 달콤한, 그리고 긴 키스를 해 주었지요. 지훈의 키스에 화를 누그러 뜨리고 급 헐렐레 좋아 죽는 정음입니다. 꼭 껴안아 주며 지훈이 "보고 싶었어요" 라는 한마디에 정음은 무장해제되어 버렸어요. 천하의 항의 황도 지훈의 키스와 보고 싶었다는 달달한 말을 이길 수는 없었겠지요.  이제는 너무나 알콩달콩 예쁜 두사람이어서 하이킥 종영전에 꼭 결혼시켜주고 싶은 커플이에요. 사실 하이킥 중반까지는 지훈-세경라인을 응원했었는데, 지금은 지훈-정음라인이 깨지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예쁘게 사랑을 하는 두 사람때문에 흐뭇하고, 또 해리가 저금통까지 가져가서 신애 생일 케익을 사다 주고 정말 훈훈한 하이킥이었지만, 가슴 한켠에는 항의 황이 우리가 찾아야 할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반성도 하고, 화도 났습니다. 손석희, 신경민 앵커에 이어 엄기영 사장까지 이렇게 힘없이 무너지고 말아야 하는지 안타깝습니다. YTN, KBS, MBC 언론을 장악하고, 다음은 무엇을 장악할지 공안정국보다 무서운 정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비판없는 사회는 죽은 사회에요. 비판할 수 없게 만드는 정치는 민주주의를 포기하겠다는 뜻같아 보입니다, 정말 무섭네요. 김주하앵커가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렸는데 저도 기사를 통해 접했어요. "저를 지키고 싶습니다. MBC를 지키고 싶습니다. 여러분과 지키고 싶습니다" 
어디선가 누구에게 항의할 일 생기면/  항의황 엄청난 기운이 (야!)/  틀림없이 틀림없이 항의한다
잘못된 건 못 참는다/  우리 동네를 누벼라/  씩씩하게 항의도 잘 한다
항의! 항의! 우리들의 항의황~/  당당하게 항의할 일 찾는다/  항의! 항의! 우리들의 항의황~

MBC 지붕뚫고 하이킥 항의 황의 캐릭터는 단순히 드라마속 에피소드의 웃음장치라고 웃고 넘기기가 어렵네요. 물론 드라마를 보고 난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우리가 제대로 항의를 하고 살고 있는지, 우리가 항의할 방법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이렇게 방송사를 상대로 총성없는 총을 쏘고, 칼날을 들이대는 시국이 정상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답답하기 그지 없네요. 당당하게 항의할 일 찾는다는 '항의 황'이 많아 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만이 간절합니다. MBC 지붕뜷고 하이킥 소속 항의황에게 응원 한마디 덧붙입니다. "힘내라! 항의 황, 우리가 함께 지킨다!"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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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09 06:28




지붕뚫고 하이킥 99회는 아이같은 어른 자옥과 어른이 되고 싶은 준혁의 에피소드를 보여 주었지요.  저는 정음과 지훈의 관계를 알아 버린 세경과 준혁 사이에 희망적인 변화가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세경이가 드디어 빨간 목도리를 벗어버리고 준혁이 주었던 노란 목도리를 하고 나왔더라고요. 물론 세경은 준혁을 이성으로 생각하고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요.
그리고 이번회를 통해 두 사람에 대해 기다림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세경에게 어른스럽게 보이고 싶은 준혁이나 여전히 지훈을 보면 가슴 한자락이 아려오는 세경에게 필요한 것은 어른이 되고, 상처가 아물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에요. 그리고 그 기다림의 끝에는 세경이 두르고 나온 준혁의 노란 목도리처럼 희망적인 관계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준혁의 과외날, 정음에게 어른스럽게 보이고 싶은 세호가 양복정장을 입고 왔지요. 하지만 노티난다는 핀잔밖에는 듣지 못하지요. 옷방에서 삼촌의 가을양복을 입고 일부러 세경과 마주친 준혁은 어른스럽게 보인다는 세경의 말에 기분이 날아갈 것 같습니다. 세호의 2차시도는 근육공략이에요. 헬스클럽에 준혁과 정음을 부른 세호는 멋진 복근을 정음에게 자랑해 보지만 "근육대신 키나 더 키우지 그랬냐" 는 말에 다시 좌절하고 말지요.
준혁의 마음을 아는 세호는 헬스장에 세경까지 불렀지요. 준혁의 티셔츠를 가져 달라고요. 세경누나가 올거라는 말에 급 운동모드로 들어가는 준혁이 참 사랑스럽습니다. 세경이 오자 러닝머신을 뛰어보라며 세경에게 장난도 치고 말이지요. 준혁은 듣지 못했던 말까지 듣습니다. 운동하는 모습보니 진짜 남자같다고요. 근육도 멋지고...밤송이는 세호가 깠는데 알밤은 준혁이 주워먹네요. ㅎㅎ
정음 마음잡기에 실패한 세호는 노래방에서 비스트의 '미스테리'를 부르며 정음에게 직접 고백을 했지요. 대학갈 때까지만 기다려 달라고요... 그때까지만 결혼하지 말아달라고 말이지요. 흔쾌히 약속해주는 정음은 대신 성적 쑥쑥 올려서 좋은 대학에 가라며 그때까지 기다려본다고 약속을 해주지요. 물론 빈말이겠지만 세호 마음에 상처주지 않은 정음이 어른스럽습니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게... 어따대고..." 이런 식의 정음의 과격한 대사를 날렸다면 세호는 더 상처받고 방황했을텐데 때로는 적당한 거짓말도 필요한 것 같아요. 특히 감수성 예민한 시기니까요. 세호라고 정음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닐 거예요. 세호의 마음을 정음이 받아주지 않을 거라는 것도요. 그저 콩커플 씌워진 자신의 마음을 억누르지 못할 뿐이지요.
세호와 정음에게 자리를 마련해 주고 노래방을 나와 버린 준혁에게 세호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지요. 얼른 노래방으로 오라고요. 노래방에는 뜻밖에 세경누나가 와 있었지요. 귀여운 소설가 세호짓이었지요. 가려는 준혁에게 세경은 노래방 돈도 지불되어 있다며 노래 부르고 가자고 했지요. 준혁이 성시경의 '내게 오는 길'을 부르는데 가사 내용이 두 사람의 마음을 그대로 말해주는 내용이에요.
"지금 곁에서 딴 생각에 잠겨 걷고 있는 그대
설레는 마음에 몰래 그대 모습 바라보면서 내 안에 담아요
사랑이겠죠 또 다른 말로는 설명할 수 없죠
함께 걷는 이 길이 다시 추억으로 끝나지 않게
꼭 오늘처럼 지켜 갈게요
사랑한다는 그 말 아껴둘 걸 그랬죠
이제 어떻게 내 맘 표현해야 하나
모든 것이 변해가도 이맘으로
그대를 사랑할게요" 

노래방을 나온 준혁과 세경 눈앞에 카페에서 즐겁게 데이트하고 있는 정음과 지훈이 눈에 들어 옵니다. 지금까지 분위기 좋았는데, 미술관 이후 다시 또 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을 보는 세경의 눈에 그렁그렁 눈물이 고이고, 세경은 말없이 돌아서 버립니다. 함께 먹자던 와플도 잊어 버리고요. 세경을 뒤에서 바라보기만 하는 준혁의 눈빛이 애처로워 마음이 아프네요. 아직은 세경이 힘듭니다. 지우개로 쉽게 지울 수 없는 게 사랑이니까요.  
준혁은 노래로 드디어 세경에게 사랑을 고백했어요. 딴 생각에 잠겨있는 세경에게 말이에요. 그래서 준혁이 사랑을 고백하는 것도 모르고 있는 세경을 바라보는 준혁때문에 마음이 아팠네요. 자신의 노래를 들으면서 세경이 삼촌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 준혁이지요. 노래가사가 앞으로 준혁과 세경의 관계를 암시하는 것이라고 생각도 들었어요. 준혁이 세경에 대한 사랑을 추억으로 끝나지 않게 지켜가겠다는 고백처럼 들려서 이 커플의 희망적인 모습도 보였고요. 준혁이 고백하는 날 공교롭게도 세경은 준혁이 준 노란 목도리를 하고 나와서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이번 회 마지막 보면서 세경에게 화가 나더라고요. 감동과 유쾌함을 적절히 버무려 주는 하이킥에 쓴 소리를 별로 하고 싶지 않지만 세경에게 쓴소리를 하고 싶네요. 눈물이 그렁해져서 돌아서는 세경을 바라보는 애처로운 준혁의 눈빛에 마음도 아팠지만, 그것과는 별도로 여전히 지훈을 바라볼 때마다 청승 세경이 되는 세경의 눈물에 슬슬 짜증이 납니다. 아프고 힘들어 하는 모습도 한 두 번이지요. 물론 세경이도 마음을 정리하는 과정을 보여주기 시작했어요. 지훈의 책상위에 두었던 LP판을 다시 가져가는 세경이 지훈에 대한 마음을 정리하는 모습이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이렇게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세경의 눈물에 시청자들이 계속 함께 아파해 줄지는 의문이에요. 세경의 캐릭터는 어찌 보면 지훈의 무뚝뚝하고 타인에 대해서는 무관심해 보이기까지 하는 성격보다 더 심하게 폐쇄적인 성격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세경이 준혁의 마음을 모르고 있다면, 그것은 거짓일거예요. 자신의 눈빛과 닮은 준혁의 눈빛을 세경이 모른다면 말이 안되지요. 아마 모른 체 하고 있겠지요.
문제는 세경이 사랑이라는 감정 앞에서는 극단적으로 이기적이 되어 버린다는 점이에요. 준혁이 노래방에서 부른 '내게 오는 길'은 세경이 불렀던 '인형의 꿈'처럼 준혁의 마음이 담긴 노래였어요. 몰랐다면 세경이 둔해도 한참 둔한 여자이겠고요.
그런데 와플을 먹자 하던 준혁과의 말은 번개불에 콩 볶아 먹듯 잊어버리고 정음과 지훈의 모습에 눈물 그렁그렁해져서 돌아서 버리는 것을 보며, 저는 세경이 자기 감정밖에 모르는 지독한 이기주의자거나, 혹은 자기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지극히 여린 인물 둘 중에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준혁의 생일날 피아노를 치며 울던 세경 역시 같은 선상에 놓을 수 있겠고요. 둔한 이기주의인지, 여린 감성주의인지 구분이 모호한데, 이기적인 감성주의자일 수도 있겠네요. 
착한 세경을 보면 보호해 주고 싶고, 함께 아파하고 눈물도 닦아주고 싶지만, 반복되는 짝사랑의 눈물은 지겨워집니다. 더구나 준혁이에게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지 못하는 모습을 자꾸 보여줘서 더 싫은지 모르겠어요. 지훈이 세경을 아프게 하듯이 세경이 역시 준혁에게 똑같은 상처를 주고 있어요.  아픔이라는 감정을 저울로 재 볼 수야 없지만, 준혁의 아픔도 세경과 같은 무게일 거예요. 어쩌면 더 아플 수도 있어요. 그런데 세경은 자신의 아픔 밖에는 보이지 않나 봐요. 늘 뒤에서 바라봐 주는 준혁이를 세경이 한번쯤은 돌아봐 주었으면 해요. 
지금은 세경의 마음이 혼탁한 흙탕물일 거에요. 시간이 지나고 짝사랑도 추억처럼 새겨질 즈음이면 감정의 찌꺼기도 가라앉겠지요. 그때까지 준혁도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하고, 세경 역시 마찬가지겠지요. 어른으로 보이고 싶은 준혁의 에피소드는 두 사람이 아직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 같아요. 두 사람 모두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에 있으니까요.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세경이 두르고 나온 노란 목도리가 준혁에게 기쁨이 되는 의미였으면 좋겠네요. 더불어 세경의 눈에 더 이상 눈물이 고이지 않았으면 합니다. 세경이 아픈만큼 같은 무게로 준혁도 아프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고요. 준혁에게 보여 주지나 말든지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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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28 06:40




지붕뚫고 하이킥 96회는 지훈과 정음의 관계가 준혁이와 세경이에게 알려졌다는 것보다는 세경의 심경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갖는 에피소드라고 생각해요. 저는 세경이 지난회 지훈과의 추억여행에서 지훈에 대한 짝사랑을 끝냈다 혹은 끝낼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요, 이번 에피소드는 보다 구체적으로 세경이 짝사랑의 힘든 여행을 끝내는 과정을 그렸다는 생각이 듭니다. 키워드는 세경이 미술전시관에서 본 '마지막 휴양지'라는 그림이 암시하는 것에 있어요.
정음에게 환자가족분이 미술전시회 티켓 두장을 주면서 에피소드는 시작됩니다. 다음날이 병원OFF인 지훈과 데이트 하려던 정음을 지훈은 수술참관으로 가지 못한다고 실망시키지요. 세경에게 정음은 함께 미술관에 가자고 하고 두 사람은 즐거운 시간을 가집니다. 정음은 카페에서 책을 더 보고 가겠다고 하고, 세경은 미술관이 처음이라 더 천천히 둘러 보고 가겠다며 헤어지지요.
책을 보고 있는 정음에게 지훈이 계속 전화하지만, 단단히 삐진 정음은 지훈의 전화도 무시해 버리지요. 수술참관을 끝내고 지훈도 미술관으로 달려왔지만, 정음은 이미 미술관에서 나왔다고 해요. 그런 정음에게 준혁이 과외를 미루자고 전화를 하고, 정음은 미술관에서 하자며 준혁을 불렀지요. 네 사람이 미술관이라는 공간에 함께 있는 상황이 된 거지요. 미술관을 나갔다는 정음의 말에 발길을 돌리던 지훈은 혼자 전시회를 둘러 보다 한 그림 앞에 서있는 세경을 보게 되지요.
세경이 보고 있는 그림은 "마지막 휴양지" 라는 로베르토 인노첸티 작품이에요. 보기에는 괴괴하고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풍기지요. 가파른 비탈길에 빨간 자동차가 한 대 서 있고 손님과 호텔 안내인이 대화를 나누고 있고, 언덕 아래 방파제에는 하얀 파도가 부딪치고, 갈매기만이 외로이 날고 있는, 거기에 덩그러니 서있는 작은 호텔이 그려져 있는 그림이에요.
지훈이 세경에게 이 그림을 보고 있었던 이유를 묻자 세경은 제목이 마지막 휴양지라서 보고 있었다고 합니다. "휴식을 주는 휴양지가 마지막이라니까 왠지 슬프네..." 라는 지훈의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세경에게도 슬프게 느껴졌겠지요. 정음이랑 같이 왔다면서 정음이 왜 안오냐고 묻자 세경은 정음이 카페에 있다고 말해 줍니다. 지훈은 핑계삼아 뭐 좀 마시겠다며 카페를 향해 달려가지요.
정음과 과외를 끝낸 준혁은 뛸 듯이 기쁜 말을 듣습니다. 세경이 지금 미술관에 있다고 정음이 말해 준거예요. 준혁의 마음을 알고 있는 정음이 참 예뻐요. 준혁은 미술관에 있는 세경을 발견하고 다리장난도 하고, 세경도 남대문 열렸다는 거짓말도 하며 마치 친한 친구처럼 즐거워 합니다. 그런데 준혁이 카페에 휴대폰을 두고 왔어요. 휴대폰을 찾으러 가는 준혁을 세경도 뒤따르고, 준혁과 세경은 지훈과 정음이 포옹하고 있는 장면을 목격해 버립니다. 삐져있는 정음에게 애교도 떨며 화를 풀어 준 지훈이 정음을 꼭 안아 주었는데 그 광경을 본 거예요. 준혁도 놀랐지만, 준혁은 충격이 컸을 세경이 더 신경 쓰이지요. 세경이 삼촌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요.
여기에서 이번회는 끝났어요. 앞으로 세경과 준혁의 반응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저는 준혁과 세경이 지훈과 정음의 관계를 일찍 알게 돼서 솔직히 기쁩니다. 세경이 마음에서 지훈을 내려 놓겠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 쉽지는 않겠지요. 매일 부딪치는 지훈의 미소를 보면 자꾸 세경도 흔들릴테니까요. 그런 세경에게 지훈에게 여자친구가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줌으로써 세경이 마음 잡기가 한결 쉬울 것 같아요. 더구나 상대는 늘 만나면 세경을 편하고 즐겁게 해주는 정음언니고요. 착한 세경은 비록 지훈과 이뤄지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지훈이 행복하고 웃기를 바랄 거예요. 정음은 지훈에게도 그렇게 웃음을 줄 수 있는 언니니 세경도 오히려 다행이라 생각할 수도 있을 거고요. 
세경이 미술관에 가면서 지훈이 다시 사준 빨간 목도리를 하고 나왔었는데요, 이번 에피소드에서 빨간목도리는 마지막을 상징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빨간 목도리를 하고 나온 세경이에 대해 잠깐 생각해 봤어요. 아직도 미련이 큰 것일까? 지훈과 세경의 라인을 다시 꼬려는 제작진의 의도일까? 저는 그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외롭고 힘들고 지훈때문에 아팠고, 집안 환경때문에 남의 집 가정부로 살고 있고...빨간 목도리는 세경의 지훈을 향한 아픈 사랑을 의미한다고 생각해요. 받는 마음은 사랑이었지만 주는 마음은 동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으니까요. 

이야기가 나온 김에 드라마 속 그림얘기를 해 볼게요. 마지막 휴양지는 유명한 삽화가 로베르토 인노첸티의 작품으로 동화책 삽화에요. 오래 전에 발간 된 책이라 읽어 보신 분들도 많을 거예요. 아동보다는 어른을 위한 짧은 동화책이에요. 내용은 상상력을 잃어버린 화가가 마음의 눈을 찾아 떠나는 짧은 여행이야기에요. 어느 날 상상력을 잃어버린 화가가 마음의 눈을 찾아 길을 나섭니다. 자신의 빨간 자동차는 마치 갈 곳을 아는 듯 이상한 곳으로 화가를 인도합니다. 천둥번개가 치고, 협소하고 위험한 비탈길을 달려 빨간자동차가 멈춘 곳은 외딴 호텔이에요. <The Last Resort 마지막 휴양지>라는... 여기에 철자놀이의 재미있는 의미가 숨어있어요. 철자를 몇개 바꾸면 <Lost Heart, Rest 잃어버린 마음이여, 쉬어라> 라는 의미가 돼요. 아, 이것은 제가 바꾼 것이 아니고요. 마지막 휴양지는 잃어버린 마음이 쉬는 곳이라는 의미도 되는 거지요.
그림 속 자동차 앞에 있는 남자는 동화책 속 주인공 화가에요. 화가는 묻지요. 여기가 어디냐고... 그러자 호텔 문 앞에 있던 소년이 대답합니다. "여기는 마음의 평화를 잃어버린 사람들을 위한 마지막 휴양지에요"
호텔 안은 밖에서 보는 것과 달리 따스한 곳이에요. 낯설고 이상한 투숙객들도 있고요. 이 사람들도 모두 화가처럼 무엇인가 잃어버린 것을 찾기 위해 이 호텔에 투숙한 손님들이에요. 우리가 동화 속에서 봤던 인어공주나 허클베리핀 같은 인물들을 상징하는 손님들이 나오는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동화 속 주인공들을 찾는 재미도 있는 책이에요. 미스테리물같아 보이기도 하고요. 저마다 잃어버린 무엇인가를 찾은 손님들이 떠나고, 화가 역시 잃어버린 상상력을 찾고 새로운 세계를 향해 호텔을 나서는 것으로 동화는 끝납니다.

동화 속 삽화 마지막 휴양지는 세경이를 위한 그림이었어요. 저는 세경이 왜 마지막 휴양지라는 그림을 오래동안 쳐다 봤을까 생각해 봤어요. 왜 마지막 휴양지일까? 무엇을 위한 마지막 쉼터였을까? 세경도 그 마지막 휴양지에서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 같아요. 화가가 마음의 눈을 찾아 떠나는 낭떠러지 가파른 길처럼 세경은 아프고 힘든 짝사랑을 했어요. 생활도 힘들었고요. 화가의 잃어버린 상상력처럼 세경도 잃은 게 너무나 많아요. 처음 상경했을 때 당차고 야무지던 모습도 많이 잃어버렸고, 지훈을 짝사랑하면서 밝고 씩씩했던 22살 아가씨의 마음을 잃었던 거예요. 세경에게 사랑은 가슴 뛰는 핑크빛 설레임과 행복이 아니라 아프고 더 외롭게 했을 뿐이었어요. 사랑이 행복하고 즐거운 것이라는 것을 세경이 알아차리기도 전에 아픔부터 겪어야 했으니까요.
예고편에 세경이 준혁에게 뭐 살게 있었는데 잊어버렸다면서 준혁을 두고 뛰어 가버렸지요. 12시가 다 돼가는데 세경이 돌아오지 않자 준혁이 집앞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고요. 다른 장면은 보여주지 않아서 세경이 어디를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세경이 미술관으로 다시 갔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마지막 휴식의 의미를 찾기 위해서 말이지요. 
마지막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기도 하지요. 화가가 잃어버린 상상력을 찾았듯이 세경도 새로운 것을 찾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세경은 잃어 버렸던 자신을 찾아 왔을 거예요. 짝사랑을 끝내고, 밝고 씩씩한 세경이의 진짜 모습을 말이지요. 세경이 밝은 모습을 찾았으면 좋겠다는 저의 바램때문에 이런 추측을 해봤는지는 모르겠지만요.  
동화책에서 "모든 것을 잊어버리세요. 여기는 마음의 평화를 잃어버린 사람들을 위한 마지막 휴양지에요"라는 소년의 말처럼 세경도 자신을 힘들게 하는 아픔을 잊고 마음의 평화를 찾았으면 좋겠어요. 미술관에서 장난치며, 남대문 열렸다며 준혁에게 고개 숙이게 하고, "인사 잘 하네" 농담하고 해맑게 웃는 세경이 모습이 세경이가 잃어버렸던 모습이에요. 세경의 나이처럼 밝고 순수한... 그래서 또 감히 추측해 보고 제작진께 부탁하는데 혹시 미술관에 세경이가 갔다면 평화를 꼭 찾게 해주고, 그 징그러운 빨간목도리 바람부는 언덕에서 날려 버렸으면 좋겠네요. 준혁의 노란 목도리도 있잖아요. 아직은 시기상조이지만 미술관에서처럼 두 사람이 소년 소녀처럼 사랑하는 것도 예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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