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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0.11 '뿌리깊은 나무' 백윤식-송중기, 첫회 사로잡은 대조적 매력
2011.10.11 10:32




대장금, 선덕여왕의 작가 김영현과 박상연, 여기에 말이 필요없는 필모그래피의 연기자들, 연출 장태유 감독. 이쯤되면 가공할만한 메가톤급 쓰나미에도 끄덕없을 막강 드림팀이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야말로 뿌리 튼실하고 깊게 내릴 드라마가 탄생될 것이라는 거죠. 궁궐과 반촌을 무대로 정통사극과 무협, 멜로, 미스터리 추리과학수사극을 한 드라마에서 짜임새있게 풀어내기란 쉬운 작업은 아니지요. 김영현-박상연 작가, 장태유감독이라면 디테일한 부분까지도 놓치지 않고 풀어내리라는 믿음을 줍니다. 역시 실망시키지 않았던 '뿌리깊은 나무' 1회였습니다.

오랜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한 한석규, 중후하고 독특한 카리스마가 일품인 백윤식, 추노의 장혁, 신세경, 젊은 이도(세종) 역의 송중기를 내세운 뿌리깊은 나무 첫회는 한마디로 명품사극의 탄생을 예고하며, 빠른 전개로 전개되었는데요, 각 캐릭터들의 카리스마가 압도적입니다. 태종 이방원 역의 백윤식은 그간 사극에서 보았던 이방원과는 다른 모습으로 그 중후하고 침착한 언변에도 오금을 저리게 하더군요. 눈에 레이저를 달지 않아도 레드썬이었습니다. 화면을 압도하는 중저음의 카리스마, 부드럽지만 서릿장같은 냉혈함을 느끼게 한 백윤식의 극중 무게감은, 후원연못에 던져지는 낚시대처럼 팽팽하고 날카롭게 전달되는 공포감을 주기에 충분하더군요. 역시 말이 필요없는 내공연기자...
젊은 이도(세종)역의 송중기는 성균관들 스캔들이후 사극에서 다시 만났는데, 사극에 어울리는 귀티나는 마스크라는 것이 또 한번 입증되더군요. 상왕 태종의 숙청작업을 힘없이 지켜봐야 하는 나약한 군왕의 고뇌를 풍부한 감정선으로 깊이있게 전달했습니다. 송중기의 연기 스팩트럼이 큰폭으로 넓고 깊어졌다는 생각이 드는 좋은 연기력을 보여 주었습니다. 특히 아버지 상왕에게 드러내놓고 저항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파파보이의 모습도 아닌 단호함과 고집스러운 모습이 느껴지는 복잡한 내면을 잘 표현한 듯 싶습니다. 소헌왕후 역의 여배우의 대사처리와 감정표현이 송중기의 고뇌와 번민을 담은 표정과는 겉돌아서 극 몰입에 약간의(?) 방해를 주기는 했지만, 소헌왕후의 극중비중이 크지는 않을 듯해서 패스~

초반 비밀스러운 행동으로 스토리에 박진감과 긴장감을 주었던 장혁의 무술연기와 마초적인 매력은, 추노에서 이미 입증되고도 남았기에 더 중언부언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그의 정체가 누구이며, 무엇때문에 세종 이도를 암살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시작으로 드라마는 과거 한지점으로 옮겨갑니다.
드라마는 이도의 장인이자 영의정인 심온을 억울하게 죽음으로 몰아간 무술옥사(강상인의 옥사라고도 불리죠)를 재현하며, 세종과 태종을 대조적인 모습으로 비춰갑니다. 아시다시피 태종은 조선의 기틀을 정립한 왕이죠. 형제들과 처가까지 피로 물들이면서 강력한 왕실을 구축했던 인물이고, 평가야 사람들마다 다르지만 태종의 강한 철의 통치가 있었기에 세종대왕이 문화정치를 펼칠 수 있었고, 왕실의 흥망성쇠는 있었지만 조선왕조 500년의 기틀을 세웠다는 일반적인 평을 합니다. 신권정치를 꿈꿨던 정도전과 강한 왕권통치를 꿈꿨던 태종이었기에 서로의 이상향이 달랐지요. 때문에 정도전은 개국공신이었음에도 잔인하게 제거되고 말았고 말이지요. 무술옥사도 태종의 강력한 왕권정치 구축이라는 연장선에서 조작된 사건이었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병조참판 강상인이 군사문제를 세종에게만 보고한 것에 진노한 태종이 강상인과 박습을 귀양보내는 일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세종의 장인 심온은 사신으로 명나라를 가게 되었는데, 당시 영의정이라는 최고권력에 임금의 장인이었으니, 한마디로 줄을 잡으려는 사람들이 대대적으로 환송했던 것이 태종의 귀에 들어가죠. 강한 왕실을 위해 외척경계는 필수였던 태종에게 심온을 제거할 필요가 커졌고, 군문제 보고로 문제를 일으켰던 강상인을 추국, 배후가 심온이라는 거짓자백을 하게 만듭니다. 심온의 집안은 대역죄인으로 몰려 소헌왕후의 어머니와 형제들은 노비로 전락하고, 심온은 스스로 자결을 하는 것으로 무술옥사는 종결지어졌습니다.
드라마는 이 무술옥사의 한 복판에 똘복이(채상우)와 반푼이라고 놀림을 받는 그의 아버지 석삼이(정석용), 어린 담이(김현수, 훗날 신세경역의 소이)를 등장시킵니다. 몸을 피하라는 세종 이도의 밀지를 심온에게 전달하다 붙들려 죽음을 맞이하는 아버지를 목도하지요. "아버지가 아들을 지킨다"며 똘복이를 만류하고, 명에서 돌아오는 심온을 만나러 의주로 달려간 석삼이, 그러나 생각시를 통해 전달한 세종의 밀지는 조말생(이재용)에 의해 조작되었고, 똘복이는 아버지의 죽음이 이도(세종)의 거짓편지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도 역시 태종이 심온을 제거하기 위한 계략이었음을 알게 되지만, 상왕이 마음 먹은 일은 그 누구도 제지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힘없이 돌아서고 말지요. 두 주먹만을 쥔채 힘없이 돌아서야 했던 세종, 그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이름뿐인 허울뿐인 왕이었던 것입니다. 장인의 죽음조차 막지못했던 무력한 임금, 아버지 태종은 그에게 베어낼 수 없는 산이었습니다. 왕비 소헌왕후의 아버지를 살려달라는 간청 하나도 들어주지 못한 힘없는 지아비 세종은, 그렇게 눈물만 삼킬 뿐입니다.
아마 이런 일들로 인해 세종 이도가 주변인물들, 혹은 백성들에게 힘이 돼주는 강한 군왕이 되리라 다짐했을 것입니다. 태종은 스스로에게 권력을 집중함으로써 강한 군왕, 강한 왕실을 만들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세종은 백성들에게 이로운 것을 많이 만들어 베푸는 것이 힘이라고 생각했을 듯도 싶습니다. 실제 세종이 한글을 비롯해 농사, 천문, 과학 등의 실용학문을 적극 지원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고 말이지요.
그러나 드라마는 단지 태종에게 반항하지 못했던 나약한 세종 이도에서 머물지 않습니다. 더욱 중요한 대목은 바뀐 밀지를 백성이 어리석어(글을 몰라) 읽지 못했다는 것에 촛점을 맞춥니다. 여기에 똘복이가 이도를 죽이려고 하는 이유를 부여하지요. 아버지를 죽인 원수 이도에게 복수를 다짐하는 똘복이는 훗날 겸사복 강채윤(장혁)이라는 이름으로 궁궐에 들어가 세종을 암살하기 위해 치밀한 준비를 합니다. 첫장면 장혁의 화려한 액션이 빛났던 장면이 그 상상신의 일부였던 것이죠.
그리고 드라마는 왜 세종이 한글을 창제하려고 했을까에 그 동기를 부여합니다. 글을 몰라 백성을 억울한 죽음에 빠뜨렸다는 트라우마는 강한 왕권을 지향하는 태종의 피의 정치에 대한 두려움과 맞물려 태종과는 다른 정치적 세계관을 가지게 됩니다. 아버지 태종은 천상천하 유아독존, 권력은 오로지 왕 단 한사람만이 가질 수 있으며, 그것이 이방원 자신이라고 하지만, 세종은 아버지 태종과는 정치관을 달리하죠. 강한 왕권을 위해 태종의 정치는 피를 요구했지만, 세종은 억울한 죽음을 막을 수 있는 것이 힘이자 군왕의 권력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훈민정음의 창제는 글을 몰라 억울한 일을 겪는 사람(백성)이 없게 하겠다는 세종의 애민정치, 위민정치에서 비롯되었던 것이지요.

나아가 진정으로 이 드라마는 우리에게 묻고 그 교훈을 들려줄 것입니다. 위정자의 정치적 근간, 즉 그 뿌리를 어디에 내려야 할 것이며, 뿌리깊은 나무가 왜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지에 대한 깊이있는 혜안을 제시할 것입니다. 그리고 성군 세종이 사대부라는 거대한 힘과 싸워 만백성이 하나의 문자로 통용하는 마방진을 어떻게 완성하는 지를 담아갈 것입니다. 세종에게 한글은 온백성 모두가 읽고 써도 그 말과 뜻이 같았던 거대한 마방진이었던 것입니다. 또다른 석삼이, 똘복이, 담이같은 백성들을 만들지 않을....이들이 조선을 받치는 가장 밑바닥 뿌리들이기 때문에 말이지요.
안정된 연기력으로 무장한 성인연기자들, 그리고 아역배우들의 열연까지 첫회부터 대박의 조짐이 보이는 뿌리깊은 나무, 특히 장혁의 아역으로 나온 채상우의 연기가 아주 좋더군요. 아역들이 물러가고 성인연기자들로 본격적인 스토리를 전개하더라도 어색하지 않게, 첫회부터 장혁에서 한석규까지 잠깐씩 등장시켜 연결고리들을 만든 것도 자연스러워 보였습니다. 관록파배우 백윤식의 무심한 듯 냉소적인 카리스마, 송중기의 모성애를 자극하는 서글프면서도 아버지와는 다른 세상을 꿈꾸는 듯한 반항적 눈매가 대조적으로 매력적이었던 1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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