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마녀 김정난'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2.09.01 '고쇼' 김정난 소신있는 연기철학, 승부사로 캐스팅하고 싶은 이유 (2)
  2. 2012.07.23 신사의 품격: 김정난이 보여준 눈물의 품격, 마음 움직인 마법 (9)
2012.09.01 09:44




김정난의 연기를 처음 본 것은 '내일은 사랑'이라는 청춘물이었는데, 제 기억에 가장 크게 남아있는 작품은 양귀자님의 동화를 각색한 '누리야 누리야 뭐하니' 라는 단막특집극이었습니다. 억척스러운 식당 종업원 강자로 야채장수 최재성과 호흡을 맞췄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엄마를 찾기 위해 서울로 상경한 누리라는 아홉살 여자아이와 함께 하는 여정이 뭉클했던 작품입니다.
짧은 단막극이었는데도 기억에 남았었는데, 비교적 최근에 본 작품은 이준기 주연의 '개와 늑대의 시간'에서였습니다. 워낙 좋아했던 작품이라 이수현의 어머니까지 애정을 가졌던 작품이었거든요. 김정난은 아주 작은 분량만 출연했지만, 이수현(이준기)의 어머니로 홍콩에서 남편의 살해사건을 수사하던 중 최재성 측에 의해 살해된 검사 요원역할로 나왔는데, 짧았지만 제겐 강한 인상으로 남아있었습니다. 신사의 품격에서 청담마녀 박민숙으로 소위 뜬 배우가 되었지만, 김정난의 연기력만큼은 어느 작품에서든 빛났었습니다.  
이번 주 고쇼는 영화 '공모자들' 출연배우들을 섭외한 승부사 오디션이었습니다. 게스트로 김정난, 임창정, 최다니엘이 나와 입담을 겨뤘는데요, 갈비뼈가 부러진 상황에서도 촬영을 했던 일화를 전한 임창정, 믿기지 않은 에피소드에 입을 다물지 못하겠더군요. 임창정의 부상투혼 열정도 열정이지만, 김홍선 감독의 열정은 정말 헉! 소리나게 대단하더군요.
임창정의 입담과 예능감이야 워낙 잘 알려져 있고, 고쇼에서도 능수능란하게 분위기를 업시키는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했지요. 김정난이 연기연습을 거울보며 하지 않는다는 얘기끝에는 "나처럼 외모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 배우입장에서는 거울을 봐야 한다"며 너스레를 떨며, 최다니엘에게 동의를 구하며 웃음을 주기도 했습니다. 최다니엘의 형님, 뭔소리에요? 표정 대박!
부산사투리를 배우기 위해 한 달간 부산에서 어학연수를 했다는 임창정, 이런 연기자세야 말로 연기자에게 요구되는 프로근성이겠지요. 사투리를 얼마나 정확하고 완벽하게 구사하느냐고 아니라, 사투리에 들어있는 감정들을 전달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말은 새겨들어야 할 듯합니다. 요즘 드라마를 보면 사투리도 안되고, 감정전달도 안되고, 그냥 과장된 억양만 흉내내는 배우들이 많아서 말입니다.

최다니엘의 엉뚱한 매력은 시종일관 MC들을 자지러지게 했지요. 드라마에서 진지한 역할을 주로 봐왔었는데, 최다니엘에게 그런 4차원 매력이 있는 줄은 처음 알았네요. 키스를 부르는 입술에 대한 자신감넘치는 승부사, 특히 마음에 있는 여자에게 대시했던 과거사도 공개해 MC들의 캐스팅 폭주를 받기도 했지요.
최다니엘의 발언에 방송을 제대로 보지 않고 올린 어느 기사때문에 나쁜남자 말을 듣기도 한 듯한데, 방송을 제대로 분 시청자들이라면 그런 오해는 하지 않았을 겁니다. 남자친구가 있는 여자를 좋아한 적이 있었다는 말과 6개월간 적극적으로 대시해서 사귀게 되었다는 말은 다른 경우였거든요.
MC들은 최종적으로 최다니엘을 승부사 주연으로 캐스팅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김정난을 캐스팅하고 싶더군요. 김정난의 오늘은 그녀의 20년 오랜 승부기질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기에 말입니다.
신사의 품격이 낳은 최고의 스타라면 주저않고 김정난을 꼽을 만큼만큼, 청담마녀 박민숙에 환호하게 만든 것은 김정난의 연기력 결과였음을 부인하기 힘들지요. 겉은 화려하고 도도하지만, 속으로는 한 없이 여린 여자 박민숙, 돈많은 것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돈의 품격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주기도 했죠. 돈만 많은 여자가 아니라, 돈까지 많은 숙녀의 품격을 보여줬다고 할까요? 
캐릭터가 대본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는 없지만, 주인공보다 매력적인 캐릭터가 김민숙이었습니다. 탄탄한 연기력, 자신감 넘치는 도도함의 힘은 배우 김정난의 화면장악력때문이었습니다. 김정난의 아우라의 근원이 무엇이었는지 방송을 통해 조금은 엿볼 수 있겠더군요.
김정난은 대본 연습을 하면서 거울을 보지 않는다고 하지요. 거울을 보고 연습을 하면 예쁜 모습만 찾으려고 하고, 울어도 흉하지 않게 울려고 한다며, 후배들에게도 거울을 보고 연습하지 말라고 조언을 해준다고 하는데요, 대본안에 있는 감정들이나 많은 것들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특히 여배우들에게 화면빨은 생명과도 같은 시기가 있었습니다. 어떤 각도에서 찍을 때  어떤 표정을 지을 때 예쁘게 나올까를 연구한다는 것이 물론 나쁜 연기연습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연기의 기본기가 탄탄하지 못한 배우들에게서 나오는 부자연스러움이겠죠.
최근 이런 미모와 연기력이 부조화스러운 여배우의 변신이 눈에 띄는 작품이 신의의 김희선과 아랑사또전의 신민아입니다. 연기가 자연스러워 졌고, 두 배우들은 무엇보다 화면에 비춰질 예쁜 표정을 포기한(?) 배우들입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예쁘고 더 매력적인 것은, 캐릭터가 더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있다는 것을 시청자들이 느끼기 때문일 겁니다. 

김정난이 방송에서 했던 말중에 거울을 보고 연기연습을 하지 말라는 말도 와닿았지만, 단막극에 대한 소신있는 연기철학은 김정난의 오늘을 있게한 밑거름이었기에, 특히 연기에 도전하는 아이돌이나 젊은 배우들이 새겨 들었으면 싶더군요.
연기욕심은 많고, 연기에서는 누구에게도 지고 싶지 않았던 김정난의 컴플렉스가 소위 화면빨이 받지 않는 마스크라고 하지요(김정난씨 충분히 아름다우십니다!). 예쁘지 않으면 주인공이 될 수 없는 환경에서 스타가 아닌 배우의 길을 가야겠다고 다짐했다는 김정난은 그 이후 단막극 출연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김정난을 보면서 브라운관에서 많이 봤는데 선뜻 대표작품이 떠오르지 않았던 이유도 그런 연유이기도 했을 듯합니다. 소신있는 그녀의 연기철학이 담긴 말이 와 닿더군요. "단막극의 좋은 점은 다양한 캐릭터를 해 볼 수 있어 연기폭이 넓어진다".

방송국의 한 피디가 던진 "어이, 단막극 전문배우" 라는 말에 가슴이 '쿵'하면서 머릿속이 멍해져서, "남들이 보기에는 배우라는 길이 어줍잖은 것으로 보이나?" 싶어 화장실 가서 펑펑 울기도 했노라 고백하는 김정난, 그녀를 승부사로 캐스팅하고 싶은 이유는 그 때문이었습니다. 화도 나고 서러웠지만 오기가 나더라지요. "난 평생 배우해야 할 사람이다"라며 자신을 다잡았다고 하지요.
김정난에게 혹자는 늦복 터진 여배우라는 말도 하겠지만, 김정난은 한 때 반짝이는 스타가 아니라, 평생 긴 호흡으로 승부사 길을 가고 있는 배우라는 말이 더 맞을 듯 싶습니다. 배우의 품격까지 갖춘 배우지요. 신사의 품격에 함께 출연했던 장동건의 인터뷰 기사를 읽었는데, 공감하고 싶은 말이라 기억에 남습니다. 배우의 품격에 대한 질문에 장동건이 이렇게 대답을 했더라고요. "배우의 품격은 연기력이다". 인터뷰를 읽는 순간 김정난이 떠오르더군요.   
요즘 좋은 연기력으로 드라마의 질을 높인 배우들이 많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반가운 드라마 방향입니다. 추적자에서 손현주와 김상중, 박근형이 보여준 품격연기, 더킹 투 하츠에 이어 골든타임 이성민의 재발견은 시청자들에게는 보물섬을 찾은 행운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연기자의 연기력만으로 드라마를 살린 경우는 아니지요. 대본과 연출, 그리고 배우까지 삼박자가 맞은 경우였지요.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의 눈이 높아지면서, 얼굴로 승부수를 띄우는 배우들이 따가운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주연보다 조연들이 드라마를 살리는 경우도 많고요. 연기력은 좋은데 상대적으로 스타성이나 티켓파워가 약한 배우들은, 작품 완성도를 높이는 보물 역할을 하면서도 대우를 제대로 받지 못한 경우들이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늦게 연기력으로 인정받은 배우들을 보며 드는 생각은, 이제는 이름값이 아닌 연기력으로 대우받는 환경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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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9.01 11:13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초록누리 2012.09.01 11:19 신고 address edit & del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글 다시 읽다가 발견했는데 고맙습니다.

2012.07.23 09:47




어느 드라마이든 이혼이라는 단어에 거부감을 느낍니다. 물론 현실에서는 더 거부감을 느끼는 단어가 이혼이라는 두 글자일 겁니다. 그만큼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하는 단어이기 때문이죠. 매일이 전쟁터처럼 지지고 볶고 싸우는 부부라고 해도, 쉽게 이혼을 결정하는 것은 아닐테고요. 아이까지 있다면 이혼은 더 어렵죠. 
흔히 사랑을 표현할 때 제 눈에 안경이라고 하지요. 박민숙에게 이정록이 그랬을 겁니다. 이정록은 이제서야 알게 된 듯하지만 말입니다. 콩커플이 씌웠는지, 마법에 걸렸는지, 바람같은 남자는 결혼 10년 내내 박민숙의 애물단지였습니다. 그 안경을 벗어던지겠다는 박민숙의 눈물로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신사의 품격 최대 난관으로 떠올랐습니다.
그동안 박민숙(김정난)이 이혼이라는 말을 몇 번 뱉었고, 작년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최윤의 사무실을 찾아가 이혼하겠다는 말을 하기도 했었지만, 심각하게 이혼을 결심했다고는 보여지지 않았지요. 철부지 남편 길들이기 작전이라는 것이 더 커보였으니까요.
그런데 이번에는 박민숙의 진심이었습니다. 끊임없이 정록의 바람기를 의심했던 박민숙, 정록이 다른 여자에게 한 눈을 팔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고 내린 결정이었지요. 그동안 박민숙이 말했던 이혼과는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과거에는 '이혼하자'의 통보나 협박이었는데, 이번에는 이혼해 달라는 부탁이었다는 것입니다.
"남들은 내가 모든 걸 가졌다고 하더라. 근데 난 당신이 내가 가진 전부였거든... 부탁이야 이혼하자. 내가 너무 불쌍해서 그래. 끊임없이 당신을 의심하는 내가 너무 미친년같아서 그래. 제발 이혼해줘". 박민숙의 말이 진심이라는 것을 깨달은 정록이 휘청해서 주저앉고 말았지요. 주저앉은 정록의 표정도 그동안 보였던 겁먹은 표정, 박민숙을 두려워 하는 표정이 아니었지요. 반은 정신이 나간 표정이었지요. '진짜다'.
박민숙의 이혼부탁은 박민숙의 절절한 감정이 이해되었고, 시청자도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지요. 박민숙은 신사의 품격 네 남자들보다 훨씬 매력적인 품격을 보여주더군요. 오델로 증후군이라 불려지는 의부증이나 의처증은 사실 치료하기 힘든 정신병이라고 합니다. 배우자를 의심하는 상황이 더 진전되면, 박민숙처럼 주위 지인에게 수시로 전화를 걸어 확인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도청과 협박, 폭행과 자해까지 서슴지 않는 무서운 병입니다. 오죽하면 술주정뱅이 남편이나 바람피우는 남편하고는 살아도, 의처증있는 남자랑은 못산다고 까지 할까요? 제 주위에도 남편의 의처증으로 힘들어 했던 친구가 있는데, 부인을 의심해서 친정식구들까지 폭행하고 협박하는 경우도 봤습니다. 이혼을 한 후에도 괴롭힘을 당해 경찰에 신고해 보호를 요청하기도 하고, 친구는 현재는 미국에서 살고 있는데, 끔찍하게 무서운 병이더군요.
겉으로 보기에는 너무 멀쩡하고 점잖은 사람인데, 본인도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못 고쳐서 힘들어 하고 그런 병이더라고요. 꽤 오랜 기간 약물치료와 정신과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는데, 독점력이 강하고, 편집증적 성격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죠. 사랑이 집착으로 변한 경우도 있고, 편집증적인 집착병을 사랑이라고 착각하는 경우도 있고, 뭐라고 정확하게 진단내리기는 힘들지만, 분명한 것은 의부증이나 의처증은 사랑이 아니라는 겁니다.
신사의 품격 박민숙에게도 비슷한 성향이 보이죠. 보스기질이 강하고, 모든 것이 자기 손안에 놓여있어야 안심하는 성격이죠. 특히 정록이에 대해서는 머리카락 한 올부터 발가락까지 말이죠. 정록이 다른 여자랑 바람을 피웠다고 혼자 상상하고 의심하는 병, 박민숙은 스스로를 의부증이라고 진단을 내린 듯 보이더군요.
박민숙은 자기의 전부였던 이정록을 내려놓는 모습도 가슴 아플정도로 쿨했지요. 신사의 품격 네 남자들보다 시크녀 박민숙의 매력이 돋보이는 것은 이런 모습때문이었을 겁니다. 정록을 자유롭게 살게 해주겠다는 마음, 그리고 의부증으로 자신의 삶마저 피폐해져 가는 것을 참을 수 없는 박민숙의 마지막 자존심은, 정록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때문이었으니까요.
도진과 이수도 이별과 화해를 반복했고, 태산과 홍세라도 숱하게 반복했지만, 그 사랑과 이별이 절절하게 와닿지 않았습니다. 딱히 이별할 필요가 없어 보였는데 본인들만 심각한 듯 보였다고나 할까? 감정이입에 실패한 사랑이었죠. 윤과 메아리의 사랑이 주인공 도진과 이수보다 애절하고 예쁘게 와닿고 있으니까요. 지난회 이수와 메아리 두 여자의 눈물이 대조적이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메아리의 눈물고백은 눈물범벅 울음소리였는데도, 가슴을 울리는 사랑이 느껴지던데, 세상 하직할 태세로 여행가방을 싸고, 소주를 마시며 우는 서이수의 눈물은, 그 장면이 상당히 부자연스러웠습니다. 도진이 이수가 선물한 구두를 안신었다는 이유로 거절로 단정하고, 혼자 생쇼를 하는 서이수를 온전히 이해하기가 난해했거든요. 트렁크 한가득 소주를 담아가 마실 정도로 도진에 대한 상실감이 큰 것으로도 보이지 않았고요. 맨정신에도 술주정인지 뭔지 모를 징징대는 눈물연기는, 김하늘 연기에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었거든요. 뒤에 이어지는 헛물켜는 앙큼한 서이수는 웃겼지만 말이죠. 김하늘 이제 그만 울리고 웃게 해줬으면 좋겠는데, 혹이라도 우는 장면이 앞으로 더 나올거라면, 대사없이 눈물만 흘리는 걸로!
그런데 말이죠, 저는 박민숙이 의부증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어요. 의부증이라면 더더욱이나 이정록을 떠날 결심을 하지는 못했을테니까요. 박민숙이 자신을 불쌍하다고 까지 하며 이혼해달라고 눈물을 보이는데, 저 언니는 정말 정록이를 사랑하는구나를 먼저 느꼈답니다.
박민숙의 의심병은 정록을 소유물로 생각하거나, 정록에 대한 집착에서 생긴 병은 아니었으니까요. 분명 정록은 박민숙 몰래 여자들을 만난 과거 경력이 화려하고, 여자들에게 친절한 것도 태생적인 성격입니다. 물론 게 중에는 작업용 친절도 있었겠지요. 
의부증이나 의처증의 원인제공은 물론 배우자가 만든 경우도 있겠지만, 의부증이나 의처증을 가진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십중팔구는 자기의 병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말을 먼저 한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박민숙은 그게 아니더라고요. 정록은 의심하는 것을 스스로 병으로 진단하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박민숙의 의심은 이정록에 대한 불신으로 생겨난 일시적인 병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도도한 박민숙이 자신이 의부증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비참했을 겁니다. 남들은 다 가진 여자라고 하지만, 남편의 말을 믿지 못해 여기저기 전화해서 알리바이를 확인하는 자기 모습이 얼마나 한심스럽고 초라해 보였을까 싶어요. 차라리 정록이 다른 여자랑 모텔에 갔었다는 것을 확인했다면, '그럼 그렇지, 그 버릇 개줄까' 쫓아낼 수도 있었지만, 이젠 정록이 사실을 말해도 믿지 못하는 자신이 미치게 싫습니다. 이러다간 점점 미친년이 될 것도 같고요.
박민숙의 진심이 절절하게 전달된 것은 김정난이라는 배우가 보여준 눈물연기의 깊이때문이었습니다. 눈물로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은 연기자에게 있어서는 멋진 대사보다 중요하지요. 좋은 대사도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눈물연기로 감정전달에 실패하는 경우도 있고, 우스꽝스럽게 맥을 끊어버리기도 합니다. 김정난은 눈물연기도 박민숙이라는 캐릭터를 100%이상으로 보여주더군요.
신사의 품격 네 여자들은 비슷한 이유들로 때로는 통곡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혼자 흐느끼기도 하고, 유독 눈물을 흘리는 일들이 많았죠. 특히 메아리의 경우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 회차가 없었을 정도입니다. 윤진이가 밝은 메아리와 눈물 메아리의 분위기 전환을 워낙 잘해서, 청승메아리가 되지 않았을 뿐이지만 말이죠. 윤진이는 좋은 연기싸이클을 가진 배우더군요. 메아리라는 캐릭터의 밝음과 슬픔을 매끄럽게 연결하는 모습이 좋더군요. 풋풋함은 유지하면서 오버스러움으로 메아리를 열네살로 만들지도 않고, 그렇다고 성숙해 보이겠다고 서른 여섯 애늙은이가 되지도 않고, 극중 메아리의 나이 적정선을 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제가 남자였대도 최윤처럼 목숨걸고, 친구를 잃을 각오를 하고 욕심낼 만한 사랑스런 여자죠.
박민숙은 다른 의미에서 사랑스러운 여자입니다. 여자로서도 친구삼고 싶은 욕심이 나더군요. 밖에서는 청담마녀로 도도한 카리스마 아우라를 풍기지만, 이정록 앞에서는 수줍고 여린 여자, 이정록의 품에 쏘옥 안기고 싶어하는 이중성을 가진 여자, 이 언니의 눈물은 진짜였습니다. 메아리가 최윤에게 눈물로 사랑고백을 했을때, 아무리 강철심장을 가진 남자라고 하더라도 녹아내리겠다 싶었는데, 박민숙의 눈물은 다른 의미에서 사람의 마음을 녹이더군요.
진심이 들어있는 눈물 한줄기의 설득력이었습니다. 김정난은 눈물에서도 품격이라 할 수 있는 연기관록이 보여주더군요. 마음 한 구석에 슬픔과 외로움의 텃밭을 가꿔보지 못한 사람은 삶의 깊이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박민숙은 결혼 10년 내내 바람둥이 철부지 남편의 사랑을 갈구하며 슬픔을 혼자 삭혀야 했고, 많은 밤 베갯잇을 눈물로 적셔왔지요. 이혼해 달라며 흘리는 눈물에, 박민숙의 깊은 마음속 텃밭의 외로움을 다 담아내더군요. 남들은 다 가졌다고 하는 박민숙이었지만, 남편의 마음 남편의 사랑을 받지못했던 박민숙은 늘 외로웠으니까요. 돈은 그 외로움을 가려주는 반짝이 의상과도 같았습니다.

박민숙의 눈물에는 사랑이 들어 있었습니다. 의부증으로 비참해져 가는 자신에 대한 애증과 남편 이정록에 대한 사랑이 말이죠. 남편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박민숙의 의심병은, 그래서 의부증이 아니라는 생각이 더 듭니다. 어쩌면 이정록이 결혼생활 10년내내 주지못했던 믿음에 대한 마지막 부탁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정록이 혼이 나간 표정이 된 것도 그 때문이었을 겁니다. 박민숙이 얼마나 자신을 사랑했었는지를 비로소 깨달은 것이죠. 그리고 알았죠. 이정록도 박민숙을 사랑한다는 것을 말이지요. 박민숙의 이혼결심이 진심이라는 것을 알았을때 정록이 더럭 겁이 난 것은, 돈많은 박민숙을 잃을까봐가 아니라, 아내 박민숙을 잃을 지도 모른다는 것이 겁이 났기 때문이었죠.
신사의 품격 네 남자가 신사가 되는 방법은 각기 다르죠. 열아홉살 짜리 애아빠가 된 도진이의 케이스도 있고, 친구 동생 메아리를 사랑하는 윤도 있고, 결혼보다 자신의 일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자유분방한 세라를 지키는 태산의 사랑도 있지요.
그런데 이정록의 신사만들기, 어른만들기는 어떤 것일까 궁금했는데 마지막에 터졌군요. 박민숙과 이정록 부부의 위기가 심각하고 심란스러운 것은, 이들은 이미 한 배에 타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일 겁니다. 결혼이라는 구속력을 가지는 제도와 함께 말이죠. 그런데 박민숙이 그 배에서 내리겠다고 일어서서 배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그동안 이정록이 숱하게 일어섰다 앉기를 반복해도 박민숙이 노를 내려놓지 않았기에, 그 배는 계속 항해를 해 왔었지요.
정록의 신사만들기는 가정과 아내를 지키는 남편이 포인트였습니다. 두 사람이 탄 배에서 한 사람이 일어서면 배는 기우뚱 중심을 잃고 위험에 처하지요. 이젠 정록이 배의 중심을 잡을 차례입니다.
신사의 품격의 모든 사랑은 짝사랑이었지요. 사랑은 혼자 할 때는 의미가 없지요. 두 사람이 같은 곳을 바라볼 때라야 사랑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결혼도 사랑과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런 노력없이 지켜지는 안전지대라는 것은 없는 것이니까요. 결혼에 골인을 했더라도 말입니다.
민숙이 얼마나 아이를 갖기를 희망하는 지도 모르고, 그게 정록을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것도 모르고, 철없던 남편으로 탱자탱자 해맑기만 했던 정록, 이젠 어른이 될 타이밍입니다. 아내를 외롭게 하지 않는 남자가 진정한 신사가 아닐까요? 
한가지 해피엔딩을 위한 바람이 있다면, 민숙-정록 부부에게 아이를 점지해 주는 걸로! 아이 가진 민숙을 불면 날아갈새라 애기다루듯 하는 정록의 애처가되기 필살기 모습, 행복해서 숨이 넘어갈 듯한 민숙의 입덧도 꼭 그려주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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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9
  1. ㅇㅇㅇㅇ 2012.07.23 11:28 address edit & del reply

    에구, 글 참 맛있게 쓰신당.
    아내를 사랑하는 것 같으면서도 다른 여자랑
    노는 것을 재미로 여겼던 정록 캐릭터가 참...
    아내는 엄마가 아닌데 말이죠.
    아무튼 해피엔딩으로 달려가는 것 같으니
    느긋하게 기다려 봅니다. ㅎㅎ

  2. 2012.07.23 11:37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3. 2012.07.23 12:04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4. 주리니 2012.07.23 12:11 address edit & del reply

    박민숙의 당당하던 모습이 저렇게 울먹이며 잦아들때...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정말 아이가 생김으로써 돌팔구를 찾았슴 좋겠다 싶어요.

  5. 여강여호 2012.07.23 12:27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때로는 비현실적이면서도
    남자 주인공들과 같은 세대의 40대 초반들에게는 20대 때 꾸었던 꿈이기도 했었죠...

  6. 요시 2012.07.23 13:48 address edit & del reply

    너무 글 잘 읽었습니다. 글을 읽으면서 또 한번 울컥하네요.

  7. 2012.07.23 15:40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8. 얼소녀 2012.07.23 16:59 address edit & del reply

    전 민숙이 나오는 장면만 열심히봐여
    그외사람들 나올땐 손발이 오글거려서리
    쿨럭~

  9. 코나 2012.07.23 20:41 address edit & del reply

    이 장면 보면서 많이 울었습니다.
    박민숙의 마음은 의부증임을 깨달았다기보다는..
    자신이 남편을 믿지 않음을 깨달았고,
    자신이 정신적으로 비참함을 깨달아서가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드라마 시청자로서는 정록을 응원할 수 있겠지만...
    진짜 제 지인 상황이라면 전 아마도 박민숙을 응원할 것 같아요.
    드라마라면 몰라도 실제로 남자는 쉽게 변하지 않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