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수'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2.08.22 '신의' 삼천포로 빠지는 판타지, 김희선의 원맨쇼가 아깝다 (6)
  2. 2010.06.26 '로드넘버원' 최민수의 절제된 카리스마, 드라마의 진짜 넘버원 (10)
  3. 2010.06.25 '제빵왕 김탁구' 윤시윤이 보여 준 3분의 카리스마 (13)
2012.08.22 11:50




김희선의 통통 튀는 원맨쇼 연기는 신의에 생기를 불어넣는 최고 재미입니다. 타임워프라는 소재를 드라마에서 많이 차용해 왔지만, 김희선의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엉뚱함은, 드라마의 무게감을 반감시키기 보다는 다음은 어떤 엉뚱함으로 시청자에게 웃음을 줄까 기대가 될 정도입니다.
하늘에서 온 의원은 물과 기름처럼 드라마에서는 이질적인 존재인데도, 궁을 휘젓고 다니는 김희선의 전천후 환경적응능력은 드라마를 살리는 활력소가 되고 있죠. 의선이 되어달라는 공민왕의 부탁을 단칼에 거절하면서도, 챙길 것은 챙기는 딜을 하는 모습은 의외의 재미였습니다. 납치해 온 것 다 없던 일로 해줄테니, 청자나 그림 몇점 좀 챙겨주면 안되겠냐는 말을 듣는 순간, 맞아! 나도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드라마 신의는 솔직히 김희선이 미친 연기력을 보여준다거나, 흔히 말하는 미친존재감을 보여주는 작품은 아닙니다. 푼수끼넘치는 김희선의 엉뚱발랄함이 현대에서 타임슬립해 온 속물여의사 유은수라는 캐릭터와 제대로 맞아떨어져, 김희선의 오랜 공백을 무색케 했고, 과거보다 나은 연기력으로 김희선의 로코물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죠. 이렇게 귀여운 애엄마 있으면 나와보라 그래^^
김희선은 철저하게 상대방과의 호흡을 무시하는 연기로 일관합니다. 아직은 극중 인물들은 물론,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유은수라를 캐릭터를 현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죠. 예컨데 공민왕을 부름을 받고 어떻게 인사를 드려야 할 지모르겠다며, 어디서 본 것은 있었는지, 무도회에서 상대방에게 인사를 하는 귀족아가씨의 흉내를 내기도 하죠. 사극에서 봤다고 큰절을 올렸더라면 장면의 재미를 오히려 살리지 못했을 겁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궁중예법과는 도통 거리가 먼 유은수의 태도였습니다. 공민왕이 의자에 좌정하기도 전에 먼저 자리에 앉지를 않나, 왕이 말을 하고 있는 중에도 탁탁 말을 끊기가 일쑤였죠. 현대에서의 유은수라는 캐릭터가 고려로 왔다고 급작스럽게 변화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현실감인 셈입니다.
몸에 배인 습관이 하루아침에 고쳐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결정판은 시시때때로 나오는 손가락질입니다. 하늘에서 온 의원이 아니었다면, 능지처참을 당해도 싼 태도였지요. 개인적으로는 유은수라는 캐릭터를 김희선이 잘 살렸다고 생각되는 소소한 장면들입니다.

유은수가 드디어 고려옷을 하사(ㅎ)받았는데요, 옷을 갈아입는 동안에도 쉴새없이 종알종알 종달새처럼 재잘거리는 김희선때문에 웃겨 죽는 줄 알았습니다. 심지어는 속옷만 입고 나와서, "사이즈가 좀 작은 것 아니냐"고 장빈(이필립)을 당황시키기도 하지요. 장빈은 면역이 되었는지, 유은수의 황당무계한 행동이나 말도 그러려니, 도를 닦는지 득도를 했는지, 초연한 척하는 모습도 웃기더라죠. "그거 속옷이에요. 남에게 보여서는 안되는 옷"에 화들짝!
공민왕을 만나 자신이 고려시대로 타임슬립했다는 것을 받아들이려고 하는 유은수였죠. 그런데 다른 시대로 왔다는 것에 기절이라도 할 줄 알았는데, 눈 앞에 있는 사람이 공민왕이라고 하자, 노국공주까지 언급하며, 대박이라고 신기해 하는 유은수입니다. "두 분 엄청 유명하세요"라며, 공민왕의 그림솜씨며, 공민왕 사당이 있다는 말까지 전해주지요. 일종의 천기누설인데도, 유은수라는 캐릭터이기에 앞 뒤 재지 않는 모습이 오히려 리얼하기도 하고 빵 터지게도 했고 말이죠.
최영의 정체를 알고 나서는 경악을 하는 유은수였습니다. 칼에 찔린 최영장군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기겁한 유은수였지요. 에고고,,, 혹이라도 최영, 그 사이코(아무리 드라마라도 최영을 사이코라고 부르면 안돼용, 은수씨!)가 죽어버리면, 고려 역사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잖아요. 역사를 바꾼 것은 유은수였고 말이죠. 등에 식은 땀이 줄줄 났을 겁니다, 아마도...
공민왕에게 기어이 고려청자를 하나 얻어서 돌아온 유은수, 고열로 쓰러진 최영을 보고 놀라 떨어뜨리는 바람에 와장창 깨져버리기는 했지만, 임금님 빽이 있다고 자랑하는 유은수가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웠던 것은 저뿐이 아니었겠죠? 환경적응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빠른 유은수가 "최영씨!!"라고 부르는데, 하긴 아직 장군도 아니고 뭐라고 불러야 할 지 난감할 것 같더랍니다. 
통통튀는 김희선과 대조적인 연기로 존재감을 살리고 있는 배우가 노국공주역의 박세영입니다. 노국공주라는 캐릭터의 포인트는 품위와 자존심이죠. 김희선이 산발한 머리를 흔들며 여기저기 휘젓고 다니는 푼수끼를 보여준다면, 박세영은 눈썹을 깜빡거리기는 할까 싶을 정도로, 동작과 표정변화를 절제합니다. 김희선과는 대조적인 왕비의 무게감입니다.
김희선과 박세영만큼이나 대조적인 인물이 이민호와 류덕환이 연기하는 최영과 공민왕입니다. 이민호는 실망스러울 정도로 비실비실 무기력한 최영의 이미지로, 역사에서 배운 최영장군과는 거리가 먼 인물로 캐릭터 파괴를 시도합니다.

4회에서는 최영이 왜 궁을 떠나고 싶어하는지에 대한 속사정이 나오기도 했지요. 적월대 대원이었던 최영은 충혜왕(오현철)을 만난 자리에서,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회의감에 빠져들었지요. 적월대 대장 최민수의 유언은 그나마 최영에게 살아야 하는 이유를 부여해 주었습니다. 적월대 대원을 지키는 것이 유일한 목표였던 최영, 지켜야 할 적월대 대원이 한 사람도 남지 않았기에, 최영은 모든 것을 버리고 훌훌 떠나고자 했던 것이었습니다. 
왕이 치하를 해준다는 말에 궁에 들어와 소년처럼 들떠하는 어린 최영과, 그동안 목숨을 바쳐 왜놈과 싸우고 충성헀던 왕에 대한 실망과 분노하는 최영의 감정변화를 보여주는 이민호의 연기가 뭉클했지요. 이민호의 눈은 충혈되어 있었지만, 내공이 뛰어난 정예무사답게 분노를 누르는 감정연기가 좋더군요. 그 날 흘린 최영의 눈물은 그가 만사에 의욕을 잃고, 잠에 빠져들어 세상을 잊고 싶어했던 이유를 보여주었습니다.
충혜왕은 역사에 길이 남은(?) 유명한 호색한이었습니다. 요즘 인터넷을 달구고 있는 단어 변태였습니다. 부왕의 여자까지 겁탈하고, 미색이 출중하다는 여자는 강간과 겁탈로, 물불 가리지 않고 취했던 희대의 호색한이었죠. 연산군은 명함도 못 내밀 인물입니다.
원에서 고려황실로 시집온 공주까지 겁탈한 사건으로 원으로 압송되던 중 암살당한, 공민왕의 친형이기도 하고요. 충혜왕을 원으로 압송시킨 인물은 당시 원에 있었던 기철입니다. 충혜왕의 사후 기철은 고려로 들어와 왕 위에 군림하는 실세가 됩니다. 
여자 대원의 옷을 벗기려는 충혜왕의 변태행각을 죽음으로 막은 최민수의 피눈물 앞에, 칼을 차마 빼지 못하고 눈물만 흘려야 했던 어린 최영에게 고려는, 고려왕은 목숨으로 지켜야 할 나라가 아니었고, 왕이 아니었습니다. 공민왕에게 까칠하고 무례한 태도를 보인 이유이기도 했지요. "그대를 볼 면목이 없습니다"라며 신하의 예조차 받기를 거절했던 것은 공민왕이 보여준 사과이기도 했습니다.

공민왕이 대전에 모인 신하들 앞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러 가는 길에 노국공주와 나눈 짧은 대화는 공민왕과 노국공주가 결코 만만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읽게 했지요. 원나라 기황후의 비호를 받는 실질적인 1인자 기철에게 반기를 드는 것은 공민왕에게는 호기가 될 수도 있으나, 왕좌를 빼앗길 수도 있을 위험한 선택이었고, 기철에게 고개를 수그리는 것은 왕좌를 유지할 수는 있으나 치욕과 수모를 감내하고 복종하겠다는 선택이었죠. 어떤 것이 낫겠냐는 물음에 노국공주의 대답은 단호하고 짧았지요. "둘 다 참기 싫습니다".
공민왕은 세번째 방도를 취하겠다는 말로 노국공주를 놀라게 합니다. 물론 노국공주도 그 의미를 알고 있었죠. 하늘의원을 이용하겠다는 말이라는 것을 말이죠. 공민왕이 그런 이야기를 해주는 것에 놀랐던 노국공주였습니다. "과인이 비웃음을 당해도, 죽음을 당해도, 함께 당해야 될 사람이니까요". 하늘아래 사랑하는 단 한 사람이 왕비라는 중의적인 고백이기도 했습니다. 공민왕의 마음을 다 알지는 못하는 노국공주이지만 말입니다. 

신하들과의 첫대면, 그리고 고려의 1인자 기철과의 첫만남은 유오성보다 류덕환이라는 배우의 카리스마가 더 압도적이었습니다. 김 안나는 숭늉이 더 뜨겁다고 류덕환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는, 오만 건방을 떨며 왕 앞에 머리를 조아리지 않고 야생마처럼 난동을 부린 유오성을 압도하고도 남음이 있더군요. 
첫회부터 류덕환의 연기에 매료되었는데, 자그마한 체구에서 어떻게 저런 폭발적인 힘이 느껴질 수 있는지, 보고도 믿기지 않더군요. 개인적으로는 류덕환의 연기를 처음 접했던지라, 저런 보물이 그동안 어디에 숨어있었나 싶었지요. 냉정하게 말해 연기를 떠나 신의에서 대사전달력이 정확한 배우가 류덕환과 김희선입니다. 귀에 쏙쏙 들어오죠. 캐릭터를 가장 빠르게 각인시킨 배우도 김희선과 류덕환입니다.

최영의 경우는 각성을 거쳐야 하는 인물이기에 아직 10%밖에 보여주지 않은 단계지요. 삶의 목표가 없는 인물이라, 고려말 마지막 충신 최영장군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지요. 더군다나 개복수술까지 한 몸이라 푹푹 쓰러지기 일쑤인 비실비실 최영이라, 캐릭터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지는 못합니다. 몸이 회복되고, 공민왕과 함께 고려중흥이라는 목표를 세우게 되면, 가장 크게 변화할 인물이 최영이라는 점은, 드라마의 남은 관전포인트이기도 합니다. 유은수와의 사랑이야기도 기대되고, 기철일당과의 대결을 피할 수 없기에 액션연기까지, 시청자의 오감을 만족시켜주리라 믿습니다.
때문에 초반 신의를 살린 캐릭터는 천방지축 푼수여의사 유은수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었죠. 여기에 세기의 로맨스 주인공 공민왕은 신의의 히든카드나 진배없었습니다. 공민왕이라는 캐릭터가 이렇게 매력적으로 나올 줄은 예상밖이었거든요. 류덕환의 연기를 보면서 느낀 점은 설득력있는 연기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싶더라는 겁니다.
그런데 제작진의 무리수 판타지 연출은 배우들의 진가를 깎아버리는 자충수가 되는 것같아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생각이 드는군요. 아무리 판타지라고는 하지만 뜬금없이 터져나오는 CG효과에 맥이 끊기고, 4회는 지루한 애니메이션이 다시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적월대의 이야기가 20분 가까이 진행되었는데, 카메오로 출연한 최민수의 분량때문이었는지, 충혜왕의 엽기연회장면이 지나치게 길어 드라마가 샛길로 빠진다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회상 장면이 끝나고 류덕환의 미안함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 오히려 더 함축적인 이야기들을 전달한 느낌이었습니다. 류덕환의 연기는 사람을 빨아들이는 마력이 있더군요. 
최영의 화상장면을 위해 카메오로 출연한 최민수는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지루하게 전개된 애니매이션 무협드라마의 격을 높여주기도 했습니다. 김희선의 엉뚱함과는 차원이 다른 엉뚱한 무공들의 CG보다, 배우의 연기가 드라마를 살리는 기본이라는 것을 최민수의 연기를 통해 확인하기도 했고 말입니다.

김종학 감독의 판타지에 대한 집착이 강할수록 연기자들의 연기나 스토리 몰입에 역효과가 나오고 있다는 것은, 드라마 신의가 점검해봐야 할 문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액션이 되는 이민호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실감나는 연기로도 충분히 많은 것들을 보여줄 수 있음에도, 뜬금없이 나오는 CG와 판타지 무공이 연기자들의 연기까지 우스꽝스럽게 만들고 있지는 않은가 싶어서 말입니다. 김희선의 통통 튀는 원맨쇼가 아까울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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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26 09:11




민족의 비극 6.25전쟁 60주년 대작으로 야심차게 준비한 작품 로드넘버원은 1, 2회만으로는 섣불리 작품의 완성도를 평가하기는 이르지만, 빈수레가 요란했다는 표현은 심하고 수레가 반쯤만 채워졌다는 느낌이 듭니다. 소지섭, 김하늘, 윤계상, 최민수, 손창민 등 이름만으로도 충무로의 모든 스타들은 총 출동했다 싶을 정도의 화려한 캐스팅은 내용을 떠나 드라마에 대한 기대를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드라마가 시작되고는 어디서부터 줄기를 잡아야 할 지, 드라마의 전개가 다소 산만스럽고 깊이있는 내용이 아직 나오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전쟁? 사랑? 휴머니즘? 이 세가지의 질문을 써 두고 답을 구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1,2회에서 그나마 건진 것은 휴머니즘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명불허전 최민수가 중심을 잡아주었고요. 솔직히 소지섭에 대한 기대가 컸기에 김하늘과의 애정신을 중심으로 이 드라마를 시청하려고 했는데, 이상하게 감정몰입이 되지 않았어요. 제 첫 느낌은 여주인공에 대한 환상은 첫회에서부터 무참히 깨지더니 2회에서는 더욱 심하게 망가지기 시작하더군요. 소지섭과 윤계상의 삼각관계마저 공감을 주기 보다는 시청자들에게 설득을 시키려한다는 느낌이 강했고요. 집안 종의 아들 이장우와 주인집 아가씨 김수연의 사랑, 6.70년대 드라마의 단골 테마이기에 신선함은 없었습니다.
두 사람이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하는 과정 역시도 다분히 억지스러웠고, 논두렁에서 "사랑해" "뭐라고?"라며 고래 고래 소리만 지르는 두 주인공들에게서 달콤하고 환상적인 로맨스는 깨지고 말았네요. 40년대 말 당시에 어느 과년한 처녀가 "사랑해"라는 말을 했었을 것이며, 아무리 시골이라고 하지만 사람들 눈을 피해야 할 신분적인 한계에 있는 두 사람이 거리낌없이 애정행각을 한다는 자체가, 2000년대 두 남녀를 1940년대 어느 시기에 옷만 촌스럽게 입혀서 둔 느낌이더군요. 제가 고지식해서인지 당시로서 아무리 신여성이라 할지라도 뭔가 어색했다는 느낌이었어요. 드라마 속 여주인공, 특히 이루어지기 힘든 사이일수록 애틋함과 환상같은것이 있어야 하는데 남자시청자들은 어떻게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수연을 세상에 오직 하나인 사람으로 보는 장우의 감정에 몰입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부족했다는 느낌입니다. 
처녀 의사가 주민이 맡긴 아이에게 빈젖꼭지를 물리는 장면을 보고는 솔직히 허걱 싶었습니다. 어떤 의도로 김수연이라는 인물을 그리려 했는지는 아직 다 드러나지 않았기에 섣불리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김하늘의 가슴노출에 시선을 끌고자 했다는 얄팍한 생각을 먼저 읽어서인지 크게 공감되지는 않더군요. 그 모습을 보고 첫눈에 반한 신태호(윤계상) 역시 마찬가지였고요. 여하튼 삼각관계를 설정하기 위한 극적인 계기는 마련했어야 했으니 그냥 넘어갈 수 밖에 없겠지만, 기마전을 치루는 부대 장병들 옆을 자전거를 타고 가는 여의사 김수연(김하늘)의 허벅지가 보일락말락 치마가 펄럭거리는 모습 역시 보여주기 위한 장면이라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고요.
더욱 아쉬운 것은 담배창고로 수연을 찾아 간 소지섭의 오버연기입니다. 전쟁이라는 상황은 인간을 극도의 공포와 흥분상태, 혹은 긴장상태로 이끌겠지요. 하지만 사랑하는 여인앞에서까지 두 눈을 부릅뜨고 소리를 꽥꽥 질러대는 것은 전쟁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려는 애닯은 사랑이라기 보다는, 곧 죽어갈 듯한 동지를 붙들고 죽지말라고 시종일관 절규하는 모습같아 보였어요. 그래서 감정선은 읽히지 않고, 흥분상태의 소지섭의 동그랗게 뜬 눈만 남기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느낌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저는 그 장면이 마치 연극무대에서 연기를 하는 것 처럼 보였습니다. 드라마라는 틀에 맞지 않게 감정표현이나 몸짓이 과장되고 부자연스럽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소지섭보다는 심하지 않지만 이 부분에서는 윤계상 역시 마찬가지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한마디로 두 배우 모두 내면연기를 지나치게 보여주려다 보니 그 욕심이 티가 나고 과장스러워 보였어요.
로드넘버원을 보면서 제가 특히 기대를 걸었던 인물이 소지섭이었는데, 소지섭이 연기에 너무 욕심을 부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한마디로 소지섭은 감정의 과잉상태에요. 포탄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한적한 산속 창고에서조차 소리를 버럭버럭 질러대고, 감정을 있는대로 끌어내느라, 목소리는 입안에서 윙윙 한바퀴를 돌리다 시원스럽게 터지지 못하고 웅얼거리듯 뱉어지고 맙니다. 지리산에서 빨치산을 토벌하며 살기 위해 치뤘던 살인에 대한 무서운 기억이 공포라기 보다는 분노의 표정으로 김하늘의 가슴팍에 안겨 울 때는 지리산 빨치산 토벌대에 참가했었다는 것을 억지로 세뇌시켜 가며 이해해야 했습니다. 이장우의 인간적인 고뇌와 김수연 하나를 그리며 2년을 버텨왔다는 것이 가슴 절절하게 와닿아야 하는데, 마치 이해해 달라고 설득을 시키려는 듯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노래로 표현하자면 한시간을 소프라노 솔로 독창만 듣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소간지 소지섭의 부드러운 모습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로드넘버원에서 소지섭은 전쟁물이라는 것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인간의 말초적인 감정만을 보여주려고 과욕을 부리는 듯한 느낌이에요. 포탄이 터지는 전쟁신에서야 마초적인 매력을 폭발시켜야 겠지만, 김수연과의 애정신에서조차 마치 전쟁에 나간 용사같아 보이니, 두 사람의 사랑에 감정몰입을 하기는 분위기가 살아나지 못하고 말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매력없는 캐릭터는 소지섭과 사랑의 라이벌인 신태호 소위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김수연과 결혼을 약속하기 까지 신태호가 김수연에게 미치도록 빠져들만한 추억들이 생략돼 버려서, 신태호의 김수연에 대한 감정은 사랑인지, 집착인지, 남로당원이라는 배신감에 대한 적개심인지조차 모호합니다. 거의 풀숲으로 뒹굴기 일보직전의 뜨거운 키스를 퍼붓고 있던 김수연의 머리에 총구를 들이대는 행동도 썩 쿨하지 않았지만, 김수연이 자신에게 했던 약속들이 진심이었는지 확인하겠다는 심리는, 신태호의 김수연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뜨겁고 진심이었는지에 대한 공감이 부족해서인지 납득이 되질 않습니다. 오히려 편집증적이라는 생각까지 들게합니다. 세 사람의 사랑이 이렇게 감정선들이 토막나서 비약적인 전개를 하다보니 '사랑'이야기는 아직 매력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로드넘버원에서 빛나는 존재가 있어서 즐거웠고, 이 드라마가 끝나때까지 이 인물에 대한 애정을 놓지 못할 것 같은 캐릭터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터프가이 최민수입니다. 최민수라는 이름이 가진 대명사 터프함은 극도로 절제하면서 무장해제된 듯한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돋보였던 윤삼수 중대장 최민수의 존재는 단연 로드넘버원의 주인공입니다. 
인간이 극한의 공포를 느낄 때 중 하나가 참호 속에서 총소리를 들을 때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곁에 있던 동료가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모습에서는 공포와 분노로 극도의 흥분상태와 같은 감정을 겪는다고 합니다. 이 드라마는 이런 인간의 극한적인 감정들속에서 전우애와 사랑, 그리고 전쟁으로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을 기록하게 될 것이고, 다시는 어떤 이유로도 이런 비극이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평화의 메시지를 담게 되겠지요. 이 함축적인 메시지는 전쟁의 포화속에 흐르는 가장 큰 감동인 휴머니즘을 통해서 전달될 것이고요. 그 휴머니즘을 최민수가 보여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민수가 연기하는 윤삼수 중대장은 이 드라마의 핵심인 휴머니즘의 결정체라고 단언해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빛납니다. 그 눈빛, 말투, 표정, 목소리톤까지 전쟁에 직면한 군인과 전장에서 피어나는 휴머니즘이 하나로 합체된 듯한 모습을 보여주기에 충분했고, 리더로서 존경하고 싶은 매력적인 캐릭터에요. 최민수의 깊이있는 연기력때문에 그 진가가 더욱 빛나고 있고요.
제가 가장 감동적으로 봤던 것은 영천면 주민을 피난시키며 최전방에서 아군과 주민의 피난 시간을 벌기 위해 2중대가 남겠다고 자원한 후, 마을 주민들에게 큰절을 올리는 장면이었어요. "민간인을 보호하는 것도 우리의 임무다"라며 반발하는 중대원에게 전방을 사수하기 위해 남을 것인지, 후퇴하는 본대를 따를 것인지 선택권을 주는 중대장, 그의 진심에 중대원들은 하나가 되어 영천교를 최대한 사수하겠다는 투지를 보이지요. 탱크를 밀고 내려 온 북한군에 대치하겠다는 것은 곧 죽음과 싸우겠다는 의지였지요. 
마을 주민들을 향해 "우리가 제일 북쪽에 있습니다. 여러분이 안전하게 넘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군인으로서 여러분을 지켜주지 못해 죄송합니다. 그동안 이장님과 여러분이 베풀어 주신 사랑 잊지 않겠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라며 최민수가 주민들에게 큰절을 올리는 장면에서는 감정이 뭉클해져서 함께 거수경례를 하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이 장면에서 눈여겨 봤던 것은 최민수가 잠시 목이 매여 쉰 목소리가 튀어 나오는 부분이었어요. 그 장면은 결코 만들어 낸 목소리가 아니었어요. 고향산천을 버리고 떠나야 하는 마을 주민들, 농번기에는 논두렁에서 함께 막걸리에 새참을 먹으며 함께 농사를 짓고, 동고동락했던 가족같은 사람들과 헤어지는 마음을 여과없이 보여준 장면이었고, 군인으로서 국민을 보호하지 못했다는 죄책감같은 것까지 포함되어 있던 목매임이었고, 윤삼수 중대장에게 흐르는 휴머니즘이 가슴으로 전달되었던 명장면이었습니다.
최민수는 연기변신을 하지 않는 배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에게는 변신이라는 단어는 의미가 없어요. 최민수는 어떤 작품이 되었든 그 작품 인물에 캐스팅된 순간 바로 그 인물이 되어 버립니다. 제가 연기자들에 대한 글을 쓰면서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단어가 빙의입니다. 딱 한번 쓰고 싶었던 적이 추노에서 대길 역할의 장혁이었는데, 쓸 기회가 없었어요. 장혁 이후 요 근래 드라마에서 캐릭터에 빙의되었다는 말을 쓰고 싶은 배우가 있다면 윤삼수 중대장 역할의 최민수입니다.
그래서 글 제목으로 빙의라는 말을 쓰려고 했는데 갑자기 그 표현이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민수는 윤삼수에 빙의되려고 애써 노력하지 않습니다. 소지섭과 윤계상이 이장우와 신태호에게 빙의되려고 욕심을 부리고 있다는 것이 보인다면, 최민수는 그냥 윤삼수 중대장 같았거든요.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인간적인 웃음. 웃을 때마다 그 사람의 모든 발자취가 드러나 보이는 눈가의 주름들, 그리고 심장을 벌렁거리게 하는 따발총 소리의 공포속에서도 사람을 진정시켜 주는, 거칠지만 인간미가 느껴지는 목소리는 이 드라마를 관통하고 있는 휴머니즘을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정도입니다. 삶의 연륜이 묻어 나오기에 더 인간적이고, 따뜻한 카리스마가 빛나는 배우 최민수, 그는 130억의 대작임에도 곳곳에 부실함이 눈에 띄는 로드넘버원의 퀄리티를 높여주고 있는 드라마의 진짜 넘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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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25 10:03




제빵왕 김탁구에는 아이들이 없습니다. 어린 아이들이라고 하기에는 무서울 정도로 어른스러운 대사와 생각때문에 아이 옷을 입은 어른들이 연기를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요, 나이에 맞지 않은 조숙한 생각들까지 설득력있게 다가왔던 것은 아역들의 훌륭한 연기력때문이었어요. 6회 엔딩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성인들의 이야기가 전개될 제빵왕 김탁구의 주인공인 윤시윤의 거친 카리스마는 탁구에게 닥친 시련들을 잊어버릴 정도로 강렬했습니다. 3분정도의 등장이었지만, 눈빛이 어린 김탁구의 눈빛처럼 살아 있었고, 무엇보다 윤시윤에게서 보여지던 발음 뭉개짐을 많이 고친 듯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탁구가 한승재 실장에 의해 거성가를 나간 후 12년 후의 이야기로 새롭게 전개될 제빵왕은 그 기본 설정은 어린시절의 악연들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가 될 수밖에 없겠지요. 탁구가 구일중이 아들이라는 이유와 탁구의 엄마 미순의 행방불명이 한승재가 직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성인이 되어서도 탁구와 마준의 보호막인 한승재와의 악연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유경의 아버지에게 겁탈을 당할 뻔 했던 미순을 구한 것은 구일중의 지시였지요. 바람개비 문신을 한 정체불명의 사내에 의해 어디론가 실려가던 미순은 도망치다 절벽아래로 추락해 아직까지 생사가 불투명한 상태입니다. 12년이 흐른 후에 탁구가 어머니를 찾고 다니는 것을 보면 말이지요. 마준이와 서인숙의 그림자가 되어 두 사람을 지켜주겠다는 한승재의 악행은 미순을 욕보이려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어린 마준이에게도 검은 마수를 서슴지 않고 드러냅니다. 탁구가 자신이 유경의 아버지를 시켜 저지른 일까지 알아 버리자 한승재는 탁구를 밀항선에 태워 외국으로 보내 버리려고 합니다. 선원들을 피해 도망친 탁구는 우연히 장항선 할아버지를 만나 위기를 모면하게 되고, 이후에도 인연이 이어질 듯 싶습니다. 장항선은 탁구 아버지 구일중의 빵스승으로 한 번 나온 적이 있었는데, 탁구와의 인연으로 탁구의 특출난 후각과 빵만드는 기술을 전수하는 거성가의 대를 이은 스승이 될 듯 싶네요.
제가 가장 관심있게 본 부분은 마준이의 선택이었어요. 엄마가 위독하다는 전보를 받고 탁구를 따라 나선 마준이가 상당히 흥미로웠거든요. 할머니의 죽음과 자신의 출생의 비밀에 극심한 혼란을 일으킨 마준이 내면에서 겪는 갈등과 어른들 세계의 역겨움에 심하게 앓는 것을 보고, 마준이의 인생에서 하나의 전환점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때문이었어요. 예상은 했지만 마준이는 서인숙과 한승재의 보호막으로 숨어 버렸습니다.
마준이의 선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은 정신적인 아버지 구일중임을 부인하기는 어렵습니다. 청산에서 돌아 온 탁구와 마준이를 본 구일중의 반응은 어린 마준이에게는 또 다시 버림받는 듯한 좌절감을 겪게 하지요. 탁구에게 도둑 누명을 씌우는 서인숙의 발악에 구일중은 탁구를 돌아보며, "밥은 먹었니?" 라는 부모의 사랑이 담긴 한 마디로 일축해 버리고 맙니다. 마준이에게도 그렇게 물어 봤더라면, 마준이는 엄마 서인숙에게 할머니의 죽음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고 거짓말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한 번도 감싸준 적이 없었던 아버지에게 대항할 방법은 거성가를 잇겠다는 결심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마준이의 충족받지 못한 부성애에 대한 복수 방법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강해질 거에요. 탁구보다 강해져서 아버지 뒤를 이을 거에요"
마준의 인생의 터닝포인트는 이 지점에서 이뤄진 듯 싶습니다. 탁구가 미순이 남겨 준 말 "착한 사람이 이긴다"는 말을 모토로 삼는 것과는 대조적인 선택이었지요. 마준이가 비밀과 음모에 눈을 감아 버리고, 강한 마준이를 선택한 것은 그 출발이 서인숙과 한승재의 야욕과 같은 궤에서 출발하기에 비틀거릴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저는 마준이의 캐릭터가 비열하고 악한 인물이라고만은 단정짓고 싶지 않아요. 쓰러진 할머니를 보고 측은지심을 일으킨 것도 그렇고, 물론 어린 아이답지 않게 엄마의 부정을 용서해 달라는 거래를 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기는 했지만요. 또한 탁구의 엄마를 찾아 함께 동행한 것에서도 변화의 가능성을 엿봤거든요.
무엇보다 유경이가 탁구를 따라 가출한 것이 너의 마음을 탁구가 움직였기 때문이라는 말을 할 때 움찔하는 것에서도 그 가능성을 볼 수 있었어요. 매맞는 유경을 보고 뒷걸음쳐 버린 자신의 행동에 두고두고 자신이 겁쟁이라는 컴플렉스를 가지게 할 것 같은 생각도 들었고요. 12년전 충격적인 비밀들로 겁에 떨던 어린 마준이가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 있을 지 기대됩니다.
탁구나 마준이는 어른들의 불륜이 낳은 불쌍한 인물들일 겁니다. 드라마의 혈통주의를 벗어나지 못한 한계로 탁구는 어린 시절부터 그 성품이 완성형인 캐릭터이기에 탁구보다는 미완성형인 마준이에게 관심이 가는 것은 당연한 지도 모르겠어요. 이 미완성된 마준이의 인간성을 절름발이 인물로 자라게 한 인물들은 서인숙이나 한승재, 그리고 구일중일 것입니다. 앞으로도 이 사람들이 마준이에게 미치는 영향은 좋은 방향은 아닌 듯 싶어 보이더군요. 그래서 탁구와의 앞으로 관계가 더 흥미롭습니다. 결국은 마준이를 보듬을 사람은 탁구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탁구가 할머니의 장례식에서 두려움으로 토하는 마준의 등을 두드리면서 "니는 내 동생 아이가?"라고 했단 말이 강렬하게 와닿았어요. 
탁구는 핏줄이니 거성가니 하는 것들에는 관심이 없는 인물이에요. 어머니의 아들로 언젠가 훌륭한 사람이 되면, 엄마를 떳떳하게 찾아서 살고 싶은 마음 그것 하나로 거성가에 들어왔었지요. 엄마가 평생 소원이라고 했기 때문에, 훌륭한 사람이 되려면 아버지 집에서 살아야 한다고 어무이가 말했기에, 그런 거라고만 생각했을 뿐이었던 아이였어요. 살갑게 대해주지 않은 누나들과 마준이에게 탁구는 남같은 형제였지만, 탁구에게는 특별한 사람일 수 밖에 없습니다. 아버지 구일중의 가족들이기 때문이에요. 
많은 기간 함께 살지 않았던 구일중의 아이들과 미순의 아들이고만 싶은 탁구가 어떤 식으로 12년 후 격동의 시간속에 맞닥뜨리게 될 지 모르겠지만, 탁구를 버린 구일중의 가족을 탁구가 감쌀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탁구의 선택은 조심스럽게 추측해 보건데 거성가의 주인자리를 마지막에 버리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고요. 탁구는 빵 만드는 것이 좋을 뿐이지 회사의 주인이 되고 싶다는 욕심은 없는 인물로 자랄 것 같아요.
이 아이들의 어린 시절은 어른들의 얽히고 설킨 악연들과 악행이 빚은 불행의 기억들입니다. 어느 누구 하나 온전히 행복한 유년시절을 보냈을 것 같지는 않은 남녀 주인공들이 어린 시절의 상처와 비밀들을 어떻게 극복하고 살았을 지는, 이제 등장하게 될 성인 연기자들의 캐릭터에서 드러나 보이겠지만, 탁구와 마준이, 그리고 자경이는 자신의 삶을 선택한 듯 보입니다. 경영인을 꿈꾸며 거성가의 진짜 주인이 되겠다는 자경(가장 흥미로운 인물이기도 합니다), 엄마 서인숙과 한승재의 그늘에 몸을 숨기고 거성가를 탁구에게 빼앗기지 않겠다며 강한 사람이 되겠다는 마준, 그리고 엄마를 선택하면서 거성가를 나와 버린 탁구를 통해 어른이 된 모습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2년후 각기 다른 야망과 상처를 가진 아이들이 성인들이 되었을 때, 유경이 탁구에게 보냈던 편지처럼 웃는 얼굴로 다시 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아요. 어린 시절 풀지 못했던 갈등은 새로운 갈등으로 이어지고, 어쩌면 어린시절의 단순했던 일들보다 더 복잡한 갈등을 겪어가며 얽혀 들겠지만, 드라마가 파국적인 결말만을 위해 가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유경이의 말처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능력이 있는 탁구의 존재때문이에요.
가파르게 시간을 뛰어 넘은 드라마에서 탁구가 어떤 생활을 했을 거라는 것은 시장 양아치를 제압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짐작이 되었어요. 탁구를 탁구로 살아가게 하는 힘인 '어무이'를 찾기 위해 시장통 구석구석을 누비고, 팔뚝에 바람개비 문신을 한 정체모를 남자를 찾기 위해 몸을 날리는 탁구, 어린 시절의 반듯한 이미지보다는 주먹쓰는 탁구의 모습이기는 했지만, 시장통 힘없는 사람들에게 돈 뜯는 양아치들을 혼내주는 모습을 보니, 반듯한 성품은 버리지 않고 잘 자라준 것 같습니다. 
뒷골목 주먹왕이 된 이유가 엄마를 찾기 위한 것이라는 것이 너무 작위적이기는 하지만, 터프한 윤시윤의 변신은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하이킥의 종영이후 오랜만에 다시 본 윤시윤이 반가운데, 미소도 남성미를 보여주려는 듯 익살스럽게 변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귀여운 미소는 여전하네요. 양아치들을 한 방에 때려 눕히는 윤시윤의 남성적인 터프함이 수목드라마의 매력적인 남자들 김남길, 김재욱, 소지섭, 최민수 등과의 전쟁에서 강자 자리를 지킬 수 있을 지 기대됩니다. 
그나저나 수목드라마 정말 너무합니다. 제빵왕 김탁구, 나쁜남자, 그리고 새로 시작한 로드넘버원까지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네요. 가능하면 드라마 리뷰를 다 올리고 싶은 욕심까지 생길 정도로 전혀 다른 스토리와 매력적인 배우들 때문에 고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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