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군'에 해당되는 글 29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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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3.18 '추노' 대길과 송태하의 죽음암시, 누가 죽나? (31)
- 2010.03.13 '추노' 대길과의 인터뷰 7문7답, 속마음을 물었다 (21)
- 2010.03.12 '추노' 무거운 사랑에 가벼워진 혁명 (27)
- 2010.03.11 '추노' 송태하, 언년이와 의리 지킬 수 있을까? (15)
업복이의 등장은 첫회부터 있었습니다. 국경에서 대길이 패거리가 도망도비 모녀를 잡았을 당시부터 나왔던 인물이 업복이 공형진입니다.
관동포수로 이름을 날리다가 빚때문에 노비로 팔려가 도망가다 붙잡혀 와서, 얼굴에 노비 낙인이 찍히고, 자신을 붙잡아 온 추노꾼 이대길의 대갈통에 구멍을 날리겠다는 일념으로 살아가는 인물이지요. 그에게 새로운 세상을 가르쳐 준 것은 노비들의 모임이었어요. 업복이는 아마도 노비당 그 분의 포섭대상이었을 것입니다. 그 분이 좌의정이나 권력의 배후라는 가정이 맞다면 말이지요. 업복이의 방포술을 노비들에게 익히게 하기 위함이었을 겁니다.
강아지라는 동지를 자신의 손으로 쏘고 주저앉아 우는 업복이는 처음으로 살인의 슬픔을 느끼는 듯했어요. 그동안 노비당 그분의 지시로 죽였던 양반들은 막연한 죄책감으로 괴로워 했지만, 직접 동지의 가슴에 충구를 겨눠야 했기에 업복이가 느꼈을 인간적인 고뇌는 컸을 겁니다. 큰소리도 내지도 못하고, 꾸역꾸역 울음을 밀어넣는 모습은 업복이를 연기하는 공형진의 내공을 압축해서 보여주었던 장면이었어요.
그런 면에서 업복이와 대길이의 사랑은 그 신분이 하늘과 땅이지만, 사랑에 있어서는 공통점이 있네요. 대길이는 양반이었기에 노비를 마음대로 사랑하지 못했고, 업복이는 종이기에 사랑도 주인의 허락없이는 사랑도 하지 못했던 것이지요. 금지된 사랑과 허락되지 않는 사랑이라는...
업복이가 가장 무서운 이유는 그것이 가장 낮은 계급에서의 각성이라는 점일 것입니다. 대길이 송태하에게 했던 말이 있었어요. "너는 방법이 틀려먹었다. 싸움은 말이지, 도망을 가다가다 갈데가 없을 때 싸우는 거다" 라고 했었지요. 업복이가 지금 그런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더 이상 떨어질래도 떨어질 수 없는 가장 낮은 신분, 사랑마저도 주인이 마음대로 정해주는 세상, 대길이의 말대로 그 지랄같은 세상을 향해 총을 들어야 한다는 각성을 이룬 것이에요.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고 했던가요? 업복이가 고양이를 물기 위해 이빨을 세운 것이지요.
업복이와 설화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왜 조선의 사대부들이 하층계급에게 글을 가르치려 하지 않았을까? 그것은 업복이나 설화같은 하층민의 지적자각을 두려워 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피지배계급의 지적자각과 각성은 지배계급을 위협할 수 있는 가장 강한 무기가 될 수 있기에, 지배계급의 전유물로 보호막을 쳤을 수도 있겠다 싶더군요.
드라마에서 언급되었던 부분처럼 소현세자가 의문의 죽음을 당하지 않았고 보위에 올랐다면, 더 많은 백성들이 지식에 눈을 뜨고, 조선도 더 일찍 개화에 눈을 떳을지 모른다는 생각까지 미치더군요. 되돌릴 수 없는 것이 역사이고, 만약이라는 가정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소현세자가 역사적으로 아까운 인물이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습니다.
두 사람은 금지된 사랑과 허락받지 못한 사랑을 했다는 닮은 점이 있어요. 그 사랑때문에 대길이는 인생이 바뀌었고, 업복이는 분노의 총을 들게 되었지요. 송태하의 한계는 개인적인 극복인지, 사상의 벽까지 깬 것인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아마 깨기 힘든 벽일 것이지만 그렇다고 송태하가 잘못되었다고는 규정지을 수만은 없겠지만요.
사랑하는 초복이를 잃고 낫을 든 업복이가 찾아갈 곳은 언젠가 노비들 모임에서 들었던 도망노비들이 모여사는 곳일 겁니다. 대길이가 은실이 모녀를 안돈하라 보냈던 월악산 짝귀산채가 그 곳이겠지요. 가장 비천한 계급 업복이가 월악산 산채에 합류하게 될 날도 머지 않은 것이지요.
이렇게 월악산 산채는 세상을 바꾸려 했던 자, 사랑을 쫓았던 자, 세상을 등진 자, 세상에 쫓기는 자 등 쫓고 쫓기는 자들이 한자리에 모이게 될 것 같습니다. 버림받은 사람들, 희망을 꿈꾸는 사람들의 마지막 요새 월악산 산채가 처참하게 짓밟힐지, 좌절의 역사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이어가는 둥지가 될지 다음주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순간 확인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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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아빠 2010.03.19 14:32
추노 드라마도 이젠 대단원의 막이 내려지나 보군요.
많은 분들이 아쉬워 하시겠군요.
또다른 드라마가 기대되는데요
어차피 초록누리님 이야기로 보고 있지만요 ㅎㅎ -
당리가니 2010.03.19 15:29
좀 오타인지 잘못 아신것 같은데 씨종은 남자노비인데여?
초복이가 씨종으로 팔려가는게 아닌 다른집에 팔려 그집 씨종에게
시집가는건데 좀 잘못 들으신듯하네여
왜 바람끼 있는 남자보고 사방에 씨뿌리고 다닌다라는 말이 있고
나이 있는 아줌마들이 며느리들한테 애 못가지면 밭이 안좋아서 그런다고 하잖아여 -
글에 오류가 있군요 2010.03.19 16:11
재미있게 읽다가 중간에 '봉건사회의 계급모순'이라는 글이 보이더군요. 조선시대는 '봉건사회'가 아닙니다. 조선시대의 기본적인 틀은 중앙집권적 성격이 매우강한 '왕권사회'입니다. 그리고 조선이 망할 때까지 '왕권사회'의 틀을 유지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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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ebe Chung 2010.03.19 18:35 신고
한참 쉬었더니 드라마마다 끝난다는 소리가 들리고...내용은 당최 수습이 안되고....ㅎㅎㅎ
어여 끝나고 다음 프로그램 기다리는 수밖에 없겠네용.^^ -
글에 오류가 있군요 2010.03.19 20:35
위 제글에 댓글단 초록누리,지나가다님께 말씀드림니다.
봉건사회는 유럽의 중세시대 때, 영주와 농노를 기본계급으로한 사회체제를 말하는 것 입니다. 중세는 유럽의 역사5세기경~르네상스시대 전16세기까지를 말합니다. 그러므로 '유럽의 중세'를 전제로 한 '봉건사회'라는 말은 동양의 조선시대와는 접목시킬 수 없는 것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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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에서 황철웅과 대치하는 모습도 잠깐 나왔지만, 다음 회에서 둘 중 누군가가 허무하게 죽어버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마 제작진을 향해 폭탄테러와도 같은 원성이 쏟아질 테니까요. 그런데 두 사람 중 누군가는 죽을 것이라는 암시는 지난 회에 이어 이번 회에도 하나씩 복선으로 깔기 시작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송태하의 죽음 암시
언년이는 늘 궁금합니다. 자신이 송태하의 무엇을 믿고 기다리고 따라야 하는지를요. 언년이 소현세자를 따라 청에 갔을때 무엇을 배웠고 느꼈는지를 물었지만, 송태하가 대답을 해주는 장면은 나오지 않았어요. 아마 그 긴 대답을 장문의 글로 남겨두고자 했나 봅니다.
송태하는 역모죄로 수배중인 인물이고, 도망관노이며 사형장에서 도주했다는 죄목까지 일일이 열거하기에도 많은 죄인입니다. 그 중 역모에 가담했다는 것은 세상이 뒤집어지지 않는 이상 뺄 수 없는 죄목에 해당됩니다. 봉림대군이 세자의 자리에 있다고 한들 송태하와 이번회 곽한섬이 만났던 반정무리의 수괴로 밝혀진 이재준 대감과의 관련인물들을 사면해 줄만한 사안은 아니기 때문이지요. 관노로 다시 잡아 봉역을 치루게 하고, 그 목숨을 부지시켜줄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지요.
원손은 강화도에 다시 유배시킨다고 해도, 역모와 관련된 송태하를 사면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미 이재준을 비롯한 혁명동지들이 제거된 마당에 거병을 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송태하에게 남은 것은 잡히면 죽음, 아니면 평생 도망다녀야 함을 모르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작가가 송태하를 죽이든 살리든 작가의 펜에 달렸겠지만요.
대길의 죽음 암시
다음으로 대길이와 최장군의 작별장면에서 풍겼던 불길함도 대길의 죽음을 암시하는 장면으로도 보여졌어요. 대길이의 환영을 위한 짝귀 산채에서의 떠들썩한 잔치도 대길에게는 가시방석입니다. 눈 앞에서 어른거리는 언년이때문이지요.
10년을 그토록 찾아헤매다 겨우 만났는데, 이미 남의 부인이 돼 버린 언년을 눈앞에 두고도 만져볼 수도 없는 대길입니다. 마음을 접어 보려하지만, 의지와 다르게 눈이 먼저 언년이를 행해 가버리는 대길이지요. 설화의 질투어린 눈길도, 설화가 따라주는 술도, 은실이가 가져 온 닭다리도 대길의 입에는 고무같이 질기고 쓰기만 합니다.
"예전엔 말이야, 얼굴을 못 보니까 미칠 것 같더니만, 이제는 매일매일 보니까 아주 죽을 맛이야. 눈 앞에 어른 거리는데 만져보지도 못하고... 세상 참 지랄맞게 사는 것 같아"
그리고 대길이 갑자기 최장군! 하면서 소리를 버럭 질렀지요. 바람 좀 쐬고 오겠다면서요. 왕손이 놈이랑 몸조리 잘하라며 "금방 갔다 올게" 라며 뜬금없이 웃으면 인사를 했어요. 귀엽게 손까지 흔들면서 말이지요. 송태하와 동행하기로 한 것이지요. 송태하의 안전이 언년이를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어요. 이 때 대길은 송태하의 동행이 목숨을 담보로 한 위험한 길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송태하의 길을 막아서고 대길이 묻지요. "이번에 마실 나가면 니놈이랑 원손, 그리고 니놈 부인 다 잘 살 수 있는 거냐?" 고요. 평생 안전한 곳에서 살 수 있는 것이냐고요. 쫓기면서 살지는 않을 것이라는 송태하의 대답에 한양까지 동행하겠다고 하지요. 도움이 필요없다는 말에 황철웅을 앗쌀하게 만져주겠다는말로 둘러대기도 하지만, 왕손이랑 최장군이 살아 있는데 굳이 황철웅을 찾아 복수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송태하도 알지요. 진짜 이유가 뭐냐는 말에 "니네 년놈들 꼴보기 싫어서 눈에 안보이는 것에다 치워버릴라고 그런다" 라고 길을 따라 나섰지요. 송태하도 대길이 말에 만난 이후로 처음으로 피식 웃어보이기도 했어요. 이런 게 남자들 세계에서 싹트는 우정이겠지요.
언년이에게 혹시 태기가 있다면, 훗날 언년이 아이를 낳아 태원이라는 이름을 지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저는 조금 드라마틱하게 "태원아, 이눔의 자식, 글 공부 안하고 어딜 싸질러 돌아다니는 게야?" 라며 대길이가 소리를 지르는 장면이 연상되더군요. 또 다른 장면으로는 대길이가 태원이라는 사내아이에게 길바닥 무술을 연마시키면서 혼내는 장면도 상상해 봤고 말이지요.
맞아요. 곽한섬이 말했듯이 한 번 진 꽃이 다시 피는 일 없고, 조선비가 했던 말처럼 수많은 실개천이 있다한들 다 바다로 흘러들지요. 죽음으로 대의를 지켰던 이도 있었고, 구차한 삶으로도 지키고자 하는 게 있었겠지요. 우리네 삶이 다양하듯이 삶의 이유 역시 다양할 수 밖에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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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 paper 2010.03.18 17:17 신고
정말 다 죽는건 아닌지 ;;;
드라마 보고, 초록누리님 글 보면
확~ 정리도 되면서
숨겨진 의미도 파악할 수 있는 것 같아요 ^^
초록누리님
행복한 하루 되세요~ -
다죽어야맞다 2010.03.19 08:35
어차피 둘다 대역죄인이고 평생 도망자로 조선에선 살아갈수 없는데 페이스오프하지않는한
한명살아남고 죽고 말이 돼냐. 다 죽고 최장군이 군대모아서 한국 쓸어버린다. 그후 청국과전쟁
알겠냐? 그리고 러브라인좀 그만해라 짜증난다. 대길이는 십년동안 욕정에 사로잡혀서 언년이를 너무 스토커한다. 그건 사랑이 아니라 욕정이다. 언년이는 그냥 한번 주길 바란다. 태하는 대하생각난다. 구워먹고싶당. 그리고 사당패여자는 노래 그만불러라 듣기 짜증난다. 감독도 마찬가지일텐데 노래는 계속 부르고 분량도 많고 이상하다 감독과 무슨 관계가 있는거 같다.
작은 주모는 귀엽다.
질문 1. 언년이를 구하기 위해 관아로 갔을때 사또를 인질로 잡았었던 장면이 있었는데요, 뒤따라온 송태하가 관졸들과 싸우고 있을 때, 공중제비돌기로 멋지게 언년이 앞으로 빙글 돌아 다가섰었지요. 그때 언년이의 턱을 들어 언년이와 눈을 마주치고는 다시 싸우러 갔었지요. 그 때 언년이에게 왜 그런 행동을 하셨나요?
송태하랑 한 판 붙었는데, 죽더라도 죽을 힘을 다해 싸워보고 죽겠다고 생각했소. 그냥 칼 맞고 죽어버리면 내가 너무 쪽팔리잖소. 헌데 송태하가 한수씩 접어 주더라고. 그 놈 소문대로 조선팔도에서 칼로는 당할 자가 없다고 하던데 칼 제법 쓰더구만. 그런데 그 송태하라는 놈이 언년이가 우리집 종이었다는 말을 듣더니 무너지더라고. 이성보다는 감정의 주먹을 날리니 나도 주먹으로는 송태하를 이겨볼 수도 있겠더라고. 솔직히 칼로 끝까지 갔으면 내가 베였을게요. 송태하 속은 잘 모르겠지만 순순히 붙잡혀 주더라고.
그런데 알다시피 4살배기 애새끼를 봤느냐며 나까지 감옥에 쑤셔넣어 버렸어. 모른다고 발뺌하니 뭐 천지호 패거리를 죽였다느니 해가면서 교수형에 처해 버린다고 하더구만.
질문 2. 언년이와 송태하, 그리고 원손마마랑 빈집에 숨어있을 때, 언년이가 송태하에게 한때는 언년이라는 종이었고, 그 언년이는 죽었고 김혜원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는 고백을 할때 자리를 피해버렸지요. 마당에 쪼그리고 앉아 김혜원이라는 이름자만 쓰며 멍하니 앉아 있었지요. 그때 심정은 어땠나요?
질문 3. 월악산 산채 짝귀를 찾아가 짝귀한테 막무가내로 얻어 터졌는데, 왜 뒷짐지고 맞기만 했나요?
그리고 짝귀언니와 나랑 한양에 퍼진 소문은 앙숙처럼 나있지만, 짝귀언니와는 비밀리에 주고 받은 약속도 있고 사실 친한 사이야. 짝귀언니 겉은 개차반이지만 속은 여리고 착하거든. 시대를 잘못 만나서 그렇지 아니었으면 무관벼슬이라도 했을 게요. 우리 최장군도 마찬가지지만... 우리들처럼 칼 쓰고 주먹쓰는 놈들은 상대 기술이 녹슬었는지도 그런 식으로 서로 확인하기도 해.
질문 4. 최장군과 왕손이 만났을 때 심정은 어땠나요?
최장군과 왕손이는 내 피붙이 같은 형제들이야. 내 살점을 떼줘도 아깝지 않을 내 가족들이라고. 최장군이랑 왕손이가 죽은 줄 알았는데, 귀신인가 싶었지. 송태하가 최장군과 왕손이를 죽인 줄 알고 덤벼들어 어찌어찌 송태하를 압구정 높으신 양반한테 넘겨 버렸는데, 그게 최장군과 왕손이에 대한 복수였어. 차마 언년이 남편이라 죽이지는 못하겠더라구. 언년이 남편을 내 손으로 죽이고 싶지는 않더라고. 그놈을 죽이든 살리든 내 알 바 아니잖아?
이천에 땅이 몇천평이 있으면 뭐해? 함께 살고 싶었던 언년이도, 최장군도, 왕손이도 없는데... 내 모든 희망이 물거품이 돼버렸다고 생각했는데, 눈앞에 왕손이랑 최장군이 살아있는 것을 보고도 믿을 수가 없더라고. 최장군 어께를 만져보고 얼굴을 꼬집어 보고서야 진짜 살아 있다는게 실감이 나더라고. 내 살아오면서 지금까지 흘린 눈물 중에 가장 기뻐서 흘린 눈물어었소. 어제도 자면서 이놈들 진짜 살았나 싶어서 왕손이 볼도 비벼보고, 최장군 손도 슬쩍 잡아봤어. 둘다 세상 모르고 골아 떨어져서 몰랐겠지만...
질문 5. 대길이 오라버니를 찾아 설화가 월악산까지 왔는데, 설화에 대한 감정은 어떤 건가요?
아까는 언년이 보는데서 설화를 안아주기까지 했어. 나 이렇게 다른 여자한테 마음 있다. 그러니 더이상 나 신경쓰지 말고 자책하지 말고 행복하게 살라고, 언년이 마음 잡으라고 애써 연기도 했는데, 설화 꼬맹이한테 미안하고 내가 못된 놈이지.
질문 6. 송태하가 돌아와서 언년이와 원손마마를 데리고 가면 그 다음에 뭘 하고 살건가요?
그 자식 아무래도 죽을 자리 보고 덤비는 것 같은데, 나야 도망치고 쫓고 숨고 사는 데는 추노질 몇년에 도가 텄지만, 송태하라는 놈은 그런 재주도 없어 보이고... 숨어 살라고 하는데도 굳이 끝장을 보겠다니, 느낌이 쎄해. 송태하랑 원손마마인가를 찾겠다고 팔도 검둥개들이 쫙 깔렸는데 앞 뒤 분간없이 나대니 큰일이야. 지놈 걱정하는 것이 아니고 언년이가 걱정이 돼서 말이오.
송태하가 올 때까지는 지켜 줘야지. 이대길 내 인생도 참 드럽다. 언년이를 볼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일텐데... 보고 또 보고 내 눈 속에 박히도록 봐 둘 게요. 이제는 언년이 몽타쥬를 그려다닐 수도 없고, 지나가는 놈들한테 "이 여인을 본 적이 있는가?" 라고 물을 필요도 없어졌으니 내 눈 속에다 심어둘라고. 그렇게 할 시간을 주니 송태하 그놈한테 고맙다고 해야하나.
그리고 송태하가 돌아오면 미련없이 다 두고 앗쌀하게 떠날거야. 가는 길에 돌로 가매장했던 불쌍한 우리 천지호 언니, 배산임수에다 햇볕 잘 드는 양지바른 명당자리 잡아서 다시 묻어 줘야지. 발꼬락 긁어달라던 그 개차반 천지호 말이오.
사람들이 혁명이니, 새 세상이니, 새 임금이니 떠드는데 솔직히 난 관심없어. 혁명이 별거야? 새 세상이 뭐 금은보화 주렁주렁 매달리는 나무가 있는 별천지냐고? 살기 힘들다고 도망치는 놈 없고, 그런 놈 잡으러 다니는 나같은 놈 없고, 양반 상놈 구분없이 그냥 사람답게, 사랑하는 사람과 떳떳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면 그게 제일 좋은 세상인거야. 궁궐안 나랏님이나 양반들이야 지네들 밥그릇 싸움하느라 우리한테 신경쓸 겨를이 있어? 그런데 이 지랄맞은 세상은 그것도 허락이 안돼. 난 그렇게 생각해. 나 같은 생각하는 놈 열명이 생기고, 백명, 만명 수백만명이 생기면 그게 바로 새 세상이라고.
그리고. 이것은 일급비밀인데, 이천에 가게 되면 나라를 세울 거야. 이천 이 아무개 땅은 양반도 상놈도 노비도 없는 곳이라더라. 이런 말이 나오는 나라를 세울 거라고. 세경도 많이 주고, 내 땅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겉으로야 내 땅 부쳐먹는 일꾼들이지만, 나는 다 같은 사람으로 대할 거야. 내 땅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한 사람도 배 곯지 않고, 살기 힘들다고 도망하는 놈도 한나도 없고, 신분이 다르다고 사랑도 못하는 그런 지랄맞은 세상은 안되게 할 거야. 소문은 내지 마. 잘못하면 포청에 끌려 가서 사상불온자로 찍혀서 진짜로 죽을 수도 있어. 어디가서 말하면 쥐도새도 모르게 죽여 버릴거야. 그러니 어디가서 입 함부로 놀리지 말라고. 쉿!
질문 7. 이건 좀 어려운 질문인데요, 언년이를 아직도 사랑하나요?
나 이대길이야. 난 안 죽어. 그러니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언년이도 반드시 살아 있어야 해. 언년이의 죽음은 곧 대길이의 죽음이니까. 아직도 사랑하느냐는 질문에 대답이 되었나?
*대길이를 만나 가상인터뷰를 했는데, 몇 개 질문하고 싶은 것이 더 있었는데 참았어요. 대길이 또 눈물을 뚝뚝 흘릴 것 같더라고요. 사실 제가 가장 인터뷰하고 싶은 인물이 황철웅인데, 이분은 시간도 안내줄 뿐더러 입 잘못 놀렸다가는 칼맞을 것 같아서 무서워서 눈치만 보고 있습니다. 다음에 황철웅 인터뷰도 꼭 성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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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노역사추적 2010.03.13 19:17
그나마 저 산속에서 대길이 의인이라는 것이
드러나서 망정이지,
단순 추노꾼이었다면 조폭드라마와 다를께 없었을듯...
추노는 오늘 이시대에도 살아 있습니다.
조선시대는 계급사회였지만,
지금 돈이 계급을 결정하는 것이죠.
양반과 노예구조는 현재 재벌가진자와 서민으로 대변됩니다.
그런데 이런 계급신분구조를 고착화시킨 조선왕조을 개창한 이성개를 얼마나 아십니까,
조선왕조를 개국한 이성계가 귀화외국인이란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중국인으로 확실시 되고 있죠.
위 제필명을 누르시면, 모든 진실이 다 나옵니다.
조선 세조, 예종, 성종때
우리의 1만년 역사, 황제국 역사책을 모조리 수거하여 없애버립니다.
감추는 자는 목을 치겠다고 하죠.
명나라의 지시로 말입니다.
그래서 단군은 신화가 되었고, 반도의 역사만 남은 것이죠.
이성개의 조선정권의 이러한 만행에 기초하여
일제조선총독부는 다시 우리역사를 조작날조합니다.
해방후 친일파 사학자들이 이를 이어받아 만든거죠.
더욱 기가 막힌것은 이 명박의 친일 뉴라이트는
김구선생을 테러리스트,
일제시대는 한국근대화의 원천이라고 찬양합니다.
조선시대 말기 서양선교사가 찍은 거북선 실체사진은
역사사진방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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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줄기는 대길이와 언년이의 쫓고 쫓기는 안타까운 사랑이겠지요. 대길이와 언년이의 사랑, 그 사연 하나만으로도 추노라는 소재는 성공적인 사극멜로드라마지요. 그러나 혁명을 얘기하기에는 의미가 퇴색해 버렸습니다. 혁명보다는 사랑에 그 무게중심이 쏠렸기 때문입니다.
드라마 추노에서 말하고자 하는 혁명은 실패입니다. 원손 석견을 왕위에 세우고자 하는 것을 혁명의 당위성으로 잡았다는 것이 가장 큰 실패의 원인이고, 혁명의 중심인물로 세운 송태하를 영웅적인 인물로 그리지 못했다는 점이 두번째 실패 요인입니다.
우선 원손을 혁명의 당위성으로 잡았다는 것이 혁명이 실패한 첫째 이유라고 했는데요, 원손을 왕위에 세우려고 한다는 것은 정통성이라는 명분싸움에서는 합당한 혁명의 논리가 되겠지만, 드라마 추노에서는 그 외의 것은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어린아기가 세자가 되고 다음 보위에 내정된 것은 조선 왕조사에서 수없이 있었던 일이기에 새로울 것은 없는 일입니다. 원손 석견이 중요한 이유는 그가 인조의 적장자인 소현세자의 아들이라는 점이겠지요. 소현세자가 청의 볼모로 잡혀가서 8년만에 조선에 돌아와 두달만에 의문의 죽음을 당했기에, 그리고 독살이라 의심되는 부분때문에 석견을 왕위에 옹립한다는 것은 타도의 대상이 그 의문의 중심에 있는 패륜적인 왕 인조라고 볼 수 있겠지요.
송태하가 스승이라 따르는 임영호는 이름만 드높았을 뿐 어떤 사고를 가진 인물인지 드라마에서 드러내 준 것이 없기에 그를 따르는 유생들과 송태하와 부하들은 임영호 팬클럽 회원쯤으로 보이니 말입니다. 드라마 추노의 혁명관의 실패는 임영호라는 인물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가 없었기에 오는 혼란일 것입니다. 앞으로 등장하게 될 이재준 대감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고요.
가장 영웅적으로 그려졌어야 할 송태하가 가장 답답한 캐릭터로 나오고 있으니, 도망노비나 쫓는 추노꾼 이대길에게 관심이 쏠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지요. 언년이에게 약속한 앙반 상놈 없는 평등세상을 만들겠다는 대사 하나로도 이대길은 가장 혁명적인 인물이 돼버렸고, 정작 새로운 세상을 세우겠다, 역사가 바뀌게 될 것이라고 그럴싸한 말만 늘어놓았던 송태하는 원손과 언년이를 데리고 조선팔도를 도망치는 신세만 되고 말았어요.
20회에서 호기심 많은 언년이는 송태하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했지요. 대길이랑은 왜 같이 다니게 된 거냐? 여기에 얼마나 머무실 요량이냐? 청에서 무엇을 배우셨는냐? 승하하신 저하는 어떤 생각을 하셨느냐? 등등... 언년이도 알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대차게 물어봤지만 송태하는 이번회에도 답을 내주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멋드러지게 칼을 꺼내 뭔가 결심한 듯 폼만 잡다 말았어요. 이러니 시청자가 한 번 예상해보라는 질문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제작진이 송태하의 갈 길을 송태하의 입을 통해서 보여주는 것에 근 10여회를 뜸을 들이고 있으니 답답한 마음에 제가 송태하라면, 아니 작가라면 어떤 방향으로 송태하의 앞길을 그릴까 생각해 보게 되네요. 저는 송태하의 생각이 그 테두리가 작아질 것이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처음 원손을 왕위에 세우고 나라의 기강을 바로 잡겠다는 큰 테두리의 혁명이 아니라, 그가 지켜주고 싶은 사람들을 지키는 것도 송태하 나름의 각성이고 혁명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그 중심에는 원손과 부인 언년이가 있겠지만요.
그런데 송태하의 말이 크게 달라진 곳이 두군데가 있었어요. 하나는 대길이 앞에서 내 부인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감옥에서나 그 이전에는 항상 "내 부인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 라는 식으로 말을 했는데 그냥 부인이라는 호칭을 썼다는 점이에요. 대길이와 언년이와의 관계를 알게 된 연유이기도 하겠고, 대길이에 대한 감정적 배려일 수도 있겠지만, 거리감도 느껴지더군요. 자신이 지금 하려는 일이 실패로 돌아갈 수도 있을 때를 대비한 말같기도 하고 말이지요. 내 부인이라는 말로 언년이는 자신의 여인이라고 굳이 강조하지 않음으로써 대길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 한다는 것같기도 하고요. 물론 억지 생각일 수도 있습니다만.
이는 송태하의 생각이 정리되었다는 중요한 단서입니다. 송태하는 더이상 원손을 내세운 혁명이라는 기치를 걸지 않겠다는 것을 표방한 것이니까요. 이는 송태하가 언년이 노비였음을 알고 난 이후 자신이 변해야 세상이 변한다는 각성의 결과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송태하는 왕을 새로 세우겠다는 혁명가에서 백성을 지키는 혁명가로 거듭나고, 그 현장에서 죽고자 할 거라는 예감이 들었어요.
송태하는 그것에 대한 답을 찾은 듯 보입니다. 원손을 왕위에 세운다느니 썩은 정치를 갈아엎겠다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자신이 노비로 떨어져 살아본 그 민초들을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월악산에 모여든 막바지 인생들, 그 민초들 역시 자신이 보듬고 가야 할 백성이고, 자신이 꿈꾸는 세상의 범주에 넣어야 할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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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에서 온 여자 2010.03.12 11:00 신고
추노 이제 4회만 남겨 놓고 있네요.
앞으로의 얘기가 어떻게 전개될 지 대충 감이 잡힙니다.
잘 읽고 가요.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 -
옥이 2010.03.12 12:47
송태하가 이제 노비에 대해 혁명을 생각하고 있으니 다행이지요...
그래두...추노는 군데군데 사람냄새가 나서 좋은것 같아요..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
추노팬 2010.03.12 15:35
대길이와 언년이의 사랑이 이 드라마의 주제와 연결되는 거 아닌가 싶네요.
그 둘의 사랑이야말로 거창한 이상보다
더 이루기 힘든 것이니까요.
유교적 질서를 다 무너뜨려야 이루어질 수 있는 사랑이잖아요?
그 둘은 지금도 사랑하는 감정이 남아있기에 더 그렇구요.
언년이는 송태하의 아내로 양반집 부녀자 행세를 하지만
사실 속내가 그렇지만은 않을 거 같거든요.
그 둘이 유교적 속박을 뛰어넘는 사랑을 현실에서 실현하는 것이야말로
세상을 바꾸는 씨앗을 뿌리는 것과 같겠지요.
이 드라마가 대길과 언년의 사랑이야기에서 시작되고
또 대길이는 언년이때문에 추노가 되었고
그녀에 대한 사랑이야말로 대길이가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하니까요.
물론 송태하가 죽어야 가능한 이야기이겠지만은요.-
노비낙인 2010.03.15 12:16
정작 얼굴에 노비낙인이 새겨진 노비 업복과 초복..은 죽게될것같은데...업복이얼굴에 노비낙인이새겨지게하고 잡혀온 도망노비들의 피눈물을 머금은 이천의 집과 전답..언년에대한사랑으로 노비들을 고통스런삶으로 다시 몰아넣은 대길과 혜원이 행복해진다면..세상을바꾸는 씨앗이 아닌 세상에 대한 씁쓸함을 느끼게되는게아닌가요?수단방법가리지말고 타인의 피눈물을흘리게하더라도 개인의행복,목표만 이루면된다는걸보여주기위함이 추노가 보여주고자하는게아닐텐데여..(여자캐릭터도 마찬가지입니다..자신이 기억하는사람은 사랑하는여인을위해 세상을바꾸겠단 용기를가졌던사람인데 정작 그의 삶과해온일은 정반대되는 삶과 일을 해왔거든여?추노꾼이란것을알게됐을때..추노꾼자체에 혜원이가 문제의식이 전혀없다면..나혼자만 잘먹고잘살면 그만이란건지..남에게 어떤일을해왔든..(자신땜에 추노꾼이된것을 가슴아프게생각하는것과는별개로)대길이는 혜원을 사랑하기때문에 계집종 언년이.보단 송태하의아내 김혜원으로 살아가길바라지 되돌릴려고하지않을것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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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는 높은 벼슬을 해 세상을 바꾸겠다고 했습니다, 양반, 상놈 구분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한 여자를 위해 세상을 바꿀 용기를 가졌던 분입니다. 죽은 줄 알고도 그 분을 잊지 못했고, 나리를 만나고 혼례를 올렸지요. 나리와 혼례를 올린 것은 양반이기 때문이 아니었어요. 하지만 나리가 양반이기 때문에 이제는 제가 물러나야 할 것 같습니다. 좋은 세상을 만든다 하셨지요. 그 세상은 신분이 다르다 하여 사람의 정마저 비참하게 잘라내는 세상은 아니겠지요. 다시는 저같은 사람이 생기지 않게 해 주세요"
언년이의 입에서 언년이라는 여자는 예전에 죽었고, 김혜원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살았다는 말을 듣는 순간 대길이는 자리에서 일어서고 말았어요. 그토록 찾아 해매였던 언년이가 자신 앞에서 스스로 죽었다고 말하는 순간 대길이의 마음이 무너집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눈앞에 있는 언년이가 자신이 사랑하는 언년이가 아니라고 하는 말을 결국 참아내지 못하고 나와버리지요.
언년에게 월악산 영봉에서 짝귀를 찾으라며 신신당부를 하는데 언년이 입에서 10년동안 듣고 싶었던 말이 나옵니다. "도련님..." 돌아서서 언년을 향해 "넌 반드시 살아야 된다" 라고 말하는데 눈물이 핑글 돌았어요. 드라마지만 대길이라는 남자, 사랑하는 여자에게 꼭 살아야 한다고 명령하는 모습, 반하지 않을 수 없네요.
원손을 데리고 간 대길을 따라 월악산 영봉을 향해 달려가면서 언년이 걱정하지 말라며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했지요. 송태하는 대길이 딴 마음(관아에 원손을 데리고 간다는 것이겠죠)을 품지 않을 것을 안다며, 부인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송태하는 대길이 언년이를 죽음을 불사하고라도 지키고자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굳이 사랑의 승자와 패자라는 말로 송태하와 대길이의 사랑을 논할 필요는 없어 보여요. 송태하의 언년에 대한 사랑 역시 결코 가볍지 않기 때문이에요. 자신의 세계관을 송두리째 흔들어 버릴 정도로 중요한 사람이지요.
중요한 것은 새로운 세상과 사랑의 양자택일이라는 순간에 두 사람이 선택할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지요. 송태하는 세상을, 대길이는 사랑을 택할 것이라는 것을 송태하도 대길이도 알고 있어요. 대길이 송태하 곁에 있는 언년이를 지키고자 하는 이유가 송태하가 세상을 택할 것임을 알기 때문이고, 원손을 데리고 있는 대길을 송태하가 믿는 것 역시 언년을 위해 하는 일이라는 것임을 알기 때문이에요.
저는 의리를 지키지 못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부인으로 인정하더라도 언년이가 바라는 세상까지는 꿈꿀 수 없다는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할 거라고 생각됩니다. 비천한 노비로 떨어졌으면서도, 한번도 노비라고 생각했던 적이 없던 송태하는 언년의 말에 크게 깨우친 것이 있었어요. 언년에게 "자신이 변하지 않으면 세상도 변하지 않는다"고 했던 자신의 말의 뜻을 깨달았던 것이지요.
세상을 바꾸겠다고 했지만 송태하가 꿈꾸는 세상은 그 구체성이 없었어요, 소현세자의 혈육인 석견을 보위에 올린다는 명분, 그리하여 썩은 정치를 쇄신하겠다는 것이 송태하가 이루려는 세상이었어요. 그러나 송태하의 세상은 자신도 한때 노비로 살았던 노비계층, 자신의 부인이 된 언년이로 대변되는 피지배계층을 위한 세상은 아니었던 것이지요. 지배계층을 위한 개혁이었고, 임금을 바꾸려는 혁명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지요. 하지만 송태하의 각성이 송태하를 지지하는 사대부들의 각성까지 끌어낼지는 의문이에요. 송태하의 지지기반의 한계이자 현실이며, 송태하의 딜레마일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저는 송태하의 이 대사를 들을 때마다 '송태하와 대길이는 같은 길을 갈 수 없겠구나' 라는 생각을 합니다. 송태하의 길은 세상을 바꾸는 길이고, 대길이는 사랑을 찾는 길이라는 묘한 경계선이 있음을 느끼거든요. 송태하는 결코 세상을 포기할 수 없고, 마찬가지로 대길이는 사랑, 즉 언년이를 포기할 수 없음을 서로가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대길이가 송태하에게 감옥에서, 나같이 사랑도 마음대로 못하는 지랄 같은 세상이나 한번 바꿔 보라" 고 하면서 "그것도 아니면 꽁꽁 숨어 살던가..." 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송태하는 꽁꽁 숨어살 수 없는 인물이에요. 그가 목숨을 걸고 가고자 하는 길이 거부할 수 없는 새로운 역사이기 때문이에요. 원손을 보위에 올리고, 부패한 조선의 정치를 바로 세우는 일은 송태하에게는 거부할 수 없는 지상명령이자 목숨을 걸 대의입니다. 마방관노로 떨어져 절름발이 행세를 하면서 때를 기다리며 녹슨 칼을 꺼내 들었을 때, 송태하는 역사를 바꾸기 위한 장부의 길을 달렸습니다. 언년이를 만나면서 송태하는 세상에 눈을 떴다고 볼 수 있어요. 단단한 껍질 속에 갇혀있던 송태하의 혁명에 대한 당위성, 그 물음에 대한 해답이 자신이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었지요. 누구를 위한 혁명이냐, 어떤 세상이냐에 대한 답을 찾았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고요.
따라서 송태하는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어디를 향해서 달려가야 하는지를 알았기 때문이지요. 언년이와의 첫만남에서 송태하는 쫓기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찾기 위해 달려가는 것이라고 말을 한 적이 있었지요. 그때는 그 대상이 원손이었지만, 이제는 사람을 위해 달려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비라는 말보다 무서운 것은 없다고 했던 언년이,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는 말이 가장 무섭다고 했던 언년이를 위해서 말이지요. 송태하와 대길이의 같고도 다른 길인 셈이지요. 송태하는 언년이를 위한 세상을 향해 달려가고, 대길이는 언년이를 지키기 위해 달려가니 언년이가 대단한 인물일 수 밖에 없네요. 두남자의 인생을 송두리째 걸게 하는 것을 보면 말이지요.
저는 송태하가 마지막 결전에서 이런 이유로 대길이와 언년이를 살리려 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비록 자신은 앙반 상놈없는 평등세상, 종도 사람으로 인정받고 사람으로 사는 세상을 혁명의 기치로 내세우지 못했다 할지라도 "이대길, 그대는 조선의 미래를 위한 희망으로 살아 남아라. 그리하여 그대와 같은 사람이 없는 세상, 노비라는 말을 무서워 하는 언년이라는 여인이 없는 세상을 만들어라 " 이런 당부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인 바람이지만요.
대길이와 송태하가 감옥에서 나눴던 대화 중에 송태하가 그랬지요. "누구나 죽으니 죽는 것이 억울할 것은 없다. 다만 죽을 때를 결정하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송태하의 각성은 그 때를 향해 달려가는 것이고, 멈출 수 없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송태하는 실패가 곧 죽음이라는 것을 알기에 언년이를 대길에게 보낼 것같다는 생각을 해봤어요. 비록 신분적인, 세계관에서의 한계를 다 깨지 못했다고 할지라도 송태하의 각성이 중요한 이유이자, 그가 언년이와의 의리를 지키지 못할 이유이기도 하고요. 어찌보면 송태하가 언년이에게 의리를 지키는 송태하식 방법일 수도 있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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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lus 공식 블로그 2010.03.11 13:10 신고
이런 드라마에서 항상 등장하는 두 축인 것 같아요
대의명분에 죽고 사는 남자, 사랑 때문에 죽고 사는 남자.
어떤 길이 더 멋진 가는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네요; 잘 읽고 갑니다^^ -
KEN.C 2010.03.11 13:25
추노 역시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전 꼭 다음날 초록누리님방에서 보고 가네요. ㅋㅋㅋ
덕분에 전 더 TV를 끊을까요? ㅎㅎㅎ
감사합니다. 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