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노 결말'에 해당되는 글 9건

  1. 2010.03.23 '추노' 상반된 세상, 진정한 우두머리는 누구인가? (16)
  2. 2010.03.21 하이킥 세경과 추노 언년이, 그들은 귀신이었다? (59)
  3. 2010.03.19 '추노' 가장 무서운 인물, 업복이의 분노 (31)
  4. 2010.03.12 '추노' 무거운 사랑에 가벼워진 혁명 (27)
2010. 3. 23. 13:33




숨가쁘게 달려 달려 한양까지 온 대길과 송태하, 이들이 먼거리를 돌아와 다시 한양으로 온 이유는 봉림대군을 만나 원손의 안위를 부탁하고자 였어요. "역모를 꾀하려고 하느냐" 며 차갑게 돌아섰지만, 봉림대군이 발걸음도 무거울 것입니다. 자신의 자리에 가장 위협적인 조카를 살릴 수도 인정상 죽일 수도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지요. 너무나 당연한 권력의 논리이고, 왕가의 인정일 것입니다. 훗날을 위해 왕위를 넘볼 수 있는 여지는 그 싹을 제거해 버리는 게 피바람을 막는 방법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이번 글은 저잣거리와 궁궐의 인정에 대한 추노 속 다른 세상이야기를 말해 볼까 합니다. 봉림대군과 인조, 그리고 짝귀와 용골대의 대화를 들으면서, 궁궐과 저잣거리의 인정이 그 우두머리에서부터 확연히 차이가 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왕실의 피, 가장 잔인한 가족
조정 대신들사이에서 원손 석견의 일로 왈가왈부하자 인조는 엄포를 놓습니다. 앞으로 더 이상 원손의 일을 입에 담지 말라고요. 그리고 인조는 봉림대군의 처소를 찾았지요. 역모가 발각되어 다행이라는 봉림대군이 말에 인조는 자신에 대한 역모가 아닌 세자, 즉 봉림에 대한 역모였다고 분명하게 말합니다. "네 자리 네가 지켜라" 라는 뜻이였겠지요. 조정에서 더 이상 원손의 일을 거론하지 말라고 했던 인조는 봉림에게 정통성에 관한 논란은 없을 것이라며 봉림을 후사에 세우겠다는 약속을 분명히 합니다, 앞으로 석견이 어떻게 될 것 이냐는 말에도 그의 휘(이름)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역모라고 일축해 버립니다. 그 아이를 가엾게 여기는 것은 인정이 과한 것이라며 "사가의 인정은 평온함을 부르지만 왕가의 인정은 피를 부르는 경우가 과반이다" 라고 말하지요.
우리 역사에서 왕실의 피를 불렀던 일들은 수없이 많습니다. 조선 건국과 함께 왕자의 난으로 이어진 피바람은 끊임없이 있어왔고, 인조 역시 광해군을 몰아내고 반정으로 왕위에 오른 인물이니, 용상이라는 자리가 단순히 선왕의 유지로 받들어지는 약속의 자리가 아님을 잘 알고 있겠지요.
원손 석견의 안위를 부탁하려는 송태하를 만난 자리에서도 봉림은 그 뜻을 분명히 전합니다. 원손으로 왕위에 올리고자함이 아니라, 원손과 함께 새 세상을 이루겠다는 것 자체가 역모라고 일축해 버렸지요. 원손의 사면은 어명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고, 세자로서 석견의 안위에 대해 어떤 약속도 해 줄 수 없다고 거절의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봉림대군으로서도 어린 석견의 목숨을 취하는 것은 인정상 힘들기에 청으로 가는 것이 어떠하느냐는 제안을 하지만, 이는 어린 석견에 대한 동정심으로서의 제안이지 복권을 위한 것은 아니었지요. 원손의 복권은 세자 책봉 논란으로 이어지는 것은 자명하기 때문입니다. 

왕위라는 자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단순한 혈통의 자리도 아니고, 생명의 위협과 수틀리면 왕도 바꿔버리는 무서운 신하들의 감시대상입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자리지만 한순간에 독살을 당할 수도 있고, 폐위될 수도 있는 불안한 자리지요.
자식도 죽여버리고, 손자도 죽이려는 무서운 곳이 궁궐이라는 곳이지요. 대길이의 말이 떠오릅니다. "나랏님네들은 백성을 자식처럼 떠받드네 하면서도 신경 안 써", 혈통도 왕좌를 위해서는 칼을 들이대는데 하물며 백성이라고 별반 차이는 없을 겁니다. 
그러고 보면 백성의 힘이 가장 무서운 것인데도, 이 힘이 결집되어 있지 않은 개개인의 것일 경우에는 권력 앞에 한없이 작고 보잘 것 없다는 게 아이러니합니다. 그래서 권력자들이 광장을 싫어하고 백성들이 모이는 것을 늘 경계하나 봅니다. 뭉치면 왕권보다 강한 힘이 백성의 뜻이니까요. 민심은 천심이라는 말을 성군은 금과옥조로 폭군은 불온사상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보면 예나 지금이나 지도자의 모습은 별반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탐욕의 세상, 도구일 뿐인 자식
죄의정 이경식은 자신의 곳간을 위해 사위를 살인도구로 이용하고 있는 추노 속 또 하나의 권력의 실체 우두머리입니다. 그는 탐욕을 위해서 왕마저도 그의 손아귀에 놓고 저울질하는 무서운 인물이지요.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는 소현세자를 이용하기도 하고, 전쟁을 도발하여 이익을 추구하기도 합니다. 좌의정 이경식은 단순한 권력의 주구 역할이 아닌 조선의 경제권을 장악하려는 실리주의적인 인물입니다.
그의 목적은 용상도 아니고 한 정파를 이루고자 함에 있지도 않습니다. 부가 곧 권력임을 깨우친 현대판 독점재벌의 모습과 다르지 않습니다. 좌의정의 개가 되어 그의 뜻대로 움직이는 수하 박종수나 황철웅에게 좌의정이 가지는 자기 사람에 대한 애정은 이용가치가 있느냐 없느냐에 좌우합니다. 

저잣거리, 은혜는 못 갚아도 원수는 갚는다
저잣거리 패거리들은 크게 세부류입니다. 천지호 패거리, 대길패거리, 그리고 후반부에 등장한 월악산 짝귀패거리지요. 대길패거리에서 나이상으로는 최장군이 어른이지만, 실질적인 우두머리는 대길이라고 봐야 겠지요. 각 패거리의 우두머리인 대길이, 천지호, 짝귀는 비록 거느리는 무리는 적지만, 그네들 야차의 세상에서는 왕들이라고 편의상 분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들 소그룹의 왕들이 자기 수하를 챙기는 모습은 왕가의 피를 넘어선 끈끈함이 넘쳐 납니다. 추노에서 가장 악랄하고 인정사정 없는 개차반으로 묘사되었던 인물을 꼽는다면, 엽전 두냥을 입에 넣고 이승을 하직한 천지호였지요. 제주에서 수하 만득이와 한양으로 올려 보낸 수하들이 죽은 것을 보고는 눈이 뒤집혀 버린 천지호는 황철웅에 대한 복수로 추노질과 삶의 욕구까지 끊어 버립니다. 어찌보면 가장 목숨에 대해 질길 것 같았던 인물이 천지호였어요. 그런 천지호도 수하를 잃고서는 동생들을 죽인 황철웅에 대한 복수를 하기 위해 대길이를 구하려 들었다가 화살을 맞고 비명에 가버렸습니다.
대길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 송태하가 최장군과 왕손이를 죽인 것으로 알았을 때 그 분노는 하늘을 찔렀고, 형제같은 가족을 잃은 슬픔에 달걀을 꾸역꾸역 밀어넣으며, 마치 달걀이 목에 걸려 숨을 못쉬고 죽어 버리길 바라는 것같은 심정으로 먹는 장면이 있었어요.
송태하와 결투를 하면서, 그리고 송태하를 붙잡아 좌의정 이경식의 손에 넘겨주면서까지 대길이가 송태하에게 물엇던 것은 최장군과 왕손이를 어떻게 했느냐 였어요. 감옥에 붙잡혀 들어가 황철웅이 "네놈이나 네놈 동패들이나 하나같이 눈빛이 불량하구나" 라고 말했지요. 모든 것을 꾸민 것이 황철웅임을 알았을 때 대길이 이를 갈며 말했지요. "네놈 죽는 날 나 거기 서 있을 거다" 라고요. 그 분노는 황철웅의 손에 들린 달군 인두보다 뜨겁고 강렬했어요.
이번회 짝귀의 대사에서도 천지호가 이를 바득바득 갈았던 것과 같은 복수심이 끓어 넘칠 것이라는 것을 감지했어요. 산채 주위를 경계하던 수하들이 죽어 나간 것을 알게 된 것이죠. 아직 황철웅이 죽인 것은 모르지만, 원손을 납치하기 위해 잡입한 용골대를 붙들어 처음 질문한 것이 "밑에 있던 우리 애들 니가 죽였냐?" 였어요. 용골대는 우린 아니라고 대답했고, 짝귀가 그럼 누구냐고 물었는데 황철웅이 수하들을 죽인 것을 알게 될 날도 머지 않았겠지요.

현실과 마음 속 유토피아
천지호나 대길이처럼 짝귀 역시 자기 수하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보호자로서의 우두머리가 지녀야 할 마음을 잃지 않습니다. 거느린 식솔이 많든 적든, 피가 섞였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내가 지켜줄 사람들, 내가 거둔 가족이라는 것이 중요할 뿐입니다. 
그에 반해 인조, 봉림대군, 소현세자, 석견은 같은 피가 흐르는 혈족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거느리는 가족은 의미가 다릅니다. 한쪽에서는 살점을 내줘도 아깝지 않고, 목숨을 내놓고도 원수를 갚으려고 하는 반면, 왕가라는 가족은 견제의 대상이고 정치적인 대상이며, 왕좌를 위해서라면 자식이고 손자고 죽여버리는 냉혹한 가족일 뿐입니다. 자신의 훗날을 위협하는 조카에게도 마찬가지지요. 봉림대군이 석견을 두고 떠올렸던 것은 세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종을 폐위하고 유배시킨 비정한 숙부였지요. 봉림으로서는 원손에 대한 사사로운 인정은 있겠지만, 세조의 전철을 밟고 싶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조선 궁궐에서는 먼나라 속담일 뿐이고, 저자에서는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통하는 세상이에요. 현실에서도 마찬가지인 것같아요. 말로는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한다며 표밭을 누비고 다닐 때는 간이며 쓸개까지 다 빼줄 듯하다, 번쩍거리는 뱃지를 달고 난 후에는 난 모르쇠로 돌아서는 모습과 닮아 있어 씁쓸합니다. 
왕가의 피나 좌의정 이경식이라는 인물의 탐욕을 보면서 역사라는 이름 앞에 일개 이름없는 백성의 존재가 얼마나 작고 희미한 것인지 뼈저리게 느껴집니다. 그에 비하면 대길이 패거리나 짝귀패거리에 둥지를 튼 인생들은 세상의 눈에서는 하찮고 천대받은 인생들이지만, 그 작은 세상안에서는 귀한 존재들이라는 것이 아이러니합니다.
천지호가 동생들을 죽인 황철웅에 대한 복수심에 눈에 광기를 띠는 것이나, 대길이 최장군과 왕손이를 죽였다고 생각한 황철웅에게 쌍심지를 켜는 모습에서 우두머리의 진정성을 읽게 됩니다. 정작 살펴야 할 백성의 안위에는 관심이 없고 용상을 지키기 위해 발버둥치는 인조나, 곳간을 채우기 위해 권모술수를 쓰는 좌의정의 사람이 아닌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누구의 사람일까요? 선거철 한표 행사로 금뱃지를 달게 해 주는 정치인들, 보다 높은 곳에 있는 분... 대길이나 짝귀 산채의 사람 중 누구의 사람이라고 말 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들의 우두머리가 대길이나 짝귀처럼 가족을 대하는 마음으로 지켜주는 사람이었으면 한다는 것이겠지요. 

추노 속에 보여지는 가장 작은 세상이 가장 든든해 보이고, 그 속에 깃들어 살고 싶은 것은 왜일까요? 버림받고 궁핍하고 궁지에 몰린 사람들의 세상인데도 가장 따뜻해 보이니 말입니다. 아마 힘들고 고된 우리 현실을 보며 드라마를 통해서라도 개개인 한 사람이 귀하게 여겨지고, 희망이 살아있는 것을 보고 싶은 마음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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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16
  1. 라이너스™ 2010.03.23 13:35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좋은 글 잘보고갑니다.
    행복한 오후되세요^^

    • 동이추노진실 2010.03.23 14:26 address edit & del

      추노는 오늘 이시대에도 살아 있습니다.
      조선시대는 계급사회였지만,

      지금 돈이 계급을 결정하는 것이죠.

      양반과 노예구조는 현재 재벌가진자와 서민으로 대변됩니다.


      그런데 이런 계급신분구조를 고착화시킨 조선왕조을 개창한 이성개를 얼마나 아십니까,




      여러분, 조선왕조를 개국한 이성계가 귀화외국인이란 사실이 밝혀져,
      현재 국사학계가 발칵 뒤집어 졌답니다.

      중국인으로 확실시 되고 있죠.



      위 제필명을 누르시면, 모든 진실이 다 나옵니다.


      조선 세조, 예종, 성종때
      우리의 1만년 역사, 황제국 역사책을 모조리 수거하여 없애버립니다.

      감추는 자는 목을 치겠다고 하죠.

      명나라의 지시로 말입니다.

      그래서 단군은 신화가 되었고, 반도의 역사만 남은 것이죠.


      이성개의 조선정권의 이러한 만행에 기초하여
      일제조선총독부는 다시 우리역사를 조작날조합니다.

      해방후 친일파 사학자들이 이를 이어받아 만든거죠.
      더욱 기가 막힌것은 이 명박의 친일 뉴라이트는

      김구선생을 테러리스트,

      일제시대는 한국근대화의 원천이라고 찬양합니다.

      조선시대 말기 서양선교사가 찍은 거북선 실체사진은

      역사사진방에 있습니다.

  2. 못된준코 2010.03.23 13:59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드라마에서....죽음이 너무 많이 나와서 좀 서글프긴 하지만...
    뭔가 좀.....감동의 결말이 나왔으면....

  3. 악랄가츠 2010.03.23 15:10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어느새 마지막 주네요! ㄷㄷㄷ
    어떻게 마무리 될 지, 기대되네요! ㅎㅎㅎ
    근데... 본방사수를 못해요! ㅜㅜ

  4. 드렁큰CY 2010.03.23 15:12 address edit & del reply

    근데... 산채에 잡인 사람은 용골대가 아니라 용골대 부하 아닌가요?

  5. Phoebe Chung 2010.03.23 15:49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에구구... 저는 원손이 커서 봉림대군이 됐는 줄 알았네요. ㅎㅎㅎ...
    에구 머리야...^^
    조선 왕조 실록 같은 대하 드라마보다 옛날 백성들의 삶을 그린 드라마가 더 구수하고 재미난것 처럼 말이지요.^^

  6. 뽀글 2010.03.23 15:56 address edit & del reply

    보면 볼수록 추노의 세상과 우리내 지금 현실과 다를것이 없는거 같아요..ㅠ

  7. pennpenn 2010.03.23 16:20 address edit & del reply

    잘 읽었습니다.
    이제 내일 모레만 남았군요~

  8. 이곳간 2010.03.23 18:01 address edit & del reply

    참 씁슬하지요... 현실에서나 드라마에서나 권력잡은 사람들의 모습들을 보고 있으면요..

  9. 성심원 2010.03.23 18:42 address edit & del reply

    드라마를 이렇게 영화처럼 평가해주시는 님덕분에 더욱 재미나게 감상하는군요.
    초록누리님의 그런 해박한 지식은 선천적인가요 아님 불굴의 노력 ㅎㅎㅎ.
    아무튼 감사합니다...

  10. 핑구야 날자 2010.03.23 19:45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눈빛 연기가 보면볼수록 가슴에 꽂힌다니까요,,,

  11. *저녁노을* 2010.03.23 20:39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잘 보고 갑니다.
    이제 얼마남지 않았나 보네요.

  12. 깜신 2010.03.23 22:08 address edit & del reply

    잘 읽고 갑니다.
    드라마를 한번 더 보는 재미가 초록누리님 글엔 언제나 있죠 ^^

  13. 2010.03.23 22:10 address edit & del reply

    "붉은 황제"라는 소설을 시간이 있으면 한번 읽어보세요. 소설이지만 계급이나 사회제도에 관해 잘 고찰한 소설인 것 같습니다.

  14. PinkWink 2010.03.24 06:46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2회남은건가요????
    궁금하네요... 많은 것이.... 에구....
    오늘도 잘 읽고 갑니다.^^

  15. 극중 이경식에 대해 2010.03.27 11:05 address edit & del reply

    제 생각엔 이경식이 재물, 권력을 탐한 이유는 자신의 자식을 위해서인 것 같습니다.
    극중 이경식이 그토록 재물을 쌓고, 송태하(혁명가)를 그토록 잡으려고 함은 후에 자신이 죽은 뒤에도 자신의 하나 뿐인 딸을 위함이고, 그 쌓은 재물을 써서 딸을 지킬 사람은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어야 될 사위밖에 없다고 생각한 것이며, 마지막 자기 사위의 모습으로 볼 때 자신의 뜻을 이뤘다고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제 말의 결론은, 이경식은 단순히 물욕을 탐한 것이 아니라 부정에 따른 것이라 본다는 것입니다. 사족으로, 그냥 이런 해석도 있다고 봐주십시오...

2010. 3. 21. 07:34




지붕뚫고 하이킥을 새드엔딩이다 해피엔딩이다 라고 구분지을 필요도 없어 보입니다. 저는 하이킥 결말은 허무였다라고 생각합니다. 감독의 허무주의 성향인지 세상에 대한 냉소적인 시각인지 그것은 잘 모르겠습니다. 세경의 성장과 행복을 그리고 싶었고, 지훈이 마지막에 사랑을 깨닫는 각성을 극대화시키고 싶었다는 결말 의도는 감독의 뜻대로 그려졌는지 아닌지는 하이킥을 시청해 온 시청자들 개개인의 판단에 맡겨야 할 것 같습니다.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 마지막회를 보고 지독한 짝사랑에서 나왔던 비극적 결말이라 더 이상 이 드라마를 생각하지 말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계속 뭔가 끄적이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찝찝한 감정을 한 번은 집고 넘어가고 싶네요. 
신세경 귀신설에 별의별 소문들이 떠도는 하이킥의 결말은 어떤 방식으로든 충격을 줘야겠다는 감독의 강박관념이 빚은 오기인지 치부인지 조차 모르겠지만, 뜨거운 반향을 일으키는 데는 성공을 했습니다. 개운하지 못한 미련만을 남기고 말이지요. 세경의 짝사랑과 뒤늦은 지훈의 사랑을 위해 죽음을 순교처럼 미화하고 싶을 정도로 세경의 짝사랑이 아름다웠는지,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원하지 않는 짝사랑을 받는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에요.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는, 죽음이 희망과 행복이라는 복선을 깐 듯 정지시켜 버린 하이킥 세경과 지훈의 죽음에 대한 역설은 추노 송태하나 대길이, 마음에도 없는 남자에게 시집가는 초복이에게나 어울릴 법합니다. 죽고 싶지만 죽을 수 없는 이들 삶은 세경이에 비하면 훨씬 고단하고 힘들기 때문입니다. 대길이는 빼야겠네요. 대길이는 죽는 것만은 끔찍히 싫어하는 것 같아 보이니까요.

하이킥 마지막회에서 제가 애정을 놓은 인물이 있었다면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세경이었습니다. 물론 신세경 연예인에 대한 애정은 아니에요. 동생을 데리고 힘들게 남의 집 식모살이를 하는 세경이에게 애정을 가지고 응원하지 않은 분들은 없었을 것입니다. 하이킥에서 누구보다 행복하고 잘되기를 바랐던 인물이었을 겁니다. 세경이 지독한 짝사랑을 시작하면서, 그 사랑이 이루어지기를 바라기도 했고, 지훈이를 짝사랑하는 세경이 힘들어 보여 짝사랑을 털어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많았어요. 세경이 짝사랑을 털어내는 모습에서는 잘했다고 응원까지 했습니다. 이제 20살 세경이 앞에 얼마나 많은 인연이 있을텐데 지훈이 하나에 목맬 필요는 없어 보였지요.
종방을 향하면서 세경에게 이민이라는 문제를 터뜨리면서 제작진은 세경과 지훈의 분위기를 급반전시키기 위한 준비작업을 했지요. "가지마라"며 붙잡는 지훈의 모습을 의미심장하게 보여주기도 했고, "내가 널 붙..."이라며 말을 끊는 지훈이의 오락가락 감정도 한번씩 넣었지요. 
그때까지 시청자들의 대부분 의견은 이제와서 지훈의 감정을 억지로 보이는 것이 무리라는 목소리를 높였고, 그동안 정음에게 보여준 감정은 뭐였느냐며 항변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병욱 피디는 '자각'이라는 고도의 지적 언어로 지훈이 세경을 사실을 좋아했는데, 이제서야 알았다는 식으로 포장해 버렸습니다. 네, 저는 포장이라고 밖에 생각이 안됩니다. 무슨 해탈의 경지도 아니고 득도를 한 것도 아니고, 사람 좋아했던 감정을 깨닫는 것을 자각이라는 용어까지 써야 했는지, 그것은 제작진의 고도의 변명으로 밖에는 들리지 않습니다. 송태하처럼 부인 언년이가 종이었다는 사실에 뼈속까지 양반이었던 신분에 대한 각성을 하는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해리가 신애에게 "은혜는 못갚아도 원수는 갚는 정해리야" 라고 하는 대사를 보니 제작진이 추노를 참 열심히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추노에서의 주인공들이 신분적인 자각 혹은 각성을 했다하니 지훈이에게 사랑의 자각이라는 말도 안되는 어거지를 씌우기까지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훈이의 각성은 여전히 공감이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가장 행복하기를 바랐고, 잘 되기를 바랐던 세경이 뒷통수를 친 것에서는 미워지기 까지 했습니다. 윤중로 벚꽃나무 아래에서 준혁과 이별키스를 했다는 것은 세경이 준혁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은 전혀 없었던 고마움이었을까요? 그러기에는 세경의 표정과 준혁의 입술을 받아들이는 모습은 그 이상이었습니다. 헤어짐에 대한 슬픔도 있었고, 준혁에 대한 흔들림도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지훈에 대한 마음을 털어냈다고 보여주었던 감쪽같은 모습들 때문이었지요. 지훈이를 편하게 대하는 모습, 빨간목도리에도 흔들림 없는 듯한 모습, 심장소리가 다 들릴 정도로 가까이서 지훈의 수학수업을 받을때 조차도 세경의 표정은 덤덤했습니다. 덤덤한 척했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감쪽같이 말입니다. 

공항가는 길에 세경이 지훈에게 고백했지요.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의 끝이 꼭 그 사람과 이루어지지 않아도 좋다는 것을 이제 깨달았고, 그래도 떠나기로 하고 좀 힘이 들긴 들었어요. 아저씨랑 막상 헤어지면 보고 싶어서 못 견딜 것 같아서....그래도 마지막에 이런 순간이 오네요. 아저씨한테 그 동안 마음에 담은 말들 꼭 한 번 마음껏 하고 싶었는데... 이뤄져서 행복해요. 앞으로 어떤 시간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지만, 늘 지금 이 순간처럼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시간이 잠시 멈췄으면 좋겠어요"
"끼이익 꽝...." 신세경, 이지훈 빗길 교통사고로 사망...... 뭐 이런 상황이었겠지만 그 전 정지장면에 웃는 세경의 얼굴을 보니 귀신설이 생각나며 오싹해지더군요.
세경이 행복한 순간이라고 했는데 왜 그 순간이 세경에게 행복한 순간이었는지 모르겠어요. 만약에 말입니다. 세경이 고백하는 순간 지훈이가 진지하게 "세경아, 사실은 나도 널 좋아했어. 그런데 이제서야 알았어. 너무 늦게 알아서 미안하다" 뭐 이런 말이라도 했더라면 세경이 행복한 순간이었다고 한 말이 이해라도 가겠습니다.
무엇보다 공항에 가는 길에 지훈이에게 고백하는 과정은 참으로 세경이 답지 않았고 뻔뻔했고 이기적이었습니다. 대전에 정음이를 보러 가겠다는 말에 잘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세경은 지금이 아니면 영영 고백할 시간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담담하게 지훈에 대한 감정을 말하기 시작했어요. 좀 비꼬겠습니다. 정음이랑 잘되기를 바란다면서 정음이 붙잡으러 가는 남자에게 좋아했다고 고백하는 것은 무슨 뻘짓? 세경이 언제부터 이렇게 감정에 솔직했나요? 맨날 청승스럽게 눈물만 떨구고 무슨 질문을 해도 "그냥요..."라며 답답스런 대답만 하더니만...  
엔딩장면에서 지훈이 눈이 시뻘겋게 변하고 눈물이 가득 고였지요. 지훈의 눈물이 감독이 말하는 자각이었군요. 세경이 지훈이 좋아한다고 처음 고백했나요? 지훈이는 이미 알고 있었어요. LP판이랑 빨간목도리에 대한 의미를 지훈이 알았거든요. 그런데도 지훈은 요지부동이었어요. 세경의 마음을 알았지만 정음을 더 애타게 찾았고, 정음을 그리워했었던 지훈이었어요. 그런데 아저씨 좋아했고, 잠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말에 실은 세경이를 좋아하고 있었다고 득도를 하셨다? 네, 원효대사가 한 수 배워 갈 각성입니다.
하이킥 125회에서까지의 세경은 누구보다 행복해지기를 바랬던 인물이었는데, 마지막회에서는 세경이는 최고의 악역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세경이 의도적으로 나쁜 짓을 한 것은 사실 없어요. 세경이의 사랑 하나에 세경이와 지훈이의 목숨까지 걸고 이어주고 싶어한 무리수가 세경이라는 인물을 시트콤을 통해 악역을 만들어 버린 것이지요. 세경의 죽음은 여러 사람에게 평생 상처로 남아 버렸습니다. 신애는 언니를 잃었고, 몇달만에 딸들과 함께 살겠다고 한국으로 온 세경의 아빠는 졸지에 사랑하는 큰 딸을 잃어 버렸습니다. 성장하고 싶어했던 세경은 20살 나이에 사랑앓이만 하다 짝사랑했던 지훈을 물귀신처럼 저승길 동무로 동행하고는 죽어버렸고요. 세경의 행복과 성장을 바랐던 시청자는 세경이라는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잃어버렸습니다. 세경이의 청춘과 인생과 미래,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받고 사랑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도 모른채로 말입니다. 준혁의 사랑만 받고, 지훈이만을 사랑하다 간 세경이었습니다. 
 
지훈의 집은 또 어떻습니까? 이순재옹은 하나 밖에 없는 잘난 서울대 출신의 의사아들을 잃었고, 현경은 아들같이 사랑했던 동생을 잃었습니다. 정음은 자신을 데리러 오는 길 중간에 사고를 당했으니 죄책감에 시달려야 하고, 세경누나에 대한 고운 첫사랑을 간직해야 할 준혁은 첫사랑과 삼촌의 죽음이라는 상처를 평생 아픈 화상처럼 간직하고 살아야 합니다.
일을 이 지경으로 누가 만들었습니까? 세경이의 집요한 짝사랑이었습니다. 순간 세경이 진짜 귀신처럼 보이더군요. 지옥에서 온 식모의 에피를 엮어 세경이 귀신이었다는 말들도 있는데, 마지막 엔딩장면에서 세경의 웃는 모습을 보니 으시시하기도 하고 섬뜩하기도 합니다.

언년이와 세경이, 그들은 귀신이었다?
인터넷에서 추노에 관한 재미있는 결말을 읽은 적이 있는데요, 실은 언년이가 억울하게 불에 타죽은 노비 귀신이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언년이가 귀신인 것을 안 호위무사 백호, 자객 윤지(이 분은 퇴마사라네요), 천지호가 다 죽어나갔다는.. 갑자기 작가나 제작진이 인터넷에 떠도는 언년이 귀신설을 읽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세경이 감독이 말한 신분계급의 사다리 뭐 그딴식의 원한을 품어서 죽었다가 환생한 처녀귀신이었고, 신분의 벽때문에 이루어지지 않았던 지훈을 데려간다는 그런 이야기를 만들어 볼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저도 귀신설 하나 만들어 보겠습니다. 과거에 세경이라는 여종이 주인집 도련님을 사모했습니다. 도련님은 여종 세경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았지요. 주인집 도련님은 과거 장원급제한 인물에 다른 훌륭한 양반규수 정혼녀까지 있었어요. 세경이라는 여종은 말도 어수룩하고, 감정도 잘 드러내지 않는 얌전한 여종이었어요. 일 잘하고 살림 잘하고, 예쁘고 착한데, 흠이라면 여종이었다는 거죠. 언년이 처럼요.
세경이라는 여종은 어느 날 소 한마리에 다른 집으로 팔려가고, 그 날 도련님이 혼례를 올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짝사랑에 상사병이 깊어져 여종은 자신의 신분을 저주하다, 도련님께 좋아한다는 고백 한 번 못하고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버렸습니다. 한이 깊어 구천을 떠돌더 여종은 현재의 세경으로 환생해서 성북동 순재네 집에 식모로 들어오게 되었지요. 도련님과 닮은 지훈이를 보고 세경은 사랑에 빠졌지요. 물론 짝사랑이었어요.
그런데 지훈이는 다른 여자 정음이를 사랑했죠. 귀신이었지만 지훈을 사랑하는 마음이 지극했고, 또 착한 귀신이어서 지훈을 고이 놔주려고 했는데, 어느 날 정신이 퍼뜩 들었습니다. 자신이 지훈이라는 고고한 신분의 남자와 이루지 못한 사랑에 한을 품고 죽었고, 도련님을 잡기 위해 환생한 귀신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거죠. 그게 지훈이가 딱밤을 때렸을 때 세경이 꿈에서 깨어난 것 같았다는 장면과 연결됩니다.
세경이 그때 깨달은 거예요. 자신이 사랑했던 도련님이 지훈이였다는 것을요. 지훈이를 그냥 두고 혼자 저승으로 돌아 가려다가 마지막에 갑자기 마음이 바뀌고 말았어요. 귀신 마음 바뀌는 것을 사람인 우리야 알 수 없지요. 마지막 하늘로 돌아가야 하는 날(즉 비행기를 타는 날), 여종 세경 귀신의 딱한 사연을 전해 들은 옥황상제는 눈물을 흘리고(공항 가는날 비가 억수처럼 내렸죠) 귀신 세경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지훈이도 데리고 오라고 허락해 주었습니다. 옥황상제의 전언을 들은 귀신 세경은 너무 고마워서 미소를 지으며 지훈이를 데리고 갔다는 전설같은 납량특집이었습니다. 뭐 이런 나레이션이 곁들여지는 거죠. 
세경이는 좋아하는 사람과 죽음을 함께 했으니 행복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장가도 못가고 몽달귀신된 지훈이, 세경의 가족, 지훈이네 가족, 황정음, 그리고 세경이를 사랑했던 시청자들 모두에게는 슬픔을 준 최고의 악역이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세경은 죽어서도 행복하지 못했을 겁니다. 자기때문에 지훈이 죽었는데 세경이는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했을 겁니다. 지훈이는 행복해 하며 죽었을까요? 어떤 정신나간 사람이 젊어 황천길로 가는 것을 행복해 하겠습니까? 사랑의 자각이고 뭐고 간에 죽음의 순간은 공포밖에는 없었을텐데 말이지요.
부모가 죽으면 땅에 묻고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하지요. 세경이의 남은 가족들, 그리고 졸지에 날벼락 맞은 지훈네 가족에게는 평생 잊지못할 대못을 박은 세경이, 정말 최고의 악역입니다. 세경이를 응원했던 시청자들에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죽음으로 맞바꾼 짝사랑은 아름다움이 아니라 허무와 슬픔, 좌절감으로 남았습니다. 지훈과 함께 있었던 찰나가 세경에게는 행복했는지 모르지만, 남은 사람들에게는 충격과 허탈이었습니다.  
세경의 행복을 위해 남은 사람들에게 잔인한 슬픔은 안겨 준 또 다른 하이킥 최고의 악역은 "큐" 사인을 내린 분이었겠지만요.

*감독의 결말 의도는 지난 글 <지훈-세경을 죽인 이유, 감독의 지독한 짝사랑>에서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인용하여, 분석글을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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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5 Comment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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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mami5 2010.03.21 19:08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사람들은 참 재미난 생각으로
    여러 방면의 분석을 하는 것 같아 더욱 재미납니다..
    은년이도 귀신이라니..^^*
    글 잘 보고갑니다..^^

  3. 탐진강 2010.03.21 19:48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납럅특집이 초봄부터 시작입니다. ^^;
    결말이 좀 황당하긴 했습니다.

  4. 세경의 고백이 2010.03.21 22:08 address edit & del reply

    본인은 순수한 마음으로 했겠지만

    그 내용은 그다지 순수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네요..


    좋아했었어요..까지는 좋지만 이 순간이 멈추었으면 좋겠어요는 맘에 담아 두면 좋았을 말입니다. 것도 두번씪이나 했죠..지훈이가 개자식이라 흔들렸다고 해도 그의 행복을 바란다면 마지막 말은 아껴두었어야 했죠..그런 말을 듣는 지훈이가 같은 개자식은 흔들리기도 하는 거겠죠.

    고백 할 수 있따고 봅니다.

    그럼 여러분들은 늘 그렇게 고백하시나요? 이왕 안될거 고백이라도 해보자.
    그리고 마지막에 이 순간이 멈추었으면 좋겠어요라고 순수하게 들리지 않는 그 말을 할 수가 있습니까? 극중 세경이에게만 빠져 있지 마시고 그러니 세경이 하는 모든 행동이 애처럽고 아름다워 보이는 거겠죠..

    • 세경이는 2010.03.22 14:57 address edit & del

      지훈을 다시 볼 일이 없을거라고 생각하고 고백을 한 것이지요. 그리고나서 훌훌 털어버리려고요. 지붕킥의 모든 인물이 자신의 욕망에 충실했지만, 세경만은 그러지 못했었죠. 떠나기 전, 단 한 번의 고백도, 세경에게는 사치인 건가요? 자신의 감정을 말할 수 있는 자유를 행복해했던 세경이 그렇게 잘못한 거에요? 세경이는 지훈의 마음이 자기에게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어요. 사고가 일어날 줄은 더더욱 몰랐겠지요. 사고를 세경이가 일으켰다는 식의 억지논리는 좀 이해되지 않네요. 세경이가 아닌, 그런 식의 어이없는 결말을 연출한 게 문제겠지요.

      아무튼 개연성없는 결말 따위는 접어두고, 125회까지만 기억하려구요^^ 세경이가 왜 죽어야 하는지, 그것도 왜 지훈이랑 같이 죽어야 하는지 이해불가.

  5. 지붕킥이 2010.03.21 22:22 address edit & del reply

    제게 남긴 것:

    성장, 자각, 짝사랑, 빨간목도리에 대한 혐오증입니다.

    주변에 짝사랑하는 이가 있다면 조용히 충고해줄 것 같습니다.
    애인있는 사람한테 고백하지 마라..고백은 하되 요상한 말로 여운남기지 마라...
    운전중에 고백하지마라..집중안되니까...

  6. 초록누리님. 2010.03.22 00:07 address edit & del reply

    좀 감정적으로 포스팅한 경향이 있네요.
    왜 마지막에 웃은걸 그렇게 느끼는 사람들이 있는지 전 이해할 수가 없어요.
    말 그대로 지훈이의 자각을 통한 감독의 정지. 현실도피지요..

    그런데 마치 그순간이 죽음을 앞둔 미소라고 생각하는거 자체가 좀 비뚤어진 사고 아닌가요..
    왜 무섭다고 하면서 호러물 운운하는 글이 있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가서.ㅋㅋ
    그 순간이 왜 무섭나요? 전 절절하게 다가오던데..

    마치 마지막 5분간의 씬은 어떤 멜로 영화보다도 머리속에 각인되는 결말이었음.
    진짜 영화감상비라도 내고 싶을 정도로..앞으로 영화 만드시는걸 강력히 추천함. 스뎅킴.

  7. 악랄가츠 2010.03.22 05:21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아낰ㅋㅋㅋㅋㅋㅋ
    추노 언년이 귀신설까지 있다니 ㄷㄷㄷ
    정말 하이킥 여파가 어마어마하네요...

  8. 수우º 2010.03.22 07:50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하이킥은.. 역시 대박인듯;; 하아.. 어찌나 말이 많은지요 ^^ ㅎ
    아무리 봐도
    역시 우리나라 네티즌들은 쫌 짱이에욧 ㅋ

  9. عبدلله 2010.03.22 08:21 address edit & del reply

    ((( 사귀게 된 와 함께 이슬람 )))

    http://www.acquainted-with-islam.blogspot.com/

  10. 카타리나^^ 2010.03.22 09:10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무서워 무서워.......힝............저는 귀신 엄청 무서워서......납량특집극도 안보는데 ㅜㅜ

    그래서인지 요즘 하이킥 재방하는거 보면 얼른 딴곳으로 채널변경 ㅡㅡ;;
    정말 재방조차 보기 싫어졌어요

    꼭 죽일 필요야 없었을텐데 말이지요
    차라리 저렇게 떠나고 나중에 지훈이의 나레이션으로 그렇게 날 사랑해줬던 이가 있었다..라고
    얘기를 해주던가........세경의 나레이션으로 한때 그런 사랑을 했던때가 있었다..라고 해주지

    아.....이제는 하이킥 생각은 다 잊기로 햇어요
    리뷰쓴것도 다 지울까 고민중이라는.......시간이 아까워요...그 시간에 다른걸 할걸...흑흑...
    에잇...다시는 저 피디 시트콤 안볼꺼예요......저넘의 허무주의인지 뭔지...췟!!

  11. 2010.03.22 09:45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12. 베짱이세실 2010.03.22 09:54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오늘 이웃님들의 글을 찾아 읽으며 이 분은 이렇게 해석하셨군 저 분은 저렇게 해석하셨군 찾아다니는 중.

    저도 좀 허무하긴 했어요. ^^;;;

  13. 못된준코 2010.03.22 11:10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포스트를 보고서 알았지만.....뭔넘의 시트콤 결말을 이렇게 내렸는지...
    조금...아니 많이 당황스럽네요.
    초록누리님의.....드라마 분석이나 리뷰는...정말 최고에요.~~

  14. pennpenn 2010.03.22 15:07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귀신설은 참 어이 없어요~
    아무리 작가라지만 시청자를 그렇게 속여서는 안 되거든요~

  15. 금성에서 온 여자 2010.03.22 16:20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참 허탈하고 기운빠지는 결말이었어요.
    더 생각하고 싶지 않다는,,

  16. 김은진 2010.03.22 19:42 address edit & del reply

    황정음 팬이세요?
    원래부터 신세경씨를 안 좋아하신 것 같네요...
    전 하이킥 첨부터 결말까지 정말 명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17. 빨간來福 2010.03.23 02:03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지옥에서온 식모는 왠지 무섭네요. ㅠㅠ 이 결말에 정말 말이 많더라구요. 온통 이 소식 뿐인듯.... 잘 지내시죠?

  18. 동감 2010.03.23 08:25 address edit & del reply

    ㅋㅋㅋ 재미있는 해석이네요.

    애정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서 아쉬움도 그렇게 크고 포스팅도 많이 되는가 봅니다.
    다른건 다 제치고선이라도 그 뜬금없지 않게 너무 사물들에만 복선들을 넣지 마시고,
    주인공들에도 복선좀 쫙쫙 깔아주셨으면 좋았을껄 그랬어요.
    진짜 난 지훈이가 세경이의 사랑을 받아주지 못해 미안해서 그러는줄 알았음. 반지라도 사지 말게 하지..--;; 완전 쌩뚱.

    감독혼자 이해하는 결말은 좋은 작품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처음 극이 끝났을때 정말 박수쳤던사람 몇분이나 계셨을지 궁금합니다.
    감독의 인터뷰를 보고 데미안 책을 찾고 그 볼로냐 원화전의 그림을 찾아보고
    점점 곱씹어 보니 김피디가 의도를 알아차리신 분들이 대다수라고 생각되어집니다.

    이제 점점 이해되시는 분들도 많고
    이래서 김피디가 천재니, 시트콤도 새드앤딩일 수도 있다는 둥..하는데 ..

    온가족이 보는 시간에 뜬금없는 반전으로 인해.. 이제는 125회중 한회만 티비에서 해도 왠지 기분이 싸해~진다는.. (자꾸 신세경보면 진짜 무섭고, 최다니엘도 괜히 싸하고..ㅋㅋ) 그냥 그 스토리는 영화로 쓰셧으면 진심 대박나셨을텐데..(물론 저는 보지 않았겠지만)

    궁금합니다. 김피디님은 이런 반응을 보면서 즐기고 있을지..

    앞으로는 잘 피해다닐려구여. 화나는건 아닌데 먼가모를 찝찝함이 너무 오래 가서리..

    암튼, 배짱하나는 대단하신분입니다.!

    어쨌든 항상 잘 읽고 잘 보고 갑니다.
    앞으로도 좋은 리뷰 부탁드립니다. ^^

  19. 골랑 2010.03.24 01:14 address edit & del reply

    그리고 한마디 덧붙이자면 ㅋㅋㅋㅋ
    왜 세경이가 물귀신처럼 지훈이 데리고 죽었다고 생각하시나요 ㅋㅋㅋㅋㅋ
    엄밀히 말하자면 꽃다운 세경이 죽게만든건, 잘못 운전한 개자식 이지훈입니다ㅋㅋㅋㅋ

  20. 골랑 2010.03.24 01:16 address edit & del reply

    처음엔 잘 쓰시다가 막판에 너무 감정적이 되셨네요...
    세경캐릭터 아끼셨다고 하는데, 보기엔 별로 그래보이지 않아요.. 좀 꼬이신거같네요.
    공항에 가는 세경이가 지훈이한테 마지막으로 고백하는게 이해 안가고 뻔뻔해보이셨다면..
    뭐 느끼기 나름이니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저는 그 장면은 참 괜찮았거든요~ 결말과는 별개로, 처음으로 세경이가 자신을 위해서 하고싶은 말을 하는, 그런 모습을 보인거잖아요.
    저 장면 이후에 무사히 세경이가 이민을 갔더라면 좋았겠지만ㅋㅋㅋㅋ
    암튼 그 장면을 좋게 본 시청자로써 .. 좀 보기 불편한 리뷰네요.. 리뷰쓰신분은 지훈 정음커플을 많이 응원하셨던거같은데 ㅋㅋ 엉뚱한 세경이탓으로 돌리지맙시다~

  21. 한마디 더 2010.03.25 07:48 address edit & del reply

    불의의 사고를 여자의 탓으로 돌리고, 남자를 잡아 먹었다고 하는 식으로 물귀신 취급하는 것은 조선시대에나 볼 듯한 전근대적인 사고네요. 21세기에 이런 말을 듣게 될 줄은 몰랐어요.
    사회적 약자인 세경에 대한 싸늘한 시선도 그렇고...약간 실망입니다.

    사랑을 말할 자유도, 미래를 꿈꿀 희망도 없었던 세경이가 너무 가여워서 가슴이 먹먹해 지던데요. 앞으로 더 살아봤자, 그 순간보다 더 행복할 순간은 없을거라고 단정하고, 세경이를 죽여버린 감독의 시각이 너무 비관적이고 가혹해서 화가 나던데 말이에요.

    그런데, 그것보다 더 화가 나는 건
    그런 세경이에게 연민조차 베풀 생각이 없는 사람들의 여유없고 팍팍한 인심인 것 같아요.

2010. 3. 19. 12:44




추노 22회의 큰 사건은 노비당에 의해 일어났습니다. 궁궐로 들어가는 곡식창고인 선혜청을 습격한 사건이 그것이지요. 선혜청을 습격했다는 것은 그들의 총구가 궁궐을 향했다는 의미와 같습니다. 아직까지 노비당이 누구의 조종으로 움직이고 있는지는 추측만 난무하고 있기에, 좌의정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또 다른 반전이 숨어있을 수도 있기에 섣불리 규정하기도 애매한 점이 있습니다.
이제 2회분량을 남기고 그동안 터지지 않았던 업복이의 분노를 마지막으로 터뜨렸습니다. 업복이를 추노 속 등장인물들 중 마지막 뇌관으로 남긴 것은 그 혁명관의 위험성때문이었을 겁니다. 양반세상을 뒤업고 노비들이 주인인 세상을 만든다는 노비당의 혁명론은 입 밖에 내는 순간 능지처참형에 처해질 수 있는 체제전복성을 가진 것입니다. 이는 왕을 바꾸고 새로운 왕을 옹립하겠다는 반정 혹은, 다른 왕조를 세우는 역성혁명보다 훨씬 무섭고, 위험한 논리이기 때문입니다. 조선이라는 봉건사회에서는 말이지요. 물론 고려시대 만적의 난도 있었고, 천민인 망이 망소이의 난도 있었지요.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냐' 며 노비들의 세상을 꿈꿨던 만적의 난은 사전에 발각되어 실패했지만, 노비들의 난은 말 그대로 세상을 뒤집는 논리이기에 조선 지배계층으로서는 가장 무서운 난일 것입니다. 등골이 서늘하다 못해 오줌을 지릴만한 일이지요. 만약 성공한다면 말이지요. 
업복이로 대변되는 노비당은 신분계급상 가장 낮은 계급입니다. 계급의 취급조차 받지 못했을 지도 모르지요. 노비와 소 한마리로 물물교환이 이뤄지던 시대였으니, 보리쌀 닷되에 팔려 간 사당패나 다름없었던 사유재산에 불과했던 것이지요.
업복이의 등장은 첫회부터 있었습니다. 국경에서 대길이 패거리가 도망도비 모녀를 잡았을 당시부터 나왔던 인물이 업복이 공형진입니다.
관동포수로 이름을 날리다가 빚때문에 노비로 팔려가 도망가다 붙잡혀 와서, 얼굴에 노비 낙인이 찍히고, 자신을 붙잡아 온 추노꾼 이대길의 대갈통에 구멍을 날리겠다는 일념으로 살아가는 인물이지요. 그에게 새로운 세상을 가르쳐 준 것은 노비들의 모임이었어요. 업복이는 아마도 노비당 그 분의 포섭대상이었을 것입니다. 그 분이 좌의정이나 권력의 배후라는 가정이 맞다면 말이지요. 업복이의 방포술을 노비들에게 익히게 하기 위함이었을 겁니다.
선혜청을 습격하기 전에 업복이는 노비당 그 분으로부터 지시를 받았지요. 동지 중 누군가가 잡혔을 때는 처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노비당의 선혜청 습격은 계획대로 진행되었고, 업복이는 포로로 잡힌 강아지라는 노비동지를 자기 손으로 쏴야 했습니다. 업복이는 지금까지 노비당 그 분의 임무를 받고 양반을 죽이면서도 늘 고민했던 인물입니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막 죽여도 되는지 모르겠다며, 초복이에게 심정을 터 놓기도 했지요. 업복이가 자의적으로 죽인 경우는 반짝이를 밤마다 괴롭힌 양반뿐이었어요.
강아지라는 동지를 자신의 손으로 쏘고 주저앉아 우는 업복이는 처음으로 살인의 슬픔을 느끼는 듯했어요. 그동안 노비당 그분의 지시로 죽였던 양반들은 막연한 죄책감으로 괴로워 했지만, 직접 동지의 가슴에 충구를 겨눠야 했기에 업복이가 느꼈을 인간적인 고뇌는 컸을 겁니다. 큰소리도 내지도 못하고, 꾸역꾸역 울음을 밀어넣는 모습은 업복이를 연기하는 공형진의 내공을 압축해서 보여주었던 장면이었어요. 
선혜청을 공격하고 강아지를 쏘고 돌아와 동지를 죽인 죄책감에 업복이가 울고 있던 시각, 초복이는 내일이면 다른 집 씨종에게 팔려간다는 말을 하기 위해 업복이를 기다립니다. 노비당 모임이 끝나고 밤이면 수줍게 밤길을 함께 걷고, 아저씨 등에 업혀 여자로서 두근거림도 느껴봤던 초복이, 얼굴에 노비 낙인이 찍혀 사람구실도, 여자로서 사랑도 받지 못할 거라 생각햇던 그녀에게 찾아 온 사랑은 허락되지 않는 것이었어요. 노비들에게는 사랑도 금지되어 있었지요. 주인양반이 좋아하는 남녀 종을 맺어주는 경우도 더러 있었지만, 대부분은 주인이 짝을 정해주면 부부연을 맺는게 당시의 노비들 혼인이었어요.
그런 면에서 업복이와 대길이의 사랑은 그 신분이 하늘과 땅이지만, 사랑에 있어서는 공통점이 있네요. 대길이는 양반이었기에 노비를 마음대로 사랑하지 못했고, 업복이는 종이기에 사랑도 주인의 허락없이는 사랑도 하지 못했던 것이지요. 금지된 사랑과 허락되지 않는 사랑이라는... 
초복이가 다른 집 씨종에게 시집갔다는 말을 들은 업복이가 낫을 들고 주인양반을 향하는 것은 업복이의 신분적인 분노를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업복이는 그 동안 양반사냥을 하면서도 그 당위성에 대해서는 늘 고민하고 옳은 일인지 의문을 가져왔지요. 그런데 고백 한 번 제대로 못한 초복이가 다른 집에 팔려갔다는 것을 알고, 업복이는 비로소 낫을 들고, 총을 들 명분을 스스로 찾아 버렸습니다. 비로소 양반이라는 가진 자들의 대갈통에 총구를 겨냥해야 할 이유를 찾은 것이에요.
업복이가 가장 무서운 이유는 그것이 가장 낮은 계급에서의 각성이라는 점일 것입니다. 대길이 송태하에게 했던 말이 있었어요. "너는 방법이 틀려먹었다. 싸움은 말이지, 도망을 가다가다 갈데가 없을 때 싸우는 거다" 라고 했었지요. 업복이가 지금 그런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더 이상 떨어질래도 떨어질 수 없는 가장 낮은 신분, 사랑마저도 주인이 마음대로 정해주는 세상, 대길이의 말대로 그 지랄같은 세상을 향해 총을 들어야 한다는 각성을 이룬 것이에요.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고 했던가요? 업복이가 고양이를 물기 위해 이빨을 세운 것이지요.
잠깐 옆길로 이야기가 새는데 언문도 깨치지 못한 업복이나 설화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설화가 언년이에게 대길의 이름자를 알려 달라고 해서 대길이를 위해 지은 옷에 이름을 수놓는 장면이 있었지요. 그리고 언년이 원손 석견에게 송태하가 적어 둔 소현세자 회고록을 읽어 주는 장면에서 소현세자가 조선으로 돌아가면 "백성들에게 새로운 것을 알리는 책을 많이 편찬 할 것이다" 라는 대목이 있었어요.
업복이와 설화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왜 조선의 사대부들이 하층계급에게 글을 가르치려 하지 않았을까? 그것은 업복이나 설화같은 하층민의 지적자각을 두려워 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피지배계급의 지적자각과 각성은 지배계급을 위협할 수 있는 가장 강한 무기가 될 수 있기에, 지배계급의 전유물로 보호막을 쳤을 수도 있겠다 싶더군요.
드라마에서 언급되었던 부분처럼 소현세자가 의문의 죽음을 당하지 않았고 보위에 올랐다면, 더 많은 백성들이 지식에 눈을 뜨고, 조선도 더 일찍 개화에 눈을 떳을지 모른다는 생각까지 미치더군요. 되돌릴 수 없는 것이 역사이고, 만약이라는 가정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소현세자가 역사적으로 아까운 인물이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습니다. 
추노에 흐르는 주 테마는 결국 사랑이었어요. 대길이는 언년이를 사랑해서 양반 상놈 없는 세상, 사랑하는 사람과 마음대로 사랑하는 세상을 꿈꿨지요. 업복이는 종이기에 사랑이라는 지극히 감정적인 것마저 주인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봉건사회의 계급모순에 눈을 뜨게 되었고요. 사랑때문에 신분의 각성을 한 것은 대길이와 업복이의 공통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언년이가 종이었음을 알게 된 송태하의 신분적인 한계 역시 같은 선상에서의 눈뜸이라고 할 수 있을 테고요.  
두 사람은 금지된 사랑과 허락받지 못한 사랑을 했다는 닮은 점이 있어요. 그 사랑때문에 대길이는 인생이 바뀌었고, 업복이는 분노의 총을 들게 되었지요. 송태하의 한계는 개인적인 극복인지, 사상의 벽까지 깬 것인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아마 깨기 힘든 벽일 것이지만 그렇다고 송태하가 잘못되었다고는 규정지을 수만은 없겠지만요.
칼든 자보다 붓든 자가 무서운 법이라고 최장군이 얘기한 적이 있었는데, 대길이 "무섭기로 치면 총든 자가 세상에서 제일 무섭지" 했던 대사가 있었어요. 그러고 보니 업복이의 분노를 마지막에 터뜨린 이유를 이제서야 알 것 같습니다. 총든 자 업복이가 추노에서 가장 무서운 인물이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업복이의 분노가 물론 성공하지는 못하겠지요. 하지만 총든자, 즉 업복이가 무서운 것은 그 총구가 양반이라는 지배계급을 구체적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업복이의 분노는 대길이와도 송태하와도 다른 의미입니다. 바로 최하층 계급의 신분해방으로 연결되는 분노라는 점입니다.

사랑하는 초복이를 잃고 낫을 든 업복이가 찾아갈 곳은 언젠가 노비들 모임에서 들었던 도망노비들이 모여사는 곳일 겁니다. 대길이가 은실이 모녀를 안돈하라 보냈던 월악산 짝귀산채가 그 곳이겠지요. 가장 비천한 계급 업복이가 월악산 산채에 합류하게 될 날도 머지 않은 것이지요.
이렇게 월악산 산채는 세상을 바꾸려 했던 자, 사랑을 쫓았던 자, 세상을 등진 자, 세상에 쫓기는 자 등 쫓고 쫓기는 자들이 한자리에 모이게 될 것 같습니다. 버림받은 사람들, 희망을 꿈꾸는 사람들의 마지막 요새 월악산 산채가 처참하게 짓밟힐지, 좌절의 역사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이어가는 둥지가 될지 다음주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순간 확인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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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1 Comment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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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루비™ 2010.03.19 13:41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이제 추노 2회 밖에 안 남았네요.
    에고편에서 보여준 업복이의 분노...
    업복이는 과연 어땋게 될까요?
    작가는 과연 모두를 즉여버리고 극을 끝낼까요?

  3. 너돌양 2010.03.19 13:45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저역시 추노 잘보고갑니다 ㅎㅎㅎㅎㅎ

  4. 표고아빠 2010.03.19 14:32 address edit & del reply

    추노 드라마도 이젠 대단원의 막이 내려지나 보군요.
    많은 분들이 아쉬워 하시겠군요.
    또다른 드라마가 기대되는데요
    어차피 초록누리님 이야기로 보고 있지만요 ㅎㅎ

  5. *저녁노을* 2010.03.19 14:37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이제 방송이 얼마남지 않았군요.
    잘 보고 갑니다.

  6. 2010.03.19 14:48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7. 한심한조선 2010.03.19 15:01 address edit & del reply

    당대 최고의 개혁난이었던 동학 농민난을 외세를 끌어들여 무자비하게 진압하고
    그결과 나라가 망했던 조선...
    배우기에도 치욕스런 역사가 아닌가?

  8. 당리가니 2010.03.19 15:29 address edit & del reply

    좀 오타인지 잘못 아신것 같은데 씨종은 남자노비인데여?
    초복이가 씨종으로 팔려가는게 아닌 다른집에 팔려 그집 씨종에게
    시집가는건데 좀 잘못 들으신듯하네여
    왜 바람끼 있는 남자보고 사방에 씨뿌리고 다닌다라는 말이 있고
    나이 있는 아줌마들이 며느리들한테 애 못가지면 밭이 안좋아서 그런다고 하잖아여

    • 초록누리 2010.03.19 16:26 신고 address edit & del

      네 씨받는 종으로 팔려가는 것이지요. 씨종에게 시집가는 것이니까요..씨받는 종 이라고 하기도 뭐해서 그렇게 표기했습니다.

  9. pennpenn 2010.03.19 15:33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오늘도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다음 주가 기다려져요~

  10. 글에 오류가 있군요 2010.03.19 16:11 address edit & del reply

    재미있게 읽다가 중간에 '봉건사회의 계급모순'이라는 글이 보이더군요. 조선시대는 '봉건사회'가 아닙니다. 조선시대의 기본적인 틀은 중앙집권적 성격이 매우강한 '왕권사회'입니다. 그리고 조선이 망할 때까지 '왕권사회'의 틀을 유지 하였습니다.

    • 초록누리 2010.03.19 16:25 신고 address edit & del

      저는 봉건사회라고 봅니다.
      조선을 왕권사회냐 봉권사회냐로 보는 시각이 있지만, 조선봉건사회는 유럽의 봉건사회와는 그 사회적 성격은 다르니만 조선 봉건사회라고 보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 지나가다 2010.03.19 16:50 address edit & del

      @글에 오류가 있군요// 봉건사회는 자본주의 사회 이전의 사회를 말하는거고, 왕권사회는 그냥 정치체제를 말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봉건사회라는 말이 맞죠. 봉건사회가 강력한 왕권제일수도 있고, 느슨한 귀족연합체일 수도 있기는 하지만 포괄적인 의미에서는 경제구성면에서 봉건사회라고 불립니다.

    • 봉건 사회는 2010.03.19 22:49 address edit & del

      봉건 사회는 자본주의 이전 시대를 봉건 사회라 하는 것이 아니라, 봉건 제후의 사회를 봉건 사회라고 함. 고로 조선은 봉건 사회가 아님.

  11. 옥이 2010.03.19 16:17 address edit & del reply

    산채에 모인사람들이 어덯게 될지...남은 2편이 너무 궁금하지요..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12. 초유스 2010.03.19 18:01 address edit & del reply

    버퍼링으로 얼룩졌지만 추노를 보고 있지요. 늘 좋은 리뷰를 잘 읽고 있습니다.

  13. 대길이 2010.03.19 18:17 address edit & del reply

    아마도 작가 또는 PD는 추노의 마지막 장면을 '내일을 향해 쏴라'를 그리는거 같다는...
    궁궐로 들어간 태하와 대길. 그들을 둘러싼 지붕위의 궁수들. 원손과 함께 태하와 대길을 기다리는 혜원의 모습과 교차하며 마지막 좌의정을 향해 달려가는 비장한 얼굴의 태하와 한판 놀아보자는 대길의 미소에서 스톱!! 둘을 향해 쏟아지는 화살들... ㅋㅋ

  14. Phoebe Chung 2010.03.19 18:35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한참 쉬었더니 드라마마다 끝난다는 소리가 들리고...내용은 당최 수습이 안되고....ㅎㅎㅎ
    어여 끝나고 다음 프로그램 기다리는 수밖에 없겠네용.^^

  15. zfd12 2010.03.19 19:45 address edit & del reply

    용봉서신

  16. 글에 오류가 있군요 2010.03.19 20:35 address edit & del reply

    위 제글에 댓글단 초록누리,지나가다님께 말씀드림니다.
    봉건사회는 유럽의 중세시대 때, 영주와 농노를 기본계급으로한 사회체제를 말하는 것 입니다. 중세는 유럽의 역사5세기경~르네상스시대 전16세기까지를 말합니다. 그러므로 '유럽의 중세'를 전제로 한 '봉건사회'라는 말은 동양의 조선시대와는 접목시킬 수 없는 것 입니다.

    • 봉건제도 또는 봉건사회 2010.03.20 07:40 address edit & del

      feudalism의 번역으로 사용되는 봉건제도는 흔히 왕이나 황제 등이 하사한 봉토를 소유한 봉건 영주의 존재와 그에 예속된 농노의 노동력에 근거한 사회-경제적 체제만을 봉건제도라고 봅니다. 하지만 극단적인 신분 혹은 계급체제가 유지되는 자본주의 이전 단계의 사회-경제-정치적 매트릭스 자체를 '봉건적'이라고 이르기도 합니다. 그러니 조선조가 봉건적 사회라고 말하는 것에 큰 어폐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글쓴이는 그런 뜻으로 말한 듯 합니다.

  17. 글쓴이가 뭘 좀 아는척 적긴했는데 2010.03.19 21:41 address edit & del reply

    개뿔 하나도 맞는게없거나 이미 역사책 혹은 교과서에 실린내용을

    마치 자기생각인냥 늘어놓았군. ㅋㅋㅋ

    • 하하하 2010.03.20 02:11 address edit & del

      역사내용 운운한거 별로없이..대부분 드라마 얘기인데..뭔 아는척을 하셨다는건지ㅎㅎㅎ

  18. 10 2010.03.19 22:50 address edit & del reply

    대개 잘 알텐데요. 봉건하면 서양 중국 일본을 떠올리죠. 확인삼아 http://ko.wikipedia.org/wiki/봉건
    조선을 또는 고려까지 봉건하면 세번째를 말하죠. 지주와 농노 형태. 사실 이것도 서양(또는 중국)용어에 맞추다 보니까. 그리 쓰는건데요. 엄밀한 봉건은 아닌데 부분적으로 성격이 있다하여 사용해버리는. 마치 저쪽 틀에 끌려가듯 억지감있게 짜 맞추는 격이라할까요.
    엄정한 이들은 선듯 쓰기에 거부감이 들죠. 쓰는 이들이 많아서 글치 안쓸수 있음 안쓰는게 좋다 싶은게.

  19. 유쾌한 인문학 2010.03.19 23:05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마마 네이트온!!!!

  20. 무예인 2010.03.19 23:34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잃을게 없는 사람의 분노

  21. 핑구야 날자 2010.03.20 00:4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고문을 다하는 고통대신에 죽음을 선택해준 그 마음이 얼마나 쓰라릴가요

    • 하하하 2010.03.20 02:12 address edit & del

      고문당할까봐 죽인건 아닌것같은데요;;;그 머냐 나름 윗대가리가 잡히면 죽여야한다고해서..발설의 위험때문에 죽인거죠ㅎㅎ

2010. 3. 12. 07:43




애초부터 길바닥 사극 추노에 혁명이라는 거창한 구호는 없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드라마 제목 그대로 조선의 피폐한 역사 속에 도망노비가 속출하고, 그 노비를 쫓는 인간사냥꾼 추노꾼이라는 재미있는 소재가 드라마 줄기였고, 부수적인 양념으로 소현세자와 그 아들 원손 석견을 끼어넣어 혁명이라는 곁가지를 만들어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장 큰 줄기는 대길이와 언년이의 쫓고 쫓기는 안타까운 사랑이겠지요. 대길이와 언년이의 사랑, 그 사연 하나만으로도 추노라는 소재는 성공적인 사극멜로드라마지요. 그러나 혁명을 얘기하기에는 의미가 퇴색해 버렸습니다. 혁명보다는 사랑에 그 무게중심이 쏠렸기 때문입니다.
드라마에서 혁명과 사랑 중 어느 것에 비중을 두었다하여 드라마가 수작이다 혹은 졸작이라고 평한다는 것은 불필요한 논쟁거리에 불과합니다. 그만큼 드마라 추노는 사랑에 무게중심이 쏠려도 긴장감과 추노 특유의 코믹 부분까지 신경쓰고 있으니 재미가 반감되는 것은 아니에요. 다만 추노에서 그리고자 했던 혁명이라는 부분의 무게가 가벼워졌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에요.

드라마 추노에서 말하고자 하는 혁명은 실패입니다. 원손 석견을 왕위에 세우고자 하는 것을 혁명의 당위성으로 잡았다는 것이 가장 큰 실패의 원인이고, 혁명의 중심인물로 세운 송태하를 영웅적인 인물로 그리지 못했다는 점이 두번째 실패 요인입니다. 
우선 원손을 혁명의 당위성으로 잡았다는 것이 혁명이 실패한 첫째 이유라고 했는데요, 원손을 왕위에 세우려고 한다는 것은 정통성이라는 명분싸움에서는 합당한 혁명의 논리가 되겠지만, 드라마 추노에서는 그 외의 것은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어린아기가 세자가 되고 다음 보위에 내정된 것은 조선 왕조사에서 수없이 있었던 일이기에 새로울 것은 없는 일입니다. 원손 석견이 중요한 이유는 그가 인조의 적장자인 소현세자의 아들이라는 점이겠지요. 소현세자가 청의 볼모로 잡혀가서 8년만에 조선에 돌아와 두달만에 의문의 죽음을 당했기에, 그리고 독살이라 의심되는 부분때문에 석견을 왕위에 옹립한다는 것은 타도의 대상이 그 의문의 중심에 있는 패륜적인 왕 인조라고 볼 수 있겠지요.
그러나 조선비와 송태하의 혁명론에 대한 탁상공론으로 그친 혁명만이 있었을 뿐 그들이 그리는 세상에 대한 그림을 제시하지 못함으로써, 조선비와 송태하를 대변하는 사대부들의 한계만을 노출시킨 채 방법론적으로나 이론적으로나 그들의 혁명은 설득력을 잃고 말았습니다. 반정을 위한 거사는 황철웅이라는 희대의 슈퍼맨으로부터 봉쇄당했고, 임영호나 20회 말미에 예고로 보여준 곽한섬이 만난 이재준 대감 역시 임영호의 역할정도 밖에는 그려주지 못할 것임에 분명해 보입니다,
송태하가 스승이라 따르는 임영호는 이름만 드높았을 뿐 어떤 사고를 가진 인물인지 드라마에서 드러내 준 것이 없기에 그를 따르는 유생들과 송태하와 부하들은 임영호 팬클럽 회원쯤으로 보이니 말입니다. 드라마 추노의 혁명관의 실패는 임영호라는 인물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가 없었기에 오는 혼란일 것입니다. 앞으로 등장하게 될 이재준 대감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고요.
그럼 임영호가 준비했다는 시대적인 소임을 누구를 통해서 보여줬어야 했느냐? 바로 송태하였어요. 그런데 송태하는 드라마 20회가 진행되는 동안 구체적으로 세상에 대한 밑그림조차 그리지 못한 인물에 불과했습니다. 원손을 지키고 소현세자의 유지를 받드는 충절심있는 한때의 장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어요. 이제는 신분에 대한 각성까지 해야 하니 숙제가 많은 인물이지요.
가장 영웅적으로 그려졌어야 할 송태하가 가장 답답한 캐릭터로 나오고 있으니, 도망노비나 쫓는 추노꾼 이대길에게 관심이 쏠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지요. 언년이에게 약속한 앙반 상놈 없는 평등세상을 만들겠다는 대사 하나로도 이대길은 가장 혁명적인 인물이 돼버렸고, 정작 새로운 세상을 세우겠다, 역사가 바뀌게 될 것이라고 그럴싸한 말만 늘어놓았던 송태하는 원손과 언년이를 데리고 조선팔도를 도망치는 신세만 되고 말았어요. 
언제부터인가 저는 송태하에 대한 기대는 많이 버렸습니다. 그 이유는 송태하가 꿈꾸는 세상을 이루기에는 그의 힘이 너무 미약했고, 그가 세우고자 하는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 드라마에서 계속 미적거리며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어쩌면 끝까지 송태하가 그리는 세상에 대한 그림은 완성되지 못할지도 모르겠어요. 그 이유는 절망적인 상황으로 몰린 송태하의 상황때문이겠지요. 부하장수들을 다 잃었고, 조선비는 변절해서 동지들 이름을 팔아버렸고, 송태하 혼자서 칼을 들고 궁궐로 쳐들어 갈 수도 없는 처지이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지금 잠시 몸을 의탁한 월악산 산채의 녹림거사들에게 함께 싸우자고 할 수도 없는 일일테고요. 저라도 안싸우지요. 이유없이 죽을 자리를 찾아 가겠냐고요. 차라리 숨어서 가늘고 길게 사는 게 백번 나아보이니까요.
송태하는 드라마에서 가늘고 길게 살 수 없는 인물이라는 게 문제라면 문제겠지요. 혁명을 꿈꿀 때 부터 그는 굵고 짧게 사는 운명을 택했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대길이나 천지호, 짝귀같은 인물은 늘 칼부림이 난무한 저잣거리에서 살고 있음에도 아이러니하게도 가늘고 길게 살자가 인생 모토인 것도 같습니다.
20회에서 호기심 많은 언년이는 송태하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했지요. 대길이랑은 왜 같이 다니게 된 거냐? 여기에 얼마나 머무실 요량이냐? 청에서 무엇을 배우셨는냐? 승하하신 저하는 어떤 생각을 하셨느냐? 등등... 언년이도 알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대차게 물어봤지만 송태하는 이번회에도 답을 내주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멋드러지게 칼을 꺼내 뭔가 결심한 듯 폼만 잡다 말았어요. 이러니 시청자가 한 번 예상해보라는 질문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제작진이 송태하의 갈 길을 송태하의 입을 통해서 보여주는 것에 근 10여회를 뜸을 들이고 있으니 답답한 마음에 제가 송태하라면, 아니 작가라면 어떤 방향으로 송태하의 앞길을 그릴까 생각해 보게 되네요. 저는 송태하의 생각이 그 테두리가 작아질 것이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처음 원손을 왕위에 세우고 나라의 기강을 바로 잡겠다는 큰 테두리의 혁명이 아니라, 그가 지켜주고 싶은 사람들을 지키는 것도 송태하 나름의 각성이고 혁명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그 중심에는 원손과 부인 언년이가 있겠지만요.
송태하가 중요한 단서를 흘렸는데요, 대길이에게 혼자 떠날 것이라며 부인과 원손을 부탁한다는 말을 했지요. 대길이 왜 자신을 죽이지 않았느냐는 말에 "난 한번도 우리 백성을 죽인 일이 없다" 라며 조선 최고의 무사, 애민정신이 투철한 장군의 모습을 비추기도 했습니다. 평생 도망칠 수도 숨어살 수도 없으니 끝을 봐야겠다며 월악산 산채를 나가겠다는 말을 대길이에게도 언년이에게도 했어요. 송태하가 가는 곳은 아마 현 세자인 봉림대군을 만나 타협점을 찾거나 수원에서 거사를 위해 만나기로 한 다른 동지를 만나기 위함일 것입니다.

그런데 송태하의 말이 크게 달라진 곳이 두군데가 있었어요. 하나는 대길이 앞에서 내 부인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감옥에서나 그 이전에는 항상 "내 부인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 라는 식으로 말을 했는데 그냥 부인이라는 호칭을 썼다는 점이에요. 대길이와 언년이와의 관계를 알게 된 연유이기도 하겠고, 대길이에 대한 감정적 배려일 수도 있겠지만, 거리감도 느껴지더군요. 자신이 지금 하려는 일이 실패로 돌아갈 수도 있을 때를 대비한 말같기도 하고 말이지요. 내 부인이라는 말로 언년이는 자신의 여인이라고 굳이 강조하지 않음으로써 대길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 한다는 것같기도 하고요. 물론 억지 생각일 수도 있습니다만.  
두번째는 원손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는 것입니다. 송태하가 주장해 왔던 것은 처음에는 원손의 왕위 옹립이었어요. 그리고 다시 원손의 복귀, 그리고 원손의 사면이라는 식으로 송태하의 입장이 계속 바뀌고 있었지요. 동굴에서 언년이에게는 원손을 왕위에 올릴 것이라고 했고, 조선비와의 대립에서는 왕위가 아닌 복권을, 그리고 대길과 함께 교수대에서 처형될 위기에 처한 이후에 용골대와 만나서는 봉림대군에게 원손의 사면을 주청하겠다는 의중을 폈습니다. 그런데 이번회에서 송태하는 언년에게 "마마님이 숨어사는 왕족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씩씩하고 굳건하게 자라주었으면 좋겠다"는 말로 다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이는 송태하의 생각이 정리되었다는 중요한 단서입니다. 송태하는 더이상 원손을 내세운 혁명이라는 기치를 걸지 않겠다는 것을 표방한 것이니까요. 이는 송태하가 언년이 노비였음을 알고 난 이후 자신이 변해야 세상이 변한다는 각성의 결과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송태하는 왕을 새로 세우겠다는 혁명가에서 백성을 지키는 혁명가로 거듭나고, 그 현장에서 죽고자 할 거라는 예감이 들었어요.
송태하가 언년이에게 기다려달라고 하면서 했던 말이 있었어요. 백성의 고충을 깨닫고자 했으나, 반상의 경계가 없고 노비가 없는 세상은 그려보지 않았으며, 노비가 되어서도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말이지요.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걸리든 옳은 생각을 세울 때까지 기다려 주겠느냐고 말이지요. 
송태하는 그것에 대한 답을 찾은 듯 보입니다. 원손을 왕위에 세운다느니 썩은 정치를 갈아엎겠다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자신이 노비로 떨어져 살아본 그 민초들을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월악산에 모여든 막바지 인생들, 그 민초들 역시 자신이 보듬고 가야 할 백성이고, 자신이 꿈꾸는 세상의 범주에 넣어야 할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지요.
송태하가 마지막에 칼을 빼든 장면이 있었는데요, 저는 그 칼을 사람 그림자 없는 월악산 속 요새까지 숨어들어야 했던 바닥인생들을 지켜주기 위해 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봉림대군을 만나기 위해서든지 곽한섬이나 다른 누구를 만나러 산채를 나가든, 황철웅으로 부터 월악산이 공격을 받게 되면, 송태하는 아마 미친 듯이 칼춤을 출 것입니다. 원손도, 언년이도 아닌 자신이 한번도 백성이라 생각하지 않았던 월악산 사람들을 위해서 말이지요. 송태하의 혁명관이 완성되는 것이 바로 월악산 산채 주민들을 지켜야 한다는 것에서 이뤄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송태하를 중심으로 한 혁명은 사실상 실패로 끝났고, 드마마의 무게 중심도 언년이와 대길이, 그리고 송태하, 설화의 사랑으로 초이 맞춰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애초에 추노에 혁명이 곁가지로 끼어들어간 셈이니 뭐라고 할 수 는 없겠지만, 왠지 그 사랑이 더 무겁게만 느껴지네요. 남의 여자가 된 언년이를 여전히 놓지 못하는 대길이, 10년을 자신을 찾기 위해 개차반 추노꾼이 되어 팔도를 뒤지고 다녔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언년이 고민도 커지겠지요. 두 사람의 모든 사연을 알게 된 송태하, 그리고 대길에게 용감무쌍하게 들이대는 설화까지 사랑은 점점 무거워지고, 그 사랑의 무게에 짓눌린 탓인지 혁명의 이야기는 가벼워져 버렸습니다. 그렇다고 드라마가 재미없어진 것도 아니고, 월악산 산채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가 울고 웃게 하니, 그렇게 숨어서라도 오손도손 평화롭게 살았으면 싶어요. 힘들겠지만요. 허풍쟁이 월악산 짝귀와 급코믹해진 최장군때문에라도, 추노는 끝까지 놓치고 싶지않은 매력적인 드라마입니다.
세상을 뒤집는 것도 혁명이지만 자기로부터의 혁명도 혁명이랄 수 있겠지요. 대길이의 혁명의 시작과 끝은 언년이에 대한 사랑에 있지만, 송태하의 혁명의 시작과 끝은 백성에 있을 것 같습니다. 노비라는 밑바닥 삶을 경험한 그가 가장 밑바닥 민초들을 위해 칼을 든다는 각성이야말로 송태하다운 혁명의 완성이 아닐까요? 혁명에 대한 그림이 큰지 작은지, 성공이냐 좌절이냐 하는 것들은 중요치 않다고 생각해요. 누구를 위해 칼을 들었느냐가 중요한 것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작은 혁명에 대한 모습이라도 드라마 추노에서 보여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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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2 Comment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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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둔필승총 2010.03.12 09:28 address edit & del reply

    사랑과 혁명....
    별개인 거 같으면서도 다 한 울타리에 녹아있는 거겠죠.
    행복한 금요일되세요. 누리님~~

  3. 너돌양 2010.03.12 09:37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혁명이야기는 지금 이 시점에서는 하기 어렵죠^^;;;;

  4. pennpenn 2010.03.12 09:49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글을 전개하는 솜씨에 감탄을 하며
    정독하고 갑니다. 주말 잘 보내게요~

  5. *저녁노을* 2010.03.12 10:05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혁명...세상을 바꾼다는 것도, 자기를 바꾼다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요.
    잘 보고 갑니다.

  6. DJ야루 2010.03.12 10:15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그렇네요. 긴장감과 혁명 관련된 내용이 사랑이라는 주제 앞에서 많이 줄어든 느낌이 드네요.
    그래도 추노는 여러가지 요소들이 너무 많아서, 눈을 땔수가 없어요ㅋㅋㅋ

  7. PinkWink 2010.03.12 10:59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저는 요즘.. 추노가 너무 무거워보여요...
    코믹한 요소는 많지만...
    그들의 대화가 대길과 태하말고도..
    인물들 한명한명의 삶이 너무 무거워...
    드라마를 보면서도 저 사람 한명을 주인공으로 또 다른 드라마를 만들어도 되겠다... 싶어요...

  8. 금성에서 온 여자 2010.03.12 11:00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추노 이제 4회만 남겨 놓고 있네요.
    앞으로의 얘기가 어떻게 전개될 지 대충 감이 잡힙니다.
    잘 읽고 가요.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

  9. 라이너스™ 2010.03.12 12:05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잘보고갑니다.
    점심 맛있게드세요^^

  10. 옥이 2010.03.12 12:47 address edit & del reply

    송태하가 이제 노비에 대해 혁명을 생각하고 있으니 다행이지요...
    그래두...추노는 군데군데 사람냄새가 나서 좋은것 같아요..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11. 할말은 한다 2010.03.12 12:48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좋은 글 잘읽고 갑니다.
    한주 마무리 잘하시고 주말잘 보내세요^^

  12. 2010.03.12 12:53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13. 셀러오 2010.03.12 13:21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헉! 추노가 이제 4회만 남겨두고 있다구요? 자꾸 공형진 커플 씬에 흐르는 청승맞은 배경음악도 불안하고, 송태하의 슬픈 눈빛도 불안하고, 대길이 막장으로 몸을 불싸를 것 같아 불안하고.. 추노는 왠지 너무나 슬프게 끝날 것 같아요.

  14. KEN.C 2010.03.12 13:49 address edit & del reply

    추노 어제 끝부분만 살짝 봤는데, 무지 재밌더군요.
    역시 디테일한 리뷰와 함께 보니 재미가 배가 되네요. ㅎㅎㅎ
    감사합니다. ^^

  15. Uplus 공식 블로그 2010.03.12 14:40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맞아요~ 좋은 리뷰를 읽고싶은 이유는 드라마가 더 재미있게 보이기 때문인 거 같네요^^

  16. LiveREX 2010.03.12 15:2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잘보고 갑니다~
    즐거운 금요일 보내시고 주말 맞이하세요 ^^

  17. 추노팬 2010.03.12 15:35 address edit & del reply

    대길이와 언년이의 사랑이 이 드라마의 주제와 연결되는 거 아닌가 싶네요.
    그 둘의 사랑이야말로 거창한 이상보다
    더 이루기 힘든 것이니까요.
    유교적 질서를 다 무너뜨려야 이루어질 수 있는 사랑이잖아요?
    그 둘은 지금도 사랑하는 감정이 남아있기에 더 그렇구요.
    언년이는 송태하의 아내로 양반집 부녀자 행세를 하지만
    사실 속내가 그렇지만은 않을 거 같거든요.
    그 둘이 유교적 속박을 뛰어넘는 사랑을 현실에서 실현하는 것이야말로
    세상을 바꾸는 씨앗을 뿌리는 것과 같겠지요.
    이 드라마가 대길과 언년의 사랑이야기에서 시작되고
    또 대길이는 언년이때문에 추노가 되었고
    그녀에 대한 사랑이야말로 대길이가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하니까요.
    물론 송태하가 죽어야 가능한 이야기이겠지만은요.

    • 노비낙인 2010.03.15 12:16 address edit & del

      정작 얼굴에 노비낙인이 새겨진 노비 업복과 초복..은 죽게될것같은데...업복이얼굴에 노비낙인이새겨지게하고 잡혀온 도망노비들의 피눈물을 머금은 이천의 집과 전답..언년에대한사랑으로 노비들을 고통스런삶으로 다시 몰아넣은 대길과 혜원이 행복해진다면..세상을바꾸는 씨앗이 아닌 세상에 대한 씁쓸함을 느끼게되는게아닌가요?수단방법가리지말고 타인의 피눈물을흘리게하더라도 개인의행복,목표만 이루면된다는걸보여주기위함이 추노가 보여주고자하는게아닐텐데여..(여자캐릭터도 마찬가지입니다..자신이 기억하는사람은 사랑하는여인을위해 세상을바꾸겠단 용기를가졌던사람인데 정작 그의 삶과해온일은 정반대되는 삶과 일을 해왔거든여?추노꾼이란것을알게됐을때..추노꾼자체에 혜원이가 문제의식이 전혀없다면..나혼자만 잘먹고잘살면 그만이란건지..남에게 어떤일을해왔든..(자신땜에 추노꾼이된것을 가슴아프게생각하는것과는별개로)대길이는 혜원을 사랑하기때문에 계집종 언년이.보단 송태하의아내 김혜원으로 살아가길바라지 되돌릴려고하지않을것같기도..

  18. 핑구야 날자 2010.03.12 17:49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잘보고 갑니다.. 장혁의 연기력에 많이 반하고 있어요

  19. 불탄 2010.03.12 22:56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어쩜 이렇게 드라마의 줄거리나 스샷에 몰두하게 만드는지요?
    아마도 제목에서부터 많은 신경을 쓰셨으리라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너무나 멋진 포스트, 잘 읽어보았습니다.

  20. 빨간來福 2010.03.13 05:08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다모의 경우와는 무게중심이 다른가 보네요. 다모는 혁명쪽에 더욱 힘을 실었던 생각이 납니다.

  21. 2010.03.13 12:05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