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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4 10:38




이병헌의 대박드라마 아이리스의 뒤를 이은 아테나: 전쟁의 여신(이하 아테나)이 첫방송을 했는데요,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영화같은 촬영기법이었습니다. 닥터챔프에서 본 것과 같은 고품격 영상이 마음에 들더군요. 배우들의 동선과 심도, 독특한 질감이 전체적으로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는데, 카메라에 돈을 많이 들였다는 것이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에게는 양질의 서비스를 받은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드라마의 내용적인 면에서는 우선 전체적인 윤곽을 잡아준 첫회였는데, 드라마의 중심축이 될 NTS(국가테러정보원) 와 DIS(미 국가정보국)의 조직에 대한 설명을 위한 첫회였습니다. 또한 미 국가정보국 동아시아 지부장으로 오게 되는 손혁(차승원)과 윤혜린(수애)의 정체에 관한 것에 대부분 할애를 했습니다. 손혁과 윤혜린을 움직이는 또다른 거대 비밀조직에 대한 의문과 함께 말이지요. 
솔직히 아이리스의 이병헌에 비해 정우성의 매력은 크게 어필하지 않은 첫회였습니다. 대신 차승원과 수애, 그리고 표정만으로도 묵직한 존재감을 주는 유동근의 열연이 빛났던 것 같네요. 아이리스의 속편으로 공식적인 기구들을 NTS(국가테러정보원)로 재편했지만, 드라마의 얼개나 소재, 그리고 주인공의 정체와 과거 사연들은 아이리스의 그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특히 이정우(정우성)가 83년 아웅산 폭탄테러 사건에서 희생당한 요원의 아들이라는 설정은 아이리스에서 핵물리학자의 아들로 김현준(이병헌)을 설정했던 것과 비슷합니다. 또한 이중스파이 수애(윤혜인)의 정체도 아이리스 김태희와 비슷한 모양새입니다. 김태희에 비교하면 탁월한 캐스팅으로 보여지더군요. 복합적인 감정선과 액션신은 수애가 월등하게 나아서 말이지요. 아테나는 미 국가정보국 동아시아 지부장 손혁(차승원)과 권박사의 존재가 궁금증을 증폭시킬 의문의 사나이로 물음표(?)를 찍고 시작했습니다. 손혁이 일본에서 권박사(유동근)을 살려둔 이유에 대한 복선때문입니다.
첫회 드라마를 보시지 않은 분들을 위해 스토리를 대략적으로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북한 원자력 연구소 소장 김명국 박사의 망명을 사전에 막은 러시아 정보국으로부터 김박사를 구출하라는 청와대의 지시로 시작된 아테나, 그 중심에는 전요원 권박사(유동근)가 있습니다. 김명국 소장을 구출하려는 계획을 저지하려는 또다른 비밀조직 요원으로 차승원과 수애가 등장했고, 김명국 소장은 여러 의혹을 남겼지만, 3년후 한국에 있다는 정보로 구출작전은 성공합니다. 손혁(차승원)에게 붙잡힌 권박사는, 손혁이 권총으로 사살하는 듯한 장면만을 보여주면서 김명국 구출작전은 일단락된 듯 보입니다.
그리고 3년후로 시간이 훌쩍 뛰어갔지요. 3년 전 홍승용 박사의 일로 이중스파이로 밝혀진 청와대 비서실의 인사들이 물갈이되고, 새롭게 대통령을 보좌하는 인물로 김영애가 등장하더군요. 첩보드라마의 성격상 모든 인물들에게는 적군인가 아군인가? 에 대한 의문부터 가지고 시작해야 하기에, 이 드라마에서 흔히 말하는 아군은 대통령과 주인공 이정우(정우성) 밖에는 없습니다.
신형 원자로 개발이 완성단계에 들어서고, 이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창설된 조직이 NTS입니다. 국정원 내 조직의 하나로 국정원과는 긴밀한 협조와 보완유지를 해야 하는 조직이라고 할 수 있죠. 이 NTS의 조직 수장으로 3년전 생사가 불분명하게 처리되었던 권박사가 맡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차승원과의 비밀고리, 혹은 의문점을 만들었지요. 권박사 유동근과 차승원의 관계, 왜 차승원이 당시 권박사를 살려준 것일까? 혹은 차승원의 비밀조직에 또다른 이중스파이가 있지는 않은가? 혹은 또 다른 비밀조직 요원이 침투해서 권박사를 살해하는 것을 막았을 지도 모른다는 가정들을 가지게 합니다.

권박사(유동근)의 NTS의 수장직 수락은 그를 고문했던 손혁(차승원)이 미 국가정보국(DIS)의 동아시아 지부장으로 한국에 들어온다는 정보때문이었지요. 미 국가정보국의 한국침투는 당연히 신형원자로 기술의 완성을 저지하거나 기술을 빼내기 위함일 듯하고요. 자연스럽게 권박사(유동근)와 손혁(차승언)의 대립구도는 완성되었고, 여기에 새로운 변수가 등장할 예정입니다.
김명국 소장이 한국에 있다는 것을 파악한 북한의 움직임입니다. 이 정보를 넘기려는 정보원으로부터 파일이 담긴 휴대폰을 가로챈 이중스파이 수애(윤혜인)가 차승원에게 휴대폰을 넘기면서, 수애는 국가정보원(NIS)내 DIS(미 국가정보원)의 스파이라는 것이 드러났지요.
여기에 첩보물에서 빠지면 서러운 삼각관계가 감초처럼 들어가 있습니다. 수애와 정우성, 그리고 차승원의 삼각관계입니다. 놀이공원에서 한 눈에 반한 여인이 국정원 홍보관 직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정우가 끈덕지게 집적거리는 모습을 보여 주었는데요, 첫 만남에서부터 혜인에게 들이대는 작업남의 매력은 이병헌과 비교가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더군요. 어설픈 띨빵이 같아서.ㅎㅎ;; 권박사가 NTS 수장으로 오면서 이정우에게 해외업무를 지시하고, 이탈리아로 날아간 정우 앞에 작전파트너로 혜인이 나타나면서, 두 사람의 애정라인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이더군요. 

첩보드라마답게 시작부터 곳곳에 비밀이라는 지뢰들을 심어놓은 아테나, 첫회 방대한 스케일로 눈길을 사로잡은 것보다는 등장인물들에게 포커스를 맞춘 것은 좋은 시도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해외로케의 단점이 실속없는 장면들의 나열이 많아 길바닥에 돈뿌리는 냄새가 나서 사실 보기 좋지는 않았는데, 화려한 캐스팅을 제대로 써먹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첫회 특이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한 정우성을 빼고는 말이지요. 오랜만의 드라마 출연이라 긴장하는 빛이 역력하기도 했지만, 정우성은 아직 옷을 벗기 전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충분히 기대된다고 보여집니다. 정우성의 액션신도 만만치 않을 것이고, 첫회의 다소 엉성한 옷을 벗어제끼면 매력발산은 순식간일 거라 믿고 싶네요.  
첫회 매력적인 인물로 권박사 유동근의 명품연기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3년후 생존사실이 밝혀지면서 한 어촌의 어부가 되어 어린 여자애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요원의 본능적인 날카로움마저 없앤 인자하고 자상한 모습이었고, 그가 원하는 삶이 이런 삶이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들정도로 편안해 보였지요.
일본에서 손혁이 겨누는 총구를 바라보는 편안하면서도, 여운이 남게 했던 웃음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에게서는 왠지 자신에게 주어진 삶이 덤이라는 생각이 들게 했거든요. 누군가의 목숨으로 얻은 삶이라는 생각이 대통령과의 만남, 손혁의 자동차를 향해 돌진하는 비장한 표정 속에 언뜻언뜻 비쳤는데, 그에게는 언제든지 죽음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심경이 손혁의 총부리를 보는 표정과 일치되고 있었어요.
그리고 3년후 NTS의 수장으로 오면서 이정우에 대한 신상 업데이트를 하라는 장면에서 뭔가 느낌이 오더군요. 이정우(정우성)이 아웅산 폭탄테러로 목숨을 잃었다는 이철호 요원의 아들이라는 설명이 나오자, 제 안테나에서 뭔가가 감지되기 시작했습니다. 이철호요원과 권박사가 당시 서로의 목숨을 바꾼 빚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에 이른 것이죠. 요원직을 버리고 은둔했던 것도 83년의 사고이후였던 것 같고 말이지요. 유동근의 깊은 눈빛은 독특한 매력의 카리스마가 있지요. 바로 드라마에 무게감을 실어준다는 겁니다. 마치 사람의 마음을 투시하고 있는 듯한 고매한 철학가 노교수를 보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드라마 아테나에서 큰 축을 담당하게 될 그의 존재 자체가 갖는 의미가 남다르게 와닿았습니다.

첫회였기에 주인공 정우성이 아직은 큰 활역을 보여주지 않아 이병헌에 대한 빈자리마저 느껴졌지만, 유동근과 함께 첫회를 빛낸 인물은 수애와 차승원이었습니다. 수애의 차가우면서도 슬픈 눈빛과 대역없는 액션신이 특히 빛났지요. 수애의 하이 니킥 액션신과 사격신도, 포커스를 수애의 얼굴에 맞추기 보다는 전제적인 동선에 맞춰서 훨씬 생동감이 넘쳤고요. 그녀의 어두운 과거 혹은 슬픔, 혹은 자신의 정체성과 매일매일 싸움을 하고 있는듯 감정을 걸러내 버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종격투기 추성훈의 실감나는 액션 격투신을 멋지게 보여준 차승원의 카리스마는 아테나의 주인공이라 할 만큼 강렬했습니다. 화장실 좁은 공간에서도 리얼한 액션이 긴장감 넘치는 볼거리를 주었지요. 추성훈의 연기도 어색하지 않았고, 특히 차갑고 냉소적인 표정의 독보적 존재라 할 수 있는 차승원의 표정은, 화면을 장악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보여 주더군요. 게다가 차승원 특유의 건들거리는 말투는 가볍지도 않으면서 포스를 품어냈고요.

차승원의 마초같은 모습이 불을 뿜었던 장면은 유동근을 고문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유동근의 명품연기야 말로 하기가 부족하지만, 함께 열연했던 차승원의 비웃음과 묘한 쓴웃음이 교차하는 표정은 최고였습니다. 한계치사량을 넘은 약물주사에도 견디는 권박사, 아마도 차승원이 수집한 정보에 의하면 권박사가 어떤 인물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겠지요. 그가 과거 한국의 비밀 조직원이었다는 것까지도 알았을 겁니다.
권박사를 죽이는 것은 자존심이 상할 정도로 비열한 짓이었지요. 마지막 총구를 겨누지 못했던 이유도,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은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을 하게도 되더군요. 첩보세계의 싸움은 머리와 정보싸움이라고 할 수 있지요.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될거야" 라는 말이 그래서 의미있게 들리기도 했고요. 제대로 붙어보고 싶은 치기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살려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한편으로는 들기도 했네요.
대개 고수들의 싸움은 실력으로 성패를 가리지 않습니다. 흔히 기싸움이라고 불리는 심리싸움으로 이미 승패를 서로 알아 버리지요. 제가 차승원의 눈빛에서 보았던 것은 패배를 인정하는 눈빛이었어요. 유동근이 "이제 다른 팔에 주사를 놓아주겠나. 약발이 안통하는 것 같아서 말이지"라고 했을때, 이미 차승원(손혁)은 죽음이 그를 위협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고, 약물고문으로 그를 제압할 수 없을 만큼 강인한 정신력의 소유자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 심적 패배감을 감정을 죽이고 무표정으로 일관하고 있었지만, 권박사를 총으로 겨누면서 잠시 머뭇하는 눈빛에는, 패배감과 상처입은 자존심이 묻어나오는 것이 엿보였습니다. 그런 심리까지 놓치지 않고 표현하는 차승원이었고, 승자의 해탈웃음을 보여주었던 유동근의 연기도 너무 멋진 장면이었습니다.

첫회의 느낌은 영화같은 카메라기법이나 명품 주연, 조연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여서 좋았습니다. 물론 탄탄한 스토리까지 얹혀지면 말이 필요없는 명품 블록버스터 드라마가 되겠지요. 끝까지 돈 제대로 쓰는, 완성도 높은 드라마로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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