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자'에 해당되는 글 17건

  1. 2012.05.30 '추적자' 얼음송곳과 싸우는 손현주, 연기가 더 무섭다 (3)
  2. 2012.05.29 '추적자' 미완의 드라마 '대물'이 못다한 말, 완결판되길 바라는 이유 (3)
2012.05.30 12:09




"나 전당포 한다. 금이빨은 받아. 금이빨 빼고 모조리 씹어먹어 줄게", 영화 아저씨에 나왔던 원빈의 대사입니다. 블랙박스에 찍힌 수정의 사고 필름을 본 백홍석이 PK준을 만나 주먹을 날렸을 때의 감정이 어떠했을까를 생각하다 보니, 원빈의 이 대사가 떠오르더군요. 아마 이 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는 아버지니까요.

카메라 동선은 장례식장을 나선 백홍석의 핏발 선 눈을 쫓습니다. 그의 핏발 선 눈은 감정이 느껴지지 않아 슬픔인지 분노인지 조차 알 수가 없었고, 딸아이를 잃었다는 슬픔조차 느끼지 못할 만큼 무표정으로 굳어 있었습니다. 금방이라도 떨어뜨릴 것같은 눈물만이 그렁그렁한 상태로 말이지요.

형사가 된 지 20년이 넘었습니다. '모든 사건현장에는 단서가 남아있다', 수정이 사고를 당한 날의 CCTV가 그것을 증명해 줄 것입니다. 그러나 백홍석이 마주한 것은 미심쩍은 은폐의혹 뿐이었습니다. 사고현장은 갑자기 포장되어 혈흔과 타이어 자국도 지워버렸고, 경찰청이 해킹당해 CCTV 파일은 다 날아갔고, 백업파일조차 남아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단 하나 있는 것은 수정의 옷에 남긴 타이어 자국이었지만, 경찰에 그 타이어 샘플만 없다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들어야 했지요.
범인이 남긴 타이어 자국으로 수사를 시작하는 백홍석, 국내에 300대 정도 들어 온 최고급 스포츠카라는 단서를 잡았습니다. 불법도박장을 운영하는 조폭사무실을 급습, 조폭들의 협조(?)를 구해 결국 자동차를 찾아냈고, 결정적인 증거물 블랙박스를 손에 넣은 백홍석이었죠. 
그러나 아직까지 신은 백홍석의 편이 아니었습니다. 강동윤의 편이었죠. 검찰청에서 백홍석의 사연을 듣게 된 서지원(고준희)는 스포츠카를 구입한 사람들의 명단을 알게 해줬고, 그 일을 아버지 서회장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들은 것이죠. 서지원이 흘린 정보로 백홍석의 뒤통수를 쳐버린 강동윤이었지요. 불법도박장을 급습한 경찰에 의해 백홍석과 황반장, 조형사는 현장에서 뇌물을 받기 위해 온 비리경찰로 검거가 되었고, 블랙박스는 강동윤의 손으로 넘어가 버린 것이죠.
첫회 총을 겨누고 있는 백홍석에게 위험을 알리기 위해 의자를 발로 차 넘어뜨렸던 고준희가 서회장(박근형)의 막내딸이자 강동윤의 처제라니... 로열패밀리 공순호의 딸 조현진(차예련)이 오버랩되기도 하더군요. 백홍석의 딸 수정의 죽음에 자기 집안이 관계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향후 변화가 궁금한 인물입니다.
황반장(강신일)은 백홍석과 조형사를 빼내기 위해 조폭에게 뇌물을 받은 자신을 연행하기 위해 온 것이라고 거짓진술을 하고, 백홍석과 조형사를 일단 풀려나오게 합니다. 수정이를 죽인 범인을 잡으라면서 말이죠. 수정을 살인한 범인이 인기스타 PK준이라는 것을 알아냈지만, 콘서트를 끝내고 그의 행적은 오리무중입니다. 휴대폰을 꺼 놓은 상태라 위치추적도 불가능했고 말이죠.
백홍석이 PK준을 쫓고 있음을 알게 된 강동윤은 PK준에게 외국으로 떠나있을 것을 종용합니다. 방배동 건물을 가지고 딜을 하는 강동윤의 모습을 휴대폰으로 촬영한 PK준, 역으로 강동윤을 몰카로 협박하지요. 나쁜 놈들은 머리를 쓰는 것도 비슷비슷 비열하더군요. 정말 지랄들이구나 싶더군요. 휴대폰 촬영이 시작되자 PK준의 위치가 떴고, 덕분에 백홍석은 PK준을 체포하게 되지요. 조용히 잡혀가면 뒷일은 알아서 해결하겠다며, 강동윤의 PK준의 배후인물이 되었고, 법정에서의 진실을 가릴 일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결과는 첫회에 나왔던 것처럼 PK준은 무죄판결을 받았고, 대신 백홍석으로부터 총알을 받게 됩니다. 생사여부는 아직 모르지만, 죽었든지 살았든지 관심은 안가는 인물입니다. 죽었다면 감사, 살았으면 죄값을 더 혹독하게 치뤘으면 싶군요. 나쁜 놈.... 이 드라마를 욕하지 않으면서 볼 자신이 없군요;;.
첫회 무서운 연기내공을 폭발하며 이목을 시청자의 이목을 집중시킨 손현주, 2회에서 그는 한 번의 감정폭발없이도 눈물을 쏟게 만들었습니다. 손현주의 연기를 보면서 눈물로 범벅이 되어있다가, 연기의 치밀함에 속으로 탄성을 내지른 장면이 있었어요. 발인시각에 PK준(이용우)를 끌고 와 수정의 영정사진과 마주하게 한 장면에서 였습니다.
"무릎꿇어 새끼야"와 같은 거친 말이 나올 것이라 생각했는데, 손현주는 PK준의 오금을 한방 걷어차는 것으로 무릎을 꿇리더군요. 말보다 발과 주먹이 앞서는 마음, 아버지의 분노를 그처럼 잘 표현했을까 싶어서 말입니다. 그의 직업이 형사라는 것도 이 한 장면으로도 설명이 되었고 말이죠.
17세의 꽃다운 아이, 영문도 모른채 죽어야 했습니다. 삶이 재미없는 재벌가의 딸 서지수의 운전사고로 자동차에 치인 수정은, 추잡한 스캔들을 덮고 싶은 한 인기스타의 '인기'를 위해 무참히 짓밟혀야 했고, 돈에 의해 또 한 번 주사로 죽어야 했고, 최종적으로 강동윤의 권력욕에 의해 죽음을 맞이합니다. PK준과 강동윤은 무서울 정도로 닮은 인간들이었습니다. 단어만 다르지, 인기와 권력때문에 무고한 소녀를 아무런 양심의 가책없이 죽여버리는 섬뜩하고 잔인한 성정이 말입니다. "호빠짓하던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라는 PK준의 말에서 강동윤도 그가 자기와 같은 종자의 사람이라는 것을 압니다.  
발인이 끝나고 한 줌 재로 뿌려진 후에도, 이 가여운 영혼은 또 죽임을 당합니다. 원조교제를 했다는 친구의 거짓진술은 수정이의 영혼마저 두 번 세 번 갈기갈기 찢어버립니다.
너무 잔인하고 끔찍합니다. 17세 여고생의 단순교통사고가, 고의적 살인, 돈에 의한 살인, 권력에 의한 살인에 이어, 인격과 명예까지 어떻게 이렇게도 잔인하고 무참히 죽임을 당할 수 있을까요? 치밀어 오르는 분노보다 토악질이 나옵니다.
수정이의 아버지 백홍석은 어떠할까요? 블랙박스에 찍힌 딸 수정이의 사고를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면서, 딸아이의 몸을 두번세번 짓밟는 덜커덕 소리에 눈물조차 흘리지 못합니다. 분노의 불길이 너무 세서, 눈물을 말려버렸기 때문입니다. 빗속의 발인, 수정이는 여전히 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비를 맞으면서도 아빠를 보며 웃습니다. 수정의 영정사진 앞에 PK준을 잡아 무릎을 꿇리면서, 백홍석이 웁니다. "수정아. 아빠가 왔다. 이번엔 약속지켰다. 미안하다 수정아, 미안하다".
손현주는 정극에서도 특유의 코믹함을 잃지 않는 배우입니다. 드라마를 맛깔스럽게, 무거운 분위기도 그의 개그감 넘치는 몸연기로 업시키는 묘한 매력이 있는 배우지요. 손현주가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나왔던 드라마중 지금까지도 그 좋은 연기가 기억에 크게 남는 작품은, 故최진실과 함께 했던 장미빛 인생이라는 드라마입니다. 암에 걸린 최진실을 살리기 위해, 없는 살림에 거금을 주고 사기꾼에게서 기적의 물을 사들고 왔던 바보같은 행동에 눈물을 쏟게 했지요. 입냄새가 난다며 잇몸에 피가 나도록 양치를 하는 최진실에게 입냄새 나지 않는다고 뽀뽀를 해주는 장면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그 투박한 얼굴로 멜로보다 더 저릿한 감정을 전달해 주었던 손현주였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 그 절박한 순수함은 바람피운 남편이었지만 용서하게 만들기도 했지요.
손현주를 떠올리면 하늘색 추리닝을 입고, 늦잠 실컷 자고 일어난 풀어진 모습으로 런닝 속에 손을 넣고 배를 북북 긁어대도 밉지 않은 남자가 연상됩니다. 친숙함이죠. 눈 한 번 가벼이 흘기고 넘어가는 남편같고, 넉살좋은 이웃집 아저씨같죠. 그런 편한 남자가 분노로 온몸을 칭칭감은 아버지의 이름으로 드라마에 나타났을때, 많이 놀랐습니다. 소리를 벅벅 질러도 감추지 못하는, 손현주에게서 만나게 되는 그 특유의 인간적인 모습을 감출 수 있을까 궁금하기도 했고요. 너무 감춰서 오히려 놀랐습니다. 아무 것도 모르고 두 번 세 번 죽임을 당한 딸, 사랑하는 딸을 잃은 아버지의 모습밖에는 없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손현주가 감정을 누르고 있다는 점입니다. 누르고 있는데도 이 정도의 아우라면 그 내공이 무시무시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요. 수정이를 죽인 범인은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재벌가의 딸, 호빠출신의 인기가수, 누구보다 믿었던 친구, 그리고 무서운 정치권력가입니다. 상대하기가 모두 만만치 않습니다. 특히 가장 마지막에 맞딱뜨리게 될 강동윤은 거구의 골리앗입니다.
김상중이 연기하는 강동윤의 캐릭터를 한마디로 말하라 하면 얼음송곳에 비유하고 싶습니다. 손현주가 싸우는 대상은 이 얼음송곳입니다. 차갑고 독하고 무섭습니다. 얼음송곳처럼 말이죠. 얼음송곳은 살인을 할 수 있는 훌륭한(?) 재질의 무기입니다. 왜? 흔적을 감추기가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형체도 없이 녹아버리기 때문이죠. 도로를 갈어엎고 포장을 해버리고, 경찰청까지 해킹해서 자료를 삭제해 버릴 수도 있는...
백홍석의 싸움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습니다. 돈에 넘어간 친구가 그의 딸을 죽였다는 진실을 그가 감당할 수 있을 지, 그 돈의 실체 강동윤의 거대한 얼음송곳을 그가 부러뜨릴 수 있을지, 그 과정에서 보여주게 될 손현주의 믿고 보는 연기변신이 더 무서울 듯해서, 벌써부터 기대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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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29 11:38




새 월화 드라마 추적자를 보면서 내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고 맴도는 드라마가 있었으니, 고현정 차인표 권상우가 출연했던 '대물'입니다. 드라마 초반에 작가가 집필중단(?)을 선언하면서 작가교체와 제작진에 대한 정치적 외압설이 돌았던 드라마였죠. 백홍석에게서는 서혜림(고현정)과 하도야(권상우)를 합친 인물이, 재벌의 사위이자 대권의 야망을 꿈꾸는 강동윤(김상중)은 강태산(차인표)이 연상되더군요. 반장으로 나온 강신일은 공성조(이재용)과 비슷한 느낌이 들고 말이죠.
대물은 결과적으로 용두사미 실패작 퇴물이 되었지만, 서혜림(고현정)의 강렬했던 외침은 여전히 가슴 속에서 메아리가 되어 들려옵니다. "대한민국은 누구를 위한 나라입니까?". 섹검의 누명을 쓰고 법복을 벗게 되던 날, 정의의 여신상 앞에서 검사 윤리강령을 외워 내려가며 오열하던 꼴통 열혈검사 하도야(권상우)의 분노는, "이제부터 제가 검사고 이 총이 판사야"라던 백홍석(손현주)의 분노와 맞닿아 있었습니다.
처음 드라마 대물을 보고 흥분되고 설레였던 그 감동이 추적자를 보며 다시 살아 꿈틀거리는 것을 보며, 어쩌면 이 드라마는 미완의 드라마 대물 완성판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 잊어버리기 전에 드라마 대물에서도 대통령집무실의 태극기가 잘못 묶여있었는데, 추적자에서도 소품팀이 같은 실수를 했더군요. 대선주자 강동윤(김상중)의 방에 태극기가 잘못 걸려 있었는데 시정바랍니다!.
대물이 용두사미 실패작이 되었던 것은 살아나지 않았던 대사빨에도 있었지만, 대선과 정치, 미묘한 사안이 물려 수박겉핥기식의 드라마가 되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시작과 결과만 있었지 과정이 생략되어 버린 드라마, 앵무새가 되어 도덕교과서나 읊는 서혜림이라는 인물은, 시청자의 기대를 충족시켜 주지 못하고 말았지요.
백홍석(손현주)은 서혜림과 하도야 검사가 하지 못했던 말, 정면으로 싸우지 못했던 부패한 정의, 부패한 권력, 금권정치를 향해 명중을 해주기만을 간절히 바라게 되네요. 아자아자 화이팅! 백홍석!
드라마 시작은 법원의 마크와 함께 시작됩니다. PK준의 무죄가 판결되고 있는 시각, 백홍석이 검색대를 통과하는 순간 삐삐 부저음이 울리죠. 금속제품을 휴대했다는 의미, 맞습니다. 그의 손에는 총이 들려 있었지요. 재판정 정면 법원의 '법'자를 향해 총알이 발사되자, 가슴에서 심장 한조각이 떨어져 나간 듯한 서늘한 아픔과 함께 서글픔이 온몸을 휘감기 시작했습니다.
'법'자의 한 귀퉁이가 총에 맞고 떨어져 나가고, 손현주의 초점잃은 눈과 혼이 나가버린 듯한 표정과 마주하자,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더군요. 손현주의 팔에 둘려있는 상장을 보면서 소중한 사람을 잃었다는 것이 감지되었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그럼에도 또 다른 감정으로 전해오는 서글픔의 정체가 뭔지, 드라마를 보면서 풀어야 할 듯합니다. 드라마 내용도 모르고 드라마가 시작되기도 전에, 배우의 표정만으로 눈물을 흘린 드라마는 처음이지 싶습니다. 
재판은 끝나지 않았다며 시계를 향해 총을 쏘는 백홍석, 그는 그렇게 시간을 멈췄습니다. 주인공 백홍석의 생각을 표현하는 숨은 의미가 가슴 아프더군요. 드라마가 진행되고서야 그 이유를 알았지요. 사랑하는 딸 수정의 죽음과 함께 그의 시간도 정지돼 버렸다는 것을 말이죠. 그리고 수정을 죽인 나쁜 놈의 시간도 그렇게 멈춰야 했습니다. 그 이유로 시계를 향해 총을 쐈던 것이지요. 서글픔의 정체는 재판정에 흐르는 불의와 부패의 냄새, 반대급부적으로 힘없는 누군가는 억울하게 당할 수 밖에 없는 답답함때문이었습니다.   
PK준(이용우)과 몸싸움을 하는 중 이용우가 총에 맞는 사고가 일어나고, 현장에서 백홍석은 끌려나가고 말지요. 끌려가면서도 죽지말라고, 진실을 말하라고 애원하는 백홍석의 쇳소리가 가슴을 후벼파더군요. 
화면은 능글능글 서글서글 사람좋은 강력계형사이자, 수정의 아빠 백홍석이 딸의 생일파티에 함께 하는 장면으로 넘어갑니다. 그리고 2012년 5월 18일 밤 9시 42분, 백홍석의 딸 백수정이 자동차에 치이는 사고를 당합니다. 운전자는 대선출마를 선언한 대선후보이자 국회의원 강동윤의 처 서지수(김성령), 그녀의 옆자리에는 막 콘서트를 마친 내연남 PK준이 동승하고 있었지요. 수정이 사고를 당한 날은 생일이었고, 좋아하는 남자친구와 함께 콘서트를 본 후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습니다.
월급 220만원에 총상과 자상, 야근과 과한 업무에 시달리고, 집에 들어가는 날보다는 못들어가는 날이 더많은 강력계 형사 백홍석, 그의 까칠한 수염은 직업의 고단함을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딸 수정이 커가는 모습에 세상 부러울 것없었던 딸바보 백홍석, 그에게 딸과 아내, 그의 가족은 하늘이었고, 땅이었고, 공기였고, 물이었습니다. 남자친구가 머리핀을 선물로 줬다고 자랑하던 딸, 예쁘다고 말해줬다는 딸 수정이, 백홍석의 클레멘타인은 그 전화를 마지막으로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강을 아프게 건너가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잔인하게 말입니다.
수정을 치었던 지수(김성령)와 차에서 내린 PK준은 수정이 살아있었음을 알고도, 고의로 자동차를 돌진해 수정을 한번 치고, 다시 후진으로 또 수정의 몸을 으깨어 버리고 도주해 버렸지요. 이런 삐리리 개같은 자식, 넌 인간도 아니야. 살인마. 속이 울렁거려서 차마 보기 힘들었던 장면이었습니다.
수술실 밖에서 클레멘타인을 불러주는 백홍석, 아빠의 노래를 들었는지 수정은 기적적으로 수술을 받아 소생했지요. 수정의 수술이 성공했다는 사실에 좋아하지 않은 한 사람이 있었으니, 대선출마 후보 강동윤(김상중)입니다. 대기업 회장이자 장인 서회장(박근형)으로부터 팽당할 위기에서, 아내 서지수의 교통사고로 기회를 잡았던 야망의 인물입니다. 수정이 죽어야 뺑소니를 친 아내의 범행으로 장인 서회장을 협박할 수 있었는데, 물거품이 될 판이었던 것이죠. 에잇! 더런 놈의 새끼들...정말 추악하고 끔찍해서 이런 인간들이 눈코입이 달렸다는 것이 신의 실수라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강동윤은 백홍석의 친구이자 의사인 윤창민(최준용)을 30억에 매수하고, 수정을 살인하게 합니다. 30억이라는 거액에 우정도, 의사의 윤리도, 양심도, 인간성도 포기해 버리는 창민, 인간이 돈앞에 이렇게 나약한 존재라는 것이 미치도록 슬프고 화가 나네요. 그런 인간에게 딸의 상주를 해 달라며, 장례식을 맡기고 범인을 잡으러 가는 백홍석, 제발 후에 창민이 양심선언을 해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라네요.
백홍석이 염을 한 딸 수정과 마지막 인사를 하는 장면은, 눈물이 앞을 가려 맨정신으로 보기 힘이 들었습니다.  살아있는 듯한 딸, 이마에 손을 대고, 손을 잡아주고, 저승길 잘가라고 발도 어루만져주고, 어떻게 그 사랑스런 딸아이를 맨정신으로 보낼 수 있었을지, 가슴에도 묻을 수 없는 백홍석입니다.
슬픔이 너무 크면 눈물도 흐르지 않는다지요. 눈물조차 말라버린 백홍석의 퀭한 눈, 핏기없는 손현주의 표정연기, 혼이 나가버린 듯한 아버지의 모습을 그토록 섬세하고 담담하게 보여주는 손현주의 연기내공은, 근래보기 힘들었던 명연기였습니다. 역시 손현주였습니다. 연기를 느낄 수 없는 사실적인 모습, 자식을 잃고 텅빈 껍데기처럼 가벼워져 버린 듯한 아버지의 슬픔, 꾹꾹 눌러놓은 분노, 오열만이 슬픔을 전달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손현주의 핏기 가신 표정연기는 너무나 사실적이라 소름끼칠 정도로 슬프게 다가오더군요. 손현주의 연기는 가히 미친연기력이라 평하고 싶은 명품연기였습니다. 
백홍석이 장례식장에서 범인을 잡기 위해 나가는 시간, TV에서는 대선출마를 선언하는 강동윤 후보의 연설이 나오고 있었지요. 흑과 백이 교차하는 듯, 불의와 정의가 한 화면에 잡히는 기법은 멋진 연출이었습니다. 출사표를 던진 강동윤의 출마연설이 참으로(?) 멋지더군요.
"힘있는 자와 타협하지 않고, 힘없는 사람들한테 고개를 숙이겠습니다. 위를 바라보지 않고 아래를 살피지 않겠습니다. 가난이 자식들한테 되물림되지 않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서민들의 친구가 되겠습니다. 힘없는 사람의 친구가 되겠습니다.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대한민국을 저 강동윤이 여러분과 함께 만들겠습니다".
너무나 많이 들어서 이제는 교과서처럼 되어버린 출마연설문입니다. 힘있는 자와 타협하고 위만 바라보는 위선자들, 서민들은 죽어나가든 말든 부자들 살찌우는 정책에만 힘을 쏟는 분들, 서민들의 피를 빨아먹는 거머리들, 돈과 권력에 부패한 썩은 오물이 강물처럼 도도하게 흐르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온 그들, 백홍석의 총구가 그들의 가슴 한복판을 뻥 뚫어 서늘하게 해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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