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의비밀'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1.03.27 '반짝반짝 빛나는' 가난한 엄마와 부자엄마 눈물, 비교할 수 있을까 (15)
  2. 2009.07.29 선덕여왕: 실속없는 출생의 비밀, 방향전환이 필요하다 (6)
2011.03.27 09:17




주말만 되면 저는 손수건을 준비합니다. 제목만 보면 눈물 한방울 흘릴 일 없을 것같은 드라마인데, 첫회부터 지금까지 울지 않은 회가 없어서 반짝반짝 드라마를 보기전에는 아예 손수건부터 준비하고 있답니다. 고두심과 박정수의 엄마연기는 연기를 보고 있으면, 작가가 감정을 읽어 그대로 활자로 찍어내는 리더기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감정을 대사 하나하나로 옮기는 것이 직설적이고, 현실적입니다. 운명이 뒤바뀐 것을 알게 된 한정원과 황금란은 또 어떻고요. 어느 누구를 욕할 수 없는 상황, 두 사람의 선택은 너무 솔직합니다. 
다르게 살아보고 싶다는 금란, 나도 뭔가가 되고 싶다는 금란을 이권양(고두심)은 차마 잡지를 못하고, 관악산에 봄나물을 캐러 가자는 말로 헛헛한 심정을 드러내지요. 그냥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모든 것이 그 어느 해보다 추운 겨울같은 악몽이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가, 가서 너 하고 싶은 것 하고 살아. 좋은 데로 시집보냈다 생각할거야. 그럼 보낼 수 있을 것 같아. 참말로 봄인가 보다, 바람이 솔찬히 따습다"라며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고두심, 28년을 기른 하늘이고 부처님이었던 금란을 보내는 이권양의 마음에는 봄바람이 아니라, 삭풍이 불고 있습니다.
 
"잘 마셨어요, 커피... 한 방울도 안 남기고 다 마셨어요. 컵도 안 버렸어요". 처음으로 자신의 품에 안기는 친딸 정원은 가시가 되어 이권양을 아프게 찌릅니다. 가난한 엄마라서 미안한 마음, 이 아이에게 모든 것을 빼앗아 버리는 것이 얼마나 큰 상처가 될 것인지를 알기에, 친딸임에도 달라는 말조차 꺼내지 못하는 가난한 엄마는 미안할 뿐입니다. 미안하고 또 미안해서 이름조차도 불러주지 못하고, 그저 눈물만 흘리는 엄마지요.
"난 빼앗은 것이 아니라 내 자식들을 지킨거야. 난 그 여자 상처보다 내 새끼들이 더 걱정되고 소중하다". 자신의 친딸이 사채업자에게 폭행을 당하고, 한번도 품어주지 못하고 28년간을 가난한 집에서 고생만 하고 자랐는데, 그동안 해주지 못한 것을 다해 주고 싶은 엄마 진나희(박정수)입니다. 28년을 애지중지 길러온 딸 정원이도 보낼 수 없고, 친딸을 남의 집에 맡기지도 못하는 진나희는, 정원에게 이기적인 엄마라는 말을 들어도 마음을 굽힐 수가 없습니다. 친딸을 단 하루라도 데리고 살아보고 싶은 심정을 왜 모르겠어요. 두 아이를 고생시키고 싶어하지 않은 부자엄마는 부자라서 욕심을 부리는 것이 아니에요. 엄마이기 때문에 두 아이의 상처를 거두고 싶은 것이지요.
금쪽같이 키운 금란이, 금란이 없으면 하루도 살아 낼 자신이 없는 이권양(고두심)이 금란을 보내기 힘들어 하는 것도, 친딸 정원이를 달라고 하지 못하는 것도 엄마이기 때문이에요. 남의 집 자식을 고생만하고 키웠는데, 비록 알지 못했던 사실이었지만, 내 죄 아닌 내 죄를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부잣집에 보내 호강하며 살게 해야 하는데, 하늘이 두쪽으로 갈라져도 금란이가 자신의 딸인데, 보낼 수 없는 이권양의 마음을 누가 알아줄까요. 하늘이 무심할 뿐입니다.
기른 정 낳은 정, 천륜과 인륜같은 것을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이권양입니다. 차라리 몰랐더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가난한 엄마는 가난해서 두 아이를 붙잡지 못하는 것이 아니에요. 정원이 자기보다 더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살아왔더래도, 이권양은 정원을 쉽게 달라고 하지 못했을 겁니다. 정원이가 가족이라고 믿었던 28년의 모든 생활을 한 순간에 다 잊어버리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두 아이의 상처를 보고싶지 않은 엄마 이권양의 눈물은 시청자를 더 가슴이 미어지게 합니다. 

금란이 자신의 친동생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평창동 부자집 자기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말은 언니 태란(이아현)에게 충격입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 28년을 동생으로 지내왔던 금란에게 돈에 팔려간다는 악담을 뱉고, 따귀를 때렸지만, 금란이 밉기 때문이 아니에요. 28년간이나 내동생이었는데, 이 애가 내동생이 아니라고 하는 것이 충격이고, 속상하고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부자집 딸아이가 운명이 바뀐 것도 모르고,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 고생고생하며 살아왔는데, 여상을 졸업하고 돈 버는 족족 아버지 노름빚을 갚느라 치장 한 번 못하고 산 것이, 왜 미안하고 불쌍하지 않겠어요. 태란이도 미안하고 속상합니다.
가난한 집 딸이라고 검사되자마자, 결혼식 날짜까지 잡은 여자를 헌신짝처럼 팽개쳐버린 난장이 똥자루 윤승재같은 년이라고 있는대로 욕을 퍼부었지만, 태란은 28년의 가족을 쉽게 버리려는 금란이 밉습니다. 그것보다 금란이와 더 이상 가족이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태란입니다. 내딸이 내딸이 아니라고 보내야 하고, 내딸을 내딸이라고 말못하는 가난한 엄마 이권양, 이딸도 내딸 저딸도 내딸인 부자엄마 진나희, 평창동 집으로 가겠다는 금란에게 따귀를 때린 태란도, 다 같은 마음입니다. 
낳은 정과 기른 정을 묻는다기 보다는, 환경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성장하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이드라마는 주인공들의 환경이 극과 극이라서 더 대조적입니다. 그래서 더욱더 막막하고, 내안의 이기심과 욕심을 거울처럼 투명하게 드러낼 수밖에 없는 눈물드라마입니다. 저는 이 드라마를 빼앗는다는 것보다 뺏긴다는 것에 감정을 더 실어 보고 있습니다. 황금란이 한정원의 것을 빼앗는다는 것도 어불성설이죠. 원래 자기 것이었으니까요. 한정원이 황금란의 것을 빼앗았던 것도 또 아니지요. 몰랐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한정원은 황금란에게 자신이 누리던 것들을 빼앗겨야 합니다. 예고편에 나오기도 했지만 황금란은 한정원과 자기 것을 나눌 생각이 없기때문이죠. 황금란은 모든 것이 온전히 자기 것이어야 합니다. 엄마도 아빠도 오빠도 삼촌도 출판사도, 정원이 가진 모든 것이 자기 것이어야 합니다. 원래 자기 것이었으니까요.
혼란스럽기는 정원도 마찬가지입니다. 28년 아무 의심없이 자기 것이었는데 내놓으라고 합니다. 이권양과 진나희가 두 아이를 내놓지 않으려는 마음과, 정원이 자기집이라고 주저없이 말하는 것은 같은 생각에서 나오는 무조건 반사입니다. "니 것이 아니야, 그러니 내놓고 나가" 라고, 단순하게 핏줄로 네 것 내 것에 대한 선을 그을 수 없는 것이, 한 사람의 인생, 철학, 사고방식, 성격까지 만들어 준 환경이라는 것이잖아요. 그 안에서 켜켜이 쌓여 화석처럼 굳어진 '정'과 '소유의식'은, 세상 어느 뛰어난 석공의 손이라도 깔끔이 떼어낼 수는 없을 겁니다. 한정원에게는 그 정을 빼앗기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는 혼란입니다.

물질적인 것과 감정적인 정을 빼앗고 뺏기고 해야 하는, 이 정리되지도 정리할 수도 없는 뒤바뀐 출생이라는 교통혼잡에서, 작가가 빼든 카드는 세상을 바라보는 눈입니다.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한정원과 부정적인 눈으로 살아와야 했던 황금란은 표면적으로는 선과 악의 캐릭터로 보이기도 하지만, 선악의 기준으로 보는 것이 얼마나 위험하다는 것을, 당사자가 아니면 뭐라고 말할 수 없게 만들어 버립니다. 한정원이 빼앗기고 싶어하지 않은 것이 28년을 살아왔던 가족이라면, 황금란은 자신이 누리지 못했던 물질적 정신적 풍요에 대한 가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드라마의 주제의식을 담아 전해주는 인물이 대범이와 송편집장입니다. 기쁘고 행복한 일이 날아가 버릴까봐 조바심내는 자신이 비참하다는 황금란에게 송편집장(김석훈)이 이런 말을 해주었지요. "비참함 본인이 만드는 것 아닐까요. 이제부터는 스스로를 비참하게 만들지 말고 강인하게 만들어 보시죠. 둘다 드는 힘은 똑 같습니다". 황금란은 갑자기 난데없이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기적과 행운에 비유합니다. 절대로 뺏기지 않겠다는 독기마저 서려있지요. 행복과 행운에 익숙지 못했던 황금란은 자기 것을 찾으려는 욕심에 무엇을 잃고 있는지를 돌아보지 못합니다. 대범이가 금란을 걱정하며 옆도, 뒤도 돌아보라고 충고를 해주어도 금란의 귀에는 들리지가 않아요. 황금에 눈먼 사람처럼 말이지요.
매정하게 28년간 가족으로 살았던 사람들과의 정까지 떼놓으며, 앞만보고 달려가겠다는 금란이 처절하게 맞닥뜨려야 하는 것은 평창동 가족입니다. 금란은 28년간 한정원의 울타리였던 낯선 속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저는 그런 금란이를 보면서 금란이가 더 상처입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금란 자신도 무자르듯 떼지 못하는 28년간 가족이었던 관계가, 한정원의 울타리에서는 더 견고하다는 것을 실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정원이 28년 동안 받아왔던 사랑마저 시기하고, 질투하고, 송두리째 도려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금란은, 스스로를 비참하게 할 수밖에 없을 것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비참해지지 말고 스스로를 강인하게 하라는 송편집장의 말이 드라마 복선같기도 하고 가슴에 와닿더군요.
정원에게 대범이 들려준 말도 같은 맥락입니다. "처참하고 암담하겠지만, 눈물과 아우성만 있는 것은 아닐 거예요. 거기엔 감동도 있고, 사랑도 있고, 기적도 있을 거예요. 커피처럼...". 정원은 일과 가족을 사랑하는 여자에요. 아버지의 출판사를 물려받고 싶은 이유가 출판사의 경제적 가치때문은 아니었지요. 자신이 좋아하는 일과 열정, 그리고 능력을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더 큰 인물입니다. 평창동 아버지는 자식이라는 이유로 재산을 물려주겠다는 마인드가 없는 인물입니다.
정웅의 기업마인드를 드라마 초반부터 강조한 이유는 금란과 정원의 세상을 보는 눈에 대한 평가를 위함이 아닐까 생각이 들더군요. 무조건 내 것이라고 돌려받겠다는 금란과 자신이 물려받을 만한 자질과 능력, 일에 대한 열정이 있다는 것을 인정받고자 했던 정원의 마인드를 대조적으로 그린 것도, 유산이라는 것에 편협된 마인드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라고 여겨지더군요.

과연 이 드라마에서 기적은 누구에게 일어난 것이고, 작가가 말하고 싶은 행운이 무엇일까요? 저는 진짜 기적은 정원에게 일어나지 않을까 싶네요. 평창동 아버지 정웅의 기업마인드, 가난한 엄마가 딸에게 28년만에 처음으로 건넨 비싼 원두커피에 담긴 모정, 아마 정원은 금란이 보다 더 많은 것을 얻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금란이 애써 외면하려한 28년 가족을 정원은 얻을 모양이니까요. 물론 좌충우돌 낯선 환경에서 적응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정원은 평창동 가족도 버리지 않을 거예요. 가족은 가족이니까 말입니다. 가난하든 부자이든 가족의 이름으로 맺어진 인연은 핏줄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정원이 모르지 않을 성품같아 보여서 말이지요. 가난한 엄마를 버리지 않았듯이 말입니다.

상처를 보듬고 싶은 진나희(박정수)나 두 아이가 받을 상처 앞에 어쩌지 못하고 눈물만 쏟아내는 이권양(고두심)을 보며, 어느 엄마가 진짜 엄마냐고 묻는 것처럼 우문도 없을 겁니다. 그 대조적인 환경도 이유조차 되지 못하는 엄마라는 이유, 부모라는 이유를 고두심과 박정수의 명품연기에 눈물로 녹여버리기 때문입니다. 자식때문에 흘리는 엄마의 눈물을 값으로 매길 수 있을까요? 가난한 엄마나 부자엄마나 어머니의 눈물은 저울 한 눈금의 차이도 없이, 똑같은 눈물이라는 것을, 두 중년 연기자의 명품연기로 보는 것은 주말을 행복하게 까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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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29 11:56




월화 드라마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선덕여왕에 동시간대 새로이 출발한 sbs '드림'이 도전장을 내놓았습니다. 드림은 시청률 한자리수로 출발을 함으로써 선덕여왕의 아성을 무너뜨리기에는 아직 무리이니 선덕여왕으로서는 일단 한시름 놓은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드림의 추격에 선덕여왕이 안전선을 유지하고 시청률 고공행진을 계속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이제 출생의 비밀이 아닌 다른 카드가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선덕여왕은 이번주 덕만의 신분이 밝혀지면서 모녀상봉과 자매상봉을 동시에 했는데요, 생모와의 상봉에도 언니와의 상봉에도 그저 멍한 표정만 보여주는 덕만의 심리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었습니다. 자기가 누구인지 밝히러 왔다면서 정작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고 나서도, 그저 버려져야만 했던 사실에 멍해져 있다는 것은 납득이 되질 않았습니다. 소화를 엄마로 알고 있었다 하더라도 생모와 친언니 앞에서 천륜으로 맺어진 핏줄의 강한 이끌림마저 아무런 감정없이 보여주는 것은 문제가 있었지요. 차라리 단 1분이라도 생모와 언니를 만난 감정을 보여주었어야 했는데 충격이 크다는 부분만 보여주었습니다. 그 이후 덕만이 혼자 자신만의 생각을 하고 있을 때도 생모나 친언니를 만난 벅찬 감정은 전혀 보여주지 않더군요. 친어머니, 친언니를 만난 혼란스러운 감정은 생략된 채 자신이 버려져야 했던 운명 앞에 고뇌하고 슬퍼하는 모습은 공감이 가지 않은 감정처리였다고 보여집니다.

출생의 비밀을 풀고 나서도 덕만은 여전히 황실의 한사람으로 당당하게 밝혀지지는 못했지요. 왜냐면 이걸로 선덕여왕은 또 한없이 스토리를 최대한 길게 늘여야 하거든요. 덕만의 신분이 밝혀지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런데 앞으로는 감추려는 자와 밝히려는 자의 쫓고쫓기는 상황으로 다시 덕만의 신분을 주제로 한없이 길게 끌고 갈 조짐이 보입니다. 미실도 이제 덕만의 존재를 알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인데 어떤 식으로 엿가락 늘이듯 지루하게 늘려갈지 궁금합니다. 여기에 소화와 칠숙을 적당히 이용하면서 길고 지루하게 숨고 쫓기를 반복하게 될 것 같습니다.

현재 선덕여왕은 드라마 전후 10분의 긴장감을 빼면 나머지 방송은 아무런 스토리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선덕여왕의 출발이 허무맹랑한 허구에서 출발하다 보니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모든 스토리들 또한 왜곡될 수 밖에 없고, 그러다보니 과감하게 다른 부분을 건드리지 못하는 자가당착에 빠진 것입니다. 결국 중반부에 거의 왔음에도 덕만의 출생비밀에서만 맴돌고 있는 것이지요.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매회 기대했다가 또다시 맥이 빠지는 게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선덕여왕은 점점 우물안의 개구리 드라마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미실의 정치는 신경질적이고 이기적인 성격만을 답습하면서 카리스마의 개인기에만 치중하다보니 정치인 미실이 아니라 악녀가 되고 있고, 유신랑을 비롯한 천명, 알천랑은 덕만의 안전을 위한 경호요원들로 변해버리고 있습니다.

도대체 선덕여왕은 무엇을 보여주기 위한 드라마인지 기획의도가 빗나가고 있다는 말입니다. 덕만의 출생의 비밀이 이 드라마의 기획의도였다면 이제 드라마는 보여줄 것은 다 보여주었으니 종영을 앞두고 있어야지요. 그런데 아직도 선덕여왕은 절반도 오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쯤해서 선덕여왕은 방향을 전환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이번주 그 방향전환의 실마리를 던져주었습니다. 바로 김유신을 통해서 말이지요. 덕만의 신분을 알게 된 유신랑은 여전히 자신이 누구인지 밝히려는 덕만을 가로 막고 말합니다. '누구로 태어났는지 누구인지가 뭐가 중요하냐. 중요한 것은 앞으로 만들어 가야할 너의 모습'이라고 말이지요. 그리고 자신이 덕만을 앞으로 어떻게 누가 되어야 할지 만들어 주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함께 만들어 가자고 합니다. 김유신의 이 말에서 앞으로 드라마 선덕여왕이 변화해 갈 것으로 기대됩니다.

지금까지 지루하게 끌고 왔던 덕만의 신분에 관한 전개는 이쯤해서 보조스토리로 돌렸으면 합니다. 김유신의 말처럼 이제부터는 덕만이 어떤 사람으로 성장해 가는지가 주 스토리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시청자는 덕만의 출생스토리에 더이상 관심이 없습니다, 또한 어떤식으로 덕만이 황실의 공주 신분을 회복을 해 가는지에 기대를 걸지 않습니다. 덕만이 공주라는 것은 그녀에게 흐르는 황실의 피가 증명해 주는 것이고, 미실에 맞서 당당히 황실의 공주로 신분회복을 하는 것은 집안 일이지요. 황실 집안일에 시청자가 목을 빼고 선덕여왕을 시청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시청자들은 덕만의 성장을 보고 싶어합니다. 선덕여왕에 대한 출생과 성장을 이토록 왜곡하면서까지 보여주려고 한 것은 왕자가 없었던 진평왕의 뒤를 이어 핏줄 그 하나로 왕위에 등극한 선덕여왕이 아니라, 왕위에 오를만한 기개와 신라 백성들에게 선정을 하려는 의지를 겸비한 선덕여왕, 당시 신라 백성이 원했던 왕의 자질을 갖춘 진정한 군주로서의 선덕여왕이었을 것입니다.
따라서 선덕여왕은 이제부터 크게 극의 흐름을 전환하는 시도를 보여주어야 할 것입니다. 미실은 개인적인 야욕에 집착해 신경질적으로 변모해 가는 인물이 아니라 정치인으로서 권력을 장악하고자 하는 정치인으로, 덕만은 미실의 음모에 맞서면서 한편으로는 폭정을 하는 미실에 대항하는 인물로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덕만의 성장과 함께 천명과 유신랑, 알천랑도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 가는 인물들로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입니다. 

신라의 삼국통일에 대한 의지는 단지 영토확장을 위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잦은 전쟁의 불안에서 신라는 신라 백성을 지키기 위해 강한 왕권이 필요했고, 전쟁의 불안을 없애기 위해 삼국통일의 필요성이 있었습니다. 이런 시대적 상황이 제대로 조명되지 않으면서 핏줄에 의해, 예언이라는 황당한 설정으로 황실의 핏줄이 흐르는 덕만의 왕위계승 정통성을 주장한다면 선덕여왕은 출생의 비밀을 풀고 왕위에 오른 '세습왕' 그 이상의 의미는 없을 것입니다.

선덕여왕에 시청자들이 거는 기대는 우리 역사에서 여성 최초로 왕위에 등극한 선덕여왕의 출생의 비밀 따위도 아니고, 미실이라는 인물에 맞서는 개인적인 투쟁일대기도 아닙니다. 백성들이 원하는 군주로서의 자질과 백성들의 신망을 얻은 아래로부터의 지도자 선덕여왕을 보고 싶은 것입니다. 덕만은 위로부터의 권력을 장악하는 미실과의 정치차별화를 통해 백성 혹은 귀족들의 신임을 얻어가야 합니다.
"사람을 얻는 자 시대의 주인이 된다"는 말은 바로 믿음과 희망을 주는 사람에게 사람이 모인다는 말과 다르지 않습니다. 덕만이 백성들에게 믿음과 희망을 주는 지도자로 변모해 갈때 진정한 시대의 주인이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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