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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8.22 '신의' 삼천포로 빠지는 판타지, 김희선의 원맨쇼가 아깝다 (6)
2012.08.22 11:50




김희선의 통통 튀는 원맨쇼 연기는 신의에 생기를 불어넣는 최고 재미입니다. 타임워프라는 소재를 드라마에서 많이 차용해 왔지만, 김희선의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엉뚱함은, 드라마의 무게감을 반감시키기 보다는 다음은 어떤 엉뚱함으로 시청자에게 웃음을 줄까 기대가 될 정도입니다.
하늘에서 온 의원은 물과 기름처럼 드라마에서는 이질적인 존재인데도, 궁을 휘젓고 다니는 김희선의 전천후 환경적응능력은 드라마를 살리는 활력소가 되고 있죠. 의선이 되어달라는 공민왕의 부탁을 단칼에 거절하면서도, 챙길 것은 챙기는 딜을 하는 모습은 의외의 재미였습니다. 납치해 온 것 다 없던 일로 해줄테니, 청자나 그림 몇점 좀 챙겨주면 안되겠냐는 말을 듣는 순간, 맞아! 나도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드라마 신의는 솔직히 김희선이 미친 연기력을 보여준다거나, 흔히 말하는 미친존재감을 보여주는 작품은 아닙니다. 푼수끼넘치는 김희선의 엉뚱발랄함이 현대에서 타임슬립해 온 속물여의사 유은수라는 캐릭터와 제대로 맞아떨어져, 김희선의 오랜 공백을 무색케 했고, 과거보다 나은 연기력으로 김희선의 로코물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죠. 이렇게 귀여운 애엄마 있으면 나와보라 그래^^
김희선은 철저하게 상대방과의 호흡을 무시하는 연기로 일관합니다. 아직은 극중 인물들은 물론,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유은수라를 캐릭터를 현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죠. 예컨데 공민왕을 부름을 받고 어떻게 인사를 드려야 할 지모르겠다며, 어디서 본 것은 있었는지, 무도회에서 상대방에게 인사를 하는 귀족아가씨의 흉내를 내기도 하죠. 사극에서 봤다고 큰절을 올렸더라면 장면의 재미를 오히려 살리지 못했을 겁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궁중예법과는 도통 거리가 먼 유은수의 태도였습니다. 공민왕이 의자에 좌정하기도 전에 먼저 자리에 앉지를 않나, 왕이 말을 하고 있는 중에도 탁탁 말을 끊기가 일쑤였죠. 현대에서의 유은수라는 캐릭터가 고려로 왔다고 급작스럽게 변화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현실감인 셈입니다.
몸에 배인 습관이 하루아침에 고쳐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결정판은 시시때때로 나오는 손가락질입니다. 하늘에서 온 의원이 아니었다면, 능지처참을 당해도 싼 태도였지요. 개인적으로는 유은수라는 캐릭터를 김희선이 잘 살렸다고 생각되는 소소한 장면들입니다.

유은수가 드디어 고려옷을 하사(ㅎ)받았는데요, 옷을 갈아입는 동안에도 쉴새없이 종알종알 종달새처럼 재잘거리는 김희선때문에 웃겨 죽는 줄 알았습니다. 심지어는 속옷만 입고 나와서, "사이즈가 좀 작은 것 아니냐"고 장빈(이필립)을 당황시키기도 하지요. 장빈은 면역이 되었는지, 유은수의 황당무계한 행동이나 말도 그러려니, 도를 닦는지 득도를 했는지, 초연한 척하는 모습도 웃기더라죠. "그거 속옷이에요. 남에게 보여서는 안되는 옷"에 화들짝!
공민왕을 만나 자신이 고려시대로 타임슬립했다는 것을 받아들이려고 하는 유은수였죠. 그런데 다른 시대로 왔다는 것에 기절이라도 할 줄 알았는데, 눈 앞에 있는 사람이 공민왕이라고 하자, 노국공주까지 언급하며, 대박이라고 신기해 하는 유은수입니다. "두 분 엄청 유명하세요"라며, 공민왕의 그림솜씨며, 공민왕 사당이 있다는 말까지 전해주지요. 일종의 천기누설인데도, 유은수라는 캐릭터이기에 앞 뒤 재지 않는 모습이 오히려 리얼하기도 하고 빵 터지게도 했고 말이죠.
최영의 정체를 알고 나서는 경악을 하는 유은수였습니다. 칼에 찔린 최영장군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기겁한 유은수였지요. 에고고,,, 혹이라도 최영, 그 사이코(아무리 드라마라도 최영을 사이코라고 부르면 안돼용, 은수씨!)가 죽어버리면, 고려 역사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잖아요. 역사를 바꾼 것은 유은수였고 말이죠. 등에 식은 땀이 줄줄 났을 겁니다, 아마도...
공민왕에게 기어이 고려청자를 하나 얻어서 돌아온 유은수, 고열로 쓰러진 최영을 보고 놀라 떨어뜨리는 바람에 와장창 깨져버리기는 했지만, 임금님 빽이 있다고 자랑하는 유은수가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웠던 것은 저뿐이 아니었겠죠? 환경적응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빠른 유은수가 "최영씨!!"라고 부르는데, 하긴 아직 장군도 아니고 뭐라고 불러야 할 지 난감할 것 같더랍니다. 
통통튀는 김희선과 대조적인 연기로 존재감을 살리고 있는 배우가 노국공주역의 박세영입니다. 노국공주라는 캐릭터의 포인트는 품위와 자존심이죠. 김희선이 산발한 머리를 흔들며 여기저기 휘젓고 다니는 푼수끼를 보여준다면, 박세영은 눈썹을 깜빡거리기는 할까 싶을 정도로, 동작과 표정변화를 절제합니다. 김희선과는 대조적인 왕비의 무게감입니다.
김희선과 박세영만큼이나 대조적인 인물이 이민호와 류덕환이 연기하는 최영과 공민왕입니다. 이민호는 실망스러울 정도로 비실비실 무기력한 최영의 이미지로, 역사에서 배운 최영장군과는 거리가 먼 인물로 캐릭터 파괴를 시도합니다.

4회에서는 최영이 왜 궁을 떠나고 싶어하는지에 대한 속사정이 나오기도 했지요. 적월대 대원이었던 최영은 충혜왕(오현철)을 만난 자리에서,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회의감에 빠져들었지요. 적월대 대장 최민수의 유언은 그나마 최영에게 살아야 하는 이유를 부여해 주었습니다. 적월대 대원을 지키는 것이 유일한 목표였던 최영, 지켜야 할 적월대 대원이 한 사람도 남지 않았기에, 최영은 모든 것을 버리고 훌훌 떠나고자 했던 것이었습니다. 
왕이 치하를 해준다는 말에 궁에 들어와 소년처럼 들떠하는 어린 최영과, 그동안 목숨을 바쳐 왜놈과 싸우고 충성헀던 왕에 대한 실망과 분노하는 최영의 감정변화를 보여주는 이민호의 연기가 뭉클했지요. 이민호의 눈은 충혈되어 있었지만, 내공이 뛰어난 정예무사답게 분노를 누르는 감정연기가 좋더군요. 그 날 흘린 최영의 눈물은 그가 만사에 의욕을 잃고, 잠에 빠져들어 세상을 잊고 싶어했던 이유를 보여주었습니다.
충혜왕은 역사에 길이 남은(?) 유명한 호색한이었습니다. 요즘 인터넷을 달구고 있는 단어 변태였습니다. 부왕의 여자까지 겁탈하고, 미색이 출중하다는 여자는 강간과 겁탈로, 물불 가리지 않고 취했던 희대의 호색한이었죠. 연산군은 명함도 못 내밀 인물입니다.
원에서 고려황실로 시집온 공주까지 겁탈한 사건으로 원으로 압송되던 중 암살당한, 공민왕의 친형이기도 하고요. 충혜왕을 원으로 압송시킨 인물은 당시 원에 있었던 기철입니다. 충혜왕의 사후 기철은 고려로 들어와 왕 위에 군림하는 실세가 됩니다. 
여자 대원의 옷을 벗기려는 충혜왕의 변태행각을 죽음으로 막은 최민수의 피눈물 앞에, 칼을 차마 빼지 못하고 눈물만 흘려야 했던 어린 최영에게 고려는, 고려왕은 목숨으로 지켜야 할 나라가 아니었고, 왕이 아니었습니다. 공민왕에게 까칠하고 무례한 태도를 보인 이유이기도 했지요. "그대를 볼 면목이 없습니다"라며 신하의 예조차 받기를 거절했던 것은 공민왕이 보여준 사과이기도 했습니다.

공민왕이 대전에 모인 신하들 앞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러 가는 길에 노국공주와 나눈 짧은 대화는 공민왕과 노국공주가 결코 만만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읽게 했지요. 원나라 기황후의 비호를 받는 실질적인 1인자 기철에게 반기를 드는 것은 공민왕에게는 호기가 될 수도 있으나, 왕좌를 빼앗길 수도 있을 위험한 선택이었고, 기철에게 고개를 수그리는 것은 왕좌를 유지할 수는 있으나 치욕과 수모를 감내하고 복종하겠다는 선택이었죠. 어떤 것이 낫겠냐는 물음에 노국공주의 대답은 단호하고 짧았지요. "둘 다 참기 싫습니다".
공민왕은 세번째 방도를 취하겠다는 말로 노국공주를 놀라게 합니다. 물론 노국공주도 그 의미를 알고 있었죠. 하늘의원을 이용하겠다는 말이라는 것을 말이죠. 공민왕이 그런 이야기를 해주는 것에 놀랐던 노국공주였습니다. "과인이 비웃음을 당해도, 죽음을 당해도, 함께 당해야 될 사람이니까요". 하늘아래 사랑하는 단 한 사람이 왕비라는 중의적인 고백이기도 했습니다. 공민왕의 마음을 다 알지는 못하는 노국공주이지만 말입니다. 

신하들과의 첫대면, 그리고 고려의 1인자 기철과의 첫만남은 유오성보다 류덕환이라는 배우의 카리스마가 더 압도적이었습니다. 김 안나는 숭늉이 더 뜨겁다고 류덕환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는, 오만 건방을 떨며 왕 앞에 머리를 조아리지 않고 야생마처럼 난동을 부린 유오성을 압도하고도 남음이 있더군요. 
첫회부터 류덕환의 연기에 매료되었는데, 자그마한 체구에서 어떻게 저런 폭발적인 힘이 느껴질 수 있는지, 보고도 믿기지 않더군요. 개인적으로는 류덕환의 연기를 처음 접했던지라, 저런 보물이 그동안 어디에 숨어있었나 싶었지요. 냉정하게 말해 연기를 떠나 신의에서 대사전달력이 정확한 배우가 류덕환과 김희선입니다. 귀에 쏙쏙 들어오죠. 캐릭터를 가장 빠르게 각인시킨 배우도 김희선과 류덕환입니다.

최영의 경우는 각성을 거쳐야 하는 인물이기에 아직 10%밖에 보여주지 않은 단계지요. 삶의 목표가 없는 인물이라, 고려말 마지막 충신 최영장군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지요. 더군다나 개복수술까지 한 몸이라 푹푹 쓰러지기 일쑤인 비실비실 최영이라, 캐릭터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지는 못합니다. 몸이 회복되고, 공민왕과 함께 고려중흥이라는 목표를 세우게 되면, 가장 크게 변화할 인물이 최영이라는 점은, 드라마의 남은 관전포인트이기도 합니다. 유은수와의 사랑이야기도 기대되고, 기철일당과의 대결을 피할 수 없기에 액션연기까지, 시청자의 오감을 만족시켜주리라 믿습니다.
때문에 초반 신의를 살린 캐릭터는 천방지축 푼수여의사 유은수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었죠. 여기에 세기의 로맨스 주인공 공민왕은 신의의 히든카드나 진배없었습니다. 공민왕이라는 캐릭터가 이렇게 매력적으로 나올 줄은 예상밖이었거든요. 류덕환의 연기를 보면서 느낀 점은 설득력있는 연기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싶더라는 겁니다.
그런데 제작진의 무리수 판타지 연출은 배우들의 진가를 깎아버리는 자충수가 되는 것같아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생각이 드는군요. 아무리 판타지라고는 하지만 뜬금없이 터져나오는 CG효과에 맥이 끊기고, 4회는 지루한 애니메이션이 다시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적월대의 이야기가 20분 가까이 진행되었는데, 카메오로 출연한 최민수의 분량때문이었는지, 충혜왕의 엽기연회장면이 지나치게 길어 드라마가 샛길로 빠진다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회상 장면이 끝나고 류덕환의 미안함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 오히려 더 함축적인 이야기들을 전달한 느낌이었습니다. 류덕환의 연기는 사람을 빨아들이는 마력이 있더군요. 
최영의 화상장면을 위해 카메오로 출연한 최민수는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지루하게 전개된 애니매이션 무협드라마의 격을 높여주기도 했습니다. 김희선의 엉뚱함과는 차원이 다른 엉뚱한 무공들의 CG보다, 배우의 연기가 드라마를 살리는 기본이라는 것을 최민수의 연기를 통해 확인하기도 했고 말입니다.

김종학 감독의 판타지에 대한 집착이 강할수록 연기자들의 연기나 스토리 몰입에 역효과가 나오고 있다는 것은, 드라마 신의가 점검해봐야 할 문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액션이 되는 이민호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실감나는 연기로도 충분히 많은 것들을 보여줄 수 있음에도, 뜬금없이 나오는 CG와 판타지 무공이 연기자들의 연기까지 우스꽝스럽게 만들고 있지는 않은가 싶어서 말입니다. 김희선의 통통 튀는 원맨쇼가 아까울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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