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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9.02 '선덕여왕' 덕만이 천신황녀 신권을 버린 이유 (45)
2009.09.02 07:22




'선덕여왕' 30회는 공주신분을 회복한 덕만공주의 첨성대 건립을 둘러싼 첫 정치적 행보를 다룬 내용이었습니다. 천신황녀라는 신권을 버린다는 것은 당시 신라 황실이나 조정에서는 경악할 만한 사건이지요. 700여년의 신라 왕실의 백성들의 정신적 지배수단이었던 신권을 버린다는 것은 가히 혁명적이라고 할 수 있는 발상입니다.
과학(격물)과 자연현상에 대해 무지몽매했던 백성은 하늘도 사람과 같은 감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가 내리는 것도, 가뭄이 드는 것도, 홍수가 나는 것도 하늘에게 마음이 있어 상도 줬다가 벌도 내렸다가 하는 변덕쟁이 하늘의 마음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했던 시절이니까요. 
하지만 백성들은 하늘과 대화하는 법을 모릅니다. 하늘의 언어를 읽지 못했으니까요. 하늘의 뜻은 백성들에게는 불가항력적인 천형과 같았습니다. 때문에 백성들은 하늘과 소통하는 자를 필요로 합니다. 농경사회인 신라에서 백성들이 듣고 싶었던 하늘의 언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기후였습니다. 이 기후를 읽는 곳이 신라에서는 황실이었지요. 신당의 신관들을 통해서 말이지요. 신관들 중에서도 하늘과 직접 통하는 자가 천신황녀였구요.
따라서 천신황녀는 통치자인 황실의 입장에서도 백성에게도 반드시 필요한 존재입니다. 황실은 천신황녀의 권위를 이용해 백성을 효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었고, 천신황녀는 백성들에게는 하늘의 뜻을 대신 전해주는 인간세상에 내려온 신령스러운 존재였지요. 때문에 천신황녀가 하늘의 뜻을 백성들에게 전해주었던 황실의 신당이나 박혁거세의 알이 나왔다는 나정은 신라 사람들에게는 신령스러운 위안과 믿음의 상징적 장소였습니다.
그런데 덕만공주는 백성들에게 이곳은 하늘의 뜻을 들을 수 있는 곳도 아니고, 천신황녀라는 것도 사실은 꾸며낸 허상일 뿐이라며 혼란을 일으킵니다. 하늘의 언어를 읽는 곳, 첨성대를 짓겠다면서 말이지요. 더구나 귀족들은 물론 백성들까지도 하늘의 뜻을 누구나 직접 열람 가능하다고 하니 어리둥절해 합니다. 미실을 비롯해 황실은 통치수단의 신권을 버리겠다니 놀라고, 백성들은 하늘과 신관이 대화를 하고 있지 않았다는 그간 황실이 보여주었던 사기에 놀랍니다. 아직은 첨성대가 완공되지 않았고, 백성들도 첨성대가 뭐 하는 곳인지 정확히 모르니 그저 새로운 신당 하나 짓나보다 생각하고 있지만요.
미실은 신관이 하늘의 뜻을 읽는 것이 아니라 자연현상에 대한 예측일 뿐이라는 말에 동요할 군중의 불안심리를 꿰뚫고 있습니다. 군중의 불안과 동요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미실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덕만공주가 자신에게서 황실신녀의 신권을 빼앗자마자 폐기처분해 버리겠다고 합니다. 누구는 평생을 신권 하나에 의지하면서, 마지막 최고 권력 황권을 잡기 위해 산전수전 공중전, 색공, 심지어는 자식까지 버리면서 바둥거리고 살아왔는데 누구는 신권 얻은지 하루만에 "그깟 신권 개나 줘버려" 하고 버리겠다고 하니 덕만공주의 속내가 궁금하겠지요. 그래서 화백회의에서도 미실은 자기측 사람들에게 찬성패를 던지게 합니다. "그래, 어디 네 한번 마음대로 놀아봐라. 네가 백성들의 마음을 무엇으로 구워삶는지 지켜보겠다"고 말이지요. 
미실도 통 큰 여자이지만 이에 대비책을 마련한 덕만공주는 참으로 생각이 깊지요. 아마 덕만공주가 어려서 책을 많이 읽어서 그랬는지 아는것도 많고 생각하는 것도 깊으니, 어려서부터 다양한 책을 탐독하는것은 좋은 일임에는 틀림없어 보입니다.
미실은 신녀로서 백성들의 무지한 미신을 이용해 통치해 왔습니다. 미실은 말합니다. "내가 천신황녀로 자처하면서 하늘의 뜻을 이용해 백성을 통치했듯이, 백성도 나를 이용해 불안한 심리를 달래왔다"고요. 미실은 일종의 토테미즘적인 신앙을 이용해 왔던 것이지요. 이에 맞선 덕만의 대비책은 참으로 놀랍습니다. 덕만공주는 천신황녀라는 신권을 버리고 황실과 주변의 우려에 기막힌 반전을 준비합니다. 바로 불교의 토착화입니다.
이차돈의 순교라는 사건이 법흥대제가 꾸민 것(?드라마에서는 그렇게 말하고 있습니다)이라고 하는데, 우매한 백성들을 하나의 사상으로 통일하고자 했던 법흥대제의 정책은 뿌리를 내리지 못하다가 미실에 이르러 미실이 미신을 이용해 실권을 잡음으로 실패했다고 합니다(사실 이부분에 대해서는 역사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이 있지만 드라마니 그냥 넘어가기로 하지요).
미실이라는 여걸의 등장을 위해서 였는지 당시 신라에 한집 걸러 두 사람이 죽어나갔다는 극심한 가뭄이 왔습니다. 이때 하늘을 향해 기도를 했던 이가 미실이었습니다. 그리고는 꿀같은 단비를 내리게 했지요. 사다함의 매화라는 책력을 통해서 말이지요. 기우제를 지냈던 미실은 단번에 천신황녀로 등극하면서 백성들에게는 신과같은 존재가 돼 버렸구요. 그러니 하늘과 소통하는 천신황녀가 있는데 불교가 백성의 마음을 하나로 묶어주는 것은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맙니다.
덕만공주가 신권을 버리고 불안한 민심을 잡기 위해 택한 것은 바로 법흥대제의 유업, 불교의 토착화입니다. 미실이 미신을 이용해 하늘의 정치라는 허상을 만들었다면 덕만은 종교를 이용해 인간의 정치를 펼치려 합니다. 첨성대는 미실이 백성들의 불안심리를 이용해 세워 온 허상의 정치를 깨는 성공의 교두보가 될 것입니다. 백성들이 궁금해 왔던 하늘의 언어, 즉 기후를 첨성대를 통해 예측할 수 있게 되는 날이 머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선덕여왕'을 시청하면서 놀라운 점은 역사적 사실과 다른 점이 있다해도 그 얼개의 탄탄함입니다. 신라의 불교는 호국신앙이었습니다. 화랑의 이념 역시 호국불교에 이념을 담았고 원광법사를 비롯한 명승들이 배출되며 불교는 신라와 통일신라시대에 이르러 정치, 사상, 문화의 꽃을 피우게 됩니다. 호국불교의 이념과 백성들에게 뿌리내린 불교사상은 통일신라를 이어 고려시대까지 국치의 근간으로 삼게 됩니다. 이후 불교는 조선의 건국과 함께 유교라는 지배체제에 빛을 잃었지만 우리 역사에서 종교로서도 국치이념으로서도 불교의 의미는 매우 큽니다. 이러한 역사적 정치사상까지 드라마 '선덕여왕'은 짜임새있는 얼개를 갖추고 있는 것이지요.
덕만공주는 미신이라는 허상의 틀과 싸워야 합니다. 허상의 틀 중심에 있는 미실과 싸워야 하고 백성들에게 박혀있는 허상이라는 껍데기도 몰아내야 합니다. 의미를 부여하든 그저 드라마로만 즐기든 덕만공주의 싸움은 오늘날 우리가 가지고 있는 허상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국민소득 몇만불, 주가 몇 천의 시대, 우리도 지도자의 허상 속에 너무 쉽게 자신을 맡기고 있지 않았는지 곰곰이 생각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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