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산동이'에 해당되는 글 16건

  1. 2010.06.22 '동이' 동이에 대한 마음 드러낸 숙종의 불꽃 카리스마 (11)
  2. 2010.06.16 '동이' 장희빈이 숙종의 마음을 잃은 이유 (17)
  3. 2010.06.15 '동이' 이소연의 장희빈, 한계에 갇힌 연기 아쉽다 (37)
  4. 2010.06.08 '동이' 사랑에 빠진 숙종, 꽃신의 의미 몰랐을까? (23)
  5. 2010.06.02 '동이' 숙종을 당황케 한 고요한 존재감 상선영감, 빵 터지다! (26)
2010.06.22 08:02




중전 장씨의 자작 음독사건으로 궁궐 안팎이 점입가경입니다. 친잠례 행사를 굳이 궁밖에서 하겠다고 했던 이유가 이 때문이었네요. 백성들이 보는 앞에서 누군가 중전 장씨를 시해하려 했다는 소문이 저자에 파다하게 퍼지게 하는 것 말이지요. 누군가 장희빈을 시해하려 했다는 불똥은 불보듯 뻔하게 폐비 인현왕후와 서인들에게 튀겠지요. 어렵게 설희와 함께 도성으로 들어 온 동이는 돌아가는 사태가 너무 급박해서 앉아서 구원병을 기다릴 수만은 없습니다.
무수리에 자원해서 궁으로 들어가는 데까지 성공하는 동이입니다. 한 발치만 더 가면 숙종을 만날 수 있는데 뜻을 이루지 못할 것 같습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궁궐로 들어가 숙종을 만나겠다는 동이는 이로써 무수리라는 이력 하나를 더 달게 되었네요. 숙빈최씨의 이력에 가장 가까운 직업(?)이기는 합니다만. 장악원 노비, 감찰부 궁녀, 그리고 변가네 상단 직원에서 무수리까지 동이의 이력이 동이의 삶을 보여주듯 파란만장하네요.  
동이 걱정된 숙종의 불꽃 카리스마
오매불망 그리운 동이때문에 얼굴이 반쪽이 돼버린 숙종은 동이가 살아있다는 소식을 들으니, 몰랐을 때보다 마음이 타들어 갑니다. 더구나 장희재가 동이를 뒤쫓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 무슨 봉변을 당하지 않았을까 잠도 이루지 못하지요. 숙종이 제대로 병이 걸린 듯해 보였답니다. 지금까지 숙종이 화를 내고 불쾌한 표정을 짓는 것을 여러 번 봐 왔지만, 서용기로부터 장희재가 동이를 잡아갔다는 목격자가 있었다는 보고를 들을 때는 눈에서 번쩍 하고 불꽃이 일더라고요.
당장이라도 장희재를 잡아서 다리 몽댕이라도 부러뜨릴 기세더라고요. 동이의 신변안전을 위해 서용기가 말리지 않았다면 일 저질렀을 듯 싶더군요. 동이가 살아있다는 말을 들은 숙종은 천둥번개가 치는 궂은 날씨에도 기어이 밖으로 행차를 하겠다고 합니다. 말리는 상선영감께 버럭 화를 내기까지 하면서요. 눈빛이 너무 무서워서 상선영감도 놀라서 떨고 나갈 정도였어요. 동이때문에 숙종 성질 많이 버렸어요 ㅎㅎㅎ 굳이 행차를 고집한 이유는 서용기에게 전해주지 못한 것이 있었거든요. 바로 어령(御令)패입니다. 그 어떤 국법, 명령에도 우선한다는 임금의 어명패입니다.
서용기 종사관과의 접선장소에서 숙종은 뜻밖의 인물과 대면하게 되었는데요, 임금의 호위무사들도 다 묵사발을 내 버리는 무술 고단자 차천수였지요(호위무사 다시 뽑아야겠음). 서종사관으로부터 동이의 오라비뻘 된다는 말을 듣고 마치 동이를 만난 듯 화색이 도는 숙종입니다. 몰라뵙고 죽을 죄를 졌다는 차천수에게 마음쓰지 말라며, 네 누이 동이도 그랬었다고, 급 밝아지는 숙종이지요. "그 아이도 처음에 내가 임금인 줄 몰랐었지. 그뿐인 줄 아느냐? 내 등까지 타고 넘었었다" 숙종은 동이와의 추억이 떠오를 때마다 늘 기분이 좋습니다. 특히 자신의 등을 타고 넘었던 그 날은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을 추억인가 봅니다. 죽었다가 깨나도 상상하지 못했을 일이었을텐데, 장악원 천비가 임금의 등을 밟고 올라섰다니, 지하에서 선대왕들이 들었다면 벌떡 들고 일어날 일이겠지요.

그리고는 다시 시무룩해지는 숙종입니다. 마음같아서는 차천수처럼 동이를 찾아 삼천리 방방곡곡을 다 뒤지고 싶지만 대궐을 비울 수도 없고, 임금이라는 자리에 매여있는 자신이 그 순간만은 싫어 죽을 지경입니다. 그러면 뭐해요? 칼도 제대로 잡지 못하면서 말이지요. 하긴 사냥 솜씨는 좀 늘었지요. 사슴도 잡아서 꽃가죽신까지 만들어 놨으니 말입니다.
"어명이 아니라 간절한 부탁일세. 부디 그 아이를 무사히 찾아 데려다 주게" 라며 차천수에게 꼭 찾아오라며 간절한 눈길을 보내는데, 서용기 종사관도 이제 눈치 다 챈듯 싶더라고요. 동이를 찾는 숙종의 간절한 눈빛이 명성대비 탕약이니 인현왕후 폐위 사건이니 하는 것들 말고도 다른 사심이 있다는 것이 다 보였으니 말입니다. 이제 동네방네 소문 다 난 듯한데 얼른 찾아서 꼬까신 신겨주면 되겠네요. 인현왕후도 다시 모셔오고 말이지요. 그런데 숙종이 동이에게 어떤 식으로 프로포즈를 할 지 저는 그게 아주 궁금해 미칠지경이랍니다. 상선영감이 "처소로 들일까요?" 이런 식으로 물어서 "응 , 그래" 이래 버리면 재미없잖아요. 작가님 기대하고 있겠습니당!
그래서 서종사관은 넌즈시 차천수에게 동이에 대한 마음이 어떤 것인지 확인까지 해보지요. 누이동생일 뿐이라는 말에 그 아이는 궁녀라는 말로 다행이다고 했지만, 감히 임금님과 사랑의 라이벌이 되는 것은 서종사관도 곁에서 지켜볼려면 답답했을 겁니다.
이번 회 처음으로 차천수의 동이에 대한 마음이 드러났는데요, 일년을 하루같이 동이 생각만 8년(더 됐나?)을 하다보니 어느 덧 차천수의 마음에 동이는 누이동생 그 이상의 의미가 되어 있는 듯 하더라고요. 서종사관으로부터 동이에 대한 마음이 뭐냐는 질문을 받고 천수는 그제서야 동이에 대한 마음이 누이동생 그 이상의 마음이었음을 깨닫게 되는 것 같아 보였어요. 임금님이 마음에 담고 있으니 얼른 정리해야 할텐데 마음의 병이 깊어질까 걱정이에요. 저는 개인적으로 설희와 차천수가 참 어울리던데 말이에요. 정임이와도 살짝 연분이 있을까 싶었는데 정임이도 궁녀이다 보니 마음을 주면 국법에 어긋날 것 같고(영패를 쓰면 될라나요?ㅎ)....
무수리로 궁에 들어 온 동이, "전하, 동이에요" 애타게 부르지만...
드라마 동이를 보다보면 다른 것에는 뜨뜨미지근 속내를 밝히지 않는 의뭉스러운 숙종인데, 사랑에만은 참 화끈한 분같아 보입니다. 인현왕후를 멀리하고 명성대비의 명까지 어겨가며 장희빈을 가까이 하고 있을 때도 장옥정만 보면 좋아 죽던데, 동이의 경우에는 더 심합니다. 이번 회는 동이의 오라버니라고 하니 차천수 앞에서 동이 이야기를 하고 싶어 안달이더라고요. 동이 찾는 데에 쓰라고 영패까지 내리고 말이지요.
그런데 그렇게 기다리던 동이가 궁궐에 짜잔 나타났습니다. 저고리 안에 장희빈을 한 방에 보낼 수 있는 증험을 가지고 말이지요. 갖은 난관을 뚫고 의주에서 한양까지, 그리고 궁궐까지 들어 오긴 했는데, 어째 도성에 들어올 때 남장을 하고 들어왔을 때보다 더 험난스러워 보입니다.
궁궐에는 장희재와 오태석 일당이 눈에 불을 켜고 있을 것이고, 더구나 동이 얼굴이 알려져서 여기저기 나대고 돌아다니면 금새 발각될텐데 걱정이네요. 몸 사리지 않고 궁궐 여기저기 풍산개마냥 물동이 하나들고 돌아다니는 걸 보니 더 위험해 보입니다. 동이는 너무 티 나게 "나 여기있어" 하듯이 사방을 두리번 거려!!!
그나저나 칼맞고 의주로 흘러가 고생을 겪은 후부터 동이가 조금 성숙해 보이던데요, 숙종을 떠올리며 텔레파시를 보낼 때도 이제는 그리움의 눈빛이 조금씩 묻어 나오더군요. 언제 다시 만나서 숙종과 동이가 회포를 풀게 될지 일단 도성에 들어왔으니 희망적이긴 한데, 장희빈과 오태석 일당이 동이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동이의 목숨이 그야말로 하루하루가 피를 말리는 듯 험난해 보입니다.
과연 숙종을 만날 수 있을까요? 당분간은 만나지 못하고 허공을 향해 텔레파시만 날릴 듯 하네요. 예고편을 보니 동이와 숙종이 만나지 못한 것을 보면 말이지요. 후원을 산책하던 숙종이 "송구합니다"라고 하는 동이의 목소리를 들은 듯 숙종이 표정은 "앗, 동이 목소리닷!" 이었는데, 예고편에는 만나지 못하는 것으로 나오네요. 동이의 목소리를 들은 듯한 숙종에게 분명 누군가가 종종종 달려와, "전하, 중전마마께서 정신이 드셨습니다" 라는 보고를 올릴 듯 싶어요. 중전이 깨어났다는 말에 숙종은 동이에게서 눈길을 거두고 교태전 처소를 향해 발길을 돌려 버리겠지요. 에고, 상선영감님, 우째 그리 숙종바라기만 하시는지.. 아주 숙종 얼굴만 뚫어져라 쳐다 보시느라 동이가 문지기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곳으로는 눈길도 돌리시지 않으시다니... 
빛과 그림자, 운명과 싸우려는 장희빈
참, 숙종 이야기에 정신이 팔려 음독자작극을 벌인 장희빈의 소식을 전하지 못했네요. 장희빈은 치사량을 먹지는 않았을 것이기에 분명 깨어날 것이라고 생각은 했었는데요, 음독자작극은 대궐에 피바람을 예고하며, 사람 여럿 잡게 생겼습니다. 서인들과 인현왕후가 곤경에 처하고, 인현왕후의 사가에 드나들던 감찰부 정상궁과 정임이도 무사하지 못하나 봅니다.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증험이 동이에게 있는데, 과연 동이가 증험을 내놓을 수 있을 지, 또다른 시련이 동이 앞을 막을 지, 동이의 진짜 시련과 장희빈과의 대결은 이제부터 인것 같습니다. 사실 지금까지 동이가 문제를 해결해 왔던 방식처럼 맥없이 술술 풀려 버리지 않을까 걱정도 되지만요.
저는 동이와 숙종의 해후에 대한 기대도 크지만 장희빈의 변화에도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장희빈은 비로소 자신이 결코 이기지 못할 빛이 누구인지 알게 되었지요. 처음 보았을 때부터 범상치 않은 귀한 빛이 흐르던 아이, 그 아이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빼앗을 운명의 한 쪽이라는 것을 말이지요. 궁궐에 들어오던 날, 하늘을 향한 교태전의 처마를 보며 장희빈은 다짐했을 겁니다. 저 곳의 주인이 되라라고요.
교태전의 주인자리에 앉게 되었던 날, 장희빈은 모든 것을 이루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제서야 장희빈은 도사 김환이 했던 말이 무슨 의미였는지를 깨닫게 됩니다. "빛과 그림자는 항상 붙어 다니니 빛이 그림자를 불러들인다. 그 아이가 살아 돌아오면 항아님은 그 빛을 넘지 못하십니다." 빛과 그림자의 싸움은 이제부터가 시작인듯 싶습니다. 장희빈은 꿈을 이루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어렵다는 것을 동이와의 싸움을 통해 알아갈 듯싶습니다.
장희빈은 자신이 동이의 그림자가 돼가고 있음을 인정할 수가 없습니다. 어떻게 온 자리인데, 그 자리를 고스란히 내줄 수는 없겠지요. 장희빈은 사약을 받는 그 순간까지 왜 자신이 그림자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 깨달았을까 싶어요. 장희빈이 이루고 지키려고 발버둥치는 그 교태전의 주인자리를 무엇으로 지켜야 하는지를요. 야망을 위해 진실을 버리는 순간 믿음을 잃고, 믿음을 잃으면 사랑도 잃는다는 것을요. 그리고 사랑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것을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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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16 09:08




동이가 살아있음을 두 눈으로 확인한 장희재는 심운택이 가지고 있다고 한 군사기밀서 등록유초를 손에 넣기 위해 동이를 풀어 주고 맙니다. 역시 하늘이 돕는 동이는 무슨 난관이 닥쳐도 끄떡없습니다. 이제 장희빈까지 동이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장희빈의 얼굴에 불안의 짙은 그림자가 드리웁니다. 동이에게 줄 꽃신을 고이 모시고 있는 숙종의 마음을 알아버린 장희빈이기에 동이가 숙종 앞에 나타나는 것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으려 들겠지요.
인현왕후를 없애기 위해 비밀리에 음모를 꾸미고 있는 장희빈에게 동이라는 복병은 인현왕후와 명성대비 탕약 사건의 모든 죄상이 낱낱이 드러나는 것이기에 상상하기도 싫은 악몽같습니다. 장희빈의 불안은 거기서 그치지 않지요. 숙종의 마음이 동이를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 버렸거든요. 독극물 자작극까지 벌이면서 뭔가 일을 꾸미고 있는데, 돌아선 숙종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 지 모르겠네요. 왠지 버스는 떠난 것 같으니 말입니다.

장희빈과 장희재가 눈에 불을 켜고 동이를 찾으려 들텐데, 동이를 찾아 의주까지 간 서용기와 차천수와 어긋나고 말았으니 동이 앞길은 험난할 뿐입니다.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기방을 정리하고 따라 나선 기생 설희가 있으니 조금은 안심이 되지만, 얼른 서종사관과 차천수를 만나야 할 텐데 걱정입니다. 이번회를 보니 기생 설희와 차천수가 만나지는 않았지만, 잘 어울려 보이던데 엮어주심이 어떠하올런지요? ㅎ
동이가 그리울수록 장희빈에 대한 의혹은 커지고... 
한밤 중에 숙종의 처소를 찾아온 중전 장씨를 보고도 무슨 일로 찾아왔느냐고 뚱하게 물으니, 중전장씨는 계속 동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동이에 대한 마음을 몰랐다면 국사에 지쳐 그러려니 넘어갔을텐데, 숙종의 말은 하나 하나 곧이 들리지 않는 장희빈이지요. 
숙종이 거처를 찾은 중전 장씨에게 소학책을 건네는 것을 보고 사실 깜짝 놀랐어요. 세자를 위한 훈육서라고 하사하기는 했지만, 숙종이 은근히 속이 의뭉스러운 분이라서 말이지요. 소학에서 한 글귀를 인용해서 들려주는데, 중전 장씨 간이 콩알만 해졌을 것 같더라고요. "언필충신 행필정직, 말은 반드시 거짓이 있어서 안되고, 행동은 반드시 바르고 곧아야 한다"라며 뜻풀이까지 해주는 숙종입니다. 요즘 숙종은 인현왕후를 내친 일이 마음에 걸려 후회도 되고, 장희빈의 일들이 마음에 걸려서 찜찜스럽거든요.
더구나 가장 중요한 증험을 가진 동이가 사라졌다는 것은 장희빈을 믿지 못하게 하는 결정적인 이유가 되고 만 듯 싶습니다. 동이가 사라진지 한참이나 되었고, 다들 죽었으리라고 확신하고 있었는데, 숙종 처소에 고이 싸놓은 꽃가죽신처럼 숙종의 동이에 대한 마음과 믿음은 변함이 없었던 것이지요. 장희빈은 숙종이 동이를 그토록 마음에 두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에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져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 뿐이었지만요. 
숙종은 장희빈에 대한 의구심을 떨치기 힘든 상황입니다. 증험을 가진 동이가 사라지지 않았다면, 장희빈과 남인들의 말만 듣지는 않았을텐데, 저잣거리에 파다한 사씨남정기가 자신의 이야기임을 모르지 않는 숙종입니다.  더구나 근자에 인현왕후가 복위를 꾀하고 있다는 상소들이 빗발치고 있는 것에 대해 숙종은 불쾌하기 까지 하지요. 조강지처를 내친 못난 사내에게 이제 조강지처를 죽이라고까지 몰아대고 있으니, 상소를 올린 자가 눈 앞에 있으면 면상이라도 후려 갈겨주고 싶은 심정입니다.
숙종이 상소를 올린 중전장씨 측근의 남인들 속마음을 꿰뚫지 못할 리가 없습니다. 뭐 뀐 놈이 성낸다는 말이 딱 맞는 말같습니다. 아마 당시 저자에는 폐비 중전 민씨를 향한 동정심은 물론 음모론까지 불길이 일듯이 퍼져 있었을 것입니다. 사씨남정기라는 책이 몰고온 파장은 민심과, 숙종까지 마음이 동했을 정도이니 책 한권의 파급효과란 오늘날 인터넷문화와 비슷하다는 생각까지 들게 합니다. 그나마 다행이에요. 숙종은 이런 소문에도 귀를 기울이고, 자신의 행동에 대해 다시 심사숙고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누구랑은 참 많이 다르네요.;;; 
폐비의 사가를 찾은 숙종, 가슴으로 울다
여하튼, 숙종이 인현왕후에 대한 미안함과 동이를 그리워 하는 마음은 중전 장씨의 한 밤의 뜬금없는 고백도 막지 못하지요.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의혹을 가지는 것을 보면 말이지요. 소학의 한 글귀를 말해주는 숙종에게 "거짓없이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알기에 마음이 불편했나 봅니다" 그리고는 숙종에게 자신에게 거짓으로 대한 적이 있었느냐며 물어보지요. 자신은 손에 장을 지져도 거짓없이 대했다고요. 장희빈이 비록 야망을 품고 궁에 들어와 숙종을 유혹했다 하지만, 장희빈이 숙종을 사랑하는 마음만은 진심이었어요. 자신의 사랑이 진심이라고 믿었기에 숙종의 마음도 진심이라고 믿어왔고요. 적어도 동이가 숙종에게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지요.
숙종의 인현왕후에 대한 마음은 사랑이기보다는 정해진 부부연에 대한 의리였을 겁니다. 인현왕후가 왕자를 생산했다면, 아니 조금이라도 교태기를 보인 여우같은 여자였다면, 숙종이 인현왕후를 멀리할 이유는 없었을 거예요. 돌이켜보면 인현왕후가 장희빈의 적극적인 사랑방식을 조금이라도 배웠더라면, 그 현숙한 덕망만으로도 사랑받았을 법한테 말이지요.;;; 장희빈은 인현왕후의 애교없는 성품을 잘 알고 있었기에, 적어도 여인으로서는 자신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고 생각해 왔어요. 자신을 볼 때마다 '옥정아' 라며 환히 웃는 숙종은 임금이 아니라 남자로서 자기 것이라고 생각해 왔어요. 그런데 장희빈은 알지 못했나 봅니다. 사랑도 움직인다는 것을요.
인현왕후가 복위를 꾀하고 있다는 빗발치는 상소도 인현왕후의 사가를 향하는 숙종의 발길을 막지 못하지요. 폐위된 인현왕후의 사가를 먼발치에서 보는 숙종의 마음은 편치 않습니다. 고급비단에 쌀도 내렸지만, 가까이서 보지는 못하고 상선영감에게 폐비를 봤느냐고 물을 뿐입니다. 왕방울만한 상선영감의 눈에서는 눈물이 그렁그렁합니다. 수척해지신 것 같다고 아뢰면서 상선영감 목이 메이지요. 반가의 규수로 태어나 손에 물 한방울 대지 않고 살았을 폐비가 허름한 초가에서 근근히 살고 있다는 것에 숙종은 마음이 아플 뿐입니다.   
숙종이 동이를 애타게 기다리는 마음은 인현왕후와의 일과도 무관하지 않을 듯 싶어요. 물론 동이를 그리워 하고 보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인현왕후의 무고를 밝혀줄 증험들을 동이가 찾아와 준다면, 조강지처를 지켜주지 못한 못난 사내가 돼버린 자신의 아픔 마음도 위로가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폐비에게 미안하다는 말도 할 것 같습니다. 동이 그 녀석만 돌아와 준다면, 이제는 동이가 그 어떤 말을 해도 절대로 말을 막지 않고 다 들어줄 생각입니다. 위중한 대비때문에 심란했던 마음에 동이의 말을 막았던 것이 너무나 후회되는 숙종입니다.
숙종에게 까치가 날아왔습니다. 동이를 찾아 오라는 밀명을 내린 서종사관이 돌아왔지요. 반가운 마음에 자리에 좌정하지도 않고, "동이는 찾았냐?"고 묻는데, 그 초조하게 기다리는 마음이 다 전해지더라고요. 마치 버선발로 뛰쳐나가 우편배달부를 맞이하는 것 같더라고요. 한데 빈손이니 숙종의 마음이 얼마나 허탈할까 싶어요. 그래도 다행이에요. 서종사관이랑 차천수, 그리고 오매불망 동이 찾아 상사병 걸리기 일보직전인 숙종이 동이가 살아있음을 알았으니 말입니다. 동이와 숙종의 해후는 조금 시간이 걸릴 듯 해 보이네요. 장희빈과 장희재가 더욱 눈에 불을 켜고 찾으려 들테니 말입니다. 지금 심정이라면 숙종이 동이를 만나면 덥썩 안아버릴 것 같습니다. 그 상상을 하며 왜 제 심장이 벌렁거리는지...
장희빈이 숙종의 마음을 잃은 이유
이번 회를 보면서 장희빈과 숙종의 사랑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을 해봤는데요, 장희빈이 어머니 윤씨부인에게 어머니가 사내 마음은 믿을 것 없다고 했을때 장희빈은 "저는 제 자신을 믿습니다" 라고 했던 말을 다시 상기하며, 아니었다고 정정하는 장면이 나왔지요. 그 무엇보다 전하의 마음을 제일 믿고 싶었나 보다면서요. 그리고 눈물을 머금는 장희빈을 보니, 임금의 여자가 사랑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알겠더라고요. 그래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왕자를 생산하려고 후궁들이 그 전쟁들을 치뤘나 보다는 생각도 들게 하고 말이지요.
장희빈은 후원에 세자를 찾아 온 숙종의 미소를 보고 알았어요. 그 미소가 자신에 대한 것이 아니라 왕자의 어미에 대한 것뿐이라는 것을 말이지요. 동이를 위해 당혜를 만들어 두고 동이를 찾고 있는 숙종, 죽었을지도 모를 아이에게 마음을 거두지 못하고, 자신을 향해서는 쓴웃음 지을 뿐인 숙종을 보며, 장희빈의 마음은 산산이 부서져 버린 듯 아파옵니다.
장희빈이 전하의 마음을 아프게 해드리겠다는 독백을 하는 장면이 나왔는데, 그것을 보며 왜 장희빈이 숙종의 마음을 지키지 못했는지 알 수 있겠더군요. 장희빈은 결국 이기적인 사랑에 목말랐던 여인일 뿐이었어요. 자신만을 봐주기를 바라는 마음, 장희빈이 결국 인현왕후와 동이에게 숙종을 빼앗길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인현왕후나 동이는 자신만을 바라봐 주기를 갈구하지는 않았기 때문이에요.
인현왕후는 백성에게 현군으로 칭송받는 지아비를 원했고, 동이는 외로울 수 밖에 없는 임금에게 마음으로 친구가 돼주었지요. 하지만 장희빈은 달랐어요. 임금의 사랑은 권력을 잡는 길이었고, 자신이 꾸었던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사다리로서 사랑이었어요. 그 사다리를 너무나 의지하고 믿었기에 장희빈은 숙종의 변심을 믿을 수 없고, 자신의 모든 것이 흔들린 듯 충격을 받습니다. 
사다리 꼭대기에 오르기 위해 진실도 버리고, 정의도 버리고, 양심까지 버렸던 장희빈이었어요. 자신의 자리가 아닌 곳을 탐했기에 주인을 끌어 내려야 했고, 자신의 앞길에 방해된다면 목숨을 취해서라도 짓밟고 올라가려고 했었던 장희빈입니다. 그런데 자신이 부여잡고 있던 사다리가 그만 내려가 달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언필충신 행필정직"이라면서요.
숙종이 뜬금없이 장희빈 앞에 소학을 들이밀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마도 숙종은 세자를 빗대어 장희빈에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기본 품성에 대해 넌즈시 경고를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은 거짓이 있어서는 안되고, 행동은 반드시 바르고 곧아야 한다"는 말이 마치 동이를 표현하는 말 같았거든요.
동이와 인현왕후를 없애면 모든 것을 손에 쥘 것이라 여겼던 장희빈은 자신의 덫에 자신이 걸리고 만 것 같습니다. 사라진 동이는 숙종에게 장희빈을 의심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으니 말입니다. 장희빈은 몰랐어요. 아무도 믿을 수 없는 궐에서 숙종이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사람, 오래오래 자신의 곁에서 믿을 수 있는 벗으로 남길 바랐던 사람이 동이였다는 사실을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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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2 Comment 17
2010.06.15 07:36




의주에 온 장희재와 맞닥뜨린 동이는 귀양 온 심운택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하나 싶었는데, 결국은 장희재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잡히게 되나 봅니다. 장희재가 하필이면 동이가 있는 의주땅에, 그것도 동이가 몸담고 있는 상단 변행수를 통해 역관을 만나, 모종의 거래를 하는 우연은 드라마니까 가능하겠지요. 그것보다 기막힌 우연은 드라마 초반 동이를 장악원에 넣어 주고 사라져 버린 기생 설희와의 만남이었지만요.
나쁜 장희재 놈 눈에 보이는 게 없는지, 조카의 세자책봉 고명을 위해서라면 군사기밀까지 청국에 팔아 넘기려고 합니다. 게다가 심운택을 통해 도성에 소식을 알리려 한 동이의 서찰까지 가로채 우편물을 사전검열하는 월권행위까지 저지르고 있으니, 가히 장씨 남매의 위세가 얼마나 대단스러웠는지를 알게 하는 대목이었지요.
장희재가 청사신과 거래하려는 것이 조선의 군사기밀임을 알게 된 동이는 한시바삐 도성으로 가서 알리기 위해 보따리를 싸지만, 장희재에 의해 불들리고 맙니다. 어서 서용기 종사관과 차천수가 와서 구해야 할텐데, 동이와 심운택의 목숨이 경각에 달린 듯 싶네요. 물론 불사신 동이는 끄떡않고 살아 나겠지만요.  
동이가 평안도 의주에서 심운택(김동윤)과 함께 장희재가 의주에 왜 왔는지 알아 내려고 하는 동안, 도성의 궁궐에서는 보이지 않는 소용돌이가 일고 있지요. 사씨남정기를 읽은 숙종이 인현왕후를 쫓아낸데 일말의 후회를 하는 뉘앙스를 풍겼고, 눈치 빠른 중신들은 숙종의 심정변화를 해석하기 바쁩니다. 물론 X줄타는 사람들은 중전 장씨의 측근인 남인세력들이지요. 중전 장씨는 청으로부터 세자 책봉 고명을 받으면 더 이상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태평스럽지만, 주상전하가 동이를 은밀히 찾고 있다는 보고에 그녀의 속도 타들어 갑니다.
동이를 찾고 있던 것인지 알기 위해 숙종의 처소에 들른 장희빈은 임자잃은 꽃가죽신 당혜를 발견하고는 숙종의 멀어진 마음을 확인하고는 눈물을 떨구고 맙니다. "심중에 동이를 묻어 두고, 그토록 애타게 그 아이를 찾으면서 저를 향해 거짓 미소를 보이셨던 것입니까?"(궁금하면 숙종의 답을 대신해 주겠습니다: 거짓 미소까지는 아니고.. 그게..그러니까...그래, 그렇다. 어쩔래?)
중전장씨는 보다 확실하게 인현왕후를 없애기 위해 은밀히 일을 추진하려고 합니다. 믿음직한 끄나풀이 된 감찰부 최고상궁 유상궁에게 복위를 꾀했다는 죄목과 더불어 아주 죽여 버리라고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명을 내리지요. "백가지 증험을 들이대 봐라. 폐비가 죽어 버리면 증험들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면서요. 중전 장씨의 계략에 인현왕후의 복위는 또다시 난관에 빠지게 생겼습니다. 동이마저 장희재에게 붙잡혔으니, 큰일이네요. 
그나저나 숙종의 얼굴이 말이 아닙니다. 얼굴에 화색도 안돌고, 그새 얼굴이 반쪽이 된 듯 수척해지고, 수심이 가득합니다. 서종사관에게 은밀히 동이를 찾아보라고 했지만, 동이에 대한 소식은 함흥차사 마냥 소식이 없고, 다급한 숙종은 서용기를 직접 만나 진척상황을 점검하기 까지 하지요. 동이의 이름이 쓰인 돌편지를 보고는 한 가닥 희망을 가지는 숙종은 제발 동이가 살아있기만을 바랍니다. 마음 속에서는 수천가지 질문이 쏟아집니다. "대체 의주 그 먼데까지 왜 간 게야? 왜 즉각 내게 달려 오지 않았느냐? 몸은 다친데 없느냐? 밥은 안 굶고 있느냐? 돌아오면 매일같이 어식을 하사할테니 얼른 와라." 등등의 말들이 번개처럼 숙종의 마음을 후비고 갑니다.  
그런데 이번 회에 평양기생이었던 설희가 의주 기방의 행수가 되어 동이와 해후하고, 결정적으로 장희재의 죄상을 알아내는 혁혁한 공을 세웠는데, 어째 밋밋한 기생행수라서 적잖이 실망을 했네요. 장희재의 수하에 의해 붙들리게 될 찰나, 동이가 설희에게 다급하게 "저, 천동이에요. 저 모르시겠어요? 변가상단에서 일하고 있는 종, 한양에서도 만난 적이 있었는데요" 라며 미친 척하고 찔러보는 대목에서는 다소 실소를 금하지 못하겠더군요. 기억력 뛰어난 동이가 설희를 알아보고 한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무턱대고 아는 체 했다는 말에 동이답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요즘 동이를 보면서 여자 연기자들 중에 강한 캐릭터가 없이 너무나 평면적이라는 점이 드라마의 긴장감을 떨어뜨린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동이의 등장인물 중 장희재와 심운택, 그리고 영달이와 황주부를 빼고는 개성있는 캐릭터를 찾아보기가 힘드네요. 물론 남자 배우 중 단연 개성넘치는 숙종 지진희가 극의 재미 반을 살려내고 있지만 말입니다. 급부상한 매력남 상선영감도 빼놓을 수 없고요.
그 중 가장 캐릭터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인물이 초반부 새롭게 재조명된 캐릭터라고 기대를 모았던 장희빈인 것 같습니다. 기생 설희의 재등장도 동이와의 만남만을 위해 반짝 등장했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강렬하지는 않았고요. 드라마의 주인공인 동이의 캐릭터는 워낙 현대적인 느낌이 강하고, 중구난방으로 설치고 다니기에, 동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동적일 수 밖에 없지만, 동이의 감정선보다는 상황이 입체적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가장 기대하고 보고 있었던 캐릭터는 장희빈인데요, 갈수록 같은 이미지만 반복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초반부의 강렬하면서도, 품격있었던 장희빈은 갈수록 캐릭터의 매력이 반감되는 것 같습니다. 숙종의 여인들을 다룬 모든 사극에서 장희빈의 해석은 작품마다 화제를 불러 일으켰고, 그 이미지가 오랜시간 동안 각인되어 왔는데, 이번 장희빈은 아직까지 큰 반향을 일으키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드라마 초반 이병훈 감독의 손에서 새로 탄생할 장희빈은 품위있고, 우아한 장희빈이 될 것이라고 했는데, 25회가 진행되는 동안 품위와 우아가 발목을 잡고, 오히려 더 이상의 것을 보여주지 못하고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캐릭터가 장희빈 같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장희빈은 동이를 버리고 인현왕후를 폐비시키는 음모 과정을 거친 후 좀 다른 모습으로 환골탈태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빛과 그림자로 동이와 장희빈의 캐릭터가 대립적으로 설정되었을 때부터 장희빈은 악역이고, 패자일 수 밖에 없습니다. 장희빈은 끝까지 자신이 패자임을 인정하지 않으려 했던 인물이었고, 사약을 받는 순간까지 독기를 버리지 않았던 인물로 기록되어 있지요. 인현왕후가 복위되고서도 취선당에 신당을 차리고 저주를 했다고 알려져 있을 정도로 발악을 떨었던 인물입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동이에서의 장희빈은 이미 패자가 된 듯한 인물로 강렬함이 없어져 버렸습니다.
이번회 당혜를 보고서도 장희빈은 사랑을 잃은 슬픔만 간접적으로 그녀의 방백을 통해서 표현했을 뿐이에요. 이는 장희빈을 연기하는 이소연이 스스로 '품위있고 우아한 장희빈'이라는 캐릭터의 한계에 갇혀 더 이상의 감정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장희빈 캐릭터의 매력은 가시돋힌 장미인데, 지금의 이소연에게서는 장미의 향만 느껴질 뿐입니다. 장미로서의 장희빈을 표현하는 이소연의 연기는 나무랄 데가 없습니다. 하지만 가시를 표현하는 부분은 조금 약하지 않나 싶습니다.
장희빈이 지난회 벌컥 화를 내는 장면이 있었는데, 서슬퍼런 한기가 느껴졌어야 했는데, 표정만 사납게 지었을 뿐 크게 와닿지는 않았어요. 이번 회 숙종이 동이를 위해 준비한 당혜를 보면서도 실연당한 듯한 여인의 슬픔만이 감지되었을 뿐, 장희빈에게서 뗄 수없는 투기의 표정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어요. 슬픔과 분노, 투기가 함께 묻어나오는 감정표현을 보여 주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더라고요.
감찰부 유상궁에게 인현왕후가 복위를 꾀하려 한다는 증험을 만들라는 대목에서도, 그리고 인현왕후를 죽이라는 암묵적인 명을 내릴 때 조차도, 장희빈의 표정은 다른 장면들에서의 표정과 같았어요. 이런 장면에서는 여배우들이 표현하기 쉬운, 특히 눈이 큰 이소연이기에 더 강점일 수 있는 눈빛의 변화를 통해 강하게 보여 주었어야 했는데, 너무 우아를 지키려다 보니 오히려 사실적인 감정표현은 나오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저는 배우 이소연의 눈을 볼때마다 감정표현에 상당히 유리한 눈매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 왔어요. 상대방을 정면에서 바라보며 쏘는 듯한 눈빛은 특히 그녀가 연기자로서 보여줄 수 있는 좋은 눈빛이에요. 그런데 그 눈빛의 한계는 눈을 동그랗게 뜨면 화를 내거나, 사나운 표정이 되지만, 독기를 품고 냉기를 폴폴 넘치게 하기에는 부족하지요. 이소연의 눈빛연기를 보다보면 느끼는 점 하나가 머리와 눈동자가 같은 궤도로 움직인다는 점이에요. 눈동자의 변화와 함께 고개를 항상 살짝 돌려주는데, 고개를 돌림으로써 독해 보여야 할 눈빛은 상대적으로 감해져 버립니다. 그러다보니 장희빈의 새로운 캐릭터 '품위와 우아'를 죽어라고 지키기 위해, 상황에 따라 폭발시켜야 할 감정선도 그녀가 가진 매력적인 눈에 비해 약하게 표현될 때가 많고요.
장희빈의 현재 상황은 여름에 독을 가득 품은 뱀이어야 하는데, 동면을 취하려는 뱀 같아요. 장희빈의 매력적인 캐릭터가 살아나지 않는 것은 그 독기 품은 뱀을 자꾸 우아와 품위 속에 한정시키려 하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장희빈이 숙종을 치맛폭에서 데리고 놀았는지, 숙종이 양다리 세다리 걸쳐가며 장희빈의 치맛폭을 이용했는지는 350년전의 숙종과 장희빈만이 알겠지만, 명문가의 여식도 아닌 장희빈이 한 나라의 국모 자리에 앉았다는 것은 그만큼 배포와 그릇이 컸었다는 것을 말하겠지요. 아마 현세에 태어났다면 한 나라를 주무를 수 있을 만한 여걸이었을 겁니다. 장희빈이 교태전으로 처소를 옮기고, 후원 연못가에 피어있던 금낭화를 보며 했던 말이 장희빈을 성격을 가장 잘 나타냈던 것 같습니다. "나는 작고 여린 꽃은 싫구나. 난 활짝 핀 꽃이 좋다. 결국 언젠가는 지게 되더라도 말이다" 라며 취선당의 모란을 옮기라는 대사가 있었지요. 물론 장희빈이 꿈속에서 했던 말이지만요.
드라마에서 동이와 인현왕후는 강렬한 카리스마가 굳이 필요없는 캐릭터에요. 인현왕후도 나름 강한 왕비의 모습도 보여 주었지만, 앞으로 환궁해서는 시름시름 앓는 모습을 주로 보여줄 듯 싶고, 천방지축 동이야 항상 활짝 핀 꽃처럼 방긋방긋 기분좋은 미소를 머금을 것이고요. 표독스러웠던 명성대비마저 드라마에서 하차했으니, 이제는 드라마 동이의 긴장감을 살려 줄 인물로 장희빈의 캐릭터에 큰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아와 품위도 좋지만, 악랄하고 투기로 눈이 뒤집힌 장희빈의 가시도 나와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장희빈은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이 될 수 없는 인물일 수 밖에 없습니다. 드라마 초반 지적인 장희빈의 모습도 얼핏 보였지만, 이제는 독기 품은 뱀의 모습으로 강렬하게 변화해야 할 때라고 생각됩니다. 이소연이 만들어 가고 있는 장희빈이라는 매럭적인 인물이 입체적이지 못하고, 뭔가 빠진 듯한 캐릭터가 되어가는 이유는 동이를 부각시켜야 하는 제작진의 고민도 반영되었겠지만, 이소연이 더 보여줄 수 있는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품위있고 우아한 장희빈 속에 갇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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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08 07:18




'꿈은 이루어진다' 어찌 되었든 장희빈이 오르고자 한 가장 높은 곳에 드디어 오르게 되었네요. 교태전의 주인, 중전의 자리, 한낱 이름없는 여인으로 살지 않겠다는 야망을 이룬 장희빈의 중전 책봉식은 그럼에도 검은 그림자가 드리웁니다. 장희빈의 비리를 알고 있는 동이의 행적이 묘연하고, 동이가 살아있는 한 중전의 자리는 위태롭고 가시방석일 수 밖에 없습니다. 자신의 생일에 후궁의 품계를 하사하고, 장악원 악공들을 불러 사랑의 세레나데 연주까지 들려주었던 임금이 중전 대례복을 입은 자신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습니다. 숙종의 마음은 온통 없어진 천나인 동이에 대한 생각뿐이거든요.

내수사 서고에 잠입해 장희빈의 비리가 적힌 결정적인 증험을 찾은 동이는 또다시 위험에 빠졌지요. 장희재가 보낸 자객들에 의해 쫓기는 동이입니다. 궁궐 치안상태가 엉망이군요.;; 여하튼 궁궐을 빠져나가 서용기와 동문수학했다는 사헌부 나으리집을 찾아 증험을 건네지만, 꼬리가 밟히고 말았어요. 애꿎은 사헌부 나리집 가솔들만 도륙당하게 만들었네요. 동이가 꼭 살아서 무고한 희생을 밝혀야 할텐데, 이래저래 동이가 알게 되는 장희재와 장희빈의 죄목만 늘어나고 있습니다. 증험을 손에 쥐고 도망가지만 동이는 표창에 맞고 말지요. 동이가 가려는 곳은 능행을 나간 임금님의 행차길이에요. 쓰러지고 일어나고 구르고, 표창에 맞은 상처가 욱신거려도 참고 달리는 동이입니다.
동이가 사경을 헤매면서 숙종을 만나기 위해 풀숲에 쓰러져 있는 시각, 능행나갔던 숙종은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사냥도 즐기고 계십니다. 그런데 숙종의 사냥 목적이 딴데 있었나 봅니다. 번번히 사냥물을 놓치는 숙종을 보기 미안했는지 수행중이던 오윤이 그만하자는 말에도 고집을 부리시지요. "활이 이상한 것 아닌가?" 라며 괜히 연장탓도 해보고 말이지요. 숙종은 이번 사냥에서는 기필코 토끼라도 한 마리 잡아볼 참입니다. 토끼를 잡으면 토끼털로 동이에게 목도리나 하나 만들어 주고, 운좋게 사슴이라도 걸리면, 우훗! 꽃가죽신 당혜를 만들어 줄 생각입니다. "내 솜씨가 이래뵈도 날아가는 파리도 맞춘단다" 이런 풍도 좀 치면서요.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눈 먼 사슴 한마리가 숲에 앉아 있지요. 한 건 해 낸 숙종 만세까지 부르며 좋아 죽습니다. 한내관을 불러 "한양에서 제일 솜씨좋은 갖바치를 찾아서 사슴가죽으로 당혜(꽃가죽신)을 하나 지어올리라 하게" 라며 흡족해서 명을 내리지요. 상선영감 다 알면서도 모른척 시치미 뚝 떼고 물어보지요 "여인들이 신는 신 말입니까" 숙종은 급흥분해서 "내가 사슴을 잡았다고 하면, 어디서 그런 풍을 치느냐며 믿지 않을것이니, 신을 지어 주면서 내, 자랑을 좀 할려고 말이다" .
다시 확인사살 들어가시는 상선영감 왈, "그 당혜를 혹, 감찰부 천나인에게...?" 두 말하면 잔소리, 세 말하면 입 아프죠. "그래. 궐이고, 도성이고 하루종일 강아지 마냥 싸돌아 다니니 좋은 신이 필요할 게야". 그리고는 "꼭 곱고, 튼튼하게 지어 올리라 하게" 라고 강조, 또 강조하는 숙종이에요.
상선영감은 뭐가 그렇게 좋으신지 숙종보다 더 입이 귀에 걸려 웃네요. 대답도 우렁차게 "예"하시면서 말이지요. 지난 주에도 상선영감 빵빵 터뜨려 주셨는데, 진지하게 웃겨주시는 상선영감의 매력도 갈수록 더해 갑니다. 왕의 눈동자까지 읽어내는 최측근 내시이다 보니, 잘못 뽑으면 나라도 말아 먹는데, 상선영감 한내관은 숙종 마음을 잘 이해하고, 착한 듯 보여서 다행이에요. 유머감각까지 있으시고 말이지요.
그런데 동이에게 꽃신 안겨주며 으쓱 으쓱 자랑질 하려는 마음에 마음이 두둥실 떠있는 숙종에게 비보가 날아들지요. 내수사 서고가 홀라당 불에 타고, 그것을 감찰부 동이가 한 짓이라는 보고가 들어온 것이에요. 오태석은 한 술 더 떠 역모로 까지 몰고 가려고 합니다. 황급히 궁으로 환궁하니, 모든 것이 동이와 포청 서용기가 장희빈을 음해하려는 목적으로 폐비 인현왕후의 일을 들쑤시고 다녔다는 의금부의 보고까지 받게 되지요. 동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숙종이지만, 정황상 딱딱 맞는 보고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고민에 빠집니다.
답답한 마음에 서용기를 찾아가지만, 동이가 없어졌다는 날벼락을 접하고는 다리에 힘이 풀려 버리는 숙종이에요. 장희빈이 대비시해와 폐비 음모의 배후라는 증험을 찾아 내고도, 숙종이 장희빈을 애지중지 하는 마음을 알기에 동이도 말씀드리지 못했을 거라는 말에 숙종은 더 할 말이 없습니다. 동이가 사라져 버렸다는 말은 장희빈이 배후자라는 말보다 숙종을 힘빠지게 합니다. 
장희빈의 처소를 찾아 진실을 알려 하지만, 장희빈은 오히려 중전 책봉도 다 물리라며 더 강하게 나옵니다. 모든 것이 자신의 부족한 탓이라며 현숙한 모습까지 보이니 숙종도 갈피를 잡지 못하지요. 장희빈에 대한 증험은 없고, 책봉식은 코 앞에 닥치고, 진퇴양난에 처한 숙종은 서종사관을 파직한다는 교지를 내리고 맙니다.
장희빈에게 "동이가 아무런 이유없이 너를 모함하려 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다"고 말하지만, 장희빈은 한번도 전하를 속인 적이 없다고, 그것이 자신이 알고 있는 진실이라고 말할 뿐이었어요. 숙종은 장희빈이 한 번도 자신을 속인 적이 없다는 말에 장희빈에 대한 믿음을 거두어 버립니다. 숙종이 아는 동이는 누가 표적이 되든 진실과 사실을 밝히는 것만이 가장 중요한 아이였어요. 아무 의심없이 뒷조사를 하고 다닐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장희빈의 강한 부정은 오히려 강한 긍정처럼 들려옵니다. 하지만 증험을 가지고 있는 동이가 없어져 버린 것을 숙종도, 장희빈도 알고 있기에 문책할 수도 없는 숙종이지요.
동이에 대한 걱정으로 숙종은 중전책봉식도 도살장에 끌려가는 듯 눈에 촛점을 잃은 모습이에요. 숙종은 이 모든 것이 꿈이었으면 싶습니다. 오랜 시간 믿어왔던 장희빈이 그토록 간교했을 거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고, 동이가 궁궐에 없다는 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궁궐 어디에서인가 팔랑거리며, 강아지마냥 돌아다니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은 숙종입니다. 장희빈이 간악한 흉계를 꾸몄든, 동이가 증험을 찾았든 말든 하나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살아있는 풍산이만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장희빈의 중전 책봉식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머리 속에는 오로지 동이 생각뿐입니다. 능행 다녀오던 길, 아득히 멀리서 동이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들은 것도 같습니다. 

숙종은 잠도 이루지못하고 대전에서 고민에 빠져있습니다. 고민이 아니라 실은 동이에 대한 걱정으로 애가 타는 숙종이에요. 그런 숙종에게 상선영감이 당혜를 들고 오지요. 곱게 잘 만들어진 꽃신을 보니 동이 생각이 더욱 간절해진 숙종입니다. 어디에 있는지, 제발 살아만 있어달라고 빌고 또 비는 숙종입니다.  
그런데 숙종은 당혜의 의미를 알고 있었을까요? 당혜(꽃가죽신)는 청혼의 의사를 표하는 상징적인 의미가 숨어 있어요. 숙종이 당혜를 주고 싶은 자신의 마음을 몰랐을까 싶어요. 상선영감이 천나인에게 줄거냐고 활짝 웃는 것을 보면, 상선영감도 남자가 꽃신을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 것 같은데 말이지요. 그저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라 예쁘고,튼튼한 꽃신을 주겠다고 말했지만, 숙종의 마음 깊숙이 동이가 사랑으로 자리했나 봅니다. 숙종도 이런 기분은 처음이에요. 꽃신을 지어주고 싶은 마음도 처음이고, 남자다운 모습을 자랑하고 싶어지는 아이도 처음이에요.
임자잃은 꽃신을 어루만지는 숙종의 마음은 동이에 대한 그리움과 걱정으로 타들어 갑니다. 이제서야 숙종은 자신의 마음을 알기 시작합니다. 해맑게 웃는 동이 그 아이의 눈을 마주하면, 왜 웃음이 나고, 마음이 편하고, 까닭없이 즐거워졌는지를요. 그것이 은혜하는 마음, 사랑이라는 것을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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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02 08:18




감찰부 궁녀를 이끌고 동이를 엄호하러 간 정상궁은 내수사의 강한 반발에도 원칙과 규율대로 해야겠다며 뜻을 꺾지 않았습니다. 천군만마를 얻은 것보다 동이는 힘이 나지요. 감찰부 궁녀들이 금군을 동원한 내수사 내관들에 의해 진입이 저지당하고, 감찰부 정상궁과 내수사 전수가 숙종의 부름을 받고 대전을 향합니다. 자초지종을 들은 숙종은 척 보니 어떤 상황인지 다 파악이 됩니다. 내관들이 관리하는 궁궐 재정담당 기관이다보니 궁녀들이 함부로 드나들지 못하고, 관행처럼 내수사에 대한 감찰은 어물쩍 넘어갔는데, 감찰부 나인 하나가 그런 내수사를 들쑤시고 다녔다니 분명 풍산이 동이밖에는 그럴 인물이 없다고 짐작하는 숙종입니다.
숙종은 숙종대로 구리와 주석의 품귀현상으로 상평통보의 유통에 차질이 빚고 있다는 말에 비밀리에 조사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 일이 잘못 꼬이면 조사에 치질을 빚을까 일단 덮으라는 명을 내리지요. 정상궁의 말을 들은 동이는 숙종에게 실망을 감추기 어렵습니다. 비록 어리버리 하기는 했지만, 판관나으리일 때나 임금일 때나 의혹과 비리에 대해서는 눈감는 분이 아니셨는데, 이상하다고 생각하지요.
숙종도 동이가 자신에게 실망하고 있을 것을 예상합니다. 동이 성격에 아마 속으로 욕을 엄청 해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숙종입니다. 어떻게든 자신의 진심을 알려야 하는데 묘책이 떠오르지 않지요. 그러고보니 장다리와 꺼꾸리 친구들이 있었네요. 황직장과 영달을 불러 은밀히 동이와의 접선 장소를 알려주는 걸 보니 농이나 던지는 임금인줄 알았는데, 주위 눈치도 살피고 속도 깊은 숙종입니다. 그런데 그것보다는 동이와 몰래 핑계삼아 궁밖 교외데이트를 하고 싶어서 그런 것도 같습니다. 응큼한 숙종.ㅎ
두리번 두리번 약속장소에 나타난 동이를 보니 숙종 얼굴이 벌써 환해집니다. "왔느냐? 헤맬까 걱정했는데 누가 강아지 아니랄까 봐 길 하나는 잘 찾는구나" 반색하며 동이를 맞는 숙종은 왜 내수사 감찰을 일단 덮으라고 했는지 설명하지요. 감찰궁녀 시험에서도 여러가지 공부를 시켜주더니 오늘은 경제수업입니다. 상평통보를 주전하는 주재료인 구리와 주석의 품귀현상에 대한 조사가 끝나면 바로 감찰부에서 조사를 하게 해주겠다고 약조를 하며 걱정 붙들어 매라고 삐져있었을 동이를 달랩니다. 동이 성격이 워낙에 집요해서 말이지요. 동이의 성격을 잘 아는 숙종이기에 자신의 명에 동이가 실망했으리라 훤히 꿰뚫어 봅니다. 누가봐도 욕할 상황이지요. 동이라면 아주 대놓고 했겠지요. 무슨 임금이 자기집 곳간 털리는 줄도 모르고, 곳간 털렸다고 신고해 주고 도둑놈까지 잡아 바치겠다는데 그걸 막아? 이러면서 말이지요.
"이런, 한심한 임금이 다 있나 하고 욕도 하고 그랬지?" 욕은 하지 않았지만 실망은 했음을 감추지 못하는 동이를 보고 숙종은 금새 또 섭섭합니다. 그래도 판관나으리라고 알고 있었던 적부터 담넘고, 도망치고, 밤이슬 맞으며 쌓은 정이 얼만데 말이지요. 
중요한 일을 이리 따로 불러 귀띔해주고 동이에게 걱정말라고 까지 안심까지 시키니 동이는 궁금하기만 하지요. 하늘같은 임금님께서 감찰상궁도 아닌 일개 궁녀를 불러 그 같이  중요한 일을 말해주다니요. "어쩐지 너한테만은 잠시라도 오해를 받기 싫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널 이런 자리를 마련해 보자고 한 것이다".
그런데 옆구리 찔러 절받기 선수인 숙종 그냥 넘어가지 않습니다. 동이의 대답이 "네..."라고 웃거나 고개만 끄덕여줄 것 같거든요. "어떠냐? 성은이 망극하지 않느냐?" 아무튼 동이도 숙종을 웃게 하지만, 숙종 역시 동이를 이렇게 웃겨 주십니다. 그래서 동이는 감히 눈도 마주치지 못할 임금님이지만, 자신을 웃게 해주는 임금님이 참 좋습니다. 천수 오라버니와는 다른 감정으로 좋습니다. 천수 오라버니는 늘 동이를 보호해 주었던 돌아가신 아버지와 오라버니같지만, 임금님과 함께 있으면 재미있습니다. 자신을 보며 껄껄껄 목청이 다 드러나도록 호탕하게 웃는 임금님이 너무 미남자십니다. 폐위전 중전마마께서 전하는 웃는 모습이 멋지신 분 아니냐며 전하를 웃게 해달라고 하셨는데, 정말 임금님의 웃는 모습이 좋아집니다.
감히 다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하겠지만, 자신에게 저자에서나 사용하는 풍치지 말라고도 하시고, 황직장 나으리랑 영달이랑 주막에서 얼큰하게 취할 때는 술주정도 제법 하십니다. 매일같이 영달이 꿈에 나타나 사약을 내리시고는 그 사약을 임금님이 마셨다고 목이 댕강 잘려나갈 말을 해도, 그건 칡즙이었다며 더 유쾌하게 웃으실 줄 아는 임금님입니다. 성정이 고약했더라면 그 자리에서 왕을 능멸했다는 죄로 능지처참을 시킬 법한데도 말입니다. 동이는 임금님은 술주정도, 껄껄껄 웃는 것도 안하시고 근엄하게 무게만 잡는 분이신줄로만 알았어요. 그런데 임금님이 동이가 오해했을까봐, 동이에게만은 잠시라도 오해를 받기 싫었다며, 내수사 일까지 해명을 해 주십니다.

그리고 한밤중에 불러서는 자신이 즐겨읽는 서책이라며 지미있는 책까지 건네 주십니다. "간혹보면 너의 말과 행동거지가 좀 무지한 것 같아서 수양을 하라고 주는 것이니, 뭐 황송할 것 까지는 없다"라고 농까지 건네면서 말이지요. 그러면서도 정곡을 콕콕 찌르는 것도 잊지 않는 숙종입니다. "넌 진득히 앉아서 서책을 보기엔 세상만사에 관심이 너무 많은 듯하다. 사실 넌 좀 산만하고 분주한 것은 사실이야". 사고만 터졌다 하면 그 중심에 동이가 있으니, 숙종은 동이가 너무 걱정되거든요. 한밤중에 짤짤거리고 돌아다니지 말라고 그렇게 일러도,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니 동이의 영특하고 호기심이 넘치는 것이 좋아보이기도 하지만 걱정도 되거든요. 묶어 둘 수도 없고 말이지요.
이렇게 진담반 농담반 우스개 소리도 나누지만, 동이는 임금님이 점점 좋아집니다. 줄대서 뒷문으로 한성부 판관직이나 얻었나 싶었던 분이었는데, 알고 보니 임금님이셨고, 감히 임금님의 등을 우지끈 밟고 담을 넘었는데, 오히려 예전 판관나으리처럼 편하게 대하라고 어명까지 내리는 분이시지요.
중전마마와 희빈마마 사이를 오갔던 임금님이 어떤 사랑을 했는지 동이는 잘모릅니다. 정치도 모르고, 나라 경제도 모르는 동이에요. 다만 동이는 옳고 그른 진실만을 따르고 믿고 지키고 싶습니다. 그런데 농도 잘하시고, 저자의 평범한 사내들의 웃음을 부러워하는 임금님의 눈이 무엇인가로 가려진 듯합니다. 장희빈의 계략에 이 미남자의 눈이 자꾸 멀어지고 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
그래서 동이는 또 다짐하고 약속합니다. 이제는 세상에서 가장 미남자로만 보이는 임금님이 옳은 것을 볼 수 있도록 진실을 반드시 밝혀야 겠다고 말이지요. 임금님이 준 책이라면 너덜너덜 해질 때까지 달달 외워서 임금님이 바라는대로 학식까지 두루 갖춘 감찰부 최고 궁녀가 되겠다고요. 그래서 이 미남자를 주변에서 속이지 못하도록 임금님의 눈과 귀가 되어 주겠다고요. 그리되면 억울하게 장희빈에게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초가로 쫓겨가신 중전마마를 임금님이 꼭 다시 찾으실 거라고 믿는 동이입니다.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오고, 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질 것이니까요. 
그나저나 이번회는 상선영감과 숙종때문에 빵 터졌네요. 재미있는 서책을 읽다 동이 생각이 난 숙종이 상선영감을 불러 천나인을 불러 달라니, 시간이 침소에 들 시간인지라,  상선영감 왈, "침소로 말입니까?" 숙종이 아무 생각없이 "그래..". 그런데, 어라 뭔가 이상하다...허걱, 숙종도 얼떨결에 대답했다가 놀랐는지 "침소???"라고 되묻지요. 그 때 상선 영감의 표정은 '드디어 때가 왔구나' 싶었는지 의미심장하게 웃습니다.ㅋㅋ
"하명하시면 지금 침소로 들이겠습니다" 라며 숙종보다 더 좋아하시더라고요. 하긴 임금님의 그림자처럼 최측근에서 임금을 보필하고 있으니, 아마 숙종보다도 더 속마음을 잘 알 것도 같습니다. 동이 이름만 나오면 입이 귀에 걸리고, 눈이 반짝반짝해지는데 상선영감이 모를리가 없지요. 
당황한 숙종이 말도 어버버 거리면서"자네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건가? 그런 것 아닐세.."하자 뻘쭘해서 나가는 상선영감이었지요. 그런데 상선보다 숙종이 더 뻘쭘해진 것 같더라고요. 상선이 나가자 "침소? ...사람을 어떻게 보고...."라고 말끝을 흐리는데, 얼굴까지 벌개지는 것 같더라고요. 숙종 정말 당황했나 봅니다(과연 그랬을까요? 고얀 내관같으니라고,  한번 더 물어봐주지... 이런 마음도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답니다.ㅎㅎㅎ). 
세상 모든 여자들이 임금의 한마디면 옷고름 바로 풀 일이지만, 동이는 조금 다르거든요. 그 녀석한테는 약점을 많이 잡혀서 체면을 더 세워야 한단 말이죠. 그 녀석이 자신을 남자로 생각하는 지도 잘 모르겠고, 게다가 풍산이 녀석은 어깨가 떡 벌어지고, 까무잡잡한 남자가 이상형이라고까지 밝혔는데, 에잇, 그런 사내녀석들 다 잡아서 저 멀리 국경근처에 다 몰아놓고 성이라도 쌓으라고 하고 싶은 심정일 겁니다. 다음에는 동이가 생각하는 미남자에 대해 다시 물어 볼 것도 같습니다. 백옥같이 매끄러운 피부에 초롱초롱한 눈, 오똑한 코 이정도면 괜찮지 않느냐고 어명으로라도 미남자의 기준을 바꾸라고 말이지요.  

동이는 날마다 사건 하나 들춰서 생명의 위협에 처하고, 숙종은 그런 동이때문에 노심초사 속이 타들어 갑니다. 꼭 한 사람은 웃게 하고 싶은 동이, 꼭 한 사람에게는 오해를 하게 하고 싶지 않은 숙종, 그 이유가 무엇인지 두사람 사이에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삐리리 감정을 조금씩 알아 갈 때도 됐는데, 상선 영감도 눈치채고, 장희빈도 눈치챘는데 두 사람만 모르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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