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품달 결말'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2.03.15 '해를 품은 달' 웃음이 넘치는 드라마, 눈 깜짝할 사이에 무슨 일이? (9)
  2. 2012.03.10 '해를 품은 달' 차궐남 운의 비밀, 사라진 원작스토리 "아깝구나" (54)
  3. 2012.03.03 '해를 품은 달' 정일우의 죽음암시, 나는 반대일세! (31)
2012.03.15 12:04




결방까지 감행했다가 하루만에 현장으로 돌아 간 김도훈 피디, 높은 시청률에 대한 보답차원이었다면 이렇게 허접하게 연출하고 편집해서는 안될 일이지요. 가뜩이나 완성도 결여된 작품을, 숭숭 구멍이 난 포장지로 싸서 내보내시면 곤란하옵니다. 이번 19회는 유난히 연출상의 옥에 티가 많이 보여서 말이지요. 질질 끄다가 막판에 와서야 급한 진행을 하려다 보니, 뭔가 매끄럽지 못한 느낌이 많았네요.

해품달 19회는 설이 염을 지키려다 죽고, 대왕대비 윤씨가 독살을 당했다는 것, 그리고 장녹영과 권씨 두 도무녀의 흑주술 배틀이 주내용이었습니다. 정신없이 바쁘게 진행한 주변인물에 대한 정리작업편이었죠. 아, 양명군이 윤대형과 손을 잡고 역모의 주모자로 살생부(?)에 이름을 올리고 훤에게 칼을 겨누었다는 것이 중요한 줄거리였네요. 속내가 읽혀버린 뻔한 결말이 예상되어 긴장감은 없었지만요. 양명군의 생사여부에 관심이 있기는 합니다만...

"연우야, 나랑도 놀아줘~"
자신을 통째로 연우에게 선물로 주었던 훤, 이렇게 큰 것을 줬는데 답례로 뭘 해주겠느냐고 묻는 훤이지요. 급당황하는 연우, "무, 무엇을 원하시옵니까?" 뭘 상상했던 것이냐! 연우도 은근히 생각이 앞서 가는 앙큼녀ㅎ;;. 훤이 바라는 것은 활인서에서 양명군과 하던 놀이를 자기랑도 해주라는 것이었지요. 
덕분에 오밤 중에 궁의 한 뜰에서는 자치기 놀이판이 벌어졌습니다. 발바닥에 땀나듯 뛰어다니는 형선, 딱 한번 제대로 맞췄을 뿐인데, 형선이 왜 그렇게 헐레벌떡 뛰어다니는지 모르겠더랍니다. 메뚜기는 훤 코앞에 떨어지던데, 메뚜기 찾아 멀리까지 뛰시는 형선, 뭘 찾으러 뛰신 거에요?
기억이 돌아와 훤의 곁에 있을 수 있게 된 연우, 이 모든 것이 꿈만 같습니다. 전하의 곁에서, 전하의 음성을 듣고, 전하의 용안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연우지요. 이 모든 것이 신모 장녹영 덕분이기에 훤에게 장녹영을 만나게 해달라고 청을 넣지요.
늦기 전에 신모님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라며 연우는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살려주셔서, 거둬주셔서, 키워주셔서, 지켜주셔서, 고맙습니다. 8년간 어머니가 되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한가인에게서 보여지던 무미건조함을 벗고, 대사에 감정을 넣었던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복받쳐오는 감정을 참아내는 듯, 눈물과 함께 대사에 감정을 넣어 끊는 모습은 좋았네요. 시청자도 덮어놓고 못한다고 하지 않아요. 극찬까지는 아니어도 잘한 부분은 잘했다고 칭찬합니다. 가뭄에 콩 나는 듯 해서 문제지만요. 

마지막까지 놓지 않았던 중전 윤보경의 연심, "미안하다, 끊어내지 못하였다"
윤대형이 자신은 물론 훤까지 버릴 것임을 짐작한 윤보경, 그래도 첫연정이라고 주상전하를 걱정하며 훤의 처소를 향하지요. "주상전하가 위험하다. 주상전하께 위험을 알려야 돼", 훤을 보호하고 싶어 한달음에 달려 간 윤보경입니다.
그런데 이 무슨 얄궂은 운명의 장난인지, 남편이 연우랑 바람피우고(?) 있는 모습을 보고야 말았지요. 눈 돌아간 윤보경, 훤을 지키고 자시고 할 마음이 싹 없어져 버립니다. 오직 자기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말이지요.
급기야 윤보경은 제 명을 재촉하는 일을 자행하고야 말았으니, 임시도무녀 권씨를 불러 흑주술로 연우를 없애라고 명하지요. 순결한 처녀의 강렬한 염원이면 죽일 수도 있다는 말에, 기꺼이 자신이 제물이 되는 것도 마다않는 윤보경입니다.
도무녀 권씨의 훅주술에 제물이 되어 참가한 윤보경, 그러나 권씨보다 레벨이 몇 급 위인 국무 장녹영이 권씨의 흑주술을 반사~로 돌려줘 권씨는 쓰러지고, 윤보경은 정신줄을 놓게 되는 불행으로 치닫고 말았지요.
장녹영은 흑주술을 막기 위해 자신의 피를 제물로 바치더군요. 목숨을 걸고 아가씨를 지키겠다더니, 서슴없이 손에 단도를 대는데, 피 몇방울이 필요했으면 손가락끝만 찌를 것이지, 칼을 통째로 잡는 모습에 뜨헉!했네요. 
그런데 주술을 걸 때 보니 장녹영의 손은 언제 칼로 베였냐 싶게 멀쩡하더라죠. 놀라운 자연치유술입니다. 집으로 돌아가서도 손에 헝겁쪼가리 하나 감지않은 멀쩡한 손이었고 말이죠. 잠잘 때도 비녀도 뽑지않고, 외출복 차림 그대로 곱게 자다 일어난 장녹영, 연출에 이리도 신경을 안쓰다니... 감독님! 아무리 바빠도 이리 대충대충 찍으시면 곤란하지요.

장녹영이 빙의되어 윤보경의 죄를 일일이 설명해 줬는데, 왠지 윤보경에 대한 동정여론을 의식한 작가의 확인사살로 보여지더군요. "넌 아무 잘못도 없다고 생각하겠지. 그저 피해자라고 생각하겠지. 허나 틀렸다. 알고도 침묵한 죄, 죽음을 방조한 죄, 자신의 것이 아닌 자리를 탐한 죄, 성상을 속이고 마지막 참회의 순간을 스스로 포기한 죄, 그것이 바로 네 죄다".
'윤보경에 대한 동정심, 끊어달라 하였느냐? 미안하다, 끊어내지 못하였다', 작가님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었답니다. 훤과 연우의 정해진 운명에는 개미 한마리 들어갈 틈을 주지 않는군요. 부모를 선택할 수는 없다고는 하지만 아비 잘못 만나, 남편복도 없어, 열세살에 궁으로 들어와 8년을 이제나 저제나 성은을 입을 날을 기다리며 독수공방해, 윤보경이 가장 불쌍한 인물같아서 말이지요. 그에 반해 연우는 운도 살짝 연모해, 양명군은 일편단심 달타령, 훤의 사랑 독차지, 호판도 첩삼고 싶어해, 남자복이 철철 넘쳤는데 말이죠. 

윤보경의 죄상을 열거하고는 쓰러져 버린 권씨를 보고, 혼비백산 교태전으로 돌아온 보경은 공포에 질려 정신줄을 놓아 버리지요. 부들부들 떠는 연기 실감나게 잘하더군요. 신들린 듯한 공포연기와 오열연기에 이어, 마지막까지 시청자를 품은 김민서였습니다.

불꽃을 가슴에 품고 녹아버린 눈, 안타까운 설의 죽음
반면 지난 번 훤에게 죄상을 추궁받고 좋은 눈물연기를 보여주었던 민화공주 남보라의 연기는, 고무줄처럼 제자리로 돌아간 듯한 아쉬움을 주더군요. 윤대형이 화살에 꽂아 날린 서찰로 인해, 염도 연우의 죽음에 민화공주가 관련되었음을 알게 되었지요.
자신의 무엇이 탐나 그같은 일을 저질렀느냐며 매정하게 돌아서는 염, 민화공주는 서방님과 아이를 죄인으로 만들고 싶지 않아 실토하지 못했다고 내내 울기만 했는데, 심청이 아버지가 빙의된 줄 알았습니다. 더구나 배에 고통을 느끼는 듯한 표정과 행동때문에 태아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가 걱정도 되었고 말이지요. 회임한지 얼마되지 않은 상태라 태중의 아이가 발로 뻥뻥 차지도 않았을터, 유산기가 있나 착각마저 들더랍니다. 지난 번 우는 연기 잘했다는 칭찬에 고무된 것은 알겠지만, 심청이 아버지 빙의연기까지는 필요없었는데 말이죠;;. 
그런데 윤대형이라는 인물, 갈수록 허술하더군요. 염에게 진실을 알려준 이유가 염을 중심으로 한 유림의 반발을 막기 위함이었는데, 염의 성정상 주상에게 죄를 청한다고 나설지도 모른다는 측근의 말에, 간단하게 죽이라고 자객을 보내는 것을 보면 말이죠. 
윤대형이 염을 제거하기 위해 보낸 자객들때문에 설이 죽음을 당했는데, 그마나 마지막은 염의 품에 안겨 죽었으니 행복한 죽음이라고 봐야 할 지... 아무튼 이 동네에서 일어나는 죽음은 죄다 연우와 관계가 되어있어서, 사람 여럿 잡는 연우입니다. 연우를 제자리에 돌려놓기 위한 희생이 너무 많아서 말이죠.
죽어가면서도 도련님이라 부르며, 마음으로 품었음을 고백하고 가는 설이었지요. "이년이라는 이름대신에 설이라는 이름을 주신 도련님, 그러면 안되는 줄 알면서도 천하디 천한 제 마음에 담았습니다". '도련님 덕분에 사람이 되었고, 여인이 되었고, 설이 되었습니다', 방백으로 전하는 설의 마음, 그동안 드라마에서는 집근처를 배회하는 것으로만 보여줘서 죽음이 좀 생뚱맞지 않을까 싶었는데, 염 대신 죽음까지 불사하는 설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되더군요.

몰입 깨버린 빵터진 옥에 티, 눈 깜짝할 사이에 무슨 일이?
설의 죽음을 알게 된 연우는 병풍 뒤에서 그 터져나오는 슬픔을 막으며 울 뿐입니다. 동무이고, 가족 그 이상으로 8년을 그림자처럼 자신을 지켜주었던 설이, 아무 것도 해주지 못한 것이 미안한 연우입니다.
염을 죽이려는 자객이 들었다는 보고에 훤은 온양행궁에 가있는 대왕대비 윤씨가 위험함을 직감하고 사람을 보내지만, 한 발 늦고 말았지요. 윤대형에 의해 독살당하고 만 대왕대비, 아무도 지켜주지 않은 쓸쓸한 최후를 맞이하고 말았지요. 권력이란 것이 그렇게 모래알처럼 빠져나가는 허망함인 것을...
마지막 가는 길, 용포를 입은 헛것을 보고 훤이 데리러 왔을까 한가닥 기대를 거는 대왕대비 윤씨, 목소리는 힘을 잃었고, 표정에는 서릿발같은 매서움도 없어졌지요. 온양행궁으로 내쳐진 대왕대비의 심경을 잘 표현한 김영애였습니다. 그동안 김영애는 대왕대비 윤씨역을 하면서 악랄함과 간교함의 카리스마를 보여 주었는데, 이빨빠진 호랑이가 되어서는 그 카리스마를 내려놓을 줄 아는 연기를 보여 주더군요. 디테일이 살아있는 연기라 할 수 있지요.
그런데 이 좋은 연기를 보다가 허걱!, 빵터지고 말았으니, 독약을 먹고 콸콸 흘리던 세 줄기의 피가 갑자기 깨끗하게 닦여졌지 뭡니까? 너무 짧은 시간으로 연결된 장면이어서 안볼래야 안볼 수가 없었네요. 너무 티가 나게 달라져서 깜짝 놀랐습니다. 마지막까지 혼신의 연기를 보여 준 김영애의 마지막을 이렇게 몰입을 확 깨버리는 마무리로 보내다니, 세심하지 못한 연출은 옥에 티였습니다.
살생부 만든 양명의 최후, 결국 죽는 것인가?
반정에 성공하면 공신록이 될 것이라는 양명의 말을 믿는 시청자는 아마 없을 겁니다. 훤에게 칼을 겨누기는 했지만, 뻔히 보이는 양명의 선택이기에 말이지요. 결코 훤을 배반하지 않을 것임을 알기 때문에 말이지요. 아무튼 언제 대왕대비 상을 치뤘는지도 모르게, 또 눈 깜짝할 사이에 시간이 훌쩍 넘어가고 강무일이 돌아왔습니다. 아무리 바빠도 왕친 어르신의 죽음인데, 상도 안 치른 상놈(된발음으로 읽어주시와요)들이라고 욕바가지로 먹게 생겼어요. 아무리 바빠도 상놈도 장례는 치르겠죠? 상놈님 죄송;;
강무일을 거사일로 잡은 윤대형 일파, 종묘로 가는 궐의 문이 열리는 순간 밖에서 매복하고 있던 군사들이 들이닥치고, 훤을 제거하자는 작전을 세웠지만, 거사치고는 긴장감이 떨어지는 장면이었습니다.
사실 여기서는 강무를 나가는 훤의 남다른 패션감각을 보고 웃음이 나왔더랍니다. 미스코리아 봉하나 들고 서면 딱이더라죠. 털이 북실북실한 긴 망토, 거기에 세련의(?) 극치를 더한 후드까지 달린 털망토라니... 사냥나가면서 거추장스럽지도 않은지, 마당을 쓸정도로 긴 망토를 치렁치렁하게 입고 나가는 훤, 취향도 참 특이하더랍니다. 이불을 해도 되겠더라고요. 예쁘기는 했습니다. 탐났다는;;
강무를 사냥가는 것으로 알았는데, 훤을 비롯 윤대형까지 모두 하나같이 칼만 차고 있더군요. 멧돼지를 칼로 때려잡을 생각들이었는지 말이죠. 뭐 이쪽이나 저쪽이나 사냥이 그 사냥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양명군은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지, 진짜 사고사를 할지는 모르겠지만 양명의 죽음은 거의 확실시되나 봅니다. 운과의 대화에서도 죽을 결심을 하는 양명의 마음이 보였고 말이지요. 그렇게 살아가는 게 힘들 것같으냐ㅠㅠ
그런데 양명군보다 더 불안한 인물이 등장했지요. 귀요미 상선형선입니다. 결전을 앞두고 형선의 말이 의미심장해서 가슴이 철렁합니다. "그동안 전하를 뵈실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무사강녕하십시오"라는 형선의 말에, 훤이 죽을 사람처럼 말하느냐고 그럴 일 없을 것이다라고 안심을 시키기는 했지만, 훤이 죽을 리는 없고 형선이 죽을까 걱정이 되네요. 설마 형선이 죽는 일은 없겠지요? 형선마저 죽이면 아니되시와요!!!
마지막회를 남겨두고 있는 해품달, 드라마가 끝나면 주인공들과 헤어지기 싫어지는 것이 당연지사, 더 보고 싶은 마음에 미련을 갖게 되는데, 해품달은 다른 미련이 많이 남는 드라마입니다. 너무나 많은 것들이 생략되어 버렸고, 뭉뚱뭉뚱 감정선들을 잘라먹은 드라마였기 때문인 듯합니다. 원작을 읽지 않은 시청자에게는 불친절한 드라마였고, 원작을 읽은 시청자에게는 아쉬운 것이 더 많은 드라마입니다.
아역들의 열연이 없었다면, 김수현의 훤이라는 캐릭터가 없었다면, 이만큼의 사랑을 받았을까 의심스러운 드라마입니다. 연우(다른 의미이지만), 설, 염, 양명, 운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진수완 작가가 왜 사랑하지 못했는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캐스팅 제대로 해서 다시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을 처음으로 품어 본 드라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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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10 08:04




해를 품은 달 스페셜 1,2부는 지난 줄거리분 요약이라 큰 재미는 없었습니다. 아역들의 연기를 다시 보는 것은 반갑더군요. 연우를 부르며 오열하는 여진구의 연기는 다시봐도 눈물을 쏟게 만들었고 말이죠.
드라마를 보며 처음 눈길이 간 이는 양명군이었어요. 왕의 자질을 가지고 태어났으나, 서장자라는 이유로 2인자로 살아가야 하는 그의 슬픔이 매력적으로 다가왔거든요. 성인 양명군으로 바뀌면서 연우에게 너무 대책없이 들이대는 바람에, 매력이 반감되어 지금은 그의 최후에만 관심이 있을뿐, 양명군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제대로 살려주지 못한 것은 참 아쉽네요.

양명군과 함께 관심을 가졌던 캐릭터가 운(송재림)이었습니다. 등장인물들 중 이름이 가장 마음에 들었거든요.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왕의 호위무사, 양명군만큼이나 사연이 많은 인물일 듯해서 이제나 저제나 운의 이야기가 나오기를 기다렸는데, 2회를 남겨둔 마당에 운의 스토리는 그 이름처럼 구름에 가려져 버릴 듯하더군요. 그래서 책을 읽지 않은 분들을 위해(?) 드라마에서 사라져 버린 운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정리해 봅니다. 결론은 이 매력적인 인물과  함께 원작에서 가장 심금을 울렸던 계모 정경부인 박씨에 대한 스토리를 생략해 버린 것이 너무 아쉽다는 점입니다. 혹시 드라마 말미에 이 내용이 나온다면, 스포일러가 된다는 것이 걱정이 되기는 합니다;;.
독자분이 해를 품은 달 원작을 보내주셨는데(거듭 감사합니다. 김ㅇ영님), 여지껏 참고 있다가 운에 대한 스토리가 너무 궁금해서 결국은 보고 말았습니다. 처음 몇장을 읽으니 연우의 기억상실증은 원작에는 없는 내용이고, 전혀 다른 스토리더군요. 드라마와 혼돈이 일까봐 덮어버릴까 하다가 운에 대한 궁금증으로 열어봤다는 것을 기억하고는, 대부분 내용은 스킵하고, 운이라는 이름만 찾아가며 읽었답니다.
운에 대한 이야기는 원작에서도 많이 나오지는 않더군요. 다만 훤과 동시에 봤던 무녀에게 혼자 연정을 품는 것으로 연우낭자와는 별개로 월이라는 무녀를 짝사랑하는 감정묘사가 많았습니다. 드라마에서는 양명군의 연심으로 뒤범벅되기는 했지만, 양명군보다는 훨씬 아름다운 짝사랑이었고, 충심과 연심 사이에 고뇌하는 운을 가슴으로 안아주고 싶게 만드는 진짜 비련의 짝사랑 캐릭터였습니다.
처음 월을 만났을때 훤이 술을 권해도 꿈쩍도 하지 않았던 운이었지요. 그런데 월이 "참으로 불충한 분이십니다. 제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또 이 술에 뭐가 들었는지도 모르면서 어찌 기미(氣味)를 마다하시옵니까? 호위를 검으로만 하실 것입니까?"라며, 비에 젖은 그의 몸을 따뜻한 온주 한 잔으로 데워주고픈 마음을 비추자, 운은 차갑고 사무적인 표정이었지만 살짝 놀라워 했었지요.
원작에서는 이때부터 훤과 동시에 월을 마음에 품기 시작하는데, 드라마에서는 그 연심을 몽땅 양명군의 것으로 그려갔지만, 월에 대한 운의 감정은 훤 못지않게 진지하고 서글프고, 그리고 안타깝더군요. 월을 딱 절반으로 나눠 훤과 운에게 주고 싶더랍니다. 여튼 월을 보고 난 후 훤은 운에게 월을 종적을 찾으라 명했지만, 월이 기거하던 집은 이미 비워져 버린 상태였죠.
종적이 묘연해진 월과 재회한 것은 강녕전 훤의 처소에서 였지요. 쓰개치마를 뒤집어 쓰고 액받이 무녀로 들어 온 월, 월은 운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지만, 조금 떨어진 구석에 귀신처럼 앉아있던 운의 눈은 늘 월에게 고정되어 있기도 했고 말이지요.
그런데 월의 정체에 대한 의심도 운의 연심도 그쯤해서 작가와 제작진이 정리해 버린 듯 싶더군요. 월의 정체는 홍규태 금부도사에게, 연심은 "나는 안되겠느냐"고 매달리는 양명군에게로 무게중심을 옮기면서 삼각관계를 정리하는 선에서 말이죠.
처음 훤이 침소에 액받이 무녀가 든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을 때, 월이 자신의 존재를 알리지 말아달라고 운에게 은유적인 부탁을 하는데요, 원작에서는 연우가 기억상실증이라는 쓸데없는(ㅎ) 병에도 걸리지 않았고, 그 말이 참으로 시적이더군요. "구름이 달을 가리는 폼새가 참으로 어여쁩니다". 
원작을 몇장 읽다보니 연우라는 인물이 드라마와 너무나 달라서, 드라마가 끝나면 연우에 대한 기억을 지우고 정독할 생각입니다. 연우라는 인물은 몇장을 읽었는데도, 마음을 사로잡는 인물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훤보다 연우가 마음에 끌리더군요. 훤은 드라마가 더 매력적이고요. 여진구와 김수현이 얼마나 훤을 멋지게 그렸는지, 완소남들이라는게 실감되기도 하고, 훤캐릭터가 진수완 작가에게서 더 잘 나왔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래서 책에서도 훤을 사랑할지는 살짝 의문이 들기는 해요.
양명군은 결말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라, 드라마의 재미가 반감될까봐 그 부분은 일부러 읽지 않았습니다만, 드라마보다는 훨씬 매력적인 캐릭터임에는 분명한 듯합니다. 적어도 연심이 어쩌고 하면서 징징대지는 않는 듯해서 말이죠. 사랑이 사람을 위대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잘못 그려지면 찌질이로 만들기도 한다는 것을 드라마속 양명군이라는 캐릭터를 통해서 실감을 하는 것같기도 하고 말이지요.

재미있었던 것은 훤이 연우를 마음에 담은 운의 마음을 읽고는 폭풍질투를 하는 대목이었습니다. 위험에 처했던 연우를 구출해 강녕전으로 데리고 오는데, 부드러운 운의 표정을 보고는 연우를 보란듯이 끌어안기도 하지요. 순전히 운에 대한 질투로 말이지요. 일종의 소유권을 확인시키는 훤처럼 보여서, 밴댕이 소갈딱지라는 생각이 잠시 스치기도 했답니다ㅎ. 그 모습을 보고 운이 고개를 돌리는데, 이때는 신하가 아니라 남자로서 돌렸다고 해요. 자신이 마음에 품은 여인이 다른 사내의 품에 안긴 것을 차마 볼 수 없었기에 말이지요.
아무튼 운에 대한 부분들을 찾다가 한참 뒤에서 놀라운 이야기를 발견했는데,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가슴을 치게 만들더군요. 이 감동적인 스토리를 드라마에서 생략해 버린 것에 화가 나기도 했고 말이죠. 운과 박씨부인 스토리는 별도의 독립적인 이야기로 드라마로 재구성해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답니다.
설렁설렁 읽다가 가장 몰입해서 읽었던 부분이 운과 정경부인 박씨의 이야기였습니다. 어찌나 눈물을 흘렸던지 드라마에서는 전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더군요. 저는 박씨부인을 김해숙(천일의 약속에서 김래원 모친으로 나왔던 분)으로 상상해 가면서 읽었는데요. 박씨부인이 드라마에서도 나왔다면 김해숙이나 김미경(성균관 스캔들에서 윤희 어머니로 나왔던 분)이나 양희경도 어울릴 캐스팅이라고 생각했답니다.

운이 어떤 집안의 서출인지 드라마에서 자세히 나오지 않아서 몰랐는데, 정경부인 박씨는 운에게는 마님, 어머니라 부를 수 없는 어머니였습니다. 양명군과 같은 처지였죠. 양명군도 성조대왕을 주상전하라 하고, 소신이라는 말로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이었듯이 말이지요.
운의 가족사에 대한 첫 구절은 놀람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박씨부인이 마당에서 절을 하는 운을 보고 싸늘한 표정으로 방문을 탁 닫아버린다는 내용으로 시작되어, 서출인 운이 갖은 구박과 멸시를 받으며 자랐겠거니 했거든요.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운을 친자식처럼 키운 박씨부인은 무인집안에서 무인의 피를 받아 태어난 여장부라고 합니다. 집안의 힘으로 남편을 오위도총관까지 끌어올렸지만, 도총관은 장안 제일의 이름난 난봉꾼이었죠. 어느날 남편이 기녀에게서 얻은 아이가 집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여섯살때 어머니가 죽었고 오갈데 없는 운을 박씨가 거두기는 했지만, 처음에는 쌀쌀하게 대합니다. 난봉꾼 남편이 기녀에게서 얻은 자식이 예뻐보일 리도 없고, 박씨가 다정한 성품도 아니었고요.

운은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그야말로 천덕꾸러기처럼 살아 이리저리 채이는 것에 익숙했던 아이여서, 박씨의 냉담함에 서러움을 느낀다던가 하는 감정조차 갖지 않은 아이였습니다. 말도 하지 않아 벙어리라고 생각할 정도였지요.
거둬준 것에 감사함을 표하고자 빗자루를 들고 마당을 쓸었는데, 비질을 하는 운을 보고는 다짜고짜 따귀를 때리지요. 누가 너에게 이런 것을 하라더냐며 화를 내는 박씨에게, "죄송합니다"라고 처음으로 말을 하는데요. 그제서야 박씨부인은 운이 벙어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지요.
그리고 어린 운에게서 놀라운 점을 발견하는데, 아이가 뺨을 맞고도 울지를 않는 것이었어요. 어린애답지 않은 어린애였던 게지요. "뺨을 맞았으면 우는 거란다. 네 나이때는 그래야 아이다운 것이다", 운에게 정을 주게 될까봐 일부러 운의 또릿또릿한 눈을 피하면서 말하지요. "일손이 부족해서 널 데려온 것이 아니다. 반쪽 핏줄이기는 하나 넌 도총관의 아들이다. 하인들과 몸가짐을 달리하거라". 돌아서던 박씨부인은 운에게 하고 싶은 것이 있느냐라고 물어보지만, 대답을 하지 않자 운을 떼보지요. "글자는 아느냐? 천자문정도는 내가 가르칠 수 있다"라고요.

운에게 글을 가르치면서 박씨부인은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는 탄식을 합니다. 운이 너무나 똑똑했기 때문이었어요. 그토록 영민한 아이가 세상에 나가면 서출이라는 족쇄에 묶여 날개를 펴지못할 것이라는 것을 아는 박씨부인이었지요. "아깝구나". 운의 영특함이 아까웠고, 자신의 배로 낳지 못한 것이 너무나 아까운 박씨부인입니다. 정실인 자신의 몸에서 태어났더라면, 세상을 호령하고 남을 큰 인물로 성장할 터인데, 서출이라는 신분때문에 꺾이고 다칠 운의 날개가 너무 안타까웠던 게지요.

박씨부인은 운검대장으로 있는 자신의 동생에게 운을 보여 주는데요, 검술로 운에게 출사를 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지요. 박씨부인의 동생이 차고 있던 운검이 신기했던 운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쳐 만져보았고, 박씨부인 동생은 운의 눈빛을 보게 되지요. 기죽지 않은 눈동자, 어린 운의 눈빛은 살아있었고, 타고난 무인의 골격이라는 것도 읽어냅니다. 
"누구도 내 허락없이는 운에게 손을 댈 수 없다", 박씨부인의 서릿발같은 호통이 들려오자, 운검대장은 누님이 그를 부른 연유를 알게 됩니다. 운에게 검술을 가르치라는 것을 말이죠. 운검대장은 검술에 앞서 대제학 허영재에게 운의 글공부를 부탁하게 되었고, 그런 인연으로 운이 염과 양명을 만나 동문수학한 벗이 될 수 있었지요.
운의 검술은 일취월장해 갔고, 무과에 급제해 이후 세자의 호위무사를 거쳐 왕 훤의 운검으로 발탁되었으니, 박씨가 지금의 운을 만든 것이나 진배없었어요. 배로 낳지는 않았지만 가슴으로 품은 아들 운, 박씨부인에게 운은 눈으로 쓰다듬어도 상처가 날까 아까웠던 그런 아들이었어요.
운을 마주할 때마다 박씨의 입에서는 "우리 운...아깝구나"라는 탄식이 나왔는데, 운은 자신이 서자로 태어났다는 것을 아까워 하는 것으로만 알지요. 그리고 훗날 박씨부인이 자신의 배로 낳지 못해 아깝다는 의미이기도 했음을 깨닫게 됩니다. 마음으로는 수천 번 수만 번 불러봤던 어머니, 운이 입밖으로는 내지못하는 말이었습니다. 가장 부르고 싶은 이름이기도 했습니다.
운이 본가에 들어서면 하인들은 절을 올릴 수 있도록 마당에 멍석을 까는데요, "마님, 새해들어 처음뵙습니다"라고 절을 하는 운을 쳐다보지도 않고, 노여워 하는 기색으로 방문을 탁 닫아버리는 박씨부인입니다. 처음에는 운을 냉대하는 줄만 알았는데, 방안으로 들어선 운이 다시 절을 올리자 미소를 짓더군요. 마당에서 올리는 서자로서의 절은 받지 않았던 것이었어요. 방안에서 올리는 아들로서의 절만 받는 박씨였습니다. 아들의 얼굴빛을 금세 읽는 박씨의 말에 놀랐는데요, "널 힘들게 하는 자가 있다면 내가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왕이라 하여도.."라고 하는 것이 아니겠어요. 얼마나 운을 아끼고 사랑하는 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박씨부인에게 유일한 아들이지만, 그 아들에게서 결코 들을 수 없는 말이 '어머니'라는 말이었어요. "운의 입에서 나오는 '마님'이란 말은 남편의 계집질보다 더 큰 상처가 되어 가슴 한구석을 부숴뜨렸다. 박씨는 가엾은 아들을 향해 조용히 중얼거렸다. '우리 운...아깝구나. 미안하구나, 내가 널 낳아주지 못해서...'"라는 표현만으로도, 박씨부인에게 운이 어떤 존재인지를 알 수 있게 한 대목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사랑하는 아들임에도 세상은 어머니라고 부르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세상이 바뀌게 되었지요. 윤대형의 반란을 진압한 후에 훤이 악법들을 뜯어 고치면서 말이죠. 역모 부분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저도 대충 읽고 넘어가 버렸고, 괜스레 드라마의 흥미를 떨어뜨릴 수 있으니 언급은 하지 않을게요.
박씨부인과 운에 관련된 내용만 찾아 읽었는데요,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요. 얼마나 마음이 급했는지 운이 말을 탄채로 대문으로 들어서더군요. 애타게 운의 소식을 기다리던 박씨부인, 혹 금쪽같은 아들 운의 몸 어디 한 군데라도 다친 곳은 없는지 먼저 살피지요. 다행히 부상을 입지않은 모습을 확인한 후에야, 걱정했던 마음을 숨기고 임금 곁을 비운 것을 책망합니다.
운이 머뭇거리며 말을 하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답니다. "상감마마께서 소인에게 허통(許通, 서얼의 신분에서 벗어나 아비의 신분을 따르는 것)을 윤허해 주셨습니다. 하여 마님께 허락을 구하고 싶어서 왔습니다. 부디 소인에게 어머니라고 부를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기쁨과 원망의 눈물을 흘리는 박씨부인, "나쁜 놈. 천하에 또없을 불효막심한 놈. 내 언제 너에게 어머니가 아니었던 적이 있었더냐? 네가 나에게 아들이 아니었던 적이 있었느냐? 다시 한 번 말해 보거라. 바깥이 시끄러워서 잘 들리지가 않는구나. 뭐라고?...". "어머니".
운의 가슴을 치며 더 크게 우는 박씨부인, "나쁜 놈, 괘씸한 놈, 남들은 제일 먼저 배우는 말을 이제야 하다니... 그까짓 어명이 뭐라고, 너와 나 사이에 어찌 어명 따위가 먼저란 말이냐? 부모자식 간의 정이 그 정도 밖에 안 되더냐? 나에게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이리도 불효막심한 놈이라니...". 박씨부인의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입가에는 미소가 번지지요. 운 역시도 말이지요. 한 번도 보지못했던 운의 미소를 처음으로 보았던 박씨부인이었습니다.

말에 올라 서둘러 궁으로 달려가는 운, 얼마나 기뻤으면 정신없는 난리통에 한달음에 달려와 그 소식을 전하고 갔는지, 운의 마음을 아는 박씨지요. 십수년간을 마음으로만 불렀을 '어머니', 그 짧은 한 마디를 하기 위해 달려 온 아들 운, 박씨는 기쁨과 감격에 그 자리에 엎드려 궁을 향해 절을 올립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마마께옵서 소신의 가죽을 벗겨 북을 만들겠다고 하셔도 기꺼이 바치겠습니다". 
박씨부인과 운의 절절한 모자지정이 전해져 오나요? 드라마로는 만나지 못했던, 눈물없이는 읽을 수 없었던 운의 비하인드 스토리였습니다. 읽고는 감동으로 울컥해서 드라에 나오지 않았던 운의 가정사 부분만 번외편으로 정리해 봤습니다. 운이라는 캐릭터를 이해하시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싶어서요. 박씨부인이 입에 달고 살았던 말이 "우리 운...아깝구나"였는데, 뜻은 다르지만 같은 말이 나오더랍니다. 드라마에서는 운의 캐릭터가 살지 못했는데, 운도 박씨부인도 '아깝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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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3 08:13




왕의 자질이 있으나 태양이 될 수 없었던 서장자 양명군이라는 캐릭터는 흥미로운 인물입니다. 잘 그렸으면 야망과 우애, 사랑과 권력 사이에서 고뇌하는 입체적인 캐릭터가 될 수 있었을텐데, 연심에 눈이 멀어 찌질 집착남 이미지가 더 강해져 버린 비운의 왕자죠.
방황하는 자신에게 처음으로 따뜻한 말로 위로해 주었다는 이유로, 연우를 닮은 무녀가 아니라 무녀 월로 좋아한다고 끈질긴 구애를 하지만, 그 구애가 가슴에 와닿거나 공감이 되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사랑이 쉬운 남자의 이미지마저 더해져 버렸고, 월이 연우라는 밝혀진 후에도 "나는 안되겠느냐"며 매달리다가, 급기야는 훤과 칼을 겨누기까지 하는, 말 그대로 여자에 미쳐 눈에 뵈는 게 없는 남자가 되기도 했지요.
그런데 이 찌질남이 반역에 가담하는 것으로 형편없이 추락하고 맙니다. 물론 반역에 가담하는 것이 아니라 윤대형을 낚기 위함이라는 것을 눈치채기는 쉬운 일이죠. 미워할래도 미워하지 못하고, 결국은 칼을 내리고야 마는 훤에 대한 애정을 믿기에 말이지요. 
해를 품은 달 원작을 읽은 분들의 말에 의하면, 양명이 훤을 돕기 위해 윤대형과 역모를 꾀하는 척하고, 반역의 현장에서 죽음을 맞이한다고 합니다. 죽음도 사고사가 아닌 자살에 가까운 죽음이라던데, 크게 공감가는 결말이 아니더군요. 물론 원작은 양명군의 캐릭터가 드라마와는 달라 죽음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드라마 해품달에서도 양명군이 같은 죽음을 맞이한다면, 작가와 제작진을 뜯어 말리고 싶습니다.

아들을 품을 수 없는 희빈박씨의 기도
정업원를 떠나는 양명군, 처음으로 어머니 희빈박씨는 양명군의 뜻대로 살라고 말해주지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주상전하에 대한 충심을 버리지 말라던 말과는 달라져 있었습니다. 희빈박씨는 조용히 사는 것이 양명군이 사는 길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늘 양명군에게 경계의 말을 했었지요. 
마음에 품은 여인을 데리고 와서 처음으로 자신의 속내를 비췄던 양명군, 세상에서 가지고 싶은 단 한사람이 하필이면 세자빈 허연우였고, 오래 전 한 밤중에 불공을 드리고 있을때 찾아와 눈물을 떨구던 양명의 모습을 기억해 냅니다.
"한 번쯤은 주상전하보다 제 이름을 먼저 불러 주실 수는 없는 것입니까? 불충이다, 참아라, 버려라, 포기해라, 숨겨라, 흔들리지 마라. 한 번 쯤은...단 한 번쯤은 네가 해보고 싶은 것을 해보거라, 하나 쯤은 욕심내도 좋다, 그리 말씀해 주실 수는 없는 것입니까? 소자더러 왜 남을 위해서만 살라고만 하십니까? 이제 저는 남을 위해 살지 않을 겁니다. 웃고 싶으면 웃고, 화를 내고 싶으면 화를 내고, 뺏고 싶으면 뺏으면서 그리 살아갈 것입니다".
어찌 날개를 펴지 못하고 그늘에서만 살아가야 하는 아들이 가엾지 않겠어요. 허나 그것만이 왕실의 안녕과 양명군을 지키는 길이기에, 희빈박씨는 아들에 대한 연민마저도 입밖으로 내지 못했습니다. 방랑하고 배회하는 양명군의 삶, 바람처럼 떠도는 아들의 삶이 어찌 가엾고 안쓰럽지 않겠어요. 아들을 품어주지 못하는 어머니 희빈박씨, 속으로만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품어왔던 아들입니다. 그저 무탈하게 천수를 누리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지요.

아들의 연심마저도 품어주지 못하는 어머니 희빈박씨,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가지고 싶은 단 한사람이 주상의 여자라니,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는 아들을 보는 어미의 가슴도 아프지요. 끊어낼 수없는 속세의 인연, 어머니기에 말이지요. 
처음으로 뜻대로 살아보라는 말을 건네는 희빈박씨, 결국 그리하지 못할 것임을 알면서도 "한 번쯤은 제 이름을 먼저 불러달라"는 양명군의 바람을 들어줍니다. 마음으로는 늘 아들을 먼저 불렀던 희빈박씨였을 겁니다. 
에둘러 양명군의 뜻대로 살아보라고, 양명군의 가슴아픈 연심에 위안의 말을 건네지만, 이내 양명군을 믿는다며, 안된다는 말보다 무서운 말로 다짐을 받는 어머니 희빈박씨였습니다. 세찬 비바람에서 아들을 지키고자 하는 어머니일 수밖에 없기에 말이지요. 

목숨을 걸었던 윤대형과의 한 판, 윤대형이 칼을 거둔 이유
대왕대비를 온양행궁으로 내친 것을 시작으로 훤의 단죄가 시작되었지요. 표면적으로는 세자빈 시살음모에 대한 책임을 문 단죄였지만, 외척에 대한 정치적 숙청작업의 시작임을 간파하는 윤대형 일파는 새로운 정치국면을 위한 돌파구를 마련하기에 부심합니다. 왕을 갈아치우자는 역모로 가닥을 잡은 윤대형, 후계자 서열 1위인 양명군 회유작업에 나섰습니다.
예상대로 양명군의 집은 문전성시를 이루며 양명군의 정치적 야심에 불을 지피지요. 그러나 덥썩 먹잇감을 물지 않는 양명군, 배후의 인물을 만나고 싶다는 말로 넌즈시 윤대형의 의중을 떠봅니다. 한달음에 달려 온 윤대형, 양명군에게 달콤하게 속삭이죠. "스스로 태양이 되고 싶지 않으십니까? 평생을 주상의 그늘 밑에서 사실 생각입니까?", 물론 양명군은 기다렸다는 듯이 윤대형의 손을 잡을 바보는 아니었죠. 윤대형에게 강한 믿음을 주지 않으면 목숨이 위태로울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양명군입니다. "설령 나에게 동기와 자질이 있다한들 반정에는 명분이 필요한 법이오".
윤대형은 훤이 후사를 이을 생각이 없다는 것과 유교가 근간인 나라에서 무녀와 염문을 뿌린 방탕한 왕, 대왕대비를 내친 패륜왕으로 명분을 만들자고 응수하지요. 여기서 양명군이 "좋소, 합시다"했더라면 아마 양명군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윤대형이 도포속에 감춘 단도가 그것을 증명하고도 남았지요.
양명군은 그 무녀가 8년전 세자빈으로 간택되었던 허연우라는 사실을 밝히며, 그것으로 방탕한 왕이라는 명분을 만들수는 없다며 한번 더 튕겨봅니다. 왕의 여인을 탐했으니 그것 역시 역모가 아니냐고 응수하는 윤대형, 무녀를 중전에 앉히려 한다는 말로 양명을 자극하지만, 양명군은 단호하게 또다시 거절의 말을 하지요. "나를 부왕에 대한원망과 주상에 대한 질투로 권좌를 찬탈하려는 소인배로 보았는가? 나는 옥좌 따윈 관심없소. 부귀영화와 명예, 권력 따윈 필요없소".
'그 정도의 패기라면 실망이다', 역모에 가담할 의사가 없음을 확인한 윤대형은 조용히 단도를 빼고, 양명의 죽음으로 입을 막으려고 하죠. 그런데 뒤이어 이어진 양명의 말은 윤대형의 칼을 집어넣게 만듭니다. "내가 원하는 건 종묘제례의 제주자리와 허연우, 그 두가지 뿐이오". 아슬하게 양명이 죽음을 면한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양명은 검을 아는 인물입니다. 검을 알기에 윤대형이 도포 속에서 칼을 빼는 것 또한 눈치챘을 겁니다.

양명군은 두가지로 윤대형이 자신을 믿게끔했지요. 옥좌라는 권력은 필요없다는 말로 자신을 윤대형이 원하는 허수아비 왕에 완벽한 후보라는 것을 보여주었고, 왕의 여자임을 알면서도 탐할 만큼 허연우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말로, 허울뿐인 왕의 자리에 앉아 좋아하는 여인을 취하고 살테니, 정치는 니들이 알아서 하라는, 즉 지금의 정치구도(외척)를 껴안고 가겠다는 의사를 밝힌 게지요. 윤대형의 입장에서는 이보다 적절한 인물이 없습니다. 젊은 패기에 개혁이 어쩌고, 쇄신이 어쩌고 혈기넘치는 왕도 탐탁지 않았을테니 말입니다.
그런데 양명군이 진실로 역모에 가담할 마음이 있었던 걸까요? 지금까지의 양명군의 태도를 보면 가능성이 없지는 않지만, 비록 연우에게 홀라당 빠져 훤에게 칼을 겨누기까지 했지만, 결국 칼을 내렸던 인물입니다. 뒤돌아선 양명에게 훤이 그랬지요. "기회를 놓치신 것은 형님이십니다. 허니 다시는 기회를 탐하지 마십시오".
헌데 그 전에 훤이 더 중요한 말을 해줬지요. "옥좌에 오르면 모든 것을 손에 넣으실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 말은 곧 연우의 마음은 옥좌와 상관이 없다는 말뜻입니다. 연우의 마음을 결코 취할 수 없을 것이라는 연우에 대한 훤의 자신감입니다. 만날 때마다 "나는 안되겠느냐"며, 떠나자고 매달려도 연우의 대답을 초지일관이었지요. 과거 허연우였을 때도, 무녀 월이었을 때도, 기억이 돌아온 허연우였을 때도 "NO"였으니 말이죠. 왜 두 남자가 연우를 좋아하는지, 이젠 공감도 이해도 안되고 있지만 말입니다.
만일 정말로 윤대형과 손을 잡은 양명이라면 이 캐릭터는 마지막까지 구제불능 캐릭터입니다. 차라리 옥좌를 넘보는 야망이라면 이해가지만, 연우때문이라면 한참 헛다리 짚은 양명군이죠. 연우가 미치지 않고서야 양명의 여자가 되겠습니까? 혀 깨물고 자결을 하든지, 목을 매든지 일부종사의 길을 걸을 테니 말입니다. 

암시된 양명군의 죽음, 반대하는 이유
훤이 윤대형에게 사냥 한 수 가르쳐 달라는 강무에서 피바람이 불 것이라는 강한 복선이 암시되었지요. 물론 윤대형의 제삿날이자 무덤이 되기도 하겠지만 말이죠. 훤의 암살과 역모를 도모하는 윤대형 일파에게 숲에서의 사냥대회는 좋은 기회지요. 식상한 구도이기는 하지만, 양명군 또한 강무에서 죽음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훤을 대신해서 양명군이 화살 혹은 칼을 대신 맞고 죽는 것으로, 그의 최후를 장렬하게 포장해 줄수도 있고 말이죠. 사랑하는 동생과 사랑하는 여자 연우를 목숨을 걸고 지키는 순정마초 양명군으로 말이지요.

그러나 저는 이 죽음 반대입니다. 양명군의 최후가 아름답지도 않을 뿐더러 바보스럽기 까지 보일 듯합니다. 지독한 스토커 외사랑도 사랑이고, 민화공주의 천벌을 받는대도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이기적인 사랑도 사랑이기는 합니다. 그런데 '누군가를 위해 목숨을 버릴 정도로 사랑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버렸다'면, 제가 연우라면 마음에 짐이 되어서라도 죄책감과 자책감에 행복하지만은 않을 것 같네요. 
드라마 속 연우는 양명군이 자신을 좋아하든 말든, 하루 지나면 모든 감정이 원상태로 돌아가 버리는 이상한 정신세계 속에 살기에 행복하기는 할 겁니다. 양명군의 절절한 고백을 듣고, 괴로워 하는 것을 보았으면서도 돌아서면 "무슨 일 있었어요?"의 연우를 보면, 양명군이 죽었다는 것을 안 후에도 "아, 그러셨어요"하고 금세 기억소멸 방긋 연우로 돌아갈 듯해서 말이죠.
더 중요한 것은 연우에 대한 사랑이 공감이 가지 않다는 것이에요. 한가인의 무미건조한 감정연기때문에 훤과 연우의 사람마저도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는 마당에, 이런 여인을 사랑해서 목숨까지 버린다면, 그 목숨이 참으로 헛될 듯합니다. 훤에 대한 형제애를 더 진하게 그려왔다면 조금은 공감이 될 듯도 하지만 말입니다. 
불가피하게 사고사할 수도 있겠지만, 사고사도 허망하기는 마찬가지지요.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2인자라는 설움속에, 빛이 있으나 빛을 내서는 안되는 인물로 살아왔던 양명군, 그에게 그를 위한 햇살 한 줌 정도는 주었으면 좋겠어서 말이지요. 훤이 정치를 잘만 한다면 이는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 아니겠어요. 자고로 폭군 아래 역심이 이는 것이고, 폭정 아래 반역의 기운이 나오잖아요.

드라마에서 특히 결말부에 이르면 죽음으로 사랑을 미화하거나, 인상적인 장면으로 남기려는 욕심을 내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사랑하지만 가질 수 없는 여자, 사랑하는 여인을 지키기 위해 죽은 인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을 꼽으라면, 추노의 대길이(장혁)입니다. 죽기를 바라지 않았던 인물 중 한 사람이었지만 죽음으로 강한 마무리를 했지요. 대길의 죽음은 언년이와의 맺어지지 못한 사랑이 너무나 가슴 아프게 공감이 되었고, 대길에게 언년이와 함께 하지 못한 삶은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었기에, 가슴아프게 그를 떠나 보낼 수 있었습니다.
헌데 양명군은 죽어도 그리 가슴 아프게 떠나 보내지 못할 듯합니다. 작품의 완성도와도 거리가 있어 보이고, 무엇보다 연우에 대한 사랑이 공감이 되지 않아서 말이지요. 단 한 번도 연우의 사랑을 받지 못한 양명, 양명이 죽어도 그 사랑을 애절하게 기억도 못할 연우, 그러다보니 훤과 연우를 위해 양명이 죽음을 택하고, 그것이 양명군이 사랑하는 방식이었다고 할지라도, 그 사랑이 대단스럽게 보일 것같지는 않네요. 죽음마저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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