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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2.03 '아이리스' 정준호 죽이는 진사우의 사랑 (57)
2009.12.03 08:27




광화문에서 12시간 동안이나 차량을 통제하고 찍었다고 해서 화제가 된 아이리스 총격신은 예고편 자체만으로도 흥분되기에 충분한 것 같습니다. 예고편에서 잠깐 보여준 장면이었는데도 실전을 방불케 하는 총격장면과 화염, 이병헌의 포스넘치는 표정과 액션신이 아이리스 최고의 명장면이 될 것 같습니다. 더구나 서울의 상징적인 거리 광화문이 배경이 되었다고 하니 더욱 기대가 되네요.
아이이스 15회는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 인물들의 정체와 NSS내의 아이리스 조직원들의 정체, 그리고 북한측 연기훈 위원장과 박철영의 다른 입장을 정리해 준 한편, 핵폭탄이 설치된 장소를 찾는 현준과 선화, 그리고 현준의 위치를 추척하는 최승희, 승희를 추적하는 진사우의 쫒고 쫒기는 과정을 숨가쁘게 보여주었어요. 아이리스 15회 즐거리를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현준에 의해 납치된 박철영은 아이리스라는 비밀조직과 연기훈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쿠테타를 계획하고 있음을 알고 현준과 핵테러를 막기 위해 협조를 하고, 승희는 현준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동분서주합니다. 현준을 추적하던 최승희는 NSS보안요원들에게 체포되었지만 탈출하고, 쥬니와 과학수사실 실장의 도움으로 핵폭탄이 결합된 장소에 접근하게 됩니다. 현준도 강도철 부하에게서 찾은 자동차 열쇠를 단서로 농축우라늄과 기폭장치를 결합한 장소를 찾게 되고, 현준과 승희가 재회하는 것으로 이번회는 끝이 났습니다.
이번 회 아이리스를 보면서 가장 관심을 끌었던 부분은 현준과 사우의 만남었는데요, 결국은 서로를 향해 총격을 가하고 말았지요. 현준과 사우의 2년만의 대화는 현준에게도 사우에게도 풀리지 않는 의혹과 상처만을 남긴 것 같아요. 사우의 입에서 진실이 나오지 않았으니까요.
현준은 사우가 조직의 명령에 복종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 믿었고, 누구보다 사우가 힘들었을 것이라며, 그렇게 자신에게 총부리를 겨누게 한 백산과 NSS에 대한 복수를 다짐했었다고 합니다. 사우가 아이리스일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며 언제부터였는지 묻습니다. 그런 현준에게 사우는 현준이 자신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며, 현준 때문에 자신이 어떤 상처를 받았고, 또 뭘 포기했는지 알기나 하느냐고 했지요. 그리고 아이리스 조직원이 된 게 언제부터인지는 의미가 없으며 오직 현준을 죽이는 일만이 모든 것을 바로 잡을 수 있다며 끝내 총을 겨누고 말았습니다.
결국 두 사람 서로를 향해 총을 쏠 수 밖에 없었는데, 사우의 마지막 말에 "사우야..."라며 눈물을 흘리는 현준의 모습은 뭐랄까요... 남자가 흘리는, 크기를 잴 수 없는 슬픔같은 무게가 느껴지더군요. 이병헌의 탁월한 감정연기였기도 했지만, 배신당한 우정에 대한 절망감의 무게를 담은 이병헌의 눈물에 제 가슴에도 돌덩이가 턱 얹혀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병헌의 절제되면서도 폭발적인 연기력에 비해 그야말로 죽을 쑤고 있는 캐릭터라면 저는 정준호가 연기하는 진사우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김태희의 어색한 연기도 문제지만, 가장 심각한 인물이 진사우, 정준호가 아닌가 싶어요. 이번회 현준과의 대화에서, 그리고 백산의 음모로 반역죄로 체포된 고향선배이자 NSS 대테러팀 실장 박상현의 대화 역시 억지스러운 진사우의 감정만들기였는데요. 진사우가 조국도 배신하고, 우정도 헌신짝 던져버리듯 버린 이유가 최승희에 대한 사랑(짝사랑)때문이었음을 말하는 내용이었지요. 그런데 저는 진사우의 승희에 대한 짝사랑이 여전히 이해도, 공감도 가지 않네요. 
한눈에 사랑에 빠질 수는 있어요. 하지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아니 진사우의 마음에 대해 눈치조차 채지 못하고 있는 여자 때문에 친구를 죽이려 하고, 오직 현준만 가슴에 묻고 사는 승희에게서 무엇을 얻을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는지 모르겠어요.
결과적으로 공감가지 않은 진사우의 사랑때문에 아이리스에서 매력을 발산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연기자가 정준호에요. 현준과 등을 지는 이유가 최승희에 대한 사랑이라는 설정은 진사우의 인간적인 고민마저 가볍게 만들었고, 조국에 대한 사고마저 흐릿하게 해버리게 하므로써 진사우를 최정예요원으로 발탁될만한 능력이 있었던 인물이었는지 조차 의심스럽게 합니다. 차라리 진사우가 출세나 돈에 눈이 멀어 친구도 조국도 배신하고 정체조차 알 수 없는 아이리스의 조직원이 되었다면 오히려 더 설득력이 있을 것 같아요. 
현준과의 갈등을 위한 승희에 대한 진사우의 짝사랑 설정은 오히려 진사우의 캐릭터를 망쳐버린 결과를 초래한 것 같습니다. 자신의 모든 가치관을 버릴 만큼 사랑한다는 여자에게 여태 고백도 못하고 감정도 보여주지 않았기에 더더욱이나 황당스럽기 까지 합니다.
극중 진사우라는 캐릭터는 최승희를 사랑한다는 설정에서 엉켜버렸어요. 초반부에 현준과의 특임대 시절과 헝가리에 가기 전까지 톡톡 튀었던 진사우의 매력마저 없애버리고, 늘 초조한 표정으로 일관하는 정준호의 모습은 NSS요원들 중 가장 멋없는 캐릭터가 아닌가 싶어요. 헝가리에 다녀온 후 헤어스타일도 올백으로 넘기고 시종일관 경직된 모습에 당황스러웠는데, 너무나 달라져 버린 캐릭터에 대한 거부감이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것을 보면, 정준호는 진사우라는 캐릭터 잡기에 실패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정준호의 연기력이 아까울 뿐이네요.
진사우의 캐릭터를 밋밋하게 만들어 버린 것은 진사우의 고뇌부분이 생락되었다는 점도 있지만, 헝가리에서 총상을 입고 백산에게 구조 요청을 했던 현준이 반드시 살아 돌아갈 이유가 최승희였던 것처럼, 진사우의 최승희에 대한 사랑을 절실하게 전달하지 못했지 때문이지요. 진사우의 마음이 와닿았더라면, 세 사람의 얽힌 애정관계를 통한 동정심마저 일텐데 그 부분이 없어서 아쉬울 뿐입니다. 결국 진사우의 사랑은 시청자들로부터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황당한 억지설정식으로 보이니, 진사우가 도대체 뭘 포기했다는 것인지 이해도 동정도 안갑니다.
백산 국장이 박상현 실장에게 자신이 하는 일은 이 나라의 국익과 안보를 위한 것이라고 하자, 박상현 실장이 소리를 버럭 지르며 "핵테러가 말입니까? 뭔 놈의 국익에 15만명의 목숨이 필요한 겁니까?" 라며 강한 포스 한방 날려 주셨는데요, 이 말을 진사우에게도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뭔 놈의 사랑때문에 친구도, 영혼도 팔아먹냐?" 라고요.
매번 혼자 어리숙하게 현준의 뒤를 쫒아 다니는 최승희도 참으로 요원이 맞나 싶을 정도로 어리숙한데, 오로지 최승희가 현장에 있다면 눈이 뒤집혀 달려가는 진사우는 그가 국가마저도 우습게 여긴다는 아이리스 조직원이 맞나 의심스럽게 합니다. 물론 이를 뒤쫒게 하는 백산의 태도도 수상스럽지만요. 항간에 최승희가 백산의 숨겨진 딸일거라는 추측글도 있던데, 김현준을 제외한 주인공들의 출생이나 가정환경이 철저히 배제된 드라마의 성격상 지나치게 비밀을 즐기고 있다는 생각마저 드네요.
아무튼 진사우가 최승희를 사랑하는 것에도 공감을 받지 못하고, 엉거주춤 요상스런 캐릭터로 전락하는 바람에 정준호의 감칠맛나는 연기가 묻혀져 버린 것은 꽤나 아쉽습니다. 차라리 자신의 출세를 위해 피도 눈물도 없이 비정한 백산의 하수인이 돼 버렸다면 캐릭터가 훨씬 매력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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