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 임신'에 해당되는 글 1건
- 2011.11.02 '천일의 약속' 김래원, 두 여자 농락한 나쁜남자라고? (12)
동정을 받아야 하는데 동정을 받을 수 없는 여자 이서연, 너무나 착한 여자 향기의 눈물을 쏟게 하는 것이기에 그 선택을 응원할 수 없게 만드는 박지형, 다른 여자에게 가겠다는 남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나쁜 행각을 해서 시청자가 조금은 미워해야 하는데, 그럴 수 없게 만드는 착한 노향기. 이들의 삼각관계는 여타의 드라마에서 보던 삼각관계의 기본틀에서 빗겨나 있지요. 사랑의 방해꾼 악역이 있으면, 얼마나 드라마를 편히 볼 수 있겠어요. 그런데 이런 구도를 깨버린 김수현 작가였습니다. 그래서 그녀도 큰일났다고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게다가 낚시인지는 모르겠지만, 노향기의 심상치않아 보이는 임신 가능성은 도저히 박지형을 곱게 봐줄 수 없게 합니다. 임신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여튼 잠자리까지 같이 한 여자(그것도 두 사람 모두와)를 결혼 이틀 전에 버리는 남자를 고운 시선으로 볼 수는 없지요. 노향기는 임신은 아닌 듯하지만, 만약 임신이라면 에고, 정말 머리에서 김이 폴폴 나오게 복잡해지겠네요.
지난 5회까지 서연을 중심으로 전개를 했다면, 이번 회는 지형의 파혼선언과 함께 박지형과 노향기를 둘러싼 인물들의 등장이 많았지요. 역시 내공의 중년배우들은 드라마를 꽉차게 했습니다. 이미숙, 박영규, 김해숙, 임채무 중년 4인방의 반란이라고 부르고 싶을 정도로, 드라마를 임팩트있게 끌고 나가더군요. 김수현 작가의 특징인 길고 강한 대사가 입에 착 달라붙어, 호흡마저 지문으로 소화시키는 중년배우들이었습니다.
특히 향기 엄마 오현아(이미숙)의 연기는 말이 필요없이 강렬했지요. 노향기의 엄마이자, 성깔 대단한 부자집 사모님의 캐릭터를 어쩌면 그렇게 실감나게 보여주는지, 그녀의 입에서 육두문자가 나와도, 나라도 저 상황에서는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을 것처럼 자연스럽더군요.
그런데 저는 이제부터 이 나쁜남자 박지형을 아껴주려고, 편을 들어주려고 마음을 먹고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말이 있는데, 제 글에서도 자주 나오는 말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는 표현입니다. 이제부터는 이 바람둥이 우유부단하고 무책임한 남자 박지형의 사랑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응원을 해주려고 합니다.
박지형에게 노향기와의 결혼은 잘 포장된 고속도로를 근사한 럭셔리 중형세단을 타고 달리는 인생일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 이틀을 앞두고 고속도로와 중형세단을 버리고, 가시밭길 맨발을 선택했습니다. 부모님의 결사반대에도, 향기의 지고지순한 외사랑에도 나쁜 자식, 나쁜 남자가 되려는 박지형, 어쩌면 서연이 알츠하이머에 걸렸다는 사실을 몰랐다면, 그냥 서연에게 나쁜 놈이 되면서 도살장에 끌려가듯이 결혼을 했을 지도 모르지요. 살다가 도저히 서연을 잊을 수 없어서 이혼을 하고, 서연을 다시 찾았을 수도 있었을 지도 모르고요.
서연은 지형의 사랑을 동정이라고, 극구 거부하리라는 것을 지형도 알고 있을 겁니다. 자존심이 하늘을 찌르는 서연이기에 지형의 미친 결정은 자신이 더 초라하고 비참하게 할 것이기 때문이죠. 바보가 되어 가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어서, 약도 마다하는 서연이지요. 다른 사람에게 짐이 되는 것을 누구보다 싫어하는 서연이, 바보가 되어 누군가의 짐이 된다는 것에 자존심 상하고, 아파하는 서연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아는 지형입니다.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이서연을 택할 남자가 현실적으로 얼마나 될까요? 제 자식이라도 솔직히 거품물고 뜯어 말리고 싶을 겁니다. 이 글을 읽는 분중에 미혼남성이 있다면, 지형의 입장에서 솔직히 서연의 곁을 지켜주겠다고, 결혼을 깰 수 있을까 자문해 보시면, 지형과 같은 선택을 하는 분은 많지 않을 듯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은 로그인 없이도 가능합니다.
다음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을 누르시면 제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모든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하였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 측에 있습니다.
다음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모든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하였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 측에 있습니다.
'종영드라마 > 천일의 약속'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일의 약속' 노향기의 사랑, 통속과 명품을 가른 보석 (6) | 2011.11.09 |
---|---|
'천일의 약속' 이미숙, 거품물고 화내는 데도 빵 터진 대사 (8) | 2011.11.08 |
'천일의 약속' 김래원, 두 여자 농락한 나쁜남자라고? (12) | 2011.11.02 |
'천일의 약속' 수애, 시청자 울린 한마디 "아직 아냐" (8) | 2011.11.01 |
'천일의 약속' 박유환의 오열, 드라마 분위기를 바꿔버리다 (14) | 2011.10.26 |
'천일의 약속' 지워지는 서연의 기억, 통증없는 고통이 시작되다 (3) | 2011.10.25 |


-
푸른소 2011.11.02 10:43
향기가 서연이보다 덜 불행하다고 가진 잣대를 휘두를수 없습니다...
유학생활 5년을 오누이같이 때론 연인같이 함께한 시간을 사랑 아니니 물러서야 한다고
단도리 할 수 있을까요...
지형도 잘 알고 있기에 늦게 깨달은 사랑에도 몸부림으로 외면하려 했겠지요...
대다수의 사람들이 왜 조금더 빨리 결심하지 못했냐고 비겁하다고 지형을 나무랍니다...
가진 건 자존심밖에 없는 서연이와의 사랑을 다시 되찾으려는게 아닙니다...
아픈...자신도 너무 아파야 하는 그 자리에 그 사랑과 함께 하려는 지형이기에
누리님처럼 그 편..저도 하고 싶네요... -
Rui 2011.11.03 06:02
초록누리님 리뷰 읽고 1회 부터 띄엄띄엄 보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이번 주 민폐지형에, 입덧(?)증세까지 보이는 향기 때문에 이젠 그만 볼까 했는데..
작가가 얼마만큼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사랑이겠느냐고,
시청자들에게 묻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초록누리님 말씀이 제 폐부를 찌르네요.
오래 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노트북'도 떠오르면서..
드라마 보고 나서 초록누리님 리뷰 읽는 게 좋아서라도 천일의 약속 계속 봐야할 것 같네요ㅎㅎ
항상 멋진 리뷰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