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담'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1.11.12 '뿌리깊은 나무 6회' 세종은 왜 똘복이의 정체를 말하지 않았을까? (1)
  2. 2011.11.12 '뿌리깊은 나무 4회' 웃기는 세종 한석규, 허를 찌르는 완벽한 반전 (1)
2011. 11. 12. 09:35




(저작권 침해로 삭제된 글의 재발행입니다.)
어찌 힘들지 않았겠는가? 어찌 그 길을 가는 것이 두렵지 않았겠는가? 유학을 근본으로 삼고, 성리학을 목숨으로 삼는 사대부 양반들의 나라에서 그들의 뿌리가 되는 한자를 두고, 백성의 말을 글자로 만들어 보급하겠다는 것은 그들을 적으로 돌리는 일이었으니...
그래서 세종 이도는 고독했고, 흔들렸고, 힘들었습니다. 그때마다 세종을 잡아준 이는 말못하는 나인 소이였습니다. 대범하게도 궁에서 자신에게 돌을 던지고, 커다란 눈에 눈물을 한가득 담고 쏘아보던 아이, "너때문이야"라는 원망의 눈을 마주한 세종은, 그 아이에게서만은 눈물을 흘리게 하지 않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했습니다. 글을 몰라 아비와 가족들을 잃은 아이가 똘복이만이 아니었습니다.

뿌리깊은 나무 6회에서는 어린 소이(신세경)와 젊은 세종(송중기)의 만남, 그리고 두 사람의 특별한 관계를 보여주었는데요, 송중기의 깜짝등장이 어찌나 반갑던지요. 처음 만남부터 세종에게 담이(소이)는 특별한 존재일 수밖에 없었지요. 감히 왕에게 돌을 던지는 아이, 얼마나 가슴에 맺혔기에, 얼마나 그 분노와 증오가 컸기에...그런 담이(어린 소이)에게 미안하다고 눈물을 흘리는 임금, 어린 소이도 그 진심을 전해받았을 듯합니다.  

그리고 세종의 비밀조직이 밝혀졌는데요, 천지계였지요. 정기준의 밀본과 세종의 천지, 두 조직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원수를 죽이겠다고 궁으로 들어온 강채윤의 수사팀이 비밀스럽게 맞물리면서, 더욱 그 스케일이 커지고 있습니다. 화려한 액션과 의문스러운 사람들의 등장은, 모든 사건과 밀접한 고리를 만들면서 스토리를 더욱 풍성하고 긴장감 넘치게 합니다.
특히 뛰어난 무공을 가진 집현전 직제학 심종수(한상진)와 베일에 싸인 정기준과의 관계가 흥미롭죠. 여기에 수상스러운 인물 가리온(윤제문)의 진짜 정체가 뭔지 궁금증 폭발입니다. 정기준이 아닐까 하는 의심은 저만하고 있는 것은 아닐 듯한데, 윤제문이 워낙 그 연기력이나 포스가 장난이 아니어서, 정기준이라고 하더라도 놀랄 일은 아닐 듯합니다.

왜 천지인가?
세종의 비밀조직이 등장했는데요, 죽은 집현전 학사들과 정인지, 성삼문(현우), 박팽년(김기범) 등이 계원으로 있는 천지입니다. 조직원의 암살은 이미 밀본이 천지조직을 파악하고 있음을 의미하는데, 천지내에 밀본의 스파이가 있을 듯하지요. 뛰어난 무공을 가진 심종수의 정체를 통해 밀본의 뿌리가 깊고 넓게 퍼져있다는 것도 새삼 확인했고 말이지요.
윤필의 시신에 돋보기로나 볼 수 있는 문신이 있던 것을 본 강채윤은 학사들을 신체검사해야 겠다고 집현전에 왔는데요, 사방팔방 들쑤시고 다니는 강채윤의 수사실력이 보통이 아니었죠. 집현전에 와서 신체검사를 해야겠다고 떠들고 간 이유는, 같은 문신을 한 사람들이 표면에 드러나게 하기 위함이었지요. 아니나다를까 성삼문과 박팽년이 허담과 윤필의 시신을 빼내, 자신들과 같은 모양의 문신이 새겨져 있음을 알게 되지요. 적들이 노리는 것은 천지계원이며, 천지계원이 자신들만이 아니라는 사실에 놀라지요.
그런데 그 문신의 모양을 보니 작은 원 안에 네모 모양이 들어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 의미를 좀 풀어봤는데요,  두가지가 내포된 듯합니다. 문신의 ㅇ과 ㅁ은 하늘과 땅을 의미하는 듯합니다. 또 한글을 언문이라 한 것과 유추해서 첫자음 ㅇ과 ㅁ을 말하는 듯도 하고요. 

"소이 네가 그토록 그리워하는 똘복이가 왔다"
죽은 윤필이 사자전언(死者傳言)으로 남긴 곤구망기(ㅣ口亡己)는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습니다. 집현전의 학사들도 그 뜻을 알지못해 궁금증 폭발입니다. 놀랍게도 곤구망기를 푼 이는 세종 이도였지요.
ㅁ ㅣ ㄹ 을 조합해 '밀'이라는 생소한 글자를 만들고, 뚫린 입에 가시처럼 들어있던 활자본의 의미로 ㅁ와 ㅣ를 조합해 ㅂ을 만들고, 한자 亡을 합치니 '본'이라는 글자가 완성되었지요. 윤필이 남긴 사자전언은 집현전 학사 허담의 죽음과 자신을 죽이려는 자의 배후가 '밀본'임을 가르켰지요. 밀본의 조직원인 심종수(한상진)가 곤구망기를 풀었다해도 한글을 모르는 그에게는 '젠장 빌어먹을' 이게 뭔 그림이야 였을 겁니다.

'밀본', 정기준 일가가 몰살되고 20여년이 흐른 후에 다시 등장한 밀본의 정체에 경악하는 세종, 그것이 세종이 비밀리에 추진하고 있는 천지계원들이 표적이 되고 있다는 사실에 세종은 흔들립니다. 세종을 짓눌러온 트라우마, 자신때문에 백성이 죽었다는 것은 큰 일을 앞 둔 세종을 무겁게 짓눌러옵니다.
또한 "우리 아버지 죽인 지랄같은 임금을 죽여버리겠다" 울부짖던 똘복이가 겸사복 강채윤이라는 것을 알게 된 세종은, 그의 무서운 증오심과 집념에 놀라 비틀거리지요.  
소이를 찾은 세종은 흔들리는 자신의 감정을 토로하지요. 너무 힘들고, 고독하고, 그 짐이 무겁다고 말이지요. "꽃이 지고, 홍수가 나고, 벼락이 떨어져도, 내 책임이다. 그게 임금이다. 모든 책임을 지고 그 어떤 변명도 필요없는 자리, 그게 조선의 임금이란 자리다. 내 일을 하다 내 사람들이 죽었다, 내가 죽인 것이야...".
자책감에 괴로워 하는 세종에게 소이(신세경)은 말하고, 또 말하고, 또 말합니다. "전하의 책임이 아닙니다".  세종 이도의 두 눈에 굵은 눈물이 흐르고, 비로소 세종은 격한 감정을 누르고 한 인간이 아닌, 백성의 아버지 세종으로 돌아오지요, "전하의 책임이 아닙니다" 소이의 필답에 격한 감정을 감추지 못하는 인간 세종의 모습은 서글프게까지 다가옵니다. 인간 세종의 내면을 표현하는 한석규의 연기는 말이 필요없네요. 

"흔들리지 마라, 네가 흔들리면 나도 무너진다"
강채윤이 한지골 똘복이라는 것을 알게 된 무휼은 강채윤을 죽이려고 하지만, 강채윤이 편전에 들었다는 보고를 받고 경악하여 편전으로 향하지요. '전하가 위험하다'. 가면을 쓴 자가 윤필을 납치하던 상황을 몸으로 설명하는 강채윤, 관모에 대침을 숨기고 들어왔던 강채윤은 비수대신 침을 사용하려 했었지요. 무휼이 한발만 늦었으면 세종의 목숨은 어찌 되었을지 모릅니다.
가면(정기준의 수하 윤평-이수혁)이 나무에서 표창을 날렸다는 대목에서 강채윤이 대침을 날렸을 듯하더군요. 관모에서 대침을 빼는 강채윤을 보며, 오메 숭악한 놈, 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지요. 드라마에 몰입하고 있다보니, '그때 침을 날렸더라면, 한글은 어찌되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식은 땀이 흐르더이다. 픽션임에도 이렇게 살떨리게 흥분하고, 사실적으로 다가오는 팽팽한 긴장감,, 한석규, 장혁, 조진웅의 연기는 최고입니다!

무휼로부터 강채윤의 정체를 알게 된 세종은 그 집요함에 놀라고, 비틀거리지요. 그리고 자신때문에 식솔들을 잃은 살기 가득한 아이의 눈을 떠올립니다. 똘복이가 죽은 것으로 알고 있는 소이가 강채윤의 정체를 알게 된다면, 일은 걷잡을 수 없게 돼버리지요. 소이는 세종이 비밀리에 추진하는 프로젝트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무엇이든 한 번 본 것은 다 외워버리는 소이의 특출한 재능은, 아직은 활자로 만들 수 없는 '그것'의 살아있는 인쇄본이기 때문이죠. 한글창제 프로젝트라는 거대한 방진은 소이의 머리속에서 퍼즐처럼 살아서 움직이는 활자들이며, 제자리를 찾고 있는 중이니까요.
세종은 소이가 강채윤(똘복이)의 정체를 절대로 알게 해서는 안된다고 하면서도, 강채윤을 무휼의 뜻대로 죽이는 것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뒤죽박죽 헝클어지는 세종, '한글, 소이, 똘복이, 그리고 곤구망기를 통해 드러난 밀본, 정기준' 등이 세종을 힘겹게 하지요. 밀본과 강채윤이 관계도 세종이 풀어야 할 숙제가 되었고 말이지요. 세종에게 강채윤은 어사주나 내려달라는 꽤 똑똑하고 배짱있는 인물이 더이상 아닙니다. 윤필의 사자전언으로 드러난 밀본과의 관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고인설, 허담, 윤필의 죽음 현장에 빠짐없이 등장했던 인물이니 말이지요. 
광평대군의 처소를 찾아 소이와 필담을 나눈 이유는 더 이상 자신으로 인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려고, 그 거대한 마방진을 포기하려는 인간적인 갈등때문이었습니다. 소이가 끝까지 전하의 책임이 아니라고 대답해주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세종은 똘복이의 정체를 소이에게 말해주었을 지도 모릅니다.

세종을 단단하게 세워 준 이는 다름아닌 소이였지요. 누구보다 세종의 고뇌와 고독과 힘겨움을 잘 알고 있는 소이, 소이 앞에서는 한 나라의 임금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 흘리는 눈물도 보일 수 있었던 세종 이도였지요. 누구보다 신뢰하고 믿고 아끼는 아이, 자신때문에 말을 잃어버린 아이, 그 아이가 그토록 잊지못하고 그리워 하는 똘복이를 감출 수 밖에 없는 이도입니다. 
"울지 마라, 어명이다. 나를 위해 단 한 방울의 눈물도 흘려서는 아니된다", 소이가 눈물을 보였더라면, 세종은 말해 버릴 수도 있었습니다. 그토록 그리워 하는 똘복이가 살아있다는 것을 감춰버린 못된 나를 용서하라는 듯이, 그 옛날 자신에게 돌을 던진 그 아이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세종은 또 마음으로 할 수 밖에 없었지요. 세종이 말했던 "나를 위해"는 '힘든 나를 위해'의 의미도 있었고, '내가 하려는 일을 끝까지 하기 위해'의 의미도 있습니다. 

"네가 흔들리면 나도 무너진다. 흔들리지 마라"고 했던 것은 그 때문이지요. 세종이 비밀리에 만들고 있는 한글, 그 모든 것을 머리 속에 외우고 있는 소이는 없어서는 안될 존재지요. 내 사람을 죽여가면서 까지 세종이 남기고 가려는 마지막 일이 그의 운명이듯이, 가슴 속에 품고 있는 동무가 살아왔다는 것을 몰라야 하는 것이 소이의 운명이라고, 인간적인 번민을 한줄기 눈물로 끊어내는 세종 이도였습니다. 

한글이 위대한 것은 그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위대한 창조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최만리같이 한글창제에 반대해해 거세게 반발했던 경학파들과 사대부들의 기득권과의 싸움에서 지켜낸 의지의 산물이기도 합니다. 사대부들의 반발과 싸워햐 했던 세종은 임금으로서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도 힘겨운 싸움을 해야 했던 고독한 군주였던 것이지요.
전하의 책임이 아니라며, 끝까지 세종을 지지하고 지켜준 소이. 소이라는 인물은 세종의 정신적 동반자로 요약되지만, 한글은 세종 혼자서 해낸 업적이 아니었음을 환기시켜 줍니다. 성삼문, 박팽년, 하위지, 정인지, 이개 등등 집현전에서 날밤을 세웠던 집현전 학사들이 그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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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초록누리 2011.11.12 10:03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저작권 침해로 삭제되었던 글 재발행입니다.
    한꺼번에 복구를 해서 혼동스러웠을 듯하지만, 뿌리깊은 나무 리뷰자료로 정리해두기 위해 복구했으니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2011. 11. 12. 09:26




(저작권 침해로 삭제된 글의 재발행입니다.)
사랑받았던 젊은 세종 송중기에서 인간적인 세종과 카리스마 넘치는 괴짜군왕 한석규로의 변화는 완벽한 캐릭터의 반전이었습니다. 아마도 세종을 다룬 사극에서 가장 매력적이고 인간미 넘치는 세종을 만난 듯합니다. "이방원없는 천하다"라며 한줄기 눈물을 흘리는 송중기의 모습이 연못에 일렁이고, 중후한 세종 한석규로 바뀌는 과정은 빼어난 영상미로 젊은 세종과 중년 세종의 변화를 담았지요. 이번 뿌리깊은 나무 4회에서 최고의 영상미로 꼽고 싶은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곱고 여린 노랑나비가 호랑나비로 변해 연못을 나는 모습은, 젊은 세종과 중년 세종의 함축적인 캐릭터의 변신을 담아낸 최고의 장면이었습니다. 
파란만장했던 그의 삶만큼이나 죽음도 가볍지 않게 강한 인상을 남겼던 태종 이방원(백윤식), 두 부자는 죽는 순간에도 논쟁을 멈추지 않았지요. 태종의 독설과 염려도 여전했고 말이지요. "내가 갔던 길보다 훌씬 더 참혹할 게야. 훗날 넌 반드시 내 무덤 앞에 무릎꿇고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고백하며 울 것이다". 세종을 마지막까지 시험해 보는 태종이었지요.
"그럴 일 없을 것입니다. 조선의 임금은 그리 한가한 자리가 아니니까요"라며, 태종이 했던 말로 응수하는 세종. 태종은 세종의 멱살을 잡고, 마지막 유언을 남겼지요. "해내거라, 그래야 네놈을 왕으로 세운 제일 큰 업적이 될 거이니...". 세종의 확신에 찬 대답에 미소를 짓는 태종, 그의 마지막 눈빛은 아들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었습니다. 우리 역사에서 가장 빛나는 왕, 조선의 찬란한 문화르네상스를 연 성군 세종대왕이니, 진실로 태종의 가장 큰 업적은 세종대왕을 낳았다는 것일 겁니다. 세종대왕이 없었다면, 블로그에 이런 글을 올릴 수나 있었겠습니까? 머리 터지게 한자랑 씨름했겠지요.

한석규의 세종은 어떨까? 한마디로 명불허전입니다. 정확한 발음발성, 자타가 공인하는 연기력, 게다가 그 파격적 캐릭터 변신은 "그래, 바로 그거야"라며 흥분하게 했답니다. 온화한 듯 진지한 듯 감을 잡기 어려운 표정으로 "하례는 지랄...", "젠장, 우라질"이라는 거친 말들이 튀어나오는데, 곤령포 입은 지엄한 임금님께서 입단속을 그리 안하시는 모습에 뻥뻥 터졌고, 궁녀에게 "우라질이 맞느냐?"며, 진지하게 물으며, "과하게 많다, 우라지게 많다, 우라질...이 얼마나 내 정서를 잘 표현하였느냐? 궁궐에는 이런 말이 없어"라며, 경연장으로 발길을 옮기는 한석규의 세종은 대박이었습니다. 작품뿐만이 아니라 인간 세종, 군주 세종의 새로운 캐릭터로서도 대박입니다.

세종의 거친 말속에도 우리글의 필요성을, 한글을 만들어야 하는 세종의 집념을 제대로 담아냈고 말이지요. 경연장에서도 당태종이 어땠고, 고려왕조에서 어땠고, 주자선생이 어땠고 하는 고리타분한 그놈의 경서 읊조리는 신하들을 한자로 '우라질"이라고 몰래 적으며, 자신의 정서를 기록하는 세종이었죠ㅎ. 운동이 부족해 옥체가 상할까 저어된다고 하도 난리들을 하니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신경쓰지 말라며 스트레칭을 하는 세종은 또 어땠고요. 능청스러운 세종의 모습까지 감히 불경스러운 표현이지만, 새로 등장한 세종은 물건입니다(죽여주시옵소서). 
웃음보터진 성삼문(현우)의 허벅지를 꼬집는 박팽년(김기범) 등 샤방샤뱡 빛나는 젊은 꽃미남 학사들도 등장해서 눈까지 호강했는데, 괴짜스러운 천재 성삼문과 박팽년의 대조적인 캐릭터도 눈여겨 봤답니다. 

그러나...여기까지의 세종을 보고 웃기는 임금님일세 라고 하면 큰 코 다칩니다. 경연의 주제 '부민고소금지법'을 선왕대에 이미 금지된 법을 왜 다시 경연을 하시느냐고, 그 불피요함에 대해 미주왈 고주왈 남의 나라 법과 경전을 들어 반대하는 신하들을 입도 딸싹 못하게 눌러버리는 언변과 논리는 오금저리게 만들었지요. 이현령 비현령 자기들 편한 대로, 유리한대로만 해석하려드는 기득권자들을 완벽한 논리로 박살내는 모습이 얼마나 통쾌하던지 말입니다. "주자께서 말씀하시기를...", 말끝마다 주자 주자를 거론하는 탁상공론자들에게, 주자께서는 한시도 백성을 생각하지 않은 적이 없다, 경전의 행간을 읽으라는 세종의 일갈은 참으로 멋집니다.

이번 경연의 하이라이트는 "전하께서 한가지 질문을 빠뜨렸다" 고 지적하는 성삼문(현우)때문에 벌어진 상황입니다. 부민고소금지법에 대한 세종의 질문은 두 가지였죠. 첫째, 성리학의 나라에서 감히 아랫사람이 웃사람을 고변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 그런데 간관들이 내말을 듣지 않는 것은 어긋나지 않는 것이냐? 둘째, 백성들의 고소마저 금지한다면 수령들은 왕보다도 제약이 없게 되는데, 이들은 누가 통제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하라는 것이었죠. 그런데 중요한 한가지가 빠졌다고 성삼문이 감히 왕에게 지적을 하지요. 이후 벌어지는 상황은 한마디로 이런 것이었습니다. "어린 놈이 뭘안다고 주제도 모르고 까불어. 어른 말씀하시는데..."였죠.
얼굴빛이 싸늘하게 변하는 세종, "바로 이것이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학식이 얄팍하다는 이유로, 신분이 미천하다는 이유로, 하극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이유로, 나라의 기강이 문란해진다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백성들의 입을 막는다면, 과인은 대체 어디서 백성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단 말이오?". 게임 끝입니다. 반어와 비유, 헛점을 낚을 유도심문까지, 참으로  우라지게 박학다식 논리정연한 세종!!! 말까지 서민적이고 우리정서에 꼭 맞는 표현만 골라서 하시고 말이지요. 

집현전 학사 허담의 죽음과 비바사론(산스크리트어로 된 경전)의 증발사건을 보고받은 세종이 "이런 빌어먹을"이라며 감정을 있는 그대로 내뱉는 모습도 나왔지요. 실제로 세종대왕이 욕을 잘했다는 것도 전해지는데, 궁궐에 임금이 사용해야 하는 욕을 궁중용어로 따로 만들어 가르치지도 않았을테니, 감정대로 욕나오는 것은 당연했겠지요. 임금도 사람인데 말이지요. 
무엇보다 눈여겨 보아야 하는 대목은 임금이 궁녀들에게 저잣거리의 상스러운 백성들 말을 배우려고 했다는 점입니다. 우라질처럼 한자로 옮겨적을 수 있는 말들은 그나마 표기라도 할 수 있지요. 젠장, 빌어먹을 같은 말을 어떻게 한자로 표기해야 할지 참 깝깝한 일이지요. 부민고소금지법에 대한 경연을 통해서도 한글, 우리글이 왜 반드시 필요한 지를 말해줍니다. 백성의 소리를 듣는 것은 성리학에서 가르치는 성군의 덕목이지요. 헌데 그 소리를 어떻게 들을 수 있을까? 한자를 모르는 백성들이니 글로 적을 수도 없었을 것이고, 수령들이나 관리들이 지들 욕하는 백성들의 입을 자기들 편한대로(위 아래 엄격한 규범이 있는 주자학에 위배되느니 어쩌느니 하면서)이렇게 막고 있으니 말이지요.

집현전 학사 허담과 김종서의 6진에서 무관 고인설 살해사건이 발생하고, 첫회 강채윤(장혁)이 세종 암살을 주도면밀하게 준비하는 장면으로 다시 이어지면서, 드라마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김종서의 추천으로 겸사복으로 궁에 들어온 강채윤(똘복이), 첫날부터 여기저기 궁을 들쑤시고 말썽을 일으키면서 무휼과 세종의 눈에 띄게 되었지요. 오로지 이도의 암살만이 목표인 강채윤이 집현전에서 일어난 사건현장에 잡입했다가 무휼(조진웅)에게 걸리고, 위기에 처하게 되었지요. 
고인설과 허담을 죽인자는 같은 놈이라 생각한다며, 고인설 수사일지를 보여주며 위기를 넘긴 강채윤은 때마침 취조현장에 온 세종과 다시 재회합니다. 고인설 수사일지를 본 세종이 허담 살해사건을 수사하라는 명을 내리고, 강채윤은 비밀수사원으로 집현전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에 깊숙이 관여하게 됩니다. 

이도를 죽이겠다는 일념으로 사건을 해결하면 어사주를 내려달라는 간청을 한 강채윤, 집현전에서 발행하는 연쇄살인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강채윤은 세종의 조선과 마주하게 될 듯합니다. 세종이 꿈꾸는 조선, 글을 몰라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석삼이가 더이상 나오지 않게 하려는 이도의 조선, 임금을 지랄이라고 증오하는 한지골 똘복이가 더이상 없는 조선, 지랄을 지랄로, 우라질을 우라질로, 백성의 소리를 그들의 말로 쓰고 읽고 듣고 싶어하는 이도의 조선을 말이지요.

주인공들이 코믹과 진지를 겸한다는 것은 모험일 수 있습니다. 특히 사극에서는 말이지요. 동이에서 숙종 역의 지진희가 그 경계를 허물어서 사랑을 받은 적이 있었지요. 세종 역의 한석규도 인간적인 세종과 카리스마 세종으로 그간 정형화된 세종대왕의 캐릭터에 파격을 감행했는데요, 한석규의 세종이 너무나 멋지네요. 역시 지도자는 사람냄새가 나야 더 가까움을 느끼게 되나 봅니다. 아무리 백성백성, 국민국민 떠들면 뭐합니까? 경연을 펼치던 신하들처럼 경서 나부랭이나 줄줄 읊어대며, 기득권을 지키려는 모습과 진배없는데 말입니다. 
역사상 최고의 업적, 최고의 존경을 받는 성군 세종대왕, 한글이라는 위대한 업적을 말하기 전헤 더 먼저 칭송하고 감사하고 되집어야 할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세종대왕의 애민사상입니다. 한글은 세종대왕의 애민사상의 결정체이니 말입니다. 오늘날 우리 지도자들이 가슴깊이 새겨야 할 마음입니다. 국민들을 어여삐 좀 여겨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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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초록누리 2011.11.12 10:06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저작권 침해로 삭제되었던 글 재발행입니다.
    한꺼번에 복구를 해서 혼동스러웠을 듯하지만, 뿌리깊은 나무 리뷰자료로 정리해두기 위해 복구했으니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