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03.12 '추노' 무거운 사랑에 가벼워진 혁명 (27)
  2. 2010.02.24 '추노' 황철웅이 대길패거리를 공격한 이유 (27)
2010.03.12 07:43




애초부터 길바닥 사극 추노에 혁명이라는 거창한 구호는 없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드라마 제목 그대로 조선의 피폐한 역사 속에 도망노비가 속출하고, 그 노비를 쫓는 인간사냥꾼 추노꾼이라는 재미있는 소재가 드라마 줄기였고, 부수적인 양념으로 소현세자와 그 아들 원손 석견을 끼어넣어 혁명이라는 곁가지를 만들어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장 큰 줄기는 대길이와 언년이의 쫓고 쫓기는 안타까운 사랑이겠지요. 대길이와 언년이의 사랑, 그 사연 하나만으로도 추노라는 소재는 성공적인 사극멜로드라마지요. 그러나 혁명을 얘기하기에는 의미가 퇴색해 버렸습니다. 혁명보다는 사랑에 그 무게중심이 쏠렸기 때문입니다.
드라마에서 혁명과 사랑 중 어느 것에 비중을 두었다하여 드라마가 수작이다 혹은 졸작이라고 평한다는 것은 불필요한 논쟁거리에 불과합니다. 그만큼 드마라 추노는 사랑에 무게중심이 쏠려도 긴장감과 추노 특유의 코믹 부분까지 신경쓰고 있으니 재미가 반감되는 것은 아니에요. 다만 추노에서 그리고자 했던 혁명이라는 부분의 무게가 가벼워졌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에요.

드라마 추노에서 말하고자 하는 혁명은 실패입니다. 원손 석견을 왕위에 세우고자 하는 것을 혁명의 당위성으로 잡았다는 것이 가장 큰 실패의 원인이고, 혁명의 중심인물로 세운 송태하를 영웅적인 인물로 그리지 못했다는 점이 두번째 실패 요인입니다. 
우선 원손을 혁명의 당위성으로 잡았다는 것이 혁명이 실패한 첫째 이유라고 했는데요, 원손을 왕위에 세우려고 한다는 것은 정통성이라는 명분싸움에서는 합당한 혁명의 논리가 되겠지만, 드라마 추노에서는 그 외의 것은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어린아기가 세자가 되고 다음 보위에 내정된 것은 조선 왕조사에서 수없이 있었던 일이기에 새로울 것은 없는 일입니다. 원손 석견이 중요한 이유는 그가 인조의 적장자인 소현세자의 아들이라는 점이겠지요. 소현세자가 청의 볼모로 잡혀가서 8년만에 조선에 돌아와 두달만에 의문의 죽음을 당했기에, 그리고 독살이라 의심되는 부분때문에 석견을 왕위에 옹립한다는 것은 타도의 대상이 그 의문의 중심에 있는 패륜적인 왕 인조라고 볼 수 있겠지요.
그러나 조선비와 송태하의 혁명론에 대한 탁상공론으로 그친 혁명만이 있었을 뿐 그들이 그리는 세상에 대한 그림을 제시하지 못함으로써, 조선비와 송태하를 대변하는 사대부들의 한계만을 노출시킨 채 방법론적으로나 이론적으로나 그들의 혁명은 설득력을 잃고 말았습니다. 반정을 위한 거사는 황철웅이라는 희대의 슈퍼맨으로부터 봉쇄당했고, 임영호나 20회 말미에 예고로 보여준 곽한섬이 만난 이재준 대감 역시 임영호의 역할정도 밖에는 그려주지 못할 것임에 분명해 보입니다,
송태하가 스승이라 따르는 임영호는 이름만 드높았을 뿐 어떤 사고를 가진 인물인지 드라마에서 드러내 준 것이 없기에 그를 따르는 유생들과 송태하와 부하들은 임영호 팬클럽 회원쯤으로 보이니 말입니다. 드라마 추노의 혁명관의 실패는 임영호라는 인물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가 없었기에 오는 혼란일 것입니다. 앞으로 등장하게 될 이재준 대감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고요.
그럼 임영호가 준비했다는 시대적인 소임을 누구를 통해서 보여줬어야 했느냐? 바로 송태하였어요. 그런데 송태하는 드라마 20회가 진행되는 동안 구체적으로 세상에 대한 밑그림조차 그리지 못한 인물에 불과했습니다. 원손을 지키고 소현세자의 유지를 받드는 충절심있는 한때의 장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어요. 이제는 신분에 대한 각성까지 해야 하니 숙제가 많은 인물이지요.
가장 영웅적으로 그려졌어야 할 송태하가 가장 답답한 캐릭터로 나오고 있으니, 도망노비나 쫓는 추노꾼 이대길에게 관심이 쏠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지요. 언년이에게 약속한 앙반 상놈 없는 평등세상을 만들겠다는 대사 하나로도 이대길은 가장 혁명적인 인물이 돼버렸고, 정작 새로운 세상을 세우겠다, 역사가 바뀌게 될 것이라고 그럴싸한 말만 늘어놓았던 송태하는 원손과 언년이를 데리고 조선팔도를 도망치는 신세만 되고 말았어요. 
언제부터인가 저는 송태하에 대한 기대는 많이 버렸습니다. 그 이유는 송태하가 꿈꾸는 세상을 이루기에는 그의 힘이 너무 미약했고, 그가 세우고자 하는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 드라마에서 계속 미적거리며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어쩌면 끝까지 송태하가 그리는 세상에 대한 그림은 완성되지 못할지도 모르겠어요. 그 이유는 절망적인 상황으로 몰린 송태하의 상황때문이겠지요. 부하장수들을 다 잃었고, 조선비는 변절해서 동지들 이름을 팔아버렸고, 송태하 혼자서 칼을 들고 궁궐로 쳐들어 갈 수도 없는 처지이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지금 잠시 몸을 의탁한 월악산 산채의 녹림거사들에게 함께 싸우자고 할 수도 없는 일일테고요. 저라도 안싸우지요. 이유없이 죽을 자리를 찾아 가겠냐고요. 차라리 숨어서 가늘고 길게 사는 게 백번 나아보이니까요.
송태하는 드라마에서 가늘고 길게 살 수 없는 인물이라는 게 문제라면 문제겠지요. 혁명을 꿈꿀 때 부터 그는 굵고 짧게 사는 운명을 택했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대길이나 천지호, 짝귀같은 인물은 늘 칼부림이 난무한 저잣거리에서 살고 있음에도 아이러니하게도 가늘고 길게 살자가 인생 모토인 것도 같습니다.
20회에서 호기심 많은 언년이는 송태하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했지요. 대길이랑은 왜 같이 다니게 된 거냐? 여기에 얼마나 머무실 요량이냐? 청에서 무엇을 배우셨는냐? 승하하신 저하는 어떤 생각을 하셨느냐? 등등... 언년이도 알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대차게 물어봤지만 송태하는 이번회에도 답을 내주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멋드러지게 칼을 꺼내 뭔가 결심한 듯 폼만 잡다 말았어요. 이러니 시청자가 한 번 예상해보라는 질문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제작진이 송태하의 갈 길을 송태하의 입을 통해서 보여주는 것에 근 10여회를 뜸을 들이고 있으니 답답한 마음에 제가 송태하라면, 아니 작가라면 어떤 방향으로 송태하의 앞길을 그릴까 생각해 보게 되네요. 저는 송태하의 생각이 그 테두리가 작아질 것이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처음 원손을 왕위에 세우고 나라의 기강을 바로 잡겠다는 큰 테두리의 혁명이 아니라, 그가 지켜주고 싶은 사람들을 지키는 것도 송태하 나름의 각성이고 혁명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그 중심에는 원손과 부인 언년이가 있겠지만요.
송태하가 중요한 단서를 흘렸는데요, 대길이에게 혼자 떠날 것이라며 부인과 원손을 부탁한다는 말을 했지요. 대길이 왜 자신을 죽이지 않았느냐는 말에 "난 한번도 우리 백성을 죽인 일이 없다" 라며 조선 최고의 무사, 애민정신이 투철한 장군의 모습을 비추기도 했습니다. 평생 도망칠 수도 숨어살 수도 없으니 끝을 봐야겠다며 월악산 산채를 나가겠다는 말을 대길이에게도 언년이에게도 했어요. 송태하가 가는 곳은 아마 현 세자인 봉림대군을 만나 타협점을 찾거나 수원에서 거사를 위해 만나기로 한 다른 동지를 만나기 위함일 것입니다.

그런데 송태하의 말이 크게 달라진 곳이 두군데가 있었어요. 하나는 대길이 앞에서 내 부인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감옥에서나 그 이전에는 항상 "내 부인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 라는 식으로 말을 했는데 그냥 부인이라는 호칭을 썼다는 점이에요. 대길이와 언년이와의 관계를 알게 된 연유이기도 하겠고, 대길이에 대한 감정적 배려일 수도 있겠지만, 거리감도 느껴지더군요. 자신이 지금 하려는 일이 실패로 돌아갈 수도 있을 때를 대비한 말같기도 하고 말이지요. 내 부인이라는 말로 언년이는 자신의 여인이라고 굳이 강조하지 않음으로써 대길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 한다는 것같기도 하고요. 물론 억지 생각일 수도 있습니다만.  
두번째는 원손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는 것입니다. 송태하가 주장해 왔던 것은 처음에는 원손의 왕위 옹립이었어요. 그리고 다시 원손의 복귀, 그리고 원손의 사면이라는 식으로 송태하의 입장이 계속 바뀌고 있었지요. 동굴에서 언년이에게는 원손을 왕위에 올릴 것이라고 했고, 조선비와의 대립에서는 왕위가 아닌 복권을, 그리고 대길과 함께 교수대에서 처형될 위기에 처한 이후에 용골대와 만나서는 봉림대군에게 원손의 사면을 주청하겠다는 의중을 폈습니다. 그런데 이번회에서 송태하는 언년에게 "마마님이 숨어사는 왕족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씩씩하고 굳건하게 자라주었으면 좋겠다"는 말로 다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이는 송태하의 생각이 정리되었다는 중요한 단서입니다. 송태하는 더이상 원손을 내세운 혁명이라는 기치를 걸지 않겠다는 것을 표방한 것이니까요. 이는 송태하가 언년이 노비였음을 알고 난 이후 자신이 변해야 세상이 변한다는 각성의 결과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송태하는 왕을 새로 세우겠다는 혁명가에서 백성을 지키는 혁명가로 거듭나고, 그 현장에서 죽고자 할 거라는 예감이 들었어요.
송태하가 언년이에게 기다려달라고 하면서 했던 말이 있었어요. 백성의 고충을 깨닫고자 했으나, 반상의 경계가 없고 노비가 없는 세상은 그려보지 않았으며, 노비가 되어서도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말이지요.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걸리든 옳은 생각을 세울 때까지 기다려 주겠느냐고 말이지요. 
송태하는 그것에 대한 답을 찾은 듯 보입니다. 원손을 왕위에 세운다느니 썩은 정치를 갈아엎겠다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자신이 노비로 떨어져 살아본 그 민초들을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월악산에 모여든 막바지 인생들, 그 민초들 역시 자신이 보듬고 가야 할 백성이고, 자신이 꿈꾸는 세상의 범주에 넣어야 할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지요.
송태하가 마지막에 칼을 빼든 장면이 있었는데요, 저는 그 칼을 사람 그림자 없는 월악산 속 요새까지 숨어들어야 했던 바닥인생들을 지켜주기 위해 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봉림대군을 만나기 위해서든지 곽한섬이나 다른 누구를 만나러 산채를 나가든, 황철웅으로 부터 월악산이 공격을 받게 되면, 송태하는 아마 미친 듯이 칼춤을 출 것입니다. 원손도, 언년이도 아닌 자신이 한번도 백성이라 생각하지 않았던 월악산 사람들을 위해서 말이지요. 송태하의 혁명관이 완성되는 것이 바로 월악산 산채 주민들을 지켜야 한다는 것에서 이뤄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송태하를 중심으로 한 혁명은 사실상 실패로 끝났고, 드마마의 무게 중심도 언년이와 대길이, 그리고 송태하, 설화의 사랑으로 초이 맞춰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애초에 추노에 혁명이 곁가지로 끼어들어간 셈이니 뭐라고 할 수 는 없겠지만, 왠지 그 사랑이 더 무겁게만 느껴지네요. 남의 여자가 된 언년이를 여전히 놓지 못하는 대길이, 10년을 자신을 찾기 위해 개차반 추노꾼이 되어 팔도를 뒤지고 다녔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언년이 고민도 커지겠지요. 두 사람의 모든 사연을 알게 된 송태하, 그리고 대길에게 용감무쌍하게 들이대는 설화까지 사랑은 점점 무거워지고, 그 사랑의 무게에 짓눌린 탓인지 혁명의 이야기는 가벼워져 버렸습니다. 그렇다고 드라마가 재미없어진 것도 아니고, 월악산 산채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가 울고 웃게 하니, 그렇게 숨어서라도 오손도손 평화롭게 살았으면 싶어요. 힘들겠지만요. 허풍쟁이 월악산 짝귀와 급코믹해진 최장군때문에라도, 추노는 끝까지 놓치고 싶지않은 매력적인 드라마입니다.
세상을 뒤집는 것도 혁명이지만 자기로부터의 혁명도 혁명이랄 수 있겠지요. 대길이의 혁명의 시작과 끝은 언년이에 대한 사랑에 있지만, 송태하의 혁명의 시작과 끝은 백성에 있을 것 같습니다. 노비라는 밑바닥 삶을 경험한 그가 가장 밑바닥 민초들을 위해 칼을 든다는 각성이야말로 송태하다운 혁명의 완성이 아닐까요? 혁명에 대한 그림이 큰지 작은지, 성공이냐 좌절이냐 하는 것들은 중요치 않다고 생각해요. 누구를 위해 칼을 들었느냐가 중요한 것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작은 혁명에 대한 모습이라도 드라마 추노에서 보여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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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24 06:44




지난회 귀염둥이 깨방정 왕손이와 최장군이 비정한 황철웅의 공격을 받고 생사여부가 궁금한데요, 기사에 나온 자료들을 보면 죽지 않았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왕손이와 최장군이 대길패거리에서 없어지면 추노의 재미도 반감할 것 같은데 제발 살아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그런데 황철웅이 대길패거리를 공격할 만한 이유는 사실 그 목적을 어디에 두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송태하를 제거하려는 목적이 같은데 말이지요. 황철웅이 왜 대길패거리를 건드렸을까요? 제가 몇가지 이유를 생각해 봤는데 맞을런지 모르겠네요.

황철웅이 잠자는 사자를 건드렸다, 왜?
첫째, 대길이를 끌어들이기 위함입니다. 황철웅은 대길이와 최장군이 송태하를 추적하고 있음을 알고 있어요. 지난 번 임영호를 죽이던 날 대길이와 최장군과 칼을 섞었던 적이 있었지요. 당시 임영호를 죽이고 곧바로 송태하가 왔고, 두 사람이 격돌을 벌이려는 찰나 대길이 "내가 누굴까?" 라며 여유자적 나타나 세사람이 고공의 무예를 겨뤘던 것을 기억할 겁니다.
세 사람이 팽팽하게 접전을 벌이고 있을 때, 언년이의 호각소리가 들렸고, 송태하는 언년이에게 위험이 있음을 알고 자리를 떴습니다. 송태하를 대길이 쫓아갔고, 그 후에는 최장군과 송태하가 칼을 섞었었지요. 이어 황철웅이 대길이와 송태하를 다시 쫓았고, 송태하와 언년이는 말을 타고 유유히 사라져 버렸지요. 대길이가 이때 언년이를 향해 칼을 날렸고, 머리가 떨어지는 언년이를 보며 넋이 나가 있는 대길이를 황철웅이 칼을 내리쳤지요. 다행히 대길이는 최장군이 만들어 준 한지 방패갑옷을 입고 있어서 다치지는 않았었어요. 
황철웅은 대길이 패거리가 송태하를 쫓고 있다는 상황은 파악했을 겁니다. 대길이가 황철웅이 누구냐고 물었을 때 "너랑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지" 라고 말도 했었고요. 송태하가 왕손이를 만났을 때, 그는 왕손이가 적어도 대길의 패거리 중의 한 인물임을 알았을 겁니다. 송태하를 쫓고 있다는 것은 단순한 추노의 개념을 넘어 선 것이에요. 아시다시피 송태하는 단순한 도망관노가 아닌 원손을 둘러 싼 정치적 인물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황철웅도 송태하를 쫓는 추노꾼들을 예사로 넘기지는 않았을 겁니다.
황철웅이 비록 드라마에서 왕손이가 대길이나 최장군과 함께 있는 장면을 목격한 장면이 나오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알 수 있었던 사실이라는 거지요.

그럼 왜 대길이 패거리에게 위해를 가하면서 대길이를 끌어들였을까의 의문을 풀어야 겠네요. 이유는 임영호 집에서 송태하와 대길이, 그리고 황철웅이 검을 섞었을 때, 황철웅은 대길이의 실력이 상당한 수준이라는 것을 알았다는 것입니다. 검을 섞어보면 고수는 고수의 실력을 알아보는 법이지요. 그리고 황철웅의 약점은 송태하에게 실력이 밀린다는 것이지요. 대길이 약을 바짝바짝 올려서 극도의 분노로 송태하를 공격하게 하기 위해 대길이를 건드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해 볼 수 있겠습니다.
두번째는 장인인 좌의정 이경식에 대한 경고일 수 있습니다. 현재 송태하를 추쇄하라는 명을 은밀히 내린 사람이 좌의정이라는 것을 황철웅은 간파하고 있고, 좌의정에 의해 고용된 추노군이라는 것도 알았을 겁니다. 황철웅이 천지호 패거리를 찾아와 더러운 짓 뒷수습을 시킬 정도로 추노꾼들에 대한 사전 지식이 있었던 만큼, 이미 대길 패거리가 추노꾼들중에서 최고라는 것도 알고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대길패거리는 이미 송태하를 쫓아 쌍과부집을 떠난 마당이었으니 2인자격이며 라이벌인 천지호를 찾아 갔던 것이고요. 

대길패거리를 황철웅이 제압했다는 것은 일을 맡긴 좌의정 이경식에 대한 무언의 압력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사위인 자신을 권력의 하수인으로 부려먹고 언젠가는 내칠 것임을 황철웅은 모르지 않습니다. 결코 좌의정이 자신에게 권력을 내줄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요.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인물이 좌의정 이경식이에요. 
좌의정이 보낸 비밀 살수들인 대길이 패거리를 제거함으로써 좌의정에게는 은밀히 송태하를 추적한 비밀을 덮어줬다는 공치사를 받을 수도 있고, 그 이면으로는 좌의정의 뒷통수를 쳤다는 두려움을 심어주는 두가지 수를 노렸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황철웅 송태하와 함께 소현세자를 구하기 위해 용골대를 습격하지 못했던 큰 이유는 홀어머니때문이었을 겁니다. 다른 하나는 황철웅의 야심이었겠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황철웅의 캐릭터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서 그에게 또다른 야심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따로 글을 올릴 생각입니다. 작가의 상상력을 쫓아갈 수는 없겠지만, 황철웅에게는 묘하게도 개인적인 비밀이 느껴지거든요.
제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다분히 충격적인 상상이긴 하지만, 다음에 황철웅의 비밀에 관한 글을 올리게 되면 재미로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상상하고 있는 황철웅의 비밀에 대해 한 가지 귀띔을 드리자면 황철웅의 사랑과 야심에 대한 것이라는 것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세번째는 지극히 심플한 이유입니다. 황철웅은 송태하를 잡을 수 있는 사람이 자신이어야 한다는 지극히 오만한 자만심에 사로잡혀 있는 인물입니다. 송태하의 목숨을 취할 수 있는 사람은 조선팔도에서 황철웅이어야 한다는 것이죠. 2인자라는 굴욕감을 극복하지 못한 황철웅으로서는 대길이 패거리에게 송태하의 목숨을 취하게 한다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지요. 
그런데 왕손이와 최장군을 살려뒀다는 것으로(일단 그렇게 가정하고요) 세번째 이유는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여집니다. 굳이 살려줄 필요는 없어보이니까요. 하지만 대길이를 유인할 만한 이유는 되겠지요. 대길이 송태하가 최장군과 왕손이를 해쳤다는 오해를 하게 되면, 대길이는 송태하의 사정거리 안에 밀착해서 따라 붙을 것입니다. 왕손이가 송태하가 은신해 있는 서원에 나타났다는 것으로 대길패거리가 모두 알고 있으리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대길이 패거리가 먼저 송태하를 죽이거나 잡는 일은 용납을 할 수 없었겠지요. 자신의 먹잇감을 남에게 내줄 수는 없는 쓸데없는 자존심의 일인자니까요.     

넷째, 대길이 오해를 불러 대길의 분노를 극대화 시키기 위한 제작진의 작전이었겠지요. 대길이 언년이가 송태하와 혼례를 올렸다는 사실을 알고 송태하를 추적하는 것을 포기했는데, 송태하를 쫓아야 할 구실을 만들어 주어야 할 필요가 있었겠지요.
최장군과 왕손이를 죽인 것이 송태하라는 오해를 사게 하고, 대길이 눈을 뒤집히게 하기 위해 최장군과 왕손이를 죽음으로 몰려고(?) 했다고 볼 수 있겠지요. 그런데 이 부분에서 브레이크가 걸렸지요. 대길이보다도 시청자가 분노해 버렸으니까요. 최장군과 왕손이를 살리라는 청원까지 나오고, 심지어는 추노를 보지 않겠다는 보이코트 선언까지 하는 팬들이 생겨났으니 가히 최장군과 왕손이 인기가 하늘을 찌릅니다. 저도 그 중 한 사람이고요. 제작진은 최장군과 왕손이를 어떻게든 살리려고 할 듯 싶은데, 어떤 이유를 들어서 살려줄 지는 모르겠지만, 극의 흐름을 이상하게 꼬지나 말았으면 싶네요. 

최장군과 왕손이를 살려두었다면 그 이유는?
우선, 대길이에게 좌의정 이경식을 제거하게 하려고 했을 거라고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황철웅은 송태하 이상으로 좌의정에 대한 굴욕감과 반감이 큽니다. 좌의정은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저당잡아 버린 인물입니다. 황철웅이 송태하와 동료들을 배신한 댓가는 혹독했어요. 좌의정의 뇌성마비 여식과 강제 혼례를 치뤄 남성적인 욕구를 억누르며 살아야 했고, 좌의정의 밑에 엎드려 권력의 하수인이 되는 굴욕적인 삶이 그 댓가였지요.
비록 좌의정과 한 배에 탄 좌의정 사람들이라 할 지라도 친구와 동료를 배신한 황철웅에게 주위의 시선은 곱지 않았을 겁니다. 황철웅과 좌의정 주위의 인물들은 명분에 목숨도 내놓는다는 명색이 사대부들이니 말이지요. 자존심 강한 황철웅에게 배신자라는 낙인은 노비의 낙인만큼 굴욕적이었을 것입니다. 황철웅이 훈련원 판관으로 있으면서도, 그리고 권력의 실세 좌의정의 사위임에도 그의 주위에 사람이 없다는 것이 이를 말해 줍니다.
황철웅은 제주에서 원손을 제거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좌의정에게 내쳐졌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자신을 살인도구로 이용하고 있는 좌의정에게 칼을 갈고 있음은 부인 이선영에게 "당신의 아버지를 밟고 일어서겠다"고 했던 말과 좌의정의 친구인 선비를 찾아가 장인이 없다는 말을 한 것에도 나타나 있어요. 황철웅이 최후로 칼 끝을 겨눌 사람은 장인인 좌의정이에요.

왕손이와 최장군을 살려 둔 이유는 대길이 혹은 자신이 송태하를 제거한 후에, 최장군과 왕손이를 풀어주고, 자신이 대길이 패거리를 제거하기 위해 좌의정이 보낸 사위이며 살수임을 알게 하는 것이지요. 그렇게 해서 대길이 좌의정에게 칼을 들게 만들려는 계산도 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나의 덫으로 호랑이와 멧돼지, 즉 송태하와 좌의정 이경식을 잡는 일종의 일타쌍피 작전인 셈이지요. 아마 당분간은 최장군과 왕손이를 모처에 감금해 둘 가능성이 큽니다. 죽은 줄 알았던 최장군과 왕손이를 드라마에서 자연스럽게 살려내는 방법일 수도 있겠고요. 
다음으로는 좌의정의 의중과 송태하와 원손을 제거하려는 또 다른 배후세력이 있는지 파악하고 싶었을 겁니다. 황철웅이 왕손이에게 누구의 명을 받느냐고 물었을 때 왕손이는 익살스럽게 "어명인가" 라고 대답을 하며 피를 보고 말았는데요, 폭죽을 보고 달려 온 최장군에게도 황철웅은 "너희들에게 묻고 싶은 게 참 많다"라고 말을 했어요. 
좌의정 이경식이 자신의 관직을 파하고 감옥에 넣으면서 까지 송태하를 다른 사람이 아닌 황철웅이 직접 쫓기를 명령을 했으면서, 한편으로는 조선 최고 추노꾼패거리를 고용해서 따로 송태하를 쫓게 한 연유가 궁금했을 것입니다. 심증적으로는 대길이 패거리가 좌의정에게 고용되었으리라 생각하고 있겠지만, 또 다른 배후세력이 있는지도 직접 확인해야 할 필요도 있었겠지요.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왕손이와 최장군이 살아있으면 좋겠네요.   
 
*기쁜소식: 우리 김연아 선수가 78.50으로 현재 선두입니다. 너무 환상적이었어요. 여러분들도 보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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