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원 옷고름'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0.02.04 '추노' 옷고름에 담긴 혜원의 두 마음 (42)
2010.02.04 08:01




추노 9회는 그야말로 숨돌릴 틈도 없는 긴장감 속에서 빠르게 전개되었습니다. 한장면 한장면이 그림같았고, 의미 또한 심오하게 담아냈는데요, 저는 언년이(김혜원)과 송태하의 장면을 인상깊게 봤어요. 특히 언년이가 자신의 쓰개치마에서 옷고름을 뜯어 송태하에게 준 것은 그 의미가 컸었지요. 손에 땀을 쥐게 했던 추노 9회 줄거리 요약하고, 혜원의 옷고름에 담긴 혜원의 마음에 대해 말하도록 하겠습니다.
자객 윤지에 의해 머리띠가 잘려 나가 송태하가 도망노비임을 알게 된 혜원은 송태하를 뿌리치지만, 송태하는 언년을 데리고 함께 배를 타고 제주로 향합니다. 송태하를 쫓던 대길은 호위무사 백호의 저지로 칼을 겨루게 되지요. 이유없이 달려 든 백호에게 연유를 물으니 백호의 가슴에서 뜻밖에도 언년의 몽타쥬가 나옵니다. "이 여인을 알고 있나?" 백호는 자신의 이름까지 알고 있었고요. 언년의 몽타쥬를 보고 넋이 나가 버린 대길을 향해 언년의 그림을 날리면서 백호가 언년의 몽타쥬를 두 동강이를 내버렸지요.
잠깐 옆길로 새는 얘기지만 언년의 몽타쥬를 두동강이를 내버린 백호는 무슨 황당 시츄에이션이었는지 종잡을 수가 없었네요. 감히 자신이 사모하는 아가씨 얼굴을 반토막을 내다니 참 어이없는 장면이었습니다. 하지만 영상만은 훌륭했으니 웃으며 넘어가지요. 이렇게 어이없는 행동을 한 백호는 날아오는 창에 관통돼서 죽고 말았지요. 허망한 죽음이었네요. 갖은 폼은 다 잡더니 말이지요. 하긴 칠흑같은 머리카락 흩날리며 혜원을 노리던 자객 윤지처럼 허무하게 죽어버린 사람도 있으니 과히 억울해 보이지는 않습니다만...

백호의 호패를 보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을 달려 간 대길이를 쫓아 설화마저 말을 타고 가버리고, 낙동강 오리알된 최장군과 왕손이 대길을 뒤따라가지요. 설화를 통해 백호가 고용된 양반집을 알아낸 대길은 김성환이라는 양반이 집안을 몰락시킨 철천지 원수 큰놈임을 알아 버렸습니다. 큰놈이를 향해 칼을 빼들고 달려간 대길은 언년이가 이미 훈련원 군관 송태하와 혼례를 올렸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10년간 언년이 하나 찾겠다고 추노꾼의 험한 길을 살아왔는데 하늘이 무너지고 억장이 무너지는 대길이에요. 송태하와 언년이를 지구끝까지 쫓아가서도 찾아야 할 이유가 또 생겼네요. 물론 대길이 두 사람을 죽이려고 찾지는 않겠지요. 송태하의 과거 전력을 알고 있으니 연유라도 알고 싶을 겁니다. 사실 여부도 확인해야 할테고요. 대길이와 언년이는 이렇게 엇갈려만 가는데, 설화는 세상남자 다 안 믿어도 오라버니는 믿는다며, "여자가 믿는다는게 무슨 뜻인지 알아?"라고 진심을 고백하니 대길이 머리가 깨질판이겠네요.
한편 억지로 언년을 끌고 함께 동행한 송태하에게 언년은 궁금한 것이 많습니다. 어찌 노비가 되었는지, 도망노비도 아니면서 왜 쫓기는지, 또 어디를 가려는 것인지, 무슨 일을 하려는지에 대해서요. 송태하는 혜원에게 과거 소현세자와 청에 볼모로 갔었던 일부터, 친한 친구 황철웅의 배신으로 군량미를 횡령한 누명을 쓰고 관노로 떨어졌던 일까지 자신의 과거에 대해 말해 주었지요. 노비신분을 벗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을 하기 위해 제주에 간다는 사실까지도요.
노비신분을 벗는 것 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느냐며 "노비보다 더 못한 것은 없답니다" 라며 혜원이 쓰개치마에서 옷고름을 한짝 찢어서 송태하에게 전해주었지요. 혜원에게 노비라는 신분은 죽음보다 더 한 고통이었어요. 노비였기에 양반도련님과 사랑이 허락되지 않았고, 오라비 큰놈이가 대길을 죽인 이유도 노비로 팔려가는 여동생을 구하기 위해서 였으니까요. 도련님이 자기때문에 죽었다는 죄책감에 지옥보다 더 큰 고통속에서 10년을 살아왔겠지요. 그만큼 혜원에게는 노비라는 굴레가 세상 어떤 것보다 큰 무게였지요.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언년은 송태하에게 옷고름을 뜯어 주었지요. 인두로 가슴을 지지는 고통을 참아가면서 혜원 역시 가리고, 아니 지우고 싶은 이름 '노비 언년'이었을테니까요. 
제주로 가는 배에서 잠든 송태하의 이마에 새겨진 낙인을 옷고름 머리띠로 가려 주자, 송태하가 잠에서 깨어나 자신의 도포를 벗어 언년이에게 덮어 주었지요. 잠든 척한 언년이었지만, 언년이를 내려다 보는 송태하의 눈이 "사랑에 빠졌어요"라는 눈빛이었지요. 이렇게 뜻하지 않은 동행으로 사랑 역시 뜻하지 않게 피어나는 모양입니다.
다음날 갑판에 서있는 송태하에게 도포를 얌전히 개켜 돌려주는데, 송태하의 도포 위에는 허리띠가 정갈하게 매듭지어져 놓여 있었어요. 혜원의 마음이 담긴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언년이가 송태하에게 물었지요. "이 뜻하지 않은 동행길에 나리의 무엇을 믿고 함께 해야 하냐?" 고요.
혜원이 뜯어준 옷고름은 노비신분을 벗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을 한다는 송태하를 믿고 함께 하겠다는 답이었다고 생각해요. 또한 송태하에게 새로이 피어나는 사랑도 담겼을 겁니다. 
저는 혜원의 옷고름을 보면서 혜원의 마음에 대해 두가지를 생각해 봤어요.
하나는 혜원이 송태하에게 일종의 호신용 부적, 혹은 뜻을 이루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주었을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혹시 아이를 길러보신 분이라면 아이의 첫배냇저고리를 간직하고 계신 분들이 많을 겁니다. 첫배냇저고리를 간직하고 있다가 중요한 시험일에 저고리 고름을 떼서 안주머니에 꿰매주면, 시험을 잘 치른다는 어르신들의 말씀을 들은 적이 있는지 모르겠네요. 저 역시 두 아이의 배냇저고리를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데요, 아이들 첫 물건이라 버리지 못하고 간직하고 있지만, 왠지 어른들의 말씀을 허투루 들리지는 않아 보여요. 물론 옷고름을 떼서 넣어줘 보지는 않았지만요.
노비의 신분에서 벗어나는 것보다, 아니 노비가 아니라 그 보다 더 못한 것이 됐더라도 꼭 해야 할 일을 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제주까지 온 송태하였지요. 혜원은 그런 송태하의 진심을 읽었지요. 그래서인지 큰 일을 하려는 송태하의 앞길에 무운을 바라는 마음을 담은 것이 아니었나 생각해 봤습니다.
또 하나는 혜원이 송태하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예전에 전설의 고향류 사극에서 나왔던 옷고름에 관한 이야기가 생각나는데요, 청상과부가 된 며느리를 시어머니가 광에 가두고는 가위를 가져와서 옷고름을 자르고는 내쫓아 버리는 내용이었어요. 옷고름이 잘린 여자는 소박맞은 여인이라는 표식이었어요. 옷고름이 잘려 나간 저고리를 입은 여인이 길거리에 있으면, 데려가서 혼례를 치뤄도 되는 일종의 재혼을 허락해 주는 관습이 있었어요. 물론 목을 매고 죽거나 자진해서 열녀문을 하사받은 집안도 있었지만, 젊은 나이에 과부가 된 며느리를 딱히 여겨서 그런 관습을 이용해 며느리에게 새 인생을 살게 한 집안도 있었지요. 혜원의 뜯겨진 옷고름은 그런 의미가 내포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스로를 소박시키면서 송태하에게 마음을 주겠다는 의미로 말이지요.
조선의 한복은 색깔로 그 사람의 신분을 나타내는 호패와 같은 역할도 했어요. 왕족과 관료, 양반과 평민, 그리고 천민의 복색이 신분에 따라 엄격한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지요. 혜원이 소복을 벗고 갈아 입은 옷은 기혼여성을 의미하는 남색치마에 옥색 저고리였지요. 언년이 머리를 올린 연유 또한 그 복색에 따른 결혼한 여성임을 말한 것이었고요. 
여자가 아무데서나 옷고름을 풀면 안된다느니, 첫날 밤 옷고름을 풀어 준 낭군님이라는 표현을 하는데요, 조선 여인에게 있어 옷고름은 정절과 사랑을 상징합니다. 설화가 왕손이에게 옷고름으로 헛물을 켜게 장난을 치고, 주막의 큰 주모나 작은 주모 역시도 최장군이 옷고름을 풀어 줄 날을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듯이, 옷고름은 여인의 사랑을 의미하는 상징적인 것이지요. 혜원이 옷고름을 준 것은 송태하에 대한 마음을 고백한 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큽니다.   
이렇게 송태하와 혜원에게는 사랑인지 믿음인지 아리송한 감정들이 피어오르고 있는데, 혼례를 올렸다고 생각하는 두 사람을 쫓는 대길의 마음에는 어떤 감정이 피어오르고 있을까요? 애증? 그리움? 분노? 저는 슬픔이라고 생각됩니다. 삶의 의미까지 목적까지 상실하게 하는 깊은 슬픔같은 것 말이에요. 대길과 혜원의 엇갈린 사랑, 쫓기듯 위태로운 송태하와 혜원의 사랑, 그리고 해바라기 사랑을 하는 설화까지 드라마 추노는 혜원의 뜯긴 옷고름처럼 시청자들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휘젓고 있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아래의 추천도 꾹 눌러주세요 ^^ 추천은 로그인 없이도 가능합니다.
다음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구독추가하기 을 누르시면 제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이 블로그를 한RSS에 추가하고 싶으시다면 클릭▶▶▶▶



Trackback 8 Comment 42
  1. 이전 댓글 더보기
  2. killerich 2010.02.04 12:55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저는 좀 전에 봤습니다^^..급진전 모드로 돌변했는데..
    그전까지도 상당히 빠른 전개를 보여줬는데..얼마나 달릴려고 이러나요^^;;
    대길이만 불쌍해지는건 아닌지..;;

  3. 달려라꼴찌 2010.02.04 13:01 address edit & del reply

    헛....송태하와 언년이가 혼례 올렸었어요?
    이런 잠깐 제가 한눈판 사이 번개불에 콩볶아먹듯이 둘이서만 혼례 올렸다 봅니다.....ㅠㅜ

  4. 핫초코 2010.02.04 13:34 address edit & del reply

    님 글읽으니 옷고림 부분에 대한 이해가 되네요 ㅎㅎ. 전 태하허리띠인줄 알았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태하의 표정이 의미심장해서 참으로 오랫만에 아녀자의 챙김을 받아서 해원을 여자로 더욱 느끼게 되는건가 생각햇었는데...ㅎㅎ

  5. blue paper 2010.02.04 13:36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추노 너무 재미있어요 ㅎㅎ
    정말 완소 드라마~

  6. 둔필승총 2010.02.04 13:36 address edit & del reply

    오, 어제 저런 이야기가 진행됐군요.
    아, 추노 계속 놓치고 있슴다.^^
    초록누리님 늘 건강하세요~~

  7. 뽀글 2010.02.04 13:42 address edit & del reply

    어제 정말 반전이 많았어요^^;; 너무 재밋는데..너무 사람들이 순식간에 많이 죽었어요..
    나름감초역활들을 했었는데..ㅠ
    오늘이야기 너무 기대되요^^

  8. 하얀 비 2010.02.04 13:59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본다, 본다하면서도 못 보고 있어요. 실상 텔레비전 자체를 잘 안 보는 상황이기도 하지만.
    여기도 애틋한 러브라인이 존재하는군요. 하긴 드라마에선 빠질 수 없는 요소죠.
    추노의 옷고름과 하이킥의 목도리? ㅋㅋ

  9. 베짱이세실 2010.02.04 14:27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옷고름을 자르는 거, 그 시대엔 다양한 상징이 있었군요.
    저도 어제 추노, 봤어요. 재방송으로 보니까 너무 재미있고 잘 만든 드라마라는 생각이 들어서. :)

  10. 금성에서 온 여자 2010.02.04 14:43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어제 일이 있어 '추노'를 못 봤어요.
    오늘 퇴근 후에 볼 생각이라는,,
    초록누리님의 친절한 설명에 '추노'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추노'에 대한 다음 포스팅 기대할게요. ^^

  11. Reignman 2010.02.04 14:5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댓글을 보니 데니 안도 이 드라마에 나오나봐요. ㅎㅎ
    첫 드라마인 거 같은데...연기는 잘 하는지 궁금합니다.
    손호영보다는 잘하겠죠?;;;

    • .. 2010.02.04 15:38 address edit & del

      생각보다 잘해요 ㅋㅋ 저도 완전 발연기일거라고 생각했는데 본인이 노력 많이 한듯...사극톤 힘든걸로 알고 있는데 어색하지 않아요

  12. 날아라뽀 2010.02.04 14:53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옷고름 하나로 이렇게 많이 풀어내시다니 대단해요^^

  13. 압구정쩜장 2010.02.04 16:05 address edit & del reply

    똑같은 드라마를 보고 이렇게 풀어내시니 작가양성학교 교장선생님 같네요^^

  14. 몸짱의사 2010.02.04 16:08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어제 외출하느라 보질 못했습니다...ㅜㅜ;;; 오늘은 꼭 본방을 사수해야 겠네요!!! ^^

  15. 빨간來福 2010.02.04 16:1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읽으면 안되는데 안되는데 하다가 또 읽게 됩니다. ㅠㅠ

  16. 아ㅠㅠ 2010.02.04 16:35 address edit & del reply

    저는 대길이랑 언년이가 됬음 하는데 ㅠㅠ 둘다 죽더라도.. 좋으니까...
    대길이랑 언년이가 계속 서로 좋아하게 해주세요 ㅠㅠ 작가님들아 ㅠㅠ
    이루어지지않더라도 서로 계속 좋아하다가 죽으면
    나중에 기억에 많이 남는데...
    차라리 기억속에서라도 아름더웠던 커플로 남게 도와주세요 ㅠㅠ

  17. pennpenn 2010.02.04 16:50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혜원의 옷고름에 그토록 중요한 의미가 있군요~
    오늘이 기다려 집니다.

  18. kgyjg 2010.02.04 16:54 address edit & del reply

    .
    .
    .

    제가 술살게요.대신 제 몸사주세염~

    20대 색파인만들기 프로젯트

    ☆☆●▶ daumkong.com ◀●☆☆

    들어갈때 조임의 느낌이 달라요.

    순간을 즐기고 싶은 남성이면 뉴귀나!? 환영.

    조건으로 모든 만남이가능한곳~!~
    .
    .
    .

  19. skagns 2010.02.04 18:43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에공.. 저의 마음도 싱숭생숭하게 휘젓고 있네요. ㅎㅎ
    정말 공감 추천 빵빵빵하고 갑니다. ㅋㅋ
    즐거운 하루 되시구요. ^^

  20. gemlove 2010.02.04 21:4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어제 의외로 두명이나 죽어서 ㄷㄷㄷ 생각보다 빨리 ㅠㅜ

  21. 못된준코 2010.02.05 03:05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순간 대길이 생각나서....무척이나 아쉬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