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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9.02 '선덕여왕' 덕만이 천신황녀 신권을 버린 이유 (45)
과학(격물)과 자연현상에 대해 무지몽매했던 백성은 하늘도 사람과 같은 감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가 내리는 것도, 가뭄이 드는 것도, 홍수가 나는 것도 하늘에게 마음이 있어 상도 줬다가 벌도 내렸다가 하는 변덕쟁이 하늘의 마음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했던 시절이니까요.
하지만 백성들은 하늘과 대화하는 법을 모릅니다. 하늘의 언어를 읽지 못했으니까요. 하늘의 뜻은 백성들에게는 불가항력적인 천형과 같았습니다. 때문에 백성들은 하늘과 소통하는 자를 필요로 합니다. 농경사회인 신라에서 백성들이 듣고 싶었던 하늘의 언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기후였습니다. 이 기후를 읽는 곳이 신라에서는 황실이었지요. 신당의 신관들을 통해서 말이지요. 신관들 중에서도 하늘과 직접 통하는 자가 천신황녀였구요.
따라서 천신황녀는 통치자인 황실의 입장에서도 백성에게도 반드시 필요한 존재입니다. 황실은 천신황녀의 권위를 이용해 백성을 효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었고, 천신황녀는 백성들에게는 하늘의 뜻을 대신 전해주는 인간세상에 내려온 신령스러운 존재였지요. 때문에 천신황녀가 하늘의 뜻을 백성들에게 전해주었던 황실의 신당이나 박혁거세의 알이 나왔다는 나정은 신라 사람들에게는 신령스러운 위안과 믿음의 상징적 장소였습니다.
미실은 신관이 하늘의 뜻을 읽는 것이 아니라 자연현상에 대한 예측일 뿐이라는 말에 동요할 군중의 불안심리를 꿰뚫고 있습니다. 군중의 불안과 동요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미실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덕만공주가 자신에게서 황실신녀의 신권을 빼앗자마자 폐기처분해 버리겠다고 합니다. 누구는 평생을 신권 하나에 의지하면서, 마지막 최고 권력 황권을 잡기 위해 산전수전 공중전, 색공, 심지어는 자식까지 버리면서 바둥거리고 살아왔는데 누구는 신권 얻은지 하루만에 "그깟 신권 개나 줘버려" 하고 버리겠다고 하니 덕만공주의 속내가 궁금하겠지요. 그래서 화백회의에서도 미실은 자기측 사람들에게 찬성패를 던지게 합니다. "그래, 어디 네 한번 마음대로 놀아봐라. 네가 백성들의 마음을 무엇으로 구워삶는지 지켜보겠다"고 말이지요.
미실은 신녀로서 백성들의 무지한 미신을 이용해 통치해 왔습니다. 미실은 말합니다. "내가 천신황녀로 자처하면서 하늘의 뜻을 이용해 백성을 통치했듯이, 백성도 나를 이용해 불안한 심리를 달래왔다"고요. 미실은 일종의 토테미즘적인 신앙을 이용해 왔던 것이지요. 이에 맞선 덕만의 대비책은 참으로 놀랍습니다. 덕만공주는 천신황녀라는 신권을 버리고 황실과 주변의 우려에 기막힌 반전을 준비합니다. 바로 불교의 토착화입니다.
이차돈의 순교라는 사건이 법흥대제가 꾸민 것(?드라마에서는 그렇게 말하고 있습니다)이라고 하는데, 우매한 백성들을 하나의 사상으로 통일하고자 했던 법흥대제의 정책은 뿌리를 내리지 못하다가 미실에 이르러 미실이 미신을 이용해 실권을 잡음으로 실패했다고 합니다(사실 이부분에 대해서는 역사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이 있지만 드라마니 그냥 넘어가기로 하지요).
미실이라는 여걸의 등장을 위해서 였는지 당시 신라에 한집 걸러 두 사람이 죽어나갔다는 극심한 가뭄이 왔습니다. 이때 하늘을 향해 기도를 했던 이가 미실이었습니다. 그리고는 꿀같은 단비를 내리게 했지요. 사다함의 매화라는 책력을 통해서 말이지요. 기우제를 지냈던 미실은 단번에 천신황녀로 등극하면서 백성들에게는 신과같은 존재가 돼 버렸구요. 그러니 하늘과 소통하는 천신황녀가 있는데 불교가 백성의 마음을 하나로 묶어주는 것은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맙니다.
덕만공주가 신권을 버리고 불안한 민심을 잡기 위해 택한 것은 바로 법흥대제의 유업, 불교의 토착화입니다. 미실이 미신을 이용해 하늘의 정치라는 허상을 만들었다면 덕만은 종교를 이용해 인간의 정치를 펼치려 합니다. 첨성대는 미실이 백성들의 불안심리를 이용해 세워 온 허상의 정치를 깨는 성공의 교두보가 될 것입니다. 백성들이 궁금해 왔던 하늘의 언어, 즉 기후를 첨성대를 통해 예측할 수 있게 되는 날이 머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덕만공주는 미신이라는 허상의 틀과 싸워야 합니다. 허상의 틀 중심에 있는 미실과 싸워야 하고 백성들에게 박혀있는 허상이라는 껍데기도 몰아내야 합니다. 의미를 부여하든 그저 드라마로만 즐기든 덕만공주의 싸움은 오늘날 우리가 가지고 있는 허상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국민소득 몇만불, 주가 몇 천의 시대, 우리도 지도자의 허상 속에 너무 쉽게 자신을 맡기고 있지 않았는지 곰곰이 생각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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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비 2009.09.02 08:13 신고
대본이 무척 탄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역사적 사실과 과학적 이치엔 맞지 않겠지만, 대본 자체의 논리성은 감탄이 절로 나오죠. 미신과 불교. 미실과 덕만. 이젠 종교적 분쟁이 되겠군요.
덕만이 불교를 끌어들일 거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말이죠. -
labyrint 2009.09.02 08:39 신고
중국에서도 미신을 타파하려도 무당을 죽이고 그랬는데...
정말 미신은 국익에 해가 되는 것 같아요...
호랑이신이라던가...
나무신이라던가...
용왕신이라던가...
선덕여왕도 미신의 해를 타파하려고 그랬던 것이 아닐까 싶네요.
트랙백 걸고 갑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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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꼴찌 2009.09.02 10:12
어제 본다본다하고선...
시차적응으로 피곤한 몸에 집에 귀가하자마자 바로 곯아떨어졌네요..ㅠㅜ
그래도 덕분에 어떤 내용이었는지 짐작이 갑니다.
감사합니다. -
로자린느 2009.09.02 10:28 신고
첫회부터 못보니 계속 챙겨봐지지는 않네요,,
그래도 지금까지의 큰 테두리는 다 꿰고 있다는.. ㅋㅋ
세심한 리뷰 잘 읽구 갑니다, ^^ -
영웅전쟁 2009.09.02 10:55 신고
오전은 선덕여왕 드라마 리뷰글 보면
모두 지나감. ㅎㅎㅎ
나중에 또 들리지요...
반쯤만 보고 ㅋ
언제나 좋은글 잘보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길 바라며... -
뉴웨이브 2009.09.02 11:57
선덕여왕, 갈수록 흥미진진해지네요. 누리님 글 읽다보니 도저히 드라마를 안 볼수 없겠는데요... 늦긴 했지만 다음주 부터라도 시간내서 봐야겠어요. ㅎㅎㅎ. 그동안 빠짐없이 포스팅 해주셔서 대충의 줄거리를 알고 있으니 별로 낯설지는 않을 것 같네요.ㅠㅠㅠ
어느 시대든 나라를 다스리기 위해서 일정한 통치이념은 반드시 필요하죠. 이는 동서고금 막론하고 마찬가지였습니다.
굴곡많은 우리 현대사를 보더라도 그렇고...반공이니 새마을 운동이니,100억불 수출이니, 민주화의 기수니, 햇볕정책이니, 참여정부니, 747 정책이니... 갖가지 구호들이 이런 류라고 할수 있을 것입니다.
덕만공주는 신권을 상징하는 첨성대를 백성에게 돌려줌으서, 혹세무민의 근거가 된 신권의 미신성을 세상에 적나라하게 보여주려 한 것 같습니다. 미실을 비롯한 신권주의자들을 확실하게 제압할 카드로 쓴 것입니다.
하지만 그에 따라 신권을 대체할 통치이념이 필요했고, 덕만공주는 이것을 당시 백성들 사이에 널리 대중화돼 있었던 불교이념에서 찾은 것이라고 할수 있겠네요.
우연의 일치일까요. 이런 일은 서양에서도 있었는데 로마의 콘스탄티누스 대제는 그토록 박해를 가했던 기독교를 마침내 인정하는 선언을 하게 되는데요. 아마 시기도 비슷할 겁니다.
이는 향후 기독교가 국교화되는 계기를 만들고 결국 로마제국의 통치이념으로 수용되어 정치의 영역으로 편입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이는 기독교가 유럽 전 지역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되고 결국은 교황이 현실 권력을 압도하는 중세시대로 이어지는 발판이 됩니다.
신라 황실이 불교를 수용하게 되면서 불교가 정치화되는 과정과 아주 흡사합니다. 이는 왕건이라는 인물을 통해 고려로 이어지고, 불교는 신라시대 때보다 더 정치화되어 서구의 중세와 비슷한 양상을 띄게 되는데요. 승려 신분으로 정치에 깊숙히 관여하게 되는 신돈이라는 인물은 불교의 정치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아무튼 역사는 돌고 도는 물레방아 같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네요. ㅠㅠㅠ
내일은 혼에 대한 포스팅을 감상할수 있겠네요, 아마도...
좋을글 기대하겠습니다.ㅠㅠ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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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nkWink 2009.09.02 15:12 신고
우리.. 문노가 복귀했는데... 예고편에서 살짝... 뭔가 알수없는 두려움이 밀고오더군요...
그나저나... 정말 잘 이제껏의 사극과는 확실히 달라서... 묘한 매력이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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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리나^^ 2009.09.02 16:40 신고
백성들이 가만히 있던가요?
흠...저런 상황이면 덕만의 입지가 가장 흔들리는거 같은데...ㅎㅎㅎ
본인도 그런 얍삽한(?) 수를 써서..공주로 인정받았던건데..
뭐 그런걸로 따지면 미실의 입지가 더 흔들리긴하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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