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훈'에 해당되는 글 11건

  1. 2010.04.22 '신데렐라 언니' 가슴으로 우는 은조, 눈물로 전하는 말 (27)
  2. 2010.04.17 '신데렐라 언니' 애정라인 중심 천정명, 택연보다 매력없다 (71)
  3. 2010.04.16 '신데렐라 언니' 산산조각 난 은조의 비명 '나를 죽이고 싶다' (63)
  4. 2010.04.03 '신데렐라 언니' 서우의 변화가 중요한 이유 (20)
  5. 2010.04.02 '신데렐라 언니' 발라당 이미숙, 촌스럽게 코믹한 작업녀 (8)
2010.04.22 08:15




구대성이 쓰러졌다는 비보에 은조만큼이나 효선이 만큼이나 가슴이 철렁합니다. 주인공들의 심경의 변화만큼이나 알 수 없는 이야기로 전개되는 신데렐라 언니, 방송이 끝나자 마자 제작진에게 전화를 걸어 묻고 싶어졌어요. 효선이와 은조의 아버지 구대성이 설마 죽는 것은 아니겠지요? 라고요. 동화 속 새아버지의 죽음은 너무나 덤덤하게, 아니 당연하다듯이 받아 들이고 넘겨 버렸는데, 신데렐라 언니의 구대성은 동화처럼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기도하는 심정이 되네요. 대성도가에서 효선을 지켜 줄 사람이 구대성 밖에 없고, 마찬가지로 은조에게 아버지의 사랑을 처음으로 알게 해 주었는데, 그 든든한 버팀목이 쓰러져 버렸으니 걱정이 큽니다. 효선이와 은조에게 구대성이라는 존재는 같은 무게에요. 아버지라는 이름. 피를 나누었든 아니든 말이죠.
이번회는 대성도가를 중심으로 대형사고가 터져서 정신이 없네요. 병원에서 은조에게 하는 송강숙의 말에 휘청이는 구대성에게 겹겹으로 위기가 닥쳐 왔습니다. 대성도가의 위기가 은조와 효선을 어떻게 변화시킬지가 앞으로 신데렐라 언니를 끌고 가는 주 스토리가 될 것 같네요.

효선과 기훈, 신데렐라는 동화속 주인공일 뿐이다 
병원에서 은조에게 "너같은 것 죽어 버렸으면 좋겠어" 며 뛰쳐나와 기훈의 차를 타고 온 효선은 기훈의 말에 충격을 받습니다. 여전히 성장하지 못한 효선은 은조와 비교되는 자신을 보고, 그리고 자신에게 기대지 말라며 밀치는 기훈의 얼음장처럼 차가운 말에 깨닫습니다. 자신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요. 자기 것을 자기 힘으모 만들고 지켜야 한다는 것을 말이지요. 효선은 그렇게 어른이 될 준비를 하는 거예요. 늦었지만 효선도 어른이 되는 시계바늘 위에 힘겹게 올라 서게 된 것이지요.
"아무에게도 기대지 않고 너 혼자 힘으로 만든 게 뭐가 있어? 은조가 뺏어 갔어? 네가 네 힘으로 가져본 게 없는데 뭘 뺏어 갔다는 거야? 나 니꺼 아냐. 네 것은 네가 만들고 그리고 네가 만든건 네가 지켜. 그러지 않고선 뺏겨도 할말 없는거야. 나한테도 기대지마. 빨리 어른 돼" 라며 꽃밭같았던 효선을 짓이겨 버리고 가는 기훈이었어요.
대성참도가를 삼키려고 왔지만, 기훈의 마음도 편하지 않습니다. 대성도가를 지켜야 할, 아니 자신이 싸워야 할 얼음공주와 울보공주는 기훈의 눈에는 아픈 상처에 우는 공주들이고, 보듬어주고 싶지만 보듬어 줄 수 없는 슬픈 공주들일 뿐입니다. 칼을 들이대야 하는 자신이 슬픈 왕자이듯이 말이에요. 그래서 기훈은 효선이 강해졌으면 싶은 거예요. 은조에게 빼앗겼다고 징징대지 말고, 은조가 아니라 자신에게 빼앗기지 않도록 강해지라고요. 은조가 아니라 자신이 적일 수 있다는 것을 말 할 수도 없기에, 오빠가 말하는 것은 뭐든지 믿는다는 바보같은 효선에게 자신을 믿지 말라고, 내게 빼앗기지 말라고 말해 주었던 거예요. 효선이 다 알아 들을 수는 없었겠지만, 네것을 지킬 수 있는 강한 어른이 되라고요. 달이 네모라고 말해도 속지 않을 어른이 되라고요.
기훈이 효선에게 몰아부친 것은 기훈 역시 자신의 것을 형이 빼앗으려 하기 때문이었어요. 강해지지 않으면 지킬 수 없다는 것을 효선이 아닌 기훈 자신에게 말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더군요. 그런데 솔직히 이건 작가가 의도한 기훈의 감정선이었고요, 천정명의 기대치에 못미치는 감정연기는 좀 걱정스러웠네요. 소년만화에 나오는 대사를 듣는 듯했고 발음도 씹혀서;; 

은조와 정우, "내 전부 누나랑 같이 살았어..."
효선의 삼촌을 찾으러 동행한 정우와 함께 길을 나선 은조가 드디어 정우를 알아 봤어요. 정우를 연기하는 택연의 장면과 대사도 상당히 많았는데도, 일편단심 순애보와 능글맞고 개구진 모습까지 택연이 무리없이 잘 해 준 것 같습니다. 은조에게 고백하는 장면에서는 진지한 고백이 아니었는데도, 제 가슴이 덜컹 하더라고요. 이러면 안되는데, 지금은 기훈과 은조의 애틋한 사랑에 목을 매야 하는데, 저는 이 그림자같이 은조 곁을 지켜주는 정우가 점점 더 좋아지고 있네요. 더구나 처음으로 문근영 은조가 웃는 모습을 봐서인지 한참 동안이나 문근영의 미소를 넋 나간 듯이 화면을 정지시키고 보고 있었답니다.
대성참도가를 파탄지경에 이르게 하고 종적을 감춰버린 효선의 외삼촌을 찾으러 가는 길, 식당에서 은조 젓가락이 간 단무지를 손으로 집어 먹으며 정우가 말하지요. "내가 옛날에요, 누가 김치를 써는데 옆에서 이렇게 김치를 집어 먹으면 김치 썰던 사람이 찰싹하고 내 손을 때렸거든요" 그래도 눈치를 채지 못하는 은조는 심기가 불편한 듯 일어서 버리죠. "와 남기는데? 니하고 내하고 밥은 안 남깄다 아이가? 앉아서 다 묵으라... 누야.."
은조를 바라보며 정우는 이제 알았나 하듯이 장난스럽게 웃고, 정우의 변한 모습이 믿기지 않는 은조입니다. 은조의 얼굴에 처음으로 정우를 반기는 미소가 걸렸네요. 얼음공주님 은조의 얼굴에 말이지요. 8년만의 해후, 그 뚱보 정우가 은조 앞에 나타난 거예요. 정우가 은조에게 자신이 남해에서 함께 살던 정우였음을 밝히자, 괜히 마음이 놓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은조 곁에도 숨통을 틔워줄 사람이 생긴 듯 싶어서 말이에요.
예전과 달라진 것은 뚱뚱한 모습일 뿐 정우는 변함 없는 모습이에요. 마치 마을 앞에 서있는 느티나무처럼 그렇게 은조곁을 묵묵히 지켜줄 것 같아요. 해병대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은조 누야를 위해 모았다며 정우가 자신의 전재산 통장을 내밀 때는, 예전 사우디에 다녀 온 분이 아내 혹은 어머니에게 통장을 건네는 모습같기도 해서 가슴이 뿌듯해 지기도 하고, 대견스럽기도 하고, 살짝 설레이기도 했답니다.
열 여섯살 이후 장씨 아저씨와도 헤어지고 혼자 살았다는 정우가 말을 바꾸지요. "혼자 살았던 게 아니고 누나랑 같이 살았다" 라고요. "야구는 그만 뒀느냐"는 은조의 물음도 들리지 않는 정우입니다. "누나 너랑 같이 살았다" 는 말만 되풀이 할 뿐이었어요. "까불지 마라" 며 은조가 새침하게 쏘아붙이자, 번쩍 정신이 드는 정우지만, 귀엽기도 하고 순수하기도 하네요. 여전히 야구방망이에 자신의 고백을 새기고 다니는 정우, 은조의 수호천사로 은조 곁에서 마음 아픈 해바라기 사랑을 할 것을 생각하니 안스럽기도 해요. 누가 뭐래도, 아무리 은조가 밀어낸다 하더라도 정우에게 은조는 "송은조 포레버. 한정우의 여자다" 겠지만요. 
은조와 효선, 그리고 기훈과 정우, 이들의 각기 다른 화살표는 알 수 없는 운명의 시계바늘처럼 움직일 수 밖에 없겠지요. 가슴 아프고, 두근거리지만, 아직 12시 종이 울리지 않았으니 이들의 화살표를 가슴떨리게 지켜볼 수 밖에 없겠네요. 
 
구대성과 은조, 눈물로 전하는 말 '아버지'
"뜯어 먹을게 많아서 좋다"는 송강숙의 말을 듣고 무너지듯이 휘청거리던 구대성은 효선의 외삼촌이 저질 탁주를 유통시켜 대성참도가를 위기에 빠뜨리자, 심한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고 맙니다. 송강숙의 가식적인 사랑을 알면서도, 그녀를 사랑하는 자신의 마음을 어찌할 수 없어, 그래도 없는 것 보다는 여우같은 마누라라도 있는 게 나아서 모른척 하고 살아 왔다지만, 구대성이 껍데기같은 사랑을 붙들고 살아온 것을 은조에게 까지 들켜버린 것을 생각하니, 구대성의 뒤를 쫓는 은조보다 구대성이 더 안쓰러워 제 감정을 누르느라 힘들었어요.
"내가 둘이 하는 얘기를 들었다는 것, 엄마는 모르게 해라. 알면 애를 쓸거다. 어떻게 만회하나 하고... 그렇게 애쓰는게 싫어" 라며 돌아서는 구대성지만, 다리에 힘이 풀려 휘청거리지요. 은조에게 "새삼 말로 확인 받아 씁쓸한 거지 모르고 있었던 거 아냐" 라고 말하면서도 은조의 어깨를 토닥여 주는 깊은 마음이 뭉클해지면서도 어쩜 그렇게 처연하고 슬프게 들리던지요.  
병원에서 엄마의 말에 힘없이 돌아서던 축쳐진 어깨의 새아버지에게 괜찮으시냐고 말조차 붙이지 못하고, 부축해 주고 싶은데도 다가서는 방법을 알지 못하는 은조는 구대성의 뒤를 말없이 따를 뿐입니다. 은조는 한번도 아버지라는 이름을 불러보지 못했기에 길거리에서 휘청거리는 구대성을 보고도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아요. 혹시 쓰러질까봐, 구대성의 다친 마음을 어떻게 위로할 방법을 찾지 못한 은조는 그렇게 하루종일 구대성의 뒤를 그림자 밟기 하듯 따라다닐 뿐이었어요.
자신이 받은 충격보다 과로로 쓰러진 은조의 몸 걱정을 더 해 주는 구대성에게 은조가 묻지요. "알면서도 어떻게 그러실 수가 있느냐" 고요. 그렇게 밖에 생각할 수 없는 네 엄마를 가엾게 생각해. 너를 처음 봤을 때, 네 엄마한테 배운대로 나한테 막대했을 때, 내가 모르는 너의 어린 시절로 가서 보듬어 줄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엉뚱한 생각을 할 만큼 너도 안스러웠어. 상관없다. 내가 네 엄마를 좋아하니까. 뜯어 먹히는게 지금 나한테는 너랑 네 엄마가 없는 것 보다 훨씬 나아" 구대성의 말에 은조는 가슴이 미어져 눈물만 흘립니다.
은조는 아버지에게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지요. 구대성의 한마디 "날 버리지 마라"에 은조는 울며 보이지 않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은조는 결코 구대성을 버릴 수 없어요. 너무 사랑하고 존경했기에 엄마의 간교한 속셈에서 피해주기 위해 대성참도가를 떠나려고 했고, 엄마의 계산처럼 효선에게서 구대성의 모든 것을 빼앗고 싶지도 않았어요. 그런데 그런 구대성이 자신의 손을 계속 붙들고 있어 주길 바랍니다. 구대성에게 은조는 효선과 같은 딸이었고, 은조에게 구대성은 효선이 부럽기 까지 한 아버지에요. 피보다 진한 연민과 믿음을 8년 간의 시간속에서 서로 키워오고 있었던 거예요.

대성참도가 직원들의 야유회에서 은조 앞으로 굴러 온 공을 달라고 쫓아 온 기훈과 정우, 은조는 어느 누구에게도 아닌 두팔 벌려 자신을 안아 준 은조의 큰 세상 아버지를 향해 던져 줍니다. 은조와 구대성 사에에 흐르는 부녀지간의 전기가 흐르는 듯해서 그 장면이 참 좋았어요. 알듯 말듯 구대성을 향해 은조도 미소를 지어보이는 듯 했고요.
그런데 이렇게 행복하고 싶은 시간이 효선으로부터 걸려 온 전화로 깨져 버리고 맙니다. 저질막걸리를 팔았다며 상인들이 대성도가를 찾아오게 된 거예요. 효선의 외삼촌의 행동이 수상스럽다 했는데, 산속에 창고를 지어놓고 대성참도가 상표를 붙인 가짜 막걸리를 제조해서 유통시키고 있었어요. 시중에 나간 막걸리가 리콜되어 돌아 오고, 제조공장 라인도 멈춰 버렸습니다. 대성도가의 존립을 위협하는 위기에 처했지요.
효선의 외삼촌을 처벌하지 않으면서 대성참도가를 살리는 방법을 생각해 보려는 구대성은 심정이 복잡하지요. 며칠 사이에 부쩍 늙은 듯한 모습을 보는 효선이나 은조는 아버지의 까칠한 모습에 마음이 아파오는 것을 느낍니다. 효선이 아버지에게 힘이 되주겠다는 장면에서는 커가는 효선의 모습을 볼 수도 있었어요. 어려움에 처한 회사때문에 은조 역시 곁에 있어 주고 싶어 구대성에게 오지만, 효선이와 함께 있는 다정한 모습에 다가서지 못하지요. 
은조는 효선이 구대성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부러움과 슬픔을 동시에 느낍니다. 은조에게 구대성은 효선이 부럽기 까지 한 아버지에요. 효선이 대신 내가 구대성 옆에 앉아 까칠한 수염도 만져주고 "아빠 힘들지? 걱정마세요, 은조가 아빠 지켜줄게요" 이렇게 웃어주고 싶은 은조였어요. 어린 시절 효선이 엄마 송강숙에게 "왜, 은조를 낳았어? 낳지 말지.."라고 울던 것처럼, 그 순간 은조는 구대성의 품에 안겨 "왜 효선이를 낳았어요?" 라고 말하고 싶었을 지도 몰라요. 자신이 구대성의 진짜 딸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니 조금만 더 엄마 송강숙이 구대성을 일찍만나 어린시절 생채기 투성이였던 자신을 보듬어 주었더라면, 지금처럼 감정도 사랑도 표현하는 방법조차 모르는 메마른 자신의 모습은 아니었을 지도 모르는데...이런 생각을 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이 분이었어요. 은조를 세상으로 끌어 주었던 사람, "은조야" 하고 기훈이 닫힌 은조 마음의 빗장을 열었다면, 투박하지만 따뜻한 손을 어깨에 얹으며, "너의 닫힌 세상에서 이제 그만 나오련? 내 딸 은조야!" 하듯이 은조의 손을 잡아 이끌어 주었던 사람, 한 번도 아버지라고 불러 드리지 못했지만, 마음 속에서는 수백번 수천번 불렀던 이름, 아버지였어요. 구대성이 "날 버리지 말라"고 은조를 향해 웃어줄 때, 은조는 눈물밖에 흘릴 수 없었지만, 구대성을 바라보는 은조의 눈은 "세상에 어느 자식이 아버지를 버려요. 당신은 세상에 단 한 분밖에 없는 제 아버지에요" 라고 말하고 있었어요.
든든한 거목 아버지가 쓰러진 일이 은조와 효선의 운명을 어떻게 돌려놓을 지, 어떤 충격 속으로 밀어 넣게 될지, 겁이 나면서도 궁금합니다. 구대성의 생사와 대성참도가에 닥친 경영위기가 은조와 효선을 어떻게 갈등하게 하고 성장시키고 화해하게 하는지, 이 종잡을 수 없는 동화는 상처마저도, 눈물마저도 투명한 이슬로 정화시키며 째깍째깍 쉬지않고 시계바늘을 움직이고 있습니다. 마법이 풀리는 12시를 향해서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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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7 07:34




신데렐라 언니 6회까지 보면서 극중몰입을 방해하는 천정명의 색깔없는 연기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신데렐라 언니가 시작되기도 전에 서우로 인해 곤욕을 치르고, 다시 천정명이 대학생들과의 시비사건에 휘말리면서 신데렐라 언니가 난항하게 되는지 우려가 되기도 했죠. 그런 상황에서 천정명에 대한 연기력을 거론한다는 것이, 근래들어 감탄하며 보고 있는 작품에 찬물을 끼얹게 되지 않을까 솔직히 언급을 피해 버린게 사실입니다. 한마디로 신데렐라 언니에서의 애정라인 중심인물로서 천정명의 기훈은 참 매력없습니다.
천정명이 무기로 내세운 햇살 미소도 1,2회까지는 효력이 있었지만, 다음부터는 햇살미소가 아닌 실없은 미소처럼 느껴지더군요. 술에 취해 담벼락에 기대 "은조야" 라고 불렀던 나즈막한 말도 5회 엔딩장면에서는 도대체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어요. 드라마 속 은조야의 의미도, 이름을 부르는 것도 아닌 듯한 이도저도 아닌 말처럼 여겨지더군요. 문근영의 참이슬같은 눈물이 천정명의 분위기없던 "은조야"를 눌러 버렸기에 그 장면의 어색함을 그나마 참고 보기는 했지만요. 제가 매회 신데렐라 언니 드라마 리뷰글을 올리면서도 기훈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을 하지 못하는 이유도 천정명이 보여주는 기훈에게서 매력을 느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에요. 은조와 효선의 마음에 있는 기훈에 대한 감정을 중심으로 썼을 뿐이에요. 드라마속 남자주인공에게 이렇게 가슴도 설레이지 않고, 매력도 느껴지지 않는 경우는 처음인 것 같네요.  

실없는 미소만 날리는 책 읽는 남자 천정명
저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기훈에 대한 은조의 마음은 천정명이 보여주는 기훈의 모습만으로는 사실 와닿지 않습니다. 은조의 그 사람은 연기보다 그 어떤 대사보다 절절하게 은조의 모든 것을 담아버린 "은조야"의 주인공이기 때문에 '천정명은 은조의 그 사람이다' 라는 식으로 세뇌를 시켜가며 보고 있을 정도입니다.
다른 드라마와 달리 유난히 복선을 까는 감정신이 많은 작품이기에 신데렐라 언니에서의 감정선과 표정연기는 중요한 부분이에요. 대사로 전달하는 방식보다는 영상과 배경음악, 그리고 배우들의 표정만으로 감정선을 따라가야 하는 작품이기에, 배우들의 표정과 대사에 몰입하지 않으면 감정선을 놓치기 쉽지요. 바꿔 말하면 배우들이 표정연기에 실패하면 재미없는 드라마가 돼버리는, 즉 연기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캐릭터가 실패할 가능성이 농후한 드라마에요. 제가 보는 그런 점에서 천정명의 기훈은 위험해 보입니다. 지금까지 보여준 것으로 봐서는요.
대성도가에 대한 야심을 드러내며 비열하고 냉정하게 변신을 하면 새로운 기훈의 모습으로 성공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멜로라인에서의 기훈은 실없는 미소만 날리는 책읽는 남자였습니다. 햇살미소의 키다리아저씨를 보여주는 데에 실패했다는 뜻입니다. 제가 이렇게 거친 표현은 글 속에서 잘 하지 않는 편인데, 왠지 천정명은 문근영과과 서우의 연기에 무임승차한 것 같아서 말이지요. 개인적으로 천정명에 대한 감정은 전혀 없지만요.  
이미숙, 김갑수, 문근영, 서우의 대사보다 훌륭한 표정들에 비하면 천정명의 표정은 딱 3가지입니다. 미소, 무표정, 양미간 찡그리기. 웃는 모습, 웃는 표현도 천정명은 한가지 방법밖에 못합니다. 처음에 입술만 미소 그리고 입술을 벌리며 치아를 드러내는 식의... 이렇게 웃는 방법을 하나로만 보여주는 배우는 처음이네요. 웃는 모습이 얼마나 다양한데 말입니다.
그리고 무표정, 뭐 이 표정은 거의 매회 같은 모습이기에 별도로 촬영을 하지 않고 편집해서 붙여넣어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복사 붙여넣기 한 것 같은, 매번 같은 표정이 있지요. 심각, 난처, 당혹, 화남, 고민, 연민 등등의 감정은 모두 하나로 통일된 듯한 천정명의 '눈 한번 껌뻑인 후 양미간 찡그려 주름만들기'입니다.
그런데 저는 계속 보다보니 하나의 이미지만 연상되더군요, 바로 짜증입니다. 고민하고 화나고 심각하고 연민 등등의 표정이 아닌 짜증날때 짓는 표정 하나만으로 보이니, 기훈이는 왜 짜증난 거야? 이런 식으로 보게 되더군요. 심지어는 효선이 은조에게 "확 죽어 버렸으면 좋겠어. 너 같은 거" 라고 뛰쳐 나와 자동차에 올라타서, 빨리 데려가 달라며 했을 때도 "얘 왜 이래, 짜증나게" 라는 식으로 미간은 왜 찌푸리는지 모르겠더군요. 효선에 대한 걱정도 궁금도 아닌 짜증으로만 제게는 보였거든요.
이왕 연기에 대한 지적을 하자고 마음 먹은 김에 한가지 더 지적하고 넘어가야 겠네요. 제가 기훈에 대한 캐릭터(천정명은 아닙니다)에 순간 정이 떨어져 버린게, 효선이 차에 탔을 때 보여 준 반복되는 짜증난다 식의 양미간 찌푸리는 모습도 있었지만, 보다 결정적으로 캐릭터 소화력이 없다고 생각했던 부분은 아버지와 대화하는 부분이었어요.
홍주가가 대성참도가를 심키려는 이야기를 하면서, 기훈의 배다른 형 기정이 대성도가를 사들이는 것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말들이 오갔었지요.
아버지 홍회장이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며 "너 혹시 구대성한테 마음이 깊어져..."라고 묻자 기훈이 대답하였지요. "전 8년전 홍기훈이 아니에요. 거길 떠날 때 옛날의 전 다 버리고 갔어요. 떠나지 않았다면 모를까 떠난 뒤엔 다 잊었어요" 라고 구대성에 대한 각별한 마음은 없다고 대답했지요. 그러자 아버지가 "근데 왜 우물쭈물이야. 굳이 접근하고 싶지 않았다니 무슨 뜻이냐고"" 라고 묻습니다.
이때 기훈이 참 저는 전혀 이해 가지 않는 행동을 하더군요. 낄낄 웃으며 "조선시대 왕위 찬탈싸움하고 비슷해요. 그렇지요" 어쩌고 저쩌고가 이어졌는데요, 전 그때 기훈이 웃는 모습을 보며 그 웃는 모습이 아버지에 대한 조소라기 보다는 약간 싸이코로까지 보여지더라고요. 그 부분이 그렇게 낄낄거리며 아버지를 조소할 부분이 아니었고, 뭔가 시크하게 비웃듯이 보여 주어야 하는데, 좀 정신빠진 사람처럼 낄낄 웃으며 왕위찬탈싸움 어쩌고 하더란 말입니다. 그 표정이 상황과 맞지 않은 듯 보여 어색스럽더군요.
그 부분 동영상을 몇번이고 봤는데도 기훈의 심리를 그렇게 보여준 것은 아쉽더라고요. 천정명의 책 읽는 듯한 대사는 원래 컨셉을 그렇게 잡았는지, 천정명의 말투가 원래 그런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대사도 많이 씹힙니다. 아버지와의 대사에서도 책을 읽듯이 웅얼거려서 몇번 반복해서 들었네요. 술취한 날 은조에게 쓰러져 "배고프다 은조야. 배고파 죽겠어" 이런 대사를 했는데 저는 배고프다 은조야 할때 '은조야'를 몇번 반복해서도 못알아 들었어요. 송강숙처럼 가는 귀가 먹어가는지... 딸이 두 세번 듣더니 은조야 라고 한 것 같다고 해서 저도 들어보니 그렇더군요.
이러다 보니 기훈을 사이에 둔 은조와 효선의 갈등에 솔직히 얼마나 몰입하며 빠지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은조와 효선이 좋아하는 대상이라는 것을 굳이 세뇌시키고, 워낙 문근영과 서우가 커버해주는 부분이 크니 그러려니 하고 보기는 하겠지만, 드라마를 보다보면 극속에서의 여주인공 뿐만이 아니라, 시청자도 그 주인공을 같이 좋아하게 되는데, 좋아지지는 않으니 그게 문제네요. 물론 좋아하시는 분들도 많겠지만요.

그림자 옥택연이 햇살미소 천정명보다 낫다
그래서 제 나름대로 컨셉을 바꿔 봤어요. 은조와 효선을 묵묵히 지켜 봐주는 키다리아저씨라고요. 그런데 5, 6회를 보고 나니 키다리 아저씨도 아니더군요. 기훈이 대성참도가를 삼키려는 아버지의 사주를 받고 잠입했다는 의도를 배제하고도, 천정명에게는 키다리 아저씨의 이미지는 없었어요. 진짜 키다리 아저씨같은 옥택연이 그 자리를 대신해 버렸기 때문입니다.
택연은 첫 출연에서도 연기를 충분히 소화했지만, 두번째 방송분인 6회에서도 든든한 나무처럼, 말없는 그림자처럼 자기 자리를 잡아 주었고, 오히려 분량과 대사가 너무 적어서 아쉬울 정도였어요. 아이돌 출신들에게서 보이는 과도한 힘도 없었고, 본인이 말한대로 드라마 속에 녹아들려는 듯 상당히 조심스러운 모습이었어요.
은조의 말에 대답도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은 어릴 때 정우의 모습과 연결지어지는 자연스러운 반응이었고요. 8년의 어색함과 8년 아니 남해애서 함께 살던 시간까지 은조를 향했던 순수한 마음과 그리움을 눈빛 하나로도 충분히 보여주고 있으니, 속된 말로 까놓고 연기 경력이 오래된 천정명보다 훨씬 나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런 경우 그림자가 빛을 눌렀다고 표현해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쩝니까? 저는 드라마를 보면서 천정명이 보여주는 딱 3가지 표정만으로 도저히 은조의 그 사람, 효선이가 기대고 싶은 '내꺼 오빠'로 안보이니 말입니다. 그러고 보면 천정명은 여복이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 고현정과 호흡을 맞췄던 <여우야 뭐하니?>를 보면서도 고현정의 연기가 천정명의 어색함을 커버해 준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작품 신데렐라 언니에서도 같은 이득을 보고 있는 것 같네요. 문근영과 서우의 빛이 강해 천정명의 어색함이 그럭저럭 묻혀주니 말입니다. 저는 은조와 효선과 함께 있는 장면에서는 천정명 부분은 그냥 패스 이러고 보거든요.
사실 기훈이라는 캐릭터는 재벌가의 사생아로 내면적인 상처를 안고 있는 인물입니다. 남자 주인공의 어둡고 쓸쓸한 부분을 매력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숨은 배경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그럼에도 그저 강가에서, 혹은 한밤중 아무도 없는 마루에서 노래 부르는 모습, 특히 자동차 운전하면서 내면적인 상처를 보여주는 모습은 썩 와닿지도 공감되지도 않는 장면이었어요. 깊이있는 표정의 표현함에 뭔가 부족한 모습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천정명의 연기가 강단도 약하고 애절하지도 않다보니 2회밖에 출연하지 않은 택연의 연기가 더 돋보입니다. 택연은 긴장된 듯 하면서도 자잘하게 표정에 감정의 변화를 넣을려고 애쓰고 있거든요.
장면이 많지 않아서 차렷자세가 대부분이지만, 차라리 다양한 장면에 투입해 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정도에요. 택연에게는 묘하게 사람을 끌어당기는 눈빛이 숨어 있었어요. 슬프면서도 아련해 보이고, 그리움의 대상에 대한 연민도 느껴지는 촉촉한 눈빛이 좋더군요, 택연의 눈빛을 보며 잠시 송승헌의 눈빛이 연상되기도 했더랍니다. 짙은 눈썹이 닮아서였을 수도 있겠지만, 택연이 연기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좋은 눈빛이더군요. 
기훈보다는 택연의 정우가 솔직히 저는 더 끌립니다. 정우를 사이에 둔 은조와 효선의 갈등구조도 괜찮을 듯 싶고요. 저는 효선이 정우를 보는 눈이 예사롭지 않아 보였어요. 처음 네 사람이 마주치던 날 효선이 기훈의 팔짱을 끼고 있을 때 당연히 기훈을 바라보는 은조의 눈빛에 시선이 갔어야 하는데, 효선은 정우를 먼저 보고 있었거든요. 이번회에서 자동차에서 어디서 본 얼굴이라며 정우에게 원래 말투가 딱딱하냐고 관심을 보이기도 했고요.

아직 은조는 정우를 몰라보고 있어요. 정우가 자신을 밝힐 때마다, 은조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어서 정우의 말이 들리지 않았어요. 첫날은 정우가 "내 정우다. 남해에서 같이 살던.."이라고 했을 때는 8년만에 귀신처럼 나타난 기훈을 보고 은조가 멍해져서 정우의 말을 듣지 못했었지요. 이번 회에서 밝힐 수 있었는데 은조가 또 못알아 들었어요. 엄마 송강숙이 자신이 도가에서 나가겠다는 말을 듣고 쓰러진 척 연기를 했을 때, 조금전까지 "이년아 저년아 해가며 재산 다 네것"이라고 위악을 떨다가 효선이 들어오지 금새 아픈 척 자리에 누워, 우아하게 말을 하는 엄마를 보고 치를 떨며 강가로 나와 앉아 있었지요. 정우가 뒤따라 왔다는 것도 모를 정도로 골똘히 생각에 빠져 있었어요. 그때 강가에서도 정우가 "누야" 라고 은조에게 정우를 알리려고 했지만, 효선의 삼촌이 크락션을 울리는 소리에 정우가 '누야' 라고 부르는 소리가 은조에게 들리지 않았어요.
은조가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없고, 기훈이 온 후로 생각이 많아져서 제 생각으로는 은조는 정우가 예전 그 정우라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앞으로 은조가 정우가 예전 털보장씨네 집에서 함께 살던 정우라는 것을 알게 되면 은조의 정우에 대한 태도도 조금은 달라질 것 같고요. 그때는 적어도 함께 대화정도는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천정명과 문근영이 함께 있는 모습에서의 감정이입에 실패하다보니 정우와의 장면이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원래는 주인공 기훈과 은조의 애절한 감정신을 더 기대해야 하는게 드라마상 정석인데, 이상하게 천정명의 몇 안되는 표정과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대사를 보니 은조처럼 기훈을 좋아하는게 어렵네요. 차라리 새롭게 나타난 옥택연의 정우에게 더 기대감이 커지기도 하고요.
이런 현상은 극의 애정라인에 몰입하는 데에 방해가 되는데, 실없이 웃는 책읽는 남자 기훈에 대한 매력이 없어서 큰일입니다. 물론 은조와 효선의 내적 갈등부분에 더 치중하고 본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다행일 수도 있겠지만요. 지금의 어물쩡한 기훈보다는 차라리 냉정하고 비열한 기훈으로 변신하면, 극중 긴장감은 더 살아날 수도 있을 것같기도 합니다. 다양하지 못한 표정은 천정명의 약점이고 개선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지만, 배역의 무게상 여주인공들을 사로잡은 빛이어야 할 기훈의 캐릭터가, 그림자를 자처한 정우에게 눌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저만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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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6 09:20




마지막 은조의 날카로운 외마디 비명이 가슴에 가시처럼 박혀 지금도 빠져 나오지 않습니다. 차라리 은조 자신이 죽어 버리고 싶다는 듯 목을 움켜 쥐고 우는 장면에서는 슬픔보다는 은조가 느끼는 엄마에 대한 환멸감과 새아버지에 대한 은조의 깊은 마음이 너무 아파서 눈물이 핑글 돌고 말았어요. 병실 문을 열고 들어 선 사람좋은 구대성의 멍해져 버린 공허한 눈빛도 마음에 걸리고, 뛰쳐 나간 효선이의 눈물까지도 어느 하나 내려 놓지 못하겠네요. 드라마를 보며 슬픈감정에 이입되었다가도 다른 소소한 즐거움속에서 잊혀지곤 하는데, 신데렐라 언니는 은조와 효선을 떠올리면 그냥 마음이 아파옵니다. 드라마를 보다보면 재미있다, 흥미진진하다는 평을 하는데 이런 것과는 별도의 감정이 앙금처럼 가라 앉아버리는 이 이상스런 드라마는 중독이라는 치명적인 매력 속으로 끌고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은조야" 라는 다시 들려 온 그 사람의 목소리에 눈물을 흘리는 은조는 금새 냉정해져 기훈을 밀어내 버립니다.  온몸에 가시를 세운 고슴도치처럼 기훈에게 날을 세우지요. " 네가 누구였던 이름이 뭐였든 어떻게 웃었든, 지금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고, 너는 나한테 먼지보다도 벌레보다도 아무 것도 아냐. 날 부른다던가 웃는다던가 그러기만 해봐. 정말 죽여 버릴테니까"
은조를 데리러 털보장씨집을 찾아 온 기훈은 처음 본 은조를 향해 웃어 주었어요. 그때는 그 미소가 어떤 의미가 될지도 몰랐는데, 어느날 세상을 향해 굳게 닫아 건 빗장을 열듯 "은조야"라며 그 미소와 함께 다가 온 사랑, 하지만 은조는 죽을 힘을 다해 밀어내려 합니다. 웃지도 말고 "은조야" 라며, 또다시 흔들지도 말라면서요. 아직도 그 사람을 보면 심장이 '쿵' 소리를 내는데, 들키지 않으려고 애쓰는 은조에요.
기훈이 역시 마찬가지에요. 지금이라도 자신이 부르는 소리에 대답해 주면, 홍주가의 집안 싸움이고 아버지와의 약속도 다 버리고, 대성도가를 삼키려고 온 이유도 잊어버리고 싶은데, 온 몸으로 도망가려는 은조를 붙잡지 못하고 맙니다. 
  
효선의 눈물, "확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너 같은 거"
두 사람을 지켜보는 효선의 가슴에는 혼자라는 외로움만이 가득 차오르고 있을 뿐이에요. 몰랐는데 효선이가 두 사람을 다 지켜보고 있었네요. 차라리 보지 말지, 여린 마음에 생채기가 깊게 패이는 것을 보니, 모두가 소풍을 가버리고 마치 세상에 혼자가 된 듯한 효선이의 마음이 짠해 옵니다.기훈의 마음을 알게 된 효선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기훈을 찾아가 "오빠는 내꺼야. 결혼하자"라며 통보를 하고 나옵니다. 장난스럽게 받아 주는 기훈이 진심이 아니라는 것도 알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효선은 모든 것을 빼앗길 것 같습니다. 아버지의 신임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언니 은조, 늦사랑을 독차지 하고 있는 동생 준수, 효선은 혼자가 된 듯 합니다. 도가일을 배우겠다고 쌀을 씻어보지만 아버지로부터 혼만 나고 말지요. 
그런 효선에게 은조가 손을 내밉니다. 대성도가의 CF광고를 찍겠다고요. 모든 게 제멋대로인 은조가 얄미워 안하겠다고 하지만, "네가 안하면 난 돈을 쓰면 돼. 네 아버지 돈"이라고 말할 뿐입니다. 효선이 "너, 악질이야"라면서도 효선도 은조의 마음이 진심이라는 것쯤은 압니다. 효선이 은조에게 악질이라고 한 것은 은조가  자신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에요. 기분은 더러워도 은조의 말은 틀리지는 않거든요.
밤새 연구실에 쳐박혀 효모연구를 하던 은조가 코피를 쏟고 병원으로 실려가자 효선은 혼란에 빠집니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은조처럼 야무질 수 없는 자신, 코피까지 쏟아가며 성실한 언니가 한편으로는 얄미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됩니다. 효선의 나레이션은 효선의 혼란한 심정을 말하는 것었어요. 은조 언니를 사랑하는지 미워하는지 조차 모르는 혼란한 감정, 아니 이제 진짜 미워지기 시작한 것인지, 싫어하려고 했는데 싫어할 수가 없는지에 대한 효선의 혼란스러운 감정고백이었어요.
효선의 나레이션은 듣기에 따라 정반대로 들리는 대목이었어요. "언니야, 언니야. 죽지마라, 죽지마라. 언니야" 이렇게 말을 하면서도, 효선의 속에서는 "죽어버려라가 헛나온거다"라며 자꾸 은조를 미워해야한다는 자기강제를 하는 효선이에요."내가 잘할게, 내가 너 이뻐해줄게, 죽지마라 언니야" 하지만 또 다른 효선이는 이렇게 소리치고 있어요. "너 코파다가 코피났지? 이렇게 묻고 싶은게 내 진심이었다" 
효선은 계속 은조에 대한 자신의 감정이 혼란스러운 거예요. 간밤에 이불을 덮어주고 나가는 은조, 하지만 내꺼오빠인 기훈이 바라보는 사람. 언니 은조도 잃고 싶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기훈 오빠도 잃고 싶지 않은 거예요. 
그런데 은조의 차가운 말이 효선의 마음을 할퀴고 맙니다. "무슨 호들갑이야. 나 죽어? 아님, 죽었으면 했어?" 효선의 혼란스러운 마음을 콕콕 집어 말하는 은조가 너무 얄미운 효선이에요. 링거주사 바늘을 빼버리고 병원을 나가려는 은조를 효선이 강제로 침대에 떠다 밀어 버리지요.
뒤이어 터진 효선의 눈물과 독설은 효선을 연기하는 서우의 놀라운 감정폭발이었고, 효선의 변화를 암시하는 대목이기도 했어요. 그런데도 저는 이 장면에서 효선의 마음이 두갈래로 보여지더군요. 저는 효선이 악한 역으로 바뀌는 복선이었다기 보다는, 효선이 언니 은조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마음을 읽었고, 그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반어적인 말은 새엄마 송강숙과 구대성으로부터 오해를 사게 하는 상황으로 치닫게 해버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효선이 은조를 침대에 밀어뜨리면서 말했지요. "너 움직이는 것 꼴보기 싫어. 아빠한테 잘 보이려고 연구실에서 맨날 밤새고, 코피나 터지고, 네가 안 그래도 나는 너랑 맨날 비교당하면서 형편없는 애 돼가고 있고, 또 움직이기만 해봐. 또 쓰러지기만 해봐" 이 대사에는 효선의 두가지 마음이 한꺼번에 들어 있었어요. 언니 은조와 비교당하면서 자꾸 작아지고 초라해지는 현실적인 자신의 모습과 은조에 대한 진심어린 걱정이에요.
"코피나 터지고, 또 쓰러지기만 해 봐" 이 말에는 효선이의 착한 심성이 고스란히 들어있는 거예요. 잘난 척하고 무시하는 언니 은조가 싫지만, "언니가 아픈 것은 더 싫어. 그러니 아프지마. 죽지마. 우리 엄마처럼..." 이런 마음이 깔려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효선이는 아무리 은조가 미워도 그 고운 심성까지 다 버리면서 은조를 미워하는 것은 아니었던 것이에요.
그런데 뒤에 이어지는 말 "확 죽어 버렸으면 좋겠어. 너 같은 거" 라고 소리를 지를 때 아버지와 새엄마가 들어와 그 말을 들어 버렸어요. 효선의 말은 새엄마에게도 아버지에게도 변명하기 힘든 말이었어요.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자매, 냉랭한 의붓자매에게 너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말은 친언니에게 같은 말을 썼을 때와는 다르지요. 변명의 여지가 없는 그런 오해를 받게 되는 거지요. 아버지의 싸늘한 눈빛, 가식적이었지만 언제나 효선에게 먼저 왔던 새엄마는 처음으로 은조에게 발걸음을 향해 버립니다. 병실을 뛰쳐 나간 효선이 숨을 곳은 더 이상 없어요. 더 이상 착한 효선이로 돌아갈 수가 없게 돼버린 거예요. 그런 효선이 달려간 곳은 기훈이 품이었어요. 아무에게도, 아니 은조에게는 이제는 절대로 빼앗기고 싶지 않은...

은조의 눈물, "엄마를 용서할 수 있게 해줘"
은조는 기훈이 들어 온 대성참도가를 떠나려고 하지요. 언젠가는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기훈이 함께 있는 대성도가는 은조에게 고통이에요. 또한 은조는 엄마 송강숙에 대한 죄의식때문에도 구대성과 효선의 곁을 떠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순수하지 못한 엄마를 너무나 잘 아는 은조이기에, 대성도가에서 은조의 자리가 커지면 커질수록 효선의 자리는 작아지고, 엄마의 욕심이 하늘 끝까지 차오를 것이라는 것을 은조는 모르지 않습니다.
엄마 송강숙은 늘 그래왔어요. 은조 널 위해서라면 몸을 팔아서라도, 도둑질을 해서라도 주겠다고요. 은조는 이제 엄마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어합니다. 자신의 힘으로 세상을 살아갈 용기도, 실력도 생겼고, 무엇보다 세상이 싫지 않아졌거든요. 이제는 세상을 향해 나가 은조의 힘으로 당당하게 살고 싶어졌던 거예요. 기훈이 떠난 자리를 위로해 주고, 살고 싶은 세상을 알려준 사람이 새아버지 구대성이었지요. "어디 내놔도 걱정없을 때 보내 주겠다, 그때까지는 이 집에 있어야 할 이유가 돼 주겠다" 며 도망가려는 은조를 붙잡아 주었어요.
은조가 대성도가를 나가려는 이유는 기훈이 돌아와서 힘들기도 하지만, 첫째 이유는 새아버지에 대한 은조의 마음때문이었다고 생각해요. 은조는 아버지라는 넓은 그늘에서, 그 따스한 손길 덕분에 세상이 더 이상 쓰레기장으로 보이지 않게 되었어요. 그런 아버지에게 은조는 은조 방식으로 은혜를 갚고 싶은 거예요. 엄마의 욕심대로 대성도가를 차지 하지 않는 것, 그것이 자신을 품어 준 구대성에 대한 감사이고, 은조의 깊은 마음이었던 게지요. 입으로는 구대성에게 자신에게 마음 주지 말라며 자신을 못된 아이라고 말하고, 믿어준 은혜 백골난망이라 평생 감사하며 살 애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은조는 새아버지 구대성에게 백골난망 감사하다는 마음을 돌려 말했던 것이에요.
은조는 압니다. 새아버지 구대성이 자신을 얼마나 신뢰하고 있는지 말이에요. 새아버지는 그런 사람이었어요. 정말로 효선이와 자신을 털끝만큼의 차별도 없이 대했던... 은조가 대성도가에 있는 한 대성도가 역시 은조에게 넘겨주고도 남을 분이라는 것을요. 그래서 은조는 겉으로 그렇게 싸가지 없을 정도로 차갑게 새아버지 구대성에게 정을 떼게 하려는 것이었어요. 그렇지 않으면 은조가 흔들릴 것 같으니까요. 처음으로 흐느껴 우는 자신의 어깨를 감싸주고, 품어주었던 아버지의 따뜻한 그늘을 욕심내게 될까봐서요.
은조가 새아버지 구대성을 밀쳐내려는 것에는 효선이에 대한 마음도 숨어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 엄마 송강숙이 '우리 애기' 하며 효선을 감쌀 때 엄마를 잃었다는 상실감의 상처를 은조는 기억하고 있어요. 효선을 진심으로 대하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내심 서운했는데, 은조는 반대로 어느사이엔가 효선의 아버지를 빼앗고 있었던 거라는 걸 말이지요.
그래서 은조는 자꾸 대성도가를 나가고 싶은 거예요. 새아버지에 대한 양심과 효선에 대한 미안함. 하지만 은조는 표현에 서투른 아이라 정을 떼는 방식으로 자신의 마음을 정리하려고 하고 있어요. 그게 은조의 방식이고, 엄마 송강숙과 다르게 살고 싶었던 은조의 엄마로부터 탈출 방식이었던 것이었어요. 부끄럽고 싶지 않은, 뒷통수를 치고 싶지 않은, 공짜 밥을 먹고 싶지 않은 은조만의 사랑방식이었고, 엄마가 저지른 위선에 대한 죄갚음이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런 은조에게 엄마 송강숙은 또다시 은조를 벼랑 끝으로 내밀어 버립니다. 엄마에게 기대했던 한가닥 진심, 구대성을 돈이 아니라 진심으로 좋아해서 함께 사는 것이라 믿고 싶었던 마음, 아니 세상 다른 남자들을 다 등을 쳐먹고 살아 왔더라도, 처음으로 자신의 아버지가 되어준 구대성, 은조에게 진짜 아버지가 돼준 구대성에게만은 진심이었기를요. 하지만 엄마는 은조를 차라리 죽고 싶게 해 버립니다. 
"효선이 아버지는 좋아해? 적어도 좋아한다고 말해 줘 엄마, 뜯어 먹을게 많은 남자가 아니라, 좋아서 산다고 말해주면 엄마 용서할게..." 
하지만 엄마 송강숙은 "좋다 좋아, 뜯어 먹을게 많아서 좋다, 왜!!!" 라며 은조가 엄마에게 걸었던 한가닥 진심을 산산조각 내버립니다. 송강숙이 구대성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어요. 송강숙의 마음은 딱 반반이었거든요. 점잖은 구대성이 좋았고, 돈이 많다는 것은 금상첨화였지요. 그런데 송강숙의 문제는 그 전후가 다르다는 것에 문제가 있었겠지요. 돈많은 남자인데 점잖하기까지 하다는 것이겠지요. 나쁘게 말하면 송강숙의 화냥기가 구대성과 살면서도 한달에 한 번씩 털보장씨를 만나 외도를 하게 했지만, 송강숙이 구대성을 전혀 좋아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을 거예요. 좋아하는 첫째이유가 돈이었겠지만요. 
불행스럽게도 이 광경을 구대성이 보고 말았네요. 충격으로 멍해진 구대성을 보니 사태가 여간 심각한 게 아닌 것 같습니다. 꼬리 아홉개 달린 송강숙이 어떻게 구워 삶을지 모르겠지만, 평화롭던 대성도가에 안팍으로 심상치 않은 일들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에 가슴이 조마조마합니다.

엄마라는 이유로 엄마의 너저분한 삶을 용서하고 싶었던 은조는 자신의 아버지가 되어준 구대성에게 진심마저도 없었다는 말을 듣고 자기모멸감에 빠지고, 마치 자신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목을 움켜쥐고 비명을 지르며 오열합니다. 엄마 송강숙의 위선에 가득찬 생존방식이 은조를 지키기 위한 모정 때문이었다며 태연하게 말하는 엄마를, 아니 그렇게 살게 한 이유였던 자신을 죽여 버리고 싶어하는 듯한 은조의 외마디 비명은, 슬픔보다는 심장을 찌르는 듯한 아픔이었어요. 
은조와 효선의 비명은 둘 다 갈 곳을 잃었기에 절박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은조와 효선은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아이들이에요. 한사람은 감정을 통째로 내보이려는 아이이고, 다른 하나는 감정을 꽁꽁 숨겨두려는 아이지요. 엄마에게서 해방되어 자신만의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은조, 엄마가 자신의 처음이자 마지막 아버지 구대성의 마지막 여자이기를 바랐지만, 엄마는 자신의 숲이고 우상이었던 아버지마저도 좋아한 사람이 아니라며 은조를 갈기갈기 찢어버립니다.
효선이의 비명도 은조와 엇갈려 버렸지요. 마음으로 수백번씩 미워하고 싶다고, 미워해야 한다고 다짐했지만, 쓰러진 은조를 보고는 "언니 죽지마, 언니야, 아프지마, 내 언니야" 라며 효선이는 언니 은조를 사랑하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물과 불처럼 다른 두 아이는 마음을 여는 방법을 알지 못하고, 또 다시 밀치는 은조로 인해 효선은 상처받고, 마음 속 밑바닥에 숨겨두고 싶었던 감정을 올라오게 해버렸어요. 진짜 미워하고 싶은 마음 말이에요.
이렇게 효선에 대한 은조식 서툰 사랑과 거부당한 효선의 마음은 갈등만을 향해 치닫게 되나 봅니다. 대성도가를 향해 다가오는 위험을 감지하지 못한채 말입니다. 이 두 사람이 화해하는 지점은 대성도가겠지요. 효선이나 은조나 대성도가는 지켜야하는 곳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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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3 08:29




신데렐라 언니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과 세상은 발상부터가 신선하고 흥미롭습니다. 대부분 동화의 시선이 선의 시선에서 출발하는 것을 뒤집어 본다는 것 자체도 재미있는 역발상이에요. 어릴 때 읽었던 동화 속 나쁜 사람들의 결과는 늘 "....는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로 끝나버렸기에, 착한 주인공을 괴롭히던 못된 계모나 언니들이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되었는지 관심밖의 일이었죠. 불행하게 살았다, 혹은 벌을 받고 죽었다라는 식의 단편적인 결말들로만 끝나버렸고요. 그런 점에서 동화 속 악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풀어간다는 것은 새로울 수 밖에 없습니다.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는 우리가 알고 있던 선과 악이라는 이중적인 구분이라기 보다는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드라마라는 점에서 선과 악보다는 변화에 관점을 두고 봐야하는 드라마입니다.

효선, 낯선 감정 '미움'을 느끼다
은조의 엄마 송강숙과 대성참도가의 구대성 사장의 결혼으로 한 가족이 된 은조와 효선, 여전히 차갑기만 한 은조를 향한 효선의 노력은 보기 안스러울 정도입니다. 효선은 왜 은조언니가 자기에게 차갑게 구는지 이유를 모릅니다. 효선의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효선에게 한 번도 상처를 준 적이 없었기에 효선은 누군가가 자기를 싫어할 수도 있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에요. 대성도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효선의 학교친구들 부모님이고, 착하고 붙임성있고, 주위 친구들에게 밉상짓을 하는 일도 없었던 효선이를 미워하는 친구들도 없었지요. 겉으로는요. 
효선이는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아이에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는 궁금해 할 필요가 없었어요. 중심이 자기에게 있었기에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 보다는 재잘재잘 쉴새없이 귀찮게 수다를 떠는 효선이가 나올 수 밖에 없었어요. 효선이는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 다른 사람도 행복하게 해준다고 생각하는 단순한 아이일뿐이에요. 그런 효선이의 모습은 착한 아이라는 공식이 따라다녔고, 착하다는 것은 효선이의 상징이 돼버렸습니다. 착한 아이를 괴롭히는 것은 나쁜 짓이라는 공식이 효선이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공식처럼 따라 다닙니다. 경수라는 친구가 하루에도 수십번씩 날리는 효선의 문자를 씹어버리는 것도 같은 예라고 할 수 있을 거예요.
효선이 주위에는 효선이에게 싫다 귀찮다라는 것을 가르쳐준 사람이 없어요. 착한 효선이를 무시하는 것 혹은 싫어하는 것은 나쁜 짓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대놓고 효선에게 ' 너 싫다, 귀찮다' 라고 쌩무시를 하는 사람이 효선의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언니가 생겨서 주위에 마구마구 자랑하고 싶을 만큼 좋은데, 새로 생긴 언니는 무서울 정도로 곁을 주지 않습니다. 효선이가 자꾸 이러면 나도 참기 힘들 것 같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었는데요, 효선의 변화 시점이 바로 그 부분이에요. 뭔지 알 수 없지만 효선을 기분 나쁘게 하는 것이었죠. 자기 것이라고 생각했던 기훈이 오빠가 은조를 보는 시선 역시 효선이는 불안합니다.  
수학공부를 하며 은조에게 설명하느라 자신이 들어오는지도, 모르는 것 가르쳐달라는 말에도 건성으로 대답하는 기훈오빠와 은조가 이상해 보입니다. 재잘조잘 하루종일 옆에서 떠들어도 눈길도 주지 않는 은조언니도 이상하게 보이고, 은조언니만 쫓는 기훈오빠도 이상해 보입니다. 그래서 효선은 기훈에게 묻지요. "오빠, 나 누구야? 내가 마음이 조금 이상해...."
효선은 지금 낯선 자신의 모습을 느끼기 시작한 거예요. 친구들이나 대성도가에서 일하는 아저씨 아줌마, 기훈오빠, 새엄마, 새언니 그 모든 사람이 자신을 사랑해 주고, 자기도 그 사람들을 다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알 수 없는 감정이 효선에게 생기기 시작했어요. 그것은 미움이라는 감정이에요. 누군가가 미워지는 감정, 효선이 살고 있는 세상에는 악이라는 녀석이 없었던 거지요. 동화속 착한 세상에서 살고 있는 효선이에게는 미움이라는 녀석이 보이지 않았을 뿐이에요. 누구도 효선이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기 때문에, 누군가가 미워지는 것을 경험하지 못했던 것이죠.  
반면 은조는 한 번도 믿을 만한 사람을 본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새아버지가 된 구대성은 은조 엄마를 남자 잡는 상이라며 조심하라고 이르는 당숙모에게 "그 사람, 그 사람 딸아이 이제 제 식구입니다. 제 식구를 두고 험한 말씀하시는 것 그만두라" 며 화를 내는 것을 듣고 의아해 합니다. 엄마와 자기를 식구라고 말해 주고 보호해 주려는 사람도 있나 놀랍기만 할 뿐이에요.
기훈도 "넌 나보다 멋져질 거야" 라며 은조에게 아무도 해주지 않았던 말을 해줬어요. 늘 구질구질하고 쓰레기 같다고 생각했던 자신을 보고 멋져질 거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는, 그런 세상이 은조의 마음을 열기 시작한 것이지요. 효선에 비하면 은조의 변화는 더디게 진행될 것입니다. 상처가 많았던 아이였던 만큼 아무는 것도 더디고 새살이 돋아나는 것도 더디니까요.

물과 누룩, 이물질의 충돌
효선에게나 은조에게나 낯선 세상이 다가오기 시작하는 거에요. 너무도 다른 색깔의 세상이 말이지요. 칠흑같이 어두운 방에 한줄기 빛이 들어오고, 눈부시게 환한 하늘 위에 시꺼먼 먹구름이 드리워지는 낯선 세상에서 두 아이가 어떻게 각자의 상처를 치료하고, 또 서로가 입힐 상처를 봉합해 나가는 지를 보여 주겠지요. 상처가 난 부위에 새 살이 돋아날 아이 은조, 이제 생채기가 생기기 시작하려는 아이 효선, 신데렐라 언니는 그런 두 소녀의 성장이야기가 되겠지요.
흥미로운 것은 그 세상이 술을 만드는 곳을 중심으로 펼쳐진다는 것이에요.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통과의례처럼 배우게 되는 술, 그 첫 맛처럼 쓰지 않을까 싶네요. 술은 사람을 즐겁게도 하고, 슬프게도 하고, 추하게 하기도 하고, 속이 쓰리게도 해요. 마시고 나면 세상이 빙글빙글 돌기도 하고요.
술 제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발효와 숙성일 겁니다. 구대성이 대성도가 직원들에게 누룩과 물의 비율을 잘못썼다면 "누룩과 물만 섞는다고 다 술인줄 아느냐!" 며 술항아리를 깨버리는 장면이 있었는데요, 구대성의 성품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했지만, 이 드라마의 핵심 또한 그 장면에서 찾을 수 있었어요. 누룩과 물이라는 이질적인 물질이 만나서 적당한 온도와 시간동안 발효되고 숙성해야만 좋은 술이 나오듯이, 신데렐라 효선이와 신데렐라 언니 은조라는 서로에게 이방인이었던 두 사람이 갈등을 겪으면서 성장한다는 의미까지도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했어요.
효선이는 아무 것도 섞이지 않은 순수한 물의 상태에 있고, 반면 엄마의 거친 인생 속에서 세상이 쓰레기같다고 생각하는 은조는 곰팡이 덩어리 누룩의 상태라고도 볼 수 있을 지 몰라요. 하지만 각각만으로는 좋은 술로 만들어지지는 못하지요. 효선에게 은조의 등장, 은조에게 효선이라는 이방인과의 만남에서 빚어지는 갈등은 물과 누룩의 화학반응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물만으로 술이 되지 못하고 누룩만으로 술을 빚을 수 없듯이, 좋은 술이 되기 위한 두 물질이 섞여 발효숙성 과정을 거치듯이, 은조와 효선이라는 너무도 다른 두 사람이 부딪치면서 서로를 통해 성장해 가는 것을 말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신데렐라 언니의 무대가 술을 빚는 곳이라는 점이 그래서 더 공감이 가고 말이지요.

서우, 효선의 변화 살려야 하는 이유
신데렐라 언니 무대가 되고 있는 효선의 고래등 기와집의 고즈넉한 분위기는 마치 깊은 바닷속만큼 고요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잔잔한 파도만이 넘실되는 것 처럼 보이는데, 바닷속에서는 이미 폭풍이 일기 시작했어요. 다만 수면위로 그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고 있을 뿐이에요. 두 여주인공의 소용돌이가 시작되었기 때문이죠. 은조와 효선이 는 낯선 이방인들로부터 충격을 받았어요.
저는 신데렐라 언니를 보면서 신데렐라 언니보다는 신데렐라 효선의 변화에 더 관심이 가더군요. 까칠하고 세상으로부터의 접근을 차단해 버린 은조의 변화는 어찌보면 쉽게 예상할 수가 있는 일들입니다. 사랑에 눈을 뜨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모습으로 진행될 것이기 때문이죠. 이 과정을 섬뜩하리만치 기존의 이미지에 반하는 파괴적인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문근영의 연기변신이 드라마 관전의 포인트지만, 착한 효선(서우)의 변화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같은 것이기에 더 흥미롭습니다.   
은조는 새아버지가 된 구대성과 기훈때문에, 효선은 은조와 기훈으로부터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끼게 됩니다. 효선의 불안감이 밖으로 터져 나오는 순간이 아슬하게 유지되고 있는 대성도가의 고요가 깨지는 순간이 되겠지요. 그런 점에서 효선이 변화하는 시점은 동화 속에서 살고있는 효선이 나오는 순간이기도 하고, 효선을 연기하는 서우의 연기력이 검증받을 수 있는 계기도 될 것입니다.
오버스러울 정도로 어린 아이같은 효선이 상처를 받고 갈기갈기 찢어지는 시기가 효선이 6살 엄마를 잃었던 나이에서 현재의 나이로 급도약하는 시점이에요. 10여년의 멈춰버린 성장의 간극을 넘어 효선이라는 캐릭터가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화되어야 하기에 서우의 변신이 기대되는 시점이기도 합니다. 
어렸을 때 처음 코피가 터졌을 때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겁에 떨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릅니다. 아마 효선이 그런 느낌일 수도 있을 거예요. 효선이는 마치 처음 코피를 보는 아이같아 보이니까요. 한번도 상처를 입지 않았던 아이가 감당하지 못할 깊은 상처를 입었을 때, 고통도 심하고 상처를 받아들이는 방법도, 극복하는 방법도 서툴고 파괴적일 수도 있어요. 효선의 변화가 중요한 이유는 처음으로 당하는 마음의 상처, 그 충격과 변화를 깊이있게 보여 주어야 하기 때문이에요. 이 변화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면 서우의 연기력이 도마에 오를 수도 있을 것이고, 효선의 캐릭터도 성장하지 못한 유아기적 공주에서 머물러 버릴 것입니다. 효선이 서우의 변화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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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2 12:34




신데렐라 언니 송강숙(이미숙)과 은조(문근영)을 보면 참 재미있는 부분이 눈에 들어 옵니다. 이 모녀는 살면서 험한꼴이란 꼴은 다 당해봤을 듯 싶은데도, 묘하게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어요. 이제 2회분밖에 방송이 되지 않았지만, 이들 모녀에게는 세상을 살아가는 공통점이 보입니다. 자신들의 상처에 대해 바보스러울 정도로 솔직하다는 점이에요. 
신데렐라 언니 2회는 강숙이 정식으로 대성도가의 안주인이 되는 과정과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데 좀처럼 곁을 내주지 않는 은조로 인해 효선(서우)에게 새로운 갈등이 시작됨이 예고되었어요. 대성도가에서 일하고 있는 홍기훈(천정명)의 출생비밀도 보여 주었는데요, 재벌의 숨겨진 아들이었나 봐요. 기훈의 의붓형이 "왜 하필 대성도가냐?" 고 말하는 장면을 보니, 기훈의 집과 대성도가가 악연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대성도가 고래등같은 집에 전 부치는 냄새와 사람들로 북적대기 시작합니다. 구대성과 송강숙이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는 날이라 일가 대소친척들이 인사를 받는 날이기 때문이었지요. 족히 몇 십명은 넘어 보이는 일가친척에게 큰절을 하는 송강숙의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는데, 그 장면을 보고 잠깐 20년전의 제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답니다. 저도 종가집 맏며느리로 폐백드리면서 층층 시댁 식구들에게 큰절하느라 정말 힘들었거든요;;. 
그 와중에 눈꼬리 치켜뜨고 송강숙의 관상을 훑어보는 이가 있었지요. 구대성의 재당숙모(김지영)라는데, 강숙과 은조를 보는 눈매가 무섭습니다. 강숙의 사주를 물어보고, 효선아버지 대성에게도 남자 잡는 상이라며 살을 풀어내기 전까지는 혼인신고를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지요.
하지만 이미 송강숙에게 사랑의 포로가 돼버린 구대성의 귀에 당숙모의 말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습니다. 늦바람이 무섭다는데 벌써부터 강숙의 치마폭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구대성이지요. 이번회 구대성 김갑수와 송강숙 이미숙의 재미있는 달달한 장면때문에 보다 웃기도 했네요. 진지하고 순박해 보이는 중년남자와 코맹맹이 애교나 엉덩이 살랑거리는 교태가 아니어도 남자 홀리는 방법이 보통이 아니었어요.
잠깐 송강숙의 남자 홀리기 비법 하나 볼까요? 지난회 자전거 뒤에서 고의적으로 바퀴를 차면서 스킨십을 유도하더니, 이번회는 코믹한 작업녀를 보는 듯했답니다. 과장되지도 않게 웃겨주는 이미숙과 김갑수가 극을 한층 더 재미있게 하는 것 같습니다.
시댁 어른들께 수십번 절을 하고 방에 돌아 온 송강숙이 "팔자도 드러운 년, 팔자 고치려고 들어 온 집에서 뒤로 나자빠지겠다"며 버선을 벗다 뒤로 발라당 넘어가 버렸어요. 에고 삭신이 다 쑤시는데 치마가 올라가든 속치마가 뒤집어져 속곳이 드러나든 꼼짝도 하기 싫은 송강숙이지요. 품위고 고상이고 다 버리고, 속치마 뒤집고 발라당 누워있는 송강숙을 보고 구대성도 화들짝 놀라는 눈치였어요.
태연하게 웃으며 일어나서 송강숙이 하는 말은 " 발이 부어서..."였어요. 당황해 하며 무슨 핑계를 댈 것 같았는데, 역시 선수급 꽃뱀이었어요. 구대성에게 은근슬쩍 발을 주물러 달라는 것에 성공한 강숙이 넋두리를 늘어 놓습니다. 강숙의 넋두리는 사실 은근히 까탈스러워 보이는 제당숙모때문이었어요. 사주를 물어보는 폼새가 영 뒤가 개운치가 않았거든요.
산전수전 다 겪고 말끝마다 팔자 드러운 년이라고 스스로에게도 말하는 강숙이 아마도 자신의 사주가 썩 좋지 않다는 것은 여기저기서 들었을 듯 싶어요. 고단수 여우 강숙은 미리 선수를 쳐버리지요.
"은조랑 저, 하늘아래 둘밖에 없었어요. 어느 집안의 누구였던 적이 없었어요. 고마워요. 후회하실 것 같으면 지금 말씀하세요" 그리고는 갑자기 눈물을 흘리지요. 남자가 여자들의 눈물에 약하다는 것을 철저히 이용하는 송강숙, 정말 영악한 여우에요. 그런데 이상하게 귀엽기도 해요. 미우면서도 밉지가 않다고 해야할까요?
강숙은 울면서 신세한탄을 하지요. "사람들이 절 보고 그래요. 운수가 사나워 보인다고, 빼어난 절색이면 뭐해요. 남편 잡아먹을 상인데..." 자화자찬에 자기비하를 눈도 깜빡이지 않고 말하는 송강숙은 꼬리 아홉개가 달려있기는 한데, 자뻑스타일의 4차원 세계 여우같아요.
당연히 강숙의 치마폭에 막 휘감기기 시작한 구대성이 누가 그런 소리를 하느냐고 펄쩍 뛰겠지요. '옳다구나!' 싶은 강숙은 제당숙모가 사주를 왜 물었겠느냐며 다시 구대성의 마음을 흔들지요. 후회하실 것 같으면 지금 말하라고요. 그리고는 서류상으로도 완벽하게 대성도가의 안주인이 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갑니다. 혼인신고도 안돼 있다는 말을 흘립니다. 결혼식 백번 올려도 호적신고가 없으면 말짱 '꽝'이거든요. 
자신을 믿으라는 말에 강숙이 다소곳이 "네"하고 대답하더니, 옷고름으로 눈물 콧물 닦고는, "이쪽 발도 아파요" 하며 다른 한 발을 내밉니다. 그 장면을 보며 어찌나 웃었던지... 애드립이었는지 대본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참으로 강숙이라는 여자답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강숙이라는 인물은 그렇게 내숭이면서도 영악하고, 적당한 선에서 교태도 부립니다. 순진한 구대성을 손에서 가지고 노는데도, 이상하게 밉지 않은 꽃뱀같아요.
군청에 가서 혼인신고를 마치고 주민등록등본 사본에 자신의 이름이 떡하니 구대성의 처 자리에 올라가 있는 것을 보고, 강숙은 쾌재를 부르지요. 그런데 그 기쁨을 잠사라도 참기 어려웠나봐요. 화장실 다녀오겠다며 강숙이 간 곳은 군청 뒷편이었어요. 주민등록등본 사본을 꺼내 보며 감격에 겨워 "드러운 년의 팔자, 나이 사십이 이제 어느 집 며느리가 되는 구나, 어느 놈 마누라가 되는구나, 송강숙 축하한다 이년아, 축하한다, 이 드러운 년아" 라며 육두문자에 가까운 자축인사를 하는 장면에서는, 송강숙이라는 여자의 인생이 가여워서 짠했고, 너무 무식스럽게 솔직해서 웃었네요. 마누라가 죽자 화장실 가서 웃었다는 우스개 농담도 생각났고 말이에요. 송강숙이 남자를 사로잡는 비법은 '저는 바람만 불어도 쓰러지는 여자랍니다' 식의 남자의 보호본능을 유도하는 것도 아니고, 자신의 처지를 무식스럽게 솔직히 말해 버리는 점같아 보여요.   
그런 솔직함은 딸 은조에게서도 보였어요.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살다보니 학교공부를 띄엄띄엄했다는 은조는 이해가지 않는 수학조차 풀이과정까지 통째로 외워버릴 정도로 악바리 근성을 보여줍니다. 은조는 본인이 외우지 않은 문제는 풀지 못해요.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수학문제를 풀어보라고 했을 때, 싫다고 했던 이유도 아마 외우지 않은 문제였기 때문이었을 거예요.
장래 꿈을 위해서 어떤 일이든 도움이 필요하다면 도와주겠다는 새아버지 대성에게 수학과외를 시켜달라고 했지요. 은조의 수학과외 선생은 홍기훈이에요. 홍기훈은 명문대 휴학생이라는데, 까칠한 은조와 기훈이 수업을 기분좋게 시작할 리가 없지요. 무턱대고 반말하는 은조에게 경어를 쓰라고 하니, 어차피 시간도 없으니 그러겠다며 꼬리를 내리고 기훈에게 경어를 씁니다. 시간이 없다는 말이 무슨 말이냐고 기훈이 묻자 "이 집에서 오래 오래 학교 다닐 수 있을지 없을 지 모르니, 언제 쫓겨나거나 도망쳐야 될지 몰라서 기회있을 때 해둘려고 그런다" 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 버립니다.
술항아리 광에 숨은 은조를 찾은 기훈은 구대성 사장은 좋은 사람이라며 걱정하지 말라고 마음을 토닥여 주지요. 그리고 도망가려던 은조를 잡아온 것은 그냥 심부름 때문만은 아니었다고 말합니다. 자신의 모습과 같아 보였다고요. "나도 너 같았는데 여기서 지내다가 나 같아진 거야. 여기서 멋져진 거야. 넌 나보다 더 멋져질 거야" 라며 은조와 기훈은 서로에게 조금씩 상처를 내보이고, 또한 서로의 상처를 보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은조는 표현에 서툴러서 감정표현도 솔직하게 못하고, 둘러댈 줄도 모르는 아이같아 보여요. 그게 깊은 상처에서 나오는 경계심이고, 세상이 싫다는 반항의 한 표현방법이지만, 그런 은조의 속을 기훈이 들여다 보기 시작합니다. 강숙이 구대성에게 은조가 효선이와 성이 다른 것때문에 학교에서 놀림받고 속상해 한다는 말하는 거짓말을 엿듣고, 술 찌게미를 먹고 효선이가 학교친구들에게 술주정을 하는 것을 보고도 엄마가 거짓말을 한 거라고 차갑게 비웃어 줄 뿐이에요. 은조는 엄마 강숙이 왜 그런 거짓말을 했는지도 이미 알고 있었을 거에요. 
늘 도망다니며 살았기에 은조는 공격과 방어기제가 본능적으로 동시에 작동하는 아이에요. 언제 쫓겨나야 할 지 몰라서, 언제 도망치게 될 지 모르니 기회있을 때 해두려고 한다는 말은 은조같은 상처를 입은 아이에게 흔히 보여지는 방어기제에요.
털보장씨 집의 뚱보 정우에게도 은조와 같은 방어기제 모습이 보입니다. 뚱보 정우가 입이 미어 터지게 밥을 먹는 것도 언제 버려질 지 몰라서, 언제 또 밥을 먹게 될지 몰라서 먹을 수 있을 때 많이 먹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나오는 심리에요. 눈치밥 먹는 아이들이 먹을 것을 유독 밝히는 것도 이런 심리라고 하더군요.
은조가 기훈에게 할 수 있을 때 하겠다는 악다구니를 쓰는 모습은 은조의 마음에 내재된 불안심리가 반응한 거지요. 그럼에도 은조는 그런 불안심리를 숨기지 않습니다. 강숙이 영악한 듯 진솔한 듯 솔직하게 자신을 방어한다면, 은조는 공격적이고 반항적으로 자신을 방어합니다. 그런데도 묘한 것은 강숙이나 은조 두 사람 모두 자신들의 치부를 솔직하게 드러낸다는 점이에요.
강숙은 강숙대로 영악하게 솔직하고, 은조는 은조대로 까칠하게 솔직해요. 은조는 왜 기훈에게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 보이는지 은조 자신도 지금 모르고 있어요. 홍기훈이라는 남자에게 자신의 치부를, 상처를 왜 까보이고 있는지를요. 아마 기훈에게 붙들려 오며 "이 남자가 달이 네모라고 하면 네모일 것 같다. 귀신에 홀린 것 같다" 라고 방백했던 것이 답일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매회 웃음 한방씩 날려주는 이미숙이 연기하는 송강숙이라는 캐릭터는 정말 연구대상인 것 같아요. 황신혜보다는 정윤희를 닮았다고 하고, 절세미인이면 뭐하냐며 자화자찬도 서슴지 않고, 남편잡는 년 상이라며 자폭하지를 않나, 우는 효선을 안아 토닥여 줄 때는 정말 엄마의 모습을 보여 주기도 합니다. 구대성이 발을 내밀고 분위기가 물이 올랐는데(?), 무드 깨버린 효선을 보며 어린 애처럼 삐치기도 하고, 은조나 자기에게 이년 저년 험한 말도 쉽게 하지요. 게다가 70년대 영화에나 나올 법한 작업방식으로 구대성을 홀리는 것을 보면, 마치 4차원의 어우동을 보는 느낌이랄까요. 고상하고 다정하면서도, 무식하고 천박스럽고, 촌스러운데도 감칠맛나면서 매력적이에요. 속물적이고 계산적인 악역임에도, 자뻑자폭의 작업녀로서도 혼신을 다해 망가져 주는 이미숙의 열연도 신데렐라 언니의 또 다른 재미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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