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현'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2.01.25 '샐러리맨 초한지' 정겨운, 미워할 수없는 귀여운 항우장사 (7)
  2. 2011.07.30 '공주의 남자' 문채원-박시후, 비운을 넘는 사랑의 대서사시를 쓰다 (40)
2012.01.25 12:15




애정라인의 윤곽과 함께 유방과 항우의 본격적인 대결이 시작되었는데요, 미워할 수 없는 남녀주인공의 코믹한 매력, 죽기 아니면 까무라치기의 살벌한 전쟁터에서도 웃음은 끊이지 않고 터져나오는 드라마가 샐러리맨 초한지입니다. 정려원의 싸가지 재벌녀는 과한 힘을 빼고 나니, 백여치라는 캐릭터에 급속도로 몰입하게 만들었고, 빈틈없어 보이는 항우(정겨운)는 이가 듬성듬성 빠진 칼을 폼잡고 빼서 휘두르는 모습이라 귀엽기까지 하죠.
일이 묘하게 꼬이다 보니 항우팀인 여치는 유방에게, 유방을 돕고 있는 차우희는 항우에게 도움을 받는 형국이 돼버렸는데요, 이 드라마의 좋은 점은 사랑의 짝대기에 혼선이 없다는 점입니다.
유방이 신약 부작용때문에 성적충동을 억제하지 못하고, 차우희를 끈적거리는 눈빛으로 보는 상황들이 몇번 나오기는 했지만, 우희는 유방에게 남자라기 보다는 든든한 오빠같은 감정을 느끼는 듯합니다. 여치가 우희를 대놓고 질투를 하고 있지만, 무딘 유방이 눈치를 채지 못할 뿐이고요. 

공백인 부사장 자리를 놓고 유방과 항우의 본격적인 격돌이 시작되었는데요, 천하그룹의 부채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라는 진시황의 미션에, 전략사업본부는 홍해가 갈리듯 두 개의 팀으로 갈리게 되었죠. 항우측에 쏠림현상이라는 결과로 나오기는 했지만, 장량과 항우의 대결은 실질적으로는 유방과 항우의 전투입니다.
천하그룹에서는 계륵으로 치는 인천의 의료기기 전문공장을 두고 벌어지는 전투에서, 두 사람은 상반되는 전략으로 맞서게 되었지요. 유방은 살리자, 항우는 폐쇄시키고 물류창고를 세우자는 입장입니다. 자율적 선택으로 장량과 항우의 편가르기를 했는데, 의외의 결과에 희비가 엇갈렸지요. 오랜시간 천하그룹을 위해 몸바친 장량을 버리고, 신임본부장 항우 라인으로 우르르 몰려가 버린 웃지못할 상황이 벌어진 것이지요.
홀로 남겨진 장량, 김칫국 마시다 처량하게 홀로 술잔을 기울이는 폐인연기가 압권이였죠. 깨알같은 웃음으로 한 컷 한 컷 소중한 웃음을 날려주는 장량역의 김일우, 이번 편에서도 실망을 시키지 않는 고품격 깨알웃음을 주셨지요.
매화방에서 유방과 번쾌의 등장에 눈물 그렁그렁 감격해 하는 모습도 웃겼지만, 신임본부장 최항우의 견제에 허걱 놀라는 표정으로, 말없이 손을 치우는 모습 또한 기억남는 장면이었답니다. 다분히 의도적으로 천하그룹에서 없어져야 할 무능한 사람, 항명하는 사람으로 장량을 지목하는 최항우의 기습적인 칼(손)을 받아치는 모습, 재미있는 상황극이었죠.
사람 일 한치 앞을 모른다고 유방과 번쾌의 기막힌 학연때문에, 그동안 유방 위에 군림(?)했던 번쾌가 하루 아침에 모냥 빠진 졸개가 돼버릴 줄을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이름도 거시기한 동네 대갈리 대갈중학교 선후배로 밝혀져, 번쾌의 대갈(ㅎ머리)통이 남아나질 않는군요. 유방의 무릎팍에 멍꽤나 만들었던 번쾌, 눈두덩이 시퍼렇게 멍이 들도록 쥐어터지고, 인생역전이 따로 없습니다.
알고보니 유방 대갈리에서 유명했던(?) 불량서클 영 일레븐 원년멤버이자 창단자였고, 주먹으로도 날렸던 조폭 비스무리한 과거를 가졌더라고요. 그래서 유방의 아버지가 그리도 유방을 걱정하고 번듯한 직장생활을 하기를 바랐나 봅니다.
 
사촌형 항량의 자살로 복수심이 이글거리는 최항우가 호랑이 굴로 직접 들어왔는데요, 천하그룹 직원들의 두툼한 신망을 얻지요. 튼튼한 줄을 잡기 위한 라인업이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최항우의 목표는 오직 하나입니다. 천하그룹을 손에 넣는 것이죠.
내부 협력자 범증(이기영)의 보이지 않는 조력을 받아가며, 일사천리로 천하그룹에서의 입지를 굳혀갈 판에 미꾸라지 한마리가 들어왔으니, 개차반 백여치입니다. 난초방에 들어온 백여치를 보고 놀라 술까지 뿜어버리며 경악하는 항우,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백여치때문에 급기야 비밀유지를 위해 집으로 피신까지 가버리죠.
물러설 백여치 또한 아니었죠. 짐보따리를 싸서 항우의 집을 기습한 백여치, 침대에서 옷 홀라당 벗은채로 쫓겨나는 수모까지 당하는 항우였죠. 백여치의 상상불가한 행동은 종잡을 수 없는 골치거리입니다. 한 집에서도 여치의 눈치를 보느라, 항우와 범증은 몰래 문자로 대화를 나누며, 철저히 백여치를 프로젝트에서 왕따를 시키려 합니다. 항우와 범증의 문자 뒷담화, 정말 빵빵 터집니다.
"백여치가 이 정도까지 진상일 줄은 몰랐어요"
"이건 약과야. 철면피에다가 걸레를 물어도 시원찮을 만큼 입이 걸어"
"이렇게 재수없고 밥맛 떨어지는 여자는 첨..."
남자들 문자메시지가 입에 담기 민망스럽게 거시기한데, 이를 몰래 보고 있던 백여치, "너는 뭐 입맛 돌게 생겼는 줄 알아!!!" 항우와 여치, 앙숙관계인데도 주고받는 설전은 직설적인 욕으로 범벅인데도, 귀엽죠, 잉!

하긴 더 귀여운 것은 가는 발길 오는 주먹에 코피 터져가며, 티격태격 사랑모드 발동걸리고 있는 항우와 우희 커플이지요. 체육관에서 은근히 신경쓰면서도 아닌척 하는 두 사람, 주거니 받거니 밀당에 코피까지 콸콸 쏟아지면서, 그 관계가 급진전되고 있는 커플입니다. 샌드백대신 항우의 코에 강펀치를 날린 우희, 정겨운과 홍수현의 밀당도 진도가 진척될 만한 사건이 벌어졌지요.
항우와 우희의 관계가 빛의 속도로 진척될 불미스런 사건이 발생되었는데, 연구소 팀장이 우희에게 찝적거리는 것을 항우가 목격하게 된 것이죠. 성추행을 하려는 팀장을 항우가 가만 놔둘리는 없을테고, 아마도 다음 주는 묵사발이 된 모습을 보게 될 듯합니다. 항우장사 힘을 보여줘, 저런 놈은 아주 반쯤 죽여놔야 돼!

모든 캐릭터들이 특징적 웃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샐러리맨 초한지의 큰 매력중의 하나인데요. 이범수의 능청스러운 맛깔연기, 정려원의 개념을 물말아 잡수시는 싸가지 연기는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한층 재미있고 찰지게 익어가는 중입니다. 정려원, 처음에는 어색하더니 지금은 완전 물만난 몰고기처럼 백여치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모습입니다. 백여치의 삐~~처리되는 욕이 가끔식 궁금하다는...무슨 욕설이길래 음성소거 처리를 당하는 걸까요?ㅎ
그리고 귀엽기까지 한 항우역의 정겨운은 편의상 악역(?)임에도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네요. 항우의 과거 악연과 원한으로 캐릭터들중 감정연기가 가장 많을 수 밖에 없는데도, 과하지 않게 개그끼 발산연기까지 다방면으로 보여주고 있죠. 유방과 항우의 공통점은 상대가 누구냐를 가리지 않고, 곤경에 처하면 외면하지 않고 돕는, '알고 보면 따뜻한 남자에요', 성품의 소유자들이라는 점입니다.
마지막에 웃게 될 사람이 누구라는 것을 알면서도 최항우 요녀석이 밉지않은 것은, 아마도 온갖 폼 다잡고 칼을 빼다가 칼집에 걸려 넘어지는 듯한, 인간적인 빈틈의 매력때문이 아닌가 싶네요. 백여치에게 알몸으로 쫓겨나고, 차우희의 펀치에 코피까지 터진 항우장사, '자존심 비틀'이었던 샐러리맨 초한지 8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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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30 08:33




공주의 남자는 흥미로운 접근방식의 퓨전사극입니다. 역사라는 시선에서 보자면, 속된 말로 까일 것이 너무나 많은 드라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꿀을 발라 놓은 듯 달달하고 애절한 러브스토리와 빼어난 영상미만으로도 시청자의 혼을 쏙 빼놓을 만큼 매력적입니다. 한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다운 색감을 자랑하는 형형색색 깨끼한복이 눈길을 사로잡고, 연기력을 떠나 한복이 어울리는 문채원의 고운 자태와 건들거리는 자유분방한 박시후의 조선한량같은 모습이 샤방샤방 빛이 납니다. 경혜공주역 홍수현의 까칠한듯 도도하고 외강내유형의 캐릭터는, 그녀의 비운의 삶이 투영되어 애잔하지요.
선남선녀의 핏빛로맨스, 조선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설정만으로도 점수를 따고 들어갈 수 밖에 없는 소재의 드라마입니다. 여기에 수양대군과 단종의 피로 물들인 역사는, 어떤 시각으로 접근해 재구성해도 극적일 수밖에 없는 드라마 소재지요. 공주의 시선으로 옮겨간 피의 역사는, 저잣거리로 시선을 돌려가는 사극트랜드에 비춰 늦은 감이 있을 정도로 기대를 가지게 합니다.
그간 궁중사극의 대개가 왕가의 암투나 권력장악 싸움에 관한 소재가 대부분이었기에,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역사는 늘 그들의 시선에서 권력을 선과 악의 축으로 양분해서 보고는 했지요. 공주의 남자는 핏빛로맨스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역사와 권력싸움은 군더더기로 딸려오는 고명같은 역할이라고 분명한 선을 긋습니다. 철저하게 정통 역사사극이라는 시선에서 한발 비켜서서 드라마를 만들겠다는 점을 명시한 것이지요.
그럼에도 묵직한 중견배우 이순재, 김영철, 정동환의 출연만으로도 드라마는 사극의 무게감과 궁중사극으로서의 위엄을 잡아줍니다. 특히 수양대군역의 김영철은 역사적으로도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었던 파란만장한 세조의 캐릭터를 보여주기에 부족함없는 캐스팅입니다. 강한 카리스마와 명철한 두뇌, 리더십을 겸비한 수양대군(세조)이었지만, 조카 단종을 죽인 비정한 숙부라는 꼬리표를 영원히 달게 된 인물이죠. 역사는 왕좌를 찬탈한 수양의 야심과 강력한 왕권을 위한 선택이었다는 평가로 세조를 보는 시각 또한 다양하지만, 특히 드라마에서는 누구의 시선에서 수양대군을 보느냐에 따라, 인간적인 평가와 야심이 극명하게 갈리기도 합니다.
공주의 남자는 김종서를 견제하기 위해, 그의 아들 김승유를 죽이려는 수양의 왕위에 대한 야심을 드러내놓고 그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굳이 구분하자면 단종의 편에서 보는 악의 축인 셈이지요. 저는 감정적으로 수양대군(세조)을 보는 것과 조선왕조라는 정치체제에서의 수양대군을 보는 것을 개인적으로 구분해서 봅니다. 단종을 몰아내고 왕위찬탈을 한 것은 정치사적 사건으로는 쿠테타였지만, 옳고 그름을 떠나 강한 왕조를 위한 상황적 선택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수양대군의 권력욕과 정치적 야심이 우선이었지만 말입니다.

조선왕조의 역사는 왕권과 신권의 헤게모니 싸움의 공방전이었습니다. 강한 군주가 등장하면 상대적으로 신권이 약화되었고, 신권이 강하면 무능한 군주로 비춰지기 십상인 허수아비 왕이 등장하기를 반복해 왔지요.
병약한 문종의 짧은 재위는 어린 단종의 수명을 재촉하는 불운이었습니다. 문종이 의지했던 인물은 당시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우상 김종서였고, 강한 왕권과 권력을 잡기 위해 수양대군이 넘어야 할 산이었습니다. 김종서를 견제하지 않고서는 왕권을 잡기는 힘든 상황이었죠. 그만큼 김종서가 조정에서 차지하는 입지는 왕을 능가하는 권력중심부였다는 의미입니다. 김종서는 수양의 야심을 간파하고 있었기에 종친의 정치참여를 강하게 금지했고, 왕좌에 야심을 가진 수양에게는 자기 사람으로 취하느냐 버리느냐만이 있었습니다. 유약한 왕은 수양대군에게 강한 왕실이 필요하다는 대외적인 명분을 주었고, 한명회, 신숙주 등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어 기반을 다져가기 시작합니다. 병약한 문종과 어린 세자는 수양의 야심을 돕는 천우신조였습니다. 수양의 왕좌에 대한 야심은 김종서에게는 불사이군 신조를 모래 한알만큼도 덜어내지 못할 불충이었기에, 김종서와 수양대군은 물과 기름일 수 밖에 없었지요.
드라마는 김종서를 견제하기 위한 1단계로 양가집안의 정략결혼 계획으로, 그 의기투합할 수 없는 비극의 서막을 열었습니다. 김종서의 셋째아들(실제 김승유는 김종서의 아들이 아니라 손자였지만, 드라마에서는 극적인 설정을 위해 아들로 만든 듯 보입니다만)과 수양대군의 딸 이세령의 혼사를 추진하죠. 수양대군의 흑심을 간파한 문종은 경혜공주의 부마로 김승유를 낙점하고, 김종서에게 공주와 세자의 안위를 부탁합니다. 문종의 청을 수락하는 김종서로 인해 수양대군과는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먼 당신, 아니 위험한 적이 돼버립니다. 비극의 시작은 자녀들의 틀어진 혼사때문이 아니었지만, 어쨌든 드라마는 무게중심추를 엇갈린 인연에서 피로 물든 비운의 역사로 시선을 확대해 갑니다. 
이 리뷰는 차떼고 포떼고, 역사떼고, 역사적 인물이나 사건에 대한 고증떼고, 드라마로만 보는 입장을 견지할 예정입니다. 간간히 심하다 싶은 것은 태클을 걸기도 하겠지만요. 역사를 전공해서 특히 사극을 볼 때는 제 개인적인 오지랖의 쓴소리가 들어가기도 한답니다^^;;
공주의 남자가 4회까지 진행되었는데요, 우선 의문점이 들었던 것은 드라마 제목의 공주가 누구를 지칭하느냐?였습니다. 보기에 따라 공주는 경혜공주이기도 하고, 훗날 공주가 될 세령이 되기도 해서 말이지요. 첫회 계유정난(1453년)으로 피의 서막을 열었는데, 이 계유정난의 시기가 드라마 어느 부분인지에 따라, 드라마 제목에서 말하는 공주가 달라질 것같은 생각이 들더군요. 드라마의 말미라면, 그리고 앞으로 전개될 스토리가 계유정난 1년 전의 김승유와 세령의 로맨스라면, 공주는 세령이 아니라 경혜공주지요. 그러므로 세령은 경혜공주의 남자를 마음에 품은 비운의 여주인공이 되는 것이고요. 아시다시피 계유정난 이후 단종이 폐위되고, 세조가 즉위한 이후에랴야 세령이 공주가 되는 것이기에 말이지요.
가파르게 시간이 흘러 계유정난 이후, 세조가 왕권을 찬탈하고, 단종이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 일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수양대군에 의해 일가가 몰살된 것을 알게 된 김승유가 복수의 칼을 품는 것으로 전개된다면, 공주는 세령을 지칭하겠지요. 문제는 계유정난 이후라면 김승유가 역모의 집안으로 몰려, 드러내놓고 활보하고 다니지는 못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공주가 된 세령을 만나기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운 일일테고 말이지요. 엎어치나 매치나 경혜공주나 세령 모두 김승유를 마음에 품는다는 것만으로도 공주의 남자라는 구색에는 맞지만 말입니다.
공주와 황음을 했다는 이유로 간택청이 아닌 사헌부로 끌려간 김승유, 모든 것은 수양대군의 계략에 의해서 였지요. 관상감을 협박해 경혜공주와 김승유의 궁합수를 최악수로 조작한 수양대군, 공주의 궁합수는 공주뿐만이 아니라, 세자(단종)의 안위마저 위협하는 것이었기에, 문종을 위시한 김종서측은 경악을 금치못하지요. 여기에 세령에게 정표로 옥쌍가락지와 함께 보낸 편지가 나와, 김승유는 빠져나오기 힘든 곤경에 처합니다.
공주인줄 알았으나 궁녀였었다는 묘령의 여인에게 이미 마음을 빼앗긴 김승유는, 세령을 지키기 위해 끝내 자신이 만난 여인을 밝히지 않지요. 김승유를 참하라는 종친과 수양대군측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대쪽같은 강직한 성품으로 믿었던 신숙주마저 궁합수가 사실이라고, 수양의 편으로 변절을 하는 것을 본 문종과 김종서는 참담할 뿐입니다.
김승유를 죽음에서 구한 이는 경혜공주였지요. 숙부 수양의 야심을 알게 된 경혜공주, 더구나 문종의 악화된 병세를 알자 경혜공주는, 자신과 세자의 목숨을 김종서에게 의지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김종서의 아들 김승유와 혼사를 치르는 것이 세자의 안위와 자신의 목숨을 구할 유일한 길이었지요. 공주를 사칭한 여인이 세령이었다고 밝히지 않은 것은, 세령이 걱정된 경혜공주의 인간적인 정때문이었다고 생각되더군요. 수양숙부에게 한방 먹일 절호의 찬스였음에도 덮어버리는 것을 보면 말이지요. 아직은 정에 약한 경혜공주의 실수이기도 했습니다.
세령의 마음을 사로잡은 직간 김승유는 경혜공주가 보기에도 탐나는 인물이었습니다. 동시에 한남자를 마음에 품게 된 것은 또 다른 비극을 낳게 되지요. 왕실가에서는 마음을 터놓는 사촌간이었던 세령과 경혜공주가 아버지 수양대군과 김승유로 인해 틀어지게 된 것이지요. 
김종서와 수양대군이 대립할 수 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를 자식들의 사랑으로 보는 색다른 드라마적 설정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기에 더욱 가슴아리고, 간절하고, 아름답게 채색되어 갑니다. 핏빛이라는 잔인한 아름다움이지만 말입니다. 마음으로 품은 사내 대신 정종(이민우)과 사랑없는 혼인을 해야 하는 경혜공주의 비극적 사랑마저 가슴저리게 하지요. 여기에 조선에서는 보기 드물었던 당차고 천진난만한 세령에게 첫눈에 반한 신숙주의 아들 신면(송종호)의 짝사랑은, 야망보다는 사랑과 질투로 친구를 배신하는 것에 무게를 두어, 정치사극이라기 보다는 로맨스 사극으로 절충선을 잡을 것으로 보입니다.

짧은 만남 긴 여운, 세령과 김승유의 사랑은 조선이라는 시대적 역사적 배경과 함께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됩니다. 누구 말대로 서로 그렇고 그런 집안끼리의 정략결혼, 호사가들이 다 부러워할 좋은 조건임에도 정치적 숙적이기에, 그들의 사랑은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사랑이 돼버리고 말지요. 하지말라면 더 하고 싶고, 보지 말라면 더 보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인지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더욱 서로를 애타게 그리워하고 사랑은 깊어갈 뿐입니다. 
공주를 사칭했다는 것이 들통나면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말에 목숨을 걸고 세령을 지키려는 김승유, 자신의 목숨을 내놓고라도 스승님(김승유)를 구하겠다며 옥사를 찾은 세령은, 서로 사랑의 감정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지요. 만난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목숨을 내놓을 정도로 사랑이 깊어졌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을 설정으로 비춰지기도 하겠지만, 그렇게 마약같이 강렬하게 다가오는 것이 운명적 사랑이 아닐까 싶습니다.
처음으로 세상을 안은 것처럼, 가슴속이 뻥 뚫리는 것을 느끼게 해 준 남자, 이 남자라면 평생을 함께 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세령입니다. 세령이 남자로 태어났더라면, 한시대를 풍미할 호탕한 사내로 세상을 누볐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규중반가, 왕실가문 여식이라는 제약은 세령에게는 족쇄였지요. 여인이기에 안되는 것이 많았고, 여인이기에 목소리를 높여서도, 학식들 드러내서도 안되는 사회였습니다. 그런 세령에게 미래의 지아비가 될 김승유의 호탕하고 넓은 가슴은, 세령의 답답함을 처음으로 풀어 준 돌파구였습니다.
지아비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더 믿고 의지하고 싶었던 낭군님, 그러나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공주님의 부마로 간택되었다는 말을 듣게 되지요. 더구나 아버지가 왕좌를 넘보고 있다는 경혜공주의 말은 세령에게 청천벽력같은 소리였습니다. 누구보다 자상하고, 올곧고, 어진 분이라고 생각했던 아버지가 반역을 꿈꾸고 있다는 말은, 세령을 아득한 절벽으로 몰아부칩니다.
정치나 세상사에는 관심도 없었고, 그저 가끔 문밖출입으로 답답함을 달랬던 호기심많은 세령은 처음으로 정치라는 무서운 세상에 귀를 엽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두 얼굴을 보게 되겠지요. 야심을 위해서, 왕좌를 찬탈하기 위해 무서운 칼을 휘두르는 아버지의 두얼굴을 말이지요. 그리고 이제는 끊어낼 수 없이 마음 깊숙이 들어와 버린 사내 김승유는, 아버지의 야심에 가장 큰 걸림돌인 김종서의 자식이라는 이유로 용인되지 않을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겠지요.
아버지 수양대군에게 무릎을 꿇고 김승유의 목숨을 구명해 달라고 청하는 세령, 딸아이의 간청에 김승유를 살려주게 될(그럴 것같다고요) 수양대군은, 조카 단종을 죽인 비정한 숙부 이전에 비정한 아버지가 될 듯합니다. 야망을 위해 딸아이의 사랑마저 짓밟아야 하는 비정한 아버지, 이 또한 수양대군이 짊어질 수 밖에 없는 숙명인가 봅니다.
상대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 비정한 정치의 소용돌이 속에 김승유와 세령의 사랑은 무엇을 남기게 될까요? 저는 핏빛 로맨스를 비극이라고 단정짓고 보지는 않게 되네요. 사랑을 위해 왕위를 버렸던 세기의 로맨스 영국의 애드워드 8세와 심슨부인의 사랑처럼, 공주를 버리고 사랑을 택하는 세령의 모습이 먼저 다가오니 말입니다.
첫회 김승유와 세령의 첫만남에서 나왔던 효경 강론은, 그런 의미에서 이 드라마의 결말복선이 아닐까 싶은 섣부른 추측도 해봅니다. 김승유가 세령에게 첫날 강론을 했던 부분은, 의미심장하게도 삼종지도(어려서는 부모를 따르고, 결혼을 해서는 지아비를 따르고, 늙어서는 자식의 뜻을 따른다)였지요. 가슴 속에 이미 지아비로 삼고 싶었던 님을 품어버린 세령, 세령이 삼종지도의 길을 그녀 방식으로 따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왕좌를 꿈꾸기에, 피도 눈물도 없어야 하는 수양대군에게는 도려낼 수 없는 아픈 손가락, 눈물이 되겠지만요.
왕권을 향해 치밀하게 준비해 가는 수양대군,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 세령의 사랑이 김승유와 세령의 운명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정녕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었는지, 피의 정치마저도 이들의 사랑에 손을 들고 눈을 감아줘 버렸는지, 숨가쁘게 돌아가는 정국 속에 피어나는 운명적 사랑을 끝까지 가슴졸여 가며 지켜보고 싶습니다. 올여름 최고로 감동적인 로맨스로 피어나기를 바라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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