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숙'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2.04.03 '사랑비' 비극적 사랑 암시한 윤아의 병, 헤어지는 이유인가? (7)
  2. 2012.03.28 '사랑비' 서인국의 재발견, 주인공 못지않은 존재감 (6)
2012.04.03 09:20




인하가 도망가면 윤희가 다가오고, 그녀가 도망가면 인하가 다가갔습니다. 인하와 윤희의 사랑은 질긴 운명처럼, 그렇게 서로를 놓치 못하고 멀어지고 다가가기를 반복하며, 힘겨워 합니다. 완성하지 못한 사랑비를 들려주고 인하는 모두에게 충격선언을 했지요. "군대가게 될 것 같다".
휴학하고 군대에 자원했다는 말에 동욱과 윤희의 놀람 다른 이유로 화나게 합니다. 사전에 한마디없이 군입대를 자원한 친구의 독단적인 결정에 화나는 동욱이고, 자기때문에 힘겨워 도망가려 하는 인하에게 화가 나는 윤희였습니다.
자기때문에 그러는 거냐고 묻는 윤희에게, 인하는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전하지 못할 것같기에 그의 진심을 고백하고야 말았지요. "다 거짓말이었어요. 내 그림, 윤희씨가 우연히 내 풍격에 들어온 게 아니라, 그날 윤희씨가 내 풍경이었어요. 처음 만난 날부터 내 풍경은 쭉 당신이었어요. 그 풍경은 너무나 아름다웠고, 그것(당신)때문에 항상 설레었어요. 미안해요, 비겁했던 거...". 너무 늦어서 미안하다는 인하, 뒤늦은 고백에 눈물이 밎히는 윤희, 두 사람 사이에 말보다 더 많은 감정들이 교차하고 있었지요. 다리 위에 서있는 두 사람을 감싸고 있었던 황혼의 노을처럼, 인하의 나래이션이 흐릅니다. "좋아한다는 말도, 많이 아프다는 말도 제대로 전해보지 못하고, 하늘 가득 펼쳐진 수채화같은 황혼이 끝나가고 있었다".
그것이 모두를 힘들지 않게 하는 것이라 생각했던 인하, 사랑은 행복과 슬픔의 두가지 얼굴을 하고 있다는 말이 인하의 이야기라는 것을, 행복은 그녀의 몫으로 슬픔은 인하의 몫으로 감당하고 싶었던 인하였습니다. "어디서든 나는 매일매일 당신의 행복을 바랄겁니다", 윤희에게 태엽시계를 남기고 춘천으로 스케치 여행을 떠난 인하, 인하의 눈에 러브스토리 상영간판이 눈에 띄지요. 그녀가 좋아하는 모든 것들이 인하를 아프게 합니다. 함께 할 수 없기에 말이지요.
인하가 남기고 간 시계를 본 윤희는 인하를 향해 달려가고 말았지요. 그를 향해 달려가버리는 설레임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스케치를 한다는 청평사 어느 곳에도 인하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가 떠나버렸다는 것을 알게 된 윤희였지요. 윤희의 눈에 들어온 러브스토리 상영간판, 비가 내리는 춘천역 극장앞에서 운명처럼 다시 만난 두 사람입니다. "보고 싶어서요. 오늘 아니면 못볼까봐...", 인하와 영화 러브스토리 둘 다 함축시키는 대사는 드라마의 서정성을 더해주더군요. 

러브스토리를 보면서 윤희의 손을 잡을까 말까 망설이는 인하의 설레임, 상투적인 설레임의 표현기교지만 그 설레임이 시청자의 것으로 전가되는 것은, 장근석의 촌티나는 순수함때문이었을 겁니다. 기교부리지 않은 23살의 청춘, 장근석이 그 시절의 풋풋한 감정전달을 참 잘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영화가 끝나고 춘천역으로 온 인하와 윤희, 어김없이 등장하는 막차는 떠나고 였습니다. 숨이 찬 윤희의 손을 잡고 대합실로 들어갔던 인하가, 윤희가 손을 빼려하자 꽉 잡는 모습에, 가슴이 콩콩하기도 했답니다. 호객행위를 하는 스카프 아줌마의 유혹(?)도 거절하고 밤기차를 타고 동해바다를 향한 인하와 윤희, 그렇게 그들의 사랑은 시작되었습니다. 모두에게 상처를 입힐 것을 알면서도, 멈출 수 없었던 사랑, 그 미완의 설레임이 말이지요.
기차 유리창에 글씨로 쥬고 받는 대화는 고전적인 영상을 한층 세련시켰더군요. 글씨를 쓰고 입김을 불어 나타나게 하는 것은 그래서 더욱 아름다운 순수의 빛깔이었습니다. "행복해요?", "!" 짧은 영상이 주는 수많은 대화이기도 했지요. 

동해의 바닷가에 앉아 미완의 사랑비를 완성하는 인하와 윤희, 슬프게 끝날 것 같아 완성을 못했다는 인하에게 윤희가 그녀의 마음을 전하지요. "이젠 아니죠? 우리 같이 만들어 볼래요?", 사랑이 슬프게 끝나지 않을 거라는, 윤희도 인하를 좋아한다는 고백이었으니 말이죠. 윤희의 볼에 키스를 하는 인하, 한 발자욱 한 발자욱 그녀에게 다가서는 것이 행복한 인하입니다. 윤희의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은 인하입니다. 매일매일을 그녀와 함께 하고 싶은 인하입니다. "사랑합니다".
서울로 돌아온 인하와 윤희, 물론 두 사람의 증발로 쎄라비 친구들은 발칵 뒤집혔지요. 인하의 캐비넷에서 윤희의 그림과 일기장을 보게 된 혜정, 윤희가 인하를 만나러 춘천에 갔다는 것을 알게 된 동욱, 인하의 비밀을 알고 있었던 창모(서인국)가 어떻게든 수습을 해보려하지만, 결국 일이 터지고 말았지요.
동욱에게 윤희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인하, "내가 말했던 3초, 윤희씨였어. 미안하다, 하지만 이제 너한테 양보하지 않을거야". 친구에 대한 배신감에 충격받은 동욱과 인하를 짝사랑하고 있는 혜정의 눈물이 두 사람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암시를 했지요. 친구들에게 좋아한다고 밝히고, 이제는 마음껏 그리워 해도 된다는 행복감에 겨워, 보고 싶은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서로의 집을 향한 두 사람, 그렇게 두 사람에게 사랑은 행복한 것이었습니다. 영원히 계속될 것같은 행복...
그러나 사랑의 또 다른 얼굴 슬픔이 그들을 향해 시작된 사랑보다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고야 말지요. 혜정(손은서)이 인하의 캐비넷에서 본 윤희의 일기장이 두 사람의 비극을 예고했지만, 일기장보다는 윤희의 병이 두 사람을 이별하게 하는 이유가 될 듯하더군요.
"일기장을 보고 말하는 것을 보고 그게 사랑이었다고 착각했었어요"라며, 차갑게 돌아서는 윤희의 모습이 나오기도 했지만, 윤희도 인항의 사랑이 진심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사랑은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 그것은 진심이기 때문이라는 의미를 윤희도 알고 있었지요. 
일기장보다는 윤희의 병이 두 사람에게 비극적인 이별을 하게 할 듯하더군요. 동해바다에서 돌아온 윤희가 어지러워하더니 길에 쓰러져 버렸고, 행인이 윤희를 병원에 옮겨 응급처치는 받았지만, 간호사가 의사선생님이 말해 줄 것이라는 말로, 윤희에게 안좋은 일이 있을 것임을 암시했지요. 아마도 정밀검사를 하고 윤희에게 결과를 보러 병원에 다시 오라고 했을 듯하더군요. 얼굴이 창백하고 잔기침을 하기도 했던 윤희의 상태를 보니, 폐결핵이 의심되더군요. 70년대에 결핵이나 폐결핵이 젊은 이들에게도 영양부족과 열악한 환경에서 발생빈도수가 높았던 것을 보면 말이죠. 
알려진대로 윤희는 미국으로 건너가, 후에 중년이 된 윤희를 이미숙이 연기하는 것으로 되어있으니, 병치료를 위해 미국으로 가야하기에 윤희가 인하를 떠날 결심을 하지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병이 있다는 말을 하지는 못하겠지요. 폐결핵이나 결핵이 전염질환임을 알면서도 인하가 윤희를 멀리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윤희가 더 잘알 것이기에 말이죠. 격리가 필요할 수도 있는데, 인하는 윤희를 떠나지 않으려 하고, 그래서 일기장을 핑계로 모진말을 하고 인하와 이별을 하는게 아닌가 싶네요. 인하를 멀리 하는 것은 미국으로 가버리는 것만이 최선이라고 생각했을 윤희같아서 말이죠. 지켜주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는 것이 사랑이기도 한, 사랑해서 헤어진다는 말이 윤희가 미완성으로 남겨야 했던 인하와의 사랑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윤희가 떠나고 인하는 군입대를 하면서 그렇게 그들의 행복하기도 하고, 아프기도 했던 사랑은 그들의 기억에 청춘의 한페이지로 남습니다. 못다한 이야기들을 써내려가지 못하고 접혀진 채로 말이지요.
사랑비는 쌍팔년도에나 있었을 법한 드라마적인 기교를 통해, 지독할 정도로 진부한 고전에 충실하고 있습니다. '그런 사랑도 있었노라'며, 덧칠하기를 거부하고 투명한 수채화를 고집하는 윤석호 감독과 오수연작가의 뚝심이 공해에 찌든 마음을 정화시켜 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많은 색깔의 사랑드라마에 익숙해져 있는 시청자를 깊숙이 적셔줄 지, 우려도 됩니다.
 
설마 이렇게 시청자도 쉽게 알 수 있을 설정들을 넣나 의아할 정도로, 드라마는 낡음과 느림, 익숙함을 고집합니다. 그리고 말하죠. "처음 사랑을 시작하는데는 3초가 안걸렸다, 그러나 사랑을 보낼 때 3초로는 불가능했다". 인하의 회상을 느리게, 아주 느리게 그리고 있는 이유는, 30여년 후 인하와 윤희에게 여전히 접혀진 상태로 유효한 첫사랑, 그 설레임이 잊혀지지 않게 하기 위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 낡음과 느림이 2012년 2세들의 사랑과 어떤 차이와 공통점이 있을지를 대비하기 위해서 말이죠.
슬슬 속도를 내줬으면 싶었는데, 다행스럽게 전혀 다른 모습으로 등장한 2012년의 장근석과 윤아의 변화된 모습이 예고편에 등장해서 반갑더군요. 낡은 사진첩에서 툭 튀어나온 듯한 장근석과 윤아의 답답하고 서툰 사랑과, 2012년 세련된 모습으로 파격등장한 장근석과 윤아가 보여줄 사랑은 어떻게 다를지, 캐릭터의 변화만큼이나 기대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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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2 Comment 7
  1. 초록누리 2012.04.03 09:29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뭘 잘못 건드렸는지 글씨체가 작아져 버렸네요.
    딸아이에게 sos를 보냈는데 대답이 없습니다ㅜㅜ.
    문제파악하는 대로 글씨크기를 원래대로 돌려놓을게요.
    훅 아시는 분은 해결방법 댓글에 남겨주시면 감사^^

  2. 여왕의걸작 2012.04.03 09:36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글씨체가 작다고요? 그렇지 않은데요..ㅋ
    초록누리님의 감성과 문장력이 사랑비라는 드라마와 너무 잘 어우러지네요.
    시청률이 또 내렸습니다.
    한회에 뭘 담아냈나 싶을 만큼 너무 느리고 조용한 드라마라 막장에 찌들린
    우리에게 너무 지루한 드라마일지도 모르겠어요.

    • 초록누리 2012.04.03 10:20 신고 address edit & del

      제가 화면 비율을 잘못 건드렸나 봐요.
      그래서 제 컴 자체가 다 글씨체가 작게 나오네요.
      근데 어디서 고치는 지를 몰라서 지금 돋보기를 쓰고 이웃님들 글을 읽고 있답니다.ㅎ;;
      이웃들 글씨체도 다 작게 나와서..ㅠㅠ

  3. 여왕의걸작 2012.04.03 10:29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지금 초록누리님께 가장 쉽게 가르쳐 드릴 수 있는 방법은
    ctrl 컨트롤 키를 누른 상태에서 마우스 구슬을 굴리면
    크기를 늘렸다 줄였다 가능합니다.

    • 초록누리 2012.04.03 11:46 신고 address edit & del

      아하~~~~~~~!!!!!
      쌩유~~~~ 원래 크기로 왔어요.ㅎ
      제가 컨트롤 누르고 마우스를 움직여서 그렇게 된 거였군요.
      밑에 표시줄에 크기 표시도 안되고 해서, 완전 당황했었답니다,
      예전에도 글쓰는 중간이 이런 일이 있었는데 그때는 100% 70% 이런 숫자가 나왔었거든요. 근데 안나오더라고요.
      그것때문에 이리저리 고민하고 난리를 치다가 글도 일찍 쓰고도, 못올리다가 올렸답니다.ㅎㅎ
      고마워요, 줄리아님!!

  4. 2012.04.03 10:42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초록누리 2012.04.03 10:46 신고 address edit & del

      장근석과 윤아가 현대인물(?)로 나오면 분위기도 업되지 않을까 저도 기대하고 있어요.

2012.03.28 09:38




닿을 듯 닿지 못하는 인하와 윤희의 가슴앓이가 안타까웠던 사랑비 2회였습니다. 예고편에 인하가 윤희에 대한 마음을 고백하는 것을 보니, 불편한 3각관계는 끝날 듯한데 인하를 좋아하는 백혜정이 더 큰 갈등축으로 등장할 듯하더군요. 세라비 3인방과 가정과 미녀 3인방이 날리는 화살이 어째 이리 엇갈리기만 하는지, 그렇게 엇갈리고 아파하면서 성장해 가는 것이 청춘이겠죠. 
서로에게 끌리는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허공에서 부딪치다 마는 인하와 윤희의 눈빛, 서로에게 향하는 눈빛은 감정을 숨기지 못했습니다. 인하도, 윤희도 그 눈빛이 무엇을 말하는 지를 알지만, 확인하기를 두려워 할 뿐입니다. 한 사람이라도 용기를 내어 다가갔면 좋으련만, 너무나 닮아있는 두사람이지요.

'그 순간 어떻게 해도 난 멈출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동욱이 축제날 윤희에게 고백을 하겠다는 말을 들은 인하는 불안하고 초조합니다. 이 밤이 지나가면 그녀를 정말 보내야 한다는, 다시는 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말이지요. '사과를 맞추면 윤희씨를 포기하지 않겠다, 그게 동욱이라고 해도...', 자신의 감정이 사랑인지를 확인했던 인하였습니다. 3초만에 느낀 설레임이 사랑일까? 차라리 안되는 인연이라고 빗나가 주지, 사과를 뚫어버린 화살이 야속한 인하였습니다. 아니 용기없는 자신이 답답할 뿐입니다.
용기를 내어 그녀의 손을 잡았습니다. 그 순간 그녀가 손을 빼지 않았다면 고백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처음 본 순간부터 가슴이 뛰었다고 말이지요. 내 그림속 인물은 평생 윤희씨만을 그리고 싶다고 말이지요. 축제의 간판이 쓰러지는 것을 보고 반사적으로 윤희를 안고 넘어진 인하, 다행입니다. 그녀가 다치지 않아서, 그리고 잠깐의 순간이었지만, 그녀를 안아서 행복했습니다. 팔이 부러진 아픔도 느끼지 못했을만큼 말이지요.
김밥을 싸온 윤희, 인하는 윤희를 데리고 악기상가를 가지요. 주문해 둔 기타에 그녀의 체취를 담아두고 싶습니다. 인하의 노래는 윤희 그녀에게 전하는 노래가 될 것이고, 그림의 주인공은 김윤희 그녀만이 될 것입니다.

화실로 돌아온 인하와 윤희, 함께 김밥을 먹자고 인하가 물을 뜨러 간 사이 윤희는 인하가 뒤집어 버린 스케치북 속의 여자가 , 백혜정이 아니라 자신이라는 것을 알지요. 인하의 캐비넷을 열어 본 윤희, 자신을 그린 그림들이 쌓여있음에 인하의 마음을 확인합니다. 기분이 좋은 윤희였습니다. 혼자만의 설레임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으니까요.

복고와 진부함의 차이, 머피와 샐리의 법칙에서 벗어나라

윤희를 그린 그림을 들키고 만 인하, 윤희를 뒤쫓아가 고백을 하려합니다. 그러나 이럴 때마다 단골로 나오는 머피의 법칙이 인하와 윤희에게 어김없이 등장하고 말지요. 창모(서인국)의 목소리에 동욱을 떠올리고 거짓말을 해버리는 인하였습니다. "그림들 별 뜻 없어요. 나한텐 그냥 풍경이에요. 그날 그리려던 풍경 속에 윤희씨가 있었던 것 뿐이에요". 손도 괜찮아졌으니 도시락도 싸오지 말고, 무엇보다 동욱이 한테 오해받고 싶지 않다고, 동욱이는 누구보다 소중한 친구라고 말하는 인하였지요. 친구를 택하겠다는 의미로 알아들은 윤희, 그 말은 윤희의 마음에 대한 분명한 거절이었지요.
인하에게 거절당한 윤희, 졸졸 따라오는 동욱에게 냉랭하기만 합니다. 그러나 동욱이 왜 자신을 좋아하는지를 말하자, 마음이 살짝 움직이는 듯한 윤희더군요. 개인적으로는 인하나 윤희처럼 뜨뜨미지근하게 굴다가 여러 사람 상처를 주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윤희와 인하라는 캐릭터에 큰 매력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저 그런 성격의 사람이 있었다는 것에, 7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으로 많은 부분 이해를 하고 보고 있지만 말이죠.
"누굴 닮았어. 좋아하는 이유...", '설마 엄마라고 말하지는 않겠지? 아무리 촌스러운 복고를 지향한다고는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동시에, "어릴 때 돌아가신 우리 엄마"라고 말하는 동욱이더랍니다(흐익!!! 세상에나, 순간 누군가의 채널돌리는 소리가;;). 엄마와 닮았다는 말만큼 여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말도 없지요. 상당히 로맨틱하면서도 모성애를 유발하는 즉효약이니 말이죠.
그런데 그간 드라마를 통해 엄마를 닮아서, 그것도 돌아가신 엄마를 닮았다는 말을 하도 많이 들어서인지, 식상하더군요. 엄마를 닮았다는 말이 아주 심각한 상황에서 마음을 움직이는 하나의 코드였는데, 사랑비에서는 동욱의 간절함이나 진실함이 느껴지지 않아서, 가벼워져 버린 '돌아가신 엄마' 드립이었죠. "나도 어릴 때 부모님이 돌아가셨어요", 부창부수인지 동지의식 다지는 윤희까지...암튼 이 구닥다리 코드를 어이할꼬 싶네요.

동지의식으로 살짝 가까워진 두 사람, 동욱이 윤희에게 사귀자는 프로포즈를 했지요. 동욱의 마음을 받아들이고 싶으면, 라디오 공개방송 합숙여행을 떠나는 날 기차역으로 나와주라는 조건으로 말이지요. 기차는 떠나려는데 나타나지 않는 윤희, 동욱은 윤희가 거절했다는 것으로 쉽게 포기하고 기차에 올라 버리지만, 동욱보다 인하가 더 윤희를 기다리고 있었지요. 나타나지 않으면 다시는 그녀를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말이지요. 친구의 여자친구라고 할지라도, 친구의 옆에 서있는 그녀를 보는 것만으로 행복할 것 같았던 인하, 그래서 슬펐던 인하였습니다.
기차는 출발하고 모퉁이를 돌아서 뛰어오는 윤희, 분명 망설이다 늦은 것이겠지만, 달리는 기차와 함께 위험스럽게 뛰는 여자, 그 여자를 안간힘으로 손을 뻗쳐 기차로 끌어올리는 남자, 일종의 샐리의 법칙이죠. 기차가 나오면 감초처럼 등장하는 고전드라마의 정석입니다. 설마 2012년에도 이런 고전의 정석을 보여주면, 영상미를 떠나 설정의 진부함에 눈이 돌아갈 것 같은데, 오수연 작가와 윤석호 피디, 사고에 세련미를 더해주면 안될까요?;;. 
모래사장에서 자작곡을 들려주는 인하, "비오는 저녁 그대 모습 보았죠. 오래 전부터 보고 싶은 그녀를. 우산이 없는 그녀에게 말했죠, 내 우산 속으로 그대 들어오세요.... 사랑비가 내려 오네요". 윤희는 알지요. 그것이 윤희와 인하의 이야기임을 말이지요. 노래가사의 그녀가 3초 아니냐고 묻는 동욱, 인하가 모두 앞에서 뭔가를 고백하려는 장면으로 2회가 끝났네요.
예고편을 보니 인하와 윤희가 드디어 서로의 마음을 고백하고 러브무드로 진행되는 것같더군요. 이제 속도 좀 내는 건가 싶어 반갑기도 하고, 그들의 사랑이 풋풋하고 아름답고 순수한 만큼, 안타까운 이별을 할 것을 알기에 슬퍼지기도 합니다. 

서인국의 재발견, 주연 못지않은 존재감
쑥맥같은 남녀주인공들의 보면 조금 답답하기도 하지만, 느리게 다가가는 가볍지 않은 설레임은 70년대의 사랑을 표현하기 위한 의도적인 기법일 겁니다. 3초라는 빠른 시간과는 대조적으로 느리게 다가가는 사랑, 성질 급한 사람에게는 인내심이 필요한 드라마일지도 모르겠지만, 그 물리적인 시간의 극명한 대조는 바쁜 우리들 마음을 돌아보게 하는 여과장치이기도 합니다. 
이 정적인 드라마에 감초처럼 활기를 주는 동적인 캐릭터가 있지요. 세라비 3인방 중에 한 사람만 나오면 웃음이 실실 나오고 빵빵 터집니다. 매력적인 귀요미에 속깊은 빈대(?) 김창모(서인국)입니다. 슈스케 출신 서인국을 한 눈에 알아보기란 쉽지 않았어요. 검은 뿔테안경을 쓰고 노래를 부를 때, 어디선가 들은 목소리다 싶었는데 서인국이더라고요.
미대 작업실에서 정물화 소품 사과를 먹다가 걸려 누드모델이 되기도 하고, 찰진 경상도 사투리는 어디서 저런 물건이 나왔나 싶을 만큼, 연기가 자연스러워 놀랐습니다. 출신지가 경상도라 어색함이 전혀없는 사투리는 그 엉뚱한 표정과 온몸을 던지는 연기에 녹아들어 빵빵 터집니다. 누드화 모델이 되어 굴욕을 겪었던 서인국, 2회에서는 물풍선 세례까지 깨알웃음으로 드라마 분위기가 쳐지는 것을 막아주더군요.
인하가 윤희를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던 창모(서인국). 인하에게 "룸메이트에게 할 말, 혹은 상담하고 싶은 것 없느냐"며, "여자문제라던가"를 반복해서 묻는데, 똑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진지한 모습에 빵터지게도 했지요. 얼마나 인하가 안쓰러웠으면, 대놓고 묻지는 못하고 간접적도 아닌, 반은 직접적으로 옆구리를 찌르나 싶어서 말이지요. 도대체 뭔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영문을 모르는 인하였지만 말이지요. 
짝사랑하고 있던 백혜정(손은서)에게 고백하는 장면에서는 진지함과 열받은 민망함을 능숙하게 보여 주기도 했지요. 도무지 정리가 안되는 수학문제는 인하와 윤희, 동욱의 얽힌 관계이기도 했지만, 자신과 혜정, 그리고 인하의 삼각관계이기도 했죠. 서인국이 설명하는 X, Y, AY, BX의 관계를 시청자는 알고 있지만, 멍해져 버린 백혜정이었죠.
자리를 뜨려는 백혜정이, 인숙을 불러 술값 계산하라고 하면서 인숙의 마음을 외면하는 창모에게 너무한다고 잘 좀해주라고 하자, 창모는 "그렇게 당당하게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부럽다, 사정상 말못하는 사랑이 얼마나 많은지 아냐"며, 인하의 처지와 자신의 처지를 알듯 모를듯한 말을 흘리지요. 누굴 좋아하는데 어떤 사람이 이미 좋아하고 있다던가, 가난한 시골집, 동생들이 5명이나 있는 장남이라, 도저히 좋아할 여건이 못되는 나같은 사람도 있다면서 말이지요.
백혜정이 그런 것을 비겁한 것이라고 무조건 얘기해야 한다고 말하자, 용기를 얻은 김창모는 그만 혜정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하지요. 혜정이 오래동안 인하를 좋아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좋아한다고.... 창모의 고백에 마음이 짠해지더군요. 처음부터 좋아했는데 동생 다섯명이 딸린 시골 장남이라 말 못했다고 하는데, 그 순간 서인국의 표정은 너무나 진지하면서도 슬퍼 보이더군요. 
황당스러워 하는 혜정을 보고 무안해진 창모, 괜한 고백으로 혜정을 보기가 어색해서 춘천가는 기차에서도 혜정을 피하다, 본의아니게 인숙과 엮이기도 했지요. 키스를 바라는 인숙의 입술을 보고 침 꿀꺽꿀꺽 삼키다가, 괴성을 지르며 일어나버린 순수 청년, 유혹 앞에 갈등하는 진지한 듯 코믹하고, 코믹한 듯 진지한 표정연기 대박이었죠!
서인국이 처음 연기를 한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연기를 잘하더군요. 어눌하면서도 순수한 창모라는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잘 표현하기도 했고 말이지요. 창모같은 남자가 진국인데...
인하는 지극히 내성적이고 소심한 캐릭터라면, 동욱은 무신경하고 눈치없는 부잣집 아들의 캐릭터지요. 두 사람이 어울릴 것 같지 않은데, 김창모라는 캐릭터가 있음으로서 비로소 세라비 3인방을 완성한다는 느낌이에요. 창모는 인하가 그린 윤희의 그림을 동욱과 혜정이 보지 못하게, 문을 가로막는 속깊은 친구이기도 합니다.
대부분 주인공 주위의 친구들 중에 분위기 메이커 역할은 톡톡히 하면서도, 뭔가 부족해 보이는 캐릭터로 쩌리가 되는 경우가 많지요. 그런데 서인국은 감칠맛나는 사투리와 자연스러운 연기로 쩌리화 되기는 커녕, 주인공 못지않은 존재감을 보여 주더군요.
가수로서 연기에도 도전해서 성공하는 남자연예인들 중 대표적인 배우가 이승기, 박유천입니다. 물론 두 사람은 연기를 처음하는 것도 아니고, 이미 물이 오른 연기자들이죠. 서인국과 비슷한 길을 걷는 가수 중에 하이킥3에 출연중인 강승윤도 빼놓을 수 없지요. 강승윤과 서인국을 보면 발연기하는 배우들보다 훨씬 연기가 낫더군요. 사랑비의 미워할 수 없는 귀요미 창모, 캐릭터의 존재감을 좋은 연기로 살리고 있는 서인국의 재발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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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2 Comment 6
  1. 2012.03.28 09:44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2. timedelay 2012.03.28 09:49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하다보니 저랑 같은 포스팅이 되었네요 ㅎㅎㅎ 확실히 서인국이 좋은 존재감을 보여주는거 같아요 ㅎㅎㅎ

  3. 노지 2012.03.28 09:58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사랑비를 보고 서인국에 대한 말이 많군요...ㅎ;

  4. 모피우스 2012.03.28 12:16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가수들의 드라마 약진이 돋보입니다. 좋은 하루되세요.

  5. 국민건강보험공단 2012.03.28 13:07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교련복에 각진 뿔테안경을 한 서인국은 머리스타일부터 복장까지
    70년에 모습을 정말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것 같네요 ^^
    잘보고 갑니다. 사랑비의 앞으로에 이야기가 정말 기대되는데요 ^^

  6. 15tuki 2012.03.28 13:22 address edit & del reply

    초록누리님도 왠지 '사랑비'를 보실 것 같았죠...^^
    전 사실 주인공인 장근석이나 윤아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장근석은 오히려 싫어하는 쪽에 가깝죠. 그런데도 뭔가에 끌린 듯 1회부터 보고있더군요.
    왜 이 드라마를 보는걸까...???
    '느림'....에 끌려서가 아닐까 싶더군요.
    시대가 70년대이건 90년대이건(제가 90년대 대학생이었던지라ㅎㅎ)...2010년대이건
    20살 즈음의 사랑이 던지는 '순수함'이 한껏 전해지더군요.
    물론 스토리는 정말 너무 뻔~히 보여서 흥미진진하지는 않지만 말이죠.

    저도 서인국을 보고 좀 놀랐습니다.
    연기도 그렇고 노래도 그렇고 드라마에 어찌나 잘 녹아있던지. 다시 봤어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호감가지 않는 배우 장근석의 '연기'는 참 좋더군요.
    장근석은 안보이고 '인하'만 보이더군요.
    도서관 앞에서 기다리라고 말하고 허둥지둥 달려가는 모습이나, 망가진 우산 받쳐드는 모습이나
    그 마음은 잘 전해지더군요.
    조금 겉도는 이들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어우러지는 배우들의 모습이 좋았기에
    전 쭉~ 이 드라마를 볼 듯 합니다.
    답답함은 좀 따라다니겠지만 말이죠.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