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음'에 해당되는 글 55건

  1. 2011.05.29 '내마음이 들리니' 장준하의 비극암시, 최진철과 로미오와 줄리엣? (3)
  2. 2011.05.28 '내 마음이 들리니' 마루야, 봉우리 마음이 들리니? (7)
  3. 2011.05.22 '내 마음이 들리니' 장준하의 분노, 16년간 숨겼던 진심이 뭉클하다 (12)
  4. 2011.05.17 '내 마음이 들리니' 동주와 우리의 계단키스, 같은 소리가 들렸다 (14)
  5. 2011.05.03 '내 마음이 들리니' 차동주에게 일어난 기적, 소리가 들린다 (18)
2011.05.29 14:18




봉우리에게 향하는 마음을 드러내고, 꺼이꺼이 우는 장준하의 눈물에 가슴이 아픕니다. 장준하의 마음은 엄밀히 따지자면 금지된 사랑은 아니지만, 정서적으로 허용하기가 힘든 사랑이죠. "어쩌다 이렇게 돼버렸는지 모르겠어, 우리야...". 봉우리는 그 속마음을 몰랐지만, 말없이 준하의 등을 토닥여 줄 뿐입니다. "힘들어요" 어머니 태현숙 무릎에 누워서 "다른 사람들은 이럴때 등이라도 토닥여 주는데..."라며, 눈물을 흘렸던 장준하, 어머니는 끝내 준하의 등을 외면하고 말았지요. 그런데 우리는 토닥여줍니다. 아무 것도 모르면서, 아무 사이도 아닌데도 지쳐보이는 그의 등을 가만히 두드려 줍니다. 울지말라고, 괜찮다고, 아무 것도 아니라고, 다 지나갈 것이라고...힘 내라고...

우리에게 향하는 마음이 멈춰지지가 않는 장준하
머리는 안된다고 하는데 준하의 마음은 고개를 젓습니다. 봉우리는 봉마루의 동생이라고 하는데, 감정은 장준하라고 우깁니다. 동주만을 바라보는 봉우리가 보이는데, 애써 못본척 합니다. 에너지셀에 온 봉우리, 동주때문에 루즈를 바르는 것을 알면서도, 안본척 하려 하지요. "나 어제 안 취했어. 멀쩡해". 손바닥 키스를 한 것이 술때문이 아니었다고, 우리를 안고 울었던 것이 사실은 봉우리 너를 좋아한다고 고백한 것이었다고, 돌려 말해보는 장준하지요. "참, 다신 나한테 오빠 닮았다고 하지마. 나 오빠 아니다"라며, 못까지 박으면서 말이지요.
동주에게도 우리를 좋아한다고, 앞으로도 티내고 좋아할 거라고 말을 해 버리지요. 준하가 우리를 좋아하는 것을 늦게 알아서 미안한 동주, 다가서지도 못하고 혼자 얼마나 힘들었을까, 준하형 마음을 너무 늦게 알아서 미안하다고, 미안합니다 라고 혼잣말을 하듯 사고를 낼 뻔한 사람에게 말하는 차동주입니다. 형이 불편할까봐 우리에게 신경써주는 것도 조심하는 동주지요(생각하는 것이나 마음깊이가 태평양입니다).
"내가 너 생각을 못했다. 우리랑 같이 있을 때 네 생각 못해서 미안해. 나 앞으로 우리 만날 때 너 생각 못할 것 같으니까 너도 그렇게 해..." 아직은 장준하가 더 좋다는 동주에게 왜 그렇게 모질게 말을 하는 거야, 장준하! 이성으로 통제하기가 가장 힘든 감정이 사랑이라는데, 사랑이 시작된 준하에게 이성을 찾으라고 말해봐야 소용이 없다는 것도 알지만, 그래도 너무 직설적인 표현에 띠융했답니다;;.
장준하의 마음이 지옥이거나 말거나, 제 생각에는 봉우리가 준하의 마음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 같더군요. 그래서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여튼 봉우리는 이성문제에서는 육감이 좀 부족한 것 같아요. 봉우리가 순수한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마음에는 차동주가 들어와 버려서 준하의 마음을 받아들일 공간을 마련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이성에 대한 사랑은 필히 방 하나만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평소 제 지론이라, 양다리 걸치는 인간은 싫어요! 봉우리도 양다리 걸쳐서 마음이 뒤죽박죽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사랑은 움직이는 거라는 말도 있듯이 장담하기가 어렵기는 해요. 하지만 봉우리는 장준하의 마음을 안다고 해도 이성으로 마음을 주지는 않을 것 같더군요.
더군다나 장준하가 마루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그 혼란만으로도 정리가 되지 않은데, 철천지 원수 최진철의 아들이라는 것까지 알게 되었으니, 장준하를 앞으로 어떻게 대할지도 미칠 지경일 듯합니다. 장준하가 우리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마저 알게 되면, 이건 남자복이 터진 것이 아니라, 무슨 악연이 이렇게 질기게 꼬였냐고 대성통곡하며 하늘을 원망할 것 같아요. 어머니를 죽게 한 원수의 아들, 사람같지 않은 야차만도 못한 최진철의 아들이라니, 한 술 더 떠 친아들 마루를 찾으면 차동주 모자를 내쫓아 버리고, 우경을 물려줄 것이라는 말을 들은 우리는 충격에 눈물만 쏟아낼 뿐입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차동주는 아직은 장준하가 더 좋다며, 더 노력하라고 농담까지 하지요. 클럽에서 춤을 추는 우리, 그렇게 시끄러운 음악 속에서 충격을 잠시라도 잊어버리고 싶어합니다. 장준하는 차동주가 사랑하는 형인데, 장준하가 마루오빠라고? 봉마루가 최진철의 아들이라고? 봉마루를 찾으면 차동주를 내쫓고 우경을 마루오빠에게 물려주겠다고? 그럼 차동주는? 마루오빠는? 맨날맨날 밥 떠놓고 기다리는 아빠는? 기억을 잃어가는 할머니는?ㅠㅠ

마루오빠와 차동주를 지키기 위한 봉우리의 선택
장준하 선생님이 봉마루라는 것을 알고도 차동주는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장준하로 사는 것을 마루오빠가 원했기 때문이겠지요. 되고 싶었던 의사선생님도 되고, 돈도 많이 벌고, 뭐든 다 할 수 있으니까요. 왜 오빠가 차동주의 엄마를 따라 미국으로 가버렸는지, 봉우리는 이제서야 알 것도 같습니다. 마루오빠는 집이 싫었어요. 가난이 싫었고, 바보라고 놀림받는 아빠가 싫었고, 욕쟁이 할머니가 싫었어요.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바보 봉영규의 아들일 수 밖에 없었고, 성격 못된 고모의 숨겨진 아들이었습니다. 그런 곳에서 탈출하고 싶었겠지요. 그렇게 마루오빠의 가출을 이해하고 싶은 우리는, 봉마루가 최진철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습니다. 하필 세상에서 가장 나쁜 사람, 엄마를 죽게 한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의 아들이라니...
16년간을 오빠를 그토록 찾고, 기다렸다는 것을 알면서도, 장준하가 봉마루라는 것을 말해주지 않은 차동주. 그래서였구나, 에너지셀에서 우리를 무시하고 할머니 밥해주라고 쫓아내려는 신애고모에게 마루오빠가 그래서 그렇게 화를 냈던 거였구나. "왜 이렇게 당하고 있어! 고모도 아니고 뭣도 아닌 사람한테?".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형이 양아버지의 아들이고, 그 양아버지는 친아들에게 회사를 물려주려고 하고, 아무 것도 모르는 차동주는 봉마루로 살고 싶지않은 장준하를 위해, 우리에게도 사실을 말해주지 않고, 그런 거였구나..."차동주, 나 세상에서 제일 나쁜 봉우리되도 미워하면 안돼..." 마루오빠 모른척하는 나쁜 우리되도 미워하면 안돼. 전하지 못하는 우리의 말은 동주의 가슴에 진동으로 울릴 뿐입니다. "봉우리, 지금처럼 내 옆에 있어..."진동으로도 전해지지 못하는 동주의 방백은 마음으로만 들릴 뿐입니다.
봉우리는 나쁜 봉우리가 되기로 합니다. 그것이 차동주와 장준하, 마루 오빠를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최진철이 장준하가 봉마루라는 것을 알게 되면, 차동주가 쫓겨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두 사람을 원수로 만들어 버리게 되지요. 동성 간에 사랑을 하고 있다고 보일 정도로 사이좋은 형제를 갈라놓는 것을 막고자 합니다. 마루오빠를 찾고도 아빠에게 말하지 않는 나쁜 봉우리가 되는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지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오빠 봉마루를 만나는 우리, 오늘이 지나면 그는 봉마루가 아닌 장준하 선생님입니다. 영원히...그래야 마루오빠와 차동주를 지킬 수 있으니까요. 아빠와 할머니에게서 최진철이 마루오빠를 빼앗아 가는 것을 막을 수 있을테니까요. 마루오빠도 차동주도 다쳐서는 안되니까요.
포천 경찰서 앞에서 시계를 주며 기다리라고 하고는 사라져 버린 마루오빠, 16년만에 만난 마루오빠에게 빚을 받겠다며, 작심하고 가방이며 옷을 잔뜩 쇼핑하지요. 우리에게 뭐든지 다 사주고 싶은 장준하, 오빠로서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아마 두 감정이 다 들어 있겠지요. 하늘의 별이라도 우리가 원한다면, 다 사주고 싶은 준하입니다. "오빠가 생각나면 이 시계를 보라고, 그러면 차츰 잊혀질 거라고", 장준하가 사줬던 시계, 우리는 돌려줬던 시계를 다시 달라고 하지요. 오빠를 절대로 안 잊을 거라며, 필요없는 처방전이라고 돌려줬던 우리였어요. "그 병 다시 도졌어요. 선생님...장준하 선생님...마루오빠....안찾을려고요". 처음으로 불러보는 마루오빠, 그렇게 우리는 혼자 오빠를 불러봅니다. 그리고 마루와 이별을 합니다. 마루오빠를 만난 것으로 되었다고, 살아있으니 다행이라고, 오빠의 장래희망이었던 의사선생님이 되었으니 좋다고, 차동주의 형으로 남으라고, 최진철의 아들이 되지 말라고...
우리가 마루오빠...하고 말을 끊는 장면에서는 눈물이 줄줄 흘렀답니다. 아무 것도 모르고 우리에게 뭔가를 해주는 것이 그저 좋은 장준하, 우리의 전화에 눈썹이 휘날리도록 설레이는 마음으로 달려왔던 장준하, 그 마음을 모르지 않기에 보는 시청자에게는 잔인한 희망고문처럼 슬프기만 했답니다.

시한폭탄 장준하의 비극암시, 생부 최진철과 로미오와 줄리엣?
예고편을 보니 장준하가 최진철과 김신애의 관계를 눈치채는 것 같더군요. 그건 최진철이 생부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과도 같은데, 준하가 생부에게 칼을 들이댈 수 있을지...준하가 자신의 생부를 알게 된다면 얼마나 충격이 클 지 짐작조차 안갑니다. 준하의 출생비밀과 선택은 언제고 터질 드라마의 시한폭탄이지요. 준하가 "최진철과 서로 발목을 잡았으니 죽어도 함께 죽겠다" 고 하자, 동주가 농담처럼 "최진철 사랑하냐? 그래서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도 되려고?" 했었지요. 그말이 오버랩되어 불행이 예고된 것같아 불안해집니다.
이 모든 계획은 태현숙에게서 나온 것이지만, 최진철이나 태현숙이나 인간성을 따지면 막상막하입니다. 준하에게 신애와 최진철의 관계를 알리지 말아달라며, 여자로서의 비참함을 가식의 눈물로 호소하는 것을 보니, 그녀의 최진철에 대한 증오는 이해되지만, 가장 크게 상처를 입을 사람은 정작 동주와 준하가 될 듯해서, 그녀의 잔인한 복수방법이 무섭기만 합니다.  
물론 최진철 그놈은 상종하기 싫은 인간말종이지만 말입니다. 불쌍한 내새끼라니...터진 입이라고 어떻게 그런 뻔뻔한 말을 눈 하나 깜짝않고 하는지 말이지요. 김신애의 뱃속에 있던 아이를 돈때문에 나몰라라 하고 버리더니, 이제와서 돈때문에 찾으려고 합니다. 제 핏줄에게 피같은 돈을 물려주겠다는 것은 태현숙의 부친과도 한치도 다르지 않습니다. 자신의 핏줄 동주에게 회사를 물려주기 위해, 태현숙과의 사이에 자식을 가지지 않겠다는 혼인계약서를 쓰게 했던 인물이었지요. 우경을 노리고 미망인 태현숙에게 접근한 최진철의 욕심가득찬 탁한 눈빛을 읽은 태회장이 사람보는 눈은 있었던 것 같지만, 아무튼 최진철, 김신애 같은 인간들은 시궁창에 쳐넣어도 될 듯...
화해할 수 없는 태현숙과 최진철의 키는 장준하가 쥐고 있겠지요. 자기에게는 어머니와 동주밖에 없다며 끝까지 함께 가겠다고 했던 장준하, 형과 자기 사이를 누구도 갈라놓지 못한다고, 그것이 어머니라 할지라도 용서하지 않겠다고 했던 차동주, 준하와 동주의 형제애에 사랑과 출생의 비밀까지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터지려 하고 있습니다. 파편에 봉우리와 봉영규, 그리고 차동주와 장준하가 다치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가장 애처로운 캐릭터 장준하, 그가 선택할 가족은 누가 될지 가장 궁금한 대목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가족은 하나인데, 장준하에게는 서로 다른 색깔의 가족이 세 부류나 있습니다. 버림받고 싶지않은 태현숙과 차동주네, 자신이 버린 봉우리와 봉영규네, 자기를 버린 최진철과 김신애네...그런데도 아무 데도 갈 곳이 없어 보이는 준하이기에 가장 불쌍해요. 장준하로서도 봉마루로서도 말이지요. 나미숙의 립스틱 낙서처럼, 미국이든 어디든 맘편한 곳으로'가버려'라고 말해주고 싶을 정도랍니다.

******나미숙에게 숨겨진 사연, 그녀의 정체?
추측 덧붙이기: 이 부분은 상상이니, 재미로 읽으시고 가볍게 패스하셔도 됩니다.
나미숙의 정체도 점점 재미를 더하고 있는데요, 평범하지는 않은 사연을 가진 듯하더라고요. 큰미숙씨와 쌍둥이처럼 닮은 것도 석연치 않지만, 그녀의 뜬구름잡는 듯한 말과 행동은 봉우리와의 관계에 대한 암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나미숙이 봉우리에게 나이가 몇살이냐고 물었다가, 스물다섯이라는 말을 듣고는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있었지요. 스물다섯이라는 숫자에 눈물을 흘린 사연이 무엇일까요? 이번 회에는 선글라스를 벗은 나미숙을 보고, 봉우리가 우리 엄마랑 진짜 닮...았다고 말하려 하자, 자기 앞에서 '엄'소리도 하지말라며 소름끼친다는 말도 했지요.
그래서 한가지 추측을 해봤는데요, 나미숙과 봉우리 엄마 고미숙이 쌍둥이였고, 봉우리가 나미숙의 친딸이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하게 됩니다. 성이 다른 것은 여러가지 사연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고아원에 있다가 각기 다른 집으로 입양을 가서 다른 성을 가졌을 수도 있고요. 스물다섯이라는 숫자에 민감한 것은 두가지 정도 상상이 되는데요, 하나는 나미숙이 스물다섯에 큰 상처를 입은 일이 있었고, 그것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받은 일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다른 하나는 아이를 낳고 언니인지 동생인지 아무튼 봉우리 엄마 고미숙에게 갓난애를 맡기고 도망가버린 것이지요. 나미숙도 사람인지라 아이 버린 엄마여서 '엄'이라는 말은 죄책감에 소름끼치고, 살았다면 스물다섯이 되었을 딸때문에 눈물을 흘린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했네요. 상상이 과했지요?ㅎㅎ. 큰미숙씨와 봉우리가 모녀관계로 더 어울려서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고, 봉우리 출생비밀까지 겹치면, 드라마가 심히 난해해지기는 하지만, 나미숙의 예측불가 엉뚱한 행동이 괜한 설정은 아닌 듯해서 말이지요.

나미숙(김여진)의 화끈하면서도 도통한 듯한 화법이 매력적인데요, 이번회 김신애(강문영)를 쥐락펴락하는 것을 보니, 속이 다 시원해지더군요. 내가 누군지 알고 그러느냐는 김신애에게 "첩......첩산중"이라나요? 아주 딱 맞는 말이더라고요. 회장직속 라인이라며, 낯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회장빽(그래봐야 뒤에서는 세컨드라는 말이나 듣는 주제에..)을 들이밀자, "아이라인이나 똑바로 그려, 짝짝이야".ㅎㅎ 박수 짝짝쳐 주고 싶을 정도로 한방 시원하게 먹이더라고요.
그녀에게 속깊은 사연이 있을 것 같은데 맛보기만 보여주는 것같아 아직은 감질맛만 나지만, 뭔가 큰 한 방이 나올 것 같습니다. 제가 상상해 본 봉우리와의 관계라든지, 죽은 큰미숙씨와의 관계라든지, 아무튼 그녀의 사연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답니다. 봉영규는 왜 나미숙을 찌그러진 찹쌀떡에 비유를 했을까요? 죽은 미숙씨와는 다르게 화장을 많이 하기는 했지만, 우리도 엄마랑 똑같이 생겼다고 했는데 말이지요. 누구에게도 꿀리지 않고 큰소리치는 나미숙이 봉영규에게는 꽁지를 내리는 것같기도 하고, 왠지 봉영규와 좋은 친구가 될 것 같은 예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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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28 11:11




호적관계상 근친이라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봉마루의, 아니 장준하가 봉우리를 바라보는 촉촉한 눈빛도 애써 '너는 봉마루야'라며, 봉우리를 여자로 보는 마음을 더이상 키우지 말기를 바라면서 지켜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다른 드라마였으면 이런 막장설정이 어디있느냐고 노발대발 흥분했을 법한데도, 봉우리와 장준하의 특별한 상황때문에, 솔직하게는 준하에 대한 연민이 앞서다보니 막장이라고 욕을 할 수 없습니다. 봉우리에게 향하는 준하의 마음은 첫사랑같은 순수함보다는, 갈 곳없는 준하의 마지막 고향같은 존재이기에 가슴이 아려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준하야, 그러면 안돼!"라고 말해 줄 수 밖에 없어요ㅜㅜ. 차동주와 봉우리에게서 시작되고 있는 사랑때문이 아니어도, 준하의 사랑을 지지하기는 힘듭니다. 준하의 사랑은 동생 우리도, 여자 봉우리도, 아버지도, 할머니도, 그리고 차동주까지도 잃을 수 있는 위험한 사랑이기 때문이에요. 너무나 측은한 사랑이죠.
봉우리에 대한 준하의 마음은 동생 작은 미숙이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쉬고 싶은 여자 봉우리에 대한 감정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준하는 아버지 봉영규가 친아버지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지요.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남남, 할머니 황순금과 봉영규, 봉우리는 혈연으로 묶여있는 가족관계는 아니지요. 피보다 진한, 없으면 안되는 생필품같은 존재들입니다. 세상에서 유일하게 의지하고 기댈 수 있는, 떨어져서는 살 수 없는 가족 이상의 관계지요. 멍군이네 식구들이 봉영규네와 지지고 볶으면서 함께 살 수 밖에 없는 것처럼 말이지요. 그 중심에는 아이처럼 순수하고, 함께 있으면 마음이 정화되는 것같은 봉영규가 있습니다. 구름 한 점없는 파란 하늘같은 사람입니다.
준하는 봉마루라는 이름을 버리면서 위태로운 외줄타기를 하며 살아왔습니다. 떨어지면 끝입니다. 그토록 혐오했던 바닥으로 떨어져야 합니다. 따스함이 없는 어머니 태현숙의 손길, 어머니의 손은 언제부터인가 부드럽고 따뜻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처음 장학증서를 받으러 가서 어머니를 만났던 날, 엄마에게서 느껴질 것이라고 상상했던 부드럽고 따뜻한 손길을 느꼈습니다. 엄마의 손은 이런 거구나...준하는 "내 아들할래?" 라는 말에, 영혼을 팔듯 태현숙의 손을 덥석 잡아버렸습니다. 방화벽을 내려 작은 미숙이 어머니를 죽게 하고, 아버지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유치장에 넣은 우경그룹 최진철 사장의 부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죠.

자라가면서 많은 것을 알게 되었죠. 최진철과 우경그룹, 어머니와 최진철과의 관계, 동주가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날 본 것 등에 대해서 말이지요. 동주가 한국에 돌아가서 할 일, 어머니 태현숙이 계획하는 것들을 하나 둘씩 알아갈 때마다, 어머니의 손은 더 차갑고 무섭게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처음 장학증서를 받던 날의 손이 아니었습니다. 커갈수록 준하는 알게 되었지요. 어머니가 얼마나 독하고 무서운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지요. 어머니에게 간과 쓸개를 다 빼준다고 해도, 장준하는 어머니의 아들 차동주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말이지요.
그런데도 장준하는 갈 곳이 없었습니다. 가족을 버리고 태현숙의 손을 잡은 순간 봉마루는 죽여버렸기에, 봉마루로도 장준하로도 과거의 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습니다. 어머니에게 버림받지 않으려면 어머니가 원하는 사람이 되어야 했고, 어머니가 바라는 일을 해야 했습니다. 그것이 어머니에게 버림받지 않은 유일한 길입니다.

한국에 돌아와서 준하는 7살 바보아빠와 눈높이를 맞추는 어린 아이와 같은 여자를 만났습니다. 밤중에 무섭다고 화장실 앞에서 기다려 달라던 아이, 한번도 웃지 않았던 까칠하기만 했던 과거 봉마루를 웃게 했던 여자아이입니다. 오빠라고 하지말라고 해도 귀찮은 껌딱지처럼 들러붙어, "오빠오빠 오빠가 제일좋아" 노래를 부르던 아이입니다. 아버지와 결혼했으니 자기도 성을 봉으로 해야 한다며, 수돗가에서 할머니에게 이름을 뭘로 지을지 심각하게 고민하던 아이, "창고에서 살았으니까 봉창고? 봉부엌?". 세수를 하던 봉마루가 처음으로 피식하고 웃었지요.
우경그룹 장학생으로 태어나 처음으로 가져보는 시계, 그때 그 시계만 아니었더라면, 작은 미숙이랑도 잘 지냈을텐데, 어쩌면 새어머니도 돌아가시지 않았을 수도 있었는데, 가슴 한가득 후회가 밀려옵니다. 작은 미숙이가 유리병에 꽃을 꼽아 들어와서 머리가 좋아지는 꽃이라고, 책상에 놓고 공부하라는데, 퉁명스럽게 말은 했지만 마루는 기분이 좋았습니다. "오빠, 나도 이 꽃냄새 맡고 머리 좋아졌어. 가나다라마바사...카타파하 다 외웠어. 거꾸로도 할 수 있어. 하파타카차자...라다나가". 작은 미숙이 앞에서 처음으로 마루가 웃어 보였습니다. 작은 미숙이가 꽃냄새도 맡아보라고 마루의 코에 화병을 들이대자, 마루는 멋적어 개미똥냄새난다고 나오는대로 말해 버렸지요.
"개미똥냄새?" 마루와 작은 미숙이는 처음으로 마주보고 그렇게 웃었습니다. 둘만이 아는 '개미똥냄새 나는 꽃'이었어요. 둘만이 아는 '꽃에서 나는 개미똥 냄새'였어요. "그만 나가, 오빠 공부하게..." 마루도 모르게 오빠라는 말이 튀어나왔지요. 맨날맨날 오빠 아니랬는데, 작은 미숙이는 오빠라고 해 준 마루오빠가 좋아 죽을 지경입니다. 마루에게도 동생이 생겼습니다. 작은 미숙이 봉부엌ㅋㅋ. 지금처럼 웃는 날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마루였지요.
작은 미숙이가 시계를 보여달라고 하지 않았다면, 아니 작은 미숙이에게 그냥 보여주기만 했어도, 유리병에 시계가 깨지지도, 새어머니가 유리조각에 찔려 피가 나지도 않았을 겁니다. 하늘은 잠시 잠깐의 웃음도 마루에게는 허락해 주지 않으려했나 봅니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시계 하나 허락해 주지 않은 거지같은 가족, 친아버지도 아닌 바보아버지를 아버지라 불러야 하고, 말못하는 새어머니에게 미안하다고 말도 못하고 뛰쳐나올 수 박에 없었던 어린 시절의 반항이, 치기가 그 후로도 오래동안 준하를 괴롭혔습니다. 버린 가족들, 돌아갈 수 없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말이지요.

새어머니의 마지막 유품이 되어버린 시계를 맡겨두고, 여기서 기다리라고, 곧 돌아오겠다고 떠난 마루는 16년이 지나 장준하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16년을 한결같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아버지와 작은 미숙이를 만났습니다. 이름도 알지 못하고 떠났는데, 작은 미숙이 봉부엌이의 이름이 봉우리라고 합니다. 작은 미숙이가 꺾어왔던 꽃봉오리처럼 예쁘고, 좋은 냄새가 납니다. 처음으로 웃게 만들었던 그 꽃냄새가 납니다. 이제는 웃어도 될까요? 아니 이제는 웃고 싶습니다. 편하게 쉬고 싶습니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 허락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봉우리의 어깨에 잠시만이라도 기대 편하게 쉬고 싶습니다. 16년간 버림받지 않기 위해 긴장했던 모든 피로를 잠시 내려놓고 싶습니다. 사랑이어서는 안되는데, 준하는 봉우리가 여자로 다가와서 힘이 듭니다. 몇번이고 몇번이고 우리에게 가는 발길을 멈추려고 했지만, 어느샌가 그 집앞에 멈춰서서 서성이는 자신을 보게 됩니다.
동주는 지켜야 할 봉마루의 동생이라고 하고, 어머니는 만나서는 안되는 가족이라고 합니다. "봉우리 내동생 아니에요. 예전에도 지금도 우리를 동생이라고 생각한 적 한 번도 없어요. 나 장준하에요. 왜 다들 우리를 제 동생이라고 해요?". 준하는 그렇게 혼자만이 느끼는 우리에 대한 감정을 토해냅니다. "나 봉우리가 좋아. 우린 친남매도 아니야. 장준하로서 봉우리를 좋아하고 싶어. 그래서 나는 봉마루가 되고 싶지 않아. 나를 봉마루라고 강요하지 마. 봉마루는 봉우리를 사랑할 수 없잖아".
하루만 신이 허락한다면, 아주 잠시만 봉우리를 여자로 사랑하고 싶습니다. 우리야, 그러니 너도 아주 잠시만 나를 마루오빠가 아닌 장준하로 받아다오...술에 취한 척, 그렇게 준하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슬픈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준하야, 아줌마는 너의 손바닥키스에 길게 드리워진 슬픈 그림자에 순간 가슴이 미어졌다. 그래도 거기서 멈췄으면 좋겠다. 세상에는 관습이라는 이유로 허락되지 않은 사랑이라는 게 있지. 피한방울 섞이지 않았어도, 봉우리에게 봉마루는 아빠 봉영규의 아들, 봉우리의 오빠일 수밖에 없어. 마루오빠가 마루오빠가 아니면, 봉우리의 가족은 없어져 버리잖아. 아빠 아들, 할머니 손자, 고모 아들, 그리고 봉우리의 오빠인데, 장준하든 봉마루든 봉우리를 여자로 사랑해서는 안되는 거지...그럼에도 너의 사랑을 욕하지는 못하겠어. 그저 가엾다. 준하야, 아니 마루야...
그래도 멈췄으면 좋겠다. 우리를 사랑하면 아버지에게도 할머니에게도 다시는 돌아갈 수 없어. 동주에게도, 봉우리에게도... 잠시만 그렇게 혼자 아팠으면 좋겠다.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했다고, 미안하다고, 충격받은 우리 가슴을 진정시켜 주었으면 좋겠다.

조용히 눈을 감고 귀를 막고 들어봐. 우리의 말이 들릴 거야. 아버지 말이 들릴 거야. 너의 슬픈 그림자가 반쯤은 줄어들 거야. "오빠, 보고 싶어, 마루오빠, 아빠가 매일매일 밥 해놓고 기다려. 아빠는...아빠는...16년동안 따뜻한 밥을 먹은 적이 한번도 없어. 오빠 얼른 돌아와", "마루야, 마루야. 아빠가 잘못했어. 어디갔어, 마루야, 마루야". 눈을 감으면 보일 거야. 마루를 정말 사랑하는 가족들의 얼굴이, 사랑이...
그리고 동주...이제는 준하의 수호천사가 돼 줄 동주, 에고고...얘는 또 어쩌면 좋냐ㅠㅠ 동주를 잃지 않으려면 장준하는 봉마루가 될 수밖에 없을 것같다. 봉마루는 봉우리의 가족, 오빠니까... 로미오와 줄리엣이 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 사랑은 국경도 인종도 초월하는 것이라지만, 때로는 진입금지 구역도 있는 법, 그게 봉우리 마음인 듯하다. 준하의 사랑이 가슴 아픈 아줌마가 깊은 밤 한숨 쉬며, 눈물로 당부하는 말을 들어 주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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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22 11:49




큰미숙씨 김여진이 판매여왕 나미숙으로 카리스마를 뿜으며 재등장해서 반갑습니다. 봉영규와의 만남과 에피소드가 어떻게 엮일지 흥미진진하네요. 봉영규가 미숙씨처럼 생기신 분을 그의 맑은 눈으로 어떻게 볼 지 궁금해집니다. 판매왕 나미숙과 큰미숙씨와의 숨겨진 관계가 있을 듯 하기도 하고, 장준하에게도 큰 변화가 예고되었지요.
장준하가 봉마루라는 사실이 조만간 밝혀질 듯해서 폭풍전야입니다. 아직은 최진철과의 정면승부가 남아있기에 조금의 시간은 벌어줄 듯하지만, 마루의 몽타주가 파장을 일으킬 듯합니다. 마루의 몽타주를 본 봉우리가 한순간 의심하는 듯하지만, 어찌어찌 속여 넘길 수 있겠지요. 하지만 매의 눈을 가진 봉영규와 맞닥뜨리는 순간이 오면, 준하도 자신이 마루임을 부정할 수는 없겠지요. 지금도 목구멍까지 차고 올라 부르고 싶은 아버지이니 말입니다.
"준하형, 형을 잃고 싶지 않아"
어머니와 동주의 복수에 준하를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된 동주는 준하형을 보호하고 싶습니다. 준하형을 잃게 될까봐 겁이 나는 동주입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동주는 그렇게 잃었습니다. 할아버지를 잃었고, 최진철에 대한 복수만이 유일한 목표가 돼버린 다정했던 어머니를 잃었습니다. 준하형이 어머니의 마음을 닮아가는 것같아 무서운 동주입니다.
어머니에게 "준하형 건드리면 어머니라도 용서하지 않겠다"고 최후통첩을 하는 동주, 준하를 봉마루로 돌아가게 해주고 싶습니다. 칼로 흥한자 칼로 망한다는 말이 있지요. 똑같은 방법으로 최진철에게 비수를 대려는 어머니의 방법이 동주는 싫습니다. 동주는 정정당당하게 실력으로 정면승부를 하고 싶습니다. 동주의 에너지셀 화장품사업으로 우경을 되찾고 싶어하지요. 할아버지의 화장품 사업을 팽겨쳐 버린 최진철은 할아버지의 기업을 맡을 자격이 없습니다. 오늘의 우경을 있게 한 화장품으로 할아버지의 사업을 잇고 싶은 동주입니다. 그것이 동주가 생각하는 최진철에 대한 복수입니다.
신개념 화장품으로 승부를 보고 싶었던 동주가 어머니와 준하형에게 화가 난 이유는 비겁하게 이기고 싶지 않았던 동주의 마음을 몰라주었기 때문이에요. 동주가 못미더웠기 때문이에요. 들리지 않기 때문에 최진철과 싸움상대가 될 수 없으리는 것, 세상 사람들이 우경의 후계자가 될 동주가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알려질까봐 두려워 하는 어머니의 뜻을 따르는 준하형이 야속하기만 한 동주입니다. 어머니의 비겁한 방법을 닮아가는 것같아 준하형이 불안하기만 합니다.

"동주야, 나도 너와 같은 분노를 품고 살았다"
그런 동주에게 처음으로 준하형이 자신의 생채기를 보여줍니다. 동주의 상처와 같은 생채기입니다. 잊을 수없는 할아버지의 마지막 얼굴처럼, 준하형에게도 잊을 수 없는 얼굴이 있다고 합니다. 한번도 어머니라는 말을 하지 않았던 봉우리의 엄마를 새어머니라고 말하는 준하를 보면서, 장준하는 끝내 봉마루가 될 수밖에 없겠구나 하고 안도하게 되더군요.
"봉우리 가방에 매달린 시계 내거야. 우리 새어머니가 그것 가지러 들어갔다가 최진철이 내린 방화벽때문에 죽었어. 너네 할아버지도 내 새어머니도 최진철때문에 숨막혀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생긴 어머니였는데, 따뜻한 말 한마디도 못해주고, 고맙다, 미안하다는 말도 못했는데... 너의 어머니, 내 어머니를 또 잃을 수 없어. 나 어머니 아들도 하고, 네 형도 하면 안될까?". 처음으로 꽁꽁 숨겨두었던 장준하의 슬픈 분노가 터져나온 장면이었습니다. 봉우리의 엄마, 아니 마루의 새엄마에 대한 진심을 드러내더군요. 다 잊고 장준하로 살아가고 싶었는데, 우리와 아버지가 봉마루로 돌아가게 합니다. 
어머니 아들도 하고 형도 하면 안되겠느냐고 묻는 장준하, 아니 봉마루는 갈 곳이 없습니다. 어머니의 무릎에 처음으로 누워보는 준하, 힘들다고 어리광하는 아들에게 등을 토닥여주는 어머니의 손길을 느끼고 싶은 준하입니다. 말이 아니라 마음으로 전하는 소리를 듣고 싶은 준하입니다. 말보다 손길로 전하는 어머니의 사랑을 갈구하는 장준하는, 아무리 어머니 앞에 무릎을 꿇고 사정해도 동주처럼 친아들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습니다.
자식이 피한방울 섞이지 않은 다른 사람의 호적에 아들로 올려져 살아가도, 1등을 한번도 놓치지 않을 정도로 공부를 잘해도 바보아들, 무식한 욕쟁이 할머니 손자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해버린 친어머니는 16년전 자신을 보고 모른척 했습니다. 아들이 아니라고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애틋한 눈길조차 주지 않았어요. 벌레보듯 쏘아볼 뿐이었습니다.

친아들까지는 아니어도 친아들처럼 사랑해 준 어머니, 준하에게는 세상에서 어머니라고 부르고 싶은 유일한 분입니다. 새어머니 큰미숙씨를 잃은 것처럼 다시는 잃고 싶지 않은 어머니입니다. 세상에 어머니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으로 행복한 준하입니다. 새어머니 큰미숙씨에게는 한번도 불러드리지 못했지만, 그때 부르지 못했던 것까지 어머니를 마르고 닳도록 부르고 싶은 준하입니다. 그래서 준하는 태현숙과 전화통화를 하거나, 대화를 나눌 때면, 어머니를 몇번이고 반복해서 부르나 봅니다. 14년동안 한번도 불러보지 못했기 때문에, 많이 많이 불러보고 싶은 어머니라는 이름을 말이지요.
"아버지 저 바보 마루에요, 아버지 아들 봉마루" 
아버지는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도, 자신이 모자라다는 이유만으로, 마루를 부끄럽게 하는 아버지여서 미안하다고, 내가 잘못했다는 말을 밥먹듯이 달고 다녔습니다. 못되게 구는 자신을 다른 아버지들처럼 나쁜 놈이라고 한대 때리기라도 했으면 좋으련만, 아버지는 자신의 매를 대신 맞아주기만 할 뿐이었습니다. 못난 아버지가 부끄러워서 매일같이 화만 냈는데, 정작 못난 바보는 자신이었습니다.
마루가 오면 이사한 집으로 찾아오라고, 식물원 옛날집 자리에 붙여둔 약도가 떨어졌을까봐, 혹이라도 누군가가 낙서를 했을까봐 매일같이 확인하는 아버지, 지긋지긋하게 싫었던 가난하고 무식하고 모자란 아버지와 식구들은 그렇게 마루를 같은 자리에서, 같은 마음으로 16년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집에 돌아가고 싶은 마루입니다. 찰거머리처럼 엉겨붙어 자신을 괴롭히던 가족이라는 징글징글한 말이, 이토록 사무치게 그립고 가슴을 아프게 할 줄은 몰랐습니다. 돌아가고 싶은데 너무 늦었습니다. 너무 미안해서, 너무 죄송해서 돌아갈 수가 없는 마루입니다.
그런데도 자꾸자꾸 식물원으로 발길이 향하고, 아버지와 우리에게 눈길이 갑니다. 승철이네 이층, 불안하기만 한 철계단 집을 찾아오게 되는 마루입니다. 할머니와 아버지, 내동생 우리가 있는 곳, 세상에서 가장 바보인 자기를 기다리는 가족들이 있는 '집'을 찾게 되는 마루입니다. 장준하가 아닌 봉마루로 돌아가고 싶은 준하입니다.
동주와 어머니에게는 형이자 아들인 장준하, 봉영규와 봉우리에게는 아들이자 오빠 봉마루이고 싶은 준하입니다. 어머니 아들도 하고 동주 형도 하고 싶은 것처럼, 장준하도 하고 싶고 봉마루도 하고 싶습니다. 어머니와 동주를 위한 복수? 아니에요. 봉마루의 복수를 지금까지 숨겨왔을 뿐입니다.
태현숙이 준 시계를 우리가 망가뜨려서 도시락도 가지고 가지 않고, 골질하는 마루때문에 새어머니는 시계를 사고, 그것때문에 죽음을 당했습니다. 최진철이 방화벽을 내려버려서 죽었지만, 마루가 시계때문에 화를 내지 않았다면, 우리엄마가 시계를 가지러 공장으로 다시 들어가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가쁜 숨을 내쉬는 새어머니에게 미안하다고, 새어머니가 되어주셔서 고맙다고 말도 못했는데, 죽어 버렸습니다. 하루종일 쫑알쫑알 귀찮게 구는 작은 미숙이에게서 어머니를 빼앗아 버렸습니다. 그 죄책감에서 마루는 편하지 못했습니다. 새어머니의 죽음을 책임지지 않으려는 최진철은 재산피해를 보게했다며 아버지를 유치장에 넣어 버렸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버지를 위해, 아버지를 살려달라고 무릎을 꿇었습니다. 무릎꿇고 살려달라고 비는 마루에게 태현숙이 손을 내밀었지요. '너 내 아들할래?". 순간 마루의 구질구질한 인생에 동아줄이 내려온 것만 같았습니다. '저 손을 잡으면 지긋지긋한 집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16년을 동주와 어머니만을 위해 공부하고 살았습니다. 새이름과 어머니, 동생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칼을 갈았습니다.
새어머니를 죽게 한 최진철, 가족을 버리고 다시는 돌아갈 수 없게 만들어 버린 최진철, 마루의 손으로 무릎꿇게 하고 싶은 원수입니다. 반드시 할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봉우리 앞에 무릎꿇고 빌게 할 것입니다. 미국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장준하, 미국이 아니라, 아버지가 기다리는 집에 가고 싶은 준하입니다. 봉마루가 되고 싶은 장준하입니다. 우리가 잡아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빠 가지마"라고... 할머니의 치매처럼 가족들에게 잊혀질까 겁이 나는 마루입니다.
동주 집 물고기 밥을 주러와서 잠이 든 봉영규,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마루도 그렇게 잠든 아버지 얼굴을 마음놓고 바라봅니다. 만져보지도 못하고 바르르 떨며, 아버지의 얼굴을 그려봅니다. 눈, 코, 입 "이렇게 생겼구나(우리 아버지 얼굴이...)". 아버지를 부르고 싶은 마루, 그 마음을 억누르는 것이 너무나 힘이 드는 장준하입니다. 입에서만 맴도는 말이 한줄기 눈물이 되어 볼을 타고 흐릅니다. "아버지, 저 마루에요. 아버지 아들 봉마루... 아버지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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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17 08:46




아주 어린 시절 호기심많았던 어린왕자 차동주는 사막에서 길을 잃고 말았습니다. 그때 만난 이름도 몰랐던 여우가 가르쳐줬지요. 자기만이 알고 있는 비밀이라면서요. "내 비밀은 이거야. 아주 간단한 거지. 무엇이든지 마음으로 보지 않으면 잘 볼 수 없어.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는 보이지 않는 법이거든". 눈을 감으니 가장 소중한 사람들 얼굴이 떠올랐고, 귀를 막으니 소리가 들렸습니다.
어린왕자와 여우는 헤어지게 되었고, 16년후에 우연히 만났습니다. 몸도 마음도 얼굴도 어른들이 돼버린 그들은, 처음에는 서로를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자신의 눈높이에서 세상을 사는 진짜 어린왕자 봉영규를 보고는 어른이 된 어린왕자는 여우의 말을 기억해 냈습니다. 여우가 가르쳐 준 비밀까지도요. 아주 오래동안 잊고 있었습니다.
들리지 않은 세상, 입을 보고 듣는 것을 훈련만 해왔던 차동주는 진짜 소리, 마음이 말하는 소리를 듣게 됩니다. 말하지 않아도 들리는 목소리였습니다. '마루아니신 분 차동주씨' 진짜 어린 왕자는 자신을 그렇게 불러줬습니다. 그리고 친구가 돼주겠다고 합니다. 아무도 차동주에게 친구가 돼주겠다고 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16년간 형이고, 친구였던 준하형이후 처음입니다. 자기 말을 들어주는 친구를 만난 것이 말이지요.

속상한 차동주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보는 봉영규, 차동주씨가 속상하다는 이유만으로 걱정이 한가득입니다. "난 차동주씨 말도 잘 들어주고, 거짓말도 안했는데...속상해 하지 말아요. 거짓말하는 사람하고 놀지 말아요. 내가 놀아줄게요".
보이는 것만 보고, 들리는 것만 듣는 하얀 도화지같은 사람 봉영규가 친구가 돼주겠다고 합니다. 그는 어린왕자를 닮았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그를 바보라고 하지만, 그들이 바보입니다. 그는 장미꽃에게 물을 주고 바람막이를 쳐주고, 가시에 찔려가며 가지치기를 해주는, 때묻기 전의 자신들의 모습이라는 것을 아무도 알아보지 못합니다.  어린왕자 봉영규를 보고 차동주는 들리지 않아서 볼 수 없었던 소중한 것을 기억하기 시작합니다.
엄마의 복수를 위해 길들여져 왔고 키워진 자신과 준하형, 엄마의 목소리가 언제부터인가 들리지 않았습니다. 엄마가 동주의 말을 들으려하지 않았기에, 동주도 엄마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하지 않았지요. 하지만 준하형은 아니었어요. 동주가 말하고 싶지 않을 때도, 듣고 싶어하지 않았을 때도 동주형은 말을 시켰고, 돌아누운 동주에게도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을 걸었습니다.
오래도록 서로의 장미꽃이었다고 생각했던 동주는, 그래서 준하형이 소중하고, 다치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엄마의 복수에 준하형이 끼어들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할아버지의 마지막 눈빛, 동주에게 전하던 간절한 목소리, "동주야, 무슨 일이 있어도 우경을 찾아야 한다. 우경은 네 것이야"라는 말을 동주는 그날 듣고 봤습니다.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동주가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준하형은 동주 자신을 지켜주는 수호천사, 등대지기로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 족했습니다. 준하형은 그렇게 동주의 꽃밭에 늘 같은 자리에서 좋은 향기를 주는 장미꽃이길 바랐습니다. 그런데 준하형은 동주의 장미꽃이 아니라 엄마의 장미꽃이었습니다. 장미향기 대신 날카로운 가시를 세우고는 최진철을 향해 돌진하는 엄마를 위한 전투병이었고, 들리지 않는 동주가 못 미더워 내세운 자신과 엄마를 위한 총알받이였습니다.
준하형은 동주가 가장 좋아하는 베토벤 교향곡이었습니다. 그런데 앰프가 찢어져 버렸습니다. 들리지가 않습니다. 준하형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엄마와 등뒤에서 소곤댑니다. "들리지 않는 동주가 뭘 할 수 있겠니? 동주 혼자서는 절대로 하지 못해요".
엄마는 동주의 말을 듣지 못해도 형은 들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니었어요. 형은 동주의 말이 아니라, 엄마의 말을 더 듣고 있었어요. 엄마가 준하형이 자신의 소리를 듣지 못하게 막았기 때문이에요. "16년동안 내가 여기와서 어떻게 할건지 형한테 수천번 얘기했어. 근데 형 지금 뭐해? 내 말 안들려? 안들리는 건 내가 아니라 형이야. 엄마가 형 두 귀를 막고 있어. 내가 아무리 얘기해도 형은 내말 안들리지? 다신 내 앞에서 함부로 말하지마, 귀로 들리는 말은 그냥 흘려들을 수 있어도, 나처럼 눈으로 보는 말은 그대로 마음에 새겨져. 엄마 아들할래? 내 형할래? 나 이제 엄마 아들 장준하하고는 안놀아".

그날, 동주의 눈으로 본 할아버지의 말이 16년간 단 한순간도 잊혀지지 않게 마음에 새겨져있는데, 그래서 할아버지를 위해 이렇게 왔는데, 엄마와 준하형은 동주를 믿지 못합니다. 들리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말이지요. 소스라치게 확인되는 동주의 비밀입니다. 뼈에 각인시켜주는 동주의 아픈 상처입니다. "너는 들을 수가 없잖니"....형이자 동주의 유일한 친구였던 준하형이 자꾸만 동주에게서 멀어져가는 것같아 속상하고 두렵습니다.
혼자있다는 것이 죽기보다 무서웠던 동주였습니다. 아무도 말을 걸어주지 않을까봐 두려웠던 동주였습니다. 자기가 들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 세상 사람 누구도 자기와 친구가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준하형만 빼고는 말이지요. 무섭고 두려운 동주 앞에 16년간 손에서 떼어놓지 않았던 낡고 해진 콩주머니 주인이 말을 걸어옵니다. 
자기에게 제일 소중한 보물이라면서 콩주머니를 주었던 여자아이, 차동주가 좋아하는 분이 이유를 말해줍니다. "아무도 나랑 안놀아 주는데, 우리 아빠랑 차동주씨가 놀아줘서 콩주머니 준 거예요. 내 이름 생기면 제일 먼저 얘기해 주려고 했는데...내 이름은 봉우리에요. 차동주 미안해...". 아무도 놀아주지 않을 것 같아서 두려웠던 동주는 그제서야 16년전 봉우리가 요술주머니를 준 이유를 알았습니다. 아무도 놀아줄 사람이 없을 것 같아 두려운 지금의 동주와 너무도 닮았습니다. 꽃처럼 순수한 어린왕자 봉영규를 알아본 것까지 닮았습니다. 

이 드라마에는 어른들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인물이 숨어있습니다. 진짜 어린왕자 봉영규와 사막에서 만난 여우입니다. 어른들이 되면 잃어가는 순수함을 봉영규는 맑디맑은 그의 영혼의 옹달샘에 간직하고 있지요. 때로는 스케치북에, 때로는 차동주의 잃어버린 동심과 순수를 자극하며, 상처받은 차동주의 영혼을 위로하고 그림으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봉영규를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집니다. 
봉우리와 봉영규는 준하와 동주에게 특별할 수 밖에 없는 존재들입니다. 봉영규와 봉우리는 마음의 눈과 귀로 보고 듣는 것을 일깨워주는 특별한 존재들이기 때문이지요. 사막에서 만난 어린왕자와 여우가 나누는 대화의 한 구절을, 수채화처럼 맑고 투명한 이 드라마는 또 들려줍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오직 마음으로만 볼 수 있지.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는 보이지 않거든".
동주의 마음이 봉우리에게 향합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그렇게 차동주와 봉우리의 그림처럼 예쁜 계단키스가 그림이 되어 정지되었습니다. 차동주와 봉우리는 똑같은 소리를 듣습니다. '쿵쿵'하고 가슴이 뛰는 소리입니다. 아무도 들을 수 없는 두 사람만에게 들리는 소리입니다. 사랑이 시작되는 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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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03 08:37




에너지셀 신제품 프로젝트 런칭쇼로 본격적으로 선전포고를 한 차동주에게 호락호락 우경그룹을 넘겨주지 않으려고 음모를 꾸미는 최진철과 김신애와 차동주와 태현숙, 그리고 최진철의 친아들인 장준하(봉마루)의 힘겨운 싸움이 시작되려 하고 있습니다. 에너지셀 프리젠테이션장에 아빠 봉영규를 해고 한 것에 열받은 우리가 나타나, 한바탕 소란을 피우면서 동주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요. "차동주, 넌 좀 다를 줄 알았어. 우경이라면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미워도, 넌 안미워 하려고 했어. 근데 우리 아빠까지 해고해? 우리 가족 건들지마. 너희들때문에 우리 엄마, 오빠까지 잃었는데...". 차동주에게 철썩 따귀를 날리는 봉우리였지요.
몰랐습니다. 봉우리집과 우경이 어떤 악연으로 얽혀있는지 동주는 몰랐어요. 준하형이 왜 가족을 버리고 엄마를 따라왔는지 몰랐었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자신이 새아버지 최진철을 미워하는 마음이 준하형과 같았다는 것을 말이지요. 할아버지를 돌아가시게 만든 새아버지, 준하형의 새어머니를 죽게 만들고, 봉영규에게서 아들을 빼앗은 우경의 무서운 사람이 같은 사람이었다는 것을 말이지요. 봉우리에게서 오빠와 엄마를 빼앗은 사람이 새아버지였음을 알게 된 차동주입니다.

멍군이가 처음으로 오늘과 내일을 가르쳐 줬습니다. 시계바늘 두개가 만나는 밤 12시, 그게 내일이라고 합니다. 맨날맨날 내일이면 마루가 온댔는데, 내일은 한번도 오지 않았습니다. 오늘만 있었던 봉영규에게도 내일이 왔습니다. 식물원에서 해고당해서 식물원에 가면 안되는데, 내일은 갈 수 있다고 합니다. 봉영규의 내일은 12시입니다. 그래서 아무도 없는, 모두가 잠든 봉영규만의 내일에 식물원에 가지요. 소장님이 가지치기를 잘했는지 불안한 봉영규입니다. 가지치기를 잘해야 무궁화꽃도 많이 피고 튼튼해 지는데, 아무렇게나 잘라버렸을까봐 조바심이 나는 봉영규지요. 깜깜해서 삐쭉삐쭉 나온 가지들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손이 긁히고 상처투성이가 됐지만,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봉영규입니다. 
그리고 미숙씨를 닮은 마루아니신 분과의 약속을 기억하는 봉영규는 길가에 앉아 마루아니신 분, 아니 차동주씨를 기다려 봅니다. 차동주씨도 저녁에 꽃구경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마루는 잠잘 때만 잘생긴 얼굴을 보여줬습니다. 아빠만 보면 화나고 싫어해서 늘 인상을 찌푸렸지만, 잘 때는 천사였습니다. 아마 차동주씨도 꽃들이 잠자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을 좋아하나 봅니다. 차동주씨에게 보여주고 싶은 꽃들이 너무 많습니다. 알려주고 싶은 이름이 너무나 많습니다. 아마 아무도 이름을 가르쳐주지 않았나 봅니다. 작은 미숙이에게 이름을 지어주지 못했던 큰미숙씨처럼, 차동주씨에게도 꽃이름을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었나 봅니다.
차동주씨가 소리를 듣고 싶어하는 것을 누구보다 잘아는 봉영규입니다. 미숙씨도 그랬으니까요. 미숙씨처럼 늘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한마디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그렇게 입술을 쳐다봤습니다. 미숙씨의 눈과 똑같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꽃이 하는 말을 듣고 싶어하지 않았지만, 차동주씨는 미숙씨처럼 세상의 모든 말들을 듣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의 소리를 듣고 싶어하던 미숙씨의 눈과 너무나 닮은 사람입니다.
상처난 손을 보고는 식물원집으로 데려가 약도 발라주고 밴드도 붙여줍니다. 미숙씨의 눈을 닮은 차동주씨는 착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차동주씨를 마루오빠로 생각했었나 봅니다. 마루도 화내고 신경질을 부렸지만 착한 아들입니다. 아들이니까...

봉영규를 만난 차동주는 봉우리가 마음에 걸리지요. 회사에서 "난 당신 모르니까 어떤 식으로든 이런식으로 나차나지마"라고, 매몰차게 돌아서 버린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알고 있는데, 주말에 피아노 가르쳐주러 가겠다고 약속했는데, 아무리 멀리 있어도 다 부를 수 있는 요술주머니를 준 그 여자아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데, 엄마를 부르는 목소리, 그 아이에게 가장 소중한 보물을 동주에게 주었다는 것도 알고 있는데...
집주소를 들고 봉우리를 찾아간 차동주는 준하형이 우리를 데려다주는 것을 보게 되지요. 술취한 봉우리를 업고 한계단 한계단 오를 때마다, 준하형이 마음속으로는 "우리야, 미안해"라는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동주는 압니다. 준하형이 동주 자신을 위해서도, 대신 사과해줬으면 싶은 동주입니다. 모른 척한 것, 이제서야 봉우리에게서 엄마와 오빠 마루를 빼앗은 것을 알게 되었다고, 미안하다는 말을 대신 해줬으면 싶은 차동주입니다.
"난 하나밖에 못하니까 내가 더 힘들지. 형은 두개를 할 수 있잖아. 운전하면서는 통화못하고, 말은 하지만 들을 수는 없고, 하늘보면서 얘기못하고...봉우리 모른척했지만 미안하다고 말 못하고...두개가 한꺼번에 되는 형이 차동주 형도 하고, 봉우리 오빠도 해줘". 그렇게 우리를 걱정하고 미안해 하는 준하형의 마음을 이해함을 에둘러 말하지요. 봉영규네에게 언젠가는 꼭 봉마루로 다시 돌아가라는 말도 함께 말이지요.
다음날 밤도 차동주는 길가에 앉아 꽃에게로 가고 싶어하는 봉영규를 보지요. 해고당해서 식물원에 갈 수 없는 봉영규는 안부가 궁금한 꽃들을 그림으로 그려봅니다. 봉영규에게 식물원은 일터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차동주지요. 봉영규는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꽃과 나무, 물고기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기 위해 왔었다는 것을 알게 된 동주입니다. 아무도 듣지 못한 미숙씨의 말을 들었던 것처럼 말이지요. 봉영규에게 새 일을 주는 차동주, 밤마다 물고기 밥을 주라며, 봉영규에게 식물원 친구들을 돌려주는 차동주입니다. 

에너지셀 런칭쇼, 순간 세상이 암흑으로 뒤바꼈습니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아무 것도 들리지 않습니다. 동주가 가장 무서워 하는 어둠입니다. 동주는 사람이 많은 곳에 있는 것이 힘듭니다. 여기저기서 말을 거는 사람들, 그 사람들의 입을 따라다니느라 눈이 피곤하고, 현기증이 나서 서있기조차 힘이 듭니다. 안간힘을 써서 비밀을 들키지 않고, 런칭쇼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동주앞에 우리가 찾아오지요.
아무 것도 모르는 아빠를 가지고 논 것같아 분이 나서 견딜수가 없었던 우리, 소리를 지르고 고함을 질러도 돌아보지도 않는 차동주가 비틀비틀 쓰러지고 맙니다. "차동주, 내 말 안들려? 내 목소리 안들려?"
그 순간 차동주에게 기적이 일어났지요. 봉우리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것이에요. 빚쟁이에게 쫓겨 도망가려는 엄마에게 우리는 아저씨를 못보는 것이 싫다고 했지요. 그때 엄마가 눈을 감겨주며 들려줬습니다. "눈을 감고 아저씨를 생각하면 아저씨가 보인다"고. 그리고 귀를 막으면 엄마 목소리도 들린다고 가르쳐줬지요. 엄마의 심장에 우리의 손을 가져다대고 엄마 소리를 들려줬습니다. '쿵쿵' 우리에게 엄마의 소리가 들렸지요. 눈을 감으니 아저씨가 보이고, 귀를 막으니 "쿵쿵, 우리 딸 세상에서 가장 많이 많이 사랑해"라는 엄마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아주 오래전에 피아노를 가르쳐줬으니, 자기만이 알고 있는 비밀을 가르쳐 주겠다고 말해줬지요. 눈을 감고 보는 법과 귀를 막고 듣는 법을 이름도 없었던 여자애가 가르쳐 줬지요. 눈을 감으니 동주에게 할아버지와 엄마가 보였고, 귀를 막으니 소리가 들렸습니다. "들려? 들려?" 라고 묻던 '네 목소리'. 우리를 끌어안은 동주는 우리의 심장소리를 듣습니다. "쿵쿵, 들려? 소리가 들려?" 16년간 어둠 속에 숨어버렸던 소리가 동주의 귀에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소리는 없어진 것이 아니었어요. 소리를 기억해 낸 동주였습니다. 차동주가 듣기 시작했습니다. 마음이 말하는 소리를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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