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선'에 해당되는 글 30건

  1. 2010.05.22 '신데렐라 언니' 문근영의 감정 과소비 부작용 (84)
  2. 2010.05.21 '신데렐라 언니' 감동적인 효선의 복수, 시청자 울렸다 (11)
  3. 2010.05.20 '신데렐라 언니' 효선은 송강숙을 용서할 수 있을까? (32)
  4. 2010.05.15 '신데렐라 언니' 천정명과 서우, 문근영을 위한 병풍들? (66)
  5. 2010.05.14 '신데렐라 언니' 독기품은 서우의 눈빛, 반가운 이유 (26)
2010.05.22 07:28




감정을 읽는 동화드라마 신데렐라 언니가 이제는 감정이 치밀어 오르게 하는 드라마가 되고 있는 느낌입니다. 이 드라마는 애초에 20부작이 무리였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신데렐라 언니는 특별히 벌여 놓은 일도 없지만, 그렇다고 딱부러지게 정리된 것도 없이 구대성이 죽었다는 것만 확실합니다. 제자리 걸음을 치다 이제는 뒷걸음질치며 그림자 밟기 놀이를 즐기기 까지 합니다. 특히 은조와 기훈의 공감가지도 않고, 동정하고 싶지도 않은 기형적인 사랑은 11회에서 기훈이 3천배를 하고 돌아와 은조앞에 푹 꼬꾸라지며 했던 말과 나레이션으로 정리가 돼버린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되새김질하는 느낌입니다. 이렇게 지루하고 쳐지는 돌림노래가 있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은조와 기훈, 공감가지 않는 사랑(?사랑이라고 표현하고 싶지 않음)
"은조야, 정말로 이제는 나는 너한테 못가, 못가게 됐어. 근데 너만 허락해주면 너희들한테 매일 3천번씩 절하는 마음으로 보살필게, 아저씨처럼" 이라고 말하자 은조가 "나는 됐고, 효선이한테 해주라"고, 그래야 용서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서로가 서로를 밀어내 버렸습니다. 그리고 기훈의 나레이션이 이어졌지요. "그래서 그날 내 나쁜 계집애는 저와 나를 위해서 마지막으로 울었다. 나도 그랬다. 내 나쁜 계집애를 떼어내며 마지막으로 울었다" 라고요.
저는 이 부분에서 이제서야 공감가지 않는 은조와 기훈의 이야기가 정리되고, 기훈의 비밀이 파헤쳐지는 과정에서 은조와 효선이 받는 상처, 그리고 대성참도가를 살리기 위한 은조와 효선의 밀고당기기 식의 이야기가 진행될 거라고 생각하며 나름 흡족해 했습니다. 물론 효선과 송강숙의 관계도 중심 스토리가 될 거라고 생각했고요.
그런데 왠걸, 작가는 기훈의 나레이션을 통해 마지막으로 울었느니 하더니,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려버리기 시작했습니다. 혹시 작가분이 대본을 그렇게 썼던 것을 잊고 있다면 상기해주셨으면 싶네요. 두 사람은 서로를 위해 더 많이 울었고, 숨어서 훌쩍거리지도 않고 아예 대놓고 서로 부둥켜 안고 펑펑 울게 까지 하더군요. 이런 오락가락한 은조와 기훈의 멜로는 오히려 스토리의 지지부진함을 돋보이게 할 정도였고, 같은 대사와 장면들이 그 후에도 무수히 반복되었어요.
기훈이 "안돼, 은조야. 너무 늦었다고" 라며 울던 대사는 여전히 저에게는 해석불가한 대사였는데 지금도 모르겠네요. 효선이에게 가는 것이 늦었다는 것인지, 삼천배를 하고 와서 은조에게 돌아갈 수가 없게 돼버렸다는 반복대사인지 모르겠어요. 효선이에게 돌아가는 것이 안된다고 했다면, 그전에 "나는 감정도 없는 사람이냐"며 "여자로 보이지 않는 애를 은조 니가 원하니까 여자로 봐야 해?" 라고 따졌던 대사와 연결이 안되고, 은조에게 돌아가는 게 늦어서 안됐다는 의미였다면, 이미 했던 얘길 반복해서 할 필요는 없었던 게지요. 이때 은조는 효선이에게 잘해달라고 불렀던 것이었고, 기훈에게 자신을 봐달라고 부탁하는 상황도 아니었으니 말이지요.
그런데 그 이후로도 두 사람이 서로를 위해 흘리는 눈물은 셀 수 없이 많았고, 15, 16회에서는 대놓고 서로를 붙들지 못해서 안달이더군요. 이렇게 쿨하지 않은 은조와 기훈의 관계는 사람을 진절머리가 나게 합니다. 드라마 캐릭터상 가장 이해불가하고 비호감인 기훈의 캐릭터는 이미 동화속 왕자님이 되기에는 너무 멀리 가버렸는데, 저는 요즘 은조의 캐릭터에도 애정을 주기 힘듭니다. 만약 문근영이라는 배우가 은조를 맡지 않았다면, 은조라는 캐릭터는 아마 방송이 끝나는 다음날이면 난도질 수준이었을 겁니다. 
매일같이 은조는 자기가 지은 죄가 어떻고 하며 질질 짜는데, 딱 까놓고 은조는 무슨 죄를 지었기에 그렇게 죄인같이 구는 걸까요? 구대성을 아버지라고 불러주지 못한 죄? 그게 이토록 은조를 힘들게 해야하는 형벌일까요? 대성도가를 키우겠다고 무리한 주문을 받아 들이고, 홍주가의 일본 사기수출 음모에 속아 대성도가를 휘청거리게 하고 구대성을 심장마비로 죽게 한 죄? 그게 은조의 죄일까요? 대성도가를 살리겠다고 발버둥쳤다는 게 그렇게 스스로를 용서받지 못하게 하는 죄라고 할 수 있을까요? 엄마 송강숙이 다른 남자랑 바람피우면서 구대성을 뜯어먹고 산 죄? 엄마의 죄를 은조가 그렇게까지 뒤집어쓰야 하는 것일까? 싶네요. 물론 떳떳하지 못한 엄마를 둔 것은 사실이지만요.
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죄의식은 은조의 감정선의 한 축을 담당하면서 효선이에 대한 연민을 당연지사로 조작하고, 죽을 만큼 사랑한다는 기훈이 마저 효선이에게 보내겠다는 비뚤어진 애정관까지 강요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아니 사랑이 축구공입니까? 
저는 두 사람 사이의 감정을 사랑이라고 표현하고 싶지 않습니다. 집착증이라는 환자들 같아 보이니까요. 8년이라는 시간, 고작 18살 나이에 설레였던 사람을 8년간 꿈쩍않고 지키고 있었다는 은조라는 캐릭터, 현실에서 보면 징그러울 정도로 편집증적인 여자입니다. 효선은 대학다니면서 발레하면서 이남자 저남자 사귀기라도 했지, 도대체 은조라는 아이의 눈에 세상에 남자는 오로지 홍기훈 하나 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이 징글맞은 여자는 한마디로 정이 안가는 여자에요.
기훈도 마찬가지입니다. 혈기왕성한 남자가 8년간을 다른 여자에게 눈도 돌리지 않고 산 것 처럼 보이는데, 정신상태 혹은 육체적으로 문제있는 남자처럼 보이기까지 합니다. 둘다 오로지 세상과 단절된 독방감옥에 갇혀 살았거나, 땅만 쳐다보며 8년간을 살았다면 모르겠지만요. 작가는 이런 부분에서 동화적인 로맨스의 순수성을 보여주고 싶어했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소년 소녀적인 감수성은 황순원님의 소나기를 20대 청춘에다 대입시켜 흉내내고 있을 뿐입니다. 
은조의 캐릭터는 10회분까지는 효선이나 기훈의 오락가락한 캐릭터에 비하면 일관성이 있었어요. 10회분의 하이라이트는 은조가 성공한 술을 구대성의 영정앞에 올리고 처음으로 "아빠"라고 부르며 울부짖던 신이었어요. 그런데 작가는 11회분부터 은조의 캐릭터는 기훈이처럼 오락가락하게 해버리는 실수를 했어요. 엄마의 속물적인 모습과 효선의 구박이 시작된 것을 보고 한밤중에 정자에서 효선을 기다리고 있던 기훈에게로 향합니다. 이때 효선이는 엄마 송강숙으로부터 받은 상처로 위로가 필요했기에 기훈에게 일부러 전화해서 효선이에게 따뜻하게 해주라고 미리 대기까지 시켜놨던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엄마의 모습에 열받은 은조가 기훈에게 가서 "나랑 같이 도망쳐 줘" 라며 기훈에게 매달리는 장면으로 이어졌지요. 물론 은조가 엄마의 모습에 환멸을 느껴서 그런 행동을 했다는 것은 충분히 납득이 가는 상황이었지만, 은조는 이렇게 이성을 잃는 아이가 아니었다는 것이지요. 매번 다짐하는 것이 기훈은 효선의 그 사람이다라고 세뇌까지 시키는 은조가 이렇게 한방에 무너집니다. 지난 일이지만  이때 은조는 정우에게 갔어야 했어요. 남자로서의 정우의 의미는 아니에요. 정우는 그만큼 은조가 의지하는 사람일 수 있는 충성맨이라는 것을 은조가 모르지 않은 상황이었고, 엄마를 누구보다 잘 아는 정우였기에, 은조가 데리고 도망쳐 달라는 말은 설득력이 있었을 겁니다.

그러다 다음날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이 또다시 기훈을 벙벙하게 합니다. 아니 시청자를 벙벙하게 했지요. 기훈이 은조의 어깨에 손을 올려주자 "하지마, 이런 것" 이라며 기훈을 밀어냅니다. 도망쳐 달라고 했다가 밀어냈다가 갈피를 잡을 수가 없게 만듭니다.
같은 회에서 기훈이 술이 떡이 되도록 마시고 와서 은조야 문열어라며 울던 날, 이날 기훈의 술 취한 척하는 모습은 가관이어서 정말 기억에 남는 장면이었네요. 걸음까지 비틀거리면서도 정우에게는 맨정신보다 더 말짱하게 자신의 죄를 청산유수로 고백하는 장면이 교차되어서 말이지요. 여튼, 이날 은조도 술이 떡이되도록 마시고는 꿀물까지 타서 바치는 정성은 은조답지 않은 행동이었어요. 씹다보니 별게 다 트집거리가 된다는 생각이 드네요.;;;

문근영 똑같은 표정연기, 연기력의 한계인가, 스토리의 문제인가?
어쩌면 이 모든 비상식적인 죄의식을 뛰어난 감정선을 보여주고 있는 문근영이기에 봐주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저는 요즘들어 문근영의 표정연기와 눈물신이 천편일률적으로 똑같다는 것에 문근영의 연기에 대해 한계를 느끼고 있습니다. 천정명의 감정연기에 대한 글을 두 번 올린 적이 있었는데, 천정명의 매회 같은 표정은 따로 찍지 않고 복사붙여 넣기를 해도 무방할 정도라고 악평을 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 문근영의 표정과 눈물신이 딱 그렇습니다. 효선이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기훈을 괴롭게 보는 표정은 매회가 판박이 수준입니다.
언제부터인가 문근영의 표정은 같아지고, 그것이 반복되다 보니 천정명에게 느꼈던 비슷한 짜증까지 밀려오게 만듭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저는 문근영을 깠다는 이유로 소위 폭풍까임을 당하리라는것도 압니다. 해피투게더에서 서우가 치뤘던 까임을 저도 당할 것이라 미루어 짐작이 갑니다. 그래도 해야겠습니다.
솔직히 문근영의 표정은 더 이상 새롭지도 않고, 매회 반복적이고 거의가 똑같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의 진전이 없어 보이는 문근영의 잠재력이 문근영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가장 큰 문제가 제작진과 작가에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애초에 이야기거리가 없는 것을 질질 끌어 만들다보니, 이용할 수 있는 것이 문근영의 감정신이었어요. 솔직히 문근영과 이미숙이 아니었으면, 이 드라마의 현재 시청률도 나오지 않았을 겁니다. 물론 문근영은 너무나 훌륭하게 작가나 제작진이 원하는 바를 그 이상으로 보여주었고, 국민배우로서의 이름으로 올리는 문턱에 까지 갔습니다. 
문근영이 이렇게 커가고 있을때 작가와 제작진은 문근영을 담을 그릇을 미처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더 이상 나오지 않는 스토리의 한계를 작가와 제작진은 문근영의 캐릭터를, 아니 문근영이 보여주었던 감정을 최대한 이용하는 것만으로 승부를 보려 들었고, 지금도 그러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걸 너무 우려먹다 보니 하이킥의 신세경의 빨간 목도리처럼 우려도 더 이상 나오지 않는 사골국이 돼버리고 말았습니다. 한마디로 지겨워요. 

문근영이 보여주는 감정선의 힘은 절제였어요. 응축하고 응축해서 안의 감정이 포화되기 일보직전의 상태에서 빵 터뜨려 주는, 마치 풍선에 공기를 더 이상 넣지 못할 정도로 팽팽해지게 했다가 순간에 터뜨려버리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문근영은 바람빠진 풍선을 억지로 찢어가면서 까지 터뜨리고 있습니다. 여기에 함께 맞춰주지 못하는 천정명의 이상스런 캐릭터때문에 문근영의 억지로 터뜨리는 감정선은 불필요한 과소비로 남발되는 듯한 느낌까지 들게합니다. 요즘 정우에게 전혀 은조답지 않는 긴 사설의 넋두리까지 해대는 것을 보고는 은조가 쌓아온 캐릭터가 다 무너져 버린 느낌까지 들게 했고요.
문근영과 천정명의 장면은 매회가 똑같습니다. 둘이 마주보고 대사치다가 조금있으면 은조의 양미간이 찌뿌려지면서 눈에 눈물이 한가득 고이고, 문근영이나 천정명이나 똑같은 표정의 반복이죠. 두 사람이 나오는 장면을 떠올려 보면, 매회가 똑같은 문근영의 표정과 눈물 보이겠지, 그리고 천정명 역시 눈물 고이며 똑같은 인상을 쓰고 멍 상태로 서있겠구나, 은조가 뛰어가겠지... 정말 뛰어 가거나 휙 지나갑니다. 기훈은 멀뚱하게 서있겠지? 정말 어깨에 힘주고 주먹까지 불끈 쥐고는 서있습니다. 이런 장면은 매회 반복이라 이제는 다 외워지는 레파토리에 표정들일 정도입니다. 그리고 방안에 쭈그리고 앉아 질질 짜겠구나, 역시나 입니다.
울보효선과 독기은조는 정반대로 바뀌면서 예전 효선이 울었던 것보다 요즘은 은조가 많이 우는 것 같더군요. 도대체 작가는 문근영의 잠재적인 다른 표정연기를 보여줄 스토리라인을 왜 이렇게도 진전을 못시키는지, 작가가 문근영을 담기에 그릇이 작은 것인지, 문근영의 연기가 여기까지 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입니다.

죽은 구대성의 병풍이 된 살아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죄값을 치르기 위해서는 매일 3천배를 하는 심정으로 보살피겠다는 기훈은 은조에게 돌아갈 수 없다고 하고는, 여전히 은조에게 속마음을 전하기에 바쁩니다. 붙잡을 수 없다며 울고 불고 난리치던 인물이 은조가 차를 타고 쌩 가버리니까, 죽자고 붙잡으려고 전력질주까지 합니다. 더구나 자신의 비밀이 다 밝혀졌는데, 그 자리에서 접시물에 코라도 박고 죽어야 할 판에, 지옥에 떨어지더라도 죽을 힘을 다해 붙잡고 싶다고 절절하게 고백까지 합니다. 뭐 이런 찰거머리같은 녀석이 있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편집증 중병환자 수준입니다.
은조가 애타게 바라보면 안돼 하고 뒤로 빠지고, 은조가 밀어내면 너를 죽을 힘을 다해 붙들고 싶다하고... 도대체 이렇게 앞뒤가 맞지 않는 은조와 기훈의 오락가락 감정선이다 보니, 이제 두 사람이 애절하게 바라보는 장면만 나오면 얼른 지나갔으면 싶고, 벌컥벌컥 짜증이 밀려옵니다.
기훈의 캐릭터는 작가의 애정이 처음부터 없어 보여서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싶었지만, 심각한 것은 무너지고 있는 은조의 캐릭터입니다. 효선에게 더 이상 상처주기 싫어서, 기훈에게 비밀을 말하지 말라고, 평생 효선이 오빠 노릇하는 벌을 받고 살라고 하는데, 도대체 은조가 효선이를 가족으로 여기고 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게다가 기훈의 배신으로 자기 생살 찢어지는 것도 아파하지 못하고, 효선이 엄마의 비밀을 알아서 아픈 것에 아주 죽고 싶을 정도로 괴로워 합니다. 은조는 자신이 기훈에게 받은 상처를 미처 추스리지도 못하면서 효선이만 걱정하는데, 이런 모습은 착한 은조를 만들기 위한 설정이었을뿐 공감은 가지 않더군요.
은조 자신도 구대성을 죽게 한 기훈이와 홍주가를 용서하고 싶지 않은데, 효선에게는 친아버지를 죽게 한 기훈의 숨기려고만 하는 것이 맞을까 싶어요. 은조가 효선을 그렇게까지 끔찍스럽게 위한다면, 오히려 기훈에게 효선이를 정식으로 거절했으니 당장 눈 앞에서 없어져주라고 말해야 하지 않았을까요? 드라마를 떠나 현실이라면 어땠을까? 저는 백번 깨나도 평생 오빠 노릇하라는 건 정말 이해가 안가더군요. 안보는 게 나을텐데 말이지요. 효선이 기훈을 용서하고 안하고의 문제는 차후의 일이고, 효선이 아버지를 죽게 한 사람을 사랑하라고 사실까지 감춰주면서까지 전폭 지원할 일은 아니지요.
효선이 살리기에 나선 착한 은조는 캐릭터의 매력도 반감될 뿐만이 아니라, 작위적입니다. 이렇게 착한 은조와 비참한 효선을 만드는 이유는 은조와 효선의 감정우려먹기를 한 두회 더하겠다는 것일테지만요. 마지막을 향하고 있는 신데렐라 언니를 지금까지 총정리해 보면, 결과적으로 모든 이야기는 구대성이라는 주변인물들이 구대성의 사랑과 죽음을 받아들이는 이야기밖에 되지 않습니다.

드라마를 보다보다 살아있는 사람들이 죽은 사람을 위한 병풍이 되는 드라마는 처음 봤습니다. 구대성이 변화시킨 은조, 구대성의 딸 효선지키기, 구대성의 진실된 사랑에 여우에서 사람이 되는 탈모의 과정을 거치는 송강숙, 구대성을 죽게 한 장본인 기훈의 고뇌, 구대성 때문에 진짜 자매가 돼가는 은조와 효선 등등... 이 드라마는 구대성이라는 매개체가 없으면 아무 이야기도 풀어갈 수 없는 것이라는 거죠. 은조와 기훈의 관계, 기훈과 효선의 관계의 결정적인 걸림돌 역시 구대성의 죽음이고요.
구대성이 좋은 사람이고 드라마의 중심축이었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습니다. 죽은 구대성은 잡지 표지모델을 통해서도 지금까지 매회 출연하고 있으니 죽은 사람이라는 생각도 전혀 들지 않습니다. 은조의 캐릭터가 매력을 잃고, 기훈과의 공감되지 않은 빨간 목도리같은 애정신이 돼버리고 있는 것은 유감입니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지만, 은조의 캐릭터가 더이상의 성장을 못하고 있듯 문근영의 더 나아가지 않는 연기는 안타깝습니다. 충분히 더 보여줄 수 있는 잠재력이 무궁한 배우인데, 드라마 스토리의 한계로 인해 멈춰있는 듯 싶어서 말입니다. 그나마 배우 이미숙의 징그러울 정도로 원숙한 연기가, 죽은 구대성과 함께 신데렐라 언니를 지키고 있다는 것을 제작진으로서는 고마워 해야 할 것같습니다. 드라마 중반까지는 배우들이 작품을 잘 만났다는 생각(천정명 제외하고)을 했는데, 이제는 제작진이 문근영, 이미숙, 김갑수라는 배우를 만난게 행운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저만 그런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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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21 12:22




신데렐라 언니 16회는 그동안 터져야 했던 감정들이 한꺼번에 터져버린 시간이었어요. 은조의 '아빠, 잘못했어요'에 이어 효선의 '엄마 가지마'가 또 다시 안방을 눈물바다로 만들었습니다. 효선이 진심으로 엄마를 부를 시간이 오리라 예측은 했지만, 생각보다 시간이 빨리 온 것같습니다. 그런데 은조가 오열하며 불렀던 '아빠'처럼 효선이도 허공을 항해 엄마를 부르는 것을 보고, 어쩜 이렇게 어긋나는 것도 닮았을까 싶더군요. 약속이나 한 듯 서로에게 다가서는 순간이 어긋나기만 하는 구대성의 가족들때문에 마음이 아픕니다. 이제는 이 사람들을 가족이라 표현하고 싶습니다.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송강숙이 나타나기만 한다면, 정말 행복한 가족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준수가 구대성이 나온 잡지를 들고 웃는 모습과 함께 말이지요.
기훈의 비밀을 알고 산산조각 나버린 은조의 가슴(솔직히 이부분은 공감이 가지 않아 굳이 사랑이라는 말을 쓰기도 싫습니다. 배신감 정도로 표현하고 싶네요;;), 털보장씨를 찾아가 아빠에게 진심의 사죄를 받은 효선, 그리고 또다시 없어져 버린 엄마를 부르는 효선의 절규는, 가슴이 먹먹하다 못해 기도를 막아버린 듯 숨조차 쉬기가 버거울 정도였어요. 효선이때문에 많이 울었는데, 독기와 연민의 감정선을 넘나들었던 서우의 연기도 좋았고, 무엇보다 효선의 복수방법이 감동적이었어요.

효선이가 아버지를 위해 한 복수방법이 효선이다웠고, 구대성의 딸다웠다는 생각에 효선이가 정말 많이 성장했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효선의 복수는 인간의 파멸이 아니었어요. 아버지에게 진심으로 사죄하는 것이었지요. 하늘에 계신 아버지가 보셨더라면, 효선이에게 잘했다고 칭찬해 줬을 것 같아요. 아버지는 인간의 본성을 믿는 분이었고, 사람을 내치는 사람이 아니라 품는 사람이었어요. 자신에게 칼을 들이 댄 사람일지라도, 그 칼을 스스로 쥐어 자신을 찔러버린 사람이었어요. 그렇게 해서라도 다른 사람의 손에 피를 묻히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던 사람이었지요.

세상에서 엄마라고 부를 수 있는 단 한사람

아빠를 기만한 털보장씨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받은 효선은 대합실에서 기다리고 있어야 할 엄마가 없어져 버린 것을 보고, 끝내 진심을 드러냅니다. "엄마, 가지마"라고요. 효선은 엄마를 붙들고 싶었어요. 새엄마가 생지옥에 살더라도, 그로인해 효선 역시 생지옥이 되더라도 효선은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엄마를 잃고 싶지 않았어요. 첫눈에 반해버린 한 여자, 그 여자를 엄마로 만들고, 아버지의 아내가 되는 것을 즐거운 마음으로 보면서, 아버지가 행복하는 모습이라면, 자신을 대하는 마음이 진심이 아니어도 상관없었던 효선이었어요. 아버지가 사랑하는 사람이고, 또한 엄마도 아버지를 사랑하면 그것으로 충분했어요.
효선에게 아버지 구대성은 은조에게 구대성이라는 존재 이상이에요.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사람, 가장 따뜻하고 넓은 가슴을 가진 사람, 그 사람이 자신의 아버지라는 것이 너무 감사한 효선입니다. 그런 아버지를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 효선이 대신해 줄 수 없는 아내라는 자리, 그 시린 가슴 한자락을 새엄마 송강숙이 채워준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어요.

그런 송강숙이 아버지를 배신하고 다른 남자를 만나고, 그것을 아버지가 알고도 입도 뻥긋하지 못했다는 것을 효선은 참을 수가 없었어요. 불결한 새엄마, 그런 엄마를 끝까지 품어준 가엾은 아버지에게 효선은 진심으로 사죄시키고 싶어합니다. 털보장씨의 사과를 받은 효선은 그제서야 눈물을 흘립니다. 털보장씨 쿨한 사람으로 보이더군요. 진심은 통하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효선이는 엄마 송강숙이 진심으로 후회하고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있음을 알고 있어요. 버스를 잡기 위해 뛰어 온 자신을 보고, 맨 처음 송강숙의 눈길을 멈춘 곳은 효선의 맨발이었어요. 버스에서 내린 새엄마는 또 효선으로부터 도망치려고 했어요. 효선이 발이 피투성이가 될때까지 뛰어도 엄마는 도망치려고 했어요.
효선이는 엄마가 왜 도망치려는 지를 알았어요. 효선이의 피투성이 발을 보고 진심으로 걱정하는 엄마의 표정, 그 눈은 언젠가 손가락에 가시가 박혔을 때, 가시를 빼주며 바라보던 안쓰러운 눈빛과 같았어요. 동수에게 문자 씹혔다고 울며 돌아왔을 때, "우리 애기 어쩌나"하며 안아주던 계산없는 모습과 같았어요. 효선이 처음 송강숙을 만났던 날, 물벼락을 뒤집어쓰고 효선의 돌아가신 엄마의 옷을 입고 효선을 처음으로 안아주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던 그 모습이었어요. 
"정말 예쁘세요. 아줌마 황신혜 닮았어요"라자, "어머 그럴리가 있니? 난 정윤희 닮았어, 얘"라며 정색을 하던 새엄마였어요. 효선이가 우리 엄마는 황신혜 닮았는데 하자, 금세 "나도 황신혜 닮았다는 소리도 들어" 라며 효선을 웃게 만들었던 새엄마였어요. 엄마 생각에 우는 효선을 새엄마는 따뜻하게 안아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어요. 마치 '우리 애기 효선이 울지 마' 라고 말하듯이요. 비록 송강숙은 고래등같은 운학루를 보고, 다른 마음으로 효선이에게 맞장구를 쳐줬지만, 어린 효선은 그런 어른의 계산은 몰랐어요. 그냥 엄마 옷을 입은 아줌마가 예뻤고, 돌아가신 엄마를 생각나게 해줬던 예쁘고, 좋은 냄새가 나는 아줌마였을 뿐이에요. 엄마같은 좋은 냄새...
효선이가 첫눈에 반한 한 여자의 모습은 8년이라는 시간 속에 변질되고, 진심이 아닌 부분들도 보게 해 버렸지만, 처음 돌아가신 엄마 생각에 우는 효선일 안아주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손가락에 박힌 가시를 빼주던 강숙은 진심이었어요. 같은 진심을 효선은 피투성이 자신의 발을 보던 엄마의 표정으로 또 확인합니다. 
효선은 엄마가 뉘우치고 진심으로 후회하고 있다는 것을 엄마가 도망쳤기 때문에 알았어요. 인두겁을 뒤집어 쓴 여우라면, 모든 것이 들통났더라도 도망치지 않았을 지도 몰라요. 어떻게라도 둘러대고 효선이를 구박했을 지도 모르지요. 그렇게 독하고 모질었던 새엄마가 자신을 귀신보다 더 무서운 년이라며 도망치려고 합니다.
송강숙은 더 이상 운학루를 지킬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도망치려 했던 것이에요. 효선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자신이 효선이와 아버지 구대성에게 한 짓이 인간으로서 할 짓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았기에, 천하의 송강숙도 죄값을 치르려고 했어요. 효선이는 엄마가 도망치려고 한 것을 보고 송강숙이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음을 보았던 거예요. 그런 엄마를 효선은 아버지처럼 품고 싶어합니다.
업히라며 처음으로 내밀어 준 등, 효선이 송강숙의 등에 업히는 순간 효선은 이미 새엄마를 용서하고 있었어요. 그 등이 사라질까봐, 반지를 돌려받은 날, 몰래 떠나버린 그날처럼 새엄마가 사라질까봐 너무 두렵습니다. 앙탈을 부리고 눈엣가시가 되어서라도, 엄마의 치부를 들어 협박해 가며 엄마에게 족쇄를 채우더라도, 엄마를 붙들고 싶은 효선이에요. 이 세상에서는 유일한 엄마니까요. 이제는 아버지가 돌아가셨으니 더 이상 효선에게 또다른 엄마는 있을 수가 없어요. 사진 속의 돌아가신 엄마가 효선의 마음 속에 살아 있는 엄마라면, 세상에서 엄마라고 소리내어 부를 수 있는 단 한사람이 송강숙인 거예요. 

효선이 찍고 싶은 가족사진
털보장씨에게 사과를 받으면, 효선은 은조랑 준수, 그리고 송강숙을 가운데 앉히고 가족사진을 찍고 싶었어요. 효선은 강숙에게 가족사진 찍어 각자 방에다 걸고, 지갑에도 넣고 다니자고 이를 바득바득 갈며 말했지만, 효선은 정말 가족사진을 찍고 싶었을 거에요. "이 여자가 우리 엄마다. 세 아이의 엄마다. 이렇게 예쁜 여자가 우리 엄마다" 라고 세상에 다 알리고 싶었을 지도 몰라요. 효선에게 유일한 가족이니까요. 아빠의 표지모델 사진을 준수에게 들고 하고 함께 찍어서 아무도 엄마를 꼬드기지 못하게 말이지요. 엄마가 진심으로 자신을 안으려 했었다는 것을 알기에, 효선은 뒤늦게 엄마에게 못되게 군 것이 후회스럽기까지 할 정도에요. 
아빠의 술이 다시 생산되어 가게에서 팔리고 있고, 이제 일이 다 해결된 것 같았는데, 엄마를 진심으로 가슴으로 안아주고 싶었는데, 엄마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제는 덜 아플 것 같았는데 엄마가 보이지 않습니다. 세상에서 하나 뿐인 엄마가 다시 효선을 버리고 가 버렸어요. 아니 은조와 효선, 준수를 버리고요. 대합실을 나와 엄마를 부르는 효선의 모습은 시장에서 엄마 손을 놓친 미아처럼 처절하고 불쌍합니다. 사방을 두리번 거려봐도 어디에도 없는 엄마 모습, 그렇게 효선은 엄마잃은 아이가 되어 엄마를 찾습니다. 구대성이 새엄마의 불륜을 알고도 함께 했던 시간들이 사라질까 두려워 했던 그 두려움에 떨면서요. "엄마, 가지마" 라는 효선의 절규가 그래서 더욱더 가슴을 먹먹하게 하네요.
가엾은 아버지를 위한 효선의 복수와 분노가 멈추려는 시간, 신데렐라 언니 이 뒤틀린 동화 속 효선이와 송강숙은 엇갈리는 시계바늘과 같아집니다. 송강숙은 어디로 갔을까요? 사람을 찾습니다라는 수배광고지라도 붙이고 싶네요. "송강숙 여사님! 예쁜 두 딸이랑 아들이 엄마를 애타게 찾습니다. 두 예쁜 딸들이 지금 무지 아파요. 죽을 듯이 아파요. 효선이는 미각을 잃었대요. 엄마가 해 주는 엄마의 밥상을 그리워 하고 있어요. 얼른 운학루로 돌아와서 딸들을 안아주세요!!! 더 이상 두 딸들 눈에서 눈물이 흐르지 않게 해주세요. 당신은 하느님, 부처님하고 맞짱떠서 이긴 여자잖아요, 송강숙이 이긴 게 아니라 엄마라는 이름이 이겼다는 것을 지금은 알고 있을 듯 싶은데 얼른 돌아가세요" 이런 광고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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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20 09:30




불행과 시련은 한꺼번에 온다는 말이 있듯이 대성참도는 한마디로 내우외한의 고통속에 있습니다. 새엄마의 불륜을 알게 된 효선, 기훈이 홍주가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게 돼버린 은조, 도망칠 수 없는 굵은 쇠사슬에 묶여 자신의 업보에 대한 십자가를 지게 된 송강숙 누구하나 마음 편한 사람이 없습니다. 곪을대로 곪아 터져 나오기 직전의 종기처럼 비밀과 상처를 안고 있는 이들의 불행의 시작은, 구대성의 죽음이라는 사건으로 거슬러 가야할 것같습니다. 죽어도 죽지않고 드라마의 감정선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구대성이라는 존재는 이 가슴 답답한 드라마의 진짜 주인공인지도 모르겠어요. 분노의 시작과 화해의 끝이 구대성에게서 끝맺음을 지어야 할 것 같으니 말입니다.
이제는 말라 비틀어져 가는 은조만큼 감정선의 힘을 잃고 있는 신데렐라 언니는 은조의 감정 과소비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듯합니다. 기훈이 여름이 지나면 다른 회사로 옮긴다는 말에 넋을 잃고 앉아 정우에게 독백인지, 하소연인지조차 모르게, 아침을 즐겁게 해 준 그 사람에 대한 회상신은 불필요한 감정선의 연장처럼 보였을 정도에요. 마지막 장을 향해 가고 있는 신데렐라 언니 스토리의 지지부진함을 은조의 감정신으로 메꾼 것은, 과거라는 시간 속에 갇혀있는 은조로 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효선에게 잘해주라며 정리했다가 다시 붙들고 늘어졌다가, 사람 헛갈리게 하는 은조와 기훈의 캐릭터는 점점 짜증이 치밀어 오르게 합니다.
잊을만하면 '그 사람'이 어떻고, '은조야'가 어떻고, 1~4회까지 보여 주었던 신데렐라 언니 방송분 중 가장 뛰어났다고 생각되는 부분들을 교묘히 짜집기 하려는 느낌이 듭니다. 앞으로 나가지 않는 드라마, 지나 온 발자국만 쳐다보는 드라마가 될 위험성마저 느껴집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회 그나마 드라마의 스토리를 진전시킨 인물이 효선과 송강숙이었어요. 

용서할 수 없는 새엄마, 그래도 자꾸 궁금한 엄마
아버지의 일기장을 보고 송강숙의 불륜사실을 알게 된 효선의 분노가 시작되었습니다. 효선의 복수가 시작될 것이라는 암시는 많이 있었고, 이번회 효선의 이중적인 눈을 보며 효선의 복수가 시작되었다고 생각이 들지만, 저는 효선은 복수할 수 없다는 생각입니다. 효선의 복수는 분노의 한 표현일 뿐이에요. 고열로 펄펄 끓을 정도로 아픈 효선, 새엄마에 대한 분노는 효선의 모든 감각을 잃어버리게 할 만큼 큽니다. 몸보다 마음이 아픈 효선입니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다는 것은 알았지만, 엄마라는 끈을 놔버리면 세상에 홀로 남겨질까봐, 언젠가는 자신을 마음으로 안아줄 날이 있을 거라고 효선은 울지도 못했어요. 찰거머리처럼 치근대고 쳐울기만 한다고 더 싫어할까 봐서요.
아버지의 일기장을 본 효선은 당장이라도 나가라고 소리치고 싶었어요. 하지만 새엄미의 방문을 열지 못하고 맙니다. 사람의 탈을 쓰고 어떻게 아빠같은 사람을 속일수가 있느냐며 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간단하게 내쫓고 싶지 않았다는 효선은 아빠의 사진을 보며 약속합니다. 새엄마에게 아빠가 겪었던 그 고통, 새엄마가 다른 남자를 만나고 올 때 마다 아빠가 느꼈던 분노, 절망, 슬픔을 두배 세배로 새엄마에게 안겨줄 것이라고요. 
효선은 은조에게 도시락을 가져다 주면서 장택근이라는 남자에 대해 다시 한번 물어 봅니다. 친척이 아니라는 은조의 대답에 실망하지만, 한편으로는 새엄마를 더 괴롭혀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송강숙과 효선, 그리고 하늘만이 아는 사실로 하자며 효선은 강숙의 입을 막습니다. 강숙의 입을 통해 자신이 알았다는 사실이 은조에게 전해지면, 은조의 성격상 대성참도가를 떠나 버릴 것이기 때문이에요. 미워하고 싶은데 미워할 수 없는 언니 은조는 아버지의 분신같아요. 몸도 돌보지 않고 대성도가를 살리겠다고 안간힘을 쓰는 은조를 효선은 미워할 수가 없습니다. 어려서는 왜 엄마가 은조를 낳았냐고 울었지만, 지금은 왜 은조가 새엄마 딸이냐고 울고 싶습니다. 
준수를 데리러 가자고 보채는 효선, 효선은 엄마에게 자꾸 준수 모습을 보이고 싶어합니다. 준수는 효선과 강숙을 이어주는 유일한 이유에요. 준수와 자신을 보며 고통스러워 하는 새엄마의 모습을 보고 싶었어요. 새엄마는 그런 준수와 효선을 버리고 도망을 쳐 버립니다, 지구끝까지라도 가서 잡겠다는 듯 맨발로 뛰고 또 뛰어 강숙이 탄 버스를 잡고, 효선을 강숙을 대성도가로 데리고 오지요. 그렇게 간단히 도망치게 내버려 둘 수가 없는 효선입니다. 아버지의 집에서 죄값을 치뤄야 하기에 효선은 새엄마를 절대로 보내지 못합니다. 효선이 앞에서 고통도 절망도 슬픔도 느껴야 합니다. 효선의 복수는 이것이에요. 아버지가 느꼈을 분노와 슬픔을 곱절로 받는 생지옥, 새엄마는 그 생지옥 속에서 살아야 합니다. 

불안함을 달래주던,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엄마의 등
피투성이 발에 약을 발라 주는 새엄마의 손,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것에 행복해 했던 그 손길이 더러워 미칠 것 같습니다. 자신의 피투성이 발을 쳐다보며 안쓰러워 하는 새엄마 눈빛이 스칩니다. 새엄마가 진심으로 상처난 발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효선도 압니다. 하지만 애써 감정을 누르고 새엄마의 마음을 거절해 버립니다. "잘못했다는 말 하지마, 믿지도 않아, 용서해 줄 사람은 죽고 없는데... 왜 나한테 용서를 빌려고 해? 평생 그렇게 죄인으로 살아. 용서해줄 줄 알아? 마음 편하게 살게 내버려 둘줄 알아?" 그리고는 소리내어 울고 마는 효선이에요.
저는 효선이 용서해주지 못한다는 말을 하며 우는 모습을 보고, 효선은 벌써 새엄마를 용서하고 싶어하는 자신의 모습이 화가 나서 울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용서할 수 없는 사람인데, 자꾸 마음 한 구석에서 아버지의 "용서하라"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해서 효선이 너무 괴로워 하는 것처럼 보였어요. 효선은 과거 은조와 싸울 때 미움의 감정과 싸웠다면, 지금은 효선의 본성과 싸우고 있는 중이에요. 효선의 착한 본성보다 더 커져 있는 미움의 마음과 싸우느라 효선은 아픕니다. 미각을 잃을 정도로 효선의 속에서 사랑과 미움이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거예요. 생각은 미움이 이기고 싶은데, 마음은 효선의 본성이 이겨야 한다고 효선의 속에서 아우성칩니다.
새엄마를 데리고 집에 오는 길, 절뚝거리는 효선을 향해 새엄마가 등을 내밉니다. 처음으로 새엄마가 효선을 향해 등을 내밀어 줍니다. 은조에게 하는 말처럼, 친딸 은조에게 하는 거친 말투처럼 효선에게 "업혀, 이 나쁜 기집애야" 라고 말합니다. 새엄마의 등, 어렸을 때 아련히 느낌만으로도 좋았던 엄마 냄새가 나는 등을 효선은 뿌리치지 못합니다. 강숙의 등뒤에 업혀 엄마 냄새를 맡는 효선의 눈에 눈물이 맺힙니다. 효선의 분노는 새엄마를 받아들이고, 용서하기 위한 과정일 겁니다. 하지만 모든 상처가 그러하듯이 분노도 치유되는 시간이 필요하겠지요.   
송강숙을 생지옥에서 살게 하려는 효선은 스스로도 생지옥에 사는 것 처럼 힘이 듭니다. 그래서 효선이는 아픈 거에요. 아빠 구대성이 새엄마의 불륜을 알고도 스스로 못난 남자라며, 감히 입도 달싹 못했던 그 두려움,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되리라는 같은 두려움이 효선을 힘들게 합니다. 새엄마가 자신을 만지는 손길이 더럽고 행실을 용서할 수 없지만 그 분노보다 구대성과 마찬가지로 엄마와 함께 했던 8년의 시간을 잃고 싶지 않은 효선일 거에요. 죽을 힘을 다해 엄마에게서 도망치려고 하던 은조가 엄마를 버리지 못하듯이, 효선은 용서할 수 없는 새엄마를 죽을 힘을 다해 붙들려고 합니다. 이 두 아이는 이렇게 정반대의 모습으로 성장통을 앓습니다. 사랑하는 방법과 사랑받는 것을 배우는 성장통을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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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15 07:07




신데렐라 언니는 아름답고 슬프고, 우울한 색채가 강하게 읽히는 동화드라마입니다.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리며 서정적인 동화 속으로 빨려들어가게 하는 이 특이한 드라마에 몰입되어 주인공들의 감정선에 눈물도 많이 흘렸어요. 특히 구대성의 영정앞에서 아빠를 부르며 통곡하는 은조는 신데렐라 언니 시청자들의 안방을 눈물바다로 만들었지요. 신데렐라 언니를 이끌어 가는 은조는 매회 시청자들의 눈을 빨간 토끼로 만들고 있고, 드라마 중반에 하차한 구대성의 고품격 아버지의 모습은 이 드라마가 끝날때까지 드라마의 무대인 대성참도가와 함께 흐를 것입니다. 꼬리아홉달린 여우 이미숙, 정말 매회 볼때마다 감탄이 나오는 노련한 배우지요. 정말 여우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녀는 인간의 감정을 조감도로 보는 느낌이 들게까지 합니다. 
수목드라마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저력, 그 힘이 문근영과 이미숙, 구대성의 열연의 힘이라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서우의 경우는 그 어중떠 보이는 효선이라는 캐릭터때문에 서우가 가진 연기력의 100%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음이 조금은 아쉬울 뿐이지만, 14회 독기 품은 서우의 모습을 통해 효선의 색깔이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기에 크게 기대를 가지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신데렐라 언니, 시청률 오르지 않는 이유
그런데 좀처럼 시청률의 고공상승이 안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연일 호평이 쏟아지고 있는데도 말이지요.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우선은 드라마의 지속적인 우울함에 시청자가 지쳐간다는 것을 들수 있을 겁니다. 저도 13회부터는 지쳐서 땅속으로 곤두박칠 치는 듯한 우울함을 떨쳐버리려고 안달을 했을 정도입니다. 이 드라마는 피곤하고 지칠정도로 철저하게 감정선만으로 이야기를 끌고 갑니다. 그점이 다른 드라마와의 차별성이고 매력이지요. 저 역시 그 감정선을 읽는 것에 빠져 신데렐라를 보는 동안에는 화면에서 좀처럼 눈을 떼지 않고 봅니다. 
이토록 집중해서 보는 드라마인데, 많은 분들이 주옥같은 대사라고 호평하고 있지만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이 드라마의 대사는 주옥같은 것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에요. 오히려 대사는 유치하고 애들말같고 직설적이며 거칩니다. 그런데도 이 유치하고 거친 말들은 연기자들의 절제되고 세련된 감정선으로 주옥같이 다듬어져 전달됩니다. 대사를 주옥으로 만드는 것이 바로 대사를 전달하는 감정선이라는 얘기지요. 이 감정을 200%이상 보여주고 있는 배우가 문근영과 이미숙이 아닐까 싶어요.
그런데 13회, 14회 들어 눈에 띄게 대사분량이 늘어난 배우가 천정명이에요. 아버지와 전화통화를 통해 모든 것을 자백하고 벌을 달게 받겠다고 아버지와의 결별을 통첩하는 장면, 정우에게 술을 먹고 비밀을 말하겠다고 하는 장면, 다음날 길을 가로막는 정우와 대화하는 장면, 효선의 진심을 거절하는 장면, 쓰러진 홍회장을 만나 병원에서 아버지에게 기훈의 소박한 꿈을 말하는 장면 등등 기훈의 대사는 엄청난 물량으로 늘어났습니다. 신데렐라 언니가 대사를 생락하고 배우들의 감정선과 대성도가에 흐르는 영상미로 스토리를 전달하는 방식과는 사뭇 대조적입니다.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저는 신데렐라 언니를 시청하면서 기훈의 대사가 길 때마다 드라마 몰입이 안되고, 기훈의 짜증난 표정과 함께 같이 짜증이 올라옵니다. 뭐랄까... 잘 짜여진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감상하는데 느닷없이 기타소리가 들리는 느낌이랄까요. 암튼 그런 비슷한 감정선의 끊김이 느껴집니다. 천정명의 연기와 기훈의 캐릭터를 소화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지적하고 있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저는 다른 부분에서 작가와 천정명에게 질문을 던지고 싶은 생각이 드라마를 볼때마다 굴뚝같습니다.
특히 이번 회 은조와 기훈이 서로에 대한 감정을 확인하는 포옹신은 뉴스기사로 나올정도로 화제가 되었다는 장면이었는데 저는 그 장면에서의 기훈의 대사와 감정을 좀처럼 이해하기가 힘이 들어, 결과적으로는 기훈의 감정선을 읽는데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제가 등장인물의 감정선을 나름대로는 잘 이해하고 정리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솔직히 기훈의 감정이 읽히지 않으니 화도 나고, 분석하고 싶은 오기도 생기더군요. 무엇보다 작가는 어떤 생각으로 대사를 썼는지, 그리고 천정명은 어떤 감정선으로 기훈의 모습을 그렸는지 묻고 싶어집니다. 제가 보기에는 작가와 천정명의 사인은 전혀 맞지 않았다고 보여집니다.

은조의 아픔을 위해 효선이는 울어서도 안된다?
이 공감되지 않고 이해하지 못하는 대사는 대사를 전달하는 천정명의 문제만은 아닌 듯 싶습니다. 작가에게도 분명 책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신데렐라 언니를 시청하다보면 이 드라마는 철저히 은조만을 위한 드라마라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노련한 중견배우 김갑수와 이미숙의 연기가 극찬을 받는 것은 이 은조의 감정을 너무나 잘 받춰주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여기서 붕뜨는 캐릭터가 기훈과 효선일 겁니다. 은조를 받춰주다보면 병풍이 돼버리고, 자신들의 캐릭터를 살리자니 대본에서 그려주는 캐릭터가 오락가락합니다. 기훈은 고뇌하는 청춘이었다가 강한 남자였다가 햇살왕자였다가 가장 상처받은 인물인듯했다가 암튼 양다리에 전형적이 바람둥이에 우유부단의 극치입니다. 효선을 정리했고, 또 효선이 "오빠 그러면 안되지" 라며 기훈의 우유부단하게 똑같은 모습을 지적하는 장면은 속이 다 후련해질 정도였으니까요.
효선의 캐릭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기적인 아이였다가, 천사였다가 복수의 화신같았다가, 바보같았다가 정말 서우입장에서는 억울할 정도로 그 캐릭터가 일관적이지 않고 요동칩니다.
이런 천정명과 서우를 두고 연기력이 거론되었고, 어느정도 연기력에도 문제가 있어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효선과 기훈의 캐릭터가 은조만을 위한 변주곡이 되다보니 시청자도 헛갈리고 극중 효선이도 정말 헛갈릴입니다.
우선 작가는 효선과 기훈의 캐릭터는 그 대사도 엉뚱스러울 정도로 한마디로 정성이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은조와의 포옹신에서 작가의 정성없는 기훈의 대사와 그 정성없는 쓰여진 대로 읽는 천정명은 시청자들의 감정이 최고조로 올라가야할 때였음에도, 기훈의 대사를 곰곰이 씹어보느라 격한 감정은 혼자만 알아들을 수 있는 대사를 한 후의 기훈의 품안에서 은조가 우는 장면에서만 잠깐 느껴졌을 뿐이에요.
작가는 천정명에게 친절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천정명의 감정선은 누가 봐도 엉망입니다. 따라서 이 감정선을 차라리 직설적인 대사로 써주는게 나을 듯 싶을 정도입니다. 복잡한 감정을 깔아놓을 수록 천정명의 감정연기는 더 엉뚱해져버리고 어색스럽습니다. 그 똑같은 인상쓰는 표정과 떨떠름하게 X씹는 듯한 표정만 반복되고 있으니까요.

와닿지 않는 감정선, 천정명은 대사를 이해했을까?
화가 날 정도로 이해하기 힘들었던 은조와의 포옹신 대사를 반복해서 들어봤는데, 속 편하게 작가와 천정명에게 묻고 싶네요. 작가는 어떤 것을 전달하려고 썼으며 천정명은 어떤 마음으로 대사를 읽었는지요. 기훈의 대사를 이해 잘 하는 분들은 다행이었겠지만, 저는 기훈의 대사를 좀처럼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이는 발음이 뭉개졌다거나 대본에 쓰여졌을 대사를 잘못 전달했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천정명은 분명히 대본에 쓰여진 대사대로 정확하게 읽었습니다. 제가 알아듣지 못한 이유는 천정명의 "읽는" 대사때문이었어요. 대사 속에 어떤 감정이 들어있는 것인지 저는 도통 이해하기가 힘들었거든요. 문제는 천정명이 철저하게 대사를 읽어버렸기 때문이에요. 전달하려는 감정은 철저히 무시되었고, 전달하려는 의미 자체도 못알아 들었어요. 다만 반응하는 은조의 감정선을 따라 기훈의 대사를 이해해야 했습니다. 그 순간 드는 생각은 문근영은 자신의 감정선뿐만이 아니라 상대방이 전달하지 못하는 감정선까지 보여줘야 해서 두배로 힘들겠다는 안쓰러움이었어요. 매회 우는 장면만으로도 안쓰러운데 참 여러가지로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정도였어요. 
잠시 작가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 봤어요. 시청자가 이렇게 기훈의 감정선을 읽기가 힘든데 작가는 오죽 고민이 되었을까? 그래서 그 대안으로 기훈에게 과도한 대사를 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감정 전달이 안되니 대사로 기훈의 감정선을 전달이라도 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지 않았나 싶더군요. 그런데 그것도 별 효과가 없어 보였으니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천정명의 발음문제를 많은 분들이 지적하자 천정명은 발음에 꽤나 신경을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술을 먹고 정우에게 말하는 장면에서는 술에 취했나 싶을 정도로 정확하게 대사를 했고, 같은 시간 똑같이 취한 은조는 혀가 엄청 꼬부라져 있었던 것과는 대조적이었지요. 또한 은조와의 포옹신에서 천정명의 대사는 너무나 또박또박하려고 했습니다. 처음으로 터져나온 격한 감정신도 정확한 대사전달을 위한 천정명의 노력앞에 무력해지고 말았습니다. 대사가 뭉개지지 않도록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를 어쩌지요. 글씨는 제대로 읽었는데 띄어읽기와 단어의 강세조절을 못하고 있으니 발음이 뭉개지는 것보다 더 치명적인 전달 실수를 보여 주고 말았으니 말입니다. 한 마디로 "아버지 가방에 들어 가신다"가 되고 말았다는 말이에요.
은조가 효선이 실연당했다는 말을 듣고 정우방에 와서 룸메이트를 불러달라는 장면 뒤에 이어지는 포옹신을 상기하면서 접힌 대사를 읽으면 도움이 될 듯 싶습니다.
접어 둔 글 안 은조의 호흡조절(/)과 기훈의 또박또박한 호흡조절의 개수를 비교해보면 얼마나 감정이 뚝뚝 끊어져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기훈의 이상스런 억양과, 불필요한 단어를 강조하고 띄어읽기를 잘못하는 것 때문에 감정선이 매끄럽지 않았는데, 제가 정말 이해하기 힘들었던 대사는 은조를 껴안고 "안돼 은조야, 너무 늦었어"하는 대사였어요.
도대체 뭐가 안되고 늦었다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거든요. 기훈의 안된다는 대사는 해석에 따라 여러가지로 달라질 수 있어요. 첫째, 효선이를 사랑해달라고 말하면 안돼, 너 나 좋아한다며? 괴로워도 보는 게 낫다며? 그런 너의 마음을 알아 버려서(기훈이는 정우로부터 은조의 진심을 들은 상태였죠.) 효선이를 사랑할 수가 없어... 그런데 뭐가 억울하다는 건지? 여튼 도망쳐 달라고 했을 때 진즉 데리고 가버릴 걸 이제는 늦어서 억울해 미치겠다는 뜻임?
둘째, 은조 너 하나면 된다고 에라 모르겠다, 너 데리고 도망가서 뻔뻔스럽게 다 잊어버리고 살고 싶은데, 내가 지은 죄 때문에 안돼. 그러니 날 좋아한다는 너의 마음 받아줄 수 없어... 그래놓고 왜 은조에게 효선을 위한다는 말이 진심이냐고 은조의 마음은 왜 확인하려 들었음?
셋째, 효선이를 사랑하기는 너무 늦었어. 내가 효선이 아버지를 죽게 만들었거든, 내가 말해주지 못해서 네가 이해하기가 힘들겠지만, 내가 걔 아버지를 죽게 만들었는데 어떻게 효선이를 좋아할 수가 있겠니????
도대체 무슨 감정이었을까요?
다음에 나온 은조의 대사는 효선이를 다시 생각해 달라는 부탁이었지요. 은조는 기훈을 사랑하면서도 가질 수 없는 사람이기에 슬픔으로 광속질주를 했고요. 기훈은 무슨 생각이었는지 그냥 띠융~ 멍한 상태로 서 있었고요. 

여기서 작가의 천정명에 대한 불친절이 여실히 드러납니다. 은조는 별말 없이 효선이를 부탁한다는 말과 자신의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이기에 가슴이 터질 것 같이 뛰게 하고, 기훈은 무슨 말인지조차 본인도 모르는 것 같아 보이는 "안돼, 늦었어" 라는 말을 하게하고 멀거니 서있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기훈의 감정을 제대로 전달해주려 했다면, 뭉뚱그려 "안돼, 늦어버렸어" 다음에 차라리 직접적인 설명을 넣었어야 했어요. 널 사랑하기에 늦었다던지, 효선일 사랑하는 게 늦었다던지 아님, 너의 마음을 받아주기가 늦어버렸다던지, 나 천하의 나쁜 놈이지 날 사랑하지 말하던지.....

작가의 기훈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불친절은 일본에서 돌아온 은조를 병원으로 데리고 가는 장면에서 또 이어집니다. 몸살이라며 도가로 데려달라는 말에 기훈이 "누워있으라고 이 새끼야!"라며 버럭 소리를 지르고 운전대를 치는 장면이 있었는데, 은조때문에 속상한 것은 알겠는데 "이 새끼야" 라는 대사와 운전대를 치는 장면이 심각하다 못해 뻘하게 웃기기까지 했습니다. 이런 대사와 장면은 모래시계의 최민수와 고현정이었다면 어울릴 법하고 가슴도 뛰었을 것 같은데, 기훈의 캐릭터에 맞지도 않은 터프한 옷을 입혀놓으니 장면자체가 우스워지고 말았습니다.
은조의 아픔을 위한 병풍이 되고 있는 효선과 기훈
신데렐라는 우울한 분위기는 점점 진이 빠지게 하는데도 솔직히 문근영의 열연을 보고 싶은 욕심에, 아니 은조의 결말을 보고 싶은 마음에 이 드라마를 끝까지 놓지 못하고 있지만, 솔직히 고백하건데 문근영과 이미숙이 나오지 않았다면 저는 이 드라마 그만 봤을 겁니다. 문근영의 감정연기는 기형적이고 비뚫어진 인간들의 상처마저도 주옥으로 만들며 이 드라마를 놓지 못하게 하니까요. 
답보상태에 있는 시청률은 은조와 서우, 그리고 이미숙의 열연만으로 잡지 못할 것같습니다. 은조와 효선의 왕자님, 이제는 왕자님이라고 말하고 싶지도 않은 천정명의 기훈이 발목을 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기훈의 캐릭터는 엉망이고, 연기력도 썩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기훈이라는 캐릭터의 실패는 대본과 천정명의 캐릭터를 표현하고 있지 못하는 미숙한 연기력과 무슨 말을 전하려는 것인지조차 알 수 없는 감정선 실패가 낳은 합작품이에요.
또한 효선의 캐릭터는 구박당하는 자기 설움까지도 은조의 아픔을 위해 모조리 희생하고, 은조의 상처를 보여주기 위한 병풍으로 전락해 버렸어요. 새엄마의 진심과 은조의 차가움 속에서도 효선은 바보같이 착한 캐릭터로 표현되었을 뿐입니다. 효선이 아프면 은조의 아픔이 덜 해보이기 때문에, 작가는 철저히 은조의 아픔만 강조합니다. 아무리 효선이 착한 신데렐라지만, 감정이 있고 아픔을 느낄 줄 아는데, 이 드라마 속 신데렐라는 밟혀도 꿈틀거리지도 못합니다. 그러니 서우의 예쁘게만 보이려는 모습과 멍한 모습만 봐야합니다. 
또한 은조와 기훈의 사랑은 이루어기 힘든 사랑입니다. 두 사람은 8년전에 이미 끝난 사랑을 질질 끌고 있을 뿐이에요. 드라마가 쳐지고 질질 끄는 느낌은 이렇게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은조의 감정으로만 시청자들을 휘젓고 아프게 하려고 하기 때문일 겁니다.
첫회부터 문근영과 이미숙의 캐릭터는 비교적 일관적으로 그려졌지만, 기훈과 효선의 캐릭터는 은조의 감정선을 위한 병풍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저만 그런지 모르겠네요. 서우의 독기어린 눈빛이 효선이에게 효선만을 위한 감정선을 따라가게 할지 또다시 착한 공주표로 어정쩡하게 돌아가게 해버릴 지는 모르겠지만, 남은 이야기는 효선의 질주가 멈추는 순간에서 끝나겠지요. 그것이 화해가 되었든 처절한 비극이 되었든 말입니다.
감정은 상호성을 띄는 것이기에 마음을 움직이고 공감하게 만든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기훈의 감정은 천정명의 연기력이 문제의 가장 큰 부분이지만, 작가와 연출진의 문제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천정명은 작품을 잘못 선택했고(연기력의 한계가 커 보이지만), 제작진은 남자주인공을 잘못 캐스팅했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아요. 은조의 그 사람이기에 시청자들은 기훈의 어정쩡하고 멍한 모습도 사랑하려고 애써왔지만, 지쳐가는 게 사실입니다. 힘들어 하는 은조를 보며 "저거 확 쥑이뿌까?"라며 안타깝게 보던 정우가 더 설레이게 하니 주객이 전도된 느낌까지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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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14 07:37




신데렐라 언니 14회는 전체적인 드라마 흐름에서 그 감정이 최고조에 이르기 전, 숨이 꼴깍 넘어갈 지경이 되는 그 지점의 긴장감을 그리려 했습니다. 은조와 기훈이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고 포옹을 했다는 기사를 접하고 기대도 컸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기대이하였습니다. 그보다는 마지막 엔딩장면 아버지의 일기장을 읽은 효선의 분노에 찬 눈이 지금까지 신데렐라 언니 속에서 서우의 표정 중 가장 좋았던 감정신이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효선의 변화는 이미 지난 주부터 급변화를 위한 밑밥을 뿌렸었죠. 흙투성이 떡을 집어 먹는 장면에서 은조와 새엄마 송강숙에 대한 무한신뢰와 애정을 멍청하게 보일 정도로 착하게만 그린 이유가 효선의 복수를 위한 준비작업이었던 셈이지요.
효선이 새엄마 송강숙의 도덕적 배신까지 감쌀 수 있을지, 효선의 섬뜩한 눈을 보니 파국으로 치달을 것만 같아서 불안해 보입니다.
신데렐라 언니는 그 동화적인 장치에서 이탈하지 않습니다. 신데렐라 언니에서 가장 주목해야 하는 동화적 장치는 매회 엔딩장면에서 나오는 시계일 것입니다. 12시가 되기전 11시 56분경에서 멈춰있는 시계...12시는 신데렐라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시간이며, 드라마가 끝나는 시간이기도 하겠지요. 열두시를 향하고 있는 시간이라는 점도 이 드라마를 읽는 장치이지만, 저는 시계바늘에 이 드라마의 주인공들을 올려두고 드라마를 읽고 있습니다. 12시라는 시간은 유일하게 큰바늘과 작은바늘이 정시에서 만나는 시간입니다. 갈등과 오해가 한 지점에서 만나 화해되는 시간의 상징적인 의미이기도 하지요. 시계의 큰바늘과 작은 바늘은 같은 주기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신데렐라 언니의 등장인물들의 엇갈려 가는 감정들처럼 말이지요.
신데렐라 언니의 주인공들의 감정도 이 큰바늘과 작은바늘의 움직임처럼 각각 다른 주기로 움직여 갑니다. 함께 움직이면 서로를 항상 볼 수 있을 텐데, 그랬다면 인간관계에서의 오해와 갈등도 없을 수도 있는데 각자 따로 움직이니 서로를 가까이서 볼 수가 없습니다. 은조와 기훈, 송강숙과 효선, 그리고 효선과 기훈이처럼 말이지요. 이번 글은 송강숙과 효선의 엇갈려 움직이는 시계바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효선아, 니가 그 바보같은 남자의 딸이니"
털보장씨의 노름빚을 받으러 온 사람들에게 줄 돈을 마련하기 위해 통장을 정리하던 송강숙은 구대성이 8년간 써온 일기장을 발견하고는 소스라치게 놀랍니다.
 "한 사람이 나에게 왔다. 봄바람같다. 봄바람에 꽃향기가 묻어있다. 꽃향기에 홀리듯 그 사람에게 홀렸다. 그 사람의 부은 발을 영원히 주물러 주기로 맹세했다. 나는 맹세가 너무 많다. 못난 남자가 그렇다. 못난 남자인 내가 다시 맹세한다. 그 여자 눈에 눈물 고이는 일 없게 하기를..."
차곡차곡 모아놓은 구대성의 일기는 송강숙을 만난 날부터 8년간의 구대성의 한결같은 사랑이 적혀있었지요. 송강숙의 기억에 주마등처럼 흐르는 구대성과의 만남과 그의 죽음으로 이별까지의 시간들...구대성의 일기는 2010년 구대성이 죽기전에 쓴 일기를 찾아 헤매던 송강숙은 구대성의 서재에서 구대성의 마지막 일기를 찾아내고 오열하고 맙니다.
은조가 어느날 말했지요. "효선이 아버지 엄마가 진심이 아닌 것 다 알고 있었어. 다 알고도 엄마를 사랑했대. 뜯어 먹을 게 많아서 살아도 뜯어먹히는 게 좋대. 어떻게 이런 사람들이 있어 엄마?" 송강숙도 뭐 그런 사람들이 다있느냐고 퉁스럽게 지나가 버렸는데, 정말 그런 바보같은 사람이 있었다는 것을 송강숙은 뒤늦게 알았어요.
"그 사람이 휘청휘청하는 걸 못난 남자는 속수무책으로 바라만 본다.... 그 사람이 가끔 옛 남자를 만나고 돌아와 내개 웃을 때 분노와 절망과 슬픔이 차례로 왔다가 간다... 왜 그러느냐고 그 사람에게 묻고 싶지만, 못난 남자는 겁이 나서 입도 달싹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발설하는 그 순간 내가 그 여자와 함께 살아왔던 지난 8년의 세월이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말 것을 안다.. 내 인생이 그 사람없이 계속되는 것, 나는 그게 가장 두렵다"
뒤늦은 후회, 비로소 세상에 거짓말 같은 진실된 사랑 하나쯤은 있다는 것을 알게된 송강숙은 통한의 눈물을 흘리며 오열합니다. 이제서야 세상에 사랑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그리운 남자, 야속한 남자는 또 다시 송강숙을 버리고 가버렸습니다. 용서를 빌수도 없는 사람, 가슴에 얹힌 돌덩이를 어떻게 하라고, 늘 지켜주겠다던, 평생 부은 발을 주물러 주겠다던 그 사람, 다시는 눈에 눈물 고이는 일 없게 한다고 맹세한 그 사람은 이렇게 송강숙에게 절절한 그리움만을 남겨주고 떠나 버렸습니다.
송강숙은 몇날 며칠을 그렇게 가버린 남자 구대성의 이름을 가슴에 새겨 넣습니다. 구대성이 가고 난 후 송강숙은 자꾸 가슴이 답답하고 체한 것 같은 이유를 몰랐어요. 그런데 구대성의 일기를 보고 알았지요. 그것이 구대성에 대한 그리움이라는 것을요. '사랑 따위가 어디있어. 마음 대충 맞으면 살 부비고 서로 뜯어 먹고 먹히고 사는 것이지' 라고 생각했던 송강숙이었어요. 그런데 그 바보같은 남자는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해서 살았다고 고백합니다. 송강숙의 이중적이고, 속물적인 모습을 알면서도 사랑했다고 합니다. 송강숙은 하느님 부처님 천지신명님과 맞짱떠서 이겼던 자신이 결국은 이기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구대성의 계산없는 사랑을 천하의 송강숙도 이기지 못했다는 것을요.
그 사람이 남긴 딸 효선, 그 아이가 안아달라고 합니다. 거머리처럼 달라붙는 그 아이를 자꾸 밀쳐내도, 그 아이는 계속 자신의 손을 붙잡으려 합니다. 안아달라고 떼를 쓰던 아이가 자신의 가슴에 드리운 외로움을 보고는 안아줍니다. 부끄럽고 죄많은 송강숙을 아무것도 모르고 엄마라고 안아줍니다. 효선의 등 뒤에서 효선의 헤어샴푸 냄새를 맡으며, 송강숙은 이 부녀의 사랑 앞에 무릎끓고 싶어집니다. 송강숙의 두 눈에 흐르는 눈물, 그 참회의 눈물은 효선을 진심으로 가슴으로 안고 싶게 만듭니다. 그 바보같은 남자 딸이니까요.
그러나 송강숙과 효선의 시계바늘은 또 다시 멀어지고 맙니다. 자식은 부모가 짊어지고 가야 할 십자가라고 하지요. 아버지의 일기장을 읽게 된 효선의 눈빛을 마주한 송강숙, 그녀는 이제 죄값이라는 무거운 형벌의 십자가를 짊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자신의 죄값을 은조가 대신 짊어지고 왔다는 것도 모르고 살아왔던 송강숙은 누구도 대신 짊어질 수 없는 십자가를 져야 합니다. 효선이라는 십자가를 말이지요. 효선의 분노는 송강숙이 고스란히 받아야 할 몫이니까요. 구대성의 사랑을 알아버린 송강숙은 그 짐을 더이상 모른채 던져버릴 수가 없습니다. 그 바보같은 남자가 끝까지 지고 갔던 십자가는 바로 송강숙 자신과 은조였기 때문이에요. 
자신의 십자가를 거부하는 것은 곧 자신과 은조의 파멸이기에 송강숙은 그 짐을 져야겠지요. 저는 송강숙이 그 짐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 믿어요.

벼랑 끝에 선 효선의 분노
신데렐라 언니는 은조에게서 효선의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그동안 은조의 상처를 그려왔다면, 이제부터는 신데렐라 효선의 상처를 그리려 하고 있습니다. 새엄마의 도덕적 배신, 기훈으로부터 거절당한 마음, 게다가 기훈이 대성참도가를 무너뜨리려 하고 아버지를 죽게 한 원인을 제공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 효선의 분노는 겉잡을 수 없이 폭발하게 되겠지요.
효선의 감정폭발을 막아 온 것은 은조와 새엄마였어요. 누구에게도 기댈 곳이 없어진 효선은 새엄마의 마음이 진심이 아니었음을 알면서도, 아무리 흉내 내려고 해도 따라가지 못하는 은조에 대한 질투심도 다 누르려 했어요. 차가운 엄마와 언니지만 이들마저 없다면, 세상에 혼자라는 불안감에 효선은 가슴에 얹힌 눈물마저 쏟아내지 못하고 참고 또 참아왔어요. 그게 효선의 가슴을 짓눌러 숨이 막혀올 정도로 답답헤도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눈물조차 삼켜야 했던 효선이었어요. 새엄마와 은조는 아버지가 사랑했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이죠. 효선이 새엄마와 은조를 내려놓지 않으려 한 것은 아버지의 마음을 배신하고 싶지 않아서였을 거예요.
그런데 효선은 돈뿐만이 아니라 도덕적으로 새엄마가 아버지를 8년간 배신해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아버지는 새엄마의 배신까지도 "내 인생이 그 사람없이 계속되는 것, 나는 그게 가장 두렵다"라며 끌어 안았지만, 효선이가 감당하기는 벅차고 혼동스럽습니다. 아니 너무니 큰 충격이라 말도 나오지 않습니다.
효선은 어른들의 사랑이야기는 잘 모릅니다. 하지만 아버지가 8년간을 뜯어 먹을게 많아서 살아줬던 남자였고,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워 온 새엄마를 보듬어 온, 송강숙의 말대로 바보같은 남자로 철저하게 이용당해 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아버지는 용서하고 눈감아 주었다지만, 효선은 아버지 구대성과 같이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효선은 머리가 빙빙 돌고 미쳐버릴 것 같습니다. 아버지가 이런 여자에게 철저히 뜯어먹히고 살았다는게, 자신을 배신하고 다른 남자를 만나고 다닌 새엄마를 잃지 않기 위해, 혼자서 끙끙 가슴앓이를 했다는 게 이해도 되지 않지만, 그런 아버지가 너무나 가엾습니다. 새엄마가 불결해 보이고, 구역질이 치밀어 옵니다.  
새 엄마에게 기대고 싶어하고, 우리 애기라고 말해 주는 것에 안심하고,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것에 행복해 했던 일이 치가 떨리도록 분합니다. 다가가면 마치 벌레를 보듯 몸을 털어내던 새엄마, 좋아하는 남자에게 실연당했다고 우는 효선에게 한 번쯤은 토닥토닥 안아줄 줄 알았던 새엄마는 끝내 차가운 등만을 빌려주었을 뿐이었어요. 이제는 효선이 그 등이 끔찍스럽습니다. 효선을 쓰다듬어 주던 그 손이 소름끼치게 더러워 보입니다.
효선은 새엄마를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어요. 이 아이는 정말 인간의 저 밑바닥 말초적인 추악한 모습은 몰랐던 무공해 아이였어요. 그래서 효선의 변화와 질주하는 분노는 은조의 비명보다 더 강렬하고 소름끼치게 무섭습니다. 
저는 서우의 소름끼치도록 무섭게 변화된 눈빛이 반갑습니다. 지나치게 침체되어 있고, 슬프다 못해 처절하기까지 한 이 드라마는 슬픈 동화가 아니라 우울한 동화에요. 그 우울함에 서우의 눈빛이 복수극이 되었든, 용서를 위한 과정이 되었든 축축 처지는 드라마 분위기를 살렸으면 좋겠습니다. 문근영의 계속되는 슬픔, 읽히지 않고 오로지 천정명 혼자 고민하는 듯한 기훈의 감정선 때문에 드라마와 함께 시청자도 같이 땅 속으로 곤두박질치는 느낌이 들고 있거든요. 
그런 점에서 서우 효선의 캐릭터가 드라마의 긴장감을 이끌어 주었으면 싶습니다. 이 드라마는 특히 기훈과 효선의 감정선이 매 회 연결이 매끄럽지 않아 저는 솔직히 혼란스럽고 피곤할 때가 많은데, 이는 천정명과 서우의 문제 뿐만이 아니라 대본에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천정명의 감정연기는 솔직히 포기했습니다만, 서우는 왠지 효선의 흐리멍텅한 캐릭터때문에 널뛰기를 하는 것 같이 보입니다. 새엄마에 대한 배신감, 아버지에 대한 연민, 그리고 기훈에게 거절당하고 벼랑 끝에 몰린 효선의 감정선이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면, 질질끄는 듯한 스토리도 가속도가 붙을 것 같은 기대감도 들고요. 

송강숙과 효선의 갈등은 홍주가의 음모에 휘말리는 대성참도가의 운명과 함께 신데렐라 언니 후반부를 이끌 중요한 스토리가 될 것 같습니다. 신데렐라 언니가 달려가고 있는 열두시, 큰바늘과 작은 바늘이 만나는 시간, 그 곳이 화해가 될지 비극적인 파국이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송강숙의 눈물을 믿고 싶습니다. 자기 속으로 난 자식들은 결코 버리지 않으려는 송강숙의 모성, 그것이 질주하는 효선이도 끝내는 품었으면 좋겠어요. 상처투성이 송강숙과 은조를 품었던 사랑이 '아버지'라는 이름의 구대성에게서 시작되었다면, 그 용서와 화해는 '어머니'라는 이름의 송강숙에게서 완성되길 바라거든요. 세상에 어떤 것도 아버지와 어머니의 품만큼 큰 그릇은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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