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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2.20 '1박2일' 시청자와 함께 운 나영석 피디의 마지막 편지 (9)
한동안 가슴이 먹먹해서 욕실에 들어가서 엉엉 울고 말았습니다. 이별할 시간이 되었음을 알면서도, 이별을 받아들이가 너무 힘들어서 몇개월을 참았던 눈물을 한꺼번에 터뜨리고 말았네요.
일요일의 가장 큰 낙이었던 1박2일, 혹자에게는 애증의 프로일지는 모르겠으나, 제게는 늘 애정의 프로였습니다. 간혹 쓴소리를 하기도 했지만, 1박2일에 대한 애정이 식은 적은 한 번도 없었고, 다른 프로를 보는 것조차 1박2일에 대한 의리를 배신한 것같은 미안한 마음마저 들게 했던 프로입니다.
이명한 피디가 나가고 1박2일 선장이되어 진두지휘를 해왔던 나영석 피디, 멤버들도 같은 마음이겠지만, 누구보다 만감이 교차했을 겁니다. 자식같은 프로이기도 한데다, 인기스타 피디의 반열에 올려준 프로이니, 나영석 피디에게 1박2일은 다른 어떤 프로보다 그 의미가 남달랐겠지요.
5년의 시간을 정리하고 불이 켜진 영화관, "멋진 1박2일 멤버들을 소개합니다"는 말을 끝내 잇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고 만 나영석 피디, 시청자도 함께 울고, 현장의 제작진들과 팬들도 울고 말았습니다.
덤덤하게 늘 그래왔던대로 멤버들에게 미션 세가지가 주어졌고, 첫번째 미션지부터 이 여행이 어떤 여행인가가 전해져 왔습니다. 마지막 여행...
정읍의 한 해장국집, 41년 동안 같은 자리에서 해장국집을 하시는 어르신을 통해 나영석 피디는 추억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32년이나 된 내장산 케이블카, 40년된 오래된 영화관은 5년이라는 긴 시간 켜켜이 쌓인 1박2일의 추억을 더듬기에 좋은 장소들이었습니다.
"추억은 박제된 기억이 아니라, 지금도 계속 만들어져 미래로 이어져 영원히 곁에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함께 둘러앉아 허겁지겁 밥을 먹는 것도, 아릿하고 그리운 추억의 한 부분이 되겠지요. 하지만 슬프지 않습니다. 떠올릴 때마다 즐겁고 행복할 것을 알기에....
케이블카 아래로 펼쳐지는 대한민국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 오랜 시간 케이블카가 함께 한 수많은 추억들처럼, 우리들의 마지막 추억도 예쁘게 품어줍니다.
걸핏하면 새벽 4시 스탠바이, 내 지갑으로 아침먹고 더럽게 퀴즈 못맞히는 동료가 짜증나기도 했지만, 이 모든 것들도 지나면 추억이 되겠지요.
2007년 8월 5일 충북 영동을 시작으로 야생 버라이어티 1박2일이 탄생되었고,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이별한 멤버도 있었고, 새로 가족이 된 멤버도 있었고, 바라만 봐도 눈물나는 얼굴 강호동도 있습니다.
지상렬은 드라마 찍으러 떠났고, 노홍철은 무한도전으로 돌아갔고, 몽이는 집에만 있고, 김C는 독일로 떠났고, 이명한 피디는 CJ로 갔고, 신효정 피디는 SBS로 갔습니다. 대주작가는 장가를 갔고요(잠시 웃음을 주는 것도 잊지 않은 나피디). 그리고 호동이는 은퇴를 했습니다. 그리운 큰형...
'이제 정말 가족이다' 라고 느낄 때쯤 찾아 온 이별에(김C) 눈물로 보낸 일도 있었지요. 빈자리에 대한 그리움이 커질수록 더욱 뜨겁게 달렸던 우리, 달리고 달려도 지쳐 쓰러지지 않았던 것은 함께였기에, 큰형 호동의 커다란 품과, '우리는 가족이고 형제다'라는 끈끈한 정이 있었기에 가능했었습니다.
못웃겨서 슬펐던 이수근은 대한민국 최고의 MC가 되었고, 21살의 청년 승기는 20대의 절반을 1박2일에 바쳤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웃고, 슬퍼도 웃고 이제는 남을 웃기는 데에 선수가 된 승기, 그리운 날들을 추억하며 지금도 웃는 우리 막내...(승기 안녕)
가장 많이 달라진 은지원, 꽃미남 아이돌이 1박2일에서 그야말로 아저씨가 돼버렸네요. 그러나 여전히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순수한 어른, 지원이는 그때나 지금이나 초딩입니다...(지원 안녕)
이제는 서로 다른 길을 걸어가지만, 우리는 모두 같은 추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떠나는 사람들, 그리고 남는 사람들. 모두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소중했던 우리 푸르던 날을 기억하며...1박2일 영원히 기억합니다, 우리의 1박2일을... 수고하셨습니다!".
1박2일이 시청자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이별이 아쉬워 욕실에 들어가 엉엉 울게 만들어 버린 비밀이 무엇일까? 방송이 끝나고도 한동안 멍해져서 그동안 썼던 1박2일 관련글들을 읽어봤습니다. 930개의 글 중에 120여개가 1박2일 관련글이었으니, 그동안 드라마 예능 모든 프로를 통틀어 가장 많은 리뷰글을 쓴 프로가 1박2일입니다. 정말 제겐 너무나 특별한 프로였습니다.
"1박2일 여섯멤버를 보면 마치 잘 짜여진 기예단같아 보입니다. 가장 아래 중심에는 강호동이 버티고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진두지휘를 하고, 강호동 머리 위에서는 MC몽이 춤을 추며 놉니다. MC몽 머리 위에서는 초딩 은지원이 제멋대로 지도를 그리며 놀고 있습니다. 이들 3인의 인간 피라미드 주위를 이수근이 빙글빙글 돌며, 입담 개그로 호객행위를 하고 있지요. 그리고 강호동 앞에서는 이승기가, 뒤에는 김C가 추임새를 넣어가며 관객을 불러 모으고 있습니다.
정신산만하게 돌아다니는 이수근에게도 오히려 춤출 공간을 마련해 주기위해 자리를 비켜주기도 합니다. 심지어는 동생들과 합세해서 큰형에게 들이대기도 하지만, 강호동은 맏형으로서의 균형을 무너뜨리지 않지요. 이것이 1박2일을 끌고 가는 강호동의 힘입니다. 국민 MC가 괜히 된 것은 아닌 것이지요. 1박2일의 진한 웃음과 감동은 이 여섯남자들의 진한 우정과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라고 썼더군요.
세대를 넘어 함께 아우르는 1박2일은 감동을 넘어 행복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짧은 여행 여정에서 만나는 인연이지만, 이제는 아들이자 동생, 형, 오빠가 되어버린 1박2일은 소중한 이름표를 달았습니다. 시청자들의 가족이라는 이름표를 말이지요. 1박2일 여섯 남자들, 여러분들이 너무나 좋습니다. 우리들의 가족이니까요".
이별은 새로운 만남을 위한 과정일 뿐이라지만, 이들이 이렇게 한자리에 있는 모습이 마지막이라는 것이 슬프고 못내 아쉽기만 합니다. 영원한 헤어짐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또 다른 만남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긴 시간 정이 너무 많이 들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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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ite Rain 2012.02.20 10:32
나피디의 막방을 시청하진 못했으나
지난 긴 시간 동안 휴일 저녁 시청자들에게 유쾌한 여행의 기쁨을 선사한
모습을 생각하니 아련해지기까지 하네요.
시즌2가 나온다 해도, 나피디와 여러 멤버들이 시청자들과 공유한 감성은 아무래도 추억이 될 듯해요. -
푸른별 2012.02.20 14:38
세월의 무게에 눌려 등이 굽은 엄마의 미소를 되찾아준 프로..
팍팍했던 내 삶에 활력소가 되어준 프로..
그래서 일요일이 늘 기다려지게 만든 1박2일!
그들과의 이별이 생각보다 힘듭니다~
정말 고마웠다고 행복했다고 전해주고 싶습니다.
초록누리님 리뷰를 통해 그 행복을 더 만끽할 수 있었구요.
초록누리님께도 감사함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