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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9.01 '선덕여왕' 덕만이 넘어야 할 산은 미실이 아니다. (26)
2009.09.01 15:02




드디어 덕만이 지긋지긋했던 남장을 벗고 공주옷을 입었네요. 황궁에 들어가기가 이렇게 힘들었다니 왕후장상의 피는 뭐가 달라도 다른가 봅니다. 저같으면 진즉에 유신랑 손잡고 멀리떠나 초가삼간 집을 짓고 아들, 딸 낳고 그냥 오순도순 살았을 것 같은데 말이에요. 자, 오늘은 덕만공주님의 취임식이 있었던 만큼 다같이 축하모드로 들어가 보시지요. 덕만이 공주로 인정받기까지는 참으로 오랜 인고의 세월이었습니다. 죽을 고비도 무수히 넘기고, 언니도 잃고, 어머니로 알았던 소화와도 생이별을 하고, 참 전쟁에 나가서 죽을 고비도 넘겼네요. 고난과 역경을 딛고 황실에 입성한 덕만공주에 치하를 해야겠네요. "감축드립니다, 공주마마!"

많은 문무대신들과 화백회의 수장들, 그리고 백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일식이 사라지고 태양이 다시 빛을 발하는 순간, 저멀리 누각에서 찬란한 빛 가운데 덕만이 서있는 장면과 함께 '선덕여왕' 29회는 시작됩니다. 비담도령이 통닭구이가 될뻔했던 순간  박혁거세의 예시록 뒷부분, 즉 일식과 함께 하늘을 열고 나타난 이가 신라의 하늘을 밝게 하리라는 계시가 현실로 나타납니다. 누각 위 덕만공주와 함께 말이지요.
이어 후방에서 군중동요 임무를 띤 죽방, 고도를 비롯한 용화향도들은 "개양자가 나타났다"며 호들갑을 떨면서 황실에 쌍둥이가 태어났다는데 그 중에 개양자가 나타난다는 계시록을 들먹이며 쌍음이 맞느냐고 황제에게 물어봅니다. 만백성이 모인 자리에서 비담의 처형식을 거행하려 했으니 이날따라 구경꾼들도 많이 나왔던지라 방을 붙일 필요도 없이 덕만공주는 백성들이 보는 앞에서 신고식을 치뤘네요. 더불어 일식과 함께 새로운 황실신녀로 등극해 미실의 권위를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뜨려 버렸으니 일거양득인 셈이었구요.
마야황후는 덕만은 누각에서 데리고 내려와 백성들에게 황실에 쌍음이 있었음을 시인합니다. 둘째 딸을 잃고 싶지 않아 궁녀 손에 들려보냈다고 말이지요. 성골남진의 예언이 두려웠고, 폐위되는 것도 두려웠고, 폐하에게 해가 되는 것이 두려워 자신이 패륜을 저질렀다고 독박을 씁니다. 황제의 권위를 실추시키지 않은 범위에서 패륜을 고백해주니 참으로 내조의 황후이시지요. 진평왕도 이들 모녀 곁으로 내딸, 신국의 공주, 덕만공주라며 손을 들어주며 마침내 새로운 황실가족이 탄생했습니다. 백성들은 만세삼창으로 환영하는 분위기였구요. 물론 미실은 죽을 맛이었겠지요. 더구나 덕만이 고소한 표정으로 미실을 쳐다보며 "넌 이제 죽었어"하는 썩소까지 보내니 천하의 미실도 움찔합니다.
당당하게 공주의 신분으로 황실에 들어 온 덕만공주는 남장을 벗어버리고 드디어 공주날개옷으로 갈아 입습니다. 마야황후는 다시 찾은 둘째 딸을 보니 감회가 남다르지요. 마야황후 그렁그렁한 눈으로 덕만공주의 손을 잡고 이제 너에게 그동안 못해줬던 공주놀이 실컷해주겠다고 하는데 덕만은 손을 뿌리쳐 버립니다. "황후님, 저는 공주놀이를 하러 궁에 들어온 것이 아닙니다. 죽은 언니 천명공주가 못다 이룬 미실과의 전쟁놀이를 끝내러 온것입니다"라면서 말이지요. 저런, 이제 궁으로도 들어오고 공주로 인정도 받았는데 어머니라고 좀 불러주지 아직도 황후님이라 하네요. 천명에게도 기어이 언니라는 말 한 번 안해주더니 말입니다.
마야황후와 마찬가지로 아버지 진평왕도 아버님이라는 말을 듣지 못하지요. 대신 차디차게 "폐하가 절 버리시고 죽이라고 한 것을 원망해요. 하지만 이해해 드리지요. 군주는 패업을 위해서라면 자식도 버려야 한다는 처지임을 이해할게요. 하지만 여지껏 힘도 안 기르고 뭐했어요?"하고 따집니다. 그러면서 자기가 궁으로 온 이유는 언니 대신 미실과 대적하기 위함이었다고 말하면서 진평왕을 또 한번 아프게 합니다. 그래도 아버지 어머니인데 한 번 불러주지..야속한 덕만공주. 언젠가는 불러주겠지만 연로하신 부모님이지 되도록이면 일찍 불러주시길..
덕만공주가 미실과 전쟁을 할 거라는 말을 하고 있을즈음 미실측도 바빠집니다. 덕만공주를 이제는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고, 황실신녀로서의 권위도 땅에 떨어진 판국에 실전을 위한 대비를 해야지요. 황권을 잡기 일보직전에 놓쳐버렸으니 미실측 입장에서 보면 다된 밥에 코 빠뜨렸으니 아까울 수 밖에요. 생각 짧은 세종이나 하종은 병권도 장악하고 있고, 귀족들도 다 미실편이니 병력을 움직여 제압하자고 하지만, 생각깊은 설원공은 그것은 쿠데타가 되니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세종에게 일침을 가합니다. 이러니 미실이 설원랑을 편애하는 이유가 다 있는 겁니다. 
미실은 일단 물 건너 간일은 제쳐두고 앞으로의 일들을 대비시킵니다. 덕만공주의 등장으로 세력이 와해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에 생각을 돌리지요. 귀족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미실은 황실에는 덕만공주를 인정해 줄테니 대신 황실에 바치는 조세를 감면해 달라는 조건을 제시합니다. 또한 군사들도 단단히 결속시키고, 자기편 화랑들에게는 그 소속 낭도들 에게까지 경제적 지원을 해주라며 자기 사람들을 챙기니 미실은 역시 노련한 정치인입니다. 당시 신라의 상황에서 귀족들의 지지를 받는 것은 곧 권력을 차지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었지요. 귀족들이 보유하고 있는 사병의 힘도 대단했고, 여차하면 황실을 위협할 수도 있었으니 귀족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는 일은 신권을 가지는 것 못지않은 중요한 것이었지요. 고려시대 정중부나 최충헌 등 무신의 난에서도 보여주듯이 귀족들의 사병은 왕실의 군대와 맞먹었으니까요. 미실은 이들 귀족들의 힘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던 게지요.

미실의 신권을 받은 덕만은 첨성대 밑그림을 공개하며 월천대사로 하여금 첨성대 건축물을 짓게 합니다. 미실의 입장에서는 놀랠 노자일 밖에요. 그동안 자신이 책력을 손에 넣어 울궈 먹었던 신권을 버리고 백성들에게 천문을 공개하겠다고 하니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지요. "너 안 먹을 거면 뭐하려고 빼앗아 갔냐"며 따집니다. 그리고는 덕만과 정치에 대한 강의 토론에 들어갑니다.
"세상을 횡으로 나누면 말이다, 딱 두종류야. 지배자와 피지배자. 너랑 나랑은 지배자야. 우린 한편이라고! 그런데 지배자의 절대 독점권인 신권을 버려? 안 가질거였으면 나한테서 뺏지나 말것이지. 너, 신라에서 신권도 없이 무엇으로 왕권을 지키고 권위를 세우고 백성을 통치하려고 하는 거냐" 며 덕만에게 묻습니다.
그러자 덕만은 "간단해, 진실이야. 난  진실을 밝히는 격물을 이용해 너처럼 황실신녀가 천기를 움직여 가뭄에는 비도 내려준다는 사기는 안칠거야. 격물을 이용해 백성들을 통치하지는 않을거고, 백성이 이용하게 할 거야. 농사를 짓는 백성이 천기를 알면 얼마나 이롭겠냐? 너는 격물로 무지몽매한 백성에게 환상을 만들어 속였지만 난 환상 따위는 싫어, 대신 희망을 줄거야"라고 말이지요.
여기서 미실과 덕만공주는 매우 심오한 정치토론으로 대화를 이어갑니다. 미실은 백성을 통치하기 위해서는 백성의 모든 고통을 통치자가 해결해 줄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 백성이 복종하게 해야한다고 하지요. 정치란 백성에게 환상을 주는 것이라고요. 이에 덕만은 백성의 원하는 것은 환상이 아니라 희망이라고 말합니다.  
미실과의 정치 문답은 미실과 덕만공주의 기싸움을 알리는 시작이었지만, 사실 덕만공주와 미실의 대화는 앞으로 드라마 선덕여왕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을 보여준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통치자에 대한 정의와 위치는 덕만공주에게도 미실에게도 숙제와 같은 것입니다.
덕만공주는 미실과의 지략싸움에서 미실을 이기고 궁에 입성했지만 덕만공주의 싸움은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천신황녀 미실이라는 한고비는 넘겼지만 이제부터는 정치 실전에 돌입하게 되었으니까요.
덕만공주가 넘어야 할 산은 미실 자체가 아닙니다. 덕만공주가 넘어야 할 산은 크게 세가지입니다. 첫째는 확고하지 못한 자신의 정치관, 둘째는 미실을 비롯한 귀족 지배세력, 셋째는 백성이라는 산입니다. 둘째, 셋째는 드라마 전개에 따라 언급하기로 하고 오늘은 한가지만 말하고자 합니다. 
덕만공주는 우선 자신을 넘어야 합니다. 미실과의 대화에서 덕만공주는 대답을 주저합니다. 자신의 생각에 확신이 없기 때문이지요. 다시말해 덕만공주의 확고한 정치철학이 세워져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덕만공주는 미실이 백성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아느냐는 질문을 했을 때 미실이 무서워 하는 것도 있다는 것에 잠시 놀랍니다. 백성의 무엇을 두려워 해야 하는지 덕만 공주는 아직 모르지요. 반면 미실은 백성이 왜 무서운지를 압니다. 백성은 권력에 지배를 받으면서도 통치자에게 강력하게 요구하는 집단이라는 것을요. 미실은 이 백성의 요구에 스스로 환상이 되는 방식을 취합니다. 황권신녀가 그것이었지요. 
이에 덕만은 통치자에게 바라는 백성의 희망이, 군중의 욕망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지만 좀더 잘먹고 살고 싶은 것이 백성의 희망이라는 것은 안다고 답합니다. 그리고 그 희망은 고통을 이기게 하고 그런 희망을 가진 백성은 신라를 부강하게 할 것이라고 말하지요. 사실 덕만도 이런 뜬구름 같은 말을 미실 앞에서 척척 대답을 하고도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잘 몰라 하는 눈치입니다.
그저 짧은 제 생각으로 보자면 덕만공주가 생각하는 희망을 주는 지배자란 실천하는 군주였다는 생각입니다. 미실은 감히 백성이 다가서지 못하는 환상의 인물로 거리를 두고 가둬버렸다면, 덕만공주는 백성들의 희망을 이루기 위해 백성들 속으로 들어가겠다는 의미이기도 하구요. 첨성대가 그 단적인 예입니다. 첨성대는 덕만공주가 '실천하는 군주'가 되겠다는, 백성들의 희망을 위해 행동으로 보여준 모습이었지요. 미실은 책력을 독점하여 백성이 원하는 스스로 환상이 되어 알려줬다면, 덕만공주는 천문에 관한 정보 자체를 를 백성들 속에 던져 줍니다. 엄밀히 보면 천기의 움직임을 미실이나 덕만이나 백성에게 감추려 들지는 않습니다. 다만 차이는 미실은 천기를 독점함으로써 권력을 유지하려 했고, 덕만은 백성에게 공개함으로서 백성의 지지를 얻으려 했다는 점이 다를테지요.
덕만공주와 미실의 대화는 이런 점에서 덕만이 넘어야 할 산이 무엇인지를 보여준 것이라 생각합니다. 백성을 위한 정치, 백성의 마음을 어떻게 읽고 희망을 주어야 하는지 정치관을 세우는 것이 지금 덕만공주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니까요. 덕만공주가 어떻게 자신의 산을 넘어 미실과는 차별적인 군주관을 세워 가는가를 지켜보는 것도 선덕여왕을 보는 또 하나의 재미인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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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4 Comment 26
  1. Sun'A 2009.09.01 15:21 address edit & del reply

    초록님~
    잘보고 갑니다~^^
    날씨가 많이 선선하죠?^^

    • 초록누리 2009.09.02 02:33 신고 address edit & del

      요즘은 가을 날씨 같답니다.
      그래서인지 좀 쓸쓸해요ㅜㅜ

  2. 달려라꼴찌 2009.09.01 15:48 address edit & del reply

    오늘은 반드시 선덕여왕을 보고야 말겠습니다. ^^

    • 초록누리 2009.09.02 02:36 신고 address edit & del

      술을 좋아하시니 가능할까요? 그 시간이면 술마시기 가장 좋은 시간이데..
      술은 집에서 드라마와 함께 마시자!!
      아! 안되겠겠네요. 공주님들때문에;;
      오늘도 건강하고 좋은 하루 되세요^^

  3. 朱雀 2009.09.01 16:14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잘보고 트랙백 걸고 갑니다. ^^

  4. pennpenn 2009.09.01 16:40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덕만이 공주옷을 입은게
    큰 사건인가 보죠~ 드라마를 보지 않아서요~

  5. 카타리나^^ 2009.09.01 16:56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아.......다 좋은데 말입니다
    저 덕만의 흐리멍텅한 표정은 어찌 안되겠습니까?
    특히 뭔가를 생각할때는 정말 ㅠㅜ

    • 빛무리~ 2009.09.01 17:16 신고 address edit & del

      저도 덕만의 표정 맘에 안들 때가 많아요. 제가 개인적으로 삼백안(흰자위가 위아래로 보이는 눈)을 싫어하는데, 평소엔 안 그러다가 뭔가 생각한다든가 분위기 잡을 때면 갑자기 검은 자위를 둥둥 띄우면서 삼백안이 되더라구요. 정말 몰입 안되죠.. 쩝

    • 초록누리 2009.09.02 02:38 신고 address edit & del

      그러게 말입니다. 아마 눈이 커서 그런가봐요. 생각 깊이 할때 차라리 고개를 떨구는 모습이면 좀 야무져보일텐데..

  6. 빛무리~ 2009.09.01 17:15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와.. 하루에 이렇게 길고도 정성 가득한 포스팅을 2개나... 대단하세요. 저도 오늘은 포스팅을 무려 4개나 올리는 기록을 세웠지만, 요즘 저는 의도적으로 짧은 글을 지향하고 있는터라.. ㅎㅎ 초록 언니의 글은 하나하나가 예술작품이라니까요^^ 그럼 편히 주무세요. (캐나다는 잘 시간인가봐요^^)

    • 초록누리 2009.09.02 02:42 신고 address edit & del

      4개씩이나>
      놀래워라.
      저는 쓰고 싶은 글 있으면 너무 얘기가 많이 나와서 자꾸 길어져요.
      사실 긴글 싫은데..
      전 포스팅을 음,,,,가장 우선은 제가 나중에도 제 추억으로 간직하겠다는 마음으로 써요.
      다른 사람들이 보는 것은 다음이고..제 앨범같은거라 많이 생각하고, 웃기게도 쓰고 생각도 정리하고, 그런 마음으로 쓴답니다^^
      그러다보니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요ㅜㅜ
      빛무리님! 어제 활약 대단하셨네요..
      앞으로도 홧팅!!!

  7. 뉴웨이브 2009.09.01 18:06 address edit & del reply

    추카추카...

    드디어 우리 예쁜 덕만 공주님께서 보무도 당당히 황궁에 입성했네요. 조금 과장하면 눈물이 앞을 가릴 지경입니다. 그만큼 지난했던 과정이었으니까요.

    이 드라마에서 우리는 두 인물을 통해 지극히 대립적인 가치관의 충돌을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정의와 불의, 선과 악, 진실과 거짓 등 역사가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아주 보편적인 가치관의 충돌을 선명하게 볼수 있는데요.

    아시는 것처럼 이런 류의 싸움의 결과는 항상 선과 정의와 진실의 승리였습니다. 이는 덕만이 필연적으로 승리할수 밖에 없는 당위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미실은 질줄 뻔히 알면서 왜 불의,악과 같은 편을 먹고, 덕만은 정의와 선의 쪽에 서게되었을요. 이는 더 똑똑하고 현명하다거나 무식하고 어리석다라는 인물 비교우위의 문제가 결코 아닙니다. 똑똑하기로 치면 미실은 덕만을 압도할 것입니다.

    이는 하늘의 뜻과 연결되어 있다고 봐야 합니다. 한마디로 운명적인 것이라고 할수 있는 거죠. 정통성을 잇고 있는 덕만은 존재 그 자체가 이미 선이며 정의인 것이죠. 최소한 미실과의 대립적인 관점에서만 본다면 이는 움직일수 없는 사실입니다. 하늘이 이미 그렇게 만들어 놓은 것 입니다.

    반면 정통성이 없는 미실이 덕만을 상대로 싸움을 하게 되는 순간 그녀는 이미 악이며 불의가 되는 셈입니다. 이는 필연코 선과 악, 정의와 불의라는 구도의 싸움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앞서 말한대로 미실이 욕심을 내는 순간 이런 구도는 운명적인 것이며, 어쩔수 없는 선택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미실은 하늘이 준 정통성이 없는 인물이기 때문이죠. 미실이 보여주는 끊임없는 권모술수는 덕만의 정통성을 의식한 컴플렉스의 다른 표현이라고 봐야 합니다. 자기에게 정통성이 있었다면 굳이 권모술수라는 간계를 쓸 필요가 없었겠죠.

    여기서 한 가지 유명한 역사적 담론에 접하게 됩니다. 순천자(順天者)는 흥(興)하고 역천자(逆天者)는 망(亡)한다는 명언 말입니다.

    이 논리를 적용해 보면 덕만은 이미 하늘의 뜻이 내재돼 있는 정통성있는 순천자이고, 미실은 그렇지 못한 역천자의 입장이 된다는 것 입니다.

    그렇다면 미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왜 어리석게도 다 망할줄 알면서 역천의 길을 걷게 되는걸까요. 그것은 바로 어리석은 욕망때문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태어날때 인간은 누구나 오욕칠정이라는 감정을 갖고 태어나게 되죠. 명예욕, 재물욕, 수면욕,성욕, 식욕 그리고 희로애락애오욕(喜怒愛樂哀惡欲)의 감정들... 사람들은 자라면서 이런 욕망들이 던져주는 쾌감에 익숙해지고 더 나아가 이를 즐기게 됩니다.

    이 모순덩어리 감정들은 인간의 욕망과 상호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인간을 끝없는 욕망의 바다로 내몰죠. 마침내 이런 욕망들은 이미 하늘이 정해 놓은 선과 악, 정의와 불의를 구분하는 능력마져 앗아갑니다.

    결국 만물의 영장인 인간은 허황된 욕심때문에 뻔히 예상되는 파멸의 길을 가게 되는 것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덕만은 머지 않아 최고 권자에 오르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아직 덕만은 왕과 백성간의 바람직한 관계에 대해 고민하지 않은 흔적이 많습니다. 아직 그런 사색을 할만한 여유가 없었다고나 할까요.

    하지만 이 문제 역시 하늘로부터 주어지는 순천의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이미 하늘은 여러 역사를 통해 바람직한 군주의 모습을 제시하고 있죠. 하늘의 도를 따르는 왕도정치라면 너무 거창할 것 같고, 아래로부터 백성의 뜻을 받들어 정치하는 민본정치, 뭐 이런 것일 것입니다.

    옆길로 새는 얘기같지만 여기서 우리는 강태공이라는 역사적 인물을 통해 바람직한 군주의 모습을 찾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강태공은 중국 주나라 초대 재상을 지낸 지략가 입니다. 남다른 지혜를 갖고 있었던 그는 재상이 되기까지 한번도 벼슬을 하지 않고, 오직 자기를 알아줄 주군을 기다리며 낚시로 평생을 보낸 인물로 유명하지요. 낚시하면 강태공, 강태공 하면 낚시...이 두낱말이 빼놓을래야 빼놓을수 없는 연결 수식어가 된것도 바로 강태공때문이죠. 또 무심하게 때를 기다리며 훗날을 기약하는 것을 두고 "세월을 낚는다"고 하는데, 이 말 역시 강태공으로 인해 생긴 말입니다.

    3000여년전 인물인 강태공은 이날도 자신을 알아줄 주군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리며 삿갓을 눌러 쓴채 강가에서 낚시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때 장차 주나라를 창건할 문왕이 이곳을 지나가게 되죠. 이때는 은나라 말기로 아직 주나라가 세워지기 이전이었습니다. 나라를 세울 생각에 천하를 주유하며 좋은 인재가 구하고 있던 문왕은 삿갓을 깊게 눌러쓴채 낚시에 빠져 있는 강태공을 본곤 한눈에 범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게 됩니다.

    문왕은 자신의 신분은 숨긴채 넌즈시 묻습니다.

    "태공, 나라의 왕이 어떻게 해야 좋은 나라를 만들수 있을지 하나만 알려줄수 있겠소"
    한동안 말이 없던 강태공이 마침내 말합니다.
    "백성들이 배불리 먹고 살게 하면 됩니다."
    이 한마디에 문왕은 감동했고, 강태공은 마침내 수십년을 기다린 끝에 주나라 초대 재상에 올라 각종 개혁정책을 이끌게 됩니다. 그 유명한 책략서 18 사략은 바로 강태공이 주나라를 위해 쓴 책입니다.

    주나라가 나아갈 정치, 국방, 외교에 관한 원칙과 전략을 담은 책이 바로 18사략인데, 이는 30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유용한 책략서로 이용될 정도입니다. 18사략의 핵심에는 바로 백성이 있죠. 주나라가 중국 최고의 통일국가로 발돋움할수 있었던 것은 이같은 강태공의 지혜가 있었기에 가능했지요.

    덕만은 곧 강태공같은 지략가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드라마를 보지 않아 잘은 모르지만 분명히 강태공같은 역을 수행할 누군가가 있을 것입니다. 덕만은 그를 통해 민본정치를 추구하는 완성된 군주로 자리매김될 것으로 생각되네요.

    첨성대를 통해 백성과 소통하는 지혜를 익혔을 덕만은 이런 민본사상을 실천함으로서 백성들의 신망을 받았을 터이고, 이는 신라국이 백제나 고구려에 앞서 삼국통일이라는 역사적 위업을 이루는 바탕으로 작용했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 초록누리 2009.09.02 02:43 신고 address edit & del

      긴글 감사합니다.
      좋은 말씀입니다.
      오늘도 건강한 하루 되세요^^

  8. 악랄가츠 2009.09.01 19:23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하아~! 어제 오랫만에 본방사수를 하였습니다 ㅋㅋㅋ
    오늘도... 이변이 없는 한!! 재밌게 볼 수 있을 거 같애요!!
    벌써부터 즐거워 지는군요~! ㅎㅎ

    • 초록누리 2009.09.02 02:44 신고 address edit & del

      본방보는게 훨씬 긴장감도 있고 재미있지요.
      저는 본방의 개념이 없지만ㅎㅎ
      오늘도 재미있었나요?
      저는 이제 찾아 돌아댕겨야 한답니다.

  9. labyrint 2009.09.01 19:33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저는 어제 글쓰다가 조느라고 못봤어요...

    오늘은 보려고요...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 초록누리 2009.09.02 02:47 신고 address edit & del

      ㅎㅎㅎ
      저는 님 글 읽을때마다 어떻게 다른 소설들을 한 머리 속에 다 넣어두고 얼개를 맞춰서 따로따로 풀어내시는지 늘 감탄!!

  10. 윤서아빠세상보기 2009.09.01 22:06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어제는 정말 재밌었어요.
    여기는 낮에는 뜨겁고 아침 저녁으로 날씨가 서늘해졌네요.
    잘 보고 갑니다.

    • 초록누리 2009.09.02 02:48 신고 address edit & del

      여기도 벌써 가을이 와버렸네요..
      캐나다는 겨울이 너무 일직와서 가을냄새가 날즈음면 한겨울이랍니다.
      겨울 너무 길고 춥고 싫어요ㅜㅜ
      가을이 오면 바로 월동준비에 들어가야 한다는..;;

  11. 탐진강 2009.09.01 22:20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저도 어제는 잠시 봤습니다.
    재밌기는 하더군요.

    • 초록누리 2009.09.02 02:50 신고 address edit & del

      그냥 잠시 보시지 마시고 고정하고 보셔도 좋을 듯 싶어요.
      이제는 정치무대로 옮겨갔으니 볼만할 것 같아요.

  12. 흰소를타고 2009.09.02 00:04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1, 2, 3번의 산을 어떻게 넘을지... 오늘 제시해 주던데요? ^^
    드라마를 보면서 이 제작진이 참 뛰어나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 초록누리 2009.09.02 02:52 신고 address edit & del

      에구머니나!!
      벌써 다 제시해줘버렸어요?;;
      이런, 전 뭘 가지고 글을 쓰남요?ㅎㅎ
      흰소님! 오늘도 건강을 위한 팁 준비하셨지요?
      이따가 달려가겠습니다~

  13. 런더너 타짜 2009.09.02 05:00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Wow 선덕여왕 풀이해답지를 보는느낌이네요

  14. labyrint 2009.09.02 06:4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아직 새 글이 없어 여기에 흔적 남기고 갑니다... ㅋㅋ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