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회'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9.09.03 '선덕여왕' 나를 울린 미실, 나를 웃게 한 고현정 (60)
2009.09.03 06:40




'선덕여왕' 30회를 시청하면서 처음으로 울었습니다. 선덕여왕을 보면서 그동안 울컥한 적은 몇번 있었지만 눈물을 흘린 적은 사실 처음입니다. 어제 선덕여왕에 관련한 리뷰글을 준비할 때만해도 이야기 하고 싶은 부분은 나를 울린 장면이었는데, 쓰다보니 불교와 관련한 덕만공주와 미실의 지배논리로 흘러버려 그쪽으로 글을 마무리해서 올렸는데 어제 정작 글로 쓰고 싶었던 부분이 종일 저를 붙들고 놓아주지 않네요. 
선덕여왕 30회를 보면서 처음으로 울었던 장면은 미실과 설원랑이 대화를 나누던 장면이었습니다. 덕만공주가 대신들이 모인자리에서 첨성대를 짓고 책력을 만들어 일관들에게 공표하게 할 것이라고 합니다. 공식적으로 신권을 버릴 것임을 밝힌 것이었지요. 황실측이나 미실측 모두 혼란해 하며 동요할 때 덕만공주의 의중을 한눈에 꿰뚫어 본 이가 바로 미실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짧은 시간에 저리 컸단말인가?"라며 미실의 방백이 흘렀습니다. 
다음 장면은 미실의 처소로 바뀌었고, 미실을 찾은 설원랑은 미실의 어두운 얼굴에 미실의 한 남자로서 미실의 마음을 다독여 주는 장면으로 이어집니다. 그때 미실은 처음으로 권력자 새주 미실이 아니라 인간 미실로서 속내를 비춥니다. 미실은 덕만이 신권을 버리고 첨성대를 지어 책력을 백성들에게 주겠다는 생각에 부럽다고 하지요. 서라벌에서 태어나 서라벌에서만 살아온 자신이 우물안 개구리로 살아왔음에 비해, 덕만은 새로운 문물을 보고 자란 환경에 있었음을 부러워 합니다. 덕만공주의 성장환경이 새로운 발상을 할 수 있게 하였다는 것이지요. 다음으로는 덕만공주의 젊음이 부럽다고 합니다. 극중 미실은 덕만보다 나이가 곱절이상은 많은 나이입니다. 덕만은 앞으로 자신이 꿈꾸는 세상을 향해 나갈 시간이 많지만 미실은 그런 세상을 꿈꾸기에는 저승이 더 가까운 나이지요.

그리고 미실은 운명처럼 죄어 온 자신의 출신을 원망하는 말을 합니다.
"왜 저는 성골로 태어나지 못했을까요. 쉽게 황후가 되었으면 그 다음의 꿈을 꿀 수 있었을텐데...미실은 다음 꿈을 꿀 기회가 없었습니다"
꾸역꾸역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슬픔을 누르는 미실의 모습은 너무나 가슴에 와닿았고 애절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그 대목에서 펑펑 울어 버렸습니다. 미실의 운명이 불쌍했고 미실이 이루고 싶었던 꿈이 좌절됨이 안타깝더군요. 미실이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있었음에도 단 한가지 가질 수 없었던 것, 그것은 성골이 아니라는 혈통이었고 미실은 그 컴플렉스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권력으로 어찌할 수 없었던 신라 황실의 법도였고, 천하의 미실도 황실의 법도마저 흔들 수는 없었던 모양입니다. 저는 미실이라는 한 여자가 아니라, 혈통과 출신성분 앞에 발목잡힌 한 정치가의 반쪽짜리 야망에 슬펐고, 그리하여 그 야망이 야욕으로 변질되어 버린 미실의 인생에 슬퍼했습니다.
미실의 꿈은 무엇이었을까? 미실은 어떤 꿈을 꾸고 있었던가? 
그러고 보니 미실이 무엇때문에 황권을 그렇게도 잡으려고 했는지 지금까지 한번도 생각을 해보지 않았네요. 단지 권력을 잡기 위해, 권력을 지키기 위해 전전긍긍해 하는 미실만을 생각했지 정치가로서 지도자로서 미실의 꿈은 생각을 못하고 있었네요. 미실의 꿈, 미실의 신라에 대한 청사진은 무엇이었을까? 성골로 태어나 정당하게 황권을 잡을 수 있었다면 미실은 권력을 잡기 위해 지금까지의 방법으로 달려올 필요가 없었겠지요. 미실이 성골로 태어났더라면, 미실은 신라에 대해 어떤 그림을 그렸을까요?

이 장면이 지나고 저는 고현정을 향해 웃기 시작했습니다. 지난번에 저는 선덕여왕 관련 글에서 <그림같은 고현정, 이대로 좋은가>라는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고현정의 표정연기에 대한 한계를 느껴 아쉽다는 내용이었는데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고현정의 표정은 초반부와 지금까지 거의 다른 변화는 없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고현정에 대해서라면 골수팬이라 할 정도로 데뷔시절부터 관심을 가져온 지라 고현정의 첫 사극진출에 걱정도 기대도 많이 하고 있었습니다. 고현정은 초반부부터 넘치는 카리스마를 보여주며 시청자를 사로잡아 가히 지금까지 선덕여왕의 시청률을 끌고 온 일등공신이라 할 수 있지요. 하지만 저는 고현정의 비슷한 표정에서 감정의 폭발성 같은 것은 읽지 못했고, 아쉬운 마음에 조금 더 감정을 실은 표독함과 고뇌를 담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글로 올렸습니다.
고현정에 관한 글은 하나가 더있는데 그것 역시 드라마 선덕여왕이 고현정의 잠재력을 끌어내게 하지 못하는 이유를 말한 글이었는데 <그들만의 정치이야기, 고현정 죽이기 우려된다>라는 글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후자의 글에서 드라마 전체의 흐름에 대해 나름대로 심도있게 분석한 글이었는데, 인기를 끌지는 못했던 글이었지만요. 후자의 글은 당시만해도 덕만공주는 울보에 그야말로 멍 공주시절이었는데, 이때 드라마의 주축은 고현정 혼자서 끌고 간다고 볼 정도로 고현정의 독식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고현정의 드라마 독식장면은 고현정에게는 오히려 실로 보였거든요. 그때부터 고현정의 표정은 거의 비슷해 보였습니다. 왜냐하면 고현정을 자극하고 치고 들어오는 인물이 하나도 없었거든요. 이후로도 덕만공주는 여전히 힘이 없었고, 중간에 알천랑과 비담이 들어오면서 덕만공주측의 인물들도 비중이 살아나기 시작했지만, 알천랑과 비담 역시 고현정과는 관계가 없던 인물이었습니다. 이들은 드라마에서 대화를 나누거나 미실이 경계를 하고 있는 인물들은 아니었거든요. 비담이 월천대사의 서찰을 들고 미실과 대면하기까지는요.  
그런데 이번 '선덕여왕' 30회를 보면서 미실때문에 울었던 저는 다시 고현정 때문에 웃었습니다. "왜 저는 성골로 태어나지 못했을까요" 하면서 이어지는 대사에서 고현정은 그야말로 미실의 감정을 제대로 실려서 보여주었습니다. 목구멍에 걸려있는 슬픔과 절망감이 고스란히 전달되었지요. 그리고 고현정은 많은 장면에서 표정에 감정을 실기 시작했습니다. 그림같았던 표정들이 하나 둘씩 살아나고 있는 느낌을 가졌습니다. '아, 다행이다. 고현정이 살아나고 있구나' 생각하니 웃음이 나오더라구요.  
개인적으로 저는 팬의 입장에서 고현정을 아끼기 때문에 비판과 충고도 서슴지 않고 합니다. 저는 고현정이라는 이름을 걸기에는 선덕여왕에서 고현정의 잠재력이 다 나왔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행스러운 점은 제가 고현정에 관한 다른 글 <그들만의 정치이야기, 고현정 죽이기 우려된다>는 글에서 지적했듯이 고현정 주위에 고현정을 자극해 줄 적수들이 등장했다는 점입니다. 고현정이 그동안 악역(?)연기에 2% 부족했던 것은 힘의 균형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덕만공주측의 힘이 너무 약했었지요.
그런데 이제 덕만공주 팀이 전열을 갖추었으니 고현정도 상대가 생겼다고 보여집니다. 고현정의 병풍남자들 앞에서 고현정의 카리스마는 별 의미가 없지요. 병풍남자들 속에서 감정폭발도 히스테리일 뿐이고요. 이제 고현정을 자극해 줄 상대가 강해졌으니 고현정도 다른 모습으로 연기의 변신을 보여주겠지요. 앞으로 고현정의 연기는 그림에서 벗어나 날카로운 이를 번득이는 바다의 상어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또 바라고 있습니다. 히딩크의 말처럼 아직도 저는 고현정의 연기에 배가 고픕니다.
            글이 마음에 드셨다면 한RSS에 추가해보세요! 좋은 일 있을거에요~ 클릭-->
                        잊지마시고 아래의 추천손가락도 꾹~ 눌러주시는 센스! ^^
이 블로그를 한RSS에 추가하고 싶으시다면 클릭▶▶▶▶



Trackback 3 Comment 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