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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5.26 '시티헌터' 김상중의 섬뜩한 카리스마, 첫회 사로잡은 히어로 (7)
2011.05.26 10:48




임재범이 부른 드라마 OST '사랑'으로 드라마 방영전부터 화제를 모은 시티헌터가 베일을 벗었는데요, 첫회를 본 소감은 다소 뒤죽박죽입니다. 잘하면 대박 대작이 될 것같고, 못하면 원작 이름을 차용해서 신불사나 개와 늑대의 시간, 대물, 아이리스 등의 큰 얼개가 되었던 출생의 비밀과 복수, 국가관, 그리고 달달한 로맨스를 적당히 짜집기한 작품이 될 듯하더군요. 황은경 작가와 진혁 피디의 능력을 믿기에 후자보다는 전자가 될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싶지만요.
첫방송은 강렬한 어필을 위해 대작의 향기를 풍기며, 큰 스케일과 스피디한 전개로 눈길을 사로 잡았습니다. 20분 정도 상영하는 영화를 본 느낌처럼 빠르게 휙휙 시간을 건너 뛰면서도, 주인공의 성장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인간적인 모습도 섬세하게 터치하면서 드라마의 색깔을 분명히 했습니다. 인간적인 모습, 용서를 배워야 한다는 이윤성(이민호)의 모든 대사에 드라마의 결말까지도 함축시켜 버린 셈이죠. 
오랜만에 아픈 역사가 조국이라는 이름과 뒤엉켜 감정적 혼란을 느껴야 했습니다. 1983년 버마 아웅산 폭발사건, 너무나 선명히 기억하고 있는 사건이었기에, 역사의 한자락을 들춰보는 것은 다소 고통이 필요했습니다. 광주민주화 항쟁이 있었고, 전두환 군부독재정권이 들어선 시기라, 민심과 여론은 군사정권에 대한 분노가 하늘을 찌를 태세였습니다. 총으로 잡은 정권이었기에 총으로 억압받던 시대였지요. 의식있는 국민의 분노는 매일같이 화염병과 최루탄으로 대학가가 술렁였고, 학원 내에 전투경찰이 대치하던 평화 속의 전쟁, 전쟁 속의 평화가 지속되던 시절이었습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박제당한 민주화의 열망을 가두시위로 이어가던 때였습니다. 대학가 주점에서는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운동가가 울먹임과 흐느낌으로 새어나오던 그런 시절이었습니다. 
민주주의의 분수령이 되었던 어수선한 한국 현대사 80년대, 한쪽에서는 조국의 민주화를 목놓아 울며 투쟁으로 쟁취하고자 젊음을 불꽃으로 산화한 학우도 있었고, 정권을 지키기 위해 총으로 억압하는 것을 국방의 의무로 수행하던 젊은이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몰랐던 젊은 피가 있었습니다. 조국을 위해 상명하복의 명령을 목숨처럼 여기고, 북파공작원이라는 이름으로 임무수행을 하던 이름없는 이들입니다. 이미 영화 실미도에서 북파공작원에 대한 이야기를 접했기에, 이런 소재가 드라마로 다뤄진 것은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드라마 시티헌터는 주인공 이윤성의 출생과 청와대로 탱크를 몰고 진입한 전두환이 장충체육관에서 벼락치기 선거를 치르고, 대통령에 당선되고 버마 순방길에 올라 아웅산 국립묘지 폭발사건으로 17명이 순직한 사건에서 시작됩니다.
대통령 수행원으로 아웅산에 갔던 이진표와 박무열, 천신만고로 목숨을 건지고 돌아온 이들에게 임무가 하달되지요. 북한공작원의 소행이었음에 응징에 나서야 한다는 이른바 5인회의 싹쓸이 계획이었습니다. 21명의 대원과 함께 평양에 진입한 이진표와 박무열은 임무를 수행하고, 약속된 잠수함을 타기 위해 바다에서 대기중, 대한민국의 태극기를 단 잠수함에서 날아오는 사수의 총격에 경악합니다. "왜? 왜?? 왜??? 우리편이..." 
대통령의 재가없이 5인회 단독으로 추진되었던 싹쓸이 계획은 북한에 어떠한 보복성 대응을 하지 않는다는 '체육관 대통령 각하'의 한마디로 폐기처분돼 버리지요. 21명 대원도 그렇게 함께 폐기처분돼 버린 것입니다. 갓 태어난 아들에게 이름도 지어주지 못하고, 아내 경희(김미숙)에게 기다리라고, 꼭 돌아와서 이름을 지어주겠다고 약속했던 박무열(박상민)은 영영 돌아오지 못하고 바다에 수장당하고 맙니다. 친구 이진표를 구하기 위해 몸으로 이진표(김상중)을 안고 총을 맞은 박무열, 바다 속에서 말없이 주고받던 그들의 대화는 눈시울을 적시게 했던 명장면이었습니다.
목숨보다 진한 우정, "넌 꼭 살아서 내 아내랑 내 아이를 부탁한다, 사랑했다 친구야". 조국은 친구와 대원을 버렸지만, 거수경례로 친구를 보내는 이진표의 눈에 뜨거운 눈물이 흐릅니다. 분노와 복수의 눈물이 되어 가슴에 새겨지죠.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복수를 하겠다며, 이진표는 박무열의 갓난아이를 데리고 동남아로 숨어들어가, 마약을 제조하며 복수의 칼날을 갈며 세월을 기다립니다. 박무열의 아들 이윤성이 자랄 때까지...
어린 윤성은 철저하게 이진표에 의해 킬러로 길러집니다. 그리고 윤성의 인생을 바꿔놓은 사건이 벌어지죠. 우연히 만난 한국인 배식중(김상호)을 구해주고, 배식중을 쫓던 도박장 깡패들에게 이진표의 아지트가 습격당하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그 와중에 어린 윤성에게 젖을 물려준 엄마나 다름없었던 아줌마(외국이름이라 표기를 못했어요;;)가 총을 맞고 죽는 것을 본 윤성이 깡패들을 쫓다 지뢰를 밟게 됩니다. 윤성을 구하러 온 이진표는 다리를 잃게 되고, 이진표는 윤성의 친부모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유도 모른채 조국에 의해 버림받은, 아니 정확히는 대원 20명을 개죽음으로 바다에 수장시켜 버린 5敵에 대한 분노, 증오, 복수해야 할 이유를 윤성에게 이해시키지요.
"17년전 조국의 배신을 당한 20명의 목숨이 있었다. 작전중 네 아버지가 날 살리겠다고 대신 죽었다. 내가 악착같이 산 이유는 네 아버지와 그들의 복수를 위해서다. 윤성아, 넌 살아서 네 아버지와 내 원수의 심장에 총알을 박아라".
그로부터 다시 7년, 미국에서 공부를 마친 이윤성은 처음으로 아버지를 버린 조국, 어머니가 살고 있는 나라, 대한민국으로 돌아옵니다. 복수를 위해... 그리고 사진으로만 대화를 나누던 처음으로 본 한국여자 김나나를 만나기 위해... 김나나(박민영)은 배식중의 딸이라고 한 것같은데, 성이 다른 이유는 나오지 않아 김나나와 배식중에게 어떤 사연이 있는 지는 아직 모르겠어요.ㅎ
배식중이 가지고 있던 김나나의 사진을 보며 사춘기를 보낸 이윤성에게는 특별한 존재입니다. 그녀가 알든 모르든 말이지요. 한국으로 들어온 이윤성이 광화문에서 한국의 매케한 공기(?ㅎㅎ)를 마실때, 운명처럼 사진속의 김나나가 그곳에 있더군요. 만날 운명은 그렇게 꼭 만나지게 되는 건가 봅니다. 아무튼 두 사람이 알콩달콩 설레이는 사랑을 쌓아갈 듯 보이는데, 두 사람의 로맨스가 어떤 그림으로 나올지 아직은 감이 오지 않네요.

이민호와 박민영은 예전보다 샤방한 분위기로 변신한 듯해서 색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이민호는 다소 터프한 캐릭터로 변신을 했는데, 블록버스터급 드라마에서 워낙 액션이 화려한 연기자들에게 눈이 단련되었는지, 액션연기가 눈을 사로잡을 정도는 아니어서 조금 아쉽더군요. 액션신에서 동선을 잡는 카메라 워크가 루즈해서 긴박감도 떨어지고, 이민호이 매력을 덜 잡아내 준 것같아 아쉬운 연출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이민호의 샤방스러운 표정이 벌써부터 여심을 흔들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얼굴이 더 잘생겨진 것 같아요ㅎㅎ.
성균관 스캔들에서 남장여자로 인기를 얻은 박민영이 현대극에서는 어떤 모습을 선보일지 그 연기력이 다소 불안하기도 하고, 두터운 팬층에도 연기력에서는 발연기 지적을 받았던 이민호가 극의 캐릭터에 얼마나 녹아들지 역시도 불안한 요소입니다. 더구나 카라의 구하라가 대통령의 딸로 캐스팅이 되었다고 하는데, 신인급 연기자들이 드라마의 줄기를 잡아주기에는 조금은 역부족이지 싶은데, 다행스럽게 이 드라마는 명품조연들로 도배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년연기자들의 캐스팅이 돋보입니다.
첫회는 주연들보다는 단연 조연들의 연기가 빛났습니다. 짧은 분량으로도 강렬한 카리스마와 심금을 울리는 눈빛연기로 눈시울을 적시게 한 박상민은 중견연기자로서의 연기가 물이 올랐는데, 첫회 사망으로 처리해 버려서 너무 아쉽더군요. 혹시나 바다에서 총상을 입고 떠내려와 기억을 잃고 살다가 훗날 등장하게 된다든지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짧은 출연이 아쉬웠습니다. 

차가우면서도 매서운 눈빛으로 화면에 분노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김상중의 야성미 넘치는 연기는 오금을 저리게 할 정도로 소름돋더군요. 이윤성의 길러준 아버지이자 복수극의 보스로 이윤성의 그림자가 될 김상중, 말이 필요없는 배우 천호진 등은 드라마의 기대치를 높여주는 완벽한 캐스팅입니다. 김상중과 천호진은 감정절제와 냉철함이 뛰어난 배우지요. 양미간을 한 번 찌푸리는 것만으로도 내면심리를 묘사하는 배우들입니다.
특히 이번 첫회 날카로우면서도 비정한 카리스마를 폭발시킨 김상중은 극의 분위기를 압도하고도 남습니다. "아무도 사랑하지 마라, 네 정체가 드러나면 너와 네 주변은 핏빛으로 물들거야...". 드라마에 전반적으로 흐르는 복수라는 주제를 묘사하는 음울한 분위기를 이 한 대사로 처리하더군요.
죽어가면서 친구에게 전하는 박무열의 우정은 그가 사라져갔던 바다보다 깊고 넓게 가슴을 울렸습니다. "사랑했다, 친구야". 홀로 살아남은 이진표가 최응찬(천호진)에게 이런 말을 남겼지요. "우린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칠 수는 있어도, 정권을 위해 목숨을 바칠 수는 없습니다". 과거 독재정권이 총칼로 위협했던 조국애는 조국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권력에 대한 충성요구였습니다. 날카롭게 한마디로 정리해 준 충성에 대한 정리였습니다. 명대사로 가슴에 와닿더군요. 첫회 최고의 명대사 명연기 명장면이었습니다. 
조국, 복수라는 무거운 주제때문에 이 드라마를 가볍게 시청하기는 어렵겠지만, 원작에서 다중적인 료의 캐릭터를 이민호가 잘 보여준다면, 톡톡 튀는 재미도 느낄 수는 있을 것같은데, 원작과는 시대적으로나 배경이 다르기에 전혀 다른 작품처럼 생각되어서, 저는 개인적으로 원작에 대한 기본틀을 버리고 보자고 마음 먹었습니다. 비교하면서 보기보다는 새로운 작품으로 보자고 생각하니, 작품에 대한 욕심을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이 드라마의 태생이 된 배경이 정치 수뇌부들, 청와대라는 배경때문에 정치를 배제할 수는 없을 겁니다. 정의에 대한 물음, 단죄의 당위성, 과거사에 대한 역사적 정리 등등의 질문에 얼마나 작가와 감독이 솔직하게 그려갈 수 있을 지는, 걱정도 되고 기대도 큽니다. 드라마에 대한 외압의 손길이 미칠까봐 잠시 염려되기도 했거든요.

복수를 다짐하는 사건의 기점을 80년대로 잡은 것은 역사에 기록되지 못한 수많은 아픔, 치유받지 못한 상처와 절망에 대한 단상들때문일 겁니다. 이윤성이 처단할 5적은 을사 5적이래 바로잡아야 하는 역사의 한 단면처럼 묘사되는 단어지요. 시티헌터에서의 5적은 그런 점에서 민주화를 가로막은 민주5적, 지금도 국민 위에 군림하는 다양한 5적들의 실체들과도 오버랩됩니다. 숙청시키지 못한 채무의식, 내지는 분노의 상징처럼 말이지요. 이윤성이 시티헌터로 변화되어 이들을 처단해 가는 과정이 통쾌한 씻김굿이 되는 한편, 희망을 전달해 주기를 기대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김상중, 천호진, 김미숙 등 명품배우들의 극중 존재감은 드라마의 퀄리티의 한 축이 될 듯합니다. 가장 잔인한 복수를 하게 될 거라며, 섬뜩하리만치 무시무시한 대사를 아무 표정의 변화없이도, 목소리의 톤만으로 전달해 버리는 대사장악력은 김상중의 존재감에 방점을 찍습니다. 더불어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온 이민호와 박민영의 달콤 쌉싸리한 사랑을 키워가는 에피소드들도 기대가 크네요. 대본과 연출,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 3박자를 평가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시티헌터는 명품배우들의 포진만으로도 기대감 상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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