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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2.29 '하이킥' 세경의 쓰디 쓴 성인신고식 (18)
2009. 12. 29. 06:03




지붕뚫고 하이킥 76화는 세경에 대한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엮었어요. 이번회를 보면서 아파하고 힘들어 하는 세경때문에 덩달아 기분이 우울해 졌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경에게서 한가닥 희망을 발견하기도 했어요. 세경이 쓰디 쓴 커피를 마시는 장면은 세경의 변화를 암시하는 것이었기 때문이에요. 이번 에피소드 세경의 휴가편에서 세경이 울며 노래했던 '인형의 꿈'과 '쓴 커피'는 많은 의미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마치 세경이 쓰디 쓴 성인신고식을 치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신애와 해리가 견학을 가고 연말이라 다들 밖에 약속이 잡히자, 현경은 세경에게 하루 휴가를 줍니다. 딱히 갈 곳도 없다는 세경에게 현경은 보너스까지 주며 놀다오라고 하지요. 현경이 세경에게 "옷입는 스타일, 말투까지 하나도 안 변하는 것 같다"며 은근히 고집이 있다고 하는데, 사실 변함없는 이 모습이 지금까지의 세경의 모습이지요. 그런데 이번 에피소드에서 세경이 서울거리를 돌아다니고, 쓴 커피까지 사마시는 것을 보니, 세경에게도 변화가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세경은 자신의 처지때문에, 그리고 성격적으로 변화가 느린 인물이에요. 팔팔한 20대임에도 인생을 다 산 듯한 50대의 체념같은 것이 늘 세경을 짓누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세경도 휴가 하루 동안은 또래의 나이로 잠시나마 돌아간 것같아요.
신애의 가방을 사고 할일이 없어진 세경은 갈 곳 없는 도시 서울이 낯설기만 하지요. 그러다 문득 지훈이 커피를 자 줬던 카페를 발견하고 들어가 봅니다. 카페 역시 세경에게는 멋쩍기만 합니다. 친구와 혹은 연인들이 만나는 공간에서 세경은 혼자일 수 밖에 없습니다. 생전 처음으로 커피도 사서 마셔보지만, 세경에게 커피는 쓰디 쓴 음료수일뿐이지요.
홀로 있던 세경을 구해 준 것은 정음이었어요. 우연히 카페에서 마주친 정음이 커피 좋아하느냐고 묻자 세경이 처음 마시는 커피라 쓰기만 하다고 하지요. "세경씨, 아직 애구나. 커피는 어른이 돼야 맛을 아는데..."라는 정음의 말을 들으니, 저도 커피는 어른이 되면 마시는 걸로 알았던 게 생각납니다. 거의 30년전에 고3 대입시험을 치르고, 친구들과 마치 성년신고식을 치르듯이 음악다방에 가서 처음 커피를 마셔 봤어요. 세경에게 그러했듯이 제게도 커피의 첫 맛은 쓴 약과 같았답니다. 설탕을 몇스푼씩 넣어도 쓴맛따로 단맛따로였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도 그게 어른이 되는 신고식이라고 생각하고, 티 안내려고 폼잡고 마셨더랬는데, 지금은 거의 중독상태에 이르렀네요.
 
정음이 세경에게 함께 놀자고 하여 두사람은  함께 아이쇼핑도 하고, 화장품 가게에 들어가서 립스틱도 발라보고, 옷도 입어보고, 스티커 사진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가집니다. 친구없이 혼자 머쓱해 하던 세경에게 정음은 함께 시간을 보내 준 언니이자 친구같아서, 정음에게 내심 너무나 고마웠어요. 갈데도 없이 덩그라니 혼자 있는 세경에게 20대 젊은이가 누릴 수 있는 시간들을 선물해 준 것 같아서요. 마치 새장 속에 닫힌 새에게 자유를 준 것 같은 느낌, 닫힌 세상에서 열린 공간으로 이끌어 준 것같은 생각도 들었어요. 
세경은 정음과 함께 한 번밖에 가보지 않았던 노래방에도 가봅니다. 세경이 아빠가 좋아하신다는 '칠갑산'을 부르는데, 노래가사와 멜로디만큼이나 분위기를 축축 쳐지게 하지요. 추석이나 설날 명절에 시골가는 길에 교통방송을 키면 어김없이 들려주는 고향노래 '칠갑산...'. 제게 칠갑산은 그런 노래였어요. 세경도 아마 집과 아빠 생각에 칠갑산을 불렀을 거에요. 나이에 맞지 않은 노래였지만요. 보다 못한 정음이 분위기를 업시키는 요즘 노래를 선곡하고, 세경을 무대로 끌자, 세경도 템버린을 치며 못추는 춤이지만 정음과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그런데 지훈이 정음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지훈의 전화였음을 알 리 없는 세경이 혼자서 '인형의 꿈'을 부릅니다. 지훈의 속옷을 가져다 주러 갔다가, 수술을 끝내고 피곤에 지쳐 잠들어 있던 지훈을 떠올리면서요. 옆에서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던 세경을 알아보지도 못하고, 동료들과 멀어져 가는 지훈을 보던 세경의 마음을 그대로 전하는 가사를 들으니 가슴이 짠해지더군요. 이 노래가 이렇게 슬픈 노래였나 싶을 정도로 가슴에 와 닿네요.

"그대 먼 곳만 보네요. 내가 바로 여기 있는데
조금만 고개를 돌려도 날 볼 수 있을텐데
처음에 그대로 좋았죠 그저 볼수만 있다면
하지만 끝없는 기다림에 이제 난 지쳐가나봐
한 걸음 뒤에 내가 있었는데
그대는 영원히 내모습 볼 수 없나요
나를 바라보면 내게 손짓하면
언제나 사랑할텐데"
집에 돌아 온 세경은 낮에 마시지 않고 가방에 넣어 왔던 커피를 마셔 보지만, 세경에게 커피는 여전히 쓰기만 합니다. 마침 집에 들어 온 지훈이 "너 커피 마시지 않는데 웬 커피야? 아메리카노 커피, 내가 좋아하는건데..."라며 역시나 무덤하게 2층으로 올라가 버리지요. 세경은 결심한 듯 지훈이 좋아한다는 쓴 아메리카노 커피를 다 마셔버립니다. 지훈이 좋아한다니 세경도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배우고 싶은 거에요. 세경이 아메리카노 커피를 그냥 산 것은 아니었어요. 지훈을 떠올리며 샀던 것이었거든요. 쓴 커피처럼 세경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만, 쏟아 버릴 수 없는 커피처럼 그는 너무 닮아 있거든요. 
바보처럼 한걸음 뒤에 있는 자신을 아직은 보지 못한 지훈이지만, 정음이 아직 커피 맛도 모르는 애라고 했지만, 세경도 어른이 되고 싶어합니다. 쓴 커피는 세경에게는 일종의 어른이 되어 가는 통과의례와도 같은 것이에요. 그리고 쓴 커피를 다 마셔 버린 것처럼 지훈에게 한걸음 더 다가서고 싶은 세경의 마음이었고요. 저는 지훈이 한걸음 뒤에 있는 세경을 발견할 때까지 세경에게 기다리라는 말은 하고 싶지 않아요. 부서지고 아프더라도 세경이 한 걸음 더 다가 가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세경은 쓴 커피맛을 알아가고 싶어합니다. 아직은 동생처럼 챙겨주고 싶어하는 지훈이지만, 언젠가 지훈이 자신을 발견할 때 세경이도 말하고 싶은 거에요. 커피가 더이상 쓰지 않다는 걸요. 세경이 진짜 어른이 되어 있다는 것을요.
그래서 이번회에서 휴가나들이와 커피는 세경의 변화를 암시하는 것 같아요. 낯선 세상에 홀로 던져진 듯한 세경의 고단한 현실을 말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세경도 부서지고, 아파하고, 깨지더라도 세상과 부딪쳐 보고자 한걸음 내딛었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아프고 상처받을지라도 세경이 마신 쓴 커피처럼 지훈에 대한 사랑을 아직은 접고 싶지 않다는 것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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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3 Comment 18
  1. 유쾌한 인문학 2009.12.29 06:33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아 어제 노래부를때 너무 가슴이 아팠어요..ㅠㅠㅠ

  2. pennpenn 2009.12.29 07:15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하이킥은 방영 시간이 너무 일러
    잘 보지 못하네요!~
    요즘 세경이 매우 인기인가 봅니다.

  3. Channy™ 2009.12.29 07:5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최근에 방학하고부터 하이킥 보고 있습니다...
    몇번 보다보니 정말 재밌더군요^^

  4. 2009.12.29 08:12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5. 핑구야 날자 2009.12.29 08:25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왠지 성인식을 안했으면 하는마음이... 너무 욕심인가여

  6. 둔필승총 2009.12.29 08:26 address edit & del reply

    아, 요즘 하이킥 자주 놓치고 있어요. 다행히 초록누리님 덕분에 챙기긴 합니다만요. ㅎㅎ

  7. 여행사진가 김기환 2009.12.29 09:25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세경이...사랑에 눈뜨기 시작하는 군요.
    왠지 전체적으로...사각관계가 될 것 같은 느낌이...ㅎㅎㅎ
    아무튼 세경의 사랑이 아프게 시작하는 듯 해서 왠지 아쉽습니다.

  8. 넷테나 2009.12.29 09:3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아.. 하이킥 너무 가슴아픈 스토리아닙니까.

  9. 카타리나^^ 2009.12.29 09:3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역시...누리님...ㅎㅎㅎ
    세경이 한층 더 성숙해지는 계기가 될듯...

  10. *저녁노을* 2009.12.29 09:39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노을이두 이렇게 리뷰로 보게 되는 하이킥입니다.

    잘 보고 가요.

  11. 모과 2009.12.29 09:41 address edit & del reply

    세경이 동생과 씩씩하게 사는 것을 보면 꼭 성공 할 것으로 확신합니다.
    그렇게 남의 집에 살면서 대학을 나와서 간호사가 된 아가씨를 알고 있거든요.^^

  12. 포도봉봉 2009.12.29 09:54 address edit & del reply

    지붕킥 결말이 어떨지 정말 궁금합니다.
    얼마전 기사에서 세경이가 새드결말이라고 했던 거 같은데 ㅠㅠ
    그냥 다 행복했음 좋겠어요.

  13. White Rain 2009.12.29 09:56 address edit & del reply

    암튼..요즘 텔레비전 시청을 소홀히 했더니...이거 원, 갑자기 원시인이 된 듯해요. 여기저기 매체에서 세경의 노래가 화제가 되었는데도 말이죰. 오늘은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 어제 저녁 피부 관리도 받고 헤어숍 가서 정리도 좀 하고...뭐 그러느라..무척 피곤(?)했답니다.ㅋㅋ
    그나저나..피부 관리 받아보니 참 좋더군요. 잠도 잘 오고... 코를 골지나 않았을런지...

  14. 감자꿈 2009.12.29 10:33 address edit & del reply

    나를 보지 않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만 향하게 되는 것이 외사랑이겠죠.
    세경이 조금만 용기를 냈으면 좋겠어요.
    어젠 정말 너무 슬펐답니다. T.T

  15. Uplus 공식 블로그 2009.12.29 11:28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흙 세경이가 마음아파하는 것도 성장통이겠죠?
    부디 단단하고 튼튼한 심장을 가진 멋진 여성으로 자라나주길!! 아쟈~미소천사 신세경! ㅋㅋ

  16. 2009.12.29 11:43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17. ㅎㅎ 2009.12.29 14:32 address edit & del reply

    저도 세경이 만한 나이에 짝사랑을 하면서 인형의 꿈을 지독히도 좋아했었는데,, 정말 짝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그냥들을 수 없는 노래일 거에요 ㅜㅜ 하지만 이번 에피소드로 인해 저 역시 세경이 훌륭한 어른으로 성장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18. 피아노블로그 2010.08.19 20:49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잘봤습니다. 하이킥을 보진 않았고 이 글이 써진 시점과도 많이 떨어졌지만 뭐 그냥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