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out U'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04.24 '신데렐라 언니' 천정명, 눈동자와 대사의 강약으로 연기하라 (44)
  2. 2010.04.23 '신데렐라 언니' 구대성이 송강숙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 (22)
2010.04.24 08:03




어느 드라마고 배우들이 만들어 가는 캐릭터에 몰입하고 이해하고, 사랑까지 하게 된다면 연기자는 물론 드라마의 완성도에 있어서도 힘이 되고 탄력을 받게 합니다. 심지어는 악역이라 할지라도, 나쁜 남자 혹은 악녀라 할지라도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내면을 이해하면 동정의 시선까지 보내게 되지요. 종영한 추노에서의 황철웅(이종혁) 역이 그러했고, 선덕여왕의 비담(김남길)이 대표적인 예일 것 같습니다. 아이리스에서 진사우(정준호)의 캐릭터도 이와 비슷한 범주에 속하겠네요. 이들 배역은 엄밀하게 주인공들은 아니었지만 극중 무게감이 컸었지요. 스토리라인의 큰 줄기가 될 정도로 말이지요.
그런데 신데렐라 언니에서의 홍기훈(천정명)은 남자 주인공임에도 극 중 두 여자의 사랑만 받고 있는 듯한, 전혀 새로운 남자주인공의 (사랑받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듯합니다. 캐릭터 자체가 복잡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드라마가 진행될 수록 오리무중 안개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캐릭터가 홍기훈이라는 인물같습니다. 
우선 드라마 속에서의 홍기훈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배경과 내면을 드라마 스토리만으로 짚어 보기로 하겠습니다. 사실 홍기훈이라는 캐릭터는 드라마 속에서 풀어가기에 매력있는 배경들을 가지고 있어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다가서지도 못하고, 집안으로부터 버림받고 구대성의 그늘에서 따스함을 느끼면서, 인간의 욕심에서 비롯된 욕망이 얼마나 추한 것인지도 깨달아 가고, 잘 익은 술처럼 인생의 깊이와 사랑도 알아가는 그런 인물이에요. 내면의 아픔을 가지면서도, 눈 앞에 보이는 두 슬픈 공주들의 상처를 동시에 보듬어 주며, 공주들뿐만이 아니라 시청자들 가슴도 설레이게 만드는 그런 왕자님이에요. 
8년 후 전혀 다른 모습의 왕자로 돌아왔을 때는 또다른 모습에 설레이게 하지요. 두 공주와 자신을 따뜻하게 품어 준 대성도가 구대성에게 칼을 들이대야 하는 야심을 가졌음에도, 인간적으로 갈등하고 그러면서도 자신의 아픔과 분노로 칼을 뽑을 수 밖에 없는 이중적인 고민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홍기훈이 아버지로부터 특명을 받고 대성도가에 다시 들어 온 이유는 배다른 형 기정에 대한 분노가 함께 있는 것이지요. .
애정라인의 중심에 있어서도 극중 은조와 효선에게는 의견이 분분할 정도로 일종의 애정라인을 형성해야 합니다. 은조와 기훈, 효선과 기훈이라는 의붓자매를 사이에 둔 매력넘치는 왕자님이니까요. 은조와는 오해와 연민 속에서 긴 시간 가슴에 담아 온 사랑이어야 하고, 효선에게는 자신을 '내꺼 오빠'라 따르던 꼬맹이가 어엿한 숙녀가 되어 자신을 사랑의 감정으로 보게 되는 것에 당혹감과 미안함, 그리고 연민도 함께 느끼는 인물이지요. 그럼에도 마음에 품은 칼로 고민하고, 공주들의 집을 위기에서 구할 가능성까지 있는... 여기까지는 홍기훈이라는 극중 캐릭터의 색깔입니다. 정말 매력있지요?
그런데, 솔직히 매력없어요;; 천정명의 연기력과 밋밋한 캐릭터 소화때문인 것 같은데, 천정명이 가진 연기의 한계보다는 개선방향을 지적하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주제넘다는 생각이 들어서 사실 저는 드라마 감정선을 따라 가는 리뷰글을 올리는 편이고, 연기자에 대한 지적은 자제하는 편입니다. 연기자도 아니고, 연기를 해보지도 않았는데 선무당이 사람잡으려고 하는 듯 해서 말이지요.
제가 천정명씨에게 연기지도를 할 주제도, 능력도 없다는 것을 알지만 드라마를 아끼는 입장에서 그동안 신데렐라 언니를 시청하면서 종합적으로 느꼈던 부분에서 천정명이 변화를 주어야 할 부분에 대해 두가지만 언급하고 싶습니다.

심리묘사의 기본, 눈동자로 연기해라
사람에게는 그 사람만이 가진 특별한 특징이 있습니다. 신분을 감식하기 위한 보편적인 인식방법인 지문과 눈동자, 즉 홍채입니다. 보안업체에서 지문인식, 혹은 홍채인식으로 문을 여는 시스템은 위조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지문이야 주민등록증 발급 혹은 도장 대신 사용하는 것이니 연기와 결부시키기 어럽고, 눈동자에 담는 감정묘사는 연기력의 90%를 담아낼 수 있는 생명과도 같은 것입니다. 사람의 눈빛은 인간의 희노애락 모든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인간의 우월성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눈빛이 담아내는 얼굴표정은 인간만이 가능한 영역이고요. 강아지들도 슬프거나 화난 표정을 짓기는 하지만, 지극히 단순한 감정표현만을 읽을 수 있을 뿐이지요.
천정명의 눈빛은 매력적입니다. 슬픔과 연민, 쓸쓸함 그리고 투명함까지 갖춘 연기자로서는 특별한 보너스일 것입니다. 그런데 천정명은 자신이 가진 눈빛의 장점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요. 한가지 밖에는 없어요. 모든 인물을 연민을 가지고 대하는 듯한... 그런데 지금의 홍기훈은 연민만이 아니라 고민과 음모, 비열함, 안타까움까지 담아내야 하는 캐릭터에요. 천정명의 일관된 표정에 홍기훈이라는 캐릭터를 읽기 힘들고 몰입하기도 힘든 이유가 천정명의 눈빛이 보여주는 한가지 표정때문인 것 같아요. 캡쳐한 표정들을 보시면 그 눈빛의 일관성을 아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런 점에서 천정명은 이제 눈동자도 연기를 해야 합니다. 예컨대 천정명은 연기자들의 기본인, 아니 인간들의 기본적인 심리묘사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구대성과 은조, 효선과 함께 회의하는 장면들이 여러번 나왔는데요, 이때 천정명의 표정은 꿔다 놓은 보릿자루같은 표정입니다. 은조나 효선, 구대성의 대사 다음에는 인상만 찌뿌리면서 심각성을 보여주는 게 다에요.
그런데 시청자는 기훈이 왜 인상을 찌푸리며 심각해 하는지 모릅니다. 마치 엑스트라의 장면같아 보이기도 할 정도입니다. 이런 장면의 경우 인상을 찌푸릴 것이 아니라 다른 심리를 보여주어야 하는 부분이에요. 그런데 천정명은 눈동자 뿐만아니라 쉬운 시선 처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어요. 효선의 외삼촌이 저질 막걸리를 유통시켜 대성도가 마당에서 벌어진 상황에서도 홍기훈의 표정은 인상쓰고 있는 게 다입니다. 효선의 걱정스러운 표정, 구대성의 이럴리가 없어, 혹은 은조의 당혹감 등등 각기 다른 표정인데 뒤에 서있는 홍기훈은 늘 똑같은 짜증표정이에요.
이 때 홍기훈은 고개라도 살짝 돌려 다른 생각을 하는 듯 보이게 하거나, 고개를 내리고 눈동자를 사선으로 내려뜨거나 올려 떴어야 해요. 바로 의구심을 표현해야 했거든요. 홍기훈은 직감적으로 이 일이 홍주가의 아버지나 기정이가 꾸민 짓이 아닐까 의심하는 표정을 지었어야 했거든요. 그런 표정은 곧바로 홍주가 회장 아버지에게 달려가 "이게 무슨 어린 애 같은 서툰짓이에요?" 라고 따지는 것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는 것이고요.
천정명의 눈동자는 대부분 정면을 향해 고정되어 있어요. 은조와 효선이 적절하게 눈동자와 고개를 이리저리 방향을 틀어가며 감정과 함께 움직인다면, 천정명은 고개나 눈동자를 고정한 채 오직 양미간을 찌푸리는 것만으로 감정을 표현합니다. 그러니 매번 같은 표정일 수 밖에 없지요. 효선을 바라볼때나 은조를 바라볼때나 회의를 할 때도 오직 하나의 표정이니 은조를 어떤 시선으로 보는지 감도 안오고, 특히 효선을 대할 때는 도대체 왜 짜증을 내는지 모르겠을 정도로 표정은 물론이고 대사마저 짜증난다 식으로 표현해 버립니다.

같은 높낮이의 대사, 강약을 바꿔라
지금까지 천정명의 대사중 길었던 부분만 짚어 보죠. 아무래도 남자 주인공으로서 여자 주인공들과의 대사에서 천정명의 감정선을 봐야 겠네요. 천정명의 대사가 유독 길었던 부분들이었는데, 모든 장면에서 표정은 그렇다 치더라도 대사톤에서도 꽝이었어요. 우선, 효선이 자동차에 뛰어들어 데려가 달라고 한 후에, 효선에게 했던 기훈의 대사입니다.

"뺏겨? 누가 뺏어가? 뺏기지 않을려면 정신 똑바로 차리고 네 걸 지켜, 왜? 화내면 안돼? 네가 하는 일은 모두 다 이쁘게만 봐야 하는 거야? 봐주고 웃어주고 박수쳐주고... 어디다 어리광이야? 아무한테 기대지 말고 너 혼자 너 힘으로 한게 뭐가 있어?...(중간 생락)......나 니꺼 아냐 임마. 울기만 해. 울면 가만 안둔다......(중간 생략)... 네것은 네가 만들어. 그리고 만든 건 네가 지켜, 그렇지 않고선 뺏겨도 할 말 없는거야. 알어? 나한테도 기대지마, 네가 기댄다고 해도 받아주지 않을 거야... 빨리 어른 돼. 빨리."

이 부분에서 천정명은 실수를 했어요. 대사의 맛을 전혀 살리지 못했거든요. 이 대사가 문학적으로 예술적으로 좋은 대사는 아니었어요. 하지만 효선에게는 중요한 대사였어요. 효선은 그 이후 계속 기훈의 대사에 매달려 스스로를 돌아보고 있었거든요. 이 긴 대사를 천정명은 마치 자신의 모든 감정을 폭발적으로 보여 주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듯 한가지 감정만으로 처리를 해버렸어요.
하지만 이 웅변같이 같은 톤의 감정폭발은 기훈이라는 캐릭터와는 전혀 맞지 않다는 것에 문제가 있어요. 드라마 속 기훈이는 따뜻하면서도 슬퍼 보이고, 차분해 보이면서도 속에서는 분노가 들끓고 있는 캐릭터에요. 그런데 그 복합적인 것을 한가지 모습으로 표현해 버린 거예요. 효선에게 다그칠 때 폭발과 냉정을 적절히 섞었어야 했다는 말이에요. 안겨 오는 효선에게 "하지 말랬지" 라고 효선을 밀치며 했던 어투는, 마치 초등학생 아이가 유치원동생이 귀찮게 하니 떠다 밀면서 하는 말투여서 심히 실망스럽기도 했어요.
효선을 밀치고 어깨를 붙들고 이야기 할때는, 기훈이라는 남자는 대사톤을 깔고 감정을 절제했어야 했어요. 그 뒤에 한 말은 두고두고 효선에게 가시가 되는 말이었기에 효선의 생각 속에서 몇번 반복해서 나왔는데, 무드는 없고 소리만 꽥꽥 질렀다는 생각만이 들게 하더군요. 기훈은 아직은 왕자님으로서의 신비감을 가져야 하는 인물이에요. 그런 신비감에 찬물을 끼얹는 말투가 높낮이 없이 소리만 지르는 듯한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와 똑같이 느껴졌던 장면이 또 있었어요. 은조가 "내 이름 들먹거리지마...난 사람들 버리기가 하나도 어렵지 않아. 누가 나를 버렸어도 마찬가지야. 말 한마디 없이 떠났어도 내가 잘하는 짓이니까 너도 잘하나 보다 그러면서 살아, 좋아죽겠다는 그거, 난 고양이나 개만큼도 몰라..." 라며 술항아리 창고도 들어간 이후, 뒤따라 간 기훈이 은조에게 했던 말이에요.

"나도 그래. 나도 잠깐이라도 마음 뺏긴 것들 하고 헤어지는 것 아무렇지 않아.... (중간 생략)....나도 너 따위 간단해... 나는 그런데 너는 아냐. 넌 거짓말 했어. 그러지마. 나 미워하지마. 날 그렇게 죽도록 미워하는 거, 간단하게 잊었다고 억지쓰는 거 하지마, 아무 것도 하지마. 날 그냥 없다고 생각하면 돼" 

이 부분 역시 효선에게 하는 말투와 하나도 다르지 않은 목소리에 힘만 뺀 기훈이처럼만 보입니다. 기훈의 신비감 혹은 이중성을 이런 부분에서 살리지 못하기 때문에 캐릭터가 모호해지기까지 합니다. 전 이해력이 딸렸는지 솔직히 이 대사가 와닿지도, 이해도 잘 안돼서 그 대사만 별도로 종이에 옮겨서 읊조려 보기도 했어요. 
그리고 한 참후 그 속 뜻을 제 나름대로 파악했어요. "...나도 너 따위 간단해"까지의 대사는 버럭버럭 소리를 질렀어도 감정이 전달되는 부분이에요. 기훈 역시 지금은 은조를 밀어 내려고 하고 있으니까요. 잡고 싶으면서도 밀어내야 하는 이중적인 심리가 기훈에게 있는 거예요.
그런데 다음 대사, "나는 그런데..너는 아냐. .... 미워하지마, 아무것도 하지마... 날 그냥 없다고 생각하면 돼" 이 부분의 대사는 앞 부분과의 대사와는 다른 감정이에요. 그러니 대사톤도 목소리의 높낮이도 달라졌어야 했어요. 제 개인적으로 이 부분은 애절한 감정을 실어야 했다고 생각해요. 이말에는 은조에 대해 여전히 마음을 접지 못하고 있음이 나왔어야 했거든요. 이런 복합적인 내면을 보여주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관된 톤으로 대사를 치기때문에, 기훈의 캐릭터가 모호해 지고, 생각도 읽기가 쉽지 않습니다.   
기훈이는 은조가 애써 미워하고 자신을 볼 때마다 힘들어 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그래서 '그런 은조 너를 보기 힘들어, 아니 은조 네가 힘들어져. 너 대신 내가 힘들테니까 그냥 날 없는 사람처럼 생각하고 넌 힘들어 하지 마라', 이런 기훈의 마음이 들어있는 말이었거든요.

기훈이 여전히 자신에 대해 속으로 끙끙대고 있다는 것을 은조 역시 압니다. 그래서 그 다음 은조 대사가 설득력을 얻는 겁니다. 기훈이 여전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음에 아파하면서도 효선을 떠올리며 독한 말을 뱉는 거예요. "나, 이 집에 빚 엄청 많은 사람이야. 이 집에 해 끼치려는 사람 있음, 다 죽여 버릴거야... 효선이 한테 나쁘게 하면 내 손에 죽을 줄 알아" 라고요.
은조는 "좋아 죽겠다는 효선이는 어떻게 하냐고, 그러니 나한테 마음 주지마. 차라리 내가 아플테니까 더 이상 나에게 다가 서려 하지마" 이런 마음으로 기훈에게 차갑게 돌아서 버린 거지요. 만약 이 드라마가 신파드라마의 유형을 쫓았다면 대부분 그 대목에서 은조가 뒤를 돌아보며 슬프게 쳐다보고, 기훈이 다가와 안아주는 장면으로 연출을 했겠지요. 하지만 신데렐라 언니는 그런 전형적인 신파를 거부하기에 카메라는 거기서 멈춰 버리고, 웅크려 새처럼 우는 은조의 침대로 시선을 옮깁니다. 

이렇듯 이중적이고 복합적인 심리를 어정쩡하게 보여 주고 있어서 홍기훈이라는 캐릭터도 어정쩡해져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은조를 바라보는 눈빛이 애절하지도 않고, 효선을 바라보는 표정도 '아, 귀찮은 애, 왜 짜증나게 해?'라는 식으로 보이니, 저는 점점 은조는 커녕 효선이와의 애정라인도 응원하고 싶은 생각이 안듭니다. 기훈은 효선을 볼 때 귀찮게 엉겨붙는 꼬맹이를 보는 눈빛과 말투가 아니라, 여자로 다가오려는 마음을 알면서도 밀쳐 내려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하고, 그런 효선을 측은하게도 봐야 하는 그런 내면연기가 나와야 하거든요. 그런데 '난 사랑에 빠진 여자의 심리는 전혀 몰라' 는 식의 뚱한 기훈은 매력없습니다. 요즘 애들 말로 일관성돋는 표정에 물린다고 할까요? 
삼각관계를 볼 때 갈등 하나가 누구와의 애정연결을 지지할까 인데, 신데렐라 언니에서의 삼각관계는 솔직히 아무도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 해요. 은조가 동생으로 밖에 보지 않은 정우가 차라리 은조를 아픔이 없는 세상으로 안고 달려가 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자꾸 들게 하니 문제네요.
기훈이 매력없다라고만 지적하기에는 무책임한 것 같아서, 감정연기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심정으로 글을 썼는데, 괜한 오지랖인가 싶어 죄송스럽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의중을 알 수 없는 애매모호한 감정선보다는 시선처리나 대사톤의 변화 등으로 인기하락 중인 기훈의 캐릭터를 살려야 하지 않을까요? 비열하고 야비한 나쁜 왕자로 변해야 한다면 더더욱이나 이런 입체적인 감정표현은 필요해 보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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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23 11:25




신데렐라 언니 7,8회를 보고 충격적이었던 장면은 구대성이 은조의 엄마 송강숙에 대해 다 알고 있었다는 것이었어요. 새삼 말로 확인 받으니 씁쓸할 뿐이었다면서요. 송강숙이 털보 장씨를 만나고 다니는 것만큼이나 충격이었는데요, 은조 역시 놀라기는 마찬가지였어요. 상처받은 구대성에게 다가가지도 못하고, 그런 어머니를 둬서 죄송하다고 사과도 할 수 없는 은조는 뻘쭘하게 구대성의 뒤만 쫓아 다닐 뿐이었어요. 은조는 구대성이 너무 걱정됩니다. 병원 복도를 힘없이 돌아서는 구대성의 뒷모습에 너무 아팠던 은조였어요. 기훈을 한번도 뭐라고 부른 적이 없어서 '은조야'라며 자기 이름을 부르며 울었던 은조였지요. 새아버지를 한 번도 아버지라 불러보지 못해서 "저기요"라고 발걸음을 멈추게 할뿐입니다.
은조가 구대성에게 물었지요. "어떻게 그러세요? 알고도 어떻게?" 은조의 엄마가 돈 때문에 살아왔다는 것을 알면서도 왜 내치지 않았느냐고요. 구대성은 은조에게 엄마를 가엽게 생각하라며, 처음 은조를 봤을 때도 은조가 안스러웠다고 하였지요. 어린시절로 가서 보듬어 줄 수 있었으면 싶을 정도로 말이에요. "내가 네 엄마를 좋아하니까. 내가 뜯어 먹히는게 나한테 너랑 네 엄마가 없는 것 보다 훨씬 나아. 진심이야" 라고 구대성의 심정을 말했지요. 구대성의 깊은 마음, 넓은 마음을 은조는 예전부터 다 알고 있었어요. 기훈이 떠나던 날, 은조를 붙잡아 주고 세상이 그렇게 구질구질스럽지만은 않다는 것을 가르쳐 준 아버지였으니까요. 
구대성이 엄마의 실체를 다 알고 있는데, 은조는 그런 엄마와 함께 빌붙어 살아왔다는 것에 죄책감과 의무감을 느끼게 됩니다. 어떻게 해야 해요? 라고 물었던 것은 은조의 두가지 마음이 들어 있었어요. 엄마의 죄를 갚기 위해서는 제가 어떻게 해야 해요? 라는 것과 말 그대로 다 알고 있는데 이제 저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것이었어요. 대성도가에 어떻게 얼굴을 들고 구대성의 밥을 얻어 먹을 수가 있겠느냐고요.
그런 은조에게 구대성은 "날 버리지 마라. 그래주면 고맙겠다"며 은조의 마음을 앞서 짚어 버립니다. 구대성이 은조에게 자신을 버리지 말라고 했던 것은 은조가 또다시 대성도가를 떠나려 할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에요. 은조의 성격상 송강숙이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으면서, 더구나 돈때문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을 안 이상 대성도가에 염치없이 있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요. 그런 은조의 성격을 오랫동안 봐왔기에 은조에게 자신을 버리지 말아달라고 한 것이지요.

구대성이 은조모녀를 버리지 못하는 이유
저는 구대성의 그런 바다 보다 깊고 넓은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궁금하더라고요. 구대성은 왜 송강숙과 은조를 내치지 않았을까?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크게 네가지 이유로 생각해 봤어요.

첫째는 효선에게 엄마를 만들어 주고 싶었기 때문이었어요. 티없이 밝고 명랑한 아이지만, 어린 시절 엄마를 잃은 슬픔이 순간순간 묻어나오는 효선이는 유독 송강숙을 따랐어요. 송강숙이 떠난 것을 알고 울고 불고 난리를 치는 효선에게 두번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을 거예요.  
둘째는 구대성은 남자로서 외로웠기 때문이었어요. 자신의 죽은 아내의 옷을 입은 송강숙을 보고 구대성은 처음으로 아내의 자리에 대한 허전함을 느꼈어요. 효선의 엄마가 죽고 효선 하나만 바라보고 살던 구대성에게 다가온 송강숙은 구대성도 외면하기 힘든 여우였어요. 곰같은 마누라보다는 여우같은 마누라가 낫다는 말이 있지요. 송강숙의 꼬리 아홉개는 구대성을 옴짝달짝하지 못하게도 만들었지만, 구대성에게 남자라는 것도 새삼 일깨워 줬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것은 19금 이야기같기도 하겠지만, 금욕생활을 하고 있던 구대성에게도 성욕은 있었을 거고요. 결혼하지 않은 은조는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결혼 생활을 해 본 남자에게 밤도 중요한 문제였을 겁니다. 이런 이야기는 글로 쓰기에 저도 낯뜨겁지만, 정신적인 사랑외에 남녀간에는 육체적 사랑도 중요하지요. 이런게 현실적인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셋째는 은조에 대한 구대성의 연민때문이었어요. 구대성은 은조를 처음 봤을때부터 은조의 거친 말투가 마음 쓰였어요. 은조가 수학과외를 받고 싶다는 부탁을 할 때 구대성이 국어 과외도 받아보지 않겠느냐고 물었던 장면이 있었어요. 어른을 대하는 예의범절을 배우지 못한 은조의 말에 구대성은 은조가 나쁜 아이라기 보다는 좋은 환경에서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는 것을 알아 차립니다. 아무리 송강숙이 구대성 앞에서 교양있고 품위있는 행동을 한다고 해도, 은조의 모습만으로도 구대성은 송강숙의 가식을 알아 차렸을 거예요. 사람은 보고 배운대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늘 도망치려는 아이, 누군가 따뜻하게 품어주지 못해 외로운 아이, 비에 젖어 파르르 떠는 가녀린 새같은 아이 은조를 구대성을 내칠 수 없었어요. 그래서 은조의 어린 시절로 돌아가 보듬어 주고 싶을 정도로 은조가 가여웠던 게지요. 영특하고 불쌍한 은조가 내쳐진다면 은조는 더이상 떨어질 수도 없을 절망속으로 빠질 것임을 알았기에, 구대성은 은조를 끝까지 품어주고 싶어했어요. 다행히 밥 굶을 정도는 아니니 은조 뒷바라지를 할 수 있을 자신의 재력에 감사했을 구대성이에요. 그래서 뜯어먹힐 게 많아서 오히려 다행이라고 말했던 것이고요. 정말 좋은 인품의 구대성입니다.
넷째는 추측이지만 구대성의 과거와 관련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는 기훈의 생모와 기훈아버지와도 관련된 일일테고요. 기훈이 아버지를 찾아갔을 때, 대성참도가는 삼킬만한 가치가 있는 회사가 아니라고 했을 때, 기훈의 아버지가 너희 어머니가 왜 죽었는지 아느냐고 하는 장면이 있었지요. 드라마에서 아직 나오지는 않았지만, 이는 기훈의 생모와 구대성, 그리고 기훈의 아버지 사이에 원한관계가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었어요. 저는 구대성과 기훈의 아버지가 기훈의 생모를 함께 좋아하는 여자가 아니었을까 추측도 해봤어요.
그런데 기훈의 아버지가 기훈의 생모와 먼저 사랑에 빠지고 기훈을 낳고 버려졌고, 그때 기훈의 생모가 돌아간 곳이 구대성이었지만 구대성에게도 내쳐졌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구대성이 도가 직원들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젊었을 때도 성질이 불같았을 것같은데, 은조 모녀를 내치지 못한 것은 과거에 기훈모자를 받아주지 못한 죄책감에서 기인했던 것 같기도 하고요. 

송강숙, 사랑은 생존이다
8회 리뷰글<은조, 새로운 사랑에 목숨걸다>를 올리면서 사실은 신데렐라 언니의 세여자 은조, 효선, 송강숙의 새로 시작된 사랑으로 송강숙 부분도 함께 쓰려고 했는데, 구대성이 송강숙을 내치지 못한 이유와 함께 정리를 하는 게 나을 것 같아 따로 정리를 했어요.

"효선이 아버지에게 못한 짓 하면 엄마 대신 지옥가겠다, 지옥이 엄마하고 보다 훨씬 더 견디기 쉬울거야. 진심이야" 송강숙은 은조가 진심으로 죽겠다고 하는 말임을 알지요. 사실 송강숙도 병원에서 수술실 밖에서 기다리며 알았어요. 구대성이 없으면 자신이 가진 모든 것 역시 허울뿐일 것임을 말이지요. 처음 배고파 우는 은조를 들쳐업고 쓰레기통을 뒤지며 내딸 죽이기만 해보라고 하느님, 신령님, 부처님과 맞짱뜨겠다며 이를 갈던 그 마음, 송강숙은 구대성의 수술실 앞에서 같은 마음으로 빌고 있는 자신을 봤어요. 100% 순수사랑이 아니어도, 돈 때문에 꼬리쳐서 잡은 남자였지만 구대성은 처음으로 누군가의 어느 집안의 며느리 자리에 송강숙이라는 이름을 올려 준 사람이었어요.      
송강숙의 사랑을 보여 준 장면은 동화 속 숨은 그림처럼 한 장면에 압축되어 있었어요. 문근영의 투명웃음 다음으로 제가 가장 예쁘다고 생각했던 장면이었어요. 응급처치를 마치고 의식을 되찾은 구대성은 가장 먼저 송강숙의 얼굴을 찾습니다. 괜찮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차례로 효선과 은조에게로 시선을 돌리지요. 효선이 아빠에게 엎드려 울고, 은조는 그러면 힘드시다고 효선을 일으키고, 그렇게 표면적으로 구대성을 걱정해 주는 마음들을 카메라가 따라가지요.
그리고 숨은 그림이 나타납니다. 이불 속에서 만나는 구대성과 송강숙의 손이에요. 말없이 이부 속으로 손을 넣어 구대성의 손을 쥐어주는 송강숙, 저는 이 장면을 보며 송강숙의 그간 모든 행적들을 용서하고 싶어질 정도로 사랑스러웠고, 백마디의 말보다 진한 사랑을 발견하기도 했어요.
구대성의 손을 잡은 송강숙은 바로 다음 장면으로 집앞을 산책하는 중년부부의 다정한 모습으로 넘어갔지요. 무리하지 말라고 자꾸 들어 가라지만, "괜찮다"며 구대성이 말을 듣지 않자, 송강숙이 그동안 감춰왔던 성질을 울컥 내며 "왜 이렇게 말이 많아요..." 라고 소리를 버럭 지릅니다. 그리고는 다시 목소리를 낮춰서 "안돼요, 여보" 하는 장면이 있었지요. 송강숙은 구대성에게 위선의 송강숙이 아니라 진짜 송강숙의 모습으로 사랑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보인 장면이었어요. 왜 이렇게 말이 많아요 하고 버럭 소리를 지른 것은 송강숙의 구대성에 대한 진심이 처음으로 드러난 말투였어요. 가식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송강숙...

송강숙은 구대성이 쓰러지고 비로소 구대성이 없는 송강숙은 아무 것도 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어요. 전의 남자들은 뜯어먹을 것 때문에 살았지만, 구대성 역시도 뜯어 먹을게 많아서 살아왔다고 생각했지만, 송강숙에게 구대성이라는 남자는 더 이상 뜯어 먹을게 많은 남자가 아니에요. 자신의 남편, 호적에 누군가의 아내, 어느 집안의 며느리가 될 수 있는, 송강숙의 소원을 이루게 한 존재였어요. 돈이 아니라 송강숙을 처음으로 누군가의 여자로 살게 해준 사람이 구대성인 거예요. 더러운 팔자에서 벗어나게 해 준 사람 말이지요.
구대성에 대한 사랑이 가슴 저리도록 찌릿한 사랑이 아닐지라도 송강숙에게는 현실적인 생존방식의 사랑이에요. 송강숙을 팔자 더러운 사나운 여자가 아닌 평범한 여자 송강숙으로 살 수 있게 해 주는 사람이 구대성이에요. 현실적이고 생존본능이 강한 송강숙식 사랑이지만, 송강숙의 사랑이 속물적이다, 위선적이다라고만은 할 수 없는 이유는 이들은 은조와 효선이 처럼 동화속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는 동화적인 요소와 현실이 묘하게 결합된 드라마에요. 은조와 효선의 감정선이 비틀린 동화의 시선을 따라 간다면, 구대성과 송강숙은 동화 밖 어른들의 시선을 따라 가게 합니다. 은조가 엄마 송강숙을 혐오하고, 그녀의 생존방식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은조는 성장하고 있는 동화속 주인공의 시각 속에 있기때문이에요.
송강숙이 은조에게 "네가 사는 게 뭔지 알아? 네가 공부를 많이 해서 오만 잘난 척을 해도 먹고 살기 얼마나 더러운 지 너는 나만큼 몰라, 까불지 말아 이년아"라고 했던 말은 동화 밖 어른들의 시선인 셈이죠. 동화속 성장소녀와 동화밖 어른이 충돌하고 있는 모습이 은조와 송강숙의 갈등인 것이고요.
드라마 속에서 동화속 주인공 은조와 어른인 송강숙의 충돌이 극에 달하는 부분이 송강숙이 몰래 만나왔던 털보장씨에 대한 존재를 은조가 알게 되는 순간이겠지요. 8회 엔딩장면에서 다방으로 들어가려는 듯한 은조를 보니 은조가 받은 충격이 클 것 같아 걱정입니다. 그 좋아하는 돈도 장씨에게 주면서까지 이제 겨우 마음 잡으려는 송강숙이 운도 없어 보이지만, 은조가 엄마를 참을 수 있는 마지막 통 하나가 깨져 버리면 죽어 버리겠다고 했던 말이 걸려서 말이에요. 
구대성은 사랑의 바이러스, 화해의 바이러스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평생 술을 담아 온 구대성이기에 구대성은 술이 익는 것을 알듯이, 인생이 둥글둥글 천천히 익어가는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는 인물 같아요. 구대성의 가슴은 은조의 냉랭함도 송강숙의 위선도 다 품어 좋은 효모들로 숙성시키는 넓은 항아리와 같습니다. 
은조의 시선에서 보는 엄마 송강숙과 새아버지 구대성의 사랑은 이해하기 힘들고 속물적일 수 있어요. 하지만 인생을 겪어 온 어른들의 세계에는 어른들만의 동화 또한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어른들만의 은밀한 이야기, 어른들이 교감하는 현실적이면서도 생존과 가까운 사랑이 송강숙과 구대성이 이불 속에서 손을 통해 나눈 이야기들인 거예요. "여보, 깨어 나줘서, 살아 줘서 고마워요" "걱정마오, 내 금방 일어나리다" 이렇게 대사없이도 구대성과 송강숙은 서로에 대한 마음을 전하고 있었어요. 그것이 은조와 효선은 모르는 어른들만의 동화이야기인 거예요. 뜨겁지 않아도, 가슴이 저릿저릿 아파오지 않아도,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며 생긴 그늘에 은조와 효선이, 그리고 준수가 뛰어놀기를 바라는...
송강숙도 구대성의 이런 바이러스에 드라마가 끝나갈 즈음이면 동화되고 감염되지 않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대성에게 다가오는 불안한 그림자들 때문에 걱정이 되는게 사실이에요. 동화 속 새아버지들 처럼 비운의 죽음을 당할까 걱정이 돼서 말이지요.

*송강숙과 구대성의 사랑은 어른들의 현실 속 동화부분이라 따로 정리를 해서 불가피하게 오늘 리뷰를 두개로 나눠 올렸어요. 은조와 효선의 사랑을 정리한 다른 글 <은조, 새로운 사랑에 목숨걸다>도 함께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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